신규진

신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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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에서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newj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대통령70%
정치일반7%
국방7%
사건·범죄7%
남북한 관계4%
칼럼2%
학술2%
검찰-법원판결1%
  • ‘미투’ 폭로 2개월…“이것도 미투냐?” 여전히 조롱하는 상사들

    “나 미투 한다?” 최근 엘리베이터에서 의도치 않게 어깨가 닿은 한 남자 선배가 후배 김모 씨(26·여)에게 말했다. 김 씨는 선배의 말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부터 사내에는 신체접촉만 일어나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농담이 나오는 분위기가 됐다. 김 씨는 “장난으로 미투를 소비하는 것에 정색하면 예민한 사람이 돼버린다”고 말했다. 사실 김 씨는 매일 아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미투’ 해시태그를 게시하는 온라인 미투 운동가다. 그는 “이중인격의 삶이다. 회사에서 미투 폄하에 동조하는 듯한 자신을 볼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서지현 검사(45·사법연수원 33기)의 폭로 이후 미투 운동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직장인들의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이 많다. 온라인 미투 열풍과 다르게 현실에는 ‘미투 천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직원들은 온라인에선 활발하게 미투에 동참하지만 사무실로 돌아오면 입을 닫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이것도 미투냐” 기존 행태 반복하는 상사들 여직원들은 미투 열풍으로 성희롱 민감도는 늘었지만 사내에 미투를 희화화하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인 김모 씨(29·여)는 최근 팀장이 “요새 50~60대 사이에서 도는 유머 글이란다 ㅋ”라며 단체채팅방에 올린 글에 어쩔 수 없이 ‘좋아요’ 이모티콘을 보냈다. ‘나무꾼이 베트남 여인과 한국 여인이 동시에 물에 빠지면 베트남 여인을 구한다. 이유는 한국 여인은 손만 잡아도 성추행범으로 오인 받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김 씨는 “회사 전체적으로 ‘여직원들에게 발언 조심해라’는 지시가 돌지만 실상은 미투 조롱이 많다”며 “억압적인 분위기에 미투 관련 대화는 물론 다른 얘기조차 동료들에게 하기 꺼려 진다”고 말했다. 회식자리에서 저마다 미투 감별사를 자처하며 품평하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또 다른 김모 씨(26·여)는 최근 팀장이 회식에서 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게재된 미투 글을 읽어주며 “이게 미투라고 생각하냐. 내가 생각하기엔 아니다. 무조건 익명으로 폭로한다고 다 미투가 아니다”고 물어 할 말을 잃었다. 이어 팀장은 “이윤택 사건은 미투가 맞고 안희정은 애매하다. 수사기관에서 객관적으로 입증돼야 미투”라고 말했다. 김 씨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분위기에서 미투 관련 질문 타깃은 여직원이다. 그냥 상사 말이 맞다고 수긍해야한다”고 했다.● ‘미투천장’ 같은 신조어 등장 이 같은 회사 분위기에 여직원들 사이에선 ‘미투 천장’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인터넷에 정착된 미투 문화가 현실에 적용될 수 없다는 자조적인 의미다. 직장인 박모 씨(30·여)는 “‘미투 천장’은 엄연한 현실이다. 온라인에서 아무리 미투 운동이 활발해도 기존 남성 중심적인 회사 문화는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투가 지나치게 사건화 돼 대중이 제3자의 시선으로 인식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윤택, 안희정 등 대형사건이 잇따르면서 미투가 지나치게 사건화 됐다”며 “내 일이 아니리고 인식하는 순간 미투를 바라보는 생각 자체가 가벼워진다”고 분석했다. 폭로 중심적 온라인 미투가 피로감을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 확인 과정 없는 폭로전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남성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진행되는 상황이 아니다”며 “대학에 인권센터가 만들어지듯이 사내 분쟁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구가 상설화 돼야한다”고 지적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조유라 기자 ·전채은 기자}

    • 20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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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행 혐의’ 안희정 구속영장… 26일 심사

    검찰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사진)에 대해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 전 지사의 구속 여부는 26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이날 안 전 지사에 대해 피감독자 간음,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3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33)를 4차례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만 영장이 청구됐다. 두 번째 피해자 A 씨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속영장 혐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피감독자 간음은 당초 김 씨가 고소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과 동일한 혐의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가 규정된 형법 303조 1항에는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해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검찰이 이 조항에 근거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공소장을 기재할 때는 ‘죄명에 관한 검찰 예규’에 따라 ‘피감독자 간음’과 ‘피보호자 간음’ 두 가지 중 하나를 적용해야 한다. 검찰은 김 씨에게는 안 전 지사가 ‘감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피감독자 간음은 명확한 고용관계가 아니더라도 감독과 피감독의 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면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며 “김 씨 외에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극단 단원 8명을 상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을 이날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7기)는 오후 9시 26분경 “피의자의 지위, 피해자의 수, 추행의 정도와 방법 및 기간 등에 비춰 범죄가 중대하다”며 영장을 발부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권오혁 기자}

    • 201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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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 또 미투… “음대 교수가 학생 성추행” 폭로

    이화여대 교수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또 제기됐다. ‘이화여대 음악대학 관현악과 성폭력사건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오전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에 “음대 A 교수가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성명을 올렸다. 성명에 따르면 A 교수는 악기 지도를 한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학생들의 신체를 만졌다. “한의학을 공부했다”며 학생들의 몸을 더듬고 상의 안에 손을 넣어 만졌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수치심을 호소하면 A 교수는 “우리 사이에 수치스러울 것이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위원회 측은 여러 건의 추가 피해 제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위원회 측은 “A 교수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촉구한다. 아울러 학교 측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화여대는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학교 관계자는 “양성평등위원회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성희롱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A 교수는 “학생들과 신체 접촉이 있었던 점은 인정하지만 교육적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화여대에서는 이달 6일 한 퇴직 교수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학교 측이 조사를 하고 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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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원 8명 24차례 성폭력 혐의’ 이윤택 영장 신청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2010년 4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극단 단원 8명을 24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상습강제추행 등)로 21일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상습성이 인정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감독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며 고소한 극단 단원은 17명이다. 경찰 조사 결과 1999년부터 17명이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피해는 모두 62건에 달했다. 그러나 2010년 상습죄 조항 신설 이전 발생한 38건의 범죄 사실은 직접 처벌이 불가능하다. 성폭행도 이 시기에 이뤄졌다. 경찰은 2010년 이전에 발생한 성폭력도 처벌 수위를 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확인된 피해사례 62건을 모두 구속영장에 반영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력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는 상습 정황을 알리고 가중처벌 등을 고려해 피해자 17명이 밝힌 피해사례 62건의 내용을 영장에 적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전 감독은 17, 18일 두 차례 경찰 조사에서 범죄 사실을 대체로 시인했다. 2005년 자신에게 성폭행당한 단원이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는 의혹도 사실이라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감독은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가 그렇게 말했다면 사실일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면서도 “기억나지 않는다” “발성연습이나 연기지도 차원이다”고 설명하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이 전 감독의 성폭력을 방조,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48)에게서는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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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 노벨상 추진 민간단체 없던일로

    19일 일부 단체가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추진계획이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됐다. 대한민국직능포럼(상임회장 정일봉)은 20일 ‘문재인 대통령 노벨 평화상 추진위원회’ 발기인 모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당초 포럼 측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포럼 사무실에서 모임을 열 예정이었다. 정 회장은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위원회를 만들려 한 것인데, 이렇게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포럼 자체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포럼 측은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한법무사협회 등 직능단체 120여 개가 가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포럼 측은 전날 “직능포럼 회장단 등 30여 명이 모여 문 대통령 노벨 평화상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발기인 모임을 갖는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와 유착관계냐” 등 비판 여론이 불거지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추진위 폐지 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노벨상 수상 추진은) 문 대통령과 아무 관련 없는 일이다. 이런 움직임 자체가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지만 이제 첫걸음일 뿐이다. 가야 할 길이 멀고 모든 것이 조심스러울 때 말을 삼가고 몸가짐은 무거워야 한다”고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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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희정, ‘기습 출석’ 열흘만에… 19일 오전 檢 출석

    여비서와 싱크탱크 여성 연구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19일 오전 10시 검찰에 출석한다. 9일 검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은 지 열흘 만이다. 안 전 지사 측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응해 사안의 진상을 충실하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안 전 지사의 비서였던 김지은 씨(33)에 이어 안 전 지사가 설립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 A 씨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안 전 지사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A 씨는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세 차례, 성추행을 네 차례 당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안 전 지사 측은 “두 여성과 성관계를 맺긴 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안 전 지사의 관사와 자택 등에서 안 전 지사와 피해자들의 평소 관계가 반영된 자료를 확보해 안 전 지사가 상관으로서 강제적으로 김 씨 및 A 씨와 성관계를 한 정황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안 전 지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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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틀째 경찰 출석하며 혐의엔 입다문 이윤택

    극단 단원 17명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이 17, 18일 연이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전 감독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건 ‘리허설’ 논란을 빚은 지난달 19일 기자회견 후 26일 만이다. 이 전 감독은 토요일인 17일 오전 9시 50분 서울지방경찰청에 처음 모습을 나타냈다. 이 전 감독은 “피해 당사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폭력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기자회견 전 사전 리허설 의혹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테크니컬하게 준비를 하는데 이 준비 과정을 리허설이다, 연습이다라고 왜곡되게 말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표정까지 연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진실을 말하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이 전 감독은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에서 약 15시간 조사를 받은 뒤 18일 오전 1시 10분경 귀가했다. 이어 같은 날 오전 10시 25분경 다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 전 감독이 지위를 이용해 단원들에게 성폭력을 가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력’ 행사 여부를 놓고 이 전 감독과 피해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17명에 이르고 조사 내용이 방대해 연이어 불러 조사했다. 두 번째 조사 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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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 뉴스 뜨면 24시간 대기” “어디서든 머리카락만 보여”

    “시동 걸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교통사고분석과 최지훈 연구관(46)이 외쳤다. 그의 앞에는 ‘지바겐’으로 불리는 벤츠 G63AMG 한 대가 서 있었다. 차량을 둘러싼 채 서 있는 동료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펑.’ 폭발음과 함께 엔진오일이 사방으로 튀었다. 최 연구관이 입고 있던 바지가 시커멓게 얼룩이 졌다. 배우 김주혁 씨 죽음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한 달간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10월 김 씨는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하던 중 일어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차량은 심하게 파손됐다. 윤곽을 알아볼 수 없었다. 엔진마저 부서져 시동조차 걸 수 없었다. 최 연구관은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와 한 달 만에야 겨우 엔진을 손봤다. 그런데 엔진오일 탱크가 파손된 걸 놓쳤다. 다시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지바겐의 시동을 걸 수 있었다. 진짜 감정은 이때부터다. 사고 차량에는 사고기록장치(EDR)가 없다. 모든 부품을 감정하고 가능한 모든 가설을 계산하고 해석해야 했다. 최 연구관은 사고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당시 상황을 머릿속에 그렸다. 이는 3차원(3D) 영상으로 재구성됐다. 그는 이를 통해 차량의 움직임과 당시 속도를 추정했다. 다음 단계는 ‘피어리뷰(Peer Review·동료 평가)’. 감정 결과에서 오류를 찾아내고 다른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토론과 수정이 무한 반복된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목소리가 커지기도 한다. 수차례에 걸친 피어리뷰를 거치며 감정서를 고치고 또 고쳤다. ‘차량 결함 및 기계적 오작동 흔적이 없다.’ 사고 후 약 3개월 만에 나온 감정 결과다. ○ 아내에게 운전대를 넘기지 않는다 지난달 강원 원주시 국과수 본원에서 최 연구관을 만났다. 3개월에 걸친 진실 추적 과정에 대한 심경을 물었다. “최종 감정 결과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끊임없이 오류를 배제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최 연구관은 결혼 후 아내의 운전을 금지했다. 1, 2년이 아니다. 그의 아내는 벌써 10년 넘게 운전석에 앉지 못했다. 아내는 종종 “원주시 교통이 얼마나 불편한 줄 아느냐. 버스 한번 타는 데 30분을 기다리는 마음을 아느냐”며 불평한다. 아내의 말이라면 죽고 못 사는 최 연구관이지만 ‘운전 금지령’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2006년 국과수에 입사한 그는 매일 다양한 교통사고를 분석하고 있다. “아내가 불편한 거 잘 알죠. 그런데 내가 너무 불안해요. 반대편에서 돌덩이가 날아와 사고가 나는 것처럼 전혀 뜻하지 않게 발생하는 게 교통사고예요.” 최 연구관처럼 국과수에는 특이한 직업병을 가진 사람이 여럿이다. 그만큼 국과수가 처리하는 사건 사고가 많다는 뜻이다. 국과수가 처리하는 감정은 지난해 약 57만 건으로 5년 전인 2012년(29만여 건)의 2배 규모다. 영역도 무한 확장 중이다. 생체인식 기술을 활용해 공항에서 우범 여행자의 얼굴을 인식해 추적한다. 유전자(DNA) 분석 기술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유해 발굴도 한다.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선 디지털 증거물의 위·변조 여부를 가려내는 방식으로 이른바 ‘가짜 뉴스’도 판별한다.○ 담배꽁초와 머리카락만 찾아 헤맨다 2010년 입사한 법유전자과 정주연 연구사(35·여)는 지난해 미제 사건이던 ‘대구 노래방 여주인 살인 사건’ 해결의 일등공신이다. 영구 미제가 될 뻔한 범행을 밝힌 결정적 단서는 담배꽁초였다. 지난해 11월 대구 중구에서 A 씨가 20대 여성을 둔기로 때리고 손가방을 빼앗아 달아났다. 그는 현장에 담배꽁초를 남겼다. 여기에 남은 DNA가 2004년 대구 북구의 한 노래방에서 발생한 40대 여주인 흉기 살인사건 용의자와 일치했다. 당시에도 담배꽁초가 현장에 있었다. 정 연구사는 DNA 데이터베이스를 업그레이드해 식별력을 높이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정 연구사는 집에서 가끔 식탁 위에 놓인 머리카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면 남편이 “텅 빈 곳을 왜 뚫어져라 쳐다보냐”고 묻는다. 정 연구사는 “모발에서 DNA를 분석하는 일을 하다 보니 어디서든 머리카락이 눈에 콕콕 들어와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정 연구사가 접하는 감정서는 1주일에 60∼70건. 그는 “사람들을 잘 믿지 못하게 돼 동네 모임에도 나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 연구사가 계속 일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제가 맡은 사건이 어느 누군가에겐 ‘인생의 전부’일 수 있잖아요.”○ ‘연예인 마약’ 뉴스 나오면 외박한다 “아무리 봐도 양귀비 씨 같은데….” 마약 분석을 담당하는 법독성학과 이재신 연구관(48)이 독일로 출장을 갔을 때다. 호텔 조식으로 제공된 빵 위에 작은 씨앗들이 올려져 있었다. 주머니에서 소형 확대경인 ‘루페’를 꺼냈다. 식사를 중단하고 루페로 빵 표면을 한동안 들여다봤다. 양귀비 씨였다. 이 연구관은 “씨 자체에는 환각 성분이 거의 없다. 해외에서는 양귀비 씨 빵을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 연구관은 빵을 먹지 않았다. 그는 해외 출장 때 늘 루페를 챙긴다. 마약 종류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관련 범죄도 늘고 있다. 유사 마약까지 포함하면 종류가 2000종에 이른다. 그는 “새로 나오는 신종 마약까지 분석하고 공부하려면 항상 마약에 대한 관심을 놓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관은 1997년 국과수에 입사했다. 그의 하루 일과는 뉴스 모니터로 시작한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 저녁 뉴스를 챙겨 본다. 포털사이트 실검(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연예인 ○○○ 마약’이 오른 날은 24시간 비상 대기다. 십중팔구 이 연구관에게 소변과 모발 감정 의뢰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는 “연예인 중에 가명을 사용하는 분들이 많아 누군지 모르고 감정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TV를 보고 내가 감정한 사람이 유명 연예인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아이 앞에서 가장 힘들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이 터졌을 때 10년차 박소형 법의관(41·여)은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그가 맡았던 아기들의 모습이 떠올라서다. 자살하는 부모에 의해 함께 숨진 아이, 미혼모에게 버려졌다가 사망한 신생아들이다. 이런 아기를 부검하기 위해 메스를 잡을 때면 견디기 힘든 무언가가 박 법의관의 심장을 콕콕 찌른다. “계속 살았다면 학교도 가고 결혼도 했을 텐데, 그렇게 자신의 꿈을 위해 잘 달려갔을 텐데….” 아이의 시신을 부검하다 보면 박 연구관은 종종 이들이 가졌을 꿈이 무엇일까 떠오른다고 한다. 그때마다 ‘아이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동시에 죽음이라는 큰 장벽을 실감한다. 깊은 좌절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래도 나름 전문가인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느끼죠. ‘인간의 한계가 여기까지구나’라는 걸 실감합니다.” 소아 부검은 성인보다 까다롭다. 단순히 몸이 작아서가 아니다. 학술적인 연구 정보도 적다. 그래서 어른보다 시간이 더 걸릴 때가 많다. 부검 시간이 길어지면 박 법의관도 애가 탄다. “모든 죽음은 슬픈 일입니다. 그렇지만 하루라도 더 같이 보내길 원하는 유족들을 대할 땐 저도 버티기가 쉽지 않습니다.” 10년째 부검을 하다 보면 유형에 따라 비슷한 방식이 반복된다.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때마다 박 법의관은 스스로에게 “한 건 한 건 모두 다르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자”고 다짐한다. 아무리 익숙해져도 매일 시신을 보는 건 힘들다. 그래서 5∼7년차에 그만두는 법의관이 많다. 박 법의관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일하다 보니 어느새 10년차 법의관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화제가 된 영화 ‘1987’에는 국과수 법의관도 등장한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부검을 맡았던 당시 국과수 황적준 법의학1과장(71)이다. 그는 부검을 통해 박 씨의 사인을 밝혔다. 박 법의관은 이런 선배들의 고민과 고통을 잘 기억한다고 밝혔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진실을 찾기 위한 고민 하나만으로도 후배들에게 큰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다. “후배로서 감히 선배들과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발걸음으로 지금의 국과수가 존재하는 만큼 앞으로 선배들이 닦은 길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8 국과수 ‘신입 선생들’ ▼석-박사급 전문인력 대거 응시… 평균 경쟁률 20대 1 훌쩍 “삼수는 기본”법의관만 여전히 지원자 부족… 열악한 근무 여건-급여 개선 필요“대학원 연구는 그냥 개인의 실험으로 끝나죠. 하지만 국과수 감정은 하나하나가 타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칩니다.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유전자과 조윤정 연구사(32·여)의 목소리에선 자부심이 진하게 배어나왔다. 조 연구사는 지난해 12월 국과수에 ‘입사’한 신입이다. 그는 삼수생이다. 면접까지 올라갔다가 두 번이나 떨어진 뒤 도전 세 번째 만에 합격했다. 조 연구사는 “아직 감정서를 직접 쓰지는 않지만 언젠가 내가 작성한 감정서가 수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진중하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국과수에 채용된 직원은 조 연구사를 포함해 19명.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국과수 입성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국과수 신입직원은 일반 기업의 신입보다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다. 결혼을 하고 자녀까지 둔 신입직원도 많다. 대부분 의사나 약사 면허를 취득하거나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친 뒤 입사하기 때문이다. 대학교수 자리를 박차고 신입직원으로 들어온 사람도 있다. 법안전과 이제현 연구사(39)도 늦깎이 신입이다. 물리학 박사인 이 연구사는 “학교에서 책으로만 배운 과학을 실제 현장에 적용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매력적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국과수 직원들은 호칭도 예의를 갖춘다. 신입직원을 ‘선생’으로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교통사고분석과 박정우 연구사(33)는 아직 ‘박 선생’으로 불리는 게 어색하다. 그는 외국계 자동차부품회사에서 일하다 국과수에 지원해 합격했다. 박 연구사는 처음 국과수가 교통사고까지 분석하는 줄 몰랐다고 한다.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국과수에서 하는 일을 자세히 알게 된 뒤 꿈을 키웠다. 그는 “기존 회사보다 급여는 낮다. 하지만 20년 후 나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국과수 입사 경쟁률은 생각보다 높다. ‘삼수는 기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2016년 경력직 채용시험 때는 의료기술 서기보 한 명을 뽑는 데 99명이 지원했다. 다른 직군의 경쟁률도 대부분 20 대 1을 넘는다. 단, 예외가 있다. 시신을 부검하는 법의관이다. 2016, 2017년 국과수는 법의관 채용공고를 4차례 냈다. 하지만 항상 지원자가 모집인원보다 적었다. 아예 한 명도 없던 적도 있었다. 지난해 11, 12월 지역분원 법의관 채용 때 지원자는 ‘0’이었다. 현재 국과수 내 법의관 정원은 46명. 근무 중인 법의관은 31명이다. 법의관 지원이 적은 건 급여와 열악한 근무여건 탓이 크다. 법의관은 의사면허가 있어야 지원 가능하다. 국과수 법의관은 평균적으로 일반 의사 수입의 70% 정도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의관 1명이 담당하는 부검업무는 연간 250여 건이다. 스트레스가 심하다 보니 지난해에만 법의관 5명이 국과수에서 퇴직했다. 들어오는 사람은 없고 나가는 사람만 있으니 남은 사람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과중한 업무와 심각한 인력난 등이 중증외상센터와 판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영식 국과수 원장은 “법의관 연봉을 국립대병원 수준으로 올리는 한편 법정에서 부검과 관련된 증언을 할 경우 전문가 직급에 맞게 출석수당 지급 같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원주=구특교 kootg@donga.com·신규진 기자·정현우 기자}

    • 201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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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軍에 여자화장실 못쓰게 한 주임원사

    부대의 유일한 여군에게 여자화장실을 쓰지 못하게 한 주임원사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징계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경기 육군 모 포병대대 주임원사 A 씨에 대한 같은 부대 여성 부사관 B 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육군참모총장에게 “A 씨를 징계하라”고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6년 9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하사 B 씨는 대대 본부 건물에 하나밖에 없는 여자화장실을 쓸 때마다 행정반에서 열쇠를 받아 가야 했다. 부대를 방문한 민간 여성용 화장실이어서 평소에 잠가 놓고 열쇠는 행정반에서 보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B 씨는 매번 용변을 볼 때 행정반 남성 사병에게서 열쇠를 받아야 했다. 이 화장실 변기가 고장 났을 때는 근무지에서 약 50m 떨어진 위병소 면회객 화장실을 써야 했다. B 씨 진정서에는 정말 급할 때는 탄약통을 요강 대용으로 쓰기도 했다고 돼 있었다. B 씨는 이런 사정을 당시 상급자인 A 씨에게 알렸지만 이후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같은 해 10월 말 유격훈련을 나갔을 때 숙영지에 여성 전용 화장실과 샤워실이 설치됐지만 A 씨는 B 씨에게 “이곳을 이용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자신이 사용했다. B 씨는 차를 타고 1.6km 떨어진 다른 부대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고 한다. A 씨는 “유격장의 여성 전용 화장실과 샤워실이 고장 나서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자신의 부대와 상급부대 양성평등상담관에게 이 같은 고충을 털어놨지만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인권위는 확인했다. B 씨는 결국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고 현재 휴직 중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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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희정, 성폭행 고소 사실관계 묻자 “그 얘기는 하지맙시다”

    “저를 고소한 분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제 아내가 더 힘들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후 어떤 일을 당하든 아내와 가족들 곁에 조금 더 있어주고 싶습니다.” 10일 오전 4시 반경 수도권 외곽의 한 휴게소 주차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날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해 9시간 반가량 조사를 받은 뒤 승용차를 타고 수도권의 모처로 향하던 길이었다. 안 전 지사는 기자와 대화를 하다 갑자기 헝클어진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계단에 쪼그려 앉았다. 멍하니 허공을 주시했다. ○ 안희정 “날 내버려둬 달라” 안 전 지사는 “내가 버티는 유일한 이유는 가족들 때문이다. 아내가 얼마나 힘들어하겠는가. 잘못의 책임은 나에게 묻고 가족들은 괴롭히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족이 있는 곳으로 이제 갈 수가 없다. 부모님 댁으로 가고 싶어도 집 앞에 기자들이 진을 칠 테니 나는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다”며 흐느꼈다. 이날 안 전 지사가 탄 차량을 운전한 안 전 지사의 친구는 “(안 전 지사가) 잘못은 했지만 친구의 초상을 치르기 싫어서 도와주고 있다”며 “이 친구의 아내가 지금도 걱정이 돼 집에서 잠을 못 이루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성폭행 피해자 김지은 씨(33)가 고소한 내용의 사실 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그 얘기는 하지 맙시다”라며 답을 피했다. 안 전 지사는 기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다가 불안한 듯 휴게소 주차장을 서성이며 연달아 담배를 피웠다. 그는 “지난 월요일(5일) 관사를 나온 후 옷을 한 번도 갈아입지 못했다”며 “어제까지 아내가 있는 곳에 머물렀는데,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날이 5일이다. 휴게소에서 2시간가량 머문 안 전 지사는 오전 6시 반경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오전 8시경 수도권 모처의 목조 조립식 건물에 도착한 안 전 지사는 이곳에 머물며 검찰의 소환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안 전 지사 측은 “안 전 지사의 심리 상태가 불안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라 가족과 함께 머물며 사죄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이날 오전 2시 반경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성폭행 피해자 김 씨에 대해 “저를 지지하고 저를 위해 열심히 했던 참모였습니다. 미안합니다. 마음의 상실감, 배신감 여러 가지 다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전날 오후 5시경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해 취재진 앞에 섰을 때는 국민과 가족에게 사과하면서 김 씨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안 전 지사는 김 씨가 검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고 있던 때 일방적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유를 묻자 “소환을 기다렸습니다만 견딜 수 없게 저도…”라고 말했다. 김 씨 측은 이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사과의 행동이 아니다. 매우 유감이다”고 비판했다. 안 전 지사는 검찰청사를 빠져나간 자신의 차량을 일부 언론사 차량이 따라붙자 차를 세우고 나와 “제발 나를 좀 내버려둬 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강압적 성관계 없었다” 혐의 부인 안 전 지사와 피해자 김 씨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두 사람의 진술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김 씨가 지난해 7월과 9월 각각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러시아와 스위스 출장에 동행했던 충남도 관계자 등 참고인 조사도 벌이고 있다.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안 전 지사의 성관계 요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수행비서로서 안 전 지사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안 전 지사는 김 씨와의 성관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위력 등 강압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번 주에 안 전 지사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또 안 전 지사에게 세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 A 씨는 이번 주초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 등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할 예정이다.이지운 easy@donga.com·신규진·이지훈 기자}

    •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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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자 檢조사 날… 안희정, 기습 출석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9일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했다. 비서였던 김지은 씨(33)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지 나흘 만이다. 안 전 지사는 검찰청사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 “저로 인해 상처 입었을 많은 분께 죄송하다”고 밝혔지만 김 씨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혐의 인정을 묻는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한 뒤 검찰청으로 들어갔다. 전날 입장 표명 계획을 갑작스레 취소한 안 전 지사는 이날 출석도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오후 3시 40분경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이 “오후 5시에 출석하겠다”고 검찰에 통보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10시부터 피해자 김 씨가 검찰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김 씨를 지원하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측은 이날 안 전 지사의 갑작스러운 출석에 대해 “매우 유감이다. 피해자에 대한 어떤 사과의 행동과 태도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김 씨를 성폭행한 곳으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을 사흘째 압수수색했다. 또 충남도에서 최근 1년간 안 전 지사의 상세한 일정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여기엔 국내뿐 아니라 김 씨가 성폭행 장소로 언급한 러시아와 스위스 등 해외 출장 자료도 포함돼 있다. 신규진 newjin@donga.com / 홍성=배준우 기자}

    • 201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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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광덕 의원 친형 살해 용의자 검거…피해자의 아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의 친형을 살해한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주 의원 친형의 아들이었다. 7일 경기 구리경찰서는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아들 주모 씨(40)를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들 주 씨는 지난달 27일 구리시 아파트에 사는 아버지(62)를 둔기로 때리고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전 아버지 아파트 주변 PC방에 아들 주 씨가 다녀간 사실과 살인에 쓰인 흉기에서 발견된 지문 등을 토대로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판단했다.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주 씨가 중랑구로 도피한 것을 확인하고 서울 중랑경찰서와 공조 추적했다. 주 씨는 7일 오전 9시 25분경 중랑구 큰길가에서 일면식도 없던 두 남성을 폭행하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담배를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주먹을 휘둘렀다. 중랑서 중화지구대로 연행된 주 씨는 아버지 살인사건에 대해 묻자 “내가 죽였다”고 진술했다. 주 씨는 “아버지에게 돈 몇 십만 원을 달라고 했는데 주지 않아서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주 씨는 직장이 없고 거주지도 일정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8일 주 씨에 대해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 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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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은 “부끄러운 행동 한 적 없다” 성추행 부인, 최영미 “용서 빌 마지막 기회 날려… 딱하다”

    성추문에 휩싸인 고은 시인(85)이 영국의 한 출판사에 성명서를 보내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현지 시간) 고 시인이 영국 출판사 ‘블루덱스’의 고 시인 담당자 닐 애슬리 씨에게 보낸 성명서를 보도했다. 고 시인은 성명서에서 “일부 인사들이 나에게 제기하는 상습적 성추행에 대해서 단호하게 부인한다”고 했다. 또 “시간이 지나 한국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논란이 잠재워지기를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사실과 맥락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의 친구들에겐 아내와 나 자신에게 부끄러울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밝힌다”고 주장했다. 고 시인은 “내가 한 인간으로서, 시인으로서 명예를 유지하면서 계속 (시를) 집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애슬리 씨에 따르면 고 시인은 지난달 종양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고 시인의 성추문을 시 ‘괴물’을 통해 처음 폭로한 최영미 시인(57)은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는 이제 그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를 날려 보낸 것 같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민들에게 용서받을 수 있었는데 딱하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지난달 27일 동아일보에 보낸 약 1000자 분량의 글에서 자신이 직접 목격한 장면을 상세히 묘사했다. “그가 의자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그리고 갑자기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손으로 만졌다. 잠시 후 그는 나와 다른 젊은 여성 시인을 향해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라고 명령하듯 말했다.” 최 시인은 4일 “저는 없었던 일을 날조해 글을 쓰지 않았다.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조사하는 정식 기구가 출범하면 나가서 상세히 밝히겠다”고 했다. 또 다른 문인들도 고 시인이 지방의 대학 초청 강연회와 시집 출판 계약을 논의하는 자리 등에서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하고 여성의 허벅지 등 신체 일부를 더듬는 장면을 직접 봤다고 동아일보 기자에게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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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단 휴강… 학생 폭로 이어져 미투 후폭풍에 휩싸인 대학가

    2일 개강을 한 대학가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미투’ 열풍은 지금까지 서울예술대학 등 일부 학교에 집중됐다. 겨울방학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개강을 한 전국 여러 대학에서 교수의 제자 성추행, 성희롱 등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미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의 새 학기 일정은 파행으로 시작됐다. 이 학과 전체 교수 6명 중 최용민, 박중현, 이영택, 안광옥 교수 등 4명이 성추문에 연루돼 수업에서 배제된 것이다. 남은 교수는 여성 2명(장미희, 권경희). 장 교수는 안식년이라 권 교수가 유일하다. 결국 개강 첫날부터 휴강이 이어졌다.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파행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에 따르면 연극영상과 학생들은 박 교수가 학교 영상편집실에 학생들을 불러 안마를 강요했고, 실습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새로 학과장을 맡은 권 교수는 “교수 4명이 빠지면서 수업 시간이 일주일에 15시간이나 펑크가 났다. 피해 학생뿐 아니라 남아 있는 교수와 학생 모두가 피해자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5일부터 명지전문대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에 나선다. 경찰도 교수 성추문 의혹의 사실 확인에 착수했다. 서울예대에선 학생과 학교 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성추문에 휩싸인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 배병우 사진작가, 배우 한명구 씨 등이 교수로 있는 곳이다. 이 학교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말 ‘미투’ 운동 지지 성명을 냈다. 그러나 참여 교수의 이름이 한 명도 없는 성명이었다. 학생들은 명단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에 참여한 교수들 중 추가로 폭로될 ‘미투’ 가해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름을 못 밝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김태인 서울예대 총학생회장은 “교수협의회 측에 성명에 참여한 교수 명단 공개를 정식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수협의회가 자신 있게 성명에 참여한 교수들 명단을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강 이후에도 ‘미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서울예대 교수는 “나도 교수협의회의 입장을 지지했지만 계속 다른 교수들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명단 공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일 서울예대 재학생 C 씨는 지난해 공연을 준비하며 교수들이 전라로 연기할 것을 강요했다는 새로운 내용을 폭로했다. 여주인공 C 씨가 난색을 표하자 교수들은 “벗지 못한다니 배우의 마인드가 안 됐다”, “한국 학생들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너무 보수적이다”라며 계속 누드신을 강요했다는 것이다.조동주 djc@donga.com·신규진·사공성근 기자}

    •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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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강제징용 유해 33구 봉환… 1일 광화문광장서 추모제

    99주년 3·1절을 하루 앞두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 33구가 돌아왔다. 지난해 광복절 1차 33구 봉환 이후 두 번째다. 28일 오전 국평사(國平寺) 윤벽암 스님(62)과 ‘일제강제노동자 유해봉환위원회’ 관계자 32명은 가슴에 하얀 유해함 33개를 안고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일본 도쿄(東京) 히가시무라야마(東村山)시 재일동포 사찰 국평사에 안치돼 있던 유해다. 윤 스님 및 위원회 일행은 이날 오후 1시경 서울 용산역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유해를 모시고 노제를 지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자들은 용산역에 집결해 부산으로 기차를 타고 가서 일본행 배에 올랐다. 이들 유해를 실은 차량은 용산역에 이어 남산 숭례문 청계천 탑골공원 종각을 순례한 뒤 광화문까지 왔다. 위원회 관계자는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을 고려해 이번에 33구를 모셔왔다”고 말했다. 이들 유해는 서대문구 순국선열사당에 임시 안치됐다.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7대 종교 관계자 및 국가유공자 후손 등이 모여 국민추모제를 연다. 2일 경기 파주 도라산역을 순례한 뒤 서울시 협조를 받아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 안치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비무장지대(DMZ)에 강제징용 희생자 남북공동추모공원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윤 스님은 “연고도 없는 민초인 이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게 돼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국평사는 일본 전역에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를 수습해 안치하기 위해 1965년 창건했다. 지금까지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 3000구를 절에 안치했다. 이후 연고가 없어 남은 유해 1000여 구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101구의 봉환을 추진해왔다. 위원회는 올 광복절에 남은 유해를 3차로 봉환한다.신규진 newjin@donga.com·권솔 기자}

    • 2018-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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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뒤 언니들처럼 되고싶은데… 코치도 없어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딴 ‘언니들’처럼 모두가 우연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닐 때 “친구들이 다 하기에 재미있어 보여서”, “친구가 같이 하자고 해서” 컬링을 접했다. 그런데 이젠 누구보다 진지하게 컬링으로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경북 의성여고 컬링부 류영주(19·졸업·스킵) 안정연(18·리드) 최수연(18·세컨드) 김수현(18·서드) 류혜진 양(18·후보) 등 5명의 이야기다. 이들은 23일 인터뷰, 25일 전화 통화에서 “언니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다시 열심히 해서 더 큰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값진 은메달을 안긴 ‘팀 킴(Team Kim)’ 5명 중 4명이 의성여고 선배다.○ “언니들 보면서 다시 힘내” 언니들은 의성여고 컬링부의 선생님 같은 존재였다. ‘팀 킴’의 리드인 김영미(27)는 이들이 의성초교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할 때 코치 역할을 했다. 최 양은 “지난해 4월 언니들이 국가대표에 선발된 뒤로는 거의 얼굴을 못 봤지만, 그 전에는 주말마다 맛있는 것도 사주고 여행도 함께 갔다”고 말했다. 서드 김경애(24)와 후보 김초희(22)가 이들을 데리고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으로 즉흥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들은 언니들이 의성으로 돌아오면 여행을 같이 가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후배들은 언니들의 갑작스러운 인기가 얼떨떨하면서도 자극제가 됐다고 했다. 류영주 양은 “‘팀 킴’은 원래 대회 체질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최 양도 “같은 훈련장에서 연습했던 언니들이 맞나 싶을 정도”라고 했다. 김 양은 “우리도 언니들처럼 열심히 훈련해서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다. 서로 응원하며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심경이 복잡하다. 이들은 “솔직히 컬링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업팀이 많지 않아 장래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 적절한 훈련과 실전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을 받을 컬링 전문가를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은 “컬링은 취미로 해도 되지 않느냐. 지금이라도 공부를 해라”라고 충고한다. 1월 열린 제99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여고부에서 의정부 송현고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당장 최근 졸업한 류영주 양이 일반 대학으로 진학을 한다.○ 올해 지원자 0명…명맥 이을 걱정 전국에 컬링 열풍이 불고 있지만, 컬링 선수를 희망하는 학생들과 전담 코치 부족은 엄연한 ‘현실’이다. 컬링을 ‘교기’로 정한 의성여고조차 전문 코치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의성여고 컬링팀에는 현재 기술코치가 없다. 김 양은 “지난해 초부터 선수들끼리 훈련했다. 방향성도 없고 어떻게 훈련해야 하나 막막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3월 ‘팀 킴’의 의성여고 시절 코치였던 김경석 씨(53)가 학교를 떠난 뒤부터 시작됐다. 그 이후 체육교사로 전입 온 강천석 교사(50)가 코치 대행 격으로 나서 규정집과 유튜브 동영상을 일일이 찾아가며 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의성여고는 경북도교육청에 “전문 코치 1명을 배치해 달라”고 줄곧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도내 체육 육성학교로 초중고교 총 270개교가 지정돼 있다. 컬링 지원을 확대하면 다른 종목도 챙겨야 해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성여고가 교육청에서 훈련비 등으로 지원받는 자금은 연간 1300여만 원이다. 한 번에 1000만 원 이상이 드는 해외 전지훈련은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바뀐 규정을 잘 몰라 컬링부 학생들이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에 아예 출전도 못 하는 일까지 있었다. 올해 의성여고 컬링 특기생으로 지원한 학생은 없다. 지금 컬링부에 남아 있는 선수 4명도 내년에 졸업한다. 의성여중에서 지난해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배우던 학생 6명은 “컬링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컬링 심판으로 활동한 김 씨는 “그동안 정치인 등이 컬링을 지원하겠다고 한 적은 정말 많았지만 모두 말뿐이었다”며 “일회성 관심으로 그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팀 킴’의 이번 올림픽 선전이 의성여고 후배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의성군은 이르면 올 하반기 의성여고에 코치 1명을 배치할 예정이다. 최 양은 “올림픽 이후 컬링장이나 대회가 많이 생기고 실업팀도 늘어나면 나도 컬링을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의성=신규진 newjin@donga.com / 강릉=권기범·이지운 기자}

    • 20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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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속엔 금메달” 의성 주민들, 컬링 응원하며 축제한마당

    평창 겨울올림픽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이 아시아 최초로 은메달을 딴 25일 경북 의성군은 ‘축제 한마당’이었다. ‘팀 킴’은 아쉽게 스웨덴에 패했지만 주민들은 메달 색깔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금메달이 아니면 뭐 어떻습니까. 다음에 따면 됩니다. 허허.” 김영미(27) 김경애(24)의 큰어머니인 배경숙 씨(65)는 이날 의성군 의성실내체육관에서 응원을 마치고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오전 9시 이른 경기에도 주민 1200여 명이 경기 2시간 전부터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23일 일본전에 600여 명이 응원을 했던 것보다 2배나 많은 인원이다. 학생들과 주민들은 ‘팀 金메달’ ‘의성 마늘 와사비(일본)를 이겼고 바이킹(스웨덴)을 넘자’ 등 선수들을 응원하는 손팻말을 들었다. 간혹 ‘수고했어. 은메달도 괜찮아’라고 적은 손팻말을 준비한 주민도 있었다.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도 주민들의 응원 열기는 식지 않았다. 3엔드 스웨덴 대표팀이 앞서가자 장내에는 “아” 하고 탄식이 쏟아졌다. 주민들은 옆 사람의 손을 꼭 붙잡고 눈을 감거나 아쉬움에 무릎을 쳤다. 하지만 이내 북과 꽹과리를 치며 “대한민국~” “잘한다!”를 연호했다. 4 대 1로 지고 있던 6엔드에도 일부 주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췄다. 9엔드가 끝나고 스웨덴 대표팀 승리가 확정된 순간에도 주민들은 자리에 남아 “괜찮아”를 목청껏 외쳤다. 김선영(25)의 고모 김순자 씨(65)는 “(처음엔) 준결승도 못 갈 줄 알았다. 여기까지 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고 대견해했다. 정옥화 의성여고 총동창회장은 “국민들 마음속에는 이미 금메달이다. (선수들이) 꿈같은 한 달을 선사해줬다”고 말했다. 의성=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의성=정현우 기자 edge@donga.com}

    • 2018-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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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경선배’ 연장 마지막샷 성공하자 전국이 “만세”

    근엄한 표정으로 ‘안경 선배’로 불렸던 주장 김은정(28)은 승리 직후 안경을 벗은 채 관중석을 향해 손키스를 날렸다. 그리고 힘차게 거수경례를 했다. 강릉 컬링센터에서 “대한민국∼”을 연호하다 긴장감에 숨죽였던 관중석에서 기쁨의 함성이 터져 나오던 그 순간, 전국이 만세 소리에 휩싸였다. 김은정의 고향 경북 의성은 함성과 눈물로 가득했다. ‘일본 넘고 결승 가즈아∼’ ‘의성의 딸 은정아 金길만 걷자’. 각종 손팻말을 든 할머니 아저씨 오빠 동생들이 가득한 의성여고 체육관. 600여 명의 주민과 학생들은 경기 내내 ‘헐(서둘러)’과 ‘업(스위핑을 멈추고 기다려)’ 그리고 ‘영미’를 외쳤다. 김은정이 마지막 던진 스톤이 하우스 중앙에 안착하며 연장 승부를 끝내는 순간 주민들은 일제히 무대 앞으로 뛰쳐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자리에 앉아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선영(25)의 고모 김순자 씨(60)는 “우리의 영웅 앞에는 이제 금메달뿐입니다.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치며 눈물을 훔쳤다. 의성군 토박이 김경재 씨(60)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이렇게 많이 모여 응원한 적이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경기 내내 체육관에서는 ‘희로애락’이 반복됐다. 10엔드에 승리를 손에 잡은 듯했지만 경기가 연장전으로 접어들자 “아” 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일부 학생은 스톤이 하우스를 향할 때마다 손으로 눈을 가렸다. TV에서 김경애 선수의 “쨀까요?”(스톤을 쳐서 밖으로 보낸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라는 목소리가 들리자 주민들은 “째뿌라! 째뿌라!”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오전부터 의성에서는 일터마다 경기를 앞두고 흥분과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3시간 전부터 주민 100여 명이 태극기와 피켓 등을 들고 체육관을 찾기 시작했다. 10대부터 80대까지 체육관 한쪽에 마련된 ‘플로어(floor) 컬링장’에서 “자, 세게 던져” “영미야!” 등을 외치면서 스톤을 날렸다. 의성의 특산물인 마늘로 만든 소시지와 과자 등을 먹으며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주민들도 있었다. 경기가 열리는 강원 강릉에 가지 않고 의성에 머물고 있는 선수 가족들은 TV를 지켜보며 선수들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김은정의 친척 한월선 씨(67·여)는 “은정이가 개울물에서 물놀이하던 때가 생각난다. 잘 커줘서 고마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영미(27), 김경애(24) 자매의 큰어머니 배경숙 씨(65)는 “집에서 훈련장이 가까워 (두 선수가) 훈련이 끝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했었다. 돌아오면 기쁜 마음으로 푸짐하게 한 상 차려주겠다”고 말했다. 의성여고 총동창회 회원 50여 명은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한 현수막과 피켓을 제작해 모교를 찾았다. 경북 지역뿐 아니라 서울과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 온 회원도 있었다. 정희옥 의성여고 총동창회 부회장은 “‘팀 킴’의 선전으로 동창회도 다시 부흥하고 있다. 의성여고를 위한 큰 축제를 만들어준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팀 킴의 후배인 의성여고 학생들도 방학 중이지만 50명 가까이 학교를 찾았다. 이세나 의성여고 학생회장은 “일요일 결승 때는 전교생을 모아 선배들에게 힘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전 국민이 지켜보며 열렬한 응원을 보냈지만 쉽지 않았던 승리였다. 한국은 6-4로 앞서던 7엔드 마지막 스톤을 던져 1점을 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스톤을 일본 쪽 스톤과 같이 내보내며 0-0 승부를 선택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래야 8엔드 그리고 10엔드에 ‘후공’으로 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컬링은 나중에 스톤을 굴리는 후공이 득점에 유리한 종목이다. 한국은 2, 3점 차를 유지하며 앞서 나갔다. 한국과 일본의 컴퓨터처럼 정교한 투구가 이어지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7-6으로 앞서 있던 10엔드 마지막 스톤 처리 과정이 문제였다. 김은정이 보낸 스톤은 하우스 중심에 있던 일본 스톤을 밀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스톤보다 먼 위치에 멈췄다. 결국 두 팀은 ‘엑스트라 엔드’(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 분위기가 넘어온 건 서드 김경애가 6번째 투구를 통해 더블테이크아웃(상대 스톤 두 개를 한꺼번에 쳐내는 일)에 성공하면서부터. 일본은 작전타임을 부른 뒤 가드를 놓아 길을 가로막는 전술을 구사했지만 한국 스킵 김은정이 하우스 중심에 있던 일본 스톤을 밀어내며 승기를 굳혔고, 마지막 스톤을 중심에 놓으며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의성=신규진 newjin@donga.com·정현우 / 강릉=정윤철 기자}

    • 201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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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도 청소할때도 “헐” “업”… 봄축제땐 ‘산수유 컬링’

    “우리 같은 노인네도 다 알아. 빙판 비석치기 아녀?” 22일 오후 경북 의성군 한 노인정에서 토박이 신순희 씨(73·여)가 TV를 가리키며 말했다. TV에서는 전날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 대 러시아 경기 하이라이트가 나왔다. 이날 모인 할머니 할아버지 13명에게는 벌써 세 번째 시청이었다. 김영미 선수가 스위핑(비질)을 하자 “아이고, 잘 닦는다. 청소 참 잘하겠다” “이제는 마늘보다 컬링이 우리 동네 자랑이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들은 상대방 스톤을 스톤으로 맞혀 밀어내는 컬링이 돌멩이를 세워놓고 돌멩이를 던져 쓰러뜨리는 비석치기와 비슷하다며 ‘빙판 비석치기’라고 불렀다. 세계랭킹 1∼4위 팀을 모두 격파하며 예선 1위로 준결승에 진출한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팀 킴(Team Kim)’. 이들이 성공한 비결의 하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면에서의 친숙함이었다. 김초희 선수를 제외한 팀 킴 네 선수의 고향 의성에는 2006년 국내 첫 컬링경기장이 세워졌다. 이듬해 방과후 활동으로 컬링을 택하면서 팀 킴의 신화는 태동했다. 또한 의성 사람들에게 컬링은 낯선 겨울스포츠가 아니라 오랫동안 해온 놀이의 현대판일 뿐이었다.○ 축제에서, 학교에서 컬링은 일상 인구 5만4000명의 소도시에는 10, 20대 놀거리가 많지 않다. 그런 의성에서 컬링은 신선한 놀이였다. 김영미 김경애 선수의 친척은 “자연히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컬링장에 가는 문화가 정착됐다. 의성이 대도시였으면 컬링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네 놀이에 컬링을 붙이는 경우도 많다. 매년 3월 말 산수유 꽃축제를 할 정도로 많은 산수유나무에 열매가 맺히는 5월이면 뒷산에서는 ‘산수유 컬링’이 열린다. 흙바닥에 원을 그려놓고 산수유를 던져 가장 중심에 가까이 던진 사람이 이긴다. 김경재 씨(60)는 “허리가 아파 빙판에서는 무리지만 컬링과 비슷한 놀이라면 어디서든 한다”고 말했다. 팀 킴 선수 4명의 모교인 의성여고는 지난해부터 체육시간에 컬링을 한다. 빙판이 아닌 나무 바닥에서 하는 ‘플로어(floor) 컬링’ 대회도 연다. 빙판이 아니니 브룸(broom·비)은 필요 없다. 그래도 학생들은 스위핑을 흉내 낸다. 표적도 컬링처럼 하우스라고 부른다. 최재용 교장은 “복도 청소를 할 때도 (학생들이) ‘헐’(영어 hurry의 줄임말·더 빨리 스위핑하라는 말) ‘업’(스위핑을 멈추라는 뜻) 등을 외친다”고 말했다.○ 합숙 응원하는 ‘팀 페어런츠’ 팀 킴 부모들은 올림픽이 개막하자마자 경기장이 있는 강원 강릉시로 올라왔다. 이들은 몇 달 전 강릉 가정집 한 층을 통째로 빌렸다. 함께 먹고 자며 응원도 함께 간다. ‘팀 페어런츠(Team Parents·부모)’인 셈이다. 팀 킴의 경기가 없던 22일은 가족들에게도 오랜만의 휴일이었다. 팀 페어런츠는 이날 오전 강릉 바닷가를 찾았다. 준결승을 앞두고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다. 이들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국민적 관심에 감사드릴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딸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세라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른 스포츠보다 멘털(정신력)이 중요한 경기라 괜한 이야기로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면 안 된다는 뜻이다. 스킵(주장) 김은정의 아버지 김광원 씨는 예선이 시작한 뒤로는 딸과 통화 한 번 하지 않았다. 경기장에 가도 멀리서 눈인사만 한다. 김 씨는 “불공드리듯 (응원)하고 있다. 부모 자식 간에는 텔레파시 같은 것이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경기를 보면 (그 마음을 느낀 딸이) 실수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음을 졸이는 건 세컨드 김선영의 아버지 김원구 씨도 마찬가지다. 김 씨는 “딸과 다른 선수들이 올림픽 전에 (언론 인터뷰는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뭐든 선수들 의지대로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보다 낫다’는 문장이 올라있다. 조용한 응원은 부모들 몫만은 아니다. 팀 킴이 의성여고에 다닐 때 컬링부 코치였던 김경석 씨(53)는 컬링심판(ITO)으로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다. 중립 의무가 있어 선수들을 코앞에서 보지만 응원할 수 없다. 김 씨는 “올림픽 기간에 일부러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며 웃었다.의성=신규진 newjin@donga.com·정현우 / 강릉=이지운 기자}

    •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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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세딸 살해 혐의 30대 엄마 체포

    여섯 살 난 딸을 살해한 혐의로 30대 친어머니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친딸 A 양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B 씨(38)를 긴급 체포해 수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경 서울 강서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119 신고가 접수됐다.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A 양 아버지의 신고였다.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하며 근처 대형 병원으로 옮겼지만 A 양은 끝내 숨졌다. 사인은 질식사였고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2∼3시간 전에 이미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A 양 부모는 구급대원에게 “밤늦게까지 아이에게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법의관은 아이의 시신을 검안하는 과정에서 목에 미심쩍은 흔적을 발견했다. 끈으로 졸린 듯한 흔적이었다. 경찰은 타살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B 씨를 긴급 체포했다. B 씨는 체포 직후 “아이의 목을 눌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한동안 진술을 거부하던 B 씨는 오후 늦게 살해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은 B 씨의 범행 동기와 수법을 수사하는 한편 아버지의 범행 가담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또 숨진 A 양의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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