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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영화감독 김기덕 씨(57·사진)가 여배우를 촬영장에서 폭행하는 등 ‘갑질’을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2일 영화계와 검찰에 따르면 여배우 A 씨(41)는 김 감독을 폭행과 강요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일선 경찰서로 내려보내지 않고 형사6부(부장 배용원)에 배당해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A 씨는 2013년 개봉한 김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에서 당초 주연을 맡았었다. 그러나 같은 해 3월 촬영장에서 A 씨는 김 감독에게 “감정이입에 필요하다”며 뺨을 맞는 등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또 김 감독은 당초 대본에 없던 베드신 촬영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 씨는 영화 출연을 포기했고 A 씨의 역할은 다른 여배우에게 넘어갔다. A 씨의 지인에 따르면 A 씨는 영화에서 하차한 뒤 변호사를 찾아가 법률 상담을 받았지만 영화계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 등을 두려워해 고소를 포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감독의 폭행과 모욕으로 입은 A 씨의 정신적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A 씨는 결국 배우를 그만둔 뒤인 올해 초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영화노조)을 찾아가 자신이 당한 일을 알렸고 김 감독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김 감독 측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뺨을 때린 건 맞지만 폭행 장면 연기 지도를 하려 했던 것”이라며 “시나리오에 없는 베드신을 강요한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 영화감독으로는 최초로 3대 국제영화제로 불리는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에 모두 초청을 받았다. 특히 2012년 베니스 영화제에서는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정정보도문본보는 2018. 6. 3. 제목의 기사 등에서 ‘영화 뫼비우스에서 중도하차한 여배우가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위 여배우는 김기덕이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를 바로 잡습니다.}

법무부가 27일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파격과는 거리가 있었다. 당초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가 사법연수원 기수 파괴 등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해온 ‘정치 검찰’ 청산을 본격화하는 첫걸음이 될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달 초 이른바 ‘우병우 사단’으로 낙인찍힌 검찰 간부들을 여러 명 좌천시키는 충격요법을 썼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가까웠던 일부를 요직에서 배제하는 데 그쳤다.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맞물린 인사로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수가 기존 49명에서 44명으로 줄었다. 특별수사와 공안수사를 맡는 자리에는 비주류였던 간부나 기획부서 근무 경험이 많은 이들이 배치됐다.○ 검사장 승진 12명 중 3명이 호남 출신 이번 검찰 간부 인사의 첫 번째 키워드는 호남 출신의 약진이다. 서울고검장에 전남 장성 출신인 조은석 사법연수원 부원장(52·사법연수원 19기), 법무연수원장에 전남 영광 출신인 김오수 서울북부지검장(54·20기)이 임명되면서 고검장 승진자 5명 중 2명이 호남 출신으로 채워졌다. 또 12명의 검사장 승진자 중 3명이 호남 출신이다. 특히 전북 고창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법대 동문인 이성윤 서울고검 검사(55·23기·금융위원회 파견)는 향후 검찰 개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검 형사부장에 기용됐다. 형사부장은 전국 검찰의 형사부를 총괄한다. 조 고검장과 이 형사부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수사를 함께했던 인연이 있다. 조 고검장은 당시 대검 형사부장으로 근무하며 해경의 부실 구조 의혹을 강하게 수사하라고 주문했다가 청와대에 밉보여 한직을 전전했다. 당시 목포지청장이었던 이 형사부장은 검경 합동수사본부장을 담당했다. 그는 희생자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하는 현장까지 일일이 챙기는 섬세한 자세로 검찰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국 검찰의 특별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부장엔 전남 여수 출신인 김우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50·22기)이 임명됐다. 2015년 말 검사장으로 승진한 김 반부패부장은 특별수사 경험이 많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유력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주로 수사하는 일선 특수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검 공안부장에는 공안부 근무 경험이 거의 없는 권익환 법무부 기획조정실장(50·22기)이 임명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공안부 조직과 역할을 축소하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정윤회 문건’ 수사 검사 두달만에 또 전보 특별수사 부서에서 우 전 수석과 함께 근무한 인연 때문에 ‘우병우 라인’이라는 구설에 올랐던 유상범 광주고검 차장검사(51·21기)와 김기동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53·21기),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51·22기)이 요직에서 배제됐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던 유 차장검사는 지난달 창원지검장에서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좌천을 당한 지 두 달 만에 다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원전 비리, 방산 비리 등 굵직한 사정수사를 주도했던 김 단장은 한직인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밀려났다. 이 차장은 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수사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 임명됐다. 강경석 coolup@donga.com·허동준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의 취임 첫날인 25일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범정)에 갑작스러운 전원 교체 명령이 떨어져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대검은 이날 오전 범정 소속 수사관 40여 명에게 “이달 말 정기인사에서 전원이 일선 검찰청으로 내려갈 것”이라며 “기존 업무를 중단하고 희망 근무지를 적어 내라”고 지시했다. 수사관들은 이에 따라 사무실에서 짐을 빼고 대외 정보활동을 중단했다. 같은 시각 서울중앙지검 범죄정보과 소속 수사관 10여 명에게도 희망 근무지를 적어 내라는 지시가 전달됐다. 대검 관계자는 “범정의 역할과 대외 활동 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 방침을 정하는 등 ‘리빌딩(조직 재편성)’을 한 뒤, 다시 인력을 충원해 범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정을 해체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날 검찰 내부에서는 범정 수사관 전원 교체가 ‘정치 보복’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올해 5월 대선을 전후해 범정이 현 여권 인사들의 정보를 수집했고 그 때문에 범정 전체가 청와대의 눈 밖에 났다는 것이다. 또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과 함께 근무했던 검사가 검찰로 돌아와 범정에 근무하며 청와대와 자주 연락하는 업무를 담당해 미운털이 박혔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에 대해 범정 관계자는 “현 여권이나 청와대 관계자를 표적 사찰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법무부는 법무부 주요 간부를 비(非)검사 출신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의 8개 실·국장 자리 중 검사만 맡을 수 있는 직책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검찰국장뿐이다. 허동준 hungry@donga.com·배석준 기자}
박근혜 정부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 비리 의혹과 관련해 김낙회 전 관세청장(58)이 검찰에 출석해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이날 감사원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점수 조작 등이 있었다며 수사 의뢰한 사건과 관련해 김 전 청장을 소환 조사했다고 24일 밝혔다. 김 전 청장은 2014년 7월∼2016년 5월 관세청장을 지냈다. 이 기간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1, 2차 심사에서 탈락했다가 추가 사업자 선정을 통해 다시 사업권을 획득한 때와 맞물린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을 상대로 면세점 심사 당시 특정 업체의 선정, 탈락에 개입했는지, 그 과정에 청와대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10시간 넘게 추궁했다. 감사원은 11일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15년 7월과 11월 관세청의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때 점수 조작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정당한 평가가 이뤄졌다면 선정된 사업자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롯데가 정량평가 항목에서 앞서고도 부당한 평가를 받아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을 잃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롯데가 지난해 초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추가 출연했다가 돌려받은 일이 이때 상실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을 되찾으려고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국내 최대 방위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늑장 수사’ 논란에 휘말렸다. 감사원이 수사 의뢰를 한 지 2년여 만에 KAI 본사와 협력업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데다 핵심 피의자를 1년 넘게 체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친인척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회사에 247억 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주고 용역대금을 부풀려 지급해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는 KAI 직원 손모 씨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말 손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아직까지 손 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에서 손 씨처럼 장기간 잠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외부 도움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수사부는 손 씨 검거에 지난달부터 기존 인력 외에 강력부 검사 1명과 수사관 10여 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감사원으로부터 KAI 비리 의혹 관련 자료를 넘겨받고 2년여가 지난 후에야 본격 수사에 나선 점도 구설에 올랐다. 검찰은 2015년 2월 KAI 경영비리 관련 자료를 감사원에서 전달받았고, 같은 해 5월 손 씨의 혐의에 대해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검찰은 14일에야 KAI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감사원에서 자료를 넘겨받은 직후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금융거래 기록 추적을 해왔다고 해명했다. 감사원 자료만으로는 강제 수사를 하기에 부족해 추가 조사를 하느라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수사부가 2015년에는 최윤희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가 연루된 방산비리 수사에, 지난해에는 롯데그룹 수사와 국정 농단 사건에 투입돼 KAI 수사를 할 수 없었다는 설명도 했다. 이달 들어 압수수색을 실시한 데 대해 검찰은 “KAI 측이 데이터 삭제 프로그램인 ‘이레이저’를 대량 구입해 증거 인멸에 나섰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KAI 측은 “주요 방산업체 보안업무훈령에 따른 조치였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KAI 경영상의 비리가 발견되지 않으면 신속하게 수사를 끝낼 것”이라며 “수사가 지역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일절 개입하지 않고 수사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수사에 대한 언급이 자칫 가이드라인 제시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산 비리 척결 의지가 강한 만큼 검찰 조사와 별도로 부처별 적폐 청산 관련 조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허동준 hungry@donga.com·유근형 기자}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사용한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과 자필 메모 등을 넘겨받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사무실에서 해당 문건과 메모를 찾아낸 사실을 공개한 지 사흘 만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7일 “청와대로부터 넘겨받은 자료 중 일부를 특수본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특검 관계자는 “수사와 공소유지에 필요한 부분을 넘겼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문건 또는 메모를 넘겼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특검이 이날 특수본에 넘긴 자료에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지원 문제를 기록한 자필 메모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의 재판에 증거로 제출하려는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료들이 증거로 쓰이려면 누가,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했는지 확인이 돼야 한다. 하지만 특검은 2월 말 수사기간이 끝나 공소유지 권한만 갖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조사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특수본에 이들 문건 및 메모의 확인 작업을 맡긴 것이다. 특검은 이날 열린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청와대 문건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특수본은 특검에서 넘겨받은 자료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에 배당했다. 특수본은 자료 검토를 마친 뒤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당시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에 대해 필요한 조사를 할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청와대 자료가 국정농단 사건 수사 재개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가 공개한 민정수석실 자료 중에는 보수단체 불법지원 의혹,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를 기획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도 포함돼 있다. 이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가 수사 중인 사건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부에서는 청와대의 문건 공개는 우 전 수석 수사를 촉구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문건 작성 시점을 2013년 3월∼2015년 6월로 추정했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된 뒤, 이듬해 1월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민정수석실 문건과 메모 중 상당수가 우 전 수석의 근무 시기에 작성된 셈이다. 이들 문건과 메모에서 위법성이 드러날 경우 그 책임은 우 전 수석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면서 새로 공개된 문건과 메모에 대해 질문을 받고 “언론 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2015년 초 우 전 수석과 함께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한 권정훈 법무부 인권국장은 “해줄 말도, 할 말도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우 전 수석의 민정비서관 전임자로 2013년 3월∼2014년 5월 청와대에 근무한 이중희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는 “(문건 내용은) 전혀 모른다. 내 근무기간에는 문제될 보고서가 없다”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북한이 보낸 암호 지령문 속에서 찾아낸 중국 이메일 계정과 비밀번호로 확보한 이메일을 법원이 위법한 증거라며 채택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공안당국은 “간첩 수사 현실을 모르는 판결”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지난달 13일 북한 공작원에게서 지령과 활동비 1만8900달러를 받은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목사 김모 씨(53) 사건에서 김 씨가 북한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에게는 1심의 징역 4년보다 낮은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옛 통합진보당 등에서 활동했던 김 씨는 최후 진술에서 “위대한 촛불혁명 만세! 위대한 조국통일 만만세!”를 외쳤던 인물이다. 법원이 기각한 증거는 김 씨가 중국에 서버를 둔 이메일 계정으로 북한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이다. 국가정보원은 김 씨의 차량에서 압수한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에서 암호화된 지령문을 발견했다. 국정원은 지령문에 담긴 이메일 계정에 접속해 김 씨가 북한과 교신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 씨는 2013년 7월 7일 중국 인터넷 포털 ‘시나닷컴(Sina.com)’에 접속해 북한의 대남공작부서인 225국 소속 공작원에게 암호화한 이메일을 보냈다. 김 씨는 “혁명적 인사를 드리겠다. (중략) 조직은 국정원 대선비리 사건에 기독교계 전체 대책기구에 참여하는 등 대응사업을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재판부는 “이메일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계정, 비밀번호)을 확보했더라도 제3의 장소인 해외 이메일 서비스 제공자의 해외 서버까지 압수수색 범위를 확장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대한민국의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않으므로 형사사법 공조 등 방법으로 (이메일 내용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김 씨의 이메일 내용을 증거로 쓰려면 중국 정부의 공식 협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안당국은 “간첩 수사를 하지 말란 얘기냐”고 반발하고 있다. 간첩들은 대개 수사망을 따돌리기 위해 해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다. 김 씨처럼 북한과 가까운 나라의 이메일 계정을 쓰면 정식 사법 공조로는 이메일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같은 법원에서 이달 정반대의 판결이 나와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5일 이른바 ‘PC방 간첩’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취득한 계정 정보 등으로 확보한 내용은 증거로 쓸 수 있다”고 판시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허동준 기자}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정선재)는 14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현경대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78)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과 부합하는 직접적 증거가 없고, 금품 공여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믿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5선 국회의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원로자문그룹 ‘7인회’ 멤버인 현 전 부의장은 19대 총선 직전인 2012년 4월 초 사업가 황모 씨(58·여)로부터 정치자금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청와대가 공개한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의 문건과 메모가 국정 농단 사건 재판과 검찰의 추가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청와대가 14일 문건과 메모의 주요 내용을 공개한 뒤 사본을 만들어 특검에 넘긴 목적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재판의 증거로 활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들 문건과 메모가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려면 누가,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했는지 확인하는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특검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넘겨받은 기록을 검토해 수사할 부분이 있으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재판 공소유지를 하는 특검은 수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기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문건과 메모의 작성 시점이 2013년 3월부터 2015년 6월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그 기간에 민정수석을 지낸 우병우 전 민정수석(50)을 비롯해 이중희(50·현 의정부지검 차장검사), 권정훈 전 민정비서관(48·현 법무부 인권국장) 등 당시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을 일일이 조사해야 한다. 우 전 수석의 전임 김영한 전 민정수석은 지난해 별세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새로운 증거들을 마냥 반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재용 부회장의 1심 결심 공판은 다음 달 2일로 예정돼 있고 구속만기는 같은 달 27일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의 1심 구속만기도 10월 16일로 3개월밖에 남지 않아 재판 일정이 빠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청와대의 문건과 메모 공개 및 전달이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내라는 ‘공개 압박’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이 담긴 메모는 작성 시기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수사 결과 청와대가 밝힌 대로 2015년 6월 이전 해당 메모가 작성된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하기 이전이다. 줄곧 삼성 지원 혐의를 부인해온 박 전 대통령에게는 불리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청와대의 문건과 메모 공개에 대해 삼성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 중인데 해석이 명확하지도 않은 자료를 공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사실상 재판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김지현 기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는 딸 정유라 씨(21)가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자 “딸과 인연을 끊어버리겠다”며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굳이 증언을 하겠다면 내가 먼저 (이야기)하고 난 다음 나중에 하라고 했는데 말을 안 듣는다”며 격노했다고 한다. 최 씨 측 인사는 13일 “최 씨가 깜짝 놀란 정도가 아니라 기가 찬다고 한다. 최 씨는 딸이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 씨는 아연실색, 어안이 벙벙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 씨는 자신이 세운 재판 전략이 정 씨의 증언으로 엉망이 됐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의 증언에 대해 박영수 특검팀과 삼성 측 반응은 엇갈린다. 특검 측은 정 씨가 “독일에서 승마코치 안드레아스가 ‘삼성 니즈 투 페이 미(Samsung needs to pay me·삼성은 내게 돈을 지불해야 한다)’라며 짜증을 냈다”고 증언해 삼성의 최 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이 명백히 드러났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정 씨의 증언으로 이 부회장 재판이 수월해진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씨가 “(엄마에게서) ‘삼성이 2020년 올림픽에 대비해 6명을 뽑았다가 2명을 탈락시키고 4명이 출전하는데 네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한 게 삼성이 정 씨를 독점 지원했다는 특검의 공소 사실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또 삼성이 지원한 말 ‘살시도’를 구입하자는 정 씨에게 최 씨가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특검 주장과 달리 말 소유권은 최 씨 모녀가 아니라 삼성이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정 씨는 이 부회장 재판에 ‘깜짝 출석’하기 오래 전 법정에 나설 뜻을 굳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정 씨가 협박이나 회유 때문에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정 씨는 증언을 하겠다는 뜻이 확고했다”며 “정 씨가 법원까지 이동할 교통편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 12일 오전 2시경 정 씨를 집에서 차량에 태운 뒤 7시경 서울중앙지법에 데려다줬다”고 설명했다. 최 씨의 변호인단이 언론에 공개한 정 씨 집 앞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정 씨는 12일 오전 2시 6분경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특검 관계자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정 씨는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7시경까지 약 5시간 동안 특검 측과 증언 준비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경재 변호사는 “특검이 정 씨를 회유한 것으로 보인다. 증언 이후 정 씨와 전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정 씨가 특검 측에만 연락을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특검과 검찰 내부에서는 정 씨가 증언을 한 결정적 배경은 법정에서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게 향후 자신의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씨는 앞서 검찰에서 변호인이 동석한 가운데 영상녹화 조사를 받았다. 12일 증언은 대부분 이 영상녹화 조사 때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1억 원을 내놓지 않으면 꽃뱀이라고 언론과 소속사에 알려 방송 출연을 하지 못하게 만들겠다.” 검찰에 따르면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커피스미스 대표 손태영 씨(48)는 2013년 7월부터 사귀던 20대 후반 여성 방송인 K 씨가 2014년 말 이별을 통보하자 K 씨에게 이런 협박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깨끗이 헤어지고 싶으면 너에게 쓴 돈과 선물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손 씨는 2015년 1월 다른 여자와의 관계를 들켜 K 씨로부터 다시 이별 통보를 받자 “1시간 후에 꼭 인터넷 봐라. 방송국에 네 실체 싹 알려주마. 영상 푼다. 열 받음”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도 받고 있다. 결국 K 씨는 손 씨에게 1억6000만 원과 명품 의류, 구두, 가방 등을 10여 차례에 걸쳐 건넸다. 하지만 손 씨가 또다시 현금 10억 원 등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K 씨는 손 씨를 공갈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는 손 씨를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손 씨는 “K 씨가 결혼을 빙자한 불법행위를 저질러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K 씨에게서 받은 1억6000만 원은 모두 돌려줬다”고 해명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사진)의 배우자 A 씨(62)가 불법 무허가 건물을 보유하고 이를 임대하면서 영세상인과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A 씨가 서울 은평구 응암동 대림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임모 씨와 올해 2월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520만 원에 2년짜리 임대차 계약을 맺은 계약서를 공개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2월 다른 가족 4명과 공동 명의로 응암동 대지 157.6m²를 물려받았다. A 씨가 임 씨에게 임대한 상가는 해당 대지 위에 세워져 있지만 건축물 대장에는 올라 있지 않은 불법 무허가 건축물이었다. A 씨와 임 씨의 임대차 계약에 대해 윤 의원은 “서민을 울리는 ‘갑질’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계약서에는 특약 사항으로 ‘화재 발생으로 손해가 생기면 임차인(과일가게 주인 임 씨)이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고 돼 있다. 계약서상 ‘임대 기간(2년) 이전이라도 신축과 매매, 명의 변경 때에는 퇴거한다’는 특약에 대해서도 윤 의원은 “임대 기간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불합리한 계약”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박 후보자는 배우자인 A 씨의 건축법 위반과 영세상인 대상 갑질 계약 등 위법을 묵인 및 방조한 의혹이 있어 장관 후보자로서 부적격”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 측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과일가게 주인이 생업을 계속하려고 계약 갱신을 요구해와 기존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한 것”이라며 “A 씨가 증여받기 전에도 같은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이 수차례 연장됐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근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한 60대 상인은 “20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했지만 그런 특약 조항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다른 50대 상인도 “화재 손해 책임이나 임차 기간 관련 조항을 넣어서 계약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크기나 위치 등으로 볼 때 보증금이나 월세는 비싸지 않은 편”이라며 “(임대) 금액을 낮추는 대신 특약 사항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허동준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대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39)과 최 씨가 또다시 설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지난달 30일 재판에서도 박 전 과장이 “최 씨의 지시를 기록했다”며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박헌영 수첩’의 진위를 놓고 말다툼을 했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박 전 과장은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 원을 출연한 경위를 증언했다. K스포츠재단은 지난해 초 경기 하남시에 체육시설을 짓겠다며 롯데그룹에서 70억 원을 받았다가 검찰의 롯데 오너 일가 비리 수사 착수 직전 급히 반환했다. 최 씨는 박 전 과장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증인신문이 끝날 즈음 손을 번쩍 들고 “(박 전 과장이 저를 대하는 태도가) 갑자기 저돌적으로 바뀌었다”며 재판부에 직접 신문 기회를 요청했다. 최 씨는 박 전 과장을 향해 “재단 사업이 순수하다고 보지 않았다면서 왜 체육관 부지를 찾으러 다니는 등 일을 그만두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박 전 과장은 “월급을 주는 사람이 시키는 일이라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하남 체육시설 부지에 대해 최 씨는 “고영태 등이 계속 임대가 가능하다고 해서 사업을 진행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박 전 과장은 “본인(최 씨)이 저한테 말한 걸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응수했다. 박 전 과장이 재판부에 “최 씨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해도 되느냐”고 요청하자 최 씨는 “듣고 싶지 않다. 가슴이 너무 뛰어서 쓰러질 것 같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두 사람이 설전을 벌이는 동안 정면을 가만히 바라보며 침묵을 지켰다. 검찰은 “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으로 17억 원을 출연했던 롯데가 그보다 4배 이상 많은 금액을 추가 지원한 것은 대가를 바란 것”이라고 주장했다. 롯데 측은 “출연 액수를 35억 원으로 줄여보려고 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대가를 바라고 준 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가맹점을 상대로 비싼 값에 치즈를 강매하는 등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MP)그룹 회장(69·출국 금지)이 3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이준식)는 이날 정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면서 동생 부부가 운영하는 업체를 끼워 넣어 정상가보다 20%가량 높은 가격을 받은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를 집중 추궁했다. 정 전 회장은 이 같은 ‘치즈 통행세’에 불만을 품고 탈퇴한 가맹점주 가게 근처에 직영점을 열어 ‘보복 영업’을 한 혐의도 있다. 보복 영업 피해를 당한 한 탈퇴 가맹점주는 올 3월 자살했다. 검찰은 이 밖에 정 전 회장을 상대로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낸 광고비를 횡령한 의혹과 가맹점에 본인의 자서전을 대량으로 강매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다. 이날 오전 9시 18분경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정 전 회장은 포토라인에 서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어 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 들어가서 답변하겠다”며 90도 가까이 고개를 숙인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자살 사건을 내사해오다 지난달 21일 미스터피자 본사 등 3곳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28일과 29일에는 이틀 연속으로 최병민 MP그룹 대표이사를 소환조사하는 등 MP그룹 임원 및 실무자 조사도 진행해 왔다. 검찰은 정 전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수사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사법연수원 23기)이 취임한 이후 특별수사부를 포함한 인지수사 부서의 첫 사건이다. 국내 피자업계 대표 브랜드인 미스터피자가 첫 수사 타깃이 된 것은 검찰이 그간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가맹 본사의 ‘갑질’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향후 프랜차이즈 업계뿐 아니라 고용주와 근로자, 대기업과 협력업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갑질’이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견제장치 없이 일선 검사부터 검찰총장과 장관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검찰과 정치권력의 유착관계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내연관계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65·사진)는 2003년 연세법학회 동계 세미나에서 발표한 논문 ‘한국 검찰,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법무·검찰 인사권이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집중된 우리나라 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청법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이 논문에서 “한국 검찰의 문제점은 주로 검찰의 정치 지향적 판단에 대한 비판”이라며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검사 임명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는 검찰 인사의 정치화를 불가피하게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또 △장관의 자문기구에 불과한 검찰인사위원회 △효과적인 감시와 견제 기능을 못하는 위원들 △독립적 인사 기능이 없는 법무부 검찰국 등으로 인해 검찰 핵심 간부 인사가 정치적 고려와 영향력에 휘둘린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외풍 때문에 인사가 불안정하고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면 검사들이 인사권 앞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 박 후보자는 “검사 임명을 대통령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 하도록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검사 인사에서 손을 떼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박 후보자의 이런 소신에 비춰 보면 향후 검찰 인사 관행 및 제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후보자의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검사 인사권을 검찰총장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이 지명한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은 사실상 대통령의 인사권일 수밖에 없으며, 검찰의 탈(脫)정치화를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검찰청 부장검사는 “검찰총장에게 독립적인 인사권을 주고, 그 대신 문제가 생기면 검찰총장에게 책임을 물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청와대, 법무부가 인사권을 내려놓으면 검찰도 더 이상 정치권을 바라볼 이유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11억7600만 원의 재산을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재산에는 5억2400만 원 상당의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비롯해 박 후보자 부부의 예금(3억2000만 원), 전남 무안군 소재 임야 및 밭(2억9600만 원) 등이 포함됐다. 박 후보자(육군)와 장남(육군), 차남(공군)은 모두 병장 만기 전역했다.허동준 hungry@donga.com·김준일 기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씨(41·구속 기소) 변호인들이 고 씨가 관세청 인사에 개입하고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재판에서 핵심 증인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조만간 이 문제를 재판부에 알리고 해당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고 씨의 변호는 김모, 조모 변호사 등이 맡고 있다. 고 씨는 인천본부세관 소속 이모 사무관에게서 “친한 선배를 인천본부세관장으로 승진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0만 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고 씨의 변호인들이 최근 관세청 A 과장을 통해 이 사무관에게 “법정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면 당신은 관세청 징계를 피할 수 있고, 고 씨도 재판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사무관은 검찰에서 “고 씨에게 직접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고 씨 재판의 핵심 증인이다. 고 씨에게 적용된 혐의인 알선수재죄는 뇌물죄와 달리 금품을 받은 쪽만 처벌되기 때문에 이 사무관은 형사처벌은 면했다. 하지만 이 사무관은 관세청에 자신이 한 일을 자진 신고했고, 관세청은 이 사무관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사무관은 고 씨 변호인들의 회유 시도가 있은 뒤 이 사실을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알렸다. 검찰은 A 과장을 조사해 고 씨 측 회유 시도가 사실임을 확인했으며, 이를 조만간 법원에 알리고 고 씨 변호인들의 징계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 씨의 변호인 김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사무관 회유 시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재판과정에서 나올텐데 그때 반박하겠다. 검찰이 다 알고 있을 거다”라고 답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 기자}

천홍욱 관세청장(57·사진)이 지난해 관세청장 임명을 앞두고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씨(41·구속 기소)와 비밀 면접을 본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천 청장은 관세청장에 취임한 이튿날 최 씨에게 식사 접대를 하며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따르면 천 청장은 지난해 4월 말 서울 강남구 관세청 서울본부세관 근처 카페에서 고 씨와 만나 면접을 봤다. 행정고시(27회) 출신인 천 청장은 서울세관장, 심사정책국장을 거쳐 2015년 3월 관세청 차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고 씨와 면접을 볼 당시에는 관세청 유관기관인 국가관세종합정보망운영연합회 회장이었다. 이후 천 청장은 관세청장에 내정돼 같은 해 5월 25일 취임했다. 관세청장은 대개 기획재정부 출신이 맡아 온 자리여서 관세청 출신인 천 청장 임명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천 청장은 관세청이 청와대에 추천한 3배수 후보에도 없었다고 한다. 최 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관세청 과장으로부터 천 청장을 추천받아 고 씨에게 검증 지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천 청장은 취임 다음 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식당에서 최 씨를 만나 식사를 함께 했다. 천 청장은 이 자리에서 최 씨를 상석에 앉히고 “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천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특수본은 최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에게 천 청장 임명을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씨의 관세청장 인사 개입 정황은 앞서 검찰이 2월 20일 최 씨 재판에서 공개한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에도 담겨 있다. 이 파일에 따르면 고 씨는 “중요한 것 또 하나, (최 씨의) 오더(명령)가 있는데, 세관청장, 세관장, 아니 세관장이란다, 국세청장. 국세청장을 하나 임명하라는데…”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고 씨가 인천세관장 인사에 개입하고 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를 조사하던 중 최 씨가 천 청장 임명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 청와대가 천 청장을 내정한 것은 지난해 5월 23일. 고 씨는 이날 청와대 발표에 앞서 관세청 간부에게 천 청장 내정 사실을 알렸다.이를 알게 된 관세청 이모 사무관은 고 씨를 ‘비선 실세’로 생각했다고 한다. 이 사무관은 천 청장 취임 다음 날인 5월 26일 고 씨에게 “친한 선배를 인천본부세관장으로 승진시켜 달라”고 부탁한 뒤 고 씨의 요구로 2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 기자}

“자녀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불법과 부정을 보여줬고, 비뚤어진 모정은 아끼는 자녀마저 공범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서관 519호 법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 재판장 김수정 부장판사(48·사법연수원 26기)가 판결문을 낭독하는 동안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이전 재판처럼 뿔테 안경에 짙은 회색 윗옷을 입고 법정에 선 최 씨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앙칼진 표정으로 재판부와 정면의 검사석을 번갈아 바라봤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자녀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원칙을 어기고 정의를 저버리도록 만들었다”며 “피고인의 부탁을 들어준 사람은 범죄자가 되었고, 원칙을 적용하려 했던 사람들은 피해자가 되었다”고 최 씨를 꾸짖었다. 또 “범행이 상당히 중함에도 공소사실 중 상당 부분을 부인하면서 ‘만연했던 관행’을 내세우며 잘못을 희석시키려고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인 두 딸의 어머니다. 재판부는 최 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주된 죄목이 업무 방해(이화여대 학사비리)와 공무집행 방해(청담고 학사비리)인데 유사한 다른 사건에 비해 중형을 선고한 것이다. 최 씨는 선고가 끝난 뒤 방청석을 흘낏 쳐다보고는 조용히 법정을 나섰다. 이날은 최 씨의 61번째 생일이었다. 또 재판부는 ‘체육특기생은 학점 배려를 하는 게 관행’이라는 이화여대 교수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유라 씨가 2015년 1학기에 수강한 과목 교수 중 4명이 체육과학부 교수였지만, 정 씨가 8개 교과목 중 7개 과목에서 ‘에프(F)’ 학점을 받은 점에 비춰보면 이화여대에 체육특기자 배려 관행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정 씨의 부정입학과 학사특혜를 도운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55·구속 기소)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최고의 여자대학으로 근대화와 여성 인권의 모태였던 이화여대가 ‘권학(權學)유착’으로 얼룩졌다고 의심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법정에 들어설 때부터 눈언저리가 붉었던 최 전 총장은 선고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날 재판에서 정 씨가 이화여대 학사비리에 개입한 사실이 일부 인정됐다. 정 씨가 인터넷 강의 허위 수강 등 학사비리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어머니 최 씨와 최 전 총장, 하정희 순천향대 조교수 등과 공모가 있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 씨가 이화여대 부정입학에 가담했는지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이 사건을 포함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함께 공범으로 기소된 △ 삼성 뇌물 사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출연금 강제 모금 사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강요 사건 등 모두 4가지 사건 공판에서 선고받는 형을 합해 치러야 한다. 김민 kimmin@donga.com·허동준 기자}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 이후 사법부 내부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22일 현직 법관들만 글을 쓰고 열람할 수 있는 법관회의 익명게시판에는 법관회의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글이 경쟁적으로 올라왔다. 법관회의를 지지하는 측은 일부 판사들이 회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자 대법원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음모론을 제기했다. 19일 법관회의가 끝난 직후 게시판에는 “논의과정이 가감 없이 담긴 속기록을 보고 싶다”, “법관회의가 회의 내용은 비공개하면서 표결은 공개 거수 방식으로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런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한 판사는 “특정 언론에 게시판의 법관회의 관련 글이 보도된 경위에 대해 대법원이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또 일부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퇴진을 거론했다. 22일 오전 한 판사는 게시판에 양 대법원장의 직책을 생략하고 “양승태 씨는 즉각 대법원장 자리에서 물러나 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또 대법원 자체 조사 결과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축소 외압의 당사자로 드러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5)의 실명을 언급하며 “우리 판사실에 와서 재판연구원으로 일하면 되겠다”고 조롱하는 글도 있었다. 양 대법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법관회의를 옹호하는 글이 게시판에 올라온 사실이 22일 낮 한 언론에 보도되자 또 다른 음모론이 제기됐다. 한 판사는 “퇴진 요구 글이 올라오자 곧바로 언론 기사가 올라왔다. 일부 판사와 해당 언론의 호흡이 시종일관 완벽하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언론이 국제인권법연구회 외압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상호 비방이 가열되자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58·15기)은 게시판을 통해 “특정인에 대해 민형사상 (명예훼손이나 모욕) 문제가 될 수 있는 글은 자제하라. 문제가 되는 글은 보관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법원 내부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우려가 많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들의 민낯이 드러난 것 같아 참담하다”고 한탄했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판사들 수준이 이 정도여서야, 국민들이 법원을 믿고 재판에 승복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허동준 hungry@donga.com·권오혁 기자}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가 최순실 씨(61)의 딸 정유라 씨(21)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20일 법원에서 또다시 기각됐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47·사법연수원 26기)는 “추가된 혐의를 포함한 범죄사실 내용과, 정 씨의 행위 및 가담 정도 등을 볼 때 현 시점에서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 반 열린 영장심사에서 특수본은 정 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직접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정 씨는 국정 농단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라고 강조했다. 특수본은 “정 씨가 설날 등 가족 행사가 있을 때, 어머니 최 씨 휴대전화로 박 전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삼성의 특혜 승마지원 의혹이 불거진 후, 이를 감추려고 삼성이 구입해준 말 ‘비타나V’를 스웨덴산 명마 ‘블라디미르’로 바꾼 이른바 ‘말 세탁’ 과정에도 정 씨가 적극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3일 구속영장을 한 차례 기각한 점을 감안해 “엄마의 지시대로 했을 뿐, 아는 게 없다”는 정 씨의 주장을 적극 반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 측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재판에서 “(독일 승마훈련에 쓰인) 말 ‘라우싱’은 19일 국내에 들어왔고, 또 다른 말 ‘비타나V’는 수출 검역을 통과하지 못해 독일 현지 마장으로 옮길 예정”이라며 “삼성이 최 씨 모녀에게 말과 차량을 사줬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 씨 측 변호인은 영장심사에서 “정 씨가 박 전 대통령과 통화를 한 것은 2015년 성탄절 무렵 한 차례에 불과하고, ‘말 세탁’도 세세한 계약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반박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