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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이 22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다가 제지당하기 전 법무부 공익법무관 2명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여부를 조회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법무부는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소속인 법무관 2명에 대한 감찰 조사에 착수해 출금되지 않은 사실을 김 전 차관 측에 제공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관 2명은 18∼22일경 출입국정보관리 시스템에 로그인한 뒤 김 전 차관의 이름을 입력해 출금 여부를 조회했다. 법무부는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처분 이후 정식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 출금 여부는 본인 또는 변호사가 출입국사무소를 직접 방문해야 확인 가능하다. 직무와 관련 없는 출금 여부 조회는 출입국관리 기본업무처리지침 위반으로 징계 사유에 해당된다. 법무부는 감찰에 착수해 두 법무관을 상대로 출국금지 조회 이유와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법무관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로스쿨 졸업생이 대체 복무하는 직위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들은 조회 사실만 시인할 뿐 구체적인 경위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앞서 김 전 차관은 “미리 출국금지돼 있는지 확인했는데 안 돼 있어서 공항에 나갔다”고 밝혔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로부터 25일 김 전 차관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수뢰 사건 등에 대한 수사 권고를 받은 대검찰청은 특별수사단 구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두 차례나 수사했지만 무혐의 처리된 사건인 데다 검찰 출신 인사를 상대로 한 수사인 만큼 자원자가 없어 수사단장 인선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최근 검사장급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수사단장을 맡겠다는 간부가 있는지 의사를 물었지만 아무도 자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A 검사장이 적임자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A 검사장은 “부부장 시절 김 전 차관과 근무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수사단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선 “폭탄 돌리기 같다” “누가 독배를 들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의 ‘별장 성접대 동영상’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를 받고도 내정을 강행했다는 추가 폭로가 경찰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본보가 27일 접촉한 복수의 당시 경찰 수사 라인 관계자들은 “성접대 동영상이 실제 존재하고, 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거의 확실하다는 취지로 청와대에 수차례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경찰이 동영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뜬소문’ 수준으로 보고해 추가 검증이 필요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 “동영상 신빙성 높다고 靑에 보고” 당시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전 차관 내정 전인 2013년 3월 초 청와대 관계자가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전화를 걸어와 성접대 의혹 관련 동영상을 확보했는지 여러 번 물었다고 한다. 이 전화를 받은 경찰청 수사국장이 실무 책임자에게 전화를 바꿔 주며 대신 답변하도록 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수사 라인 관계자는 “해당 실무 책임자가 직접 청와대와 통화하며 ‘동영상을 아직 확보하진 못했는데 존재하는 게 거의 확실하다’며 구체적 내용을 보고하는 걸 직접 봤다”고 말했다. 이어 “첩보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청와대에 강하게 어필했는데도 차관 내정을 강행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김 전 차관 내정이 발표된 2013년 3월 13일 이전까지 경찰은 성접대 동영상의 존재만 알았을 뿐 동영상을 손에 넣지는 못했다. 경찰 수사 라인은 김 전 차관에 대한 내사 착수 직후인 같은 달 19일 동영상을 확보했다. 수사라인과 별도로 당시 범죄정보 경찰관들이 동영상을 직접 보고 김 전 차관이 등장한다며 구체적 내용을 상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 “풍문 수준 보고”…내정 뒤 동영상 확보 당시 민정수석실 측은 “경찰에서 성접대 동영상 관련 첩보를 보고받긴 했지만 ‘동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고한 데다 실체적 증거가 없는 ‘뜬소문’ 수준이었다”고 반박했다. 민정수석실은 김 전 차관 내정 발표 직전까지 수사국장이 ‘동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는데 내정 다음 날 ‘경찰이 동영상을 확인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의원이 ‘경찰이 허위보고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곽 의원은 “경찰이 관련 내사나 수사도 안 하고 있다고 보고하는데, 검증 책임자인 내가 단순 풍문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당시 경찰 첩보 보고 외에도 성접대 동영상이 있다는 소문을 따로 들어 서초동 법조계 등에도 진위를 파악했지만 내정 전까지 동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법무부 “외부 인사 없는 특별수사단 구성”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당시 청와대의 경찰 수사 방해 여부를 가려달라는 사건에 대해 “특별수사단을 구성하는 방향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검찰총장과 가장 효율적이고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가 될 수 있는 수사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합의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특별수사단의 구성에 대해 박 장관은 “(검찰 외에) 외부 인사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할 경우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박 장관은 “특별수사단이 반드시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단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조동주 djc@donga.com·전주영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이 임명되는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의 범죄 혐의를 내사하던 경찰을 질책하거나 그 무렵 경찰청 수사 지휘 라인을 부당하게 인사 조치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013년 3월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과 대통령민정비서관 이중희 변호사의 직권남용 혐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검찰 출신인 이들이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를 방해하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김학의 수사 외압” vs “정당한 감찰” 25일 곽 의원과 이 전 비서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권고한 과거사위와 경찰 측에 따르면 2013년 3월 13일 김 전 차관이 박근혜 정부의 첫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되기 직전 경찰은 ‘별장 성접대 동영상’ 첩보를 입수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고, 곽 의원과 이 전 비서관 등이 그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당시 “첩보 내용의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고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성접대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지만 수사에 착수하면 곧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 출신인 박관천 당시 민정수석실 소속 행정관이 경찰청을 방문해 일부 간부에게 ‘청와대가 (김 전 차관 관련) 첩보 내용을 부담스러워한다’는 분위기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찰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을 사실상 반대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한다. 이후 청와대가 김 전 차관을 임명한 뒤 김 전 차관을 수사한 경찰청 수사국장(치안감)과 수사기획관(경무관), 수사 실무부서장이던 범죄정보과장과 특수수사과장(총경)이 모두 교체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청와대가 김 전 차관의 비위를 알고도 임명을 강행한 뒤 김 전 차관을 수사한 경찰 수사국 라인을 갈아 치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곽 의원 등은 “당시 경찰이 허위 보고를 해 질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곽 의원은 “김 전 차관 인사검증 당시 경찰청으로부터 ‘(성접대 동영상 관련) 수사나 내사를 진행하는 게 없다’는 공식적인 답변을 받았다”며 “경찰이 청와대에 허위 보고를 했다면 당연히 질책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반박했다. 이 전 비서관도 경찰에 대한 수사 압박 혐의에 대해 민정비서관실의 정당한 감찰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비서관은 “고위공직자에 대한 첩보를 받았으면 진위를 확인해야지, 안 하면 직무유기”라며 “감찰이 어떻게 직권남용이 되느냐”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에서 인사 검증을 담당했던 공직기강비서관은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다. 조 의원은 김 전 차관 임명과 관련해 “(김 전 차관 임명 전) 동영상 소문이 있었지만 경찰에서 ‘내사 들어간 건 없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 동영상의 존재가 사실이라면 부담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당시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한테 올렸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김 전 차관은 아니라는데 왜 자꾸 없는 사실을 들고 그러느냐’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또 조 의원은 “김 전 차관 임명 직후 ‘경찰, 김학의 내사’ 보도가 나오자 박 전 대통령이 경찰에 뒤통수를 맞은 것에 분노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자 “봉투에 담아 수천만 원 전달” 과거사위가 김 전 차관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에 대해 수사를 권고해 검찰의 김 전 차관에 대한 강제 수사가 처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검찰 수사에선 건설업자 윤모 씨가 뇌물 관련 진술을 거부하면서 제대로 된 강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사위 산하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5차례 소환조사에서 윤 씨가 김 전 차관에게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돈을 건넸다고 진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 씨는 “봉투에 수천만 원을 담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특가법상 수뢰액이 3000만 원을 넘으면 공소시효가 10년이 되고, 1억 원을 넘으면 15년이 된다. 윤 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검찰은 2004년 이후 김 전 차관에 대한 계좌 추적 등 강제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검찰 재수사에서 윤 씨 진술에 부합하는 증거를 확보하느냐다. 금품을 전달했더라도 현금이라면 이를 입증해야 하고, 뇌물죄 적용의 핵심인 직무 관련성 여부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의 22일 밤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놓고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김 전 차관 측은 취재진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해외로 도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죽어도 조국에서 죽어 조국에 뼈를 묻을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정한중 과거사위원장 대행은 “고위공무원이셨던 분이 ‘야반도주’를 할 생각을 하느냐”고 비난했다. 검찰 수사 권고에 문무일 검찰총장은 평소보다 30분 늦은 오후 6시 50분경 퇴근길에 “자료가 오면 자료를 보고 법적 절차에 따라 빈틈없이 대비해 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임검사 임명 등 수사 주체에 대해서도 “자료를 보고 판단하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검찰 내부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을 위해 과거사위의 수사 권고가 야권과 관련된 검찰 출신만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박효목 기자}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5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재수사할 것을 검찰에 권고했다. 또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김 전 차관이 연루된 ‘별장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를 곽상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60·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민정비서관(52)이 방해한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전 차관 사건 등에 대해 “낱낱이 규명해 주길 바란다”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에게 지시한 지 일주일 만이다. 경찰 수사 방해 의혹에 대해 곽 의원은 “경찰이 김 전 차관 인사검증 과정에서 ‘동영상 내사를 하는 게 없다’고 허위 보고를 한 것을 질책한 게 무슨 잘못이냐”고 반박했다. 과거사위는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전체 회의를 연 뒤 “김 전 차관이 22일 출국을 시도하다 긴급하게 출국금지 조치된 점 등에 비춰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과거사위 산하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건설업자 윤모 씨로부터 김 전 차관에게 2005∼2012년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곽 전 수석과 이 전 비서관이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을 질책하는 등 수사를 방해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과거사위에 보고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황형준 기자}
“인사청문회를 성실히 준비하겠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문형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54·사법연수원 18기)는 20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9년 진보성향 법관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은 이 모임의 창립 회원, 김명수 대법원장은 회장 출신이다. 문 후보자는 평소 블로그를 운영하며 독서일기나 사법개혁 등에 대한 글을 올려왔다. 법관으로서 문 후보자는 법치주의자로 평가받는다. 2010년 부산지법 근무 당시 환경단체가 낙동강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취소해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좌파 판사가 변절했다”는 말이 나왔지만 문 후보자는 “판사는 사실과 법률, 결론이라는 프로세스를 따를 뿐이다. 판사는 기본적으로 우파지, 좌파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2012년 부산고법 근무 때는 산업재해의 인정 범위를 넓히고, 정리해고의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엄격하게 해석한 판결을 했다. 창원지법 재직 당시인 2007년 문 후보자는 자살을 시도하려다 여관방에 불을 지른 방화범에게 ‘자살’을 열 번 외치라고 했다. 문 후보자는 피고인에게 “거꾸로 말하면 ‘살자’로 변한다. 죽으려는 이유를 살아야 하는 이유로 새롭게 고쳐 생각해 보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경남 하동 출신인 문 후보자는 진주 대아고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법관 임용 뒤 부산·경남 지역에서만 판사 생활을 한 지역 법관이다. 지난해 부산지방변호사회가 선정한 우수 법관에 뽑혔고, 대법관 후보로도 몇 차례 추천됐다. 법관 재산 공개 때마다 매년 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18일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자마자 30분 만에 격론 없이 활동기간 2개월 연장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엿새 전인 12일 활동기간의 연장 불가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에 대한 각계각층의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전체회의 시작 시간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관련 사건을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다. 법무부는 19일 과거사위의 연장 결정을 수용하면 과거사위 활동기간을 5월 말까지 연장한다. 지난해 2월 활동을 시작한 과거사위의 네 번째 연장이다. 활동기간이 연장되더라도 두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의 형사처벌이 가능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조사 기관인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소환 통보에는 강제성이 없는 데다 대부분 공소시효가 완성돼 새로운 단서나 혐의 등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관련자를 형사처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전 차관 사건에서 별장 동영상이 2007년 12월 21일 이후 촬영된 것으로 입증된다면 특수강간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 경찰과 검찰 수사기록으로는 동영상 촬영 시기는 2007년 7월∼2008년 1월로 불명확한 상태다. 특수강간죄의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 시점이 2007년 12월 21일인 만큼 그 이후에 범죄가 발생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경우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 장자연 씨가 100여 차례의 술자리와 성접대 강요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시기는 2007년 10월부터 장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09년 3월 7일 전까지인 것으로 추정된다. 술자리 접대를 받은 남성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형법상 강요(7년), 강제추행(10년) 혐의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 만약 장 씨의 타살 가능성이 확인되면 살인죄(25년)가 적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진상조사단 활동기간 연장이 형사처벌보다는 진상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려 달라”고 주문했다. 박 장관은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인지, 피해 여성과의 성관계 여부 등 기본 사실관계도 밝히지 않았다”고 기존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이른바 ‘승리 카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총경급 간부 A 씨가 청와대 파견 근무 기간에 승리 카톡방 멤버들과 골프를 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총경은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차린 라운지클럽 ‘몽키뮤지엄’이 2016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신고를 당했을 때 옛 부하 직원을 통해 사건을 알아본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입건된 인물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18일 “A 총경이 (참고인 조사 때) ‘2017년 2018년 (유리홀딩스) 유○○ 대표와 골프를 치고 식사를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골프를 친 시기는 A 총경의 청와대 근무 기간과 겹친다. A 총경은 2017년 7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청와대에 파견돼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A 총경이 유 대표와 골프를 치는 자리에는 아이돌 그룹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 씨(29)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 대표는 승리와 가수 정준영 씨(30)가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참여자로 멤버들이 관련된 각종 사건사고를 무마하는 데 해결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 총경은 청와대에 근무하는 동안 승리와도 골프를 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A 총경의 가족들을 위해 말레이시아 현지로 공연을 갈 때 A 총경에게 고가의 공연 티켓을 선물하기도 했다. A 총경은 몽키뮤지엄의 식품위생법 위반 사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강남경찰서 생활안전과장으로 근무할 당시(2015년) 부하였던 B 씨에게 “단속된 사안이 경찰서에 접수됐는지, 단속될 만한 사안인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당시 사건을 수사 중이던 강남서 수사관 C 씨를 통해 알아낸 내용을 A 총경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 총경과 함께 B, C 씨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입건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문제의 카톡방에 불법 촬영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성폭력 처벌법 위반)로 가수 정준영 씨와 승리 친구 김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정 씨가 2016년 8월 한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찍은 혐의로 고소를 당했을 때 이른바 ‘황금폰’으로 불리는 정 씨의 휴대전화를 은닉하려 한 혐의로 정 씨의 변호사 D 씨를 최근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과 연예인의 유착 의혹, 불법 영상 촬영·유포 사건을 형사3부(부장검사 신응석)에 배당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이 경찰의 ‘버닝썬’ 사건 수사를 지휘해 오던 형사3부에 사건을 배당한 것은 수사지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우선은 경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한편 승리와 같은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던 래퍼 겸 작곡가 쿠시(본명 김병훈·35)는 코카인을 구매해 투약한 혐의로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윤다빈 empty@donga.com·김자현·전주영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한 경찰과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 등의 유착 의혹에 대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4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업무보고에 출석한 박 장관은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유의하겠다”고 답변했다. 박 장관은 또 “제보자나 피해 여성들의 보호를 감안해 수사를 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경찰은 승리와 가수 정준영 씨(30) 등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 대화에서 불법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와 별도로 승리와 정 씨 등이 경찰과 유착돼 그동안 수사망을 빠져나왔다는 의혹을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이 연루된 만큼 서울중앙지검이 직접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만약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게 되면 이번 사건을 지휘해 온 서울중앙지검 4차장 산하의 강력부나 여성아동범죄조사부, 1차장 산하의 형사3부 등이 수사를 맡을 수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 등을 고려해 검찰이 당장 수사에 착수하기보다는 경찰 수사를 일단 지휘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권익위는 11일 부패행위 신고와 공익 신고 등 두 종류로 분류된 사건 10여 건을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 카톡 대화 내용이 담긴 파일과 불법 촬영 동영상 파일이 저장된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가 대검에 함께 전달됐다. 특히 부패행위 신고에는 경찰 관련 비위 의혹이 들어 있다. 2016년 7월 ‘경찰총장’(경찰청장의 오기) ‘팀장’ 등과의 친분을 언급한 카톡 대화방, 2016년 8월 정 씨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이 디지털 저장매체 복원 업체 관계자에게 ‘복원불가 확인서’를 종용했다는 의혹 등이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날 검찰에 넘긴 신고 내용에 대해 “경찰 유착 관계와 경찰의 부실 수사, 동영상 유포, 성범죄 관련 내용들이 있다”고 밝혔다.전주영 aimhigh@donga.com·정성택 기자}
검찰의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이 유출한 수사 기밀이 형사수석부장판사를 거쳐 법원행정처에서 공유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53)와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47)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으로 근무하던 2016년 5∼9월 정운호 게이트 연루자의 체포영장과 계좌추적영장, 통화 기록, 구속영장 등에 담긴 세부 내용을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54)에게 보고했다. 유출된 수사 기밀은 “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49·수감 중)가 아직까지는 현직 청탁 상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계좌추적 결과 김수천 당시 부장판사(60·수감 중)의 딸 계좌에 1800만 원이 입금됐다” 등이다. 2016년 4월 당시 수감 중이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구치소에서 최 변호사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자 판사 출신 전관예우 문제로 검찰 수사가 확대되고 있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은 신 전 수석부장판사에게 “검찰의 수사 상황을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 조서 등 중요 자료는 복사해 달라고 했다. 신 전 수석부장판사는 영장전담 판사들에게 이 같은 지시를 전달했다. 영장전담 판사들은 법원 직원들에게 누설되지 않도록 수사보고서를 직접 복사해 신 전 수석부장판사에게 건냈다. 같은 해 6월 임 전 차장은 김 전 부장판사 등 현직 법관 7명과 그 가족 등 31명의 명단을 신 전 수석부장판사에게 보내며, 더 엄격히 영장을 심사하라고 지시했다. 명단 파일은 영문으로 대법원의 약자인 ‘scourt’라는 암호가 걸려 있었다. 신 전 수석부장판사는 이 파일을 영장전담 판사들에게 보냈고, 그 뒤 김 전 부장판사 가족에 대한 계좌추적과 통신조회영장 등이 기각돼 수사에 지장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유출된 수사 기밀은 법원행정처에도 공유됐다. 김 전 부장판사는 당시 법원행정처의 감찰 조사를 받으면서 수사 상황을 파악한 당일 뇌물 공여자를 찾아가 허위 진술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이 확보한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당시 검찰 수뇌부가 정 전 대표의 도박 사건을 봐줬다는 의혹을 제기해 검찰 조직에 치명상을 입히자’는 방안이 담겨 있었다. 이 방안은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수사 기밀 유출이 명백한 불법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이 영장전담 판사들의 기소 여부를 논의할 당시 “영장전담 판사가 영장 정보를 상사에게 보고한 것은 ‘재판권 상납’”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검찰은 공소장에 “영장 심리 자료가 유출되면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적정한 형벌권 실현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다”고 밝혔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무기 수출입 업무를 담당했던 예비역 장성과 방위산업체 전직 임원이 해외 무기중개상 등으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7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예세민)는 터키 무기중개상 K사로부터 8억여 원을 받은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로 터키 주재 무관 출신의 예비역 준장 고모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K사를 비롯해 국내외 방산 관련 납품업체들로부터 총 20억5000만 원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전직 방산업체 임원 김모 씨를 함께 기소했다. 고 씨는 2009년 1월까지 터키 주재 무관으로 근무하다 퇴역한 뒤 아내 이름을 대표로 한 위장회사를 세워 K사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3년간 총 72만 달러(약 8억1100만 원)를 받아 챙긴 혐의다. 고 씨는 당시 국내 K-2 전차 기술의 터키 수출 지원 업무를 맡았다. 김 씨는 2009년 4월 방산업체에 근무하면서 K사로부터 K-9 자주포 성능개량사업에 터키 업체 제품을 납품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총 120만 달러(약 13억5000만 원)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외 방산부품 납품업체로부터 납품 성사 대가로 총 7억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추가로 드러났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6일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78)보다 약 1년 전 먼저 구속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67·수감 중·사진)은 출소할 수 있을까. 기결수인 박 전 대통령은 미결수인 이 전 대통령과는 신분이 달라 석방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구속 기간은 다음 달 16일에 만료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은 피고인을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2개월씩 3차례까지 구속할 수 있다. 하지만 구속 만기일이 지나도 박 전 대통령은 출소할 수 없다.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해 지난해 11월 징역 2년형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구속 만기일 다음 날부터는 공천 개입 재판의 2년 징역형이 집행된다. 이미 기결수가 된 박 전 대통령은 보석 청구를 할 수 없다. 보석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박 전 대통령은 ‘형집행정지’를 요구할 수 있다. 형집행정지는 결정권이 법원이 아닌 검찰에 있고, 건강 문제 등 구체적 사유가 명시돼야 한다. 국정농단 사건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비선실세’ 최순실 씨(63·수감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과 함께 심리 중이다. 만약 8월 15일 이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항소심 재판부의 징역 25년 판결을 확정하면 박 전 대통령은 광복절 특별사면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파기 환송된다면 확정 판결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사면심사도 늦어지게 된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60·수감 중)은 이달 18일 구속 기한이 만료돼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을 묵인한 혐의 등으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2)은 올 1월 구속 기한이 끝나 석방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80·수감 중)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상고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8월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났다. 하지만 석방된 지 두 달여 만인 같은 해 11월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되면서 재수감됐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수감 중)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등에 관여한 혐의로 고등법원장과 법원장, 고법부장 등을 지낸 전·현직 고위 법관 10명이 추가로 5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권순일 대법관(60)을 포함해 현직 판사 66명을 징계해 달라며 대법원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권 대법관은 징계시효(3년)가 완성돼 징계를 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58)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7)을 직권남용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62),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59),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55),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53) 등도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올 1월 30일 김경수 경남도지사(52·수감 중)를 ‘댓글 여론조작’ 공모 등의 혐의로 법정 구속한 서울동부지법 성창호 부장판사(47)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재직 당시 수사기밀을 빼낸 혐의로 기소됐다. 이로써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2) 고영한 전 대법관(64),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 등 모두 14명의 전·현직 고위 법관이 사법행정권 남용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보석 청구가 이날 기각돼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하는 등 책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은 점을 감안해서 오늘 기소 범위는 최소화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5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58) 등 전·현직 고위법관 10명을 재판 개입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직후 이렇게 밝혔다. 또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넘게 수사한 결과 범죄의 중대성과 적극적 가담 여부, 진상 규명에 기여한 정도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기소 대상자를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전·현직 대법관 불기소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과 차장을 각각 지낸 차한성 전 대법관(65)과 권순일 대법관(60)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는 차 전 대법관이 2013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재판에 개입했고, 권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과 공모해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차 전 대법관과 권 대법관이 법원행정처 보고 라인이었던 것은 분명하나 범행이 구체화하고 본격화해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 전에 퇴직하거나 보직 이동 등으로 범행에서 이탈한 점 등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윗선의 지시를 받고 사법행정권 남용에 수동적으로 가담한 정다주(43) 박상언 부장판사(42) 등 전직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을 모두 불기소했다. ○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 재판 정보 유출” 이 전 실장의 공소장에는 옛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소속 박선숙, 김수민 의원의 선거비용 리베이트 의혹 사건 재판 정보를 유출하기 위해 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가 포함됐다. 박, 김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광고업체로부터 리베이트 2억여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2016년 8월 기소됐다. 하지만 1심과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당시 이 전 실장은 2016년 11월 서울서부지법 판사에게 연락해 박, 김 의원에 대해 “피고인 측 변명이 완전히 터무니없어 보이지는 않는다”는 재판부의 심증을 파악해 국민의당 국회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이 전 실장의 묵비권 행사로 어려움이 있지만 검찰은 청탁한 국회의원이 누군지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재판 청탁 의혹 등에 연루된 여야 정치인들의 기소 여부를 올 상반기 내에 결정할 방침이다.○ 성창호 부장판사 등 영장전담 2명 기소 검찰은 ‘댓글 여론 조작’ 공모 등의 혐의로 김경수 경남도지사(52·수감 중)를 법정 구속한 성창호 부장판사(47) 등 전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2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성 부장판사는 2016년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록과 영장청구서 등 수사 기밀을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54)에게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전 부장판사로부터 기밀을 전달받은 법원행정처는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법관과 가족 등 31명의 명단을 불법 수집해 영장전담 재판부에 전달하면서 영장발부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성 부장판사는 당시 법관 가족의 계좌추적 영장을 기각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이 이 사건 수사의 마지막이라고 이해하지 말라”며 “필요한 부분 수사는 계속할 것이고 추가 기소자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전주영 aimhigh@donga.com·이호재 기자}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연루된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3만 건이 넘는 디지털 증거를 누락했다고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진상조사단이 4일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검찰과의 협의를 거쳐 관련성이 높은 자료만 취사선택한 것이다. 조사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별장 성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는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최소 3만 건 이상의 디지털 증거를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누락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보도자료를 이날 배포했다.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의 노트북 등에 저장돼 있던 사진 파일 1만6000여 개, 동영상 파일 210개를 복구해놓고도 이를 전부 검찰에 송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건설업자의 친척 휴대전화 등에서 나온 사진 파일 8628개, 동영상 파일 349개를 검찰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진상조사단은 밝혔다. 사건 관련자인 박모 씨의 휴대전화 등에 저장된 사진 파일 4809개, 동영상 파일 18개를 복구했지만 동영상 파일 4개를 빼고 나머지는 검찰에 송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다. 이에 따라 진상조사단은 경찰청에 13일까지 진상 파악 및 자료 제출을 해달라고 지난달 28일 요청했다. 진상조사단은 “별장 성접대 추가 동영상이 존재할 개연성이 충분한데도 경찰은 디지털 증거를 누락했고, 검찰은 이에 대한 추가 송치를 요구하지도 않은 채 김 전 차관 등에 대해 두 차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고 했다. 경찰은 대검 진상조사단의 보도자료 내용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진상조사단의 주장은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대한 디지털 자료 중 사건 관련성 등을 고려해 수사에 필요한 일부를 취사선택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모두 검사의 지휘를 받았는데, 경찰이 의도적으로 송치를 누락한 것처럼 주장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베트남 유학생의 국내 비자 발급이 더 까다로워진다. 어학연수 비자로 국내에 들어왔다가 한국을 떠나지 않고 불법 체류하는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베트남 어학연수생에 대한 유학경비 보증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내용의 ‘유학생 비자제도’를 4일부터 시행한다고 3일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학 측에 유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최대한 부여했으나 대학들이 재정, 학업 능력에 대한 자체 검증을 부실하게 해 불법 체류자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어학연수 비자를 받고 불법 체류한 외국인은 2015년 4294명에서 지난해 1만2526명으로 3년 만에 3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지난해 어학연수 비자로 불법 체류한 이들 중 69%(8680명)가 베트남인이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베트남 어학연수생을 대상으로 ‘유학경비 보증제’를 시범 도입한다. 베트남 학생은 한국 유학을 위해 9000달러(약 1012만 원)의 학자금이 본인 또는 부모 명의의 계좌에 있다는 예금 잔액 증명서를 제출해왔다. 베트남 현지 유학 브로커들은 이를 악용해 학생 명의로 돈을 맡긴 뒤 잔액증명서를 제출하고, 곧바로 이를 인출해 다른 학생에게 빌려주는 ‘돌려 막기’ 수법을 일삼았다. 법무부는 베트남 및 우리나라 시중은행에서 지급유보방식(6개월 단위로 500만 원씩 분할 인출 가능, 1년간 지급 정지)의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1만 달러(약 1124만 원)를 예치해 잔액증명 서류를 제출하도록 조건을 강화했다. 법무부는 또 국립국어원이 발급한 3급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 대학 부설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하고 강사 한 명당 담당 유학생을 30명으로 제한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청와대가 특별감찰반원으로 활동했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그의 형사처벌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욱준)는 다음 주 김 전 수사관을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세 번째 소환이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수사관과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다른 전직 특감반원 등의 조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김 전 수사관 3차 조사를 마치는 대로 박형철 대통령반부패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 소환 및 김 전 수사관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수사팀은 김 전 수사관이 특감반 근무 당시 작성한 문건 등을 언론에 공개한 게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하는지 법리 검토 중이다. 대검찰청과 법리 적용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법리 검토의 핵심 쟁점은 김 전 수사관이 공개한 특감반 활동과 감찰 정보 등이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느냐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목적은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비밀 누설로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수사관이 공개한 내용을 청와대가 ‘불순물’이라고 규정한 게 청와대 스스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자인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또 김 전 수사관은 국민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에 대해 이른바 ‘공익 제보’를 한 것이어서 보호할 만한 비밀이라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 전 수사관이 폭로했던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찍어내기’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가 형사처벌 대상으로 판단하고 수사 중인 사실도 김 전 수사관 기소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2014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었던 박관천 전 경정의 폭로로 터진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 판례에 따르면 김 전 수사관은 형사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법원은 1심(2015년), 2심(2016년) 선고에서 박 전 경정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인정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1, 2심 재판부는 박 전 경정이 유출한 대통령 친인척 및 여권 실세들의 동향 정보 자체는 진위가 확인되지 않아 비밀로서 가치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정보가 공개돼 청와대 인사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거나 관련 의혹이 제기돼 국정 운영에 부담이 생긴다면 그 정보는 공무상 비밀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를 하기로 결정한다면 재판에서 반드시 유죄를 받아야 하고, 불기소를 하더라도 재정신청 등에 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법리 검토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정성택 neone@donga.com·전주영 기자}

“할아버지께서 목숨 바쳐 이루고자 했던 독립이 이뤄지고 제가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대한독립 만세! 대한민국 만세!”(독립운동가 이여송 선생의 손자 이천민 씨·64)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27일 법무부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적 증서 수여식’에서는 독립운동가 후손이 100년 전 할아버지처럼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일제강점기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국내외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한 19명의 후손 39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얻었다. 후손들은 러시아 중국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쿠바에 흩어져 살다 국적 증서를 받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손자 최발렌틴 씨(81)는 “할아버지께서 이루고자 했던 것은 ‘러시아 거주 동포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것과 대한민국이 조국의 침입자로부터 해방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실현돼 가슴이 뿌듯하다. 저의 명예를 걸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함경북도 경원 출생인 최재형 선생은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에게 자금을 대는 등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쏟아붓고 상하이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으로 추대된 인물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에 본부를 둔 ‘독립단’을 조직했다. 권재학 선생의 후손 김넬랴 씨는 어눌한 러시아어 말투였지만 또박또박 한국어로 소감문을 읽었다. 그는 “외할아버지는 일제 때 사할린으로 강제징용을 당해 한국을 그리워하며 눈물도 많이 흘리셨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면서 “발전된 조국을 보시면 하늘에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재학 선생은 1919년 4월 1일 충북 음성 소이면에서 수백 명의 시위 군중을 이끌고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이여송 선생의 차손 이천민 씨는 “할아버지는 민족의 자주독립을 위해 장백 밀림 속에서 28세의 아까운 나이에 순난하셨다”면서 “이러한 애국 장령들의 소원이 바로 오늘날의 민주와 자유, 평등의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이 선생은 1936년 중국 지안(集安)에서 일본군과 전투하다 전사했다. 법무부는 2006년부터 해마다 강제이주 등으로 타국에서 살아온 독립유공자의 후손을 찾아 국적증서를 수여해왔다. 지금까지 1118명의 독립유공자 후손이 대한민국 국적을 얻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독립유공자를 계속 발굴해 후손들이 한국 국적을 되찾아 국내에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을 맞아 사회적 갈등 치유와 지역공동체 회복을 키워드로 7개 집회 사범 등 107명을 포함한 4378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 107명 △일반 형사범 4242명 △특별배려 수형자 25명 △국방부 관할 대상자 4명 등을 28일자로 특별사면하기로 결정했다.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 107명은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22명), 세월호 관련 집회(11명),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19명),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집회(30명),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5명), 광우병 촛불집회(13명),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파업 집회(7명) 등이다. 사드 집회는 찬반 양측이 모두 사면 대상에 포함됐고, 쌍용차 집회는 집회 참가자뿐만 아니라 진압 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처벌받은 경찰관 1명이 사면됐다.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은 “사회적 공감대를 깊이 고려해 화염병을 던진다든지 강력한 폭력 시위를 해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분들은 이번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밀양 송전탑 대책위 측은 “재판에 넘겨진 67명 중 5명만 사면이 됐다”며 생색내기용 사면이라며 반발했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집회로 200여 명이 처벌받았는데, 6명만 사면된 것은 실망스럽다”고 했다. 부패 범죄를 저지른 정치인이나 경제인 등은 사면 대상에서 배제됐다. 당초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를 비롯해 옛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한상균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의 사면 가능성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3·1운동과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특별사면이라는 상징성이 퇴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뇌물과 배임, 횡령 등 부패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인 2017년 12월에 이어 이번에도 이 원칙은 유지됐다.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음주 및 무면허 사범은 사면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운전면허 행정제재 특별 감면이 이번 사면에선 제외됐다. 앞서 2017년 12월 특사 때는 165만여 명이 면허 정지나 취소 등 처분이 취소되는 혜택을 받았다. 미성년자 자녀를 둔 여성 수형자 4명은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위원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심사 과정에서 사면 대상으로 추가됐다. 특별사면 대상이 된 교도소 수형자 1043명은 잔형을 감형받으면서 28일 0시를 기점으로 석방돼 사회로 복귀한다. 집행유예 기간 중 복권된 이들은 본인을 기소한 해당 지방검찰청으로부터 “사면장을 받아가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에 야당을 비난하는 내용의 온라인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70·사진)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1일 김 전 장관의 군형법상 정치 관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 조항은 과거 군이 정치에 깊이 관여해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불행한 역사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6월 항쟁 이후 헌법에 명문화한 것”이라며 “국방부 최고 책임자인 피고인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애초에 구속적부심에서 불구속 재판을 선언했다”며 김 전 장관을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또 김 전 장관이 2013년 말 국방부 조사본부의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도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2012년 6월 사이버사령부가 댓글 공작에 투입할 군무원을 채용할 당시 신원 조사 기준을 높이고 호남 지역 출신은 배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중소우량기업을 무자본으로 인수합병(M&A)한 뒤 회사 자금을 통째로 빼돌리고, 상장 폐지시킨 이른바 ‘개미(소액주주) 도살자’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소액주주들은 ‘개미 도살자’로부터 입은 피해액을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최근 이모 씨(62)를 검찰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태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코스닥 상장회사인 지와이커머스 실소유주 이 씨의 서울 광진구 사무실 등을 19일 압수수색했다. 이 씨는 전자상거래 전문 기업인 지와이커머스를 인수한 뒤 회사의 자금을 이용해 또 다른 기업 M&A에 나섰다가 실패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씨는 미리 설립해 둔 투자조합을 동원해 지난해 1월 지와이커머스의 주식 207억여 원어치를 매수해 실소유주가 됐다. 이 씨는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기 돈을 들이지 않았다. 지인이나 친인척 등을 대표로 내세워 투자조합을 구성한 뒤 사채를 빌려 자본을 확보했다. 회사를 인수한 뒤 이 씨는 자신의 친인척을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등에 앉힌 뒤 회삿돈을 유용했다. 특히 지와이커머스의 자금 60억 원을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또 다른 회사에 대여하면서 상장폐지 직전인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또 사채업자를 상대로 35억 원 상당의 개인 채무를 지는 과정에서 회사가 연대 보증하게 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검찰은 이 씨의 행위가 주주들에게 피해를 전가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씨는 회사 인수 당시 끌어다 쓴 사채 빚을 갚기 위해 회사 주식을 다 처분한 뒤에도 친인척을 앞세워 실소유주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 등은 조직적인 기업범죄를 벌이며 자본시장을 교란시켜 왔다. 이 씨는 2011년 특가법상 횡령 및 증거은닉 등의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당시 이 씨가 2009년 4월경부터 투자조합을 통해 회사를 인수했고, 인수한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 씨는 출소 뒤에도 이 같은 범행을 반복했다. 2016년 6월경 IT 부품업체인 레이젠, 2017년 4월경 초정밀 부품 제조업체인 KJ프리텍을 인수하는 과정에도 같은 수법을 사용했다. 당시 이 씨가 설립한 투자조합이 개입해 회사 주식을 담보로 한 사채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자본을 기업 인수에 활용했다. 이 씨는 기업을 M&A할 때마다 자신의 친인척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업 자본금을 빼돌렸다. 자신의 조카에게 KJ프리텍, 지와이커머스의 사내이사를 맡기고, 부인을 지와이커머스의 사내이사에 임명했다. 또 레이젠의 대표이사 정모 씨에게 KJ프리텍 사내이사를 겸임하도록 해 이사회를 장악했다. 검찰은 지와이커머스 외에 레이젠과 KJ프리텍 등 관련 기업들의 M&A 과정을 전반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이 씨가 손을 댄 기업마다 자금 악화에 직면하고, 소액주주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되면서 증권가와 사채업자들을 중심으로 이 씨를 ‘개미 도살자’로 부르고 있다. 지와이커머스의 경우 회삿돈 총 600억여 원이 사라지는 등 주주들에게 피해가 전가됐다고 보고 있다. 레이젠은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지난해 10월 상장폐지됐고 KJ프리텍과 지와이커머스는 상장폐지 심사를 앞두고 있다.김동혁 hack@donga.com·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