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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사 등을 저술한 역사학자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지낸 독립운동가 백암(白巖) 박은식 선생(1859∼1925)의 흉상(사진)이 서울대에 설치된다. 서울대는 박은식 선생 타계 90주년을 맞아 교내에 흉상을 설치하고 30일 제막식을 열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박은식 선생은 1900년 서울대 사범대의 전신인 한성사범학교 교관으로 재직하며 역사와 유학 등을 강의한 구한말 교육자다. 일제의 침략이 노골화되던 1905년 대한매일신보의 주필로 활동하며 계몽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이 국권을 강탈한 이후 국내 활동이 어려워지자 1911년 만주로 망명해 항일운동을 이어갔다. 1915년 발간한 한국통사에서 역사를 나라의 영혼에 비유한 ‘국혼(國魂)은 살아있다’는 표현을 통해 역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한국독립운동지혈사’ ‘안중근전’ 등 다수의 역사책을 내는 등 한국의 근대 역사학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1925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제2대 대통령으로 취임해 독립운동에 앞장서기도 했지만 광복을 보지 못한 채 그해 상하이에서 서거했다. 지난해부터 서울대 사범대와 유족이 흉상을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전준 서울대 조소과 명예교수가 5개월여간의 작업 끝에 완성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수 억 원대 보험금을 노리고 1년 넘게 하반신 마비 환자 행세를 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25일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됐다며 보험사에서 8500여만 원의 장애진단비를 지급받고, 추가로 4억8000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한 혐의(사기)로 허모 씨(53)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허 씨는 지난해 1월 경기 과천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안 건널목에서 차에 치여 목뼈가 골절됐다. 병원으로 간 허 씨는 치료를 받았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병원은 이를 근거로 하반신 마비 영구장애 진단을 내렸다. 허 씨는 진단서를 가지고 올 5월 보험사로부터 장애진단비 8500만 원을 수령했다. 욕심이 생긴 허 씨는 가해 차주가 가입한 보험사에 4억8000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고 이후 1년 넘게 퇴원하지 않고 여러 차례 병원을 옮긴 점 등을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가 경찰에 신고해 허 씨의 범행은 덜미가 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허 씨는 병원에서 휠체어가 아닌 두 다리로 걸어 다닐 뿐 아니라 10kg이 넘는 휠체어를 두 손으로 들어 트렁크에 싣고 직접 운전을 하기도 했다. 허 씨는 경찰에 “장애진단비는 사업 실패로 생긴 빚과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허 씨가 병원이나 보험사 손해사정사와 짜고 범행했는지 등을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19일(현지 시간) 중국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長白山) 원시림보호구역 안에 있는 해발 670m 지점의 나이터우취안(내頭泉). 세 단계의 경비 관문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청정 지역이다. 330m² 넓이의 이 샘이 바로 농심이 생산하는 백산수의 수원지(水源池)다. 1년 내내 수온 7도를 유지하는 나이터우취안의 화산암반수는 3.7km 길이의 송수관을 타고 지린(吉林) 성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의 농심 백산수 신공장으로 매일 2만 t씩 운송된다. 농심은 15일 현지에서 신공장 준공식을 열고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백산수 증산에 들어간다. 기존 중국 공장 생산량(연 25만 t)에 신공장 생산량 연간 100만 t을 합치면 농심은 국내 최대의 생수 제조업체로 발돋움하게 된다.○ 농심그룹, 생수산업에 총력전 벌일 계획 농심은 올해로 창사 50주년을 맞는다. 농심은 라면, 스낵과 함께 생수를 그룹 발전의 핵심 축으로 삼을 계획이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 등으로 라면과 스낵분야는 시장 자체가 더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 반면 생수는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성장하는 산업으로 농심은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생수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최고경영진 역시 생수 시장에서 ‘총력전’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박준 농심 사장은 “농심이 지난 50년 동안 ‘면의 역사’를 썼다면 앞으로는 ‘물의 신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백산수 신공장이 모두 가동되면 한국 기업의 생수 브랜드가 세계적인 생수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특히 백산수 브랜드를 통해 한국뿐 아니라 중국의 프리미엄 생수 시장도 장악하겠다는 복안이다. 중국의 물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약 23조 원으로 국내 시장(6000억 원)의 약 38배 수준이다. 중국은 수질 논란이 주기적으로 불거지며 프리미엄 생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농심은 전체 백산수 생산량의 70%를 중국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현지에는 이미 신라면 등을 유통하는 1000여 개 농심 영업점이 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중국 내 생수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공장 안에 철도까지 부설…“에비앙 나와라” 이번에 농심이 수원지로 선택한 백두산 기슭은 유럽의 알프스 산맥, 흑해 인근의 캅카스 산맥과 함께 세계 3대 수원지로 꼽힌다. 농심은 이번 신공장 건설에 총 2000억 원을 투자해 생산설비를 세계 최고 수준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물을 여과하는 설비는 독일 펜테어, 생수 충전 및 포장 설비는 독일 크로네스 제품을 사용했다. 에비앙과 피지워터 등 세계적인 생수 브랜드가 사용하고 있는 설비다. 안명식 옌볜농심 대표는 “생산설비 외에 수원지 오염을 막기 위해 배치한 경비 인력도 농심이 직접 고용했다”며 “좋은 물을 만들기 위해선 어떤 것도 아끼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간 100만 t의 생수를 만드는 곳인 만큼 공장 규모도 눈에 띈다. 총 30만 m² 넓이의 부지에 공장동(棟)과 유틸리티동, 생활관 등 건물 연면적만 8만4000m²에 달한다. 공장 내에 철로가 깔려 인근 철도역까지 1.7km 구간을 독점 사용한다. 이 철로로 중국 전역은 물론이고 다롄(大連) 항을 통해 한국 등 전 세계로 수출할 계획이다. 농심은 현재 신공장 2개 생산라인에서 백산수 500mL와 2L 제품을 분당 1650병 만든다. 향후 생산라인이 5개로 늘어나면 연간 생산규모는 200만 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 대표는 “전체 라인을 가동할 경우 에비앙의 생수 생산능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두산=유원모 onemore@donga.com / 박재명 기자}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행(IB)이 금융당국의 인가 없이 국내 시장에 구조화 채권을 불법 판매해 검찰에 적발됐다. 은행이 벌어들인 부당이득 168억 원은 전액 국고에 환수됐다. 국내에서 골드만삭스IB의 불법 채권 판매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박찬호)는 2012년 1∼4월 골드만삭스IB 서울지점 대표로 있으면서 6000억 원대의 구조화 채권을 자격 없이 국내 기관에 판매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장모 씨(49)를 벌금 30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고 밝혔다. 당시 골드만삭스증권 홍콩지점 소속으로 불법 판매를 공모한 박모 씨(48)도 같은 혐의로 벌금 2000만 원에 약식 기소됐다. 구조화 채권은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금리, 주식과 연계해 만든 파생결합상품이다. 국내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은 기관만 국내 기관에 판매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은행업으로 인가받은 골드만삭스IB는 중개 권한이 없는데도, 당시 장 씨는 총 6000억 원 상당의 구조화 채권을 국내 기관 세 곳에 판매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강홍구 기자}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행(IB)이 금융당국의 인가 없이 국내 시장에 구조화 채권을 불법 판매해 검찰에 적발됐다. 은행이 벌어들인 부당이득 168억 원은 전액 국고에 환수됐다. 국내에서 골드만삭스IB의 불법 채권 판매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박찬호)는 2012년 1~4월 골드만삭스IB 서울지점 대표로 있으면서 6000억 원 대의 구조화 채권을 자격 없이 국내 기관에 판매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장모 씨(49)를 벌금 30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고 밝혔다. 당시 골드만삭스증권 홍콩지점 소속으로 불법 판매를 공모한 박모 씨(48)도 같은 혐의로 벌금 2000만 원에 약식 기소됐다. 구조화 채권은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금리, 주식과 연계해 만든 파생결합상품이다. 국내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은 기관만 국내 기관에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은행업으로 인가받은 골드만삭스IB는 중개 권한이 없는데도, 당시 장 씨는 총 6000억 원 상당의 구조화 채권을 국내 기관 세 곳에 판매했다. 검찰은 1월 금융감독원의 의뢰로 수사에 착수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서울의 한 가정집에서 일가족 3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남편이 아내와 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7일 오후 2시경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빌라 자택에서 남편 이모 씨(57)와 부인 김모 씨(49), 딸 이모 양(16)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일상복 차림의 김 씨와 이 양은 각각 안방 바닥과 침대에 누운 채 발견됐다. 거실에 있던 이 씨는 발목, 무릎을 끈으로 묶고 양 손을 몸 뒤로 묶은 채 얼굴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목 주변을 헝겊으로 감아 숨져 있었다. 경찰은 이 씨가 생전에 처조카에게 뒤처리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고 또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는 점을 토대로 이 씨가 자살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손목을 느슨하게 묶은 점으로 미뤄 자살하려는 사람이 주저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손과 발을 묶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씨가 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생활고 때문. 경찰에 따르면 이 씨가 6일 서울에 사는 처조카 김모 씨(28)에게 보낸 6장 분량의 편지에는 “아내가 돈을 많이 쓰고 자신을 속였으며 아내의 경제관념으로 집이 어려워졌다”는 등 아내 김 씨를 탓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주변 이웃에 따르면 이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반 상태 등을 감안했을 때 이 씨가 전날 아내와 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7일 오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카에게 보낸 편지에는 “딸이 죽지 않고 깨어나면 병원에 보내달라”는 내용과 함께 집 열쇠 위치 등이 적혀 있었다. 있었다. 이 씨는 7일 시험기간인데도 이 양이 등교하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여긴 딸의 담임교사와의 통화에서 “아내가 숨져 딸이 경황이 없어서 가지 못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방 벽에 테이프로 붙인 A4용지에는 “삶이 고단해 먼저 가니 부검을 원치 않는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책상 위에는 가족들이 쓰던 카드와 임대차 관련 서류 등이 정리돼 있었다. 강홍구 windup@donga.com·유원모 기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가 가을 야구를 앞두고 때 아닌 ‘팬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구단 측이 일부 온라인 팬클럽 회원에 한해 구단 우선 배정 티켓을 판매하려 했던 사실이 알려져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 시즌권 회원에게도 티켓 신청을 받고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인터넷 게시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4일 오후 최종 순위(4위)를 확정한 넥센이 7, 8일로 예정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구단 배정 티켓 신청을 주요 팬 커뮤니티인 슈퍼히어로즈, 히어로즈사랑영원히, 영웅신화 등 3곳의 게시판에서만 받기로 해 논란이 불거졌다. 포스트시즌 입장권을 관리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입장권 300장을 배분받은 넥센은 팬 커뮤니티 세 곳의 회원에게만 티켓 신청을 받아 총 83장(1차전 기준)을 판매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일반 넥센 팬은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구단에선 4일 오후 8시경 뒤늦게 시즌권을 구입했던 회원을 대상으로 신청 대상을 넓히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불만을 잠재우진 못했다. 넥센 팬 민모 씨(20·여)는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신청을 받는 커뮤니티 회원과 달리 일반 시즌권 회원은 당일 밤 12시까지만 신청을 받았다”며 “문제의 궁극적 해결보다 그저 상황을 넘기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5일 페이스북에는 이 문제를 제기하는 홈페이지(히어로즈 일반 개인 모임)가 개설됐고 각종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도 팬들의 항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신규 개인 회원(90만 원대)과 단체 회원(30만 원대)의 시즌권 가격 차 문제까지 덤으로 도마에 올랐다. 넥센이 구단 설립 당시 팬 관리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시즌권을 구매해온 단체, 개인에게 시즌권 가격을 인상하지 않아 현재 새로 커뮤니티에 가입해 단체 시즌권을 끊은 회원과 일반 개인 회원 간에 가격 차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 일부 커뮤니티 회원이 양도가 금지된 단체 시즌권을 ‘돌려쓰기’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일종의 ‘단골 단체 손님’인 팬클럽 회원을 넥센이 모르쇠 하기 어렵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팬들의 항의에 넥센은 이날 오후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구단 측은 “와일드카드전을 앞두고 모든 연간 회원이 아닌 팬 서포터스에게만 티켓을 우선 배정하는 우를 범했다”며 “업무 편의성만을 고려한 구단의 명백한 실수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강홍구 windup@donga.com·유원모 기자}

“나는 특별히 한 일이 없어요.” 6일 서울 양천구의 한 공원에서 만난 이상락 씨(62·사진)는 연신 손을 내저었다. 이날 전까지 그의 이름은 ‘신월동 주민’. 4년 동안 구세군 자선냄비에 총 4억 원을 기부한 주인공이다. 이 씨가 익명으로 구세군 기부를 시작한 건 2011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1년째 되던 해였다. 11이라는 숫자에 맞춰 그해 1억1000만 원을 기부했다. 일찌감치 아버지를 여읜 그는 17세 되던 해 어머니 손에 이끌려 충남 보령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이 씨는 “어머니와 형님, 형수님까지 2평(6.6m²) 크기의 단칸방에서 생활했다”며 “아버지를 잃고 가세가 기울면서 생활은 가난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객지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작은 인쇄소에서 사환으로 일했지만 먹고살기도 힘들었다. 막노동, 술집 웨이터 등 여러 궂은일을 해도 수중에 남는 돈이 없었다. 마침 중동 건설현장에 파견 나갈 기회가 생겼다. 2년간 모래바람을 견디자 서울에 작은 집을 장만할 수 있었다. 이 씨는 “어머니께서 ‘이제 우리 부자 됐다’며 웃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배운 건 기술뿐이고 가진 건 말 그대로 ‘근면성실’밖에 없었다. 이 씨는 “별을 보며 출근하고 달과 함께 퇴근하는 게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사이 어머니의 건강은 나빠졌다. 두 번의 낙상 사고로 다리가 부러져 인공뼈로 버티던 어머니는 노년에 침대에만 누워 지냈다. 효도 한 번 제대로 못했지만 어머니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건물 내장용 타일을 판매하는 이 씨의 사업은 조금씩 번창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연매출 10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사업이 성공할수록 이 씨는 부모님을 떠올렸다. 고구마 한 개도 나눠 이웃집과 함께 먹자던 어머니였다. 이 씨는 “아버지께선 ‘사필귀정’이란 가훈을 늘 중시하셨다. 옳은 일을 하면 언젠간 밝혀진다고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이 씨는 생전에 다하지 못한 효도를 기부로 대신하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기부할 수 있는 곳을 찾은 끝에 구세군 자선냄비를 택했다. 2011년 12월 4일 자신이 사는 동네 이름을 따 ‘신월동 주민’이라고만 쓴 채 1억1000만 원이 든 봉투를 명동의 자선냄비에 넣었다. 이후 매년 12월 이 씨는 구세군 자선냄비를 찾아 익명의 기부를 이어갔다. 2012년엔 친구들과 환갑기념으로 여행을 가려던 계획이 취소돼 생긴 목돈 500만 원과 거래처가 갚은 외상값 73만 원을 합쳐 1억573만 원을 기부했다. 2013년과 지난해엔 각각 1억 원 자기앞수표와 편지를 함께 넣었다. 봉투에는 역시 ‘신월동 주민’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씨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2013년 홀몸노인을 직접 돕고 싶어 동사무소에 명단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상 불가능했다. 익명 기부엔 한계가 있다고 느끼고 보다 적극적으로 봉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해엔 이름을 밝힌 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000만 원을 기부했고, 신월동 주민들에게 쌀 100포대를 나눠주기도 했다. 이때 감사 표시를 하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했지만 이 씨는 한사코 거절했다. 4년간 본인의 이름을 숨긴 채 기부해온 이 씨의 선행은 지난달 한 지역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우연히 알려지게 됐다. 민족통일협의회 전국대회에서 통일부 장관상을 받은 사실을 말하다 실수로 익명 기부 사실까지 알려진 것이다. 앞서 이 씨는 지난해 가족에게만 익명 기부 사실을 알렸다. 둘째 딸 이은주 씨(36)는 “늘 베풀고 살라고 강조하시는 아버지 모습이 존경스럽다”며 “아버지는 남몰래 기부하셨다고 했지만 사실 처음부터 ‘신월동 주민’인 것을 알고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의 단풍 시작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팀은 1989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 춘천, 대전, 구미, 광주 등 8개 관측소의 단풍 관측 기록과 기온자료 등을 분석한 ‘우리나라 단풍시작일 변화 연구’에서 이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4일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단풍시작 시기는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이어지는 시기(평균 8월27일~10월18일)의 기온과 가장 연관이 깊었다. 이 시기의 기온이 1989년부터 15년간 1.1도가 오르는 동안 단풍나무의 단풍 시작일은 평균 4.5일, 은행나무는 6.5일이 늦춰졌다.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의 단풍 시기 예측 모델인 ‘TP모델’을 한국 현실에 맞게 조정해 미래 단풍시기를 예측했다. 그 결과 2050년대엔 은행나무는 10월 28일, 단풍나무는 10월 31일이 돼서야 단풍이 물들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첫 단풍은 지난달 23일 설악산에서 시작됐다. 허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온 변화가 생태계 미치는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났다”며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는 가까운 미래에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화장실에서 성추행 등 범죄 발생 징후가 있으면 이를 센서가 감지해 자동으로 112 신고를 하는 ‘스마트 화장실’이 서울대에 설치된다. 서울대는 올해 말까지 공과대학 일부 건물에 시범적으로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스마트 화장실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팀이 제안한 스마트 화장실은 비명 소리와 유사한 음파와 데시벨을 센서가 감지해 비상벨을 따로 누르지 않아도 건물 관리자와 112에 자동으로 신고하도록 돼 있다. 비상벨을 누를 수 있는 화장실은 많지만, 폭행이나 추행 등 위급한 처지에 놓였는데도 벨을 누를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떠들거나 문을 크게 닫는 등 일상 소음과 구별하기 위해 위급한 상황의 소리를 데이터베이스(DB)에 입력해 비명의 음역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악취 방지 등 화장실 청결을 위한 각종 장치도 설치된다. 변기 안에 전자 칩을 설치해 정상적인 물의 흐름과 다를 경우 자동으로 관리자에게 보고되도록 하고, 이용자가 불편한 부분을 발견했을 때 화장실의 QR 코드와 NFC 코드에 스마트폰을 대면 해당 내용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송하는 시스템 등이 구현될 예정이다. 한 교수는 “안전을 접목한 스마트 화장실 아이디어로 전 세계 화장실 문제를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22일 오후 ‘신림동 고시촌’으로 불리는 서울 관악구 대학동(옛 신림9동)의 한 서점 벽면은 학원의 홍보 전단으로 도배돼 있었다. 추석 연휴를 맞아 공직적격성평가(PSAT), 변호사시험 관련 특강을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주를 이뤘던 사법시험 특강 전단은 단 한 장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대학동의 한 사법시험 학원은 올해부터 과거 오프라인으로 실시하던 추석 특강을 인터넷 강의로 대체하기로 했다. 줄어드는 사법시험 수강 수요에 맞춘 자구책이다. 같은 날 인근의 한 사법시험 학원의 3층 강의실.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강의실에서는 학생 7명만 모의고사를 풀고 있었다. 7, 8년 전만 하더라도 수강인원이 넘쳐 한 과목에 2개 강의실을 화상으로 연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강의실의 10분의 1을 채우기도 쉽지 않다. 강의실 분위기는 적막했지만 학생들은 1차 시험과목인 민법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학원 관계자는 “내년을 마지막으로 1차 시험이 없어지다 보니 학생들이 2차 시험 결과 발표를 이틀 앞두고도 1차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를 나흘 앞뒀지만 신림동 고시생에게 명절 연휴의 기쁨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취재진이 만난 고시생은 각자 “공부를 좀 더 하려고”, “친척을 만나 스트레스 받을까 봐”, “부모님께 죄송해서” 등의 이유로 명절 귀성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사법시험을 준비한 남상섭 씨(40)는 “고시생에게는 민족의 명절보다 국제법(1차 시험 선택과목)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모 씨(33)도 “과거에는 고시생끼리 식사도 했는데 올해는 혼자 목욕탕에 가서 마음을 다잡은 뒤 평소처럼 공부할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사법시험 준비생이 체감하는 불안감은 더 커 보였다. 사법시험 폐지에 맞춰 점차 합격자 수를 줄이면서 남은 응시자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3만여 명 수준이었던 신림동 사법시험 준비생은 현재 4000명 정도로 줄었다. 올해로 9년째 사법시험을 준비 중인 강재훈 씨(32)는 “올해 1차 시험에 낙방하고 처음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을 알아봤지만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 결국 포기했다”며 “당장 내년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9급 법원직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학원가와 서점가도 타격을 입은 건 마찬가지. 대학동에서 20년째 서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62·여)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전체 책의 70% 정도가 사법시험 관련 서적이었지만 지금은 10%도 안 된다”며 “사시생이 줄면서 매출도 30∼40%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폐지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존치를 주장하는 준비생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권민식 대표(36)는 “학력, 빈부, 나이에 관계없이 5만 원만 있으면 누구나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면서 “평균 등록금 1500여만 원에 달하는 로스쿨에 비해 공정한 시험”이라며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했다. 2017년 2차 시험만 치러지고 사법시험은 전면 폐지된다.유원모 onemore@donga.com·강홍구 기자}

“좋죠. 마냥 좋죠. 이산가족 됐다가 만난 기분입니다. 그렇게 가족들이 원했었는데, 이제 진짜 함께 안장된다고 하니 마음이 푸근해졌어요.” 고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 서영석 씨(61)는 18일 국가보훈처가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 제2연평해전 6용사의 합동 묘역을 조성한다는 소식에 감격스러워했다. 가족들은 “동아일보 보도(7월 8일자)로 오랫동안 숙원이었던 합동 묘역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영화 ‘연평해전’을 통해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데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고 박동혁 병장의 아버지인 박남준 씨(59)는 “오늘 동혁이 모교인 안산 경안고에서 추모행사를 열었는데 외빈도 45명이나 왔다. 해마다 했던 추모식 중 가장 많은 300명이 참석했다”며 기뻐했다. 그는 “다들 합동으로 안장돼서 정말 좋아했고 동아일보가 계속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보도해 줘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3년이란 세월 동안 보훈처에서 무심했던 것에 대해선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고 조천형 중사의 어머니 임헌순 씨(68)는 “애들이 그냥 죽은 것도 아니고 전사했는데 그걸 13년 동안이나 애걸복걸해도 안 해주더니 이제야 해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연평해전 6용사를 순직자로만 인정하고 아직 전사자로 예우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도 유가족들은 “전사자로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은 흘렀지만 가족들의 마음은 떠난 이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임 씨는 “이번 일요일(20일)에 운구하고 옮긴다니까 아들 생각이 또 나서 마음이 안 좋다.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죽을 때까지 이렇게 해야 되는 건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2002년 6월 29일 벌어진 제2연평해전에서 숨진 윤영하 소령, 한상국 상사, 서후원 조천형 황도현 중사, 박동혁 병장의 합동 안장식은 2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김민 kimmin@donga.com·유원모 기자}

‘트렁크 살인 사건’ 피의자 김일곤(48)이 경찰 조사에서 여성을 살해한 이유에 대해 “약속을 안 지켜서”라고 진술했다. 18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그는 9일 충남 아산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납치한 A 씨(35·여)를 살해한 이유로 “약속을 안 지켰고 차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는 등 저항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일곤은 납치한 A 씨가 용변을 보겠다고 하자 천안시 두정동의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웠으나 A 씨가 도주를 시도해 살해했다며 이같이 진술했다. 증거를 없애려고 차량에 불을 지른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경찰에 “차량 안에 내 유전자도 남아있어 그냥 두고 가면 범인이 저라는 것을 경찰이 알아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일곤이 A 씨 신체 일부를 훼손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는 도주 과정에서도 치밀함을 보였다. 이동 흔적 파악이 어렵도록 국도를 주로 이용했고 A 씨 차량 내비게이션의 SD카드를 빼버렸으며 울산에서는 다른 차량 번호판을 훔쳐 바꿔 달기도 했다. 경찰은 검거 직후 그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지도 발견했다. 가로 15cm, 세로 20cm 정도 크기의 메모지 2장에는 ‘○○○(이름) 92년 사건 ○○경찰서 형사’ ‘○○○ 재판장’ 등 28명의 명단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간호사, 병원장 등도 적혀 있으며 일부는 펜으로 이름을 지워 놓았다. 경찰은 김일곤이 이 메모를 바탕으로 추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A 씨를 살해한 9일부터 검거된 17일까지의 정확한 행적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4일 공개수사로 전환한 뒤에는 서울시 광역수사대 2개팀, 성동경찰서 2개팀 등 총 47명의 수사전담팀을 꾸렸다. 하지만 경찰은 검거 직전까지도 그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까지 파악된 김일곤의 동선은 11일 그가 방화를 저지른 뒤 오후 9시 11분경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 택시를 탄 게 마지막이었다. 이후 그가 17일 오전 8시 30분경 성동구의 동물병원에 나타날 때까지는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 경찰은 김일곤이 9일 서울을 떠나 강원 속초 양양 동해, 부산, 울산 등을 돌다 11일 오전 서울로 돌아왔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김일곤이 최근까지 머무른 성동구의 고시원 근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그는 10일 오전 7시 11분경 고시원 근처에 나타났다. 경찰은 “김일곤이 전담수사관 외에 낯선 사람만 등장해도 입을 닫고 컵을 엎어 버리는 등 수사에 상당히 비협조적”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김일곤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경찰청은 김일곤을 검거한 성동경찰서 성동지구대 소속 김성규 경위(57), 주재진 경사(40)를 각각 경감과 경위로 1계급 특진 임용했다. 검거에 공을 세운 경찰관 6명에게 청장 표창을, 검거를 도운 시민 2명에게는 용감한시민상과 보상금을 지급했다.박창규 kyu@donga.com·유원모 기자}

신문기사가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바뀌면서 ‘사회적 시선’도 함께 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 시선이란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기거나 선호하는 위치를 말한다. 15일 서울대에 따르면 심리학과 오성주 교수팀은 최근 ‘읽기·쓰기 방향의 변화와 그림 배치 방향의 변화’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1920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4월 한 달치 동아일보와 다른 신문 1곳에 실린 그림 7658장 등을 분석한 논문이다. 논문에 따르면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기사를 읽던 ‘세로쓰기 시대’에는 신문의 그림 속 인물 시선도 대부분 왼쪽을 향했다. 1920년대 동아일보에 실린 그림 156개 중 129개(82%)의 인물이 글씨와 같은 왼쪽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기사를 읽는 ‘가로쓰기 시대’가 시작되면서 신문 속 인물의 시선도 오른쪽을 향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오른쪽을 보는 인물의 그림이 288건으로 반대 방향 그림(409건)의 절반을 웃돌았다. 2010년 이후에는 81건과 82건으로 비슷해졌다. 동아일보는 1991년 가로쓰기를 병행하고 1998년부터 전면 시행했다. 반면 현재도 왼쪽으로 글씨를 읽고 쓰는 중동 문화권 신문에선 왼쪽을 바라보는 그림이 여전히 많았다. 오 교수는 “신문기사의 방향 변화가 신문 속 그림뿐 아니라 사람들 시선의 기준점을 변화시킨다”고 설명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서울 성동경찰서는 17일 성동세무서 건너편 인도에서 격투 끝에 ‘트렁크 살인 사건’ 피의자 김일곤(48)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그는 9일 충남 아산시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A 씨(35·여)를 납치한 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11일 서울 성동구 주택가에서 불에 탄 채 세워진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됐다. 당시 A 씨 시신은 복부 등이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이처럼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지만 김일곤은 성동경찰서로 압송될 때 취재진 앞에서 눈을 부릅뜬 채 강한 어조로 “난 강도한 적이 없다” “난 잘못한 적이 없다”고 외쳤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도 “과거 식자재 배달을 할 때 돈을 주지 않는 여사장들 때문에 여성에게 불만이 많았다”며 “차량과 휴대전화를 훔치려 했을 뿐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과)는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며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을 짐작하게 하는 발언”이라며 “한편으로는 불안정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심리상태가 매우 불안해졌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경찰 관계자도 “흥분 상태라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사실 관계 확인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추적하고 검거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경찰의 미숙한 수사도 도마에 올랐다. 김일곤이 검거된 곳은 A 씨 시신을 실은 차량이 발견된 곳과 같은 성동구다. 범행 뒤 옷을 갈아입은 곳도 성동구의 한 대형마트로 성동경찰서와 약 130m 떨어진 곳이다. 게다가 김일곤이 최근까지 거주했던 고시원도 성동구에 있다. 그는 검거 직전 성동구의 한 동물병원을 찾아가 흉기로 의료진을 위협하면서 “동물 안락사 약품을 달라”고 요구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동물병원 측 신고가 없었다면 그는 계속 성동구 일대를 활보했을지 모른다. 경찰은 그동안 그가 선불휴대전화를 이용하고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 식으로 수사망을 피해 다니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A 씨 시신을 실은 차량을 발견한 지 8시간 만에 김일곤을 용의자로 특정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그가 검거된 17일까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가 경기 고양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유사한 범행을 저지르려다 미수에 그친 사실도 14일 공개수사로 전환하기 직전에야 알아차렸다. 경찰은 최근까지도 그가 8월 경기 용인시 지하철 분당선 죽전역을 찾은 점을 들어 이 부근 백화점 및 대형마트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찾는 데 집중하기도 했다. 김일곤이 성동구 일대를 활보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과거 동선을 파악하는 데에만 주력한 셈이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한 뒤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박창규 kyu@donga.com·유원모 기자}
서울의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에 불이 났는데, 차량 안에서 3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11일 오후 2시 40분쯤 서울 성동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주차된 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트렁크에서 차량 주인인 주모 씨(35·여)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6분쯤 서울 중구 황학시장 근처에서 해당 차량에 대한 뺑소니 신고가 들어와 수색활동을 벌이다 차량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던 중 트렁크 안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흉기로 찔린 흔적이 발견되고 시신이 종이 박스 안에 있었다는 점 등을 미뤄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에 있다. 경찰은 사고 현장 인근의 CCTV를 확보하고 휴대전화 내역 등을 통해 용의자를 쫓고 있다. 정확한 사인과 피해자 인적사항 파악을 위해 12일 오전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서울과 부산의 유명 백화점에서 잇달아 고가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훔친 70대 노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다이아몬드 반지 2개를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박모 씨(71)를 조사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박 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3시경 서울 영등포구의 한 백화점 명품점에서 시가 1억9000만 원 상당의 1.8캐럿 다이아몬드를 훔쳤다. 박 씨는 범행 전 해당 매장을 수차례 방문해 진열된 다이아몬드와 동일한 모조품을 만들고 시간대별 근무 인원까지 점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매장 직원에게 “볼펜을 가져다 달라”는 등의 질문을 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 뒤 준비한 모조품과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어 박 씨는 10일 오후 1시 20분경 부산 해운대구의 한 백화점에서 같은 수법으로 시가 2억3000만 원짜리 2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씨는 서울과 부산에서 훔친 다이아몬드를 각각 600만 원과 1500만 원에 장물업자에게 팔아 넘겼다. 경찰은 부산에서 범행을 저지른 박 씨가 서울로 올라와 다이아몬드를 처분할 것으로 예상해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잠복한 끝에 10일 오후 11시경 서울역 대합실에서 박 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여죄를 조사한 뒤 박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운동기기를 공짜로 빌려주겠다며 무료체험단을 모집한 뒤 갑자기 계약을 어긴 중견 정수기 업체 대표에게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약속된 렌털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사기)로 한일월드 이영재 회장(52)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이 회장은 2300여명의 고객을 모집하며 950만 원 상당의 음파진동 운동기기를 4년간 무료로 이용하는 대신 홍보활동을 해주면 월 19만8000원씩 할부금을 고객 통장에 넣어주기로 했다. 고객에게 지급된 금액을 할부금융업체인 BNK캐피탈이 출금해가는 ‘금융리스 렌털’ 방식이었다. 한일월드는 렌털계약서를 담보로 BNK캐피털 측으로부터 54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한일월드는 1년여 동안 제 때 입금을 했지만 자금난을 겪은 올 7월부터 입금을 중단했다. 하지만 BNK캐피털 측이 계속해서 고객의 통장에서 돈을 빼가면서 계약자들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고객에게 할부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기 때문에 사기가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많고 피해 금액 규모가 늘어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
7일 오후 3시 30분 제주 추자도 추자항. 장정 6명이 1.6t짜리 고무보트에 차례로 올랐다. 돌고래호 사고 실종자를 찾기 위해 나선 추자도 주민들이다. 모두 30대로 섬에서 가장 젊은 축에 낀다. 오전 8시 30분부터 2시간 30분씩 바다로 나가는데 이날만 벌써 3번째다. 박왕철 씨(38)는 “보트를 타고 큰 배들이 접근할 수 없는 무인도 근처를 수색한다”며 “체력이 달릴 때도 있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시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고 소식이 알려진 뒤 추자도 주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구조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사고 직후 추자도 어선 50여 척이 해상 수색에 참여했다. 주민 360여 명은 해변을 뒤지며 사고 유류품과 실종자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적인 훈련을 받거나 장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2차 사고 우려도 나오고 있다. 6일 오전 8시 30분경 시신 2구를 수습한 김종우 씨(53)는 이날 허리를 다쳤다. 바다에 떠있는 유실물을 건져내기 위해 무리하게 몸을 뻗다가 생긴 것. 김 씨는 “추자도 근처의 조류나 지형에 대해 우리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험이 많고 환경에 익숙한 주민들이지만 심야시간에 악천후다 보니 위험한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5일 오후 9시 30분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배를 몰고 나간 김찬중 씨(53)는 라이트를 켜도 시야 확보가 되지 않고 레이더상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추자도=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돌고래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어선위치발생장치(V-PASS)의 신호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하지만 해경은 잘못된 승선자 명부를 보며 전화기만 붙들고 있었다. 뒤집힌 배 위에서 버티던 승객들이 하나둘 물속으로 사라지는데도 재빨리 구조하지 못한 이유는 해경의 미숙한 대응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돌고래1호 선장 정모 씨(41)가 제주 상추자도 추자항에 있는 해경출장소에 들어선 때는 5일 오후 8시 10분. 기상 악화로 회항한 내용을 신고하고 돌고래호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후 정 씨는 몇 차례 돌고래호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연결이 되지 않자 8시 25분에 다시 상추자도 해경출장소를 찾았다. 그는 돌고래호의 V-PASS 확인을 요청했다. 확인 결과 돌고래호의 운항 궤적은 오후 7시 39분에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곧바로 하추자도 신양항에 있는 안전센터로 돌고래호가 실제 출항한 것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추자도 안전센터는 돌고래호의 승선자 명부를 찾아 기재된 승객들의 휴대전화로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승선한 21명 모두 바다에서 생사를 다투고 있을 때라 전화가 연결될 리 없었다. 그러던 중 명부에 적혀 있던 승객 한 명이 전화를 받았다. 전남 해남에 거주하는 박모 씨(43)였다. “가고 있지요?”라는 해경의 질문에 박 씨는 얼떨결에 “네”라고 답했다. 하추자도 안전센터는 박 씨와의 통화를 근거로 상추자도 출장소에 “돌고래호는 이상 없음”이라고 통보했다. 이 내용은 돌고래1호 선장 정 씨에게도 바로 전달됐다. 하지만 그 시각 박 씨는 해남의 자택에 있었다. 운수업에 종사하는 박 씨가 해경의 갑작스러운 전화에 당황한 나머지 질문의 의미를 잠시 오해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해경은 박 씨가 돌고래호에 타고 있다고 믿은 것이다. 이후 그는 “(선장과 연락이 닿지 않으니) 선장에게 전화를 해 달라(고 전해 달라)”는 해경의 말에 직감적으로 ‘선장’이 10년 전부터 알고 지낸 돌고래호 선장 김철수 씨(46)라고 판단했다. 바로 김 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자 박 씨는 하추자도 안전센터로 연락해 “돌고래호에 승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돌고래호사고수습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작성된 돌고래호의 승선자 명부에 적혀 있지만 실제로 탑승하지 않은 사람은 모두 5명이었다. 반면 4명은 명부에는 없지만 돌고래호에 올랐다. 해경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즉각 수색에 나서지 않고 다시 다른 승객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그때는 돌고래호의 V-PASS 신호가 사라진 지 1시간 6분이 지난 뒤였다. 이미 배는 전복돼 추자도의 거센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돌고래1호 선장 정 씨도 오후 8시 50분경 상추자도 출장소를 다시 찾아 박 씨가 승선하지 않은 사실을 알렸다. 그제야 상추자도 출장소는 민간자율구조선 수배를 요청했다. 제주해경 상황센터로 상황을 보고한 때는 이로부터 13분 뒤인 9시 3분이었다. 박 씨는 7일 해경의 조사를 받은 뒤 본보와의 통화에서 “4일 오후 김 선장에게서 ‘추자도로 낚시하러 가자’는 전화를 받았지만 거절했다”며 “돌고래호 승선자 명부에 내 이름이 적혀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왜 내 이름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해경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돌고래1호 선장 정 씨가 처음 상추자도 출장소를 방문해 돌고래호의 연락 두절 사실을 알렸을 때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경은 7일 브리핑에서 “정 씨가 처음 방문했을 때 돌고래호에 대해 별도의 신고 또는 수배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추자도=유원모 onemore@donga.com / 해남=이형주 / 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