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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청문회와 언론의 취재는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의 완결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31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 후보자가 돈을 받고 논문을 통과시켜주는 학술단체가 주최한 학회에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을 지명 철회의 이유로 꼽으면서도 청와대 검증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한 것. 부실 검증과 인사 실패에도 청와대가 부실 검증 책임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조 후보자는 ‘해외 부실 학회’에 참석한 사실을 본인이 밝히지 않았고 교육부와 관련 기관의 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았기에 (청와대도) 검증에서 걸러 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 부실 학회 참석 사실이 사전에 확인됐다면 후보 대상에서 제외됐을 것”이라고 했다. 검증 과정에서 조 후보자의 학회 참석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부실 검증의 책임을 조 후보자의 잘못으로 돌렸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조 후보자가 해외 부실 학회 참석 여부에 대해 거짓 답변을 했다는 것. 윤 수석은 “본인에게 질문을 했지만 부실 학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후보자 답변이 돌아왔고 그래서 검증 과정에서 누락됐다”며 “후보자가 쓴 서약서에는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할 경우 관련 내용을 공표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윤 수석은 “조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 정부 들어 문제가 된 고위 공직자들이 모두 자진 사퇴로 낙마했지만 조 후보자의 거짓 답변은 사안의 중대성이 다르다고 보고 지명 철회라는 강경 조치를 했다는 얘기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에 대해서도 윤 수석은 “최 후보자의 (자진 사퇴) 입장과 청문회에서 제기된 부동산 관련 문제 등을 무겁게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했다. 형식은 자진 사퇴지만 사실상 지명 철회라는 얘기다. 하지만 야당은 “청와대 검증 실패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학술단체 행사 관련 후보자 답변에 대한 ‘크로스 체크’도 없이 후보자로 지명한 것 자체가 부실 검증의 증거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과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이미 조 후보자가 참석한 학회를 연 ‘오믹스(OMICS International)’ 등 부실 학술단체가 2014∼2018년 주최한 학술대회에 참가한 국내 연구자 실태를 조사한 바 있다. 공권력을 동원한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청와대가 정치권과 언론이 파악한 문제점을 사전에 걸러 내지 못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청와대가 검증의 한계를 앞세운 것을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 사퇴 요구에 방어막을 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취임 첫해인 2017년 6월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혼인무효 소송과 지난해 4월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셀프 후원’ 검증 누락으로 인사검증 개선을 약속한 청와대가 벌써 세 번째로 검증 실패를 인정하고도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는 것. 일각에선 “인사 청문회와 언론의 취재는 검증의 완결로 볼 수 있다”는 언급에 대해 ‘고무줄 잣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급 후보자 8명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야당 관계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며 ‘인사청문회는 참고 과정’이라던 청와대가 이번엔 청문회와 언론이 ‘인사검증의 완결’이라고 한 것은 이중적”이라며 “청와대가 인사검증 시스템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을 구성할 7명의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취업 특혜, 황제 유학 등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인사 추천과 검증을 책임지고 있는 조현옥 대통령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하지만 청와대는 현 정부 들어 최장수 수석인 인사수석, 민정수석 책임론에 선을 긋고 있다. 29일 야당은 일제히 인사수석, 민정수석 문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평화당 홍성문 대변인은 “장관 후보자 청문회장은 흡사 불법, 비리, 흠결의 경연장 같았다”며 “인사 실패는 정권의 실패로 이어질 것이다. 조현옥, 조국이 버티는 한 정권의 성공은 물 건너갔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장관 후보자 7명 모두 투기 전문가”라며 “이런 사람들을 국무위원 후보자로 추천한 최종 책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들을 추천하도록 했던 조국 수석, 조현옥 수석을 당장 경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인사 추천·검증 담당자의 즉각 경질을 요구한다”고 했다. 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 불가의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조현옥 조국 수석을 정면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청문보고서 채택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현옥 조국 수석은 현재까지 인사와 관련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 내에선 두 수석에 대한 경질 요구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야당의 전략에 말려들어 갈 수 없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이 전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일부 후보자를 양보하면 오히려 상황이 더욱 꼬일 수 있다”며 “인사수석, 민정수석의 사과나 경질은 거론될 계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2기 내각 구성이 마무리된 뒤에는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청와대 참모들의 교체와 함께 인사·민정라인의 쇄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인재풀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더라도 인사 추천이나 검증에 문제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재개발지역 고가 건물 매입 논란 하루 만에 사퇴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입’이자 문재인 정권의 간판 격인 인물이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물러나면서도 “나는 몰랐다. 아내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며 제대로 사과하지 않자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장관 후보자 7명의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돼도 임명을 강행할 경우 여론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29일 김 대변인이 사퇴 의사를 전하자 고별 오찬을 갖고 사의를 수용했다. 앞서 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사퇴 입장문’에서 자신은 고가 건물 매입 사실을 몰랐다며 부동산 투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건물 매입에 대해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며 “제가 (매입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 또한 다 제 탓”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도를 보니 25억 원을 주고 산 제 집이 35억∼40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며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 시세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다”고 했다. “농담이었다”고 덧붙였지만 김 대변인은 사퇴의 글에서 부동산 투기 논란에는 사과하지 않았다. 야당은 “떠날 때도 남 탓”이라며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김 대변인의 ‘올인 투기’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공직자 윤리에 어긋나는 명백한 잘못”이라며 “떠나면서도 가정 탓, 아내 탓을 하는 모습이 참으로 치졸하다”고 비판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와 같은 사례가 또 있는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공직비리 및 범죄 혐의가 있다”며 이날 김 전 대변인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김 대변인의 사퇴가 이른바 ‘내로남불’ 논란에 기름을 부으면서 여권에선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는 것 아니냐”라는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청문보고서 채택을 앞두고 있는 장관 후보자 7명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일부 장관 후보자들이 수십억 원의 부동산 시세차익 의혹을 받고 있는 데다 전세 보증금을 올려 포르셰 자동차를 모는 아들의 미국 유학비를 대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황제 유학’ 논란 등이 터져 나오면서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선 7명 중 일부 후보자가 사퇴해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7명 전원을 임명 강행했다간 ‘내로남불 부메랑’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국정동력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민주당에선 조동호 후보자와 ‘꼼수 증여’ 의혹을 받고 있는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1, 2명이 낙마 대상으로 거론된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들이 보시기에 부족함 있는 후보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례적으로 몸을 낮췄다.문병기 weappon@donga.com·유근형 기자}
청와대에서 비핵화 프로세스 업무를 맡고 있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최근 비공개로 러시아를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노이 결렬’ 이후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비핵화 대화 재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28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 차장은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 관련 현안과 한-러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고 귀국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차장이) 오늘 아침 현안점검회의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25일 이후 청와대 내부 회의나 외교 일정에 참석하지 않아 방미·방중설이 제기돼 왔다. 김 차장의 러시아 방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김 위원장의 집사 격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은 19일부터 6박 7일간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뒤 25일 북한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김 차장이 러시아를 찾아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고 북-미 대화 조기 재개를 위한 방안을 협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올 상반기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을 추진해 왔던 만큼 한-러 정상회담 관련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4월 초 미국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에 참여했던 앨리슨 후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은 이날 외교부를 비공개로 방문해 북-미 회담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9·19군사합의’의 철저한 이행을 통해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등 다양한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외국인 투자기업의 기업인을 대상으로 취임 후 첫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갑자기 한일 갈등 이슈가 불거졌다. 한 주한 일본 기업 대표가 “업계 차원에서 보면 현재 한일 관계에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발언하면서다. 모리야마 도모유키 서울재팬클럽 이사장(한국 미쓰이 물산 대표)은 이날 간담회에서 “우호적인 한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양국에도 좋을 뿐 아니라, 이 지역과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 문제가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한국 정부에서 미세먼지 관련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 주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경제적 교류는 정치와 다르게 봐야 한다”며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한 해에 한일 양국을 오가는 인원이 1000만 명에 이른다”며 “이런 인적 교류가 민간 영역으로 확대돼 기업 간 경제 교류가 활발해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됐지만 기업 간에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한 것.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이후 지정학적 위험도 현저히 줄었다”며 “한반도 평화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외국인 투자기업을 만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프랑크 셰퍼스 로버트보쉬코리아 사장, 얀 르부르동 로레알코리아 사장,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코리아 사장 등을 비롯해 65명의 외국인 투자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과감한 규제완화를 요청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은 “84%의 유럽 기업인이 한국을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하지만 한국에서 경영을 하는 것은 여전히 도전적”이라며 “(고용) 유연성과 안정성이 제대로 보장돼야 한다. (규제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잉그리드 드렉셀 주한독일상의 회장은 “한국 기업을 우선하는 규제의 축소를 부탁드린다”며 “기본적으로 주 52시간 근로제를 환영하지만 디지털 분야는 노동시간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모리야마 이사장도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앞으로 규제 완화를 포함한 32개 건의사항을 전달했다”며 “정부와의 소통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 정부가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해외 기업을 위한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주길 바란다”고 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자문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 당시 ‘의전 결례’에 대해 “얼척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탁 위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순방 행사에서는 물컵의 위치와 컵받침까지도 양국 담당자들이 협의한다”며 “건배는 물론이고 건배사 이후 음식 순서도 당연히 협의한다”고 적었다. 이슬람 국가인 브루나이에서 건배를 제의한 것이 ‘외교 결례’라는 지적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이어 “순방행사 의전은 외교부 의전장이 총책임을 맡는다”며 “외교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순방행사를 맡는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국은 아무 불만이 없는데 자국의 대통령이 실수를 했다고 야당이 나서서 이렇게 얼척 없는 주장을 하는 경우는 참 흔치 않은 것 같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 당시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어로 인사말을 하고, 브루나이에서 건배 제의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외교결례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집중력 없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원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탁 위원의 주장에 대해 자유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은 해외에 나가 외교적 ‘결례’를 범하더니 탁 자문위원은 국민께 ‘무례’를 범하고 있다”며 “외국 정상이 한국에 와서 ‘곤니치와’라고 인사한 것과 같은 결례를 범한 뒤에도 핑계를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대구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살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7번째 지역경제투어로 대구를 찾아 지역 경제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대구상공회의소 이재하 회장이 “대구경북의 숙원이 하나 있다. 통합 신공항이 하루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부산지역 경제인들을 만나 “부산 시민들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영남권 광역단체들의 생각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 논의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가덕도신공항과 대구 통합신공항이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하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은 앞서 “대구 통합신공항 추진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선 가덕도신공항이 재추진될 경우 TK(대구경북) 민심을 달래기 위해 대구 통합신공항이 함께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수렴하겠다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 “(총리실 검증에) 부지 재검토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19일 대정부질문에서 “(동남권 신공항) 조정이 안 되면 총리실이 나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북한이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돌연 철수를 통보하면서 하노이 결렬 이후 ‘새로운 길’을 위한 본격적인 첫 행동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하노이 결렬 이후 처음으로 독자 대북제재를 발표한 지 6시간여 만에 유일한 남북 소통창구를 폐쇄하는 초강수를 둔 것. 청와대가 제안한 남북 정상회담을 일축하고 대남·대미 압박 강도를 끌어올리면서 ‘김정은 페이스’로 한반도 상황을 이끌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특히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 내용을 1주일 만에 공개하면서 ‘핵단추’를 거론해 한반도 정세가 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이후 최대 격랑 속에 빠져들고 있다.○ 미 대북제재 단행에 총공세 나선 北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를 통보한 것은 이날 오전 9시 15분경. 북한은 남북 연락대표 접촉을 요청한 뒤 “북측 연락사무소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북한 측 인력 15명은 간단한 서류만 챙겨 사무소를 떠났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철수는 이날 새벽 미국 재무부가 불법 환적을 통해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에 대한 독자 제재를 단행하고 한국 선박 등 불법 환적 의심 선박에 무더기 ‘해상거래 주의보’를 발령한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연락사무소 철수뿐만 아니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핵 단추나 로켓 발사 단추를 누르시겠는지 안 누르시겠는지에 대해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발언도 공개했다.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한 총공세에 나선 것이다. 하노이 결렬 이후 구두 경고만 날리던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첫 타깃으로 실질적인 조치에 들어간 것은 연락사무소가 갖는 상징성을 고려한 것이다. 남북연락사무소는 지난해 4월 27일 1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합의에 따라 지난해 9월 14일 개소된 시설. 남북 군사합의서와 함께 한반도 긴장 완화의 대표적인 성과였던 연락사무소를 189일 만에 전격 봉쇄하면서 남북미 3각 구도로 이어온 대화 국면을 다시 판문점회담 이전 대치 국면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는 얘기다. 특히 1,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중재자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가 강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한미 갈라치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노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로 미국 제재 완화를 끌어내지 못한 데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 데 대해 한국에 “중재자로서 한 일이 뭐냐”는 식으로 화살을 돌린 것. 실제로 북한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남조선 당국이 무슨 힘으로 중재자 역할,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며 “제정신을 가지고 동족과 함께 미국에 대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할 말은 하는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하노이 회담이 끝난 뒤 한국에 대한 기대를 접고 대남·대미 공세로 나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핵단추’ 언급한 北, 미사일 도발 재개하나 연락사무소 철수로 포문을 연 북한은 앞으로 강경대응 수위를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다음 타깃은 미국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최선희가 예고한 김 위원장의 성명이 임박했다는 신호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다음 달 11일 제1차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2기 체제’ 정비를 마친 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담은 성명을 발표한 뒤 미국을 향한 행동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 북한이 핵·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뒤집고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중단을 치적으로 앞세운 상황에서 연락사무소 철수를 신호탄으로 모라토리엄을 끝낼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도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중단하고 도발 재개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처음으로 한국 선박을 대북제재 위반 의심 리스트에 올려놓은 데 이어 북한의 연락사무소 철수로 하루 사이 북-미 양쪽에서 타격을 받은 한국 정부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남북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이번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던 청와대는 이날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다시 한번 NSC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남북 정상회담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지 닷새 만에 북한이 연락사무소 철수를 단행하면서 한국의 북-미 대화 중재·촉진 구상을 거부한 만큼 당분간 남북 관계도 냉각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기재·이지훈 기자}

북한의 ‘서해 3대 도발’로 산화한 장병들을 기리는 제4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정부는 2016년부터 3월 넷째 금요일을 ‘서해수호의 날’로 정하고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 천안함 폭침(2010년 3월 26일),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11월 23일)로 희생된 55명의 용사들을 추모하는 기념식을 개최해 왔다. 이날 행사엔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을 비롯해 전사자 유족과 참전 장병, 시민 등 7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대구지역 경제투어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불참했다. 문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추모글을 통해 “오늘 대구로 가는 길, 마음 한쪽은 서해로 향했다”며 “바다와 함께 영원히 기억될 젊은 용사들의 이름을 떠올려 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그 어떤 도발도 용서할 수 없으며 힘으로 더 강력하게 응징할 것이다. 그러나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할 것”이라며 “평화의 바다가 용사들의 희생 위에 있다는 것을 가슴에 깊이 새기겠다”고 적었다.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윤호중 사무총장과 안규백(국회 국방위원장) 박정 소병훈 의원,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와 전희경 김성찬 의원, 바른미래당의 하태경 유승민 의원 등이 참석했다. 5당 대표 중 유일하게 참석한 황 대표는 페이스북에 “북한 눈치를 보느라 대통령이 불참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은 국가에도, 국민에도 불행한 일”이라며 “나라를 지키는 일만큼은 이념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나눠선 안 된다. 부디 내년엔 반드시 참석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서해는 한반도의 화약고에서 평화의 발신지로 변모하고 있다”며 “우리가 용사들의 거룩한 희생에 보답하는 길도 항구적인 평화의 정착”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해 용사들이 꿈꾸셨던 것도 평화, 지키려 했던 것도 평화”라며 “평화를 끈기 있게 추구하되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튼튼한 안보를 견지하는 한편 호국용사들의 명예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서운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천안함 전사자인 손수민 중사의 아버지 손강열 씨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이 있으면 모르겠는데 의도적으로 안 오고 홀대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북한의 도발을 ‘불미스러운 충돌’이라고 발언한 정경두 장관은 행사 직전 유족들을 찾아가 “오해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일부 유족들은 “진의가 아니었길 바란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문병기·지명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외교정책비서관에 박철민 주포르투갈 대사(55)를 임명했다. 부산 출신인 박 신임 비서관은 경남고,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외무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한 박 신임 비서관은 외교부 국제기구국 협력관, 유럽국 국장 등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부 군축비확산과장을 지낸 데 이어 주유엔대표부 참사관 등을 거친 북핵·테러 문제 전문가로 꼽힌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임 대통령경제보좌관으로 주형철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54·사진)를 임명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주 보좌관은 43세에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를 지냈고 이후 네이버가 설립한 소프트웨어 산업 전문 인재 양성기관인 NHN NEXT(현 커넥트재단) 교수, 서울산업진흥원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경제보좌관은 김현철 전 보좌관이 청년 비하 논란을 빚은 ‘동남아 발언’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48일간 공석이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한 김 보좌관을 대신해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 출신 기업인을 경제보좌관으로 낙점한 것은 경제 활력 되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주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혁신 스타트업’ 육성과 관련해 ‘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 등 창업 관련 책을 펴내기도 했다. 주 보좌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가 어렵다는 걱정이 많은 만큼 대통령을 보좌해 성과를 내겠다”며 “기업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제 현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이 터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장관 후보자들의 의혹에 대해 “사전 체크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북한 편향 발언과 부동산 투기, 꼼수 증여, 위장전입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야당이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검증 결과 문제가 없다고 치고 나온 것. 야당은 “국회 인사청문 결과와 무관하게 임명 강행 방침을 벌써부터 밝힌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해 “(민정수석실 검증과정에서) 체크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인사청문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청문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25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26일 김연철 통일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27일에는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가 집중된 ‘슈퍼위크’를 앞두고 야당은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김연철 장관 후보자의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후보자는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나라가 망한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은 우발적”, “개성공단 중단은 자해”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최정호 후보자는 다주택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입각 직전 딸과 사위에게 아파트를 증여한 뒤 월세계약을 맺는 ‘꼼수 증여’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청문회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선 7대 인사검증 기준에 미달하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김연철 후보자에 대해선 “이념 성향 때문에 낙마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급 8명의 인사를 강행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청문회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청와대가 임명 강행 의사를 내비친 것 아니냐”며 “청문회를 무력화시키고 국회를 농락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미국이 단계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해 다시 한번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과 유엔 대북제재 중 핵심 5개를 맞교환하자는 북한의 제안에 “완전한 비핵화 후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강 장관의 발언은 청와대가 전날 빅딜과 스몰딜의 중간인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한 수준의 합의)’과 ‘조기 수확(early harvest)’ 개념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한미 간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대북제재 단계적 이행방안 미 측 입장” 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북제재 해제의 단계적 이행방안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후에도 살아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이 재차 “단계별 상응조치에 제재완화도 포함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강 장관은 앞서 같은 당 추미애 전 대표와의 질의응답에선 “미국 측도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진다면 완전한 제재 해제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사뭇 다른 말을 했다. 강 장관의 이날 발언은 단순 실언일 수도 있지만, ‘빅딜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측이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2차 하노이 정상회담 전의 미국 입장과 섞여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혼동을 빚은 것으로 이해한다”고 평가했다. ○ 비핵화 해법 두고 남북미 ‘동상삼몽’ 강 장관의 발언처럼 한국 정부가 하노이 회담 후 내놓는 해법과 제안들이 남북미의 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가 17일 내놓은 비핵화 대화 재개 해법인 ‘굿 이너프 딜’과 구체적인 접근 방식으로 제시한 ‘조기 수확’이 대표적이다. 이는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영변 핵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시설 폐기는 물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전체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괄하는 합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북-미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절충점을 찾자는 것. 미국이 주장하는 ‘토털솔루션’ 대신 북-미가 합의할 수 있는 비핵화 및 상응조치부터 먼저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신뢰수준을 높여 비핵화를 달성하자는 얘기다. 청와대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반영해 완전한 비핵화 과정을 잘게 쪼개는 대신 크게 2, 3개 단계로 나눠 합의하는 방식을 내세웠다. 문제는 북-미가 이를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비핵화 로드맵’ 합의를 위해선 핵시설의 포괄적 신고 계획이 포함돼야 하지만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이상의 조치는 내놓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일각에선 조기 수확 개념에 대한 미국 조야의 거부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기 수확은 2005∼2007년 6자회담 당시 미국이 북한에 제안했던 방식이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청와대가 제시한 ‘조기 수확’은 현 상황에선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입장에서도 초기 조치로 핵무기, 핵물질 반출 등 뒷단계에 있는 조치를 앞으로 당기는 식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한기재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사진)이 청와대가 제안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위원장직을 사실상 수락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17일 서면 브리핑에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전날 반 전 총장을 만나 위원장직을 맡아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제안을 받은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 문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다”며 “기후변화 등 국제 환경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에 도움이 될 기회를 주신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국가기구는 모든 정당, 산업계, 시민사회 등까지 폭넓게 포괄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청와대가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빅딜 압박과 관련해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반도 긴장이 재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미 절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지만 한미 간극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긴급 브리핑을 자청해 “일시에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스몰딜, 빅딜이 아니라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북-미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히 괜찮은 합의)’로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살라미 식의 분절된 단계적 방식의 협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단계적 점진적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과 빅딜을 요구하는 미국의 해법을 절충한 ‘미들딜’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청와대는 “북한이 포괄적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도록 견인해나가야 한다”며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선 한두 번의 조기 수확(early harvest)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더해 핵시설 신고 계획 등이 포함된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할 경우 ‘굿 이너프 딜’이 될 수 있다는 것. 하노이 결렬 이후 모든 핵시설과 핵무기는 물론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폐기가 필요하다고 밝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와는 결을 달리하는 구상이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이번엔 남북 대화의 차례”라며 “남북미 3각 정상 간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을 향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 동력을 되살린 것처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중재자’라는 표현을 자제하고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당분간 속도조절에 나서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북-미 기류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대북제재와 연관된 사안을 섣불리 내세우지 않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이지훈 기자}

“일시에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북-미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뒤 비핵화 협상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청와대가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빅딜(일괄타결)’ 방식에 선을 긋고 나섰다. ‘단계적·점진적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는 북한과 연일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 사이의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궤도 이탈을 차단하려 한 것. 하지만 청와대가 비핵화 대화 교착을 풀기 위한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북-미 양측에서 한국의 중재 역할에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북한의 호응이 뒤따를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많다.○ 빅딜, 스몰딜도 아닌 ‘굿 이너프 딜’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올 오어 너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에 대해선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비핵화 협상을 해나가는 데 관성적인 대북협상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포괄적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도록 견인해 나가고 그 바탕 위에서 스몰딜, 빅딜이 아니라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한 수준의 합의)’로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빅딜’ 대신 영변 핵 폐기에 더해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는 선의 ‘미들딜’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표현한 것.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하노이 합의 무산 이후 “모든 것이 합의될 때까지 아무것도 합의된 게 아니다”라며 ‘모 아니면 도’ 식으로 빅딜을 압박하고 있는 움직임을 자제해 달라는 문재인 정부 차원의 공개 요청으로 봐야 할 듯하다. 실제로 청와대는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선 한두 번의 조기 수확(early harvest)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조기 수확으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목표(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북한에 영변을 포함한 전체 핵시설 폐기는 물론이고 미사일과 무기 시스템,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모두 폐기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토털 솔루션’을 대신해 완전한 비핵화 과정을 2, 3번으로 나눠 합의하는 방식의 협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또 “미국은 (합의 무산으로) 대체로 실보다는 득이 많았다. 어떤 면에선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은 60시간 기차여행을 했는데 빈손 귀국한 것에 대해선 국내 정치적 어려움이 있지 않나 추정된다. 미국과의 협상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노이 결렬에 따른 북-미 손익을 평가하면 북한의 손해가 크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은 충분히 경계해 나갈 것”이라며 “한미 간 긴밀한 공조 아래 북한의 궤도 이탈을 방지하고 북-미 협상이 조기 재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힘 잃은 중재론 대신 촉진자 꺼내 든 靑 이와 함께 청와대는 “남북미 3각 정상 간 구도 유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북한에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으니) 이번엔 남북 대화의 차례가 아닌가”라며 “우리에게 넘겨진 바통을 어떻게 활용할지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지난해 대북 특사 방북을 통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 냈던 것처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 재개를 촉진하겠다는 것. 이어 “핵 모라토리엄에 대한 변동이 있으면 굉장히 심각한 사태”라며 “미국과 우리는 이 점에 대해 굉장히 주의를 갖고 북한의 태도를 지켜볼 예정이다. 북-미 모두 사실상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어렵다”며 대화 재개에 무게를 실었다. 청와대는 이날 북-미 대화와 관련해 ‘중재’라는 표현을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북-미 대화와 관련해 지금까지 사용했던 중재자 대신 촉진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남북 경협에 대해선 속도를 조절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중재자는 절충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뜻이 있는 만큼 국제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미국도 한미 정상 통화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중재를 요청했다’는 청와대의 발표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이지훈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할지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밝혔다. 최 부상은 또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하노이 결렬’ 2주 만에 미국의 영변을 포함한 모든 핵무기와 핵시설 폐기 요구를 공식 거부하며 15개월째 중단하고 있는 핵·미사일 실험 재개를 위협하고 나선 것이다. 최선희는 이날 평양에서 북한 주재 외교관과 외신 기자를 대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거나 이런 식의 협상에 나설 의사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선희는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중단(모라토리엄)을 계속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며 “짧은 기간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북한의 도발 징후를 감시하기 위해 RC-135U ‘컴뱃 센트’ 전자정찰기를 서해상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북한의 향후 행동계획을 담은 공식성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조만간 성명에서 핵·미사일 실험 재개 등을 담은 ‘새로운 길’을 공식화하면 비핵화 협상 국면은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최선희는 “미국의 날강도 같은(gangster-like) 태도는 결국 상황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선희는 “(북-미) 두 최고지도자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chemistry)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며 대화 재개의 여지는 남겨뒀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5일(현지 시간)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은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그가 이에 부응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날강도 같은’이라고 한 게 처음은 아니다”라며 “북한과 협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기재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동남아시아 3개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구성을 지시하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이 기구를 이끌어 달라고 요청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브루나이 현지에서 김수현 대통령정책실장으로부터 미세먼지 대책을 보고받고 이렇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는 반 전 총장에게 이 기구를 이끌어 주실 수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기존 미세먼지특별위원회와 새로 만들어질 범국가적 기구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제안을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손 대표는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와 정부, 사회 각 계층이 참여하는 범사회적 기구를 구성하자. 위원장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적임자”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손 대표의 제안 직후 반 전 총장 측에 위원장 수락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엔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활동해 온 만큼 (반 전 총장도) 소명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프랑스 출장을 마치고 15일 귀국하면 정부 구상을 들어 보고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8일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인 40여 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외국기업인과 간담회를 갖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앞으론 극초미세먼지도 측정한다 정부는 초미세먼지(PM2.5)보다 더 작은 ‘극초미세먼지’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극초미세먼지는 PM1.0으로 초미세먼지의 40% 크기이며, 정부가 PM1.0 이하의 입자 미세먼지 연구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주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집어삼키면서 미세먼지 재난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게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12일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15일부터 ‘수도권 극초미세먼지 특성 및 관리방안’ 연구용역을 재입찰 공고했다. 극초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보통 지름 50∼60μm)의 60분의 1 이하 크기인 대기 중 극소입자다. 1μm는 100만분의 1m다. 현재 환경부가 예보하는 미세먼지 입자 크기는 초미세먼지(PM2.5)와 미세먼지(PM10)다.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극초미세먼지는 입자가 훨씬 작아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도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법안 4건, 국회 상임위 의결 앞으로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과 지하철 및 철도 역사에서 정기적으로 실내 공기질을 측정해야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실내공기질 관리법 개정안’ 등 미세먼지 관련 법안 4건을 의결했다. 이날 환노위를 통과한 실내공기질 관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지하역사에 실내 공기질 측정기기 부착을 2021년 3월까지 완료해야 한다. 미세먼지에 취약한 어린이, 노인, 임산부가 이용하는 어린이집, 어린이 놀이터, 노인요양시설 등에도 실내 공기질 측정기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현행법상 다중이용시설, 대중교통차량의 실내 공기질 측정은 의무사항이 아니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김호경 기자}

‘하노이 결렬’ 이후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중과 연쇄 접촉에 나섰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원으로 대화 궤도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북-미를 중재하려는 움직임이다. 11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정 실장은 9, 10일경 중국을 비공개로 방문해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지난해 9월 대북 특사단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양 정치국원을 만난 바 있다. 정 실장과 양 정치국원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이어 11일 오후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도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원 움직임과 한미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또 정 실장은 남북간 물밑 접촉 결과에 대해서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은 10일(현지 시간) ABC뉴스 인터뷰에서 북-미 대화와 관련해 “한국이 북한과 얘기했을 가능성은 있다. 한국 측 카운터파트(정 실장)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재를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을 본격화하기 전에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첫 해외순방으로 10일부터 6박 7일간의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3개국 국빈 방문에 나섰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 첫 대외 행보로 동남아시아 순방에 나서면서 신남방정책의 속도를 높여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출국해 첫 순방지인 브루나이의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첫 공식 일정으로 하사날 볼키아 국왕 주최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뒤 정상회담과 국빈만찬 등을 가질 예정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12일부터 14일까지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와 회담을 갖고 압둘라 국왕 내외가 주최하는 국빈만찬 등에 참석한 뒤 14∼16일 캄보디아를 방문해 훈 센 총리와 회담을 갖는다. 문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맞은 올해 첫 순방지로 동남아시아를 택한 것은 2017년 11월 신남방정책을 내놓으며 “임기 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까지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 4개국을 찾았다. 특히 올해 11월 한국에서 열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를 통해 아세안과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강국(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출국 직전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 우리(한국과 아세안)는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맞이했고, 11월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래는 아시아의 시대”라며 “이번 순방을 통해 한국과 아세안의 거리를 더욱 가깝게 하고, 문화와 인적 교류를 촉진하겠다. 우리 기업의 진출과 실질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집권 중반기 최우선 과제로 경제 활력 되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신남방정책의 속도를 높여 대외교역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놔야 한다는 뜻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종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해 아세안과의 교역액은 역대 최고치인 1600억 달러를 기록해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교역시장으로 부상했다”며 “이번 순방은 신남방정책을 가속화해 미중에 편중된 우리 교역시장을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동남아 3개국에 맞춤형 협력사업을 제안할 계획이다. 브루나이에서는 대림산업이 수주한 현지 최대 규모 건설공사인 ‘템부롱’ 대교 건설 현장을 방문하는 등 인프라 건설 협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말레이시아에서는 ‘할랄’(이슬람교도들이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음식) 시장 공동 진출과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 협력, 캄보디아에서는 메콩강 개발사업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 수석은 “캄보디아에선 순방 기간에 양국 정부와 기업인 300여 명이 참석하는 가운데 ‘한강의 기적을 메콩강으로’를 주제로 한 한-캄보디아 비즈니스 포럼이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반다르스리브가완=한상준 alwaysj@donga.com / 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