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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한국 낭자들 앞에 일본은 없었다. 한국 여자프로골프 대표 선수들이 2014 한일 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에서 일본에 압승을 거뒀다. 2009년과 2012년에 이어 3연속 우승이다. 한국 선수들은 7일 일본 아이치 현 미요시 골프장(파72·6495야드)에서 열린 대회 둘째 날 12개조 싱글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7승 2무 3패로 승점 16점을 따내며 8점에 그친 일본을 크게 앞섰다. 한국 선수단은 전날 포볼(2인 1조로 각자 공을 쳐 좋은 점수가 팀 성적이 되는 방식) 스트로크 플레이로 열린 1라운드에서도 4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승점 9-3을 기록했다. 한국은 이틀간 경기에서 종합 점수 25-11로 크게 이겼다. 승리의 선봉장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금왕 김효주(19·롯데)였다. 한국 대표팀 주장 안선주가 1조에 배정한 김효주는 일본의 베테랑 오야마 시호(37)와 맞붙었다. 17번홀까지는 1타 차의 열세. 자칫 하루 전의 좋은 흐름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철 멘털(정신력)의 김효주는 언제나 그랬듯 마지막에 강했다. 최종 18번홀(파4)에서 천금 같은 버디를 낚았고, 보기를 범한 오야마에게 1타 차 역전승을 거뒀다. 올해 9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캐리 웹(호주)을 상대로 승리할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김효주는 전날 이정민(22·비씨카드)과 짝을 이뤄 출전한 포볼 경기에서도 65타를 합작하며 한국 팀에 1승을 선사했다. 연 이틀 맹활약을 펼친 그는 첫 출전에서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김효주는 “단체 팀으로 경기를 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모든 게 재미있었다. 또 막내로서 1번 타자로 나가 잘 끝낸 것에 대해서도 스스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효주의 극적인 역전승 후 한국은 4∼6조의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 최운정(24·볼빅), 백규정(19·CJ오쇼핑)이 나란히 류 리쓰코, 사카이 미키, 스즈키 아이를 누르고 승점 2점씩을 더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 선수단의 마지막 선수로 출전한 세계랭킹 7위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은 이번 대회 최저 타수인 5언더파 67타를 치며 5오버파를 기록한 나리타 미스즈를 무려 10타 차로 따돌렸다. 총상금 6150만 엔(약 5억7000만 원)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1인당 300만 엔(약 2781만 원)씩, 총 3900만 엔(약 3억9000만 원)의 상금을 가져갔다.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도 7승 1무 3패로 우위를 지켰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포스트 김연아’의 선두 주자 박소연(17·신목고)이 회장배 랭킹대회 정상에 올랐다. 박소연은 7일 충남 아산 이순신빙상장에서 열린 2014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마지막 날 여자 싱글 1그룹(13세 이상) 프리스케이팅에서 115.88점을 받았다. 기술점수(TES)는 63.56점, 예술점수(PCS)는 52.32점이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도 55.95점으로 1위에 올랐던 박소연은 합계 171.83점으로 2위 김해진(17·과천고)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박소연은 올 2월 소치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김연아(24) 이후 처음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두 개 대회에 초청받는 등 한국 피겨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손꼽혀 왔다. 박소연은 10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1차 대회에서는 170.43점으로 5위에 올랐고,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4차 대회에서도 163.24점으로 5위에 자리했다. 이날 점수는 자신의 ISU 공인 최고 기록(176.61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정상에 오르기엔 손색없었다. 박소연은 이날 한 차례 점프 실수를 했을 뿐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쇼트프로그램에서 51.09점으로 4위에 그쳤던 김해진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101.52점을 받아 합계 152.61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번 대회 결과를 토대로 2015년 겨울유니버시아드 파견 선수와 내년 사대륙선수권대회 출전 선수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선수가 많아 고민이라는 감독은 아무도 없다. 열이면 열, 모든 감독은 “선수가 부족해 걱정”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내년엔 더욱 그렇다. 올해 팀당 128경기를 치렀던 한국 프로야구는 내년부터 팀당 144경기를 치른다. KT의 합류로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꿀맛 같던 휴식일도 이동일인 월요일 외에는 없어진다. 각 팀의 성적은 ‘질’보다 쓸 만한 선수의 ‘양’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만년 하위 팀 한화가 다크호스로 주목받는 것도 양에서만큼은 나머지 구단들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오른손 선발 투수 송은범(4년 34억 원)과 왼손 불펜 투수 권혁(4년 32억 원)을 영입한 한화는 3일 밤 통산 124승을 거둔 선발 투수 배영수(3년 21억 5000만 원)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다른 팀 FA를 데려올 수 있는 최대 한도(3명)를 가득 채운 것이다. 내부 FA인 김경언(외야수)까지 붙잡으면서 한화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100억 원 가까운 돈을 썼다. 지난해에는 FA 정근우(2루수)와 이용규(외야수) 등을 영입하고 내부 FA 3명(이대수, 한상훈, 박정진)을 모두 잡으면서 200억 원에 가까운 대형 투자를 했다. 여기에 외국인 선발 투수 2명과 군 복무를 마친 선발 투수 양훈이 돌아온다. 이들만으로도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채울 수 있다. 지난해 한화 선발 마운드를 홀로 지키다시피 했던 이태양과 언제든 잠재력이 폭발할 수 있는 유창식, 송창현까지 합치면 선발로 뛸 수 있는 투수는 무려 8명이나 된다. 허리도 강해졌다. 김성근 감독(사진)의 요청에 따라 한화 유니폼을 입은 베테랑 사이드암 투수 임경완과 개인 통산 512경기에 출전한 권혁이 새 얼굴이다. 신인 투수 김민우와 김범수의 활약도 기대할 만하다.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김민우는 고교 투수 최대어였다. 고교 2학년 때 유급을 하면서 2차 지명에 나왔고 한화는 주저 없이 그를 선택했다. 1차 지명 선수인 김범수 역시 성장 잠재력이 크다. 구슬을 꿰어 보배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은 김 감독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한화가 올해 3명의 외부 FA를 영입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4명으로 봐야 한다. ‘자유계약 감독’인 김 감독을 데려온 게 사실 가장 큰 일이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번 FA들의 계약은 모두 김 감독의 뜻에 따라 한화 프런트가 실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계약 조건인 3년간 총액 20억 원 역시 FA급이다. 재료는 모두 갖춰졌다. 이제는 야구를 잘하는 일만 남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타격 5위(0.300), 홈런 8위(19개), 타점 12위(68개).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의 이대호(32)가 올 시즌 거둔 성적이다. 객관적으로 준수한 성적표지만 그는 시즌 내내 팀 안팎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팬들은 “영양가가 없다”고 힐난했다. 구단 내에서조차 “좀 더 분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득점권 타율이 0.244로 좋은 편이 아니긴 했다. 타점도 예년만큼 많았던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팀의 구멍이었던 4번 타자 자리를 굳게 지켰다. 결정적인 순간 한 방도 여전했다. 이대호가 없었다면 소프트뱅크는 퍼시픽리그 우승과 일본시리즈 정상에 서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대호가 비난을 받았던 것은 그가 팀 내 최고 연봉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올해 받은 4억 엔(약 37억 원)은 일본 프로야구를 통틀어 3번째로 많은 금액이었다. 결국 팬들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한 게 이대호가 욕을 먹은 이유였다. 고액 연봉은 선수들에게는 ‘양날의 칼’과 같다. 잘할 때는 별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부진할 경우 비난은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털털한 성격의 이대호도 밖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시즌을 보냈다고 한다. 이대호는 내년에 5억 엔(약 47억 원)을 받는다. 5억 엔을 지불하는 팀과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4할 타율에 50홈런을 쳐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야구라는 건 항상 잘할 수만은 없다. 받는 돈에 어울리는 성적을 꾸준히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과 기대의 편차 속에서 큰돈을 받는 선수들은 누구나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부담은 과욕을 낳고, 과욕은 부진의 원인이 되곤 한다. 예전 요미우리에서 4년간 30억 엔(약 280억 원)짜리 대형 계약을 했던 이승엽도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447억 원)라는 잭팟을 터뜨린 메이저리거 추신수(텍사스)도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첫해인 올 시즌 극도로 부진했다. 자존심이 생명과도 같은 이들에게 성적 부진과 이에 따르는 팬들의 비난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억∼’ 소리 나는 대형 계약이 쏟아졌다. 3루수 최정은 4년간 86억 원을 받고 SK에 잔류하기로 했고, 왼손 투수 장원준은 4년간 84억 원에 롯데를 떠나 두산으로 이적했다. 삼성 오른손 투수 윤성환의 몸값도 80억 원이다. 이들 외에도 야구 좀 한다 싶은 선수들은 대개 50억 원이 넘는 대형 계약을 했다. 큰돈을 벌게 됐다는 기쁨은 잠시. 이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팀과 팬들의 높아진 기대치다. 86억 원의 값어치를 하려면 최정은 대체 얼마나 좋은 활약을 보여야 할까. 그도 사람인지라 부상을 당할 수도,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을 텐데 그때마다 ‘먹튀’라는 말이 족쇄처럼 따라다니지 않을까. 몇 해 전 당시 기준으로 대박 계약을 했던 A 선수는 이런 말을 했다. “당시 조금 더 받지 못한 것을 많이 아쉬워했는데 막상 뛰어보니 내 주제에 맞는 계약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적지 않은 돈을 받고 있어 엄청난 부담 속에 야구를 하고 있다. 그릇에 맞지 않는 돈을 받았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지금 당장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이들 역시 쉽게 돈을 버는 건 절대 아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이런 말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남의 돈 먹기가 어디 쉬운 거냐는.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타격 5위(0.300), 홈런 8위(19개), 타점 12위(68개).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의 이대호(32)가 올 시즌 거둔 성적이다. 객관적으로 준수한 성적표지만 그는 시즌 내내 팀 안팎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팬들은 "영양가가 없다"고 힐난했다. 구단 내에서조차 "좀 더 분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득점권 타율이 0.244로 좋은 편이 아니긴 했다. 타점도 예년만큼 많았던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팀의 구멍이었던 4번 타자 자리를 굳게 지켰다. 결정적인 순간 한 방도 여전했다. 이대호가 없었다면 소프트뱅크는 퍼시픽리그 우승과 일본시리즈 정상에 서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대호가 비난을 받았던 것은 그가 팀 내 최고 연봉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올해 받은 4억 엔(약 37억 원)은 일본 프로야구를 통틀어 3번째로 많은 금액이었다. 결국 팬들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한 게 이대호가 욕을 먹은 이유였다. 고액 연봉은 선수들에게는 '양날의 칼'과 같다. 잘할 때는 별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부진할 경우 비난은 굴러가는 눈 덩이처럼 커진다. 털털한 성격의 이대호도 밖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시즌을 보냈다고 한다. 이대호는 내년에 5억 엔(약 47억 원)을 받는다. 5억 엔을 지불하는 팀과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4할 타율에 50홈런을 쳐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야구라는 건 항상 잘 할 수만은 없다. 받는 돈에 어울리는 성적을 꾸준히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과 기대의 편차 속에서 큰 돈을 받는 선수들은 누구나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부담은 과욕을 낳고, 과욕은 부진의 원인이 되곤 한다. 예전 요미우리에서 4년 간 30억 엔(약 280억 원)짜리 대형계약을 했던 이승엽도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7년간 1억 3000만 달러(약 1447억 원)라는 잭팟을 터뜨린 메이저리거 추신수(텍사스)도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첫 해인 올 시즌 극도로 부진했다. 자존심이 생명과도 같은 이들에게 성적 부진과 이에 따르는 팬들의 비난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억~'소리 나는 대형 계약이 쏟아졌다. 3루수 최정은 4년간 86억 원을 받고 SK에 잔류하기로 했고, 왼손 투수 장원준은 4년간 84억 원에 롯데를 떠나 두산으로 이적했다. 삼성 오른손 투수 윤성환의 몸값도 80억 원이다. 이들 외에도 야구 좀 한다 싶은 선수들은 대개 50억 원이 넘는 대형 계약을 했다. 큰 돈을 벌게 됐다는 기쁨은 잠시. 이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팀과 팬들의 높아진 기대치다. 86억 원의 값어치를 하려면 최정은 대체 얼마나 좋은 활약을 보여야 할까. 그도 사람인지라 부상을 당할 수도,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을 텐데 그 때마다 '먹튀'라는 말이 족쇄처럼 따라다니지 않을까. 몇 해 전 당시 기준으로 대박 계약을 했던 A선수는 이런 말을 했다. "당시 조금 더 받지 못한 것을 많이 아쉬워했는데 막상 뛰어보니 내 주제에 맞는 계약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적지 않은 돈을 받고 있어 엄청난 부담 속에 야구를 하고 있다. 그릇에 맞지 않는 돈을 받았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지금 당장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이들 역시 쉽게 돈을 버는 건 절대 아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이런 말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남의 돈 먹기가 어디 쉬운 거냐고.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고교 졸업 후 처음으로 돈을 아끼기 위해 버스로 운동장을 오갔죠. 내게 야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때 새삼 다시 깨달았습니다.” 2012년 잘나가는 프로야구 선수였던 그는 연봉 2억8000만 원을 받았다. 그해 시즌이 끝나고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간 뒤 모든 게 달라졌다. 인천 제17보병사단에서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할 때 그는 한 달에 135만 원을 받았다. 군 보류수당 120만 원에 병장 월급 15만 원을 합한 것이었다. 야구를 떠난 두 시즌 동안 그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렇지만 그는 “얻은 게 더 많다”고 했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당당히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SK의 마무리 투수 정우람(29)이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 정우람은 SK 불펜의 핵심이었다. 2004년 SK에서 데뷔한 그는 이듬해부터 중간계투 투수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았다. 2006년과 2008년에는 각각 82경기와 85경기에 출전했다. 선수 생활의 정점은 2012년이었다. 그해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그는 2승 4패, 30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9시즌 동안 무려 531경기에 등판했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2012년 중반부터 몸 여기저기에서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깨와 팔꿈치, 허리 등 성한 곳이 없었다. 군 생활은 그에겐 어떤 의미에서 치유의 시간이었다. 근무 시간에는 풀 깎고, 나무 나르고, 눈 치우느라 바빴지만 어깨를 쉬게 할 수 있었다. 그에게 가장 꿀맛 같던 시간은 ‘전투체육’이었다. 일과가 끝나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그는 동료 병사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몸이 몰라보게 좋아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꼈다. 퇴근 후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인천 문학구장을 찾아 개인 훈련을 했다. 그는 “매일매일이 나와의 싸움이었다. 팀 동료들이 경기를 하고 있는데 혼자 집으로 돌아올 때의 심경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는 TV를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내가 얼마나 야구를 사랑했는지를 알게 됐다”고 했다. 9월 말 제대한 그는 지난달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팀의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다. 김용희 감독은 “한눈에 봐도 경기를 치르기에 손색없는 공을 던지더라. 마무리 투수가 비어 있는 팀 사정상 정우람의 복귀는 천군만마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람은 스스로 신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신인 때와 다른 점은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달에 100만 원 조금 넘게 벌면서 운동을 한답시고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다. 없는 살림에 먹는 것부터 모든 것을 잘 챙겨준 아내(최은진 씨)에게 고맙다. 이제 세 살, 한 살인 두 아들 대한이와 민후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고교 졸업 후 처음으로 돈을 아끼기 위해 버스로 운동장을 오갔죠. 내게 야구가 얼마나 소중한 지 그 때 새삼 다시 깨달았습니다." 2012년 잘 나가는 프로야구 선수였던 그는 연봉 2억 8000만 원을 받았다. 그해 시즌이 끝나고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간 뒤 모든 게 달라졌다. 인천 제17보병사단에서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할 때 그는 한 달에 135만 원을 받았다. 군 보류수당 120만 원에 병장 월급 15만 원을 합한 것이었다. 야구를 떠난 두 시즌 동안 그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렇지만 그는 "얻은 게 더 많다"고 했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당당히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SK의 마무리 투수 정우람(29)이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 정우람은 SK 불펜의 핵심이었다. 2004년 SK에서 데뷔한 그는 이듬해부터 중간계투 투수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았다. 2006년과 2008년에는 각각 82경기와 85경기에 출전했다. 선수 생활의 정점은 2012년이었다. 그해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그는 2승 4패, 30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9시즌 동안 무려 531경기에 등판했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2012년 중반부터 몸 여기저기에서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깨와 팔꿈치, 허리 등 성한 곳이 없었다. 군 생활은 그에겐 어떤 의미에서 치유의 시간이었다. 근무 시간에는 풀 깎고, 나무 나르고, 눈 치우느라 바빴지만 어깨를 쉬게 할 수 있었다. 그에게 가장 꿀맛 같던 시간은 '전투체육'이었다. 일과가 끝나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그는 동료 병사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몸이 몰라보게 좋아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꼈다. 퇴근 후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인천 문학구장을 찾아 개인 훈련을 했다. 그는 "매일 매일이 나와의 싸움이었다. 팀 동료들이 경기를 하고 있는데 혼자 집으로 돌아올 때의 심경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는 TV를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내가 얼마나 야구를 사랑했는지를 알게 됐다"고 했다. 9월 말 제대한 그는 지난 달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팀의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다. 김용희 감독은 "한 눈에 봐도 경기를 치르기에 손색없는 공을 던지더라. 마무리 투수가 비어있는 팀 사정 상 정우람의 복귀는 천군만마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람은 스스로 신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신인 때와 다른 점은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달에 100만 원 조금 넘게 벌면서 운동을 한답시고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하지 못했다. 없는 살림에 먹는 것부터 모든 것을 잘 챙겨준 아내(최은진 씨)에게 고맙다. 이제 3살, 1살인 두 아들 대한이와 민후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팬과 관계자들에게 2014년 가을은 여러모로 특이했던 계절로 기억될 것 같다. KT를 빼고 9개 팀 가운데 5개 팀의 사령탑이 바뀌었다. ‘가을잔치’인 포스트시즌 와중에 연이어 감독 선임 소식이 들려왔다. 4강 탈락 팀들이 포스트시즌 진출 팀보다 더 큰 관심을 끌었다. 결정판은 ‘야신’ 김성근 감독(72)의 귀환이라 할 수 있다. 김 감독 효과로 한화는 팀 창단 후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삼성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라는 업적을 이룬 2014년 가을의 주인공은 꼴찌 팀 한화다. ▽대개 마무리 훈련은 한 해를 힘들게 보낸 주전 선수들에게 회복의 시간이다.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것은 신인이나 경기를 많이 뛰지 않은 신진 선수들이다. 몇몇 구단은 고참급 선수들을 해외에서 열리는 마무리 캠프에 데리고 가지도 않는다. 한화는 모든 사람이 예상하는 대로다. 김 감독의 취임 일성은 “꼴찌가 어디서 노느냐”였다. 마무리 캠프에서 대개 3, 4일에 한 번꼴로 갖는 휴식일도 한화에는 없다. 김태균 정근우 등 고참 선수들이 모두 참가한 한화의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는 아침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굴러갔다. 흙투성이 유니폼의 선수들을 보면 지옥이 따로 없다. ▽그래서 내년 시즌 한화는 나머지 9개 구단의 ‘공공의 적’이다.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많은 팀이 한화에만은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다른 팀들 역시 열심히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신예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KIA 마무리 캠프만 해도 9개의 배팅 케이지에서 동시 훈련이 이뤄졌다. 두산도 카리스마 넘치는 김태형 감독의 지도 아래 숨이 턱턱 막히는 강훈련을 소화한 뒤 귀국했다. 우승팀 삼성이라고 놀고 있는 건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한화가 빈틈없이 선수들을 몰아붙인다면 다른 팀들은 선수들에게 약간의 여지를 주는 것 정도다. 그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서다. ▽그래서 내년은 한국 프로야구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한 시즌이 될 것 같다. 만약 한화가 팬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좋은 성적을 올린다면 ‘김성근 야구’는 새롭게 조명될 것이다. 이는 한화보다 못한 성적을 내는 팀들에는 재앙을 뜻한다. 한화보다 뒤진 팀들은 김성근 야구를 일정 부분 따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팬들 눈에는 한화만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성근 방식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김성근 야구를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어설프게 따라 했다가는 몸만 고생하고 성적은 못 내는 사태로 귀결되기 쉽다. 실제로 예전에 그런 팀도 있었다. ▽많은 야구 관계자가 내년 시즌 한화 전력이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투자로 좋은 선수들을 데려온 데다 매년 하위권이었던 이유로 신인 지명에서도 좋은 선수들을 뽑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김응용 전 감독이 출전 기회를 준 신진 선수들의 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여기에 김성근 감독의 지옥 훈련을 이겨낸 선수들의 기술과 정신력까지 향상된다면 충분히 4강에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야구인이 김 감독의 야구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야구인은 이런 말을 했다. “김성근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 하루 종일 선수들을 굴릴 때 김인식 전 감독은 오후 1시면 모든 훈련을 끝내고 자유시간을 줬다. 그렇게 했는데도 2001년 두산은 우승을 했다.” 결국 프로야구는 결과로 말하는 세계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절이 싫어 중이 떠났는데 절이 중을 따라왔다.” 올 시즌 후 KIA 새 사령탑으로 김기태 감독이 임명되자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런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여기서 중은 외야수 이대형(31·사진), 절은 김기태 감독을 의미한다. 김 감독이 LG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2∼2013년 이대형은 점점 설 곳을 잃었다. 이전까지 LG 부동의 톱타자이자 주전 중견수였던 이대형이지만 개성보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김 감독과는 코드가 맞지 않았다. 이대형은 LG 마지막 해인 2013년에는 주로 대주자나 대수비로 출전하며 타율 0.237에 1홈런, 10타점에 그쳤다. 트레이드마크인 도루도 13개(도루 실패는 9개)에 머물렀다.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그는 4년간 총액 24억 원의 조건에 KIA로 이적했다. 올해 이대형은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생애 최고 타율인 0.323을 쳤고, 타점도 40개나 올렸다. 도루는 22개(도루 실패는 15개)로 늘었다. 하지만 새로 KIA 감독으로 부임한 김 감독에게 여전히 이대형은 함께하고 싶은 선수가 아니었다. KIA는 신생팀 KT의 특별지명을 위한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이대형을 제외했고, 즉시 전력감이 필요했던 KT는 28일 곧바로 이대형을 선택했다. 이번엔 따라온 절이 박혀 있던 중을 내친 격이 됐다. KT는 이날 이대형 외에도 나머지 구단으로부터 20명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 한 명씩을 지명했다. 2009년 조범현 감독(현 KT)과 KIA에서 우승을 합작했던 김상현(SK), 롯데 백업 포수 용덕한, LG의 외야 유망주 배병옥, 삼성의 차세대 내야수 정현 등이 포함됐다. KT는 보상금으로 각 구단에 10억 원씩을 지급해야 한다. KT는 또 이날 FA 시장에서 김사율과 박기혁(이상 전 롯데), 박경수(전 LG) 등 3명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김사율은 선발과 구원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투수이고, 박기혁과 박경수는 유격수와 2루수를 볼 수 있는 내야수다. 한편 한화는 이날 투수 권혁(전 삼성)과 4년간 총액 32억 원(계약금 10억 원, 연봉 4억5000만 원, 옵션 4억 원)에 계약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절이 싫어 중이 떠났는데 절이 중을 따라왔다." 올 시즌 후 KIA 새 사령탑으로 김기태 감독이 임명되자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런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여기서 중은 외야수 이대형(31), 절은 김기태 감독을 의미한다. 김 감독이 LG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2~2013년 이대형은 점점 설 곳을 잃었다. 이전까지 LG 부동의 톱타자이자 주전 중견수였던 이대형이지만 개성보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김기태 감독과는 코드가 맞지 않았다. 이대형은 LG 마지막 해인 2013년에는 주로 대주자나 대수비로 출전하며 타율 0.237에 1홈런, 10타점에 그쳤다. 트레이드마크인 도루도 13개(도루 실패는 9개)에 머물렀다.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그는 4년간 총액 24억 원의 조건에 KIA로 이적했다. 올해 이대형은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생애 최고 타율인 0.323을 쳤고, 타점도 40개나 올렸다. 도루 수는 22개(도루 실패는 15개)로 늘었다. 하지만 새로 KIA 감독으로 부임한 김 감독에게 여전히 이대형은 함께 하고 싶은 선수가 아니었다. KIA는 신생팀 KT의 특별지명을 위한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이대형을 제외했고, 즉시 전력감이 필요했던 KT는 28일 곧바로 이대형을 선택했다. 이번엔 따라온 절이 박혀있던 중을 내친 격이 됐다. KT는 이날 이대형 외에도 나머지 구단으로부터 20명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 한 명씩을 지명했다. 2009년 조범현 감독(현 KT)과 KIA에서 우승을 합작했던 김상현(SK), 롯데 백업 포수 용덕한, LG의 외야 유망주 배병옥, 삼성의 차세대 내야수 정현 등이 포함됐다. KT는 보상금으로 각 구단에 10억 원씩을 지급해야 한다. KT는 또 이날 FA 시장에서 김사율과 박기혁(이상 전 롯데), 박경수(전 LG) 등 3명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김사율은 선발과 구원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투수이고, 박기혁과 박경수는 유격수와 2루수를 볼 수 있는 내야수들이다. 조범현 감독은 "특별지명 선수들은 즉시전력감과 미래가치, 그리고 신구조화를 다같이 고려해 결정했다. FA 선수들은 특별지명 결과 부족한 포지션을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영입했다. 선발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내야수 최정(27)은 26일 원 소속구단 SK와 역대 최고인 4년간 86억 원(계약금 42억 원, 연봉 합계 44억 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며칠 안에 새롭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FA 투수 장원준(29·사진)이 롯데의 거액 제안을 뿌리치고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롯데는 26일 이례적으로 언론에 장원준에게 제시한 조건을 공개했다. 보장금액 80억 원에 플러스 옵션 8억 원 등 총액 88억 원이었다. 장원준은 “시장에서 내 가치를 알아보겠다”며 롯데의 제안을 뿌리쳤다. 장원준은 27일부터 12월 3일까지 롯데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토종 선발이 귀한 요즘 상황에서 장원준이 매력적인 투수인 것만은 분명하다. 초특급 에이스라고 할 순 없지만 5시즌 연속 10승대 승수를 올렸고, 8시즌 연속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희소성 있는 왼손 투수에 나이도 많지 않은 편이다. 내년부터 팀당 경기 수가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늘어나면서 믿음직한 선발 투수에 대한 수요는 더 커졌다. 현재 장원준에게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대표적인 구단은 LG와 한화다. 두산, KIA도 시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왼손 선발 요원이 필요한 LG는 장원준을 데려올 수 있는 최적의 구단으로 꼽힌다. 장원준이 가세하면 LG는 단숨에 단단한 선발진을 구성할 수 있다. 양상문 감독은 2004년 롯데 감독 시절 신인이던 그의 성장을 도운 은사이기도 하다. 김성근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한화도 장원준에 대한 욕심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류현진을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로 보내면서 받은 이적료를 그를 잡는 데 쓸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타선에 비해 투수력이 약한 두산도 다크호스다. 두산 관계자는 “올해 FA 선수 중 탐나는 선수는 장원준뿐”이라고 말해왔다. KIA도 김기태 신임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장원준을 노릴 수 있다. 당초 KIA는 리빌딩과 육성에 초점을 맞추려 했으나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던 양현종이 KIA에 남기로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관건은 ‘돈’이다. 롯데의 88억 원 제안을 뿌리친 만큼 장원준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최소 90억 원 이상을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 대비 효과는 의문이다. 올 시즌 장원준은 10승 9패에 평균자책점 4.59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올해 20승을 올린 넥센 외국인 투수 밴헤켄의 연봉은 35만 달러(약 3억8000만 원)에 불과했다. 장원준의 영입은 전력 상승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기존 선수들이 소외감을 느낄 여지도 상당하다. 롯데를 떠난 장원준은 과연 내년 시즌 어떤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을까.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남자 친구요? 두산 선수들이 떠나고 없을 때 만나면 돼요.” 두산의 마무리 캠프가 열린 24일 일본 미야자키 현 사이토 시 사이토 구장. 조그만 동작이라도 놓칠세라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데시마 가나 씨(29)는 유창한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황금연휴인 22∼24일(24일은 일본 근로자의 날)을 두산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면서 보냈다. 경기도 아닌 훈련이 뭐가 재미있을까 싶지만 그는 “선수들의 표정, 장난치는 모습, 힘들어하는 얼굴 등이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데시마 씨는 두산 선수들과 직원들이 다 아는 유명한 두산 팬이다. 두산의 마무리 캠프가 열린 11월 한 달 동안 주말마다 운동장에 나타났다. 두산 선수들을 본다는 즐거움에 왕복 6시간의 운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두산에 푹 빠지게 된 건 2007년 가을 미야자키 교육리그부터다. 어릴 때부터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팬이었던 데시마 씨는 당시 소프트뱅크 선수들을 보러 미야자키에 왔다가 교육리그에 참가했던 두산 선수들을 만났다. 그는 “당시 한국말을 전혀 못할 때였는데 선수들이 정말 친절하게 대해줬다. 첫 만남부터 두산에 푹 빠지게 됐다”고 했다. 데시마 씨는 시즌 중에는 한 달에 한 번 한국을 찾아 두산 경기를 관전한다. 서울 잠실 경기는 물론이고 부산 사직구장, 인천 문학구장도 찾는다. 2군 선수들의 경기가 열리는 경기 이천구장도 간다. 그는 “시범경기부터 치면 1년에 20경기 정도는 직접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두산을 좋아하다 보니 한국을 좋아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한국말도 배우게 됐다. 이제는 소프트뱅크보다 두산을 더 응원한다. 데시마 씨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한일전 때도 한국을 응원했다”고 했다. 이유는 한국 팀에 두산 선수 김현수, 이종욱, 고영민 등이 있었고, 두산 감독이었던 김경문 감독(현 NC)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두산의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는 26일 끝난다. ‘두산 선수들이 떠나게 돼서 아쉽겠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곰들의 모임 환담회가 열려요. 어차피 그날 한국에 갈 거니까 괜찮아요.”미야자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남자 친구요? 두산 선수들이 떠나고 없을 때 만나면 되요." 두산의 마무리 캠프가 열린 24일 일본 미야자키 현 사이토시 사이토 구장. 조그만 동작이라도 놓칠세라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테시마 카나 씨(29)는 유창한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황금연휴인 22~24일(24일은 일본 근로자의 날)을 두산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면서 보냈다. 경기도 아닌 훈련이 뭐가 재미있을까 싶지만 그는 "선수들의 표정, 장난치는 모습. 힘들어하는 얼굴 등이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테시마 씨는 두산 선수들과 직원들이 다 아는 유명한 두산 팬이다. 두산의 마무리 캠프가 열린 11월 한 달 동안 주말마다 운동장에 나타났다. 두산 선수들을 본다는 즐거움에 왕복 6시간의 운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두산에 푹 빠지게 된 건 2007년 가을 미야자키 교육리그부터다. 어릴 때부터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팬이었던 테시마 씨는 당시 소프트뱅크 선수들을 보러 미야자키에 왔다가 교육리그에 참가했던 두산 선수들을 만났다. 그는 "당시 한국말을 전혀 못할 때였는데 선수들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줬다. 첫 만남부터 두산에 푹 빠지게 됐다"고 했다. 테시마 씨는 시즌 중에는 한 달에 한 번 한국을 찾아 두산 경기를 관전한다. 서울 잠실 경기는 물론이고 부산 사직구장, 인천 문학구장도 찾는다. 2군 선수들의 경기가 열리는 경기 이천구장도 간다. 그는 "시범경기부터 치면 1년에 20경기 정도는 직접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두산을 좋아하다보니 한국을 좋아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한국말도 배우게 됐다. 이제는 소프트뱅크보다 두산을 더 응원한다. 테시마 씨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한일전 때도 한국을 응원했다"고 했다. 이유는 한국 팀에 두산 선수 김현수, 이종욱, 고영민 등이 있었고, 두산 감독이었던 김경문 감독(현 NC)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두산의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는 26일 끝난다. "두산 선수들이 떠나게 돼서 아쉽겠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곰들의 모임 환담회가 열려요. 어차피 그날 한국에 갈 거니까 괜찮아요."미야자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두산이 올해처럼 무색무취한 야구를 한 적이 또 있었을까. 올해 두산 야구에는 화끈한 공격도, 치밀한 작전도 없었다. 특유의 발야구도, ‘화수분’ 야구도 아니었다. 6위라는 성적보다 팬들을 더 실망시켰던 것은 사라진 팀 컬러였다. 그러나 내년엔 기대해 봐도 될 것 같다. 두산 야구 DNA가 각인돼 있는 김태형 감독(47)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SK 배터리 코치였던 그는 선수와 코치로 22년간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정통 ‘베어스 맨’이다. 24일 일본 미야자키 현 사이토 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자신의 야구관과 팀 운영 방향 등을 거침없이 밝혔다. 두 단어로 요약하면 ‘닥공(닥치고 공격)’과 ‘기본’이다. ○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공격적인 플레이다. 도망가지 말고 맞서 싸우라는 것이다. 스스로도 “초보 감독답게 부딪쳐 이겨 내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두산 야구 하면 ‘허슬두(Hustle Doo·허슬 플레이와 두산의 합성어)’ 아닌가. 예전부터 우리 팀은 공격적인 야구를 했을 때 좋은 성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투수는 공격적으로 붙어 승부를 내야 한다. 안타나 홈런을 맞으면 투수를 바꿔주면 된다. 도망가는 피칭이 제일 나쁘다. 결과를 떠나 그런 피칭은 상대방에게 흐름을 내주게 된다. 아무리 잘 치는 타자도 3할이다. 3번 져도 7번 이기면 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타자들에게 좋은 공이 들어오면 기다리기보다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릴 것을 주문했다. 그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는 당연히 자신 있게 쳐야 한다. 내년엔 경기 초반 한 점을 내려고 번트를 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 “기본을 안 지키면 함께 가지 않는다” 올 시즌 SK 코치로 지켜본 ‘친정팀’ 두산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는 “팀이 색깔을 잃고 주저앉은 건 4강 탈락이 확정된 이후다. 시즌 초만 해도 두산 특유의 모습이 살아 있었다. 다만 시즌 후반 기본을 지키지 않는 몇몇 선수들의 모습이 보기 안 좋았다”고 했다. 그가 매의 눈으로 잡아낸 안 좋았던 장면들은 뒤진 상황에서 상대 선수와 농담하며 웃기, 땅볼을 치고 1루까지 전력질주 안 하기, 주자로 나가서 건성으로 리드하기 등이다. 김 감독은 “선수 때도 후배들이 그런 플레이를 하면 눈 뜨고 못 봤다. 실력이 모자라는 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야구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건 두고 보지 않겠다. 그런 선수는 우리 팀에서 함께 야구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했다. ○ “김인식-김경문 감독님에게서 배운다” 두산 야구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11년까지 두산은 감독이 한 번밖에 바뀌지 않았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이 1995년부터 2003년까지 9년간, 김경문 현 NC 감독이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두산을 이끌었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와 코치로 두 선배 감독들과 인연을 맺었다. 김인식 감독 시절에는 3년간 주장을, 김경문 감독 시절에는 배터리 코치를 각각 맡았다. 김 감독은 “두 분 모두 선수들을 최대한 믿고 기다려주는 스타일이었다. 한번 믿으면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 주셨기에 무명 선수들이 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다. 두 분에게서 배운 것을 업그레이드시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두산 관계자는 “감독님은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누구보다 철저하지만 운동장을 벗어나면 무척 편하고 재미있는 분이다. 선수들이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른다”고 말했다. 미야자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메이저리그에서 2008승을 거둔 리오 듀로셔 감독(1991년 사망)은 “사람 좋으면 꼴찌(Nice guys finish last)”라는 말을 남겼다. 인성보다는 성적이,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SK는 그런 면에서 올 시즌이 끝난 뒤 의외의 선택을 했다. 사람 좋기로 유명한 김용희 전 육성총괄(59)을 새 감독으로 선임한 것이다. ‘야구계의 신사’로 불리는 그의 사람 대하는 태도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가득하다. SK가 그를 데려온 가장 큰 이유도 그의 그런 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해서다. 14년 만에 1군 사령탑으로 돌아와 팀의 마무리 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그를 23일 일본 가고시마 현 센다이 종합운동장에서 만났다. ○ “멘털(정신력)이 80%, 기술은 20%다” SK의 훈련장 분위기는 밝았다. 가장 큰 특징은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 이전까지 해오던 야간 훈련을 없앤 것이 대표적이다. 대신 저녁 식사 후 ‘특강’을 마련했다. 주제는 다양하다. 야구 기술, 웨이트트레이닝 기법 등 야구와 관련된 이야기는 물론이고 소통 능력, 인간으로서의 자세 등 야구 외적인 이야기도 많다. 감독, 코치, 구단 프런트와 외부 전문가들이 돌아가며 강사로 나선다. 김 감독은 “요즘 한국 야구는 기술과 훈련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야구는 소통을 포함한 멘털(정신력)이 80%, 기술이 20%다. 소통을 통해 서로 신뢰하게 되면 기술은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냉정히 평가하면 우리 전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는 에이스 김광현의 공백이 크다. 하지만 선수들의 마음이 합쳐지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아무리 위대한 선수도 팀은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스타가 되지 말고 슈퍼스타가 돼라” 2011년 말 SK 2군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그는 선수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타자들이 1000번의 스윙 연습을 하는데 시키는 대로, 습관적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실전에서 잘해야 하는데 연습하는 데만 천재더라”고 말했다. 이번 캠프에서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세 가지 화두를 던졌다. ‘찾아서 하라, 생각하고 하라, 진심을 다해서 하라’가 그것이다. 이에 따라 SK 선수들은 팀 훈련을 하다가도 개인적으로 깨달은 게 있거나, 시도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잠시 개인 훈련으로 전환한다. 팀의 규율을 지키는 선에서 나머지는 알아서 하면 된다. 그는 선수들을 ‘압력밥솥’에 비유했다. 지나치게 누르면 터져 버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실력뿐 아니라 인성까지 키워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선수들에게 “스타에 만족하지 말고 슈퍼스타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팬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야구 기술은 물론이고 인성을 갖춰야 한다. 많은 선수들이 이미 기부 등 좋은 일을 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책임감을 가지는 선수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내 인생의 마지막 목표는 우승” 다른 감독과는 확실히 다른 야구관을 갖고 있지만 그 역시 감독이란 자리는 성적과 결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롯데 사령탑 첫해였던 1995년은 그에게 두고두고 아쉬운 해다. 두산과 치른 한국시리즈에서 5차전까지 3승 2패로 앞서다 내리 두 번을 져 준우승을 했다. 그는 “감독이라면 누구나 더 좋은 팀, 더 강한 팀을 만들려고 한다. 거기까지 가는 길이 다를 뿐이다. 내게 야구는 평생의 근심거리지만 근심이 없다는 건 노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에겐 든든한 원군이 있다.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는 선수들이다. 가고시마=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 오키나와는 ‘지옥’이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감독으로 부임한 뒤 한화의 마무리 캠프가 차려진 오키나와에선 선수들의 곡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펑고(수비 연습을 위해 배트로 공을 쳐주는 것)를 하는 김 감독과 흙 범벅이 된 채 그라운드를 구르는 선수들의 사진이 연일 인터넷에 오르고 있다. 이에 비해 KIA의 일본 미야자키 캠프는 조용하다. 고참 선수들은 한국에서 개인 훈련을 한다. 캠프에 참가한 신진 선수들의 공식 훈련도 오전 8시 반에 시작돼 오후 5시면 모두 끝난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조용함 속에 활력이 넘친다. 시간은 짧지만 강렬하다. 훈련을 강요하진 않지만 선수들이 알아서 한다. 김기태 KIA 감독이 부임하면서 생긴 변화다. 20일 미야자키 휴가 시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번 캠프는 ‘천국으로 가기 위한 훈련’이다. 내가 생각하는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이 스스로 훈련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 “누가 첫 번째로 걸릴지 나도 궁금하다” 2012년 LG 감독으로 취임한 김 감독은 이듬해 팀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이전까지 ‘모래알’ 소리를 듣던 LG 선수단은 모처럼 하나로 똘똘 뭉쳤다. 그의 ‘형님 리더십’ 덕분이었다. LG 지휘봉을 잡던 시절 김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크게 화를 낸 적이 없다. 고참들을 예우했고, 어린 선수들은 기를 북돋워줬다. 그런데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이 폭발하는 순간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란 것을. 최근 KIA 분위기는 암흑기의 LG와 비슷하다. 최근 3년 연속 하위권에 머물면서 선수단은 사분오열됐고, 팀보다 개인을 앞세우는 경향이 강했다. 그런 선수들을 향해 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잘못된 것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 누가 첫 번째로 걸릴지, 그리고 그 선수가 어떻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 ○ “핑계대지 않는다” 처음 LG 감독이 됐을 때와 비슷한 것은 또 있다. 당시 LG에서는 주전포수 조인성(한화)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승부 조작 사건으로 주축 투수 2명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현재 KIA도 곳곳이 구멍이다. 2루수 안치홍과 유격수 김선빈은 군에 입대하고, 토종 에이스 양현종은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주변에선 “성적에 대한 부담은 없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룹 고위층에서도 당장의 성적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운영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말도 들린다. 김 감독은 단호했다. “핑계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코치들에게도 없는 선수를 만들어내는 게 능력이라고 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빨리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나무가 뽑힌 곳에서 새싹이 자라기 마련”이라고 했다. KIA의 새싹들은 미야자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타격 훈련은 배팅케이지 3곳, 토스배팅 6곳 등 모두 9곳에서 동시에 실시된다. 선수들의 입에서는 “악” 소리가 절로 난다. 그런데 얼굴은 모두 웃고 있다. 열심히 하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예정에 없던 휴식을 줘도 알아서 자율 훈련을 한다. 김 감독은 “이곳에서 살아남는 선수들을 내년 스프링캠프에도 데려갈 것이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생존하면 1군이다”라고 했다. 한국에 있는 고참 선수들이라고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큰 선물을 드리고 싶다” 김 감독은 평소 “부끄럽게 살지 않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올 초 평생 낙인으로 따라다닐지 모르는 큰 사고를 쳤다. 시즌 초 갑작스레 LG 감독 자리를 내놓고 미국으로 떠난 것이다. 그는 “한동안 야구계로 돌아가기 힘들겠다고 혼자 생각했다. 야구를 떠나서 지낸 몇 개월이 내게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KIA가 나처럼 부족한 사람을 받아줬으니 이번엔 구단에 내가 큰 선물을 드릴 차례다”라고 말했다.미야자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 오키나와는 '지옥'이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감독으로 부임한 뒤 한화의 마무리 캠프가 차려진 오키나와에선 선수들의 곡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펑고(수비연습을 위해 배트로 공을 쳐주는 것)를 하는 김 감독과 흙 범벅이 된 채 그라운드를 구르는 선수들의 사진이 연일 인터넷에 오르고 있다. 이에 비해 KIA의 일본 미야자키 캠프는 조용하다. 고참 선수들은 한국에서 개인 훈련을 한다. 캠프에 참가한 신진 선수들의 공식 훈련도 오전 8시 반에 시작돼 오후 5시면 모두 끝난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조용함 속에 활력이 넘친다. 시간은 짧지만 강렬하다. 훈련을 강요하진 않지만 선수들이 알아서 한다. 김기태 KIA 감독이 부임하면서 생긴 변화다. 20일 미야자키 휴가 시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번 캠프는 '천국으로 가기 위한 훈련'이다. 내가 생각하는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이 스스로 훈련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누가 첫 번째로 걸릴지 나도 궁금하다" 2012년 LG 감독으로 취임한 김 감독은 이듬해 팀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이전까지 '모래알' 소리를 듣던 LG 선수단은 모처럼 하나로 똘똘 뭉쳤다. 그의 '형님 리더십' 덕분이었다. LG 지휘봉을 잡던 시절 김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크게 화를 낸 적이 없다. 고참들을 예우했고, 어린 선수들은 기를 북돋워줬다. 그런데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이 폭발하는 순간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란 것을. 최근 KIA 분위기는 암흑기의 LG와 비슷하다. 최근 3년 연속 하위권에 머물면서 선수단은 사분오열됐고, 팀보다 개인을 앞세우는 경향이 강했다. 그런 선수들을 향해 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잘못된 것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 누가 첫 번째로 걸릴지, 그리고 그 선수가 어떻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 ●"핑계대지 않는다" 처음 LG 감독이 됐을 때와 비슷한 것은 또 있다. 당시 LG에서는 주전포수 조인성(한화)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승부 조작 사건으로 주축 투수 2명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현재 KIA도 곳곳이 구멍이다. 2루수 안치홍과 유격수 김선빈은 군에 입대하고, 토종 에이스 양현종은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주변에선 "성적에 대한 부담은 없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룹 고위층에서도 당장의 성적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운영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말도 들린다. 김 감독은 단호했다. "핑계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코치들에게도 없는 선수를 만들어내는 게 능력이라고 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빨리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나무가 뽑힌 곳에서 새싹이 자라기 마련"이라고 했다. KIA의 새싹들은 미야자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타격 훈련은 배팅케이지 3곳, 토스배팅 6곳 등 모두 9곳에서 동시에 실시된다. 선수들의 입에서는 "악" 소리가 절로난다. 그런데 얼굴은 모두 웃고 있다. 열심히 하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예정에 없던 휴식을 줘도 알아서 자율 훈련을 한다. 김 감독은 "이 곳에서 살아남는 선수들을 내년 스프링캠프에도 데려갈 것이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생존하면 1군이다"고 했다. 한국에 있는 고참 선수들이라고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큰 선물을 드리고 싶다" 김 감독은 평소 "부끄럽게 살지 않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올 초 평생 낙인으로 따라다닐지 모르는 큰 사고를 쳤다. 시즌 초 갑작스레 LG 감독 자리를 내놓고 미국으로 떠난 것이다. 그는 "한동안 야구계로 돌아가기 힘들겠다고 혼자 생각했다. 야구를 떠나서 지낸 몇 개월이 내게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KIA가 나처럼 부족한 사람을 받아줬으니 이번엔 구단에 내가 큰 선물을 드릴 차례다"라고 말했다.미야자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먼저 류현진(27·LA 다저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 기자는 류현진이라는 선수를 잘못 봤다. 그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했고, 같은 실수를 두 번 되풀이했다. 2년 전 이맘때 류현진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기자는 성공보다 실패를 예상했다.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들과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 나서 내린 결론이었다. 그의 실패를 예견하는 근거는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 그의 구위가 과연 세계 최고의 타자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통할까라는 게 첫 번째였다. 한국에서 그는 최고 시속 150km를 조금 웃도는 직구를 던졌다. 그런데 메이저리그는 시속 16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세계다. 수준급의 체인지업을 갖고 있었지만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이 공에 속아줄지는 미지수였다. 한국에서 류현진은 위기 때만 전력 피칭을 했다. 미국에서는 모든 공을 전력으로 던져야 할 텐데 한 번도 그렇게 해보지 않은 그의 어깨가 버텨줄지 의문이었다. 비행기 이동, 시차, 5일 로테이션, 달라진 공인구 등 그가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결과는 모든 사람이 아는 그대로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그는 14승 8패에 평균자책점 3.00을 거두며 미국 무대에 안착했다. 올해는 그가 좀 고전할 줄 알았다. 잘 모르는 투수와 타자가 만나면 투수가 유리하기 마련이다. 서로에 대한 파악이 끝난 2년째는 상황이 달라질 것 같았다. 그런데 올 시즌 성적은 14승 7패에 평균자책점 3.38이었다. 류현진의 성공은 우리가 몰랐던(어쩌면 그 자신도 몰랐을 수 있다) 잠재력이 새로운 환경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현됐기 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류현진이 자신을 ‘제구력 투수’로 인정했다는 점을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은 대개 강속구의 쾌감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죽자 살자 공을 빠르게 던지려고만 한다. 류현진은 달랐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제구력으로 살아남아야 함을 자각했다. 원래 좋았던 제구지만 마음을 비우고 나니 더 좋아졌다. 구속은 더 빨라지기 힘든 게 상식이지만 그는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더 빠른 공을 던졌다. 올 시즌 중에는 고속 슬라이더라는 새로운 무기까지 만들어냈다. 괴물도 이런 괴물이 없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 야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넥센 강정호(27)는 2년 전 류현진과 닮았다. 유격수 최초로 40홈런, 100타점을 기록한 그이지만 성공보다는 실패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수비 범위가 좁고,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빠른 타구를 잡기 힘들 거라는 의견이 많다. 한 발을 들고 치는 현재 그의 타격 폼으로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을 공략하기 힘들 거라는 의견도 있다. 포지션은 달라도 류현진과 강정호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강한 멘털(정신력)이 그것이다. 18일 2014 프로야구 최우수선수 시상식장에서 강정호는 “날 데려가는 팀은 행운일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로는 현진이가 잘했으니 야수로는 내가 잘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무뚝뚝하게 툭 던지는 말 속에는 강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어딘지 류현진의 어투와도 비슷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강정호에 대해 “잘 버리는 선수”라고 했다. 실수는 금방 잊어버리고, 나쁜 일도 훌훌 털어버리는 능력을 타고났다는 것이다. 적응력과 친화력에 대해서도 엄지를 세웠다. 염 감독은 “다리를 들고 치는 타법을 많이 지적하는데 강정호라는 선수는 짧은 시간에 다리를 내리는 폼으로 바꿀 수 있는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만약 도전하지 않았다면 ‘메이저리거’ 류현진은 없었다. 강정호 역시 마찬가지다. 기회는 왔고 이제는 부딪치는 일만 남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투수는 중고교 야구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이다. 재능 있는 야구 선수 10명 중 9명은 투수를 택한다. 투수 다음은 유격수다. 핫코너를 지키는 3루수, 거포들이 주로 맡는 1루수나 외야수도 나름 인기 포지션이다. 2루수는 애매하다. 타격은 조금 떨어지는 대신 수비력이 좋은 선수가 대개 2루를 맡는다. 인기 포지션은 아니지만 할 일은 많다. 좌우 수비는 물론이고 병살 플레이, 견제 플레이, 번트 수비 시프트에 중계 플레이도 책임져야 한다. 2루수는 유격수와 함께 가장 많이 움직여야 하는 포지션이다. 요즘 야구에서는 2루수의 위상이 조금 달라졌다. 한국 프로야구가 공격 못지않게 수비를 중요시하면서 생겨난 변화다. 현역 최고의 2루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정근우(한화)는 2012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되면서 역대 2위에 해당하는 4년간 70억 원에 계약했다. 올해는 한발 더 나갔다. 18일 열린 2014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최우수신인선수 및 부문별 시상식은 2루수들의 잔치였다. 넥센 2루수 서건창(25)은 거포 박병호와 20승 투수 밴헤켄(이상 넥센)을 제치고 MVP에 선정됐다. 프로야구 취재기자단 투표 결과 총 유효표 99표 중 77표를 얻은 서건창은 한국 프로야구 33년 역사상 첫 2루수 출신 MVP가 됐다. 신인왕 역시 NC 2루수 박민우(21)의 차지였다. 현역 시절 명 2루수로 활약했던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전 두산)은 “예전에는 투수가 아닌 야수가 MVP가 되려면 30홈런-100타점은 기본이었다. 홈런을 많이 칠 수 없는 2루수가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건창의 MVP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200안타 돌파다. 서건창은 올 시즌 최다안타(201개)와 최고타율(0.370), 최다득점(135점) 등 3관왕에 올랐다. 135득점 역시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다 기록이다. 128경기에서 이뤄낸 기록이라 가치는 더욱 높다. 안 위원은 “예전과 달리 요즘 2루수들은 공격과 수비, 주루를 고루 갖춘 만능 선수이다. 서건창과 박민우 모두 타격에 좀 더 유리한 우투좌타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톱타자 겸 2루수인 둘은 시즌 내내 잘 치고, 잘 막고, 잘 달렸다. 서건창은 48도루, 박민우는 50도루를 각각 기록하며 공격의 첨병 노릇을 했다. 이날 MVP를 받으면서 서건창은 2006년 류현진(LA 다저스·전 한화)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로 MVP와 신인왕을 모두 석권한 선수가 됐다. 서건창은 2년 전에 신인왕을 차지했었다. 서건창은 MVP 부상으로 트로피와 3600만 원 상당의 기아자동차 K7을 받았다. 두 번이나 신고 선수로 입단했고 군대마저 현역으로 다녀온 서건창은 “2년 전 (신인왕을 받기 위해) 이 자리에 섰을 때처럼 오늘도 그간 힘들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간다. 어려운 시기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려온 덕분에 오늘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자신이 처한 위치를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라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너무 가슴속에 와 닿는 말이라 준비해 왔다. 오늘 큰 상을 받았지만 난 여전히 부족한 선수다. 난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낭떠러지에 서 있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내년 시즌에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최고 2루수를 넘어 한국 최고 야구 선수가 된 순간에도 그는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올해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겨울올림픽에서 잊을 수 없는 수모를 당했다. 기대했던 금메달은커녕 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한 것. 비난의 화살은 에이스였던 신다운(21·서울시청)에게 집중됐다. 남자 대표팀의 기둥이었던 신다운은 1500m에서는 같은 한국 선수인 이한빈과 충돌하며 결선에도 오르지 못했고, 결선 진출에 성공한 1000m에서는 반칙으로 실격됐다.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이호석이 도중에 넘어지는 바람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로부터 9개월 후.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섰다. 그 중심에는 신다운이 있었다. 신다운은 17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1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 남자 1000m 결선에서 1분24초610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다운과 곽윤기, 박세영, 서이라가 함께 출전한 대표팀이 남자 5000m 계주에서 6분36초139의 기록으로 헝가리(6분36초444)를 제치고 금메달을 따내면서 신다운은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그는 전날 남자 1500m에서는 은메달 한 개를 추가했다. 신다운과 함께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던 박세영(21·단국대)이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 한국 남자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합작했다. 빙상 관계자는 “소치 때의 쓰린 경험이 신다운에게 약이 된 것 같다. 최근 좋은 기록을 내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신다운은 지난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는 남자 1500m에서 우승했다. 한편 쇼트트랙 ‘여왕’ 심석희(17·세화여고·사진 앞)는 17일 열린 여자 1000m 결선에서 1분30초641 만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2012∼2013시즌부터 시작한 월드컵 대회 연속 금메달 행진을 ‘12’로 늘렸다. ‘특급 신인’ 최민정(16·서현고)이 1분30초703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심석희 최민정 전지수 이은별이 출전한 한국 여자대표팀은 3000m 계주에서도 4분9초985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