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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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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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8~202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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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뭉치’ 나바로를 복덩이로 만든 삼성

    “삼성이 어쩌려고 이런 선수를 데려왔는지 모르겠다.” 올해 스프링캠프를 찾은 모 방송사의 해설위원은 그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팬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그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0.206에 2홈런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이 그를 데려온 건 ‘신의 한 수’였다. 그는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 이틀 연속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을 살린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야마이코 나바로(27·사진)다. 나바로는 정규시즌에서도 팀의 톱타자 고민과 2루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준 복덩이였다.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0.308에 31홈런, 25도루. 그는 19세에 메이저리그 보스턴과 계약했을 정도로 자질이 뛰어난 선수였다. 처음 몇 년간은 팀 내 유망주 1, 2위로 평가받았다. 그렇지만 실력에 비해 인성과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 훈련을 게을리 하기 일쑤였고,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피츠버그 시절이던 2012년에는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체포돼 유치장 신세를 지기도 했다. 지난해 겨울 삼성 스카우트 팀이 도미니카공화국을 찾았을 때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방출돼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리그에서 홈런 1위(8개)와 타점 1위(38타점)에 오를 정도로 실력은 출중했다. 몇몇 일본과 한국 구단이 관심을 표명했지만 계약까진 이르지 못했다. 여전히 인성에 물음표가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과감했다. 일단 그를 데려오기로 했다. 충분히 길들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그는 예전의 게으른 모습을 버리지 못했다. 훈련 시간에 지각했고, 땅볼을 치고는 1루로 전력으로 뛰지도 않았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나바로는 서서히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통합 챔피언에 오른 삼성의 분위기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분위기 메이커 박석민(29)은 때론 꾸짖고, 때론 장난을 치며 형님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일본에서 ‘용병’으로 뛰었던 베테랑 이승엽(38)은 함께 식사를 하면서 고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야구를 하는 그를 다독였다. 구단은 그의 어머니와 남동생을 한국으로 데려와 함께 머물게 했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그는 비로소 야구의 재미를 깨달은 것처럼 보인다. 나바로는 “개막 둘째 날 대구 안방경기에서 4타점으로 활약한 뒤 수훈 선수가 됐을 때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하며 뜨거운 응원을 보내줬다. 그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 챔피언 반지를 끼고 싶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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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살에 ML 계약했지만…20대 후반에 삼성서 꽃핀 선수, 누구?

    "삼성이 어쩌려고 이런 선수를 데려 왔는지 모르겠다." 올해 스프링캠프를 찾은 모 방송사의 해설위원은 그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팬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그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0.206에 2홈런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이 그를 데려온 건 '신의 한 수'였다. 그는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 이틀 연속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을 살린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야마이코 나바로(27)다. 나바로는 정규시즌에서도 팀의 톱타자 고민과 2루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준 복덩이였다.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0.308에 31홈런, 25도루. 그는 19살에 메이저리그 보스턴과 계약했을 정도로 자질이 뛰어난 선수였다. 처음 몇 년 간은 팀 내 유망주 1, 2위로 평가받았다. 그렇지만 실력에 비해 인성과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 훈련을 게을리 하기 일쑤였고,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피츠버그 시절이던 2012년에는 음주 운전으로 경찰에 체포돼 유치장 신세를 지기도 했다. 지난해 겨울 삼성 스카우트 팀이 도미니카공화국을 찾았을 때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방출돼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리그에서 홈런 1위(8개)와 타점 1위(38타점)에 오를 정도로 실력은 출중했다. 몇몇 일본과 한국 구단이 관심을 표명했지만 계약까진 이르지 못했다. 여전히 인성에 물음표가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과감했다. 일단 그를 데려오기로 했다. 충분히 길들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그는 예전의 게으른 모습을 버리지 못했다. 훈련 시간에 지각했고, 땅볼을 치고는 1루로 전력으로 뛰지도 않았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나바로는 서서히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통합 챔피언에 오른 삼성의 분위기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분위기메이커 박석민(29)은 때론 꾸짖고, 때론 장난을 치며 형님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일본에서 '용병'으로 뛰었던 베테랑 이승엽(38)은 함께 식사를 하면서 고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야구를 하는 그를 다독였다. 구단은 엄마와 그의 남동생을 한국으로 데려와 함께 머물게 했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그는 비로소 야구의 재미를 깨닫게 됐다. 나바로는 "개막 둘째 날 대구 안방경기에서 4타점으로 활약한 뒤 수훈 선수가 됐을 때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하며 뜨거운 응원을 보내줬다. 그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 챔피언 반지를 끼고 싶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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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헌재 기자의 히트&런]넥센 야구〓소통 야구〓프런트 야구

    ▽대다수 야구팬은 ‘프런트 야구’란 어휘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프런트 하면 간섭과 통제, 무책임 등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올해 성적이 안 좋았던 롯데와 SK, 두산 프런트는 팬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프런트의 힘이 상대적으로 강했던 위 팀들은 올해 나란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팬들의 주장대로 ‘프런트 야구=악(惡)’ ‘현장 야구=선(善)’이라는 공식이 성립할까. 올해 현장 야구를 한 대표적인 구단은 김응용 전 감독이 이끌었던 한화와 선동열 전 감독의 KIA였다. 한화는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이끈 김 전 감독의 현장 지휘에 거의 간섭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화의 성적은 최하위였다. 삼성 감독 시절 2회 우승을 차지한 선 전 감독 역시 2년 연속 8위에 머물렀다. 현장 야구가 절대 선은 아니었던 셈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프런트 야구’의 대명사를 꼽으라면 단연 넥센이다. 야구 기업 넥센 히어로즈는 이장석 대표이사의 입김에 따라 모든 일이 좌우된다. 프런트 야구를 혐오하는 팬들의 눈으로 보면 그의 언행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LG를 꺾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후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시리즈 준우승은 패배와 다름없다. 염경엽 감독님이 우리 색깔에 맞는 야구를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삐딱하게 보자면 이 대표는 현장에 엄청난 압박을 주고 있다. 또 야구 색깔에까지 간섭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선수 트레이드는 물론이고 신인 선수 지명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2년 전 이맘때로 시계를 돌려 보자. 이 대표의 프런트 야구는 염 감독을 선임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이 대표는 한국 야구에서는 드물게 면접을 통해 감독을 뽑았다. 감독 후보군을 추린 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팀의 비전과 맞는 사람을 뽑았는데 그게 바로 염 감독이었다. 당시 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성적을 내려면 프런트의 지원과 현장의 움직임이 어울려야 한다. 염 감독은 프런트를 이해할 수 있는 감독이다. 소통이 중요한데 이 점을 중요하게 봤다.” ▽과연 그랬다. 선수 시절 스타플레이어가 아니었던 염 감독은 예전 현대와 LG에서 프런트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때 경험이 ‘감독 염경엽’을 만들었다는 것은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다. 염 감독은 “야구를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자존심은 누구보다 강했다. 그래서 프런트 일이 쉽지 않았다. 사무실 문을 부숴 버리고 뛰쳐나가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현장 선수나 코칭스태프는 프런트에 불평하기 일쑤지만 프런트의 일 역시 쉽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 사실을 몸으로 깨치면서 그는 누구보다 프런트와 잘 소통하는 감독이 됐다. ▽따지고 보면 넥센의 프런트 야구는 새로운 게 아니다. 야구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는 다들 그렇게 한다. 재료는 프런트가 마련하고, 현장 지휘자는 이를 잘 요리하면 된다는 주의다. 창단 7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넥센 프런트 야구의 성공 비결은 상호 존중과 소통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대표와 염 감독은 서로를 존중한다. 그리고 ‘팀 성적’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위해 한몸처럼 움직인다. SK는 최근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박경완 2군 감독을 프런트인 육성총괄로 임명했다. 언젠가 팀의 사령탑에 오를 박 총괄에게 미리 프런트 체험을 시키는 것이다. 넥센발(發) 프런트 야구는 이처럼 한국 프로야구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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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런트 야구는 악, 현장 야구는 선? 넥센 혁명, 지형을 바꾸다

    ▽대다수 야구팬들은 '프런트 야구'란 어휘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프런트 하면 간섭과 통제, 무책임 등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올해 성적이 안 좋았던 롯데와 SK, 두산 프런트는 팬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프런트의 힘이 상대적으로 강했던 위 팀들은 올해 나란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팬들의 주장대로 '프런트 야구=악(惡)', '현장 야구=선(善)'이라는 공식이 성립할까. 올해 현장 야구를 한 대표적인 구단은 김응용 전 감독이 이끌었던 한화와 선동열 전 감독의 KIA였다. 한화는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이끈 김 전 감독의 현장 지휘에 거의 간섭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화의 성적은 최하위였다. 삼성 감독 시절 2회 우승을 차지한 선 전 감독 역시 2년 연속 8위에 머물렀다. 현장 야구가 절대 선은 아니었던 셈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프런트 야구'의 대명사를 꼽으라면 단연 넥센이다. 야구 기업 넥센 히어로즈는 이장석 대표이사의 입김에 따라 모든 일이 좌우된다. 프런트 야구를 혐오하는 팬들의 눈으로 보면 그의 언행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LG를 꺾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후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시리즈 준우승은 패배와 다름없다. 염경엽 감독님이 우리 색깔에 맞는 야구를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삐딱하게 보자면 이 대표는 현장에 엄청난 압박을 주고 있다. 또 야구 색깔에까지 간섭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선수 트레이드는 물론 신인 선수 지명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2년 전으로 이맘 때로 시계를 돌려 보자. 이 대표의 프런트 야구는 염 감독을 선임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이 대표는 한국 야구에서는 드물게 면접을 통해 감독을 뽑았다. 감독 후보군을 추린 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팀의 비전과 맞는 사람을 뽑았는데 그게 바로 염 감독이었다. 당시 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성적을 내려면 프런트의 지원과 현장의 움직임이 어울려야 한다. 염 감독은 프런트를 이해할 수 있는 감독이다. 소통이 중요한데 이 점을 중요하게 봤다." ▽과연 그랬다. 선수 시절 스타플레이어가 아니었던 염 감독은 예전 현대와 LG에서 프런트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 때의 경험이 '감독 염경엽'을 만들었다는 것은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다. 염 감독은 "야구를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자존심은 누구보다 강했다. 그래서 프런트 일이 쉽지 않았다. 사무실 문을 부숴 버리고 뛰쳐나가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현장 선수나 코칭스태프들은 프런트에게 불평하기 일쑤지만, 프런트의 일 역시 쉽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 사실을 몸으로 깨우치면서 그는 누구보다 프런트와 잘 소통하는 감독이 됐다. ▽따지고 보면 넥센의 프런트 야구는 새로운 게 아니다. 야구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는 다들 그렇게 한다. 재료는 프런트가 마련하고, 현장 지휘자는 이를 잘 요리하면 된다는 주의다. 창단 7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넥센 프런트 야구의 성공 비결은 상호 존중과 소통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대표와 염 감독은 서로를 존중한다. 그리고 '팀 성적'이라는 최고 가치를 위해서는 한 몸처럼 움직인다. SK는 최근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박경완 2군 감독을 프런트인 육성총괄로 임명했다. 언젠가 팀의 사령탑에 오를 박 총괄에게 미리 프런트 체험을 시키는 것이다. 넥센 발(發) 프런트 야구는 이처럼 한국 프로야구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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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쇼트트랙-네덜란드 빙속… 최강끼리 윈윈 노하우 나눈다

    한국 쇼트트랙은 자타 공인 세계 최강이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네덜란드를 당할 나라가 없다. 한국 빙상과 네덜란드 빙상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서로의 강점을 배우기로 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네덜란드빙상연맹은 3일 청와대에서 양국 빙상 발전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4일 연맹이 밝혔다.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과 파울 산더르스 네덜란드빙상연맹 대표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호 협력을 위한 협약서에 사인했다. 네덜란드는 올해 소치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 걸린 36개의 금메달 중 8개를 휩쓰는 등 총 23개의 메달을 땄다. 한국 쇼트트랙은 이 대회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파트너십은 스피드스케이팅 최강국 네덜란드와 쇼트트랙 최강국 한국의 결합으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 기대를 모은다. 양국 연맹은 대표팀 선수, 코치, 트레이너 및 연맹 직원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또 양국의 빙상 저변 확대 및 활성화를 위해서도 다각적인 협력 활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재열 회장은 “네덜란드빙상연맹과의 파트너십은 서로의 강점을 공유하여 윈윈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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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L 연봉 1000만달러 선수와 50만달러 감독…한국선?

    메이저리그의 '명문' 시카고 컵스는 1908년 월드시리즈 우승 후 100년 넘게 우승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테오 엡스타인 컵스 사장은 결단을 내렸다. 계약기간이 2년이나 남은 릭 렌테리아 감독을 경질하고 조 매든 전 탬파베이 감독(60)을 데려온 것이다. 2006년 약체였던 탬파베이를 맡은 매든 감독은 9년간의 재임 기간 동안 팀을 4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올려놨다. 2008년에는 월드시리즈에도 진출했다. 그는 2008년과 2011년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감독에 선정됐다. 컵스는 능력이 검증된 매든 감독에게 5년간 2500만 달러(약 271억 원)를 안겼다. 평균 연봉 500만 달러(약 54억 원)를 받게 된 그는 마이크 소시아 LA 에인절스 감독과 더불어 빅리그 최고 연봉 감독이 됐다. 그의 연봉은 일반인들은 평생 만져보기도 힘든 액수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비교하면 그리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에 따르면 2013년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339만 달러(약 37억 원)였다. 올해 개막전 출전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395만 달러(약 43억 원)에 이른다. 매든 감독이야 최고의 명장이니 선수들의 평균 연봉보다 조금 나은 대우를 받았지만 대다수 메이저리그 감독들의 연봉은 보잘 것이 없다. 30개 구단 중 절반 정도의 감독들은 연봉이 100만 달러 내외다. 메이저리그 선수 최저 연봉(50만 달러)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감독들도 있다. 최근 5년 간 3차례나 팀을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샌프란시스코의 브루스 보치 감독의 연봉도 400만 달러(약 43억 원) 정도다. 이에 비해 각 팀의 에이스나 중심 타자들은 1000만 달러를 쉽게 받는다. 메이저리그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반면 감독 야구가 대세인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감독들이 선수 못지않은 대우를 받는다. 최근 한화 사령탑에 오른 김성근 감독은 3년 간 총액 20억 원에 계약했다. 이는 준척급 선수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에 뒤지지 않는 조건이다. 초보 감독들은 대개 연봉 2억 원을 받는데 이 금액도 올해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1억 638만 원·외국인 선수 제외)의 2배가량 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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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런군단 넥센, 한국시리즈 첫 진출

    야구에서 홈런은 가장 쉽고도 확실한 득점 방법이다. 타자가 ‘누의 공과’(베이스를 밟지 않고 지나가는 것으로 아주 드물게 일어난다)를 범하지 않는 이상 점수를 올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올해 넥센은 홈런의 팀이었다. 52홈런으로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를 포함해 무려 7명의 타자가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팀 홈런 199개로 최소 홈런 팀인 LG(90개)와는 100개도 넘게 차이가 난다.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은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 좋은 투수들이 모두 나서는 단기전에서는 점수 뽑기가 쉽지 않다. 연속 3안타를 쳐도 점수를 못 낼 수 있다. 그런데 홈런 한 방은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된다. 2008년 팀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넥센의 힘은 역시 홈런이었다. 전날까지 2승 1패로 앞서 있던 넥센은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결정적인 홈런 두 방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양 팀은 선발 투수(LG 류제국, 넥센 소사)들의 호투 속에 4회까지 2-2로 팽팽히 맞섰다. 승부의 추가 급격히 기운 건 넥센의 5회초 공격이었다. 2사 후 박병호와 강정호의 연속 안타로 만든 2사 1, 3루에서 김민성은 류제국의 몸쪽 직구(시속 145km)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결승 3점포를 때려냈다. 5-2로 앞선 7회 1사 1루에서는 강정호가 LG의 세 번째 투수 우규민을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넥센 타선은 전의를 상실한 LG 투수들을 상대로 막강 화력을 뽐내며 12-2로 크게 이겼다. 플레이오프 4경기 내내 넥센 타자들의 홈런포는 쉴 새 없이 터졌다. 10월 27일 1차전에서는 6회 윤석민의 대타 3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30일 3차전에서는 2회 강정호의 결승포와 8회 유한준의 쐐기포에 힘입어 승리했다. 유일하게 진 28일 2차전에서도 유한준은 7회 솔로 홈런을 쳤다. 김민성은 4차전에서 혼자 7타점을 올리며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타점 신기록(종전 6개·OB 김유동, 현대 퀸란)을 세웠다.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는 타율 0.533에 2홈런, 4타점을 기록한 강정호가 선정됐다. 상금은 300만 원. ‘홈런 군단’ 넥센은 4일부터 한국시리즈 4연패를 노리는 정규시즌 1위 팀 삼성과 우승을 다툰다. 삼성은 정규시즌 팀 홈런 161개로 넥센에 이어 2위였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삼성이 8승 1무 7패로 근소하게 앞서 있다. ‘가을의 기적’을 꿈꿨던 LG는 플레이오프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시즌 초반 최하위에서 시작해 한 계단씩 오르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LG는 준플레이오프에서 NC를 꺾었으나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양팀 감독의 말▼ ▽염경엽 넥센 감독=승리에 대한 집중력이 강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대로 시리즈가 잘 풀렸다. 목표한 대로 4차전 안에 끝나서 다행이다. 힘이 떨어지지 않아 정상적인 상태로 한국시리즈를 치를 수 있을 것 같다. 기회는 항상 오는 게 아니다. 한국시리즈에 임하는 우리 선수들의 분명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기회를 잡도록 하겠다. ▽양상문 LG 감독=홈인 잠실구장에서 한 번이라도 꼭 이기고 싶었다. 오늘 승리하면 5차전에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4회 찬스에서 역전을 시키지 못한 게 아쉽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노력 덕분에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내년엔 더 철저히 준비해서 힘들게 시즌을 치르지 않도록 하겠다. 투수력뿐 아니라 공격력에서도 확실한 팀 컬러를 입힐 생각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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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시즌은 이변과 변수로 가득…‘미친 선수’ 면면을 보니

    단기전인 포스트시즌과 장기레이스인 정규시즌은 전혀 다르다. 포스트시즌에선 정규시즌 때 잘했던 선수가 죽을 쑤기도 하고, 전혀 기대치 않았던 선수가 펄펄 날기도 한다. 올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유독 무명 선수들의 반란이 거세다. 지난 주 열린 LG와 NC의 준플레이오프의 주인공은 단연 LG 포수 최경철이었다. 34살의 나이에 생애 첫 주전 마스크를 쓴 최경철은 포스트시즌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였다. SK 유니폼을 입었던 2005년 준플레이오프 1경기에 출전한 게 전부였다. 그나마 대수비로 출전해 타석에는 한 번 들어서보지도 못했다. 올 시즌 정규시즌 타율도 0.214였다. 하지만 올해 준플레이오프는 최경철의, 최경철에 의한, 최경철을 위한 시리즈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경철은 4경기에 출전해 타율 0.533(15타수 8안타)를 기록했다. 1차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쳤고, 수비에서도 고비마다 상대 도루를 저지했다. 넥센과 LG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승패를 좌우하는 '미친 선수'는 큰 기대를 끌지 못했던 선수들이었다. 27일 1차전 최우수선수(MVP)는 6회 대타 역전 결승 홈런을 때린 넥센 윤석민이었다. 그의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0.267에 10홈런이었다. 2차전 LG 승리의 주역은 정규시즌 1승 투수 신정락이었다. 올 시즌 20승 투수인 밴해켄(넥센)과의 맞대결에서 그는 7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완승을 거뒀다. 30일에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5승(6패)을 거둔 넥센 왼손 투수 오재영이 LG 타선을 6이닝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MVP로 뽑혔다. 모처럼 선발 출장한 넥센 외국인 선수 로티노도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반면 올해 52홈런을 터트린 박병호(넥센)는 플레이오프 3경기 동안 11타수 2안타(0.182)의 빈타에 시달리고 있다. 스타 선수들이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의 집중 견제다. 상대 투수들은 중심 타선과 상대할 때는 어지간해선 좋은 공을 주지 않는다. 또 공 하나마다 전력을 다해 던진다. 투수들은 중심 타자들과의 승부에 온 힘을 쏟다가 하위 타선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곤 한다. 또 스스로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김경문 NC 감독은 "중심 타자들은 보여주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런데 한두 타석 못 치고,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다 보면 자신감을 잃고 제풀에 무너지곤 한다"고 말했다. 양상문 LG 감독도 "포스트시즌에서는 평소 잘하던 선수보다 그렇지 않은 선수가 활약할 때 분위기가 더 좋아진다. 또 잘 맞은 안타보다 빗맞은 안타가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고 했다. 포스트시즌이 더 재미있는 것은 변수와 의외성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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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현 풀어주고 최정 붙잡는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풀타임 7시즌을 채운 SK 에이스 김광현(26)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 자리에는 이례적으로 임원일 SK 대표이사와 민경삼 SK 단장이 참석했다. 구단이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김광현의 이적은 전력 면에서 볼 때 SK에 큰 손실이다. 하지만 SK로선 얻는 것도 적지 않다. ‘조건부 자유계약선수(FA)’인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야 한다. 많은 돈을 제시한 메이저리그 구단이 우선 협상권을 갖게 되는 제도다. 이 경우 포스팅 금액, 즉 이적료는 SK의 몫이다. 2년 전 이맘때 한화 소속의 류현진은 이 제도를 통해 LA 다저스에 진출했는데 당시 포스팅 금액은 2573만 달러(약 271억 원)나 됐다. 구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국 구단들의 1년 운영비는 대개 300억∼400억 원이다. 관중 수입과 마케팅 수입 등을 감안하면 순수 적자는 150억 원에서 200억 원 사이다. 류현진을 보내면서 받은 돈이면 1년 적자를 메우고도 남는다. 한화는 이때 비축한 돈으로 2013시즌 후 FA 시장에 나온 정근우와 이용규를 각각 4년간 70억 원과 67억 원에 데려왔다. 김광현에 대한 포스팅 비용은 500만∼1000만 달러(약 53억∼105억 원)로 예상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값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 포스팅 금액이 얼마가 되든 SK는 이 돈을 무척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당장 FA 자격을 얻는 3루수 최정에게 거액의 베팅이 가능해진다. 리그에서 보기 드문 오른손 거포 내야수 최정은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몸값 100억 원(4년 기준)을 넘길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SK텔레콤으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SK가 돈이 없는 구단은 아니다. 하지만 돈을 벌기는커녕 매년 거액을 쏟아 부어야만 하는 야구단 처지로서는 김광현의 이적료가 구단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구단 재정이 넉넉지 않은 넥센도 7시즌을 뛴 거포 유격수 강정호의 해외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국으로 갈 경우엔 포스팅 금액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할 때는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KIA 왼손 에이스 양현종도 해외 진출에 성공한다면 역시 이적료는 구단의 차지다. 반면에 롯데 투수 장원준은 9시즌을 채운 완전한 FA 신분이라 해외 진출을 하더라도 롯데는 이적료를 받을 수 없다. 윤석민이 지난해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계약했지만 원소속 팀 KIA가 한 푼도 받지 못한 것과 같은 이유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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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빙속 전향 박승희, 대표 일단 좌절

    “당장은 국가대표가 안 돼도 좋아요. 한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빙판을 누빌 수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3남매(박승주 박승희 박세영)의 어머니 이옥경 씨(47·사진)는 오랜만에 다시 ‘빙상 맘’의 삶을 살고 있다. 둘째 박승희(22·화성시청)를 차에 태우고 매일 경기 화성시 집에서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사이를 오가고 있다.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 박승희는 현재 국가대표 신분이 아니다. 언니 박승주(24·스피드스케이팅)와 남동생 박세영(21·쇼트트랙·이상 단국대)은 국가대표 자격으로 태릉선수촌에 머물고 있지만 쇼트트랙 국가대표를 반납한 박승희는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을 개인적으로 오가야 한다. 소치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딴 박승희는 얼마 전부터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다. 올림픽 직후 은퇴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어릴 적부터 동경했던 스피드스케이팅을 해본 뒤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인 박승주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29일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서 열린 제49회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 첫날 박승희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 출전했다. 1차 레이스에선 40초49의 기록으로 7위를 했고, 2차 레이스에서는 40.19로 6위에 올랐다. 합산 기록 80초68로 6위에 자리하며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있는 2위 이내에 들지 못했다. 박승희는 30일 열리는 1000m에서 국가대표에 재도전한다. 이 씨는 “모처럼 운전대를 잡으니 정말 힘들다. 하지만 승희가 정말 재미있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평창올림픽 빙판을 누비는 승희를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는 이날 여자 500m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77초71로 전체 1위에 올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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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장도 없는데, 서로 할퀴는 롯데

    이제는 롯데만 남았다. 28일 현재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프로야구 5개 팀 중 새 감독을 뽑지 못한 팀은 롯데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롯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새 감독 선임을 둘러싸고 선수와 코치, 선수단과 프런트가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27일 “선수단이 공필성 코치의 감독 선임을 결사반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면에 숨어있던 구단 내부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보도가 나온 뒤 주장 박준서는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선수단은 결단코 공필성 감독 결사반대라고 한 적이 없다. 감독, 코치 선임은 선수단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다시 한번 말이 바뀌었다. 선수단 모임에서 격론이 오간 끝에 선수들은 “이문한 운영부장이 오고 난 뒤 ‘이문한 라인’이 형성돼 선수단을 이간질하고 와해시키는 일이 생겼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박준서도 자신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대해 “이 부장으로부터 선수들을 다치지 않게 한다는 확답을 받았기 때문에 반박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올 시즌 내내 극심한 내부 갈등에 시달렸다. 5월 권두조 수석코치의 훈련 방식에 불만을 품은 선수들의 집단 반발로 권 코치가 사임했고, 프런트측 코치와 비프런트측 코치는 서로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팀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김시진 전 감독은 시즌 후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 사태의 중심에 선 공필성 코치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권 코치가 쫓겨날 때 화가 나서 선수들 모아놓고 한바탕 퍼부은 건 사실이다. 지금도 선수가 훈련 양을 명분 삼아 코치를 쫓아낸다는 걸 받아들일 수가 없다. 더 잘해보려 악역을 맡은 것밖에 없다”고 했다. LG가 2003년부터 암흑의 10년을 보낼 때 한 야구인은 “상대 팀과 싸워야 하는데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더라”고 했다. 요즘 롯데의 모습이 딱 그렇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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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승 신정락 “20승 밴헤켄, 꿇어!”

    1승 3패에 평균자책점 6.66. 28일 넥센과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한 LG 투수 신정락의 정규시즌 성적은 평범하다 못해 초라해 보인다. 신정락은 기복이 심하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 그의 공은 건들기도 힘들다. 반면 그렇지 않은 날에는 난타당하기 일쑤다. 올해 가장 좋았던 경기는 정규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던 6일 NC전이었다. 신정락은 그날 NC 타선을 7과 3분의 1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8회 1사 후 손가락 부상으로 마운드를 내려오지 않았다면 노히트노런도 노려 볼 만했다. 신정락은 당일 컨디션의 좋고 나쁨을 주무기인 커브를 통해 구분한다. 그는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으로 날카롭게 들어가면 그날은 좋은 날이다.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지면 안 좋은 날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날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선 어땠을까. 2010년 전체 1순위로 LG에 입단했을 때부터 그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내가 본 것 중에 최고의 커브와 직구를 던졌다. 노히트를 기록했던 6일 NC전보다도 더 구위가 좋았다”고 했다. 이날 신정락의 커브의 위력은 넥센 5번 타자 강정호와의 대결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국가대표 유격수 강정호는 올해 타율 0.356에 40홈런, 117타점을 기록한 강타자다. 그런 강정호를 상대로 신정락은 3연타석 삼진을 빼앗았다. 세 번 모두 헛스윙 삼진이었는데 매번 결정구는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낙차 큰 커브였다. 7회 이택근과의 대결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이 나왔다. 사이드암 투수인 신정락의 커브는 오른손 타자가 보기에는 등 뒤쪽으로 날아오는 느낌을 준다.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이택근에게 던진 신정락의 커브는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해 삼진이 됐다. 그런데 이택근은 몸을 움찔하면서 아예 방망이를 휘둘러 보지도 못했다. 이택근은 허탈한 웃음을 지은 채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7회 1사 후 유한준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할 때까지 신정락이 허용한 안타는 단 1개였다. 이후 추가 실점을 하지 않은 신정락은 7이닝 2피안타 무4사구 1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삼진은 10개나 뽑았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는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LG는 2-1로 간발의 리드를 지키던 8회초 공격에서 안타 3개와 볼넷 4개, 희생플라이 한 개를 묶어 대거 6득점하며 승리를 결정지었다. 9-2로 이긴 LG는 플레이오프 전적을 1승 1패로 맞췄다. 넥센 선발 밴헤켄도 7과 3분의 1이닝 4피안타 10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잘 던졌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패전의 멍에를 썼다. 양 팀의 3차전은 30일 오후 6시 반부터 LG의 안방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 양 감독의 말 ▼▽양상문 LG 감독=오늘 신정락의 구위가 좋았다. 밴헤켄이 내려가는 순간 공격이 좀 되지 않을까 했는데 맞아떨어졌다. 한현희 조상우가 올라왔을 때 타자들이 침착하게 기다린 것이 대량 득점으로 이어지며 승패를 갈랐다. ▽염경엽 넥센 감독=밴헤켄이 좋은 투구를 해줬는데 타격의 힘이 안 따라줬다. 정규시즌처럼 타선이 터질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4, 5점만 내면 승산이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매번 잘할 순 없다.이헌재 uni@donga.com·주애진 기자}

    • 201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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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였다 풀린 넥센

    염경엽 넥센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 모든 것을 걸었다. 2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염 감독은 “1차전이 잘 풀리면 남은 포스트시즌에서 우리의 야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1차전에서 꼬이면 힘들게 갈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초반은 생각 같지 않았다. 2회말 선취점을 냈지만 계속된 1사 만루 찬스에서 추가점을 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찬스 뒤엔 위기였다. 3회초에서 1-2로 역전을 허용했고, 4회에는 스나이더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해 1-3으로 스코어가 벌어졌다. 5회초에도 1사 1, 3루의 위기를 맞았다. 선발 투수 소사는 최고 시속 158km의 강속구를 던졌지만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더이상 점수를 내주면 따라잡기가 힘들어지는 상황. 염 감독은 여기서 조상우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현희-손승락과 함께 넥센의 필승조인 조상우는 팀 내에서 가장 좋은 구위를 자랑한다. 질 때가 아니라 이기고 있을 때 나가는 투수다. 하지만 1차전에 ‘다걸기(올인)’한 염 감독은 주저 없이 조상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결과는 대성공. 조상우는 LG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이병규(등번호 7번)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유도하며 위기를 벗어났다. 넥센의 구세주는 또 하나 있었다. 올 시즌 후반기부터 도입된 ‘심판 합의판정’ 제도다. 1-3으로 뒤진 6회말 선두 타자 강정호는 LG 선발 우규민의 오른발을 맞히는 강습타구를 쳤다. 굴절된 타구를 포수 최경철이 1루에 뿌렸고, 박기택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넥센 벤치는 즉시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강정호의 발이 빨랐던 게 확인됐고 판정은 세이프로 번복됐다. 포스트시즌 사상 비디오 판독으로 판정이 바뀐 첫 사례다. 만약 합의판정 제도가 없었다면 넥센은 공격의 활로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넥센은 바뀐 투수 정찬헌을 상대로 김민성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고 이성열이 적시타를 때려내며 한 점을 추격했다. 이성열의 안타 때 홈을 밟은 2루 주자 강정호에 대해 LG 벤치도 합의판정을 요청했으나 이번에는 판정이 바뀌지 않았다. 계속된 1사 2, 3루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윤석민은 볼카운트 2볼 노 스트라이크에서 정찬헌의 높은 공을 밀어 쳐 경기를 뒤집는 우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승부의 물줄기를 뒤바꾼 윤석민은 1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넥센은 8회말 공격에서 한 점을 더 추가해 6-3으로 승리하며 그토록 원했던 첫 승을 따냈다. 조상우는 7회까지 2와 3분의 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 투수가 됐다. 넥센은 8회부터 손승락을, 9회 2사 후엔 한현희를 차례로 등판시키며 승리를 지켰다. 이헌재 uni@donga.com·주애진 기자   }

    • 201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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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 성화에… 모셔온 김성근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72·사진). 그는 원래 팬들의 사랑을 받는 감독은 아니었다. ‘독한 야구’ ‘벌떼 야구’ ‘데이터 야구’ ‘관리 야구’ 등 갖은 수식어가 붙었지만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쪽이 더 많았다. 1999년 쌍방울 감독 시절까지 그는 ‘지옥훈련’으로 악명 높은 감독일 뿐이었다. 그가 팬들로부터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한 건 2002년 약체로 평가받던 LG를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은 이후다. 호성적에도 시즌 후 구단 고위층과의 불화로 경질되자 그를 응원하는 팬들은 더욱 늘었다. 김 감독을 향한 팬덤(팬 집단과 그 문화)이 본격화한 것은 2007년 LG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그해부터 4년간 SK는 한국시리즈 우승 3번과 준우승 한 번을 차지하며 최강 팀의 위용을 과시했다. 하지만 2011년 시즌 중반 또다시 구단 고위층과의 갈등 속에 중도 하차하자 그를 향한 팬들의 마음이 더욱 애틋해졌다. 그해 곧바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약 팀 팬들에게 그는 언제나 모셔오고 싶은 감독 0순위였다. 김 감독을 다시 한국 프로야구로 불러들인 것은 한화 팬들이었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한화 팬들은 승리보다 패배에 익숙했다. 한화는 같은 기간 최하위를 다섯 차례 했다. 그렇게 지는데도 팬들의 응원 함성은 더 높아졌다. 다른 팀 팬들은 그런 한화 팬들을 ‘보살’이라 불렀다. 그런데 보살들도 결국은 사람이었고 야구팬이었다. 그들은 승리를 갈구했다. 팀 분위기를 바꾸고 혁신시켜 줄 구세주를 원했다. 적임자는 다름 아닌 김 감독이었다. 김응용 전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한화는 당초 내부 승격을 생각했었다. 팬심(心)은 달랐다. 온라인에서는 김성근 감독을 모셔오자는 청원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한화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보살들의 움직임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결심을 이끌어냈다. 김 감독은 25일 저녁 3년간 20억 원(계약금 5억 원, 연봉 5억 원)의 조건에 한화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1984년 OB(두산의 전신)를 시작으로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에 이어 7번째 프로 구단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한화 팬들의 기대에 걸맞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과거의 사례들은 ‘그렇다’라고 말하고 있다. 김 감독은 1989년 전년도 최하위였던 태평양을 플레이오프에 직행시킨 것을 시작으로 맡는 팀마다 좋은 성적을 올렸다. 김 감독은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전제하에 어떻게 이길 것인지를 고민할 것이다. 선수들에게 어떻게 동기 부여를 하느냐가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다가올 마무리 훈련부터 한화 선수들은 무수한 땀을 흘려야 할 것 같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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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 울화에… 물러난 선동열

    이례적 재계약에 이은 사상 초유의 사퇴 사태가 벌어졌다. KIA 선동열 감독(51·사진)이 팀과 재계약한 지 불과 엿새 만에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선 감독은 25일 구단을 통해 “감독 재신임을 받은 후 여러 가지로 고민한 끝에 지난 3년간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IA는 3년 연속 4강 진출에 실패한 선 감독과 2년간 총액 10억6000만 원에 19일 재계약했다. 그러자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8위에 그치는 등 재임기간 동안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선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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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OUT]웃으며 헤어진 SK와 이만수

    야구 인기가 높아질수록 감독들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성적이 나쁘면 잔여 계약 기간에 관계없이 경질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다. 팀 성적이 좋아도 구단과의 갈등으로 옷을 벗는 경우도 있다. 치열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한 곳이 프로야구 감독 시장이다. 올해로 SK와 3년 계약이 만료된 이만수 전 감독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피하진 못했다. SK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 전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렇지만 이 전 감독은 운이 좋은 편이다. 요즘엔 계약 기간을 꼬박 채운 것만 해도 다행이라 여길 만하다. 그리고 또 하나. 이 감독은 구단과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었다.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는 SK 신임 김용희 감독의 취임식이 열렸다. 그런데 SK는 이 행사에 이 전 감독도 초청했다. 들러리로 부른 게 아니다. 8년간 수석코치와 감독으로 팀을 위해 일한 이 전 감독은 취임식과 함께 열린 이임식의 주인공이었다. 스크린에는 이 전 감독이 SK에서 활동했던 당시의 영상이 상영됐다. 행사에 참석한 최창원 구단주는 이 전 감독에게 행운의 열쇠와 꽃다발을 전달했다. 최 구단주는 며칠 전 이 전 감독을 저녁식사에 초대해 정중하게 재계약 포기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사실 올 시즌 내내 구단과 이 전 감독은 갈등 관계였다. 야구관이 달랐고, 선수단 운영 방식에 대한 이견도 있었다. 시즌 후반 성적까지 곤두박질치자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구단 발표에 감독이 이의를 제기하고, 감독의 발언에 구단이 내용을 정정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그렇지만 헤어질 때만큼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했다. SK 구단은 정규 시즌 최종일까지 4강 싸움을 펼쳤던 이 전 감독의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높게 평가했다. 이 전 감독 역시 자신과 함께해 온 프런트 및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웃으면서 떠날 수 있었다. 임원일 SK 대표이사는 “이 세상은 덧셈 못지않게 뺄셈(이 전 감독을 지칭)이 중요하다. 팀을 위해 애써 오신 이 감독님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은 “떠나는 사람은 말없이 가야 하는데 생각지도 않은 이임식을 하게 됐다. 좋은 관례를 만들어주신 구단에 감사한다”고 했다. 언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줄 모르는 세상에서 양측은 보기 드문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이헌재·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 201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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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만수 감독 ‘아름다운 이별’ “떠나는 사람은 말없이…”

    야구 인기가 높아질수록 감독들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성적이 나쁘면 잔여 계약 기간에 관계없이 경질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다. 팀 성적이 좋아도 구단과의 갈등으로 옷을 벗는 경우도 있다. 치열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한 곳이 프로야구 감독 시장이다. 올해로 SK와 3년 계약이 만료된 이만수 전 감독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피하진 못했다. SK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 전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렇지만 이 전 감독은 운이 좋은 편이다. 요즘엔 계약 기간을 꼬박 채운 것만 해도 다행이라 여길 만하다. 그리고 또 하나. 이 감독은 구단과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었다.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는 SK 신임 김용희 감독의 취임식이 열렸다. 그런데 SK는 이 행사에 이만수 전 감독도 초청했다. 들러리로 부른 게 아니다. 8년간 수석코치와 감독으로 팀을 위해 일한 이 전 감독은 취임식과 함께 열린 이임식의 주인공이었다. 스크린에는 이 전 감독이 SK에서 활동했던 당시의 영상이 상영됐다. 행사에 참석한 최창원 구단주는 이 전 감독에게 행운의 열쇠와 꽃다발을 전달했다. 최 구단주는 며칠 전 이 전 감독을 저녁식사에 초대해 정중하게 재계약 포기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사실 올 시즌 내내 구단과 이 전 감독은 갈등 관계였다. 야구관이 달랐고, 선수단 운영 방식에 대한 이견도 있었다. 시즌 후반 성적까지 곤두박질치자 양 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구단 발표에 감독이 이의를 제기하고, 감독의 발언에 구단이 내용을 정정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그렇지만 헤어질 때만큼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했다. SK 구단은 정규시즌 최종일까지 4강 싸움을 펼쳤던 이 전 감독의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높게 평가했다. 이 전 감독 역시 자신과 함께 해 온 프런트 및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웃으면서 떠날 수 있었다. 임원일 SK 대표이사는 "이 세상은 덧셈 못지않게 뺄셈(이만수 전 감독을 지칭)이 중요하다. 팀을 위해 애써 오신 이 감독님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은 "떠나는 사람은 말없이 가야 하는데 생각지도 않은 이임식을 하게 됐다. 좋은 관례를 만들어주신 구단에 감사한다"고 했다. 언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줄 모르는 세상에서 양 측은 보기 드문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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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 대포 두방, 창원을 침묵시키다

    “정성훈 아니면 누가 그 공을 치겠습니까.” 19일 열린 NC와 LG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1회초 LG 선두 타자 정성훈이 NC 선발 이재학의 초구를 받아쳐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린 것에 대해 한 원정기록원이 한 말이다. 2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앞서 만난 이재학은 “초구에 카운트를 잡으려 직구를 던졌다. 그런데 그게 장타로 연결되면서 나도 모르게 너무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날 이재학은 채 1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다. 손쉽게 선취점을 얻은 LG는 13-4로 크게 이겼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처음이었던 NC 선수들은 선취 실점의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3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했다. 정성훈이 정말 대단했던 건 초구를 쳤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선발 투수들은 1회 첫 타자에게는 직구를 던진다. 대다수 톱타자 역시 직구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막상 직구에 배트를 휘두르는 선수는 많지 않다. 혹시 범타가 되기라도 하면 상대 투수의 기를 살려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라면 초구에 방망이를 휘두르기가 더욱 힘들다. 22일 열린 2차전에서 1회초 LG의 선두 타자로 나선 정성훈은 이번에는 상대 선발 에릭의 초구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걸 그냥 지켜봤다. 하지만 더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볼카운트가 1볼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4구째 높은 직구(시속 146km)를 때려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겨버린 것이다. 준플레이오프 사상 2번째, 포스트시즌 사상 4번째 나온 1회초 선두 타자 홈런이었다. 천금같은 선취점은 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LG 선발 우규민이 가장 큰 수혜자였다. 4위 싸움이 걸린 17일 롯데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2와 3분의 1이닝 동안 4실점으로 부진했던 우규민은 이날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1-0으로 앞선 4회에는 LG 스나이더가 에릭을 상대로 2점 홈런을 쳐냈다. 행운도 LG의 편이었다. 3-2로 쫓기던 9회초 1사 1루에서 이병규(등번호 7번)는 2루수 머리 위로 높게 뜬 플라이 타구를 쳤다. 이때 1루 대주자로 나간 문선재는 아웃카운트를 투아웃으로 착각한 채 2루로 전력질주를 했다. NC 2루수 박민우가 이 공을 잡았다면 무난히 병살 플레이가 됐겠지만 박민우는 우물쭈물하다 이 공을 놓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문선재의 실책성 플레이가 결정적인 쐐기 득점으로 연결됐다. 의욕이 앞섰던 NC는 이날도 2개의 실책을 범했다. 4-2로 승리한 LG는 적지에서 먼저 2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양 팀의 3차전은 24일 오후 6시 반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우리팀에 운이 붙어… 3차전도 기대▽양상문 LG 감독=시리즈는 첫 경기보다 두 번째 경기가 중요한데 중요한 경기를 가져왔다. 이틀 동안 비가 와서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았는데 오늘 투수진이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우규민은 볼이 좋았는데 박민우(NC) 타석 때 땅볼을 맞아 분위기가 넘어갈 것 같아 일찍 마운드에서 내렸다. 덕분에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우리 팀에 운이 계속 붙고 있다. 3차전도 그럴 것 같다. 선수들 몸 굳어 추격점수 일찍 못내▽김경문 NC 감독=이겨야 하는 경기였는데 아직 선수들이 굳어있는 것 같다. 큰 경기는 섬세한 플레이에서 결정되는데 기본기에서 조금 매끄럽지 못했다. 그래서 따라갈 점수를 일찍 못 낸 점이 아쉽다. 커리어는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실수를 통해 선수들이 성장하는 거다. 선수들이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3패로 끝나면 섭섭하니까 3차전에서는 최선을 다해 꼭 1승을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창원=이헌재 uni@donga.com·주애진 기자   }

    • 20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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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헌재 기자의 히트&런]김태형의 두산, 돌아온 ‘허슬두’

    ‘사람이 미래다’라는 기업철학을 가진 두산에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장수 감독’이 많았다. 김인식 전 감독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9년간 지휘봉을 잡았다. 뒤를 이은 김경문 전 감독(현 NC 감독)은 2004년부터 8년간 두산을 이끌었다. 그랬던 두산이 21일 1년 만에 송일수 전 감독을 경질했다. 계약 기간이 아직 2년이나 남은 감독이었다. 대신 선수와 코치로 22년간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던 김태형 전 SK 배터리 코치를 새 감독에 선임했다. 두산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김 감독 선임 배경이 이렇게 설명돼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하는 지도자로 근래 퇴색된 두산의 팀 컬러를 복원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송 전 감독이 이끈 올해의 두산은 색깔이 없었다. 화끈한 공격 야구도, 치밀한 작전 야구도 아니었다. 투수의 팀도 아니었고, 기동력도 떨어졌다. 팀의 상징과 같았던 ‘화수분 야구’도 실종됐다. 두산은 무색무취한 야구에 다시 색깔을 입히기로 했다. 그래서 데려온 사람이 김태형 감독이다. 김 감독은 2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허슬플레이를 강조했다. 그는 “내 야구는 흔히 얘기하는 ‘허슬두(Hustle Doo)’다.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책임감을 불어넣으려 한다”고 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지 않은가. 그렇다. 김경문 감독 시절 팀의 캐치프레이즈로 사용됐던 ‘허슬두’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형님 리더십으로 포장되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이 무척 무서워하는 사령탑이다. 원칙을 중시하고,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하지만 그의 눈에서 한 번 벗어나면 그걸로 끝이다. 실제로 그의 눈 밖에 나 다른 팀으로 쫓겨난 스타급 선수도 몇몇 된다. 김태형 신임 감독도 강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온화해 보이는 얼굴과 달리 선수 시절 ‘군기 반장’으로 통했다. 특유의 친화력이 주무기였던 김인식 감독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그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자칫 흐트러질지 모르는 팀 분위기를 선수단 내에서 잡아달라는 뜻이었다. 1990년 이후 두산의 감독 교체 패턴은 온탕과 냉탕을 오간 것으로 볼 수 있다. 1991년부터 4년간 지휘봉을 잡은 윤동균 전 감독은 열혈남아였다. 너무 강한 지도 방식에 당시 선수들은 집단 이탈 사태를 일으켰고 그를 대신해 1995년부터 인자한 리더십의 김인식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다. 그렇지만 2003년 하와이 전지훈련 도중 터진 선수들의 술자리 소동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두산은 2004년 김경문 감독을 임명했다. 2011시즌 김경문 감독이 물러난 뒤 김태형 감독은 유력한 차기 감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두산은 김진욱 감독을 전격 발탁했다. 김태형 감독의 능력을 낮게 평가해서가 아니라 김경문 감독 치하에서 강행군을 이어오던 선수단에 필요한 것은 따뜻한 ‘엄마 리더십’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주로 2군 코치로 활동하던 김진욱 전 감독은 인자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에게서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었다. 김진욱 전 감독은 재임 2년째인 지난해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지만 시즌 내내 세밀한 야구가 부족하다는 평가 끝에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 공백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며 데려온 사람이 송일수 전 감독이었으나 그 역시 팀과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그 결과 두산은 내년부터 다시 ‘허슬두’로 복귀한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고 두산 감독 역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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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는 돌고 돈다? 두산 내년부터 다시 ‘허슬두’로

    '사람이 미래다'라는 기업철학을 가진 두산에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장수 감독'들이 많았다. 김인식 전 감독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9년간 지휘봉을 잡았다. 뒤를 이은 김경문 전 감독(현 NC 감독)은 2004년부터 8년 간 두산을 이끌었다. 그랬던 두산이 21일 1년 만에 송일수 전 감독을 경질했다. 계약 기간이 아직 2년이나 남은 감독이었다. 대신 선수와 코치로 22년간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던 김태형 전 SK 배터리 코치를 새 감독에 선임했다. 두산이 배포한 보도 자료에는 김 감독 선임 배경이 이렇게 설명돼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하는 지도자로 근래 퇴색된 두산의 팀 컬러를 복원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송 전 감독이 이끈 올해의 두산은 색깔이 없었다. 화끈한 공격 야구도, 치밀한 작전 야구도 아니었다. 투수의 팀도 아니었고, 기동력도 떨어졌다. 팀의 상징과 같았던 '화수분 야구'도 실종됐다. 두산은 무색무취한 야구에 다시 색깔을 입히기로 했다. 그래서 데려온 사람이 김태형 감독이다. 김 감독은 2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허슬플레이를 강조했다. 그는 "내 야구는 흔히 얘기하는 '허슬두'다.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책임감을 불어 넣으려 한다"고 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지 않은가. 그렇다. 김경문 감독 시절 팀의 캐치프레이즈로 사용됐던 '허슬두'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형님 리더십으로 포장되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이 무척 무서워하는 사령탑이다. 원칙을 중시하고,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하지만 그의 눈에서 한 번 벗어나면 그걸로 끝이다. 실제로 그의 눈 밖에 나 다른 팀으로 쫓겨난 스타급 선수들도 몇몇 된다. 김태형 신임 감독도 강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온화해 보이는 얼굴과 달리 선수 시절 '군기 반장'으로 통했다. 특유의 친화력이 주무기였던 김인식 감독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그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자칫 흐트러질지 모르는 팀 분위기를 선수단 내에서 잡아달라는 뜻이었다. 1990년 이후 두산의 감독 교체 패턴은 온탕과 냉탕을 오간 것으로 볼 수 있다. 1991년부터 4년간 지휘봉을 잡은 윤동균 전 감독은 열혈남아였다. 너무 강한 지도 방식에 당시 선수들은 집단 이탈 사태를 일으켰고 그를 대신해 1995년부터 인자한 리더십의 김인식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다. 그렇지만 2003년 하와이 전지훈련 도중 터진 선수들의 술자리 소동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두산은 2004년 김경문 감독을 임명했다. 2011시즌 김경문 감독이 물러난 뒤 김태형 감독은 유력한 차기 감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두산은 김진욱 감독을 전격 발탁했다. 김태형 감독의 능력을 낮게 평가해서가 아니라 김경문 감독 치하에서 강행군을 이어오던 선수단에 필요한 것은 따뜻한 '엄마 리더십'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주로 2군 코치로 활동하던 김진욱 전 감독은 인자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에게서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었다. 김진욱 전 감독은 재임 2년째인 지난해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지만 시즌 내내 세밀한 야구가 부족하다는 평가 끝에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 공백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며 데려온 사람이 송일수 전 감독이었으나 그 역시 팀과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그 결과 두산은 내년부터 다시 '허슬두'로 복귀한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고 두산 감독 역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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