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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특별한 계통 없이 최순실 씨(60)와 정권의 입맛에 맞게 정리됐다는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특검이 확보한 블랙리스트에는 세간에 알려진 9473명 명단에 없는 문화예술인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입수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는 독일 등 주로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양혜규 씨(45·여)가 포함돼 있다. 서울대 조소과 출신인 양 씨는 2006년 ‘사동 30번지’, 2010년 ‘셋을 위한 목소리’ 등 국내에선 개최한 개인전이 손에 꼽힐 정도다. 특검은 양 씨가 국제적으로 촉망받는데도 명확한 사유 없이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전시 대관 지원을 가로막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블랙리스트에는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 씨도 이름이 올라 있다. 이 밖에 소설가 박범신 씨와 시인 안미현, 배우 송강호 김혜수, 영화감독 박찬욱, 시인 강은교 씨 등도 포함돼 있다.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 등 별다른 분류 체계 없이 블랙리스트가 꾸려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문체부는 청와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관리대장을 만들고 수시로 업데이트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5월 작성된 대장에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단체와 개인들에게 하는 예산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침이 적혀 있다. 문체부 주변에서는 “최 씨가 ‘좌파 잡아야 된다’고 떠들고 다녔다”는 식의 증언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 씨 심기에 거슬리거나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야당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면 밑도 끝도 없이 ‘좌파’로 몰렸다는 것이다. 특검은 문체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실과 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 관계자를 대상으로 수사 강도와 속도를 바짝 높이고 있다. 특검은 28일 오후 신동철 전 대통령정무비서관(55)을 불러 조사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장관석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의 정점에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와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7)이 있다고 보고 있다. 리스트를 받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관계자들이 “청와대 구중심처(九重深處)의 아이디어”라고 추측했던 것과도 맞아떨어진다. 특검은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과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블랙리스트 작성 및 전달 과정의 전모를 파악했다. 특검이 파악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의 메커니즘은 ‘최 씨→ 박 대통령→ 김 전 비서실장→ 정무수석비서관실’로 요약된다. 최 씨가 박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사실상 작업을 주도했고, 박 대통령은 김 전 비서실장에게 해당 구상을 실현하라고 지시해 정무수석실이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후 리스트는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 실무자 등에게 전달됐다. 정권 차원에서 문화예술계 인사 9400여 명을 찍어내려 한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들을 걸러내 좌편향으로 모는 ‘김기춘 식 공안통치’, 최 씨의 사업 이권을 위한 예산 편성과 인사 분류 구상이 빚어낸 작품이 곧 블랙리스트라는 것이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최 씨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최 씨와 박 대통령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한 정호성 전 청와대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을 추궁하고 있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이 총괄하는 대통령비서실 산하 정무수석실 외에 국가정보원도 리스트 작성에 동원된 의혹을 수사 중이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위한 기초 정보 수집 과정에서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사실상의 ‘민간인 사찰’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국정원은 국가기관과 정당, 언론사 등 민간을 대상으로 한 정보활동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 논란에 다시 휘말릴 수 있게 됐다. 최 씨 주변 인물들은 검찰 수사와 특검 조사에서 “최 씨는 자신의 호불호나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단체나 인물을 리스트에 포함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자신이 미르재단과 플레이그라운드 등을 통한 문화부문 사업의 장애물들을 치우는 데 블랙리스트를 도구로 썼다는 취지다. 특검은 조윤선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 전 1차관을 블랙리스트 수사의 우선 타깃으로 삼았다. 두 사람은 정무수석실에서 수석과 국민소통비서관으로 일하다 시차를 두고 문체부로 자리를 옮겼다. 특검은 최 씨가 조 장관과 정 전 차관을 문체부에 보내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와 별 관련이 없는 두 사람의 임명이 최 씨 자신의 사업은 물론이고 국정 농단이 수면 위에 떠오를 것에 대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수사는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의 존재 및 성격을 밝히는 일 자체가 박 대통령이 언론 및 사상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헌법 위반 사안을 규명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특검 역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김 전 실장 등의 직권남용 혐의에 국한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허동준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6일 문화예술계 인사를 이념 성향에 따라 분류해 지원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박 특검팀이 26일 문화체육관광부를 압수수색한 곳은 10월 27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파헤친 곳과는 다르다. 특검이 기존 검찰 수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사의 갈래를 찾아냈다는 의미다. 이날 특검은 문체부 예술정책관실과 기획조정실, 콘텐츠정책관실, 관광정책관실 그리고 조윤선 장관 집무실과 차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을 하나로 꿰는 것은 ‘문체부 인사 개입’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이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곳으로 지목된 예술정책관실에서 실제 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문화계 인사들을 이념 성향으로 분류한 명단을 문체부 예술정책국에 내려보냈다는 의혹은 2014년 중반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26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2014년 7월) 퇴임 전 블랙리스트 형식 이전에 수시로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이나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그 문서의 출처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실이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정무수석은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었고,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이었다. 특검은 조 장관과 정 전 차관이 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은 조 장관의 윗선 격인 김기춘 전 실장이 큰 흐름에서 이러한 지시를 내려보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이 블랙리스트 작성 실체를 밝혀낸다면 문화계는 물론이고 사상(思想)의 영역까지 입맛에 맞게 관리하려 한 정권의 구태(舊態)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리는 문예위 문건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2015년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 서명 문화인 594명 △2014년 ‘세월호 시국선언’ 문학인 754명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6517명)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 선언(1608명) 문화인 등 총 9473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8월 숨진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남긴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이 “문화예술계의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할 것”(2014년 10월 2일)이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문화연대와 서울연극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12개 단체는 이달 초 특검팀에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전 교육문화수석), 정 전 차관 등 9명을 고발했다. 한편 문체부는 10월 조윤선 장관 취임 한 달 만에 장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블랙리스트 관련 자료의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는 검찰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특혜 수사를 위해 문체부를 압수수색한 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측은 “장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는 2년 만에 새 장관 부임에 따른 자연스러운 교체”라며 증거 인멸 의혹을 부인했다. 전승훈 raphy@donga.com·신나리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25일 소환 조사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 농단의 몸통 최순실 씨에게 국가정보원 간부 등 정부 요직 인사 명단을 넘긴 의혹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기 위해서다. 정 전 비서관은 앞선 검찰 조사 때 박 대통령과 최 씨 사이에서 인사 명단을 넘겨주는 역할을 했다고 진술했다. 최 씨가 개입한 인사 중 하나로 의심되는 국정원 2차장은 박 대통령이 최 씨에게 전달한 5배수 후보자에서 낙점됐지만, 국정원 기조실장은 대통령이 꼽은 후보 3명이 아닌 제3의 인물이 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낙점 자체가 정 전 비서관을 거치지 않고 최 씨가 박 대통령을 직접 통했을 가능성도 의심된다. 기조실장은 외부의 감시를 받지 않는 특수활동비가 큰 국정원 예산을 좌우하는 자리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정 전 비서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앞서 “(정 전 비서관의) 기존 공소 사실 외에 특검 수사 대상에 관한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을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만 기소한 바 있다. 특검은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인사 농단’ 외에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24, 25일 연속 소환했다. 김 전 차관은 김 전 실장에게 문체부 고위 간부 인사를 청탁한 혐의와 “청와대의 뜻”이라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돈을 대도록 삼성 측을 압박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특검 수사는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를 입증하기 위한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 삼성의 삼각 연결고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중 대규모 압수수색과 동시에 관련자들에 대한 체포 또는 구속영장 청구로 삼성과 청와대를 동시에 압박하는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영장 발부 시점 및 집행 시기를 못 박진 않았지만 법리 검토를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번 주 압수수색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검은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26일 소환한다. 한편 법무부는 23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40여 쪽의 의견서를 통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이 갖춰졌고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의견은 내지 않았다. 법무부가 국정 최고 책임자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김준일 jikim@donga.com·신나리 기자}

《 내년 1월 귀국 예정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외교부 장관 시절과 유엔 사무총장 당선 후 20만 달러가 넘는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발단이 된 시사저널 기사에서 금품 제공자로 적시된 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도 잘 알려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반 총장 측과 박 전 회장 측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검찰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완연히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고 있다. 》 ▼ 반기문측 “박연차 돈 받은적 없다”… 민주 “의혹 있으니 수사해야” ▼ 내년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검증 공세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반 총장은 2004년 1월부터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재직했지만 인사청문회 대상이 전체 국무위원으로 확대된 2005년 이전이어서 청문회 등을 통한 ‘공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 23만 달러 수수 의혹 보도 파문 시사저널은 최근호에서 반 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23만 달러(약 2억7000만 원)를 받은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이던 2005년 5월 서울 용산구 공관에서 주최한 베트남 외교장관 일행 환영 만찬에 주한 베트남 명예총영사 자격으로 참석한 박 전 회장이 1시간쯤 일찍 도착해 20만 달러가 담긴 쇼핑백을 건넨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또 2007년 초 박 전 회장이 ‘유엔 사무총장 취임 축하’ 명목으로 미국 뉴욕의 한 식당을 통해 3만 달러를 간접적으로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사실 ‘박연차 의혹’은 검찰과 정치권 주변에서 꽤 퍼진 얘기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반 총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박 전 회장의 진술이 있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박 전 회장의 신문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조재연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당시 중수1과 부부장검사)는 시사저널 보도 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조 차장검사보다 윗선인 당시 이인규 중수부장과 홍만표 수사기획관(구속 기소) 등은 모두 검찰을 떠난 상황이다. 이 전 중수부장은 “잘 모르는 이야기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박 회장 측에서 반 총장 관련 내용을 먼저 말했다. 금액은 보도와 달리 수만 달러 규모였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검찰의 수사 의지를 시험하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사 당시 세계적 인물이었던 반 총장을 거론해 검찰을 역으로 압박하려 했다는 것이다.○ 반 총장 측 “검증 아닌 음해”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24일 밤(현지 시간) 뉴욕 특파원단에 e메일을 보내 “해당 보도는 완전히 허위이고 근거 없다”며 “(반 총장을 대신해) 해당 언론 편집장에게 사과와 기사 취소를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 강력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며 “이건 검증이 아니고 음해다”라고 했다. 반 총장은 의혹 제기에 대비해 측근들에게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공관에 박 전 회장이 참석 대상자 중 유일하게 안 오고 있었는데 더 기다릴 수 없어 참석자들이 만찬장에 들어가려 할 때 박 전 회장이 도착했으며 거기서 박 전 회장을 처음으로 만나 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또 만찬 1시간 전에 공관에 도착하려면 오후 4시 쯤엔 외교부를 떠나야 하는데 바쁜 장관 일정상 그럴 수는 없었다는 것. 반 총장은 “그때 만찬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 (박 전 회장과의) 만남”이라고 했다고 한다. 반 총장과 박 전 회장이 만찬 전에 별도로 만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반 총장 측은 “20만 달러를 건넸다면 100달러짜리 지폐라 해도 (100장씩) 20뭉치인데 그걸 어떻게 들고 다녔겠느냐”고도 했다. 반 총장 측은 3만 달러 의혹에 대해서도 “뉴욕의 음식점 식당 주인한테 3만 달러를 주라고 하고, 또 그걸 받아 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태광실업 관계자도 “해당 언론사에 명예훼손과 민형사상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선 설사 의혹이 사실이더라도 공소시효는 지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1억 원 이상 뇌물죄 공소시효가 15년으로 개정된 게 2007년 12월이라서, (보도 내용이 사실이어도) 그 이전에 받은 20만 달러는 개정 전 시효(10년)가 적용된다. 또 만약 2007년 3만 달러를 받은 게 사실이어도 정치자금법 위반 시효가 7년이라 처벌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수사하라” 공세 반 총장이 내년 1월 중순 귀국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면 야당 등에서 본격적인 ‘검증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일부 전·현직 의원은 반 총장이 소유한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파트와 서초구 양재동 토지 등 재산과 관련된 검증 자료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등산객 등의 무료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나대지 상태인 양재동 토지는 주변 땅값이 크게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사무총장 연봉은 22만7254달러(약 2억7000만 원)로 10년간 재직하며 현금 재산이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반 총장은 2006년 2월 노무현 정부 외교부 장관 시절에는 12억2159만 원을 재산으로 신고했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23만 달러 수수 의혹에 대해 “반 총장 측은 부인하지만 석연치 않다.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다’는 해명은 ‘주사는 놨는데 주사를 놓은 사람이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변명과 닮았다”며 “검찰은 신속히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사무총장 선거운동 자금으로 박 전 회장의 돈이 쓰였을 개연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새누리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특히 대한민국의 자랑이고 미래세대에 위인으로 기억될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무책임한 의혹 공세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했다.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추진하는 김성태 의원은 “줬다는 사람도, 받았다는 사람도 없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민주당이 이때다 싶어 부화뇌동하고 있다”며 “검증을 시작하려면 정책과 철학, 역량과 자질에 대한 검증부터 시작하는 게 순서”라고 반박했다.송찬욱 song@donga.com·신나리 기자 / 뉴욕=부형권 특파원}
박영수 특별검사가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해외 은닉 재산을 추적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했다. 재산 추적 경험이 많은 변호사 1명과 역외 탈세 조사에 밝은 국세청 간부 출신 1명을 특별수사관으로 채용했다. 특검은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최태민 씨의 의붓아들인 조순제 씨가 남긴 녹취록 등을 넘겨받아 최 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또 24일 오후 2시 최 씨를 소환 조사한다. 지난달 3일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된 최 씨가 특검에 소환되는 것은 처음이다. 특검은 24일 오전 10시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5)도 소환 조사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에 대한 삼성그룹의 뇌물 공여 혐의와 관련해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 평가를 맡은 국민연금공단 관계자와 보건복지부 관련자를 23일 소환 조사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을 수뢰 혐의 피의자로 수사 중인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8·출국금지)에게 뇌물 공여의 형사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자택을 압수수색 중이라는 보도를 부인했다. 특검 주변에서는 “압수수색을 집행하기 전에 언론에 먼저 보도돼 압수를 취소했다”는 말과 함께 “특검 내부에 정보를 유출하는 인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역정보를 밖에 흘린 것”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허동준 기자}
최순실 씨(60)와 삼성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던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64)가 “삼성과 체결한 계약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다 폭로하겠다”며 최 씨를 협박했다는 진술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보했다. 승마 특혜지원 논란을 빚고 있는 삼성과 최 씨 사이의 거래 배경에 모종의 대가성이 있었다는 취지다. 최 씨의 최측근 인사는 22일 동아일보와 만나 “지난해 8월 26일 삼성전자와 최 씨 소유의 독일 법인 코어스포츠인터내셔널(현 비덱스포츠) 간의 총 257억 원대 계약이 체결된 후 박 전 전무가 최 씨에게 승마선수 훈련 지원 등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바른말을 했다가 그 자리에서 해고됐다”고 말했다. 이후 코어스포츠에서 손을 뗀 박 전 전무는 한국으로 귀국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내 코어스포츠 지분을 돌려주지 않으면 다 불어버리겠다’고 최 씨에게 이메일을 보냈다”고도 최 씨 측근은 전했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의 승마 훈련 지도를 계기로 최 씨 측근이 된 박 전 전무는 정 씨의 독일 전지훈련 계획을 삼성에 제안한 아이디어 제공자이자 계약 체결 과정에서 양측의 의견을 조율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그가 폭로를 빌미로 최 씨를 압박한 데는 삼성이 지금까지 부인해왔던 자금 지원의 대가성과 거래 전말을 상세히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에서 수사 기록을 넘겨받은 특검은 이런 진술들을 토대로 삼성과 최 씨, 박근혜 대통령 등이 얽힌 제3자 뇌물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과 최 씨의 계약 무렵 불거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삼성 오너 일가에 유리하도록 찬성표를 던진 경위가 연결고리가 될지 의심하고 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민 기자}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66)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의 무엇을 폭로하려 했을까. 독일 전지훈련을 구상하고 코어스포츠인터내셔널(비덱스포츠 전신)에서 한솥밥까지 먹던 그가 최 씨에게 내쳐진 뒤 “다 불겠다”라고 선포한 것은 최 씨뿐 아니라 코어스포츠에 총 257억 원을 건넨 삼성에도 아킬레스건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삼성을 향한 수사로 돛을 올린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그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과 최 씨 간의 ‘이면계약’을 의심케 하는 진술은 또 있다. 승마 비용 지원 계약 전인 지난해 8월 하순경 독일에 입국한 최 씨를 마중 나온 박 전 전무가 “삼성에서 빨리 계약을 하자고 한다”라며 “꼭 이번 달 안에 해야 한다고 그런다. 이유는 모르겠다”라고 보고했다는 것. 당시 대화를 지켜본 코어스포츠 관계자는 “느낌상 삼성에서 부탁할 게 있고 돈을 주고 코를 걸어야 되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거액을 지원하는 ‘갑’인 삼성이 오히려 계약을 서둘렀던 데는 최 씨의 도움이 급하게 필요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계약을 채근했던 삼성은 실제 계약 당시 “딱 하나만 체크했다”라고 알려졌다. 그해 7월 세워진 페이퍼컴퍼니를 사서 회사명을 바꾼 코어스포츠의 최초 설립일이 삼성에서 요하는 계약 요건을 충족하는지였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무 등은 “아, 이거 괜찮습니다. 이상 없습니다”라며 계약을 체결했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갑을 관계가 뒤바뀐 이상한 계약이었다. 장애물 부문 3명, 마장마술 3명 등 승마선수들이 모두 확보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 선발권도 돈을 주기로 한 삼성이 아닌 최 씨 측에 있었다”라고 증언했다. 이는 승마팀 총괄감독을 맡기로 한 박 전 전무가 최 씨와 틀어지는 계기가 된다. 박 전 전무는 장애물 선수를 선발하고 최 씨가 마장마술 선수를 선발하기로 합의했지만, 번번이 박 전 전무의 천거가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박 전 전무가 “삼성에서 돈을 받았으니 선수를 채워야 한다”라고 하자 최 씨는 “나가라”라며 해고를 통보했다. 최 씨는 “누구 맘대로 선발해, 누구 때문에 이게 만들어졌는데 꼴값 떨고 있다”라며 그의 흉을 봤다고도 했다. 이는 삼성의 자금 지원이 특정한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 씨 측에 계약 주도권이 있었다는 정황은 삼성의 대외비 계약서인 ‘독일 코어스포츠인터내셔널 계약의 건’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8월 20일 만들어진 이 문건에는 코어스포츠는 운용 비용의 10%를 수수료로 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불과 엿새 후 체결한 계약서 부속물에는 이 수수료가 15%로 오른다. 금액으로 치면 약 5억 원을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더 주게 되는 셈이다. 코어스포츠 자금 집행에 정통한 핵심 관계자는 “박 전 전무가 ‘삼성 돈이 들어오면 그거로 (최 씨) 집을 사면 된다’라고 말했다”라며 “삼성이 보내 준 돈은 정유라 씨와 그를 보좌해 주는 인물들에게 사용됐다”라고 말했다. 삼성이 보내 주는 돈을 코어스포츠에서 쓰면 영수증을 첨부해 월마다 삼성에 보내고 새로운 인보이스(거래 상품의 주요한 사항을 표기한 문서)와 회계 자료를 받는 식이었다. 최 씨 측이 사적인 용도로 쓴 정황을 삼성이 처음부터 알았을 가능성과 삼성의 돈이 부정한 청탁에 대한 대가일 가능성이 크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같은 해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뒤 무언가를 전달받은 삼성 측에서 최 씨에 대한 특혜성 지원을 결정해 준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이 계약을 독촉하고, 실제 체결로 이어진 시기를 전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이 삼성은 물론이고 국내외적으로 큰 이슈로 부상해 논란이 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검은 청탁과 자금 지원의 선후 관계와 상관없이 돈이 오간 상황으로도 뇌물죄를 충분히 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박 전 전무와 박상진 사장의 진술,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조사 결과에 따라 삼성 핵심 수뇌부의 지원 지시가 있었는지 명백히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일찌감치 검찰이 손대지 않은 최순실 씨(60)의 딸 정유라 씨(20)를 조준하고 있었다. 수사 첫날부터 체포영장 발부, 재산 동결 등 독일 검찰에 사법공조를 요청한 사실, 여권 무효화 조치 계획을 밝히며 강경하게 나온 배경에는 ‘국정 농단’ 의혹의 발단이 정 씨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특검이 이달 초 정 씨에 대한 통화 기록과 계좌 추적 자료 확보, 재산 동결 등을 위해 독일 검찰에 사법공조를 요청한 것도 정 씨를 겨냥한 것이었다. 특검이 21일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삼은 대상들은 삼성의 정 씨 승마 지원 및 특혜 의혹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곳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최 씨가 ‘고교생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여생을 위한 복지’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전폭적인 자금 지원책으로 삼성을 택했고 삼성에서 거액을 끌어모았을 것으로 주목한 바 있다. 최 씨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주도로 지난해 9월 작성된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에도 삼성에서 마장마술 부문에만 총 257억 원대 후원을 요청하는 최 씨의 비뚤어진 모성애가 잘 드러난다. 본보가 입수한 문건에는 ‘승마의 국민적 우상(예: 골프 박세리, 피겨 김연아) 탄생에 적극 후원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정 씨를 국민적 승마 영웅으로 만들려는 최 씨의 과욕이 이번 사태를 만든 근본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 씨도 “딸 잘되게 하려다가 큰일이 터졌다”며 이를 일부 인정하고 있다. 특검이 전방위적으로 정 씨를 포위한 것은 정 씨의 자진 입국을 종용하기 위한 포석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제까지 독일에서 신병을 안 내주거나 협조에 불응한 적은 없었다”며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 씨가 제 발로 들어와 수사를 원활히 받을 수 있게끔 선전포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독일에 체류 중인 정 씨는 변호인과 지난달 초 통화를 나눈 이후로 연락이 두절돼 체포영장 발부 사실도 통지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 씨는 최근 “돌을 갓 지난 아들을 맡길 곳이 없어 귀국하고 싶어도 못 들어간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모녀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대한민국을 떠나 평생 도망 다니며 살 순 없으니 소환에 응하라’고 귀국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 씨 측은 삼성에 257억 원을 요구했고, 총 78억여 원을 집행받은 것에 대해 “백지계약이 아니었다. 법인 대 법인의 정당한 계약이었다”는 입장이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허동준 기자}

1차 공판준비기일을 6시간 앞둔 19일 오전. 구치소 안에서 출석 여부를 고심하던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사진)는 비로소 법정에 출석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를 변호하는 대리인단의 표현대로 “마음이 조변석개(朝變夕改)한다”던 최 씨가 ‘깜짝’ 출석을 결심한 건 “어차피 맞을 매, 먼저 맞자”는 판단에서였다. 최 씨 측 변호인은 21일 “준비기일에 나오라고 직접 권했다”며 “재판에 대한 기본적인 ‘설계도’가 만들어지니까 잘 봐라, 검사들과 각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어떤 논의를 하는지 직접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며칠간 고민 끝에 “내 재판의 큰 그림을 보겠다”며 변호인의 조언을 받아들여 출석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처음에는 언론 노출을 우려했지만 준비기일 후 본격적인 공판으로 접어들면 어쩔 수 없이 외부에 드러난다는 점을 깨닫고 차라리 분위기를 미리 익히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준비기일 후 접견 과정에서 최 씨 스스로도 이날 출석하기를 잘했다고 자평했다고 한다. 최 씨는 본인의 국정 농단 때문에 온 나라가 뒤집힌 와중에도 구치소에서 변호인을 접견할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안부를 묻고 있다. 특히 탄핵심판 청구 후 “박 대통령은 잘 계시냐, 사임하시는 거냐” “탄핵심판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쏟아낸다는 후문이다. 변호인들은 “지금 대통령 걱정할 때냐, 당신 앞가림이나 잘하라”며 재판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지만 최 씨는 “(박 대통령이) 걱정돼서 그렇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달 중순 청와대 참모들에게 자신을 가리켜 “나와 눈도 못 마주쳤던 사람인데”라고 말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최 씨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이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씀하실 분이 아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최 씨 측은 차분히 재판을 준비하고 특검 수사에 대비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에서 증인으로 출석요구서가 전달되면 충분히 의견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최 씨 측은 21일 오후 변호인을 통해 딸 정유라 씨(20)의 체포영장 청구 소식을 전해 들었다. 정 씨 이야기만 나오면 눈시울이 붉어지며 말을 잇지 못한다는 최 씨는 정 씨의 귀국 여부를 궁금해하고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차 준비기일은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 법적인 세부 절차를 논의하는 수준이어서 최 씨는 현재로선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공판준비기일에 대리인을 법정에 세우면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세월호 참사의 구조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의 해양경찰청 수사 당시 ‘강북’으로 통칭되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영향력을 행사해 검사들이 속으로 끙끙 앓았던 사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특히 당시 대통령민정비서관이던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법무부와 검찰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나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 “업무상 과실치사, 강북이 불편해한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반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인명 구조에 실패한 김경일 123정장을 수사한 광주지검은 그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당시 세월호가 45∼50도 기울었던 만큼 김 정장이 조치만 잘했어도 상당수 인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판단에서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하겠다고 대검찰청에 보고했다. 123정 방송 설비는 100m 밖에서도 소리가 들릴 만큼 성능이 좋았지만, 김 정장은 탈출하라는 방송을 하지 않았다. 또 123정 승조원들에게 세월호 갑판에 승선해 승객 퇴선을 유도하라는 지시도 없었다. 그런데 이를 놓고 검찰(광주지검과 대검)과 법무부 형사기획과가 2개월이 넘도록 줄다리기를 했다. 법무부가 ‘반려’한 형식적 명분은 대형 인명 사고에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한 해외 사례를 확인해 관련 법리를 보완하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법무부와 강북을 거치면서 보고서가 자꾸 반려된다”는 말이 돌았다. 당시 청와대와 법무부 입장에서는 업무상 과실치사를 인정하면 결국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 비율을 높이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검찰에서 뒷말이 많이 나왔다.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이 수사를 지휘한 형사부가 아닌 기획조정부장 휘하 연구관까지 투입해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여부를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많은 형사 사건 가운데 이 사건을 놓고 기조부 의견까지 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기조부는 법무부의 의견에 맞는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불가’ 의견을 냈다. 당시 광주지검장으로서 수사를 이끌었던 변찬우 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는 대검에 “(업무상 과실치사가 적용되지 않으면) 옷을 벗겠다는 뜻을 법무부에 전달하라”고 강경하게 맞서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을 관철했다. 결국 김 정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과정을 두고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8조가 무력화된 것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0일 “이 배경에 우 전 수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그것이 팩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의 수사 관여 논란 우 전 수석은 2014년 6월 5일 오후 해경 본청을 압수수색하던 광주지검 수사팀 간부에게 전화해 “뭐 그런 것(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까지 압수를 하느냐”며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산 서버에는 세월호 침몰 당시 청와대와 해경 사이의 통화 내용 등 민감한 내용이 보관돼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직권남용 혐의는 위험범 법리가 적용되는 만큼 압력을 행사한 당시의 시점에 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반면 예정대로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김 정장에게도 업무상 과실치사가 적용된 만큼 단순 논란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일선 검사들은 “검찰의 수사와 작동 원리를 누구보다 꿰뚫고 있는 우 전 수석이 검찰과 법무부에 남긴 생채기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장관석 jks@donga.com·신나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 여파로 내년 2월 27일 임기가 끝나는 이상훈 대법관(60·사법연수원 10기)의 후임 인선 작업이 사실상 보류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법관 임명 등 헌법기관까지 구성할 순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말 이후 상당 기간 대법관 공석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은 20일 “임명권자가 없는 상황이라 후임 대법관 인선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관은 △후보자를 천거받고 △사회의 의견 수렴을 거쳐 △대법관후보자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자 3, 4명을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이 중 1명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해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동의 등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통상 전임 대법관의 퇴임을 앞둔 두 달여 전 천거 공고를 내기 때문에 이미 공고했어야 하지만,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을 대신하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실질적인 임명권까지 행사할 순 없다는 학설을 존중했다는 게 대법원 측 설명이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법원이 이 대법관의 후임 인선을 멈춘 데 대해 대법관 공석사태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연간 4만여 건에 이르는 상고심 사건 처리가 적체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도 “국가적 비상시국이라 별 수 없이 공석을 감당해야 한다. 재판에 다소 지장이 생길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의 권리보호에 문제가 없도록 과중한 격무라도 감당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장관 공석 22일째인 법무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는 문제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당초 의견서 제출을 요구한 시점은 19일. 하지만 이날 복수의 법무부 관계자는 “계속 검토 중”이라며 금명간 제출은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헌재는 탄핵심판뿐 아니라 일반 심판에서도 이해관계 기관에 의견서를 요청할 수 있지만 의견서 제출이 법으로 규정된 의무 사항은 아니다. 헌재 관계자는 “법무부 의견서는 기관 청취 차원에서 요청한 것으로, 재판부의 참고 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견서 제출 시점에 구애받지 않고 준비 기일 지정 등 본격적인 변론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게 헌재의 방침이다. 법무부 내부에서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시점과 관련해 “고려 사항이 많아 이번 주에는 어렵다”라는 의견이 많다. 다만, 법무부 관계자는 “장관 공석 등 업무 공백으로 인한 절차 문제로 논의가 늦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컨트롤타워 부재론’에는 고개를 저었다. 지난달 29일 김현웅 전 장관의 사임으로 이창재 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법무부가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탄핵심판의 변수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탄핵 사유가 부당하다고 박 대통령의 편을 들 것인지, ‘의견 없음’으로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선 법무부는 국가송무과를 중심으로 만전을 기하는 모양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법무부는 헌재가 요구한 시점보다 하루 늦은 3월 24일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 명의로 목차를 포함해 103쪽짜리 의견서를 제출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부당하다며 국회의 소추의결서를 일일이 반박하는 취지가 담겼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출국금지했다.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와 딸 정유라 씨(20)에 대한 삼성의 특혜 지원 의혹을 향한 강도 높은 수사 예고로 풀이된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204억 원)을 출연한 삼성은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 중 하나다. 삼성은 재단 출연금 외에도 정 씨의 독일 훈련을 위해 코레스포츠에 37억 원, 정 씨의 말 구입비로 43억 원을 지원하는 등 300억 원 상당의 자금을 최 씨 일가에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초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를 출국금지했다. 특검팀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출국금지하면서 “검찰에서 넘어온 인사들에 대해 필요할 경우 추가로 (출금) 조치를 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적용에 ‘키맨’이 될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들도 수사 필요성이 인정되면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분위기다. 다음 주초로 예상되는 수사 개시를 앞두고 특검에서 ‘양승태 대법원장과 고위법관 사찰 문건’의 작성 주체와 경위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16일 “고발 없이도 수사를 검토할 수 있다”며 수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검법상 특검은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과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관련 비리 등 14가지 의혹 외에도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그 밖의 사건도 수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허동준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가 15일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한 번에 끝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특검은 이날 본격적인 수사를 앞두고 출입기자단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대통령 조사를 두 번, 세 번 할 수는 없다. 최대한 한 번에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1일 특검에 임명된 직후 대통령 대면조사의 필요성을 역설한 지 보름 만에 구체적인 조사 방식을 밝힌 것이다. 박 특검은 “(대통령 조사에 앞서)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 대통령이 여기(특검 사무실)로 오는 것은 경호상의 문제가 많고 대통령을 예우해야 한다”고 말해 특검팀이 방문조사나 안가 등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특검 조사에 응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4일 2차 대국민 담화에서 특검 수사 수용 방침을 밝혔고, 같은 달 20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해서 본인의 무고함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다음 주 초 현판식을 갖고 수사 개시를 공식 선언할 계획이다. 당장 주말을 넘기면 압수수색이나 관련자 소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검 관계자들은 “연장 없이 수사 기간 70일에 맞춰 시간표를 짜 놨다”고 입을 모았다. 박 특검은 “70일이 절대 많은 시간이 아니다. 핵심만 골라 족집게식 수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청와대 부속실과 경호실 압수수색을 통해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와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등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저도 예외는 아니다. 특검팀 관계자는 “문 앞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주는 자료를 받아오기만 한다면 국민들의 반발도 상당할 테고 특검의 존재 의미가 없다. 현행법 내에서 집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강구해보겠다”고 전했다. 박 특검이 대통령 관저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청와대는 “변호인이 검토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관저를 포함한 청와대는 국가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임의 제출이 원칙이라는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최 씨가 단골로 찾은 ‘김영재의원’의 김영재 원장,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 등을 출국금지했다.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4차 청문회를 지켜본 박 특검은 “청문회 증인들이 아주 뻔한 것을 위증하는 것 같다. 저 사람이 저렇게 진술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독일에 체류 중인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도 “귀국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겠지만 자진해서 들어오는 게 최선”이라며 반드시 불러 조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청문회 출석도 특검의 주요한 관심 대상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특검 소환 조사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을 검토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핵심 증거가 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 등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증거를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녹음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금기 사항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장택동 기자}

탄핵심판에 대비한 박근혜 대통령의 ‘방패’는 과연 튼튼할까. 박 대통령의 ‘기사회생’을 총지휘할 조대환 신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60·사진)과 탄핵심판 대리인으로 선임된 채명성 변호사(38)가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는 취지로 밝힌 과거 발언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조 수석은 지난달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와서 32명까지 보강, 뇌물(그것도 공갈성)을 직권남용으로…아직도 멀었다. 전두환 비자금 사건 기록을 참고하면 바로 답 나올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뒤늦게 수사팀 인원을 늘리고, 3일 밤늦게 구속된 최 씨와 4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조 수석이 직접 박 대통령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검찰이 두 사람을 구속 기소할 당시 박 대통령이 공범으로 지목된 점을 고려하면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조 수석이 이 글로 인해 발목 잡힐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와 함께 박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조 수석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하지 않았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채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에 대한변협 법제이사 신분으로 제출한 발제문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부정부패’를 탄핵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탄핵 사유는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채 변호사는 이어 “검찰 수사 결과를 통해 대통령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는 점은 상당 부분 입증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헌재의) 탄핵 결정 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했다. 다만 그는 “헌재에서 최종적으로 탄핵 결정을 내릴지 현 시점에서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헌법재판소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탄핵심판을 신속하게 결론 내기 위한 심리에 즉각 착수했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12년 만에 제기된 헌정 사상 두 번째 탄핵심판이다. 헌재는 이날 강일원 재판관(57·사법연수원 14기)을 주심으로 지정하고 재판관 7명이 비공개 회의를 열어 향후 탄핵 절차를 논의했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헌법의 수호와 유지를 위해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서 재판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데 재판관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탄핵심판 청구서를 받은 날로부터 7일 내인 이달 16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2004년 심판 착수부터 결정까지 63일이 걸린 노 전 대통령 탄핵 때(10일 내)보다 신속하게 심리를 하기 위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헌재는 답변서를 받는 즉시 첫 변론기일 지정에 들어간다. 또 헌재는 탄핵심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신속하게 심판에 대처하기로 했다. 헌재에서는 판사 출신 등 약 70명의 재판연구관이 헌법재판관의 심리를 돕는다. 향후 심리에서 단순히 법률이나 헌법 위반만을 따지지 않고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병행하게 되는 헌재는 국회가 적시한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 의혹,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강요, 언론 탄압, 세월호 7시간 등의 탄핵 사유를 모두 심리한다.배석준 eulius@donga.com·신나리 기자}

사건번호 2016헌나1. 사건명 대통령(박근혜) 탄핵. 9일 오후 5시 57분,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헌법재판소는 최대한 신속하게 이번 사건을 처리할 뜻을 내비쳤다. 청와대에 청구서를 즉시 전달한 뒤 박 대통령의 답변서 제출 마감일도 16일까지로 못 박았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10일 내) 답변서 제출 시한보다 3일이나 앞당겨져 심리를 신속하게 진행하려는 재판부 의지가 엿보인다.○ “3월 중에 결정 가능성 높아” 탄핵정국의 관건은 단연 탄핵심판의 결정 시기다. 내년 1월 31일로 끝나는 박한철 소장의 임기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늦어도 “3월 말 전에는 결정을 끝낸다”는 게 헌재의 복심이다. 헌재 재판관들이 심리적 마지노선을 3월로 둔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대통령의 명운을 가려야 한다는 사안의 무게감, 심판 정족수(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 및 6인 이상의 찬성)를 옥죄어 오는 재판관들의 임기 문제, 그리고 촛불 민심이다. 국정 혼란을 막고 분열된 사회를 통합해야 할 헌재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보다 신속하고 충실하게 결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헌재가 3월 중 ‘박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릴 경우 차기 대통령 선거는 5월에 치러지게 된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박 소장으로선 대통령 파면 여부를 가리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결론을 내리고 싶겠지만, 탄핵심판은 형사재판 절차를 따라야 해 증인 소환 등에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1월 말 이전 결정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직 헌법재판관은 “박 소장이 퇴임하면 수석 재판관인 이정미 재판관이 소장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데, 이 재판관마저 퇴임하면 7명의 재판관으로 탄핵심판 결론을 내려야 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헌재가 이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에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박 대통령, 증인으로 부를까 헌재는 박 대통령의 답변서가 제출되는 대로 첫 변론기일을 지정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심리 과정에서 헌재는 무엇보다 조속한 증거자료 확보와 증인 채택 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은 박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등 국정 농단 의혹의 핵심 당사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탄핵심판 변론은 일반에 공개되지만 국가 안보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엔 법원조직법을 준용해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다. 박 대통령 신문도 헌재법상으론 재판부가 심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직권 또는 소추위원 측 신청에 따라 가능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변론기일 또는 신문에 출석하지 않아도 심리는 진행되며, 불출석에 따른 처벌 조항도 없다.○ 주심은 ‘중도보수’성향 강일원 재판관 이날 소추안이 접수된 직후 박 소장과 재판관들은 2시간 정도 첫 재판관 회의를 열고 탄핵심판 심리에 착수했다. 베니스위원회에 출장 중인 강일원 재판관과 페루 대법원·헌법재판소에 출장 중인 김이수 재판관이 빠져 재판관 7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동시에 헌재 연구관들도 대거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헌재는 전자배당 방식으로 강 재판관을 주심 재판관으로 지정했다. 중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강 재판관은 9월 청탁금지법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주심을 맡았다. 국회 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지만 개정 헌재법에 따라 재판관 전원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의견을 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역대 헌재가 마주한 ‘문제적 사건’ 중 가장 엄중하다. 공석이 생긴 재판부에서 1, 2명의 반대로 탄핵심판이 기각되면 헌재의 존립 자체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민 기자}
국회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 9일 탄핵안 처리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세월호 7시간’ 부분 삭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를 받아들이면 여당의 협조로 탄핵안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는 반면 ‘촛불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게 야당의 고민이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7일 비상시국위원회의 직후 “(세월호 7시간이 제외되는 쪽으로) 수정되면 훨씬 더 안정적으로 찬성 의원을 확보할 확장력이 있으니 이 부분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원안을 고수하려는 분위기다. 현재 여론상 탄핵안을 수정하지 않더라도 비박계가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탄핵소추안에 대해 새누리당은 더 이상 어떤 설명도 구하지 말라”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 “3당 합의로 마련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세월호 관련 내용은 단 한 글자도 빼서도, 건드려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역시 이날 “국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대목이 ‘세월호 7시간’인데 탄핵사유에서 빼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다만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것(세월호 부분)을 넣으면 부결될 정도의 사안인지, 가결을 위해 빼야 하는 것인지 숙고하고 있다”며 수정 가능성을 열어 놨다. 3일 발의된 탄핵안에는 ‘세월호 7시간’ 부분을 탄핵 사유로 거론하며 “헌법 제10조에 의해서 보장되는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배했다”고 명시했다. 탄핵안 작성에 참여한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동안 뭘 했는지 헌법재판소가 밝혀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헌재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토대로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이 헌법 규정을 위배했는지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만약 탄핵안에 ‘세월호 7시간’ 부분이 빠질 경우 헌재는 이 부분이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인지 판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3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결정문에서도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유에 의해 구속을 받는다. 따라서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되지 않은 소추사유를 판단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헌재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국회가 보낸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사유만을 판단한다고 보면 된다. 사실관계는 의결서를 기초로 한다”면서도 “다만 변론과정에서 증인이 발언하거나 심리 도중 새롭게 밝혀진 부분이 있을 때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에 넣지 않았더라도 무조건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신나리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는 5일 “박충근(사법연수원 17기), 이용복(18기), 양재식(21기), 이규철 변호사(22기)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할 특검보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이규철 특검보는 판사 출신이고, 나머지 3명은 검사 출신이다. 2003년 ‘대북송금사건 특검’에 파견된 박 특검보는 1990년대 초반 ‘범죄와의 전쟁’ 당시 조폭 수사에 참여한 정통 강력 검사의 계보를 잇는 막내뻘 검사다. 이용복 특검보는 2012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사건’ 특검에서 특검보로 활약했다. 양 특검보는 박 특검과 같은 법무법인에서 근무 중이며, 박 특검과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이규철 특검보는 판사 출신답게 법리에 강하다는 평이 나온다. 검찰에서 파견될 수사 검사 10명도 확정됐다. 이들은 윤석열 팀장(23기)을 비롯해 한동훈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27기), 신자용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28기), 양석조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장(29기),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31기), 김창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부장(31기), 이복현 춘천지검 검사(32기), 박주성 서울서부지검 검사(32기), 김영철 검사(33기·부산지검에서 특별수사본부 파견), 문지석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36기) 등이다. 검찰의 대표적인 특수통인 한 부장검사는 박 특검이 대기업 회장 수사를 지휘할 때 수사팀 검사로 활약한 인연이 있다. 박 특검은 2003년 서울중앙지검 2차장일 때 SK 최태원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했고 2006년 대검 중수부장일 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대검 중수1과장으로서 박 특검을 보좌하고 한 부장검사를 지휘하며 수사실무를 총괄한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17기)은 현재 박근혜 대통령 측에서 특검의 칼날을 방어하는 상반된 처지에 서 있다. 고형곤 김창진 김영철 검사는 최근까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해 왔다. 박 특검은 이번 주에 나머지 검사 10명을 추가 파견해 줄 것을 법무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김준일 jikim@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