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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에 투자할 걸….” ‘검은 황금’의 끝 모를 추락에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채권(ETN), 파생결합증권(DLS) 등 원유에 간접투자한 이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연초부터 원유 가격이 내리막을 그리다 20달러대까지 추락하자 ‘저점을 찍었다’며 유가 반등에 베팅했지만 국제 유가는 바닥을 뚫고 사상 첫 마이너스(―)를 찍었기 때문이다. ● 유가 상승에 배팅했던 투자자들 ‘패닉’ ‘동학개미운동’이라 말이 나올 만큼 뜨거웠던 개인들의 투자 열풍은 3월 들어 증시를 넘어 유가 관련 상품으로 번졌다. 지난해 12월 61.1달러 대였던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이 올해 1월 배럴 당 51.6달러에서 3월 20.5달러로 떨어지자 이제 원유에 투자할 타이밍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 유가를 추종하는 ETF와 ETN에는 하루에 수천억 원 씩 자금이 몰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레버리지 ETN 상품(삼성, 신한, NH, 미래에셋 등 4개사 기준)의 개인 순매수 금액은 1월 278억 원에서 3월 3800억 원으로 13배 이상 불어날 정도였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만 제대로 이뤄지면 가격이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37.63달러로 폭락하자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됐다. ‘KODEX WTI 원유선물(H)’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20일 기준 ―70.0%, ‘TIGER 원유선물Enhanced(H)’은 ―60.25% 수준이다. ● DLS 투자자들도 마음 졸여 DLS 상품에 투자한 이들도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애를 태우고 있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미상환 잔액은 9226억 원이다. DLS는 일정 기간 동안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가격 범위 안에 있으면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한다. 문제는 최근의 국제 유가급락으로 대부분의 DLS가 손실구간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DLS 상품은 대부분 만기가 2, 3년이기 때문에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곧바로 투자금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장 투자자들은 돈이 묶인 채 마음을 졸이게 됐고, 만기 때까지도 원유가격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 원유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초유의 사태는 각종 거래사고도 유발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는 전날 마이너스로 떨어진 WTI 5월물 가격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으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반대매매를 당했다. 선물 시장의 예탁평가액이 유지증거금을 밑돌 경우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마진콜(추가증거금 납부)을 알려야 하지만, 시스템이 마이너스 가격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증거금 납부기회를 놓친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HTS상의 가격인식 오류로 매도 주문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유가 반등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대신증권 김소현 연구원은 “향후 코로나19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경제활동이 코로나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야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유가 상승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부동산 대신 주식시장 봐달라고 돈 맡겨 두신 분이 많아요.” 서울 강남구에서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하는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부동산 투자 등에 쓰려던 자금을 주식 쪽으로 돌려달라는 자산가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이 PB는 “부동산에 대한 문의는 눈에 띄게 줄었다”며 “현금을 맡겨 두고 1,700, 1,500 등 코스피 시나리오별로 분할 매수를 의뢰한 투자자가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투자자금이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19 충격과 정부의 강력한 집값 잡기 정책으로 위축되면서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주식시장으로 일부 넘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까지 꺾이면서 이 같은 흐름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규제 강화에 얼어붙은 부동산 국내 가계의 최대 투자 대상인 부동산 시장은 올해 들어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월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0.05% 하락해 3주 연속 내렸다.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는 0.2% 하락하며 올해 1월 27일 이후 1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3월 30일 ―0.12%, 4월 6일 ―0.18% 등 하락폭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가격이 급락했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서 급매물이 나오며 부동산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전용 76.79m²(7층)가 21억5000만 원까지 거래됐지만 지난달 같은 평형 1층이 19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최근에는 저층 중심으로 17억 원대까지 호가가 떨어진 상태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의 경우에도 전용 82.61m²가 지난해 12월 24억 원까지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21억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호가도 20억 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강남권 자산가들은 더 이상 아파트를 투자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며 “부동산 투자를 하더라도 꼬마빌딩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주목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141조 원’ 사상 최대 자금 주식투자 대기 반면 코로나19 사태로 폭락한 뒤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한국 증시에는 향후 진입을 위한 ‘증시 주변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투자자예탁금, 파생상품거래예수금 등이 포함된 증시 주변 자금은 총 141조7281억 원으로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115조975억)보다 23%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놨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투자자예탁금도 28조1620억 원에서 44조2345억 원으로 60%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 강남권의 한 PB는 “부동산 대신 주가연계증권(ELS) 등 비교적 안정적이고 익숙한 상품에 일부 투자하면서 증시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투자자도 많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개인 투자자의 증시 유입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양적완화와 저금리 정책으로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예적금 및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와 정부의 강력한 집값 안정화 정책으로 투자매력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증시 주변으로 놀랄 만한 규모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부동산 등 다른 투자처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박스권 장세가 깨진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김자현 zion37@donga.com·이새샘·장윤정 기자}
한 달 만에 돌아온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에 힘입어 17일 코스피가 3%대 상승세를 보이며 1,900 선을 넘어섰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09%(57.46포인트) 상승한 1,914.5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1,900 선을 넘긴 것은 3월 11일(1,908.27) 이후 한 달여 만이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매도세로 일관하던 외국인들이 31일 만에 ‘사자’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3226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도 2356억 원가량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앞서 외국인은 3월 5일부터 4월 16일까지 30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렬을 이어왔다. 이 기간 순매도 총액은 14조7649억 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단계적 경제활동 재개 방안이 투자심리를 안정시켰고,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잉의 생산 재개와 길리어드의 긍정적인 임상결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가 커진 영향이 컸다”며 “코로나19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포가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간 이탈했던 외국인들은 돌아왔지만 개인들이 또 빠져나가며 ‘공방전’이 연출될 수 있다”며 “기업들의 수익성이 코로나19로 인해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현재 코스피 수준이 낮은 편이 아니다. 2,000 선을 넘겨 상승세를 이어가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17일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국내 주식 비중을 단기적으로 확대하는 등 증시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칙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려 주식시장 안정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한 달 만에 돌아온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에 힘입어 17일 코스피 지수가 3%대 상승세를 보이며 1,900선을 넘어섰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09%(57.46포인트) 상승한 1,914.5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1,900선을 넘긴 것은 3월 11일(1,908.27) 이후 한 달여 만이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매도세로 일관하던 외국인들이 31일 만에 ‘사자’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가 개장하자마자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3226억 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도 2378억 원 가량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앞서 외국인은 3월 5일부터 4월 16일까지 30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렬을 이어왔다. 이 기간 순매도 총액은 14조7649억 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단계적 경제활동 재개 방안이 투자심리를 안정시켰고, 제약회사 길리어드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잉의 생산 재개와 길리어드의 긍정적인 임상결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가 커진 영향이 컸다”며 “코로나19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포가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상승세가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간 이탈했던 외국인들은 돌아왔지만 개인들이 또 빠져나가며 ‘공방전’이 연출될 수 있다”며 “기업들의 수익성이 코로나19로 인해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현재 코스피 수준이 낮은 편이 아니다. 2,000선을 넘겨 상승세를 이어가가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17일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국내주식 비중을 단기적으로 확대하는 등 증시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칙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려 주식시장 안정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한때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광받던 해외부동산 투자 상품에 대한 손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실물경제가 침체되며 부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부동산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팔았고, 연기금들도 관련 투자 규모를 늘려온 터라 충격이 계속될 경우 손실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셧다운’에 위기 맞은 해외부동산 16일 금융투자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 코로나19 확산 피해가 심각한 지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점들의 영업 중단 및 매장 폐쇄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을 기초자산으로 임대 및 개발, 매각 차익 등 수익을 내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의 손실도 커지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곳은 호텔, 숙박, 관광업계에 투자한 리츠다. 미국 대형 호텔·리조트 리츠인 ‘파크 호텔&리조트’의 주가는 15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연초에 비해 68.71%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호텔 리츠 13곳과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매리엇인터내셔널이 수익과 유동성 악화로 배당을 중단하거나 향후 배당금을 삭감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상가 등 리테일 업계에서도 미국 최대 리테일 리츠인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이 지난달 18일부터 프리미엄 아웃렛과 쇼핑몰 등 미국 내 209개 전 매장의 영업을 중단했다. 가계수익 악화로 ‘임차료 납부 거부 운동(rent strikes)’마저 확산되면서, 향후 임대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연기금 수익도 불투명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둔 국내 부동산 펀드들의 수익률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리츠에 투자하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Japan Property부동산투자신탁’은 이달 10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수익률이 ―28.89%에 그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리츠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MSCIUS리츠 부동산상장지수투자신탁(파생형)’도 연초 대비 23.0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14.45%)보다 손실폭이 크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증권사들과 연기금들은 해외부동산 관련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와 주식시장의 변동성 속에 해외부동산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의 해외부동산 투자 펀드 설정액은 3월 말 현재 57조1507억 원으로, 2015년 말(13조498억 원)에 비해 4배 이상으로 늘었다. 국민연금의 해외부동산 관련 대체투자 규모도 지난해 말 기준 23조7000억 원으로 5년 전(12조2000억 원)의 배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해외부동산 악재에 대비해 금융당국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부동산에 묶인 돈 때문에 기관들의 자금 경색이 발생하거나, 펀드 환매 연기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국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부동산 펀드 규모 등을 미리 들여다보고, 환매 지연 등을 둘러싼 이슈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김자현 zion37@donga.com·장윤정 기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 7명 중 3명의 위원이 새로 추천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는 조윤제 전 주미대사(68), 소득주도성장을 옹호해 온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56)가 포함됐다. 한은과 정부 간 정책 공조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한은은 이달 20일 임기가 종료되는 금통위원 4명 중 고승범 위원(58)을 뺀 3명을 새로 추천받았다고 밝혔다. 조 전 대사, 주 교수와 함께 서영경(57)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이 금통위원에 새로 합류했다. 기존 금통위원인 고 위원은 연임하게 됐다. 금통위원 연임은 1950년 금통위 출범 후 처음이다. 이일형 신인석 조동철 금통위원은 물러난다. 7명인 금통위원은 당연직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에 더해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총재,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이 1명씩 5명을 추천하며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기재부 장관 추천인 조 전 대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경제보좌관을 지냈으며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맡아 현 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을 짜는 데 관여했다.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에 가깝다는 평가다. 금융위원장이 추천한 주 교수는 2018년부터 기재부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을 맡으며 친정부 성향이 강한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주 교수는 학계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중도적으로 평가받지만 최근 기고문 등을 통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하고 나서자 비둘기 색채가 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득주도성장의 이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대한상의 회장 추천 몫인 한은 최초 여성 임원(부총재보) 출신인 서 원장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여겨지나 민간 기관의 추천을 받은 만큼 비둘기파에 가까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 출신으로 한은 추천인 고 위원은 중도파로 분류된다. 한은은 연임 사유에 대해 “고 위원은 금통위원 과반수가 동시에 교체되면서 훼손될 수 있는 통화정책 연속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윤제 서영경 위원의 임기는 4년이며 고승범 주상영 위원은 3년이다. 금통위원 임기는 4년이지만 한꺼번에 위원 4명이 바뀌는 상황을 막고자 법을 개정해 이번에만 한은과 금통위 추천 위원 임기를 줄였다. 신임 금통위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은 상황인 만큼 금융 안정과 경기 부양을 조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이건혁 gun@donga.com·장윤정 기자}

“정부 발표만 믿고 은행을 찾아가면 은행은 일단 안 해줄 궁리부터 하거나, 튼튼하고 큰 기업들만 상대하려는 것 같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2월 초 이후 매출이 ‘0원’인 한 무역업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그는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에는 6개월 이상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를 해준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곧장 은행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막상 은행에서는 2개월만 유예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대출상환 유예를 해준다기에 금융회사들에 전화를 싹 돌려봤는데 정책자금 대출은 해당 기관 동의를 구해오라고 하고, 카드론은 6개월 뒤에 납부유예 이자를 한꺼번에 다 갚아야 한다는 거예요.” 한 자영업자는 기자에게 “대출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더 많이 써 달라”는 e메일을 보내왔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부의 금융지원 현장을 다룬 기사에는 댓글이 수천 건씩 달린다. 대체로 정부가 내놓는 각종 지원책이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소상공인들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얘기다. 사실 정부가 내놓고 있는 금융지원 방안 자체는 과거와 비교해 규모가 큰 편이다. 3조5000억 원 규모의 시중은행 초저금리 대출,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 원금·이자상환 유예 등을 포함한 전방위적 지원책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아쉬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정부가 만들어낸 대책과 현장에서의 온도차가 크기 때문이다. 지원책이 효과를 보려면 무엇보다 대책이 일선 현장에서 신속하게 작동해야 하는데, 소상공인들은 애써 은행을 찾아가도 “아직 공문을 못 받았다”, “기다려 달라”는 답변만 듣고 돌아오기 일쑤다. 또 당국은 큰 틀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 각론은 금융회사의 재량에 맡기다 보니 은행들이 이를 소극적으로 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부 지원방안의 문구를 은행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그리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석하면서 나오는 현상이다. 금융당국은 본보 보도 등 지적이 잇따르자 14일 ‘코로나19 금융지원 특별상담센터’ 운영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의 애로사항이 접수되면 관련 사항을 파악해 조기에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현장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것은 소상공인들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이와 함께 정책의 ‘디테일’을 좀 더 챙겨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가이드라인이 애초에 더 꼼꼼하게 주어졌더라면, 금융회사들이 정부 방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소극적으로 빠져나갈 여지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정부 대책 한 줄에 희망을 품고 금융회사를 찾는 소상공인이 아직도 너무 많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

“정부 발표는 잘 모르겠고요, 어쨌든 대출 연장 안 됩니다.” 무역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 씨는 7일 은행을 찾았다가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월 이후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A 씨는 ‘6개월 이상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라는 정부 발표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은행 창구에서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처음에 은행 직원은 “공문이 아직 안 내려와서 내용을 모른다”고 했다. 사정사정했더니 해당 직원은 관련 내용을 살펴본 뒤 이번에는 “6개월이 아닌 2개월만 가능하다”고 했다. ‘6개월 이상 유예’는 신용도가 좋은 기업에만 해당된다는 설명이었다. 정부 발표엔 그런 말이 없었다. 그나마 2개월 뒤에는 유예된 원리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한다고 했다. 은행 직원도 민망했는지 “신청하는 기업이 별로 없다”고 말을 흐렸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을 위한 금융 지원 방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현장에선 문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원 방안을 발표한 지 한참 지나도 정작 금융회사 직원들이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지원 방안을 적용하는 각론도 금융회사마다 제각각이어서 정부 발표만 믿고 신청했다가 낭패만 보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를 발표했다. 이어 지난달 31일엔 원리금 연체나 자본잠식, 폐업 등의 부실이 없다면 4월 1일부터 최소 6개월 이상 연장 및 유예를 받을 수 있다는 전 금융권 공통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하지만 실제 대출창구에선 A 씨처럼 유예 가능 기간이 대폭 줄어드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차주(돈 빌리는 사람)가 기간 단축을 원할 경우 조정 가능하다’는 조건을 은행 측이 아전인수격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적용 범위를 둘러싼 혼란도 있다. ‘금융회사가 외부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취급한 정책자금 대출은 자금 지원 기관의 동의가 있어야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는 단서 때문이다.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이용했던 자영업자 김모 씨(38)는 “은행을 찾았다가 ‘만기연장을 원하면 먼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 신용보증재단에 가서 승인부터 받으라’는 답변만 얻었다”고 했다. 1일부터 시행된 시중은행의 소상공인에 대한 초저금리 대출도 신용등급 평가 기준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신용평가사에서 받은 신용등급이 1∼3등급이라 하더라도 은행들의 자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대출이 안 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은행에 공문을 보내 1∼3등급에는 은행 자체 신용평가와 상관없이 대출을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금융회사들도 할 말은 있다. 정부 대책이 쏟아지다 보니 내용을 따라가기 벅차다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구체적 지침이 늦게 내려오다 보니 ‘기다려봐야 한다’는 식의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라며 “‘선(先)발표 후(後)지침’식”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8일 정부가 발표한 ‘취약 개인채무자 재기 지원 강화 방안’을 두고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연체 위기의 개인채무자에게 원금 상환을 최대 1년간 유예해주는 내용인데, 시행 시기는 4월 말로 잡혀 있지만 구체적인 소득 증빙 방법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 발표만 믿고 금융기관 창구를 찾았다가 좌절을 겪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당국이 소비자 친화적인 관점에서 좀 더 정책의 디테일까지 신경을 써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살피며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장윤정 yunjung@donga.com·김자현 기자}

“정부 발표는 잘 모르겠고요, 어쨌든 대출 연장 안 됩니다.” 무역마케팅 전문기업을 운영하는 A 씨는 7일 은행을 찾았다가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월 이후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A 씨는 ‘6개월 이상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라는 정부 발표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은행 창구에서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처음에 은행 직원은 “공문이 아직 안 내려와서 내용을 모른다”고 했다. 사정사정 했더니 해당 직원은 관련 내용을 살펴본 뒤 이번에는 “6개월이 아닌 2개월만 가능하다”고 했다. ‘6개월 이상 유예’는 신용도가 좋은 기업에만 해당된다는 설명이었다. 정부 발표엔 그런 말이 없었다. 그나마 2개월 뒤에는 유예된 원리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한다고 했다. 은행 직원도 민망했는지 “신청하는 기업이 별로 없다”고 말을 흐렸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현장에선 문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원방안을 발표한 지 한참 지나도 정작 금융회사 직원들이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지원방안을 적용하는 각론도 금융회사마다 제각각이어서 정부 발표만 믿고 신청했다가 낭패만 보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를 발표했다. 이어 지난달 31일엔 원리금 연체나 자본잠식, 폐업 등의 부실이 없다면 4월 1일부터 최소 6개월 이상 연장 및 유예를 받을 수 있다는 전 금융권 공통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하지만 실제 대출창구에선 A 씨처럼 유예 가능기간이 대폭 줄어드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차주(돈 빌리는 사람)가 기간 단축을 원할 경우 조정가능하다’는 조건을 은행 측이 아전인수격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적용범위를 둘러싼 혼란도 있다. ‘금융회사가 외부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취급한 정책자금 대출은 자금지원기관의 동의가 있어야 지원대상에 포함된다’는 단서 때문이다.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이용했던 자영업자 김모 씨(38)는 “은행을 찾았다가 ‘만기연장을 원하면 먼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 신용보증재단에 가서 승인부터 받으라’는 답변만 얻었다”고 했다. 1일부터 시행된 시중은행의 소상공인에 대한 초저금리 대출도 신용등급 평가기준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신용평가사에서 받은 신용등급이 1~3등급이라고 하더라도 은행들의 자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대출이 안 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은행에 공문을 보내 1~3등급에는 은행 자체 신용평가와 상관없이 대출을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금융회사들도 할 말은 있다. 정부 대책이 쏟아지다보니 내용을 따라가기 벅차다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구체적 지침이 늦게 내려오다 보니 ‘기다려봐야 한다’는 식의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라며 “‘선(先) 발표 후(後) 지침’ 식”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8일 정부가 발표한 ‘취약 개인채무자 재기지원 강화 방안’을 두고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연체위기의 개인채무자에게 원금상환을 최대 1년간 유예해주는 내용인데, 시행 시기는 4월 말로 잡혀있지만 구체적인 소득증빙 방법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 발표만 믿고 금융기관 창구를 찾았다가 좌절을 겪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당국이 소비자 친화적인 관점에서 좀더 정책의 디테일까지 신경을 써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살피며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생명보험사 인수를 오랫동안 벼르던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품에 안게 됐다. KB금융이사회는 10일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 체결 및 자회사 편입승인 안건’을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분 100%를 2조3400억 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번 인수로 KB금융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생명보험 분야를 강화해 균형 잡힌 수익 구조를 완성하게 됐다. KB생명의 자산 규모는 약 9조8000억 원으로, 자산 21조 원의 푸르덴셜생명이 더해지면 업계 9위권 생명보험사로 부상할 수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앞으로 푸르덴셜생명 직원을 포함한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인수 후 조직 안정 및 시너지 강화 방안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인위적 구조조정은 지양할 것”이라고 밝혔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수도권에서 아이스크림 도소매업을 하는 A 씨는 최근 파산신청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거래처가 끊기고 가게를 찾는 고객도 급격히 줄어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생활비가 부족해져 가족 명의까지 포함해 월 50만 원씩 10년 이상 납입했던 보험까지 모두 해지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가계 경제가 흔들리면서 미래를 위한 안전판인 보험까지 깨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보험사들이 지급한 해약 환급금은 3조2000억 원을 넘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을 나타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급전이 필요해 보험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은행 예·적금을 깨는 서민들도 늘고 있다.○ 빠듯한 살림에 손해 감수하고 보험 해지 9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생명 등 4개 생보사와 삼성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보 DB손보 등 5개 손보사의 3월 장기해약환급금은 3조200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2조4749억 원보다 7258억 원(29.3%)이나 늘었다. 지난달 주요 손보사의 환급금은 1조1593억 원으로 전년 동월 8767억 원보다 2826억 원(32.2%)이 늘었다. 생보사 역시 지난달 2조414억 원으로 전년 동월 1조5982억 원에 비해 4432억 원(27.7%) 증가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된 2월부터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1월에만 해도 2조3849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3% 줄었다. 하지만 2월에는 1년 전보다 19.4% 증가한 2조5013억 원으로 늘었고, 3월에는 3조 원을 넘어섰다. 보험은 가계의 금융상품 중 최후의 보루로 꼽힌다. 중도에 해약할 경우 보험사 운영비와 해약공제액 등이 제외돼 납입한 원금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받게 된다. 나중에 보험에 다시 가입하려고 해도 보험료가 더 비싸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당장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이 같은 손해마저 감수한 채 해약에 나서는 것이다. 서울 소재 봉제공장에 다니던 50대 여성 B 씨도 고민 끝에 지난해 말 가입했던 건강보험을 해지했다. B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서 보험료가 부담돼 눈물을 머금고 깰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약관대출 받고, 예·적금도 깬다 대표적인 ‘불황기 서민 대출’로 불리는 보험 계약대출(약관대출)도 증가 추세다. 5% 미만 금리인 약관대출은 자신이 낸 보험금을 담보로 하며 별다른 심사 절차가 필요 없다. 1시간 내에 입금될 정도로 빠르게 처리되는 특징도 있다. 주요 생보사에 따르면 1월 1조6248억 원 발생한 약관대출은 2월(1조7744억 원)과 3월(2조1971억 원)을 거치면서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3월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25.2%나 증가했다. 예·적금을 중도에 깨는 사람도 늘었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명의 정기 예·적금 중도해지 건수는 80만721건으로, 1년 전(55만8218건)보다 43.4% 증가했다. 금액(9조3433억 원) 역시 작년 3월(5조7794억 원)보다 61.6% 늘었다. 전문가들은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빚만 계속 쌓이면서 한계에 부닥친 가계가 늘고 있다는 신호라며 우려하고 있다.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의 한 사례”라며 “은행 예·적금의 경우 이자 수익을 포기하는 것이지만 보험 해약은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만큼 가계 경제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지적했다.김동혁 hack@donga.com·장윤정 기자}
은행별로 제각각인 신용등급 때문에 긴급자금 대출을 신청하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들의 불편이 커지자 4대 시중은행이 평가 기준을 통일하기로 했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은 9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들을 적극 지원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은행들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들을 위한 연 1.5% 초저금리 대출 심사 때 나이스평가정보의 신용등급을 반영할 예정이다. 시중은행들은 1일부터 고신용(1∼3등급) 소상공인들에게 연리 1.5%로 보증서 없이 신용대출을 해주고 있지만 신용등급 심사를 둘러싸고 대출 신청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나이스평가정보 등 신용평가사 기준 1∼3등급을 만족시키더라도 은행 내부 심사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대출이 거절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별로 운용하는 평가 기준과 신용등급이 제각각이라는 지적도 많았다(본보 4월 8일자 A12면 참조). 앞으로 4대 은행은 나이스평가정보로 신용등급 기준을 통일하고 1∼3등급에 해당하면 은행 자체 등급이 이에 못 미치더라도 대출을 해 줄 방침이다. 신속한 자금 집행을 위해 은행별로 소상공인 전용 창구를 확대하고, 관련 경험이 많은 직원을 배치해 현장에서 원활하게 대출이 이뤄지도록 하기로 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교보생명은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달 31일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고발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딜로이트 안진이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 가격을 의도적으로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유리하게 산출했다는 게 주된 고발 사유다. 현재 교보생명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과 FI들은 풋옵션 행사 가격인 주당 40만9912원이 적정한지를 놓고 분쟁 중이다. 교보생명은 “풋옵션 행사 시점이 2018년 10월임에도 그해 6월 말을 기준으로 직전 1년간 다른 생명보험사의 주가 수준과 비교해 풋옵션 가격을 산정했다”고 주장했다.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 생보사들의 주가가 고점인 상황이어서 가격이 과대평가됐다는 것이다.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지우도 고발장에서 “의뢰인이 부당한 이득을 얻게 하도록 가담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산정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지분(24%)을 팔려고 하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FI들에게 해당 지분을 사 달라고 했다. 그 대신 2015년 말까지 기업공개(IPO)를 하되 불발되면 지분을 되사기로 풋옵션을 달았다. 상장이 계속 불발되자 2018년 10월 FI들은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수도권에서 아이스크림 도소매업을 하는 A 씨는 최근 파산신청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거래처가 끊기고 가게를 찾는 고객도 급격히 줄어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생활비가 부족해져 가족 명의까지 포함해 월 50만 원씩 10년 이상 납입했던 보험까지 모두 해지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가계경제가 흔들리면서 미래를 위한 안전판인 보험까지 깨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보험사들이 지급한 해약 환급금은 3조2000억 원을 넘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급전이 필요해 보험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은행 예적금을 깨는 서민들도 늘고 있다.● 빠듯한 살림에 손해 감수하고 보험 해지 9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생명 등 4개 생보사와 삼성화재·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보·DB손보 등 5개 손보사의 3월 장기해약환급금은 3조200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2조4749억 원보다 7258억 원(29.3%)이나 늘었다. 지난달 주요 손보사의 환급금은 1조1593억 원으로 전년 동월 8767억 원보다 2826억 원(32.2%)이 늘었다. 생보사 역시 지난달 2조414억 원으로 전년 동월 1조5982억 원에 비해 4432억 원(27.7%)이 증가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된 2월부터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1월에만 해도 2조3849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3% 줄었다. 하지만 2월에는 1년 전보다 19.4% 증가한 2조5013억 원으로 늘었고, 3월에는 3조 원을 넘어섰다. 보험은 가계의 금융상품 중 최후의 보루로 꼽힌다. 중도에 해약할 경우 보험사 운영비와 해약공제액 등이 제외돼 납입한 원금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받게 된다. 나중에 보험에 다시 가입하려고 해도 보험료가 더 비싸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당장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이 같은 손해마저 감수한 채 해약에 나서는 것이다. 서울 소재 봉제공장에 다니던 50대 여성 B 씨도 고민 끝에 지난해 말 가입했던 건강보험을 해지했다. B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서 보험료가 부담돼 눈물을 머금고 깰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약관대출 받고, 예적금도 깬다 대표적인 ‘불황기 서민 대출’로 불리는 보험 계약대출(약관대출)도 증가 추세다. 약관대출은 자신이 낸 보험금을 담보로 하며 별다른 심사 절차가 필요 없다. 1시간 내에 입금될 정도로 빠르게 처리되는 특징도 있다. 주요 생보사에 따르면 1월 1조6248억 원 발생한 약관대출은 2월(1조7744억 원)과 3월(2조1971억 원)을 거치면서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3월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25.2%나 증가했다. 예적금을 중도에 깨는 사람도 늘었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 등 5개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명의 정기 예적금 중도해지 건수는 80만721건으로, 1년 전(55만8218건)보다 43.4% 증가했다. 금액(9조3433억 원) 역시 작년 3월(5조7794억원)보다 61.6% 늘었다. 전문가들은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빚만 계속 쌓이면서 한계에 부닥친 가계가 늘고 있다는 신호라며 우려하고 있다.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뱅크런’(예금대량인출)의 한 사례”라며 “은행 예적금의 경우 이자 수익을 포기하는 것이지만 보험 해약은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만큼 가계 경제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금시장 경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2분기(4∼6월) 중 만기가 도래하는 주요 기업 회사채가 1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만기 도래 물량의 40%가 몰려 있어 이 고비를 넘기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334개 기업 중 234곳(회사채 미발행 80곳, 세부 명세 불일치 20곳 제외)의 지난해 말 기준 회사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회사채 규모는 총 300조7444억 원에 달했다. 이 중 연내(4∼12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37조4607억 원어치이고 그중 40%(14조7545억 원)는 2분기에 몰려 있다. 21개 업종 중 2분기 만기 도래 회사채 규모가 가장 큰 업종은 공기업(3조5262억 원)이고 석유화학(1조2930억 원) 조선기계설비(1조2570억 원) 여신금융(1조2300억 원) 순이었다. 기업별로는 한국전력공사가 6월 말까지 1조4400억 원, 한국동서발전이 6789억 원을 갚아야 한다. 우량채로 분류되는 공사채와 채권시장에 의존하는 여신금융회사 채권 등을 제외하고 일반 회사채만을 기준으로 보면 국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수혈 받고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는 두산중공업(6720억 원)이 가장 많았다. 이어 호텔롯데(3019억 원) SK네트웍스(2800억 원) 현대제철(2700억 원) LG디스플레이(2600억 원) 순이다. 회사채 만기가 대거 돌아오면서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 새로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갚는 ‘차환’을 하는데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아 비상이 걸렸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우량 회사채마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회사채 발행 규모는 5조550억 원으로 전월(12조3380억 원) 대비 40%에 그쳤다. 회사채 거래대금도 전월보다 6조5000억 원 감소한 12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이달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2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채안펀드는 롯데푸드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등 본격적인 매입 작업에 들어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앞서 공개서한 등을 통해 채안펀드와 관련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시장 수급 보완을 위한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며 “우량 기업의 채권발행을 지원하지만, 여력이 생기면 저신용등급 일부를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득이 줄어 대출 연체 위기에 몰린 개인채무자들에게도 최장 1년간 원금 상환을 유예해주기로 했다.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에 대한 원금 상환 유예 조치를 가계대출까지 확대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취약 개인채무자 재기지원 강화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무급 휴직과 일감 상실 등에 따른 소득 감소가 대규모 연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현행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개인채무자에게도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실업’ ‘질병’ 등 명확한 사유가 있어야만 해 사실상 코로나19 피해자들이 혜택을 보기 어려웠지만 이달 말부터 문턱이 낮아지게 됐다. 이자 상환 유예나 감면은 없지만 원금 상환은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유예된다. ▼ ‘소득 줄어 채무상환 불가능’ 입증해야… 주담대는 빠져 ▼개인채무 원금상환 유예지원 대상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득 감소로 가계대출에 대한 상황이 곤란해 연체 우려가 있는 개인채무자’로 규정됐다. 올해 2월 이후 무급 휴직 등으로 월 소득이 감소한 사람들의 신용대출·보증부 정책서민금융대출이 대상이다. 원금 상환을 유예하고 싶은 대출이 1건이라면 개별 금융회사를 찾으면 된다. 원금 상환 유예 대상이 되려면 가계생계비를 뺀 월 소득이 월 채무상환액보다 적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개인사업자가 개인 명의로 받은 가계 신용대출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정책금융대출에는 근로자햇살론, 햇살론17, 햇살론유스, 바꿔드림론, 안전망대출 등도 해당된다.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 대출은 대상에서 빠진다. 은행과 저축은행, 농·수·신협 등 전 금융권의 3700개 금융회사가 모두 동참할 예정이다. 원금 상환을 미뤄야 할 대출이 여러 건인 다중 채무자들은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 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신복위는 신용회복 지원 대상에 코로나19 피해자를 추가해 원금 상환을 유예해주고 채무를 감면해줄 예정이다. 연체 우려나 단기 연체 단계에서는 원금 상환을 최장 1년까지 유예해주고, 장기 연체 단계에서는 원금 감면 등 채무 조정 지원을 확대한다. 개별 금융회사나 신복위에서 채무조정이 여의치 않은 장기 연체자에 대해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연체채권 매입펀드를 가동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개인의 채권이 대부업체로 흘러가 과잉 추심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캠코에서 연체채권 최대 2조 원어치를 사들여 최장 2년의 상환 유예와 채무 감면, 장기분할상환 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가계대출까지 원금 상환 유예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코로나19로 서민들의 자금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급전을 융통하기 위해 신용대출로 달려가면서 3월 한 달 동안 금융권 신용대출은 은행 3조3000억 원, 제2금융권이 7000억 원 등 4조 원가량 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취약 채무자가 대출을 연체해 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아예 위험이 가시화되기 전에 예방체계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인채무를 지원해야 하는 금융회사들로서는 위험 부담이 커지는 만큼 구체적인 지원 대상이나 심사 방법 등을 최종적으로 정하기까지 적잖은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국내 주요 증권사 6곳의 신용등급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성에 타격이 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떠오르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때문에 자금경색이 발생하면서 증권사발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 신용등급 줄하향 예고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무디스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6개 증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하향 조정 검토’로 변경했다. 이들 증권사는 모두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4조 원을 웃도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이다. 무디스가 대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내릴 수 있다고 예고한 건 이례적이다. 무디스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글로벌 및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성, 자본 적정성, 자금 조달, 유동성을 압박할 것”이라며 “자산 가격의 급격한 조정이 한국 증권사의 수익성과 이익을 상당히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파생결합증권 관련 거래, 우발부채와 함께 해외자산과 부동산 PF의 취약성도 지적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로 (증권사가) 신용 및 유동성 보증 등에 나섰던 건설 프로젝트 등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다수 프로젝트에서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하면 심각한 유동성 위기 및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금알 낳던 PF가 부메랑으로 실제로 최근 증권사들을 둘러싼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는 기류다. 지난달 세계 증시 폭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손실이 불어난 데 이어 최근에는 부동산 PF가 신용경색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증권사들은 대체 수익모델을 발굴하면서 부동산 PF 투자를 늘려왔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부동산 관련 증권 발행 금액은 13조7715억 원으로 2014년(4조4981억 원)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정도로 수익률이 좋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투자금 유입이 줄면서 자금경색이 발생하고 있다. 만기가 짧은 PF 자산유동화증권(ABS)에서 먼저 문제가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3년 만기의 부동산 PF 대출을 해주기 위해 PF 자산유동화증권을 팔아 만기 3개월 미만의 단기자금을 조달해 왔다.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PF 자산유동화증권을 다시 발행해서 막아야 하는데(차환), 이 과정이 원활치 않으면 증권사가 자체 자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다음 달 6일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PF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액은 약 10조3000억 원이다. 차환 발행에 실패할 경우 증권사들의 자금경색은 더욱 심화되고, 금융시장 전반의 신용경색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증권사들이 PF 관련 증권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증권사에 문제가 생기면 산업 전반의 연쇄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증권사발 자금경색에 경고등이 켜졌지만 증권사 상품들은 정부의 채권시장안정펀드 매입 대상 등에서 제외돼 있다. 금융당국은 제조업 등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이 증권사에 직접 대출을 해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김자현 zion37@donga.com·장윤정·이건혁 기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국내 주요 증권사 6곳의 신용등급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성에 타격을 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떠오르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때문에 자금경색이 발생하면서 증권사발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 신용등급 줄하향 예고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무디스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등 6개 증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하향조정 검토’로 변경했다. 이들 증권사는 모두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4조 원을 웃도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이다. 무디스가 대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내릴 수 있다고 예고한 건 이례적이다. 무디스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글로벌 및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성, 자본 적정성, 자금 조달, 유동성을 압박할 것”이라며 “자산 가격의 급격한 조정이 한국 증권사의 수익성과 이익을 상당히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파생결합증권 관련 거래, 우발부채와 함께 해외자산과 부동산 PF의 취약성도 지적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로 (증권사가) 신용 및 유동성 보증 등에 나섰던 건설 프로젝트 등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다수 프로젝트에서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하면 심각한 유동성 위기 및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황금알 낳던 PF가 부메랑으로 실제로 최근 증권사들을 둘러싼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는 기류다. 지난달 세계 증시 폭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손실이 불어난데 이어 최근에는 부동산 PF가 신용경색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증권사들은 대체 수익모델을 발굴하면서 부동산 PF 투자를 늘려 왔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부동산 관련 증권발행 금액은 13조7715억 원으로 2014년(4조4981억 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정도로 수익률이 좋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투자금 유입이 줄면서 자금경색이 발생하고 있다. 만기가 짧은 PF 자산유동화증권에서 먼저 문제가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3년 만기의 부동산 PF 대출을 해주기 위해 PF 자산유동화증권을 팔아 만기 3개월 미만의 단기자금을 조달해 왔다.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PF 자산유동화증권을 다시 발행해서 막아야 하는데(차환), 이 과정이 원활치 않으면 증권사가 자체 자금으로 상환을 해야 한다.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다음달 6일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PF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액은 약 10조3000억 원이다. 차환 발행에 실패할 경우 증권사들의 자금경색은 더욱 심화되고, 금융시장 전반의 신용경색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증권사들이 PF 관련 증권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증권사에 문제가 생기면 산업 전반의 연쇄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증권사발 자금경색 경고등이 켜졌지만 증권사 상품들은 정부의 채권시장안정펀드 매입대상 등에서 제외돼 있다. 금융당국은 제조업 등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이 증권사에 직접 대출을 해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은행은 지점 1곳당 하루에 0.3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센터는 1곳당 86건.’ 이달 1일부터 시행된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긴급경영안정자금 포함) 분산 처리 실적이다. 정부는 소진공 센터마다 대출 신청 행렬이 장사진을 치자 시중은행으로 업무를 일부 이관하고, 소진공 센터 신청접수는 홀짝제로 운영토록 했다. 하지만 전국 4661개 점포를 갖고 있는 5대 은행(신한, KB국민, 우리, 하나, NH농협)의 4영업일(1∼6일) 신청 처리 건수는 총 5504건으로 점포 한 곳이 0.3건을 처리했다. 반면 전국 62개 센터가 있는 소진공에는 같은 기간 2만1351건이 접수됐다. 한 곳당 하루 86.1건꼴이다. 각 센터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몰려들어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 있지만 은행에는 문의만 이어질 뿐 여유로운 모습이다. 도대체 왜 이 문제가 여태 풀리지 않는 것일까.(1) 당초 설계부터 은행은 겉치레였다 정부는 대출 수요 병목현상이 벌어지자 4월 1일부터 △신용등급 1∼3등급은 일반 시중은행 △1∼6등급은 기업은행 △4등급 이하는 소진공 센터로 창구를 나눠 자금지원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문제는 소진공 대비 75배 많은 말단 조직(5대 은행 기준)을 갖고 있는 은행은 고신용자 대출만 맡고 나머지 대부분은 소진공이 처리토록 한 점이다. 정부가 밝힌 이유는 이렇다. 우선 시중은행이 소진공 업무 일체를 위탁처리하려면 상호협약을 맺고 전산 시스템을 연결해야 하는데 시스템 구축에 2∼3주 걸린다. 이제야 시중은행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정부 내에선 이젠 때가 늦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고비를 지났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대출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이다. 은행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시행했다가 돈을 물리게 되면 누구 책임이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면책을 약속했지만 감독당국의 ‘주먹’이 더 무서운 은행들은 아직 미온적이다.(2) 고신용자에게도 은행 문턱은 여전히 높다 시중은행의 저조한 대출 실적은 은행의 ‘높은 대출 문턱’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3등급 고신용 소상공인만을 대상으로 대출 신청을 받고 있는 시중은행은 자체 신용평가 모델에 따라 또다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용평가사에서 받은 신용등급이 1∼3등급이라고 하더라도 은행들의 자체 등급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대출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은행별로 평가모델이 다르다 보니 신용등급도 다 제각각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주방용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초저금리 대출을 받기 위해 주거래 은행을 방문했지만 벌써 2번째 허탕을 쳤다”며 “전화로는 코로나19 피해 사실만 증명하면 된다더니 직원 고용 관련 서류가 필요하다지 않나, 이번에는 신용등급이 4등급이라며 안 된다고 퇴짜를 놨다”고 말했다. 무역업 종사자 김모 씨도 “신용평가사 등급으로는 2등급을 받았지만 은행에서는 ‘대출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차라리 공단에 곧바로 신청할 걸 헛걸음만 했다”고 했다. 7일 금융당국은 뒤늦게 신용평가사 1∼3등급에는 은행 자체 신용평가와 상관없이 대출을 진행해달라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내부 대출지침 변경을 검토 중이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수혜대상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3) 상품 차이가 대출병목 가중시켰다 대출 상품의 차이와 처리 기관 분리도 현 상황을 초래하는 요인 중 하나다. 초저금리 적용 기간이 시중은행 상품은 1년, 기업은행은 3년, 소진공은 5년으로 각자 다르다. 낮은 금리를 선호하는 소상공인 수요가 소진공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가가 주는 정책금융상품인 만큼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 차가 있는 게 당연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 역시 기관을 가리지 않고 각 상품을 모두 취급하게 했다면 줄서기 장사진이 더 빨리 해소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더욱이 현재 상품 구조에선 고신용도를 유지해 온 사람이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는다는 시각도 있다.김동혁 hack@donga.com·장윤정 / 세종=송충현 기자}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2300억 원의 추가 투자 계획을 철회함에 따라 생존의 기로에 선 쌍용차가 6일 정부에 유동성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채권단 등도 쌍용차의 경영 쇄신 노력과 자금 사정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해 경영 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지 협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금융시장을 둘러싼 우려와 궁금증에 답하겠다며 이날 정책 방향에 대한 공개 서한을 발송했다. 은 위원장은 “마힌드라그룹이 400억 원의 신규 자금 지원과 신규 투자자 모색 지원 계획을 밝혔고, 쌍용차도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경영 쇄신 노력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경영 정상화 노력에 따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추가 금융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당초 마힌드라는 향후 3년간 5000억 원을 쌍용차에 투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300억 원은 직접 마련하고 나머지 2700억 원은 산은 등에 요청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마힌드라가 투자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쌍용차는 난관에 부딪치게 됐다.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6일 “마힌드라가 지원을 철회한 2300억 원은 당장 필요한 돈이 아닌 3년간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재원”이라며 “정부와 금융권에 지원 요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마힌드라 투자 철회와 관련) 지금 진의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 위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자금 위기설’에 대해서도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진화에 나섰다. 올 1분기(1∼3월) 기업의 자금 조달 증가폭은 61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46조1000억 원)보다 커졌지만 이것만으로 자금 부족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장윤정 yunjung@donga.com·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