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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길진균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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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8~2024-05-08
칼럼97%
대통령3%
  • 민주 “내년 전월세 동결 추진” 전문가들 “포퓰리즘” 비판

     더불어민주당이 주택과 상가의 전월세를 내년에 한해 올리지 못하게 동결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민들의 어려워지는 살림살이를 감안해 세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의 현실을 모르고 내놓은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표심(票心)을 공략하는 카드로 내놓을 정책에 대해 효과와 부작용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내년 한 해에 한해 상가 주택 전월세 동결 조치를 고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 우려되는 내수 위축을 막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획기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윤 의장은 “당에서는 700만 자영업자, 가족까지 2000만 명, 그리고 2500만 세입자들에게 가계 부담과 영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상가 및 주택 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권을 촉구해 왔다”라며 “국민 절반에 해당하는 전월세 부담 문제를 해결한다면 자영업자와 세입자, 특히 청년 세대에게 주는 희망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발의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한시 적용으로 (법조문을) 약간만 손보면 내년에 계약이 만료되는 주택 상가 계약은 동결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야당의 이런 제안에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운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인(私人) 간의 거래를 정부를 통해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월세 상한제가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을 받는데 가격 동결책은 더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며 “시장 작동 원리를 거스르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임대인 상당수가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투자해 여기서 나오는 임대료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친(親)서민 정책’이라는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치권의 지나친 규제가 자칫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야당은 내년 1년에 국한될 정책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자칫 이것이 선례가 될 경우 시장에 ‘임대료는 언제든 통제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임대 규제가 늘수록 임대 사업을 하려는 잠재적 공급자들을 움츠러들게 해 장기적으로 가격은 오르고 주택의 질은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격 동결책이 최근 아파트 분양 물량 증가로 겨우 진정 기미에 접어든 전월세 시장을 들썩이게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격 동결이 현실화되면 법 시행 직전에 집주인들이 미리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전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던 1990년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임대료를 미리 올리겠다고 집주인들이 나서면서 1989년에만 전년 대비 17.5%, 1990년에는 16.8%나 전세금이 폭등했다.  정부는 야당의 제안이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위한 일종의 ‘협상 카드’가 되지 않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월세 동결이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인지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라면서도 “앞서 야당이 꾸준히 제안했던 전월세 상한제의 연장선으로 해석되는 만큼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구가인 comedy9@donga.com·길진균 / 세종=이상훈 기자}

    • 2016-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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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일보 前사장 “정윤회-최순실 이혼, 朴대통령이 권유”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듬해인 2014년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와 그의 남편 정윤회 씨 부부에게 이혼을 권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출석해 “정윤회 문건 파동 때 따로 취재해 봤는데…”라며 최 씨 부부의 이혼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조 전 사장은 “2014년 1월 6일 (세계일보에) 문건이 보도되고, 2월에 (박 대통령이) 두 사람 이혼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그리고 3월에 두 사람은 이혼을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그렇다면 비선 실세가 두 사람에서 한 사람으로 줄고, (최 씨가) 슈퍼파워가 됐다는 거냐”고 물었고, 조 전 사장은 “그런 셈”이라고 답했다. 정 의원이 다시 “그러니까 최순실이 비선 실세로서 모든 전권을 휘두르게 된 거냐”라고 묻자 조 전 사장은 “그렇다고 본다”고 말했다. 1995년 결혼한 정 씨와 최 씨가 법적으로 갈라서게 된 것은 2014년 5월이다. 최 씨는 그해 3월 정 씨를 상대로 한 이혼조정 신청서를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했고 5월 조정이 성립해 이혼이 확정됐다. 당시 두 사람의 이혼 조정안에 담긴 ‘비밀유지 조항’이 화제가 됐다. 결혼 기간 중에 있었던 일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고, 향후 서로를 비난하지 말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자녀 양육권은 최 씨가 갖게 됐다. 재산도 대부분 최 씨 소유였다. 당시 둘은 위자료 청구나 재산분할 청구 소송도 하지 않았다. 올해 5월 정 씨가 최 씨를 상대로 돌연 재산 분할 소송을 제기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으나 4개월 만에 소송을 취하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두 사람의 이혼을 종용했다는 증언은 곳곳에서 나왔다. 두 사람의 딸인 정유라 씨(도피 중)와 가까운 한 인사는 “2014년 정윤회 최순실 씨가 이혼한 뒤 정 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대통령이 우리 부모를 이혼시켰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정윤회 씨의 아버지 정관모 씨도 올 10월 채널A 인터뷰에서 “며느리였던 최 씨가 아들과 박근혜 대통령을 멀어지게 했다. 결국 그 일로 아들 부부가 이혼하게 됐다”고 말해 두 사람의 이혼에 박 대통령이 영향을 미쳤음을 내비쳤다. 정윤회 씨는 최 씨와 이혼하기 전인 2012년 대선 때 최 씨와 함께 박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막후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고, 당선 직후 청와대에서 공식 직책을 제의받았지만 ‘비선’ 역할을 고수하며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길진균·권오혁 기자}

    • 2016-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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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걔네들이 훔쳐간 걸로 해야… 정신 안 차리면 다 죽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14일 공개한 ‘최순실 녹취록’에 최순실 씨가 독일에서 10월 30일 귀국 직전 측근에게 국정 농단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정황이 담겨 있어 파문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녹취록과 박 의원에 따르면 최 씨는 10월 27일 측근으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전화를 걸어 “큰일 났네. 고(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라고 말한 뒤 몇 가지를 지시했다. 사이가 틀어진 고 씨가 어떤 불리한 증언을 할지 모르니 경계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 씨는 또 “걔네(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등)들이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훔쳐 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걸로 몰아야 된다”고 했다. 여기서 ‘이거’는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한 태블릿PC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태블릿PC의 증거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누군가가 훔쳐서 조작한 것으로 꾸미자는 얘기다. 특히 최 씨는 이 통화 전날인 10월 26일 독일 현지에서 이뤄진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태블릿을 갖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본인 인터뷰에 이어 한국에서도 말을 맞추려 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11일 “태블릿PC는 최 씨의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야권 관계자는 “통화 상대방은 최 씨의 최측근인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씨는 독일 현지에서 최 씨 모녀의 승마장 계약, 법인 설립 등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이날 노 씨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녹취록에 따르면 최 씨는 미르재단 설립 출연금 모금 과정을 폭로한 이 전 사무총장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성한이도 아주 계획적으로 하고 돈도 요구하고 이렇게 했던 저걸로 해서, 이걸 이제 하지 않으면… 분리를 안 시키면 다 죽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선 이임순 순천향대 의대 교수에게 “실제 이성한이 돈을 요구했다는 기사가 10월 말쯤 나왔다”며 “귀국 직전 한 얘기인데 이런 지침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지난해 제주도에서 아이를 낳을 때 돌봐줬다는 이 교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미르재단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사무총장이 재단 돈을 일부 횡령한 정황을 최 씨가 알고 재단 일에서 배제했다”며 “이 일로 이 전 사무총장도 최 씨에게 앙심을 품었다”고 밝혔다. 최 씨가 이 같은 이 전 사무총장의 약점을 알고 입막음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녹취록에 따르면 최 씨는 고 씨와의 관계를 숨기거나 축소하기 위한 지시도 했다. 통화에서 “나랑 어떻게 알았느냐고 그러면 가방 관계 납품했다고 그러지 말고, 옛날에 지인을 통해 알았는데 그 가방은 발레밀론가(빌로밀로의 틀린 발음) 그걸 통해 왔고 그냥 체육관에 관심이 있어서 그 지인이 알아서 연결을 해줘서 내가 많은 도움을…”이라고 했다. 최 씨는 또 “고원기획은 이야기하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2014년 7월 설립된 고원기획은 고 씨의 성과 최 씨가 개명한 이름인 최서원의 끝 글자를 따서 만든 회사다. 별다른 범죄 혐의가 없는 회사를 굳이 감추려 한 것은 이름을 따 회사를 만들 정도였던 둘의 관계를 숨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등이 출석하는 15일 4차 청문회에서 최 씨의 통화 내용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길진균 leon@donga.com·박훈상 기자}

    • 201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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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폭 넓히는 황교안 대행… 野 “대통령 흉내 말라” 견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민생 현장을 점검하며 보폭을 넓혔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 흉내 내지 말라”라며 황 권한대행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였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내각과 전 공직자들은 비상한 각오와 겸허한 자세로 굳건한 안보 위에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특히 “최근 국방부 해킹 사례에서 보듯 (북한과의) 사이버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라며 철저한 대책을 주문했다. 황 권한대행은 9일 박근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직후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했지만 권한대행 자격으로 정식 국무회의를 연 것은 처음이다.  이어 황 권한대행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와 서울경찰청 교통순찰대를 방문해 연말연시 치안 확립과 음주·난폭 운전 단속 등을 주문했다.  또 이날 오후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 등 언론계·학계 원로 6명을 만나 국정 공백 최소화 방안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야당은 황 권한대행에 대한 견제의 고삐를 더욱 죄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황교안 총리님, 대통령 되신 것 아니거든요”라고 지적한 뒤 “폼 잡지 말고 (대정부질문에 나와) 본인의 국정 구상을 잘 설명하는 장으로 활용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17일로 예정된 관세청의 신규 면세점 사업자 발표를 놓고도 황 권한대행과 야당의 힘겨루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 등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63명은 이날 황 권한대행을 향해 “대통령 특혜·비리와 국정 농단의 중심에 있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당장 중단하라”라고 촉구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길진균 기자}

    • 201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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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표류 위기속 ‘새로운 협치 실험’ 닻은 올렸다

     여야 3당이 12일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건 국회가 ‘포스트 탄핵’ 정국의 주체로서 국정 운영의 책임을 나눠 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여당 내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갈등 상황, 2야(野) 간의 전략적 이해관계 등이 맞물리면서 일단 국회-정부 협치(協治)의 닻은 올린 셈이다. 탄핵을 사실상 주도한 촛불 민심을 국회가 바통 터치해 끌어가지 못하면 후폭풍이 국회로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정 협의체 출범은 16일 이후로 이날 오후 2시 반 국회에서 만난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시간이 채 안 돼 정 원내대표가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발표했다. 여야정 협의체의 한 축이 비게 된 셈이다. 이 사실을 사전에 안 민주당 고위 당직자가 정 원내대표를 만나 만류했지만 허사였다고 한다. 새누리당이 16일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할 때까지는 일단 여야정 협의체 출범은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협의체 출범에는 합의했지만 누가 참석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야가 이견이 있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민주당은 추미애 대표가 참여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와 정부의 정책협의기구라는 취지에서 원내대표가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협의체는 투 트랙으로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논의를 하는 상부구조와 각 당 정책위의장과 경제부총리가 실무 논의를 하는 하부구조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무엇보다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와 야당 지도부의 상호 불신이 협의체 본격 가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친박 지도부와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추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권한 정지로 여당의 지위는 물론이고 자격도 없다”고 각을 세웠다. 국민의당 박 원내대표도 “현재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상대로 해서 뭘 논의하고 대화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새누리당 이 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야정 협의체가 잘 이뤄져서 협치하고 국가와 국민과 외교와 안보를 걱정한다면 얼마나 바람직하겠느냐”며 “그런데 두 야당도 믿을 수 없고 야당 지도부 발표도 믿을 수 없다”며 여야정 협의체 자체에 노골적 불만을 드러냈다. 당 원내대표는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지만 당 대표는 못마땅해하는 묘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새누리당이 새로운 당 대표를 제때 세우지 못한다면 협의체는 3당 원내대표와 황 권한대행이 주체가 돼 이끌어 나갈 수밖에 없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까지 협의체 참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국회가 국정의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황 권한대행도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제부총리 해법 못 찾은 여야 3당 이날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경제부총리 후임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경제 컨트롤타워를 유일호 경제부총리로 갈지, 임종룡 부총리 후보자로 갈지 논의했고, 결국 지도부는 유 부총리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추 대표는 “우리가 전면적으로 나설 때가 아니다. (우리가 경제부총리를 추천한 뒤) 경제위기가 심해지면 우리에게 더 나쁘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황 권한대행이 (경제 일반은 유 부총리가 챙기라고 교통정리를 하는 등) 장관급 인사 문제를 국회와의 협치 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오버이고 적절치 않다. 우려를 갖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향후 여야정 협의체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때 황 권한대행과 야권이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홍수영 기자}

    • 2016-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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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국 수습’ 여야정 협의체 첫발

     여야 3당은 12일 탄핵 정국 수습과 민생 안정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운영에 합의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한 뒤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인용 여부 결정까지 길면 180일간의 ‘과도 정부’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국정 운영에 일단 국회가 공동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탄핵 정국을 지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여야 3당과 정부가 협치(協治)를 복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 3당은 여야정 협의체에 누가 참석하고 어떻게 운영할지는 각 당의 논의를 거쳐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협의는 3당 정책위의장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맡는 것으로 했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회동 브리핑에서 “협의체 상층구조를 3당 대표와 국회의장, 황 권한대행이 맡을지, 아니면 3당 원내대표와 황 권한대행이 맡을지는 합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탄핵안 가결 처리 이후 국정 운영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국회가 정부와의 협의체 구성에 첫 삽을 뜬 셈이다. 황 권한대행 측은 이날 협의체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협의체 자체를 거부하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야는 또 내년 1월 1일부로 국회 개헌특위를 신설해 개헌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12월 임시회는 12일부터 31일까지 열리며 29일 본회의를 열어 법안 등을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는 20, 21일 예정된 대정부질문에 황 권한대행이 모두 출석해 과도기적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할지 국회와 토론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무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를 했지만 균열상을 보이고 있는 여당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출범은 미뤄질 형편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어떻게 한다고 해도 기대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 얘기는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갈 얘기”라고 비난했다.길진균 leon@donga.com·홍수영 기자}

    • 2016-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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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불 대선’ 노리는 문재인… ‘중도 복귀’ 모색하는 안철수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압도적 국회 통과로 정치권은 본격적인 대선 게임에 들어갔다. 탄핵안의 압도적 가결이 사실상 대선 레이스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며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듯 ‘위기 극복 리더십’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성명을 통해 “대통령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넘어야 할 마지막 능선은 국가 대청소를 통해 국가 대개조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 “국정 수습이 중요하다”며 “우선 경제 분야,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자”고 밝혔다. 각각 미래와 수습에 방점을 두고 탄핵 이후 정국의 주도권 경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이날 ‘박 대통령 퇴진’ 표현을 직접 쓰지 않았다. 그 대신 ‘박 대통령의 결단’을 앞세웠다. 국회 탄핵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여권 지지층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 전 대표는 일단 10일 촛불집회에 참석한다. 지지층 다지기를 통해 대세론을 대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속내다. 박 대통령 퇴진 운동을 계속할지, 안정을 내세워 속도 조절에 나설지는 주말 촛불 민심을 확인한 뒤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 측은 대선 시기를 가급적 앞당기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 정계 개편 등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10일 촛불집회 불참과 ‘박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 중단 의사를 밝혔다. 지지율 하락 추세를 반전시킬 방책으로 정계 개편 또는 중도·우파 끌어안기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지지율 급상승세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도 가장 선명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한 시간이라도 빨리 퇴진하는 것이 국민의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의 잰걸음과 달리 여권 주자들은 코너에 몰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대권 도전을 포기했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당을 떠나 제3지대에서 후일을 도모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을 주도한 유승민 의원은 상대적으로 약진했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구심점으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커졌다. 유 의원은 “가장 고통스러운 표결이었다”며 “앞으로 헌법질서를 지켜가면서 정치혁명을 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친박(친박근혜) 흔적을 지울 수 있다면 여전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히든 카드다. 탄핵 정국에서 지지율이 다소 하락했지만 보수층의 유일한 희망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과 결합하지 않고 독자세력화에 나선 뒤 기존 정치세력과 연대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기 대선 일정의 키는 헌법재판소가 쥐고 있다. 헌재가 1월 중 탄핵 결정을 내린다면 3월에, 6개월의 심리 기간을 꽉 채울 경우 8월에 차기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불투명한 대선 일정만큼 대선 구도도 급변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6∼8일 조사)에 따르면 이 시장은 18%의 지지율로 각각 20%를 기록한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을 2%포인트 차로 바짝 추격했다. 안 전 대표(8%), 안희정 충남도지사(5%),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유 의원(각 3%)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시장의 무서운 상승세 속에 선두 그룹과 한 자릿수 지지율에 갇힌 중간 그룹 대선 주자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견제할지 주목된다.길진균 leon@donga.com·홍수영·우경임 기자}

    • 2016-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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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 “두번 시도는 없다” 배수진… 친박 “문재인 도울건가” 목청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여의도는 ‘폭풍 전야’다. 야권은 야 3당 및 무소속 의원 172명과 40여 명에 이르는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의원을 고려할 때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를 여유 있게 넘겨 탄핵안이 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무기명 투표의 특성상 이탈 표가 변수라는 지적도 있다. 뚜껑은 열어 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야 3당과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 진영은 이날 밤늦게까지 각 진영의 사활을 걸고 ‘머릿수’ 단속에 총력을 기울였다. 》 ○ 야권 “탄핵대오 굳건” 전원 국회서 대기우상호 “의원직 걸자고 의견 일치”… 재상정 위한 임시국회도 고려안해 야권은 8일 ‘탄핵안 부결 시 의원직 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일각에서 거론된 탄핵안 부결 시 탄핵안 재상정을 위한 임시국회 개회 요구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일체의 변수에 대한 고려 없이 배수진을 치겠다는 취지다. 9일 탄핵안 표결 시점까지 소속 의원 전원이 국회의사당 경내와 정문 앞 농성에 들어가며 대오를 굳건히 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탄핵만이 유일한 국정 정상화 방안이자 수습 방안이며 적폐를 청산하고 역사를 다시 쓰는 길”이라면서 “오직 국민과 역사의 중대한 책무만 생각하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의총에서는 소속 의원 121명 모두 탄핵안이 부결되면 의원직을 내놓기로 하고 사퇴서에 서명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의원직을 걸고 결의를 다지는 차원으로, 오늘 전원이 사퇴서를 쓰는 게 마땅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소속 의원 38명이 의원직 사퇴서를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제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한 국민의당 촛불집회 및 비상시국 토론회’에서 “어떤 당(민주당)에서 우리를 어떻게 모략하고 험담하더라도, 탄핵안을 가결시키기 위해 비박도, 친박도 설득해 탄핵에 가담하도록 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함께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탄핵안 부결 시 의원직 사퇴를 넘어 국회 해산을 주장했다. 그러나 야권의 ‘의원직 총사퇴’ 카드가 ‘표 단속용 이벤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비박계의 표 계산, 여론 동향 등을 봤을 때 가결은 될 것으로 본다”며 “상황에 따라 210표 이상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야권 일각에서 이탈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내에선 “탄핵이 가결되면 조기 대선에서 유리한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결과적으로 돕게 된다고 판단한 비문(비문재인) 진영 일부가 ‘딴마음’을 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대다수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정치공학적 발상”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당내에서 ‘투표지 인증샷’을 남기자는 기류도 확산되고 있다. 혹시라도 있을 이탈표를 막고 부결 시 그 책임을 확실하게 새누리당에 돌리기 위한 안전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 비박 “소신투표 방해 말라” 친박 견제김무성-유승민 “정의 위해 탄핵”… 나란히 성명 내고 이탈표 단속 새누리당 비주류 진영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8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야 3당이 공동 발의한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이 포함된 것을 놓고 발생할 수 있는 이탈 표 단속에 나선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번 탄핵 표결은 대한민국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운영됨을 보여주는 표상”이라며 “최고 권력에 의한 권력의 남용 및 사유화, 측근 비리가 크게 줄어드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집권을 꿈꾸는 정치 주체들은 헌법적 절차를 존중하고 결과에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도 이날 ‘정의로운 공화국을 위한 전진’이라는 성명에서 “대통령은 왕이 아니라 법 앞에 평등한 공화국의 시민”이라며 “탄핵은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단죄이지만 정의로운 공화국을 만드는 정치혁명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김 전 대표는 같은 당 의원들에게 기자회견문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유 의원은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는 내용의 친전(親展)을 각각 보내 표결에 임해줄 것을 독려했다. 비주류 진영 비상시국위원회는 당내에서 적어도 35명 안팎의 찬성표를 확보해 탄핵소추안 처리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 비주류 의원은 “중간 지대에 있는 의원들이 ‘세월호 7시간’을 (탄핵안에) 넣은 것에 대해 얘기하면서 아침 밤으로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고 전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가 성실성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한 점 등을 이유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계파색이 옅은 초·재선 의원들은 친박(친박근혜)계 측으로부터 회유를 당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좋은 일을 할 필요가 있느냐” “대통령이 자진사퇴 뜻을 밝혔는데 두 번 죽이는 것 아니냐”는 논리로 탄핵 반대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친박계 쪽에서 ‘탄핵에 반대하자’고 전화가 오기도 하고 만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비주류 측은 “권력을 이용한 위압을 활용해 소신 투표를 방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 친박 “세월호 7시간 포함, 반감 부를것”탄핵내용 불편해하는 중립파 공략… ‘비박 김무성에 당권’ 회유說도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8일 탄핵 반대표를 끌어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비주류 진영 황영철 의원을 향해 “그런 말 하고 다니려면 당을 깨고 나가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황 의원이 전날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옷이나 가방을 전달한 의혹을 두고 ‘뇌물 수수’라고 주장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장우 최고위원은 비주류 진영 의원들에게 “우리(친박계)가 왜 부역자냐”라고 따졌다고 한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탄핵안이 가결돼도 분당(分黨), 부결돼도 분당”이라고 했다. ‘탄핵 찬성파’라면 차라리 확실히 각을 세워 계파 결집을 유도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친박계는 이날 야당이 탄핵 사유에 ‘세월호 7시간’을 포함한 것과 관련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정현 대표는 오전 ‘당 대표-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세월호 7시간을 탄핵안에 집어넣은 사람은 물론이고 찬성하는 사람도 분명한 입장을 내놓고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도 “비주류 강성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이 문제(세월호 7시간)를 굉장히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탄핵 입장은 중립에 가깝지만 탄핵안 내용 자체에는 불편함을 느끼는 ‘샤이(shy·부끄러워하는) 반탄핵파’를 자극해 탄핵 반대 지역으로 완전히 끌어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이 가결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가장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핵심 인사는 “탄핵안이 부결되면 야당이 완전히 박살날 것”이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비주류 진영의 한 의원은 “촛불 민심보다 정치적인 득실을 부각시켜 표를 챙기겠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친박계가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로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까운 비주류 의원 설득 작업에 나섰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주류 좌장격인 김 전 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길 테니 탄핵에 반대표를 던지라는 식으로 회유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일절 그런 일(탄핵 반대 조건 비대위원장직 수락)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송찬욱 기자 song@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6-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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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교안 총리, 역대 8번째 대통령 권한대행 되나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국회 의사국은 즉각 탄핵소추 의결서 등본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 전달한다. 청와대가 등본을 접수하는 순간부터 박 대통령의 모든 권한은 정지된다. 조약 체결 및 비준권, 국군통수권 등 헌법과 법률상 규정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그 직무를 대신한다. 그러나 야당은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면서 국무총리 문제를 풀지 못했다. 황교안 총리(사진)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것에 대해 난색을 보이면서도 ‘국회 추천 총리’를 합의하지 못한 것이다. ‘선총리 후탄핵’을 주장했던 국민의당도 새 총리 후보자 인선 과정에서 잡음이 생길 경우 촛불 민심의 비판을 받을 것으로 우려해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결국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황 총리가 대한민국의 8번째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문제는 길게는 6개월에 이르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과 60일 이내 대선 규정을 고려할 때 ‘황교안 대행 체제’가 내년 8월까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야권은 ‘황교안 대행 체제’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황 총리가 단순한 권한대행을 넘어 적극적인 국정 운영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탄핵 이후 정국이 빠르게 조기 대선 국면으로 이동할 경우 야당은 공정한 대선 관리를 앞세워 황 총리 퇴진 요구 등 정치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황 총리 체제의 정당성과 지속성을 놓고 여야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야권 일각에선 황 총리도 탄핵하고 새 총리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촛불 민심이 바라는 ‘국민 추천 총리’를 국회가 동의하고, 그 다음에 황 총리가 물러나는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로드맵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권한대행인 황 총리가 새 총리를 임명할 수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황 총리가 물러날 경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  총리실은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당시 권한대행을 한 고건 전 총리의 행보를 ‘교본’으로 권한대행 체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총리는 2004년 3월 1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조짐을 보이자 가장 먼저 전군에 지휘경계령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황 총리는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국방과 치안 분야를 최우선적으로 챙길 것으로 보인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16-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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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병우에 직보 의혹’ 국정원 국장 퇴직 예정

      ‘최순실 관련 정보’를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가정보원 추모 국장이 퇴직한다. 6일 국회 정보위원회 등에 따르면 추 국장은 전날 이뤄진 국정원 정기인사에서 일부 1급 국정원 직원들과 함께 퇴직을 앞둔 직원들에게 내리는 ‘퇴직 대기’ 발령을 받았다. 국회 정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수차례에 걸쳐 추 국장이 최순실 씨 관련 정보를 입수한 뒤 이병호 국정원장 등 지휘라인을 건너뛰고 우 전 수석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추 국장이 최 씨와 정윤회 씨 등을 조사했던 국정원 직원들을 지방으로 좌천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최근까지 추 국장에 대해 강도 높은 감찰을 진행했다. 정보위 관계자는 “이 국정원장이 지난달 29일 정보위에서 ‘감찰 결과 추 국장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보고했다”며 “불법 행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임이나 파면 등 징계를 밟지 않고 퇴직으로 마무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사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 달성 출신인 추 국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됐고 2013년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다. 2014년 국정원으로 복귀한 추 국장은 국내 정보 수집을 총괄하는 ‘제○국’ 국장을 맡아왔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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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수들 일제히 “대가성 없었다”… 특검 앞두고 뇌물죄 방어막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재벌 총수들은 6일 한목소리로 “대가를 바라고 돈을 낸 게 아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에 따라 뇌물죄 성립의 전제 조건인 ‘대가성’을 놓고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이날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 총수들은 “청와대의 요청을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힘들었다”면서 기금 출연의 강제성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사면, 경영 특혜, 세무조사 회피 등 대가를 기대하진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 의원들로부터 집중적으로 질문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은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재단 출연이 자발적이었느냐는 질의를 받고 “기업별로 할당을 받은 만큼 낸 것으로, 대가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출연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각 기업이 실제로 공익 차원에서 돈을 냈을 가능성도 있지만 총수들이 대가성을 한사코 부인한 것은 형법 130조의 ‘제3자 뇌물제공’ 혐의를 피하기 위해 준비한 답변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제3자 뇌물죄에 따르면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재벌 총수들을 독대한 박근혜 대통령과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 등의 행위에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되면 재벌 총수들 역시 뇌물 공여자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뇌물죄가 인정되기 위해선 ‘대가성’ 또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이 때문에 의원들은 시종 “뭔가 바라고 돈을 낸 것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총수들은 끝까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이 부회장은 삼성이 지난해 최순실 씨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35억 원 상당을 송금한 것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는 말만 반복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자칫 ‘대가성’으로 연결될 경우 관련자들이 뇌물죄 처벌 대상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과 기업 간에 이뤄진 일련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암묵적 청탁이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번 국정조사에서 풀지 못한 재벌들의 기금 출연 이유는 특검이 풀어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검은 최근 “재단 기금 문제는 본질을 봐야 한다. 대기업들이 거액의 돈을 내게 된 과정이 과연 무엇인지, 거기에 대통령의 역할이 작용한 게 아닌지를 봐야 한다”며 뇌물 혐의를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에 관한 수사는 검찰에서 이미 상당 부분 진척돼 있다.  특검의 첫 번째 수사 대상은 두 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측을 직접 지원한 정황이 드러난 삼성그룹과 추가 출연금을 냈다가 되돌려 받은 롯데그룹, 최 씨 소유 회사에 광고를 몰아준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뇌물 혐의를 받는 주요 대상들이다.길진균 leon@donga.com·배석준 기자}

    • 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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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뉴스]“나 사이다야”…이재명, 대선주자 지지율 ‘파죽지세’

    #. 대선주자 지지율 3위 이재명 현상하야 정국 앞장서 지지율 파죽지세"나 사이다야"#.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을 박탈한 후 구속해서 형사처벌해야 한다""(세월호 7시간 의혹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가 상당하다""(박근혜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끌어 잡아 박정희의 유해 옆으로 보내주자"#. 인구 100만 명의 경기 성남시 이재명 시장.야권 대선주자 중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가장 먼저 주장한 그는 박대통령 구속 수사 등 선명한 구호를 외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5% 안팎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죠. 이는 지지율 20% 안팎에 갇힌 문 전 대표, 10% 안팎으로 정체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5% 언저리까지 밀린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비되죠.#. 이에 이 시장의 '촛불 지지율 독주'가 후발 주자의 노이즈 마케팅 수준을 넘어 대선 후보 빅3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입니다.나 빅 3??(이재명) vs 나 떨고 있니 (문재인-안철수)#. 그는 서울에서 지지율 18.4%로 문 전 대표(19.3%)와 박빙이죠. 경북 안동 출신인 이 시장은 야권 후보 중 대구경북 지지율이 12.3%이고 호남에서도 15.4%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야권의 기반인 수도권과 호남에서 유력 차기 주자로 각인된 겁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하기 전인 10월 중순만 해도 그의 지지율은 5% 안팎.촛불집회가 본격화한 11월 초부터 지지율이 수직 상승해 대선 구도를 흔들고 있습니다. "촛불집회 이전까지는 연말 7¤8%, 내년 초 두 자릿수 지지율을 목표로 했는데 지지율 상승 속도가 빨라 나도 놀랍다"#. 전문가들은 기성 정치에 실망한 대중이 그의 거칠고 투박한 화법에 호응한다고 평가합니다. "기존 정치인과 다른 신선한 화법과 행동이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먹힌다.국민의당, 정의당, 무당파의 지지를 빠르게 흡수했다"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이 시장이 촛불민심을 가장 정확히 꿰뚫고 있다. 좌고우면하는 듯한 다른 주자들과 달리 선명한 화법으로 대중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한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 지지율 1위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도 이재명 시장을 의식합니다"사이다(이재명)는 금방 목이 마르지만 고구마(문재인)는 배가 든든하다"(문재인)vs"갑자기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 사이다를 먼저 마신 다음 고구마로 배를 채워야 한다"(이재명)#.다만 이 시장의 상승세가 촛불 정국 이후에도 지속될 지 의문입니다. 국가를 통치할 정치·행정 역량을 검증 받아야 하니까요.과격한 좌파 이미지, 박사모 성남 지부장 형 이재선 씨(57)와의 심한 가족 갈등 등도 부담입니다.#. "현재의 지지율은 다소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재선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거둔 실적만 가지고 5000만 인구의 국가 경영에 그대로 대입하긴 어렵다"엄경영 시대연구소장#.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시장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도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역할을 할 뿐 최종 대선 후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죠. #. 하지만 이재명 시장은 자신만만합니다."대선 판을 뒤집을 자신이 있다. 소셜 네트워크가 발달하고 집단 지성이 발휘되면서 대중이 정치권과 대등한 존재가 됐다. 대중의 언어로 대중의 욕구를 대변하는 역할이 인정받을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탓에 자신을 흙수저가 아니라 무(無)수저로 칭하는 이재명 시장그의 지지율 고공비행은 어디까지일까요?과연 그가 각종 논란을 잠재우고 야권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2016.12.06 화원본 | 길진균·황형준·한상준 기자 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이고은 인턴}

    •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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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원 “탄핵 가결땐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해야 된다.” 5일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박지원 원내대표(사진)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래야 박 대통령이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약속도 지키는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9일로 예정된 탄핵안 처리 가능성에 대해 “마지막까지 겸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가결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수성의 귀재”라며 “9일 이전에 눈물로 마지막 호소를 해볼 것 같다. 자신이 ‘잘못했다’면서 그동안 받지 않던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용서를 빌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내년 4월에서 1, 2월로 앞당기면 수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박 대통령을) 믿을 수가 없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민주당은 처음에 민생경제 파탄 등을 이유로 하야, 탄핵 주장에 (국민의당보다) 소극적이었다”며 “단독 영수회담과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의 회동, 지금 이 사달이 누구 때문에 일어났느냐”고 추미애 대표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1월 말 퇴진 주장이 다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 되려는 꼼수 아니냐”고 했다. “야당은 전원이 의원직을 사퇴할 각오로 탄핵 가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 민주당 문 전 대표를 향해서도 “그렇게 숟가락을 얹으면 안 된다. (2012년) 대선에서 져서 의원직 사퇴를 했나, 정계 은퇴를 했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이날 당 중앙위원회에선 김동철 의원(4선·광주 광산갑)이 후임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길진균 기자}

    •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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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야 정국 앞장… 안철수 지지층 흔든 ‘사이다’

     인구 100만 명의 경기 성남시 이재명 시장의 상승세가 화제다. 이 시장은 야권 대선 주자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을 가장 먼저 주장한 데 이어 박 대통령 구속 수사 등 가장 선명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후 이 시장은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15% 안팎을 나타내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3위로 뛰어올랐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오차 범위 내에서 이들과 경쟁하며 사실상 ‘빅3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이 시장의 ‘촛불 독주’는 이제 후발 주자의 노이즈 마케팅 수준을 넘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 지지층과 무당파 흡수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하기 전인 10월 중순만 해도 이 시장의 지지율은 5% 안팎으로 야권 대선 주자 예닐곱 명 중 5, 6위권이었다. 그러나 촛불집회가 본격화한 지난달 초부터 지지율이 수직 상승하면서 차기 대선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시장은 5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나도 깜짝 놀랄 정도”라며 “촛불집회 이전까지는 연말 7∼8%, 내년 초 두 자릿수 지지율을 목표로 했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공개한 11월 5주 차 주간 집계(11월 28일∼12월 2일)에 따르면 이 시장의 지지율은 14.7%다. 문 전 대표(20.8%)와 반 총장(18.9%) 바로 뒤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9.8%)와는 4.9%포인트 차로 앞서 있다. 이는 ‘촛불 정국’에서 20% 안팎의 박스권에 갇힌 문 전 대표와 10% 안팎으로 정체된 안 전 대표, 그리고 5% 언저리까지 밀린 박원순 서울시장과 뚜렷이 대비되는 ‘이재명 현상’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일차적으로는 기성 정치에 실망한 대중이 이 시장의 거칠고 투박한 화법에 호응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 전 대표가 “사이다는 금방 목이 또 마르다. 탄산음료는 밥이 아니지만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 저는 든든한 사람”이라며 우회적으로 이 시장을 견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시장은 이에 대해 “대중을 무시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네트워크가 발달하고 집단 지성이 발휘되면서 대중이 정치권과 대등한 존재가 됐다”며 “대중의 언어로 대중들의 욕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 것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의 상승세는 촛불집회의 계기가 된 박 대통령의 1차 대국민 담화(10월 25일) 이전과 비교할 때 확연히 드러난다. 리얼미터의 10월 3주 차(17∼21일) 조사 때 이 시장의 지지율은 5.3%였다. 6주 만에 9.4%포인트가 오른 셈이다. 그의 지지율은 거의 모든 연령층과 지역에서 골고루 상승했다. 특히 국민의당과 무당파에서의 지지율은 이 기간 각각 3.9%→12.6%, 3.2%→10.5%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유력한 대선 주자가 없는 정의당 지지층의 38.2%가 이 시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기존 정치인과 다른 이 시장의 신선한 화법과 행동이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당과 정의당, 무당파의 지지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자의 이 시장 지지율도 9.3%→20.8%로 올랐다. 이 시장은 ‘과격한 좌파’ 이미지도 갖고 있다. 그는 “나는 실용주의자”라고 반박했다. 또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하면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은 진보 성향 비중이 매우 크지만 나는 진보와 중도 성향 지지자가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 지지자(진보 33.7%, 중도 21.0%)와 달리 이 시장에 대한 지지자(진보 20.2%, 중도 18.4%) 성향의 편차는 크지 않았다. 다만 이 시장이 내놓은 정책은 좌파에 가깝긴 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 시장의 상승에는 보이지 않는 인터넷 조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 시장 측은 “그런 체계적인 조직이 없으며 만들 생각도 아직은 없다”고 한다. 야권은 역대 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과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의 이 시장 지지율 상승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의 지지율 18.4%로 문 전 대표(19.3%)와 오차 범위 안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시장은 야권 후보 가운데 대구경북(12.3%)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와 함께 호남에서도 15.4%의 지지를 얻는 등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문 전 대표 27.1%, 안 전 대표 16.5%에 뒤이은 것으로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안 전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야권의 주요 기반인 수도권과 호남에서 유력 차기 주자로서 각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샌더스 효과’ 기대하는 민주당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지난달 28일 기자 오찬간담회에서 “이재명 시장의 상승세는 우리가 바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 대세론으로 자칫 ‘어답문(어차피 답은 문재인)’으로 격하될 수 있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문 전 대표도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워 줄 좋은 일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시장이 미국 대선 과정에서 같은 당 소속으로 힐러리 클린턴을 도운 버니 샌더스의 역할일 뿐 최종 후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대선 경선을 뒤집을 자신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시장의 상승세가 촛불 정국 이후에도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시작될 검증과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 정치·행정적 역량을 검증받아야 한다. 현재까지는 자극적 언사로 촛불 민심을 자극한 측면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엄 소장은 “현재의 여론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지만 탄핵 정국이 지나가면 진보·중도·보수의 지형이 3 대 3 대 4로 되돌아갈 것”이라며 “재선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거둔 실적만 가지고 5000만 인구의 국가 경영에 그대로 대입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5일 “이 시장은 촛불 민심을 가장 정확히 꿰뚫고 있다”라며 “좌고우면하는 듯한 다른 주자들과는 달리 선명한 화법으로 일반 대중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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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커진 촛불에 덴 비박, 다시 “탄핵”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의 열쇠를 쥔 새누리당 비주류가 4일 다시 야권이 주도하는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기로 태도를 바꿨다. 전날 전국적으로 주최 측 추산 232만 명(경찰 측 추산 42만 명)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 촛불집회가 열리자 비주류가 ‘촛불 민심 수용’으로 선회한 셈이다. 비주류의 오락가락 행보로 정국 불안정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 입장 표명과 별개로 여야가 (퇴진 시점과 방식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비상시국회의는 9일 탄핵 표결에 조건 없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은 이미 여야 협상을 거부한 채 탄핵 드라이브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여기에 여권 비주류가 ‘조건 없는 참여’를 선언하면서 9일 탄핵안 처리는 기정사실이 됐다. 이날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한 의원은 29명이다. 탄핵안 발의에 참여한 171명을 합하면 정확히 탄핵 가결정족수(200명)인 셈이다. 다만 새누리당 비주류가 모두 찬성표를 던진다는 보장은 없어 가결 여부는 막판까지 예측 불허일 것으로 보인다. 퇴진 시점과 2선 후퇴 여부에 대한 박 대통령의 추가 입장 표명도 변수다. 이에 앞서 1일 새누리당은 비주류가 참여한 의원총회에서 ‘내년 4월 말 대통령 조기 퇴진, 6월 말 조기 대선’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후 비주류 내에선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공식화하면 탄핵안 처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역대 최대 규모 촛불집회에 두 손을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 의원은 “국민의 분노가 청와대를 넘어 국회로 향하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을 받들고 국민들이 조속히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비주류의 ‘탄핵 표결 동참’ 결정 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론이 깨졌다. 야당과 최대한 협상하겠지만 안 되면 9일 탄핵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집단 불참은 없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만큼 양심에 따라 표를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남은 닷새간 새누리당 양심세력을 최대한 이끌어내 박 대통령 탄핵 성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길진균·정동연 기자}

    • 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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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 흔들림 없다지만… 野 내부 “여론 변화 가능성 대비를”

     야권 공조를 재정비한 야 3당은 3일 새벽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하면서 탄핵에 올인(다걸기)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의 ‘4월 퇴진’ 수용 여부에 관계없이 탄핵안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야권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탄핵이라는 배수진을 쳤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한 대응을 택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野, ‘촛불 민심’에 놀라 탄핵 올인 탄핵안 발의 실패로 삐걱댔던 야권 ‘탄핵연대’가 하루 만에 회복된 것은 촛불 민심의 위력 때문이다. 일부 의원은 2일 “이제 촛불이 여의도를 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2일 탄핵안 처리’에 반대했던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소속 의원들에 대해 당의 기반인 호남에서 항의가 빗발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야권의 바람대로 9일 탄핵안이 가결 처리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요구한 ‘7일 마지노선’에 박 대통령이 어떻게 화답하느냐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박계 의원 상당수는 7일까지도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말 이전 퇴진과 2선 후퇴 선언을 하지 않으면 탄핵에 동참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페이스북에 “6, 7일쯤 대통령이 여당의 건의를 받아들여 내년 4월 말 퇴진을 하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는 첩보가 방금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비박계의 탄핵 동참 의지를 사전에 꺾을 전략을 만들어놨다는 얘기다.○ 野, 정국 상황 예의주시 야권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퇴진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퇴진을 선언해도 탄핵안을 진행하겠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흔들림 없이 간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박계 요구를 모두 수용해) 여론이 변화할 수 있으니 탄력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한 중진 의원은 “박 대통령이 7일 입장을 밝힌다고 본다”라며 “우리 지도부가 (퇴진 조건 등을) 선(先)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도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12일이나 27일처럼 100만 명(주최 측 추산)이 넘는 시민이 즉각 하야 또는 탄핵을 외치는 게 아니라, 촛불 민심의 기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드러나면 고심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있다. 또 야권 일부 의원은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으로 탄핵 여론이 누그러질 수 있으니 탄핵과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끌려 다니기보다 ‘2월 말 퇴진’ ‘책임총리 국회 추천’ 등을 제안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엄청난 정치적 부담과 책임이 따를 ‘탄핵안 부결’ 후폭풍을 우려해 표결을 감행할 수 있겠느냐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탄핵안, 박 대통령 뇌물액 430억 원 명기 이날 발의된 탄핵안 최종안에는 초안대로 박 대통령에 대한 ‘제3자 뇌물죄’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실 대응이 담겼다. 헌법 위배 행위로는 △장차관 등 최순실 비호세력 임명(김종덕, 김종, 윤전추 등)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면직 △장시호 등에 대한 부당 지원 △사기업에 금품 출연을 강요하여 뇌물수수 △사기업 임원 인사 관여 △세계일보 사장 교체 등 언론기관 탄압 등이 적시됐다.  새누리당 비박 진영이 난색을 표한 세월호 참사 대응 실패 역시 헌법 10조인 ‘생명권 보장’을 위반한 것으로 규정했다. 제3자 뇌물죄로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삼성그룹과 SK, 롯데 등의 360억 원 출연, 롯데의 70억 원 추가 출연 등이 포함됐다. 최 씨가 받은 금품까지 포함해 박 대통령이 수수한 뇌물액은 모두 430억5162만 원으로 적시됐다.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 기자※ 야당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주요 내용▽헌법 위배행위①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대의민주주의(제67조), 국무회의에 관한 규정(제88조, 제89조), 대통령의 헌법 수호 및 헌법 준수의무(제66조 제2항, 제69조) 조항 위배=공무상 비밀을 최순실에게 전달하고, 비선 실세가 공직을 좌지우지하도록 한 점. 국가권력을 사익 추구의 도구로 전락시킴.② 직업공무원 제도(제7조),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제78조) 평등원칙(헌법 제11조) 위반=최순실의 비호 세력을 통해 문화체육계 인사와 이권 개입을 도운 점. 정유라 장시호 비리.③ 재산권 보장(제23조) 직업선택의 자유(15조), 기본적 인권보장 의무(제10조) 시장경제질서(제119조), 대통령의 헌법 수호 및 헌법 준수의무(제66조 2항, 제69조)=안종범을 통해 사기업을 간섭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저해.④ 언론의 자유(헌법 제21조 1항)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조항 위배=비선 실세 전횡을 보도한 언론을 탄압.⑤ 생명권 보장(헌법 제10조) 조항 위배=세월호 7시간 동안 국민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배.▽법률 위배행위-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죄), 직권남용(강요죄), 공무상비밀누설죄.}

    • 2016-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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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등장한 김기춘… “차은택 만남 대통령에 보고” 책임 돌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27일 “최순실 씨와 일면식이 없는 것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씨(47)가 최 씨의 지시를 받고 비서실장 공관에서 자신을 만났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도 김 전 실장의 “모른다”는 주장은 이날도 이어졌다. 그는 다만 “대통령의 지시로 차은택 씨를 만난 적은 있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채널A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차은택이라는 사람이 정부의 기조인 문화융성과 광고, 이런 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니 한번 만나보라’고 해서 공관으로 불렀다”며 “이후 대통령께 ‘만나봤다’고 보고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로 차 씨와 연락이 없었고, 그 사람이 하는 사업이나 일에 관여하거나 지원한 일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의 주장대로 그가 대통령의 ‘지시’로 ‘업무상’ 차 씨를 한 번 만났을 뿐이고, 이후 차 씨에 대한 특혜나 지원 등에 관여한 바가 없다는 게 사실이라면 김 전 실장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긴 어렵다. 이날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관측이다.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의 ‘지시’를 앞세운 이상 검찰의 다음 수순은 박 대통령을 통한 사실 확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법조인 출신인 김 전 실장은 지금 상황에서 ‘최순실 씨를 알긴 알았다’는 기초적인 사실관계라도 인정하면 그 다음 수순은 검찰 소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일단 끝까지 버티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이 보도했던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대표(76)와 최 씨, 차 씨의 골프 회동도 이날 사실로 확인됐다. 결국 정치권과 사정당국 주변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던 ‘최순실-김기춘-우병우’로 이어지는 ‘3각 커넥션’의 단초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일각에선 김 전 실장이 최 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만남을 피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김 전 실장이 최 씨의 ‘힘’을 알게 된 뒤 최 씨의 전횡을 용인하면서도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직접 만나지 않고 철저히 3인방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의사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간 김 전 실장에게 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유보적인 태도였다. 김 전 실장이 최 씨와의 인연을 강하게 부인하는 상황에서 차 씨의 진술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래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줄곧 “김 전 실장과 관련해 특별히 드러난 혐의가 없고 소환도 계획돼 있지 않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차 씨의 변호인이 “차 씨가 최 씨의 지시를 받아 김 전 실장을 만났다”고 폭로하면서 김 전 실장에 대한 검찰수사 상황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전 실장을 불러서 혐의 유무 등에 대해 확인을 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변수다. 다음 달 2일 특별검사가 임명되면 검찰은 수사를 중단하고 특검팀에 수사 자료를 넘겨야 한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김 전 실장에 대한 의혹 규명이 특검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길진균 leon@donga.com·조건희·한상준 기자}

    •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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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가 도는 문재인 “가짜 보수, 횃불로 태워버리자” 광주에 간 안철수 “기득권 몰아낼 기회”

     “경제 망치고 안보 망쳐온 가짜 보수 정치세력, 거대한 횃불로 모두 불태워 버립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탄핵 국면’에서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200만 촛불은 우리 사회의 구악을 불태우고 새로운 세상을 걸어 나가는 횃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야말로 벌 받을 사람 벌 받게 하자. 박 대통령이든 최 씨 일가든 부당하게 모은 것 모두 몰수하자. 뇌물죄로 처벌받게 하자. 정의를 바로 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촛불집회 직전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열린 ‘노변격문(路邊檄文)―시민과의 대화’에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나 사드 배치, 역사 국정교과서 문제 모두 박근혜 대통령은 손을 떼고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아! 배후에 최순실이 작용했겠구나’, 그렇지 않다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F-35 도입 결정을 언급하며 “방산비리 매국노, 매국집단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야권 대선주자 중 가장 늦게 박 대통령 퇴진 운동에 합류한 문 전 대표는 19일 전국적인 대규모 촛불집회 이후 본격적인 강경 모드로 선회했다. 그의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은 지난주 “박 대통령 퇴진 운동의 행보로 ‘문재인표 촛불투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문 전 대표는 현장 밀착형 행보를 이어가며 격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표 촛불투쟁’은 21일 대구 경북대, 23일 서울 숙명여대, 25일 수원 경기대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28일엔 대전지역 대학생들을 만날 예정이다. 문 전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라고 하는데, 헌법에 무슨 죄가 있느냐. 보수적이고 극우적인 정치권력과 검찰과 언론과 재벌대기업 간 특권 카르텔이 아주 강고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거나 “주류 언론이 감시하지 않고 비판하지 않으니 제왕적 대통령이 생긴 것”이라며 언론 탓을 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 박 대통령에게 기회와 시간을 줬지만 박 대통령이 이를 끝까지 거부한 만큼 문 전 대표도 앞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그의 바뀐 행보를 가능성이 커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전략 수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집토끼(핵심 지지층)와 산토끼(중도층과 무당파)를 동시에 겨냥하는 장기전 전략에서 ‘핵심 지지층 굳히기’라는 단기전 전략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는 뜻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한 대선 양자 대결을 염두에 둔 51% 득표 전략보다 40% 득표 전략으로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사실상 붕괴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만큼 3자 또는 4자 대결 구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4자 대결을 펼쳤던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는 36.64% 득표만으로도 승리했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도 이인제 후보가 신한국당을 탈당해 3자 구도로 바뀌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40.27%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어느 후보나 충분한 설명 없는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대권만 생각하는 전술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안철수, 야권주자 경쟁속 ‘텃밭’ 호남으로… 친박-친문 동시겨냥해 우회비판… “트럼프와 나는 와튼스쿨 동문” ▼ “지금이 기득권 세력을 몰아낼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27일 광주를 찾아 “100만, 200만 명 모인 민심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이렇게 모인 마음은 대통령을 바꾸라는 것을 넘어서 국가를 바꾸라는 요청”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로 규정하고 기득권 타파를 중장기적 목표로 내세운 것이다. 특히 여야의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 진영을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동시에 나머지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4·13총선 당시 통했던 구호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광주 조선대에서 열린 비상시국강연회에서 “이번 기회에 부패 기득권을 척결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 및 독립성 강화 등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안 전 대표는 촛불집회를 ‘11·12 시민혁명’으로 규정한 뒤 “여기까지 온 건 부끄럽게도 정치권이 아니다. 국민들이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기득권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는 이 시기에도 우리 국민들은 계속 현명한 선택을 해 왔다”고 자성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는 저랑 같은 와튼스쿨 동문”이라며 “그 학교를 통해 알아본 결과 이제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은 최소한 미국에서는 대한민국의 대표로, 외교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안 전 대표의 이날 광주 방문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 전 대표를 앞선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권 주자들이 잇따라 호남으로 향하자 텃밭 사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이날 강연회에서 “박 대통령만 퇴진하면 국민 4999만9999명이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촛불집회에서는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청와대에서 공갈을 친다고 한다”며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 청와대에서 ‘충성하겠느냐’고 묻는 게 관례인데, 그때 한 말과 쓴 편지를 갖고 ‘더 이상 박 대통령을 무섭게 수사하면 그것을 공개하겠다’고 공갈을 친다고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유근형 기자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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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 자세히 적으면 심리 지연”… 野 탄핵안 ‘헌법 훼손’ 초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가 임박하면서 야권의 탄핵소추안 작성을 둘러싼 고민이 커지고 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헌법재판소는 헌재법에 따라 180일 이내에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임의규정으로 ‘반드시’가 아닌 ‘가급적’ 180일 이내로 법조계는 해석한다. 변론 횟수 등에 따라 탄핵심판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결국 헌재의 의지와 판단이 핵심이라는 관측이다. ○ 범죄사실보다는 헌법가치 훼손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은 △27일 탄핵안 초안 작성 △28일 법학자 등 전문가 토론회 △29일 지도부 보고 후 국민의당 및 시민단체 등과 조율이라는 탄핵소추안 작성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작 탄핵소추안에 담을 내용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헌재의 인용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대통령에 대한 범죄사실을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적시해야 하지만 이 경우 사실인정을 위한 변론 과정이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했고, 중앙선관위도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범죄사실에 대한 인정 과정이 사실상 생략됐고, 헌재는 7차례 변론을 거쳐 63일 만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현재의 청와대는 박 대통령에게 적용될 수 있는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 기밀누설 등의 혐의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에 담길 범죄사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실인정 과정이 길어지고 헌재의 결정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을 박 대통령의 헌법가치 훼손을 핵심으로 작성하되 개별 법률 위반 사항은 헌법 위반의 근거로 제시하는 보충적 수단으로 적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석 민주당 탄핵추진실무단장은 25일 통화에서 “뇌물죄의 경우에도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혐의가 적시됐기 때문에 탄핵 사유에 포함시킬 수 있지만 사실관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포함 여부는 더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법 51조 심판정지 논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더라도 헌재가 최순실 씨 등에 대한 형사소송 결과를 보기 위해 탄핵심판 절차를 6개월에서 12개월 정도 중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범죄사실 인정을 위해 이미 기소된 최 씨 등 공범에 대한 법원의 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헌재가 심판을 정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주장은 헌재법 51조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대통령 측 변호인이 시간을 끌기 위해 ‘심판정지’를 요청할 가능성은 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소추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대통령은 이 조항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압도적 다수설”이라고 반박했다. 헌재가 펴낸 ‘주석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법 51조의 ‘동일한 사유’는 ‘탄핵심판이 청구된 바로 그 사람을 피고인으로 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헌재의 탄핵 심판이 의외로 빨리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정연주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정국 혼란과 민심을 고려해 검찰이나 특검에서 밝힌 사실 관계를 그대로 인용해 심리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은 이날 탄핵소추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막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탄핵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 카드로 탄핵소추안 본회의 통과를 막을 것을 우려한 사전 조치다. 현행 국회법은 대통령 및 국무총리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폐기된 것으로 간주한다.길진균 leon@donga.com·조건희 기자}

    • 2016-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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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세력 확장 고심… 선명성 경쟁 뛰어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4일 “(2014년) 세월호 참사는 안전에 무관심한 대통령이 빚은 인재”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기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을 찾아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밝히지 않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탄핵 사유”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신중 모드를 이어가던 문 전 대표가 다시 전통적 야권 지지층을 껴안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뛰어드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에서 이슈를 이끌기보다 뒤따라가는 행보를 보였다. 차기 대선을 고려한 중도·보수층 껴안기 전략으로 풀이됐다. ‘명예로운 퇴진 보장’ 등 박 대통령의 퇴로를 열어주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우왕좌왕’ ‘좌고우면’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신중하던 문 전 대표가 갑자기 강경 발언을 꺼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 전 대표 측은 기대만큼 중도·보수층으로 외연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나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같은 경쟁자는 선명성을 기치로 야권 지지층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중도 확장 전략에 대한 보수층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문 전 대표는 벌써 대통령이 다 된 듯 착각하면서 계산기만 두들기며 탄핵 절차를 머뭇거리고 있다”고 공격했다. ‘프런트리더(선두주자)의 딜레마’라는 해석이 나온다. 1위 후보는 여타 여야 후보들의 총공세를 받게 된다는 얘기다. 문 전 대표 측 내부에서는 아킬레스건으로 통하는 호남 지지율의 반등을 위해서라도 현 정국에서 선명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 측은 호남 출신 대변인 또는 부대변인 영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박(비박근혜), 비문(비문재인) 진영 같은 여야 비주류를 주축으로 개헌을 통한 정계개편론이 확산되는 것도 문 전 대표가 강경 발언을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개헌파는 기존 헌법의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개헌이 내년 상반기에 현실화돼 대통령제에 변화가 생긴다거나, 이에 수반되는 정계개편 과정에서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분열한다면 대선 선두주자인 문 전 대표의 입지는 퇴색될 확률이 높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16-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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