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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는 본사가 위치한 충남 서산시 대산 지역에서 지역 상생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역 농업인의 쌀 판로를 확보하고, 구매한 쌀을 충남 내 저소득 가정에게 기부하는 ‘지역 쌀 구매 사업’과 본사 인근 바다의 수산 자원 보존을 위해 25만 마리의 우럭 치어를 방류하는 ‘바다 가꾸기 사업’이다. 이들 사업은 올해로 20회를 맞아 그 의미를 더했다.또 대산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사랑의 김장나누기’ 사업, 본사 인근 화곡 저수지와 해양 정화 사업, 대산 지역 학생들을 위한 입시설명회 개최와 장학금 지급 사업 등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사회공헌사업은 지난 2011년 설립된 ‘현대오일뱅크 1%나눔재단’을 시작으로 크게 확대됐다. 1%나눔재단은 대기업 임직원의 급여 일부를 재원으로 설립한 국내 최초의 재단이다. 회사 역시 기부금을 보태 임직원과 함께 어려운 이웃들을 도왔다. 이 재단은 설립 이후 우리 사회에 잔잔한 영향을 줬다. 이후 많은 대기업에서 재단의 설립취지에 공감하여 임직원 급여를 기반으로 재단을 설립하는 등 1%나눔재단은 새로운 기부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지난 2020년부터는 현대오일뱅크1%나눔재단이 현대중공업그룹1%나눔재단으로 확대되어, 현대중공업 그룹 전 계열사 임직원이 급여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1%나눔재단은 보육원을 퇴소한 자립준비청년 지원 사업, 전국 노인복지관에서 취약 계층 어르신께 중식을 지원하는 ‘1%나눔진지방’ 사업, 취약 가구 및 시설에 동절기 난방유를 지원하는 ‘사랑의 난방유’ 사업, 지역사회 취약 가구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청소년 장학사업’ 등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현대오일뱅크 임직원들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자원봉사 활동인 ‘행복나눔 봉사 프로그램’도 18년째 이어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현장 봉사가 어려운 때에는 다양한 비대면 봉사활동을 펼쳤다. 현대오일뱅크는 문화적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 공헌 사업도 최근 크게 확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20년부터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영화란 자막과 화면 해설이 포함된 영화다. 이 때문에 시청각 장애인과 초고령층뿐만 아니라 한국어 구사능력이 떨어지는 다문화 가정 등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20년 영화 ‘감쪽같은 그녀’와 애니메이션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를 시작으로 매년 2, 3편의 배리어프리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임직원들이 목소리 기부를 통해 참여의 폭을 확대할 방침이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가수 조용필이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개최한 네 차례 단독 콘서트가 4일 끝났다. 4년 만의 단독 공연인 이번 콘서트는 10월에 예매를 진행했는데 단 30분 만에 2만 석이 매진됐다고 한다. 이번 공연을 다룬 언론 평가는 대체로 비슷하다. “72세의 가왕(歌王)이 더 젊어졌다”는 것이다. 조용필의 신곡 ‘찰나’를 듣고 그런 평가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반짝이는 너/흐트러진 나/환상적인 흐름이야’란 감각적인 가사의 사랑 노래를 새 창법으로 불렀다. 9년 전 곡인 ‘바운스’ 때까지 유지했던 조용필 특유의 ‘꺾기’가 사라졌다. 모던록 스타일의 곡에 비교적 담백하게 조용필 목소리를 얹었다. 그게 관객이나 기자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준 모양이다. 누구나 안다. 노래방에 가서 평소에 부르던 노래를 다른 창법으로 부르면 무척이나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걸. 하물며 50년 동안 한국 가요계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 고희가 넘어서 새로운 방식으로 노래하기가 쉬웠을 리 없다. 그의 도전은 이 곡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용필은 내년에 찰나가 포함된 정규 20집을 내놓는다고 한다. 87세 배우 이순재는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로 21일 연극 연출에 나선다. 스스로를 ‘최고령 신인 연출가’라고 자칭하는 그는 “연기엔 끝이 없고, 새로운 도전만이 있다”고 말했다. 87세 배우가 말하는 ‘도전’이란 단어는 신선하다. 이런 새로운 시도는 예술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교육계에서는 구순(九旬)이 넘은 현역 최고령 대학총장인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대표적이다. 기자는 최근 3년 동안 이 총장을 두 번 만나 인터뷰했는데, 그는 그때마다 새로운 관심사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2019년에 만났을 때는 ‘인공지능(AI)’, 지난달 만났을 때는 ‘학생 창업’이 그의 관심사였다. 둘 다 젊은 대학총장들도 쉽게 대응하기 어려운 주제다. 하지만 가천대는 총장의 의지로 AI학과를 만들고, 창업대학을 별도 단과대로 개설했다. 90대 총장의 창업대학 개설 각오가 “앞으로 10년 동안 스타트업 1000개를 배출할 것”일 정도다. 출범 10년밖에 되지 않은 경기 성남의 ‘젊은 대학’인 가천대에 대해서 “성장세가 확연하다”는 대학가 평가가 나오는 데는 총장의 이런 도전 정신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모든 분야에서 70대, 80대 현역을 넘어 ‘100세 현역’이 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을 꼽아 보면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많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삶의 목표가 뚜렷하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 고령층이 늘어날수록 노인 지원 방식 역시 단순한 ‘현금 살포’에서 각 분야 고령층이 지닌 전문성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노년이 되면 얼굴보다 정신에 더 많은 주름살이 생긴다. 늙으면서 곰팡내 나지 않는 영혼이란 없으며, 있다 해도 매우 드물다.” 버릇없는 요즘 아이들 말 같지만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미셸 몽테뉴의 격언이다. 오늘보다 내일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어른들이 늘어나 이 말이 틀렸음을 증명하길 기대한다.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

드림래더스는 KAIST 전산학부와 ‘학습측정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개발과 관련한 산학협력 연구 과제를 공동 추진한다고 22일 밝혔다. 드림래더스와 KAIST 전산학부 연구진은 이번 AI 분야 연구를 통해 학습자의 학습데이터를 측정하는 AI 알고리즘 개발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KAIST는 국내 최고의 AI 분야 교수진이 있으며, 그동안 다수의 AI 연구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드림래더스는 이번 산학협력을 통해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에듀-메타코어(EDU-Metacore)’ 프로젝트에서 학습자들이 학습을 통한 보상이나 웹 3.0 기반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큰 힘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류석영 KAIST 전산학부장은 “컴퓨터 비전 기술을 이용해 교육 환경을 모니터링해 교육의 안전성, 효과성 증대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며 “KAIST 전산학부와 드림래더스의 산학 공동 연구과제에서 실용적인 결과물이 나와 교육 분야 전반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드림래더스 유성원 대표이사는 “이번 산학협력 AI 연구 공동 추진으로 학습자의 학습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측정하고 보관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특히 교육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한 프로젝트는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드림래더스가 런칭하는 ‘S2E 학습 앱’에서는 학습자가 학습 후 포인트로 재정 보상을 받아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 이 포인트를 활용해 앱 내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강의 및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2023년 상반기(1~6월) 중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2008년 1월 7일 경기 이천시 호법면의 ㈜코리아2000 소유 냉동창고에서 큰불이 났다. 밀폐된 공간에서 전기 용접을 하다가 불씨가 벽 사이에 남아 있던 유증기(油蒸氣)로 옮겨붙었다. ‘펑…펑…펑’ 10초 간격의 세 차례 폭발 후 40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자는 그때 입사 4개월 된 수습기자였다. 사회부 출동 차량은 화재 소식을 듣자마자 기자 2명과 수습기자 2명을 태우고 내달렸다. 추가 폭발 우려에 소방관들은 우리가 도착할 즈음에서야 희생자를 싣고 나왔다. 당시 취재수첩을 보면 12번째 사망자부터 시작해 대부분의 희생자가 나오는 걸 눈으로 확인한 뒤 선배 기자에게 보고했다. 흔히 폭발이나 화재 사고가 나면 시신이 새까맣게 타 형체를 구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얼룩덜룩한 피부가 검붉게 남는다. 불에 탄 신체 기관도 대부분 식별 가능하다. 그때 봤던 어느 희생자의 눈빛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예기치 않게 가끔 떠오른다. 한국기자협회가 4월 진행한 조사에서 현직 기자의 79%가 “기자 일을 하면서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답했다는데, 기자 역시 그중 한 명인 셈이다. 실제로 트라우마는 오래 지속된다. 대형 재난을 직접 겪었을 때는 3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사고 유가족에겐 그 기간이 평생이 될 것이다. 오강섭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미국은 9·11테러 20년이 지난 지금도 트라우마 이후에 생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 트라우마의 장기화를 막는 게 빠른 치료다. 전문의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조금 있으면 잊혀지겠지’ 하다가 PTSD가 심각하게 악화된 후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재난에 직접적으로 휘말린 경우가 아니라면 ‘내가 무슨 트라우마 피해자야’라는 생각에 치료 적기를 놓치는 일도 적지 않게 벌어진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내가 무슨 피해자야’란 환자가 너무나도 많이 나온 사건이었다. 이번 참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사실상 생중계된 첫 참사다. 다수의 10대 학생을 포함해 새벽까지 ‘무삭제 사고 영상’을 접했던 사람들 상당수가 이 범주에 해당될 것이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우리 사회에도 트라우마 치료에 대한 공감대가 생겼다. 인간은 대형 재난으로 인해 정신적으로도 상처받을 수 있고, 그 상처는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문제는 그런 일로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을 두드리는 걸 주저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전화로 할 수 있는 ‘마음 응급처치’라도 하길 권한다. 대표적인 곳이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 1577-0199다. 외우기 쉬운 129 보건복지콜센터로 전화해도 된다. 행정안전부와 대한적십자사 역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1670-9512)에서 모든 재난 경험자의 심리적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한국심리학회도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무료 심리상담(1670-5724)을 시작했다. 연이은 사건사고로 많은 사람에게 생긴 마음의 상처가 빨리 낫기를 기원한다.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

“식사하러 왔는데 경호가 왜 이리 삼엄한가요. 여기가 서울 광화문에 있는 식당이니 혹시 윤석열 대통령이 근처에서 식사라도 하고 계시려나요. 실제 만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기는 합니다. 총장이 되고 보니 교수였을 때 보던 것과 상황이 너무 다릅디다. 그나마 우리 학교는 이른바 ‘인서울’ 대학인데도 그래요. 최근 지방대 한 곳을 다녀왔습니다. 우리더러 캠퍼스가 됐든, 분교가 됐든 ‘경영을 맡아 달라’고 해서요. 지금 그런 요청을 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그만큼 지방 상황이 쉽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우리가 대학생에게 쓰는 돈이 얼마인지 아세요? 한 명당 연간 1만1000달러(‘OECD 교육지표 2022’ 기준 공교육비 1만1287달러·약 1603만 원)입니다. 그런데 중고생은 그게 1만7000달러(약 2414만 원)예요. 대학생 교육 투자가 중고교생보다 낮은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습니까. 미국은 대학생 1년 교육비가 3만 달러(약 4260만 원)를 넘습니다. 대학 등록금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14년 연속 동결됐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수입이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면 성장이 불가능해져요. 이젠 실험 설비를 교체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 14년 동안 아무리 애써도 교육부에서 받는 지원도 제자리입니다. 이제 우리 대학가에서 대규모 투자는 외부에서 기부금이 들어오는 ‘스카이’급 대학들의 전유물이 됐습니다. 등록금 동결 14년 동안 대학교수와 직원 월급도 동결됐습니다. 밖에선 급여 더 깎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 학교 교수님 아들 중에 젊은 나이에 미국 유수의 대학 교수로 임용된 인재가 한 분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모셔오라고 했어요. 그런데 바로 포기했습니다. 아버지와 같은 학교에 재직하는 ‘부자(父子) 교수’라는 명예만으로는, 14년 동안 벌어진 한미 교수 간 임금 격차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해외에서 공부하는 한국 출신 고급 두뇌들이 다시 고국의 대학으로 돌아올까요. 그나마 지금 계신 교수님들도 이제 강의나 연구가 뒷전입니다. 외부에서는 프로젝트 과제를 던지고, 교수들을 줄 세웁니다. 그거 말고는 재원이 없으니 모두가 혈안이 되어 따내려고 애씁니다. 지식인들이 자신의 직업에 자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결국 대학은 ‘돈 안 되는’ 전공을 정리해야 합니다. 굳이 과 이름을 밝히진 않겠습니다만, 이제 그런 전공들은 서울대나 하라는 겁니다. 저희 대학도 장기적으로 전체 전공의 절반을 정보기술(IT) 관련으로 바꿀 겁니다. 각 학과에 이미 ‘생사(生死) 기준표’를 전달했어요. 다행히 아직 폐과된 곳은 없습니다. 지금 정부의 취임 일성이 ‘교육개혁’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될지 봐야겠죠. 그런데 초중고 교육교부금 중에 일부나마 대학으로 돌린다는 첫 방안부터 잘 추진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20세기 한국 발전의 원동력은 대학 교육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대학들은 그 역할을 하기는커녕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걱정입니다.”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

“하나, 상사가 부르면 즉시 일어서자. 둘, 상사는 섬겨야 한다….” 지난해 12월 전북 남원시 동남원새마을금고 A 이사장이 지점 직원 12명에게 나눠 준 이른바 ‘6대 예절 지침’의 시작 부분이다. A 이사장은 이 지침을 인쇄해 회의 시간에 배부했다. 여기엔 ‘상사의 단점을 너그러이 받아들이자’, ‘상사의 화를 자기 성장의 영양소로 삼자’ 등 하급자의 일방적인 ‘인내’를 강요하는 듯한 문장이 담겼다. 고용노동부는 27일 동남원새마을금고 특별근로감독 시행 결과를 발표했다. 이 곳은 여직원 5명만 번갈아 밥을 짓도록 하거나 화장실 수건 빨래를 시키도록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특별감독 대상이 됐다. 고용부는 이 곳의 이사장과 지점장 등이 업무 범위를 벗어나 하급자들에게 고통을 준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직원들이 납부할 돈이 아닌 새마을금고 협동조합 출자금을 매달 10만 원씩 직원들에게서 거뒀다. 여성 차별 관련된 내용도 확인됐다. 회식할 때 여직원들에게 “이사장과 이사들에게 술을 따라 드려야 한다”는 발언이 오갔다. 피복비를 남성에게 30만 원, 여성에게 10만 원 차등 지급하기도 했다. 고용부 실태조사 결과 이 새마을금고의 여직원들은 모두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밖에 임금 체불 7600만 원과 최저임금 위반 등의 사실도 추가로 적발됐다. 고용부는 이 새마을금고와 관련해 4건을 사법처리하고 과태료 1670만 원을 부과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일부 지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반의 불합리한 문화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10월부터 새마을금고와 신협에 대해 추가 근로감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이명박(MB) 정부 마지막 해의 일이다. 당시 과천 관가에선 군의 암구호처럼 ‘VIP 사업’이란 단어가 자주 떠돌았다. 사석에서 만난 관료들이 “곧 치러질 대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VIP 사업은 비판받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식이었다. 누구도 이름을 말하진 않았지만 모두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바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정부 안에선 아직도 대통령을 ‘VIP’나 ‘1호’ 등으로 우회 지칭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현직 대통령이 큰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는 사업을 VIP 사업이라 부르곤 했다. 물론 문서상으로는 ‘정부 역점 사업’ 등으로 순화해 표현한다. VIP 사업은 토건 사업일 수도, 정책일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의 세종시 건설, MB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인 토건 VIP 사업이다. 둘 다 대선 공약에서 비롯됐다. 충남 연기군 일대에 인구 50만 명의 행정수도를 만드는 세종시 건설 계획은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6년 첫 삽을 떴다. 4대강 사업은 MB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 11월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 공사를 마무리하면서 끝났다. 공무원들 사이에선 VIP 사업에 ‘최소 20조 원 든다’는 말이 있었다. 실제 세종시 건설에 투입된 공공자금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예산 포함 22조5000억 원, 4대강 사업에 쓴 사업비가 약 22조 원이었다. 한 예산 당국자는 “민의로 뽑힌 대통령이 시대정신을 반영해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바꾸려고 할 때 그 정도 비용이 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하기도 했다. 직전 문재인 정부도 정책 분야에서 VIP 사업이 있는 것 같다. 5년 내내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2개월 만인 2017년 7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1번 과제로 소득주도성장을 무대 위에 올렸다. 구체적으로 최저임금 시간당 1만 원, 실업급여 증액, 건강보험 보장 비율 70%를 제시했다. 지금 되짚어 보면 문재인 정부의 이후 5년은 그때 내건 구호를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아직도 대통령직을 걸고 추진하는 대형 사업이 잘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 노동 교육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3대 개혁론이다. 다만 그 뒤에 이어지는 정부 측 움직임은 생각보다 굼뜨다. 대통령이 나서서 느린 진척 상황을 독려하는 모습도 없다. 정부 안팎에서 “급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연금 노동 교육개혁이 윤 대통령이 염두에 둔 VIP 사업이 아닐 수도 있다. VIP 사업은 한국식 대통령 5년 단임제하에서 개별 정부의 철학과 브랜드를 정립하는 역할을 해 왔다. 단 하나의 예외 없이 모두 극단적 찬반에 휩싸였고, 그런 경험이 다른 정책을 추진할 때의 추진 동력이 되기도 했다. 이들 사업에 대한 최종 평가는 역사가 내릴 것이다. 다만 확실한 건 ‘총력전’을 벌인 사업이나 정책을 갖지 못한 정부는 평가할 여지조차 없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가 더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

‘만 5세 취학연령 하향’ 논란으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물러났다. 취임 후 34일 만에 사퇴한 박 전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구성원 중 첫 중도 사퇴자가 됐다. 이번 사안을 되짚어 보자.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자는 것이 그렇게도 ‘욕먹을’ 일이었을까.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취학연령을 1년 당기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여러 차례 나왔다. 다만 그걸 서투르게 추진한 결과가 취임 한 달 된 교육 수장의 초단기 낙마 사태로 이어졌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처음 나왔다. 부처 출입을 해 본 기자들은 안다. 통상 대통령 업무보고는 앞으로 이런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집짓기로 따지면 ‘골조 공사’에 해당된다.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도 대부분 구체성이 떨어져 중요한 기사로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 교육부 업무보고 역시 발표 전날까지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향성만 있었다. 그런데 발표 당일 박 전 부총리가 대통령 보고 전 사전 브리핑에서 “2025년부터 조기 입학을 시행하는 것이 정책 시나리오다. 1∼3월생을 먼저 입학시켜 정원의 25%씩 4년에 걸쳐 학제를 당기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하고 나섰다. 구체적인 조기 취학 시작 연도와 방식이 장관의 입에서 나오자 기사가 커졌다. 시도교육감들도 몰랐던 ‘깜깜이’ 정책에 반대 여론도 거세졌다. 뒤늦게 교육부가 “공론화를 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결국 엎질러진 물이 됐다. 만약 박 전 부총리가 교육 정책의 민감성을 아는 장관이었다면 어땠을까. 지난 30년 동안 여러 반발에 부닥쳐 끝내 무산됐던 만 5세 취학을 그런 식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략적인 추진 방향만 밝힌 뒤, 여론 수렴 방안을 내놨을 것이다. 정책의 생리를 아는 관료 출신이었다면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그렇게 구체적인 숫자를 내놓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비전문가가 지나친 의욕을 가지고 첫 업무보고에 나선 게 가장 큰 화근이었다. 윤석열 정부 첫 교육부에는 ‘교육 전문가 수장’이 없다. 박 전 부총리는 행정학 전공 교수다. 장상윤 차관도 정책 조정이 주 업무인 국무조정실 출신, 차관보는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모두 ‘외인부대’다. 설령 교육부가 ‘내부 개혁’이 필요한, 변화가 필요한 부처라는 데 고위급 인사의 방점이 찍혀 있더라도 뭘 알아야 키를 쥐고 갈아치울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교육개혁을 3대 개혁 중 하나로 꼽았다. 이번에 장관 낙마를 부른 취학연령 하향은 사실상 다시 추진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굵직한 국정과제만 봐도 ‘대입제도 개편’, ‘대학규제 완화’,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유보통합)’ 등이 있다. 모두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못지않은 논란과 반발을 예고하는 것들이다. 이미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했다. 이번에야말로 개혁할 교육 과제를 이미 잘 아는 전문가를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교육장관으로 등용해야 한다. 또 비전문가 장관이 나와 업무 파악부터 시작한다면 개혁은 완전히 물 건너간 일이 될 것이다.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

‘자율’방역은 ‘과학’방역과 함께 윤석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에 어떻게 대응할지 그 지향점을 보여주는 슬로건이다. 이 단어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막판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대폭 풀어줄 때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윤 정부가 인수위 때부터 ‘자율책임 방역’이나 ‘자율중심 방역’ 등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이젠 현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됐다. 자율은 과학과 마찬가지로 단어 자체의 방향성이 없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자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는 것’이다. 타인의 지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감염병 예방에 나서는 걸 자율방역이라고 지칭할 뿐이다. 2년 넘게 ‘사회적 거리 두기’의 구속이 지긋지긋했던 국민들은 처음엔 자율방역에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7월 들어 코로나19 환자가 매일 7만 명 넘게 발생하고, 8월 중순엔 하루 30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자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는 중이다. 아이 교실의 옆자리 학생들이 속속 코로나19에 걸리는데도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은 “방학 전까지 기본방역 체계를 지키고, 방학 기간에는 학원 방역을 점검하라” 정도다. 환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는데 방역당국의 아침 브리핑은 “마스크를 잘 쓰고, 밀폐 공간에 가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게 자율방역의 실체라면 이번 코로나19 유행 대책도 결국 ‘각자도생’의 되풀이가 될 것이란 시중의 걱정도 이해할 만하다. 정부가 이 단어를 거리 두기의 반대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도 혼란을 키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13일 현 정부의 첫 코로나19 대책을 내놓으며 “국민 생활에 광범위한 제한을 가져오는 사회적 거리 두기보다 사회 각 분야별 자발적인 방역 실천을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규제하지 않겠다는 것 외에 무엇을 하겠다는 메시지가 없다. 자율적인 방역을 위해선 우선 정보가 필요하다. 정확하게는 ‘업데이트된 맞춤형’ 정보다. 이제 와서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2월부터 되풀이하던 “마스크 쓰라”는 얘기를 한다면, 귀담아들을 국민이 없다. 하지만 지금도 정부의 코로나19 홈페이지에는 ‘코로나19의 증상’, ‘올바른 마스크 착용 방법’ 등 2년 전 게시된 낡은 정보만 올라와 있다. 맞춤형 정보라는 게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참석자 전원이 귀담아들은 코로나19 관련 얘기가 있다. 그는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은 통상 7개월 정도 자연 면역을 유지한다”며 “백신 추가 접종은 그 이후로 고려해 보라”고 충고했다. 전원 코로나19 유경험자였기에 모두에게 최신 상황을 담은 맞춤형 정보가 된 것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은 거의 사라졌다. 정확한 정보만 있다면 국민들의 자율방역이 성공적일 수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2년 반 지난 낡은 코로나19 매뉴얼 대신 지금 필요한 정보를 담은 새 방역수칙 마련이 선행되어야만 할 것이다.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

관광지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20대 남성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떨어지자 곳곳에서 돈을 빌리는 것도 모자라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심한 우울과 무기력증에 시달리던 A 씨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29명을 ‘심리부검’한 결과 이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A 씨처럼 경제적 문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부검이란 자살자의 유족과 지인의 진술을 통해 자살 원인을 분석하는 조사다. 보건복지부는 19일 ‘2015∼2021년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자살자 심리부검 결과를 공개했다. 매년 하는 이 분석에서 코로나19 관련 분석을 한 건 처음이다. 이들 29명의 생전 스트레스 요인을 분석(복수 응답)한 결과 수입 감소와 파산 등 ‘경제적 문제’(23명)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 구직과 실직, 과로 등 ‘직업적 문제’(19명)가 그 다음이었다. 이 외에는 △가족관계(15명) △대인관계(8명) △부부관계(6명) 등 순이었다. 29명 중 남성이 19명, 여성은 10명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가 각각 9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와 50대는 각각 4명, 60대 이상이 3명이었다. 이들 29명을 포함해 2015∼2021년 심리부검이 이뤄진 자살자는 총 801명이다. 이들 중 753명(94.0%)은 사망 전 감정이나 수면시간, 식사량 등이 급격히 변화하는 일종의 ‘경고 신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287명(35.8%)은 사망 전 한 번 이상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를 했었다. 343명(42.8%)은 주변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족이나 지인 등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애플리케이션(앱) ‘다 들어줄 개’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박재명기자 jmpark@donga.com}

인류는 언제부터 죽은 자의 장례를 치르기 시작했을까. 학자들은 구석기 시대인 5만∼10만 년 전 매장 풍습이 정착됐을 것으로 본다. 그 이전에도 죽은 사람의 시신을 매장했다는 학설이 있지만 검증하기 쉽지 않다. 그만큼 오래됐기 때문이다. 장례는 지극히 보수적인 문화다. 장례학 개론서에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장례 의식은 모든 관혼상제 중 가장 느리게 변화한다”고 적혀 있다. 선사시대부터 이뤄지던 매장이 21세기인 지금도 주요 장례방식 가운데 하나인 점을 감안하면 그게 사실일 것이다. 앞으로 우주 식민지에 정착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우리는 죽은 자를 안치할 한 뙈기의 우주 땅을 찾아 나설지 모른다. 그런 장례 인식이 최근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게 ‘산분장(散粉葬)’ 도입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에 사람의 뼛가루를 산과 바다 등에 뿌리는 장례 방식인 산분장을 합법화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부모 유골을 뿌려 버리는 게 무슨 장례냐”는 반대 여론이 커 정부는 산분장에 대해선 불법도 합법도 아니라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그 방침을 바꿔 제도권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개인이 죽음을 선택하는 행동에도 점차 관대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팀이 내놓은 성인 10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안락사 법제화에 찬성한다”는 국민이 10명 중 8명에 가까운 76.3%에 달했다. 5년 전만 해도 안락사 찬성률은 41.4%에 그쳤다. 죽음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태도가 왜 이렇게 바뀌고 있을까. 핵심 이유로 1인 가구 증가가 꼽힌다. 산분장에 찬성하는 국민은 대략 10명 중 2명(22.3%) 정도지만 혼자 사는 1인 가구만 놓고 보면 10명 중 3명(27.4%)까지 찬성 비율이 오른다. 안락사 역시 마찬가지다. 거동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홀몸노인이나 아픈 자신을 챙겨줄 이 없는 미혼자 등을 중심으로 찬성 여론이 점점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이 현대에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신라시대 왕 가운데 봉분을 만들지 않고 화장 후 유골을 뿌린 것으로 확인되는 왕은 효성왕, 선덕왕, 진성왕, 경명왕 등 4명이다. 이들은 모두 후손이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때는 자식이 없는 사람이 드물었지만 지금은 30대의 42.5%(2020년 기준)가 결혼하지 않았다. 그 숫자가 300만 명에 이른다. 지금 20∼50대가 노인이 되는 시점엔 혼자 사는 노인이 전국에서 500만 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 가족 없는 1인 가구가 늘어날수록 죽은 이와 후손 사이의 ‘사회적 소통’이던 장례와 임종의 의미는 흐릿해질 것이다. 죽음은 점점 더 혼자 감당해야 할 ‘개인적 체험’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 사회는 거기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현재 20∼50대, 그중에서도 미혼자들은 노인이 되더라도 경제적으로는 그 어느 세대보다 부유할 것이다. 이들 세대가 노인이 될 때 지금과 같은 ‘용돈벌이 식’ 노인 일자리가 과연 필요할까. 오히려 산분장 합법화와 안락사 법제화 같은 제도 도입과 인식 전환이야말로 장기 저출산 시대의 진정한 노인 대책일 것이다.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

근로자가 질병과 부상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할 때 소득의 일부를 국가가 보전해 주는 ‘상병(傷病)수당’ 시범사업이 다음 달 4일 시작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5일 회의를 열고 상병수당 시범사업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 6개 시군구부터 시작…2025년 전국 확대 계획이번에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하는 곳은 서울 종로구, 경기 부천시, 충남 천안시, 전남 순천시, 경북 포항시, 경남 창원시 등 전국 6개 시군구다. 이들 지자체에 주소를 둔 근로자들은 다음 달 4일 이후 상병수당 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상병수당 협력사업장’ 소속이면 다른 지역에 살아도 혜택을 볼 수 있다. 택배기사나 학습지 교사 등 특수형태근로노동자와 프리랜서도 신청 가능하다. 의료기관에서 상병수당용 진단서를 발급받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면 된다. 아픈 근로자들이 받는 수당은 최저임금의 60%로 결정됐다. 올해 하루 최저임금(7만3280원)을 적용하면 하루 4만3960원을 최대 120일간 받을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상병수당 지급 방식과 기간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시범사업에서 여러 모형을 시험해 최적의 제도를 찾기 위해서다. 일례로 부천시, 포항시는 아프기 시작한 뒤 8일째부터 최대 90일 동안 상병수당을 받을 수 있다. 제도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첫 7일을 ‘대기기간’으로 정했다. 종로구와 천안시는 대기기간이 14일로 더 길지만, 15일째부터 최장 120일 동안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순천시와 창원시는 대기기간이 3일로 짧지만 입원 치료 기간에만 수당을 준다. 이번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1단계’다. 매년 적용 지역을 넓혀 2, 3단계로 사업을 확대한다. 앞으론 최저임금 대신 근로자의 기존 소득에 대비해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 상병수당 제도를 전국에서 시행할 계획이다.● 쉬어도 일자리 잃지 않도록…‘병가 법제화’ 필요상병수당은 일종의 ‘글로벌 스탠다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상병수당 제도가 없는 나라는 현재 한국과 미국뿐이다. 전문가들은 상병수당 제도와 함께 ‘아프면 쉬는 문화’가 함께 정착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병수당을 주더라도 쉬고 나서 돌아갈 일자리가 없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라며 “무급이라도 병가 제도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픈 근로자에게 수당을 주기에 앞서 법적으로 쉴 권리를 보장하자는 얘기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사업장 가운데 무급이라도 병가를 쓸 수 있는 곳은 전체의 46.4%에 불과했다. 특히 9인 이하 사업장은 병가 사용가능 비율이 16.5%에 그쳤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상병수당 이외에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 아프면 쉴 수 있는 제도적, 문화적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살다보면 그냥 지나친 날이었는데 뒤돌아보니 중요한 날들이 있다. 별생각 없었던 사소한 식사가 사랑하던 이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던 걸 뒤늦게 깨닫는다. 아무 일도 없었던 평범한 날에 불현듯 자신을 평생 괴롭히던 두통이 사라졌단 걸 나중에 알게 되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선 올 5월 16일이 그런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날’ 중 하나일 것이다. 국민들에게 코로나19 통계를 알려 주던 ‘코로나 라이브(corona-live.com)’가 2020년 8월 개설 이후 21개월 만인 그날 문을 닫았다. 코로나 라이브는 코로나19 환자 수를 실시간으로 보여 주는 사이트다. 2020년 8월 당시 처음으로 하루 수백 명씩 코로나19 환자가 나오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여전히 하루가 지난 뒤에 전날 환자를 확정 발표하는 방식만 고수했다. 코로나 라이브가 각 시도 집계를 바탕으로 실시간 확진자를 보여 주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질병청 발표가 아닌 코로나 라이브 수치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정부 사이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디자인과 시인성도 코로나 라이브의 인기 요소였다. 확진자, 사망자 수치를 한 주 전, 한 달 전과 비교하기도 간편했다. 사람들은 코로나 라이브를 통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게 2년간 지속됐다. 누적 조회 수는 8억2008만 건을 넘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은 이 사이트는 22세 대학생 홍준서 씨가 만들었다. 처음 개설하던 2020년엔 스무 살 청년이었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정보 수집부터 사이트 보수까지 모든 것을 혼자 했다. 광고도 마다하고 사람들에게서 소액 후원금만 받아 운영했다. 코로나 라이브는 운영 종료 후 어떻게 될까. 홍 씨는 “10년, 20년 뒤 추억이 될 것 같아 접속만 가능하도록 놔둘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코로나 라이브 운영 노하우를 물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엔 “그런 전화는 없었다. 광고를 얹자는 마케팅 제휴 연락만 많이 왔다”고 전했다. 최근 방역당국 발표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표현 중 하나가 ‘코로나19를 참고해서’다. 100% 다시 시작될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해 코로나19 유행 당시 효과가 있었던 것들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받은 코로나 라이브의 실시간 확진자 집계 방식도 계승될까. 방역당국의 입장은 “불확실한 정보로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부정적이다. 이르면 6월 말 코로나19 재유행을 발표한 게 질병청이다. 그때가 되면 또다시 나타날 ‘제2의 코로나 라이브’에만 의존할 건가. 다행히 홍 씨는 개발자 공유 사이트인 ‘깃허브’에 코로나 라이브 소스코드를 공개해 뒀다.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정부가 아니더라도 코로나 라이브가 만든 감염병 집계의 ‘유산’을 남길 길이 열린 것이다. 이 재기발랄한 청년은 사람들이 운영비에 보태 쓰라고 보낸 돈 중 남은 4136만901원을 끝전 하나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코로나 라이브 명의로 기부했다. 괴롭고 긴 터널이었던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미담 중 하나일 것이다.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

국회가 오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연다. 임명 찬반을 떠나 정 후보자가 지금까지 ‘겪은 적 없는’ 종류의 장관 후보자임은 드러난 사실만 봐도 명확해 보인다. 정 후보자는 일요일인 4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과 관련된 문제 제기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그날 내부 홈페이지에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 보도설명(참고) 자료’ 게시판을 만들었다. 언론이 정 후보자 관련 문제를 보도할 때마다 반박 문서를 올렸다. 이 게시판에는 보름 만에 자료 61건이 모였다. 쉬는 날도 없이 하루에 4건 넘게 반박한 셈이다. 당초 복지부 실무진은 정 후보자에게 인사 검증 기사에 대응하지 않는 ‘로키(low-key)’ 전략을 건의했다고 한다. 그동안 겪은 장관 인사청문회 결과를 반영한 조언이었을 것이다. ‘하루 4건’ 반박을 선택한 건 정 후보자의 판단, 혹은 개인 성정 때문이란 얘기다. 정 후보자는 무엇을 그리도 반박하려 했을까. 추측하기 어렵진 않다. 그는 반복적으로 “저와 제 자녀, 저의 모교이자 일터였던 경북대와 경북대병원의 명예”를 말했다. 방점은 ‘자녀’와 ‘모교’에 찍힌 걸로 보인다. 언론이 제기한 정 후보자 관련 핵심 문제는 그가 일하던 경북대 의대에 딸과 아들이 2017학년도와 2018학년도에 편입한 사실이다. 내가 중도에 물러나면 진실과 관계없이 자식들은 아버지 ‘후광’으로 의사가 된 부정 입학자로 간주될 것이다. ‘한강 이남(以南) 최고’를 자부하던 경북대 의대는 나 때문에 내부 구성원끼리 서로 챙겨 주는 ‘부패 지방대’로 오해받을 것이다. 그런 불안이 후보자를 사로잡은 게 아니었을까. 이 때문에 정 후보자는 “불법은 절대 없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문민정부 이후 낙마한 무수한 장관 후보자 중 위법으로 물러난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사회적 도의(道義)에 맞지 않아 사퇴하거나, 지명 철회됐다. 아버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는 의대에, 의학전문대학원 폐지 직후 딱 4년만 편입 문이 열리자마자 의대 교수 딸과 아들이 연이어 편입한 건 도의적 문제란 게 많은 국민의 생각이다. 정 후보자는 마지막 입장문에서 “부모가 속한 학교나 회사에 자녀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규범이 없는 상태”라며 “어떤 결정이 올바른지 지금도 판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의대 교수 아닌 평범한 부모들에겐 더욱 ‘속 긁는’ 소리로 들릴 성싶다. 오늘 이후 정 후보자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될 수도 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다. 사퇴나 지명 철회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정 후보자가 부재(不在)를 탓한 ‘부모 학교의 자녀 입학’ 규범은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대학 편입 때만이라도 통일된 ‘정호영 룰’을 만드는 게 어떨까. 정 후보자 자녀들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하던 시기에 충남대 의대는 ‘회피 제척 신고’ 제도로 교수 자녀 1명의 편입을 불허했다. 규정이 다를 이유가 전혀 없다.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

상명대가 18일 대학 홈페이지 첫 화면을 ‘게임’으로 바꿔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부터 상명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수뭉이 학교 탐방’이라는 게임이 시작된다. 이 게임은 상명대 마스코트인 수뭉이가 대학 캠퍼스를 소개하는 게임이다. 첫 과정은 수뭉이와 함께 상명대 서울과 천안캠퍼스의 각 단과대학과 학과, 주요 시설 등을 둘러보며 미션을 해결한다. 이 과정을 통해 직접 캠퍼스에 방문하지 않아도 대략적인 캠퍼스 모습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두 번째 과정은 대학과 관련된 퍼즐을 맞추는 것이다. 마지막 과정은 수뭉이가 분주하게 뛰어다니면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학점을 받는 게임이다. 게임 속 3개 과정을 모두 마친 참가자는 수뭉이 명의로 수료증을 받고, 추첨 후 경품도 받을 수 있다. 이 게임은 상명대 소프트웨어 융합학부 게임전공 학생들이 직접 개발했다. 상명대 관계자는 “서울에서 게임 전공이 개설된 학교는 상명대가 유일하다”며 “학교가 신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홈페이지 시작을 게임으로 만들어 봤다”고 말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세종특별자치시는 지난달 9일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분석할 만한’ 민심이 표출된 곳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세종에서 득표율 51.9%로, 44.1%를 얻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7.8%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충청의 아들’ 기치를 내건 윤 후보는 대전, 충남, 충북 등 충청 전 지역에서 절반 안팎 지지를 받았지만 유독 세종에서만 졌다. 여기엔 공무원 민심이 영향을 미쳤다. 세종 주민 38만 명 중 상당수가 공무원 혹은 그 가족이다. 공무원들이 주로 사는 세종신도시 지역은 이 후보 지지율이 54.7%로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많은 읍면 지역에선 윤 후보 지지율이 51.6%로 다른 충청권 표심과 비슷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박근혜 정부는 2016년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섰다. 공무원 가운데는 이때 지지 정당을 결정했다는 사람이 꽤 있다. 6년 전 일이 여태 투표에 영향을 줄까 싶지만, 당시에도 “이번 개혁 여파가 최소 20년 갈 것”이라는 공무원들의 예측이 적지 않았다. 그때 정부는 공무원들이 연금을 많이 내고(소득월액 7%→9%), 적게 받도록(연금지급률 1.9%→1.7%) 바꿨다. 연금을 받는 나이는 65세로 늦췄다. 연금 기준소득은 ‘퇴직 전 3년 평균’에서 ‘생애 평균’으로 변경했다. 5년 동안 연금액을 동결했다. 비단 연금 문제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공교롭게도 보수 정당은 그 이후 세종에서 치러진 두 차례 대선과 두 차례 총선, 한 차례 지방선거에서 모두 졌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연금 개혁 논의가 진행 중이다. 대선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연금 개혁을 내걸었던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공약인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국민연금 통합안이 논의됐지만 내부 반발이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도 특수 직역연금의 누수를 막는 미봉책이지만, 공무원과 교직원 표가 더 떨어져 나가는 상황이 걱정됐을 것이다. 결국엔 대통령 직속 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연금과 관련된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방향을 검토한다고 한다. 다만 지금까지 그렇게 설치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뚜렷한 성과를 낸 경우가 드물다. 행정적, 정치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2018년 국회에 제출된 국민연금 개혁안은 4년 동안 계류돼 먼지만 쌓이고 있다. 그 사이 국민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액수는 15조∼21조 원 늘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지금이 연금 개혁을 할 적기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새로 출범할 정부에만 정치적 부담을 지운다면 또 5년 동안 허송세월할 수 있다. 만약 위원회를 만든다면 대통령 직속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2017년 ‘탈(脫)원전’을 결정한 공론화위원회 형태가 어떨까. 당시엔 시민참여단 471명이 참여했다. 대통령과 장관, 그동안 연금 개혁 책임을 방기한 여야 정치권 인사와 담당 공무원, 연금 전문가, 연금 받는 노인, 미래에 연금을 낼 청년까지 한데 모여 ‘범국민 연금개혁 비상결정위원회’를 꾸리지 않는 한 연금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이들의 최종 결정을 정부가 수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

대한적십자사가 우크라이나 인도적 위기 상황을 담은 노래 ‘우크라이나의 눈물(Tears in Ukraine)’을 한국어와 영어로 제작해 발표했다. 이 노래는 대한적십자사 홍보대사인 시인 강원석과 가수 추가열이 만들었고 싱어송라이터 모나와 경기소년소녀합창단이 제작에 참여했다. 우크라이나의 눈물은 현재 우크라이나 위기 상황과 사랑하는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가사에 담았다. 우크라이나 전통 악기인 ‘반두라’를 연주에 사용해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노래임을 강조했다.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공개돼 있으며, 국내외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강원석, 추가열 홍보대사는 “우크라이나의 참상을 알리고 갑작스럽게 삶의 터전을 잃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노래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우크라이나 위기 긴급지원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자세한 정보는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박재명기자 jmpark@donga.com}

기자는 3년 가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사를 쓰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 코로나19 관련 질문을 종종 받는데, 그 내용이 매번 당시의 코로나19 ‘최신 상황’을 반영하는 점이 흥미롭다. 2020년 초 “마스크를 쓰면 ‘우한 폐렴’을 예방하느냐”는 단순한 질문이 지난해 백신 부족 때는 “백신 빨리 맞는 방법이 있느냐”로 바뀌었다. 감염된 사람이 크게 늘어난 요즘은 확진 후 격리 기간, 지원금 액수 등이 사람들의 코로나19 관심사가 됐다. 최근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어린 아들딸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맞혀도 되느냐”는 것이다. 14일 정부의 5∼11세 백신 접종 계획 발표를 앞둔 여파다.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 어린이부터 우선 접종할 것으로 보인다. 접종 백신은 화이자의 어린이용 코로나19 백신이며 1회 투여 용량은 성인의 3분의 1로 결정됐다. 걱정 많고, 셈 빠른 부모들이 미리 ‘정보 수집’에 나서는 것이다. 이들에게 되물어봤다. 어린이 접종이 시작되면 맞힐 것이냐고. 요식업자, 은행원, 기자, 공기업 직원 등 7명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전원 “맞히지 않겠다”고 한다. 부모 모두 길게는 100년을 더 살아야 할 자녀가 접종 1년밖에 되지 않은 ‘mRNA’ 백신을 맞는 데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5세 딸과 함께 코로나19에 걸린 한 워킹맘은 “3차 접종을 했는데도 온 가족이 걸렸다. 아이가 코로나19에 걸려 좋은 유일한 점은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들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유별난 ‘안티백서’도 아니다. 전원 일찌감치 자신의 2, 3차 접종을 끝냈다. 정부가 집단면역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던 ‘백신 접종률 70%’ 달성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던 평범한 30, 40대다. 자신이 접종하면 어린 자녀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기대는 깨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어린이 백신 접종을 권유하는 방식은 예전 그대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8일 “5∼11세도 백신을 접종하면 코로나19 감염 및 중증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코로나19 감염을 줄이고 위중증 악화를 막는다는 얘기지만, 이제 그 이유만으로는 부모들이 어린 자녀를 접종 장소에 보내지 않을 것이다. 어린이 백신 접종 기피 현상은 해외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성인 백신 접종률이 2차 기준 79%로 유럽연합(EU) 내 상위권인 프랑스는 6일 현재 5∼11세 접종률이 4%(2차 기준)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어린이 접종을 시작한 미국 역시 26% 수준이다. 한국은 이들 국가보다 성인과 어린이 사이의 접종률 격차가 더 클 수 있다. 어린이 코로나19 확진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반드시 이들에게 백신을 맞혀야 한다면, 정부가 14일에는 명확히 백신 안전성을 설명해야 한다. 부모들이 궁금한 내용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5∼11세 자녀에게 10년이나 20년 후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그 대답이 없거나 또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면 백신 불신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

2011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첫 피해 사례가 발생한 지 11년 만에 피해자 한 명당 최대 4억8000만 원을 보상하라는 내용의 첫 조정안이 나왔다. 16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는 최근 조정안 초안을 피해자 측에 전달했다. 이 위원회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10월 출범한 민간위원회다. 조정안은 생존 피해자 중 피해가 가장 심한 ‘초고도’ 등급에 각각 3억5800만~4억8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어 ‘고도’ 피해자 2억6100만~3억7200만 원, ‘중등도’ 피해자 1억8500만~2억8600만 원을 지급하도록 조정했다. 사망자 유족 지원금은 사망자 연령에 따라 1억5000만~4억 원으로 차등화됐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조정안에 노동력 상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반영되지 않아 지원금 규모가 일반적인 배·보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평생 부담해야 할 병원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엉터리 조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말까지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7651명으로, 이 중 사망자는 1742명이다. 조정위는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조정 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3개월 내에 동의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피해자들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면서 이날부터 서울 종로구 조정위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피해자 측의 80~90%가 동의할 수 있는 조정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언젠가 이런 사이트가 생길 줄 알았다. 사실 그 필요성에 비하면 오히려 등장이 늦었다. 설 연휴 직전에 나타난 ‘오늘의 방역(o-bang.kr)’이란 웹사이트 얘기다. 이곳은 휙휙 바뀌는 그날의 방역수칙을 업데이트해서 표로 보여 준다. 6명이 오후 9시까지만 모일 수 있는 기본 방역수칙과 시간 및 장소에 따라 바뀌는 규정을 모았다. 개발자는 “정부 방역수칙이 너무 자주 바뀌어, 답답한 마음에 2주 만에 만들었다”고 전했다.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식 사이트(ncov.mohw.go.kr)에선 2년째 지금 적용되는 방역규제 내용이 무엇인지 찾기 어렵다. 정 궁금한 사람은 매일 올라오는 최대 100페이지에 이르는 보도자료를 내려받아 스스로 ‘해독’해야 한다. 고맙게도 방역수칙 모음 사이트가 나왔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우리 방역규제가 너무 복잡해 표와 그래프로만 압축해도 최소 서너 페이지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유흥시설’이나 ‘실내체육시설’ 등 따로 관리하는 시설 대분류만 18종류다. 주요국 가운데 이렇게 시시콜콜한 방역규제를 정한 나라는 우리 외에 싱가포르 정도가 유일하다. 복잡한 방역규제가 등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동안 환자 수 증가에 따라 새로운 제한을 덧붙이기만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라는, 기존 사회적 거리 두기와 다른 개념의 방역규제가 함께 적용되면서 복잡함이 가중됐다. 여러 이익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예외 규정을 넣는 단계에 이르자 방역수칙은 ‘누더기’가 됐다. 국민 생활을 제한하는 복잡한 규제는 항상 부작용을 낳는다. 우선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 코로나19 상황에선 방역수칙 위반 자영업자들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또 규제 준수에 대한 반감이 커진다. 이미 국민들은 6명 모임과 7명 모임, 오후 9시 영업제한과 오후 10시 영업제한이 코로나19 확산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묻고 있다. 정부가 오늘부터 20일까지 현 방역수칙을 2주 더 연장한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확진자 증가와 소상공인의 어려움 사이에서 이도 저도 못한 절충을 택했다. 하지만 복잡하고 불필요한 세부 규정까지 유지한다. 이미 방역기준 중 일부는 상식의 수준을 벗어났다. 아마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 직원들도 식당과 목욕탕 영업시간은 오후 9시까지인데, PC방과 카지노 영업시간은 오후 10시까지인 이유를 알지 못할 것이다. 학원과 독서실 등 비슷한 종류의 시설에 제각각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규제 근거가 흐릿하다. 지금 방역규정이 끝나는 20일이 되어도 코로나19 환자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때 가서 또다시 ‘2주 더’를 외칠 것인가. 방역의 강도와 방역규제의 복잡함은 정비례 관계에 있는 게 아니다. 국민들만 설 연휴가 끝나고 새해 다이어트를 시작할 일이 아니다. 방역당국도 코로나19 확산 2년 만에 복잡한 세부 규정을 통폐합한 ‘방역 다이어트’를 시작할 시점이 됐다.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