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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경계를 넘어 사회적 헌신과 교회 갱신을 추구해온 개신교 단체 ‘사귐과 섬김’이 18일 간담회를 열고 5월까지 약 2만 명이 헌혈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교회 15곳이 참여하는 이 단체는 지난해 성탄절부터 ‘대한민국 피로회복’ 헌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헌혈이 줄어 혈액 재고 보유량이 크게 떨어지자 캠페인을 시작했다. 캠페인 참여 신청자는 18일 기준 총 6836명이며, 이 중 헌혈에 참여한 인원은 4750명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 성락성결교회 지형은 목사, 주안장로교회 주승중 목사, 지구촌교회 최성은 목사, 총신대 신국원 명예교수 등이 참석했다. 최성은 목사는 “캠페인 시작 이후 전국 여러 교회와 단체, 교단 등에서 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부활절을 앞두고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기성 목사는 “힘든 시기에 대한민국의 피로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한국 교회와 국민 전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캠페인이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승중 목사는 “사귐과 섬김은 헌혈뿐 아니라 환경과 북한 문제 등 교회가 나서야 할 문제들을 찾아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충남 서산시 해미면에 있는 해미순교성지(사진)가 교황청이 승인한 국제성지로 최근 지정됐다. 천주교 대전교구에 따르면 교황청은 1일 해미순교성지를 국제성지로 선포하고 승인 교령을 전달했다. 국제성지 선포는 국내에서 첫 번째, 아시아에서는 두번째다. 해미순교성지에선 1800년대 천주교 박해로 조선의 천주교 신자 2000여 명이 처형당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방한 당시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광석 해미순교성지 전담 신부는 “해미순교성지의 국제성지 선포는 이름도 남기지 못한 순교자들의 신앙을 모범으로 인정하고 이를 세계에 알린 영광스러운 사건”이라고 말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올해 부활절(4월 4일)에는 세계가 한마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위해 기도합시다.” 12일 인천 남동구 영광교회에서 만난 윤보환 목사(62)의 말이다. 개신교(기독교)를 대표하는 부흥사로 손꼽히는 그는 지난해 소속 교단인 감리교 직무대행 감독회장을 비롯해 진보적 성향의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과 보수적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공동회장 등 굵직한 소임을 마쳤다. 최근 세계교회연합기도운동을 조직한 그는 ‘코로나19 소멸을 위한 전 세계 부활절 한마음 기도 행동’에 매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이 운동에는 현재 한국교회연합,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 인천기독교총연합회, 미래목회포럼, 한국기독교부흥협의회, 미국기독교총연합회, 뉴욕 한인교회협의회, 유럽한인교회협의회, 빌리 그레이엄 전도협회 등 국내외 여러 단체가 참여했다. ―부활절 기도에 꼭 필요한 주제인 것 같다. “지난해 12월 첫 주에 일주일 동안 금식하면서 우리 교회와 감리교, 한국 교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기도했다. 코로나19로 세계에서 200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명색이 목사인데 이들의 아픔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반성을 했다.” ―왜 기도인가? “모든 고통과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은 코로나19 종식이다. 기독교는 기적을 믿는, 기적의 종교다. 세계인이 함께 기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기도운동은 어떻게 진행되나? “자신이 어느 교회, 어느 나라에 있든 관계없이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는 취지다. 가톨릭이나 기독교 신자, 혹은 신앙이 없어도 같이 마음을 모으면 된다. 부활절을 앞둔 사순절 기간에는 매일 오후 10시에 함께 기도하고, 고난주간(4월 1∼3일)에는 하루 한 끼 금식하면서 기도하고, 부활절 연합예배에는 같은 기도문으로 참여하면 된다.” ―빌리 그레이엄 전도협회도 동참하나? “아시아 지역 책임을 맡고 있는 채드 해먼드 목사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로 했다. 기독교 사명이 영혼 구원인데 코로나19 상황에서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는 반성을 하고 있더라. 다른 해외 선교단체들도 동참하고 있다.” ―단체장을 맡고 있을 때 이 운동을 시작했으면 더 효과적이었을 텐데…. “‘끈’ 떨어지기 전에 했으면 더 좋았을 거다(웃음). 그때는 정부와 교계, 영상예배와 대면예배를 주장하는 분들의 갈등을 조정하느라 여력이 없었다. 하나님께서 그 사람의 직책 때문에 일을 시킨 것은 아니다.” ―방역 문제는 없나? “기도를 위해 특정한 장소에 모이자는 게 아니다. 연합예배와 개별 교회 예배, 영상예배에 관계없이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는 것이다. 기도 열심히 하고, 방역 잘하고, 백신도 잘 맞으라는 게 성경의 가르침이다.” ―비신앙인의 경우 영적(靈的) 운동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제가 성령 운동, 부흥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하나님은 논리적, 과학적인 분이다. 성경 해석은 과학보다 더 논리적이어야 한다.” ―성향이 다른 두 연합단체에서 일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예수님이 바로 최고의 복음주의자이자 진보주의자다. 복음에는 좌파, 우파가 없다.” ―큰 직책 뒤 공허함은 없나. “성도(신자)들을 더 사랑하게 됐다. 제가 일하는 동안 배려해준 것도 고맙다. 하나님과 함께하는데 공허할 일이 있나?”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2018년 76세로 타계한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그는 아인슈타인 이후 우주의 비밀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인물이자, 근육이 위축되는 루게릭병을 뛰어넘어 위대한 성취를 이룬 거인으로 꼽힌다. 저자는 이론물리학자로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일했다. 그는 2003년 호킹과 인연을 맺은 뒤 15년간 교류하면서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위대한 설계’를 공저로 출간했다. 책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거인의 삶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얼굴 근육을 뺀 온몸이 마비된 호킹은 1분에 여섯 단어를 표현할 수 있었다. 안경에 부착한 센서가 그의 볼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저자는 끊임없는 인내를 필요로 하는 소통을 통해 얻은 경험과 통찰, 호킹의 지인 15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삶과 우정의 기록을 정리했다. 우주물리학 분야에서 호킹이 이룬 업적을 비교적 쉽게 전하면서 거인의 사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박사님에게는 물리학이 인생이죠.” 이렇게 묻자 호킹은 코를 찡그렸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잠시 뒤 센서를 통해 타이핑 처리된 호킹의 답은 “사랑이 인생이에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물리학 대중화에 기여한 리처드 파인먼(1918∼1988)에 대한 호킹의 인물 촌평이 흥미롭다. ‘칼텍(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근처 선술집에서/봉고 연주를 즐긴/다채로운 성격의 인물.’ 호킹과의 우정 덕분에 더 나은 사람이 됐다는 저자의 고백이 인상적이다. “스티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삶을 살아내는 것조차 그에게는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것과 같았으리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는 스티븐을 알게 된 후로 스티븐 자신이 에베레스트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소강석 목사)이 6월 27일까지 4개월간 ‘2021 Prayer Again 기도회복운동’을 벌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교회와 나라에 활력을 불어넣고, 목회자와 성도들의 영적 부흥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총회장인 소 목사는 7일 경기 의정부 광명교회에서 열린 출범 예배에서 “코로나19로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교회 생태계마저 초토화됐다”며 “부흥의 역사가 다시 일어나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예장 합동은 일요일 오후 예배 시간에 방역수칙을 지키며 기도집회를 열 계획이다. 기도집회는 21일 제주 동홍교회를 시작으로 광주중앙교회(28일), 전북 전주 초청교회(4월 11일), 부산 수영로교회(4월 25일), 대구 반야월교회(5월 9일), 대전 새로남교회(5월 23일), 강원 원주 중부교회(6월 13일), 서울 사랑의교회(6월 20일),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6월 27일)에서 개최된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해 말 출판사에서 온 ‘인도 네팔 순례기’(민족사·책)는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668쪽의 두툼한 책은 불교 유적에 대한 종교, 예술적 분석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통찰을 담아냈다. 무엇보다 책날개에 소개된 저자 각전 스님(54)의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정치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39회 행정고시 합격, 해양수산부에서 근무하다 궁극적 진리에 대한 갈망으로 1997년 대정 스님을 은사로 출가. 현재 동화사, 통도사, 범어사, 쌍계사 등 제방 선원에서 정진.’ 스님들의 겨울 집중수행 시기인 동안거(冬安居)와 여러 사정이 겹쳐 이달 5일 전화로 각전 스님에게 궁금한 점들을 물었다. ―책이 꼼꼼해 논문을 연상시킨다. “기존의 여행기보다는 문화, 예술적 접근을 포함해 불교에 대한 안내, 요즘 사람에 대한 얘기도 담는 다중적인 책을 남기고 싶었다. 출판사에서 620쪽 넘으면 상업용으로 어렵다고 했는데 보완하다 보니 668쪽이 됐다.” ―어떻게 책을 쓰게 됐나. “2009년 중국 구화산과 선종 사찰을 순례했는데 출가 뒤 첫 해외 경험이었다. 대나무 통을 통해 좁게 세상을 보다가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본 느낌이었다. 그 기쁨이 한 달 정도 가더니 곧 사라지더라. 2012년 인도의 7대 불교 성지를 다녀온 뒤 순례기를 쓰려고 했는데 글이 나가지 않더라.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2014년 인도 중부 아잔타와 엘로라 석굴, 산치 대탑을 포함해 순례여행을 다녀왔다. 책 쓰기로 마음먹은 지 8년 만에 출간했다.” ―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나. “‘불국기’를 쓴 법현 스님(337∼422)이 중국에서 출발할 때 60세였다. 실크로드를 지나고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들어갔는데 그 과정에서 동료들이 많이 희생됐다. 스님은 쇠잔한 불교 유적을 보면서 부처님 살아계셨을 때 오지 못한 것을 한탄했다. 저 역시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느꼈다. 네팔 석가족을 만나면서 부처님이 진리의 상징이자 역사적 인물이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세상에 온 부처님도 제행무상(諸行無常·세상 모든 행위와 존재는 늘 변해 고정된 모습으로 정해져 있지 않음)에 따라 가셨다는 것이다.” ―은사는 어떤 분이었나. “지난해 12월 90세로 입적(入寂·별세)하셨다. 모악산에서 10년, 지리산에서 10년씩 두 번, 토굴 생활만 30년 하면서 평생 정진한 분이다.” ―어떤 가르침이 기억에 남나. “늘 화두를 열심히 들어 본래면목을 깨치라고 말씀하셨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참고 용서하라는 인욕(忍辱)을 강조하셨다.” ―오래전 얘기지만, 어떻게 출가를 결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제가 85학번인데 종교에는 관심이 없었다. 시대 분위기에 따라 대학 1, 2학년 때에는 마르크스 책을 보면서 갈등을 많이 느꼈다. 4학년 때 종교적 체험을 한 뒤 성경과 도덕경, 불경을 공부했는데 불교에서 진리의 사다리가 보이더라.” ―어떤 체험인가. “빛을 봤는데 개인적인 체험이라 자세히 언급하기는 그렇다.” ―그러면서도 행시에 합격해 해수부에서 근무했는데…. “갈등으로 아무것도 못 하는 체험이 아니었고, 오히려 집중이 잘돼 공부가 잘됐다(웃음).” ―해수부에 들어간 뒤 곧 출가해 집안의 충격이 컸을 것 같다. “6개월 정도 공무원 생활을 하다 확실하게 길이 보여 출가했다. 부모님이 큰 충격을 받으셨고 오랫동안 연락드리지 않았다. 5년 전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은 뒤 간병을 하면서 관계가 좋아졌다. 출가했지만 뒤늦게 효도할 기회가 생겼다.” ―진리의 사다리를 타고 어디까지 온 것 같나. “이제 흔들리지는 않는 것 같다.” ―너무 소박한 표현 아닌가. “그게 중요한 경지인 것 같다. 범어사 조실과 조계종 종정을 지낸 동산 스님이 신심(信心) 있는 사람이 왔다고 하니까 벌떡 일어나셨다는 말이 전한다. 신심이 중요하다.” ―선방에서 수행하는 수좌(首座) 생활, 나이 들수록 어렵다고 하던데…. “처음부터 사찰의 행정 등을 맡는 주지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 “부처님 제자로 마음 공부를 더 가다듬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도 하고 싶다. 책을 쓰고 강연하는 것도 그런 방법이 될 것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건강 악화로 지난달 입원했던 정진석 추기경(90·사진)이 최근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호흡 곤란을 겪는 등 한때 상태가 위중했던 정 추기경은 최근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도 하고 병실 내에서 다른 신부들이 공동 집전하는 미사에도 참여했다. 정 추기경은 자신을 위해 많은 사람이 기도를 해준 것에 대해 “본당과 신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겼다. 서울대교구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일단 고비를 넘기셨다”며 “완쾌된 것은 아니나 시간을 다투는 상황에서 조금은 벗어난 것 같다”고 했다. 앞서 병원 측은 1일 정 추기경의 몸에서 수액 주입 호스만 남기고 모든 장치를 뗐다.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정 추기경 입장을 존중한 조치였다. 당시 일부 의료진 사이에서는 수액만 맞을 경우 2시간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정 추기경은 최근 호흡, 혈압, 산소포화도 수치 등이 개선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해 말 출판사에서 온 ‘인도 네팔 순례기’(민족사)는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668쪽의 두툼한 책은 불교 유적에 대한 종교, 예술적 분석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통찰을 담아냈다. 무엇보다 책날개에 소개된 저자 각전 스님(54)의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정치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39회 행정고시 합격, 해양수산부에서 근무하다 궁극적 진리에 대한 갈망으로 1997년 대정 스님을 은사로 출가. 현재 동화사, 통도사, 범어사, 쌍계사 등 제방 선원에서 정진.’ 스님들의 겨울 집중수행 시기인 동안거(冬安居)와 여러 사정이 겹쳐 지난 5일 전화로 각전 스님에게 궁금한 점들을 물었다. ―책이 꼼꼼해 논문을 연상시킨다. “기존의 여행기보다는 문화, 예술적 접근을 포함해 불교에 대한 안내, 요즘 사람에 대한 얘기도 담는 다중적인 책을 남기고 싶었다. 출판사에서 620쪽 넘으면 상업용으로 어렵다고 했는데 보완하다 보니 668쪽이 됐다.”―어떻게 책을 쓰게 됐나? “2009년 중국 구화산과 선종 사찰을 순례했는데 출가 뒤 첫 해외 경험이었다. 대나무 통을 통해 좁게 세상을 보다기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본 느낌이었다. 그 기쁨이 한 달 정도 가더니 곧 사라지더라. 2012년 인도의 7대 불교 성지를 다녀온 뒤 순례기를 쓰려고 했는데 글이 나가지 않더라.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2014년 인도 중부 아잔타와 엘로라 석굴, 산치 대탑을 포함해 순례여행을 다녀왔다. 책 쓰기로 마음먹은 뒤 8년 만에 출간했다.” ―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나. “‘불국기’를 쓴 법현 스님(337~422)이 중국에서 출발할 때 60세였다. 실크로드를 지나고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들어갔는데 그 과정에서 동료들이 많이 희생됐다. 스님은 쇠잔한 불교 유적을 보면서 부처님 살아계셨을 때 오지 못한 것을 한탄했다. 저 역시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느꼈다. 네팔 석가족을 만나면서 부처님이 진리의 상징이자 역사적 인물이기도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세상에 온 부처님도 제행무상(諸行無常·세상 모든 행위와 존재는 늘 변해 고정된 모습으로 정해져 있지 않음)에 따라 가셨다는 것이다.” ―은사는 어떤 분이었나. “지난해 12월 90세로 입적(入寂·별세)하셨다. 모악산에서 10년, 지리산에서 10년 씩 두 번, 토굴 생활만 30년 하면서 평생 정진한 분이다.” ―어떤 가르침이 기억에 남나. “늘 화두를 열심히 들어 본래면목을 깨치라고 말씀하셨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참고 용서하라는 인욕(忍辱)을 강조하셨다.”―오래 전 얘기지만, 어떻게 출가를 결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제가 85학번인데 종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시대 분위기에 따라 대학 1, 2학년 때에는 마르크스 책을 보면서 갈등을 많이 느꼈다. 4학년 때 종교적 체험을 한 뒤 성경과 도덕경, 불경을 공부했는데 불교에서 진리의 사다리가 보이더라.” ―어떤 체험인가. “빛을 봤는데 개인적인 체험이라 자세히 언급하기는 그렇다.” ―그러면서도 행시에 합격해 해수부에 근무했는데…. “갈등으로 아무 것도 못하는 체험이 아니었고, 오히려 집중이 잘 돼 공부가 잘 됐다(웃음).” ―해수부에 들어간 뒤 곧 출가해 집안의 충격이 컸을 것 같다. “6개월 정도 공무원 생활을 하다 확실하게 길이 보여 출가했다. 부모님이 큰 충격을 받으셨고 오랫동안 연락드리지 않았다. 5년 전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은 뒤 간병을 하면서 관계가 좋아졌다. 출가했지만 뒤늦게 효도할 기회가 생겼다.” ―진리의 사다리를 타고 어디까지 온 것 같나. “이제 흔들리지는 않는 것 같다.” ―너무 소박한 표현 아닌가? “그게 중요한 경지인 것 같다. 범어사 조실과 조계종 종정을 지낸 동산 스님이 신심(信心) 있는 사람이 왔다고 하니까 벌떡 일어나셨다는 말이 전한다. 신심이 중요하다.”―선방에서 수행하는 수좌(首座) 생활, 나이 들수록 어렵다고 하던데. “처음부터 사찰의 행정 등을 맡는 주지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 “부처님 제자로 마음 공부를 더 가다듬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도 하고 싶다. 책을 쓰고 강연하는 것도 그런 방법이 될 것이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건강 악화로 지난달 입원했던 정진석 추기경(90)이 최근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호흡 곤란을 겪는 등 한때 상태가 위중했던 정 추기경은 최근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도 하고 병실 내에서 다른 신부들이 공동 집전하는 미사에도 참여했다. 정 추기경은 자신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해준 것에 대해 “본당과 신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겼다. 서울대교구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일단 고비를 넘기셨다”며 “완쾌된 것은 아니나 시간을 다퉜던 상황에서 조금은 벗어난 것 같다”고 했다. 앞서 병원 측은 지난 1일 정 추기경의 몸에서 수액 주입 호스만 남기고서 모든 장치를 뗐다.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정 추기경 입장을 존중한 조치였다. 당시 일부 의료진 사이에서는 수액만 맞을 경우 2시간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정 추기경은 최근 호흡, 혈압, 산소포화도 수치 등이 좋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 추기경은 몸에 심한 통증이 오자 주변 권고로 지난달 21일 입원했다. 입원 직후 상태가 더 안좋아져 다음 날인 22일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이 정 추기경에게 병자성사(病者聖事)를 드리기도 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설리적(雪裏炙), 이 음식은 개성부 안에 예전부터 전해온 이름난 음식이다. 만드는 법은 소갈비 또는 소염통·훈채로 반숙이 될 때까지 구워 냉수에 담근다. 잠시 후에 숯이 타오르면 다시 완전히 익을 때까지 굽는다.” 1925년 편찬된 풍속을 다룬 시집 ‘해동죽지(海東竹枝)’는 최고의 귀한 요리로 ‘설리적’ 또는 ‘설야멱적(雪夜覓炙)’을 이렇게 언급한다. 요리 이름이 ‘눈 내리는 밤에 찾는 고기구이’라니, 멋들어진 풍류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맛과 멋으로 가득하다. 고려 왕조 500년의 도읍지였던 개성의 요리를 더듬던 이야기의 줄기는 어느새 술과 자기, 문학과 역사, 나아가 통일밥상의 미래까지 뻗어나간다. 개성 편수(片水), 보(褓)김치, 개성 장땡이, 조랭이(조롱이) 떡국, 개성 순대 절창, 호박김치…. 물 위에 조각이 떠있는 모양이라는 편수와 조랭이 떡국 정도는 먹어보기도 했지만 개성 음식의 그릇은 훨씬 넓고 깊다. 장떡으로도 불리는 장땡이의 조리법은 이렇다. “익은 고기 1말은 콩알만 한 크기로 썰어서 밀가루 2되, 청장 1되, 참기름 5홉, 후춧가루 5전을 함께 섞어서 항아리에 담고 숙성시켜 적당하게 편을 썰어서 먹는다.”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인 저자는 ‘밥의 인문학’ ‘채소의 인문학’ ‘고기의 인문학’ 등 음식 3부작을 비롯해 음식과 문화, 역사를 꿰뚫는 저작들을 집필했다. 그는 “개성 음식은 한반도 남쪽의 짜고 매운맛, 북쪽의 싱겁고 심심한 맛, 그 가운데서 중립적인 맛을 지키고 있다”며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맛도 정갈하며, 이를 담아내는 손길마저 섬세하다”고 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달 27일 찾은 경기 의왕시 청계사는 봄을 재촉하는 따사로운 햇빛이 가득했다. 곳곳의 풍경(風磬)이 차르랑차르랑 화음을 이룬다. 나눔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주지 성행 스님(58)과 ‘사랑의 밥차’ 채성태 이사장(54)을 만났다. “스님, 쌀 좀 주세요.” 6년 전 채 이사장이 지인의 소개로 찾아간 스님에게 대뜸 건넨 말이다. 절에 가면 공양미가 많이 보였던 기억 때문이다. 수십, 수백 명분의 음식을 준비하다 보니 쌀이 항상 부족했다. “그럽시다”며 흔쾌히 쌀을 내준 성행 스님도 평소 아쉬웠던 부분을 털어놓았다. “절 밖에도 한 끼 밥을 대접하고 싶은 노인과 장애인들이 많아요. 배고픈 분들은 주로 기름진 것을 찾는데 절 음식으로는 어렵습니다. 요리 실력과 봉사 인력, 기동력을 갖춘 밥차가 묘안이라고 생각했어요.” 봉사의 고수(高手)들은 서로 속사정을 잘 알았고 마음이 쉽게 통했다. “스님 손이 크세요. 이쪽 사정을 아셔서 재료비를 넉넉히 주세요. 2017년 포항 대지진 현장을 비롯해 스님이 부르시면 기꺼이 출동했습니다. 스님의 봉사활동을 위한 기마병, 보급병이 된 셈이죠. 하하.”(채 이사장) 1985년 종상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성행 스님은 일찌감치 복지를 자신의 길로 정했다. 강원(講院) 교육 과정을 마친 뒤 중앙승가대에서 복지를 전공했다. 2000년 청계사 주지를 맡으면서 마음에 품고 있던 꿈들을 실천하고 있다. 청계사 인근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장애인 거주시설 ‘녹향원’을 맡아 개축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녹향원 드림 하우스’를 준공했다. 스님은 장애인주간보호시설 희망나래복지관(의왕시), 대궁어린이집(경기 안양시), 청소년수련원(경남 하동군)을 운영하며 어린이와 청소년, 장애인을 위한 봉사와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복을 메뉴로 한 식당으로 성공한 채 이사장은 2001년 누나의 요청으로 장애인들에게 전복죽을 서비스한 것을 계기로 봉사에 나섰다. 밥차의 원조 격인 ‘사랑의 밥차’를 시작해 지금도 주 1회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밥차 서비스를 하면서 재난 현장을 찾아 정이 담긴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한 끼의 식사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채 이사장의 다짐은 그의 체험과 관련이 있다. 젊은 시절 사업에 실패한 그는 나쁜 마음을 품고 바다로 갔는데, 해녀 할머니가 건네준 전복을 받아먹으면서 사람에 대한 신뢰와 생에 대한 의지를 찾았다. 이들은 일단 시작하면 봉사활동은 중독성이 강하다고 했다. “올해 20년이 됐는데 아직 안 망한 게 다행이죠. 200명의 후원회원과 공효진 김재원 씨 등 배우들의 헌신적인 봉사가 큰 힘이 됐습니다. 밥차를 시작한 뒤 사찰, 성당, 교회 등 밥차가 필요한 곳에는 어디든지 갑니다. 그래서 농담으로 저희는 모든 종교와 통하는 통교(通敎)를 믿는다고 하죠.”(채 이사장) “출가자들의 가장 큰 의무는 수행이죠. 이를 바탕으로 포교와 복지에 나서야 합니다. 부처님도 집중 수행하는 결제(結制) 때에는 참선하고, 이 기간이 끝나면 중생을 위해 끊임없이 활동했습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위로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구제한다) 중 하화중생을 요즘 말로 바꾸면 바로 복지입니다.”(성행 스님) 과거에 비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이 늘었지만 사각지대가 아직 적지 않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채 이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식이 아니라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다”며 “형편이 어려워서인지 음식을 더 달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성행 스님은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을 것”이라며 “그래서 채 이사장과 평생 같이 갈 생각”이라며 웃었다.의왕=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정진석 추기경(90)의 근황을 전했다. 허 신부는 이 글에서 지난달 22일 정 추기경이 입원한 병실을 찾은 일을 소개하면서 “추기경님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바로 하느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이다. 내 부족함으로 알게 모르게 상처받은 이들에게 부디 용서해주시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셨다”고 전했다. 허 신부는 “당신(정 추기경)을 찾은 분들에게 힘겹지만 천천히 분명하게 말씀했다”고 덧붙였다. 정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과 허 신부 등에게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이들이 많은데 빨리 그 고통을 벗어나도록 기도하자. 주로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해야 한다”며 “힘들고 어려울 때 더욱 더 하느님께 다가가야 한다. 모든 이가 행복하길 바란다”고도 당부했다. 허 신부에 따르면 정 추기경은 21일 오후 통증이 심해져 입원했다. 그날 밤 혈압수치 등이 위험 상황이 되자 의료진이 교구청에 연락해 염 추기경 등이 병원을 찾게 됐다. 염 추기경은 이 자리에서 정 추기경에게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탁하세요”라며 이마에 기름을 발라 ‘병자성사(病者聖事)’를 드렸다. 병자성사는 병이 들거나 늙어서 죽을 위험에 있는 신자의 구원을 비는 의식이다. 정 추기경은 성사의 기도 끝에 ‘아멘’이라고 답했는데 이때 두 눈에 이슬이 맺혔다고 한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정 추기경님이 자가 호흡을 하고 의식은 있지만 아직 말씀은 어려운 상태로 알고 있다”며 “고령이셔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생명과 평화, 기후변화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문제들은 모두 연결돼 있다. 종교인들이 지혜와 힘을 모아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한국종교연합 상임대표로 선출된 원불교 김대선 교무의 말이다. 이 단체는 2000년 범세계종교기구로 출범한 세계종교연합의 정신을 한국에 구현하려는 비영리민간단체다. 불교와 가톨릭, 개신교, 천도교, 원불교, 유교, 민족종교협의회 등 7대 종단으로 구성돼 있다. 공동 상임대표에는 천태종 무원 스님과 가톨릭 김홍진 신부, 사무총장에는 성공회 김현오 신부가 각각 선임됐다. 두 아들과 함께 ‘원불교 3부자 교무’로 알려진 김 상임대표는 교단 내 문화사회부장과 평양교구장을 지냈다. 그는 오랫동안 종교 간 대화에 힘썼고, 현재 원다문화센터를 운영하며 다문화 가족의 인권 보호와 사회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여러 과제 중 생명운동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들은 지 오래됐지만 상황이 뚜렷하게 개선된 조짐은 없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가장 앞장섰어야 할 종교계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7대 종단을 중심으로 생명운동을 벌였지만 성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그의 반성이다. 3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한국생명운동연대’와 함께 4월부터 생명 존중 릴레이 포럼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꾸준히 진행해 온 ‘평화포럼’의 내실을 다지는 것도 과제 중 하나다. 이 행사는 한 해 5회 정도 개최했는데 4, 5월경 108차 포럼이 예정돼 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종교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람 모으기는 어렵지만 유튜브 등을 통한 비대면, 온라인 시대의 장점을 살려 메시지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기존 다문화 캠프와 종교 간 교류 행사는 평소 100명 규모를 10∼20명으로 줄여 진행할 계획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정진석 추기경(90·사진)의 입원 사실과 사후 장기기증에 대한 입장을 28일 밝혔다. 서울대교구는 입장문에서 “정진석 추기경께서 지난 주일(21일)에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직후 미열이 있었지만, 대화를 하는 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정 추기경은 고령임을 감안해 주변에 많은 걱정을 끼친다며 향후 의료진이 수술을 권하더라도 큰 위험을 안고 수술을 받지는 않겠다고 밝혔다는 게 교구 설명이다. 서울대교구는 “정 추기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고통받는 분들을 기억하면서 자신이 노환으로 받는 고통도 작지만 하느님께서 봉사로 써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정 추기경은 오래전부터 노환으로 맞게 되는 자신의 죽음과 관련한 계획을 밝혔다. 2018년 9월 27일 연명 의료계획서에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서명했다. 2006년에는 자신이 서약한 뇌사 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이 실시될 수 있도록 의료진에게 부탁했고, 만약 나이로 인해 장기기증을 할 수 없다면 안구라도 기증해서 연구용으로 사용해 달라고 연명계획서에 직접 글을 써서 청원했다. 정 추기경은 2월 25일에는 자신의 통장에 있는 잔액도 모두 명동밥집, 아동 신앙 교육 등 본인이 직접 지정해 봉헌하도록 했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2월 25일 교구 내 사제들에게 공문을 통해 “정진석(니콜라오) 추기경님께서 병환이 위중하여 서울성모병원에 입원 중”이라며 “정 추기경님을 위해 신자들과 함께 많은 기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는 “정 추기경의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며 만약의 사태에 따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직접 면회가 어려우니 정 추기경을 위해 기도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천주교서울대교구는 정진석 추기경(90)의 건강 상태와 사후 장기기증에 대한 입장을 28일 밝혔다. 서울대교구는 이 입장문에서 “평소 건강관리를 잘 하시던 정진석 추기경께서 지난 주일(21일)에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직후 미열이 있었지만, 대화를 하는 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고령임을 감안해 주변에 많은 걱정을 끼친다며 많은 위험을 안고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는 게 교구 설명이다. 서울대교구는 또 “정 추기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으로 고통 받는 분들을 기억하면서 자신이 노환으로 받는 고통도 작지만 하느님께서 봉사로 써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정 추기경은 오래전부터 노환으로 맞게 되는 자신의 죽음과 관련한 계획을 밝혔다. 2018년 9월 27일에 연명 의료계획서에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서명했다. 2006년에는 자신이 서약한 뇌사 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이 실시될 수 있도록 의료진에게 부탁했고, 만약 나이로 인해 장기기증이 효과가 없다면 안구라도 기증해서 연구용으로 사용해줄 것을 연명계획서에 직접 글을 써서 청원한 바 있다. 정 추기경은 25일에는 자신의 통장에 있는 잔액도 모두 명동밥집, 아동 신앙 교육 등 본인이 직접 지정해 봉헌하도록 했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25일 교구 내 사제들에게 공문을 통해 “정진석(니콜라오) 추기경님께서 병환이 위중하여 서울성모병원에 입원 중”이라며 “정 추기경님을 위해 신자들과 함께 많은 기도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서울대교구는 “정진석 추기경의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며 만약의 사태에 따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19로 직접 면회가 어려우니 정 추기경님을 위한 많은 기도를 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김갑식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은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종단본 ‘불교성전’(사진) 봉정식을 봉행했다. 행사에는 원로의장 세민 스님, 총무원장 원행 스님, 중앙종회의장 정문 스님, 호계원장 무상 스님, 교육원장 진우 스님, 포교원장 지홍 스님 등이 참석했다. 편찬추진위원장을 맡은 원행 스님은 “불자를 불자답게 만드는 것이 불교성전”이라며 “이 책을 읽으며 신심이 더 깊어지고, 불자들의 신행 활동에도 새 장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1972년 동국역경원에서 불교경전을 출간했지만 5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말 불교 교리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불교성전은 총 4장으로 704쪽 분량으로 경율론(經律論) 3장과 선어록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뽑았다. 제1장 ‘거룩한 부처님’에서는 부처의 생애와 관련해 경전에서 발췌한 내용을 서사로 풀었다. 제2장 ‘위대한 가르침’은 불교의 대표적 가르침, 제3장 ‘보살의 길’에서는 수행자에게 전하는 말씀을 모았다. 마지막 제4장 ‘불국토 구현’에서는 부처의 가르침을 기준으로 화합하는 중생과 지도자의 면면을 다뤘다. 부록으로는 부처가 활동하던 시기 인도 지도와 4대 성지의 모습, 불교사 연표를 실었다. 한역대장경이 아니라 초기 불교 경전인 니까야 등을 기초로 현대 불교학의 연구와 번역 성과를 반영한 게 특징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세계 최대 가족 역사 박람회로 알려진 ‘루츠테크 커넥트(RootsTech Connect) 2021’이 25~27일 열린다. 이 행사의 취지는 가족 및 조상 관련 기록과 계보를 보존하기 위한 기술을 소개하고 가족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 당초 ‘루츠테크 커넥트’는 3월 6일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11년 첫 행사 이후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열린다. 영어와 한국어 등 10개 언어 서비스가 제공되며 온라인 생중계뿐 아니라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있다. 주최사인 ‘패밀리서치 인터내셔널’ 스티브 록우드 대표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를 통해 가족과 서로간의 유대를 전 세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유명 연사 특별 강연과 온라인 마켓, 문화 활동 등을 주제로 한 콘텐츠들이 제공된다. 세계 최대 가족 및 조상 역사 기록 플랫폼인 ‘패밀리서치(FamilySearch)’를 통해 조상가 가족의 역사를 기록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참여형 활동과 게임 등을 통해 자신의 성씨와 고향 등에 관해 배울 수 있다. ‘사지없는 인생’의 저자인 닉 부이치치(사진)가 연사로 나서 자신의 가족과 조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루츠테크 커넥트 웹사이트(www.rootstech.org)를 통해 참여할 수 있고 참가비는 무료다. 패밀리서치는 비영리 가족 역사 사업 단체로 세계 최대 규모의 계보 및 역사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단체의 주 후원자는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다.김갑식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우리 역사에는 아직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인물이 적지 않다. 충무공 금남군 정충신(忠武公 錦南君 鄭忠信·1576∼1636)이 그렇다. 충무는 죽은 뒤 내려진 시호(諡號), 금남은 임금이 큰 공을 세웠다며 준 봉호(封號)다.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이 깃든 광주 금남로는 그의 봉호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과 같은 시호를 쓰는 인물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깃발’은 임진왜란부터 병자호란 직전까지 무장으로 살아간 정충신의 일대기를 담은 장편 역사소설이다. 전라도 광주목사 권율(1537∼1599)은 전북 완주군 일대의 이치와 웅치에서 왜군을 대파한 뒤 평안도 의주에 있는 선조에게 승전보를 알릴 전령을 찾던 참이었다. 모두 생사를 기약하기 어려운 임무를 외면했지만 16세 소년이 나섰다. 그러자 권율은 “100리, 200리 길도 아니고 자그마치 2500리 길이나 되는데?”라고 묻는다. 체구는 작지만 차돌처럼 단단해 보이는 이 소년이 정충신이다. 그가 무인으로 살아낸 60년은 외침뿐 아니라 이괄의 난, 인조반정 등으로 내정이 뿌리까지 흔들린 난세였다. 소설은 뛰어난 무인이자 명청(明淸) 교체기에 어울리는 국제 감각을 지닌 정충신을 중심으로 역사와 민중의 삶을 그렸다. 200자 기준 7000장 분량의 원고가 5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저자는 언론인 출신으로 중편소설집 ‘비껴앉은 남자’, 소설집 ‘밑천’ ‘서울 노마드’, 장편 ‘초록빛 바다’ 등을 집필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3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로마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이 정연정 신부(59·천주교서울대교구 화곡본당)를 교황청립 로마 한인 신학원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1999년 설립된 이곳은 로마에 유학 중인 한국 성직자의 고등교육을 위한 시설로, 로마 교황청과 한국 교회를 잇는 연락사무소 역할도 하고 있다. 신학원 내에는 로마에 거주하는 한국인 신자들을 위한 한국 순교 성당도 있다. 정 신부는 신학원장으로 3월 초 부임한다. 정 신부를 화곡본당 성당에서 5일 만났다.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 “교회 안에서의 소임은 사제로서 영광스러운 일이다. 교황청과 한국 교회 전체를 연결하는 중책이라 부족한 저로서는 쉽지 않은 역할이다. 섬세하고 지혜롭게 최선을 다하겠다.” ―로마 소임이 맡겨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로마에서 유학했고 한인 신학원의 재정 담당 신부를 지내 현지에 익숙한 점이 아닐까 싶다. ‘지금 어드메쯤/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라는 조병화 시인의 시 ‘의자’가 떠올랐다. 전임자도 그렇고 저도 제 역할을 다해 새로운 세대에 편히 앉도록 의자를 내어주면 되는 것 아니겠냐.” 정 신부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등 가톨릭의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교계 방송에 출연해 매끄러운 해설을 해서 신자들에게 낯익은 얼굴이다. 2016년 부임한 본당 신자들의 반응을 묻자 놀란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천주교 화곡본당성당’이란 아홉 글자를 떠올린 9행시를 지어 신자들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을 대신했다. 일부를 소개하면 ‘화-화내고 마음 아프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곡-곡해하지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본-본마음은 아니었지만 제가 못나서입니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로마 한인 신학원은 세계 가톨릭의 심장부에 있는 교육기관이다. 현재 한국 사제 20여 명과 몇 명의 외국 국적 신부들이 공부하고 있다. 유학 경험이 있는 형의 입장에서 이들의 공부를 도와야 한다. 한인 성당 주임신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신자들의 영적인 어려움을 위로해야 한다. 주교회의 로마 업무도 맡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큰 관심사다. “2014년 교황님의 말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미사에서 ‘남과 북은 같은 말을 쓰고 있다’는 교황님의 말씀이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자 단순한 핵심이라고 느꼈다. 일정한 여건이 성숙해야겠지만 화해와 평화를 위해 헌신해온 ‘프란치스코 스타일’을 감안할 때 교황님의 방북 의지는 분명하다.” ―두 번째 한국인 사제 최양업 신부(1821∼1861)를 포함한 시복시성(諡福諡聖·복자와 성인으로 추대) 전망은 어떤가. “한국 교회는 최양업 신부님을 비롯해 조선시대 박해자인 ‘이벽과 동료 132위’, 1901년 제주교난 직후와 6·25전쟁 중 공산당에 희생된 ‘홍용호 주교와 동료 80위’의 시복시성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주교회의 내 특별기구가 모든 절차를 잘 준비하고 있다. 로마 측과 긴밀하고 세심하게 접촉해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이다. 다만 신자들도 시복시성에 담긴 의미는 잘 살펴야 한다.” ―어떤 의미인가. “시복시성은 올림픽 같은 이벤트에서 메달을 따는 경쟁의 의미는 아니다. 복자성인품에 오른 분들은 평범한 아들과 딸이지만 하느님과 복음을 알고 예수님의 삶을 따르는 모범을 보여줬다. 신앙인들은 그분들 삶을 통해 새로운 용기와 힘을 얻어야 한다. 지난해 10월 새 복자(福者)로 선포된 이탈리아 소년 카를로 아쿠티스의 사례도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주면…. “2006년 백혈병 때문에 15세로 사망한 아쿠티스는 하느님과 컴퓨터를 몹시 사랑하는 소년이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브라질 소년의 기도를 이뤄준 기적을 인정받아 21세기 출생자로는 첫 복자품에 올랐다. 교황님도 ‘복음의 기쁨’ 권고를 통해 ‘우리 옆집의 성인성녀들을 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웃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교황님은 단순히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이전 시기에 우리가 부족했던 인간애와 유대감을 회복해야 한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주변의 이웃을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열어야 한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국내 외식의 현황을 분석한 ‘2021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 트렌드’(표지)가 최근 출간됐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외식 환경과 소비 행태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이 책은 ‘외식과 사람을 잇다…가속페달 밟은 배달산업’ ‘홈코노미 열풍…간편식의 진화’ ‘푸드테크(Food-Tech)의 역할’ ‘우리 동네가 나의 핫플…로컬 지향의 시대’ 등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저자 이윤화 김성화 씨는 맛집 정보를 제공하는 외식 매체인 ‘다이어리알 레스토랑 가이드’를 펴내면서 음식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왔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많이 변했지만 우리가 외식을 통해 즐기고자 했던 본질적인 방향성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저자들의 평가다. 트렌드 분석에 이어지는 ‘서울의 골목 맛지도’ ‘서울 맛집 700’ ‘전국 맛집 1500’은 맛집 정보를 한눈에 살필 수 있게 해준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