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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프랑스 언론에도 대서특필됐다. 179명이나 숨진 참사에 프랑스인 취재원은 물론 주변 이웃들도 서둘러 애도의 뜻을 전해왔다. 파리에서도 참사를 모르는 이가 없는 분위기였다. 한국에서 벌어진 비극에 동맹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뿐 아니라 유럽의 여러 국가원수나 사회 지도자들이 잇따라 애도를 표했다. 유럽연합(EU)을 대표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EU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인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 영국의 찰스 3세 국왕과 키어 스타머 총리도 공개적으로 애도의 글을 내놨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한국을 위해 기도했다.佛 마크롱, 이번 참사에 조의 없어 하지만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조의는 물론이고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세계적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온 정상 중 하나로 꼽힌다. 그가 한국의 참사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르몽드, 르피가로 등 현지 주요 언론들도 이번 참사를 헤드라인으로 올렸고, 여러 날에 걸쳐 자세히 보도했다. 최근 마크롱 대통령은 사퇴 압박을 받을 만큼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 위기 등 국내 현안 역시 다양하고,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 모든 우방국의 경조사를 다 챙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넘기기엔 이번 참사의 피해가 워낙 컸다. 게다가 그는 최근에도 다른 국가의 현안에 부지런히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제주항공 참사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27일 소셜미디어 ‘X’에선 만모한 싱 전 인도 총리의 죽음을 애도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인도 국민과 함께 애도한다”고 적었다. 참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30일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부고에도, 이달 1일 미국 뉴올리언스 차량 돌진 테러로 10여 명이 숨졌을 때도 조의를 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한국 참사에 대한 태도가 양국 관계의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양국 관계의 기본이 어떠한지는 충분히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개인 관계의 기본인 경조사가 국가 관계라고 크게 다를 순 없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한국 정부로선 프랑스 정부를 탓할 일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간 프랑스를 상대로 한 우리의 외교적 노력과 관심은 충분했는지 묻고 싶다.파리는 2년 전 치열한 한국 외교의 무대 양적인 노력은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프랑스 파리는 한국 정부가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재계와 함께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외교 무대였다. 국제박람회기구(BIE) 본부가 파리에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6월과 11월, 5개월 간격으로 두 차례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한덕수 총리도 그해 10월 당시 프랑스 내각을 이끈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와 회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물론 그의 대외적 메시지를 관리하는 외교 관리들과 교류가 잦았던 셈이다. 한 총리는 그해 11월 결국 유치에 실패했지만 이런 유치 노력이 외교 지평을 넓혔다고 자평했다. 이처럼 나름대로 큰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현실이 이렇다면 방향이 잘못된 건 아닐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치권과 재계가 전력으로 프랑스를 상대로 한 외교에 공을 들였던 게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닌데 마크롱 대통령의 ‘무관심’이 나타났으니 우리로선 더욱 짚어 봐야 한다. 나아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이른바 ‘4강 외교’에 너무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아 온 한국으로서는 이번 계기를 토대로 ‘대(對)유럽 외교’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2기를 앞두고 통상마찰, 북한에 대한 대응 등 유럽과 긴밀히 협조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이 3~4일 우크라이나군과 벌어진 전투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봤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주장했다.4일 우크라이나 매체인 RBC 우크라이나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정례 영상 연설에서 “오늘과 어제(3, 4일) 쿠르스쿠주 마스놉카 인근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러시아군은 북한군 보병과 러시아 낙하산 부대로 구성된 최대 1개 대대를 잃었다”고 밝혔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망자와 부상자 규모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1개 대대가 일반적으로 수백 명 단위를 뜻한다고 전했다.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쿠르스크 지역에 약 1만1000명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선 북한군이 망가진 수류탄 등 구식 장비를 사용하고, 무인기(드론) 공격 등 현대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사상자가 대거 발생하고 있다는 군 당국의 발표와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의 미하일로 마카루크 작전 하사는 지난해 12월 27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병사들이 사용하는 소총은 대부분 오래된 칼라시니코프 소총(AK-27)이며, 그들이 사용한 칼은 작은 단검 수준”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23일 기준 북한군 사상자가 3000명을 넘었다고 주장했다.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병사 두 명이 치열한 백병전을 벌이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4일 렌TV 등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최근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에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인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한 마을에서 전투를 벌이는 영상이 돌았다. 우크라이나군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서 두 군인은 건물을 사이에 두고 총격전을 벌였다.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 군인의 소총 총구를 손으로 잡았고, 러시아군은 단검으로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중상을 입고 쓰러진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 군인에게 “당신은 세계 최고의 전사다. 조용히 숨을 거두고 싶으니 싸움을 멈추자”고 간청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또 이 군인은 “엄마, 안녕”이란 말을 남기고 수류탄을 터뜨려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 국가들로 공급돼 온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새해 첫날부터 끊기며 우크라이나 접경 국가인 몰도바에선 ‘난방 대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몰도바 내 일부 지역에서는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나무 땔감을 구하고, 가족들이 한 방에 모여 지내는 등 비상이 걸렸다. 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통해 유럽 국가들에 공급했던 가스가 이날 오전에 끊겼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에도 기존에 러시아와 맺은 계약에 따라 러시아산 가스가 자국을 통과하는 가스관으로 유럽에 공급되는 것을 막지 않았다. 하지만 계약 만료를 앞두고 연장을 거부했고 공급도 중단시킨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 러시아산 가스가 유럽에 공급되는 경로는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가스관,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로 이어지는 ‘노르트스트림’,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치는 ‘야말-유럽’, 흑해를 가로질러 튀르키예를 거쳐 불가리아로 가는 ‘튀르크스트림’ 등 총 4개였다. 하지만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노르트스트림과 야말-유럽 가스관의 운영이 중단됐다. 또 1일부터 우크라이나 가스관의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이제는 튀르크스트림만 운영이 지속되고 있다. 튀르크스트림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친러시아 성향인 헝가리와 EU에 속하지 않은 튀르키예, 세르비아에 가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EU 회원국 대부분은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에 미리 대비해 결정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몰도바의 경우 워낙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데다 EU 회원국 가입 신청을 했지만 아직 미가입 상태라 대비가 부족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피해가 국제법상 몰도바에 속하지만 러시아군 1500명이 주둔하고 있고,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 세력이 활동 중인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BBC에 따르면 트란스니스트리아 당국은 이날 오전 일반 가정의 난방·온수용 가스를 끊고, 병원 등 필수시설에만 가스를 공급했다. 대체연료인 나무 땔감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 전화까지 개설됐다. 일각에선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서 몰도바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 국가들로 공급돼 온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새해 첫날부터 끊기며 우크라이나 접경 국가인 몰도바에선 ‘난방 대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몰도바 내 일부 지역에서는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나무 땔감을 구하고, 가족들이 한 방에 모여 지내는 등 비상이 걸렸다.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통해 유럽 국가들에 공급했던 가스가 이날 오전에 끊겼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에도 기존에 러시아와 맺은 계약에 따라 러시아산 가스가 자국을 통과하는 가스관으로 유럽에 공급되는 것을 막지 않았다. 하지만 계약 만료를 앞두고 연장을 거부했고 공급도 중단시킨 것이다.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 러시아산 가스가 유럽에 공급되는 경로는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가스관,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로 이어지는 ‘노르트스트림’,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치는 ‘야말-유럽’, 흑해를 가로질러 튀르키예를 거쳐 불가리아로 가는 ‘튀르크스트림’ 등 총 4개였다. 하지만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노르트스트림과 야말-유럽 가스관의 운영이 중단됐다. 또 1일부터 우크라이나 가스관이 가동 중단됨에 따라 이제는 튀르크스트림만 운영이 지속되고 있다. 튀르크스트림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친러시아 성향인 헝가리와 EU에 속하지 않은 튀르키예, 세르비아에 가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EU 회원국 대부분은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에 미리 대비해 결정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몰도바의 경우 워낙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데다 EU 회원국 가입 신청을 했지만 아직 미가입 상태라 대비가 부족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피해가 국제법상 몰도바에 속하지만 러시아군 1500명이 주둔하고 있고,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 세력이 활동 중인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영국 BBC에 따르면 트란스니스트리아 당국은 이날 오전 일반 가정의 난방·온수용 가스를 끊고, 병원 등 필수시설에만 가스를 공급했다. 대체연료인 나무 땔감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 전화까지 개설됐다. 일각에선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서 몰도바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지 않은 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이다. 올해 집권 25년을 맞은 푸틴 대통령이 장기 집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동시에 전쟁 와중에도 러시아 사회가 안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자신만만한 그의 신년사처럼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2023년 점령 면적의 7배에 이르는 약 4000㎢를 차지하며 전황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일 0시 주요 국영 방송을 통해 발표한 신년사에서 “모든 것이 잘될 것으로 확신한다.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 달 24일 전쟁 발발 3년을 맞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칭할 때 러시아가 쓰는 ‘특별군사작전’이란 용어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다만 “러시아 전역의 수백만 명,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의 생각과 희망이 우리 군인 및 지휘관과 함께 한다”고 강조했다. 전장의 군인들이 러시아를 방어하고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진정한 영웅”이라고도 치켜세웠다. 전쟁을 직접 언급하진 않되 참전 중인 군인들을 우회적으로 격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푸틴의 모호한 연설은 그의 전시 지도력의 가장 큰 모순을 두드러지게 했다”고 논평했다. 전 국민을 사실상 전쟁에 몰아넣은 상황에서도 일상에서의 정상성은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전황이 러시아에 점점 유리해지는 현실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이 미국 전쟁 전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WS)’ 자료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군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3985㎢를 추가로 점령했다. 2023년 점령 면적의 약 7배에 달한다. 서울(605.2k㎡) 면적보다 약 6.6배 넓다. 거침없는 러시아의 공세에 고전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같은 날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고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 우리가 힘이 있어야 전쟁터와 협상 테이블에서 존중받고,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 그는 “새 미국 대통령이 평화를 이루고, 푸틴의 침공을 끝낼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도 했다. 20일 집권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이란 점을 의식해 미국의 지속적 지원을 촉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지 않은 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이다. 올해 집권 25년을 맞은 푸틴 대통령이 장기 집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동시에 전쟁 와중에도 러시아 사회가 안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자신만만한 그의 신년사처럼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2023년 점령 면적의 7배에 이르는 4000㎢를 차지하며 전황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푸틴 대통령은 1일 오전 0시 주요 국영 방송을 통해 발표한 신년사에서 “모든 것이 잘 될 것으로 확신한다.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달 24일 전쟁 발발 3년을 맞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칭할 때 러시아가 쓰는 ‘특별군사작전’이란 용어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푸틴 대통령은 다만 “러시아 전역의 수백만 명,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의 생각과 희망이 우리 군인 및 지휘관과 함께 한다”고 강조했다. 전장의 군인들이 러시아를 방어하고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진정한 영웅”이라고도 추켜세웠다. 전쟁을 직접 언급하진 않되 참전 중인 군인들을 우회적으로 격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푸틴의 모호한 연설은 그의 전시 지도력의 가장 큰 모순을 두드러지게 했다”고 논평했다. 전 국민을 사실상 전쟁에 몰아넣은 상황에서도 일상에서의 정상성은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의미다.이는 최근 전황이 러시아에 점점 유리해지는 현실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이 미국 전쟁전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WS)’ 자료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군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3985㎢를 추가로 점령했다. 2023년 점령 면적의 약 7배에 달한다. 서울(605.2k㎡) 면적보다 약 6.6배 넓다.거침없는 러시아의 공세에 고전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같은 날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고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 우리가 힘이 있어야 전쟁터와 협상 테이블에서 존중받고,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그는 “새 미국 대통령이 평화를 이루고, 푸틴의 침공을 끝낼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도 했다. 20일 집권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점이라는 점을 의식해 미국의 지원 지속을 촉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당국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특수부대에서 복무한 동생의 ‘전사증’을 줬는데, ‘어떤 말도 밖에 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류에 지장(指章)을 찍으라고 했습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당국이 전쟁이나 전투 훈련에서 군인이 사망했음을 알리는 전사증을 유가족에게 전달하며 ‘발설 금지 서약’을 요구했다고 지난해 12월 30일 보도했다. RFA는 북한 평안남도에 있는 유가족의 말을 인용해 “유가족들도 자녀들이 러시아로 파병 갔다가 사망한 것을 짐작했지만 당국이 이를 알리지 못하도록 해 오열하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18일 개천시 당위원회로부터 도당 행사에 참가하라는 통보를 받고 엄마와 함께 평성(평안남도 도청 소재지)에 가서 특수부대에서 군 복무한 동생의 전사증을 받았다”며 “전사증을 수여하는 도당 위원회 행사에서 도당 간부가 ‘(동생이) 조국의 명예를 걸고 성스러운 전투 훈련에 참가했다가 사망했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유가족은 10명가량이었고, 전사자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걸로 알려진 북한군 특수부대 폭풍군단 소속이었다고 한다.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27일 덕천시 당위원회에서 군인 유가족에게 전사증을 수여하는 행사가 열렸다”고 알렸다. 그는 “당국은 군인들이 영예롭게 전사했다는 말만 하고 사망 경위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며 “(이런 방식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군부대는 유가족에게 사망 원인과 장소를 밝히는데 이를 알리지 않은 점에 의문을 표한 것이다. 한미 당국이 북한군의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 쿠르스크주 파병 사실을 지난해 10월 공식 확인한 뒤 북한군 전사 사실이 우크라이나군이나 현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데 이어 북한 내부에서도 관련 내용이 확인된 것이다.● 우크라 군 “북한군 망가진 수류탄으로 전투”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열악한 여건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의 미하일로 마카루크 작전 하사는 지난해 12월 27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쿠르스크에서 사망한 북한 병사들을 수색한 사실을 전했다. 그는 북한 병사들이 사용하는 소총이 대부분 오래된 칼라시니코프 소총(AK―47)이며, 무전기 같은 현대적 장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소지한 수류탄에 대해 “F―1 또는 소련식 수류탄이 아니라, 완전히 망가진 RGO 수류탄(공격용보다 무거운 방어용)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RFA는 마카루크 하사가 이와 관련된 문서나 사진을 제시하지는 않아 발언의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다고 했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1만2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사망자 수는 늘고 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해 12월 30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최근 7∼8일간 1000명 이상이 숨지거나 다쳤다는 백악관 발표를 언급하며 “쿠르스크 지역 내에서 북한군이 가하는 공격이 그 정도의 효과만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퇴임 앞두고 대규모 추가 군사 지원 러시아의 파상 공격에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우크라이나에 25억 달러(약 3조6825억 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20일 앞두고 나온 조치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미국은 나의 남은 임기 동안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후 미국의 누적 군사 지원액은 614억 달러(약 90조4422억 원)에 달한다.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새해를 앞두고 300명 이상의 전쟁 포로를 교환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2월 30일 러시아가 점령한 마리우폴에서 붙잡힌 자국 군인과 국경 수비대, 민간인 등 189명을 인계받았다. 이번 전쟁 들어 가장 큰 규모의 포로 교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퍼스트 프렌드’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내년 2월 23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을 옹호하는 기고를 현지 언론에 게재해 내정간섭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총선 후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는 이런 머스크를 두고 “고압적이고 주제넘은 행동”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기민당은 현 제1야당이자 여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공영 도이체벨레(DW)방송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29일 현지 신문 ‘벨트암존타크’에 감세, 규제 완화 등 AfD의 경제 정책을 옹호하며 “이 나라의 마지막 희망의 불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AfD가 독일을 경제적 번영, 기술 혁신으로 이끌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AfD는 반(反)난민, 유로화 탈퇴 후 마르크화 재도입 등을 주창하는 강경 극우 성향이다. 2021년 독일 정보당국으로부터 “극단주의 조직으로 의심된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경제난, 반이민 정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만 등에 힘입어 최근 기민당에 이은 지지율 2위를 점하고 있다. 알리스 바이델 AfD 대표 또한 이런 머스크에 감사를 표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하지만 메르츠 대표, 집권 사회민주당의 자스키아 에스켄 공동 대표 등 주요 정치인은 강하게 반발했다. 메르츠 대표는 “서방 민주주의 역사상 우호국의 선거 운동에 간섭한 사례를 기억할 수 없다”며 타국 정치에 대한 고압적이고 주제넘은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독일 유명 사업가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아웃사이더 정치인을 지지하는 기고를 한다면 미국인이 어떻게 반응하겠느냐고도 반문했다. 에스켄 대표 또한 “외부에서 독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 AfD 같은 반민주주의적이고 인간을 혐오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세력은 누구든 강한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주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고도 일갈했다. 벨트암존타크의 칼럼 편집자 에바 마리 코겔 또한 머스크의 기고를 허용한 경영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임을 발표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퍼스트 프렌드’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내년 2월 23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을 옹호하는 기고를 현지 언론에 게재해 내정간섭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총선 후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는 이런 머스크를 두고 “고압적이고 주제넘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기민당은 현 제1 야당이자 여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공영 도이체벨레(DW) 방송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29일 현지 신문 ‘벨트암존탁’에 감세, 규제완화 등 AfD의 경제 정책을 옹호하며 “이 나라의 마지막 희망의 불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AfD가 독일을 경제적 번영, 기술 혁신으로 이끌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AfD는 반(反)난민, 유로화 탈퇴 후 마르크화 재도입 등을 주창하는 강경 극우 성향이다. 2021년 독일 정보당국으로부터 “극단주의 조직으로 의심된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경제난, 반이민 정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만 등에 힘입어 최근 기민당에 이은 지지율 2위를 점하고 있다. 알리체 바이델 AfD 대표 또한 이런 머스크에 감사를 표하는 영상을 게시했다.하지만 메르츠 대표, 집권 사회민주당의 자스키아 에스켄 공동 대표 등 주요 정치인은 강하게 반발했다. 메르츠 대표는 “서방 민주주의 역사상 우호국의 선거 운동에 간섭한 사례를 기억할 수 없다”며 타국 정치에 대한 고압적이고 주제넘는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독일 유명 사업가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아웃사이더 정치인을 지지하는 기고를 한다면 미국인이 어떻게 반응하겠느냐고도 반문했다.에스켄 대표 또한 “외부에서 독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 AfD 같은 반민주주의적이고 인간을 혐오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세력은 누구든 강한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주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고도 일갈했다. 벨트암존탁의 칼럼 편집자 에바 마리에 코겔 또한 머스크의 기고를 허용한 경영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임을 발표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다음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뒤 종전 협상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년 가까이 전쟁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우크라이나와 타협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서방을 향해 ‘미사일 결투’를 제안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은 미친 사람”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에 자국 편을 들어줄 것을 호소했다. 각자 우위와 정당성을 강조하며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 겸 국민과 대화 ‘올해의 결과’ 행사에서 4시간이 넘는 마라톤 기자회견을 소화하며 러시아가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는 “러시아는 서방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침공 뒤인) 지난 2~3년간 훨씬 더 강해졌다”며 “러시아 군대의 전투 준비 태세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와 타협할지 묻는 미국 NBC 기자의 질문엔 “항상 대화와 협상을 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지만 상대방(우크라이나)이 협상을 거부했다”면서도 “트럼프를 만나면 논의할 것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대화 의지를 밝혔다.푸틴 대통령은 내년 2월 3년을 맞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금 일어나는 상황을 미리 알 수 있었다면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을 더 일찍 내렸어야 했다”며 “우리는 아무런 준비 없이 2022년 일을 시작했다. 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했다”고 했다.러시아가 지난달 우크라이나로 시험 발사한 최신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 ‘오레시니크(개암나무)’의 성능을 의문시하는 지적에 대해선 공격적으로 맞섰다. 그는 “서방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타격 목표를 정하도록 하자. 서방은 이 목표물에 미사일 방어력을 집중할 것이다. 러시아는 오레시니크로 이 목표물을 공격할 것”이라며 “우리는 준비됐다”고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그(푸틴)는 살인을 즐기는 사람”이라며 “정말 위험하고 사람 목숨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는 정말로 미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의 ‘미사일 결투’ 제안에 대해선 “정말로 제정신인 사람 같나”라고 반문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당선인)은 ‘스트롱 맨(strong man)’이고, 나는 정말로 그가 우리 편에 서 주기를 바란다. 이것은 내게 아주 중요하다”며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이 전쟁이 터졌을 때 그는 대통령이 아니었으므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그와 더 논의하고 싶다”며 “정치인 혹은 사업가이기 이전에 우리 모두 같은 감정을 갖고 같은 가치를 지닌 인간이므로 그도 이해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그는 또 “유럽이 제공하는 안전보장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진짜 안전보장은 현재 혹은 미래의 나토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돼 안전을 보장받고 싶다는 취지로 풀이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에 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타협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대선 과정에서 ‘취임 24시간 내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공약해 온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빠른 종전을 거세게 압박해 왔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어떤 식으로든 타협할 준비를 마쳤지만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거부했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했다. 러시아는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일부 지역, 2014년 강제 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절대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또한 “영토 완전 수복”으로 맞서고 있다.● 젤렌스키 “돈바스·크림반도 회복 어려워”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현실적으로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되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 프랑스 매체 르파리지앵 인터뷰에서 “영토를 포기할 수 없다. 헌법도 영토 포기를 금하고 있다”면서도 돈바스와 크림반도가 러시아의 통제하에 있어 “되찾을 힘이 없다”고 했다. 기존의 영토 포기 불가 입장은 고수하되 영토를 되찾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같은 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서방의 추가 지원, 나토 및 EU 가입 허용 등도 촉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보호할지에 관해 유럽이 분열되지 말고 공동의 입장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양측의 휴전이 성사된다면 양측이 현재 점령 중인 영토에서 새 국경선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또한 올 8월부터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 수미 일대를 점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판 모사드 ‘SBU’도 주목한편 러시아군의 화학·생물학·방사선(화생방) 방어 부대를 이끌어 온 이고리 키릴로프 화생방전 방어 사령관(중장)의 폭살 배후를 자처한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또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SBU는 옛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으로 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 당시 KGB의 조직, 인력, 네트워크 상당 부분을 물려받으며 출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력 열세에 시달려 온 우크라이나는 그간 SBU를 통해 러시아 주요 인사를 암살하는 전략을 썼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키릴로프 암살을 두고 “SBU가 자국에 적대적인 요인에 대한 가차 없는 암살로 유명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모델로 발전해 왔다”고 평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SBU가 “러시아 처단자”라는 명성을 얻었다고 전했다. SBU의 인원은 약 3만 명으로 미국 연방수사국(FBI·3만5000명)에 버금간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 모사드, 영국 MI5 인원의 각각 4배, 7배 수준. 러시아에서도 대규모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반(反)체제 성향 러시아인, 옛 소련에 속했던 국가의 주민을 포섭해 암살, 파괴, 도청 작전 등을 폈다. SBU는 전쟁 발발 후 푸틴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인 러시아 극우 선동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서 암살했다. 두기나는 부친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열렬히 지지했다. 또 지난달에는 러시아군의 흑해 미사일 함대 업무를 관할하던 발레리 트란콥스키 해군 대령도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제거했다. 키릴로프 암살은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과 불과 7km 떨어진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스쿠터 폭탄을 이용해 진행됐다. 우크라이나는 키릴로프 암살 하루 전 그가 자국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국제법이 금지한 화학무기 등을 썼다며 기소했다. 바실 말류크 SBU 국장은 FT에 “침략자의 모든 범죄 행위를 응징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암살을 불사할 뜻을 밝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69·사진)이 판사 매수 등의 혐의로 1, 2심에 이어 최종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프랑스에서 전직 대통령이 퇴임 뒤 중형을 선고 받은 건 제5공화국이 출범한 1958년 이후 처음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은 19일(현지 시간) 프랑스 최고 법원인 파기법원이 이날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부패와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1, 2심에서 선고된 징역 3년, 집행유예 2년 형도 유지됐다. 교도소 수감 대신 1년간 전자 팔찌를 착용해야 하고, 가택 연금과 3년간 공직 업무 금지 등의 결정도 유지됐다. 2007∼2012년 프랑스 대통령으로 재임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때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에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받은 혐의로 2013년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14년 질베르 아지베르 대법원 판사에게 수사 내부 기밀을 전해 듣는 대가로 ‘재선에 성공하면 모나코의 고위직을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다른 형사 사건 재판도 받고 있다. 재선 도전 당시 법정 한도를 초과하는 선거 비용을 쓰고 허위 영수증을 제출한 혐의로도 1,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공격 드론이 날아다니는데도 북한군이 좀비처럼 다가왔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모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격전지인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인명 피해의 원인으로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가 꼽히고 있다. 최신식 무기에 익숙하지 않고, 전투 경험도 부족한 북한군이 공격용 드론의 살상 위력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의미다. 북한군의 인명 피해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현재 점령지가 새 국경선이 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양측 모두 큰 인명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조금이라도 더 영토를 확보하려는 전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좀비처럼 드론에 다가와” 17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쿠르스크주에 배치된 우크라이나군 미하일로 마카루크 하사의 증언을 통해 드론에 취약한 북한군의 실상을 공개했다. 마카루크 하사는 “북한군은 드론과 원격 조종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땅에 엎드리거나 나무 뒤에 숨으면 드론이 자신들을 볼 수 없을 것으로 여기는 듯했다”며 “진짜 좀비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군은 손쉬운 표적이었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모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같은 날 공개한 ‘1인칭 시점(First Person View·FPV) 드론’의 공격 영상에서도 이 같은 정황이 포착됐다. 드론을 발견한 북한 군인이 급하게 나무 사이로 피해 다니지만 집요하게 이들을 쫓아간 드론이 한 명씩 차례로 정조준하며 공격하는 장면이다. ‘1인칭 시점’이란 이름은 조종사가 이 드론의 시점에서 지상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래했다. 최대 시속 150km에 달하며 공격 목표를 발견하면 점점 고도를 낮춘 뒤 달라붙어 폭발한다.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집속탄(cluster bomb)에 쓰러지는 모습도 공개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대형 포탄 안에 수십, 수백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있어 살상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강철비’로 불릴 만큼 파괴력이 강해 국제사회가 사용을 규탄하고 있다.● 미 당국자, “북한군 사상자 수백 명 발생”로이터통신, AFP통신 등도 17일 미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군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했으며 사상자의 계급은 말단 병사에서부터 최상위 계급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16일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HUR) 또한 “북한군 2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17일 우크라이나 매체 ‘이보케이션인포’는 쿠르스크주의 한 병원에서 부상당한 북한군을 찍은 독점 영상도 텔레그램에 공개했다. 영상에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한쪽 팔을 주머니에 넣고 바지 한쪽을 걷어 올린 채 걷기 불편한 듯 신발을 끌며 복도를 지난다. 이 매체는 “최근 북한군 100명 이상이 병원으로 이송됐다”며 러시아가 적절한 훈련과 지원 없이 북한군을 ‘총알받이’로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텔레그램 계정 ‘노콘텍스트’ 또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남성 7명이 슬리퍼를 신고 평상복 차림으로 병원 복도를 지나가는 영상, 서너 명이 병원 침상에 누워 있는 사진 등을 공개했다. 팔목을 다쳐 깁스를 하거나 다리를 절뚝거리는 이들이 보인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한 키스 켈로그가 다음 달 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할 예정이다. ‘취임 후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종전’을 공약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식 전 양측 휴전 협상을 중재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보로 풀이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인과의 직접 소통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연락하고 있다”며 “이미 여러 차례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그가 우리의 계획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공격 드론이 날아다니는데도 북한군이 좀비처럼 다가왔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모했다.”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격전지인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 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인명 피해의 원인으로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이 꼽히고 있다. 최신식 무기에 익숙하지 않고, 전투 경험도 부족한 북한군이 공격용 드론의 살상 위력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의미다.북한군의 인명 피해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음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현재 점령지가 새 국경선이 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양측 모두 큰 인명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조금이라도 더 영토를 확보하려는 전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러, 北에 드론 위험성 제대로 안 알려”17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쿠르스크주에 배치된 우크라이나군 미하일로 마카루크 하사의 증언을 통해 드론에 취약한 북한군의 실상을 공개했다.마카루크 하사는 “북한군은 드론과 원격 조종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땅에 엎드리거나 나무 뒤에 숨으면 드론이 자신들을 볼 수 없을 것으로 여기는 듯 했다”며 “진짜 좀비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군은 “손쉬운 표적이었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모했다”고 덧붙였다.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같은 날 공개한 ‘1인칭 시점(First Person View·FPV) 드론’의 공격 영상에서도 이 같은 정황이 포착됐다. 드론을 발견한 북한 군인이 급하게 나무 사이로 피해 다니지만 집요하게 이들을 쫓아간 드론이 한 명씩 차례로 정조준하며 공격하는 장면이다.‘1인칭 시점’이란 이름은 조종사가 이 드론의 시점에서 지상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래했다. 최대 시속 150km에 달하며 공격 목표를 발견하면 점점 고도를 낮춘 뒤 달라붙어 폭발한다.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집속탄(cluster bomb)에 쓰러지는 모습도 공개했다. 하나의 대형 포탄 안에 수십, 수백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있어 살상력을 극대화했다. ‘강철비’로 불릴 만큼 파괴력이 강해 국제사회가 사용을 규탄하고 있다.● 미 당국자, “북한군 사상자 수백 명 발생”로이터통신, AFP통신 등도 17일 미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군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했으며 사상자의 계급은 말단 병사에서부터 최상위 계급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16일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HUR) 또한 “북한군 2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17일 우크라이나 매체 ‘이보케이션인포’는 쿠르스크주의 한 병원에서 부상당한 북한군을 찍은 독점 영상도 텔레그램에 공개했다. 영상에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한쪽 팔을 주머니에 넣고 바지 한쪽을 걷어 올린 채 걷기 불편한 듯 신발을 끌며 복도를 지난다. 이 매체는 “최근 북한군 100명 이상이 병원으로 이송됐다”며 러시아가 적절한 훈련과 지원 없이 북한군을 ‘총알받이’로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러시아 텔레그램 계정 ‘노콘텍스트’ 또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남성 7명이 슬리퍼를 신고 평상복 차림으로 병원 복도를 지나가는 영상, 서너 명이 병원 침상에 누워 있는 사진 등을 공개했다. 팔목을 다쳐 깁스를 하거나 다리를 절뚝거리는 이들이 보인다.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한 키스 켈로그가 다음 달 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할 예정이다. ‘취임 후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종전’을 공약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식 전 양측 휴전 협상을 중재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보로 풀이된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인과의 직접 소통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연락하고 있다”며 “이미 여러 차례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그가 우리의 계획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가 아일랜드에서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과징금 2억5100만 유로(약 3784억 원)를 내게 됐다. 메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각 조치를 취했다”며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유럽연합(EU) 전문 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아일랜드데이터보호위원회(DPC)는 17일(현지 시각) EU가 정한 일반정보보호규정(GDPR)을 준수하지 않은 혐의로 메타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페이스북이 2017년 7월부터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위반한 데 따른 것이다. 페이스북의 규정 위반으로 유럽경제지역(EEA) 계정 300만 개가 영향을 받았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페이스북의 프로그램 문제로 접근 권한이 없는 사람도 다른 계정의 프로필을 이용자가 설정한 공개 범위 외에도 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계정 이용자 이름, 성별, 종교, 전화번호, 위치, 근무지 등이 유출돼 버렸다.메타는 2018년 9월 보안 문제를 발견한 뒤 문제점을 수정해 집행 당국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하지만 DPC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과징금 2억4000만 유로(약 3618억 원)를 부과했다. 이와 별도로 메타가 GDPR 위반 사실을 통지하지 않고, 해당 내용을 문서화하지도 않았다는 이유로 과징금 1100만 유로(약 166억 원)도 부과했다.메타 측은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 부과 결정에 대해 메타는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DPC는 올 9월 비밀번호 관리 오류를 이유로 메타에 과징금 9100만 유로(약 1372억 원)를 물린 바 있다. 또 10월에는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트인에 표적 광고를 했다며 과징금 3억1000만 유로(약 4673억 원)를 부과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격전지인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 파병된 북한군이 최근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이다 수십 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16일 밝혔다. 미국 정부가 북한군의 사상자 발생을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이번 전쟁에서 북한인이 죽을 이유는 없다. 유일한 이유는 이 전쟁을 부채질한 푸틴의 광기 때문”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했다.17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의문의 폭발로 2017년부터 러시아군의 방사선·화학·생물학 방어 부대를 이끌어 온 이고리 키릴로프 NBC보호 사령관 겸 중장(54·사진)이 숨졌다. 이번 폭발은 우크라이나가 그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국제법이 금지한 화학무기 사용으로 기소한 지 하루 만에 발생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우크라이나가 암살 배후를 자처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러, 전사한 북한군 태워” 팻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러시아군과 전투에 참가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러시아 부대에 통합돼 쿠르스크 일대에서 주로 보병으로 활동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 또한 “며칠간 북한 군인들이 전장의 ‘제2선’에서 ‘최전선’으로 이동하고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그 역시 북한군의 피해 규모를 “수십 명(several dozen)”으로 봤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독립 주권국(우크라이나)을 상대로 침략 전쟁을 수행하려 군대를 보낸다면 확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군이 미국 등 서방이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진입해서 교전하거나 추가 파병을 단행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러시아가 파병된 북한 병사들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전사자의 얼굴까지 불태우고 있다”고 주장하며 30초 분량의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산속에서 사체로 추정되는 물체의 일부분에 불이 붙어 있고 다른 사람으로 추정되는 실루엣도 보인다. “러시아는 북한 병사들이 죽은 뒤에도 그 얼굴을 감추려 한다”는 영어 자막도 달렸다.● 푸틴 “우크라 전선 주도권 확고” 북한군 지원에 힘입은 러시아는 더 공격적인 태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6일 “군의 전투 활동이 전체 전선에서 전략적인 주도권을 확고히 잡고 있다”고 전쟁 승리를 자신했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도 “내년에 전쟁 승리를 이루겠다”며 현재 일부만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루간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지역에서 완전한 점령을 이루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10년 안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상황에 대비할 것”이라며 유럽 전체로의 확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키릴로프 중장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그는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에서 약 7km 떨어진 아파트 앞 전기 스쿠터에 설치된 원격 조종 폭발 장치가 터져 숨졌다. 텔레그램에 등장한 사진에는 피로 얼룩진 눈 속에 누워 있는 사체, 깨진 유리 등이 보인다. 폭발의 위력이 TNT 폭탄 200∼300g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SBU가 모스크바에서 특수 작전을 수행해 키릴로프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가 국제법을 무시한 전범(戰犯)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 주장의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로이터는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유럽연합(EU) 1, 2위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국가원수가 동시에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사실상 행정부 붕괴 상황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안 등 주요 경제 정책에서 갈등을 빚다가 지난달 연립정부가 해체된 독일은 16일 올라프 숄츠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 투표를 실시했다. 최종적으로 불신임안이 가결돼 내년 2월 23일 조기 총선이 치러지면 숄츠 총리와 소속 사회민주당(사민당)의 지지율이 낮아 총리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처지다. 프랑스 역시 내년 예산안 등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극한 갈등을 겪고 있다. 4일 의회의 불신임안 통과로 1962년 이후 62년 만에 행정부가 붕괴됐다. 이 여파로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가 사퇴하고 프랑수아 바이루 신임 총리가 취임했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바이루 총리 모두 물러나라”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재정적자 증가, 성장률 둔화 등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극우 정당의 급부상 등까지 겹쳐 갈등과 분열이 심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에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해야 할 EU 전체에 악재가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숄츠 총리직 유지 힘들 듯733석의 독일 연방 의회는 16일 오후 1시(한국 시간 16일 오후 9시)부터 숄츠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를 실시했다. 이는 11일 숄츠 총리가 자신의 신임 여부를 표결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독일 총리의 신임 투표는 총리만 발의할 수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일찍이 숄츠 총리의 불신임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중도좌파 사민당 대표인 숄츠 총리는 2021년 9월 우파 자유민주당(자민당), 좌파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해 집권했다. 당시 사민당의 상징색이 빨강, 자민당은 노랑, 녹색당은 초록이라는 이유로 ‘신호등 연정’으로 불렸다. 하지만 숄츠 총리는 정치 성향이 다른 자민당, 녹색당과 자주 갈등을 빚었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자민당 대표인 크리스티안 린드너 전 재무장관이 “사회복지 예산은 줄이고 고소득층에겐 감세 혜택을 주자”고 주장하며 갈등이 깊어졌다. 전통적으로 복지 의제를 중요하게 다뤄온 사민당은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민당이 연정에서 탈퇴해 숄츠 총리가 직접 신임 투표를 발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조기 총선에선 중도 우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가 9∼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민·기사당 연합의 지지율이 31%로 주요 정당 중 1위였다. 극우 ‘독일을위한대안(AfD)’이 20%로 2위였다. 사민당의 지지율은 17%에 머물렀다. 다만 어느 정당이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해도 연정 구성이 불가피한 만큼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각 정당 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난-극우정당 급부상에 협치 어려워 두 나라의 정치 위기는 경제난과 무관하지 않다. 독일의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0.1%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주요 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에 핵심 산업인 자동차 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스도 올해 재정적자가 GDP의 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권고 기준(3%)의 두 배에 가깝다. 독일에서는 AfD, 프랑스에서는 극우 국민연합(RN)이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낀 시민들에게 강한 지지를 얻고 있다. 이들의 강경 성향으로 기성 정당이 좀처럼 협치를 하기 어려운 구조다. 두 나라의 혼란은 EU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독일의 정치적 혼란과 프랑스 정부의 몰락으로 EU는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중요한 순간에 리더십 공백을 겪게 됐다”고 진단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1962년 이후 62년 만의 행정부 붕괴 사태가 발생한 프랑스의 정치 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1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도우파 성향의 프랑수아 바이루 전 법무장관(73)을 신임 총리로 발탁했지만 극우정당 국민전선(RN),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 등 야권은 바이루 총리가 자신들이 4일 사퇴시킨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계속된 정치 혼란 속에 정부 재정적자를 둘러싼 우려도 커지면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4일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으로 한 단계 낮췄다. 프랑스 BFM TV 등에 따르면 바이루 총리는 13일 취재진과 만나 “사람들을 분열시키기보다 한데 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화해가 필요하다”며 범국민적인 협력을 호소했다. 그는 엘리자베트 보른, 가브리엘 아탈, 바르니에 전 총리에 이은 올해 4번째 총리다. 그는 범여권 정당으로 분류되는 MoDem(민주운동당) 대표로 마크롱 1기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부분의 좌파는 그가 지나치게 우파 성향이라고 보고, 일부 우파는 그가 너무 온건하다고 본다. 총리 임명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야권이 바르니에 전 총리 때와 마찬가지로 바이루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고 하원에서 통과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린 르펜 전 RN 대표는 X에 “바이루 총리에게 전임자가 하지 않았던 일을 요청한다. 야당의 말을 들어 합리적이고 신중한 예산을 짜라”고 촉구했다. NFP에 속한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마뉘엘 봉파르 의원 또한 X를 통해 “(바이루를 총리로 임명한 것은) 민주주의 거부”라며 “바이루를 뒤엎는 게 마크롱을 뒤엎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좌파 정당인 녹색당의 마린 통들리에 대표는 “그가 세금 및 연금에서 전 행정부의 정책을 고수한다면 불신임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바르니에 전 총리는 국내총생산(GDP)의 6%가 넘는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며 긴축 기조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다 의회 불신임으로 사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바르니에 전 총리와 비슷한 결의 바이루 총리를 발탁해 ‘예산안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 역시 ‘총리 불신임’으로 또다시 맞서겠다’고 응수하는 상황이다. 무디스는 정계의 이런 극한 대치를 우려하며 국가 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또 재정적자가 더 늘어날 우려도 있다. 무디스는 이번 등급 조정에 대해 “정치적 분열로 프랑스의 공공 재정이 상당히 약화할 것이고, 당분간 대규모 적자가 줄어들 계기도 보이지 않는다”며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는 조치의 범위와 규모를 제약할 것이라는 견해를 반영했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1962년 이후 62년 만의 행정부 붕괴 사태가 발생한 프랑스의 정치 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1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도우파 성향의 프랑수아 바이루 전 법무장관(73)을 신임 총리로 발탁했지만 극우정당 국민전선(RN),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 등 야권은 바이루 총리가 자신들이 4일 사퇴시킨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계속된 정치 혼란 속에 정부 재정적자를 둘러싼 우려도 커지면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4일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으로 한 단계 낮췄다. 프랑스 BFM TV 등에 따르면 바이루 총리는 13일 취재진과 만나 “사람들을 분열시키기보다 한데 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화해가 필요하다”며 범국민적인 협력을 호소했다. 그는 엘리자베스 보른, 가브리엘 아탈, 바르니에 전 총리에 이은 올해 4번째 총리다.그는 범여권 정당으로 분류되는 모뎀(MoDem·민주운동당) 대표로 마크롱 1기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부분의 좌파는 그가 지나치게 우파 성향이라고 보고, 일부 우파는 그가 너무 온건하다고 본다.총리 임명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야권이 바르니에 전 총리 때와 마찬가지로 바이루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고 하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린 르펜 전 RN 대표는 X에 “바이루 총리에게 전임자가 하지 않았던 일을 요청한다. 야당의 말을 들어 합리적이고 신중한 예산을 짜라”고 촉구했다. NFP에 속한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누엘 봉파르 의원 또한 X를 통해 “(바이우를 총리로 임명한 것은) 민주주의 거부”라며 “바이루를 뒤엎는 게 마크롱을 뒤엎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좌파 정당인 녹색당의 마린 통들리에 대표는 “그가 세금 및 연금에서 전 행정부의 정책을 고수한다면 불신임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바르니에 전 총리는 국내총생산(GDP)의 6%가 넘는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며 긴축 기조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다 의회 불신임으로 사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바르니에 전 총리와 비슷한 결의 바이우 총리를 발탁해 ‘예산안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 역시 ‘총리 불신임으로 또다시 맞서겠다’며 응수하는 상황이다.무디스는 정계의 이런 극한 대치를 우려하며 국가 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또 재정적자가 더 늘어날 우려도 있다. 무디스는 이번 등급조정에 대해 “정치적 분열로 프랑스의 공공 재정이 상당히 약화하고, 당분간 대규모 적자가 줄어들 계기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를 줄일 수 있는 조치의 범위와 규모를 제약할 것이라는 견해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예전엔 보지 못했던 독일식 대형 소시지가 정말 인상적이네요.” 7일(현지 시간) 개장한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크리스마스 마켓(march´es de Noёl). 해마다 연말이면 찾아오는 시장이지만 올해는 뭔가 특별하다.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 지역에 사는 시미에 상드린 씨는 이날 비 오는 날씨에도 우산을 쓰고 와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먹거리가 풍성해졌다”며 “경제가 나빠지고 있지만 마켓 구경하며 잠시 잊어보려 한다”고 했다.》이날은 파리 크리스마스 마켓이 올해 처음 문을 연 날이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성탄절 대목을 맞아 다양한 지역에서 온 상인들은 약 60개의 ‘샬레’(스위스식 오두막)를 가득 채우고 손님맞이에 바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며 기대만큼 활기찬 느낌은 적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프랑스 전국 곳곳에 들어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의 풍경이 올해 다소 달라졌다. 프랑스 전통 공예품이나 크리스마스 장식품보다 야식용 간식이 유독 많아졌다. 예전엔 뱅쇼(따뜻한 와인)나 크레프, 초콜릿 등 프랑스 전통 음식이 다수였지만 최근엔 독일 소시지, 일본 라면, 인도 카레 등 다국적인 메뉴가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정치적 혼란, 경기 침체 장기화 등이 겹쳐 성탄절 특수마저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 전통보단 즐길거리, 먹거리 중시 올해 성탄절 마켓의 특징은 프랑스 전통 문화와 크리스마스 본연에 충실했던 과거와 달리 다국적이고 상업적인 면모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주로 도시를 대표하는 ‘광장’에서 열렸지만, 이제 가족 단위 방문객이 편하게 찾는 박물관이나 백화점 등으로 마켓이 확산됐다.파리도 지난달 말부터 관광 명소인 튀일리 정원과 노트르담 대성당, 라데팡스 쇼핑몰 등 약 20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어린이 과학관과 전시관이 모여 있는 파리 외곽 라빌레트도 올해 처음 크리스마스 마켓을 열어 주목받았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은 만큼 체험 시설에 신경을 쓴 것. 다른 마켓에선 보기 힘든 대형 암벽 등반 타워가 서 있어 눈길을 끈다. 성탄절 장터는 주로 교통의 요지인 콩코르드 광장이나 루브르 박물관 옆에 있는 튀일리 정원 등 전통적인 장소였지만 이제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마켓이 여기저기 늘어나면서 저마다 의미와 개성을 강조하려 애쓰는 모양새다. 파리 중앙 시테섬에 위치한 노트르담 대성당 앞 크리스마스 마켓은 특히 올해 그 의미가 남다르다. 2019년 4월 화재가 발생한 뒤 약 5년 8개월 만인 7일에 노트르담 대성당이 재개관했기 때문이다. 올해 이 시장은 프랑스의 상징인 대성당의 재개관을 축하하며 축제 분위기를 띄우려는 분위기가 물씬하다. 원래 크리스마스 마켓은 공예품 판매장이 주류였지만 올해는 먹거리 잔치를 벌이듯 시식 구역이 늘어났다. 운영 기간도 예년보다 1주일 늘린 27일이다. 주최 측은 자폐 청소년을 지원하는 협회 ‘메종 아르모니아’와 협업해 시장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기로 했다. 상업적 성격이 짙어진 크리스마스 마켓이지만 때론 사회적 캠페인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파리 18구에서 이달 7, 8일 열린 ‘그랑드 크리스마스 마켓’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성소수자(LGBTQ+)를 지원한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해당 마켓은 시민들이 편안하게 낮잠을 즐길 수 있는 장소도 제공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나치는 정치적 선전 도구로 삼아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오랜 세월과 역사를 겪으며 추운 연말에 유럽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기능을 해왔다. 13세기 독일의 ‘성 니콜라스 시장’이 기원으로 추정되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두터운 신앙과 선행으로 유명한 성 니콜라스 주교(270∼343)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초기엔 종교적 성격이 강했던 크리스마스 마켓은 실제로 가톨릭 포교의 장과 같은 역할이 주된 임무였다. 실제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알려진 드레스덴 크리스마스 마켓은 외진 곳에 떨어져 살던 농민들을 성당에 불러 모으려는 의도가 짙었다. 이후 프랑스를 포함해 유럽 전역에서도 이런 문화가 확산됐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본격적으로 커진 건 19세기 초 산업혁명의 영향이 컸다. 도시가 커지고 시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소비력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독일 수도 베를린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1805년 303개였으나 1840년에 두 배가량인 약 600개로 증가했다. 1930년대 나치 독일은 크리스마스 마켓을 정치적 도구로 삼기도 했다. 당시 아돌프 히틀러는 크리스마스를 독일 유산을 찬양하는 민족주의 휴일로 삼았다. 이에 따라 크리스마스 마켓의 장식은 표준화됐고, 독일산 제품만 판매됐다. 당시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1936년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약 200만 명이 몰리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나치가 패망한 뒤 사라지는 듯했던 크리스마스 마켓은 1960, 70년대 경제 호황과 소비주의 확산으로 다시 호황을 맞았다. 프랑스의 경우엔 1990년대까진 독일과 국경 지역인 프랑스 알자스 지역을 중심으로 섰지만 2000년대부터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됐다. 현재 프랑스는 유럽에서 독일에 이어 크리스마스 마켓이 두 번째로 많은 국가다.● 올해 佛 성탄 쇼핑, 8만 원 줄 듯 역사적으로 정치 종교적인 이유로 변모를 거듭했던 크리스마스 마켓은 최근엔 다른 이유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경제 침체다. 경기가 안 좋아 장사 자체가 어려워지다 보니 성탄절 마켓 역시 영향을 받는 것이다. 차별화되고 이색적인 시장들이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론 매출이 줄어 고전하다 보니 새로운 크리스마스 마켓을 키워 매출 반등의 기회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실제로 프랑스는 소비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소비자 관련 업체인 코피디스와 CSA리서치가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올해 크리스마스에 497유로(약 74만7900원)를 지출할 계획이다. 1년 전보다 52유로가 줄어들었다. 여론조사기관 이포프의 설문조사에서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할 수 없을까 봐 걱정’이라고 답한 비율이 33%나 됐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해 다른 구매를 포기할 것’이라고 답한 이들도 49%나 됐다. 꼭 성탄절이 아니어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분위기는 뚜렷했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8월∼2024년 8월 지출 규모는 부진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칸타에 따르면 올여름 가계의 평균 구매 품목은 11개뿐이었다. 팬데믹이 확산됐던 2020년에도 14개였던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경기 위축인 셈이다.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필수적인 소비에만 집중하며 엥겔계수(생계비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올라가고 있다. 할인마트 리들 프랑스법인의 미셸 비에로 부회장은 현지 매체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물가 위기 이전에는 식품 외 제품이 매장 매출의 10%를 차지했지만 요즘은 6∼6.5%가량”이라며 “최근엔 제품 가격이 10유로(약 1만5000원)를 넘으면 잘 팔리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최근 들어 물가는 다소 진정되고 있는 국면인데도 시민들은 여전히 소비를 꺼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물가가 워낙 임금보다 훨씬 빨리 올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물가 상승세가 최근 둔화되긴 했어도 임금이 천천히 올라 소비 여력은 여전히 현저하게 떨어져 있단 것이다. 프랑스 경제관측연구소(OFCE)의 마티외 플란 부국장은 “2021년 중반부터 2024년 중반까지 물가는 평균 13% 올랐지만, 급여는 11% 증가했다”며 “결국 실질임금은 2% 감소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크리스마스 마켓도 이런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