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공격 드론이 날아다니는데도 북한군이 좀비처럼 다가왔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모했다.”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격전지인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 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인명 피해의 원인으로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이 꼽히고 있다. 최신식 무기에 익숙하지 않고, 전투 경험도 부족한 북한군이 공격용 드론의 살상 위력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의미다.북한군의 인명 피해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음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현재 점령지가 새 국경선이 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양측 모두 큰 인명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조금이라도 더 영토를 확보하려는 전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러, 北에 드론 위험성 제대로 안 알려”17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쿠르스크주에 배치된 우크라이나군 미하일로 마카루크 하사의 증언을 통해 드론에 취약한 북한군의 실상을 공개했다.마카루크 하사는 “북한군은 드론과 원격 조종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땅에 엎드리거나 나무 뒤에 숨으면 드론이 자신들을 볼 수 없을 것으로 여기는 듯 했다”며 “진짜 좀비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군은 “손쉬운 표적이었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모했다”고 덧붙였다.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같은 날 공개한 ‘1인칭 시점(First Person View·FPV) 드론’의 공격 영상에서도 이 같은 정황이 포착됐다. 드론을 발견한 북한 군인이 급하게 나무 사이로 피해 다니지만 집요하게 이들을 쫓아간 드론이 한 명씩 차례로 정조준하며 공격하는 장면이다.‘1인칭 시점’이란 이름은 조종사가 이 드론의 시점에서 지상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래했다. 최대 시속 150km에 달하며 공격 목표를 발견하면 점점 고도를 낮춘 뒤 달라붙어 폭발한다.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집속탄(cluster bomb)에 쓰러지는 모습도 공개했다. 하나의 대형 포탄 안에 수십, 수백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있어 살상력을 극대화했다. ‘강철비’로 불릴 만큼 파괴력이 강해 국제사회가 사용을 규탄하고 있다.● 미 당국자, “북한군 사상자 수백 명 발생”로이터통신, AFP통신 등도 17일 미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군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했으며 사상자의 계급은 말단 병사에서부터 최상위 계급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16일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HUR) 또한 “북한군 2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17일 우크라이나 매체 ‘이보케이션인포’는 쿠르스크주의 한 병원에서 부상당한 북한군을 찍은 독점 영상도 텔레그램에 공개했다. 영상에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한쪽 팔을 주머니에 넣고 바지 한쪽을 걷어 올린 채 걷기 불편한 듯 신발을 끌며 복도를 지난다. 이 매체는 “최근 북한군 100명 이상이 병원으로 이송됐다”며 러시아가 적절한 훈련과 지원 없이 북한군을 ‘총알받이’로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러시아 텔레그램 계정 ‘노콘텍스트’ 또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남성 7명이 슬리퍼를 신고 평상복 차림으로 병원 복도를 지나가는 영상, 서너 명이 병원 침상에 누워 있는 사진 등을 공개했다. 팔목을 다쳐 깁스를 하거나 다리를 절뚝거리는 이들이 보인다.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한 키스 켈로그가 다음 달 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할 예정이다. ‘취임 후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종전’을 공약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식 전 양측 휴전 협상을 중재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보로 풀이된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인과의 직접 소통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연락하고 있다”며 “이미 여러 차례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그가 우리의 계획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가 아일랜드에서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과징금 2억5100만 유로(약 3784억 원)를 내게 됐다. 메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각 조치를 취했다”며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유럽연합(EU) 전문 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아일랜드데이터보호위원회(DPC)는 17일(현지 시각) EU가 정한 일반정보보호규정(GDPR)을 준수하지 않은 혐의로 메타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페이스북이 2017년 7월부터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위반한 데 따른 것이다. 페이스북의 규정 위반으로 유럽경제지역(EEA) 계정 300만 개가 영향을 받았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페이스북의 프로그램 문제로 접근 권한이 없는 사람도 다른 계정의 프로필을 이용자가 설정한 공개 범위 외에도 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계정 이용자 이름, 성별, 종교, 전화번호, 위치, 근무지 등이 유출돼 버렸다.메타는 2018년 9월 보안 문제를 발견한 뒤 문제점을 수정해 집행 당국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하지만 DPC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과징금 2억4000만 유로(약 3618억 원)를 부과했다. 이와 별도로 메타가 GDPR 위반 사실을 통지하지 않고, 해당 내용을 문서화하지도 않았다는 이유로 과징금 1100만 유로(약 166억 원)도 부과했다.메타 측은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 부과 결정에 대해 메타는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DPC는 올 9월 비밀번호 관리 오류를 이유로 메타에 과징금 9100만 유로(약 1372억 원)를 물린 바 있다. 또 10월에는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트인에 표적 광고를 했다며 과징금 3억1000만 유로(약 4673억 원)를 부과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격전지인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 파병된 북한군이 최근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이다 수십 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16일 밝혔다. 미국 정부가 북한군의 사상자 발생을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이번 전쟁에서 북한인이 죽을 이유는 없다. 유일한 이유는 이 전쟁을 부채질한 푸틴의 광기 때문”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했다.17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의문의 폭발로 2017년부터 러시아군의 방사선·화학·생물학 방어 부대를 이끌어 온 이고리 키릴로프 NBC보호 사령관 겸 중장(54·사진)이 숨졌다. 이번 폭발은 우크라이나가 그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국제법이 금지한 화학무기 사용으로 기소한 지 하루 만에 발생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우크라이나가 암살 배후를 자처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러, 전사한 북한군 태워” 팻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러시아군과 전투에 참가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러시아 부대에 통합돼 쿠르스크 일대에서 주로 보병으로 활동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 또한 “며칠간 북한 군인들이 전장의 ‘제2선’에서 ‘최전선’으로 이동하고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그 역시 북한군의 피해 규모를 “수십 명(several dozen)”으로 봤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독립 주권국(우크라이나)을 상대로 침략 전쟁을 수행하려 군대를 보낸다면 확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군이 미국 등 서방이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진입해서 교전하거나 추가 파병을 단행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러시아가 파병된 북한 병사들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전사자의 얼굴까지 불태우고 있다”고 주장하며 30초 분량의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산속에서 사체로 추정되는 물체의 일부분에 불이 붙어 있고 다른 사람으로 추정되는 실루엣도 보인다. “러시아는 북한 병사들이 죽은 뒤에도 그 얼굴을 감추려 한다”는 영어 자막도 달렸다.● 푸틴 “우크라 전선 주도권 확고” 북한군 지원에 힘입은 러시아는 더 공격적인 태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6일 “군의 전투 활동이 전체 전선에서 전략적인 주도권을 확고히 잡고 있다”고 전쟁 승리를 자신했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도 “내년에 전쟁 승리를 이루겠다”며 현재 일부만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루간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지역에서 완전한 점령을 이루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10년 안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상황에 대비할 것”이라며 유럽 전체로의 확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키릴로프 중장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그는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에서 약 7km 떨어진 아파트 앞 전기 스쿠터에 설치된 원격 조종 폭발 장치가 터져 숨졌다. 텔레그램에 등장한 사진에는 피로 얼룩진 눈 속에 누워 있는 사체, 깨진 유리 등이 보인다. 폭발의 위력이 TNT 폭탄 200∼300g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SBU가 모스크바에서 특수 작전을 수행해 키릴로프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가 국제법을 무시한 전범(戰犯)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 주장의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로이터는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유럽연합(EU) 1, 2위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국가원수가 동시에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사실상 행정부 붕괴 상황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안 등 주요 경제 정책에서 갈등을 빚다가 지난달 연립정부가 해체된 독일은 16일 올라프 숄츠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 투표를 실시했다. 최종적으로 불신임안이 가결돼 내년 2월 23일 조기 총선이 치러지면 숄츠 총리와 소속 사회민주당(사민당)의 지지율이 낮아 총리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처지다. 프랑스 역시 내년 예산안 등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극한 갈등을 겪고 있다. 4일 의회의 불신임안 통과로 1962년 이후 62년 만에 행정부가 붕괴됐다. 이 여파로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가 사퇴하고 프랑수아 바이루 신임 총리가 취임했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바이루 총리 모두 물러나라”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재정적자 증가, 성장률 둔화 등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극우 정당의 급부상 등까지 겹쳐 갈등과 분열이 심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에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해야 할 EU 전체에 악재가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숄츠 총리직 유지 힘들 듯733석의 독일 연방 의회는 16일 오후 1시(한국 시간 16일 오후 9시)부터 숄츠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를 실시했다. 이는 11일 숄츠 총리가 자신의 신임 여부를 표결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독일 총리의 신임 투표는 총리만 발의할 수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일찍이 숄츠 총리의 불신임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중도좌파 사민당 대표인 숄츠 총리는 2021년 9월 우파 자유민주당(자민당), 좌파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해 집권했다. 당시 사민당의 상징색이 빨강, 자민당은 노랑, 녹색당은 초록이라는 이유로 ‘신호등 연정’으로 불렸다. 하지만 숄츠 총리는 정치 성향이 다른 자민당, 녹색당과 자주 갈등을 빚었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자민당 대표인 크리스티안 린드너 전 재무장관이 “사회복지 예산은 줄이고 고소득층에겐 감세 혜택을 주자”고 주장하며 갈등이 깊어졌다. 전통적으로 복지 의제를 중요하게 다뤄온 사민당은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민당이 연정에서 탈퇴해 숄츠 총리가 직접 신임 투표를 발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조기 총선에선 중도 우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가 9∼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민·기사당 연합의 지지율이 31%로 주요 정당 중 1위였다. 극우 ‘독일을위한대안(AfD)’이 20%로 2위였다. 사민당의 지지율은 17%에 머물렀다. 다만 어느 정당이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해도 연정 구성이 불가피한 만큼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각 정당 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난-극우정당 급부상에 협치 어려워 두 나라의 정치 위기는 경제난과 무관하지 않다. 독일의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0.1%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주요 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에 핵심 산업인 자동차 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스도 올해 재정적자가 GDP의 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권고 기준(3%)의 두 배에 가깝다. 독일에서는 AfD, 프랑스에서는 극우 국민연합(RN)이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낀 시민들에게 강한 지지를 얻고 있다. 이들의 강경 성향으로 기성 정당이 좀처럼 협치를 하기 어려운 구조다. 두 나라의 혼란은 EU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독일의 정치적 혼란과 프랑스 정부의 몰락으로 EU는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중요한 순간에 리더십 공백을 겪게 됐다”고 진단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1962년 이후 62년 만의 행정부 붕괴 사태가 발생한 프랑스의 정치 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1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도우파 성향의 프랑수아 바이루 전 법무장관(73)을 신임 총리로 발탁했지만 극우정당 국민전선(RN),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 등 야권은 바이루 총리가 자신들이 4일 사퇴시킨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계속된 정치 혼란 속에 정부 재정적자를 둘러싼 우려도 커지면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4일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으로 한 단계 낮췄다. 프랑스 BFM TV 등에 따르면 바이루 총리는 13일 취재진과 만나 “사람들을 분열시키기보다 한데 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화해가 필요하다”며 범국민적인 협력을 호소했다. 그는 엘리자베트 보른, 가브리엘 아탈, 바르니에 전 총리에 이은 올해 4번째 총리다. 그는 범여권 정당으로 분류되는 MoDem(민주운동당) 대표로 마크롱 1기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부분의 좌파는 그가 지나치게 우파 성향이라고 보고, 일부 우파는 그가 너무 온건하다고 본다. 총리 임명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야권이 바르니에 전 총리 때와 마찬가지로 바이루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고 하원에서 통과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린 르펜 전 RN 대표는 X에 “바이루 총리에게 전임자가 하지 않았던 일을 요청한다. 야당의 말을 들어 합리적이고 신중한 예산을 짜라”고 촉구했다. NFP에 속한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마뉘엘 봉파르 의원 또한 X를 통해 “(바이루를 총리로 임명한 것은) 민주주의 거부”라며 “바이루를 뒤엎는 게 마크롱을 뒤엎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좌파 정당인 녹색당의 마린 통들리에 대표는 “그가 세금 및 연금에서 전 행정부의 정책을 고수한다면 불신임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바르니에 전 총리는 국내총생산(GDP)의 6%가 넘는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며 긴축 기조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다 의회 불신임으로 사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바르니에 전 총리와 비슷한 결의 바이루 총리를 발탁해 ‘예산안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 역시 ‘총리 불신임’으로 또다시 맞서겠다’고 응수하는 상황이다. 무디스는 정계의 이런 극한 대치를 우려하며 국가 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또 재정적자가 더 늘어날 우려도 있다. 무디스는 이번 등급 조정에 대해 “정치적 분열로 프랑스의 공공 재정이 상당히 약화할 것이고, 당분간 대규모 적자가 줄어들 계기도 보이지 않는다”며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는 조치의 범위와 규모를 제약할 것이라는 견해를 반영했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1962년 이후 62년 만의 행정부 붕괴 사태가 발생한 프랑스의 정치 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1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도우파 성향의 프랑수아 바이루 전 법무장관(73)을 신임 총리로 발탁했지만 극우정당 국민전선(RN),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 등 야권은 바이루 총리가 자신들이 4일 사퇴시킨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계속된 정치 혼란 속에 정부 재정적자를 둘러싼 우려도 커지면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4일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으로 한 단계 낮췄다. 프랑스 BFM TV 등에 따르면 바이루 총리는 13일 취재진과 만나 “사람들을 분열시키기보다 한데 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화해가 필요하다”며 범국민적인 협력을 호소했다. 그는 엘리자베스 보른, 가브리엘 아탈, 바르니에 전 총리에 이은 올해 4번째 총리다.그는 범여권 정당으로 분류되는 모뎀(MoDem·민주운동당) 대표로 마크롱 1기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부분의 좌파는 그가 지나치게 우파 성향이라고 보고, 일부 우파는 그가 너무 온건하다고 본다.총리 임명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야권이 바르니에 전 총리 때와 마찬가지로 바이루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고 하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린 르펜 전 RN 대표는 X에 “바이루 총리에게 전임자가 하지 않았던 일을 요청한다. 야당의 말을 들어 합리적이고 신중한 예산을 짜라”고 촉구했다. NFP에 속한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누엘 봉파르 의원 또한 X를 통해 “(바이우를 총리로 임명한 것은) 민주주의 거부”라며 “바이루를 뒤엎는 게 마크롱을 뒤엎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좌파 정당인 녹색당의 마린 통들리에 대표는 “그가 세금 및 연금에서 전 행정부의 정책을 고수한다면 불신임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바르니에 전 총리는 국내총생산(GDP)의 6%가 넘는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며 긴축 기조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다 의회 불신임으로 사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바르니에 전 총리와 비슷한 결의 바이우 총리를 발탁해 ‘예산안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 역시 ‘총리 불신임으로 또다시 맞서겠다’며 응수하는 상황이다.무디스는 정계의 이런 극한 대치를 우려하며 국가 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또 재정적자가 더 늘어날 우려도 있다. 무디스는 이번 등급조정에 대해 “정치적 분열로 프랑스의 공공 재정이 상당히 약화하고, 당분간 대규모 적자가 줄어들 계기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를 줄일 수 있는 조치의 범위와 규모를 제약할 것이라는 견해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예전엔 보지 못했던 독일식 대형 소시지가 정말 인상적이네요.” 7일(현지 시간) 개장한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크리스마스 마켓(march´es de Noёl). 해마다 연말이면 찾아오는 시장이지만 올해는 뭔가 특별하다.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 지역에 사는 시미에 상드린 씨는 이날 비 오는 날씨에도 우산을 쓰고 와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먹거리가 풍성해졌다”며 “경제가 나빠지고 있지만 마켓 구경하며 잠시 잊어보려 한다”고 했다.》이날은 파리 크리스마스 마켓이 올해 처음 문을 연 날이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성탄절 대목을 맞아 다양한 지역에서 온 상인들은 약 60개의 ‘샬레’(스위스식 오두막)를 가득 채우고 손님맞이에 바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며 기대만큼 활기찬 느낌은 적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프랑스 전국 곳곳에 들어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의 풍경이 올해 다소 달라졌다. 프랑스 전통 공예품이나 크리스마스 장식품보다 야식용 간식이 유독 많아졌다. 예전엔 뱅쇼(따뜻한 와인)나 크레프, 초콜릿 등 프랑스 전통 음식이 다수였지만 최근엔 독일 소시지, 일본 라면, 인도 카레 등 다국적인 메뉴가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정치적 혼란, 경기 침체 장기화 등이 겹쳐 성탄절 특수마저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 전통보단 즐길거리, 먹거리 중시 올해 성탄절 마켓의 특징은 프랑스 전통 문화와 크리스마스 본연에 충실했던 과거와 달리 다국적이고 상업적인 면모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주로 도시를 대표하는 ‘광장’에서 열렸지만, 이제 가족 단위 방문객이 편하게 찾는 박물관이나 백화점 등으로 마켓이 확산됐다.파리도 지난달 말부터 관광 명소인 튀일리 정원과 노트르담 대성당, 라데팡스 쇼핑몰 등 약 20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어린이 과학관과 전시관이 모여 있는 파리 외곽 라빌레트도 올해 처음 크리스마스 마켓을 열어 주목받았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은 만큼 체험 시설에 신경을 쓴 것. 다른 마켓에선 보기 힘든 대형 암벽 등반 타워가 서 있어 눈길을 끈다. 성탄절 장터는 주로 교통의 요지인 콩코르드 광장이나 루브르 박물관 옆에 있는 튀일리 정원 등 전통적인 장소였지만 이제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마켓이 여기저기 늘어나면서 저마다 의미와 개성을 강조하려 애쓰는 모양새다. 파리 중앙 시테섬에 위치한 노트르담 대성당 앞 크리스마스 마켓은 특히 올해 그 의미가 남다르다. 2019년 4월 화재가 발생한 뒤 약 5년 8개월 만인 7일에 노트르담 대성당이 재개관했기 때문이다. 올해 이 시장은 프랑스의 상징인 대성당의 재개관을 축하하며 축제 분위기를 띄우려는 분위기가 물씬하다. 원래 크리스마스 마켓은 공예품 판매장이 주류였지만 올해는 먹거리 잔치를 벌이듯 시식 구역이 늘어났다. 운영 기간도 예년보다 1주일 늘린 27일이다. 주최 측은 자폐 청소년을 지원하는 협회 ‘메종 아르모니아’와 협업해 시장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기로 했다. 상업적 성격이 짙어진 크리스마스 마켓이지만 때론 사회적 캠페인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파리 18구에서 이달 7, 8일 열린 ‘그랑드 크리스마스 마켓’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성소수자(LGBTQ+)를 지원한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해당 마켓은 시민들이 편안하게 낮잠을 즐길 수 있는 장소도 제공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나치는 정치적 선전 도구로 삼아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오랜 세월과 역사를 겪으며 추운 연말에 유럽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기능을 해왔다. 13세기 독일의 ‘성 니콜라스 시장’이 기원으로 추정되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두터운 신앙과 선행으로 유명한 성 니콜라스 주교(270∼343)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초기엔 종교적 성격이 강했던 크리스마스 마켓은 실제로 가톨릭 포교의 장과 같은 역할이 주된 임무였다. 실제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알려진 드레스덴 크리스마스 마켓은 외진 곳에 떨어져 살던 농민들을 성당에 불러 모으려는 의도가 짙었다. 이후 프랑스를 포함해 유럽 전역에서도 이런 문화가 확산됐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본격적으로 커진 건 19세기 초 산업혁명의 영향이 컸다. 도시가 커지고 시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소비력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독일 수도 베를린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1805년 303개였으나 1840년에 두 배가량인 약 600개로 증가했다. 1930년대 나치 독일은 크리스마스 마켓을 정치적 도구로 삼기도 했다. 당시 아돌프 히틀러는 크리스마스를 독일 유산을 찬양하는 민족주의 휴일로 삼았다. 이에 따라 크리스마스 마켓의 장식은 표준화됐고, 독일산 제품만 판매됐다. 당시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1936년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약 200만 명이 몰리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나치가 패망한 뒤 사라지는 듯했던 크리스마스 마켓은 1960, 70년대 경제 호황과 소비주의 확산으로 다시 호황을 맞았다. 프랑스의 경우엔 1990년대까진 독일과 국경 지역인 프랑스 알자스 지역을 중심으로 섰지만 2000년대부터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됐다. 현재 프랑스는 유럽에서 독일에 이어 크리스마스 마켓이 두 번째로 많은 국가다.● 올해 佛 성탄 쇼핑, 8만 원 줄 듯 역사적으로 정치 종교적인 이유로 변모를 거듭했던 크리스마스 마켓은 최근엔 다른 이유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경제 침체다. 경기가 안 좋아 장사 자체가 어려워지다 보니 성탄절 마켓 역시 영향을 받는 것이다. 차별화되고 이색적인 시장들이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론 매출이 줄어 고전하다 보니 새로운 크리스마스 마켓을 키워 매출 반등의 기회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실제로 프랑스는 소비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소비자 관련 업체인 코피디스와 CSA리서치가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올해 크리스마스에 497유로(약 74만7900원)를 지출할 계획이다. 1년 전보다 52유로가 줄어들었다. 여론조사기관 이포프의 설문조사에서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할 수 없을까 봐 걱정’이라고 답한 비율이 33%나 됐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해 다른 구매를 포기할 것’이라고 답한 이들도 49%나 됐다. 꼭 성탄절이 아니어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분위기는 뚜렷했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8월∼2024년 8월 지출 규모는 부진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칸타에 따르면 올여름 가계의 평균 구매 품목은 11개뿐이었다. 팬데믹이 확산됐던 2020년에도 14개였던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경기 위축인 셈이다.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필수적인 소비에만 집중하며 엥겔계수(생계비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올라가고 있다. 할인마트 리들 프랑스법인의 미셸 비에로 부회장은 현지 매체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물가 위기 이전에는 식품 외 제품이 매장 매출의 10%를 차지했지만 요즘은 6∼6.5%가량”이라며 “최근엔 제품 가격이 10유로(약 1만5000원)를 넘으면 잘 팔리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최근 들어 물가는 다소 진정되고 있는 국면인데도 시민들은 여전히 소비를 꺼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물가가 워낙 임금보다 훨씬 빨리 올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물가 상승세가 최근 둔화되긴 했어도 임금이 천천히 올라 소비 여력은 여전히 현저하게 떨어져 있단 것이다. 프랑스 경제관측연구소(OFCE)의 마티외 플란 부국장은 “2021년 중반부터 2024년 중반까지 물가는 평균 13% 올랐지만, 급여는 11% 증가했다”며 “결국 실질임금은 2% 감소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크리스마스 마켓도 이런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탄핵 무산) 합의는 국민적 분노가 여당과 정부 전체로 확대할 위험이 있는 도박이다.”(미국 뉴욕타임스·NYT) 12·3 비상계엄 사태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한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해왔던 미국 등 서방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공통적으로 탄핵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거세지면서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고 정치사회적 혼란이 더 극심해질 것이란 전망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국가보다 당파적 이익을 우선시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란 강도 높은 표현까지 써가며 한국의 대혼란 가능성을 우려했다.● “국민 지지 받는 대통령이 미국에도 이익”미 국무부는 7일(현지 시간) 한국의 탄핵안 표결 무산에 대해 “국회 (표결) 결과와 추가 조치에 대한 논의에 주목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의 민주적 제도와 절차가 헌법에 따라 완전하고 적절하게 작동하기를 계속 촉구한다”고 밝혔다. 탄핵 무산을 두고 여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우려하며 윤 대통령의 퇴단이 헌법에 근거해 질서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국무부는 또 “한국의 관련 당사자들과도 계속 접촉할 것”이라며 “한국 국민들의 평화적 시위에 대한 권리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로 모든 상황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신은 국회의 탄핵 표결을 보이콧한 여당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탄핵 무산은 여당에 ‘피로스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피로스의 승리는 심각한 대가를 치르며 패배나 다름없는 승리를 일컫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여당 의원들은 야당이 정권을 잡는 것을 더 우려하는 듯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 지지를 위해 결집했다”며 “탄핵 무산은 더 큰 정치적 혼란을 초래하고 대통령 사임에 대한 요구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한국의 혼란 악화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윤 대통령의 분노와 좌절이 2차 계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미국은 윤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도 6일 한미경제연구소 행사에서 “국민의 지지와 정당성을 가진 지도자가 한국에 있는 것이 미국에도 이익”이라며 “미국은 이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래드 셔먼 연방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같은 날 하원 본회의에서 “계엄 선포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자 세계의 민주주의와 법치를 위한 노력에 대한 모욕”이라고 규탄했다.● “국제 질서, 대북 대응에도 악영향” 일본 언론은 탄핵 무산은 물론이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국민담화문까지 실시간 속보로 전하며 향후 여파에 주목했다. 아사히신문은 “윤 대통령의 사실상 직무 배제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탄핵 무산으로 현 정권은 (한시적으로) 존속하게 됐지만 대통령 퇴진론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사설에서 “혼란 확산을 피하기 어렵다”며 “한국의 내정 혼란이 한일 관계는 물론이고 국제 질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탄핵 무산은) 여당의 ‘시간 벌기’가 목적”이라며 “혼란 장기화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 등에 대한 대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NHK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인용해 “탄핵은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절차”라고 소개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대규모 거리 시위도 탄핵 반대에 나선 여당을 설득하지 못했다”며 “한국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고 짚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한국 사회의 깊은 균열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했으며,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추운 날씨에 거리에서 기다린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성토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노트르담, 신앙의 모범. 당신의 문을 열어 우리를 기쁨으로 모으소서.” 7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대문 앞에서 로랑 울리히 파리 대주교가 불에 그을린 나무로 특수 제작된 주교장(杖)으로 대문을 세 번 두들기며 이같이 기도했다. 이윽고 대성당 안에 있던 합창단은 “머리를 들어라, 문들아. 영광의 왕이 들어오시리라”라는 내용이 담긴 성가를 불렀다. 2019년 4월 15일 화마에 휩싸여 처참히 무너졌던 프랑스의 상징이자 세계문화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대주교의 개문 의식과 함께 복원 공사 약 5년 8개월 만에 드디어 시민 곁으로 돌아왔다. 1163년 착공돼 182년 후인 1345년에 완공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에선 가톨릭을 넘어 국가적인 상징으로 꼽힌다. 파리 시민들은 12세기부터 파리가 본격적으로 번영하고 세계의 문화수도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대성당이 860여 년간 지켜봤다고 믿는다. 1991년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오랜 세월 묵은때로 검었던 대성당 내부는 밝고 하얀 모습으로 변신했다. 복원 공사와 함께 4만2000㎡의 벽과 둥근 천장도 대대적으로 청소됐기 때문이다.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은 더욱더 화려한 색을 뽐냈다. 5년 전 화재로 힘없이 무너졌던 96m 첨탑도 다시 우뚝 섰다. 첨탑 꼭대기의 수탉 풍향계는 이전엔 녹이 슬어 초록색이었지만, 이제 반짝이는 황금색으로 교체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재개관식 연설에서 “위대한 국가가 불가능한 것을 이룰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연설 뒤 울리히 대주교는 ‘대성당의 영혼’으로 여겨지는 오르간을 8차례 축복했고, 그간 세척된 8000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오르간은 화재 뒤 처음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당초 마크롱 대통령은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는 세속주의 원칙에 따라 외부에서 연설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강풍으로 대성당 실내에서 연설했다. 이날 재개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30여 개국 정상을 비롯해 2019년 화재 당시 진화에 나섰던 소방관들, 성당 복원에 참여한 기술자들, 가톨릭계 인사 등 1500여 명이 참석해 기쁨을 나눴다. 이날 재개관식은 일반인에겐 입장이 통제돼 약 4000명이 대성당 주변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거리에서 기념식을 지켜봤다. 미국인 관광객 낸시 캠프 씨는 “노트르담은 평화의 상징”이라며 “재건된 대성당이 인류를 단합시켜 평화도 재건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리 시민 카린 장티 씨는 “화재 당시 첨탑이 무너지는 걸 보고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5년 만에 재건된 모습을 보며 프랑스와 유럽, 나아가 세계가 자부심을 회복한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했다. 재개관 기념식 뒤엔 울리히 대주교가 집전하는 기념 미사가 열렸다. 이후 오후 9시 반부터 성대한 기념 콘서트도 개최됐다. 8일 오전엔 세계 각지에서 온 주교 약 150명과 파리 교구 본당 사제들, 초청 신자들이 참석하는 미사가 열렸다. 오후에는 복원 뒤 처음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개 미사도 가졌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쿠데타’였습니다. 국회와 청년들의 강한 힘 덕에 ‘독재’를 막을 수 있었죠.” 경제학, 미래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자크 아탈리(81)는 5일(현지 시간) 밤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최근 계엄 사태를 막은 ‘시민의 힘’을 호평했다. 그는 계엄이 선포된 3일 밤 국회 앞으로 달려가 필사적으로 저항한 국민들이 “독재를 막는 성공을 거뒀다”고 높이 치하했다. 다만 “아직 끝나진 않았다”며 끝까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싸움을 계속할 것을 권했다. 특히 그는 지금은 ‘축구 경기’로 치면 “전반전과 후반전의 사이”라며 경기에서 이기려면 국회와 국민의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시민들에게는 “평화적 시위를 지속하고 신문에 기고하며 ‘독재의 재앙’을 알리라”고 조언했다.그와 인터뷰한 늦은 밤 프랑스 또한 한국 못지않은 정치 혼란을 겪고 있었다. 하루 전인 4일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가 1962년 이후 62년 만에 의회의 불신임을 받아 붕괴했기 때문이다. 아탈리는 한국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위기를 겪고 있는 프랑스의 석학으로서 논평을 내느라 바쁜 와중에 한국의 사태도 분석하며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그와 인터뷰를 할 때 마침 TV 화면에서는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대 지지율’ 속에서도 국민을 설득하는 대국민 TV 연설을 하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계엄령 선포 및 해제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끔찍한 실수라고 생각했다. 한국은 강력한 신생 민주주의 국가다. 한국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반으로 성공했다. 경제적 성공은 민주주의 발전과 긴밀히 연관된다.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면 발전을 지속할 수가 없다. 한국은 북한과 다르며 독재는 재앙이 될 것이다. 일단 (비상계엄 해제로) 독재는 피했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거론하는 독재를 한국이 어떻게 피할 수 있었다고 보나. “의회와 젊은이들의 힘이 매우 강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쿠데타에 저항하며 탄생한 대한민국의 국민이 (이번 비상계엄을 막아) 성공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상계엄 발표가 쿠데타였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대통령에 의한 쿠데타이지만 쿠데타는 맞다. 대통령은 전권을 장악할 필요가 없는데도 전권을 장악하기로 결정했으니 쿠데타를 저질렀다고 봐야 한다.” ―현재 한국의 상황이 비상계엄을 내릴 만한 상황인가. “그렇지 않다. 만약 정말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하다면 윤 대통령은 그럴 만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이유로 야당의 ‘입법 독재’를 거론했다. “아니다. 그건 독재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어려울 수는 있다. 한국이나 어디나 부정부패 등 많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 해도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한 일은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일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됐다가 해제됐는데 한국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줄까. “잘 해결되면 ‘국민들이 쿠데타에 저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은 어찌 될지 잘 모른다. ‘축구 경기’로 치면 지금은 전반전과 후반전의 사이다. 경기 중간엔 최종 결과를 알 수 없다. 이제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선수들(국회와 국민)’의 몫이다.” ―국민들은 비상계엄에 어떻게 저항해야 할까. “평화적으로 거리에서 시위하고, 신문에 기고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다. 내가 해 온 것처럼 기고로 독재의 재앙을 설명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무엇을 해야 하나. “헌법에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 ―의회가 대통령을 저지할 수 있을까. “모르는 일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공하면 전 세계에도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에 민주주의는 확산되어야 하니,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잃어선 안 된다.”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오래 지속된다면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탄핵을 시도하는) 국회의 힘이 얼마나 강한가에 달려 있다.”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윤 대통령의 퇴진 여부는 한국 국민이 결정할 몫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계엄령 재발동에 관해서는 한국 국민이 이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아탈리는 1943년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대학 위의 대학’으로 불리는 소수정예 고등교육기관 ‘그랑제콜’의 대표 격인 에콜폴리테크니크, 파리정치대(시앙스포), 국립행정학교(ENA) 등을 모두 졸업했다. 소르본대, 에콜폴리테크니크 등에서 경제학 교수를 지냈고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미래의 물결’ ‘인류는 어떻게 진보하는가’ 등 명저를 저술했다. 지난해까지 54년간 쓴 책만 86권. 저서 ‘21세기 사전’에선 일찌감치 코로나19 사태를 예고했다. ‘자크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위하여’ 등에서도 민주주의 수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하원이 4일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올 9월 5일 취임한 바르니에 총리가 속한 현 내각은 석 달여 만에 총사퇴했고 1958년 설립된 제5공화국 역사상 최단명한 정부로 남게 됐다. 프랑스 정부가 하원의 불신임안 가결로 붕괴한 건 1962년 조르주 퐁피두 당시 총리 이후 62년 만이다. 이번 사태로 당장 내년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연말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5공화국 최초로 연금, 건강보험금 지급 등 공공 행정이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 야권 일각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은 유럽을 포함한 국제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집권 사회민주당 주도의 연정이 무너진 독일 또한 16일 올라프 숄츠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를 앞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유럽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등으로 유럽연합(EU)의 양대 강국이 모두 정치적 혼란을 겪으면서 전 유럽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출 감축 예산안에 ‘90일 단명’이날 하원에서는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발의한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이 전체 577석 중 찬성 331표로 통과됐다. NFP와 함께 불신임안을 발의한 극우 국민연합(RN), 그 동조 세력 등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이에 따라 바르니에 총리는 취임 90일 만에 하원의 불신임을 받았고 5일 사표를 제출하기로 했다. 5공화국 사상 최단명 총리다. 중도 성향 르네상스당 소속인 마크롱 대통령은 올 9월 정통우파 성향인 공화당 소속 바르니에 총리와 ‘동거 정부’를 구성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범여권은 올 6월 총선에서 168석(2위)을 얻는 데 그쳐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당시 1위는 NFP, 3위가 RN과 연대 극우 세력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통상 제1당 출신 인사를 총리로 임명하는 관례를 깨고 “좌파보다는 범여권과 결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르니에 총리와 손잡았다. NFP 등 좌파는 “대통령이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배신했다”며 바르니에 정부 출범 때부터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집권한 바르니에 총리는 지난해 1540억 유로(약 229조 원)에 이른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지출 감축을 골자로 한 2025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내년에만 400억 유로(약 60조 원)의 정부 지출을 줄이고, 200억 유로(약 30조 원)의 증세도 단행한다는 내용이다. NFP와 RN 등은 복지혜택 축소 등을 우려해 강하게 반발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예산안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한 바르니에 총리는 2일 예산안의 핵심인 사회보장재정 법안을 정부가 하원 표결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해 통과시켜 버렸다. 그러자 좌파와 극우 진영이 극렬히 반대하며 불신임안을 발의했다. 이 안이 통과되면서 결국 총리가 물러나게 됐다.● “정치적 혼란, 금융시장 흔들 위험” 중대 위기를 맞은 마크롱 대통령은 5일 대국민 연설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극좌 정당을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제기되자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도중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에너지를 다하겠다”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로이터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7일로 예정된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 앞서 새 총리를 임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불안도 커지고 있다. NYT는 예산안이 통과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정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정치 불안정이 장기화하면 채권 등 프랑스 자산에 대한 투자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하원이 4일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올 9월 5일 취임한 바르니에 총리가 속한 현 내각은 석 달여 만에 총사퇴했고 1958년 설립된 제5공화국 역사상 최단명한 정부로 남게 됐다. 프랑스 정부가 하원의 불신임안 가결로 붕괴한 건 1962년 조르주 퐁피두 당시 총리 이후 62년 만이다. 이번 사태로 당장 내년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연말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5공화국 최초로 연금, 건강보험금 지급 등 공공 행정이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 야권 일각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프랑스의 정치적 혼란은 유럽을 포함한 국제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집권 사회민주당 주도의 연정이 무너진 독일 또한 16일 올라프 숄츠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를 앞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유럽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등으로 유럽연합(EU)의 양대 강국이 모두 정치적 혼란을 겪으면서 전유럽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출 감축 예산안에 ‘90일 단명’이날 하원에서는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발의한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이 전체 577석 중 찬성 331표로 통과됐다. NFP와 함께 불신임안을 발의한 극우 국민연합(RN),그 동조 세력 등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이에 따라 바르니에 총리는 취임 90일 만에 하원의 불신임을 받았고 5일 사표를 제출하기로 했다. 5공화국 사상 최단명 총리다.중도성향 르네상스당 소속인 마크롱 대통령은 올 9월 정통우파 성향인 공화당 소속 바르니에 총리와 ‘동거 정부’를 구성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범여권은 올 6월 총선에서 168석(2위)을 얻는 데 그쳐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당시 1위는 NFP, 3위가 RN과 연대 극우 세력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통상 제1당 출신 인사를 총리로 임명하는 관례를 깨고 “좌파보다는 범여권과 결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르니에 총리와 손잡았다. NFP 등 좌파는 “대통령이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배신했다”며 바르니에 정부 출범 때부터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집권한 바르니에 총리는 지난해 1540억 유로(약 229조 원)에 이른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지출 감축을 골자로 한 2025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내년에만 400억 유로(약 60조 원)의 정부 지출을 줄이고, 200억 유로(약 30조 원)의 증세도 단행한다는 내용이다.이는 불어난 나랏빚이 저성장이 고착화된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탓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랑스의 올해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6.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U가 규정한 한도(3%)의 두 배가 넘는다. NFP와 RN 등은 복지혜택 축소 등을 우려해 강하게 반발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예산안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한 바르니에 총리는 2일 예산안의 핵심인 사회보장재정 법안을 정부가 하원 표결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해 통과시켜 버렸다. 그러자 좌파와 극우 진영이 극렬히 반대하며 불신임안을 발의했다. 이 안이 통과되면서 결국 총리가 물러나게 됐다.● “정치적 혼란, 금융시장 흔들 위험”중대 위기를 맞은 마크롱 대통령은 5일 대국민 연설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극좌 정당을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제기되자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도중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에너지를 다 하겠다”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로이터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7일로 예정된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 앞서 새 총리를 임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불안도 커지고 있다. NYT는 예산안이 통과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정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역시 정치 불안정이 장기화하면 채권 등 프랑스 자산에 대한 투자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뒤 한국이 ‘여행 위험 국가’가 됐다. 3일 한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게 알려지면서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은 자국민들에게 ‘한국 여행 시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을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한 주요국은 없지만 많은 나라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한국을 방문 중인 자국민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4일 영국 외교부는 “현지 당국 조언을 따르고 정치 시위를 피하라”며 한국에 머무는 자국민의 주의를 당부했다. 계엄령이 해제된 후에도 “당국의 조언을 따르고 대규모 공공 집회를 피하라”고 공지했다. 미국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미 국무부는 “잠재적인 혼란을 예상해야 한다. 평화 시위도 대립으로 변하고 폭력 사태로 확대될 수 있다”며 “시위 진행 지역은 피하라”고 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계엄령이 해제된 뒤에도 비자 발급 등 영사 업무 중단, 대사관 직원의 재택근무 확대, 직원 자녀의 학교 등교 제한 방침을 유지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계엄령이 해제된 뒤에도 “정당과 노동조합 주도로 며칠 내 시위와 파업이 예정된 만큼 정치적 집회의 참석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역시 3일 “구체적인 조치는 알 수 없으나, 향후 발표에 유의해 달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도 한국이 위험한 상황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계엄 발표 직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한국 방문을 재고하라”고 밝혔다. 한국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는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집이나 머무는 곳에서 현지 정보를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싱가포르, 우크라이나 등의 주한 대사관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국 교민들에게 한국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관련해 침착함을 유지하고 현지 상황에 맞게 대응하라고 권고했다.해외 주요 인사는 속속 방한을 미뤘다. 일본의 초당파 의원 모임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15일로 예정됐던 방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스가 전 총리는 당초 이번 방문 중 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또한 5∼7일로 예정됐던 한국 방문을 연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굴욕적으로 끝난 셀프 쿠데타.”(미국 외교안보 매체 포린폴리시·FP)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레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주요 외신은 긴급 속보를 타전하며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비상계엄을 해제할 때까지 실시간으로 상황을 중계했다. 해제 후에는 이번 사태의 원인 분석과 향후 전망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외신들은 특히 향후 한국의 정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집중 분석했다. 미국 ABC뉴스, 로이터통신 등은 윤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CNN 또한 계엄 선포가 윤 대통령의 “최악의 정치적 오류”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尹, 임기 종말 시작”영국 BBC 등은 3일 계엄 선포 직후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깜짝 심야 생방송 연설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속보를 띄웠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대통령이 ‘반(反)국가’ 세력과 자신을 향한 탄핵 시도를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을 비롯한 일본 언론도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1호 포고령, 국회 군 투입 등을 실시간으로 상세히 전했다.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도 한밤 계엄령에 당혹해하는 분위기였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검색어가 계엄령 발표 약 30분 만인 당일 오후 11시부터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계엄이 해제된 뒤에는 윤 대통령이 악수(惡手)를 뒀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프랑스 르피가로는 “윤 대통령이 제도적 폭탄을 투하했다”고 논평했다. 야당과 대치 국면인 정국에서 감행한 위험하고 성급한 돌진이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민주주의 등대’로 여겨졌던 한국에서 대통령이 충격적이고 전례 없는 일을 벌였다”고 진단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을 정의할 오점”으로 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5·18민주화운동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폭스뉴스는 “수십 년 동안 민주주의를 유지한 나라이자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한국이 이런 종류의 격변을 겪은 건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한국 민주주의를 훼손한 대가가 너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윤석열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기사에서 “2023년 3월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시 총리와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신 것으로 유명하다”고 전하며 윤 대통령의 개인적 면모를 부각시켰다. 유명 싱크탱크도 계엄 선포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자살 행위”라고 평가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윤 대통령 임기 종말의 시작”이라고 내다봤다.● “北과 무관” 분석 많아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를 분석한 외신도 많았다. ABC뉴스는 “윤 대통령이 (탄핵이라는)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논평했다. 로이터통신은 탄핵에 대해 “정족수 미달 등으로 탄핵 요건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결국 탄핵되거나 자진 사임한다면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종북 세력’을 언급한 점을 주목했다. 이 매체는 “종북 세력을 척결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북한의 위협이 실제로 있어서가 아니라 국내 정치에서 비롯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북한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의 극심한 정치 양극화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는 평도 나왔다. NYT는 “야당의 정치적 맹공을 받다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매체 중국신문사는 4일 “대한민국에 ‘서울의 겨울’이 왔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일으켰던 12·12사태를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을 빗대어 이번 사건을 보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굴욕적으로 끝난 셀프 쿠데타.”3일(현지 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이같이 진단했다. 갑작스러운 심야 비상계엄 선포는 2시간여 만에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로 끝났다. 외신들은 견고한 민주주의 국가로 여겨지던 한국에서 벌어진 놀라운 일을 소상히 전하며 대외 관계에 미칠 영향까지 우려했다. 폴리티코는 동아시아 전문가인 쉬나 체스트넛 그레이텐스 텍사스주오스틴대 교수를 인용해 “그의 대통령직을 정의할 오점”이라고 지적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는 한국의 정체성을 크게 배반하는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CNN에 미국의 공식 입장이 상당 시간 나오지 않은 데 대해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이번 사안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라며 “꽤 비정상적(pretty insane)”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민주주의 대 독재’라는 틀로 외교 정책을 펼치면서 러시아, 중국, 북한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 왔다. 이에 적극 동조하던 윤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내린 것이다. 백악관은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한미 관계에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한국의 동맹이 수십 년 만에 최대 시험에 직면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위기를 어떻게 다룰지 힘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 평화재단 에반 페이건바움 부회장은 “이번 일은 윤 대통령에게 좋게 끝나지 않을 것이며 미국도 이번 사안으로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CNN에 말했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대니얼 러셀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인해 정치적 불안정이 초래된 상황을 북한이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도 4일 조간신문 1면 톱 기사로 한국 비상계엄 소식을 전했다. 전날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1호 포고령, 국회 군 투입, 미국의 우려 표명 등도 상세히 다뤄졌다. 권위주의 체제하의 중국도 한밤의 계엄령에 당혹한 분위기였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대한민국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검색어가 계엄령이 발표된 지 30분 만인 오후 11시부터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관영 매체들은 실시간으로 속보를 전하고 특집 기사를 보도했다.관영매체 중국신문 역시 4일 “대한민국에 ‘서울의 겨울’이 왔다”며 전두환 대통령이 일으킨 12·12 사태를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을 빗대어 이번 사건을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도 4일 비상계엄이 “쿠데타와 비슷하다”고 지적하며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 앞서 9월 제기된 계엄령 발령 가능성 등을 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전모 씨(65)는 6개월 전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고 있어 고민에 빠졌다. 은퇴 후 보유한 부동산을 정리해 대출금을 갚고 지방 전원주택으로 이사하려고 했지만, 집이 팔리지 않으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전 씨는 “처음 내놨을 때보다 가격을 1억 원 내렸는데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은퇴 후 고정 수입이 100만 원대로 줄어든 상태라 대출 이자 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쥐고 있는 한국의 고령층은 보유 자산에 비해 쓸 수 있는 돈이 적다. 현금화가 가능하고 배당 소득 등이 유입되는 금융 자산과 달리 부동산 자산은 즉시 유동화하기 어렵고 대출 이자 등으로 그나마 있는 소득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인이 보유한 순자산의 77.1%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 비율은 22.9%에 그쳤다. 한국인의 비금융자산 보유 비율은 미국(37.3%), 일본(43.1%, 2022년 기준)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전 씨처럼 한국에선 집 한 채가 고령층 보유 자산의 대부분인 경우가 많아 노인 빈곤층의 비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OECD 평균(14.2%)의 3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OECD는 빈곤율을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을 가진 인구 비율’로 정의하고 있는데, 보유 자산을 고려하지 않는 OECD 기준에선 ‘똘똘한 집 한 채’로 노후를 대비한 한국 고령층 상당수는 빈곤층으로 분류됐다. 대출을 지렛대 삼아 부동산 구입에 쓰다 보니 고령자들은 빚만 잔뜩 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1∼3월) 말 기준 92%로 주요국 중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자산의 높은 부동산 비중은 경제 성장 동력도 약화시킨다. 주식, 채권 등으로 흘러갈 자본이 부동산에 묶이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한 심포지엄에서 “한국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더 많은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며 “국내외 금융 여건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이 과도한 대출을 받아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 부문으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영국 남동부 억필드에 거주하는 맬컴 마케시 씨(83)는 농부로 일하다가 2006년에 은퇴했다. 은퇴 전엔 매일 소젖을 짜며 농사일을 했던 그지만 은퇴 후엔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 여행을 즐긴다. 마케시 씨는 “일할 때는 저소득층에 속했지만 지금은 연금 덕분에 도리어 형편이 나아져 중산층에 해당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마케시 씨는 한 달에 2400파운드(약 425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고 있다. 국가연금이 그중 65%를 차지하고 있고 개인연금 17%, 퇴직연금은 10% 정도다. 나머지 8%는 세상을 떠난 마케시 씨의 아내가 고용주로부터 받았을 연금의 절반이다. 마케시 씨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국가연금에 조금씩이라도 항상 추가로 납입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한두 개 갖고 있다. 소득세를 피하면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영국 노동연금부가 관리하는 국가퇴직연금신탁(NEST)은 2012년 디폴트 옵션을 의무화했다. NEST 가입자의 99%가 디폴트 옵션에 가입하고 있는데 연평균 수익률은 8∼9%에 이른다.● 60대에 창업 도전… 고령층 소비가 경제 뒷받침 한국에서 2025년은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원년’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장수 국가인 일본은 고령사회(노인 14% 이상)에서 초고령사회로 오기까지 10년이 걸렸고 프랑스는 39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고령사회가 된 2018년부터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게다가 내년 1965년생을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부머’들이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은퇴 수순을 밟는다. 문제는 기록적인 고령화 속도와 달리 노년층의 은퇴 후에 대한 준비는 미진하기만 하다는 점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소득절벽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대규모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는 이유다. 준비 없는 초고령화로 신음하는 우리와 달리 선진국은 두둑한 연금을 바탕으로 고령층이 활발한 소비와 경제 활동에 나서는 추세다. 정부가 잘 운용해온 공적연금뿐만 아니라 사적연금이 이를 뒷받침하고, 재취업 시장도 탄탄한 덕이다. 덕분에 노인들은 선진국 경제의 ‘비밀 무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70세 이상 미국인은 현재 총 가계자산의 약 26%를 보유하고 있다. 연금 부자도 많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올해 2분기(4∼6월) 말 기준 자사 401K(미국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중 계좌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의 잔액을 가진 가입자가 49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자산을 바탕으로 노인들은 거침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 지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총지출의 약 22%를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이 고금리 추세, 장기화된 코로나 팬데믹, 미중 갈등 등 글로벌 경제 불안정성 속에서도 탄탄한 경제성장을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은 노인 소비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이비붐 세대만 해도 현재 77조1000억 달러(약 10경8109조6200억 원)의 부를 축적했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라는 쌍둥이 재앙으로부터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이 은퇴했기 때문에 노년층의 지출은 실업률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연구조사평가 및 통계위원회(DREES)에 따르면 2024년 월 4000유로(약 59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은퇴자가 약 7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전체 연금 수급자 1700만 명 중 4.4%가량이다.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장피에르 퐁생 씨(78)는 법정 정년인 60세에 은퇴한 후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은퇴 땐 뒤늦은 재혼에서 얻은 딸이 고작 한 살이었고, 이듬해엔 아들까지 태어났다. 60대 초반에 ‘늦깎이 아빠’가 된 그는 과감하게 부동산 컨설팅 창업을 결심했다. 60대 창업은 녹록지 않았다. 현직에서 잘 알던 지인들은 이미 퇴직해 고객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부동산 경기가 나쁘면 아예 수입이 ‘0유로’인 달도 있었다. 전기료 등 고정 비용만 나가 적자를 볼 때도 허다했다. 퐁생 씨는 “그래도 든든한 연금보험금이 3곳에서 나왔기 때문에 창업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연금에 일반 퇴직연금과 고위 임원용 퇴직연금까지 3곳에 ‘연금 파이프라인’을 뚫어놨던 것. 3곳에서 들어오는 연금 수입은 현재 월평균 6000유로(약 882만 원)에 달한다. 그는 ‘3중 연금’ 덕에 어린 두 자녀를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었다. 연금을 든든한 발판 삼아 사업도 키울 수 있다. 퐁생 씨의 지금 소득은 퇴직 전의 60%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제 두 아이는 훌쩍 자라 독립을 앞두고 있지만 그는 계속 일할 계획이다. 퐁생 씨는 “일하는 게 재밌어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금으로 크루즈 여행”, 여유 누리는 은퇴 부자들“내년 70세 생일을 맞아 아들 둘, 손자 넷을 데리고 한국-일본 크루즈 여행을 갈 겁니다. 경비는 모두 제가 냅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비크로프트에 사는 애니타 하워드 씨(69)는 학교 교사를 하다가 은퇴 후 주민들에게 미술 수업을 하고 책을 쓰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혼자 사는 그는 현재 아무런 경제 활동을 하지 않지만 본인의 연금만으로 손주까지 함께하는 크루즈 여행을 계획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다. 하워드 씨가 은퇴 후에도 자녀, 손주를 챙길 수 있는 이유는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과 노령연금이 생활을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하워드 씨는 매달 4000호주달러(약 360만 원)의 퇴직연금과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집의 일부 공간을 렌트하며 월 600호주달러(약 54만 원) 정도 추가 수입도 거둔다. ‘슈퍼’(최고)라는 이름을 내건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은 1992년부터 근로자 가입이 의무화됐는데 연간 수익률 8%대, 지난해엔 수익률 9%대를 기록했다. 맡겨두면 두둑한 연금자산을 누릴 수 있는 호주의 노인들은 “퇴직연금을 중도에 인출해 쓰는 건 인생이 끝장난 사람이나 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워드 씨도 “교사로 근무했을 때 월급의 10%는 퇴직연금에 넣었다”며 “지금은 월요일마다 친구들과 모여 노래를 부르고 주민들에게 1시간 반 동안 미술을 가르치면서 만족스러운 은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중학교 교사 출신 시노미야 마사요 씨(70)는 국민연금과 후생연금(퇴직연금의 일종) 등 월 63만 엔(약 585만 원)을 받고,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은 국민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시노미야 씨는 “개인연금도 많이 적립했다. 남편도 조그만 부동산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 면에서 식사나 의료 등 힘든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도 사회 담당 강사로 재취업해 경제활동을 이어나가는 시노미야 씨는 은퇴 전보다 월급(현재 17만 엔·약 159만 원)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노후가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정규직 담임 교사로 일할 때와 비교하면 책임이 줄어든 데다 학부모들과 부딪칠 일이 없고, 휴일도 많아졌다”며 “여유가 생긴 덕분에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대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누구의 할머니, 아내보다 선생님으로 불리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밖에 나가서 일할 때가 재미있어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며 웃었다.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2025년을 앞두고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내년과 후년 성장률이 1%대로 전망되는 등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초고령사회 원년을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2024년 7월 1일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19.2%로 내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기정사실화됐다. 고령사회가 된 2018년 이후 불과 7년 만의 일이다. 가뜩이나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초고령사회라는 난제에 직면한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수출이 위협받는 가운데 내수라도 살려야 하는데 고령인구와 노인빈곤율의 급증은 소비 진작과 경제 선순환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드리우고 있다.● 준비 없이 맞이한 초고령화미국 등 선진국에서 부자 노인이 여전한 소비력을 보이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 달리 한국의 고령층은 지갑을 닫고 있다. 근로소득에 의존하면서 살다가 은퇴 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금을 받아들고는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소비부터 줄이는 것이다. 미국의 퇴직연금제도인 401K의 10년간(2013∼2022년) 연평균 수익률은 7.79%인 반면에 한국 퇴직연금의 10년간(2014∼2023년) 연평균 수익률은 2.07%에 불과하다. 매월 50만 원씩 30년을 꾸준히 퇴직연금을 넣는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 근로자는 7억2000만 원을 손에 쥐게 되지만 한국 근로자에게 돌아오는 퇴직금은 2억50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미국 등 선진국 은퇴자가 연금 수익 등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보내는 반면에 한국은 ‘쥐꼬리 연금’, ‘은퇴 거지’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나오는 이유다. 벌어둔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점도 한국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고령층 자산의 83.66%는 부동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 9.41%, 금융투자 자산은 1% 미만이다. 자산은 많아도 이를 바탕으로 풍족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노인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일자리로 근로소득을 확보할 처지도 안 된다. 한국의 일하는 노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37.3%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 가까운 노인들이 월 100만 원도 못 벌고 있다. 정부에서 노인형 일자리를 양산하지만 월 급여는 21만 원에 불과하다. 고령 취업자를 직군별로 살펴보면 단순 노무(34.6%)와 농림어업 숙련종사자(23.3%)의 합이 절반 이상이다. 한국의 고령층은 연금뿐 아니라 금융자산, 일자리 기회가 모두 부족한 ‘삼저(三低)’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김모 씨(73)도 2010년 그간 운영해온 가게를 닫은 뒤 마땅한 벌이가 없어 생활이 막막해진 경우다. 국민연금에 최소 금액만 넣은 탓에 월 수령액이 4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동안에는 다행히 인근 학교에서 숙직 전담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면서 월 90만 원씩 챙겼지만, 지난해 실직하면서 이마저도 끊겼다. ● 활력 떨어지는 한국 경제도 조로화 기로초고령화는 한국 경제에도 최대 위협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선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내년부터 70%를 밑돌기 시작해 2050년에는 51.9%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내년 20%를 넘은 뒤 2050년에는 40.1%까지 치솟을 예정이다. 이 같은 문제는 노동생산성 저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미국(77.9달러), 독일(68.1달러), 프랑스(65.8달러), 영국(60.1달러) 등의 국가가 한국을 크게 앞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까지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연령에 진입하면서 2015∼2023년 연간 경제성장률이 0.3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할 경우 2024∼2034년 11년에 걸쳐 연간 경제성장률이 0.2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진단한다. 결국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발맞춰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근로 의지가 강하고 교육 수준 및 디지털 친화력이 높은 만큼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취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은에서는 이들의 고용률이 증가할 경우 경제 성장률 하락폭이 최대 0.2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연금 제도 개선으로 노인들의 주머니를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의 의무연금 소득대체율은 31.2%로 OECD 회원국의 평균치(50.7%)를 크게 밑돌고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센터장은 “(개인들도) 퇴직금이나 주택 등의 자산을 활용해서 장기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연금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프랑스 정부가 의회의 ‘정부 불신임안’ 발의로 올 9월 새 내각이 출범한 지 약 2개월 반 만에 해산될 위기에 처했다. 4일 예정된 불신임안 투표에서 정부 해산이 결정되면 1958년 설립된 제5공화국 역사상 최단명한 정부가 된다. 또 불신임 투표로 정부가 해산되는 건 1962년 이후 처음이다. 투표에서 해산이 결정되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자리를 지키지만, 약 두 달 반 만에 새 총리를 임명하고 내각도 다시 꾸려야 한다. ‘저성장 고착화’와 곪을 대로 곪은 재정적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온 프랑스는 새로운 정치 위기까지 터지자 증시와 국채 가격도 출렁거렸다.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프랑스의 대형 악재에 유로화 가치도 하락했다.● 총리, 재정법안 통과 강행하자 야권 맞불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는 2일 하원에 출석해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핵심인 사회보장재정법안을 의회 표결 없이 통과시키기 위해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했다. 해당 법안 통과에 찬성할 의원이 577명 중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211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는 “프랑스 국민은 국가의 미래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우리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이 제가 헌법 49조 3항에 근거해 법안 전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이유”라고 말했다. 사회보장재정법안을 통과시켜 예산안을 확정 지어야 하는 정부의 책임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야당인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과 극우 국민연합(RN)은 즉각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해 맞불을 놓았다. RN의 실권자인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바르니에 총리가 1100만 유권자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니 우리도 대응할 것”이라며 불신임안을 발의하고 이에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NFP도 “불법적인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불신임안을 발의했다”며 “바르니에 다음엔 마크롱 (대통령) 차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정부는 국가원수를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제의 특성을 지니면서 국가 원수와 정부 수반이 구별되고 국회가 정부를 불신임할 수 있는 의원내각제 특성이 혼합돼 있다. 불신임안은 하원 재적 의원의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가결된다. 전체 의원 577명 가운데 현재 2석이 공석이라 가결 정족수는 288명이다. NFP와 RN 의석수만 합해도 가결 정족수를 넘어 4일 예정된 투표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국가 원수인 마크롱 대통령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내각은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 저성장 고착화된 프랑스의 딜레마 이번 사태는 프랑스 정부가 2025년 예산안을 공개하며 200억 유로(약 29조 원)의 증세와 400억 유로의 지출 감축을 통해 늘어나는 재정 적자를 해결하려다가 발생했다. 프랑스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1540억 유로(약 227조 원)에 달한다.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후 등 일부 시기를 제외하면 2010년 이후 1% 전후에 머물렀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경제 활력은 떨어지는데 국가 부채는 불어나며 재정 적자가 심각해지자, 결국 정부가 긴축에 나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는 이미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서 경제 산출량 대비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라며 “바르니에 총리는 예산 600억 유로를 삭감하려는 인기 없는 과제를 떠맡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하원 내 주요 정치 세력인 좌파 연합과 극우 진영은 소비자 구매력 감소, 사회적 불평등 심화, 기업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긴축 기조의 정부 예산안을 반대했다. 세금 부담이 늘고 복지 혜택이 줄 것을 우려한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이포프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이번 예산안에 반대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프랑스 정부의 정치적 위기에 유럽 금융시장도 불안해졌다. 2일 오후 4시 기준 유로화 환율은 1유로당 1.0470달러로 전 거래일에 비해 1.01% 급락했다. 프랑스 증시 대표지수인 CAC40도 3일엔 상승했지만 2일 장 초반에는 전 거래일 대비 1.2%까지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지수는 올 6월 초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 실시를 전격 발표한 뒤 이미 10%가량 떨어진 상태다. 프랑스 국채 투자 수요도 위축되며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2.7bp(1bp=0.01%포인트) 상승한 2.923%까지 올랐다(가격은 하락)가 다음 날 2.9% 전후에서 횡보하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정부가 의회의 ‘정부 불신임안’ 발의로 올 9월 새 내각이 출범한지 약 2개월 반 만에 해산될 위기에 처했다. 4일 예정된 불신임안 투표에서 정부 해산이 결정되면 1958년 설립된 제5공화국 역사상 최단명한 정부가 된다. 또 불신임 투표로 정부가 해산되는 건 1962년 이후 처음이다.투표에서 해산이 결정되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자리를 지키지만, 약 두 달 반 만에 새 총리를 임명하고 내각도 다시 꾸려야 한다. ‘저성장 고착화’와 곪을 대로 곪은 재정적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온 프랑스는 새로운 정치 위기까지 터지자 증시와 국채 가격도 출렁거렸다.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프랑스의 대형 악재에 유로화 가치도 하락했다.● 총리, 재정법안 통과 강행하자 야권 맞불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는 2일 하원에 출석해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핵심인 사회보장재정법안을 의회 표결 없이 통과시키기 위해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했다. 해당 법안 통과에 찬성하는 의원이 577명 중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211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는 “프랑스 국민은 국가의 미래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우리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이 제가 헌법 49조3항에 근거해 법안 전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이유”라고 말했다. 사회보장재정법안을 통과시켜 예산안을 확정 지어야 하는 정부의 책임감을 강조한 것이다.하지만 야당인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과 극우 국민연합(RN)은 즉각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해 맞불을 놓았다. RN의 실권자인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바르니에 총리는 1100만 유권자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니 우리도 대응할 것”이라며 불신임안을 발의하고 이에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NFP도 “불법적인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불신임안을 발의했다”며 “바르니에 다음엔 마크롱 (대통령) 차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프랑스 정부는 국가 원수를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제의 특성을 지니면서 국가 원수와 정부 수반이 구별되고 국회가 정부를 불신임할 수 있는 의원내각제 특성이 혼합돼 있다. 불신임안은 하원 재적 의원의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가결된다. 전체 의원 577명 가운데 현재 2석이 공석이라 가결 정족수는 288명이다. NFP와 RN 의석수만 합해도 가결 정족수를 넘어 4일 예정된 투표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국가 원수인 마크롱 대통령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내각은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 저성장 고착화된 프랑스의 딜레마이번 사태는 프랑스 정부가 2025년 예산안을 공개하며 200억 유로(약 29조 원)의 증세와 400억 유로의 지출 감축을 통해 늘어나는 재정 적자를 해결하려다가 발생했다. 프랑스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1540억 유로(약 227조 원)에 달한다.프랑스 경제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후 등 일부 시기를 제외하면 2010년 이후 1% 전후에 머물렀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경제 활력은 떨어지는데 국가 부채는 불어나며 재정 적자가 심각해지자, 결국 정부가 긴축에 나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는 이미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서 경제 산출량 대비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라며 “바르니에 총리는 예산 600억 유로를 삭감하려는 인기 없는 과제를 떠맡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하원 내 주요 정치 세력인 좌파 연합과 극우 진영은 소비자 구매력 감소, 사회적 불평등 심화, 기업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긴축 기조의 정부 예산안을 반대했다. 세금 부담이 늘고 복지 혜택이 줄 것을 우려한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이포프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이번 예산안에 반대하고 있다.경제 규모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프랑스 정부의 정치적 위기에 유럽 금융시장도 불안해졌다. 2일 오후 4시 기준 유로화 환율은 1유로당 1.0470달러로 전 거래일에 비해 1.01% 급락했다.프랑스 증시 대표지수인 CAC40도 3일에 상승했지만 2일 장 초반에는 전 거래일 대비 1.2%까지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지수는 올 6월 초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 실시를 전격 발표한 뒤 이미 10%가량 떨어진 상태다. 프랑스 국채 투자 수요도 위축되며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2.7bp(1bp=0.01%포인트) 상승한 2.923%까지 올랐다(가격은 하락)가 다음날 2.9% 전후에서 횡보하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