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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수능 개편 1년 유예’ 발표가 있기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교육부는 ‘유예는 있을 수도 없고, 검토조차 한 적 없다’며 단호했다. 여론의 비판에도 끄떡없던 교육부의 분위기는 주말을 지나며 뒤집혔다. 수능 개편을 무리하게 추진해 민심을 잃으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큰 악재가 될 것이란 여권의 우려가 강했기 때문이다. 결국 내신과 수능을 따로 준비하며 불확실한 입시정책에 마음 졸여야 할 ‘김상곤 세대’ 학생들만 최대 피해자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뒤집힌 수능 개편 무슨 일이… 여당과 교육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수능 개편 유예를 전격 발표한 데에는 주말 전후로 있었던 더불어민주당 워크숍(25, 26일) 및 당정협의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민주당 오영훈 의원은 “워크숍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이 우려 의견을 전달했고 비공식 당정회의에서 방침이 수렴됐다”며 “교육철학을 설명할 기회도 없이 문재인 정부가 시작되자마자 절대평가 도입이 논란이 되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내년에 선거가 있는데 전체적인 국민 지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공교육 정상화라는 이상에 집착하다 비판 여론에 직면했던 노무현 정부의 실패 경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8월 ‘책임총리’로서 교육개혁 속도조절론을 강조한 이낙연 총리의 신중론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의 이 같은 요구에 김 부총리가 지난달 29일 개편 연기를 전격 확정하자 당초 1안 선택을 유력하게 검토하던 교육부 관계자들조차 매우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교육부는 수능 개편을 연기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이유로 연기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연기에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유예 시 내년부터 현장에 적용될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엉망이 된다는 점이었다. 유예 발표 엿새 전까지도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 연수부터 교과서 제작까지 모든 게 새 교육과정에 맞춰 추진되고 있는데 수업은 바꾸고 시험은 안 바꾼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대로 수능 개편 유예를 반영해 교육과정 적용을 연기하면 너무나 큰 ‘숙제’들이 생기기 때문에 개편 유예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현 중3들의 고교 입시가 시작됐기 때문에 3, 4개월 연기조차 어렵고 △시간을 더 갖는다고 기존 시안보다 나은 안이 나오기 어렵다는 이유도 들었다.○ “혼란만 1년 더 길어질 뿐” 실제 교육부는 ‘현재의 시안이 최선’이라는 주장을 공청회 등 여러 곳에서 폈다. △1년 반 동안 충분한 의견 수렴과 검토를 거쳤으며 △이 과정에서 대학과 고교,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해 여러 교육전문가가 고루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말해놓고 수능 개편 확정이 1년 뒤로 연기되자 교육계에서는 “사실상 혼란만 1년 더 길어질 뿐 달라지는 게 거의 없을 것”이라며 “내년 선거만 넘기고 보자는 정치 쇼”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가 ‘대입정책포럼’(가칭)을 구성해 각계 의견을 모으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기존의 수능개선위원회가 해온 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현 중3이 겪을 일을 중2로 넘겼다는 차이만 있을 뿐 현 정부의 수능 절대평가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부는 이날 ‘기존 시안은 폐기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폐기는 아니고 원래 시안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것”이라고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개편안 마련뿐 아니라 개편 유예 결정마저 졸속으로 이뤄지면서 내년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현 중3 학생은 고교 진학 후 수업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받으면서 수능은 2009 교육과정에 맞춰진 현행 수능으로 보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새 교육과정은 이전 교육과정과 과목 편성부터 과목 이름, 단원 구성과 범위까지 많은 부분이 다르다. 예컨대 새 교육과정에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과목이 생겼고 종전에 이과생들이 보편적으로 배우던 ‘과학Ⅱ(물리학Ⅱ, 지구과학Ⅱ, 생명과학Ⅱ, 화학Ⅱ)’ 과목은 진로선택 과목으로 빠졌다. 수학도 문제다. 개정 수학은 ‘미적분Ⅱ’가 ‘미적분’으로 바뀌면서 내용이 달라졌다. ‘기하와 벡터’도 새 교육과정에서 ‘기하’로 바뀌어 진로선택 과목으로 분류됐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수능은 현행대로 보게 된 만큼 현 중3 학생은 내신은 내신대로, 수능은 수능대로 공부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김상곤 세대’는 3중고 김혜남 문일고 진학부장은 “수능에 맞춰 선택과목을 고를 수밖에 없게 된 만큼 사실상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며 “학생들의 학습 부담만 엄청날 것이고 사교육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능 20여 년 역사에서 교육과정과 수능이 일치하지 않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배운 내용을 확인한다’는 평가의 기본마저 무너뜨린 유예 발표”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부총리는 이날 발표에서 ‘이전 정부’에서 비롯됐다는 점만 반복해 언급했을 뿐, 논란만 야기한 채 폐기된 수능 절대평가 시안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교육현장의 불신과 혼란만 가중시킨 현 정부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대입제도 3년 예고제 등 교육법정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데다 배운 교과목을 시험 본다는 당연한 원칙조차 무너뜨린 이번 결정은 사상 초유의 정책 오점으로 교육계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박성진 기자}

해양수산부 노동조합이 국회에 국정감사 자료 요청 기한을 다음달 20일로 못 박은 공문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자료 제출을 둘러싸고 국감 때마다 반복되는 국회와 정부 간 ‘기 싸움’의 방아쇠를 해수부가 당긴 셈이다. 31일 국회에 따르면 해수부 노조는 최근 ‘2017년 국정감사 협조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국회로 발송했다. 공문에는 “일부 의원들이 필요 이상의 과도하고 즉흥적인 자료 요구를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담당 직원들의 고유 업무가 마비되고 야근, 주말근무,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초과근무 등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국감은 최장 10일을 쉴 수 있는 추석연휴 직후인 10월 중순에 열린다. 해수부 노조는 “다가오는 추석 연휴를 가족과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아래와 같이 협조를 요청하니 배려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국정감사에 필요한 자료인지 사전에 검토한 후 요구하고 △전년도 자료 요구에 준하는 반복, 답습적인 자료 요구를 자제하며 △즉흥적이고 중복된 자료요구를 자제해 줄 것 등을 요청했다. 공문이 도착하자 국회는 발칵 뒤집어졌다. 국감을 준비하는 실무진들 사이에서는 “전형적인 공무원 갑질”이라는 반발마저 터져 나왔다. 국회 관계자는 “추석 연휴를 행복하게 같이 보낼 가족은 공무원이 아닌 우리에게도 있다”며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의 주요 기능을 점검하기 위해 충분한 자료 요청은 필수이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추가적인 자료 요청이 있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측도 할말은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일단 많이 요구해놓고 보자는 ‘묻지마 자료 요청’의 ‘국회 갑질’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며 “물리적으로 검토할 수 없는 분양의 자료를 요청해놓고 살피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정부도 본래의 업무가 마비되는 경우가 많아 고육지책으로 공문을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7일 “국민의 뜻에 반하는 인위적 정계개편은 제 임기 중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국민의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다당제 구도를 존중하며 협치에 진심을 다할 것이고, 적어도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나서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인위적으로 의원 빼오기로 하는 파괴적인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남북문제와 관련해선 ‘신세대 평화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추 대표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30대 신세대답게 새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방식으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을 촉구한다”며 “김 위원장은 선대의 유지이자 냉전의 산물인 핵 개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에 대해선 “권력 구조 논의에 앞서 촛불 민주주의에 근거한 시민권 확대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며 “국민주권과 기본권 신장이라는 대원칙 속에 ‘국민 우선’ 원칙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납백천(海納百川·바다는 천하의 강물을 받아들인다)이라는 말처럼 다양한 의견과 조언,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소통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마이웨이’ 행보에 대한 비판을 일부 수용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내년 6·13지방선거에 서울시장으로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선 “나라의 미래와 명운이 걸려 있는 막중한 일을 지휘해야 하는 책임만 해도 지금도 숨이 가쁘다”며 “그것에 제 개인 신상을 얹어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소속 의원 워크숍에서 야당 시절 추진했던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방송법 및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의 ‘대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의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가 각각 7명, 6명 추천하고 사장은 이사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뽑도록 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업무보고에서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는 것이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크게 반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권이 결국 ‘방송 자유’라는 가면을 벗고 ‘방송 장악’이라는 민낯을 드러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권력을 잡고 보니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건가”라고 반발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추진해왔던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의 ‘대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당론으로 추진해 온 개정안은 KBS, MBC 등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대한 정권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에 대한 여권의 ‘재검토’ 방침이 정해지면서 거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권이 추진해온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영방송 이사진들의 사장 선임 절차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사장 선임권이 있는 재적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사장을 선임할 수 있는 ‘특별 다수제’ 도입이 핵심이었다. KBS와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수를 13명으로 늘리고 여당 몫으로 7명, 야당 몫으로 6명을 추천해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일방적으로 입맛에 맞는 사장을 임명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경우 이사회가 과반 수 찬성으로 사장 후보를 임면 제청할 수 있다. KBS는 총 11명의 이사 중 여당 몫이 7명이고 야당 몫이 4명이다. 여당 몫의 이사들만으로도 과반을 달성할 수 있다. 임명은 대통령이 한다. MBC도 마찬가지다. 총 9명의 방송문회진흥회 이사 중 여당 몫이 6명이고 야당 몫이 3명이다. 임명은 방송통신위원회가 한다. 사실상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거수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사장을 뽑을 수 있는 형국이었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었다. 여권이 개정안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한 것은 25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송법 관련 비공개 발언이 알려지면서다. 문 대통령은 22일 비공개 업무 보고에서 “차선은 물론 차선도 아닌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는 것이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은 25일 세종시 홍익대 국제연수원에서 열린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개정안 재검토 방침을 확정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워크숍 토론 직후 “방송 지배구조와 관련해 무색무취한 인사가 공영방송의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불가피한 현실적 타협의 결과로 이 법이 탄생했다”며 “방송 개혁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가 사장이 됐으면 한다는 대통령 발언의 취지와 대안을 생각하기 위해 논의를 해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권이 결국 ‘방송 자유’라는 가면을 벗고 ‘방송 장악’이라는 민낯을 드러냈다”며 “코드 사장이 임명될 수 있도록 방송법을 개정하라는 주문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방송 장악을 위해 서슴없이 말을 뒤집는 모습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방송 장악 기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도 논평에서 “방송법 개정안은 지금의 여당이 야당일 때 강력하게 요구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런데 이것을 인제 와서 뒤집겠다는 말 바꾸기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권력을 잡고 보니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건가”라고 반발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은 대법관 13명이 전원일치로 유죄를 선고했는데 대법관 전부가 곡학아세(曲學阿世)하고 법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정의가 마비됐다는 것이냐.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한 13명의 대법관이 속된말로 ‘제정신이 아니다’, ‘또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말이 좀 심하다. 집권당 대표와 관련해 ‘또라이’ 표현을 쓴 것을 시정해 달라.”(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년간 복역하고 23일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총리(73)를 놓고 정치권이 하루 종일 들끓었다. ○ 秋 “기소도 재판도 잘못”…野 “법치주의 파괴” 논란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전날 한 전 총리에 대해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 기소독점주의의 폐단으로 사법 부정의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하면서부터 일기 시작했다. 추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그분(한 전 총리)의 진실과 양심을 믿기에 매우 안타까웠다”고 했다. 여기에 김현 민주당 대변인이 불을 더 지폈다. 김 대변인은 한 전 총리가 출소한 직후인 오전 5시 15분경 서면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 때 추모사를 낭독했다는 이유로 한명숙 총리를 향한 정치보복이 시작됐다”며 “정치탄압을 기획하고 검찰권을 남용하며 정권에 부화뇌동한 관련자들은 청산되어야 할 적폐세력”이라고 사법부를 정면 겨냥했다. 야당 의원들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발언이라며 추 대표를 일제히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추 대표의 발언에 대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며 자기들만 옳다는 이분법적 사고의 전형”이라면서 “구악 중의 구악”이라고 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여당 지도부가 3권 분립 체제하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부정하는 웃지 못할 일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정말로 한 전 총리의 재판이 잘못된 것이라 믿는다면 국정조사를 제안해 달라”고 역공을 폈다. 법사위에 출석한 김소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근거 없는 비난은 사법부의 신뢰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대법관으로서 한 전 총리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여했다.○ 추징금 8억8000만 원 중 250만 원만 환수 논란에 휩싸인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5시 10분경 경기 의정부교도소 문 밖으로 나왔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해찬 문희상 홍영표 정성호 민병두 유승희 유은혜 전해철 기동민 김경수 의원 등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 전·현직 의원 20여 명을 포함해 지지자 200여 명이 한 전 총리를 맞았다.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상징색인 노란색 풍선이 출소 길을 장식했다. 한 전 총리는 수척해진 얼굴로 10여 분간 짧은 소회만을 밝혔다. 눈물을 흘리지도,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않았다. 한 전 총리는 “짧지 않은 2년 동안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며 “앞으로도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 나가겠다”고 말한 뒤 현장을 떠났다. 2015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 선거 후보 당내 경선 과정에서 한 전 총리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세 차례에 걸쳐 현금과 수표, 달러 등 9억 원을 받은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선고 직후 추징금 환수팀까지 꾸렸지만 현재까지 한 전 총리의 교도소 영치금 250만 원만 추징했다. 한 전 총리 명의였다가 남편 이름으로 바뀐 아파트 보증금 1억5000만 원은 환수 대상이라고 법원이 판단했지만 한 전 총리가 불복해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 전 총리는 사면받지 않으면 만 83세까지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박성진 psjin@donga.com·이호재·홍수영 기자}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사진)이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자신을 질책한 것을 두고 “총리께서 짜증을 냈다”고 말해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농해수위원장 직무대행인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총리께서 짜증이 아니라 질책한 것 아니냐”며 “성실하고 정중하게, 신중을 기해서 답변하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도 “식약처장이 업무 파악이 안 되고 분간을 못해 국민의 엄청난 불신을 받고 있으면서도 답변 태도가 정말 유감”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류 처장은 “죄송하다”면서도 “짜증과 질책은 같은 부분이다. 약간 억울한 부분이 많아서 그렇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앞서 이 총리는 류 처장이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살충제 계란 파동 관련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자 “이런 질문은 국민이 할 수도 있고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할 수도 있다. 제대로 답변 못 할 거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지 말라”고 류 처장을 질책했다. 한편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농해수위에 출석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직원들이 퇴임 이후 일정 기간 친환경인증 민간 기관에 재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불거진 ‘농피아(농식품부 공무원+마피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김 장관은 “친환경 인증기관에서 일하는 농관원 출신 공무원이 5급 이하여서 공직자윤리법 심사 대상은 아니다”며 “자율적으로 재취업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박성진 psjin@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국회 소통이 중요해지면서 세종시에 있는 각 부처 장관과 고위공직자들의 서울 여의도 주변 ‘둥지 틀기’가 한창이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기 청와대 업무보고와 ‘100대 국정 과제’ 추진 등을 위해 국회 소통이 강조되면서 세종시로 이전한 정부 부처 장관들의 ‘서울 살림’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 과거에 각 부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있는 산하 단체나 유관기관 건물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하고 장관의 국회 보고 때 잠깐씩 들르곤 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 28일 이후 이런 ‘업무 협조’가 불가능해졌고 장관이나 고위공무원들이 국회에 머무는 시간도 늘면서 최근에는 아예 여의도 인근에 ‘제2 집무실’을 임차하기 시작했다. 이전 정부 때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 사무실을 장관의 임시 집무실로 사용하던 국토교통부는 최근 서울 용산역 인근에 새로운 사무실을 꾸렸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본부에 장관 집무실을 두고 있던 보건복지부 역시 최근 여의도 인근에 새로운 장관 사무실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은 지난 정부 때 각각 여의도 CCMM빌딩, 대하빌딩, 이룸센터 등에 마련한 임시 장관실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한 부처 공무원은 “청와대 및 국회 보고 등으로 장관 주재 회의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장관은 물론이고 주요 국장들은 세종시보다 서울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며 “각 부처 장관 등 공무원들이 사용할 국회 스마트워크센터가 완공되면 국회가 사실상 제2의 행정수도가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고 했다. 국회와의 소통 강화를 위한 각 부처의 노력은 장관 정책보좌관 인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 장관은 국회 경력 10년 이상의 보좌진 출신들로 정책보좌관을 구성했다. 입법 과정에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인사라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각 부처가 추진하는 개혁 과제 대부분이 국회 입법 과정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소속 상임위에서 10년 넘게 법 개정에 관여한 경험과 국회 내부 네트워크가 강한 정책보좌관들이 부처에 있으면 국회와의 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박성진 기자}
내년부터 0∼5세 아동이 있는 가구에 1인당 10만 원씩 수당을 새롭게 지급하고 노인 기초연금을 5만 원 인상하려면 5년간 42조8000억 원(지방비 포함)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먼저 아동수당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 1조500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5년간 총 13조4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기초연금은 내년 4월부터 25만 원으로, 2021년 4월부터 30만 원으로 5만 원씩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현재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 월 10만∼20만 원씩 차등 지급하고 있다. 이를 국민연금 가입 여부나 연금액과 상관없이 동일한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하기로 했다. 우선 정부는 내년에 관련 예산 2조7000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 5년 누적 필요 예산은 29조4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야권은 구체적 재원 마련 대책 없는 선심성 정책들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이 산타클로스라도 되는 양 민심을 현혹하는 갖가지 복지 선물을 쏟아내고 있지만 재원 마련 대책과 시급한 분야 예산 지원 확대가 우선이라는 것을 강조한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도 “저부담과 보편적 중복지·고복지가 결합할 때 재정 파탄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중부담과 선택적 중복지 방향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복지 정책이 ‘서비스 복지’가 아닌 ‘현금 복지’ 위주로 세워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무조건 현금을 풀기보다는 시간제 돌보미와 같은 질 좋은 육아 서비스 등 제도 개선 및 확충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박성진 psjin@donga.com·장관석 기자}
야 3당은 13일 한목소리로 “사드 괴담이 사실무근으로 확인된 만큼 조속히 사드 배치를 완료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극렬한 사드 반대 세력은 사드 도입 초기부터 있지도 않은 전자파 괴담을 유포하며 주민들의 공포심을 자극해 사회 갈등과 국론 분열을 야기시켰다”며 “정부가 사드 4기 배치를 조속히 완료할 것을 촉구한다”고 논평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이번 측정 결과가 사드의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은 배치보다는 절차를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이번 측정 결과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였다”면서 “향후 주민들 의견이 수렴된 일반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통해 사드 ‘임시 배치’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서면 논평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4기 조기 배치 지시와 어긋나는 주장이라는 지적에 제 대변인은 “보좌진의 실수로 오타가 발생했다. ‘임시 배치’가 아닌 ‘최종 배치’를 하려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말하려 했다”고 논평을 뒤늦게 수정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박성진 기자}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11일 “공영방송 사장이 공적 책임과 공정성을 지키지 않았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퇴진 요구가 커지고 있는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사장 임기를 보장할 뜻이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를 차례로 예방한 뒤 MBC 제작 거부 사태와 관련한 질문에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소송에서 대법원이 ‘임명’은 ‘임면(任免·임명과 해임)’을 포함한다고 했다”며 “방통위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과 이사를 임명하는 것으로 돼 있어 임면도 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사퇴를 포함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한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철저한 검토와 실제 조사를 통해 어느 수준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 공영방송이 여러 가지로 상당히 나락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라며 “이것들을 바로잡는 것이 방통위원장으로서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방송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 특정 정치세력에 유리한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어떤 정치세력에도, 정권에도 흔들림 없는, 그래서 제 구실을 하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권력에 취해 공영방송사 저격수 역할을 자임한 이 위원장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하면 대통령을 상대로 이 위원장 임명무효 확인 소송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MBC가 카메라기자의 성향을 분석해 만든 문건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사실이라면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부당 노동행위다. 불법성이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답했다. 고용부는 MBC의 부당 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MBC 제작거부… 일부 뉴스 결방 한편 MBC 보도국 취재기자 80명이 11일 제작 거부를 선언하면서 오후 4시 MBC ‘뉴스 M’과 0시 반 ‘뉴스24’ 등 일부 뉴스가 결방됐다. 제작 거부에 참여한 취재기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MBC 저널리즘의 복원을 위해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보도국 보직 부장들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성진 psjin@donga.com·이서현 기자}

20대 후반 남성인 A 씨는 별다른 소득 없이 지난해까지 서울에 아파트 3채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10억 원대 아파트 1채를 추가로 사들이면서 4주택 보유자가 됐다. B 씨는 그동안 전북 전주시 혁신도시에서 아파트 분양권 12개를 사고팔기를 반복했다. 이곳은 고액의 웃돈(프리미엄)이 형성된 지역이지만 계약 금액을 낮춘 ‘다운계약서’를 쓰면서 400만 원만 세금으로 냈다. 국세청이 9일 부동산 투기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286명은 이들처럼 자금 출처를 감추거나 세금 신고를 회피하다가 조사망에 걸려들었다. ○ 확실한 투기 의혹 대상자만 골랐다 눈에 띄는 조사 대상은 가격을 낮춰 신고하는 속칭 ‘다운계약서’ 작성 의심자들이다. 이들은 웃돈이 평균 4억 원에 이르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 분양권을 팔면서 양도차익이 한 푼도 없었다고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중개업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돼 눈길을 끈다. 국세청은 이들이 다운계약서 작성에서부터 불법전매 유도, 집값 상승 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번 조사 대상이 된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중개업소 3곳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아파트와 상가 30곳을 사고팔았지만 3년간 1000만 원의 양도차익을 올렸다고 신고했다. 이런 점에서 2700명 넘게 세무조사를 실시했던 2005년 ‘8·31부동산대책’ 세무조사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데도 이번 세무조사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 관행처럼 여겨졌던 편법 증여나 다운계약서 작성 등이 세무조사의 주 타깃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매매가 10억 원 이상 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 지역이다. 서초구 반포동 G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고액의 전세보증금을 부모가 대신 내준 뒤 계약이 끝나면 자녀가 돌려받는 편법 증여가 그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K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개포주공1단지 등에서 급매물이 나왔지만 세무조사 내용이 발표되자 매입 계획을 모두 접었다”고 전했다.○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는 위험 이번 국세청의 조치에 대해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정부 정책 목표를 위해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건 ‘무리한 법 집행’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세무학회장을 지낸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장은 “일반적으로 세무조사는 정해진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는데 갑자기 부동산 가격 안정 차원에서 286명의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과세권 남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세무조사 대상자들이 세금탈루 혐의가 있었다면 이미 세무조사를 시행했어야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세청은 앞으로 부동산 거래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8·2대책에 따라 국토교통부에서 투기과열지구 내 3억 원 이상 주택 구입자의 자금조달계획서를 받아 자금 출처를 검증할 계획이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향후 부동산 가격을 보면서 추가 (세무)조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 카드 만지작 한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8·2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로 ‘보유세 인상’ 카드를 언급해 파장이 일고 있다. 김 의장은 “대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 정도밖에 안 돼 다른 대책을 얘기하는 것은 이르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 목표는 분명하고, 시장 안정화와 주거 안정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런 목표에 맞는 정책이라면 검토해볼 수 있다”며 추가 대책 발표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의장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필요하면 보유세 인상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인가’라는 추가 질문에도 “지금 이야기하기는 매우 이르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렇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 의장은 “지금 정부의 다주택자 투기 억제 기조는 단기 대응이 아니라 지속해서 유지할 방향”이라며 “앞으로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전환하든지, 주택을 처분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란 주문도 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천호성·박성진 기자}

검찰 개혁의 주도권을 놓고 법무부와 검찰이 부딪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9일 급진적인 검찰 개혁에 찬성하는 진보 성향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앞서 문무일 검찰총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사회 각계의 덕망 있는 분들을 모셔 ‘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이를 지원할 ‘검찰개혁추진단’을 대검찰청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똑같은 검찰 개혁 방안을 논의할 위원회가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각각 생기게 된 것이다.○ “외부 수술대에 올렸다” 검찰 반발 박 장관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국민 80% 이상이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에서 보듯 국민 대다수는 신속하고 강력한 검찰 개혁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법무부가 검찰 개혁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이날 △법무부 탈검찰화 △공수처 설치 △전관예우 근절 △검찰 인사제도 공정성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고 올 11월까지 검찰 개혁 권고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박 장관은 검찰의 일부 업무를 가져가게 될 공수처 도입뿐 아니라 검경 수사권 조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다수 검사들은 공수처 도입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고 있다. 문 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수사 개시와 진행 권한을 갖고 있는 경찰이 수사 종결권까지 행사하면 수사 전체를 사법경찰이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이) 논의 중이라 제가 말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문 총장이 박 장관과 직접 부딪치지 않으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는 게 검찰 내부의 분석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공수처 설치 등 검찰의 반발이 예상되는 사안을 법무부에서 민간위원 주도로 추진해 사실상 검찰을 외부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여권의 문 총장에 대한 검찰 개혁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자신을 예방한 문 총장에게 “촛불로 태어난 이 정부에 있어서 검찰 개혁은 가장 바라는 일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 문 총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일부 시국사건 수사를 사과한 데 대해 “말로만 사과가 아니라 수사 지휘자와 책임자 등을 수사하고 자체 백서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문 총장은 “후속 조치도 여러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답했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참여해서 말씀드릴 수 있으면 드리겠지만 그 전에 자체 개혁 노력을 최대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원 다수 참여연대, 민변 출신 이날 발족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는 노무현 정부 소속 위원회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거나 진보 성향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 출신 인사가 다수 참여했다. 또 그동안 검찰에 비판적 자세를 유지해 온 검찰 출신 변호사들도 포함됐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멘토’로 불리는 한인섭 위원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조 수석과 함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한 위원장은 또 노무현 정부 당시 사법·검찰 개혁 방안을 논의했던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박 장관과 함께 활동했다. 참여연대 박근용 공동 사무처장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김두식 경북대 교수는 위원회 위원이 됐다. 또 위원이 된 김남준 변호사는 민변 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았다. 위원회에 참여한 김진 변호사는 현재 민변에서 노동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차정인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민변 출신이다. 또 2008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으로 재직 중 광우병 논란으로 촉발된 이른바 ‘PD수첩 사건’을 수사하다 검찰 지휘부와 갈등을 빚고 옷을 벗은 임수빈 변호사도 위원회에 합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유정 변호사의 남편 사봉관 변호사도 위원회 위원이 됐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강경석·박성진 기자}

정부가 전기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전방위 대책 추진에 나서고 있다. 내년부터 에너지 최저효율을 충족하지 못한 산업용 기기에 대해 생산 및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최근 급전(急電) 지시로 논란이 됐던 수요자원 거래시장(DR) 제도도 더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 올해 말 발표할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향후 전력 수요 예측량과 설비율을 과거보다 낮게 설정할 방침이다. 이전에 과다하게 수요를 예측해 발전소를 너무 많이 짓게 됐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일련의 정책이 새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에 맞춰 인위적으로 전력 수요를 낮추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칫 무리하게 수요감축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산업 경쟁력이 훼손되고 전기가 부족해 국민 생활이 불편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 에너지 효율 낮은 산업기기 퇴출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공장 변압기 등 주요 산업기기에 에너지 최저효율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일정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지 못하는 제품의 생산, 판매를 아예 금지하는 제도다. 현재 전기레인지, 온풍기 등 일부 가전제품이 적용 대상이다. 정부는 이 제도를 산업 기기에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산업 부문에서 쓰이는 전력이 전체 전력 소비의 절반 이상인 만큼, 이 분야에서 소비효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전력 수요를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은 수요자원 거래시장 제도 활성화 방안에서도 엿보인다. 지난달 기업들에 이례적으로 7시간에 걸친 급전 지시로 논란이 된 수요자원 거래시장 제도는 향후 일반 가정에도 확대될 예정이다. 김용래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아파트나 상가 중에서 참여 의사가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DR’를 도입하는 등 제도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요자원 거래시장 제도는 폭염이나 한파로 최대 전력수요가 급증할 때 사전에 동의를 얻은 기업에 전력 사용량 감축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 전력 수요와 예비율 ‘이중 감축’ 정부가 향후 전력 수요량을 낮춰 잡은 데다 설비 예비율까지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꼭 필요한 전력 소비까지 무리하게 줄이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7월 공개된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전력수요로 101.9GW가 예상된다. 이는 2년 전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때 예측된 113.2GW보다 10%(11.3GW)가량 낮은 수준이다. 원자력발전소 2기 분량의 전력수요를 줄이는 식으로 탈원전 정책에 끼워 맞추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정부는 8차 수급계획에서 설비 예비율을 20% 이하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설비 예비율은 전력수요가 최대를 기록하더라도 가동되지 않는 예비 발전설비량을 뜻한다. 현재는 22%의 설비 예비율을 유지하도록 돼 있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설비 예비율은 2011년 대정전 이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부러 높인 것”이라며 “발전기가 고장 나는 등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공급 부족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정, 탈원전 홍보 강화 이런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탈원전에 대한 대국민 홍보전 강화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탈원전과 신고리 5, 6호기 문제 관련 ‘공정한 공론화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이날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공론조사 과정을 감시하는 ‘제3자 검증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야당인 바른정당의 의원 7명도 이날 “신고리 건설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대로 진행된 사안이어서 중단돼서는 안 된다”며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한 소송 및 가처분 신청에 대한 국회의원 의견서를 대구지법 경주지원에 제출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장관 직속으로 에너지전환 국민소통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탈원전 논리를 적극 홍보하기로 발표했다. TF는 국장급 인사가 단장을 맡아 15명 규모로 꾸려진다. 학계와 에너지 유관기관, 시민·환경단체 등의 의견을 듣고 탈원전, 탈석탄 정책의 효과와 전기요금 개편 등 현안을 전달할 계획이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박성진·박훈상 기자}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이 이른바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6일 밝혔다. 퇴근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직장 상사 등의 업무지시 관행과 관련해 직접적인 업무지시뿐 아니라 공통 업무를 위해 개설하는 ‘단체 채팅방’을 통한 간접적인 업무지시도 제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이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시간 외의 시간에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근로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업무지시를 내리는 행위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무지시가 정당한 경우에는 연장근로로 보고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2조에 따르면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사업주를 위해 일하는 사람 등을 말한다. 이 의원은 “업무용 단체 채팅방의 잘못된 사용 관행을 개선함으로써 근로자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데 개정안의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의 휴가 중 국가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3일 북한의 도발에 따른 한반도 전쟁 가능성과 관련해 “미국도 그렇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우원식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를 만난 정 실장은 “미국 측의 여러 채널을 통해 당장 한반도에 전쟁 위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훈식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회동은 국회 차원에서 안보실장의 현안 진단 보고를 받을 필요성이 있다는 우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코리아 패싱’ 우려에 대해 정 실장은 “(나는) 미국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송영무, 제임스 매티스 한미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및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긴밀하게 토론하고 있다”며 “중국과도 그 정도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지난달 28일 도발은 지난달 4일 도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가 단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됐다”며 “국제사회의 제재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계속되는 전략적 도발은 한국뿐 아니라 주변 안보환경에 근본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공사 중단 주체를 놓고 오락가락했던 정부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공사 중단 최종 결정권을 정부가 갖기로 최종 합의했다. 공론화위원회가 ‘시민대표참여단’의 찬반 비율을 권고 형태로 정부에 전달하면 정부가 이를 해석해 공사 중단 또는 재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김지형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장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3차 회의 직후 언론브리핑에서 “공론화위는 결과를 권고 형태로 정부에 전달하는 자문기구”라며 “(공사 영구 중단 여부는) 정책 결정의 최종 권한을 가진 정부 판단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한동안 혼선을 빚었던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정부는 원래 공론화위가 구성한 시민배심원단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공론화위가 “찬반 결론을 내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최종 결정을 누가 할 것인가를 놓고 혼선이 빚어졌다.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청와대는 “배심원단이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면 정부는 이를 수용한다”고 재차 밝혔다. 하지만 3일 ‘최종적인 결정의 주체는 (공론화위가 아닌) 정부’로 정리가 됐다. 공론화위는 정부에 제출할 권고안에 공론조사 참여자들의 찬성과 반대 비율만을 담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찬반에 대한 비율을 객관적으로 권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공론조사 결과로 공사 중단이 최종 결정된다는 오해가 생기고 있다”며 “시민배심원단 대신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시민대표참여단(시민참여단)’으로 표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찬성 또는 반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다. 시민대표단 논의 결과 공사 중단에 대한 찬반 비율이 49 대 51 정도로 팽팽하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공론화위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친(親)원전 단체들은 “공사 중단 찬성 기준은 ‘사회적 합’으로 통용되는 60∼70%를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론화위는 “찬반 판단 기준을 몇 %로 할지, 이 기준을 공론화위가 보고서에 제시해야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8월 중 진행될 1차 여론조사 규모는 2만 명으로 확정됐다. 2차 공론조사 대상인 시민참여단 규모는 최대 5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다만 개인 사정 등으로 1박 2일 합숙토론에 참여하지 못할 인원을 감안하면 35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은 연일 탈(脫)원전에 대한 대국민 홍보전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자체 제작한 탈원전 관련 카드 뉴스를 5회까지 게재했다. 탈원전 60년 로드맵, 태양광발전 효율 설명, 에너지 세대교체의 필요성, 독일의 원자력발전소 폐쇄 과정 등을 광범위하게 다뤘다.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무위원은 정부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인지 잘 숙지해야 한다”고 당부했고 여당도 연일 탈원전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등 당정이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한편 이날 국회에선 여당과 야당이 각각 정반대 내용으로 탈원전 정책을 다룬 토론회를 개최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공론화위 활동과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논의가 지속될수록 여야 간 갈등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이건혁 gun@donga.com·한상준·박성진 기자}
정부와 여당이 2일 내놓은 8·2부동산 대책은 투기 억제를 위해 종합부동산세 기준 변경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조치를 담았다는 점에서 ‘겹그물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참여정부 때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 폭등을 막지 못했던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이번 고강도 대책은 과거의 ‘악몽’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8·2부동산 대책이 서민들을 위한 ‘핀셋 대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다주택자 등의 부동산 투기 요소를 최대한 억제해 ‘살 집’이 필요한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다. 특히 부동산은 매우 민감하고 휘발성이 큰 정책 이슈라는 점에서 여권은 서민들과 중산층의 지지를 이끌기 위해 전면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위원회 회의에서 “정부의 이번 부동산 대책은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를 완전히 차단하고,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실수요자,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공급확대 계획까지를 포함한 ‘초강도 종합대책’이다”며 “서민 주거안정화가 이번 대책의 목표인 만큼 ‘겹그물’을 쳐서라도 부동산 하나만큼은 꼭 잡겠다는 각오로 당과 정부가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겹그물 정책은 소득세와 법인세 등 ‘핀셋 증세’를 통한 세제 개편, 탈원전을 통한 전력 수급 체계 개편에 이은 당정의 세 번째 정책 승부수다. 핀셋 증세가 초대기업, 초고소득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었다면 이번 겹그물 부동산 대책은 계층을 불문하고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부동산 불패론’을 잠재우기 위한 동시다발적 정책이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당정 협의의 핵심 역할을 해온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부동산 정책은 먹힐 때까지 정말 끝까지 간다. 부동산은 거주의 대상이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그물 한 개를 던져서 안 되면 또 던지고 또 던져서라도 끝까지 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다주택자 등 특정 계층을 겨냥한 측면도 있지만 부동산 투기가 계층을 가리지 않고 사회 전반에 퍼져있으면서 대학생들도 ‘갭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겹그물 정책은 계층을 불문하고 ‘투기’는 무조건 잡겠다는 각오로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 포함된 규제가 시장에 적용되려면 여소야대 국회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협의에서 “재건축 재개발 규제정비, 세제강화, 불법전매 처벌강화 등을 위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발의와 처리에 당 차원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박성진 기자psjin@donga.com}

“시장이 예상한 수준을 넘어선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2일 내놓은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방안’(이하 ‘8·2부동산대책’)이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나왔던 숱한 규제를 망라한 최고 강도의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대책은 청약시장에 초점을 맞췄던 지난해 11·3대책, 올해 6·19대책과 달리 신규 분양과 기존 아파트 매매·임대차 시장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도심지역 주택 공급 방안이 빠져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때처럼 ‘정부 대책→일시적 집값 안정→수급 불안에 따른 집값 상승→추가 대책’의 양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강도의 규제 종합선물세트 대책의 효과는 그동안 투자 수요가 많이 몰린 지역일수록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건수 제한 등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투자자의 수익을 반감시키는 규제책이 대거 포함돼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고가 주택을 살 때 자금조달계획 등을 밝히도록 한 점도 대출을 끼고 고가 주택을 사려는 투자자들에게 부담스럽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가 고가 주택을 살 경우 국세청 등 관계기관이 편법 증여 가능성 등을 조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수도권 집값 폭등의 진원지로 꼽혔던 재건축 사업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 가능성이 커져 사업성이 떨어진 데다 조합이 설립된 아파트의 매매도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시장 현장점검을 맡은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경찰처럼 분양권 불법전매, 다운계약 등을 단속할 수 있도록 ‘특별사법경찰제’도 하반기에 도입할 예정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오피스텔과 재개발 등에 대한 규제도 강화돼 기존 대책 때와 달리 수도권 이외 지역이 반사이익을 얻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8·2부동산대책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효과는 빠르고 충분하게 나타날 것이다. 추가 대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집값 못 잡으면 후폭풍 클 것”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대부분 “당장에 과열 양상을 잡을 만한 충분한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집값 폭등의 또 다른 원인인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 부족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빠진 건 흠”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공급 확대 방안으로 △공적임대주택 연간 17만 채 공급 △신혼부부용 공공주택 5만 채 건설 등을 내세웠다. 도심 새 주택 부족 문제에 대해선 ‘올해와 내년 강남4구(강남 강동 서초 송파구)에서 각각 1만9000채, 2만4000채의 아파트가 입주한다’며 당분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재건축이 활발히 추진되던 올해 초까지와 달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이 시작되는 내년 초부터는 서울 주택정비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주택 부족 문제가 다시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인포 등에 따르면 2019년의 강남4구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5000여 채로 다시 줄어든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핵심 지역에서 양질의 새 아파트를 찾는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할 것”이라며 “이런 수요에 맞는 집이 공급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론 매물 부족만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집값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전·월세 시장이 들썩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매매 수요가 전세나 월세로 돌아서면서 전세 및 월세보증금이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수도권 내 아파트 전세가율이 현재 70∼80%로 높아진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전세금을 빼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발생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부동산 정책은 먹힐 때까지 정말 끝까지 간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주택경기가 급랭해 지방세인 취득세수 등이 줄어들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가 가까워올수록 지방자치단체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이는 여당에 대한 불리한 민심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럽다.천호성 thousand@donga.com·박성진·손가인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일 당정 협의를 거쳐 강력한 투기 방지 대책 등을 포함한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올해 최고치에 이르는 등 ‘6·19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내일 아침 당정 협의를 거친 뒤 지역별로 과열지역은 그 지역대로 대책을 마련하고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확대 및 청약제도 불법행위 차단 등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투기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이상 징후, 왜곡, 급등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만 잘 펼쳐도 ‘성공한 정부’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고르게 퍼져 있다. 부동산 정책은 소득세와 법인세 등 ‘핀셋 증세’를 통한 세제 개편, 탈원전을 통한 전력 수급 체계 개편에 이은 당정의 정책 승부수로 꼽힌다.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시기가 집권 초반뿐이라는 여당의 학습 효과도 드라이브를 거는 주요한 배경이다. 김 의장은 “부동산은 일반 투자 상품과 다르며 거주공간이다. 집값이 폭등하게 되면 서민들이 눈물 흘리고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포기하게 된다”고 투기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새로운 부동산 대책에는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변경을 제외한 강력한 투기수요 억제 대책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종부세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부동산 대책이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김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보유세나 양도소득세 등도 조정하느냐’는 질문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