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김윤종 부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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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먼 나라’ 같지만 한국의 미래상이 담겨있는 ‘이웃나라’입니다. 저와 함께 뉴스의 ‘배낭여행’을 함께 떠나실까요?

zozo@donga.com

취재분야

2026-03-02~2026-04-01
칼럼94%
행정3%
인사일반3%
  • “유물확보 당면 과제… 2015년부터 기증운동 벌일 것”

    “세계 언어가 3000여 개, 문자는 300개인데 문자박물관은 2곳뿐입니다. 그만큼 문자로 박물관을 만들기 힘들다는 겁니다. 문헌 위주 전시만으론 흥미를 끌기 어려우니까요.” 문영호 초대 국립한글박물관장(52·사진)은 준비 과정에서 겪은 고민부터 털어놨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글 관련 유물과 함께 각종 모형물과 디지털 영상물도 함께 전시했다. 가장 큰 당면 과제로는 유물 확보를 꼽았다. 그는 “현재 보유한 유물 규모는 600년 한글 역사로 볼 때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내년부터 기증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을 위한 ‘산 교육장’ 역할에도 주안점을 두고 외국인을 위한 오디오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문자를 통해 문화를 이야기하는 박물관이다. “한글은 한국문화의 그릇이에요. 한글과 판소리, 한글과 문학 등의 기획 전시로 스펙트럼을 넓혀갈 겁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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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手話가 아닙니다, 手語입니다

    “지금까지 계속 써오던 용어인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나요? 혼란만 일으킬 겁니다.” “국어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청각장애인의 모국어입니다. 바꾸는 것이 맞습니다.” 지난해부터 청각장애인 사이에는 수화(手話)란 용어를 ‘수어(手語)’로 바꾸려는 것에 대해 찬반 의견이 팽팽히 엇갈렸다. 정부와 장애인단체는 오랜 의견 수렴 끝에 ‘수어’로 바꾸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한국수어법’이 현재 국회에 상정돼 다음 달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왜 ‘수화’를 ‘수어’로 바꾸는 것일까?○ 수어(手語)를 아십니까… 수화→수어 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그간 수화를 음성언어인 한국어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여겨왔다. 한국어를 손, 몸으로 표현하는 동작 정도로 본 셈. 하지만 국립국어원의 장기간에 걸친 연구 결과 수화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처럼 한국어와 전혀 다른 문법체계를 가진 별도의 언어로 판명됐다. 우선 수화는 한국어와 외국어가 다르듯 해외 수화와 표기법이 다르다. 예를 들면 사과(국어)가 영어로는 애플(apple), 일본어로는 린고(リンゴ)로 쓰이듯 국내 청각장애인은 사과를 오른손 주먹을 쥐고 집게손가락을 펴서 입술 밑으로 스치는 형태로 표현한 반면 미국 수화는 오른손 주먹을 쥐고 집게손가락을 구부려 오른 뺨에 대는 동작으로 나타낸다(그림 참조). 또 수화는 한국어 문장 그대로를 손동작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한국어는 ‘철수가 밥을 먹다’라고 표현하지만 수화는 ‘철수 먹다 밥’의 어순을 갖고 있다. 또 수화는 조사, 어미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립국어원 김아영 학예연구사는 “수화가 하나의 독립된 언어라는 점에서 ‘수어’란 표현이 적합하다”며 “청각장애인들에겐 수화가 모어(母語·제1언어)이기 때문에 한국어를 외국어처럼 느껴 언어활동, 나아가 사회활동에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점자도 공식 문자로… 하반기 장애인 언어기본권 강화 이뤄지나 수화를 ‘수어’로 바꾸는 건 별도의 고유 언어이자 국내 공용어로 인정해 약 3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청각장애인의 언어기본권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뉴질랜드, 덴마크,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수화를 하나의 언어로 인정하고 있다. 15∼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장애인 권익 증진을 위해 수화를 수어로 바꾸려는 한국 정책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한국농아인협회 이미혜 사무처장은 “장애인의 언어적 권리를 보호하는 독립된 법안이 없었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며 “수화가 언어로 인정되면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시설 등 제반 환경이 장애인 권익 향상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화가 수어로 되면 정밀한 수어 실태조사가 이뤄지고 수어 교육, 수어교재 제작 및 보급이 체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수어연구소, 수어통역센터도 설치되고 국가 행사는 물론이고 극장 박물관에서도 수어 해설이 보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국어원은 신조어, 전문용어를 표현할 수어 개발을 위해 내년 8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한편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를 공식문자로 인정하고 점자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점자기본법안’도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문체부 공형식 국어정책과장은 “여야 간, 부처 간 이견이 없어 10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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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4년만에…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셀러 집계방식 바꾼다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가 창립 34년 만에 베스트셀러 기준을 개편한다. 교보문고는 “이달 25일부터 주간 베스트셀러 선정에 누적판매량 개념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기존엔 주간 베스트셀러를 1주간의 판매량만으로 집계해 발표했다. 이 탓에 책들이 1, 2주 만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를 이용해 출판사가 사재기를 하기도 했다. 개편한 선정 방식은 집계 대상 주간인 1주 차부터 2, 3, 4주 차의 판매량에 각각 40%, 30%, 20%, 10%의 가중치를 매겨 합산한다. 스테디셀러와 스테디예감도 도입해 매달 첫째 금요일에 발표한다. 스테디셀러는 출간 1년 이상 된 책 중 해당 분야 베스트셀러 20위 이내 도서의 주간 평균 판매량을 36주 이상 유지한 책으로 집계된다. 스테디예감은 출간된 지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책 중 해당 분야 연간 평균 판매량의 70% 이상을 기록하고, 20주 이상 분야별 주간 평균 판매량을 넘은 책을 기준으로 선정한다. 월간, 상반기, 연간 베스트셀러는 기존 방식대로 집계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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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 일 쌓였는데…” 빈자리가 빚는 문화행정 공백

    “내년 공연 라인업이 걱정입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한숨부터 쉬었다. 국립오페라단은 3월부터 단장 자리가 공석이다. 올해 공연들은 3월 사퇴한 김의준 전 단장 때 결정돼 아직까지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내년 공연 작품과 일정을 10월 말까지는 결정해야 하는데 단장이 공석이어서 진전이 없다. 오페라단 관계자는 “누가 신임 단장으로 오느냐에 따라 어떤 공연을 먼저 무대에 올릴지 달라질 수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 아직도 비어 있어? 국립오페라단뿐만이 아니다.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TV), 아시아문화개발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 3곳도 수장이 없다. 아리랑TV의 경우 정성근 전 사장이 6월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사표를 낸 뒤 계속 공백 상태를 겪고 있다. 아시아문화개발원 원장 자리도 지난해 5월 당시 이영철 원장이 물러난 뒤 16개월째,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도 지난해 10월 심재찬 전 대표가 물러난 후 1년 가까이 비어 있다. 임기가 끝난 기관장이 자리를 지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의석 영화진흥위원장은 임기가 3월 29일까지였지만 새 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아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와 한국저작권위원회 역시 위원장 임기가 6월 말로 만료됐지만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업무를 계속 보고 있다. 특히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내년 3월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조직 이전을 앞두고 있다. 지방 이전에 앞서 서울지부와 지방 본부를 나누는 조직개편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위원장으로는 조직 관리,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예술계에선 ‘문체부가 공석(空席) 불감증에 빠졌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도 2015년 예산 및 주요 사업 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 영진위 관계자는 “원래 4월에 새 위원장이 임명되면 다음 해 예산이나 주요 정책에 대한 기본 구상을 마련해왔다”며 “벌써 7개월 가까이 지난 만큼 당장 위원장이 임명된다고 해도 원활하게 내년 구상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 취임 한 달 지나도 인사소식 깜깜 지난달 21일 김종덕 새 문체부 장관이 취임하자 수장이 비어 있는 산하 기관들 내부에서는 “곧 사령탑이 올 것”이라는 안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장관 취임 후 1개월이 지나도 새 기관장 인사는 깜깜무소식인 상태다. 문체부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유진룡 전 장관이 산하기관장 후임 인사를 진행하던 중 면직된 데다 후임으로 지명됐던 정성근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고 김 장관이 취임하기까지 3, 4개월을 그냥 허비했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인사 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문체부 산하기관의 관계자는 “문체부 장관이 2, 3배수로 기관장 후보를 선정해 청와대에 보고해도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 역시 “우리가 계속 (후보를) 올려도 위(청와대)에서 결정해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최근 송광용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이 갑자기 물러난 탓에 문체부 산하기관장의 인사가 더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체부 관계자는 “장관이 대통령교육문화수석과 산하 기관장 인사를 사전 조율해야 하는데 이번에 교육문화수석이 공석이 됐으니 또 미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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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4가지 유형 위험인물, 바로 당신 가까이 있다”

    기자는 한때 ‘김호순’으로 불렸다. 사건기자 시절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비롯해 아동성폭행범을 자주 취재하다 보니 붙여진 별명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당시 이들의 ‘평범성’에 자주 놀라곤 했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이웃에 친절하다던 그 사람이 살인을 하다니’라고 말이다. ‘평범해 보였던 주변 인물이 갑자기 나를 공격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도 했다. 이 책은 이런 의문을 속 시원히 풀어준다. 미국연방수사국(FBI) 프로파일러로 35년간 활동한 저자는 우리 주변의 위험한 인물, 즉 범죄자를 꼼꼼히 분석했다. 이론서는 아니다. 강간범, 살인범, 유괴범, 소아병애자 등의 구체적 행동방식부터 이들을 식별하는 방법, 직면 시 대처법을 다룬 방법론 서적이다. 극단적으로 우리 이웃, 친구, 연인, 나아가 부모도 위험한 인물일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국가 훈장을 받은 캐나다 공군대령 데이비드 러셀 윌리엄스는 연쇄강간살인범이었지만 동시에 아내에게는 자상한 남편이었다. 미국에서 10년 동안 3명의 여성을 납치, 감금하고 고문과 성폭행을 일삼다가 발각돼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리엘 카스트로도 이웃들은 “환한 미소를 지난 착한 아저씨”로만 여겼다. 위험을 과장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지난 60년간 범죄를 저지르고 체포된 경우는 전체 사건의 1% 이하였다. 위험으로부터 평범한 사람을 지켜내고 싶다는 저자의 마음은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저자가 새내기 경찰이던 1975년 미국 유타 주 내 한 대학에서 수전 커티스란 소녀가 실종됐다. 당시 저자는 학교 순찰 임무를 맡고 있었다. 수년 후 그녀는 34명을 살해한 테드 번디에 의해 숨진 것으로 밝혀진다. 그 자책감에 저자는 FBI 프로파일러의 길로 들어섰다. 이 때문에 책의 목표도 확실하다. 다른 범죄서적처럼 범죄자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인간 행동의 관찰·해석→이를 기반으로 위험한 사람인지 구분→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방법에만 집중한다. 저자는 35년간 수많은 범죄자와 희생자를 직접 본 경험을 토대로 위험인물 유형을 4가지로 나눴다. 나만을 세상의 중심으로 생각하는 ‘나르시스형’, 심한 감정 기복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감정불안형’, 의심이 커 죄책감 없이 남을 해하는 ‘편집증형’, 타인을 통제해 쾌감을 얻는 ‘포식자형’으로 나눴다. 이어 유형별 150여 개의 위험인물 판별 체크리스트를 통해 의심인물을 검토해 본 후 △25점 이하(위험 가능성 내제) △75점 이하(각별한 주의) △76점 이상(경고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게 했다. 극단적인 범죄자의 경우 2가지 혹은 4가지 유형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주변의 ‘그’가 위험인물로 파악됐다면 냉철히 대응해야 한다. 상당수 사람들은 참고 대화하고 이해해주려 하다가 위험에 빠진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위험인물로 판단이 섰다면 행동을 기록하고 정보를 수집한다. 또 위험인물들이 유리한 시간, 장소를 피해야 한다. 책을 다 읽은 후 주변 인물을 토대로 체크리스트를 완성해 보니 50점 이상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해당 인물은 다소 개성이 넘칠 뿐 평범해 보이는데도 말이다. 아차. 연쇄살인범 역시 주변 사람들로부터는 평범한 이웃으로 보였으니 모르는 일이다. 저자의 결론이 답인 듯싶다. “사람들을 겁먹게 하거나 위험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단지 내면의 ‘안전 레이더’를 가동해 위험한 사람을 가려내고 자신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자는 것뿐입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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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超부유층이 ‘룰 메이커’ 역할 하는 게 문제”

    ‘21세기 자본’ 저자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43)의 18일 방한에 맞춰 국내에서 ‘피케티 논쟁’이 한창이다. 국내 자유주의 성향의 경제학자들은 16일 세미나를 열고 “80∼90% 누진소득세와 글로벌 누진자본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피케티의 주장은 비현실적이며 한국 상황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치권까지 논쟁에 가세했다. 다음 달 초 국내 출간을 목표로 전 세계의 피케티 논쟁을 총정리한 ‘피케티 패닉’(글항아리)의 저자 김동진 씨(38)를 17일 만났다. 김 씨는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로 근무했으며 현재 옥스퍼드대에서 경제사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21세기 자본’ 우리말 번역 작업에 참여했다. “한국에서의 피케티 현상과 논쟁은 좌우 진영 논리에 빠져 겉돌고 있습니다. 단순히 누가 맞고 틀렸나가 아니라 중립적인 제3자의 시각에서 피케티 논쟁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김 씨는 올해 중순부터 피케티와 약 15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피케티 논쟁과 한국 관련 정보를 교환했다. 이번 방한 3일 동안 피케티와 동행한다. “‘21세기 자본’을 읽고 한국에 소개하는 과정이 궁금해 미국에서 이 책을 출판한 하버드대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국내 출판사와 연결시켜 주더군요. 자진해 번역 교열 작업에 참여했고 피케티 논쟁 책을 쓰게 됐습니다.” 김 씨는 국내의 피케티 논쟁 중 일부분은 이미 서구에서는 결론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피케티가 소득 불평등의 근거로 사용한 원본 데이터의 오류를 지적해 논란이 일었죠. 지금도 한국에서 FT 주장이 인용됩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FT의 해석에 문제가 있는 걸로 결론이 난 상태입니다. ‘피케티 저격수’로 불리는 보수 성향의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조차 6월 국립경제리서치센터 내 발표 자료에서 FT 주장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거든요.” 김 씨는 피케티와의 서신을 통해 그의 이론의 핵심 중 하나는 ‘초(超)부유층의 사회포획현상(Plutocratic Capture)’에 대한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부자가 법을 어기는 사회에서는 부에 대한 정당성이 확립되기 어렵습니다. 증여 상속 과정에서 이런 현상이 흔하게 관찰됩니다. 이들이 부를 무기로 정치 사회적 룰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바꿔가는 ‘사회포획현상’이 문제입니다. 이러면 사회 구성원 간 신뢰가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훼손됩니다. 결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초부유층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부의 편중이 어떻게 심화, 완화되는지를 정확히 추적하고 분석하자는 것이 피케티의 핵심 메시지라는 설명이다. 김 씨는 “부유세를 도입하자는 것도 아직 논의 단계입니다. 피케티도 이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초부유층의 사회포획현상을 해결할 방안을 함께 도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생산적인 방향입니다”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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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케티냐 反피케티냐… ‘자본’ 주제 책 출간 붐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의 ‘21세기 자본’이 화제가 되면서 피케티 이론을 비판하는 반(反)피케티 서적이나 마르크스 ‘자본론’ 관련 책들이 최근 연달아 출간되고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21세기 자본’의 12일 출간을 전후로 발표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바로 읽기’, ‘한국 자본주의’ 등이 17일 현재 각각 114권, 119권이 판매됐다. 3500권 이상 팔린 ‘21세기 자본’보다 못한 수치지만 경제학 서적치고는 적지 않은 부수라고 예스24는 밝혔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바로 읽기’는 국내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피케티 이론을 비판한 책. 장하성 고려대 교수(61)의 저서인 ‘한국 자본주의’ 역시 ‘피케티 이론은 한국에는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불평등이 오히려 성장을 촉발시켰다는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의 주장을 담은 ‘위대한 탈출’도 이달 3일 발간돼 173권이 판매됐다. ‘21세기 자본’이 화제가 되면서 마르크스의 ‘자본론’ 관련 책들도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자본론 공부’가 지난달 25일 출간돼 교보문고에서만 500부가 팔렸다. 경제학자 신승철의 ‘욕망 자본론’, 황태연 동국대 교수의 ‘21세기와 자본론’, 독일의 좌파 사상가 로베르트 쿠르츠의 ‘맑스를 읽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페나 뤼즈의 ‘돈이 왕이로소이다: 마르크스와의 인터뷰’ 등도 이미 출간됐거나 출간을 앞두고 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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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주일에 수백만원… 온라인서점도 책광고 도배

    고가의 ‘매대 마케팅’은 오프라인 서점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인터넷 서점에도 ‘온라인 매대’가 있다. 예스24 등 인터넷 서점 역시 광고비를 내면 홈페이지 주요 위치에 신간을 올려준다. 17일 동아일보가 예스24,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국내 주요 인터넷 서점 광고 안내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서점 홈페이지 주요 위치에 책을 소개하려면 일주일에 100만∼300만 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스24 홈페이지 중앙에 있는 ‘이 책 어때’라는 신간 소개 코너의 경우 일주일 광고비가 300만 원이다. 홈페이지 상단 옆쪽에 전시된 책 역시 250만 원을 내면 일주일간 노출된다. 인터넷 교보문고 홈페이지 상단에 위치한 ‘새 책 소개’ 코너도 200만 원을 내면 일주일간 이용할 수 있다. 홈페이지 한가운데 ‘오늘의 책’(교보문고가 선정했습니다) 코너 바로 옆에 소개된 2권의 책 역시 상단은 200만 원, 하단은 150만 원을 낸 것. 반디앤루니스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 상단의 검색창 밑에는 마치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처럼 보이는 단어가 나온다. 이 단어를 클릭하면 특정 출판사의 책으로 연결된다. 이 역시 일주일에 200만 원을 낸 광고다. 인터넷 서점들은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인터넷 서점 책 광고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발표한 후 광고로 소개한 책은 ‘광고(AD)’라고 표시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AD’ 글자가 너무 작아 유심히 보지 않으면 광고를 구별하기 어렵다. 오프라인 서점의 광고 매대 역시 ‘이 책은 광고’라고 표시돼 있지만 글자 크기가 작고 색깔이 매대와 유사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중소 출판사 대표는 “온·오프라인 서점들이 광고비를 받고 전시하는 책들은 광고 중이라는 사실을 큰 글씨로 알아보기 쉽게 해야 독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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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장 명당 잡아라” 중앙복도 전시대 한달 사용료 330만원

    “당신은 어떻게 책을 고르십니까?”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만난 회사원 김정원 씨(40)에게 물었다. 그는 서점을 한 바퀴 돌다 통로 한가운데에 놓인 매대에서 신간을 골라 구입했다. 김 씨는 “눈에 잘 보이는 책 위주로 손이 간다”고 했다. 출판계에 따르면 요즘 독자들은 오프라인 서점 매대에서 신간을 둘러본 후→관심 있는 책 제목 기억→온라인 서점에서 할인된 가격에 구입이라는 구매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 패턴의 출발점은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온라인 포함)이 매대 위에 전시한 책을 보는 데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대형서점 매대 위 신간은 어떻게 선별될까.○ 일주일에 10권 이상 안 팔리면 안쪽 서가로 출판인들은 “신간을 대형서점에 입고시킨 후 일주일간이 가장 떨리는 기간”이라고 말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만 매일 300여 종의 신간이 들어온다. 신간들은 1차 선별돼 신간 매대에 진열된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10권 이상 팔리지 않으면 매대에서 빠져 서점 안쪽 서가에 꽂히게 된다. 3개월 후 재고로 출판사로 보내질 가능성이 커지는 순간이다. 잘 팔리는 신간은 ‘분야별 평대’로 옮겨져 한 번 더 기회를 얻는다. 여기서도 일주일에 10권 이상 꾸준히 팔리지 않으면 서가행이다. 교보문고 이복선 문학인문파트장은 “분야별 평대에서 한 단계 위인 베스트셀러 매대로 옮겨지려면 하루 30∼40권, 일주일에 200권 이상은 팔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치열한 ‘살아남기 전쟁’을 가볍게 극복하는 수단이 있다. 바로 ‘돈’이다. 대형서점마다 출판사에 일정 금액을 받고 매장의 진열 공간을 대여한다. 출판사에 따르면 교보문고 광화문점 기준으로 중앙 복도 양쪽 평대의 경우 1개월 임대료가 150만 원(부가세 제외)이다. 계단식 평대의 경우 한 달간 220만 원을 내야 한다. A출판사 직원은 “대형서점 입구나 통로 주변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된 책 중 상당수는 광고료를 낸 것이다. 자릿값으로 대형서점들이 매달 수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복도 한가운데 매대의 경우 1개월 이용료는 330만 원으로 뛴다. 기둥에 설치된 전시대(1개 면) 한 달 대여료도 330만 원. 서가 위쪽의 아크릴판 형태 광고는 1곳에 66만 원, 2곳에 77만 원이다. 서점별로 보면 매대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교보 광화문점. 이어 교보 강남점과 잠실점, 서울문고 센트럴시티점 순으로 교보 광화문점 매대 가격의 50∼60% 수준이다. 매대에서 빠지지 않기 위해 출판사 직원이 돌아가며 자사 신간을 구입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서점의 경우 현금으로 책을 살 수 있어 사재기 단속에 걸릴 확률이 적기 때문. B출판사 편집자는 “매대를 사서 자사 책을 올려놓은 뒤 그 책을 몰래 사서 매대를 유지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왕왕 발생한다”고 말했다.○ 마케팅 안하면 책 못 파는 세상 출판계 전반적으로는 매대 광고에 비판적이다. C출판사 대표는 “매대를 사지 않으면 노출이 어렵고 판매가 악화된다. 또 판매가 안 돼 매대에서 빠지면 더 판매가 안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과 거래하는 출판사 250여 곳 중 매대 광고 계약을 맺는 출판사는 30∼50곳에 불과하다고 출판계는 말한다. D출판사 마케팅 직원은 “좋은 자리는 자본력을 갖춘 대형 출판사에서 3개월에서 길게는 1년간 독점하기도 한다”며 “작은 출판사는 좀처럼 기회를 잡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대형서점들은 매대 판매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교보문고 영풍문고 서울문고 등 7개 대형서점의 영업이익은 70여억 원으로 전년 대비 56.5%나 감소했다. 교보문고 진영균 홍보팀 대리는 “매대를 무조건 판매하진 않고 자체 선별한 책이나 중소 출판사의 책을 전시하는 무료 매대가 훨씬 더 많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매대 판매가 책을 선택할 기회를 박탈하는 데다 마케팅 비용으로 책값이 올라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비판한다. 고흥식 한국출판인회의 사무국장은 “좋은 책을 내도 돈이 없으면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매대 진열은 광고와 상관없이 공평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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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독자 잡아라” 계간지, 가볍고 읽기쉽게 변신 중

    “1970, 80년대 젊은이들은 ‘문학과 지성’, ‘창작과 비평’을 읽으며 시대를 고민했잖아요. 요즘에는 ‘계간지’가 뭔지도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아요.” 최근 만난 한 계간지 편집자의 말이다. 부수 급감 등으로 2000년대 들어 ‘당대비평’, ‘비평’, ‘사회비평’이 잇따라 폐간 또는 정간됐다. 1만 부 정도를 찍는 ‘창작과 비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발행부수가 1500부 내외로 적자다. 계간지를 내는 한 출판사 대표는 “요즘 계간지는 작가 인맥 관리용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한탄했다. 살아남은 계간지들은 젊은 독자층을 잡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시도 중이다. ‘창작과 비평’은 최근 발간된 ‘가을호’부터 종이책뿐 아니라 태블릿PC로 볼 수 있는 전자구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500여 쪽의 두꺼운 계간지 대신 250쪽으로 간추린 라이트(Light) 버전 ‘창비L’을 태블릿PC용으로 내놨다. ‘창비’와 더불어 계간지의 양대 산맥을 이뤄온 ‘문학과 사회’(옛 문학과 지성)도 e북 형태로 발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시, 소설 등 문학작품뿐 아니라 세계적 이슈와 쟁점을 다룬 해외 논문을 싣는 등 콘텐츠 다양화도 꾀하고 있다. 이번 가을호에는 노벨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게리 베커와 철학자 프랑수아 에왈드의 대담을 실었다. ‘문학과 지성사’의 이정미 한국문학팀장은 “독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콘텐츠를 읽는지를 관찰하며 내용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음사는 계간지 ‘세계의 문학’을 국내외 문학뿐 아니라 미술, 영화 등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민음사 김소연 한국문학팀 과장은 “계간지가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한 독자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문학동네’도 계간지 ‘문학동네’를 통합 매거진 형태로 진화시킬 방침이다. 아예 계간지에서 월간지로 바꾸는 곳도 있다. 은행나무는 계간 ‘문학의 오늘’을 내년 봄호부터 월간지로 발행한다. 은행나무 주연선 대표는 “매달 독자들이 읽을 만한 장편소설 위주로 연재한 뒤 이를 단행본으로 출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때 시대적 담론의 선두주자 역할을 했지만 더는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계간지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실시간으로 여론이 조성되는 시대에 과거처럼 계간지가 담론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며 “깊이와 심층성은 살리되 두꺼운 계간지 형식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온라인 활용 등으로 더 많은 독자를 끌어들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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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수술복이 청록색으로 바뀐 까닭은

    “색(色)은 우리의 뇌가 우주와 만나는 지점이다.” 이 책의 핵심을 저자가 한 줄로 표현한 것이다. 첫 페이지를 넘길 때는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고개가 절로 끄떡여졌다. 이 책은 인간의 존재와 문명 나아가 자연과 우주의 본질 탐구가 색상과 크게 연관됐다는 사실을 각종 이론을 통해 증명해 나간다. 저자는 생물학, 물리학, 화학, 천문학, 역사학, 미학, 종교학 등을 마치 ‘메시가 드리블하듯’ 종횡무진 누비며 색의 본질을 탐구한다. 플라톤, 뉴턴, 다빈치, 괴테….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들 색의 본질에 대해 고심했다. 기원전 5세기 플라톤은 우리 눈의 색각(色覺)과 눈물의 관계를 연구했다. 뉴턴은 암실 창문에 구멍을 뚫고 유리 프리즘을 통해 색의 스펙트럼을 관찰했다. 괴테는 색을 그룹별로 구분해 무질서한 색의 세계를 체계화하려 했다. 다만 이들은 색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답을 내리진 못했다. 색과 뇌를 연결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색은 우리가 인식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보는 모든 색은 뇌의 해석이다. 특정 물질에 반사된 빛이 눈동자로 들어가 망막에 닿으면 색을 인지하는 체세포인 간상체와 추상체가 신경 신호를 생성해 뇌에 보낸다. 이 과정에서 특정 색이 인식된다. 인간의 진화에는 이 같은 색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인간의 조상 격인 영장류는 야행성으로 세상을 두 가지 색으로만 지각했다. 하지만 뇌 후두엽의 시각피질이 발달하면서 세 가지 색 이상을 식별하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켰다. 유럽 중세 때는 빨간색을 선인장에 붙어사는 코치닐이란 벌레를 통해 만들었다. 이 벌레 7만 마리를 말린 후 곱게 빻아야 겨우 452g의 적색 염료가 나올 정도로 귀했다. 그러다 보니 귀족만이 빨간색 옷을 입을 수 있었다. 1910년도에 나온 최초의 택시 ‘다라크’는 빨간색이었다. 하지만 1915년 존 헤르츠라는 인물이 보행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낮에 가장 잘 보이는 색상인 노란색 택시를 미국 시카고에 도입하면서 인기를 끌었고 대중교통 발달의 계기가 됐다. 20세기 초 외과 의사들은 청결을 위해 흰색 수술복을 사용했다. 하지만 흰색 수술복에 튄 빨간 핏자국을 보다가 다시 흰 수술복을 보면 빨간색의 보색인 녹색이 아른거리는 ‘시각 둔감화’ 현상이 생겨 수술에 지장을 줬다. 이에 1960년대 빨간색의 보색인 청록색 수술복이 도입된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속담처럼 남의 것이 더 좋아 보이는 것도 ‘색’ 때문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남의 밭의 작물이 풍작인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뭘까. 자신의 밭에 서서 바로 내려다보면 작물과 함께 먼지, 자갈 등 여러 색이 눈에 띈다. 반면 이웃집 밭은 옆에서 비스듬히 보기 때문에 시야에 다른 불필요한 것들이 사라지고 녹색 작물만 보여 풍작처럼 보인다는 것. 색은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기도 했다. 1923년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자외선 방출에 따라 우주에서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물체는 더 붉게 보이고, 가까워지는 물체는 더 파랗게 보인다는 점을 이용해 우주의 팽창 이론을 설명했다. 이 책을 보면 일상에서 매일 느끼는 색의 현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풍부한 사진 자료와 과학적 지식, 상상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일독을 권한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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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노비의 신분 상승史로 본 ‘조선의 세세한 일상’

    “개똥아….” 당신은 막 태어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허름한 단칸방…. 부모님은 조선시대 노비다. 당시 노비에게는 개불알, 거시기 등 천한 이름을 붙였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책에 따르면 조선시대 노비 중 다수는 신분적 억압을 숙명으로 받아들여 종으로 살아갔다. 이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는 보장됐다. 하지만 일부 노비는 다른 꿈을 꿨다. 어떻게든 재물을 모아 합법적으로 신분을 상승시키는 전략을 구사한 것. 이 책에서 소개된 ‘김수봉’이란 노비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저자는 17∼19세기 호적대장을 분석해 양반이 되기 위해 몸부림쳤던 김수봉 일가의 험난한 여정을 추적했다. 결과부터 말한다면 김수봉은 ‘성공’했다. 1678년 노비였던 그는 주인의 토지를 경작하며 틈틈이 수공업을 하거나 남의 토지를 경작해 재산을 모았다. 이를 토대로 자신의 토지, 나아가 노비까지 거느리게 된다. 이후 김수봉은 국가에 곡식을 바쳐 노비 신분에서 벗어났다. 기근이 잦았던 숙종 때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돈 곡식 등을 받고 노비 면천 문서를 발급한 것. 김수봉의 아들들은 1717년 평민으로 호적에 올랐다. 김수봉 손자들은 중인층으로 이동했고 증손자대에서는 벼슬을 얻지 못한 양반, 즉 유학(幼學)에까지 오른다. 이 책은 김수봉과 그 후손들이 신분을 바꿔가는 과정을 통해 조선시대의 세세한 일상과 계층의 붕괴, 계층 간 호칭 차이, 노비의 현실 등을 보여준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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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내 한국영화 불법 이용률 41%… 태국선 무려 95% 달해

    21세기 폭스, 워너브러더스 등 미국 주요 영화와 드라마 제작사들이 최근 국내의 미드(미국 드라마) 자막 제작자를 집단 고소했다. 동의 없이 자막을 만들고 공유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도 자국의 대형 출판사 30곳과 공동으로 한국 중국 스페인 등 전 세계 약 300개 사이트에 불법 유통된 일본만화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도 케이팝 등 한류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면서 세계 곳곳에서 불법 유통의 피해를 입고 있다. 올 2월 드라마 ‘동이’를 비롯한 62편의 한국 드라마가 중국 내 동영상 사이트에 불법 방영되자 한국 정부가 삭제 요청서를 보내 70∼80%가 삭제됐다. 같은 시기 ‘늑대소년’ 등 한국 영화 10여 편도 중국 콘텐츠 사이트에서 불법 유통됐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12, 2013년 한류 인기 국가의 콘텐츠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중국 내 온라인에서 한국 영화의 불법이용 비율은 41%나 됐다. 한류 콘텐츠를 즐기는 열 명 중 네 명꼴로 한국 영화를 불법적 경로로 본다는 뜻이다. 음악은 불법이용 비율이 무려 88%에 달했다.(표 참조) 엄청난 인기를 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서 방영되면서 40억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이 드라마 제작사의 중국 판권 수익은 약 6억 원에 그쳤다. 또 3월에는 ‘런닝맨’ 등 한국 예능프로그램의 판권을 사들인 중국 온라인 사이트 측에서 이 콘텐츠를 중국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지역 제한’ 조건을 위반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동남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서 태국 내에서 인터넷을 통한 한국 TV프로그램(예능 포함) 이용의 99.9%가 불법이었다. 사실상 돈을 내고 한류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이 없는 셈이다. 말레이시아는 49.4%, 인도는 56.0%가 불법이었다.(표 참조) 중국 동남아 등에서 주로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저작권이 침해된다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국내처럼 토렌트를 이용한 다운로드 방식으로 한류 콘텐츠 저작권 침해가 자주 일어난다. 국내 제작사들은 자칫 한류 저작물이 공짜 콘텐츠란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별그대’를 제작한 HB엔터테인먼트 윤현보 본부장은 “제작사들은 인력도 적고 콘텐츠 만들기에 바빠서 해외 저작권을 챙기기 어렵다”며 “국가 차원에서 한류 저작권 보호에 적극 나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장호 저작권정책과장은 “나라마다 저작권 관련 제도나 법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 동남아는 물론 선진국에서 한류 콘텐츠 저작권 침해가 일어나도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결국 해당 국가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한국 내에서 타국 콘텐츠의 저작권을 솔선수범해 보호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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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년 걸리던 토렌트 단속, 2주안에 끝낸다

    정부가 불법 다운로드의 대표적 통로인 토렌트 사이트에 대해 ‘저작권법’ 대신 ‘전기통신사업법’을 우선 적용해 적발하기로 했다. 이 경우 사이트를 1∼2주 이내에 단속해 검찰과 경찰에 넘길 수 있어 저작권 보호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저작권법을 적용해 단속에만 최대 6개월이 걸렸다. 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저작권 보호 담당 직원들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최근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해 저작물을 불법 유통시키는 토렌트 사이트의 단속에 나서 지난달 29일 3곳을 경찰에 넘겼다. ‘토렌트’란 드라마나 영화 등을 여러 조각으로 나눈 뒤 인터넷상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 드라마 파일 전체를 업로드하는 게 아니라 부분별로 올린 파일을 내려받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 음악의 불법 다운로드는 주로 토렌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이용자는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문체부에 따르면 토렌트를 통해 불법 유통된 콘텐츠는 2011년 5억2572만 건에서 지난해 8억7435만 건으로 58% 증가했다. 또 올 상반기(1∼6월)에 정부가 토렌트 사이트를 모니터링한 결과 불법 복제 및 게재 건수는 3039만 건, 피해액은 747억 원으로 추정됐다. 문체부 산하 저작권보호센터 홍훈기 사이버팀장은 “집계되지 않은 피해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토렌트 사이트를 단속할 ‘골든타임’을 놓치곤 했다. 저작권법을 적용해 단속하면 위반 사례 수집, 인터넷주소(IP) 추적, 서버 분석 등에만 5, 6개월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 문체부 심승환 저작권 특별사법경찰은 “수사하는 도중에도 갓 개봉된 영화들이 계속 올라오고 아예 단속 대상 사이트가 사라져 허탕을 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논의해 저작권법 대신 전기통신사업법 22조,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는 정부 등록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해 단속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법을 적용하면 토렌트 사이트는 정부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 유통 사례가 없더라도 불법 사이트 개설만으로 쉽게 단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체부 최원일 저작권보호과장은 “저작권법 위반은 5000만 원 이하 벌금, 5년 이하 징역형이고 전기통신사업법 22조 위반은 1억5000만 원 이하 벌금, 3년 이하 징역형인데 주로 벌금형이 많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처벌하는 게 강력하다”며 “토렌트 불법 유통을 제대로 막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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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뢰사회 만들기 위한 제안… “공평한 법집행으로 不信 없애자”

    지난해 1월 서울고법 민사4부는 “가수 박진영 씨가 작곡한 노래 ‘섬데이(Someday)’가 작곡가 김신일 씨의 ‘내 남자에게’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57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통상 1000만 원 내외의 배상액에 그치던 전례에 비해 큰 액수라 당시 사회적 화제가 됐다. 하지만 표절이나 지식재산권에 대한 세계 기준은 한국보다 훨씬 엄격하다. 영국 록그룹 오아시스는 코카콜라 광고음악을 4초가량 표절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해 50만 달러(약 5억 원)를 배상해야 했다. 사회적 신뢰가 높은 나라일수록 개인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되 거짓과 편법, 탈법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스위스 은행 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한 부호가 미 국세청에 예금액의 1.5배나 되는 벌금(약 23억 원)을 내야 했다. 단순히 신고를 안 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십억 원의 벌금을 물린 것이 지나쳐 보일 수 있지만 미국 내에선 ‘국민 누구든 법과 절차를 지킨다’는 인식을 사회 전반에 확신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조치였다는 반응이 많았다. 사회 지도층이 편법이나 불법을 저지르면 더 엄격하게 처벌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 핀란드에선 2000년 노키아 부사장 안시 반요키가 오토바이를 타고 시속 50km 제한 구역에서 75km로 달리다가 1억6000만 원의 벌금을 물었다. 핀란드를 비롯해 노르웨이,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은 소득별 차등 범칙금을 부과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힘 있는 사람들은 법망을 피해간다는 ‘무전유죄 유전무죄’ 인식이 팽배해 있다. 법률소비자연맹이 2011년 29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7%가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상이 우리 사회에 계속되고 있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돈 많고 ‘빽’ 있는 기득권층에 대해 공평한 법집행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대답한 셈이다. 이런 현실은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핵심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 조사에서도 반영됐다. 영국의 레가텀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사회적 자본 국가 순위에서 노르웨이가 1위, 뉴질랜드와 덴마크가 각각 2, 3위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66위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신뢰와 관련된 범죄를 저지르다 걸리면 당장 손해를 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불이익을 받아 ‘패가망신’의 지경에 이른다는 의식을 확실히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승훈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공정하고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는 법질서 확립이 절실하다”며 “또 법을 지키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성진 국민대 명예교수는 “편법, 불법으로 이득을 얻은 사람을 제대로 처벌하도록 제도나 법을 보완해야 하지만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하고 이를 실천해야 사회 신뢰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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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세대까지 불신의 늪… 중고생 12%만 “한국사회 신뢰”

    《 서로 믿지 못한다. 서로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본다. ‘불신’은 21세기 한국 사회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키워드다. 미래 세대인 청소년이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떨까. 한국 사회의 신뢰도가 100점 만점에 몇 점이냐고 물었다. 그들은 44.7점밖에 주지 않았다. 이 같은 신뢰 붕괴는 사회적 비용을 키운다. 남이 거짓말을 하지 않나 확인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창조적으로 써야 할 에너지가 헛되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 ‘대부분의 사람을 믿을 수 있다’라는 말에 동의하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100명 중 26명만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스웨덴은 60명이나 된다. ‘사회적 자본’의 핵심인 신뢰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주는 수치다. 한국은 ‘사회적 자본’의 세계 순위에서 66위에 불과하고 ‘사회적 신뢰지수’도 56.9점으로 스웨덴의 134.5점에 한참 못 미친다. 신뢰 저하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증가시킨다. 세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타인을 신뢰한다’는 응답자가 10% 하락할 때 경제성장률은 0.8% 떨어진다고 한다. 안동규 한림대 경영대학장은 “불신하면 남을 의심하고 잘못을 들춰내는 데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고 협동으로 인한 시너지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신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으로 경제적 자본과 함께 선진 사회로 가기 위한 본질적 자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래세대는 우리 사회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5∼27일 서울 시내 중고등학생 129명에게 한국 사회를 신뢰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80명(62%)이 ‘불신하는 편이다’(64명) 혹은 ‘매우 불신한다’(16명)고 답했다. 반면 ‘한국 사회를 신뢰한다’고 답한 청소년은 16명(12.4%)에 그쳤다.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 정도를 100점 만점에 몇 점이나 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니 평균 44.7점으로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사회를 불신하는 이유로 “거짓말 안 하고 약속(신뢰)을 지키면 오히려 손해 보는 세상” “대통령,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국민과의 약속은 지키지 않고 사욕만 채운다” 등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약속을 지키면 손해 본다’는 인식의 뿌리에는 법이나 원칙을 어겨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윤리연구센터가 지난해 고등학생 2만1000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47%)은 “10억 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답했다. 하지만 ‘10억 원이 생기지만 징역 20년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면 어떤 대답이 나왔을까? 청소년들의 응답은 달라졌을 것이다. 결국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 핵심 원인에는 거짓말, 편법으로 이득을 봐도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하지 않는 사회 구조도 있다는 것이다. 사회 불신을 유발하는 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 대표적인 예.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지난해 553억 원에 달했다. 올 1∼5월 발생건수도 234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56건)에 비해 33% 증가했다.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백의형 경감은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자의 구속 기간은 1년 남짓에 그쳤다”며 “보이스피싱에 속아 송금한 돈을 대포통장으로 뽑아내는 인출책은 범행 가담 정도가 낮다는 이유로 약하게 처벌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자거래금융법상 본인 명의로 개설한 통장을 타인에게 팔거나 빌려주다 적발되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하거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범죄에 이용될 줄 알면서도 돈을 받고 통장을 빌려준 이들이 ‘몰랐던 일’이라고 잡아떼면 대부분 기소유예되는 것이 현실. 고의성 입증이 어렵다는 맹점을 이용한 범죄로 사회 전반의 신뢰를 하락시킨다. 개인정보 유출 처벌도 미약하다. 올 초 KB국민 롯데 NH농협카드의 고객 거래정보 약 1억 건이 외부로 유출된 사건이 발생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들 금융회사는 고작 3개월 동안 영업정지, 600만 원 과태료에 그쳤다. 기획재정부의 ‘세무사 징계현황 자료’에 따르면 탈세로 인해 징계를 받은 세무사는 2012년 8명에서 2013년 34명, 2014년 30명(7월 기준)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징계를 받은 총 148명의 세무사 중에서 불법행위로 등록이 취소된 경우는 2명에 불과하다. 48명이 2년 이하의 직무정지, 86명은 1000만 원 이하 과태료만 냈다. 세무사가 수십억 원 규모의 탈세에 가담해도 세무사법(22조)에 따라 직무정지 최대 2년, 과태료 최대 1000만 원만을 물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 탓이다. 보험사기로 수억 원의 이득을 보고 고작 1∼2년의 징역형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금융감독원 분석 결과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보험범죄 유죄 판결 중에서 벌금형이 72.1%를 차지했고 집행유예는 17.3%, 2년 초과 징역형은 0.8%였다. 보험범죄자 10명 중 9명은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난다는 의미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유해한 음식을 팔면 7년 이하 징역을 살거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유해 식품을 팔다 걸려도 법원 판결에선 집행유예나 적은 액수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충북에서 엿 공장을 운영하는 김모 씨(62)는 수년간 수입 옥수수가루로 만든 맥아엿을 재가공해 국산으로 속여 8억6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5월 꼬리가 밟혀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법 위반으로 구속됐지만 김 씨에게 내려진 처벌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 원이 전부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1년 식품위해업체에 내려진 3318건의 행정처분 가운데 영업 취소나 영업장 폐쇄는 1%인 34건에 불과했다. 최규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과장은 “유해 식품 판매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인 만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이새샘 기자}

    • 201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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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정부 갈등관리시스템 만들자”

    사회적 불신은 고스란히 정부나 국가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인터넷 괴담이 불신을 더욱 부추긴다. 사안마다 갈등이 증폭되며 혼란이 야기된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저서 ‘신뢰’(Trust·1995년)를 통해 사회 내부에 신뢰가 낮은 국가일수록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경제가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사회 불신을 줄이고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은 물론 국민 및 이해당사자를 설득하는 소통의 통로가 절실하다. 최근 한국 사회의 주요 갈등을 보자. 전북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갈등(2003∼2005년)을 비롯해 용산 철거민 참사(2009년), 밀양 초고압송전탑 건설(2009년), 제주해군기지 건설(2007년∼현재) 등도 초기에 해당 지역주민이나 단체에 정책 취지를 잘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면 극한투쟁까지 이르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강영진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갈등해결연구센터장은 “공공 갈등 예방 및 해결에 관한 대통령령이 있고 중앙부처에 갈등관리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놨지만 활용이 안 되고 있다”며 “범정부 차원의 갈등관리시스템부터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원 박준 연구원도 “사회적 신뢰가 향상돼 사회갈등 지수가 지금보다 10%만 낮아져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5.4%가 높아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회갈등 지수 평균 정도로만 회복해도 7∼21%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정치권부터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아일보 설문조사에서 청소년들에게 ‘누구를 제일 불신하나’(복수응답)를 물어보니 ‘정치인’(86명)을 가장 많이 꼽았다. 올 4월 정치권의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무(無)공천 방침 철회 논란에서 보듯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위해 공약했다가 당선 후 폐기하면 유권자들은 정치권, 나아가 사회 전체를 불신하게 된다. 홍성기 아주대 특임교수는 “국내 지도층 리더십의 제일 큰 문제는 포퓰리즘”이라며 “단기적으로 표심을 얻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선거 후 정치적 리더십이 사라지고 사회 신뢰가 망가진다”고 말했다. 사회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미래세대에 대한 인성 교육과 사회적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롤 모델이 필요하다. 세계투명성기구 한국본부 안태원 상임이사는 “청소년들에게 경쟁에서 이기고 남보다 우수해지는 데 초점을 맞추는 교육이 아닌 신뢰와 윤리의식을 높이는 인성교육을 장기간 진행해야 사회적 신뢰가 올라간다”며 “언론 종교단체 등이 사회 불신이나 갈등을 중재해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회에 ‘큰 어른’이 존재해야 갈등을 중재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나서는데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 큰 어른이 사라졌다”며 “정계, 재계, 시민단체, 전문가집단 등 사회 각 분야의 리더들이 모여서 사회적 신뢰를 높일 방법을 공론화해 국가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이새샘 기자}

    • 201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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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타고난 筆力? 각고의 노력?

    문학 출판사 편집자들과 식사 자리를 갖다보면 각자의 작가론(作家論)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작가는 데뷔작(장편소설)부터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라는 의견과 “데뷔 후에도 노력에 따라 작품이 일취월장한다”는 주장이 대립된다. 전자는 마치 25세를 넘어선 운동선수처럼 아무리 맹연습해도 타고난 재능을 뛰어넘는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후자는 영어공부처럼 문학도 꾸준히 노력하면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몇몇 작가를 콕 집어 예로 들기도 한다. 어느 논리가 더 설득력이 있는지 궁금하던 차에 해외 유명작가들의 데뷔작들이 최근 동시에 출간됐다. ‘강철의 폭풍 속에서’(뿌리와 이파리)는 20세기 독일 대표 작가 에른스트 윙거의 데뷔작으로 국내에 초역 출판됐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4년간 전쟁터를 누빈 저자의 체험이 녹아 있다. 역시 국내에 초역 출간된 ‘굿바이, 콜럼버스’는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의 첫 소설집으로, 유대계 미국인 2, 3세의 일상을 통해 미국 사회 전반의 도덕적 위선을 다뤘다. ‘몸을 긋는 소녀’는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되고 있는 스릴러 소설 ‘나를 찾아줘’로 유명해진 미국 작가 길리언 플린의 2006년 데뷔작이다. 살인사건 취재차 12년 만에 고향을 찾은 주인공이 마을 주민들을 인터뷰하면서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운 기억에 다가가는 과정을 담았다. 작가론 논쟁을 생각하며 이들의 데뷔작을 쭉 읽어봤다. 결론은 작품, 작가마다 케이스가 다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는 것. 그럼에도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데뷔작은 이들의 어떤 작품보다 열정과 생기가 넘치며 이후 출간된 대표작들의 원형(原型)적 요소가 녹아 있다는 점이었다. ‘강철의 폭풍 속에서’는 윙거가 병사로 참전해 두 눈으로 직접 본 전쟁터의 참혹성이 적나라하게 표현돼 있다. 그의 대표작 ‘대리석 절벽 위에서’에 비해 날것 그 자체라는 느낌이 강했다. 소설 속에는 ‘총을 뽑아들고 독일군 두 명과 육탄전을 벌이던 영국군 한 명을 쏘았다’ ‘형체를 가늠할 수 없는 부드럽고도 축 늘어진 살을 밟으며 진저리를 쳤다’ 등 자신의 살인 행위까지 기록됐다. ‘굿바이, 콜럼버스’에 나오는 농구선수 론 파팀킨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로스의 대표작 ‘미국의 목가’에 나오는 청년 스위드를 연상시킨다. 20대 중반에 쓴 작품인 만큼 문장이 경쾌하다. 문학동네 조연주 편집부국장은 “데뷔작에 어렴풋이 느껴지던 요소는 작가가 작품을 계속 쓰는 과정에서 명확해진다”며 “원형적 요소를 찾아보는 것도 데뷔작을 읽는 맛”이라고 말했다. ‘몸을 긋는 소녀’는 “작가는 데뷔작부터 완성된 상태”라는 주장을 입증하는 듯했다. 대표작 ‘나를 찾아줘’에서 보여준 길리언 플린 특유의 세밀한 묘사, 날카롭고 속도감 넘치는 문체가 거의 유사하게 느껴졌다. 스릴러와 함께 현대가족에 대한 문제의식을 녹여 넣은 점도 비슷했다. 도서출판 푸른숲 이다희 편집자는 “작가가 몇 년 전, 나아가 몇십 년 전부터 어떤 생각과 고민으로 작품을 준비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이 데뷔작을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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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자본’ 출간… 피케티 열풍 국내서도 불까

    9월을 앞두고 출판사들이 한 권의 책에 주목하고 있다. 주인공은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이 책의 한국어판(사진)이 다음 달 11일 발간되는 데다 저자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43)가 18일 방한하면서 ‘피케티 신드롬’이 국내에 상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1세기 자본’은 미국 등 20여 개 국가의 경제지표와 소득 자료를 분석한 후 자본 수익률 증가 속도가 노동 수익률 증가보다 빠르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된다고 주장해 올 초 세계적 붐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피케티 신드롬’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 나온다. ‘21세기 자본’을 출판하는 ‘글항아리’에 따르면 예약판매 일주일 만에 2000권 이상 팔렸다. 또 848쪽인 이 책의 정가가 3만3000원으로 비교적 낮게 책정된 것도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서점에서 구매하면 10% 할인돼 2만9000대에 구입할 수 있다. 10월 초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제기한 ‘21세기 자본’ 속 오류와 피케티 반론 등을 다룬 ‘피케티 패닉(Piketty Panic)’도 출판된다. 출판계가 이 책의 흥행요소로 꼽는 것은 현재 한국 사회의 분위기 자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21세기 자본’이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 청년실업, 퇴직 후 빈곤층 전락 등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에 시사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계에선 이 책을 중심으로 하반기에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경제 서적 붐을 기대하고 있다. 7월 말에 출간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부키)는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 대형 인터넷 서점에선 ‘21세기 자본’과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하나로 묶어 예약 판매하고 있다. 출판계는 ‘21세기 자본’이 50여만 부가 팔린 장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012년)처럼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한 출판사 관계자는 “내용이 방대하고 쉽지 않아 요즘처럼 책을 읽지 않는 시대의 독자들에게 어필할지 두고 봐야 할 듯”이라고 밝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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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아이를 읽는다는 것’ 쓴 문학평론가 한미화씨

    눈에 넣어도, 아니 눈 하나도 서슴없이 빼줄 수 있는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 출근하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눈물을 보이던 그 아이…. 퇴근하면 좋아서 폴짝 뛰던 내 아이는, 하지만 10대가 되면서 방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한다. 부모가 외출해야 활짝 웃는 아이를 보면 서운하기 그지없다. 부모도 사람이다. 상처를 받는다. 감정이 상하면서 입은 조개처럼 다물어진다. 최근 출간된 ‘아이를 읽는다는 것’을 보면서 이 책이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평론가인 저자 한미화 씨는 10대 아이들의 속마음을 가장 잘 그려낸 40편의 청소년문학을 통해 자녀와 소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한 씨를 19일 만났다. “고등학생 아들이 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사춘기가 오더군요. 아침마다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야 등교하고 레이디 가가와 관련된 헤드폰, 옷 등 모든 상품을 사서 모으고…. ‘공부하라’고 타이르는 저와 갈등이 생긴 후 사춘기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죠.” 한 씨가 선택한 돌파구는 청소년문학이었다. “청소년문학을 되새기는 과정에서 제 사춘기가 생각났어요. 외모가 정돈되지 않으면 콩나물 사러 가는 것도 거부하고 영어 단어장에 빌보드 차트 100위까지 적어 외우던 그 시절요. 아들보다 더 심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지 뭐예요. 청소년문학을 보면 어린 시절의 내가 걸어나와 지금 내 아이의 손을 잡습니다.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저자의 말을 곱씹으며 책을 쭉 읽어봤다. 작은 가슴이 고민이지만 엄마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가슴이 커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10대 소녀 마거릿(‘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거릿이에요’)을 보니 남보다 빨리 난 다리털로 고민하던 중2 때가 생각났다.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쿠로노 신이치)의 주인공 스미레가 ‘국어 성적이 올랐으니 수학 성적을 올려라’라는 아빠의 격려를 비웃는 순간 부모님 잔소리에 느꼈던 감정이 떠올랐다. 저자는 내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지가 걱정되는 부모에게 ‘내 친구가 마녀래요’(E L 코닉스버그)를 권한다. 아이가 혼자인 것을 알면 엄마들은 좋은 친구, 즉 공부 잘하는 모범생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내 친구…’를 보면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어른 눈에 번듯한 친구보다는 스스로를 ‘마녀’라고 생각하는 흑인 소녀 제니퍼에게서 우정을 배운다. 자녀에게 필요한 보석 같은 친구는 따로 있다는 것. 이 청소년문학들을 자녀와 함께 읽는 것도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모가 먼저 읽고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면 자녀도 호기심에 그 책을 읽게 돼요. 책을 소재로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세요. 저 역시 한 소년이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다룬 ‘나는 치즈다’(로버트 코마이어)를 아들과 읽은 후 대화를 나누니 아들이 끝끝내 숨겼던 속마음까지 털어놓더라고요.”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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