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1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13억 시장이 열렸다’는 장밋빛 전망과 중국경제에 종속될 것이란 우려가 교차한다. 마치 현 상황을 예측한 듯 이 책은 ‘우리는 과연 현재의 중국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란 화두를 던진다. 거칠게 말해 요즘의 ‘중국’은 우리가 막연히 알던 그 나라가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경남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2006년 1년간 상하이 사범대학에 머물면서 칭하이, 윈난, 구이저우 등 중국의 변방을 돌며 소수민족의 삶과 사회를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한족 중심인 베이징, 상하이 등의 중원문화권을 답사할 때와는 전혀 다른 중국이 거기에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중국’ 하면 보통 광대한 대륙과 오랜 역사 등 대국 지향의 중화주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현대의 중국은 한족(漢族)을 포함해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이에 현대 중국 헌법은 다민족으로 이뤄진 ‘하나의 중국’을 강조한다. 중국이 근대화되면서 변방지역 오랑캐→소수민족→중화민족으로 변화시킨 결과다. 이 같은 신분 상승, 즉 ‘하나의 중국’은 중국의 중심부(한족)가 주변부(소수민족)와 하나가 되길 원해서가 아니라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영토, 자원, 군사적 방어선이 필요해 만들어낸 편향적 개념이다. 이는 ‘만청 식민주의(滿淸 植民主義)’의 유산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군사력을 통해 주변부 국가를 정복하고 식민지화하는 형식으로 국가를 강화시키는 청나라의 시스템을 현대 중국이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의미다. 따라서 현재 중국은 아편전쟁(1840년), 반식민화, 공산당 혁명 순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청나라 시기인 18세기부터 3세기에 걸쳐 구성됐다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2000년대 불거진 중국 내 각종 환경문제도 멀리 보면 1750년 이후 한족이 후베이, 산시, 허난 등 소수민족 거주지로 이주하면서 산지를 개간하고 인구를 늘린 과정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중국 사학 연구는 ‘명→청’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청→근대 중국’의 연속성을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현대 중국은 청나라보다 더 강화된 ‘강철 제국’이다. 장밋빛 한중 관계를 넘어 ‘중심부-주변부’ 관점으로 보면 그들에게는 한국 역시 주변부일 수밖에 없는 냉정한 현실을 한 번쯤 생각하게 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논란을 빚은 ‘쌤앤파커스’ 출판사에서 베스트셀러를 펴낸 혜민 스님이 이 출판사와의 차기작 계약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김난도 서울대 교수, 스타강사 김미경 씨 등 다른 인기 저자들의 재계약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혜민 스님은 2012년 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쌤앤파커스에서 출간해 7개월 만에 100만 부를 넘겼다. 혜민 스님은 초대형 베스트셀러에 이은 차기작도 쌤앤파커스에서 펴내기로 했으나 최근 계약을 철회했다. 쌤앤파커스 측은 “혜민 스님과 다음 책에 대해 선계약을 했지만 (성추행 논란 후) 우리와 안 하기로 결정했다”며 “지금까지 나온 책에 대한 계약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혜민 스님뿐만 아니라 쌤앤파커스에서 베스트셀러를 낸 저자 A 씨도 “계속 계약을 유지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스타 작가들뿐만 아니다. B출판사 관계자는 “다른 작가들도 당분간 쌤앤파커스를 통해 책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쌤앤파커스가 성추행 논란의 진위를 떠나 윤리 문제, 사회적 평판에 더욱 신경 써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자음과모음’ 출판사가 사재기를 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소속 작가들이 절판 혹은 계약 철회를 요구했었다. C출판사 대표는 “쌤앤파커스가 성추행 논란이 불거진 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요즘 출판계 사람들이 모이면 이미지 관리에도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2006년 설립한 쌤앤파커스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2010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을 100만 부 이상의 베스트셀러로 만들면서 출판계의 신성(新星)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7월 쌤앤파커스 수습 여사원이 “상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사직한 뒤 상무를 강제추행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상무는 사표를 냈으나 올해 4월 서울서부지검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9월 회사에 복귀했다. 이에 여사원은 서울고등법원에 기소를 요청하는 재정신청을 냈지만 4일 고법은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중국인들이 읽을 만한 책이 부족합니다. 왜 좋은 책을 못 만듭니까?”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61)이 자국 출판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중국 출판인들이 “좋은 책을 더 많이 만들고 해외 양서도 적극 수입하겠다”고 답했다. 국내 출판사들이 솔깃해할 이야기다. 더구나 1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선언돼 양국 문화교류는 확대될 것이다. 정부는 중국 내 ‘출판 한류’ 증진 대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 한중 출판사가 기획 단계부터 합작해 ‘책’ 만든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한중 맞춤형 킬러 출판콘텐츠를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내년부터 한국 출판사와 중국 출판사를 선정해 인문, 실용, 자기계발서 등 20여 종의 책을 공동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간 국내 출판사들은 중국어 번역출판권(저작권)을 중국 출판사에 파는 형식으로 수출을 해왔다. 진흥원에 따르면 안중근 의사 등 한중 독자가 관심을 가질 인물을 다룬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또 한국의 미(美), 중국의 미 등 양국 문화를 다룬 책이나 중국 작가가 글을 쓰고 한국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 도서도 제작된다. 진흥원 민경미 본부장은 “우리 책만 일방적으로 중국에 수출하려고 하면 중국 측의 거부감만 커진다”며 “양국 출판사가 함께 책을 기획하고 각 나라에서 동시에 유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출판 한류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서는 한국의 자기계발서와 아동서가 인기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중국어판(因爲痛, 所以叫靑春)이 호응을 얻고 있다. ‘몸짱 아줌마’ 정다연 씨의 다이어트 서적 등 실용서와 ‘좌뇌 개발 우뇌 개발’ ‘내일은 실험왕’ ‘마당을 나온 암탉’ ‘구름빵’ 등 아동도서도 인기다. 중국 출판 관계자들은 “중국 소비자에게 너무 유사한 내용과 장르의 한국 도서가 범람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앞으로는 실버 세대를 위한 노인 건강서나 인문, 사회과학, 문학 등 깊이 있는 한국 도서가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 공동출판의 이점은… 출판 한류 가능성 공동출판 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중국에선 581여 개의 국영 출판사만이 책을 서점에 배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출판사들과 합작해 책을 내면 유통이 수월해질 수 있다. 중국 정부의 검열에 걸릴 만한 내용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현재는 일부 중국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책 내용을 사전 체크해 검열에 걸릴 만한 내용을 솎아내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출판사도 있다. 국내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런 내용이 위험하다’고 중국 출판사 내 검열팀이 얘기해주면 수정 보완한다”며 “그런 기능이 없는 출판사와 계약해 책 유통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중국에서 책을 팔 경우 국내에 비해 수익이 크지 않았던 점도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1만5000∼2만 원의 단행본이 중국에서는 50위안(약 8800원), 즉 40∼50% 가격 수준에서 배포됐다. 최근 일부 책이 80위안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국내 가격의 60∼70% 수준이다. 해외 출판에이전시인 ‘임프리마코리아’ 신순항 차장은 “그간 국내 출판사가 얻는 수익은 책값의 6∼8%(저작권료)에 불과했지만, 공동기획을 하면 수익이 커질 수 있다”며 “하지만 양국 출판사가 합작해 책을 내는 것은 새로운 룰을 만드는 것이어서 아직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제는 고급스러운 한국 문화를 담은 출판물이 중국인에게 어필할 겁니다.” 덩진후이(鄧錦輝) 우저우(五洲)전자출판사 문화교류센터장(46·사진)의 말이다. 우저우전자출판사는 국영 출판사로 중국의 역사, 문화를 소개하는 책을 주로 낸다. ‘한중 맞춤형 킬러 출판물 공동개발’에도 중국 출판사를 대표해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4 디지털 북페어 코리아’(6∼8일)를 위해 방한한 그를 6일 만났다. ―어떤 한국 도서가 중국인에게 인기를 얻고 있나. “2000년대 초반에는 소설 ‘국화꽃 향기’가 베스트셀러가 됐고, 귀여니 작가의 로맨스 소설이 인기를 끌었다. 2006년부터는 컬러 학습만화가 중국에 열풍을 일으켰다. 요즘에는 남인숙 작가, 김난도 서울대 교수 등의 자기계발서와 한류에 연관된 패션 미용 서적이 인기다.” ―한국 출판물의 어떤 점이 중국인들에게 어필하나. “기획력이 뛰어나고 그림 등이 세련됐다. 드라마, 케이팝의 인기도 한국 도서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중국 내 베스트셀러는 대부분 중국 도서다.” ―출판 한류를 이루려면 어떤 점을 보강해야 하나. “현재 한국 책은 아동 실용서가 인기 있지만 유사한 내용과 장르가 범람한다. 한류스타 관련 책은 팔 만큼 팔았다고 본다. 반면 한국의 노벨 문학상 후보자들의 책이 번역된 것은 극히 드물다. 고급 문학 작품 등을 팔아야 한다.” ―한중 출판사가 함께 도서를 기획, 제작하는 방안을 한국 정부가 모색 중이다. “출판 교류가 이뤄진 지 10년 정도 지났지만 대부분 저작권 수출입 중심이었다. 저작권 계약의 경우 번역, 마케팅, 저자 관리, 인세 등 사후 관리가 만만치 않아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출판 교류가 필요하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홍상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57·사진)이 임기 만료를 4개월 앞두고 사퇴 의사를 표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홍 원장은 10일 오전 진흥원 간부들이 참석한 경영전략회의에서 사의를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후임자 선임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문체부에 사의를 전달했다”며 “후임자가 결정되면 임기가 남더라도 물러날 것이며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장 임기는 내년 3월에 끝난다. 원장 공모에는 통상 두 달 정도 걸려 홍 원장은 내년 1월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진흥원 내에서는 이미 차기 원장으로 내정된 인사가 있기 때문에 홍 원장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가 나온다. 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챙겨줄 사람이 있어서 빨리 인사를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내년 1월쯤 지금 원장이 그만두고 새 원장이 와야 이번 정권 끝날 때까지 3년 임기를 채울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체부 관계자는 “홍 원장이 먼저 사의를 밝혀와 받아들였다”며 “김종덕 장관이 새로 부임한 후 임기가 만료됐거나 공석인 산하 기관장 인사가 이어지는 분위기에 맞춰 홍 원장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뒤 2012년 3월 진흥원장이 된 홍 원장은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기도 했다. 홍 원장은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늘 간부회의에서 말한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0)의 차기 대선 후보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반 총장을 다룬 책이 배포 직전 사장(死藏)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9일 이 책을 입수해 그 내용을 분석했다.○ 출간되지 못한 ‘반기문 책’… 내용은? 책 제목은 ‘유엔본부 38층-유엔과 반기문 리더십’. 저자는 외교부 정책기획관실 이상화 심의관이다. 이 심의관은 2006년 반기문 사무총장 선거 캠페인 태스크포스에 참여한 후 올 3월까지 7년 넘게 유엔 사무총장 비서실에서 근무하면서 반 총장을 보좌해 왔다. 나남출판사는 5월 말 제작을 마치고 1쇄 약 3000부를 찍었다. 하지만 6월 초 전국 서점에 배포하기 직전에 유통이 무산됐다. 반 총장이 이 심의관에게 ‘책을 유포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는 후문이다. 출판사 측은 “저자인 이 심의관이 먼저 책을 내자고 제안해서 만들었는데 갑자기 유포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 당황스러웠다”며 “금전적 손해를 봐야 했지만 저자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책은 △반기문 사무총장 선출과 연임 과정 △시리아 화학무기 제거, 유엔 개혁, 북한 핵실험 등 국제 이슈와 반 총장의 활약상 △반기문 리더십 등을 소개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반부에 다뤄진 반 총장 리더십 부분. ‘흉내 내기도 어려운 열정과 성실함’, ‘사람의 마음을 얻는 소통의 기술’, ‘원칙과 비전을 겸비한 지도자’ 등의 소제목과 함께 다뤘다. 저자는 반 총장을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지도자” “원칙을 중요시하는 리더”로 표현했다. 나남 관계자는 “책에는 대선 출마와 관련한 민감한 내용이 없지만 상관이 요청하니 저자가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은 출사표? 출판계에서 반 총장은 ‘블루칩’으로 통해 왔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이후 그를 다룬 책이 쏟아져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반 총장 관련 도서는 30여 종이나 된다. 동아일보가 인터넷서점 예스24와 함께 누적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가 100쇄를 넘기며 1위를 차지했다. ‘세계의 대통령 반기문’, ‘어린이를 위한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반기문과의 대화’, ‘반기문 영어 연설문’ 순이었다. 조선영 예스24 콘텐츠미디어팀장은 “반 총장 관련 책은 성공이나 영어에 초점을 맞춘 청소년용 위인전류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반기문과의 대화’는 톰 플레이트 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논설실장이 ‘유엔 사무총장 이후’를 다뤘지만 리더십을 부각하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측근인 부하 직원이 ‘반기문 리더십’을 부각시키는 책을 출간하는 것이 반 총장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정치권에서 출판은 일종의 출사표”라며 “반 총장이 부하 직원을 시켜 자신의 리더십을 홍보하는 책을 낸 걸로 비치는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20세기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로 통하는 발터 벤야민(발터 베냐민·1892∼1940·독일)은 무한대의 기술 복제 시대를 설명하기 위해 예술작품의 원본만이 갖는 독특한 분위기를 뜻하는 ‘아우라’ 개념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의 사유와 철학이 워낙 어렵다 보니 원전을 통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충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4년간 벤야민 저서 4권을 비롯해 논문 500여 편, 논설, 서평, 정치적 선전문구, 플래카드, 포스터 등 벤야민과 관련된 대부분의 자료를 연구한 뒤 그의 핵심 사유와 비판적 접근, 한국의 문화적 지형과 사회에 적용되는지를 분석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볼 때와 유사한 알싸한 감성이 가슴을 채웠다. 그렇다고 이 책이 1990년대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1945년부터 2000년대까지의 국내 잡지의 창간사를 분석한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마음산책)을 접하면 누구든 한 번쯤 자신을 설레게 했던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날 것이다. 저자인 성균관대 천정환 교수(46)를 5일 만났다. “디지털 시대라 잡지가 쇠락하고 있죠. 하지만 잡지만큼 근현대사 100여 년을 잘 투영한 매체는 없습니다. 지식인이 만든 담론부터, 역사비평, 대중문화까지…. 당시 사람들의 삶과 앎, 나아가 시대의 세밀한 욕망과 취향까지 담아냅니다.” 저자는 3년 동안 박물관,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수백 종의 잡지를 발굴한 후 총 123편의 창간사를 분석했다. 1945년 12월 발간된 ‘백민’부터 ‘민성’, ‘개벽’, ‘사상’, ‘현대문학’, ‘뿌리깊은 나무’, ‘문학과 지성’, ‘말’, ‘키노’ 등 시대별 잡지 트렌드와 독자 반응, 시대 현실도 담았다. “잡지를 창간하는 일은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퍼뜨리겠다는, 또 세상을 바꾸겠다는 욕망 과 연결됩니다. 1946∼1960년대 잡지 창간사에는 사회와 민족의 공기(公器)가 되겠다는 다짐이 있어요. 1963년 6월 창간된 ‘세대’ 창간사는 ‘획기적인 시대정신으로 세계사조의 광장에 나아가자’란 제목이 달렸을 정도죠. 1970년 ‘문학과 지성’의 창간사는 “‘이 시대의 병폐는 무엇인가’라는 의문문으로 시작됩니다.” 1950년대 잡지 창간사에는 전쟁의 아픔이, 1960년대에는 수난의 역사가, 1980년대에는 한국 언론의 척박한 환경이 거론된다. 2000년대에는 외환위기 이후 좌절을 다룬다. 저자는 시대의 키워드를 담은 창간사로 1940년대 ‘개벽’ 복간호와 ‘문학’, 1950년대 ‘사상계’, 1960년대 ‘청맥’, 1970년대 ‘뿌리깊은 나무’, 1980년대 ‘노래’, 1990년대 ‘상상’ 등을 꼽았다. “심각한 잡지만 중요한 건 아니에요. ‘선데이서울’은 3류 잡지로 보일 수 있지만 당시 ‘잡지를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새로운 답을 줬어요. 자본주의가 깊어가고 대중문화가 형성되던 1970년대의 사회 모습이 그대로 반영됩니다. 성(性)도 중요 콘텐츠로 다뤘는데 당시 남성 중심의 문화와 연관됩니다.” 책 속 창간사를 쓴 인물은 함석헌 김현 조세희 강만길 등 지식인과 문필가를 비롯해 조병옥 이후락 김재순 등 거물도 많다. 뜻밖의 인물도 있다. “1982년 나온 만화잡지 ‘보물섬’ 기억하시죠? ‘아기공룡 둘리’가 실렸죠. 창간사를 찾아보니 박근혜 대통령이 썼더라고요. 직함도 없고 박근혜란 이름만 나와 있습니다.” 박 대통령 창간사에는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어깨동무’를 창간할 때 어린이들을 위해 뜻하셨던 그 정성대로 보물섬도 어린이를 사랑하는 잡지가 되길 바란다”고 적혀 있다. 기자의 청소년 시절 중고생에게 충격을 줬던 야한 잡지 ‘핫윈드’의 창간사가 궁금했다. “‘핫윈드’는 창간사가 없어서 뺐습니다. ‘월간 팝송’은 창간호를 못 찾아 아쉽더라고요. ‘창작과 비평’도 창간사가 없고 30쪽이 넘는 권두 논문이 실려 제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상의 거울이 된 잡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스마트폰 콘텐츠, 블로그, 팟캐스트가 잡지를 대신한다고 봐요. 형태만 바뀌었을 뿐 잡지에 담긴 내용이나 소통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모색되는 셈이죠. 다만 예전처럼 ‘으�으�’ 하는 순수한 열정을 갖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잡지를 만드는 자세는 사라져 아쉽습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정부가 21일 새 도서정가제 도입을 앞두고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오픈마켓 거래에서도 정가제를 적용하는 등 유통 과정에서 편법 할인을 단속하기로 했다.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G마켓, 옥션, 11번가 같은 오픈마켓에서 책을 팔 때도 정가제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가제는 신간과 구간 구분 없이 할인폭을 최대 15%로 제한하고, 그동안 정가제 적용을 받지 않았던 실용서와 참고서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세트로 출간되지 않은 낱권 단행본들을 묶어 세트로 판매할 경우 각 권의 합과 동일하게 가격을 매기도록 했다. 기증 도서나 흠이 있는 도서(리퍼도서)를 팔 때, 도서축제기간에 판매하더라도 모두 정가제 적용을 받는다. 다만, 온라인 서점의 책 배송료 무료, 제휴 신용카드를 통한 할인은 규제하지 않기로 했다. ‘새 도서정가제에 편법 할인 여지가 많다’는 지적에 따른 정부의 추가 조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책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더 줄어든 셈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할인해온 만큼 책값이 내리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사실상 더 비싸게 책을 구입하게 돼 ‘제2의 단통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문체부는 정가제 시행 이후 책값을 부당하게 책정하는 가격 담합 등의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김 제1차관은 “특히 초등학생 참고서 가격 인상에 따른 학부모의 부담 완화를 위해 참고서 출판사에 가격 안정화를 요청하고 가격을 꾸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서적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 화제다.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을 다룬 책을 재벌 총수가 직접 쓴 데다 수감 중인 상황에서 집필해 관심을 모았다. 이 책은 지난달 14일 출간 후 2주 만에 3000부가량 팔렸다. 4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교보문고와 예스24에 의뢰해 재벌 총수(일가 포함) 관련 책의 누적 판매량(2003∼2014년)을 분석한 결과 ‘창업주’와 ‘이건희’라는 두 키워드로 요약됐다. 누적 판매 1∼10위를 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다룬 책이 가장 많았고, 이어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책이 주를 이뤘다(표 참조). 11∼20위도 창업주 관련 책이 대부분이었다. 도서 판매의 전산화가 이루어진 2000년 이전 통계까지 포함할 경우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김우중·1989년)는 150만 부 이상 팔린 것으로 보인다. 출간 후 종합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정주영·1992년)와 ‘이 땅에 태어나서’(정주영·1998년)도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이 팔렸다. 재벌 총수 관련 서적을 출간한 A출판사 대표는 “재벌 총수 서적이 인기를 끌었던 시기는 2000년대 초까지”라며 “이후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인터넷을 통해 재벌 총수에 대한 정보가 충족되면서 관련 서적 판매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나온 재벌 총수 관련 책 중 10만 부를 넘긴 경우는 드물다. 20, 30대 젊은층도 창업주의 책을 찾는다. 김영사 고세규 이사는 “창업주는 가난과 어려움을 딛고 성취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층에게 여전히 어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인 B 씨는 “2세대는 창업주에게선 찾아볼 수 있는 고난 극복 스토리나 성공 신화가 없어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흥미가 떨어진다”며 “다만, 이건희 회장은 2세대지만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 냈다는 점에서 1세대에 맞먹는 개척 이미지를 갖고 있어 인기 있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을 제외하면 누적 판매 30위권에 든 재벌 총수 2, 3세대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정몽구의 도전’) 등 3명뿐이다. 재벌 3세 중에는 2011년 발간된 ‘이부진 스타일’이 상위권에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올 초 택시운전사에게 선행을 베푼 것과 최근 이혼 소송이 세간의 화제를 모으면서 판매량이 늘었다. 살림출판사 이성훈 본부장은 “재벌 1세대에게는 성공 요인을 궁금해하지만 재벌가 자녀에 대해서는 인물 자체에 호기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 3세들은 자서전이 아닌 개인적 관심사를 책으로 펴내기도 한다. 최근 동화책을 출간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재벌 총수가 직접 책을 쓰는 경우는 드물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저자로 돼 있는 책은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가 유일하다. 1997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에세이를 엮은 것으로 현재는 절판됐지만 요즘도 중고서점에서 6500원인 책이 4만 원에 팔리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의 자서전 ‘호암자전’(1986년) 역시 절판됐지만 삼성에 입사하려는 취업준비생 사이에선 필독서처럼 여겨져 시중에 복사본이 나돌 정도다. 출판사 대표 C 씨는 “기업인 사이에선 ‘호암자전 초판본을 갖고 있으면 사업이 흥한다’는 말이 돌 만큼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져 거래가가 40만 원이 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5월 이 책을 재출간한 나남출판사 고승철 사장은 “재벌 총수가 직접 밝히는 핵심 가치가 녹아있기 때문에 수요가 꽤 된다”고 밝혔다. 비매품으로 그룹 내에서만 읽히던 LG그룹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 자서전의 출간도 추진되고 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1권당 1000만 원에 계약 기간은 10년이라고?” A출판사 대표 K 씨는 얼마 전 인터넷 포털 네이버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네이버 측은 “A출판사가 출간한 ‘○○○’ 책의 내용을 인터넷에 맞게 변환시켜 콘텐츠로 활용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K 씨가 네이버로부터 받은 제안에는 ‘책 1권당 콘텐츠 사용료를 1000만 원, 저작권 계약 기간은 10년’이라고 적혀 있었다. K 씨는 “10년이라는 계약 기간을 보고 제안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종이책, 네이버 속으로 네이버는 지식백과라는 이름 아래 2011년부터 각종 전문지식을 인터넷에 적합한 콘텐츠로 만드는 ‘디지타이징(Digitizing)’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종이책 콘텐츠 확보에 나섰다. 네이버 관계자는 “매주 도서를 확보하고 있으며 디지타이징에 매년 10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종이책을 그대로 PDF 파일이나 전자책(e북)으로 변환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내용만 뽑아 재가공해 ‘백과사전’식 온라인 콘텐츠로 구축하고 있다. 가령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고양이’를 검색하면 ‘고양이 기르기’라는 책의 요약 내용이 뜨고 해당 정보 하단에는 “출처-도서 ‘고양이 기르기’, 저자 김경은, 출판사 김영사”라고 나온다. 회사원 김홍규 씨(35)는 “인터넷 검색 정보는 단편적이거나 부정확할 때가 많은데 지식백과에는 서적에서 볼 수 있는 깊이 있는 내용이 많아 애용한다”고 말했다. ○ “1권당 1000만 원에 기간은 10년… 지나치다” 현재 네이버와 계약을 한 출판사는 300여 곳. 문학서보다는 대개 골든벨(자동차), 예조원(낚시), 커뮤니케이션북스(미디어) 등 특정 분야의 전문서적이나 실용서를 내는 출판사들이다. 네이버와 계약을 한 B출판사 관계자는 “계약 여부를 고민한 끝에 인터넷에서 볼 수 있더라도 종이책 판매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아 제휴했다”고 밝혔다. 중소 출판사 대표 C 씨는 “네이버 지식백과의 출처를 보고 책을 오히려 사보는 홍보효과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 측은 “절판되거나 시중에서 보기 힘든 책을 살려주는 등 출판사와 상생 관계를 만들고 있다”고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출판계에서는 ‘갑(甲)’인 네이버가 출판사에 불합리한 계약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들이 문제를 삼는 것은 저작권료와 계약 기간. 네이버는 ‘계약 내용은 대외비’라고 밝혔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단행본의 디지털화 저작권료는 대략 1000만 원 선이었다. 100쪽 내외의 얇은 책이나 문고본은 500만∼1000만 원, 분량이 많거나 인기 있는 책은 1000만∼2000만 원 정도였다. 계약 기간은 10∼15년이다. 실제 P출판사는 권당 1000만 원 안팎으로 15년, Q출판사는 권당 1000만 원에 10년 내외의 조건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A출판사 K 대표는 “10년에 1000만 원이면 1년에 겨우 100만 원꼴”이라며 “향후 전자책으로 수익을 낼 수도 있고, 책이 재조명될 가능성도 있는데 푼돈으로 책의 가능성을 ‘제로’로 만드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용서를 주로 내는 출판사의 편집자 D 씨도 “처세술이나 자기계발서, 트렌드 관련 서적의 경우 인터넷에서 알짜 내용이 공짜로 공개되면 굳이 돈 주고 종이책을 사 볼 이유가 없다”며 종이책 판매가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출판사와 저자 간에 갈등이 불거질 소지도 있다. 보통 종이책의 경우 저자 인세 등 저작권 계약이 3∼5년 단위인데 출판사가 네이버와 10년간 저작권 계약을 할 경우 저자에게 저작권료를 추가 지급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의 제안에 솔깃해 하는 출판사는 늘어날 것으로 출판계는 보고 있다. 불황 속에 경영난을 겪는 출판사가 많기 때문. 출판사 대표 E 씨는 “안 팔리는 책 5권만 계약하면 당장 5000만 원은 생기는 셈이니 다들 불리한 조건인 줄 알면서도 네이버와 계약하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섬늣 양(12)은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며 어린 ‘여자 해적’처럼 웃었다. 그는 손으로 연신 물을 받아 사촌동생 나이호이 양(4)의 얼굴을 적셨다. “이제야 동생을 제대로 씻길 수 있게 됐네요.” 섬늣 양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북쪽으로 70km가량 떨어진 농촌 ‘캄퐁참바티어이’에 살고 있다. 그는 매일 나이호이 양을 자신이 다니는 트러바 초등학교에 데려간다. 나이호이 양의 부모가 아침 일찍 일을 하러 나가기 때문에 섬늣 양이 하루 종일 사촌을 돌보게 된 것. 먹는 것 하나, 입는 것 하나 네 살 배기를 챙기기가 쉽지 않다. “제일 힘든 건 35도가 넘는데 학교에 걸어서 가도 나이호이의 갈증을 풀어줄 물이 없다는 거예요. 세수할 물도 없어요.”○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섬늣 양이 사는 곳에는 전기도, 수도도 없다. 마실 물을 얻기 위해 우기에는 마당에 큰 항아리를 두고 빗물을 받아 마신다. 건기에는 강물을 길어다 먹는다. 씻는 물조차 귀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설사병 3개월, 눈병 3개월, 피부병 3개월’로, 한 해 중 9개월을 병에 걸려 지내곤 한다. 27일은 섬늣 양과 지역 주민들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구세군 자선냄비본부가 7월부터 진행하던 캄보디아 학교 우물 개발 및 수도공사가 마무리된 날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학교에서 물을 마시고 세수도 할 수 있는 ‘그날’이 왔다. 이날 오전 10시 트러바 초등학교 마당에 있는 수돗가 주변에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몰렸다. 섬늣 양은 “물이 나오는 게 기적 같다”고 했다. 동네 주민들도 꼭지만 돌리면 쏟아지는 물줄기에 감탄했다. 주민 모키응 씨(42)는 “가정 소득이 대충 1개월에 100달러 내외인 데다 가족이 10명이 넘다 보니 물 사먹을 돈이 없다”면서 “이제는 걱정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 지역의 또 다른 학교인 ‘하오남 홍프라잉 니어’에서도 이날 물 축제가 벌어졌다. 전기로 가동되는 우물 시설이 설치되면서 교실 주변 7곳의 수도에서 물이 나왔다. 소치 양(9)은 “2시간 이상 걸어서 물을 길어오는 친구가 많은데 물 구하기가 이렇게 쉬운 줄 몰랐다”고 했다. 교장 폰 판 씨(43)는 “아이들이 너무 더울 때만 소량의 물을 비닐봉지에 싸 온다”며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사용하니 내 마음까지 깨끗해진다”고 말했다. 자선냄비본부는 2012년부터 캄보디아 학교에 우물, 수도를 설치하는 ‘한여름의 구세군’ 사업을 진행해 왔다. 본부 이수근 사무총장은 “2012년 11월에는 캄보디아 지부까지 설립했고 현재 총 8개 학교에 우물, 수도시설을 마련했다”며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자선냄비, 세계로, 세계로… 자선냄비본부가 국내 불우이웃만을 위해 모금 및 지원 활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해외 불우이웃을 지원하는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본부는 매년 심장병을 앓고 있는 동남아 지역 저소득층 아이들의 수술을 지원해준다. 올해 8월에는 필리핀 태풍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지원하고 학교를 수리해줬다. 2009년부터는 몽골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교실과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 내 시각장애인과 극빈층을 위해 사랑의 집짓기 사업 등도 지난해 실시했다. 본부 정미선 사관은 “이제는 국내보다는 동남아 일대에 극빈층이 더 많아졌다”며 “해외로까지 모금과 봉사 활동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캄퐁참바티어이(캄보디아)=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대표적인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30일 오프라인 매장을 낸다. 위치는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지하 1층 개표구 앞. 경쟁사인 교보문고 강남점 바로 코앞이다. 예스24 측은 이곳을 자사 전자책(e북) 단말기 전시와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는 한편 전자책을 종이책으로도 500권가량 비치해 판매할 예정이다. 예스24 관계자는 “아마존닷컴도 뉴욕 맨해튼에 오프라인 매장을 낼 예정”이라며 “온라인 서점도 오프라인 거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 ON-OFF… 온라인 서점들, 오프라인 진출 왜? 인터넷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인터파크도 10일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 지하 복합문화시설에 도서 대여점 ‘북파크’를 열었다. 424.8m²(약 129평)에 책 2만여 권과 음반이 구비돼 있고 카페테리아도 있어 대형 오프라인 서점을 축소한 느낌이 든다. 인터파크 회원은 이곳에서 새 책을 2000원가량에 빌릴 수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이미 2011년부터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열기 시작해 전국으로 매장을 확대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애초에 오프라인에서 출발한 교보문고를 포함해 온라인 서점 ‘빅4’가 모두 온·오프라인 매장을 갖추게 됐다. 온라인 서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다. 예스24의 윤미화 마케팅팀 대리는 “오프라인 매장의 필요성은 수익성보다는 마케팅 측면이 더 크다”며 “작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이벤트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파크 측도 “온라인만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오프라인 서점을 갖고 있는 것 자체로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21일 시행되는 도서정가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 도서정가제가 도입되면 신간 구간 모두 할인율이 15%로 제한된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온라인 서점의 가장 큰 장점인 다양한 할인 제공을 할 수 없게 되자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것”이라며 “예스24가 지난달 교육 출판사인 두산동아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 대형 서점의 ‘꼼수 매장’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동네 서점 문제는 대형 온라인 서점의 오프라인 진출로 동네 중소 서점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서점 수는 지난해 2331개로, 2011년 2577개에서 10%(246개)가량 감소했다. 이 중 면적 165m²(약 50평) 미만의 소형 서점이 237개(96.7%)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성미희 연합회 총괄실장은 “가뜩이나 힘든데 대형 온라인 서점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열면 동네 서점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며 “알라딘이 오프라인에 진출한 후 대전시내 중고 서점이 30여 곳에서 15곳으로, 서울 을지로 평화시장 일대 중고 서점도 100곳 이상에서 50곳 이하로 절반 이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온라인 서점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서점이 아닌 도서 대여점이나 체험관 등의 형태로 개설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동반성장위원회가 서점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포함시켜 대형 서점이 신규 진입을 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간 판매도 이루어지는 사실상 서점 역할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인터파크 도서 대여점 ‘북파크’를 방문해 책을 고르자 카운터 점원은 “대여 말고 구매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주문을 현장의 단말기를 통해 온라인 서점에서 하되 현장에서 결제하고 책을 즉시 받는 방식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측은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진출 제한에 위배되는 편법 행위”라며 “이를 문제 삼겠다고 인터파크에 최근 통보했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히말라야 등반 중 기온이 영하 30도로 내려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생겨요. 그런데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이 나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자신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두렵고 힘든 거죠. 그럴 때마다 하나의 단계로 생각하고 한발씩 가다 보면 정상에 오릅니다.” 산악인 엄홍길 씨(54)가 23일 오전 7시 반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지원하는 ‘기적의 책 캠페인’ 행사의 ‘책 읽는 미러클 맨’으로 참가해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이날 엄 씨는 ‘도전과 극복’을 주제로 희망을 전하는 강연을 했다. “1998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4번째 도전할 때였어요. 7600m 지점에서 실수로 굴러떨어진 동료를 구하려다가 함께 떨어져 발목이 부러졌어요. 의사가 말하더군요. ‘절대 산에 오르지 말라’고요.” 그는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집에서 눈물만 흘리는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희망을 잃고 창밖을 보니 멀리 산이 보이더군요. 이를 악물고 재활 치료를 받고 사고 10개월 만에 안나푸르나에 도전해 정상에 올랐습니다.” ‘기적의 책 캠페인’은 매달 선정한 ‘기적의 책’ 20종을 교보문고 오프라인 14개 점포에서 구매할 때마다 권당 1000원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고 있는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에 자동 기부되는 캠페인이다. 모금 목표액은 1억 원으로 ‘책 한 권, 벽돌 한 장, 책으로 이루는 꿈’이 모토다. 푸르메재단(이사장 김성수)과 교보문고(대표 허정도), 동아일보가 6월부터 함께 펼치고 있다.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은 2016년 5월 100개 병상 규모로 완공될 예정이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예전에는 마당에서 개를 키우는 가정이 많았다. 남자애들이 개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다. 벌어진 개의 입에 슬쩍 꼬리를 물게 하거나 꼬리에 실로 구슬을 매는 경우도 있었다. 꼬마들은 아마 ‘동물이라 약간의 고통만을 느낄 거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덮고 나니 당시 개들은 제법 분통을 터뜨렸을 듯싶다. “얄미운 주인 ‘놈’…. 장난이 너무 심한데. 화를 낼까. 아니야. 어제 먹은 북어 대가리를 또 얻어먹으려면 참아야지!” 이 책은 ‘인간만이 마음과 감정을 가졌다’는 고정관념을 철저히 파괴한다. 과학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6년간 11개국에서 동물의 인식과 마음을 연구하는 현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일생을 동물과 보낸 과학자들을 취재한 결과를 토대로 ‘동물도 정신과 마음이 있는지’, ‘뇌를 사용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분석했다. 과거엔 동물을 ‘복잡한 로봇’ 정도로 여겨 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은 배고픔, 통증 등 욕구와 감각만 경험한다고 봤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동물은 물질로만 이뤄져 정신과 영혼이 결여된 존재다. 이후 다윈이 ‘인간의 몸이 진화하듯, 인간의 뇌와 정신도 진화했다. 따라서 동물도 인간만큼은 아니지만 정신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물행동학, 동물심리학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저자에 따르면 동물, 나아가 곤충마저 인간과 유사한 감정을 드러내곤 한다. 야크 판크세프 워싱턴주립대 심리생물학과 교수의 실험 결과 쥐는 ‘놀이’를 즐겼다. 두 마리 이상 모이면 ‘함께 놀자’며 장난을 걸기도 하고 지루하면 장난을 거부한다. 놀이 도중 짧고 크게 ‘찍’ 소리를 내며 웃음을 지을 정도다. 인공둥지 속 앵무새 부부를 수년간 관찰해보니 수시로 ‘먹이 가져왔어’, ‘수고했어’, ‘섹스부터 할까’ 등 상당한 수준의 대화를 했다. 신경생리학자 존 릴리가 한 여성을 물속에 들어가게 한 후 수컷 돌고래에게 영어 단어를 가르치게 하자 수컷 돌고래는 이 여성에게 자주 성적 구애를 했다. 돌고래는 발기된 성기를 만져줘야만 영어 단어를 외우려 했다. 개미의 경우 선생 개미가 물과 먹이를 찾는 법을 학생 개미들을 모아 가르친다. 곤충은 선천적으로 제한된 행동만 한다는 것과 달리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족의 죽음을 애도하는 코끼리, 자신이 애벌레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듯한 나방 이야기도 나온다. 동물 관련 연구 결과들이 에피소드나 대화 형식으로 전개되다 보니 과학 소설을 읽는 듯해 지루하지 않다. 책 말미에 저자는 ‘이제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밟아 죽였던 개미 생각이 났다. 의약 실험에 쓰인 동물과 구제역 방지를 이유로 산 채로 매장된 가축들까지 머리를 스쳤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동물도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아는 이상 우리와 동물의 관계는 변할 수 있을까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서울대생 상당수가 ‘학점을 잘 받으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더군요. A+ 받는 학생들의 공부법을 알아내 다른 학생들에게 알려주려 연구를 시작했는데…. 음, 그 결과가 ‘충격적’이었습니다.” 최근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다산에듀·사진)를 펴낸 ‘교육과 혁신 연구소’ 이혜정 소장(42)을 22일 인터뷰했을 때 그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이 소장은 2007∼2011년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교수로 근무하면서 서울대생 학습법을 분석했다. 우선 학점 4.0 이상 서울대생 150명 중 46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 내용을 토대로 서울대생 1213명을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수용적 사고력’이 높다고 응답한 학생일수록 학점이 높았다. ‘수용적 사고력’이란 가르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정확히 기억해 내는 능력. 반면 ‘창의적 사고력’을 중시한 학생은 학점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한 학생이 ‘나만의 아이디어를 찾아 답을 냈더니 학점이 안 나왔고 교수의 말을 토씨 하나까지 적어서 답하니 학점이 잘 나왔다’고 하더군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교수와 생각이 다를 경우 시험에 쓰지 않는다’는 학생도 고학점 학생 46명 중 41명이나 됐습니다. 서울대 교육 시스템은 학생을 수동적으로 만드는 구조입니다.” 이 소장은 “조사 결과를 보고 우리가 어떤 인재를 키우고 있는지 너무 걱정됐다”며 말을 이었다. “학생 탓이 아닙니다. 평가하는 교수, 나아가 학교 교육시스템의 문제예요. 서울대 내에는 학교가 가르치는 방식이 맞는지를 점검하거나 이를 연구하는 사람이 없어요.” 이 같은 고민을 다른 서울대 교수들과 공유했는지가 궁금했다. “서울대 본부에 이야기를 해도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학평가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나’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연구실적, 취업률만 중요하죠. 그러다 보니 학교 차원에서 교수들이 어떻게 강의하는지 간섭하지 않아요.” “한 교수는 ‘우리 대학에서 학부생은 버려졌잖아요’라고 말하더군요. ‘학부생은 창의적이면 안 됩니다. 실험하다 사고 쳐요’라고 말한 공대 교수도 있습니다.” 기초를 많이 공부한 후에 비판적 사고를 발휘해야 한다는 논리도 창의력을 죽인다고 이 소장은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도 스스로 ‘저는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 정보를 숙지하는 것과 창의력을 키우는 것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의 많은 연구들을 보면 교실에서 창의력을 허용하는 환경만 만들어줘도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소장이 2012∼2013년 미시간대 학생 10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도 같은 결론을 보여준다. 미시간대 학생도 입학할 무렵엔 수용적 사고력이 더 높다고 평가한 학생이 창의적 사고력이 더 높다고 평가한 학생보다 많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창의적 학생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 “홍콩중원(中文)대의 경우 비판,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질문을 입학할 때 하고 졸업할 때 다시 합니다. 이 점수가 입학 때보다 낮아졌으면 요인을 찾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커리큘럼을 짭니다. 서울대도 창의적으로 수업하는 강의를 높이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유해 교수들이 스스로 수업 방식을 고치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소설가 이외수 씨(68·사진)가 트위터를 통해 암 투병 소식을 알렸다.이 씨는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긴 투병에 들어갑니다. 검사 결과 예상보다 심각한 상태로 판명됐습니다”라며 “다시 여러분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빕니다. 제게 오는 모든 것들을 굳게 사랑하며 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또 이 씨는 “위출혈로 수혈을 받고 각종 검사 중이라는 트윗을 올렸더니 악플을 다는 놈들도 있군요. 가차 없이 고발해버리겠습니다. 악플러뿐만 아니라 운영자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습니다”라는 글도 함께 올렸다. 이 씨의 책을 출간한 해냄출판사에 따르면 이 씨는 22일 강원 춘천성심병원에서 위암 2기에서 3기로 넘어가고 있다는 판정을 받았으며 29일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국내 도서 가격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일까. 출판계는 해외 선진국에 비해 비싸진 않다고 주장한다. 한국출판인회의에 따르면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국내 발간 도서의 평균 가격은 권당 1만3010원으로 추정된다. 새 도서정가제의 최대 할인율 15%를 적용한 수치다(표 참고). 반면 미국은 책 1권의 평균 가격이 87.15달러(약 9만5000원·2013년 5월 환율기준)로 7배 이상, 독일은 25.71유로(약 3만6600원)로 2배 이상 비쌌다. 일본도 권당 평균 가격이 1407엔(약 1만5400원)으로 2000원가량 비쌌다. 영국은 7.59파운드(약 1만2800원)로 한국과 유사하다. 하지만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 저렴한 문고본이 없어 주머니가 가벼운 독자가 살 수 있는 선택의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책이 비싼 하드커버뿐 아니라 대중적인 페이퍼백(paperback)으로도 출간되며 이 평균 가격은 6.8달러(약 7400원)로 싼 편이다. 일본 역시 문고본의 평균 가격은 1109엔(약 1만2200원)으로 국내보다 저렴하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요즘 출판계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서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한 달 뒤 책값이 오르는 건가요?” 4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다음 달 21일부터 새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도서 할인 경쟁을 막고 출판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책값이 얼마나 오를지’가 궁금하다. 회사원 김태훈 씨(40)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휴대전화 가격만 오른 것처럼 도서정가제로 인해 자칫 업자만 좋고 소비자는 피해를 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11월 21일 이후… 책값, 얼마나 오르나? 현재 신간(新刊)은 최대 19%, 발행된 지 18개월 된 구간(舊刊)과 신간 실용서, 초등학습 참고서는 무제한 할인할 수 있다. 하지만 도서정가제가 실시되는 다음 달 21일부터는 신·구간 모두 10%만 할인된다. 여기에 마일리지, 할인권 등이 포함되면 최대 15% 할인이 가능하다. 실제로 얼마나 오를까? 2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새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도서 가격 상승 정도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적 1권당 평균 ‘220원’이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소비자의 체감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책 정가의 30% 이상 올랐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그동안 구간은 30% 이상 할인되는 경우가 많았고 최근 도서정가제를 앞두고 인터넷 서점에서는 최대 90% 할인까지 진행됐기 때문에 갑작스레 가격이 올랐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재고 밀어내기’ 때문에 역대 최고의 할인 잔치를 벌였다. 이렇게 싸게 책을 사던 독자들이 정가제 시행 이후 가격이 오르면 반감이 생겨 책을 멀리하게 되고 출판시장에 빙하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출판사들 “책값 거품 빠지기 쉽지 않아” 출판계는 “정가제가 도입되면 책값 거품이 빠져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할인 판매를 고려해 책 정가를 높게 책정해온 관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한국출판인회의와 민음사, 문학동네, 열린책들, 은행나무 등 개별 출판사에 문의한 결과 정가제 시행 이후 책값을 낮출 예정인 곳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종이 값 등 원가가 오르고 있어 책값을 내릴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나무 주연선 대표는 “당장 책값을 낮추는 출판사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할인경쟁이 없어지면 가격 경쟁이 생길 것이고 1년여의 조정기를 거쳐 책값이 10∼15% 정도 내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반감을 우려해 원가를 공개하려는 출판사도 있다. ‘휴머니시스트’는 신간 출간 시 홈페이지에 제작원가를 공개해 합리적 가격임을 어필하겠다는 방침이다. ○ 헌책 재조정 가격은 신간 70% 수준 결정될 듯 새 도서정가제 법안에 ‘발행 후 18개월 지난 책은 정가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 점도 도서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출판계는 재(再)정가가 신간의 70%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측한다. 다만, 정가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 재정가를 매기지 않겠다고 선언한 출판사들도 있어 재정가 수준은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단체들은 문체부와 함께 21일 민관실무협의회를 구성해 대책을 논의했다. 문체부 박민권 미디어정책국장은 “‘자율도서정가협의회’를 구성해 거품 가격을 책정하는 출판사에 착한 가격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현장에는 안전요원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번 행사 책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할 방침이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9일 “공연장에는 행사를 주관한 이데일리 직원 등 38명의 진행요원이 있었지만 확인 결과 안전요원은 없었다”며 “과실치사상 혐의를 입증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 주최사인 경기과학기술진흥원(경기과기원)이 작성한 행사 계획서에는 경기과기원 직원 4명을 안전요원으로 지정했지만, 이들은 자신이 안전요원으로 지정된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행사 관계자들이 행사 전에 어떠한 안전교육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사고 이후 20여 명의 행사 관련자를 조사한 데 이어 이날 오전 11시경부터 수사관 60여 명을 투입해 서울 중구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 행사 대행사 플랜박스, 경기과기원 본원과 판교 테크노밸리 지원본부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또 이데일리TV 총괄본부장과 광고사업국장, 판교 테크노밸리 지원본부장 등 중요 참고인 6명의 자택과 차량, 신체 등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경기과기원에서 대외협력을 담당하며 이번 행사 안전계획을 작성한 오모 과장(37)은 18일 오전 1시간 20분간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자신의 사무실로 가 옥상에서 투신 자살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각종 공연의 안전 시스템을 점검해 현장에 배치될 안전요원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공연법 시행령(9조3항)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행 3000명 이상의 야외 공연만 안전관리대책을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돼 있는데 기준 인원수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성남=남경현 bibulus@donga.com / 황성호·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