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일본 아베 신조 총리(사진)가 신년사에서 또다시 ‘헌법 개정’을 언급했다. 집권 자민당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2016년까지 선거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헌에 본격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아베 총리는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헌법이) 만들어진 지 68년이 되는 지금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여 개정을 위한 국민적인 논의를 더욱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강한 일본을 되찾기 위한 싸움은 이제 막 시작했다. 일본은 새로운 나라 만들기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베 정권은 연초부터 개헌 작업에 들어간다. 자민당은 우선 개헌 절차를 다룬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1월 정기국회에 상정해 개헌의 구체 절차를 확정지을 계획이다. ‘안전보장 법적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가 봄에 제출할 보고서를 토대로 아베 내각은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베 총리의 지향점은 방위만 한다는 ‘전수방위(專守防衛)’에서 벗어나 전쟁을 할 수 있는 소위 ‘보통국가’다. 하지만 그의 계획이 실행되기에는 국내외 걸림돌이 많다. 우선 4월 소비세(부가가치세)를 5%에서 8%로 올릴 때 ‘소비 절벽(급격한 감소)’이 찾아올 수 있다. 현재 아베 정권에 대한 높은 지지는 ‘아베노믹스’ 경제 효과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하면 소비세 인상 후 경제가 침체되면 지지율이 순식간에 떨어질 수 있다. 아베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외교가 정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12월 26일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해 국제적 비난을 불러온 데 이어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총무상도 1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고노담화, 한국과 내용 사전조정”… 산케이 신문 “기만적 담화” 공격 한편 산케이신문은 1일 “고노 담화 발표 전 한일 정부가 담화의 내용, 표현 등을 면밀하게 조정했다. 강제성 인정 등에 한국 의향이 반영돼 있어 담화는 기만적이다”라고 주장하며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부정했다. 그러나 1993년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부정하려는 시도는 세계의 비난을 불러일으켜 결국 아베 정권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미국과 중국의 주요 2개국(G2) 경쟁, 동북아에서의 중국과 일본 간 영토 갈등, 불확실한 세계 경제 전망 등 2014년에도 협력과 대립이 뒤섞여 전개될 지구촌 현안의 향방을 미국과 일본, 국제기구의 전현직 고위 지도자를 연속 인터뷰해 짚어본다. 》‘우주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에게 늘 따라다니는 별칭이다. 톡톡 튀는 그의 언행 때문이다. 2009년 8·30총선에서 54년 만에 자민당 일당 지배 체제를 끝내고 민주당의 초대 총리에 올랐던 그는 2012년 여름 자신이 머물렀던 총리 관저를 포위한 원전 반대 시위에 참가해 ‘탈(脫)원전’을 외쳤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해 초에는 중국을 방문해 “일본이 섬을 훔쳤다고 중국이 생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발언했다. 지난해 11월 홍콩에서는 일본의 과거사 왜곡을 비판하며 난징(南京) 대학살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잔학 행위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일본에서 그는 이제 ‘국적(國賊)’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그는 과연 ‘우주인’일까.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해 12월 5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우주인은 지구인보다 강하다”며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의 수구 세력으로부터는 비판을 받는 게 오히려 자신에게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인’이 아니라 ‘신념의 정치인’이었다. 인터뷰는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도쿄(東京) 중심가의 ‘동아시아공동체연구소’에서 진행됐다. ―현재의 동아시아 정세를 어떻게 보나.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 등으로 동아시아 전체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서로 좀 더 협조해야 할 나라들이 과거 역사 문제로 대립하고 아직 미해결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것은 유감스럽다. 이런 문제에 대해 각 나라가 내셔널리즘(국가주의)을 부추기지 않고 냉정하게 행동해 나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미일동맹과 안보 강화로 현 정세에 대처하고 있다. “서로 군사적 위협을 높여 가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다. 이런 때야말로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 서로 이야기하면서 해결의 방향을 찾아 가는 소위 ‘외교 노력’이 요구된다. 군사적 힘을 강화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과거사 문제도 깨끗이 해결하고 신뢰감을 높여 가는 외교 노력을 하면 절대로 ‘방위력을 높여야 안전하다’는 식으로는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일반 국민도 우경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전후 일본은 평화를 추구하면서 경제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해 왔다. 하지만 최근 20년간 노력해도 좀처럼 잘 안 됐다. 그런 초조함이랄까, 마음의 불안정이 뭔가 강한 것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 왔다. 현 정권은 그런 분위기를 이용해 정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이는 어떤 나라에서나 어느 정도는 있는 일이지만 이를 얼마나 통제하느냐가 외교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현 정부와 국민이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은 우려할 사태라고 생각한다.” ―한일 관계가 최악이다. 이대로 좋은가. “좋을 리가 없다. 한일 정상이 이야기할 기회가 전혀 없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서글픈 일이다. 나도 대통령이 되기 전의 박근혜 의원을 만나 한 시간 정도 회담한 적이 있다. 경청하는 자세가 뛰어나고 훌륭한 대통령의 자질을 가진 분으로 존경하고 있다. 따라서 뭔가 이야기를 나눌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사에 대한 인식은 나라마다 다를지 모르지만 사실은 한가지다. 이 역사적 사실을 서로 냉정히 바라보고 어디선가 그 문제를 풀어 나갈 열쇠를 찾아야 한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역시 상처를 준 쪽은 잊기 쉽지만 상처를 받은 분들은 그 아픔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럴 때 대화의 실마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처를 준 쪽이 더 노력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어 민간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한 보상금을 적으나마 당시 총리의 사죄 편지를 동봉해 전달하려 한 바 있다. 일본의 마음을 나타낸 것이지만 한국의 많은 위안부 할머니는 이를 거부했다. 국가 차원의 제대로 된 사죄가 아니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받는 쪽이 만족하지 않는다면 일본이 뭔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겠지만 국가 보상의 색채를 지닌 해결 방안을 생각해 내는 게 중요하다. 이미 많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있는 만큼 서둘러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2015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다. 이때까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전문가 회의라도 만들어야 한다.”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이 질문과 답변은 지난해 12월 30일 e메일로 추가 진행됐다.)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서 ‘중국과 한국인의 마음에 상처를 줄 생각은 없다’는 등의 말을 했는데 이해하지 못할 말들이다. A급 전범이 합사된 이후로 천황(일왕)도 참배를 중지했다.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것은 책무이자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신뢰의 징표다.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의심된다. 일본과 중국, 한국 간에는 역사인식과 영토 문제로 인한 정치 문제와 경제, 문화를 나눠 생각하자는 움직임이 다소 있었다. 하지만 이번 참배로 상대의 신뢰를 크게 잃어 다방면에 그 영향이 파급될 것이다. 현 정권의 한 각료는 나를 ‘국적’이라고 야유했는데 아베 총리처럼 개인 생각만으로 외교적 불신감을 초래해 일본의 국익을 훼손하는 행위야말로 국가에 대한 배신행위 아닌가.” ―총리 재직 때 아쉬운 점은…. 다시 총리가 되면 무엇부터 하겠는가. “아쉬운 점은 많다. 나는 우애(友愛) 정신으로 이 나라를 바꿔 나가고 싶었다. 너무도 미국과 관료에 의존해 온 나라에서 좀 더 자주적으로 판단하는 나라,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존엄을 가진 나라를 만들고 싶었다. 이를 충분히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하차해 결과적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 결과 일본의 아시아에 대한 대응이 확 바뀌고 말았다. 내가 좀 더 총리직에 머물러 이른바 역사문제 해결에 마침표를 찍었다면 (아시아와의 관계가) 이런 상태는 안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쉬울 따름이다.” ―10년 후 일본은 어떤 나라가 될까.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 나는 이 상태로 가면 예컨대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도 반드시 순조롭지만은 않을 때가 온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전후에 늘 경제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살아오다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경제적 가치보다 인명, 공생, 연대라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다시 경제 중심주의로 돌아갔다. 이를 다시 각성하는 때가 10년 내에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젊은 세대일수록 우경화하는 듯한 분위기가 있는데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늘면 일촉즉발 상황에서 더 파멸적인 길로 이 나라가 달려갈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우리 세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의 교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역시 아내가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김치를 담그는 등의 교류를 한 게 제일 큰 추억이다. 나도 나중에 김치를 담근 적이 있다. 또 서울 인사동 거리를 걸었을 때 한국 국민이 열렬히 환영해 줬다. 과거에는 일본의 현직 총리가 그렇게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정말 기뻤다.” 이날 인터뷰를 위해 연구소로 들어서자 마침 응접실에 앉아 있던 부인 미유키(幸) 여사가 유창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에게 부인의 한국어 발음이 유창하다고 했더니 한류 붐 때문이라며 웃었다. 그는 “아내가 지금은 한류 드라마 ‘복수초’(원제는 ‘노란 복수초’)를 보고 있다. 한국말도 제법 한다”고 소개했다. 부부의 한국 사랑은 여전했다.1947년 2월 도쿄 출생1965년 도쿄대 공대 입학1976년 미국 스탠퍼드대 공학박사 학위 취득1981년 일본 센슈(專修)대 경영학부 조교수1986년 중의원 선거 첫 당선(자민당)1993년 자민당 탈당1996년 옛 민주당 창당, 대표 취임1998년 야당 연합 통해 현 민주당 창당1999년 대표 취임2009년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 총리 취임2010년 총리 퇴임2012년 정계 은퇴, 동아시아공동체연구소 이사장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박형준 특파원}
청융화(程永華) 주일 중국대사가 30일자 일본 마이니치신문 기고를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강하게 비판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중국인은 아베를 싫어하며 중국 지도자는 그와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28일 양제츠(楊潔호) 외교 담당 국무위원, 26일 왕이(王毅) 외교부장에 이어 중국이 연일 수위를 높여 가며 아베 총리를 맹비난하고 있다. 청 대사는 기고문에서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서 ‘부전(不戰)의 맹세’를 했지만 장소가 잘못됐다. 세계의 양식 있는 이들이 강한 반감과 의심을 품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가 대외 침략의 정신적 지주였고 현재도 A급 전범의 제사를 지내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 여론과 어긋나는 역사관을 퍼뜨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야스쿠니 신사 안에 있는 유슈칸(遊就館)”이라고 지적했다. 유슈칸은 일본 최초의 전쟁박물관으로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아시아 해방’이라는 시각으로 구성돼 있다. 친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인민이 왜 아베를 싫어하는지 이야기하겠다”면서 여러 차례 아베 총리를 언급했지만 단 한 차례도 ‘총리’ 명칭을 쓰지 않았다. 친 대변인은 “아베는 취임 이후 중-일 관계를 잘못 예상해 계속 잘못을 범했다. 특히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그렇다”며 “그들(A급 전범)은 역사의 죄인이며 그들의 손에는 피해국 인민의 선혈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파시스트이고 아시아의 ‘나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베이징=이헌진 특파원}
일제강점기 때 강제 징용된 한국인 노동자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배상 소송에서 일본 정부는 “타협하지 않겠다”며 초강경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이 배상 판결을 내리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산케이신문은 30일 복수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강제 징용 판결 확정 전에 화해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뜻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나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위로금 등을 지급해 소송을 끝내는 방식을 택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일본이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이유는 피해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고 소송을 중간에 끝내면 일본 정부가 한일청구권협정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①한국 대법원 판결 전에 화해에 응하지 않고 ②패소로 일본 기업의 자산이 압류되면 청구권협정에 기초해 한국 정부와 협의를 시작하며 ③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으면 ICJ에 제소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7월 서울고법은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대해 강제 징용 피해자 4명에게 1억 원씩, 부산고법은 미쓰비시(三菱)중공업에 피해자 5명에게 각 8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두 기업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도 배상 판결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의 역대 총리 중 도쿄(東京) 시내 야스쿠니신사를 처음으로 참배한 사람은 미키 다케오(三木武夫) 전 총리였다. 그는 1975년 8월 15일 참배하면서 ‘개인 자격’임을 강조했다. 그는 방명록에 총리 직함을 적지 않고 관용차를 사용하지도, 수행원을 동원하지도 않았다. 야당은 “헌법이 정한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며 강력히 항의했지만 개인 자격으로 참배했다는 그의 주장에 따라 정치문제로까지 비화되진 않았다. 그 후 일본 총리들이 잇달아 ‘비공식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지만 일본 국내 논쟁에 그쳤다. 외교 분쟁의 발단은 ‘보수의 원류’로 꼽히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가 ‘공식’ 방문하면서부터다. 그는 1985년 8월 14일 관방장관 담화를 통해 “전후 40년을 맞아 야스쿠니신사를 총리대신 자격으로 참배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음 날 2명을 제외한 각료 전원과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총리 자격으로 찾아 공식 참배했다. 일본 야당과 종교단체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까지 격렬하게 반발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그의 저서 ‘보수의 유언’에서 “아시아 국가가 야스쿠니신사 공식 참배에 대해 그렇게 심하게 반대할 줄 몰랐다. 나는 그 후 한 번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각료들에게도 “이웃 나라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공식 참배에 신중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 이후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크게 줄어들었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와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가 각각 1번,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6번 참배했지만 나머지 총리들은 재임 기간 야스쿠니신사를 찾지 않았다. 26일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한국, 중국과의 외교 관계가 최악인 상태에서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단행돼 과거 총리들의 행태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날 야스쿠니신사에서 아베 총리를 취재하던 한 일본 기자는 “지금까지 총리는 주로 종전기념일(8월 15일)이나 춘계 혹은 추계대제 때 참배했다. 아베 총리는 취임 1주년에 이곳을 찾았다. 마치 취임을 축하해 달라는 느낌이어서 위령(慰靈)의 뜻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왜 이 시점에 참배를 하는지 모르겠다. 안 그래도 한국 중국과 사이가 안 좋은 가운데 이번 참배로 더욱 관계가 악화되지 않겠나”(나카다이라 지유키·中平チユキ·36·여) 26일 정오 도쿄(東京) 중심가 지요다(千代田) 구 구단시타(九段下)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참배를 한 데 대해 참배객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나뉘었다. 신사에 안치된 전몰자의 유족으로 참배를 온 시민들 중에도 아베 총리의 참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민이 상당수라는 점은 이례적이다. 이날 오전 11시 반. 검은색 관용 승용차 5대가 줄지어 신사 안으로 들어왔다. 승용차가 멈추자 연미복 차림의 아베 총리가 내렸다. 이날 총리의 참배는 전격적으로 이뤄져 약 100명의 참배객보다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몰려온 내외신 기자들이 300명으로 훨씬 더 많았다. 아베 총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일본유족회’ 완장을 차고 일렬로 서 있는 인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부터 했다. 일본유족회는 야스쿠니신사에 합사(合祀·둘 이상의 혼령을 한곳에 모으는 것)된 전사자의 유족이 만든 모임이다. 총리가 본전(本殿·신이 모셔져 있는 장소) 안으로 들어가자 더이상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기자들은 신사 내 정해진 구역에서만 취재할 수 있다. 공영방송 NHK는 헬기를 띄워 본전 안 아베 총리의 동정을 카메라로 찍었다. NHK방송은 11시 20분경부터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생방송을 했다. NHK방송은 지진 같은 대형 사건사고나 총리의 주요 기자회견 때마다 생중계를 한다. 2006년 8월 15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참배했을 때도 생중계했다. 오전 11시 55분경 아베 총리가 참배를 마치고 나오자 시민 1명이 “아베상, 요캇다. 아리가토(아베 씨, 잘했어. 고마워)”라고 외쳤다. 일장기를 손에 든 시민 2명이 박수를 쳤다. 하지만 환호는 퍼져가지 않았다. 8월 15일 종전기념일 때 참배객들이 각료나 의원들을 보면 환호성을 지르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집이 야스쿠니신사 근처여서 매일 참배를 하러 온다는 곤도 다카코(近藤孝子·70) 씨는 “총리가 한국 중국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참배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코하마(橫濱)에서 온 40대 직장인 여성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총리가 가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중국이 반발하는 걸 알면서도 굳이 야스쿠니신사를 총리가 참배하는 게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모든 석간신문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26일자 1면 머리기사로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경제에 주력해 온 정권 기조가 보수색 강한 정치로 바뀌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미일 관계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경제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인사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9월 이후 겨우 신차 판매량이 중국에서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아베 총리의 참배가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자민당의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뒷수습에 나섰다. 그는 “(한국과 중국에 대해) 겸허하고 예의 바르게 성의를 다해 설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에 대해선 “최근 오해가 커지고 있다. 잠자코 있는 게 아니라 정확히 설명해 오해를 풀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남수단의 한국군에 실탄 1만 발을 지급한 것과 관련해 한국이 “예비 차원에서 확보한 것으로 부족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듣자고 한 게 아니라 일본은 도의의 나라여서 그 역할을 다했다”고 말해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3년 국내 키워드는 ‘대선 불복’과 ‘종북’이었다. 국가정보원과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을 통한 대선 개입 논란은 ‘대선 불복’으로 번졌다. 반대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로 불붙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과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은 ‘종북’ 바람을 불렀다. 북한이 김정은 3대 세습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장성택을 전격 처형한 사건은 한반도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했다. 그나마 류현진 추신수 박인비 등 해외 스포츠 스타의 활약이 국민을 즐겁게 했다. 해외에선 한중일 3국 간에 영토와 역사 분쟁이 더욱 고조됐고,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도청이 도마에 올랐다. 》 ▼ 국내 ▼■ 北 권력2인자 장성택 사형집행한때 북한 권력 2인자로 불렸던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12월 12일 처형됐다. 군사재판 결정 직후 사형이 집행돼 공포정치의 실체를 전 세계에 알렸다. 북한은 장성택의 혐의를 국가전복음모로 몰았지만 실제로는 이권다툼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3년차를 맞은 김정은 유일 영도체계가 공고해졌다는 분석과 내부의 불안정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상존한다. ■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일파만파지난해 대선 때 국가정보원이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온라인상에 퍼뜨렸다는 의혹은 올해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으로 기소해 재판 중이지만 야권은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불공정한 선거였다는 야권과 대선 불복이라는 여권의 끝 모를 정쟁은 정치권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 혼외아들 의혹-항명파동… 위기의 검찰박근혜 정부의 첫 검찰총장인 채동욱 전 총장이 혼외아들 의혹으로 취임 5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채 전 총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나 사퇴 후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채 전 총장 사퇴 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둘러싸고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과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사이에 외압 논란과 항명 파동이 벌어졌다. 검찰로선 바람 잘 날 없는 한 해였다. ■ 이석기 의원 ‘RO’모임…내란음모 혐의 구속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RO(혁명조직)’가 올 5월 모임을 갖고 내란을 음모했다는 혐의에 따라 국정원은 8월 28일 이 의원 등 10명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일주일 뒤 국회는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통과시켰고, 다음 날 이 의원은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으로 ‘종북’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 총리후보 낙마 등 박근혜 정부 ‘인사 참사’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아들 병역면제와 투기 등의 논란에 휩싸여 지명 닷새 만에 자진 사퇴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사(慘事)가 시작됐다. 이동흡(헌법재판소장) 김종훈(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황철주(중소기업청장) 김병관(국방부 장관) 한만수(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각종 논란으로 연달아 낙마하자 청와대의 밀실인사와 부실한 인사검증이 도마에 올랐다. ■ 원전 3기 가동중단… 여름철 전력난 가중5월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호기에 쓰인 부품의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거액의 뇌물이 오간 대형 비리가 불거졌고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이종찬 전 한국전력공사 부사장 등 100여 명이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원전 3기의 가동이 중지되면서 여름철 전력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고 ‘블랙아웃(대정전)’에 대한 우려도 고조됐다. ■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전액 납부하겠다”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는 9월 10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을 다 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 원이 확정된 뒤 16년간 버텨왔다. 검찰은 6월 국회에서 ‘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되자 곧 수백 점의 미술품과 부동산을 압류했다. 결국 전 씨 일가는 수사 110일 만에 항복선언을 했다. ■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확인지난해 대통령 선거의 최대 쟁점이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원본이 삭제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11월 15일 이같이 결론 내리고 청와대 안보실의 백종천 전 실장과 조명균 전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친노’ 진영과 그 좌장격인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사초 폐기 의혹을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 세제개편안 파동… 복지공약 이행 삐걱박근혜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은 발표 닷새 만에 원안(原案)이 폐기됐다. ‘거위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에 봉급생활자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세금 등을 통한 재원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핵심 대선공약인 기초연금 대상이 축소되는 등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약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 류현진 메이저리그 성공 데뷔한국의 ‘괴물 투수’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괴물이었다. 올해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26)은 정규시즌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완봉승 1차례를 포함해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의 호성적을 거뒀다. 류현진은 세인트루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 호투로 한국인 첫 포스트시즌 승리 투수가 됐다. ▼ 국외 ▼■ 스노든 “美 NSA, 국제사회 무차별 사찰”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이 20만 건 이상의 NSA 극비 문건을 빼내 6월 10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을 통해 처음 폭로했다. 인터넷 사용자 개인정보, 주요 동맹국 정상의 통화감청, 해저 케이블 감청 등 무차별 사찰이 드러나 국제적 반발을 샀다. 전체 문건 중 1%가량만 공개돼 후속 폭로가 예상된다. ■ 中 방공구역 선포에 美-日 무력시위 맞불중국이 11월 23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해 ‘항공 패권 갈등’을 불렀다. 일본은 정찰기와 전투기를, 미국은 B-52 폭격기 2대를 출동시켜 무력시위를 벌였다. 한국은 12월 8일 이어도 상공이 들어간 새 방공구역을 선포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일본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국유화로 촉발된 영해분쟁이 확대된 것이다. ■ 1282년 만에 비유럽권 출신 교황 탄생2005년 교황에 즉위한 베네딕토 16세(85)가 2월 ‘악화된 건강으로 직무를 적절히 수행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격 퇴위했다. 1415년 그레고리우스 12세가 퇴위한 이래 598년 만에 처음으로 선종에 앞서 퇴위한 교황이 됐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후임 프란치스코 교황(77)은 731년 그레고리우스 3세 이후 1282년 만에 탄생한 비(非)유럽권 출신 교황이다. ■ 남아공 인종차별 종식 이끈 만델라 타계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12월 5일 95세로 타계했다. 흑인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다 27년간 복역한 뒤 흑백 간 화해를 주도해 350년 이상 계속돼온 차별을 종식시켰다. 199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며 이듬해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됐다. 10일 거행된 영결식은 100여 명의 각국 정상과 지도자가 참석해 사상 최대의 조문외교 현장이 됐다. ■ 美, 17년 만의 셧다운… 80만 공무원 강제휴가미국 정치권이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 케어)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을 벌이다 내년 예산안 합의에 실패해 10월 1일부터 16일 동안 연방정부 업무가 부분 정지되는 셧다운 사태를 맞았다. 17년 만의 셧다운으로 공무원 약 80만 명이 강제휴가에 들어갔으며 박물관 공원 등도 폐쇄됐다. 10월 16일 국가부도 위기를 불과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의회에서 합의했다. ■ 태풍 ‘하이옌’ 필리핀 강타… 6000여 명 사망순간 최대풍속 역대 최고(시속 379km)의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중동부 타클로반 등 레이테 섬을 11월 8일 강타했다. 폭풍과 함께 해일이 덮쳐 같은 달 12일 중순까지 6009명이 사망하고 1779명이 실종됐으며 이재민은 400만 명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가옥 110만 채가 파손돼 8억2600만 달러(약 8764억 원)의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 日 아베정권, 과거사 부정-군사대국화 추진지난해 12월 등장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올 한 해 과거사를 부정하고 군사대국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려 했고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까지 바꾸려 했다. 아베 총리의 구상대로 ‘평화 헌법’의 기본 골격이 바뀌면 일본은 ‘전쟁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하며 주변국과의 갈등도 예상된다. ■ 이집트 군부, ‘아랍의 봄’ 주역 무르시 축출이집트 ‘아랍의 봄’ 시위로 집권했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7월 3일 취임 1년여 만에 군부에 의해 쫓겨났다. 무슬림형제단 주축의 집권당이 이슬람 규범을 강요하고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한 ‘파라오 헌법’을 내놓아 민심도 멀어졌다. 무르시 축출 찬반 시위로 이집트는 다시 대립과 혼돈에 빠져들었다. 과도정부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를 예정이다. ■ 中, 미-러시아 이어 세번째 달착륙중국의 달 탐사위성 ‘창어(嫦娥) 3호’가 14일 달 표면 훙완(虹灣) 구역 동쪽에 착륙했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됐다. 창어 3호에 실린 탐사차량 ‘위투(玉兎·옥토끼)’는 달 표면을 오가며 지질분석 등 탐사활동 중이다. 중국은 2017년까지 달 표면 물질을 지구로 가져오는 후속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 이란, 서방국과 10년만에 핵협상 타결이란과 ‘P5+1’(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독일)은 이란이 핵개발을 억제하는 대신 서방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완화해주는 협상을 11월 24일 타결했다. 2003년 이란의 핵개발 의혹이 제기된 뒤 10년 만이다. 이번 타결로 이란은 향후 6개월에 약 61억 달러(약 6조5000억 원)의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됐다. ‘이란 모델’이 북한에도 적용될지 관심이다.}
17년을 끌어 온 일본 오키나와(沖繩) 현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큰 진전을 이뤘다.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로 삐걱거리던 미일관계 개선의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5일 도쿄(東京) 관저에서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오키나와 현지사를 만나 후텐마 기지 이전을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후텐마 기지 운용 정지를 최대한 앞당기고 △사고가 잦은 수직이착륙수송기 오스프리의 훈련 절반을 오키나와 현 밖에서 실시하며 △미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돼 있는 미일지위협정(SOFA) 개정 협의를 미국과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오키나와 진흥을 위해 내년도 예산으로 3460억 엔(약 3조5130억 원)을 편성했다. 이에 대해 나카이마 지사는 “놀랍고 대단한 내용을 제시해 줘 오키나와 140만 현민 전체를 대표해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나카이마 지사는 후텐마 기지 5년 내 사용 중지, 오스프리 절반의 외부 이전 등을 요구해 왔다. 아베 총리가 나카이마 지사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인 것이다. 나카이마 지사는 27일 일본 정부가 제출한 나고(名護) 시 헤노코(邊野古)의 매립 신청을 승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남수단에 유엔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된 한국 한빛부대가 일본 육상자위대로부터 실탄을 지원받으면서 안전상의 이유로 작전이 끝날 때까지 ‘비공개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도 동의했지만 사전에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실탄 수송 작전이 위험에 노출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한빛부대장 고동준 대령은 22일 전화로 남수단 육상자위대에 실탄 1만 발을 요청했다. 남수단에서 한빛부대와 육상자위대 기지는 약 150km 떨어져 있다. 헬기로는 약 1시간 거리. 한빛부대는 실탄 수송이 사전에 알려져 반군의 타깃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비공개를 요청했고 일본 정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실탄을 실은 헬기는 23일 오후 2시에 육상자위대 기지를 출발했다. 하지만 이보다 약 2시간 전에 일본 언론이 이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건을 ‘적극적 평화주의’의 사례로 부각시키며 집단적 자위권 허용을 위한 정치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3일 담화를 내고 “적극적 평화주의 아래 앞으로도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한국의 실탄 요청을 빌미로 집단적 자위권의 필요성을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한국군이 일본 자위대에 직접 탄약지원을 요청한 게 아니라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이 예하 파병부대의 안전 확보를 위해 자원(탄약)을 재분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유엔군 간 협조 사안일 뿐 ‘국가 대 국가’ 차원의 군수 협력이 아니라는 얘기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이번 사안이 일본의 군비 증강이나 집단자위권 추구에 빌미를 줬다는 보도를 봤는데 아무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선 관련 부처들이 외교적 파장 등 정무적 판단을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일본의 무기수출 3원칙 위배’를 거론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24일 “이번 조치는 무기수출 3원칙을 분명히 위반한 것”이라는 이치다 다다요시(市田忠義) 일본 공산당 서기장의 발언을 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23일 팔순을 맞은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전쟁’을 꼽으며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왕은 사전에 실시돼 23일 보도된 기자회견에서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역시 전쟁이다. 내가 학교에 다닐 나이가 됐을 때 중국과의 전쟁이 시작됐고 그 후 중국 외에도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과 전쟁을 했다. 전쟁이 끝났을 때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1933년 12월 23일생이다. 이어 일왕은 “전쟁으로 인한 일본인 희생자는 약 310만 명으로 추정된다. 다양한 꿈을 갖고 살던 많은 사람이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것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의 아시아 침략에 대한 반성이나 한국인과 중국인 등 희생자에 대한 애도는 없었다. 일왕은 “천황(일왕을 지칭) 자리에 있는 것은 고독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결혼 후 황후(왕비를 지칭)가 항상 내 입장을 존중하면서 곁에 있어서 평안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왕은 이날 오전 장남인 나루히토(德仁) 왕세자 부부, 차남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왕자 부부와 함께 도쿄(東京) 내 일왕의 거처인 고쿄(皇居) 베란다에 선 채 시민들의 축하 인사에 답례했다. 그는 “80세를 맞아 이렇게 여러분의 축하를 받게 돼 깊이 감사한다”며 인사말을 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일장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재위 도중 팔순을 맞은 것은 아키히토 일왕의 아버지인 히로히토(裕仁) 일왕에 이어 두 번째다. 역대 일왕의 장수 순위에선 현재 히로히토(1901∼1989), 고미즈노(後水尾·1596∼1680), 요제이(陽成·869∼949)에 이어 네 번째다. 일왕은 2005년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에 참배하고 2007년 도쿄의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사망한 고(故) 이수현 씨를 소재로 만든 영화를 관람하는 등 한국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2일 NHK방송에서 “헌법 개정은 필생의 과업이다. 어떻게든 (개헌을)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전쟁을 금지한 헌법 9조를 개정하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는데 그 경우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된다. 일왕이 23일 밝힌 메시지는 아베 총리의 개헌을 겨냥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음식 좌익과 음식 우익.’ 우선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아사히신문이 내놓은 신간 중 인기 순위 3위였다. ‘제목만 그럴듯한 책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에 책을 집었다. 저자 하야미즈 겐로(速水健朗) 씨는 프리랜스 작가다. 미디어 도시 쇼핑몰 등에 대한 글을 썼다. 음식 전문가는 아닌 셈이다. 어떻게 글을 전개해 나갈지 궁금했다. 그는 서두에서 “일본인은 음식으로 하나 되는 민족”이라고 단정했다. 국가를 하나로 만드는 것은 미국에서는 ‘자유’라는 이념, 프랑스에서는 ‘자유 평등 우애’라는 이념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음식’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살다 보면 라면가게 앞에 서 있는 긴 줄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야미즈 씨는 미국 뉴욕이라면 돈을 더 주면 빨리 먹을 수 있는 패스트트랙 비즈니스가 생길 것이고, 중국이라면 대신 줄을 서 주는 업자가 생길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일본은 절대 그렇지 않단다. 라면 앞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독특한 도덕관을 몸에 익혔기 때문이다.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는 “일본인은 재주가 있는 민족이지만 민주주의만은 약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인은 권력에 대체로 순종하고 조직도 상명하복에 익숙하다. 그런 순종적인 일본인이 정부에 반항하고 큰 목소리를 내는 게 있다. 바로 음식이다. 특히 쌀과 관련된 경우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 기사가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한 것도 ‘일본의 쌀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음식으로 일본인이 하나 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진단한다. 1980년대 내장탕 붐, 그 후 스낵 같은 닭튀김, 팬케이크같이 전 국민이 즐기는 음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그 대신 현재는 두 부류의 음식으로 나눠져 있단다. 자연지향, 건강지향의 ‘슬로푸드’와 햄버거, 쇠고기덮밥으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다. 그런데 이 기준법에는 일본인의 음식 선호도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함께 녹아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소위 ‘승자’는 야채 중심의 저칼로리 식품을 선호한다. 소득이 낮은 ‘패자’는 건강에 관심을 갖기 힘들어 저가격,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하는 경향이 강하다. 승자는 자기 고장 식재료를 소비하는 신토불이를 강조하지만 패자는 해외의 값싼 음식을 냉동해 들여오게 하는 글로벌리즘을 강조한다. 이런 상황 속에 ‘음식의 정치의식’이 생겨나게 됐다. 저자는 가로축 양 끝에 글로벌리즘과 지역주의를 놓고, 세로축 양 끝에 건강지향과 양(量)중시를 놨다. 건강을 지향하고 지역 음식을 중요히 여기면 ‘음식 좌익’, 양을 중시하고 글로벌한 식품을 즐기면 ‘음식 우익’으로 봤다. 예를 들어 향토식품 유기농식품 슬로푸드 등은 음식 좌익이고, 패스트푸드 편의점음식 냉동식품 등은 음식 우익이다. 이 같은 틀 속에서 책은 음식에 녹아 있는 정치를 이야기한다. △정치와 떨어질 수 없는 음식 △정치의 계절에서 음식의 계절로 △고령자의 미래음식과 공산주의 부엌 등이 챕터 제목이다. ‘음식에 정치가 녹아들어 있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에서 아베 신조 정권의 특정비밀보호법을 반대한 정치 세력이 새로운 야당을 창당하고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도쿄(東京) 도지사가 비리 의혹으로 사임하는 등 정계가 요동치고 있다. 18일 다함께당에서 탈당한 에다 겐지(江田憲司) 의원 등 중·참의원 의원 15명은 도쿄에서 신당 창립총회를 열고 ‘묶음당(結いの黨)’을 창당했다. 묶음당 대표로 선임된 에다 의원은 “자민당을 대신할 집권 능력을 지닌 거대한 세력을 결집해야 한다. 다음 중의원 선거 때까지 야당이 재편되지 않으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당명에 대해 “야당 세력을 규합하는 촉매 정당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묶음당은 특정비밀보호법 반대, 탈(脫)원전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고 있다. 민주당 공산당 사민당 등과 방향이 같다. 하지만 헌법 개정을 놓고 야당이 양분돼 전체 야당을 하나로 묶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 중 일본유신회와 다함께당은 여당인 자민당과 마찬가지로 헌법 개정에 긍정적이다. 묶음당은 강령에 “헌법의 역할을 정당히 평가한다”라고만 밝혀 헌법 개정에 대한 명확한 색깔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노세 도쿄 도지사는 ‘망언 제조기’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유신회 공동대표가 지난해 말 도쿄 도지사에서 물러나면서 후계자로 지목한 인물이다. 그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최대 의료법인인 도쿠슈카이(德洲會)그룹 측으로부터 작년 도지사 선거 직전 5000만 엔(약 5억1000만 원)의 자금을 받은 것에 대해 “도민과 국민에게 깊이 사과드린다. 이제 한 사람의 작가이자 도민으로서 받은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노세 지사는 2007년 도쿄 도 부지사로 발탁되기 전까지는 논픽션 역사물 등을 쓴 작가였다. 이노세 지사는 지난달 22일 자금 수수 사실이 드러난 이후 “선거와 무관한 개인 채무이고 이미 되돌려줬다”고 해명했지만 대가성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잦은 말 바꾸기로 신뢰를 잃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 결정은 미국 금융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돈줄을 조이는 이 결정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완화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신호탄으로 여겨져 왔지만 미국 시장은 이를 반색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5월에 처음으로 출구전략 단행을 시사한 이후 가슴 졸이며 ‘그날’을 저울질해왔던 시장에 불확실성을 제거해줬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150억 달러)보다 적은 100억 달러를 줄이기로 한 ‘온건한 출구전략’도 시장에서 환영받았다. 여기에다 벤 버냉키 의장이 18일 “이번 결정으로 통화긴축으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장은 무엇보다 이번 결정으로 출구전략을 단행해도 버틸 수 있을 만큼 미 경제가 체력을 회복해가고 있다고 받아들였다. 연준도 출구전략의 결정적인 배경이 미 경제 회복세라고 밝혔듯이 각 경제지표도 뒷받침했다. 금융위기 이후 2009년 10월 1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이 올 11월 7%까지 떨어졌다. 11월 미국 신규주택 착공건수는 전월 대비 22.7% 늘어난 109만1000건으로 최근 6년 사이에 가장 많았다. 또 정치권이 재정 감축안을 합의하는 등 출구전략의 걸림돌로 여겨졌던 정치 리스크가 걷히고 있는 점도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됐다. 미국 등 선진국 투자가들은 연준이 출구전략을 시사한 이후 신흥국에서 서서히 달러 투자금을 빼오고 채권 매입을 줄여왔기 때문에 시장에 큰 충격은 없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 손성원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 ‘닥터 둠’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 등 많은 전문가는 양적완화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채권 매입 규모를 연준이 경기 상황에 따라 소폭 줄였다가 다시 늘리는 방식으로 ‘상시적인 양적완화’가 수년간 이어진다는 것이다. 경제지표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아직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 꼽힌다. 버냉키 의장이 이날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한 것도 통화긴축 우려에 따른 경기 재침체 가능성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번 결정으로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이 통화 긴축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일본은 지난해 말 기준 138조 엔(약 1400조 원)이었던 화폐 공급 총량을 내년 말까지 270조 엔으로 늘린다는 사상 최대 금융완화를 올해 4월 발표한 바 있어 출구전략을 앞당길 가능성이 희박하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경제 및 통화정책위원회에 출석해 “ECB에 출구전략은 아주 먼 얘기”라며 “필요하다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경제 침체를 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뉴욕=박현진 witness@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17일 확정한 국가안전보장전략(NSS), 신(新)방위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중기방)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보통국가화’다. 이는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전후의 평화헌법 체제에서 벗어나 보통국가처럼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든다는 의미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 등은 내년 이후에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안별로 진행 속도에 차이는 있지만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향한 큰 흐름만큼은 더욱 확고해졌다. 그 배경으로 거론한 것은 북한의 핵무장과 중국의 위협이다. NSS는 특히 중국에 대한 경계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안전보장 과제로 중국의 대두를 거론하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국제법 질서와 다른 독자적 주장에 근거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해서는 “탄도미사일 개발과 핵무기의 소형화, 탄도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하려는 시도는 지역 안보에 대한 위협을 질적으로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신방위대강은 “북한이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를 실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NSS는 기본이념에서 “국제협조주의에 기초한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걸었다. 이와 함께 국가안전보장의 제1목표로 ‘위협 배제’, 제2목표로 ‘위협 발생 예방과 감소’를 강조했다. 적의 공격이 있을 때만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의 대전환을 예고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각의 결정 후 기자회견에서 “국제협조주의에 기초한 ‘적극적 평화주의’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헌하겠다”고 밝혔다. 10개년 방위계획인 신방위대강에는 자위대의 ‘통합기동방위력’ 구축과 낙도 탈환을 위한 수륙양용부대 창설 등을 밝혔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방위를 염두에 둔 조치다. 북한을 겨냥한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와 관련해서는 일단 “미군과의 역할 분담에 입각해 대처능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3년 만에 개정한 신방위대강에선 보다 직설적으로 전후체제 탈피를 시사했다. 1995년 방위대강 이래 유지된 ‘절도 있는 방위력 정비’ 방침을 아예 삭제했다. 그 대신 ‘실효성 높은 통합적 방위력 정비’를 새로운 목표로 내걸었다. 신방위대강은 육상자위대 정원을 이전보다 5000명 늘어난 15만9000명으로 조정했다.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은 2014∼2018년 방위비 총액을 24조6700억 엔(약 251조7280억 원)으로 책정해 이전 계획(2010∼2014년) 때보다 1조 엔 이상 늘렸다. 새로 도입할 무기로는 전투기 20대, 이지스함 2척 등을 명시했다. 아베 내각은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반발을 의식해 이번에 집단적 자위권 추진 방침을 빼놓았지만 내년 4월경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이 분석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기 위한 헌법 해석 변경에 대해 “내년 이후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보통국가화와 맞물려 동북아시아의 긴장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중국 군사전문 사이트인 첸잔왕(前瞻網)에 따르면 미국 군함과 중국 항공모함이 남중국해에서 대치했을 때 중국은 젠(殲)10 전투기 40대를 남중국해에 긴급 파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같은 날 “일본의 역사 부인과 군사적 확장은 중국과 한국을 포함해 주변국들에 경계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국가안전보장전략(NSS)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최상위 국가 지침.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만들어짐. 군사 해양 우주 사이버 분야의 미래 10년간 지향점 적시.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에서 한국이 러시아보다 더 큰 군사적 위협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980년대부터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 나온 결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속히 악화된 한일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요미우리신문이 미국 갤럽과 공동으로 지난달 18∼24일 미국과 일본 국민 각각 1000여 명에게 조사해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45%(복수 응답)는 ‘한국이 군사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중국(78%) 북한(74%)에 이은 3위로 러시아(40%)보다 높다. 일본 국민이 군사적 위협국으로 한국을 꼽은 비율은 2011년까지 20% 전후였지만 지난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면서 급격히 높아졌다. 올해 1월 조사에선 37%였고 이번 조사에서는 40%대를 돌파했다. 반면 미국 국민이 군사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여기는 국가는 중동(75%) 북한(66%) 중국(62%) 러시아(48%) 순이며 한국도 29%였다. 한국에 대해 ‘신뢰하고 있다’는 대답은 일본에서는 16%인 반면 미국에서는 57%로 대조적이었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일본 72%, 미국 41%로 나타났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가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에도 불구하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장성택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물들의 ‘생존’도 확인되면서 장성택 일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장성택 측근들 생존의 복합 메시지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14일 원로인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장의위원회 명단을 공개했다. 장의위원회는 북한의 주요 인사가 사망할 때 꾸려진다. 그 명단에 포함된 인물과 순서가 북한의 권력 서열을 보여준다. 이번 명단에는 장성택 라인으로 분류돼 향후 거취가 불분명했던 인물이 상당수 포함됐다. 김경희는 여섯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최룡해 정치국 상무위원을 포함한 당정군의 최고위층 인물들 다음 순서이며 정치국 위원 중에서는 가장 앞이다. 백두혈통인 김경희가 남편인 장성택의 처형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도 포함됐다. 문경덕은 장성택이 당 청년사업부장을 맡을 때 청년동맹 간부를 지내 최측근으로 분류돼 왔다. 한국 정보당국이 “(문경덕이) 8일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한 뒤로 근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예의주시해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일부 국내 언론에 망명설이 보도됐던 노두철 내각 부총리도 명단에 있었다. 그 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이영수 당 근로단체부장 등도 신변에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다. 장성택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도 대사 업무를 계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매체들은 13일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재중 항일혁명 투사와 그 가족들의 회고모임에 지 대사가 참석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지 대사의 행적이 보도된 것은 장성택 숙청설이 제기되기 직전인 2일 이후 처음이다. 장성택 측근들의 재등장은 공포정치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김정은이 주민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지도부도 만약 잔인한 리더십을 계속 이어가면 반발만 커지고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김정일 2주기 행사에서도 ‘장성택 라인’을 포용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주기 행사 전례에 비춰 볼 때 김정은과 지도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7일 0시(16일 자정)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돼 있는 김 위원장의 시신에 참배할 가능성이 있다. 당시 16일 오전 11시 평양체육관에서 중앙추모대회도 열었다. 17일에는 리모델링 작업을 완료한 금수산기념궁전의 재개관식을 진행했다. 정부 당국자는 “올해는 별도의 행사가 예정돼 있지 않아 중앙추모대회가 17일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16일 오전 추모식→17일 0시 참배’ 수순이 반복될 수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택 측근들 물밑 조사설 한편 장성택 일파에 대한 숙청이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김정은이 대내외적으로는 정권의 안정성을 과시하면서 물밑에서는 장성택 측근을 비롯한 주요 인사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장의위원 명단에 포함됐거나 공개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 중에서도 추가로 해임되거나 숙청당할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지 대사의 경우에도 공식행사에 참석하고 있지만 이미 주변에 보위부 인사와 경호원들이 달라붙어 삼엄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곧 소환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희가 12일 장성택이 처형되기 직전에 이혼했다는 설도 제기됐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4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혼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로 11일경 이뤄졌고 김경희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15일 “이혼설, 장성택 기관총 처형설 등은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이 조선학교 학생에게 학비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산케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이 조선학교에 대한 지원을 끊고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조선학교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가나가와 현은 내년부터 조선학교를 포함한 외국인 학교 재학생들에게 가정형편에 맞춰 입학금이나 수업료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현 의회 측은 “아이들은 국제정세나 정치 불안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교육 기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인 학교에 지급하는 경상비 보조금은 폐지하기로 했다. 현 내 보조금 지급 대상인 외국인 학교는 조선학교 5개를 포함해 모두 10개다. 가나가와 현은 “북한이 국제적인 적대행위를 반복하는 와중에 (조선학교에 보조금을 주는 것에 대해) 주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다”며 올해와 내년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보류했다. 지난해 도쿄(東京) 도, 오사카(大阪) 부, 미야기(宮城) 현, 지바(千葉) 현 등도 조선학교 지원을 중단하거나 미뤘다. 하지만 조선학교에 대한 북한의 지원이 끊긴 지 오래고 북한의 도발행위도 조선학교 학생들과 상관이 없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군의 위안부를 강제 연행을 기록한 책을 ‘날조’라고 주장했던 사쿠라우치 후미키(櫻內文城) 일본유신회 의원이 법정에서 말을 바꿨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발뺌을 한 것이다. 11일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 도쿄지방법원.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사진) 주오(中央)대 교수가 사쿠라우치 의원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구두변론이 열렸다. 사쿠라우치 의원은 올해 5월 27일 외신기자클럽에서 사회자가 “아시아와 네덜란드 여성들을 위안부로 강제 연행해 ‘성노예’로 만든 사실을 입증한 요시미 교수의 저서 ‘종군위안부’를 참고하라”고 말하자 “그것은 이미 날조라는 것이 여러 증거를 통해 분명히 판명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요시미 교수는 1200만 엔(약 1억2300만 원)의 손해배상과 사죄 광고를 요구하며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 이날 재판은 오후 3시부터 열렸지만 1시간 전부터 긴 줄이 만들어졌다. 방청석이 100석밖에 되지 않아 추첨을 통해 방청권이 배분됐다. 이날 쟁점은 사쿠라우치 의원이 말한 ‘그것’이 무엇을 지칭하는지였다. 사쿠라우치 의원 측 변호사는 “그것은 책이 아니다. 책은 날조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우겼다. 이때 재판장이 이례적으로 변론을 잠시 중단시키고 “아니, 그게 아니고, 원고는 ‘책 내용이 날조다’라는 거잖아요. (원고 측을 보며) 맞지요?”라고 물었다. 원고 측은 “당연합니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쿠라우치 의원은 앞서 “요시미 교수는 ‘위안부는 성노예’라는 정치적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국가와 국민의 명예, 존엄을 손상시킨다”고 주장했다. 그가 속한 일본유신회는 지난달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한 고노담화에 대한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요시미 교수는 재판 후 “원고는 앞으로 책 내용을 두고 날조라고 주장하겠지만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1992년 1월 일본 방위청(현 방위성) 방위연구소 도서관에서 일본군이 위안부 문제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담긴 공문서 6점을 발견해 아사히신문에 제보했다. 그 후 일본 정부는 진상 조사를 벌였고 1993년 8월 고노담화를 발표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에서 유학한다고 질문 안 하는 것까지 일본 학생들과 비슷해지면 안 됩니다.” 6일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마루노우치(丸の內) KOTRA 도쿄무역관 사무실. 청년드림센터의 해외 1호 캠프인 청년드림 도쿄캠프에서 첫 멘토링에 나선 LG전자재팬 경영관리팀 오가와 요시오(小川佳男) 과장이 이렇게 농담을 하자 유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날 오가와 과장은 한국 유학생이 일본에서 취업하는 데 필요한 노하우를 설명하기 위해 나왔다. 이날 참석자 12명은 모두 대학 3, 4학년인 유학생. 멘토링 자리지만 면접을 보듯 정장을 빼입고 참석했다. LG전자재팬을 소개한 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일순 조용해졌다가 오가와 과장의 농담에 분위기가 부드러워졌고 곧이어 고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질의응답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일본 기업에 내는 입사 지원서는 어떻게 쓰는 게 효율적인가. “‘엄격한 아버지, 상냥한 어머니 밑에 장녀로 태어나…’같이 고리타분한 입사 지원서가 의외로 많다. 이건 ‘나를 떨어뜨려 달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채용 담당자가 알고 싶은 것은 당신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고, 우리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건 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점을 중점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일본 기업은 이미 능력을 갖춘 사람과 향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 중 어느 쪽을 선호하나.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아직 미완성이라도 커나갈 수 있는 신입사원을 뽑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현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사원을 뽑을 때가 많다. 딜레마다. LG전자재팬의 경우 신입사원을 뽑아 LG에 필요한 인재로 키우려는 희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인재 육성에 자원을 투입하기 힘들어 경력 채용을 우선하는 게 현실이다.” ―채용할 때 학력, 영어실력, 다양한 경험 중 무엇을 가장 중점적으로 보나. “LG전자재팬은 다양성을 지향한다. 학력만을 중시하진 않는다. 학력 높은 사람을 뽑았더니 업무를 잘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지원자의 ‘비전’이다. 회사의 비전과 일치하는 사람을 뽑고자 한다. 그런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 채용할 때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한다.” ―LG전자재팬은 한국 본사 분위기와 많이 다른가. “하이브리드라고 보면 된다. 100여 명의 직원이 있는데 일본인이 60%, 한국인이 40% 정도다. 본사에서 온 주재원은 10%다. 원칙적으로 일본어를 쓰며 회의도 일본어로 한다. 하지만 본사와 전화할 때는 한국말을 사용한다. 일본인 신입사원들이 가장 놀라는 건 ‘빠르다’는 점과 ‘제안하면 바로 가부 결정이 난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은 아이디어를 내도 그 아이디어를 실행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호세(法政)대 정치학과 4학년인 장수현 씨(여)는 이날 멘토링을 받은 뒤 “일반 기업 설명회를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질문할 기회가 없었는데 청년드림 도쿄캠프에선 비슷한 상황에 있는 유학생들이 모여 조언을 받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히토쓰바시(一橋)대 경영학과 3학년 조성옥 씨(여)도 “일본 내 한국 기업이 어떤 인재를 선호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 초 열릴 2차 멘토링 관련 정보는 KOTRA 인터넷 카페(cafe.naver.com/kotratokyo)와 청년드림센터 홈페이지(yd-dong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16일로 일본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출범한 지 1년이 된다. 아베 내각은 시장에 무제한 돈을 푸는 ‘아베노믹스’로 경기를 부양시키면서 ‘잃어버린 20년’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 덕분에 지지율은 고공 행진했다. 하지만 높은 지지율은 ‘마취제’가 돼 위기에 둔감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아베 주변 인사들이 과거사 망언을 일삼고 최근 자민당이 특정비밀보호법안을 힘으로 밀어붙였다. 내각 지지율이 최근 급격히 떨어져 아베 총리는 집권 1년 만에 ‘롱런 가도’의 시험대에 올랐다. ○ 경제가 끌어올린 ‘내각 지지율’ 아베 내각은 올해 2월 13조1000억 엔(약 133조5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이어 일본은행은 4월 사상 최대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재정과 금융정책으로 돈을 시중에 풀자 엔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졌다. 10일 현재 도쿄외환시장에서 거래된 달러당 엔화 환율은 103엔대. 자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14일(83엔대)에 비해 엔화 가치는 약 23% 떨어졌다. 엔화 약세는 수출 기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덩달아 주가도 뛰었다. ‘경기가 살아난다’는 심리가 퍼져 자민당은 중의원(지난해 12월)과 참의원(올해 7월)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강제동원 증거는 없다”(2월), “침략의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4월) 등 망언을 했지만 지지율은 흔들림이 없었다. 올해 4, 5월경 아베 내각 지지율은 70%를 웃돌았다. 엔화 약세는 당분간 추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의 지난달 말 14개 투자은행의 달러당 엔화 환율 전망치 조사에서 3개월 뒤 103.85엔, 12개월 뒤 110.08엔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가 넘는 높은 국가 부채와 내년 4월 소비세 인상(5%→8%)이라는 잠재 ‘폭탄’도 있지만 일단 국민은 아베노믹스에 합격점을 줬다. ○ 시험대에 오른 ‘장기 집권’ 아베 총리는 집권 초기부터 ‘강한 일본’을 외쳤다. 위기 대응을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를 출범시키고 방위력을 꾸준히 강화했다. 내년부터 5년간 집행할 방위 예산도 2011∼2015년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 책정된 23조4900억 엔보다 1조∼1조5000억 엔가량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6일 국민적 반대가 높았던 특정비밀보호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아베 정권은 위기를 맞는다. 아베 총리는 9일 기자회견에서 비밀보호법안 강행 처리에 대해 구구절절이 해명했다. 그는 “내가 좀 더 시간을 갖고 정중히 설명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도중 목이 타는 듯 물을 마시기도 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아베 내각의 지지도는 이 법을 처리한 뒤 급격히 떨어졌다. NHK방송이 이달 6∼8일 105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50%로 취임 이후 가장 낮았다. 아사히신문 등 다른 언론사의 조사에서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약 10%포인트 급락해 40%대다. 아베 총리가 야당이지만 내심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정당도 후폭풍에 휘말려 홍역을 치르고 있다. ‘다함께당’의 에다 겐지(江田憲司) 전 간사장 등 의원 14명은 9일 탈당계를 냈다. 이들은 특정비밀보호법을 찬성한다는 당론에 반대해 왔다. 산케이신문은 10일 “아베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 허용, 헌법 개정 등 정국 운영에서 영향을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2016년 7월 차기 참의원 선거 때까지 중요한 선거가 없기 때문에 아베 총리는 ‘장수 총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집권 1년 만에 장기 집권에 빨간불이 켜졌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