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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상우(38·사진)가 안중근 의사 일대기를 다룬 영화 ‘지비 지비(擊斃 擊斃)’에 주인공 안 의사 역으로 출연 제의를 받았다. ‘지비 지비’는 ‘붉은 수수밭’ ‘홍등’으로 유명한 중국의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총연출을 맡은 한중 합작 영화다. 권상우의 소속사는 29일 “지난주 정식으로 출연 제의가 왔고 시나리오까지 검토를 마친 상태”라며 “의미 있는 작품이어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내일: 하우스 오브 카드. 스포일러는 사양하겠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 2월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2가 인터넷에 최초로 공개되기 하루 전날 ‘본방 사수’를 예고한 것. 지금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본다고 언급한 드라마는 어림잡아도 10편이 넘는다. ‘오바마는 알고 보면 드라마 덕후(무언가에 푹 빠진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드라마를 언급함으로써 사회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시각과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 ‘하우스 오브 카드’ ‘스캔들’: 정치 섀도 복싱? 오바마 대통령은 올 3월 인기 TV 토크쇼 ‘엘런 쇼’에 출연해 “‘하우스…’와 ‘스캔들’을 즐겨 본다”고 말했다. 두 작품 모두 워싱턴 정가를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냉혹한 곳으로 묘사했다. 지난해 미국 의회의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사상 초유의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겪는 등 의회와 마찰을 빚어온 오바마 대통령의 상황과도 겹친다. 조지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언론담당 보좌관 주디 스미스가 제작에 참여해 현실감을 높였다.○ ‘홈랜드’: 이라크전쟁이 낳은 상처 퍼스트레이디 미셸 여사가 2012년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좋아하는 드라마로 꼽은 작품. 이라크 포로로 잡혀 있던 닉 브로디 중사가 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이라크 테러리스트의 지령을 받는 배신자라는 의심을 산다. 전쟁 포로와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트라우마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동시에 9·11테러 이후 전쟁 포로마저 의심하고 감시해야 하는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2011년 이라크에서 미군을 완전 철수시키며 종전을 선언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의미심장한 드라마인 셈.○ ‘더 와이어’ ‘브레이킹 배드’: 미국 서민의 삶 ‘더 와이어’는 오바마 대통령이 “역대 최고의 드라마”라고 칭찬한 작품이다. 미국 볼티모어의 마약조직과 이들을 수사하는 경찰의 활약상을 다뤘다. 전직 경찰 출입 기자와 살인사건 전담 형사가 각본을 담당해 도시 속 마약 문제의 실태와 마약 거래가 도시 하층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담아냈다. ‘브레이킹 배드’도 오바마의 ‘즐겨찾기’ 목록에 올라 있는 드라마다. 폐암 말기 선언을 받은 화학 교사가 천문학적인 의료비 청구서를 견디다 못해 마약 제조에 나선다는 내용. 평범한 중산층 가장이 건강보험제도 때문에 범죄자로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모던 패밀리’: 미국의 새로운 가족상 대통령 가족이 다같이 보는 드라마로 선택한 작품. 미국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족과 백인 중년 이혼남과 재혼한 콜롬비아 출신 이민자 여성, 아기를 입양해 키우는 게이 부부가 등장한다.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미국의 가족 형태를 보여주는 셈. 오바마 대통령이 “평생의 드라마”로 꼽은 작품은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매시’다. 1972년부터 1983년까지 약 10년 동안 방영된 미국의 ‘국민 드라마’다.○ 드라마 언급은 정치적 전략? 미국 언론은 오바마의 ‘드라마 사랑’이 좀 더 대중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얻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수백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아주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일종의 배려라는 것.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HBO의 ‘왕좌의 게임’을 언급하고 몇 달 뒤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를 언급했다”며 “두 경쟁사의 대표 드라마를 차례대로 애청한다고 함으로써 적절한 ‘취향 안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시청률 5%가 넘으면 치킨 500마리를 사겠습니다.”(정찬우) “그럼 전 치킨 무를 쏘죠.”(김태균) 1994년 데뷔해 20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개그 콤비 컬투의 정찬우(46)와 김태균(42)이 채널A의 새 예능 프로그램 ‘압도적 7’의 진행을 맡는다. 1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둘은 ‘압도적’ 재담을 선보였다. 20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반에 방영되는 ‘압도적 7’은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은 물론이고 도시나 사물, 시대 등 다양한 소재에서 라이벌 둘을 정해 7가지 기준으로 비교 분석하는 토크쇼다. 정찬우와 김태균이 각각 한쪽을 두둔하는 대결 구도로 진행한다. 첫 방송에서는 배우 김희애와 전지현을 부동산, 인맥, 시댁 등의 잣대로 비교한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라이벌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컬투의 라이벌은 없다”며 “처음에는 서로를 라이벌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어 감사한 사이”라고 답했다. 김태균은 정찬우에 대해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서 그런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간다”고 칭찬했다. 정찬우는 김태균에 대해 “연기, 성대모사, 춤, 노래 등 모든 면에서 재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컬투가 단독 진행하는 TV 예능 프로는 처음”이라며 “라디오를 오래 함께 해온 만큼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시청률 5%가 넘으면 치킨 500마리를 사겠습니다."(정찬우) "그럼 전 치킨 무를 쏘죠."(김태균) 1994년 데뷔해 20년 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개그 콤비 컬투의 정찬우(46)와 김태균(42)이 채널A의 새 예능 프로그램 '압도적 7'의 진행을 맡는다. 1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둘은 '압도적' 재담을 선보였다. 20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반 방영되는 '압도적 7'은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은 물론 도시나 사물, 시대 등 다양한 소재에서 라이벌 둘을 정해 7가지 기준으로 비교 분석하는 토크쇼다. 정찬우와 김태균이 각각 한쪽을 두둔하는 대결 구도로 진행한다. 첫 방송에서는 배우 김희애와 전지현을 부동산, 인맥, 시댁 등의 잣대로 비교한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라이벌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컬투의 라이벌은 없다"며 "처음에는 서로를 라이벌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어 감사한 사이"라고 답했다. 김태균은 정찬우에 대해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서 그런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간다"고 칭찬했다. 정찬우는 김태균에 대해 "연기, 성대모사, 춤, 노래 등 모든 면에 재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정찬우는 "이번 주에 세 번째 녹화를 했는데 할수록 재미있고 미처 몰랐던 정보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컬투가 단독 진행하는 TV 예능 프로는 처음"이라며 "라디오를 오래 함께 해온 만큼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요즘 방송가에서는 ‘배우 없으면 예능 프로가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대충 꼽아도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송일국, ‘나는 남자다’의 임원희, MBC ‘일밤-아빠! 어디가?2’의 정웅인 류진, ‘진짜 사나이’의 박건형 천정명, SBS ‘매직아이’의 문소리, 케이블 tvN ‘꽃보다’ 시리즈의 이서진 유연석 손호준 등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해 1, 2회 분량만 잠깐 출연하던 이전과 달리 모두 고정 출연이다. 더구나 이들은 비중 있는 주, 조연급 배우로 신인들이 이름을 알리기 위해 예능에 고정 출연하던 것과는 다르다. 배우들의 예능 진출이 늘어난 이유는 이미지 변신이 쉽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 포맷이 리얼리티 중심으로 바뀌면서 억지로 웃겨야 한다는 부담은 줄고, 인간적인 면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 ‘슈퍼맨…’의 강봉규 PD는 “남성적 이미지가 강한 송일국 씨가 세 쌍둥이를 돌보는 모습에서 의외의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 섭외 배경을 설명했다. 임원희의 소속사 A list 엔터테인먼트 측은 “임원희 씨가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데 예능 프로 출연을 통해 편안하고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또 다른 이유는 시청률. 드라마는 10%대만 넘겨도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 것과 대조적으로 요즘 예능 프로들은 웬만한 미니시리즈보다 시청률이 높다. KBS2 ‘개그콘서트’(15.2%), SBS ‘정글의 법칙’(13.2%), ‘해피선데이’(12.2%) 등이 대표적이다(닐슨코리아 제공·최신 방영분 기준). 배우들의 이미지 변신과 인지도 상승은 광고 촬영과 같은 실익으로도 이어진다. 정웅인-세진 부녀는 ‘아빠! 어디가?2’에 출연하면서 제약회사와 워터파크 광고 모델이 됐다. 배우 류수영은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뒤 라면 광고, ‘아빠! 어디가?1’에 출연했던 이종혁-준수 부자는 학습지 광고를 찍었다. 예능 프로는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다른 활동을 하기에도 큰 지장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이동욱은 현재 SBS ‘룸메이트’와 MBC ‘호텔킹’의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있다. ‘응답하라 1994’에서 칠봉이로 뜬 유연석은 영화 촬영을 마치고 다른 작품에 들어가기 전 tvN ‘꽃보다 청춘’에 출연을 결정했다. 배우의 예능 진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꽃보다 청춘’의 나영석 PD는 “요즘에는 영역을 따지기보다는 좋은 기회인지를 더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남자다’ 이동훈 PD는 “제작진에게도 배우 출연자는 희소성이 있고 주목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며 “배우 역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길 원한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요즘 방송가에서는 '배우 없으면 예능 프로가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대충 꼽아도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송일국, '나는 남자다'의 임원희, MBC '일밤-아빠! 어디가?2'의 정웅인 류진, '진짜 사나이'의 박건형 천정명, SBS '매직아이'의 문소리, 케이블 tvN '꽃보다' 시리즈의 이서진 유연석 정호준 등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해 1, 2회 분량만 잠깐 출연하던 이전과 달리 모두 고정 출연이다. 더구나 이들은 비중 있는 주, 조연급 배우로 신인들이 이름을 알리기 위해 예능에 고정 출연하던 것과는 다르다. 배우들의 예능 진출이 늘어난 이유는 이미지 변신이 쉽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 포맷이 리얼리티 중심으로 바뀌면서 억지로 웃겨야 한다는 부담은 줄고, 인간적인 면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 '슈퍼맨…'의 강봉규 PD는 "남성적 이미지가 강한 송일국 씨가 세 쌍둥이를 돌보는 모습에서 의외의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 섭외 배경을 설명했다. 임원희의 소속사 Alist 엔터테인먼트 측은 "임원희 씨가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데 예능 프로 출연을 통해 편안하고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또 다른 이유는 시청률. 드라마는 10%대만 넘겨도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 것과 대조적으로 요즘 예능 프로들은 웬만한 미니시리즈보다 시청률이 높다. KBS2 '개그콘서트'(15.2%), SBS '정글의 법칙'(13.2%), 해피선데이(12.2%) 등이 대표적이다(닐슨코리아 제공·최신 방영분 기준). 배우들의 이미지 변신과 인지도 상승은 광고 촬영과 같은 실익으로도 이어진다. 정웅인-세진 부녀는 '아빠! 어디가? 2'에 출연하면서 제약회사와 워터파크 광고 모델이 됐다. 배우 류수영은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뒤 라면 광고, '아빠! 어디가? 1'에 출연했던 이종혁-준수 부자는 학습지 광고를 찍었다. 예능 프로는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다른 활동을 하기에도 큰 지장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이동욱은 현재 SBS '룸메이트'와 MBC '호텔킹'의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있다. '응답하라 1994'에서 칠봉이로 뜬 유연석은 영화 촬영을 마치고 다른 작품에 들어가기 전 tvN '꽃보다 청춘'에 출연을 결정했다. 배우의 예능 진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꽃보다 청춘'의 나영석 PD는 "요즘에는 영역을 따지기 보다는 좋은 기회인지를 더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남자다' 이동훈 PD는 "제작진에게도 배우 출연자는 희소성이 있고 주목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며 "배우 역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길 원한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미국 드라마나 한국 드라마를 보며 TV 드라마에는 예쁘고 날씬한 사람들만 나올 수 있는 건지 의아해한 적이 있다면? 영국으로 눈을 돌려볼 것을 권한다. 상상 이상으로 넉넉한 외모의 여자 배우와 미남이라고 부르기 상당히 어려운 남자 배우를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드라마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와 시트콤 ‘미란다’. 올봄 시즌2를 마친 ‘마이…’의 주인공인 10대 소녀 레이는 몸무게가 104kg이다. 드라마는 레이가 폭식과 자해로 정신병원에 4개월 동안 입원했다 퇴원하면서 시작한다. 록 음악을 좋아하고 욕설과 음담패설에 능숙한 레이는 겉으로는 ‘쿨’해 보여도 내면은 약하다. 극단적인 설정이지만 원작자의 실제 10대 시절 일기에 바탕을 두고 있어 실화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누구나 10대 시절 했을 법한 고민이 묻어난다. 퇴원한 뒤에도 레이는 엄마와 늘 말다툼을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적응하지 못할까 봐 불안해한다. 그토록 염원하던 남자친구가 생긴 뒤에도 ‘이렇게 멋진 애가 왜 날 좋아하지’라는 생각에 시달린다. 만약 레이가 좀 더 유쾌하게 성장해 30대가 됐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것이 바로 영국의 인기 시트콤 ‘미란다’의 주인공이다. 미란다의 키는 무려 185cm. 여성스럽고 화려한 옷을 입으면 여장 남자로 오해받고, 우편집배원에게 ‘선생님(Sir)’이라고 불리는 수모를 감내해야 한다. 주인공이자 각본까지 맡은 배우 미란다 하트가 실제 자신이 겪은 일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친구들에게 ‘퀸콩’(‘킹콩’에서 따온 별명)으로 불리며 놀림 받았던 10대 시절을 보냈지만 미란다의 세상은 늘 폭소가 터진다. 수시로 어딘가에 걸려 넘어지고 바지가 벗겨지는 ‘몸 개그’가 난무한다. 두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뚱뚱하든, 키가 크든, 정신병을 앓았든, 성격이 4차원이든 “우리는 누구나 조금씩 행복할 권리가 있고, 누구나 조금 더 웃을 자격이 있다.”(시즌1 마지막 회 레이의 대사)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브리티시 인베이전(영국의 침공)’이 미국을 뒤덮고 있다. ‘브리티시 인베이전’은 1964년 비틀스의 빌보드 차트 정상 등극을 시작으로 영국 출신 록 가수들이 잇달아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을 가리킨다. 21세기 ‘침공’은 주인공이 다르다. 록 가수 대신 영국 출신 남자 배우들이 중심이다. “뼛속까지 영국 배우가 돼야 해. 미국인 배역을 맡더라도 ‘미국인을 연기하는 영국인’이어야 한다고!” 최근 인터넷에서 방영을 시작한 웹시트콤 ‘브리티시 인베이전’에 등장하는 대사다. 주인공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 찰스 김. 오디션에서 연달아 떨어진 그는 “네 연기가 아니라 억양이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는 배역을 따내기 위해 영국 억양을 가르치는 연기 학원에 등록한다. 최근 미국 영화 드라마 등에서 주연은 물론 조연급까지 영국 출신 배우들을 집중 캐스팅하는 경향을 풍자한 것이다. 이 시트콤을 기획한 캐시 렌킹 전 미국 NBC 캐스팅 매니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문지 ‘백스테이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을 연기하기 위해 영국 배우를 캐스팅하는 최근 경향은 절망적일 정도”라며 “미국 배우들이 영국 배우에 비해 아예 경쟁력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미국은 영국 용병들이 지킨다 ‘미국산 슈퍼히어로’들 역시 영국 배우에게 점령당한 지 오래다. 영국 저지 섬이 고향인 헨리 카빌은 ‘맨 오브 스틸’(2013년)에서 차세대 슈퍼맨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4월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주인공 피터 파커 역을 맡은 앤드루 가필드 역시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3세 때 영국으로 이주해 영국 연극 무대에서 배우 경력을 시작했다. ‘베트맨’ 역시 영국 출신의 크리스천 베일이 꿰찬 지 오래다. 미국 SF 영화 ‘스타트렉 다크니스’(2013년)의 캡틴 커크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 ‘어벤져스’(2012년) ‘토르’(2011, 2013년)의 로키 역을 맡은 톰 히들스턴, ‘엑스맨’ 시리즈의 제임스 매커보이, 마이클 패스벤더와 니컬러스 홀트, ‘인셉션’(2010년)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년)에 출연한 톰 하디 등 최근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배우 대부분이 영국 출신이다. 드라마에서도 미국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을 영국인이 연기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워킹데드’에서 전직 보안관보 릭 그라임스 역을 맡은 앤드루 링컨, ‘홈랜드’에서 이라크전쟁영웅 출신의 미국 하원의원 닉 브로디 역을 맡은 데이미언 루이스는 모두 영국인이다. 드라마에서는 감쪽같이 미국 억양으로 연기하지만 에미상 시상식에선 영국 억양으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해리 포터’에서 시작… 연기력으로 인기 견인 해외 언론은 이 같은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출발을 ‘해리 포터’ 시리즈로 꼽는다. 당시 원작 소설의 작가인 조앤 롤링은 조연급까지 영국 배우를 기용하도록 제작진에게 요구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계기로 영국 출신 배우들이 인지도를 쌓고 연기력을 선보일 기회를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주연을 맡으며 미국에서 스타로 뜬 로버트 패틴슨도 해리 포터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처음 이름을 알렸다. 영국 출신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제임스 매커보이는 스코틀랜드 왕립연극음악학교를, 앤드루 가필드는 ‘런던 센트럴 스쿨 오브 스피치 앤드 드라마’를 졸업했다. 영국 배우들은 상당수가 연극 대학을 졸업하고 연극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뒤 TV 드라마나 영화로 진출한다. 주로 개인 코치에게 연기를 배우는 미국 배우들에 비해 안정적이고 풍부한 연기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워킹데드’의 게일 허드 프로듀서는 최근 미국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는 영국 같은 연기 학교의 전통이 없다. 미국 배우 역시 영국 배우와 같은 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사랑과 전쟁’을 폐지한다고? 난 이것 때문에 수신료 내는데….” “아무리 ‘유느님(유재석)’이 오신다지만 난 반댈세.” KBS 장수 프로그램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2’ 폐지설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폐지설이 나온 이유는 유재석이 진행하는 새 예능 프로 ‘나는 남자다’의 방송 시작일이 다음 달 8일 금요일 오후 11시 10분으로 확정됐기 때문. 현재 이 시간대에는 ‘사랑과 전쟁’이 방송되고 있다. KBS는 “‘사랑과 전쟁’을 다른 시간대로 옮길지, 아니면 폐지할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사랑과 전쟁’ 제작진은 예전처럼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KBS의 어정쩡한 해명은 내부 사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9일 길환영 전 사장이 해임된 후 10일 선출된 조대현 사장 후보자가 취임하기까지 한 달 넘게 사장 자리가 비어 있어, 장수 프로그램의 폐지라는 부담스러운 결정을 담당자들이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1999년 방송을 시작한 사랑과 전쟁은 실화를 바탕으로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의 사연을 실감나게 다뤄 ‘불륜 드라마’ ‘제작비 대비 시청률이 높은 효자 상품’이라는 엇갈리는 평가를 받아왔다. 2009년까지 10년간 이어진 뒤 막을 내렸다가 2011년부터 ‘시즌2’가 방송 중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조대현 전 KBS미디어 사장(61·사진)이 신임 KBS 사장 후보로 선정됐다. KBS 이사회는 9일 서류심사를 통해 압축한 후보 6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심사와 투표를 통해 조 전 사장을 신임 사장 후보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표결에서 조 후보자는 재적 이사 11명의 과반수인 6표를 얻었다. 조 후보자는 서울 용산고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KBS 공채 5기 PD로 입사했다. 교양국장과 TV제작본부장을 거쳐 2009년 김인규 사장 시절 부사장을 맡았고 이어 KBS미디어 사장을 지냈다. 2012년 KBS 사장 공모에서 지난달 5일 해임된 길환영 전 사장과 경합한 끝에 떨어진 바 있다. 이사회는 1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조 후보자를 신임 KBS 사장으로 임명제청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면 조 후보자는 내년 11월까지 길 전 사장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국 드라마는 서구 여성들이 보기엔 극히 불편하고 실망스러울 수 있다.” 영어로 운영되는 해외 한류 블로그 ‘K-드라마 리포트’에 최근 올라온 글 ‘한국 드라마 시청을 위한 불편한 안내’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국 드라마(한드)가 아시아권을 넘어 서구에서도 유통되면서 드라마 속 성차별적 요소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구 한류팬들이 지적하는 첫 번째 성차별적 요소는 여성에 대한 신체적 폭력이다. 여성의 손목을 잡아채거나 벽에 밀어붙이는, 드라마에선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모습을 서구인들은 성폭력을 행사하려는 장면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손목 잡기’는 한드에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장면으로 꼽힌다. 해외 드라마 사이트인 ‘드라마 피버’는 ‘손목 잡기’를 △‘가지 마’ △‘잠깐 다른 데 가서 얘기 좀 해’ △‘내가 널 구해줄게’ △‘내 여자 건드리지 마’ 등 9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영문 한류 사이트인 ‘서울비츠’는 “이런 장면에서 남성은 여성을 전혀 존중하지 않으며 오직 야만인처럼 행동해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일부 해외 블로거는 “한국에서 성폭력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드라마가 용인되는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영미 문화평론가는 “한국 드라마에서는 남성이 여성에게 신체적 압력을 가하는 순간의 두려운 감정을 앞으로 뭔가가 벌어질 것 같다는 설렘으로 치환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성차별적 요소는 여성의 애교다. 마땅한 영어 단어가 없어 영문 한류 사이트에서는 우리말 그대로 ‘Aegyo’로 표기된다. 영문 한류 사이트인 ‘비욘드 한류’는 “애교는 걸그룹 뮤직비디오와 드라마 등 각종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과장되고 귀여운 척하는 손동작이나 수줍은 듯한 표정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문화정책센터장은 “한드에서 여성은 순수하고 아이 같으며 남성에게 보호 받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애교 역시 이런 맥락에서 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교는 여성의 ‘인형화’와도 연결된다. 한드의 여자 배역이 마치 인형처럼 비슷한 규격의 날씬한 몸매와 예쁜 얼굴, 여성적인 옷차림을 하며 자기결정권이 없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K-드라마 리포트’는 “드라마 ‘빅’(2012년)에서 교사인 길다란(이민정)은 짧은 스커트를 입고 드라마 홍보 포스터에 등장하고, ‘보스를 지켜라’(2011년)에서 늘 뛰어다녀야 하는 수행비서 노은설(최강희)이 하이힐을 신는다”며 검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 여성도 항상 화장과 옷차림이 화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수연 센터장은 “서구권 시청자들이 한국 특유의 가부장적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성을 어린아이처럼 다루거나 성폭력적 상황을 낭만화하는 경향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국 드라마는 서구 여성들이 보기엔 극히 불편하고 실망스러울 수 있다." 최근 영어로 운영되는 해외 한류 블로그 'K-드라마 리포트'에 최근 올라온 글 '한국 드라마 시청을 위한 불편한 안내'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국 드라마(한드)가 아시아권을 넘어 서구에서도 유통되면서 드라마 속 성차별적인 요소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구 한류팬들이 지적하는 첫 번째 성차별적 요소는 여성에 대한 신체적 폭력이다. 여성의 손목을 잡아채거나 벽에 밀어붙이는, 드라마에선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모습을 서구인들은 성폭력을 행사하려는 장면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손목 잡기'는 한드에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장면으로 꼽힌다. 해외드라마 사이트인 '드라마 피버'는 '손목 잡기'를 △'가지 마' △'잠깐 다른데 가서 얘기 좀 해' △'내가 널 구해줄게' △'내 여자 건드리지 마' 등 9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영문 한류사이트인 '서울비츠'는 "이런 장면에서 남성은 여성을 전혀 존중하지 않으며 오직 야만인처럼 행동해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일부 해외 블로거는 "한국에서 성폭력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이런 드라마가 용인되는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영미 문화평론가는 "한국 드라마에서는 남성이 여성에게 신체적 압력을 가하는 순간의 두려운 감정을 앞으로 뭔가가 벌어질 것 같다는 설렘으로 치환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성차별적 요소는 여성의 애교다. 마땅한 영어 단어가 없어 영문 한류 사이트에서는 우리말 그대로 'Aegyo'로 표기된다. 영문 한류사이트인 '비욘드 한류'는 "애교는 걸그룹 뮤직비디오와 드라마 등 각종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과장되고 귀여운 척 하는 손동작이나 수줍은 듯한 표정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문화정책센터장은 "한드에서 여성은 순수하고 아이 같으며 남성에게 보호 받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애교 역시 이런 맥락에서 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교는 여성의 '인형화'와도 연결된다. 한드의 여자 배역이 마치 인형처럼 비슷한 규격의 날씬한 몸매와 예쁜 얼굴, 여성적인 옷차림을 하며, 자기결정권이 없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K-드라마 리포트'는 "드라마 '빅'(2013년)에서 교사인 길다란(이민정)은 짧은 스커트를 입고 드라마 홍보 포스터에 등장하고, '보스를 지켜라'(2011년)에서 늘 뛰어다녀야 하는 수행비서 노은설(최강희)이 하이힐을 신는다"며 검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 여성도 항상 화려한 화장과 옷차림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수연 센터장은 "서구권 시청자들이 한국 특유의 가부장적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성을 어린 아이처럼 다루거나 성폭력적인 상황을 낭만화하는 경향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궁리는 싱가포르 남자와, 모원웨이는 독일 남자와 결혼했다. 이제 탕웨이마저 한국 남자와 결혼하니 중국에 남은 건 장쯔이뿐이다.”(중국 누리꾼) “어째서 ‘여신’ 탕웨이가 인간 남자와 결혼하는 것인가.”(한국 누리꾼) 2일 중국 배우 탕웨이와 김태용 영화감독의 전격적인 결혼 발표가 한국과 중국을 뒤흔들고 있다. 중국 언론은 “영화 ‘만추’의 사랑이 현실에서 맺어졌지만 상대는 당시 상대역이었던 배우 현빈이 아니다” “결혼은 결정됐지만 아직 결혼식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같은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또 최근 결혼 계획을 밝힌 한국 여배우 채림과 중국 배우 가오쯔치를 언급하며 “또 다른 한중 커플이 탄생했다”고 전했다. 한국 포털사이트에는 결혼 발표 하루가 지난 3일에도 여전히 두 사람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일부 누리꾼은 탕웨이에게 ‘분당댁’이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했다. 탕웨이는 2012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고급 빌라 밀집 지역에 토지를 매입해 화제가 됐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이 나오는 채널A 토크쇼 ‘웰컴 투 시월드’의 한 장면에 탕웨이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까지 등장했다. 여배우와 영화감독이 맺어지는 것은 ‘오래된 전통’이라는 것이 영화계의 촌평이다. 함께 영화를 찍다가 사랑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신상옥 감독은 자신의 작품에 잇달아 출연한 배우 최은희와 1953년 결혼했다. 임권택 감독은 배우 채령의 데뷔작을 연출한 뒤 1979년 결혼했다. 2011년 임 감독의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에 부인이 다시 출연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2006년 결혼한 장준환 감독과 배우 문소리 부부가 있다. 해외에서도 감독과 여배우는 스캔들의 단골 주인공이다. 올해 5월에는 ‘펄프픽션’ ‘킬빌’에서 호흡을 맞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배우 우마 서먼이 염문설에 휩싸였다. 지난해 7월 할리우드 차세대 스타인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영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 출연하며 유부남인 루퍼트 샌더스 감독과 불륜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오랜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팀 버튼 감독과 배우 헬레나 보넘 카터, ‘인디애나 존스’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뒤 1991년 결혼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배우 케이트 캡쇼도 감독과 배우로 만나 사랑을 키웠다.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과 배우 잉그리드 버그먼, 장뤼크 고다르 감독과 배우 아나 카리나는 여배우와 감독 커플의 ‘원조’ 격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여배우와 맺어진 감독들의 작품을 보면 여배우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좋은 연기를 끌어낸 경우가 많다”며 “탕웨이 역시 ‘만추’에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줬는데 그만큼 두 사람이 서로의 영화관, 연기관에 대해 소통하고 공감했기에 결혼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자신들의 6·4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종합편성채널 JTBC가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지상파 방송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는 “많은 비용과 노하우를 투입한 출구조사 결과를 지상파 방송이 밝히기도 전에 JTBC가 먼저 방송한 것은 도용에 해당한다”는 성명서를 3일 발표했다. 협회는 조만간 JTBC에 대해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협회 등에 따르면 JTBC는 조사 결과를 방송 3사와 거의 같은 시간대인 4일 오후 6시 전후에 내보냈다. 특히 지상파 방송이 아직 보도하지 않은 2위 득표율이 JTBC 화면에 먼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JTBC가 출구조사 결과를 사전에 몰래 입수해서 사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지상파 3사의 지적 재산을 도용한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JTBC는 “출구조사 결과의 출처를 밝혀 인용 보도했으며, 해당 자료는 정당한 취재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궁리는 싱가포르 남자와, 모원웨이는 독일 남자와 결혼했다. 이제 탕웨이마저 한국 남자와 결혼하니 중국에 남은 건 장쯔이 뿐이다."(중국 누리꾼) "어째서 '여신' 탕웨이가 인간 남자와 결혼하는 것인가."(한국 누리꾼) 2일 중국 배우 탕웨이와 김태용 영화감독의 전격적인 결혼 발표가 한국과 중국을 뒤흔들고 있다. 중국 언론은 "영화 '만추'의 사랑이 현실에서 맺어졌지만 상대는 당시 상대역이었던 배우 현빈이 아니다" "결혼은 결정됐지만 아직 결혼식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같은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또 최근 결혼 계획을 밝힌 배우 채림과 가오쓰치를 언급하며 "또 다른 한중 커플이 탄생했다"고 전했다. 한국 포털 사이트에는 결혼 발표 하루가 지난 3일에도 두 사람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일부 누리꾼은 탕웨이에게 '분당댁'이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했다. 탕웨이는 2012년 경기 성남 분당구의 고급 빌라 밀집지역에 토지를 매입해 화제가 됐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이 나오는 채널A 토크쇼 '웰컴 투 시월드'의 한 장면에 탕웨이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도 등장했다. 여배우와 영화감독이 맺어지는 것은 '오래된 전통'이라는 것이 영화계의 중론이다. 영화를 찍다가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신상옥 감독은 자신의 작품에 잇달아 출연한 배우 최은희와 1953년 결혼했다. 임권택 감독은 배우 채령의 데뷔작을 연출한 뒤 1979년 그와 결혼했다. 2011년 임 감독의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에 부인이 다시 출연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2006년 결혼한 장준환 감독과 배우 문소리 부부가 있다. 해외에서도 감독과 여배우는 스캔들의 단골 주인공이다. 올해 5월에는 '펄프픽션' '킬빌'에서 호흡을 맞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배우 우마 서먼이 염문설에 휩싸였다. 지난해 7월 헐리우드 차세대 스타인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영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 출연하며 유부남인 루퍼트 샌더스 감독과 불륜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오랜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팀 버튼 감독과 배우 헬레나 본햄카터, '인디애나 존스'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뒤 1991년 결혼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배우 케이트 캡쇼도 감독과 배우로 만나 사랑을 키웠다.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과 배우 잉그리드 버그만, 장 뤽 고다르 감독과 배우 안나 카리나는 여배우와 감독 커플의 '원조' 격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여배우와 맺어진 감독들의 작품을 보면 여배우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좋은 연기를 끌어낸 경우가 많다"며 "탕웨이 역시 '만추'에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줬는데 그만큼 두 사람이 서로의 영화관, 연기관에 대해 소통하고 공감했기에 결혼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이쯤 되면 제작자 본인도 섬뜩할 것 같다. 현실에서 드라마와 너무나 비슷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붙잡혀 있다 지난주 미국으로 돌아온 미군 포로 보 버그달 병장과 시즌 3까지 방영된 미국 드라마 ‘홈랜드’ 얘기다. 둘이 닮아도 너무 닮아 CNN은 ‘홈랜드’의 제작자를 불러 버그달 병장 석방에 대한 생각을 묻는 인터뷰를 했을 정도다. 버그달 병장이 풀려났다는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미국은 논란으로 들끓었다. 그가 탈영병이었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속속 나오더니 심지어 일각에서는 그가 나라를 배신하고 군 관련 정보를 탈레반에게 넘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가족에게 협박이 날아들고 고향에서의 환영행사도 취소되더니 결국 군에서 그의 탈영 여부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버그달 병장 석방을 외교 성과로 홍보하려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뜻을 접어야 했다. 홈랜드의 주인공 닉 브로디 중사(데이미언 루이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라크에서 테러집단의 포로로 잡혀 있던 그는 미군 작전 중 우연히 발견돼 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부통령은 그를 전쟁 영웅으로 홍보해 이용하려 들고, 옛 동료는 닉이 뭔가 기밀을 팔아넘기고 목숨을 건진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그를 가장 크게 의심하는 것은 바로 CIA 요원 캐리 매티슨(클레어 데인스)이다. 매티슨은 닉이 테러리스트 지도자 아부 나지르의 지령을 받는 배신자라고 여기며 감시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닉은 감금과 고문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자신이 죽은 줄로만 알고 살아가다 갑작스레 재회하게 된 가족과도 갈등한다. 버그달 병장이 오랜 감금생활로 영어를 거의 잊어버리고 무기력하고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탈레반이 공개한 영상 속에 등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버그달 병장의 이야기가 홈랜드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드라마에서 닉은 실제로 아부 나지르에게 포섭당한 인물로 그려진다. 시즌1 말미에선 테러를 저지르려다 실패하기도 한다. 실패는 다행히 조용히 무마되고 닉은 전쟁 영웅의 이미지를 활용해 하원의원 자리에 오른다. 드라마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닉은 CIA의 이중간첩이 된다. 버그달 병장 석방 이후 미국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석방이 잘못한 일이라는 의견(43%)이 잘한 일이라는 의견(34%)보다 더 많았다고 한다. 버그달 병장의 석방 대가로 탈레반 죄수를 넘겨준 것과 그가 탈영병이라는 동료들의 증언이 영향을 미친 결과일 것이다. 현실에서든 드라마에서든, 죽은 줄로만 알았던 누군가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것을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모습은 전쟁이 얼마나 오랜 상처를 남기는 일인지를 증명해 준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최후로부터 두 번째 사랑’이라고 하면 뭔가 심각한 분위기의 멜로드라마일 것 같다. 하지만 이 일본 드라마는 의외로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일이 있을까 싶은 40, 50대 중년 남녀가 주인공이다. 제목이 최후로부터 하필 두 번째인 이유는, 이게 죽기 전 내 인생의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괜히 심각하거나 절박해질까 봐서인 듯하다. 2012년 방영 당시 인기를 끌면서 올해 속편을 방영 중이다. 여주인공 치아키(고이즈미 교코)는 성공한 드라마 프로듀서지만 연애는 실패의 연속이다. 결국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도쿄의 화려한 삶을 떠나 가마쿠라의 고택에서 산다. 옆집 남자 와헤이(나카이 기이치)는 시청 공무원으로 아내와 사별한 뒤 홀로 딸을 키우고 있다. 둘의 나이를 합쳐 딱 100세인 치아키와 와헤이는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한다. 속편에서도 둘은 드라마 첫 회부터 신들린 연기 호흡으로 화려한 입씨름을 선보인다. 와헤이 남동생의 결혼 준비를 돕기 위해 결혼식장에서 만난 둘은 말다툼을 하다 직원에게 쫓겨난다. 벚꽃이 가득 핀 길을 걸으며 자조하는 둘의 대화. “우리는 성장하지 않나 봐요.” “이제 우리에게 성장 같은 것은 없지 않을까요.” “둘이 합쳐서 100세인데 말이죠.” 한국 드라마에서 중년의 사랑이라면 흔히 치명적인, 운명적인, 슬픈, 애틋한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굳이 그런 ‘중년스러운 척’을 하지 않는다. 남녀는 치명적인 끌림 대신 우연과 호감이 쌓여 사랑으로 발전하며, 불혹의 나이지만 여전히 사랑 앞에 유치해진다. 치아키와 와헤이는 서로 호감을 느끼면서도 서두르지 않는다. 사랑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시험하면서도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좌충우돌하면서 열린 관계를 유지한다. 드라마 시청자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한국과 일본 모두 드라마 주인공의 나이도 많아지고 있다. 다만 한국 드라마가 중년 여성에게 잘생긴 연하남이 대뜸 들이대는 식의 판타지를 그리는 반면 ‘최후…’는 좀 더 현실적인 중년의 사랑과 고민을 담아낸다. ‘실용성’으로 따지자면 후자가 단연 우위일 것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겉으로만 보면 전혀 다른 드라마다. 미드 ‘왕좌의 게임’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고 KBS 주말드라마 ‘정도전’은 역사를 다룬 드라마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난세를 다뤘다는 점이 그렇다. 왕좌의 게임은 제목 그대로 가상의 대륙 웨스테로스를 지배하는 철의 왕좌를 놓고 일곱 가문이 벌이는 싸움 이야기다. 정도전 역시 고려 말 왕조가 바뀌느냐 마느냐를 놓고 벌어지는 혈투를 다뤘다. 각종 음모와 책략이 난무하고, 피와 땀이 흩뿌려지는 전쟁 장면을 현실감 있게 그려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몇몇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겹친다. 왜소증을 갖고 태어난 라니스터 가문의 아들 티리온 라니스터(피터 딩클리지)는 권모술수에 능하지만 백성들을 폭정에서 구하려고 동분서주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새 왕조 건설을 위해 위악을 서슴지 않는 정도전(조재현)과 닮았다.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평생 놀림을 받으면서도 이를 모두 참아낸 티리온의 인내심 역시 귀양을 다녀온 뒤 수년간 칩거하며 칼을 간 정도전보다 못하지 않다. 위화도 회군으로 왕조 교체의 포문을 연 이성계(유동근)는, 반역으로 쫓겨났다 용을 자식으로 얻어 다시 웨스테로스로 돌아오는 중인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에밀리아 클라크)을 연상시킨다. 특히 노예도시의 노예들을 해방시켜주며 그들의 충성을 얻는다는 점이 덕장으로 칭송받는 이성계와 비슷하다. 왕좌의 게임은 웬만한 영화를 넘어서는 화려한 특수효과에 방대한 스토리로 ‘예산이 부족해서라도 조기 종영할 것’이라는 우려를 씻어내고 시즌4를 방영 중이다. 정도전 역시 수없이 사극에서 다뤄져 지루할 만도 한 시대와 인물을 새롭게 해석해 침체됐던 KBS 사극 장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정도전은 끝까지 세상을 위한 대의를 외치며 체면을 차리려 하지만 왕좌의 게임은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욕망에 충실한 채 자신만의 대의를 향해 달려 나간다는 점이다. 정도전의 대의는 승리를 거둔 듯 보이지만 결국 역사 속에서 최종적으로는 실현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왕좌의 게임 속 철의 왕좌가 누구의 대의에 손을 들어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원작 소설은 총 7부작으로 드라마는 아직 원작의 절반도 다루지 못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올 2월 방영된 아사히TV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가장 직접적으로 다룬 일본 드라마다. 지진 이후의 삶을 담은 2시간짜리 특집극으로 실제 지진 피해 지역에서 촬영해 웬만한 뉴스보다 더 적나라하게 자연재해의 참상을 보여준다. 작가 야마다 다이치는 지역 주민들을 인터뷰해 대본을 썼다. 사이고 료스케(나카이 기이치)의 외동딸 치아키(구로키 메이사)와 하마구치 가쓰미(야나기바 도시로)의 장남 슈이치(와타나베 다이)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다. 두 집안은 내심 결혼에 반대하지만, 상견례 자리에서 둘의 의지를 확인하고 집안의 결합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5일 뒤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이 닥치며 두 집안의 운명은 엇갈린다. 높은 지대에 살던 사이고 집안은 무사했지만 하마구치네는 슈이치와 슈이치의 어머니가 죽고 집까지 잃는다. 사이고 집안은 하마구치 집안을 도우려 하지만 이들에겐 죽은 아들의 약혼녀 집안이 베푸는 호의가 부담스럽다. 구호물자와 따뜻한 격려도 때론 상처가 되는 법. 가족이 죽은 덕분에, 집을 잃은 덕분에 도움을 받으며 감사하다는 말만 계속하는 신세가 됐다는 할아버지의 대사는 생존자들의 솔직한 심정을 대변한다. 드라마 말미, 살아남은 하마구치네는 료스케에게 이끌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옛 집터를 보러 간다. 폐허를 외면하는 할아버지에게 손자가 말한다. “할아버지가 보든 안 보든 돌이킬 수 없잖아요.” 그제야 현실을 마주한 생존자들은 죽은 이들을 위해 꽃다발을 놓으며 처음으로 서로 부둥켜안고 목 놓아 운다. 훈훈하게 드라마가 마무리되는 건가 싶은 찰나 카메라는 눈물을 훔치며 뒤로 물러나 바다를 바라보는 료스케를 앵글에 담는다. 다음 순간, 바다는 별안간 거대한 파도로 요동치는 모습으로 변한다. 드라마는 쓰나미의 환상을 보고 공포에 질린 료스케의 표정을 통해 포옹과 따뜻한 위로가 있어도 그 고통은 여전하며, 결코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끝난다. 일본에서 이 드라마가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다. 자기가 겪은 일을 이야기로 만들어 공개했다는 것은 상처를 웬만큼 극복하고 자신의 상황을 객관화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공통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를 보며 일본 시청자들은 때로 공감하고 때론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 드라마 제목대로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른다. 우리 역시 몇 년 뒤 이런 드라마 한 편을 얻게 될까. 그럴 수 있을 때까지, 드러내 이야기하고 기억해야 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배경은 미국 뉴욕, 여자 4명이 등장한다. 이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섹스 앤드 더 시티’가 떠오른다. 마지막 시즌 방송이 2004년이니 이미 10년이 지난 드라마인데도 여전히 국내 케이블TV에서 재방송을 볼 수 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이후 비슷한 드라마들이 나와 그 아성에 도전했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시즌3까지 방영된 ‘걸스’ 역시 줄거리만 보면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아류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20대 여자 4명이 나오니 30, 40대가 주인공이었던 섹스 앤드 더 시티의 후배 격이다. 실제로도 걸스는 시즌1 첫 회에서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캐리와 사만다 얘기를 하며 ‘선배’를 의식한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마를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빛과 그림자처럼 정반대다. 섹스 앤드 더 시티에 나왔던 화려한 의상과 명품 구두의 향연은 없다. 배경이 맨해튼이 아니라 브루클린인 것부터가 그렇다. 작가 지망생인 주인공 해나(레나 더넘)는 매력적인 캐리와 달리 남자친구에게마저 과체중이라고 놀림 받는 인물. 대학은 나왔지만 전공은 취직에 쓸모가 없고 안정된 직장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딱히 책임감이나 열의도 없으니 직장에선 해고당하기 일쑤다.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당당하지도 않고 그럴 의욕도 없어 보인다. 하긴 매달 월세 걱정을 해야 하는 형편에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이 되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해나는 더이상 용돈을 주지 않겠다는 부모에게 왜 경제적으로 지원해주지 않느냐며 지질하게 굴고, 친구들끼리도 서로 도움을 주기는커녕 내 삶이 더 힘들다며 싸우기 일쑤다. 겨우 진지하게 사귀기 시작한 남자친구에게 해나가 “나는 세상에서 제일 겁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연약하고 이기적인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집약한다. 걸스는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세계는 실재하지 않거나 혹은 진흙탕에서 뒹굴어도 겨우 도달할까 말까 한 판타지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또 어설픈 위로를 하거나 너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느냐며 과시하는 대신 세상이 원래 그리 관대하지 않다고 일침을 놓는다. 이상하게도 걸스의 우울한 뉴욕 풍경과 해나와 그 친구들이 일보 전진에 이보 후퇴를 거듭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웃음이 나곤 한다. 아마도 세상이 나한테만 잔인한 건 아닌가 보다 하는 안도감 때문 아닐까.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