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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명 싱어송라이터 앤마리(28·사진)가 출연 예정이던 페스티벌 무대가 취소되자 무료로 깜짝 ‘게릴라 콘서트’를 열었다. 26일 방한해 경기에 참가하기로 했지만 벤치만 지켜 논란이 된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와 비교되며 누리꾼의 칭송이 잇따랐다. 앤마리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야외 공연장에서 28일 열린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사를 주최한 공연기획사 페이크버진은 “우천으로 인해 대니얼 시저와 앤마리의 공연은 뮤지션의 요청으로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앤마리는 즉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가 공연을 취소한 게 아니다. 주최 측이 ‘무대에 오르려면 사망 사고 발생 시 책임지겠다’는 각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했다”며 이날 오후 11시 반 해당 호텔의 지하 ‘루빅라운지’에서 무료 공연을 열겠다고 밝혔다. 앤마리는 페스티벌 취소로 발길을 돌린 팬들을 위해 SNS로 공연을 실시간 무료 중계했다. 이날 모인 600여 명의 팬들은 “미안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인 그를 위해 ‘떼창’을 하거나 종이비행기를 날리기도 했다. 호텔 측은 “공연을 꼭 하고 싶다”는 앤마리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무료로 장소를 제공했다고 한다. 앤마리가 페이크버진의 공지를 반박하기에 앞서 27일 이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던 미국 싱어송라이터 허(H.E.R.)의 공연도 취소되면서 주최 측의 미숙한 행사 진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페이크버진은 SNS를 통해 “프로덕션업체의 안전점검 뒤 진행하려 했지만 시저와 앤마리 측에서 ‘안전 이유’로 진행이 불가능하단 결정을 내려 공연을 취소한 것”이라며 “각서를 요구했다는 주장도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또 공연 취소로 피해를 본 관객들에게 일부 환불도 약속했다. 게릴라 공연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발 빠른 대처”라며 환호했다. 특히 ‘먹튀’ 논란으로 ‘날강두(호날두+강도)’라는 별명이 붙은 호날두와 비교하는 글이 많았다. 서형욱 스포츠 해설가는 SNS에 “호날두의 반대말은 앤마리다”라고 올렸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엄마는 행복해?” 27일 채널A 드라마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오세연·금토 오후 11시)’에서 딸 아진(신수연)이 수아(예지원)에게 했던 말이다. 전업주부 이명선 씨(45)는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릴 수 있는 대사였지만 중년이 된 여성으로서, 엄마로서의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 드라마를 보며 여성으로서 주체적인 삶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느낀다”고 했다. 16부작인 ‘오세연’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드라마 속 대사들을 곱씹어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불륜을 소재로 다뤘지만 일상 속 공감을 주는 메시지가 많기 때문이다. 6회까지 1%(닐슨코리아) 초반이었던 시청률도 26일 7회에 1.8%로 상승하며 시청자의 외연도 차츰 넓어지고 있다. “남편에게 대단한 것을 바라진 않습니다. 그저 ‘많이 아팠겠다’ 한마디면 됐을 텐데, ‘많이 힘들었겠다’ 한마디면 충분했을 텐데 자꾸만 마음 한구석이 무너집니다.” 지은(박하선)의 내레이션에 결혼한 많은 여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목에 깁스를 하고 누워 있는 지은에게 남편 창국(정상훈)은 “밥 먹자. 배고파”라고 할 뿐이다. 아내보다는 사랑이, 믿음이라는 앵무새에 푹 빠진 창국은 “제발 (앵무새의)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는 지은의 울부짖음에도 계속 “사랑 엄마”라고 말해 상처를 준다. 당연히 부부 관계도 소홀하다. “언젠가부터 서로에게 고장 난 시계가 된 것 같다. 하루에 한 번도 맞지 않는 느낌이다”라던 지은은 남편과 다른 섬세함을 지닌 대안학교 생물교사 정우(이상엽)에게 ‘메꽃’의 꽃말처럼, 서서히 깊숙이 스며들게 된다. “너넨 행복해? 근데 죽을 때까지 새장에서 살아야 하는 건 아니? 그래도 명색이 새라면 하늘을 날아다녀야 하는 거 아닌가?” 자신의 처지를 대입해 앵무새를 바라보는 지은처럼, ‘오세연’은 인정받지 못하고 억압된 여성들의 성장 이야기다. 고교 시절 촉망받는 발레리나였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나자 꿈을 접고 부유한 출판사 대표 영재(최병모)의 아내가 된 수아도 그렇다. 영재는 “하여튼, 우리나라 아줌마들”, “집구석에서 살림만 하는 여자가 책을 봐서 뭐 해” 같은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가부장적인 남성의 전형이다. 수아가 잊고 살았던 발레리나의 꿈을 떠올리며 화가 하윤(조동혁)에게 빠져들자 포털 사이트 실시간 채팅창에는 “불륜은 지탄받아야 하지만 남편들 꼴 좀 봐라” 등 시청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남편들이란, 로또 같을까. 한 번도 안 맞잖아. 일생에 한 번도.”(수아) 이처럼 ‘오세연’에는 현실적인 부부 관계의 민낯을 드러내는 대사들이 많다. 영재는 하윤에게 책에 실을 그림을 그려 달라고 요청하면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하윤은 수아를 암시하며 “당신에게 아무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전부인 것”이라고 답한다. 중년 남성에게 아내란 존재는 이런 의미일까. 지은은 부부를 “마음은 한없이 멀고, 몸은 이렇게 가까운 관계”라고 여긴다. “내 이야기 같다”, “건전하지 않아도 공감은 된다” 등 웃픈(?) 반응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연출을 맡은 김정민 감독은 “부부들이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돌아볼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불륜 자체보다 삶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특히 여성 시청자에게는 특별한 이야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다른 거 바라는 건 없고요…. 강다니엘!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25일 오후 5시 서울 광진구의 공연장 ‘예스24라이브홀’ 앞. 서예진 양(18)의 외침에 동료 강다니엘 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연장 외벽에 걸린 초대형 포스터 사진 속 강다니엘의 얼굴이 이들을 말없이 굽어보고 있었다.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 말은 최근 아이돌 팬덤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금언이다. 팬과 아이돌 사이에 가요기획사가 있다. 아이돌과 전속 계약을 맺고 대개는 그들을 키워낸 회사다. 팬과 기획사. 둘 사이에 줄다리기가 치열하다. 때로 고성이 오간다. 정작 역학구도의 중심에 있는 아이돌 멤버들은 대개 고고한 백조처럼 말을 아끼며 활동에 정진하는 것처럼 보인다. 맹목적 추종의 시대는 갔다. 발언하고 행동하는 팬덤, 거대 연예기획사의 줄을 당기는 이들의 변화상을 들여다봤다.○ 전우 같은 팬덤… 함께 말하고 함께 싸운다 서로를 전우처럼 느꼈다. 반년 가까운 강다니엘의 공백기에 팬들은 각개전투식 활동을 벌였다고 했다. 그룹 ‘워너원’에서 솔로로 전향한 뒤 공식 팬클럽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트위터, 포털사이트 카페, 소속사 팬 페이지로 소통했다. 특히 트위터에 ‘강다니엘 음원총공팀’ ‘강다니엘 이벤트팀’ 등 계정을 만들어 팬들의 단체 행동을 독려하는 게시글을 꾸준히 올렸다. 일부 팬들은 그의 “선한 이미지”를 위해 컴백에 맞춰 121만725원(12월 10일 강다니엘 생일과 7월 25일 컴백일을 조합한 숫자)을 모아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전달하기도 했다. 팬들에게는 불안과 기대가 혼재했다. 가요기획사 때문이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김모 양(19)은 “소속사 분쟁 등 안 좋은 일이 있었던 만큼 팬들이 소속사의 향후 계획이나 활동 방향에 민감해한다. 그래도 강다니엘이 대표로 있는 회사다 보니 믿고 맡겨 보자는 의견도 많다”고 했다. 김모 씨(23·여)는 “첫 솔로 활동이고 신생 소속사라서 팬들의 지원이 중요하다. 국내 팬과 만남만 자주 가진다면 기꺼이 굿즈(관련 상품) 충성 고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팬과 만남만 자주 가진다면.’ 김 씨의 말은 세계로 무대를 넓힌 케이팝 시장 상황에서 팬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잘 담고 있다. 연습생을 발굴하고 그룹을 만들어준 소속사에 느끼는 팬들의 감정은 미묘하다. 애증이다. 불만이 터져 나오는 시점 역시 미묘하다. 성공 가도를 탈 때, 즉 한국 시장에 주력하던 데뷔 초기를 지나 팬덤이 전 세계로 확장되는 시기다. 그룹의 해외 공연과 팬 미팅이 잦아지고 ‘본진’을 비우는 날이 많아질 무렵. 이름처럼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팬덤, ‘아미’도 예외가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15일 “앞으로 팬클럽 모집 형태를 상시 모집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빅히트는 “매년 일정 기간에만 가입할 수 있었던 기수제 방식에서 벗어나 언제든 팬클럽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상시 회원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고 공지했다. 특정 기간에만 가입할 수 있었던 팬클럽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이로써 기수제 팬클럽 모집은 지난해 4월 ‘아미 5기’를 끝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달 출시한 팬 소통 애플리케이션 ‘위버스’, 상품 판매 앱 ‘위플리’에 가입한 팬들에 한해 3만3000원의 가입비를 내면 누구나 언제든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팬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글로벌 아미에 속하면 콘서트 예매 기회나 팬 전용 상품 구매 가능 혜택을 누린다. 기존 아미에 가입한 일부 팬들은 반발했다. 그간 피, 땀, 눈물을 흘려온 국내 원조 팬들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 글로벌 팬클럽이 시행되면 한국 공연 예매도 해외 팬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이것이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일부 팬들은 ‘팬 기만 빅히트, 상시모집 폐지하고 한국 팬 차별을 중지하라’는 성명문을 내고 “일본이나 미국 등 한국보다 콘서트 개최 횟수가 많은 국가와 비교해 한국 아미들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8월부터 4월까지 진행한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기간 동안 한국에선 2번, 일본에선 9번의 콘서트가 개최됐다. 때로 국제 정세 긴장은 정부와 정부가 아닌, 팬덤과 팬덤 사이에도 발생한다. 서울의 아이돌 공연장에서 중화권 팬들의 무질서가 언쟁으로 불거진 일도 있다. 일본 팬덤과의 반목도 오래된 이야기다. 최근에는 일본 불매운동 등 한일 정세 악화까지 겹치면서 일촉즉발의 기세다. 아미 일각에서는 글로벌 팬클럽과 별개로 일본만 독자적 팬클럽이 운영되는 것에 대해 “특별대우”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모 씨(25·여)는 “BTS는 매번 발표하는 앨범마다 일본어 버전을 만들어 공연을 했다. 공연 횟수나 빅히트의 친일본적 행태를 보고 팬들 사이에선 ‘한국어를 쓰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에서만 열리는 방탄소년단 악수회에 참가하기 위해 친지의 일본 주소로 일본 아미에 가입하는 한국 팬들도 상당수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들이 노래를 일본어로 따로 녹음해 발표하는 것은 보아, 카라 등 그간 일본 시장을 공략한 한국 가수들의 성공 사례를 따라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공연이나 이벤트를 일본에서 특히 자주 여는 것은 친밀도를 중시하고 관련 상품 구매에 더욱 적극적인 일본 특유의 팬 문화를 감안한 활동”이라고 귀띔했다.○ 빈발하는 해시태그 전쟁… SNS도 발언권 확장에 한몫 빅히트가 공지에 넣은 ‘여러분 한 분 한 분 모든 행동은 방탄소년단의 이미지와 추후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마저 반발을 샀다. 일부 팬은 ‘알계’(익명 계정)를 만들어 ‘#팬클럽_운영방식_피드백해’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원조 아미들’의 반발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유별난 충성심에서 나온다. 공식 팬클럽은 아니지만 아미의 필수 코스인 포털사이트 팬 카페 회원 가입 절차만 해도 문턱이 높았다. ‘아파트(AFAT·Army Fancafe Admission Test)’라 불리는 가입 시험은 ‘아미 고시’로까지 불린다. 그룹의 활동상 전반을 달달 욀 정도가 아니면 통과가 힘들다. 그렇게 한솥밥을 먹은 유대감은 진입 문턱만큼이나 높다. 공식 소통 앱이 생기니 팬 카페의 역할이 사라진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팬들도 많다. 3년 차 팬인 한모 씨(24·여)는 “재수하면서까지 힘들게 ‘아미 고시’를 통과해 일원이 됐는데 갑자기 그 메리트가 없어졌다. 문제를 풀기 위해 열심히 찾고 뒤적이던 추억을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다. 진입장벽이 낮고 질서가 없으면 쉽게 분열되는 팬클럽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상당수 팬은 기수제 폐지를 반기기도 한다. 직장인 이선민 씨(26·여)는 “1년에 한 번 팬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는 기존 방식은 팬층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야 하는 아이돌 그룹 특성에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년 차 팬인 김모 씨(24·여)도 “조금이라도 BTS에 대해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팬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오죽하면 아미들에게 ‘카르텔’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느냐”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2일 엑소의 일본 공연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이날 발표한 투어 장소에 12월 미야기현의 공연장이 포함된 게 발단이다. 엑소엘(엑소 팬) 일부는 이곳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지역과 가까우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멤버들을 진정 아낀다면 보내지 말라’고 반발했다. 트위터에는 ‘#SM_엑소_미야기콘_취소해’ 해시태그 달기 운동이 번졌다. 여기 동참한 한 팬은 “멤버들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일정을 강행하는 것은 아이돌 그룹을 소속사의 전유물로 보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미야기현 공연을 환영하는 일본 팬과 반대하는 한국 팬이 트위터에서 다투는 일도 빈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을, 아미와 비슷하게 일본 팬덤이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여기는 한국 팬덤의 ‘한’이 쌓이고 쌓여 이번 이슈와 함께 터진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아이돌 그룹 데뷔를 위해 팬들이 소속사를 압박하는 일도 생긴다. 19일 종영한 엠넷 ‘프로듀스X101’의 투표 조작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팬들은 그룹 ‘엑스원’에 참여하지 못한 9명의 차상위 연습생을 데뷔시키기 위해 분투한다. 가상의 그룹명 ‘바이나인(BY9·Be Your 9)’과 로고까지 직접 제작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연습생 소속사에 e메일을 보내 “그룹 결성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프로듀스…’ 투표 조작 의혹 진상규명위원회에 참여한 강연지 씨(22·여)는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받았기에 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건 당연하다. 촬영 기간 동안 집중 트레이닝으로 실력과 감을 쌓은 만큼 빨리 무대 위에 올려야 한다”고 했다. 소속사에 대한 불신과 실망은 종종 ‘탈덕(팬 활동을 그만둠)’으로까지 이어진다. ‘번개장터’ 온라인 사이트엔 ‘탈덕’하려는 팬들의 중고 거래가 활발하다. 2016년부터 세븐틴 팬클럽 ‘캐럿(CARAT)’에서 활동했던 이모 씨(21)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앨범, 포카(포토카드), 멤버 포스터 등 30만 원 상당의 물품을 판매했다. 그는 “언제부턴가 기획사 ‘플레디스’가 해외 시장을 우선시하게 됐다. 다음 달 컴백하자마자 한국 콘서트 3일을 제외하고 월드투어에 나서는데 일본에선 공연도 10번이나 한다. 멤버들이 미운 게 아니라 소속사가 팬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것 같아 ‘탈덕’을 결심했다”고 했다. 팬들의 적극적 행동과 발언은 업계에 긍정적인 신호로 비친다. 근년에 젠더 이슈가 불거진 데 즈음해 팬덤의 비판의식도 높아졌다.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케이팝의 이전 세대에서는 팬클럽이 수동적이었다”면서 “당시엔 기획사가 지침을 하달하거나 공식 팬클럽과 지역 팬클럽이 위계 구조로 움직이기도 했다. 기획사가 팬의 의견을 묵살하기도 일쑤였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분위기는 판이해졌다. 미묘 편집장은 “10대 위주이던 케이팝 팬덤의 연령대가 다양화되고 SNS라는 발언 창구가 발달하면서 팬덤에서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분위기가 폭증했다”고 했다. 아이돌과 그 기획사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에서 적극적 발언과 참여로 팬덤의 행동 양태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신규진 newjin@donga.com·임희윤 기자}

“다른 거 바라는 건 없고요…. 강다니엘! 너 하고 싶은 거 다해!!” 25일 오후 5시 서울 광진구의 공연장 ‘예스24라이브홀’ 앞. 서예진 양(18)의 외침에 동료 강다니엘 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연장 외벽에 걸린 초대형 포스터 사진 속 강다니엘의 얼굴이 이들을 말없이 굽어보고 있었다. ‘너 하고 싶은 거 다해.’ 이 말은 최근 아이돌 팬덤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금언이다. 팬과 아이돌 사이에 가요기획사가 있다. 아이돌과 전속 계약을 맺고 대개는 그들을 키워낸 회사다. 팬과 기획사. 둘 사이에 줄다리기가 치열하다. 때로 고성이 오간다. 정작 역학구도의 중심에 있는 아이돌 멤버들은 대개 고고한 백조처럼 말을 아끼며 활동에 정진하는 것처럼 보인다. 맹목적 추종의 시대는 갔다. 발언하고 행동하는 팬덤, 거대 연예기획사의 줄을 당기는 이들의 변화상을 들여다봤다.●전우 같은 팬덤… 함께 말하고 함께 싸운다 서로를 전우처럼 느꼈다. 반 년 가까운 강다니엘의 공백기에 팬들은 각개전투식 활동을 벌였다고 했다. 그룹 ‘워너원’에서 솔로로 전향한 뒤 공식 팬클럽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트위터, 포털사이트 카페, 소속사 팬 페이지로 소통했다. 특히 트위터에 ‘강다니엘 음원총공팀’ ‘강다니엘 이벤트팀’ 등 계정을 만들어 팬들의 단체 행동을 독려하는 게시글을 꾸준히 올렸다. 일부 팬들은 그의 “선한 이미지”를 위해 컴백에 맞춰 121만725원(12월 10일 강다니엘 생일과 7월 25일 컴백일을 조합한 숫자)을 모아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전달하기도 했다. 팬들에게는 불안과 기대가 혼재했다. 가요기획사 때문이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김모 양(19)은 “소속사 분쟁 등 안 좋은 일이 있었던 만큼 팬들이 소속사의 향후 계획이나 활동 방향에 민감해한다. 그래도 강다니엘이 대표로 있는 회사다보니 믿고 맡겨보자는 의견도 많다”고 했다. 김모 씨(23·여)는 “첫 솔로 활동이고 신생 소속사라서 팬들의 지원이 중요하다. 국내 팬과 만남만 자주 가진다면 기꺼이 굿즈(관련상품) 충성 고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팬과 만남만 자주 가진다면’. 김 씨의 말은 세계로 무대를 넓힌 케이팝 시장 상황에서 팬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잘 담고 있다. 연습생을 발굴하고 그룹을 만들어준 소속사에 느끼는 팬들의 감정은 미묘하다. 애증이다. 불만이 터져 나오는 시점 역시 미묘하다. 성공가도를 탈 때, 즉 한국 시장에 주력하던 데뷔 초기를 지나 팬덤이 전 세계로 확장되는 시기다. 그룹의 해외 공연과 팬 미팅이 잦아지고 ‘본진’을 비우는 날이 많아질 무렵. 이름처럼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팬덤, ‘아미’도 예외가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15일 “앞으로 팬클럽 모집 형태를 상시 모집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빅히트는 “매년 일정 기간에만 가입할 수 있었던 기수제 방식에서 벗어나 언제든 팬클럽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상시 회원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고 공지했다. 특정 기간에만 가입할 수 있었던 팬클럽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이로써 기수제 팬클럽 모집은 지난해 4월 ‘아미 5기’를 끝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달 출시한 팬 소통 애플리케이션 ‘위버스’, 상품 판매 앱 ‘위플리’에 가입한 팬들에 한해 3만3000원의 가입비를 내면 누구나 언제든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팬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글로벌 아미에 속하면 콘서트 예매 기회나 팬 전용 상품 구매 가능 혜택을 누린다. 기존 아미에 가입한 일부 팬들은 반발했다. 그간 피, 땀, 눈물을 흘려온 국내 원조 팬들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 글로벌 팬클럽이 시행되면 한국 공연 예매도 해외 팬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이것이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일부 팬들은 ‘팬기만 빅히트, 상시모집 폐지하고 한국 팬 차별을 중지하라’라는 성명문을 내고 “일본이나 미국 등 한국보다 콘서트 개최 횟수가 많은 국가와 비교해 한국 아미들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8월부터 4월까지 진행한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기간 동안 한국에선 2번, 일본에선 9번의 콘서트가 개최됐다. 때로 국제 정세 긴장은 정부와 정부가 아닌, 팬덤과 팬덤 사이에도 발생한다. 서울의 아이돌 공연장에서 중화권 팬들의 무질서가 언쟁으로 불거진 일도 있다. 일본 팬덤과의 반목도 오래된 이야기다. 최근에는 일본 불매운동 등 한일 정세 악화까지 겹치면서 일촉즉발의 기세다. 아미 일각에서는 글로벌 팬클럽과 별개로 일본만 독자적 팬클럽이 운영되는 것에 대해 “특별대우”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모 씨(25·여)는 “BTS는 매번 발표하는 앨범마다 일본어 버전을 만들어 공연을 했다. 공연 횟수나 빅히트의 친일본적 행태를 보고 팬들 사이에선 ‘한국어를 쓰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에서만 열리는 방탄소년단 악수회에 참가하기 위해 친지의 일본 주소로 일본 아미에 가입하는 한국 팬들도 상당수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들이 노래를 일본어로 따로 녹음해 발표하는 것은 보아, 카라 등 그간 일본 시장을 공략한 한국 가수들의 성공 사례를 따라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공연이나 이벤트를 일본에서 특히 자주 여는 것은 친밀도를 중시하고 관련 상품 구매에 더욱 적극적인 일본 특유의 팬 문화를 감안한 활동”이라고 귀띔했다.●빈발하는 해시태그 전쟁… SNS도 발언권 확장에 한몫 빅히트가 공지에 넣은 ‘여러분 한 분 한 분 모든 행동은 방탄소년단의 이미지와 추후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는 문구마저 반발을 샀다. 일부 팬은 ‘알계’(익명 계정)를 만들어 ‘#팬클럽_운영방식_피드백해’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원조 아미들’의 반발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유별난 충성심에서 나온다. 공식 팬클럽은 아니지만 아미의 필수 코스인 포털사이트 팬 카페 회원 가입 절차만 해도 문턱이 높았다. ‘아파트(AFAT·Army Fancafe Admission Test)라 불리는 가입 시험은 ’아미 고시‘로까지 불린다. 그룹의 활동상 전반을 달달 욀 정도가 아니면 통과가 힘들다. 그렇게 한솥밥을 먹은 유대감은 진입 문턱만큼이나 높다. 공식 소통 앱이 생기니 팬 카페의 역할이 사라진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팬들도 많다. 3년차 팬인 한모 씨(24·여)는 “재수하면서까지 힘들게 ’아미 고시‘를 통과해 일원이 됐는데 갑자기 그 메리트가 없어졌다. 문제를 풀기 위해 열심히 찾고 뒤적이던 추억을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다. 진입장벽이 낮고 질서가 없으면 쉽게 분열되는 팬클럽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상당수 팬은 기수제 폐지를 반기기도 한다. 직장인 이선민 씨(26·여)는 “1년에 한 번 팬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는 기존 방식은 팬 층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야 하는 아이돌 그룹 특성에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년차 팬인 김모 씨(24·여)도 “조금이라도 BTS에 대해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팬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오죽하면 아미들에게 ’카르텔‘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느냐”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2일 엑소의 일본 공연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이날 발표한 투어 장소에 12월 미야기 현의 공연장이 포함된 게 발단이다. 엑소엘(엑소 팬) 일부는 이곳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지역과 가까우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멤버들을 진정 아낀다면 보내지 말라‘고 반발했다. 트위터에는 ’#SM_엑소_미야기콘_취소해‘ 해시태그 달기 운동이 번졌다. 여기 동참한 한 팬은 “멤버들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일정을 강행하는 것은 아이돌 그룹을 소속사의 전유물로 보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미야기 현 공연을 환영하는 일본 팬과 반대하는 한국 팬이 트위터에서 다투는 일도 빈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을, 아미와 비슷하게 일본 팬덤이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여기는 한국 팬덤의 ’한‘이 쌓이고 쌓여 이번 이슈와 함께 터진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아이돌 그룹 데뷔를 위해 팬들이 소속사를 압박하는 일도 생긴다. 19일 종영한 엠넷 ’프로듀스X101‘의 투표 조작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팬들은 그룹 ’엑스원‘에 참여하지 못한 9명의 차상위 연습생을 데뷔시키기 위해 분투한다. 가상의 그룹명 ’바이나인(Be Your 9)‘과 로고까지 직접 제작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연습생 소속사에 e메일을 보내 “그룹 결성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프로듀스…‘ 투표 조작 의혹 진상규명위원회에 참여한 강연지 씨(22·여)는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받았기에 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건 당연하다. 촬영 기간 동안 집중 트레이닝으로 실력과 감을 쌓은 만큼 빨리 무대 위에 올려야 한다”고 했다. 소속사에 대한 불신과 실망은 종종 ’탈덕(팬 활동을 그만둠)‘으로까지 이어진다. ’번개장터‘ 온라인 사이트엔 ’탈덕‘하려는 팬들의 중고 거래가 활발하다. 2016년부터 세븐틴 팬클럽 ’캐럿(CARAT)‘에서 활동했던 이모 씨(21)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앨범, 포카(포토카드), 멤버 포스터 등 30만 원 상당의 물품을 판매했다. 그는 “언제부턴가 기획사 ’플레디스‘가 해외 시장을 우선하게 됐다. 다음달 컴백하자마자 한국 콘서트 3일을 제외하고 월드투어에 나서는데 일본에선 공연도 10번이나 한다. 멤버들이 미운 게 아니라 소속사가 팬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것 같아 ’탈덕‘을 결심했다”고 했다. 팬들의 적극적 행동과 발언은 업계에 긍정적인 신호로 비친다. 근년에 젠더 이슈가 불거진 데 즈음해 팬덤의 비판의식도 높아졌다.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케이팝의 이전 세대에서는 팬클럽이 수동적이었다”면서 “당시엔 기획사가 지침을 하달하거나 공식 팬클럽과 지역 팬클럽이 위계 구조로 움직이기도 했다. 기획사가 팬의 의견을 묵살하기도 일쑤였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분위기는 판이해졌다. 미묘 편집장은 “10대 위주이던 케이팝 팬덤의 연령대가 다양화하고 SNS라는 발언 창구가 발달하면서 팬덤에서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분위기가 폭증했다”고 했다. 아이돌과 그 기획사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에서 적극적 발언과 참여로 팬덤의 행동 양태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임희윤기자 imi@donga.com}

“영상을 안 내리면 찾아가겠다고 협박하는데 정말 무섭더라고요.”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과정을 유튜브에 올린 한 청년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당초 ‘별일 없을 것’이라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돈을 빌리기 위해 상담까지만 하고 실제 빌리진 않았지만 며칠간 협박 전화에 시달려 외출도 못 했다고 한다. 그는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일을 벌였을까. 뻔한 답일 수 있지만,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조금만 뒤져봐도, 누리꾼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취재 대행’ 콘텐츠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른바 신종 ‘온라인 흥신소’인 셈이다. 방송 뉴스 못지않은 완성도로 인기가 높다.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호스트바 면접 체험기는 조회수만 195만 회에 이른다. 몰래카메라에 담긴 호스트바 종사자는 ‘선수’ 등 전문 용어를 써가며 “시간당 3만5000원” “2차는 무조건 가야 한다” 등 생생한 업계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우성급’이 아닌 이상 돈도 못 벌어요”라는 유튜버 말엔 뉴스가 줄 수 없는 유머도 담겨 있다. 매번 잠입 취재 등 힘든 과제만 도맡는 건 아니다. 의류 수거함에 담긴 옷들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구청 직원과 통화하거나 헌 옷을 되파는 업체에 방문하는 수고도 기꺼이 감수한다. “직접 알아보긴 귀찮고 언론에 제보하기엔 소소한 내용들을 묻는다. 연락처 등 신상정보를 밝힐 필요도 없어 상대적으로 부담도 덜하다”는 경험자의 말처럼, 제보자 맞춤형 ‘알 권리’가 충족될 확률도 높다. ‘1인 언론’ ‘참기자’ 등 댓글을 보고 있자면 이들의 영향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문제는 일부 유튜브 채널의 경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콘텐츠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성매매 오피스텔을 방문하거나 직접 ‘몸캠 피싱(알몸이나 음란행위 장면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은 뒤 협박해 돈을 뜯는 것)’을 체험하는 위험천만한 일들도 적지 않다. 조직폭력배 세계나 장기 매매 실태를 알아봐 달라는 구독자들의 자극적인 피드백도 문제다. 더구나 구독자가 많지 않은 일부 유튜브 채널에선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실제와 연출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콘텐츠를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처음엔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촬영에 들어가지만 현실이 예상과 빗나가는 경우엔 연출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한 유튜버의 말을 참고해보면 판단은 구독자들의 몫이다. 협박 전화를 받았다던 청년은 “경각심을 주기 위해”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것이 주목받는 SNS 시대 속 그럴듯한 취지에 도사린 위험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신규진 문화부 기자 newjin@donga.com}
“영상을 안 내리면 찾아가겠다고 협박하는데 정말 무섭더라고요.”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과정을 유튜브에 올린 한 청년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당초 ‘별일 없을 것’이라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돈을 빌리기 위해 상담까지만 하고 실제 빌리진 않았지만 며칠 간 협박 전화에 시달려 외출도 못했다고 한다. 그는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일을 벌였을까. 뻔한 답일 수 있지만,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조금만 뒤져봐도, 누리꾼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취재 대행’ 콘텐츠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른바, 신종 ‘온라인 흥신소’인 셈이다. 방송 뉴스 못지않은 완성도로 인기가 높다.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호스트바 면접 체험기는 조회수만 195만 회에 이른다. 몰래카메라에 담긴 호스트바 종사자는 ‘선수’ 등 전문 용어를 써가며 “시간당 3만5000원” “2차는 무조건 가야한다” 등 생생한 업계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우성급’이 아닌 이상 돈도 못 벌어요”라는 유튜버 말엔 뉴스가 줄 수 없는 유머도 담겨있다. 매번 잠입 취재 등 힘든 과제만 도맡는 건 아니다. 의류 수거함에 담긴 옷들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구청 직원과 통화하거나 헌 옷을 되파는 업체에 방문하는 수고도 기꺼이 감수한다. “직접 알아보긴 귀찮고 언론에 제보하기엔 소소한 내용들을 묻는다. 연락처 등 신상정보를 밝힐 필요도 없어 상대적으로 부담도 덜하다”는 경험자의 말처럼, 제보자 맞춤형 ‘알 권리’가 충족될 확률도 높다. ‘1인 언론’ ‘참기자’ 등 댓글을 보고 있자면 이들의 영향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문제는 일부 유튜브 채널의 경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콘텐츠에 치우쳐있다는 점이다. 성매매 오피스텔에 방문하거나 직접 ‘몸캠 피싱(알몸이나 음란행위 장면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은 뒤 협박해 돈을 뜯는 것)’을 체험하는 위험천만한 일들도 적지 않다. 조직폭력배 세계나 장기 매매 실태를 알아봐달라는 구독자들의 자극적인 피드백도 문제다. 더구나 구독자가 많지 않은 일부 유튜브 채널에선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실제와 연출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콘텐츠를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처음엔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촬영에 들어가지만 현실이 예상과 빗나가는 경우엔 연출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한 유튜버의 말을 참고해보면 판단은 구독자들의 몫이다. 협박 전화를 받았다던 청년은 “경각심을 주기 위해”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것이 주목받는 SNS 시대 속 그럴 듯한 취지에 도사린 위험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봐야하지 않을까.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조작투표 해명해.” 22일 그룹 ‘엑스원’이 참여한 네이버 브이라이브(V앱) 채팅창. 아이돌답게 주로 하트가 난무했지만, 이렇게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문구가 자꾸만 반복됐다. 엑스원은 19일 종영한 Mnet 아이돌 선발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이 선발한 11명으로 꾸려진 화제의 신생 그룹. 결성 뒤 처음으로 팬과 소통하는 자리였지만, 댓글에는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한 제작진의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아이오아이와 워너원, 아이즈원 등 시즌3까지 여러 스타를 배출한 ‘프로듀스’ 시리즈가 시청자 반발이 거세지며 존폐 위기까지 맞고 있다. 참가자 가운데 약 10%만 데뷔하는 경쟁 과정에서 “투표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크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 이전 시리즈도 크고 작은 논란은 있었지만, 이번엔 일부 시청자들이 법적 대응을 준비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실제로 ‘조작’ 근거로 꼽는 대목은 누가 봐도 의문투성이다. 특히 마지막 방송에서 공개한 1∼20위의 득표수가 문제였다. 이날 1위 김요한과 2위 김우석의 표차는 2만9978표였다. 그런데 3위와 4위, 6위와 7위, 7위와 8위, 10위와 11위도 정확히 2만9978표 차이가 났다. 다른 구간에서도 11만9911표와 7494표 차이가 반복됐다.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유튜브 방송을 통해 “우연의 일치라 볼 수 없는 (투표 수) 차이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방송 내내 화제를 모았던 인기 연습생 이진혁과 김민규가 탈락한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팬들은 “사전에 최종 멤버를 정해놓고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종 투표수를 구성하는 사전 온라인 투표와 생방송 문자투표의 세부 점수를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Mnet 관계자는 “투표 결과를 조작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면서도 “지금 공개해봤자 오히려 반발만 부추기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공개를 꺼리고 있다. 방송계에서도 이번 투표 결과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쓰이는 온라인이나 문자 투표는 대행업체를 통해 받은 결과를 작가들이 관리한다.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 경험이 있는 한 지상파 PD는 “시청자들은 투표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에 매우 민감하다”며 “조작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투표는 순위, 득표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프로듀스…’는 홈페이지에 전체 득표수만 공개하고 상세 정보를 게시하지 않고 있다. 이미 ‘진상규명위원회’까지 만든 팬들은 제작진을 사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형사 고소 및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서울 마포구에 있는 CJ ENM 사옥 앞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도 검토하고 있다. 진상규명위원회에 참여한 한 팬은 “엑스원이 ‘조작 그룹’이란 오명을 벗고 떳떳하게 활동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의혹을 속 시원히 해명하고 제대로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그간 화제성만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방영한 ‘프로듀스48’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팬들이 그 후보에게 투표한 이들에게 추첨을 통해 비행기 왕복권 같은 고가의 선물을 지급한다고 홍보해 논란이 됐다. 중국 한 온라인 쇼핑몰에선 투표가 가능한 아이디(ID)를 개당 10위안(약 1711원)에 거래하는 일도 벌어졌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프로듀서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당선과 탈락의 구조라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는 향후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신뢰를 결정지을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제작진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조작투표 해명해.” 22일 그룹 ‘엑스원’이 참여한 네이버 브이라이브(V앱) 채팅창. 아이돌답게 주로 하트가 난무했지만, 이렇게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문구가 자꾸만 반복됐다. 엑스원은 19일 종영한 Mnet 아이돌 선발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이 선발한 11명으로 꾸려진 화제의 신생 그룹. 결성 뒤 처음으로 팬과 소통하는 자리였지만, 댓글에는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한 제작진의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아이오아이와 워너원, 아이즈원 등 시즌3까지 여러 스타를 배출한 ‘프로듀스’ 시리즈가 시청자 반발이 거세지며 존폐 위기까지 맞고 있다. 참가자 가운데 약 10%만 데뷔하는 경쟁 과정에서 “투표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크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 이전 시리즈도 크고 작은 논란은 있었지만, 이번엔 일부 시청자들이 법적 대응을 준비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실제로 ‘조작’ 근거로 꼽는 대목은 누가 봐도 의문투성이다. 특히 마지막 방송에서 공개한 1~20위의 득표수가 문제였다. 이날 1위 김요한과 2위 김우석의 표차는 2만9978표였다. 그런데 3위와 4위, 6위와 7위, 7위와 8위, 10위와 11위도 정확히 2만9978표 차이가 났다. 다른 구간에서도 11만9911표와 7494표 차이가 반복됐다.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유튜브 방송을 통해 “우연의 일치라 볼 수 없는 (투표 수) 차이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방송 내내 화제를 모았던 인기 연습생 이진혁과 김민규가 선발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팬들은 “사전에 최종 멤버를 정해놓고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최종 투표수를 구성하는 사전 온라인 투표와 생방송 문자투표의 세부 점수를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Mnet 관계자는 “투표 결과를 조작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면서도 “지금 공개해봤자 오히려 반발만 부추기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공개를 꺼리고 있다. 방송계에서도 이번 투표 결과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쓰이는 온라인이나 문자 투표는 대행업체를 통해 받은 결과를 작가들이 관리한다. 오디션프로그램 제작 경험이 있는 한 지상파 PD는 “시청자들은 투표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에 매우 민감하다”며 “조작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투표는 순위, 득표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프로듀스…’는 홈페이지에 전체 득표수만 공개하고 상세 정보를 게시하지 않고 있다. 이미 ‘진상규명위원회’까지 만든 팬들은 제작진들을 사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형사 고소 및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서울 마포구에 있는 CJ ENM 사옥 앞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도 검토하고 있다. 진상규명위원회에 참여한 한 팬은 “엑스원이 ‘조작 그룹’이란 오명을 벗고 떳떳하게 활동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의혹을 속 시원히 해명하고 제대로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그간 화제성만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방영한 ‘프로듀스48’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팬들이 그 후보에게 투표한 이들에게 추첨을 통해 비행기왕복권 같은 고가의 선물을 지급한다고 홍보해 논란이 됐다. 중국 한 온라인쇼핑몰에선 투표가 가능한 아이디(ID)를 개당 10위안(약 1711원)에 거래하는 일도 벌어졌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프로듀서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당선과 탈락의 구조라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는 향후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신뢰를 결정지을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제작진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왁르남 의구쓰 애론.” 당최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르겠다고? 9월 ‘파트3’ 방영을 앞둔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애청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쓰던 표현이다. 확인해보니, 극에서 “푸른 피를 지녔고 사람보다 빠르면서 힘이 센” 뇌안탈 부족이 쓰는 언어라고 한다. 그럼 위 문구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누리꾼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뇌안탈어(語) 번역기’에 ‘마늘과 쑥의 노래’를 입력하면 이렇게 나온다. 올해 종영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원작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가 떠올랐다면 당신의 드라마 감정 지수는 평균 이상. 애청자들은 왕좌의 게임 ‘도스라키(Dothraki)’ 말과 비견하는, ‘아스날…’에 등장한 한국 드라마 최초의 가상언어를 집중 분석해봤다. ○ 단어의 재배열로 생소함 극대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뇌안탈어 번역기가 뱉어낸 저 문구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뇌안탈어는 한글 자모를 거꾸로 재배치해서 단어를 만드는 ‘애너그램’ 방식을 차용했다. 이를테면, 나무(ㄴ+ㅏ+ㅁ+ㅜ)는 뇌안탈어로 ‘우만(ㅜ+ㅁ+ㅏ+ㄴ)’, 사람(ㅅ+ㅏ+ㄹ+ㅏ+ㅁ)은 ‘마랏(ㅁ+ㅏ+ㄹ+ㅏ+ㅅ)’이 된다. 극본을 집필한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2011년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이후 8년여 동안 태고 시대의 신비한 언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했다고 한다. 작가들의 전작이 한글 창제를 다룬 작품이었던 데다, 원래부터 훈민정음의 글자 배열에 관심이 많았던 터. 이들의 성향이 언어를 창조하는 데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물론 단순히 한글을 뒤집기만 한 건 아니다. 몇몇 단어는 영어 단어를 한글로 쓴 뒤 재배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드라마에도 등장한 ‘마늘’이다. 영어 ‘garlic’을 한글 ‘갈릭(ㄱ+ㅏ+ㄹ+ㄹ+ㅣ+ㄱ)’으로 쓴 뒤 뇌안탈어 ‘길락(ㄱ+ㅣ+ㄹ+ㄹ+ㅏ+ㄱ)’을 만들었다. 때문에 ‘사랑’은 ‘아랏(ㅇ+ㅏ+ㄹ+ㅏ+ㅅ)’도 ‘으벌(러브)’도 될 수 있다. 앞서 나온 ‘마늘과 쑥의 노래’ 답은 ‘길락 구쓰 애론’이 맞다. 뇌안탈어의 특징은 또 하나 있다. 벌써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조사’가 없다. 굳이 따지면 ‘길락 구쓰 애론’은 ‘마늘 쑥 노래’라고 봐야 한다. 김원석 PD는 서면자료를 통해 “조사 없이 단어를 배열하는 방식이지만 시제와 인칭, 격식도 표현할 수 있다”며 뇌안탈어가 그 나름의 문법체계를 갖춘 언어임을 강조했다. 드라마 속 언어 창조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지만, 해외에서는 벌써부터 이런 문화가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 ‘아바타’(2009년)의 나비족 언어나 드라마 ‘스타트렉’의 클링곤어 등은 작품 흥행에도 상당한 공을 세웠다. ‘왕좌의 게임’의 ‘도스라키’나 ‘발리리아(Valyria)’ 어는 언어학자 데이비드 피터슨이 기본 문법 구조와 단어 3000여 개를 갖춘 언어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발음은 호전적 부족 특성 살려 ‘아스달 연대기’는 뇌안탈어의 발음에도 공을 들였다. 이호영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가 자문역을 맡았다. 이 교수는 “이 언어는 독일어나 일부 아프리카 언어와 발음에서 유사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음성학적으로 분석하면, 양쪽 성대 사이의 좁은 틈을 막았다 터뜨리면서 내는 성문파열음(聲門破裂音)이 빈번하게 쓰였다. 그런데 목젖을 긁어 어두의 강세가 세고 쉰소리가 많아 ㅁ, ㄴ, ㅇ, ㄹ 등 울림소리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최고난도 발음”이다. 때문에 이 교수 연구실과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발음 연습시간엔 ‘어흐’ ‘에흐’ 등 요상한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사실 뇌안탈어는 전문가인 이 교수조차 발음이 쉽지 않았다. 그 역시 대본을 읽으며 여러 번 NG(?)를 낸 뒤 배우가 참고할 ‘정답 녹음파일’을 제공했다. 솔직히 이 교수는 “한국인 발음에 맞게 순화하는 게 낫다”며 우려했다고. 하지만 김 PD는 “네안데르탈인을 모티브로 삼은 만큼 이국적이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겨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독일에서 태어난 배우 유태오나 4개 언어에 능통한 가수 닉쿤을 섭외한 배경도 이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뇌안탈어 발음을 자연스레 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캐스팅이었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한 문장마다 뇌안탈어와 발음, 뜻 등 세 줄로 만들어진 대본을 밤낮없이 달달 외워야 했다. 특히 유태오는 이 교수가 “음성학 강의를 들었으면 A학점을 받았겠다”며 극찬했다. 그는 “소리와 의미의 연관성이 적어 암기가 어려웠지만 독일어가 입에 배어 그나마 수월했다. 뇌안탈어의 거친 감수성을 이해하는 게 뭣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주간지 타임이 발표한 영향력 있는 인물에 3년 연속 올랐다. 16일(현지시간) 타임에 따르면 BTS는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영국의 해리 왕손과 메건 마클 왕손빈,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이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명단에 오른 것은 유일한 기록이다. 타임은 “한국 슈퍼 그룹 BTS는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아는 그룹이 돼가고 있다”며 “강한 팬덤인 ‘아미’의 적극적인 온라인 콘텐츠 소비와 홍보 덕분에 BTS가 빌보드 소셜 아티스트 차트에서 2년 넘게 정상을 지키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평했다. 타임은 또 BTS가 1년 안에 ‘빌보드 200’ 1위를 달성한 앨범을 3개나 발매했고 ‘영혼의 지도: 페르소나(MAPOF THE SOUL: PERSONA)’ 앨범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뮤직비디오가 공개 하루 만에 7500만 뷰를 기록했다고 추켜세웠다. BTS 모바일 게임이 여러 국가의 애플 앱스토어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성과도 언급했다. 타임이 매년 공개하는 ‘인터넷에서…’ 명단은 올해로 5번째다. 평가 기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세계적인 영향력과 뉴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왁르남 의구쓰 애론.” 당최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르겠다고? 9월 ‘파트3’ 방영을 앞둔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애청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쓰던 표현이다. 확인해보니, 극에서 “푸른 피를 지녔고 사람보다 빠르면서 힘이 센” 뇌안탈 부족이 쓰는 언어라고 한다. 그럼 위 문구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누리꾼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뇌안탈 어(語) 번역기’에 ‘마늘과 쑥의 노래’를 입력하면 이렇게 나온다. 올해 종영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소설 원작인 ‘얼음과 불의 노래’가 떠올랐다면 당신의 드라마 감정 지수는 평균 이상. 애청자들은 왕좌의 게임 ‘도스라키(Dothraki)’ 말과 비견하는, ‘아스달…’에 등장한 한국 드라마 최초의 가상언어를 집중 분석해봤다. ●단어의 재배열로 생소함 극대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뇌안탈 어 번역기가 뱉어낸 저 문구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뇌안탈 어는 한글 자모를 거꾸로 재배치해서 단어를 만드는 ‘애너그램’ 방식을 차용했다. 이를테면, 나무(ㄴ+ㅏ+ㅁ+ㅜ)는 뇌안탈 어로 ‘우만(ㅜ+ㅁ+ㅏ+ㄴ)’, 사람(ㅅ+ㅏ+ㄹ+ㅏ+ㅁ)은 ‘마랏(ㅁ+ㅏ+ㄹ+ㅏ+ㅅ)’이 된다. 극본을 집필한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2011년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이후 8년 여 동안 태고 시대의 신비한 언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했다고 한다. 작가들의 전작이 한글 창제를 다룬 작품이었던 데다, 원래부터 훈민정음의 글자 배열에 관심이 많았던 터. 이들의 성향이 언어를 창조하는 데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물론 단순히 한글을 뒤집기만 한 건 아니다. 몇몇 단어는 영어 단어를 한글로 쓴 뒤 재배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드라마에도 등장한 ‘마늘’이다. 영어 ‘garlic’을 한글 ‘갈릭(ㄱ+ㅏ+ㄹ+ㄹ+ㅣ+ㄱ)’으로 설정한 뒤 뇌안탈 어 ‘길락(ㄱ+ㅣ+ㄹ+ㄹ+ㅏ+ㄱ)’을 만들었다. 때문에 ‘사랑’은 ‘아랏(ㅇ+ㅏ+ㄹ+ㅏ+ㅅ)’도 ‘으벌(러브)’도 될 수 있다. 앞서 나온 ‘마늘과 쑥의 노래’ 답은 “길락 구쓰 애론”이 맞다. 뇌안탈 어의 특징은 또 하나 있다. 벌써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조사’가 없다. 굳이 따지면 ‘길락 구쓰 애론’은 ‘마늘 쑥 노래’라고 봐야 한다. 김원석 PD는 서면자료를 통해 “조사 없이 단어를 배열하는 방식이지만 시제와 인칭, 격식도 표현할 수 있다”며 뇌안탈 어가 나름의 문법체계를 갖춘 언어임을 강조했다. 드라마 속 언어 창조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지만, 해외에서는 벌써부터 이런 문화가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 ‘아바타’(2009년)의 나비 족 언어나 드라마 ‘스타트렉’의 클링곤 어 등은 작품 흥행에도 상당한 공을 세웠다. ‘왕좌의 게임’의 ‘도스라키’나 ‘발리리아(Valyria)’ 어는 언어학자 데이비드 피터슨이 기본 문법 구조와 단어 3000여 개를 갖춘 언어로 만들어내기도 했다.●발음은 호전적 부족 특성 살려 ‘아스달 연대기’는 뇌안탈 어의 발음에도 공을 들였다. 이호영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가 자문을 맡은 건 이미 유명한 일화. 이 교수는 “이 언어는 독일어나 일부 아프리카 언어들과 발음에서 유사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음성학적으로 분석하면, 양쪽 성대 사이의 좁은 틈을 막았다 터뜨리면서 내는 성문파열음(聲門破裂音)이 빈번하게 쓰였다. 그런데 목젖을 긁어 어두의 강세가 세고 쉰 소리가 많아 ㅁ, ㄴ, ㅇ, ㄹ 등 울림소리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최고난이도의 발음.” 때문에 이 교수 연구실과 드라마제작사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발음 연습시간엔 ‘어흐’ ‘에흐’ 등 요상한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사실 뇌안탈 어는 전문가인 이 교수조차 발음이 쉽지 않았다. 그 역시 대본을 읽으며 여러 번 NG(?)를 낸 뒤 배우가 참고할 ‘정답 녹음파일’을 제공했다. 솔직히 이 교수는 “한국인 발음에 맞게 순화하는 게 낫다”며 우려했다고. 하지만 김 PD는 “네안데르탈인을 모티브로 삼은만큼 이국적이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겨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독일에서 태어난 배우 유태오나 4개 국어에 능통한 가수 닉쿤을 섭외한 배경도 이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뇌안탈 어 발음을 자연스레 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처사였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한 문장마다 뇌안탈 어와 발음, 뜻 등 세 줄로 만들어진 대본을 밤낮없이 달달 외워야 했다. 특히 유태오는 이 교수가 “음성학 강의를 들었으면 A를 받았겠다”며 극찬했다. 그는 “소리와 의미의 연관성이 적어 암기가 어려웠지만 독일어가 입에 배어 그나마 수월했다. 뇌안탈 어의 거친 감수성을 이해하는 게 뭣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부자가 될 수 있을까. 17일 오후 9시 반 처음 방영되는 채널A ‘리와인드: 시간을 달리는 게임’은 이수호 PD의 말을 빌리자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던 상상을 현실로 만든 예능”이다. 박명수, 김종국, 하하를 필두로 나뉜 세 팀은 과거 특정 시기의 사회, 문화, 경제 이슈와 관련된 사업에 투자하게 된다.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해 과거 가치와의 차액을 포인트로 적립해 가장 많은 누적 포인트를 획득하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타임슬립(시간여행) 투자 예능인 셈이다. 출연자들은 1990년대 서울 각지의 유망한 아파트에 투자하거나, 지금은 ‘명반’이 된 음반 제작에 뛰어들 수도 있다. 투자 과정에서는 “그땐 그랬지”라며 무릎을 탁 치는, 수십 년 전 출연자 개개인의 다채로운 기억, 경험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직접 경험했던 익숙한 과거이기에 쉽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지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선명하거나 단편적이지 않다. 첫 회를 살짝 엿보는 스포일러를 하자면, 출연자들은 몸풀이 게임 격인 ‘종잣돈 모의고사’에서 1999년 KBS ‘개그콘서트’의 유행어, 최저시급을 묻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물론 투자도 단순한 ‘찍기’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이 과정은 모두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다. 세 팀에 제공하는 정보는 신문, 방송, 출판 등 동아미디어그룹의 축적된 자료들을 참고했다. 제작진이 깔아놓은 판에서 출연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온갖 상식, 잔머리, 촉을 동원한다. 때론 협박, 눈속임, 멱살잡이 등 편법(?)도 활용했다고 한다. ‘리와인드’의 큰 축을 담당하는 팀장들은 다양한 인간 군상의 집합체다. “인생은 한 방”이라며 ‘투자 1인자’를 꿈꾸는 박명수는 지나치게 현실적이면서도 치밀하다. 저축 제일주의를 외치는 ‘소비 철벽남’ 김종국은 팀원들의 이야기를 적극 수용하는 포용력을 지녔다. 하하는 안목보다는 촉을 믿는, 우리가 알던 낙천적이고 순수한 그 모습 그대로다. “전설의 ‘하명국’을 재소환해 놀아보자던 계획이 맞아떨어졌다”는 이 PD의 말처럼 셋은 SBS 예능 ‘X맨 일요일이 좋다’(2006년) 이후 오랜만에 한 프로그램에서 ‘케미’를 선보이게 됐다. 이지혜, 뮤지, 양세찬, 박경, 김하온, 에이프릴 진솔 등 팀원 구성도 신구 조화를 맞췄다.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을 바라보는 2000년대생 김하온, 진솔의 시각도 흥미롭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전달하고 투자를 이끄는 역할은 MC 김성주의 몫이다. 그는 출연자들에게 수십 년 전 뉴스를 전달하며 방송 경력 19년 만에 처음으로 앵커 자리를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김성주는 “과거를 소재로 하지만 시청자들이 미래에 있을 선택의 기로에서 현명한 판단을 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출연자의 선택을 보며 시청자 스스로도 어떤 결정을 할지 생각해 본다면 더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부자가 될 수 있을까. 17일 오후 9시 반 첫 방영되는 채널A ‘리와인드: 시간을 달리는 게임’은 이수호 PD의 말을 빌리자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던 상상을 현실로 만든 예능”이다. 박명수, 김종국, 하하를 필두로 나뉜 세 팀은 과거 특정 시기의 사회, 문화, 경제 이슈와 관련된 사업에 투자하게 된다.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해 과거 가치와의 차액을 포인트로 적립해 가장 많은 누적 포인트를 획득하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타임슬립(시간여행) 투자 예능인 셈이다. 출연자들은 1990년대 서울 각지의 유망한 아파트에 투자하거나, 지금은 ‘명반’이 된 음반 제작에 뛰어들 수도 있다. 투자 과정에서는 “그땐 그랬지”라며 무릎을 탁 치는, 수십 년 전 출연자 개개인의 다채로운 기억, 경험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직접 경험했던 익숙한 과거이기에 쉽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지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선명하거나 단편적이지 않다. 첫 회를 살짝 엿보는 스포일러를 하자면, 출연자들은 몸풀이 게임격인 ‘종잣돈 모의고사’에서 1999년 KBS ‘개그콘서트’의 유행어, 최저시급을 묻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물론 투자도 단순한 ‘찍기’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이 과정은 모두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 한다. 세 팀에게 제공하는 정보는 신문, 방송, 출판 등 동아미디어그룹의 축적된 자료들을 참고했다. 제작진이 깔아놓은 판에서 출연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온갖 상식, 잔머리, 촉을 동원한다. 때론 협박, 눈속임, 멱살잡이 등 편법(?)도 활용했다고 한다. ‘리와인드’의 큰 축을 담당하는 팀장들은 다양한 인간 군상의 집합체다. “인생은 한 방”이라며 ‘투자 1인자’를 꿈꾸는 박명수는 지나치게 현실적이면서도 치밀하다. 저축 제일주의를 외치는 ‘소비 철벽남’ 김종국은 팀원들의 이야기를 적극 수용하는 포용력을 지녔다. 하하는 안목보다는 촉을 믿는, 우리가 알던 낙천적이고 순수한 그 모습 그대로다. “전설의 ‘하명국’을 재소환해 놀아보자던 계획이 맞아 떨어졌다”는 이 PD의 말처럼, 셋은 SBS 예능 ‘X맨 일요일이 좋다’(2006년) 이후 오랜 만에 한 프로그램에서 ‘케미’를 선보이게 됐다. 이지혜, 뮤지, 양세찬, 박경, 김하온, 에이프릴 진솔 등 팀원 구성도 신구 조화를 맞췄다.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을 바라보는 2000년대생 김하온, 진솔의 시각도 흥미롭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전달하고 투자를 이끄는 역할은 MC 김성주의 몫이다. 그는 출연자들에게 수십 년 전 뉴스를 전달하며 방송경력 19년 만에 첫 앵커 자리를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김 씨는 “과거를 소재로 하지만 시청자들이 미래에 있을 선택의 기로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출연자의 선택을 보며 시청자 스스로도 어떤 결정을 할지 생각해본다면 더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반일 감정을 건드렸다간 큰일 나죠. 행여나 공든 탑 무너질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중견 연예기획사 A사는 최근 소속사 배우 10여 명에게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이유를 막론하고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만 이런 조치에 나선 데엔 까닭이 있다. 최근 배우 이시언이 일본에 사는 친구를 방문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했다가 “시기상 적절치 않다”며 여론의 반발이 거셌다. 이 씨는 곧장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관계가 나빠지자 방송·연예계에도 ‘붉은 경고등’이 켜졌다. 방송국이나 제작사는 아예 해외 촬영지 목록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있다. 일본 콘텐츠를 자주 다루는 유튜버나 크리에이터들은 ‘악플’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가장 반응이 민감한 분야는 ‘댓글에 취약한’ TV 예능 프로그램이다. 몇몇 방송사는 잡혀 있던 일본 로케이션도 취소하고 있다. 한 케이블채널 예능도 이미 일본 현지 촬영을 포함한 기획안이 확정된 상태였지만 최근 국내로 변경했다. 관계자는 “보통 해외 촬영을 고려할 때 시간까지 고려한 ‘가성비’가 좋아 일본을 자주 선택해 왔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반일 감정이 수그러들 때까지 자제하기로 했다”고 했다. 특히 여행 예능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략 방영 1개월 전에 미리 촬영해 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현재 방영 중인 대표적 여행 예능들은 ‘다행히’ 일본 편이 남아있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KBS ‘배틀트립’과 tvN ‘더 짠내투어’ 제작진 모두 “예정된 방영분도 없고, 당분간 대상지로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미 유튜브 등 SNS에 올린 일본 콘텐츠가 발목을 잡기도 한다. 특히 경색 분위기 직전 올린 게시물이 갑자기 ‘댓글 전쟁터’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일본 여행 정보를 담은 브이로그가 대표적인 표적이다. “분위기 파악 좀 하라”는 비난과 “여행은 개인의 자유”라는 옹호가 첨예하게 맞붙는다. 하지만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문구가 적힌 불매운동 포스터가 SNS에서 화제일 정도로 비난 목소리가 훨씬 압도적이다. 구독자 217만 명의 인기 뷰티 유튜버인 이사배도 최근 일본 화장품 마스카라를 소개했다가 논란이 거세지자 영상을 삭제하고 “신중하지 못했다”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미 찍어놓았던 일본 콘텐츠의 업로드(게재)를 포기하는 유튜버들도 많다. 지난달 사비 300만 원을 들여 일본 촬영을 다녀온 한 ‘먹방’ 유튜버는 “이미 편집까지 마쳤지만 구독자가 줄어들까 봐 업로드를 포기했다”고 했다. 구독자가 1만 명이 넘는 한 여행 유튜버도 최근 촬영한 일본 여행 영상을 결국 삭제했다. 그는 “하루에 500명씩 구독을 취소하고 ‘매국노’라고 개인 쪽지까지 보내는데 버틸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전자제품 전문 유튜버도 타격이 크다. ‘신상’에 대한 후기를 발 빠르게 올려 인기를 끌고 있는 박모 씨(34)는 “카메라나 게임기는 대부분 일본 제품인데, 아예 콘텐츠 제작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울상을 지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도 “SNS는 소비자 반응이 빠르고 확산력이 커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일본이 차지했던 비중이 컸던 만큼 당분간 콘텐츠 제작이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반일 감정을 건드렸다간 큰일 나죠. 행여나 공든 탑 무너질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중견 연예기획사 A사는 최근 소속사 배우 10여 명에게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이유를 막론하고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만 이런 조치에 나선 덴 까닭이 있다. 최근 배우 이시언이 일본에 사는 친구를 방문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했다가 “시기상 적절치 않다”며 여론의 반발이 거셌다. 이 씨는 곧장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관계가 나빠지자 방송·연예계에도 ‘붉은 경고 등’이 켜졌다. 방송국이나 제작사는 아예 해외 촬영지 목록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있다. 일본 콘텐츠를 자주 다루는 유튜버나 크리에이터들은 ‘악플’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가장 반응이 민감한 분야는 ‘댓글에 취약한’ TV 예능프로그램이다. 몇몇 방송사는 잡혀있던 일본 로케이션도 취소하고 있다. 한 케이블채널 예능도 이미 일본 현지 촬영을 포함한 기획안이 확정된 상태였지만 최근 국내로 변경했다. 관계자는 “보통 해외 촬영을 고려할 때 비용과 시간 대비 ‘가성비’가 좋아 일본을 자주 선택해왔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반일 감정이 수그러들 때까지 자제하기로 했다”고 했다. 특히 여행 예능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략 방영 1달 전에 미리 촬영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현재 방영 중인 대표적 여행 예능들은 ‘다행히’ 일본 편이 남아있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KBS ‘배틀트립’과 tvN ‘더 짠내투어’ 제작진 모두 “예정된 방영분도 없고, 당분간 대상지로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미 유튜브 등 SNS에 올린 일본 콘텐츠가 발목을 잡기도 한다. 특히 경색 분위기 직전 올린 게시물이 갑자기 ‘댓글 전쟁터’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일본 여행 정보를 담은 브이로그가 대표적인 표적이다. “분위기 파악 좀 하라”는 비난과 “여행은 개인의 자유”라는 옹호가 첨예하게 맞붙는다. 하지만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문구가 적힌 불매운동 포스터가 SNS에서 화제일 정도로 비난 목소리가 훨씬 압도적. 구독자수 217만 명인 인기 뷰티 유튜버인 이사배도 최근 일본 화장품 마스카라를 소개했다가 논란이 거세자 영상을 삭제하고 “신중하지 못했다”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미 찍어놓았던 일본 콘텐츠의 업로드(게재)를 포기하는 유튜버들도 많다. 지난달 사비 300만 원을 들여 일본 촬영을 다녀온 한 ‘먹방’ 유튜버는 “이미 편집까지 마쳤지만, 구독자가 줄어들까봐 포기했다”고 했다. 구독자가 1만 명이 넘는 한 여행 유튜버도 최근 촬영한 일본 여행 영상을 결국 삭제했다. 그는 “하루에 500명씩 구독을 취소하고 ‘매국노’라고 개인 쪽지까지 보내는데 버틸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전자제품 전문 유튜버도 타격이 크다. 신상에 대한 후기를 발 빠르게 올려 인기를 끌고 있는 박모 씨(34)는 “카메라나 게임기는 대부분 일본 제품인데, 아예 콘텐츠 제작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울상을 지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도 “SNS는 소비자 반응이 빠르고 확산력이 커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일본이 차지했던 비중이 컸던 만큼 당분간 콘텐츠 제작이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하던 대로 했어도 성공은 보장됐겠죠.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습니다. 뭣보다 한국인과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미국 디즈니의 캐릭터 슈퍼바이저. 한국 영화제작사 ‘로커스’의 김상진 애니메이션 감독(60·사진)은 3년 전 업계에서 꿈처럼 선망하던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당시 애니메이션영화 ‘레드슈즈’ 제안이 들어왔을 때 그는 ‘주먹왕 랄프2’ ‘겨울왕국2’ 등 굵직한 작품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한데 김 감독은 20여 년간 몸담았던 디즈니를 곧장 퇴사했다. 10일 서울 제작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스스로를 뛰어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김 감독이 3년 동안 공들인 영화 ‘레드슈즈’가 25일 개봉을 앞뒀다. 마법구두를 신고 미인으로 변한 ‘스노 화이트(백설 공주)’와 저주에 걸린 난쟁이 왕자들을 다룬 토종 애니메이션. 동화 백설 공주를 모티브로 하되 전혀 다른 스토리로 풀어냈다. 모든 작품 캐릭터를 구상한 김 감독은 캐스팅 전부터 스노 화이트 역에 할리우드 배우 클로이 머레츠를 염두에 뒀다. 그가 출연한 영상 수십 편을 찾아보며 캐릭터를 디자인했다. 말할 때 왼쪽 눈을 살짝 찡그리는 습성까지 디테일로 살린 결과 실제 캐스팅으로도 이어졌다. 머레츠는 “정말 특별한 작품이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가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레드슈즈’는 순제작비만 220억 원을 투입한 대작. 하지만 “할리우드와 비교하면 독립영화 수준”이었기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적 감성’을 불어넣는 작업은 잊지 않았다. 검은 머리에 ‘번개’라고 쓰인 부적을 든 멀린은 애정 가득한 한국인 캐릭터다. “고생이 많았지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라 자평합니다. 어쩌면 영화를 보고 ‘너무 디즈니 같다’고 하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결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만큼 한국 애니메이션도 세계적 수준으로 올랐단 뜻 아닐까요.”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입니다.” 대통령 국정 연설이 열리던 국회의사당이 의문의 폭탄 테러 공격을 받아 붕괴되자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생존한 박무진(지진희) 환경부 장관은 엉겁결에 대통령 자리를 맡게 된다. 미국 ABC방송,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지정생존자’를 원작으로 하지만, 1일부터 방영 중인 tvN ‘60일, 지정생존자’ 곳곳엔 현지화를 고심한 흔적으로 가득하다. 지정생존자는 ‘권한대행’으로, 제목엔 ‘60일’이 추가됐다. 대통령 유고 시 지정생존자가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수행하는 미국과 다르게, 한국은 60일 이내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까지만 권한대행이 국정 운영을 대행하기 때문. 그래서 “상상력을 적용하자니 헌법의 차이가 있었다. 원작처럼 몇 달, 혹은 재선이 아니라 60일 안에 한정된 이야기를 그리게 됐다”는 것이 유종선 PD의 말이다.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으로서 정무적 감각을 지녔던 톰 커크먼(키퍼 서덜랜드)과 다르게 KAIST 교수 출신 박무진은 양복과 구두도 불편해하는 정치 문외한이다. 그래서 조력자 한주승(허준호) 대통령비서실장의 존재가 두드러진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원작보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와 서사가 유사하다”는 분석이 많다. 한주승에게서 광해(이병헌)를 올바른 왕으로 길러내는 허균(류승룡)을 떠올리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국력 차이도 다분히 현실적이다. 원작에서 미국은 이란의 도발에 강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슈퍼파워’를 지녔지만, 열강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한반도에선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테러를 북한의 소행으로 본 일본은 동해에 군함을 파견하고,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을 빌미로 한국 정부를 통제하려 든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하는 장면은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를 상기시킨다. 연평도 포격도발, 천안함 폭침 등을 떠오르게 하는 이름만 달라진 사건들이나 국가 비상사태에도 재연되는 대북 강경파와 온건파의 해묵은 갈등 역시 “한국 드라마만이 보여줄 수 있는 디테일”이라는 평이 나온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SBS 예능 ‘정글의 법칙’이 태국의 멸종 위기종인 대왕조개를 채취하는 장면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방영된 ‘정글의 법칙’에는 배우 이열음이 태국 남부 꼬묵섬 주변 해역에서 대왕조개 3개를 채취하는 장면이 담겼다. 다음 화 예고편에서는 대왕조개를 시식하는 멤버들의 모습도 공개됐다. 태국에서 대왕조개는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돼 이를 채취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태국 핫차오마이 국립공원은 3일 경찰에 이 씨를 국립공원법, 야생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제작진은 규정을 숙지하지 못했다고 사과했지만 7일 현지 매체 타이 피비에스(PBS)에 따르면 태국 관광스포츠부와 제작진이 주고받은 공문에 담당 PD는 “태국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촬영하거나 방송으로 송출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누리꾼들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방송을 강행한 제작진을 비판하며 프로그램 폐지를 촉구했다. 자신을 다이버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지반에 단단하게 고정돼 있는 대왕조개는 잠수해서 쉽게 들고나올 수 없다며 제작진이 미리 채취한 것을 이 씨가 들고나오도록 연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6일 방송에서는 예고편과 달리 대왕조개가 나오는 장면 없이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SBS는 “이열음 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고 내부 조사 결과에 따라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8일 밝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방탄소년단(BTS) 해외 콘서트에서 한국어 ‘떼창’은 이젠 익숙한 풍경이다. 유튜브 등을 통해 팬들이 가사 ‘선행학습’을 해오기 때문. BTS의 ‘IDOL’ 뮤직비디오에는 “지화자 좋다” “덩기덕 쿵더러러러”처럼 지극히 한국적인 추임새가 ‘Hooray it‘s so awesome’, ‘Bum badum bum brrrrumble’ 등 외국인도 알기 쉽게 번역돼 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노래”라고 해외 팬들이 치켜세우는 데 번역도 한몫한 셈이다. 이처럼 한국 문화콘텐츠의 세계적 성공은 적절한 번역에 상당 부분 빚지고 있다. 해외 팬들에게 탄탄한 아이돌 음악은 물론이고 영화나 문학에서도 K콘텐츠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케이팝은 그 중심에 국내 팬들이 있다. 이들은 소속사에서 운영하는 아이돌 공식 계정과 별개로 신곡이 나오면 부지런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러 외국어로 가사를 번역해 나른다. 트위터 ‘감자밭할매’ ‘아미살롱’ 등 일명 ‘번역계’라 불리는 팬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가사뿐 아니라 아이돌 소식이 담긴 한국어 기사, 멤버들의 일상을 다룬 브이로그 영상까지 번역한다. ‘Oppa(오빠)’ ‘Unnie(언니)’ ‘Aegyo(애교)’ 등 ‘돌민정음’(아이돌과 훈민정음을 합한 신조어)을 소개한 글도 수두룩하다. BTS 팬 박현정 씨(23·여)는 “해외 투어를 다니기 시작하면 정보를 얻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언제 어디서 활동하든 ‘팬질’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영화 번역의 중요성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더욱 조명 받고 있다.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똥파리’(2008년) 이후 독립영화도 외국어 자막을 제작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칠곡 가시나들’(2018년)은 할머니들의 경북 사투리를 미국 남부 사투리로 표현해 말맛을 살렸다. 표현이 한국적일수록 번역이 어려운 건 당연지사. ‘기생충’ 번역을 맡았던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은 ‘짜파구리’를 라면(Ramen)과 우동(Udong)을 합친 ‘Ramdong’으로 번역하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카카오톡’과 ‘곱등이’는 외국인들에게 익숙한 ‘왓츠앱’ ‘노린재(Stink bug)’로 바꿨다. “Wow, Does Oxford have a major in document forgery(서울대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것 없나)?” 특히 의역과 직역 가운데 한 가지를 택하는 일은 번역자와 감독에겐 큰 고민거리다. ‘기생충’에서 재학증명서를 위조한 딸 기정(박소담)에게 기택(송강호)이 한 이 말은 “서울대가 상징하는 의미가 전달돼야 한다”는 봉 감독의 요청에 따라 옥스퍼드대로 교체했다. ‘살인의 추억’(2003년)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는 두만(송강호)의 대사는 외국인에게 더 친숙한 “Do you get up early in the morning too?”가 됐다. 최근 각광 받는 K문학의 번역자는 한국인, 외국인, 교포 2세 등으로 다양하다. 한쪽 언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공동 번역자를 두거나 제3자에게 초벌 번역을 의뢰하기도 한다. 문학 번역은 다른 분야에 비해 난도가 높다. 작가의 숨은 의도와 문체의 맛까지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로 한국 문학을 수출하는 KL매니지먼트의 이구용 대표는 “예전보다 상황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검증된 번역자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시 번역은 뭣보다 까다롭다.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데다 사전에 없는 관용구 빈도가 높아서다. 이 때문에 시인과 번역자 간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주어를 넣느냐 빼느냐, 관용 어구를 어떻게 옮기느냐 등 구조가 달라 논의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고통의 산물은 큰 찬사를 받는 결과물로 탄생하기도 한다. 최정례 시인(54)의 시 ‘얼룩덜룩’은 영국인 번역가 매토 맨더스롯과 협업해 2017년 ‘Zebra Lines’로 번역했다. 나무 그늘에 몸이 얼룩덜룩한 모습을 ‘얼룩말 무늬’로 표현한 것. 당시 옥스퍼드대에서 한국 시 최고 번역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문화콘텐츠 번역은 여전히 부차적 요소로 취급받는다. 그렇다 보니 번역자들은 여전히 빠듯한 마감 시간에 시달린다. 번역비도 중국, 일본 시장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파켓 씨도 “5일 만에 급하게 완성해 넘긴 영화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번역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웹소설이나 웹드라마 등 새로운 콘텐츠가 출현하고, 유튜브 등 유통 방식도 다양해졌다”며 “번역 방식과 플랫폼도 이런 흐름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이설 기자}

방탄소년단(BTS) 해외콘서트에서 한국어 ‘떼창’은 이젠 익숙한 풍경이다. 유튜브 등을 통해 팬들이 가사 ‘선행학습’을 해오기 때문. BTS의 ‘IDOL’ 뮤직비디오에는 “지화자 좋다” “덩기덕 쿵더러러러”처럼 지극히 한국적인 추임새가 ‘Hooray it’s so awesome‘, ’Bum badum bum brrrrumble‘ 등 외국인도 알기 쉽게 번역돼 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노래”라고 해외 팬들이 추켜세우는데 번역도 한몫한 셈이다. 이처럼 한국 문화콘텐츠의 세계적 성공은 적절한 번역에 상당 부분 빚지고 있다. 해외 팬들이 탄탄한 아이돌 음악은 물론이고 영화나 문학에서도 K-콘텐츠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케이팝은 그 중심에 국내 팬들이 있다. 이들은 소속사에서 운영하는 아이돌 공식 계정과 별개로 신곡이 나오면 부지런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러 외국어로 가사를 번역해 나른다. 트위터 ’감자밭할매‘, ’아미살롱‘ 등 일명 ’번역계‘라 불리는 팬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가사뿐 아니라 아이돌 소식이 담긴 한국어 기사, 멤버들의 일상을 다룬 브이로그 영상까지 번역한다. ’Oppa(오빠)‘ ’Unnie(언니)‘ ’Aegyo(애교)‘ 등 ’돌민정음‘(아이돌과 훈민정음의 합한 신조어)을 소개한 글도 수두룩하다. BTS 팬 박현정 씨(23·여)는 “해외 투어를 다니기 시작하면 정보를 얻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언제 어디서 활동하든 ’팬질‘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영화 번역의 중요성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더욱 조명 받고 있다.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똥파리‘(2008년) 이후 독립영화도 외국어 자막을 제작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칠곡 가시나들‘(2018년)은 할머니들의 경북 사투리를 미국 남부 사투리로 표현해 말맛을 살렸다. 표현이 한국적일수록 번역이 어려운 건 당연지사. ’기생충‘ 번역을 맡았던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은 ’짜빠구리‘를 라면(Ramen)과 우동(Udong)을 합친 ’Ramdong‘으로 번역하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카카오톡‘과 ’곱등이‘는 외국인들에게 익숙한 ’왓츠앱‘, ’노린재(Stink bug)‘로 바꿨다. “Wow, Does Oxford have a major in document forgery?”(서울대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것 없나?) 특히 의역과 직역 가운데 한 가지를 택하는 일은 번역자와 감독에겐 큰 고민거리다. ’기생충‘에서 재학증명서를 위조한 딸 기정(박소담)에게 기택(송강호)이 한 이 말은 “서울대가 상징하는 의미가 전달돼야한다”는 봉 감독의 요청에 따라 옥스퍼드대로 교체했다. ’살인의 추억‘(2003년)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는 두만(송강호)의 대사는 외국인에게 더 친숙한 “Do you get up early in the morning too?”가 됐다. 최근 각광 받는 K문학의 번역자는 한국인, 외국인, 교포2세 등으로 다양하다. 한쪽 언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공동 번역자를 두거나 제3자에게 초벌 번역을 의뢰하기도 한다. 문학 번역은 다른 분야에 비해 난이도가 높다. 작가의 숨은 의도와 문체의 맛까지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로 한국 문학을 수출하는 KL매니지먼트의 이구용 대표는 “예전보다 상황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검증된 번역자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시 번역은 뭣보다 까다롭다.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데다 사전에 없는 관용구 빈도가 높아서다. 때문에 시인과 번역자 간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주어를 넣느냐 빼느냐, 관용 어구를 어떻게 옮기느냐 등 구조가 달라 논의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고통의 산물은 큰 찬사를 받는 결과물로 탄생하기도 한다. 최정례 시인(54)의 시 ’얼룩덜룩‘은 영국 번역가 매토 맨더스롯과 협업해 2017년 ’Zebra Lines‘로 번역했다. 나무 그늘에 몸이 얼룩덜룩한 모습을 ’얼룩말 무늬‘로 표현한 것. 당시 옥스퍼드대학에서 한국시 최고 번역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문화콘텐츠 번역은 여전히 부차적 요소로 취급받는다. 그러다보니, 번역자들은 여전히 빠듯한 마감시간에 시달린다. 번역비도 중국, 일본 시장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머물러있다. 파켓 씨도 “5일 만에 급하게 완성해 넘긴 영화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번역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웹 소설이나 웹드라마 등 새로운 콘텐츠가 출현하고, 유튜브 등 유통 방식도 다양해졌다”며 “번역 방식과 플랫폼도 이런 흐름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