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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사진) 사퇴 파문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또 한번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청와대는 문체부 관련 인사로 여러 차례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을 후임 장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격 면직해 논란을 불렀고 이것이 승마협회 비리 관련 체육국장 경질 의혹으로 이어졌다. 이번엔 임명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차관마저 석연찮은 이유로 사퇴하면서 파문이 일자 청와대의 인사 처리가 미숙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인사 난맥상은 번번이 국정동력을 깎아먹는 악재로 작용했다.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여야가 합의하고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지시했음에도 국회 출석을 거부해 사실상 해임됐다. 송광용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은 경찰의 수사 대상인 줄도 모르고 임명했다가 석 달 만에 물러났다.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지명한 국무총리 후보자 2명은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서보지도 못한 채 언론 검증 과정에서 잇따라 낙마했다. 김 차관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위(청와대)에서 볼 때 내가 역량이 부족해 생각한 수준에 못 미친다면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22일 사표 내고, 23일 청와대 인적 개편안이 나왔는데 이때 내 후임 차관이 발표되는 등 부처 개각도 같이 나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 차관의 해명대로라면 청와대가 곧 있을 개각 때 다른 차관을 임명했으면 그만인 사안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김 차관에게 미리 ‘인사’ 얘기를 전했고, 김 차관이 사표를 내면서 문제가 커진 셈이다. 이는 정부 인사를 총괄하는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발휘되지 못해 초래된 혼선이라는 지적이다. 김 차관의 해명과는 별개로 문체부 안팎에선 이번 사퇴와 관련해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 차관이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의 조직 문제와 관련해 정부, 여당 의견을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했다거나 최근 문체부의 홍익대 한양대 인맥 의혹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김종덕 장관이나 김종 2차관과의 불화설까지 불거졌다. 김희범 차관은 “구체적 업무에 대해선 노코멘트 하겠다”며 “불화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차관이 역량이 부족해 물러나야 했다는 얘기에 대해 문체부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문체부 한 관계자는 “아시아문화전당 등의 문제는 6개월밖에 안 된 차관을 경질할 만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김 차관이 그동안의 모든 문제를 껴안고 가는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세종=김윤종 zozo@donga.com / 이재명 기자}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84). 호주 태생인 그는 스물두 살인 1952년 아버지에게서 신문사를 상속받았다. 이후 영국 신문 ‘선’과 ‘타임스’, 위성방송 ‘B SKY B’를 인수했다. 미국 시민권을 얻은 후에는 미국 신문 ‘뉴욕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 방송사 ‘폭스TV’를 인수했다. 아시아 위성방송 ‘스타TV’, 글로벌 출판그룹 ‘하퍼 콜린스’마저 가진 그는 ‘미디어 황제’로 불린다. 문제는 그가 유능한 사업가를 넘어 세계 정치를 움직이는 ‘킹메이커’ 역할에 몰두한다는 점. 언론인 출신인 저자는 머독이 미국, 영국, 호주에서 미디어를 이용해 어떻게 여론을 왜곡시키면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는지 세밀히 파헤쳤다. 이 책의 주제를 딱 한 줄로 요약하면 ‘머독 사전에 저널리즘이란 단어는 없다’는 것이다. 미디어 권력을 정치적 의제 설파에 사용하는 데 일말의 주저함이 없는 그다. 1987년 영국 대선 당시 보수당을 돕기 위해 ‘선’을 통해 “노동당이 승리하면 게이와 레즈비언의 세상이 된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정치 개입 논란이 있을 때마다 머독은 자신을 ‘자유주의 엘리트 기득권에 맞서는 아웃사이더’로 포장했다. 겉으로는 자유주의를 내세우는 소수의 좌편향적 엘리트가 세상을 장악했기 때문에 보수주의자인 자신이 이들과 싸운다는 논리다. 하지만 저자는 ‘머독이 강조하는 반(反)엘리트주의는 포퓰리즘이며 그야말로 정치적 기득권자’라고 비판한다. 그런데도 왜 대중은 머독에게 선동될까? 그는 거짓 정보를 매체로 유포시키지 않는다. 이슈 속의 비본질적 의제를 부각시켜 여론을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 ‘온난화와 기후 변화’가 주요 의제로 형성되면 자신의 매체를 통해 ‘기후 변화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국가 에너지 발전 계획을 막으려는 좌파의 음모’란 식으로 의제를 비튼다. 환경 문제를 찬반 대립의 정치 문제로 만든다. 머독은 이 모든 것을 직접 지시하지는 않는다. 머독 소유 매체 언론인들이 머독의 뜻에 미리 순종하게끔 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지난밤의 사건을 보면서 ‘머독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영국 ‘선’ 편집장의 고백이다. 미디어 권력의 속살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사진)이 지난주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26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김 차관이 22일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했고, 김 장관이 후임자를 찾을 때까지만 근무해 달라고 했으나 김 차관이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안 된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6일부터 병가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차관은 26일 이미 사표를 내고 수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관실에서 개인 짐을 모두 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임명된 김 차관이 6개월 만에 갑자기 사퇴하자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김 차관은 21일에만 해도 정부세종청사에서 22일 예정된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 내용을 언론에 사전 브리핑하고 문체부 직원들과 다음 달 점심 약속을 잡는 등 정상 업무를 수행했다. 문체부 일각에서는 조만간 있을 개각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한 문체부 관계자는 “김 차관이 개각에서 신상에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미리 사표를 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경 문체부 조직 개편을 놓고 김 1차관과 김종 2차관이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이 문체부 내부에서 돌기도 했다. 김 1차관의 사의 소식에 문체부는 초상집 분위기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면직, 정성근 장관 후보자의 낙마, 김 2차관의 한양대 인맥설, 체육국장 등의 경질을 둘러싼 청와대 개입설, 김 장관의 홍익대 출신 인사 중용 의혹 등이 연이어 터진 상황에서 1차관마저 석연찮게 그만두자 “악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1차관은 대통령비서실 공보기획행정관과 국정홍보처 정책홍보관리실장, 해외문화홍보원장 등 국내외 홍보 업무를 주로 맡았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이날 오후 11시 “김 1차관이 22일 일신상의 이유로 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한 뒤 26일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29일까지 연가를 사용했지만 30일부터 정상 출근해 후임 차관이 임명될 때까지 1차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사진)이 지난주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26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김 차관이 22일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했고, 김 장관이 후임자를 찾을 때까지만 근무해 달라고 했으나 김 차관이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안 된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6일부터 병가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차관은 26일 이미 사표를 내고 수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관실에서 개인 짐을 모두 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임명된 김 차관이 6개월 만에 갑자기 사퇴하자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김 차관은 21일에만 해도 정부세종청사에서 22일 예정된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 내용을 언론에 사전 브리핑하고 문체부 직원들과 다음 달 점심 약속을 잡는 등 정상 업무를 수행했다. 문체부 일각에서는 조만간 있을 개각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한 문체부 관계자는 “김 차관이 개각에서 신상에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미리 사표를 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경 문체부 조직 개편을 놓고 김 1차관과 김종 2차관이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이 문체부 내부에서 돌기도 했다. 김 1차관의 사의 소식에 문체부는 초상집 분위기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면직, 정성근 장관 후보자의 낙마, 김 2차관의 한양대 인맥설, 체육국장 등의 경질을 둘러싼 청와대 개입설, 김 장관의 홍익대 출신 인사 중용 의혹 등이 연이어 터진 상황에서 1차관마저 석연찮게 그만두자 “악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1차관은 대통령비서실 공보기획행정관과 국정홍보처 정책홍보관리실장, 해외문화홍보원장 등 국내외 홍보 업무를 주로 맡았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이날 오후 11시 “김 1차관이 22일 일신상의 이유로 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한 뒤 26일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29일까지 연가를 사용했지만 30일부터 정상 출근해 후임 차관이 임명될 때까지 1차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최근 ‘누리꾼 수사대’가 결성됐다. 사라진 ‘아래아 한글1.0’을 찾기 위해서다. 아래아 한글1.0은 1989년 4월 발매된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으로 ‘한글 디지털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2013년 6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하지만 그 초판본 패키지(5.25인치 플로피디스크 3장과 설명서)를 찾을 수 없어 국립한글박물관이 거액의 포상금을 내걸고 23일 구매 공고를 낸 것이다. 그러자 누리꾼들이 연예인 신상정보를 캐듯 각종 검색을 통해 아래아 한글1.0을 보유한 사람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2013년에 ‘아래아 한글1.0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그 사진을 올린 A 씨의 블로그를 발견했다. 이틀 동안 무려 4만 명에 달하는 누리꾼들이 이 블로그를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27일 현재까지 A 씨를 비롯해 ‘아래아 한글1.0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들이 가져온 물건들은 아래아 한글1.0이 아니다. 모두 1989년 6월 이후 생산된 ‘아래아 한글1.10’(5.25인치 플로피디스크 5장과 설명서. 바인더)이라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한글박물관은 “2월 초까지 구매 공고를 내며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누리꾼들이 자주 입에 담은 말이 있었다. “아! 포상금! 나도 정품 쓸 걸.” 많은 댓글 중에 “이럴 줄 알았으면 정품을 사서 썼을 텐데”라는 후회의 글이 가장 많았다. 아래아 한글1.0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발매당시 대부분 정품을 사지 않고 불법 복제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율은 40%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5%보다 현저히 높다. 이로 인한 산업 추정손실금액은 연간 1조 원을 상회한다. 아래아 한글1.0 찾기의 성과는 아직 없다. 하지만 이번 소동을 계기로 개개인이 ‘저작권을 지키고 불법 복제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한글1.0 포상금 수천만 원보다 훨씬 가치 있을 것이다. 김윤종·문화부 zozo@donga.com}

대통령 회고록은 이슈 메이커? 이명박(MB) 전 대통령(74)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알에이치코리아)이 다음 달 2일 출간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출판계가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출판사 측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는 배제됐다”고 밝혔지만 현재 논란 중인 4대강 사업과 해외 자원개발 외교 등에 대한 MB의 생각과 반론이 어느 정도 담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대통령 회고록이 나올 때마다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MB 회고록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 회고록은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출판계 돌고 돌았던 MB 회고록… 속사정은? MB 회고록은 2013년 2월 이 대통령이 퇴임한 뒤 2년 만에 출간된다. 회고록은 출간까지 여러 출판사를 거쳤다. 지난해 초에는 ‘안철수의 생각’을 낸 김영사와 출간이 논의됐지만 김영사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나온 데다 회고록 출간에 적극적이던 박은주 전 대표가 지난해 6월 퇴사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B출판사 등 다른 출판사와 출판 논의를 하다 지난해 중순 알에이치코리아로 결정됐다. 회고록은 800쪽으로 구성된다. ‘나는 대통령을 꿈꾸지 않았다’는 제목의 1부는 성장기와 현대 재직 시절, 2부에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과 자원개발 외교를 비롯해 남북 정상회담 추진, 세종시 수정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MB는 회고록 출간을 위해 2013년 5월부터 1년 이상 매주 MB 정부 당시 장관과 대통령실장, 대통령수석비서관 등 참모들과 회고록 회의를 가졌다. MB 본인이 워낙 꼼꼼해 편집자가 발견하지 못한 오타까지 잡아내 출판사가 곤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알에이치코리아 양원석 대표는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이 편집장 역할을 했다”며 “계약상 출판사가 어떤 정보도 MB 허락 없이는 공개해서는 안 돼 출판 사실을 외부에 알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회고록은 정치 분야보다는 정책 결정 과정과 한미관계 물밑 조율 등의 내용이 주로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정치와 관련된 얘기는 아무래도 민감하지 않으냐. 박 대통령과의 관계 등은 2, 3년 뒤에 준비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대통령 회고록은 뜨거운 감자 출판계에서는 대통령 회고록 출간을 마냥 환영하지는 않는다. 출간까지의 과정이 까다로운 데다 자칫 회고록을 통해 재임 시절 각종 의혹이나 논란에 대해 변명만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 출판사 이미지가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 A출판사 관계자는 “회고록은 일정한 판매량을 기대할 수 있지만 출간 목적이 ‘폭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고 했다. 실제 노태우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1992년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에게 3000억 원대 대선자금을 제공했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전임 대통령에게 독설을 퍼부은 반면 외환위기의 책임은 감추고, 치적은 자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B출판사 편집자는 “회고록이 자화자찬이 되면 판매량도 높지 않고 논란만 초래하다 끝난다”고 밝혔다.○ 역대 대통령 회고록 판매 순위는? 동아일보가 교보문고, 예스24와 함께 2000년 이후 역대 대통령 회고록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진보 성향 대통령의 회고록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회고록 ‘성공과 좌절’이 10만 부 내외로 1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자서전’이 2위를 기록했다. 이어 노태우, 김영삼 회고록 순이었다. ‘외로운 선택의 나날’(윤보선 회고록)은 1991년 출간됐지만 절판된 후 윤보선대통령기념사업회에서 비판매용으로 현재 제작하고 있다. 예스24 김태희 MD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회고록은 서거 이후에 출간돼 독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직 박근혜 대통령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는 2007년 발간 당시에는 3만 부가량 판매됐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후 2배가량 더 팔렸고 중국에서도 출간돼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른 영향인지 MB 회고록도 대만과 중국에서 출간된다. 회고록은 집단 기록의 산물이지만 인세는 대통령의 몫이다. 일반 작가 인세(7∼8%)가 아닌 베스트셀러 작가 수준(10∼12%)으로 책정된다. 각 출판사에 따르면 노태우 박근혜 회고록 인세는 본인에게, 김대중 자서전 인세는 이희호 여사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 회고록 인세는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에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가장 빨리 회고록을 냈다. 퇴임 후 2년이 안 된 2000년 1월 회고록을 출간했다. 반면 노태우 전 대통령과 윤보선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퇴임 후 각각 18년과 29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한편 이승만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전 대통령은 회고록 자체가 없다. 전 전 대통령은 일기 등을 토대로 회고록을 준비했지만 2013년 재산 환수 문제로 회고록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윤종 zozo@donga.com·고성호 기자}

심리학 전문가들은 인간은 누구나 ‘요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 본연의 자궁회귀 본능을 뜻하는 용어로, 어머니 배 속 시절을 그리워하는 증상이다. 이 같은 인간의 심리를 가장 잘 대변하는 곳이 지하 세계다. 지하실부터 지하철, 지하상가 등 인간이 갈수록 지하공간과 친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 공간에 대한 이해나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토목전문가인 저자는 지하라는 공간의 신화적 의미부터 철학적 가치,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동서양 지하공간의 역사 등을 두툼한 책 한 권에 담았다. 다양한 관련 삽화도 함께 실어 이해를 돕고 편하게 읽히도록 했다. 인류가 태초에 공동생활을 시작했던 곳은 지하 동굴이다. 음식을 저장하고 몸을 지키는 동시에 땅과 천상을 연결하는 통로였다. 동굴이 여신의 자궁으로 여겨진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집트 아메넴헤트 3세가 만든 장제신전,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만든 크레타 섬의 미궁 등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지하공간이 등장하면서 지하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 추위나 맹수로부터 인간을 지켜주는 소중한 공간이 아닌,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위험스러운 사자(死者)의 공간으로 변화됐다. 17세기 들어 운하 개발 붐 등 축조기술이 발달해 터널 공사가 가능해지면서 지하공간에 대한 관점이 다시 한번 크게 변한다. 각종 공법과 대형 굴착장비, 발파기법의 발달로 지하 관련 에너지, 금속, 건축, 환기기술 등이 함께 발전했다. 이제 지하는 토지부족, 대기오염, 방사능,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인류의 희망과 같은 장소로 인식된다. 현재 진행 중인 프랑스 신도시 구축사업 ‘레 알 프로젝트’는 도시 기반시설과 생활공간을 지하와 지상으로 분산 배치했다. 나아가 ‘미래의 지하’는 지상과 다르지 않은 공간을 넘어 지상이 갖지 못한 장점을 가진 장소로 발전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살며 가슴 떨리던 순간들을 꼽는다면 그 중 하나가 ‘군 훈련소 점호’가 아닐까 한다. 내무반을 구석까지 청소하고 손이 벨 정도로 모포의 ‘각’을 잡아놓고도 가슴을 졸인다. 교관의 눈썰미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점호는 제대한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 여자친구의 휴대폰 점호도 만만치 않다. “휴대폰 줘봐.” 만나면 손부터 내미는 여자들이 적지 않다. 누구와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살펴본다. 남자친구의 휴대폰에 관심이 없는 여성도 간혹 있지만, 심한 경우 SNS나 메일, 통화내역은 물론 대상별 빈도와 시간까지 확인하는 감식반형 여자친구도 있다. 다른 여성의 흔적이 발견되면 누구며 무슨 일로 연락했는지 따지다가 싸움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시빗거리가 될만한 내용을 자체검열로 지우기도 하는데 그게 또 다른 다툼의 빌미가 된다. 훈련소 교관을 능가하는 눈썰미다.휴대폰 점호는 당하는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다. 왜 의심을 받아야 하는지 물어보면 “그냥 심심해서 보는 것일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다고 안 보여주면 더 복잡한 일이 일어난다. 의심보다는 ‘심심해서’ 쪽이 맞을 것이다. 남성은 심심하면 웹툰을 보거나 게임을 하지만 여성은 남의 일상을 훑어본다. 그들의 ‘심심함’은 ‘호기심’과 맞닿아 있다. 뭔가를 캐내려는 의도보다는 남자친구의 일상이 어떤지 그냥 궁금한 것이다. 그에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런 궁금증은 ‘영역 확인’의 속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 남자의 일상을 수시로 파악해 여러 관계들 속에서 자신이 여전히 첫 번째인지 끝없이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반복해서 순찰을 돌고 새로운 인물(특히 여성)이 등장할 경우 경계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군 시절의 철책 경계와도 비슷한 여성 특유의 본능이다. 휴대폰 점호가 사랑에서 비롯된 의식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랑과 의심은 동전의 앞뒤면 관계이고, 관심과 호기심에서 몇걸음 더 가면 의심이다. 휴대폰을 잠그고 비밀번호를 가르쳐주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여성은 ‘나를 향한 마음도 잠금상태가 아닌지’ 의심할 수 있다. 의심이 지나치면 집착이 된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그들이 쓸데없이 의심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여자친구나 아내가 “별 것 없다”면서도 굳이 휴대폰을 잠그고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그래서 더 궁금해질 것이다. 각자의 사생활도 그렇지만 의심을 부르지 않는 소통 역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왜 나를 못 믿느냐”고 따지기에 앞서 솔직하게 묻고 답하기로 신뢰를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게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심리학 전문가들은 인간은 누구나 ‘요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 본연의 자궁회귀 본능을 뜻하는 용어로, 어머니 뱃속 시절을 그리워하는 증상이다. 이 같은 인간의 심리를 가장 잘 대변하는 곳이 지하 세계다. 지하실부터 지하철, 지하상가 등 인간이 갈수록 지하공간과 친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 공간에 대한 이해나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토목전문가인 저자는 지하라는 공간의 신화적 의미부터 철학적 가치,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동서양 지하공간의 역사 등을 두툼한 책 한 권에 담았다. 다양한 관련 삽화도 함께 실어 이해를 돕고 편하게 읽히도록 했다. 인류가 태초에 공동생활을 시작했던 곳은 지하 동굴이다. 음식을 저장하고 몸을 지키는 동시에 땅과 천상을 연결하는 통로였다. 동굴이 여신의 자궁으로 여겨진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집트 아메넴헤트 3세가 만든 장제신전,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만든 크레타 섬의 미궁 등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지하공간이 등장하면서 지하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 추위나 맹수로부터 인간을 지켜주는 소중한 공간이 아닌,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위험스런 사자(死者)의 공간으로 변화됐다. 17세기 들어 운하 개발 붐 등 축조기술이 발달해 터널 공사가 가능해지면서 지하공간에 대한 관점이 다시 한번 크게 변한다. 각종 공법과 대형 굴착장비, 발파기법의 발달로 지하 관련 에너지, 금속, 건축, 환기기술 등이 함께 발전했다. 이제 지하는 토지부족, 대기오염, 방사능,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인류의 희망과 같은 장소로 인식된다. 현재 진행 중인 프랑스 신도시 구축사업 ‘레 알 프로젝트’는 도시 기반시설과 생활공간을 지하와 지상으로 분산 배치했다. 나아가 ‘미래의 지하’는 지상과 다르지 않은 공간을 넘어 지상이 갖지 못한 장점을 가진 장소로 발전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한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번에는 제대로 된 국가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는 22일 대통령 신년 업무계획 보고에서 새로운 국가 브랜드 개발을 1순위로 올렸다. 미국 뉴욕의 ‘아이 러브 뉴욕(I love New York)’, 영국의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처럼 국내외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슬로건과 이를 활용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문체부 등이 개발했던 새 국가 브랜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사실상 사장됐다. 특히 정부가 13억 원을 들여 개발해 지난해 7월 발표한 한국 관광 브랜드 ‘Imagine your Korea’(상상하라, 당신의 대한민국)는 외국인들로부터 “뭘 상상하라는지 모르겠다”란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문체부 국정감사에서도 ‘Imagine your Korea’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07년 발표된 ‘Korea Sparkling’은 ‘활력 넘치는 한국’이란 의미로 개발됐지만 “탄산수의 나라 한국”으로 오해받았다. 2001년 발표된 ‘Dynamic Korea’ 역시 역동성보다는 남북 분단, 시위 이미지와 연계되면서 부정적 느낌을 줬다. 문체부는 이날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국가 순위는 13위(2014년 기준)지만 국가 브랜드 지수 순위는 27위에 그친다”며 “국민통합과 공감까지 담는 국가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보고했다. 전문가들은 새 브랜드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금사원과 자연을 강조한 태국 국가 브랜드 ‘Golden Kingdom for Green World’(푸른 세상을 위한 황금왕국)처럼 한국을 각인시킬 수 있는 뚜렷한 이미지를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 부경희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프랑스 하면 에펠탑이 생각나는 것과 달리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덴마크가 인어공주 동상에 의미를 잘 부여한 것처럼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체부 김희범 1차관은 “최대한 많은 국민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국가 브랜드를 만들어 공감대를 얻어가겠다”고 밝혔다. 국가와 정부의 통합형 상징체계도 구축된다. 기관, 부처마다 다른 심벌마크, 글자 모양과 색상 등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한편 미국 정부를 상징하는 독수리 마크와 같은 한국 정부만의 이미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보고에선 최근 중국의 자국 콘텐츠 시장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류 진흥책도 발표됐다. 2000억 원 규모의 한중 공동발전 펀드로 한중 합작 콘텐츠를 만들 방침이다. 이 경우 중국 현지 제작물로 인정돼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민관 합동 한류기획단을 상반기에 출범시키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한류 지도도 제작된다. 예술인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스토리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창작공간 마련, 저작권보호원 설립 등이 추진된다. 또 지역에서 작은 축제를 여는 ‘문화가 있는 날 존(Zone)’을 운영하고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오! 마이 프레셔스(Oh! my precious).” 국립한글박물관 박재상 학예연구사가 오랫동안 그토록 찾아다니던 ‘그 물건’을 손에 쥐었다. 식은땀이 흐르고 가벼운 신음소리마저 나왔다. 수소문 끝에 겨우 전남의 한 대학교수 A 씨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 여기까지 찾아온 것 아닌가. 뛰는 가슴을 달래며 이리저리 뜯어보던 그는 이내 실망하고 말았다. “그토록 찾던 ‘보물’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1.2 버전이더군요. 힘이 쫙 빠졌어요.” 박 연구사가 찾던 보물은 ‘아래아 한글1.0’ 초판 패키지다. 문화적 가치가 큰 근현대 한글 유물에 대한 정부의 발굴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아래아 한글1.0을 찾아라’라는 특명이 그에게 내려졌다. 아래아 한글1.0은 1989년 4월 발매된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으로 서울대 컴퓨터연구회 출신인 이찬진 김택진 등 4명이 만들었다. 외국 프로그램을 우리말로 옮겨놓은 수준의 다른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과 달리 조합형 문자코드를 사용해 PC에서 한글을 완벽히 표현할 수 있어 ‘한글 디지털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2013년 6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문제는 문화재로 지정까지 됐지만 당시 판매된 아래아 한글1.0 패키지(5.25인치 플로피디스크, 설명서, 박스)를 도저히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음원은 남아 있지만 발매 당시 CD가 품절된 것처럼 1989년 4월 판매된 한글1.0 패키지 초판은 남아 있지 않았다. 박 연구사는 “당시 저작권 인식이 없어 대부분 불법 복제해 사용했다. 이후 정보기술(IT)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금세 아래아 한글 1.2, 1.5 버전이 나오면서 1.0 버전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글박물관 연구원들은 숨겨진 보물을 찾아 헤매듯 아래아 한글1.0을 찾아 전국을 누볐다. 개발자인 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전 대표도 만났지만 “나도 아래아 한글1.0을 가지고 있지 않다”란 말만 들었다. 박물관 홈페이지에 공고를 내고 IT전문가들을 만나러 다니기도 했다. 결국 한글박물관은 23일 포상금을 걸고 언론에 아래아 한글1.0 구매공고를 내기로 최근 결정했다. 보통 등록문화재는 2000만∼5000만 원 선에서 가격이 결정돼 왔다. 1970년 나온 최초의 흑백텔레비전은 5000만 원, 현대자동차 포니1은 7000만 원에 팔려 박물관에 소장됐다. 한글박물관은 “구동 여부 등 상태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세계적으로 우수도서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정부가 직접 우수도서를 선정하고 이를 사들여 도서관에 배포하는 제도를 갖춘 나라는 중국 등 일부 사회주의 국가와 후진국들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도서 인프라를 간접적으로 지원한다. 출판 전문가들은 1968년부터 시행돼 온 정부의 우수도서 선정 사업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국가가 예산을 투입해 우수한 책을 선정하기보다는 도서관이 직접 좋은 책을 선정하고 양서를 많이 보유하도록 도서구입비를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의 독서진흥책은 지역 도서관이 보유 서적을 늘리도록 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프랑스의 경우 정부가 출판 산업을 지원하지만, 한국처럼 직접적으로 책을 구입해 배포하지 않고 제작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출간 전 원고를 정부가 심사한 뒤 제작비용의 최대 50%를 지원한다. 현재의 우수도서 선정 방식을 당장 바꿀 수 없다면 심사위원부터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화 출판평론가는 “심사위원을 늘리고 우수도서의 기준을 세밀하게 만들어 매달 정기적으로 우수도서를 선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대구 출신의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반공 이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북한을 다녀와서 쓴 여행기라 공감을 갖게 하는 우수도서다.”(2013년 6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문제의 책이다. 우수도서 목록에서 삭제했다.”(2015년 1월)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된 후 종북 논란을 빚은 재미동포 신은미 씨(54)의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에 대한 정부의 심의 결과다. 어떻게 2013년 심사에서는 ‘보수 성향의 저자가 쓴 설득력 있는 우수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책이 1년여 만에 북한 독재를 옹호한 책으로 바뀌었을까? 》 ○ 예산 150억 원 우수도서 어떻게 선정되나? 문화체육관광부는 매년 학술 교양 문학 분야의 우수도서 1500여 종을 선정한다. 1종당 1000만 원씩, 총 150억 원의 예산으로 우수도서를 구입해 전국 공공도서관, 청소년시설 등에 배포한다. 문제는 선정 과정에 ‘구멍’이 많다는 점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우수도서 선정에 참가했던 심사위원 10인을 인터뷰한 결과 이구동성으로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다. 우수도서는 출판사가 직접 신청하는데 보통 4∼5배가 접수된다. 한 번에 5000여 권이 신청되는 셈인데 심사위원은 150명 안팎이다. 심사위원 한 사람이 심사해야 할 책이 30권이 넘는다는 얘기다. 심사 기간은 단 하루다. 심사에 참여했던 A 씨는 “하루에 수십 권의 책을 심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심사위원 B 씨는 “심사위원의 상당수가 교수나 작가, 평론가다. 심사위원마다 자기 전공이 있거나 책을 쓰는 사람들인 만큼 자신이 속한 분야나 책을 냈던 출판사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며 암암리에 인맥이 작동된다고 밝혔다. 대학교수 C 씨는 황당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문체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우수도서 심사 청탁 전화를 받았는데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거절했더니 담당자가 ‘책을 다 읽을 필요 없다. 하루 정도 나와 대강 골라 달라’고 하더라.”○ 모호한 심사 기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논란 심사 기준도 문제다. 2013년까지 구체적인 심사 기준 자체가 없었고 지난해 처음 생겼다. 문체부가 밝힌 우수도서 선정 기준은 △창의성과 예술성, 내용의 충실성 △지식정보화 시대, 국가경쟁력 강화 △민족문화, 발전적 세계관 확립 등이다. 명확한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 전 심사위원 D 씨는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다른 심사위원이 고른 책을 ‘우수하지 않다’며 반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우수도서’라고 평하기 어려운 책도 종종 우수도서 목록에 들어간다.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화해를 위해서’는 2006년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박 교수가 위안부 비하 논란에 휩싸인 후 뒤늦게 ‘화해를 위해서’에 일본과 독도를 공유하자는 내용이 담긴 것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한젬마 씨의 저서 ‘그 산을 넘고 싶다’는 2006년 우수도서로 선정된 이후 대필 논란을 겪었지만 ‘사후 처방’이 없어 여전히 우수도서 목록에 올라 있다.○ 편향성 논란도 나와…제대로 관리 못하는 정부 탓 출판계에서는 신은미 씨의 책이 선정된 2013년 우수도서들이 논란이 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자유경제원이 개최한 ‘무엇이 편향을 부르나’ 토론회에서는 2013년 우수도서로 선정된 ‘체 게바라와 랄랄라 라틴 아메리카’, ‘나는 빈 라덴이 아니에요’, ‘비정규 씨, 출근하세요?’ 등이 반미, 반기업 정서를 지나치게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다른 우수도서인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은 대한민국 건국을 평가 절하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당시 우수문학도서(문학나눔사업)는 문체부 위탁을 받은 민간단체인 재단법인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주관했다. 현재는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맡고 있다. 출판사 대표 E 씨는 “문화 권력이 왼쪽으로 넘어간 것 같다. 심사위원들이 좌편향이다 보니 이념 편향 책 논란이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은미 씨의 책을 우수도서로 선정했을 당시 수필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평론가 황광수 씨는 “많은 책을 검토해 누가 이 책을 우수도서로 선정하자고 추천했는지 모른다”면서 “(우수도서를 결정할) 당시 상황이 중요한 것이지, 지금 (종북) 논란이 나오니 ‘그때 나쁜 책을 뽑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김지영·조종엽 기자}

빈부격차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신분 상승 사다리가 끊어진 사회. 한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겪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불평등 문제에 시사점을 주려는 듯 이 책은 “인류는 원래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 존재일까”라는 화두를 던진다. 미국 인류고고학자 켄트 플래너리 미시간대 교수와 조이스 마커스 미시간대 사회진화학 교수는 기원전 1만5000년부터 20세기 초까지의 방대한 고고학, 인류학 자료를 통해 평등했던 사회에서 왜 불평등이 발생했는지, 불평등이 어떻게 제도화됐는지 등 불평등의 기원을 탐구한다. 문헌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수많은 고고학 유적과 유물을 토대로 글을 전개해 현장감이 살아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결론부터 거칠게 말하면 인류는 평등했다. 불평등은 인간 사회에 내재된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농경사회의 발생 등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한 것도 아니었다. 기원전 1만5000년경 인류는 대가족보다는 소규모 집단을 이루며 먹이를 찾아다녔다. 잉여 식량이 없다 보니 집단 스스로 특정 개인이 재산을 축적하지 못하게 했다. 알래스카 에스키모나 남아프리카 쿵족은 지금도 이 전통이 남아있다. 특정 사냥꾼이 우월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화살을 바꾸어 사용할 정도다. 문제는 조직이 커지면서부터. 소집단이 대가족이 되고 씨족으로 합쳐져 촌락사회로 발전하면서 인류의 세계관에 ‘우리’와 ‘저들’이란 심리가 자리 잡혔다. 자치권을 지키기 위해 집단과 집단이 경쟁하면서 우열이 드러났고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현 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이긴 것도 ‘집단을 이루는 힘’이 더 강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사회 안정화와 개인의 야심도 불평등을 강화시켰다. 먹고살 것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능력자가 남보다 우위에 설 수 없다. 하지만 농경의 발달로 식량 축적이 가능해져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우위에 서려는 개인의 욕망이 표출됐다. 이들은 사회 시스템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화시켰다. 평등 사회에서는 초자연적 존재가 가장 위에 있고 그 밑은 모두 평등했다. 특정 가문이나 개인은 이 점을 이용해 “나는 초자연적인 존재와 연결된 존재”라고 주장하면서 격차를 만들었다. 불만을 가진 사람은 재물을 나눠줘 무마시켰고 집단 내에 “저 사람(집안)은 우리에 비해 높은 영혼의 후손”이라는 생각을 퍼뜨렸다. 이에 세습 사회는 점차 계층 사회로 변화했고 기원전 5500년경 남아프리카, 인도 북쪽 등에 왕국이 등장하면서 불평등 사회 시스템이 굳어진 것. 역사적으로 볼 때 지위 세습에 저항하면 평등 사회가 유지됐고 그러지 않으면 불평등 사회가 심화됐다. 불평등이 나날이 심화되는 오늘, 책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독자의 몫이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먼 옛날…. 제주도에는 ‘설문대할망’이라는 거인이 살았다.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우면 다리가 제주 앞바다의 관탈섬에 걸쳐졌고, 오줌을 누면 땅이 파여 제주도 땅 한부분이 쪼개져 나갈 정도였다. 쪼개진 땅은 ‘우도’가 됐다. 어느 날 거인은 제주 사람들에게 “명주 속옷을 한 벌 만들어 주면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제안했다. 사람들은 귀가 솔깃했다. 문제는 명주의 양, 거인에게 맞는 옷을 만들려면 명주 100필은 필요했다. 사람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99필밖에 모으지 못했다. 이에 거인은 다리를 조금 만들다 중단했다. 현재 제주시 조천읍 조촌리와 신촌리 마을 앞 바다에 튀어나온 부분이다. 이처럼 제주도에는 풍부한 설화와 민담이 있다. 제주처럼 좁은 지역에서 다양한 구비문학을 갖고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계간지 ‘본질과 현상’이 제주 설화를 모은 책 ‘섬에 사는 거인의 꿈’(사진)을 최근 냈다. 주로 구술로 전달돼 일반인이 접하긴 힘들었던 40여 개의 제주 설화를 현대적 언어로 바꿔 소설처럼 술술 읽히게 만든 것. ‘제주도를 왕이 태어날 땅으로 생각한 중국 황제가 풍수사를 파견해 지맥을 막아 버렸다’는 ‘고종달형’ 설화는 육지인에게 억압당한 역사에 대한 제주인의 자의식이 투영됐다. 제주 설화의 주 내용은 뛰어난 능력을 타고 났지만 세상(육지)으로부터 외면받는다는 것이다. 제주의 천하장사가 한양으로 가 공을 세우지만 오히려 임금은 그 놀라운 능력을 경계해 상을 주지 않았다는 ‘오찰방 설화’가 대표적이다. ‘본질과 현상’ 발행인인 현길언 전 한양대 교수(75)는 ‘제주 설화와 주변부 사람들의 생존양식’도 함께 출간했다. 설화를 통해 제주 사람들의 사유 방식을 고찰한 연구서다. 현 교수는 “왕이 태어날 수 있었던 땅을 강조하는 제주 설화는 차별과 왜구 침탈 등 비극적 상황을 극복하려 했던 제주인의 사유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안·철·수. 한때 이 이름은 새 정치를 갈망하는 유권자뿐 아니라 출판계에도 ‘보장된 블루칩’으로 각광받았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다룬 책들은 하나같이 판매량이 높아 베스트셀러의 대명사로 통한 것. 이런 이유로 최근 발간된 신간 ‘안철수는 왜?’(더굿·사진)에 출판계는 주목했다. ‘안철수’란 콘텐츠 파워가 살아있느냐에 관심이 쏠린 것. 하지만 이번 신간 판매량은 전작과 비교하면 턱없이 초라하다. 대선을 앞둔 2012년 7월 출간된 ‘안철수의 생각’은 당시 하루 평균 3만 부, 열흘 만에 30만 부가 팔리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누적 판매부수도 70만 부에 이른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의뢰해 ‘안철수는 왜?’가 출간된 7일부터 닷새간의 판매량을 ‘안철수의 생각’과 비교해봤다. ‘안철수는 왜?’는 예스24에서 첫날 12권이 팔린 데 이어 36권(2일째) 등 5일간 81권이 팔렸다. 반면 ‘안철수의 생각’은 첫날 7170권이 팔린 뒤 1만3314권(2일째), 3976권(3일째), 3238권(4일째), 1만976권(5일째)로 3만8674권이 나갔다. 무려 477배나 차이 나는 셈. ‘안철수는 왜?’를 출간한 더굿 관계자는 “총 1만 부를 찍었으며 벌써 3쇄에 들어가는 등 기대 이상으로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판계에서는 “‘안철수 특수’는 끝났다”고 본다. 한 출판사 대표는 “한때 안철수 관련 책을 내려고 출판사끼리 경쟁이 치열했는데, 이번엔 그런 모습이 없었다”며 “최소한 정치 관련 책에서는 ‘안철수 효과’가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안·철·수. 한때 이 이름은 새정치를 갈망하는 유권자 뿐 아니라 출판계에도 ‘보장된 블루칩’으로 각광받았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다룬 책들은 하나같이 판매량이 높아 베스트셀러의 대명사로 통한 것. 이런 이유로 최근 발간된 신간 ‘안철수는 왜?’(더굿)에 출판계는 주목했다. ‘안철수’란 콘텐츠 파워가 살아있느냐에 관심이 쏠린 것. 하지만 이번 신간 판매량은 전작과 비교하면 턱없이 초라하다. 대선을 앞둔 2012년 7월 출간된 ‘안철수의 생각’은 당시 하루 평균 3만 부, 열흘 만에 30만부가 팔리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누적 판매부수도 70만 부에 이른다. 정치 입문 전에 나온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2001년)와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2004년) 역시 30만 부 안팎이 팔렸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의뢰해 ‘안철수는 왜?’가 출간된 7일부터 닷새간의 판매량을 ‘안철수의 생각’과 비교해봤다. ‘안철수는 왜?’는 예스 24에서 첫날 12권이 팔린데 이어 36권(2일차), 17권(3일차), 4권(4일차), 12권(5일차) 등 5일 간 81권이 팔렸다. 반면 ‘안철수의 생각’은 첫날 7170권이 팔린 뒤 1만3314권(2일차), 3976권(3일차), 3238권(4일차), 1만976권(5일차)로 3만8674권이 나갔다. 무려 477배나 차이 나는 셈. 교보문고의 경우도 비슷해 “두 책의 일주일 치 판매량은 290배 차이가 났다”고 밝혔다. ‘안철수는 왜?’를 출간한 더굿 관계자는 “총 1만부를 찍었으며 벌써 3쇄에 들어가는 등 기대 이상으로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판계에서는 “‘안철수 특수’는 끝났다”고 본다. 한 출판사 대표는 “한때 안철수 관련 책을 내려고 출판사끼리 경쟁이 치열했는데, 이번엔 그런 모습이 없었다”며 “최소한 정치 관련 책에서는 ‘안철수 효과’는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법륜 스님이 최근 펴낸 산문집 ‘지금 여기 깨어 있기’가 새해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출간된 이해인 수녀의 산문집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장경동 목사의 ‘결혼, 하면 괴롭고 안 하면 외롭고’ 등도 벌써 3만 부 이상 판매됐다. 출판계에서는 종교인 저자 서적은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가 보장되는 블루칩으로 통한다. 어떤 책들이 가장 큰 호응을 얻었을까? 동아일보가 교보문고와 함께 200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11년간 종교인 저자 도서 누적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1위는 혜민 스님의 산문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차지했다. 조엘 오스틴 목사의 ‘긍정의 힘’(2위)을 제외하고는 3∼6위와 9, 10위가 각각 법정과 법륜 스님의 저서로 10위 내 서적 중 7권이 불교 관련 서적이었다. 20위까지로 확대해 살펴봐도 불교 쪽이 12권으로 가장 많았다. 가톨릭은 4권, 개신교도 4권이었다. 특히 2010년 입적한 법정 스님의 책은 20위권 내에 7권이나 포함돼 있다. 법정 스님의 유지에 따라 같은 해 절판됐음에도 누적 판매량 상위를 차지한 것은 앞서 그만큼 많은 독자들이 사서 봤다는 의미다. 법륜 스님(4권), 차동엽 신부(3권), 이용규 선교사(2권)도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개인의 성찰을 강조하는 불교가 유일신에 대한 신앙을 강조하는 기독교보다는 요즘 시대의 코드에 더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이 점이 도서 판매에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계도 종교인 저자를 선호한다. 신자들을 ‘기본 독자’로 확보할 수 있어서다. 주보나 종교 소식지를 통해 손쉽게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다만 종교색이 너무 짙을 경우 일반 독자에게 외면받을 수 있어 종교 전문 출판사가 아닌 일반 출판사들은 종교색이 너무 도드라지게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각종 종교 신문, 종교 잡지를 챙겨 보는 것도 종교서적 담당 편집자의 주요 업무다. 새 종교인 저자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대박 조짐이 보이는 종교인이라면 ‘십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라크네 출판사의 편집자들은 지난해 장경동 목사의 책을 내기 위해 수개월간 지방을 누볐다. 지방 강연이 많은 장 목사가 출판을 거부하자 지방으로 10여 차례 찾아다니며 설득한 것. 이해인 수녀의 ‘필 때도…’를 낸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는 “종교인들은 책을 내는 것이 세속과 멀리하는 종교적 삶과 위배된다고 생각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출판과 홍보를 할 때 세속적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특히 조심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 혜민 스님이 후속작을 어느 출판사에서 내느냐가 출판계의 빅 이슈다. 야구로 따지면 박병호(넥센 홈런타자)가 자유계약선수(FA)로 나온 셈이기 때문. 혜민 스님과 계약하려는 출판사들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종교인이 쓴 저서들이 예전만큼 대중적 인기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성철 스님이나 김수환 추기경이 시대의 어른으로 추앙받았다면 이후에는 점차 종교인이 ‘스타화’됐고 이제는 인생을 조언해주는 ‘멘토’의 자리로 내려왔다”며 “멘토가 주는 ‘힐링’이 따뜻한 위안은 되지만 실질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점을 대중이 점차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박근혜 정부 들어 한동안 ‘태평성대’(성균관대 출신의 약진), ‘학수고대’(전임 정부에 비해 고려대의 부진), ‘참여연대’(연세대의 선전)란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최근엔 문화예술계 인사들 사이에서 ‘괄목홍대’(刮目弘大)란 유행어도 등장했다. 그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장 중 홍익대 출신은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홍익대 미대를 나온 김종덕 문체부 장관 취임 후 홍익대의 약진이 괄목상대할 만큼 두드러졌다는 ‘뼈있는’ 농담이다. 본보는 최근 마무리된 문체부 산하 기관장 인사에 홍익대 출신이 많다는 내용을 8일 보도했다. 홍익대 산업도안과를 졸업한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51)을 비롯해 홍익대 법대 교수 출신인 한국저작권위원회 오승종 위원장(56)과 방석호 아리랑TV 사장(58) 등이 대표적인 예다. 문체부는 8일 보도자료를 내며 해명에 나섰다. ‘규정된 절차를 거쳐 전문성과 도덕성 등 실력 있는 인물을 뽑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동아일보가 홍익대 학부뿐 아니라 홍익대 재직 교수까지 한데 엮어 문체부를 폄하한 것은 부적절하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강도 높게 반박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편중 인사가 기관장뿐만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31일 김세훈 영진위원장과 함께 임명된 신임 영진위원 3명 모두 김 장관과 경력이 겹친다. 김종국 위원(47·백석대 교수)은 2006∼2011년 홍익대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했다. 김 장관은 2010년부터 홍익대 영상대학원장을 지냈다. 신보경 위원(45) 역시 김 장관이 교수로 근무했던 홍대 시각디자인학과 출신이다. 박재우 위원(42)은 홍익대 출신은 아니지만 김 장관이 석사학위를 받은 미국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을 나왔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이번 영진위 인사는 아무리 ‘오비이락’으로 보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다”며 “김세훈 위원장에 대해서는 이미 부적절한 인사라는 반대성명을 냈고, 나머지 위원들도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이번에도 “영진위원은 실력만 보고 선정했고 김 장관과 겹친 부분은 우연”이라는 종전 해명을 되풀이했다. 또 “당사자의 실력은 안 보고 다른 부분만 지적한다”고 반박하면서도 막상 본보 취재팀이 실력 위주로 철저히 검증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관장 추천위원 명단을 요청하자 “개인정보라 밝힐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설령 능력을 갖춘 전문가라고 해도 같은 날 임명한 특정 단체의 기관장과 위원 전원이 장관이 나온 학교와 연관이 있다면 고루 살펴 피해가는 게 제대로 된 인사다. 문체부는 왜 ‘문화체육인맥부’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지 돌아봐야 한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출간된 후 관심을 모아 온 재미동포 수키 김 씨(45·여)의 북한 체험기가 13일 국내에서 발간된다. 제목은 ‘평양의 영어선생님’(디오네·사진)으로 352쪽 분량이다. 원제는 ‘Without You, There Is No Us’(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노래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에서 따왔다. 이 책은 ‘종북’ 논란을 일으킨 재미동포 신은미 씨(54·여)의 북한 여행기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와 대조되는 내용으로 주목받았다. 김 씨는 13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전업 작가. 선교사로 위장해 북한에 들어가 2011년 7∼12월 6개월간 북한평양과기대에서 학생 270명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그는 ‘책을 쓴 절실하고도 솔직한 이유’라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북한 엘리트들의 생활과 단면을 포착했다. 북한을 알려 북한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책을 내는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피력했다. 그는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사람들이 책을 냄으로써 학생과 교사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며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그려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고 책에 나온 학생들이 보복당하지 않도록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모호하게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 책에 따르면 평양과기대에 다니는 엘리트조차 ‘세계 모든 사람이 조선말을 한다’고 알고 있거나 북한 내부에서만 사용되는 폐쇄적 네트워크인 ‘인트라넷’을 인터넷으로 받아들였다. 설령 사실을 알더라도 감시의 눈 때문에 모르는 척하는 것으로 묘사됐다. 학생들이 수업 내용과 발언을 감시하는 내용도 담았다. 특히 선교사로 온 교사들 사이에서 전달되는 ‘주의 사항’에는 △청바지 금지-김정일이 청바지를 미국과 연관지어 싫어함 △밖에서 누구와도 대화하지 말 것 △음악은 아이팟으로 들을 것-CD는 전파될 수 있어 두려워함 △통신은 항상 감청 등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에 저자는 “사방의 감시로 공포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 책에는 김 씨가 학생에게 민주주의를 설명해 준 후 강제 출국될까 봐 전전긍긍하거나 영화 ‘해리포터’를 보여 주기 위해 허가를 받는 과정 등이 생생히 그려진다. 책 말미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혼란스러워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나온다. 김연홍 디오네 출판사 대표는 “북한 실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 책도 반향이 있을 걸로 기대한다”며 “초판으로 5000부를 찍었다”고 밝혔다. 통상 단행본 초판(2000부 내외)보다 두 배 이상이 되는 부수다. 논란을 빚은 신은미 씨의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가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문학도서에서 제외된 가운데 이 책의 우수도서 선정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