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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 3경기 무실점. 기계 같은 조직력과 유기적인 움직임. ‘포백’(4명이 나란히 서는 수비)에서 ‘식스백’까지 이어지는 수비라인. 한국이 26일 오후 11시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에서 맞붙는 우루과이 수비진 얘기다. 허정무 감독은 25일 훈련에 앞서 “우루과이 경기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탄탄한 수비”라고 말했다.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우루과이의 최대 강점은 터프하면서도 영리한 수비진”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단한 방패를 뚫지 않고선 8강 신화를 쓸 수 없다. 태극전사들이 창을 더욱 날카롭게 갈아야 하는 이유다. 특히 그 창끝에 선 해결사 박주영(모나코)의 어깨가 무겁다.○ 반 박자 빠른 수비? 한 박자 빠른 슈팅으로!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는 누굴까. 박주영이다. 박태하 코치는 “득점과 상관없이 대표팀 공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선수가 박주영”이라고 얘기했다.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에서 자책골을 넣는 등 다소 부진했음에도 그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신뢰는 변함없었다. 다행히 나이지리아전에서 프리킥 골을 성공한 뒤 박주영은 자신감을 되찾았다. 우루과이전 역시 박주영이 살아야 공격이 산다. 우루과이 수비진은 순발력이 좋다. 박주영과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앙수비수 디에고 루가노(페네르바흐체)-디에고 고딘(비야 레알) 콤비는 대인 마크 능력이 뛰어나 상대에게 좀처럼 슈팅 찬스를 내주지 않는다. 프랑스의 화려한 공격진도 이들 콤비의 유기적인 플레이에 제대로 힘 한번 쓰지 못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다르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반 박자 빠른 우루과이 수비진의 움직임에 한 박자 빠른 슈팅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선수가 박주영”이라고 말했다. 간결한 슛 동작에 빠른 템포의 슈팅이 우루과이 수비진에도 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속팀 모나코의 기 라콩브 감독이 “다른 선수보다 0.5초는 더 빠르다”고 극찬했던 ‘명품’이 박주영의 슈팅이다.○ 그물 수비?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남미 예선과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 수비진은 중앙으로 파고드는 공격엔 대처를 잘했지만 측면에서 길게 넘어오는 크로스나 하프라인 부근에서 날아오는 볼 처리엔 다소 약했다. 한국의 전방 공격수들이 우루과이 수비수들과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하고 헤딩 경합을 펼쳐야 하는 이유다. 현재 대표팀에서 그런 역할을 할 만한 선수는 박주영과 이동국(전북)이 ‘유이’하다. 부상에서 막 회복한 이동국은 아직 실전 감각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상태. 박주영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키 183cm인 박주영은 스피드도 좋지만 헤딩 능력 역시 발군이다. 웬만한 농구 선수를 능가하는 서전트 점프(91cm)에 타이밍까지 잘 잡는다. 그리스전에서도 장신 수비수들을 상대로 최전방에서 70% 넘게 헤딩 볼을 따내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장신 골키퍼? 명품 프리킥으로! 박주영이 우루과이전 키 플레이어로 꼽히는 마지막 이유는 역시 세트피스 때문이다. 허 감독은 “큰 경기에선 세트피스 한 방이 경기 흐름을 뒤바꾼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대 수비진을 넘어 예리하게 꺾이는 박주영의 프리킥은 언제나 믿음을 준다. 훈련 캠프에서 만난 우루과이 기자들도 “박주영의 중거리 슛과 프리킥은 경계대상 1호”라고 입을 모았다. 우루과이의 장신 골키퍼 페르난도 무슬레라(라치오·191cm)는 높은 볼 처리엔 능하지만 빠르고 낮게 휘어지는 슈팅엔 약하다. 박주영의 프리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루스텐버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신이 ‘바파나 바파나(남아공 축구 대표팀 애칭)’를 지켜주실 겁니다.” 22일 인도양을 낀 남아공의 조용한 해안도시 더반. 남아공 대표팀의 노란 유니폼을 입은 파트리샤 에마나 씨(25·여)는 경기에 앞서 들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신력만큼은 바파나 바파나가 세계 최고”라며 “목소리가 쉴 때까지 그들을 응원할 것”이라며 웃었다. 이날 남아공은 블룸폰테인에서 프랑스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가졌다. 앞서 2경기에서 1무 1패를 기록한 남아공은 사실상 16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인 프랑스를 큰 점수차로 이기고, 멕시코-우루과이 경기에서 승패가 갈리기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 불가능해 보였던 그 기적이 이루어지는 듯했다. 전반 20분 바파나 바파나가 선제골을 터뜨리자 더반의 해안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 모인 수천 명의 축구팬들 입에서 일제히 함성 소리가 터졌다. 부부젤라 소리는 고막을 찢을 듯 사방에서 뿜어져 나왔다. 17분 뒤 추가골까지 나오자 도시 전체가 들썩거렸다. 사람들은 서로 껴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거리를 지나는 차량들은 경적 소리로 승리를 기원했다.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서울광장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풍경. 기적을 희망하는 데는 성별도 인종도 없었다. 노란 유니폼을 입은 이상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후반에도 바파나 바파나의 공세가 이어졌다. 전반 초반 한 명이 퇴장 당해 수적 열세인 프랑스를 거세게 몰아치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을까. 슈팅은 조금씩 빗나갔고 아쉬운 시간은 계속 흘렀다. 응원하던 팬들의 입에서도 탄식이 이어졌다. 결국 경기는 2-1로 끝났다. 바파나 바파나는 팬들에게 월드컵 사상 첫 승리를 선물했지만 16강 티켓은 손에 얻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팬들은 아쉬움에 한동안 멍하니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이윽고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나왔다. 팬들은 서로 악수를 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잠깐 잠잠했던 부부젤라 소리도 다시 힘을 얻었다. 타에포 에밀랑가 씨(45)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는 “비록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바파나 바파나의 투혼에 감동했다. 오늘 얻은 감동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울먹거렸다. 크리스티나 음펠라 씨(32·여)는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바파나 바파나의 승리는 남아공의 밝은 미래의 시작입니다.”―더반에서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약간 내려간 눈매에 선한 인상. 수줍은 듯 해맑은 웃음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하지만 녹색 그라운드에만 나서면 달라진다. 부리부리한 눈매와 날렵한 몸동작은 먹이를 앞에 둔 맹수를 연상케 한다.'순둥이' 정성룡(성남 일화) 얘기다. 대표팀의 2인자 골키퍼였던 정성룡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해 최고 골키퍼 계보를 잇는 주역으로 우뚝 섰다. 정성룡은 23일 남아공 더반의 모저스 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안정적인 방어로 확실한 골키퍼 세대교체를 알렸다.앞서 1, 2차전에서에서도 백전노장 이운재(수원)를 제치고 선발로 나와 결정적인 선방을 9개나 하며 활약을 펼친 정성룡은 이날도 나이지리아의 무서운 공격을 막아내며 허정무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정성룡의 최대 강점은 뛰어난 순발력. 최근 동아일보가 조사한 'K리그 골키퍼 코치 10명 이 꼽는 최고 순발력을 갖춘 골키퍼' 항목에서도 그는 9명으로부터 1위 표를 얻었다. 한국 골키퍼로는 보기 드물게 큰 키(190cm)에 긴 팔을 가진데다 높은 점프력을 지닌 것도 그의 무기. 그리스 전에선 장신 공격수들을 상대로 공중 볼을 안정적으로 걷어내며 그 진가를 발휘했다. 최근 컨디션도 절정이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서 경기당 최소 실점을 기록하고 있는 그는 경기마다 두, 세 차례 씩 결정적인 선방으로 성남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성남 신태용 감독은 "최근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갖는 그에 대한 믿음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성남 최고의 '믿을맨'"이라며 극찬했다. 2003년 K리그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정성룡은 김병지(현재 경남FC)의 그늘에 가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김병지가 FC서울로 이적하며 기회를 얻었다. 본격적으로 전성기를 알린 건 2008년 1월 성남으로 이적하고부터. 그해 1월 30일에는 그를 눈여겨보던 허 감독의 부름을 받아 칠레와의 평가전 때 A매치 신고식까지 치렀다.사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대표팀 골문을 지킬 수문장으로 이운재를 꼽는 데 이견이 없었다.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침착하고 경험 많은 이운재를 대신한 카드를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 하지만 최근 이운재가 K리그와 대표팀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세대교체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꾸준히 준비를 하며 기다린 정성룡은 그 대안으로 떠올랐고 평가전에서 잇따라 좋은 활약을 펼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제는 최고의 축제 월드컵까지 그의 무대로 만들었다. 25세에 불과한 그는 아직 젊다. 이번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 수문장 계보를 예약한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양박쌍용'. 1980, 90년대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누린 홍콩 액션 느와르 영화 제목이 아니다.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박주영(25·AS모나코)의 '양박'에 이청용(22·볼턴)과 기성용(21·셀틱)의 '쌍용'을 묶은 말이다. 이 단어는 어느새 한국 축구의 상징이 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의 원정 사상 최초 16강 진출을 이끈 이들 유럽파 4인방의 활약상은 스크린 속을 종횡무진 누비던 홍콩 액션 배우의 화려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세계 축구의 중심 무대인 잉글랜드(박지성·이청용)와 스코틀랜드(기성용) 프랑스(박주영)에서 뛰고 있는 이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세계무대도 이미 안방처럼 편안해졌다는 사실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큰 대회만 나가면 주눅 들어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주저앉던 예전 한국 축구의 모습을 이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캡틴 박지성은 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를 호령한 차범근(현 SBS해설위원)의 계보를 잇는 한국 축구의 선구자다.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을 거쳐 2005년 세계적인 명문 맨유에 입단해 현재까지 주축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 자리를 굳혔다. 양박쌍용 가운데 가장 먼저 유럽 프로 무대를 밟은 박지성은 12일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30m 폭풍 드리블로 쐐기 골을 넣으며 세계 축구팬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지성은 이 골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3회 연속 득점에 성공했고, 외신들로부터 '탈 아시아급 선수'라는 극찬을 받았다. 그는 16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나이지리아 전에서도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산소 탱크를 가동하며 강철 같은 체력으로 경기를 진두지휘했다.박주영도 이번 대회를 통해 진가를 입증했다. 아르헨티나 전에선 자책골을 기록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경기마다 최전방에서 굳은 일을 도맡아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나이지리아 전에선 결정적인 추가골까지 넣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현재 한국에 주영이만큼 '킬러 본능'을 갖춘 공격수는 없다"며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박주영은 허정무호 출범 이후 A매치에서 가장 많은 골(9골)을 기록하고 있다.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은 쌍용 이청용과 기성용도 매 경기 거침없는 움직임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한국 축구의 매운 맛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이청용은 대회 개막전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로부터 남아공 월드컵에서 떠오를 스타 11명에 이름을 올렸다. 스포츠 전문 매체 '블리처 리포트'도 남아공 월드컵에서 강한 인상을 남길 영플레이어 10명 가운데 한 명으로 그를 꼽았다. 이청용은 그리스 전에선 위력적인 돌파와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 측면을 무력화했고, 아르헨티나 전에선 득점까지 기록하며 이러한 기대에 부응했다.'중원의 사령관' 기성용 역시 한국의 선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리스와 나이지리아 전에서 프리킥으로 이정수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16강 진출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또 경기마다 특유의 감각적인 패스로 경기를 조율하며 중원을 이끌고 있다.양박쌍용은 약속이나 한 듯 "16강에 올랐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우리의 눈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 축구를 이끄는 이들이 어떤 활약으로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 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1일 남아공 더반의 프린세스마고고 경기장. 사상 첫 원정 16강을 노리는 태극전사들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나이지리아와의 최종전을 이틀 앞두고 결전의 땅에 입성했다. 마지막 담금질에 나선 대표팀이 가장 비중 있게 한 훈련은 세트 플레이. 가벼운 스트레칭과 공 뺏기 놀이로 몸을 푼 뒤 15분가량 자체 연습게임을 한 선수들은 나머지 시간 모두를 세트 플레이 훈련에 투자했다.○ 세트 플레이에 웃고 울고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17일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에 1-4로 패한 뒤 “세트 플레이 수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게 결정적인 패인”이라고 말했다. 전반 상대 프리킥이 자책골로 이어지며 눈물을 삼킨 박주영(모나코)도 “세트 플레이 때 내가 실수해 팀이 어려움을 겪었다”며 아쉬워했다.반면 12일 그리스전에선 세트 플레이 덕분에 웃었다. 장신 군단 그리스의 가장 위협적인 무기로 꼽혔던 세트 플레이를 뛰어난 위치 선정과 유기적인 커버 플레이로 무력화했다. 상대 코너킥 찬스에서 11번 가운데 10번, 프리킥 찬스에선 14번 가운데 10번을 먼저 걷어냈다. 전반 7분엔 이정수(가시마)가 코너킥을 골로 연결해 2-0 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결국 승부의 향방을 결정짓는 열쇠는 세트 플레이란 얘기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21일 훈련에서 선수들의 수비 위치까지 일일이 조정해주며 집중적으로 세트 플레이를 가다듬은 것도 이 때문. 허 감독은 가상의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 공격과 수비에 걸쳐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며 최상의 카드 찾기에 고심했다. 훈련이 끝난 뒤엔 “세트 플레이는 경기 초반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표팀의 전담 키커 기성용(셀틱)도 “특히 긴장감이 큰 단기전에선 세트 플레이 하나로 승패가 좌우될 때가 많다”며 “정교하고 집중력 있는 킥으로 나이지리아전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세트 플레이로 허점 노린다23일 오전 3시 30분 더반의 모저스마비다 경기장에서 맞붙는 나이지리아의 세트 플레이는 어떨까.대니 시투(볼턴·191cm), 조지프 요보(에버턴·188cm) 등으로 대표되는 수비수들은 체격이 좋고 힘도 뛰어나지만 세트 플레이 수비에는 약점을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뒤로 돌아 들어가는 상대 선수를 자주 놓치고 낮고 빠른 공 처리에도 미숙하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상대 코너킥 때 수비수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를 놓쳐 헤딩골을 허용했다. 또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감정 기복이 심한 데다 몸싸움이 많고 거칠며 파울도 잦다. 태극전사들이 이 점을 이용하면 초반부터 의외로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도 있다.세트 플레이 공격에선 흑인 특유의 탄력과 유연한 몸동작이 위협적이다. 공격수와 수비수를 가리지 않고 공을 맞히는 재주도 뛰어나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코너킥은 7번 가운데 4번, 프리킥은 13번 가운데 8번을 슈팅 등으로 연결하며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담 키커가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 그나마 있었던 왼발 전문 키커 타예 타이워(마르세유)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며 그 공백이 더 커졌다.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부담요? 후회 없이 즐기다 오겠습니다.”결전의 날을 앞두고도 ‘블루 드래건’ 이청용(볼턴)의 배포는 남달랐다. 그는 “세계적인 팀을 상대로 한국의 매운맛을 보여주고 오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17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경기장.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맞아 전반 초반 태극전사들은 긴장한 듯 몸이 굳었다. 전반 17분 박주영(모나코)이 자책골을 내주면서 분위기는 더욱 얼어붙었다. 아르헨티나는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이 추가골까지 터뜨리면서 공격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반전의 계기가 절실했던 상황. 이때 전반 종료 직전 이청용의 발끝이 번쩍였다. 상대 수비수 마르틴 데미첼리스(바이에른 뮌헨)가 잠시 볼을 흘린 사이 번개같이 뒤로 침투한 후 공을 가로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든 것. 골키퍼가 몸을 날리는 것을 본 그는 침착하게 살짝 밀어 넣어 귀중한 만회골을 얻었다. 무기력했던 태극전사들의 엔진에 시동을 걸고 잠잠했던 붉은악마들에게 불을 지핀 한 방이었다.이날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1-4로 완패했지만 이청용만큼은 반짝반짝 빛났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특유의 물 흐르는 듯한 볼 터치도 여전했다. 전반 이청용에게 공간을 내줘 여러 차례 돌파를 허용한 아르헨티나는 후반 이후 이청용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이청용을 막던 아르헨티나 왼쪽 측면 수비수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는 전반 활발하게 오버래핑을 시도했지만 이후엔 공격에 거의 가담하지 못했다.역습 찬스에서도 선두에는 항상 이청용이 있었다. 후반 12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뒤꿈치 패스를 받아 염기훈(수원)에게 절묘하게 패스를 찔러줬다. 골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아르헨티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장면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청용은 “졌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차분하게 다음 경기를 준비해 16강 진출을 이뤄내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인 나이지리아는 수비수들의 체격조건이 좋지만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평가. 이청용의 활약에 따라 16강행 명암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요하네스버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부담이요? 후회 없이 즐기다 오겠습니다." 결전의 날을 앞두고도 '블루 드래곤' 이청용(볼턴)의 배포는 남달랐다. 그는 "세계적인 팀을 상대로 한국의 매운 맛을 보여주고 오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17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경기장.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맞아 전반 초반 태극전사들은 긴장한 듯 몸이 굳었다. 전반 17분 박주영(모나코)이 자책골을 내주면서 분위기는 더욱 얼어붙었다. 아르헨티나는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이 추가골까지 터뜨리면서 공격의 고삐를 바싹 쥐었다. 반전의 계기가 절실했던 상황. 이 때 전반 종료 직전 이청용의 발끝이 번쩍였다. 상대 수비수 마르틴 데미첼리스(바이에른 뮌헨)가 잠시 볼을 흘린 사이 번개같이 뒤로 침투해 공을 가로채 골키퍼와 1대 1 상황을 만든 것. 골키퍼가 몸을 날리는 것을 본 그는 침착하게 살짝 밀어 넣어 귀중한 만회골을 얻었다. 무기력했던 태극전사들의 엔진에 시동을 걸고, 잠잠했던 붉은 악마들에게 불을 지핀 한방이었다. 한국은 이날 아르헨티나에 1-4로 완패했지만 이청용만큼은 반짝반짝 빛났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특유의 물 흐는 듯한 볼 터치도 여전했다. 전반 이청용에게 공간을 내줘 여러 차례 돌파를 허용한 아르헨티나는 후반 이후 이청용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이청용을 막던 아르헨티나 왼쪽 측면수비수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는 전반 활발하게 오버래핑을 시도했지만 이후엔 공격에 거의 가담하지 못했다. 역습 찬스에서도 선두에는 항상 이청용이 있었다. 후반 12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뒤꿈치 패스를 받아 염기훈(수원)에게 절묘하게 패스를 찔러줬다. 골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아르헨티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장면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청용은 "졌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차분하게 다음 경기를 준비해 16강 진출을 이뤄내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인 나이지리아는 수비수들의 체격 조건이 좋지만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평가. 이청용의 활약에 따라 16강행 명암이 갈릴 전망이다. 요하네스버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다시보기 = 이청용 번개같은 만회골 장면(출처:SBS)}

■ 팀 분위기 이끄는 박지성부드럽지만 근면한 리더십선후배에 활기 불어넣어그리스전 ‘주장 대결’ 완승 오늘 마스체라노와 상대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 경기 전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한국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과 그리스의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파나티나이코스)가 벌이는 ‘캡틴 대결’이었다. 박지성이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심장이자 엔진이라면 카추라니스는 팀 내 공격의 시작이자 정신적인 지주.승부는 예상외로 싱겁게 갈렸다. 박지성은 전후반 내내 그리스 수비진을 헤집고 다니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후반 7분엔 쐐기골까지 터뜨리며 이름값을 했다. 반면 카추라니스는 전반 패스 성공률이 50%에 그치는 등 부진하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결국 캡틴이 ‘날아다닌’ 한국은 동료들에게까지 그 힘이 전달됐고, 캡틴이 ‘사라진’ 그리스는 구심점을 잃고 힘이 빠졌다. ○ 친근한 리더십 ‘행복 바이러스’ 전파 “축구에서 캡틴은 단순히 선수단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니다. 팀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절대적인 존재다.”브라질 대표팀의 캡틴으로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우승으로 이끈 카를루스 둥가 현 브라질 대표팀 감독의 말이다.태극전사들 사이에서 박지성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허정무 감독은 “주장이 앞장서니 다른 선수들이 따라오지 않을 수 없다. 선후배 사이에서 다리 역할도 잘해줘 항상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영표(알 힐랄)도 “지성이의 부드럽고 조용한 리더십 덕분에 팀 분위기가 산다”고 치켜세웠다.역대 한국의 월드컵 대표팀 캡틴들은 대부분 수비수와 골키퍼 등 안정을 중시하는 포지션에서 나왔다. 박지성의 포지션은 이와 달리 공격형 미드필더. 정해성 코치는 “주장인 지성이가 득점도 많이 하고 활기 찬 플레이로 공격을 이끌다 보니 팀 전체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활기가 넘친다”고 전했다.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캡틴이었던 홍명보 현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 2006년 독일 월드컵 캡틴 이운재(수원)는 형님같이 자상한 면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엄격한 카리스마가 특징. 이전 캡틴들도 대체로 비슷했다.하지만 박지성은 다르다. 누구든지 다가가기 쉬운 편안함으로 팀을 이끈다. 본인은 “원래 성격이 카리스마 같은 것과 거리가 멀다 보니 그렇게 비치는 것”이라고 겸손해하지만 그를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박지성의 리더십은 꼼꼼함과 세심한 배려가 만들어낸 결정체”라는 평가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최고 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선배들에겐 겸손함, 후배들에겐 자상함으로 먼저 다가서니 팀 전체에 행복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범근 SBS해설위원은 “최근엔 특유의 친근함에 캡틴으로서 자신감도 더해져 말이나 행동에 강한 책임감까지 묻어난다”고 전했다.○ 박지성 vs 마스체라노그리스전 캡틴 대결을 승리로 이끈 박지성은 17일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 더 강한 상대와 만난다. 바로 아르헨티나의 캡틴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리버풀). 세계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인 마스체라노는 상대 패스를 차단하고 공격수를 집중 마크하는 데 있어 발군이다. ‘지우개’ ‘진공청소기’ 등의 별명도 그래서 붙었다.주장으로서 마스체라노는 박지성과 많이 닮았다. 그는 경기장에선 거칠지만 밖에선 특유의 친근함으로 개성 강한 선수들이 넘치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잘 이끌고 있다.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는 “그는 최고의 주장이다. 그처럼 자상하고 배려가 넘치는 주장을 본 적이 없다”고 극찬했다. 밝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언제나 앞장서는 모습도 비슷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땐 일부에서 당시 주장 후안 파블로 소린(은퇴)이 대표팀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난이 나왔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마스체라노는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박지성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평소 가장 친한 형 김남일(톰 톰스크)에게 많은 조언을 받는다. 마스체라노에게도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백전노장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에스투디안테스)이다. 그는 “평소 베론으로부터 캡틴으로서의 통솔력과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지혜를 얻는다”고 말했다.박지성이 아르헨티나전에서 한국 공격의 숨통을 트기 위해선 수비의 핵 마스체라노의 벽을 넘어야 한다. 둘의 대결에서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누가 될지 결과는 바로 오늘 알 수 있다.요하네스버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아르헨티나전(17일 오후 8시 30분)을 앞두고 세계 최고 공격수 리오넬 메시를 어떻게 막느냐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물론 메시만 막는다고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승점 1점(무승부)을 얻는 것만도 대단한 성과다. 나아가 승점 3점을 얻는다면 16강이 눈앞에 보인다. 아르헨티나는 강한 상대지만 이기지 못할 팀은 아니다. 남미 지역 예선에서 8승을 거뒀지만 6패를 당했고, 23골을 넣었지만 20골을 내줬다. 아르헨티나를 이기기 위한 비법은 무엇일까. ○ 후반 20분 이후를 노려라초반은 조심해야 한다. 아르헨티나의 폭발적인 공격력은 전후반 초반에 빛이 났다. 남미 예선 23골 가운데 9골(전반 0∼15분에 3골, 후반 0∼15분에 6골)을 초반에 집중시켰다. 12일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첫 경기 역시 전반 6분 결승골이 나왔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한국은 경기 초반 수비 위주로 조심스럽게 경기 운영을 해야 한다. 특히 상대의 빠른 공격 템포에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우리 흐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후반 20분까지 상대 공세를 막아내면 승산이 있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중반까지 버티면 급한 건 아르헨티나”라고 강조했다. 예선에서 아르헨티나는 후반 중반까지 경기가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으면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체력적으로도 힘겨워했다.볼리비아 방문 경기 1-6 참패에서 볼 수 있듯 고지대에서도 약했다. 아르헨티나전 장소는 해발 1753m 고지대인 요하네스버그다. 수비수 조용형(제주)은 “후반 중반 이후 갑작스럽게 공격적인 전술로 변형시켜 밀어붙인다면 뼈아픈 한 방을 아르헨티나에 선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측면을 집중 공략하라아르헨티나 중앙수비는 철벽이다. 중앙수비수 마르틴 데미첼리스(바이에른 뮌헨)와 왈테르 사무엘(인터 밀란)은 노련미와 힘을 동시에 갖췄고, 세계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리버풀)가 왕성한 활동량으로 수비를 커버한다. 하지만 측면은 얘기가 달라진다. 왼쪽 측면의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는 경험이 많지만 순발력이 떨어진다. 오버래핑 뒤 수비 전환 속도도 느리다. 빠르고 순발력이 좋은 오른쪽 측면공격수 이청용(볼턴)의 공격력만 살리면 의외로 쉬운 찬스를 얻을 가능성도 높다. 오른쪽 측면의 호나스 구티에레스(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드리블과 패스가 좋다. 하지만 수비 시 자주 상대 공격수를 놓치고 편한 크로스 찬스를 허용한다. 요하네스버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 8승 4무 6패(승점 28). 예선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가 간신히 4위로 턱걸이하며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23득점했지만 20실점. 허술한 수비와 모래알 조직력은 예선 기간 내내 입방아에 올랐다. 그럼에도 우승 후보를 말할 때 이 팀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로 가득 찬 무시무시한 라인업 때문이다. 17일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승부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는 핵심 매치 업을 소개한다.》에인세 순발력 떨어져 이청용 스피드로 돌파○ 이청용 vs 에인세첫 번째는 한국 오른쪽 측면공격수 이청용(볼턴)과 아르헨티나 왼쪽 측면수비수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의 대결.‘젊은 피’ 이청용은 한국 공격의 시작이다. 12일 그리스전에서도 스피드와 정교한 드리블로 상대 왼쪽 측면을 무력화시키며 공격을 주도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도 “지난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처럼 청용이가 흔들어 줘야 아르헨티나의 빈틈을 열 수 있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에인세는 풍부한 경험과 강력한 대인 마크가 주무기인 백전노장. 그는 나이지리아와의 1차전에선 전반 6분 코너킥을 헤딩 결승골로 연결했다. 잉글랜드 리그 진출 이후 수비 가담 능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청용이지만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하지만 에인세는 최근 순발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 간혹 어이없는 실수로 상대 공격수에게 결정적인 찬스도 허용한다. 순간 스피드와 집중력, 수비수 뒤로 돌아가는 움직임이 뛰어난 이청용에게 승산이 있는 이유다.몸싸움 싫어하는 이과인 거친 플레이로 괴롭혀야○ 이정수 vs 이과인한국 중앙수비수 이정수(가시마)는 아르헨티나 최전방 스트라이커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과 맞붙는다.이정수는 장신(185cm)이면서 순발력이 좋다. 공격수 출신인 만큼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뽑아내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자신감이 찬 것도 플러스 요인.올 시즌 스페인 리그 득점 2위를 차지한 이과인은 온몸이 무기다. 볼 터치, 슈팅, 순간 돌파 모두 발군이다. 특히 단신 공격수들이 주축인 공격 라인에서 위협적인 헤딩슛을 날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이다. 그를 잡으려면 일단 위험 지역에서 공간을 내주는 건 금물. 상대 골문을 등진 상태에서 돌아서는 움직임이 유연하면서 슈팅 타이밍도 반 박자 빠르고 정확해서다. 또 경기 초반 다소 거친 플레이로 그를 자극할 필요도 있다. 몸싸움을 싫어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라 일단 경기 초반 자신의 뜻대로 안 풀리면 의외로 부진할 가능성도 크다.메시 일대일로 못막아 협력수비로 족쇄 꽁꽁○ 메시 vs 이영표+조용형마지막은 리오넬 메시와 이영표(알 힐랄)-조용형(제주) 조합의 대결이다.세계 최고의 공격수 메시는 나이지리아전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기습적인 슈팅과 허를 찌르는 패스로 감탄사를 자아냈다. 수비수가 떨어지면 화려한 드리블로 돌파를 했고 붙으면 동료와 짧게 주고받는 패스로 공간을 창출했다. 메시는 일대일 방어로는 막아내기가 거의 불가능한 선수. 그에게 족쇄를 채우려면 왼쪽 측면수비수 이영표와 중앙수비수 조용형의 협력플레이가 필요하다. 두 선수는 덩치가 크진 않지만 축구 지능이 높고 순발력이 좋다. 또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읽고 공간을 선점하는 능력도 뛰어나다.왼발을 잘 쓰는 메시는 주로 상대 왼쪽 측면에서 가운데로 돌파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영표와 조용형이 따로 움직이지 않고 미리 약속된 플레이로 공간을 내주지 않는 수비를 펼친다면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다.루스텐버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메시, 깜짝 기자회견… “한국, 공수전환 빠르고 강한 팀이지만…”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과 리오넬 메시 등 간판스타들은 1일 남아공에 입성한 뒤 기자회견에 나선 적이 없다. 수비수 또는 후보 선수들이 대신 등장해 김빠진 기자회견이 되곤 했다.하지만 13일 남아공 프리토리아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달랐다. 메시가 보이자 300여 명의 취재진은 술렁거렸다. 이어 곤살로 이과인이 나타나자 탄성을 지르는 기자들도 있었다. 두 선수는 이런 반응이 싫지 않다는 듯 자리에 앉아 환한 미소를 지었다.아르헨티나는 기자회견 직전 15분간 공개된 훈련에서 주전 선수들을 제외한 후보 선수들의 훈련만 보여줬다. 후보 선수들은 아르헨티나에서 데려온 청소년 대표팀과 연습 경기를 했다. 실망감을 안고 간 기자회견장에 기대도 하지 않았던 두 선수의 출현은 수많은 취재진에 선물과도 같았다.“우리 라이벌은 오직 우리뿐…”취재진 사이에는 질문 경쟁이 벌어졌다. 한 기자가 질문을 한 뒤 또 질문을 하자 다른 취재진이 비난을 하며 질문을 막기도 했다. 스페인어로 10여 분간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영어 기자회견이 1분간 열렸다.한국 취재진이 ‘한국과 그리스 경기를 봤나. 봤다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메시와 이과인은 서로 쳐다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이과인은 “우리 경기에 앞서 한국과 그리스의 경기가 열려서 경기 전체를 볼 수 없었다. 솔직히 한국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메시도 “우리 경기에 집중하느라 몇 분밖에 보지 못했다. 한국은 공수 전환의 속도가 빠르고 강한 팀 같다”고 밝혔다. ‘B조에서 최대 라이벌이 한국인가’라는 아르헨티나 취재진의 질문에 메시는 “우리의 라이벌은 오직 우리뿐이다. 우리 스스로만 잘 지키면 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메시는 최근 소속팀 바르셀로나의 동료인 다니 아우베스(브라질)가 ‘대표팀에서 메시가 어려운 것은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 팀의 실력 차이 때문이다’라고 밝힌 것에 대해 “대표팀 동료들은 나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나 말고도 골을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는 많다. 오히려 내가 동료들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토리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S세대’의 유쾌한 도전]Soccer 즐기는 축구Self-confidence 자신감 충만Strength 힘이 넘치며Smart 영리한 그들또 한번 ‘코리아 신화’ 기대 “예전엔 경기장에 들어서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렸죠. 선수들 모두 제자리에 얼어붙어 있으니 패스할 곳이 없었어요.”(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제가 월드컵에 나갔을 땐 경기를 앞두고 라커룸이 조용했어요. 선수들 모두 너무 긴장해서 건드리면 터질 것 같았죠.”(차범근 SBS해설위원)예전엔 이랬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녹색 그라운드를 밟기 직전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즐겁게 놀아 보자.”○ 유럽도 안 무섭다…당당한 그들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노리는 태극전사들이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치러진 경기인 데다 상대는 우리가 원정지에선 맥을 못 추는 덩치 큰 유럽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태극전사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린 뒤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고 오히려 상대를 압도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리스 공격수 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는 “한국은 경기 전부터 분위기가 화기애애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여기서부터 지고 들어갔다”며 고개를 숙였다.이러한 자신감의 중심에는 1985년 이후 태어난 ‘S세대’가 있다. 박주영(25·모나코) 이청용(22·볼턴) 기성용(21·셀틱) 정성룡(25·성남) 이승렬(21·서울) 김보경(21·오이타) 강민수(24·수원) 등이 그 주인공.그리스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박주영은 상대 수비를 달고 다니며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장신 수비수들을 상대로 헤딩 볼을 따내 동료에게 찬스를 제공했고, 날카로운 침투로 수비진을 교란했다.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6개의 슛을 날려 3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며 공격을 이끌었다.‘쌍용’ 이청용과 기성용의 활약도 여전했다. 이청용은 빠른 발과 현란한 드리블로 그리스 측면 수비진을 무너뜨렸고, 기성용은 정교한 패스와 프리킥으로 ‘허정무호의 황태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정성룡의 활약도 눈부셨다. 후반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내는 등 경기 내내 안정된 모습으로 골키퍼 세대교체를 알렸다. 이승렬은 이날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들어가 많은 기회는 없었지만 언제든지 출격 가능한 ‘신예 병기’. 김보경 강민수 등도 진작부터 허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자원이다.○ V세대의 밴쿠버 쾌거…우리가 잇는다S세대의 S는 ‘Soccer(축구)’ ‘Self-confidence(자신감)’ ‘Strength(힘)’ ‘Smart(영리하고 활기찬)’ ‘Serenity(차분함)’ 등을 상징한다.이들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보며 꿈을 키웠고, 어릴 때부터 유럽 축구 등 선진 축구를 자연스럽게 접하며 몸에 익혔다. 또 성적 위주의 학원 축구 그늘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공을 차기 시작한 세대다.S세대는 하나같이 자신감이 넘친다. 훈련장에선 집중력 있게 훈련을 하되 여유를 잃지 않는다. 큰 경기를 앞두고는 긴장감마저 재미로 승화시킨다. 이영표는 “한마디로 대범하다. 우리 때와 비교하면 참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론 신기하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아무리 강팀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는다. 오히려 선배들이 이런 후배들의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으로 재무장하게 된다”고 전했다.‘베이비붐 세대(6·25전쟁 직후에 태어난 세대)’인 부모들의 희생 속에 비교적 넉넉한 환경에서 자라며 다양한 경험을 한 덕분에 열린 사고방식을 가진 것도 특징이다. 이들은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좌절하기보단 냉정하게 문제점을 찾고 다시 일어선다. 지난달 약체로 꼽히던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패배한 직후 이청용은 이렇게 말했다. “아쉽지만 실망스럽진 않습니다. 경기 내용을 분석해 잘못을 찾아 고친다면 오늘 패배는 더 큰 성공을 위한 과정일 뿐이니까요.”올해 초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선 김연아(피겨), 이정수(쇼트트랙),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이상 스피드스케이팅) 등 이른바 ‘V세대’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용감하고(Valiant), 다양한(Various) 창의성과 생기발랄한(Vivid) 모습으로 국민에게 기쁨을 줬다. 이번 월드컵에선 S세대가 바통을 이어받아 다시 한 번 ‘코리아’로 전 세계를 물들일지 지켜보자.포트엘리자베스=신진우 기자}
경기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가 울리자 경기장은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과 부부젤라(나팔 소리가 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전통 악기) 소리가 뒤섞여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태극전사들은 순간 긴장한 듯 몸이 굳었다. 전반 초반 상대 코너킥 찬스에서 위협적인 상황까지 연출되자 표정은 더욱 굳었다.이 때 한 선수가 나서 그 긴장을 누그러뜨렸다. 차분히 하자는 의미로 손짓을 하며 동료들을 다독였다. 전반 7분 과감한 돌파로 상대 오른쪽 측면을 무너뜨리며 프리킥을 얻어 냈다. 이 프리킥은 그대로 골로 연결되며 2-0 승리의 디딤돌이 됐다. 주인공은 '초롱이' 이영표(알 힐랄). 이영표는 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왼쪽 측면 수비수로 나와 승리의 숨은 주역이 됐다.수비에선 침착하고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상대 공격을 꽁꽁 묶었다. 다른 수비수들과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하며 수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영표(177cm)보다 키가 10cm이상 큰 그리스 오른쪽 측면공격수 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뉘른베르크·192cm)는 그의 노련한 수비에 공 한번 제대로 잡지 못했다. 하리스테아스는 결국 후반 15분 교체됐다. 공격에서도 돋보였다. 경기 내내 위력적인 오버래핑으로 상대를 흔들었다. 그리스 공격수들은 전반 초반 이영표의 오버래핑이 이어지자 마음 놓고 공격에 치중하지 못했다. 33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부지런한 플레이 역시 돋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이영표는 언제나 그랬듯 믿음직스러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그라운드를 걸어 나왔다.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에 환한 미소와 박수로 화답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평소 훈련에서 이영표와 가장 많은 얘기를 나눈다. 그가 수비 전술의 핵심이자 젊은 선수들의 정신적인 지주여서다. 숨은 캡틴 이영표의 믿음직스러움에 허 감독은 이날 다시 한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포트엘리자베스=신진우 기자 이정수의 선제골 (출처: SBS) 박지성의 두번째 골 (출처 : SBS)}
한국이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유럽의 복병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했다. 가장 부담이 되는 1차전을 승리함에 따라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도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실제 그동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첫 경기를 승리한 팀은 대부분 16강에 진출했다. 최근 3번의 월드컵(1998년 프랑스 월드컵,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1차전 승리 팀의 16강 진출 확률은 86.1%. 프랑스 월드컵에선 1차전 승리 팀이 모두 16강에 올랐다. 3경기를 치르는 조별리그에서 1차전 승리 팀의 16강 진출 확률이 이렇게 높은 건 심리적인 요인 때문. 실제 허정무 대표팀 감독도 그리스 전에 앞서 "첫 경기 승리는 단순한 1승을 훨씬 뛰어넘는다. 우리에겐 자신감이 생기고, 상대에겐 그만큼 부담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1차전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 첫 경기만 승리하면 그 기세를 몰아 아르헨티나 전에서도 깜짝 놀랄 일을 만들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국은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도 모두 첫 경기 승리를 거뒀다. 안방에서 열린 한일 월드컵에선 폴란드를 2-0으로 꺾은 뒤 여세를 몰아 4강 신화를 썼다. 독일 월드컵에선 토고에 2-1 역전승을 거둔 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꿈을 품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스위스에 0-2로 패하며 아쉽게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이 때도 토고 전 승리의 기세를 몰아 강호 프랑스와 1-1로 비기는 등 선전했다. 어쨌든 일단 16강 진출을 위한 밑그림은 그려졌다. 차범근 SBS 해설위원은 "일단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생겼다는 건 월드컵과 같은 단기전에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라며 "특히 젊은 선수들에게 1승의 의미는 경기력을 2, 3배 끌어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전망했다. 태극전사들은 17일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16강 청사진이 보다 뚜렷하게 그려질지 기대된다.포트엘리자베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12일 오후 8시 30분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만날 한국과 그리스는 모두 팀플레이에 강하다. 따라서 개개인의 승부에서 밀릴 경우 승부의 추가 급격하게 기울 수도 있다. 이 경기에서 승부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는 핵심 ‘매치업’을 소개한다.○ 박주영 vs 키르기아코스 스트라이커 박주영(모나코)은 공격 최전선에서 그리스 중앙수비수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리버풀)와 맞붙는다. 박주영은 대표팀 최고의 ‘믿을 맨’이다. 허정무 감독은 “박주영이 얼마나 편하게 공을 잡느냐에 따라 우리 공격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주영이가 일을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리스 최고의 중앙수비수 키르기아코스도 만만치 않다. 뛰어난 신체조건(192cm, 86kg)에 강력한 힘을 무기로 대인 마크에 능하다. 거칠지만 영리한 수비로 상대 공격수를 꽁꽁 묶고 상대가 찬스를 얻을 만하면 강력한 태클로 저지한다. 공중볼에 능한 키르기아코스를 상대로 박주영에게 높은 크로스가 이어진다면 초반부터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박주영이 상대 골문을 등진 상태에서 패스를 받거나 공을 끌 경우에도 힘들어진다. 키르기아코스가 워낙 밀착 마크에 능하고 상대 공격수의 드리블 방향을 읽는 눈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르기아코스의 뒤를 노릴 경우 찬스를 얻을 수 있다. 키르기아코스는 순발력이 떨어지고 공격 가담에 이은 수비 전환 속도가 느리다. 스피드가 좋고 슈팅이 반 박자 빠른 박주영에게 좋은 침투 패스만 연결된다면 득점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 박지성 vs 세이타리디스 왼쪽 측면 공격수 박지성의 상대는 그리스 오른쪽 측면 수비수 유르카스 세이타리디스(파나티나이코스)이다. 박지성은 한국 공격 라인의 심장이다. 빠른 패스와 돌파로 공격의 숨통을 트고 고비 때는 득점까지 터뜨려 준다. 세이타리디스는 A매치 경험이 풍부해 세계 정상급 공격수들을 상대해도 위축되지 않는다. 최근 인터뷰에선 “박지성을 잘 안다. 만약 그와 맞붙는다면 수비에 좀 더 치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약점도 있다. 전성기가 지나면서 공간을 쉽게 내준다는 지적이 있다. 3일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도 상대에게 수차례 편한 크로스 찬스를 허용했다. 전반 25분 두 번째 실점도 그가 공격수를 놓친 게 빌미가 됐다. 방향 전환이 느리고 순발력도 떨어진다. 박지성이 특유의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만 잘 살린다면 상대 오른쪽 측면을 ‘구멍’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이영표 vs 사마라스 마지막 핵심 매치업은 이영표(알힐랄) 대 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 사실 이영표의 주 포지션은 왼쪽 측면이다. 하지만 그리스 공격의 핵 사마라스가 왼쪽 측면 공격수이기 때문에 허 감독은 그리스전에 대비해 이영표를 사마라스와 맞붙는 오른쪽 측면 수비자리로 옮길 것을 고민하고 있다. 사마라스는 그리스 공격의 시작이다. 장신(192cm)임에도 드리블이 좋고 중거리 슈팅도 수준급이다. 남아공에 온 그리스 취재진도 “사마라스의 활약에 따라 한국전의 명암이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스전을 하루 앞둔 11일 훈련을 마친 뒤 이영표는 “사마라스는 예전 네덜란드 리그에서 뛸 때부터 잘 알았다”며 “스피드를 살린 드리블이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 “일단 공을 잡을 때 쉽게 돌아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를 막기 위한 대비책은 이미 머릿속에 다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포트엘리자베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9일 남아공 더반의 노스우드 고등학교.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그리스 대표팀의 훈련장에도 긴장감이 고조됐다. 선수들은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바로 연습경기에 들어갔다. 공격수들은 쉴 새 없이 골문을 노렸고, 수비수들은 몸을 날려 이를 막았다. 오토 레하겔 감독은 별다른 지시 없이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가 끝난 뒤엔 만족스러운 듯 얼굴에 미소를 띠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이날 연습경기와 그리스 축구협회 관계자, 취재진 등의 설명을 바탕으로 그리스의 핵심 전술과 포메이션을 예상해 본다.○ 위협적인 세트플레이…롱 크로스도 경계대상 “신장의 우위를 이용해야 한다. 또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플레이를 잘 살려야 한국을 잡을 수 있다.” 한국 경기 승리 공식을 물을 때마다 그리스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이렇게 말했다. 실제 연습경기에서도 큰 키를 이용한 그리스의 공격은 위력적이었다. 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와 디미트리오스 살핑기디스(파나티나이코스) 등 스피드와 드리블이 좋은 측면 공격수들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면 체격이 좋은 전방 공격수들은 이를 능숙하게 처리했다. 측면 수비수들의 오버래핑도 경계대상. 사이드를 따라 치고 올라온 뒤 날리는 기습적인 크로스가 공격수들의 머리에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세트플레이 역시 예리했다. 요르고스 카라구니스(파나티나이코스) 등 킥이 좋은 선수들이 올린 코너킥이나 프리킥은 70% 이상 동료들에게 연결됐다. 장신 수비수들이 세트플레이 공격에 가담할 경우 성공률은 더욱 높아졌다. 세트플레이 찬스 때 길게 올리는 듯하다 근처 동료에게 짧게 꺾어주는 패스도 무서웠다. 이러한 패스는 어김없이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이어졌다. 수비에 치중하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격수에게 한 번에 연결하는 롱 크로스도 위협적. 그리스 축구협회 관계자는 “그리스가 볼 점유율에서 한참 뒤져도 한 골 차 승리를 자주 거두는 이유는 정교한 롱 크로스와 한 방을 갖춘 공격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파이브백 질식 수비…유로 2004 영광 다시 한 번 그리스 축구가 가진 힘의 원천은 유로2004에서 우승으로 이끈 강력한 수비 라인. 한국전에선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리버풀), 아브람 파파도풀로스(올림피아코스),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제노아)가 후방에서 스리백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스리백이지만 실제론 좌우 측면 미드필더 니코스 스피로풀로스와 유르카스 세이타리디스(이상 파나티나이코스)가 수비에 치중하기 때문에 파이브백에 가까운 형태가 된다. 하지만 초반 공격을 노리거나 먼저 실점을 할 경우엔 포백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엔 중앙수비수 2명을 제외한 2명의 측면수비수까지 활발하게 오버래핑에 가담하며 좀 더 공격적으로 나오게 된다. 공격 라인에선 최근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사마라스와 살핑기디스가 좌우 측면, 월드컵 예선 11경기에서 10골을 폭발시킨 테오파니스 게카스(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가 전방에 설 예정. 장신(191cm) 공격수 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뉘른베르크)도 언제든지 출격 가능한 공격 자원이다. 미드필더 두 자리엔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파나티나이코스)와 카라구니스가 설 가능성이 높다.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태극전사들은 모든 초점을 12일 오후 8시 반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 맞췄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오지만 지면 조별리그 통과가 힘들어진다. 상대팀인 그리스도 마찬가지. 오토 레하겔 감독은 “한국과의 1차전에서 승리하면 여세를 몰아 유로2004 우승의 영광까지 재현할 수 있다”며 전의를 다졌다. 그렇다면 결전을 앞둔 그리스 선수들은 지금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그리스 코칭스태프, 선수, 축구협회 관계자 등의 말을 바탕으로 8일 대표팀 선수들의 하루 일과를 재구성해 봤다.훈련 잠 등 모든 일과 한국전에 맞춰밤에도 외출않고 DVD로 전력분석○ 오후 1시반 경기대비 오전 10시 기상 선수단 숙소인 해안도시 더반 인근의 음흘랑가에 위치한 베벌리힐스 호텔. 인도양이 한눈에 보이는 해변에 자리 잡은 5성급 호텔이다. 선수들은 오전 10시경 잠에서 깼다. 스위스 전지훈련 당시 기상 시간은 오전 8∼9시였지만 남아공에 입성한 뒤 시간을 늦췄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1시 반에 경기를 치르는 당일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서다. 오후 훈련이 끝난 뒤에야 점심을 먹기 때문에 선수들은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다. 아침 메뉴는 다양했다. 샐러드, 빵, 시리얼, 감자 등 가벼운 음식에서부터 닭 가슴살, 미트볼, 새우 등이 입맛을 자극했다. 대부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지만 방으로 음식을 배달시킨 선수도 많았다. 아침을 먹고 휴식을 취한 선수들은 낮 12시 반경 호텔에서 나와 7.2km가량 떨어진 훈련장(노스우드 고교)으로 이동했다. 20대가 넘는 경찰차가 삼엄한 경계 속에 앞뒤로 호위했다. 오후 1시 반. 한낮의 땡볕이 잔디를 달궜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훈련을 시작했다. 역시 경기 당일 킥오프 시간에 맞춘 시간 배정. 전날까진 컨디션 조절에 힘을 쏟았지만 이날은 전술 훈련을 했다. 레하겔 감독은 한국전에 대비해 중거리 슛과 세트 플레이 훈련에 비중을 뒀다. 경기에 앞서 미드필더 흐리스토스 파차조글루(오모니아)와 수비수 니코스 스피로풀로스(파나티나이코스)가 15분가량 기자회견을 했다. 파차조글루는 “박지성의 플레이가 좋다. 한국은 한 선수만 잘하는 게 아니고 조직적인 플레이가 좋은 팀”이라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DVD 시청 땐 긴장감이 넘쳐 2시간가량 훈련이 끝나고 녹초가 된 선수들은 호텔로 돌아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역시 뷔페식으로 점심 메뉴는 더 푸짐했다. 선수들이 좋아하는 3대 음식은 닭고기와 스파게티, 생선. 열량 소모가 많은 선수들에게 적합한 음식이다. 음식은 그리스에서 함께 온 조리장이 현지에서 공수한 재료로 직접 만든다. 이후부터는 자유 시간. 일부는 휴식을 취했고, 호텔 피트니스 센터에서 개인 체력 훈련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도 보였다. 독서와 비디오 게임도 즐겨 하는 취미 생활 가운데 하나. 하지만 외출은 허락되지 않았다. 저녁을 먹은 뒤 선수들은 최근 한국 경기가 담긴 DVD를 시청했다. 한국의 특징적인 전술은 무엇이고 경계해야 할 선수가 누구인지 등 많은 얘기가 오갔다. 경기를 눈앞에 둬서인지 긴장감도 어느 때보다 컸다. 오후 10시. 저녁 늦게부터 비가 내려 날씨가 흐렸지만 술집과 레스토랑 등이 밀집한 호텔 주변은 여전히 북적거렸다. 하지만 선수들 방은 하나둘 불이 꺼졌다. 푸른(그리스 유니폼 색깔) 전사들의 하루가 또 그렇게 조용히 지나갔다.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노스우드 스쿨. 그리스 대표팀이 첫 현지 훈련을 시작한 이곳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뿐만 아니라 50여 명의 그리스 축구협회 관계자, 취재진 등이 몰려 북적거렸다. 그리스 대표팀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이들만큼 자국 대표팀의 사정을 훤히 꿰고 있는 사람도 없을 터. 그래서 물어봤다. 한국과 그리스의 조별리그 1차전에 관련한 궁금증들을….○ 그리스 약점… 단순한 공격 루트 그리스 축구협회 관계자 3명과 기자 6명(일간지 4명, 스포츠전문지 2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키 플레이어로 예상되는 그리스 선수로는 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가 가장 많은 6표를 얻었다. 사마라스는 3일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도 맹활약한 그리스 공격의 핵. A일간지 기자는 “빠른 스피드에 드리블이 좋은 사마라스가 개인기가 뛰어난 공격수에 약한 한국 수비를 교란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드컵 유럽 예선 11경기에서 10골을 폭발시킨 테오파니스 게카스(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는 2표, 디미트리오스 살핑기디스(파나티나이코스)는 1표를 얻었다. 3명이 모두 공격수. 한국 선수 가운데 키 플레이어로는 이청용(볼턴)이 5표를 얻어 경계 대상 1호였다. 소속팀에서 활약도 그렇지만 최근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보여준 돌파, 볼 컨트롤 등이 인상 깊었다는 설명.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3표), 골키퍼 이운재(수원·1표)가 뒤를 이었다.○ 승패는… 9명 중 5명 “무승부” 그리스 대표팀의 가장 큰 약점은 무엇일까. 공격력(5표)이 첫손에 꼽혔다. 협회 관계자 A 씨는 “일명 ‘뻥’ 축구로 대표되는 단순한 공격 루트를 다변화시키지 않으면 조별리그 1승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체력을 꼽은 전문가는 2명. 후반 중반 이후 선수들의 몸놀림이 눈에 띄게 둔해진다는 지적이다. “유로 2004 우승 때 보여준 ‘그물 수비’가 사라졌다”는 평가와 함께 수비력과 조직력을 꼽은 전문가도 1명씩 있었다. 한국과의 경기 결과 전망은 무승부(5표)가 가장 많았다. 1-1이 3표, 0-0이 2표. 협회 관계자 B 씨는 “두 팀 모두 질 경우 사실상 탈락이 확정되기에 경기가 조심스럽게 진행되다 보면 무승부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예상했다. 그리스 승리는 3표. 2-1이 2표, 1-0이 1표였다. 그리스의 0-2 패배(1표)도 있었다. “세대교체가 잘 되고 분위기도 좋은 한국이 유리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남아공 더반의 노스우드 스쿨에서 첫 훈련을 시작한 그리스 대표팀의 표정은 밝았다. 6일 오전 7시(현지 시간) 현지에 도착해 오후 6시에 훈련을 가졌지만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선수들은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푼 뒤 바로 미니게임에 들어갔다. 훈련의 강도는 예상보다 높았다. 훈련에 앞서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미니게임에 들어가자 찾아볼 수 없었다. 공격수들은 좌우로 활발하게 움직이며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고, 수비수들 역시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실전을 방불케 했다. 최근 스위스 전지훈련 도중 부상을 당해 대표팀 관계자들의 속을 태웠던 공격수 테오파니스 게카스(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도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듯 활발한 몸놀림을 보였다. 평소 조용한 편인 오토 레하겔 감독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선수들 곁에서 끊임없이 함께 움직이며 주문을 쏟아냈다. 옆에서 지켜보던 마이클 자피디스 그리스 대표팀 미디어담당관은 “사실 평가전 결과가 좋지 않아 선수단 분위기가 처져 있었다. 하지만 남아공에 입성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히려 너무 의욕이 앞서 부상 선수가 나올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취재진에게 20분가량 훈련을 공개한 그리스 대표팀은 1시간 반 가까이 훈련을 더 소화하며 첫날 일정을 마쳤다. 한편 훈련에 앞서 15분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자피디스 미디어담당관과 그리스의 유로 2004 우승 주역이었던 타키스 피사스 코치가 나왔다. 피사스 코치는 “한국과의 첫 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 경기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열심히 월드컵을 준비한 만큼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그리스전 올인” 맞춤훈련 가동“이제 그리스전에 올인하겠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마치고 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입성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오후 8시 30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열리는 B조 첫 경기 그리스전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서북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허정무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제 그리스 하나만 생각하고 준비하자고 말했다. 한국 축구에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12일 최상 컨디션을 위한 훈련 스케줄 허 감독은 5일 선수들에게 무선 데이터 측정기를 채우고 회복 훈련을 시켰다.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 때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한 훈련. 측정기로 선수들의 심박수 변동을 체크해 몸 상태를 분석했다. 루스텐버그에서의 훈련은 12일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스포츠 과학 프로그램에 따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실시한 훈련으로 운동생리학에 맞춰 훈련 강도를 조절한다. 대표팀은 6일 피지컬, 7일 전술, 8일 피지컬 훈련, 9일 휴식, 10일 포트엘리자베스 이동 및 컨디션 조절, 11일 경기장 적응 훈련, 그리고 12일 그리스전으로 일정을 짰다. 6일 훈련은 ‘저승사자’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트레이너가 주도해 체력보강 훈련과 미니게임을 통한 인터벌 트레이닝 등 강력한 체력 훈련이 주를 이뤘다.○ 루스텐버그는 약속의 땅? 대표팀은 1월 남아공 북단의 해발 1233m 고지대인 루스텐버그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허 감독이 트레이닝캠프로 지적한 이곳은 8년 전 제주도를 연상시킨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연초 서귀포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했고 월드컵 개막 직전 잉글랜드와 평가전(1-1 무)을 했다. 그리고 4강 신화를 썼다. 대표팀은 루스텐버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김정우(광주)는 “다시 오니 좋다. 지난번엔 더웠는데 이번에는 선선해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오히려 국내파가 해외파에게 정보를 전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운재(수원)는 1월 전지훈련 때 못 온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지성아, 식당은 이쪽이야”라며 숙소인 헌터스하우스를 설명했다. 김정우, 조용형(제주) 등 국내파 선수들도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 김남일(톰 톰스크) 등 해외파에게 루스텐버그에 대해 가르쳐주며 즐거워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 비행기 짐이 4t을 초과해 독일 뮌헨에서 남아공에 입국할 때 4700만 원의 초과 비용을 냈다. 일본에서 뮌헨으로 갈 때도 2000만 원을 더 줬다. 대표팀이라 50% 이상을 할인받은 가격이다.루스텐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기억하라! 더반의 세가지 변수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결정짓게 될 마지막 일전이 23일 오전 3시 반 항구도시 더반의 모세스 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다. 상대는 ‘슈퍼 이글스’ 나이지리아. 전반 내내 공세를 늦추지 않은 한국은 후반 이청용(볼턴)의 크로스에 이은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그림 같은 골로 승리해 16강행을 확정짓는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상상이다. 그런데 이 상상이 실현되려면? 더반에서 벌어질 ‘작지만 큰’ 변수 3가지를 살펴본다.[날씨]남아공 도시 중 가장 더워 월드컵이란 최고의 무대에서 선수들은 긴장하기 마련. 날씨는 선수들의 컨디션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주요 변수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최근 “일조량, 강수량 등 경기 당일 환경적인 변수를 세심하게 체크해 달라”고 축구협회 관계자에게 주문한 것도 이 때문. 6일 더반의 날씨는 무덥다. 남아공의 계절은 초겨울이지만 더반은 경기가 열리는 도시 가운데 가장 덥다. 인도양과 접해 있는 데다 산맥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공 도시들은 일교차가 크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해안도시 더반의 일교차는 그리 크지 않다. 밤에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더반 인근에 베이스캠프를 차려 미리 적응 기간을 가질 그리스, 나이지리아와 달리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한국 대표팀이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고도]고지경기 후 평지 적응 관건 고지대인 루스텐버그(해발 1233m)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대표팀은 산소마스크를 공수하는 등 고지 적응 훈련에 한창이다. 하지만 더반은 해발 0m에 가깝다. 요하네스버그(1753m)에서 아르헨티나와 조별 예선 2차전을 치른 뒤 더반으로 올 경우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란 게 현지 축구협회 관계자의 얘기. 대표팀 김세윤 경기분석관은 “고지대 적응뿐만 아니라 평지로 내려온 뒤 얼마나 빨리 경기력을 회복하느냐 역시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응원]나이지리아 대규모 원정 마지막 변수는 나이지리아 응원단이다. 현지 언론들은 한국전을 보기 위해 대규모 나이지리아 응원단이 더반을 찾을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나이지리아 응원단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상대하기 꺼릴 만큼 시끄럽고 거칠기로 유명하다. 현지 한국 교민들 역시 충돌 가능성 때문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태극전사들은 경기장을 뒤덮을 나이지리아 팬들의 시끄러운 응원 소리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그의 별명은 ‘뼈정우’다. 축구 선수는커녕 일반인보다도 마른 체격. 살짝만 건드려도 넘어질 것만 같은 몸을 보고 팬들이 붙인 별명이다. 하지만 대표팀 사이에서 그의 별명은 ‘악바리’다. 누구보다 근성이 강하고 터프한 플레이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 ‘악바리’ 김정우(광주)가 대표팀의 ‘뼈대’로 훌쩍 성장했다. 허정무 감독은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수비에 비중을 두다 역습을 노리는 전술을 들고 나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에 대비한 포석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풀타임 활약한 김정우는 전술의 핵심이었다. ‘포백’의 바로 위에서 좌우로 왕성하게 움직이며 수비수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화려한 개인기와 정교한 패스를 자랑하는 스페인 미드필더들은 그의 압박과 길목을 막는 플레이에 번번이 패스를 차단당했다. 경기 내내 다른 선수들과 의사소통을 하며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을 조율하는 역할도 그의 몫이었다.스페인전 공수의 핵 맹위 감독도 동료도 “최고였다” 그는 공격에서의 역할도 훌륭히 소화했다. 대학 시절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름 날린 그대로 번개 같은 역습은 그의 발끝에서 나왔다. 침착하게 동료를 향해 찔러주는 정교한 패스는 ‘패스마스터’라 불리는 상대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 부럽지 않았다. 이날 김정우는 80% 이상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전반 13분 날린 기습적인 중거리 슛은 살짝 빗나갔지만 경기 초반 몸이 굳었던 태극전사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은 하나같이 그의 이름을 댔다. 중앙 수비수 이정수(가시마)는 “정우가 수비에서 백업을 정말 잘해줬다. 후반 20분 이후 체력이 많이 부쳤는데 정우 덕분에 버텼다”고 말했다. 측면 수비수 이영표(알 힐랄)도 “정우가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잘했고, ‘캡틴’ 역할까지 해줬다”고 칭찬했다. 허 감독은 “정우는 화려하진 않지만 팀에 꼭 필요한 ‘조용한 엔진’”이라고 평가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딕 아드보카트 당시 감독의 마음을 얻지 못해 출전의 꿈을 접었던 김정우.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 실패, 국내 K리그 부진 등이 겹치며 이름이 잊혀지는 듯했지만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섰다. 그의 눈은 이미 남아공을 향해 있다.인스브루크=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