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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통상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23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한꺼번에 출렁였다. 코스피가 하루에 3% 넘게 하락하는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3∼4%대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주식시장 하락은 올해 들어 강화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행보가 실제 국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신호탄’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미중 갈등이 각국이 경쟁적으로 관세를 올리다 주가폭락, 실물경제 붕괴로 이어졌던 1930년대 대공황 직전 상황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검은 금요일’된 글로벌 증시 글로벌 주식시장은 ‘트럼프발(發)’ 악재로 일제히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500억 원(약 54조 원)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 1300여 종류를 대상으로 2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무역법 301조에 서명하자 이날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하루 만에 2.93% 하락한 23,957.89로 장을 마쳤다. 아시아 시장에서 폭락세가 더 커졌다. 미국산 철강, 돈육 등 30억 달러(약 3조2400억 원) 규모의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중국의 대응이 알려지면서 23일 오전부터 증시는 공포에 휩싸였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4.51% 폭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3.39%), 홍콩 항셍지수(―2.45%)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79.26포인트(3.18%) 추락한 2,416.76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 하락 폭은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 채무위기로 94.28포인트 폭락했던 2011년 11월 10일 이후 6년 4개월여 만에 최대다.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의 가치가 상승했다. 이날 원-엔 환율은 하루 만에 20.29원 오른(원화가치 하락) 1033.42원으로 강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 종가보다 9.5원 오른 달러당 1082.20원으로 장을 마쳤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국제 금 가격이 올랐고, 철광석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은 하락했다.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미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한 데 대해, 중국은 30억 달러 보복 관세만 천명했다. 중국 상무부가 “이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비해서는 아직 ‘유화적’이라는 평가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아직 미국산 대두(大豆) 수입제한 등의 핵심 카드를 쓰지 않았다”며 “아직은 대미 협상의 끈을 놓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CNBC 등 외신은 중국이 보잉, 애플, 인텔 등 주요 미국기업에 대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는데, 이 경우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부과안을 살펴보면 즉각 도입하는 게 아니라 ‘의견 청취’ 등의 기간이 있어 양국 타협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앞으로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다면 글로벌 교역량이 줄어드는 등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 양국 의존도 큰 한국 피해 미중 통상갈등이 격화되면 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큰 한국의 피해가 커진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G2 수출 의존도는 36.8%에 달했다. 각각 대중 수출이 1421억 달러(24.8%), 대미 수출이 689억 달러(12.0%)에 이른다. 여기에 중국의 주요 대미 수출품인 휴대전화나 텔레비전 등에는 반도체 등 한국산 부품이 많이 들어간다. 중간재 수출길도 막힌다는 뜻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액(999억1000만 달러)의 39.5%가 중국으로 수출된 것이다. 수출국가 기준 1위다.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업종도 품목별로 관세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부과는 일단 면했지만 중국 철강의 대미 수출이 끊길 경우 저가 중국산 철강이 한국으로 쏟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업계 역시 지금까지 미중 통상갈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중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막힐 경우 부품수출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김성모·변종국 기자}
두산중공업이 베트남과 해상풍력발전소수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두산중공업이 해외 풍력발전 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중공업은 2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전력공사와 3MW(메가와트)급 해상풍력발전 실증단지 건설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실증단지는 해상풍력발전소를 본격적으로 건설하기 전에, 풍력발전기가 잘 돌아가는지 전력 수급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등을 실험하는 단지다. 협약을 맺은 베트남전략공사는 실증을 위한 부지를 확보하고, 풍력사업을 인·허가 해주는 지원을 한다. 두산중공업은 에너지저장장치(ESS·풍력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해 원하는 시간에 전기를 공급는 장치)를 포함해 풍력발전기 설계부터 기자재 제작, 설치, 시운전까지의 과정을 수행한다. 두산중공업은 같은 날 총 105MW 규모의 풍력발전 사업권을 보유한 베트남 종합건설회사 CC1과 풍력발전단지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CC1은 베트남 남부 지역인 빈투언 성에 풍력발전 단지 사업을 할 수 있는 사업권을 가지고 있다. 두산은 이 곳에 풍력발전기기를 공급하고 발전기 유지보수도 맡을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의 풍력발전소 수출은 그룹의 숙원 사업이었다. 두산중공업은 풍력발전기를 모두 국내기술로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해외 수출과는 인연이 멀었다. 국내 풍력발전 시장과 인프라가 초기 단계라는 것이 해외 고객들의 두산을 선택하지 못했던 약점이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건 24년간 이어진 투자 덕분이다. 두산중공업은 1995년 베트남 하이퐁에 베트남 국영회사와 합작으로 플랜트 설비 제작회사 ‘한비코’를 설립했다. 이어 2007년에는 베트남 정부 요청으로 낙후된 중부지역에 생산법인인 ‘두산비나’를 설립했다. 투자 규모가 약 3억 달러였는데 당시 외국기업으로서는 최대규모였다. 두산비나는 2000여 명의 베트남 현지 근로자를 채용했다. 또한 베트남 안빈 섬에 해수담수화설비를 무료로 기증하기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두산중공업은 2011년에 베트남 투자기획부가 수여하는 사회책임경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약 7조 원 규모의 화력발전소 등을 수주하기도 했다. 베트남의 발전 사업은 대부분 중동 업체들의 차지였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24년간 이어진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처음으로 풍력발전소 수출을 하게 됐다. 박지원 중공업회장도 베트남 발전 사업에 애정이 커서 직접 베트남까지 날아가 업무 협약에 서명을 했을 정도다. 베트남 풍력발전 시장은 동남아시아 가운데 가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베트남은 현재 180MW 규모인 풍력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6000MW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이번 성과는 두산중공업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며 “베트남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베트남 산업에 기여하고 발전 분야에서 협력한 만큼 풍력발전에서도 긴밀히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쩐 뚜언 아잉(Tran Tuan Anh) 베트남 산업통상부 장관이 체결한 ‘전력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의 결과로 베트남 화력발전소 국산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됐다.변종국 기자bjk@donga.com}

더블스타 차이융썬 회장(사진)이 금호타이어의 독립경영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운영 모델로 과거 중국이 볼보자동차를 인수한 사례를 제시했다. 지금까지는 ‘독립경영 보장 원칙’만 언급했지만 이번에 구체적인 운영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차이 회장은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수가 성사되면 금호타이어 본사는 한국에 두고 ‘볼보 모델’처럼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2010년 중국 지리자동차는 스웨덴 자동차회사 볼보를 약 2조5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볼보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고 일자리도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지리차는 볼보의 독립경영을 보장했다. 볼보의 헤드쿼터와 스웨덴 및 벨기에에 있는 생산기지를 유지하고 경영진에는 자율권을 줬다. 지리와 볼보는 연구와 생산에서는 협력하면서도 기존 볼보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게 했다. 더블스타는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식과 금호타이어에 사외이사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금호타이어를 운영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밝혔다. 인수 이후 금호타이어의 경영진 구성은 한국인 위주의 상임경영진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은행도 더블스타의 이 같은 방식이 금호타이어의 독립경영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2대 주주로서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경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날 더블스타는 기자회견에서 더블스타의 스마트공장(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된 공장)을 소개하는 영상을 틀었다. 이에 금호타이어 노조 내부에서는 “사실상 인원 감축을 하겠다는 뜻 아니냐”는 입장을 피력했다. 노조는 이날 더블스타 측에 더블스타의 경영 상황과 금호타이어 운영 계획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고 차이 회장을 만날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력 감축 논란에 대해 차이 회장은 “금호타이어가 발전해야만 일자리가 창출된다”며 “공장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공장 규모와 생산량을 늘리겠다. 스마트공장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6일 중국 더블스타 공장을 방문했을 때 더블스타 측은 “스마트공장으로 바꾼 뒤 기존 인력을 3분의 2 정도 줄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변종국 bjk@donga.com·황태호 기자}

최근 자동차업계의 화두는 ‘친환경’ 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시장의 친환경 기조에 맞춰 ‘저공해자동차‘에 집중하고 있다. 저공해자동차는 전기나 수소전기차처럼 오염물질 배출이 전혀 없는 제1종, 전기와 내연기관을 함께 쓰는 제2종, 기존 화석연료 자동차지만 현행 배출허용 기준보다 오염물질을 현저히 줄인 제3종으로 나뉜다. 친환경이 대세라지만 내연기관에 익숙한 소비자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엔진 특유의 활력과 감성을 원하는 고객이 여전히 많다. 닛산은 이런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알티마’를 필두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닛산 알티마는 제3종 저공해차량에 속한다. 2012년 10월 환경부로부터 저공해자동차 인증을 받았다. 알티마 소비자에겐 몇 가지 혜택이 있다. 저공해자동차 스티커를 부탁할 수 있어 공영주차장 주차비가 할인되고, 대중교통 환승주차장 주차비도 할인 된다. 지차체별로 저공해자동차에 대한 각종 혜택들도 있어 각종 부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닛산 측은 “알티마는 친환경지만 드라이빙 퍼포먼스와 디자인이 부족한 것이 절대 아니다”고 말한다. 알티마 2.5L 라인업엔 4기통 QR25DE 엔진이 탑재돼 있다. 최고 출력은 동급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는 게 닛산 측 설명이다. 닛산의 디자인 콘셉트는 ‘에너제틱 플로(Energetic Flow)’다. 역동성을 강조한 차량 전면부는 닛산의 V자형 그릴과 날렵한 발광다이오드(LED) 부메랑 모양의 헤드램프를 통해 강렬한 첫인상을 완성했다. 후면 또한 부메랑 타입의 리어램프를 장착해 차량 전반적인 통일감을 연출하면서도 프리미엄 세단으로서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한다. 안전 성능도 우수하다. 인텔리전트 디스턴스 컨트롤(Intelligent Distance Control), 인텔리전트 전방 충돌 경고(Intelligent Forward-collision Warning), 인텔리전트 비상 브레이크(Intelligent Emergency Braking) 등 첨단 기술을 대거 적용해 최고의 안전성을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알티마는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선정 ‘2016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op Safety Pick+)’를 획득하며, 세계적으로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우수한 상품성을 통해 2017년에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한 수입 중형 가솔린 세단 중 유일하게 베스트셀링 톱10에 선정되기도 했다. 가격도 착하다. 가성비가 좋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알티마는 파워트레인과 안전 및 편의 사양에 따라 2가지 파워트레인, 총 4가지 트림(2.5 SL 스마트 2990만 원, 2.5 SL 3290만 원, 안전 사양이 대폭 강화된 2.5 SL 테크 3480만 원, 3.5 SL 테크 3880만 원)으로 구성된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한국GM 사태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부품협력업체 대표들이 한국GM과 노조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빠른 타협을 촉구했다. 한국GM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GM은 신차 투입을 포함한 사업 정상화 계획을 제시하고 노조는 회사 측의 요구안에 적극 협력해 경영 정상화에 힘써 달라”고 요구했다. 비대위 문송 대표는 “100% 한국GM에만 납품하는 협력업체가 86곳, 50%가 넘게 의존하는 업체가 150곳이 넘고, 직·간접적으로 30만 명의 이해관계자들이 있다”며 “이 업체들은 GM 부품사라는 이유로 금융권에서 신규 대출도 안 되고, 어음 할인과 여신 축소, 대출한도 관리 등의 조치를 당해 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한 1차 협력업체 대표는 “군산공장 폐쇄 이후 우리와 거래하던 2차 협력업체 10곳 중 2곳이 사업을 접었다”며 “최근에도 한 업체가 4월부터 우리 물량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국GM 사측과 노조는 이날 임단협 교섭을 이어갔다. 제6차 임단협 교섭에서 사측은 노조 요구를 일부 반영한 임단협 수정안을 전달했다. 사측은 △통근버스 운행 노선 및 이용료 조정 △학자금 지급 자녀 수 제한(최대 2자녀) △중식 유상 제공 등 노조가 민감하게 반응한 내용을 뺐다. 노조는 최근 한국GM의 비상임이사 5명을 전원 교체한 이유도 물었다. 사측은 “정기적인 인사였다”고 답했다. 노조는 사측이 내놓은 임단협 수정안을 검토하겠다면서도 군산공장 폐쇄 철회, 신차 배정, 미래발전 전망 제시 등이 선행돼야만 원활한 교섭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30분 만에 교섭을 마쳤다. 한편 금호타이어 일반직 노조(약 600명) 대표단은 이날 금호타이어 노조를 찾아 “해외자본 유치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2016년 신세계그룹 이마트 인사팀은 머리를 싸맸다. 회사 전체로 업무 시간은 긴데 생산성은 떨어지고, 조직은 정체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해법을 마련해야 했다. 크게 두 가지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일하는 시스템과 문화다. 올 초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 전까지 2년 동안 시스템과 문화를 함께 바꾸기 위해 애썼다. 특히 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배광수 이마트 인사팀장은 “PC오프, 집중근무시간제, 회의 시간 제한 등 각종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의 성공을 위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임원 평가였다. 부서별 야근자를 조사하고, 야근자가 많으면 상위점수는 못 받는 식으로 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임원들이 야근 없이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해야 한다. 이는 결국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요즘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사회적 요구,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려 다양한 제도를 실험 중이다. 하지만 제도가 처음 도입되면 직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다. “설마, 진짜로 저걸 해도 될까?” 자율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관계자는 “어제 12시간 일하고 오늘은 3시간만 일하기로 했어도 다들 눈치를 보며 또 오래 앉아 있다. 이들에게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확실하며 중간관리자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는 확신을 줘야 문화로 정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리더의 의지가 중요하다 2016년 어느 수요일 오후 5시 30분. 모 대기업 직원들이 술렁였다. 사장이 사무실 순찰을 돈다는 극비 정보가 돌았기 때문이다. 사장은 왜 한창 일할 시간에 사무실을 급습한 걸까? 이 기업은 매주 수요일 ‘가정의 날’을 도입하면서 오후 5시 30분에 무조건 퇴근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다들 눈치를 봤다. ‘휴가 가란다고 진짜 가고, 할 말 하란다고 진짜 했다간 집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주저주저하자 사장은 뛰어다니며 사무실에 남아있는 직원들을 회사 밖으로 쫓아냈다. 그래도 야근하는 사람이 두 번 이상 걸리면 해당 팀장의 결재권을 박탈해버렸다. 사장은 퇴근 후 집에서 근무하는 사태를 막으려 사내망 접속 상황을 전수 조사하는 꼼꼼함도 보였다. 몇 달이 지나자 사장이 ‘뜨지’ 않아도 알아서 집에 가는 게 문화가 됐다. 한 과장은 “학교도 아니고 사장이 돌아다니며 직원들을 퇴근시키는 게 처음에는 웃기기도 했는데 그래야 팀장이 바뀌고 직원들도 바뀌고 문화가 되더라”라고 전했다. 티 카페 오가다의 최승윤 대표는 책상 앞에 종이 있다. 종의 용도는 퇴근시간을 알려주는 것이다. 최 대표는 종을 시끄럽게 마구 치며 퇴근을 독려한다. 최 대표는 월요일 오후 출근 제도도 도입했다. 이른바 ‘월요병’이라고 불리는 업무 비효율을 막으려고 월요일은 아예 오후에 출근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최 대표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제도”라고 말했다. 관리자의 ‘센스 있는 한마디’도 워라밸 정착에 도움이 된다. 육아 문제로 아침 늦게 출근하고 있는 김하나 씨(32·운송회사 대리)는 “팀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조금 일찍 출근했더니 부장이 ‘왜 일찍 왔냐. 밥 못 먹었을 테니 뭐라도 먹고 오라’고 해서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눈치 보지 말고 당당히 퇴근해’, ‘일이 바빠도 집안일 먼저 챙겨라’는 말이 리더에게서 듣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착 때까지 강제 조치도 필요 한 외국계 자동차회사 인사팀은 대표에게 ‘금요일 오후 1시 퇴근제’를 제안했다. 계열 회사에서 이 제도를 시행했더니 반응이 좋다고 보고했다. 해외 본사 출신인 대표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우리 자율 근무제인데 다들 원했다면 왜 그동안 퇴근을 안했나요?” 인사팀은 “한국 문화에서는 아무리 자율 근무제여도 오후 1시 퇴근은 눈치를 보게 된다. 아예 제도를 선포해 달라”고 했다.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문화적 배경 속에서 기업 문화를 바꾸려면 강제 조치나 반복 캠페인도 도움이 된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2014년 두산그룹은 ‘왜(WHY)’ 캠페인을 진행했다. ‘상사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다시 묻자’는 소통 캠페인이다. 예를 들어 부장이 “절대 강요하는 것은 아닌데,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아 술 마시자”라고 했을 때, 오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를 땐 “진짜 가도 되는 것인가”라고 다시 묻자는 취지다. 두산 경영진은 구체적이지 못한 업무 지시와 직장 상사의 말을 눈치껏 알아듣고 해석해야 하는 문화 때문에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하고 이 캠페인을 도입했다. 두산 관계자는 “3년 동안 줄기차게 캠페인 영상을 보고 들으니 이제 ‘다시 묻는 문화’가 정착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고순동 한국MS 대표 “확실한 목표 설정… 일하는 방식 노터치”▼“한국은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직원들이 ‘공장라인’에 앉아 있어야만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구성원이 어떻게 일하든 결과만 낸다면 용인해 주겠다는 생각을 경영진이 갖는 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의 출발점이다.” 고순동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대표(60·사진)는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구성원들이 유연하고 즐겁게 일하면 자연스럽게 회사의 생산성은 높아지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대표는 미국 IBM 임원, 삼성SDS 대표를 거친 정보기술(IT) 업계 전문가다. 미국과 한국 기업을 오가며 여러 기업의 일하는 방식도 목격했다. 다른 직종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IT 업계에 있었지만 2016년 한국MS로 자리를 옮기고 놀란 일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회의 문화다. 고 대표는 “MS에 입사해 가장 놀랐던 점은 회의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하는 점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고 대표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쓸데없는 얘기를 하면 서로 자르고, 빠르게 결론을 내는 분위기가 정착되는 것을 보고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MS는 2004년 ‘일하는 방식’만 연구하는 ‘워크플레이스 리서치’ 조직을 만들었다. 최적의 업무 환경이 뭔지,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보고서를 만든다. 각종 제도는 전 세계 지사에 도입한다. 한국MS는 자율 근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재택근무는 당일 팀장에게 구두 보고하고 해도 된다. 어느 누구도 늦게 출근하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을 ‘불성실하다’거나 ‘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 대표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일하고 있을 것이라는 ‘신뢰의 문화’와 사무실에 앉아있지 않아도 일할 수 있는 ‘기술 인프라’, 쾌적하게 근무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와 직원이 서로 신뢰하기 위해서는 직무가 명확해야 한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확실한 목표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한국MS는 본사 인사팀에서 해당 직군에 대한 업무 할당량을 제시한다. 동시에 팀장과 팀원이 1년에 2번 이상 세부 목표와 실행 과정에 대해 의무적으로 미팅하도록 한 ‘커넥트 제도’를 두고 있다. 고 대표는 “성과 목표에 대해 팀장과 팀원이 합의를 본 뒤에는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과정)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는 명확한 워크(일)를 주고 직원 스스로 밸런스(삶)를 맞추도록 하는 것이 워라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김현수 기자·신무경 기자 yes@donga.com}

2016년 신세계그룹 이마트 인사팀은 머리를 싸맸다. 회사 전체로 업무 시간은 긴데 생산성은 떨어지고, 조직은 정체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해법을 마련해야 했다. 크게 두 가지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일하는 시스템과 문화다. 올 초 주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 전까지 2년 동안 시스템과 문화를 함께 바꾸기 위해 애썼다. 특히 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배광수 이마트 인사팀장은 “PC오프, 집중근무시간제, 회의 시간제한 등 각종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의 성공을 위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임원 평가였다. 부서별 야근자를 조사하고, 야근자가 많으면 상위점수는 못 받는 식으로 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임원들이 야근 없이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해야 한다. 이는 결국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요즘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사회적 요구,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실험 중이다. 하지만 제도가 처음 도입되면 직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다. “설마, 진짜로 저걸 해도 될까?” 자율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관계자는 “어제 12시간 일하고 오늘은 3시간만 일하기로 했어도 다들 눈치를 보며 또 오래 앉아 있다. 이들에게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확실하며 중간 관리자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는 확신을 줘야 문화로 정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리더의 의지가 중요하다 2016년 어느 수요일 오후 5시 30분. 모 대기업 직원들이 술렁였다. 사장이 사무실 순찰을 돈다는 극비 정보가 돌았기 때문이다. 사장은 왜 한창 일할 시간에 사무실을 급습한 걸까? A기업은 매주 수요일 ‘가정의 날’을 도입하면서 오후 5시 30에 무조건 퇴근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다들 눈치를 봤다. ‘휴가 가란다고 진짜 가고, 할 말 하란다고 진짜 했다간 집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주저주저하자 사장은 영업본부를 뛰어 다니며 사무실에 남아있는 직원들을 회사 밖으로 쫓아냈다. 그래도 야근하는 사람이 두 번 이상 걸리면 해당 팀장의 결재권을 박탈해버렸다. 사장은 퇴근 후 집에서 근무하는 사태를 막으려 사내망 접속 상황을 전수 조사하는 꼼꼼함도 보였다. 몇 달이 지나자 사장이 ‘뜨지’ 않아도 알아서 집에 가는 게 문화가 됐다. 한 과장은 “학교도 아니고 사장이 돌아다니며 직원들을 퇴근 시키는 게 처음에는 웃기기도 했는데 그래야 팀장이 바뀌고 직원들도 바뀌고 문화가 되더라”라고 전했다. 티 카페 오가다의 최승윤 대표는 책상 앞에 종이 있다. 종의 용도는 퇴근시간을 알려주는 것이다. 최 대표는 종을 시끄럽게 마구 치며 퇴근을 독려 한다. 최 대표는 월요일 오후 출근 제도도 도입했다. 이른바 ‘월요병’ 이라고 불리는 업무 비효율을 막으려고 월요인은 아예 오후에 출근을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최 대표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제도”라고 말했다. 관리자의 ‘센스있는 한 마디’도 워라밸 정착에 도움이 된다. 육아 문제로 아침 늦게 출근하고 있는 김하나 씨(32·운송회사 대리)는 “팀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조금 일찍 출근했더니 부장이 ‘왜 일찍 왔냐. 밥 못 먹었을테니 뭐라도 먹고 오라’고 해서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눈치 보지 말고 당당히 퇴근해’, ‘일이 바빠도 집안일 먼저 챙겨라’는 말이 리더에게서 듣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모든 조치를 취했는데도 변하기 어렵다면 조직개편, 인력 재배치, 추가 고용 등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이 또한 경영진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착 때까지 강제 조치도 필요 외국계 자동차회사 인사팀은 대표에게 ‘금요일 오후 1시 퇴근제’를 제안했다. 계열 회사에서 이 제도를 시행했더니 반응이 좋다고 보고했다. 해외 본사 출신인 대표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우리 자율 근무제인데 다들 원했다면 왜 그동안 퇴근을 안했나요?” 인사팀은 “한국 문화에서는 아무리 자율 근무제여도 오후 1시 퇴근은 눈치를 보게 된다. 아예 제도를 선포해 달라”고 했다.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문화적 배경 속에서 기업 문화를 바꾸려면 강제 조치나 반복 캠페인도 도움이 된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2014년 두산그룹은 ‘왜(WHY)’캠페인을 진행했다. ‘상사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다시 묻자’는 소통 캠페인이다. 예를 들어 부장이 “절대 강요하는 것은 아닌데,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아 술 마시자”라고 했을 때, 오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를 땐 “진짜 가도 되는 것인가”라고 다시 묻자는 취지다. 두산 경영진은 구체적이지 못한 업무 지시와 직장 상사의 말을 눈치껏 알아듣고 해석해야 하는 문화 때문에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하고 이 캠페인을 도입했다. 두산 관계자는 “3년 동안 줄기차게 캠페인 영상을 보고 들으니 이제 ‘다시 묻는 문화’가 정착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워라밸 문화가 사회 전체에 정착돼야 기업이 바뀐다는 주장도 나온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올해 주 40시간을 도입한 어느 기업의 고민거리는 영업, 홍보, 대관팀이다. 회사 관계자는 “오후 5시에 퇴근했지만 거래처와의 약속이 7시다. 두 시간 동안 밖에서 서성이다 저녁 약속에 가는 상황이 많아 고민”이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bjk@donga.com김현수 기자kimhs@donga.com}
택배기사들이 연간 1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기도 하고, 동네 치안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활동하는 등 택배기사들의 면모가 달라지고 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 총 물동량은 23억 상자였다. 15세 이상 국민 1명을 기준으로 연간 52개, 매주 1개 이상의 택배를 받은 셈이다.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택배기사의 소득 수준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1만7000여 명의 평균소득을 분석한 결과 월 평균소득은 551만 원(세전)이었다. 전체 대상을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중위소득)은 529만 원이었다. 평균소득과 중위소득이 비슷하다는 건 일부 고소득자가 평균 임금을 높이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택배기사 전체의 66%가 월 5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고, 3%는 연 1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택배기사들은 월급을 고정적으로 받는 게 아니라 택배를 배송한 만큼 배송비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택배기사는 택배 회사 또는 개별 택배사업장에 고용돼 근무를 하는 형태지만, 독립적인 배송과 영업을 하는 개별 사업자이기도 하다. 일부 택배기사들은 택배사업장으로 들어오는 택배뿐 아니라 한 달에 1만 개 이상의 택배를 보내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도매상들을 고객으로 잡아 소위 ‘대박’을 내기도 한다. 택배기사들은 ‘땀 흘려 일한 만큼 돈을 버는 정직한 직업’이라고 말한다. 택배기사들은 세금, 보험료, 기름값 등을 포함해 한 달에 약 140만 원의 고정비용이 든다. 그러나 고정비용은 배송량에 비례하지 않아서 많이 배송할수록 이득이 남는다. 이렇다 보니 택배를 많이 실어 나르려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일하거나, 부부나 형제가 함께 일하는 가족 단위 택배기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택배기사들은 각종 미담 사례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배송 중 하천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주택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해 재빨리 화재 진압에 나선 택배기사도 있다. 평상시 동일한 구역에서 반복적으로 업무를 하다 보니 이상한 징후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챌 수 있다. 한 경찰관은 “택배기사가 처음 보는 사람이 집에서 나오는데 수상하다고 해서 출동해 보니 도둑이었다”고 말했다. 미담 사례가 알려지면서 일부 택배기사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와 함께 심폐소생술, 하임리히법 등의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2016년에는 경찰청과 ‘민관 협업적 치안활동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17일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2고로. 초봄, 여전한 찬 기운 속으로 고로(高爐)는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용광로는 높이가 100m로 높아서 고로로 불린다. 네모난 구멍으로 쇳물이 나오는 출선구를 들여다보자 1500도의 쇳물이 펄펄 끓고 있었다. 품질이 높은 철을 생산하려면 불길의 온도를 잘 맞춰야 한다. 보통 제철소에서는 두 시간에 한 번씩 직원이 직접 기다란 온도계를 출선구에 넣어 온도를 잰다. 여름에는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 일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 포항제철소 제2고로에서는 직원이 직접 불 속에 온도계를 넣을 필요가 없다. 각종 정보를 모으는 센서 덕분이다. “2016년 7월부터 센서가 온도를 재고 데이터를 모아요. 담당자는 여름에도 시원한 상황실에서 연소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됐죠.” 손기완 제선부 팀장의 말이다. 손 팀장은 제2고로를 ‘스마트 고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현장 실무 팀장이다. 제2고로는 굴뚝 공장이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만나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 팩토리(공장) 실험실이었다. ○ 스마트 팩토리, 똑똑한 워라밸 실험 스마트 팩토리는 제조업 혁신의 상징으로 꼽힌다. 포스코를 비롯해 두산중공업, LS산전, 현대모비스, LG전자 등이 제조 현장에 접목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의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의 고향인 독일에서도 짧은 법정 근로시간, 높은 인건비, 경직된 노동환경 속에서 어떻게 하면 해외 이전 없이 제조업이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도입됐다. 포스코가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6년 7월부터다. 알파고가 승승장구하며 AI가 화제가 되던 시기다. 생산성 혁명을 기대하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일부 공정에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했다. 제2고로에서는 철광석 품질 검사도 센서와 AI가 대신한다. 예전에는 사람이 임의로 광물을 추출해 직접 눈으로 체크해야 했다. 연소 상태 역시 고로 내부 센서가 각각의 발화 상태를 찍고, 각각의 발화 수준을 판단해 데이터로 축적한다. 축적된 데이터는 미래의 생산 현황을 예측하는 데 쓰인다. 결과는 어땠을까. 지난해 제2고로 철 생산량은 5%가량 늘었다. 다른 스마트 공장 실험까지 더하면 연간 600억 원 이상 비용을 절감했다. 민관 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이 지난해 말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한 중소기업 2800곳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생산성 향상이 뚜렷했다. 도입 전보다 생산시간은 16% 줄고, 생산성은 30%가량 올랐다. 포스코의 경우 잔업이나 고된 일을 AI와 센서가 맡아주니 직원들의 삶의 질도 높아졌다. 포스코 제선부 엔지니어들은 과거 매일 오전 7시 직전 24시간 동안 현장 작업 정보가 나오면 이를 취합해 각종 그래프를 넣어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오전 업무 시간을 여기에 쏟았다. 문제가 있으면 생산 현장에 직접 가봐야 했다. 지금은 다르다. 출근하면 이미 데이터가 분석돼 있다. 현장 방문 횟수도 줄었다. 김영현 포스코 제선부 대리는 “단순 업무는 AI가 하고 엔지니어는 기술 개발 같은 좀 더 가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자연히 연장 근무 시간도 줄게 된다”고 말했다. ○ 일자리 논란은 여전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면 결국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논란도 있다. 포스코의 스마트 실험은 어땠을까. 심민석 포스코 정보기획실 상무는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자동화와 스마트화는 다르다. 이미 자동화를 통해 공장 내 일자리 수는 최적화했다고 본다. 스마트 기술을 통해 반복 업무는 줄이고, 창의적인 일에 에너지를 쏟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센서와 AI가 늘어도 데이터를 관리할 사람은 필요하다. 지난해 포항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나자 고로 내 센서 위치가 흔들렸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파악하고, 수동으로 필요한 업무를 이어 나간 것은 사람이었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이 쉬운 것만도 아니다. AI가 제 역할을 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하다. 데이터 구축에만 1년여가 걸린다. AI나 빅데이터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외부 전문가와의 연계도 필요하다. 포스코 같은 대기업도 계열 정보통신사, GE 지멘스 같은 글로벌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과 손을 잡고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도입하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중소기업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선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 공장 지원 사업’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이달 초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비용 등을 지원해 2022년까지 2만 개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대기업 상생모델을 활용하면 구축비용을 정부(30%), 대기업(30%), 중소기업(40%)이 각각 나눠 지불하게 된다. ▼ 스마트공장으로 ‘주35시간 근무’ 정착시킨 독일 ▼“하루 8시간 근무, 안전한 공장, 아동 노동 금지. 한때 이것이 우리가 꿈꾸던 미래의 노동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노동은 다르다. 호숫가에 앉아 노트북으로 일하는 창의적인 지식노동자 혹은 애플리케이션으로 다음 주에 원하는 근무 스케줄을 짜는 생산직 노동자일 것이다.” 지난해 독일 노동부가 발간한 백서 ‘노동 4.0’에 실린 내용이다. ‘좋은 노동’을 위해 인간과 로봇이 잘 협동하고 유연한 근무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독일은 글로벌 스마트 팩토리의 선두주자로 불린다. 2011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인더스트리 4.0’ 정책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스마트 팩토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멘스의 독일 암베르크 공장은 스마트 팩토리의 교본으로 꼽힌다. 10년 전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기계들이 소통하며 순차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20여 년 전과 종업원 수는 변함없지만 생산성은 8배 이상 증가했다. 이곳 직원들은 평균 주 35시간을 일한다. 독일은 정부가 주체가 돼 다양한 스마트 팩토리 기업이 참여하는 개방형 기술 협의체인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지멘스, 보쉬, SAP 등 글로벌 기업과 독일 내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도 독일 모델을 따라 정부, 학계, 대기업,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소기업끼리도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올해 초 ‘스마트 공장 확산센터’를 출범시켰다.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은 “스마트 팩토리 도입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의 대응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경영잡학사전] 똑똑한 공장 ‘스마트 팩토리’ ▼첨단 ICT 접목… 생산 - 유통과정 최적화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생산시설이 움직이면서 작업을 하는 공장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공장이 스스로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생산 설비끼리 서로 통신으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다. 효율적인 작업 방식을 결정하고, 실시간으로 불량품도 잡아낸다. 알뜰하기까지 해서 에너지도 아끼고 자원 활용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능력도 갖췄다. 공장 안 기계들은 위계질서가 없어서 서로 싸우지도 않는다. 최적의 결과를 예측해서 최소비용과 시간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맞춤형 제품을 생산한다. 이렇게 제품의 기획 설계, 생산, 유통 등의 전 과정을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디지털화한 ‘똑똑한 공장’이 스마트 팩토리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들은 다시 생산과 관리 영역으로 들어가고 주문량,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최적의 생산체제를 유지하게 되는 원리다.포항=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CJ대한통운 직원들이 팀 단합을 위해 제89회 동아마라톤 릴레이 코스에 참가해 화제다. 이들은 42.195km를 완주했다. 19일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이 회사의 심사팀 소속인 조준한, 유예림, 백기열, 김수경 씨는 CJ대한통운의 마라톤 동호회인 ‘서지마’ 소속으로 동아마라톤 릴레이 코스에 참가했다. 10km 마라톤은 거뜬했지만 완주에는 자신이 없었던 4명의 직원은 ‘한 몸이 돼 10km씩 뛰면 완주를 한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에서 릴레이 코스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서지마’ 회장인 이창화 고객만족팀 부장과 한장원 택배부문 부장은 2인 릴레이 코스에 참여했다. 이 부장은 “약 20km를 달리는데 숨이 차 힘들었지만 같이 뛰는 한 부장을 생각해 이를 악물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한국GM의 미래를 결정할 노사 간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사측의 비용 절감 방안에 대해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동결 및 성과급 포기’에 동의하면서도 복리후생비 절감은 수용하지 않은 상태다. 양측이 타결과 파국 중 어떤 길을 택할지를 두고 긴장감이 흐른다. 19일 한국GM은 20일 노사 5차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갖는다고 밝혔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GM 노사 합의 시한으로 요구한 3월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주 내내 집중 교섭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면 GM은 한국공장에 신차 배치를 비롯해 차입금 연장, 신규 투자와 출자 전환 등 투자 계획 이행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노조는 “노조는 충분히 성의를 보였다. 회사 측이 답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회사가 제시한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지급 불가 방침에 대해 조건부이긴 해도 수용했다. 노조는 사측의 복리후생비 축소 방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독감예방비 지원 등 추가 복리후생 항목과 함께 정년연장, 노조원 1인당 3000만 원씩 주식 분배를 요구했다. 사측은 정년연장과 주식 분배 요구는 이번에 논할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결국 협상 핵심은 회사가 제시한 복리후생비 절감 계획에서 감축 규모를 얼마나 조정할지에 달렸다. 당초 사측은 연간 비급여성 복리후생비용 3000억 원 중 1000억 원 이상을 줄인다는 계획이었다. 이 중 액수가 큰 핵심 쟁점은 자녀 학자금 지원을 3년간 중단하고 대상을 축소하는 것. 미사용 연차에 대한 수당 지급 규모를 줄이는 것 등이다. 현재로서는 노사가 원만히 합의를 이루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GM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노조의 1순위 특별요구였던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가장 앞세운다는 계획이다. 군산공장 폐쇄 철회는 기본급 동결 및 성과급 포기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정부에는 군산공장을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를 생산하는 기지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하기로 했다. 한편 금호타이어도 숨 가쁜 한 주를 보내고 있다.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노조를 비판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도 나오며 내부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일반직 직원 약 1500명이 조직한 대표단은 19일 성명서를 내고 “회사 생존을 위해 법정관리만큼은 결사반대한다”며 생산직 노조에 결단을 촉구했다. 대표단은 21일에는 광주로 내려가 생산직 노조 앞에서 직접 입장을 전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일반직과 생산직 모두 올해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19일 광주를 찾아 금호타이어 노조와 만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특별한 결론을 낸 것은 아니다. 노조의 요구가 있으면 주말까지 광주에서 살 각오로 최대한 많이 만나 대화를 나누겠다”고 전했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변종국 / 광주=이형주 기자}

기아자동차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사진)’가 출시 25년 만에 누적 판매 500만 대를 돌파했다. 19일 기아차에 따르면 스포티지는 지난달까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500만3537대가 팔렸다. 기아차 모델 가운데 500만 대를 넘게 판 건 기아차의 전략형 소형 승용차인 ‘프라이드’(지난달까지 602만여 대) 이후 처음이다. 스포티지는 현재 국내와 중국,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46만886대가 팔려 2년 연속 기아차 베스트셀링 차량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16년엔 57만5520대를 팔아 기아차 역사상 최다 연간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스포티지는 1991년 10월 도쿄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뒤 1993년 7월 처음으로 정식 출시됐다. 스포티지는 도심형 소형 SUV의 첫 시작으로 도요타 RAV4, 혼다 CR-V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스포티지는 현재 4세대 모델까지 나와 있다. 1세대 모델은 55만7668대가 팔렸고, 2세대는 122만3776대가 팔렸다. 2010년 등장한 3세대는 기아차의 디자인 상징인 ‘타이거 노즈(호랑이코) 그릴’이 처음 적용된 모델로 유명하다. 4세대는 지난달까지 103만6947대가 팔렸다. 기아차는 올해 하반기에 스포티지 출시 25주년을 맞이해 최신 사양을 추가한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는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이 국내 언론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금호타이어 인수 후 독립 경영을 보장하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술 먹튀’ 논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 승계 요구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다”고 밝혀 현재 인수 관건인 노조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차이 회장은 16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 더블스타 본사에서 국내 6개 언론사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더블스타가 2016년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뜻이 있음을 밝힌 이후 처음이다. 이날 한국에서는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만장일치로 더블스타의 투자 유치조건을 승인했다. 채권단은 30일까지 노조 동의가 없으면 자율협약 절차를 중단한다며 노조의 현명한 선택을 요청했다. 노조 동의가 중요해진 만큼 간담회 질문은 노조 설득 여부에 집중됐다. 그동안 더블스타는 채권단에 노조와 합의가 안 되면 인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에 대해 차이 회장은 “(그런 조건을 단 건) 사실이다”라고 재차 밝혔다. 한국을 방문해 노조를 만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엔 “필요하면 직접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정도만 말했다. 특히 이달 12일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이 노조를 방문해 밝힌 “고용유지, 노조보장, 단체협약의 승계”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말이다”라고 밝혔다. 김 회장이 3월 초 채권단과 차이 회장 등을 만나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밝힌 내용과 달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더블스타 관계자들도 노조 보장과 단협 유지라는 단어를 되물어가며 다시 메모할 정도였다. 더블스타와 채권단, 금호타이어가 소통이 잘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대목이었다. 차이 회장은 노조 문제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노조를 해산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인수 이후 금호타이어는 독립된 회사라 금호타이어 관리자가 노조와 협상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노조 문제는 국내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채권단에 3년간 고용보장을 약속했다고 말한 더블스타가 관련 내용을 몰랐다는 것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주야장천 주장한 내용을 아직도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날 간담회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차이 회장은 ‘기술 먹튀’ 의혹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더블스타는 TBR(트럭 및 버스용 타이어) 개발과 생산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금호타이어는 PCR(승용차 타이어) 개발과 생산에서 더블스타보다 우위라는 게 더블스타의 설명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PCR와 TBR를 모두 생산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그는 “기술만 얻기 위해 인수하려는 게 아니다. 금호타이어의 PCR를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더블스타는 자금력 논란에 대해 “더블스타와 함께 칭다오에 있는 3개 그룹(칭다오궈신, 칭다오청투, 칭다오강)이 연합해 컨소이엄의 일종인 싱웨이코리아를 만들어 투자를 하고 있다. 3개 그룹의 총 자산은 약 15조다”라며 자금 문제를 일축했다. 채권단이 제시한 합의 시한인 30일을 열흘 남짓 앞두고 채권단도 금호타이어 노조를 연이어 압박하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더블스타에 매각이 실패하면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19일 금호타이어 노조 집행부를 만나기 위해 광주공장을 방문한다. 산은이 더블스타로 경영권 이전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뒤 이 회장이 금호타이어 노조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마이너스 밸류(가치)가 된 중국 공장을 플러스 밸류로 매겨준 유일한 곳이 더블스타”라며 “노조 측에 산은이 왜 이런 결정을 하고, 상황이 어떤지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칭다오=변종국 bjk@donga.com / 황태호 기자}

배리 엥글 제너럴모터스(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한국GM의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 관계자에게 “메리 배라 GM 회장(사진)이 직접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 방한한 엥글 사장은 산업은행 측과 한국GM 실사에 대해 논의하면서 “한국 정부가 계속 우리를 의심하고 지원에 미온적이라면 배라 회장이 직접 문 대통령과 면담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이는 현재 한국 정부나 산은이 제시하는 지원 수준이나 의사 결정 속도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대통령 면담을 통해 더 크고 빠른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압박 카드’로 풀이된다. 대통령으로부터 지원을 확약받은 뒤 회생을 이끌어낸 ‘브라질 모델’을 시사한 것이다. 브라질GM 사업장을 관할하는 GM 남아메리카법인은 한국GM과 마찬가지로 2014년 1월 배라 회장 취임 이후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그해 8월 배라 회장은 지우마 호세프 당시 브라질 대통령을 직접 만나 세금 감면과 대출 등 대규모 재정 지원을 약속받은 뒤 적극적인 투자로 돌아섰다. 2015년 GM에 합류한 엥글 사장은 남미사업부문장을 맡아 브라질 사업장의 회생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한국GM의 운명을 가를 또 다른 요소인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도 진행 중이다. 한국GM 노조는 이날 오후 늦게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제84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 교섭안을 확정해 사측에 전달했다. 2018년 임금동결, 2017년 성과급 지급 요구 철회가 골자다. 원래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12일 기본급 5.3% 인상 권고안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앞서 사측은 7일에 열린 4차 교섭에서 △임금동결 △탄력 근로시간제 도입 △복리후생비 감축 등을 내용으로 한 교섭안을 노조에 전달한 바 있다. 노조가 임금동결을 결정함에 따라 노사가 대타협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GM 본사가 3월 내 임단협 타결을 조건으로 신차 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라 임단협 타협을 계속 미룰 수는 없다”며 “노조가 사측이 요구한 임금동결안을 받아들이고, 사측은 복지비와 성과급 축소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타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GM측은 “19일로 예정된 차기 교섭을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GM 정상화를 위해서는 비용절감과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날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한국GM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가동률 제고, 원가율 하락, 금융조달 등 3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를 위해 생산설비 규모를 30% 이상, 고정비용을 연 9000억 원 줄이고 1조 원 규모의 현금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91만 대 규모인 한국GM의 생산설비를 60만 대 이하로 줄여 과잉 생산설비를 축소하고 인건비, 업무지원비 등 고정비용도 연 9000억 원 수준으로 절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차입금 출자 전환과 별도로 인력 조정 등 추가 구조조정을 위해 1조 원 이상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자유기업원은 협력적 노사 관계 회복이 GM 사태 해결의 선결 조건임을 강조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GM 본사의 태도전환, 정부의 지원 등도 필요하지만 협력적 노사관계 회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황태호 기자}
한국GM 노조가 기본급을 동결하고 성과급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사측이 요구해온 복리후생비 축소는 사실상 거부했다. GM본사 차입금에 대한 출자전환과 함께 종업원 1인당 3000만 원에 해당하는 주식을 분배해달라는 요구는 더했다. 15일 한국GM 노조는 인천 부평공장에서 제 84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기본급 동결 및 성과급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인 한국GM은 기본급 5.3%(11만6278원)을 인상하라는 금속노조 지침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또 1인당 1000만 원이 넘는 성과급도 포기했다. 이런 결정은 앞서 7일 사측이 노조에게 요구한 사측 임단협 요구안의 내용과 일치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본급과 성과급 원칙만 놓고 보면 노조가 양보를 한 것처럼 보이나 뜯어보면 애초에 GM본사가 요구한 구조적인 고정비 감소 내용은 없고 본사가 난감해 할 내용이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GM 본사 요구의 방점은 임금 동결이 아닌 복리후생비 감소에 찍혀 있었다. 연간 30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줄여야 지속가능하다는 의미였다. 한국GM은 학자금 지원을 자녀 3명까지 해주는 등 비급여성 고비용을 구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노조안에는 복지비용 축소에 대한 입장이 없다. 복지 비용을 축소할 뜻이 없다는 의미다. 오히려 독감 예방 연1회 지원 등을 추가했다. 세부안에는 노조의 ‘출자전환 관련 별도요구’도 눈에 띈다. 노조는 한국GM이 GM본사에서 빌린 차입금 약 3조원 전액을 주식으로 출자 전환하라고 요구하면서, 출자전환하는 주식에 대해 1인당 3000만 원에 해당하는 주식을 전 종업원에게 분배하라고 요구했다. 모든 종업원에게 분배하면 총 가치는 약 4000억 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비상장사인 한국GM 주식은 시장에서 사고팔 수 없다. 노조가 사실상 지분을 가지고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라 추후 교섭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노조는 이밖에도 △10년간 정리해고 금지 △상무급 이상 ISP(한국GM에 파견된 GM본사 직원)임원 대폭 축소 △사장을 제외한 임원 모두 한국인으로 교체 △신차 투입 및 미래형자동차 국내 개발 및 생산 △소·중·대형 SUV생산 △한국GM 지적소유권 인정 △노사합동 경영실사 확약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 요구안도 확정했다. 한국GM측은 “노조 안을 확인하고 19일 열릴 교섭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두산 계열 굴착기가 중국과 북미지역에서 인기 몰이를 하며 매출 상승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굴착기 1018대를 판매하며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고 14일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의 2월 판매 실적은 중국 업체 사니와 미국 업체 캐터필러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올해 1월보다 3.2% 증가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의 20∼24t급 중형 굴착기가 인기가 많았다. 중형 굴착기 판매량만 보면 중국 시장점유율 1위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대형 굴착기 판매 비중을 지난해 26%에서 올해 47%까지 늘렸다. 고급 세단이 마진이 많이 남는 것처럼 1억 원 후반대인 중형 굴착기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고난의 시기도 있었다. 2011년 17만 대가 팔리던 중국 건설기계 시장이 2015년엔 5만 대도 못 미치는 규모로 줄어들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그 사이 ‘두산케어’라는 서비스를 만들어서 고객을 관리했다. 고장이 안 나도 직접 찾아가 정기점검을 실시했고 제품 보증기간도 1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특히 중국인 10억 명이 사용하는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을 활용해 마케팅을 했다. 2016년 위챗 마케팅을 처음 시작했을 땐 62대를 팔았지만, 지난해엔 위챗에서만 257대를 팔았다. 2016년부터 중국 건설기계 시장이 반등했고 두산인프라코어도 2016년 4분기(10∼12월)부터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해 굴착기 1만851대를 팔았다. 2016년(4649대)보다 2배가 넘게 팔린 것이다. 지난해 중국 사업 매출액은 9168억 원으로 두산인프라코어 전체 매출의 14% 수준이었다. 이런 호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1월 말에 돌아온 1250억 원의 공모 회사채를 별도의 자금 조달 없이 모두 현금으로 갚았다. 이달 말 돌아오는 주식담보대출 2000억 원도 현금으로 갚을 계획이다. 소형건설기계 전문 회사인 두산밥캣도 2001년부터 북미지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대형 건설기계 사업을 두산인프라코어에 넘기고 소형건설기계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두산밥캣은 지난해 북미·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약 2조5700억 원, 유럽· 중동에서 약 1조5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좋은 실적이 이어지자 두산밥캣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은 두산엔진을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도 두산엔진이 가지고 있던 두산밥캣 지분(10.55%)을 팔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기도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대기업에 다니는 50대 A 부장과 밀레니얼 세대 B 대리. 회식을 놓고 벌이는 두 사람의 가상 설전을 소개한다. A: 젊은 직원들이 일만 하고 퇴근하는 걸 생산성 제고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소통하고 친밀해져야 서로 원하는 걸 찾을 수 있죠. B: 회사가 무슨 동아리인가요? 꼭 친해져야 하는 이유가 뭔지…. 평소 일할 때 말이 안 통하는 게 문제죠. A: 회의 시간에 그렇게 말해 보라고 해도 조용하지 않았나. 술 마시면 그래도 좀 말하기 편하잖아요. B: …. 회식 때도 부장님 혼자 얘기하시던데요. 설마 몇 시간 훈시하시고선, 소통했다고 착각하시는 거 아닌가요? 술을 둘러싼 세대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나친 회식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해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2010년대부터 회식문화 근절 캠페인 실험을 해왔다. 과음이 업무효율을 떨어뜨리고 피로를 높인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0년경은 기업에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가 물밀듯이 입사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웬만한 기업마다 하루 일찍 퇴근하게 해주는 ‘가정의 날’을 만들고 회식은 1차까지만 하자는 캠페인을 벌여 왔다.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는 ‘112’(한 가지 술로, 1차에서, 2시간 이내에)처럼 구체적인 가이드도 발표했다. ‘119’(한 가지 술로, 1차에서, 9시 이전까지) 캠페인에도 많은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캠페인 효과는 어땠을까. 지난달 본보가 대한상공회의소와 대·중소기업 336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회사는 회식을 자주 한다’에 대한 긍정 응답률은 25%, 보통은 39%, 부정이 36%에 달했다. 많은 기업이 회식을 잦게 느끼지 않았다는 의미다. 공기업 차장급인 김모 씨(37·여)는 “처음 회사에서 119 캠페인을 할 때 저게 뭐냐고 웃었는데, 부서장끼리 서로 캠페인 잘 지키기 경쟁에 나서면서 진짜로 회식이 줄었다”고 전했다. 워라밸이 중시되는 최근에는 좀 더 강제적인 조치들도 나온다.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월수금 회식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노래방에서는 이 회사의 법인카드가 긁어지지 않는다. 강제 조치가 효과는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월수금 회식을 금지했는데, 이날 법인카드를 긁으면 나중에 조사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다들 조심한다. 요즘은 회식을 점심에 하거나 영화 관람으로 대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술이 빠지니 조직 내 세대 간 소통 방법을 모르겠다는 호소가 곳곳에서 나온다는 점. 회식이 줄어든 기업의 한 임원은 “젊은 세대와 우리(40, 50대)가 생각하는 ‘스킨십’ ‘소통’ 방식이 다른 것 같다. 솔직히 영화 보고 차 마시는 것은 우리 스타일이 아니다. 어색하고 친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은 “평소에도 말 안 하고 회식도 싫어하는 사원들을 보면 진짜 교류 자체가 싫은 건가 싶기도 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조직 간부들 말처럼 친해지는 게 일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할까.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답한다. 조직문화 전문가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는 “경영환경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려면 조직원들의 심리적인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 조직원 간 연대가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조직원 간 연대와 술자리에서의 끈끈함이 같다고 착각하는 것은 문제다. 업무에 대한 공평한 칭찬과 격려가 친밀성을 높일 수 있다. 회식은 다소 위계질서와 조직 충성도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 쉽다”고 말했다. 아예 업무 시간에 ‘술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세대 간 갈등을 피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기업에서 일하는 이모 씨(37·여)는 “부서에서 오후 4시에 스탠딩 와인 모임을 열기도 한다. 한국식 끈끈함이 그리울 때도 있긴 하지만 퇴근 후 스케줄을 존중하는 사고방식은 배울 만하다”고 말했다. ‘술 없어도 친해지기’의 대안으로 등장한 제도 중 하나는 ‘호칭 파괴’다. 부장님, 과장님 대신 ‘영수님’이나 ‘김 프로’ 등으로 통일해 수평적으로 소통해 보자는 것이다. 2002년 CJ그룹을 시작으로 지난해 삼성전자, 올해 LG유플러스, SK텔레콤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이 호칭 통일에 동참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 또한 반론이 있다. ‘님’ 호칭이 이미 정착한 회사에 경력으로 입사한 한 과장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자꾸 이름을 부르다 보면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위계질서는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칭 파괴를 도입했다가 포기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호칭만 바꾼다고 회사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통 실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소통의 제1조건은 수평적 조직문화”▼“나이-서열 따지는 위계질서 버리고 다양성 중시 中기업 벤치마킹을”20대 신입사원 두 그룹이 있다. 한 그룹에는 각자의 나이와 학번 등을 공유하게 했다. 다른 그룹에는 나이 얘기는 일절 하지 않고 대화하도록 했다. 두 그룹 중 어떤 그룹의 친밀도가 더 높았을까? 이 실험을 진행한 채서영 서강대 영문과 교수(사회언어학)는 “첫 번째 그룹”이라고 말했다. 채 교수는 “한국어만큼 존대어 체계가 복잡한 나라가 없다. 친구 개념도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 정도로 좁다. 빨리 누가 나이가 많은지 확인해야 언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고, 그래야 친해질 수 있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요즘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소통이 잘되는 수평적 기업문화다. 업무 지시가 불명확해도 되묻지 못하는 문화, 아이디어가 있어도 일단 침묵하는 문화가 혁신을 저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효율이 장시간 근로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갖가지 실험을 하지만 기업들은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언어의 사회적 함의를 연구하는 채 교수는 한중일 언어 중에서도 우리 언어에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잔재가 남아있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아시아 문화권 중에서도 기본적으로 장유유서 개념이 강한 셈이다. 모이면 ‘막내’와 ‘큰형님’을 정하는 습관도 한국식 언어문화의 특징이다. 채 교수는 “친한 사이는 ‘가족 관계’ 개념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방법은 없을까.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는 “중국이 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가 대표적인 수평적 기업이다. 부회장 3명이 일정 기간 동안 교대로 최고경영자(CEO)를 맡는다. 사내정치나 경직성을 타파하기 위해서다. 장 대표는 “아시아 기업 중에서도 중국 기업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자랑한다. 유교사회에서 공산사회를 거치며 오히려 젠더(성) 평등도 높고 다양한 조직원이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사람이 모이면 나이, 서열보다 직무 위주로 수평적인 문화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다양성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변종국 기자}

대기업에 다니는 50대 A부장과 밀레니얼 세대 B대리. 회식을 놓고 벌이는 두 사람의 가상 설전을 소개한다. A: “젊은 직원들은 일만 하고 퇴근하는 걸 생산성 제고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 소통하고 친밀해져야 서로 원하는 걸 찾을 수 있죠.” B: “회사가 무슨 동아리인가요? 꼭 친해져야 하는 이유가 뭔지……. 평소에 일할 때 말이 안 통하는 게 문제죠.” A: “회의 시간에 그렇게 말해보라고 해도 조용하지 않았나. 술 마시면 그래도 좀 말하기 편하잖아요.” B: “…. 회식 때도 부장님 혼자 얘기하시던데요. 설마 몇 시간 훈시하시고선, 소통했다고 착각하시는 거 아닌가요?” 술을 둘러싼 세대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나친 회식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해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2010년대 이후부터 회식문화 근절 캠페인 실험을 해왔다. 지나친 과음이 업무효율을 떨어뜨리고 피로를 높인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0년 경은 기업에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가 물밀 듯이 입사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웬만한 기업마다 하루 일찍 퇴근하게 해주는 ‘가정의 날’을 만들고 회식은 1차 까지만 마시자는 캠페인을 벌여 왔다.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는 ‘112(한 가지 술로, 1차에서, 2시간 이내에)’처럼 구체적인 가이드도 발표했다. 119(한 가지 술로, 1차에서 9시 이전까지)캠페인에도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캠페인 효과는 어땠을까. 지난달 본보가 대한상의와 대·중소기업 336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회사는 회식을 자주 한다’에 대한 긍정 응답율은 25%, 보통은 39.0%, 부정이 36.0%에 달했다. 많은 기업들이 회식을 잦게 느끼지 않았다는 의미다. 공공기업 차장급인 김모 씨(37·여)는 “처음 회사에서 119 캠페인을 할 때 저게 뭐냐고 웃었는데, 부서장끼리 서로 캠페인 잘 지키기 경쟁에 나서면서 진짜로 회식이 줄었다. 10년 전에 2차 노래방이 기본이었다가 요즘엔 2차도 안가고 가더라도 커피숍에 갈 때도 있다”고 전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중시되는 최근에는 좀더 강제적인 조치들도 나온다.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월수금 회식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노래방에서는 이 회사의 법인카드가 긁어지지 않는다. 강제 조치가 효과는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월수금 회식을 금지했는데 이날 법인카드를 긁으면 나중에 조사 나올 수도 있다 보고 다들 조심한다. 요즘은 점심에도 회식 하고, 영화관람으로 대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술이 빠지니 조직 내 세대간 소통방법을 모르겠다는 호소가 곳곳에서 나온다는 점. 회식이 줄어든 기업의 한 임원은 “젊은 세대와 우리(40~50대)가 생각하는 ‘스킨십’ ‘소통’ 방식이 다른 것 같다. 솔직히 영화보고 차 마시고는 우리 스타일 아니다. 어색하고 친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은 “평소에도 말 안하고 회식도 싫어하는 사원들 보면 진짜 교류 자체가 싫은 건가 싶기도 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조직 간부들 말처럼 친해지는 게 일하는데 도움이 되긴 할까.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답한다. 조직문화 전문가 정은지 이머징 리더십 인터벤션츠 대표는 “경영환경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려면 조직원들의 심리적인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 조직원 간 연대가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조직원 간 연대와 술자리에서의 끈끈함이 같다고 착각하는 것은 문제다. 업무에 대한 공평한 칭찬 격려가 친밀성을 높일 수 있다. 회식은 다소 위계질서와 고 조직 충성도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 쉽다”고 말했다. 아예 업무 시간내에 ‘술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세대간 갈등을 피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기업에서 일하는 이모 씨(37·여)는 “부서에서 오후 4시에 스탠딩 와인 모임을 열기도 한다. 한국식 끈끈함이 그리울 때도 있긴 하지만 퇴근 후 스케줄을 존중하는 사고방식은 배울 만 하다” 고 말했다. ‘술 없어도 친해지기’의 대안으로 등장한 제도 중 하나는 ‘호칭 파괴’다. 부장님, 과장님 대신 ‘영수님’이나 ‘김 프로’ 등으로 통일해 수평적으로 소통해 보자는 것이다. 2002년 CJ그룹을 시작으로 지난해 삼성전자, 올해 LG유플러스, SK텔레콤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이 호칭 통일에 동참하는 추세다. 카카오는 설립 초기부터 ‘영어 호칭’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을 ‘브라이언(Brian)~’하고 부르는 식이다. 이 또한 반론도 있다. 님 호칭이 이미 정착한 회사에 경력으로 입사한 한 과장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자꾸 이름을 부르다 보면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위계질서는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칭 파괴를 도입했다가 포기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호칭만 바꾼다고 회사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통 실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김현수 기자kimhs@donga.com변종국 기자bjk@donga.com}

지난달 23일 인천 중구 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 항공기 머리 부분만 잘라 놓은 B777-200 항공기가 놓여 있었다. 조종사들이 모의 운항훈련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운항 시뮬레이터로, 실제 항공기 조종석과 동일한 형태와 시설을 갖췄다. 이날 기자와 함께 모의 운항훈련을 한 진에어 장병노 기장은 “9·11테러 이후 조종석엔 일반인이 절대 들어올 수 없는데, 시뮬레이터지만 실제 조종을 하는 것과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의 운항훈련의 시험 종목은 ‘저시정 상황(안개가 껴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안개가 잔뜩 끼어서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 항공기의 계기판만 보고 이착륙을 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 기장과 부기장이 비행기 상태를 체크하면서 “로저(roger·상대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하는 말)”를 몇 번 주고받더니 이륙 준비를 끝냈다. 훈련 교관이 “진에어 77”이라고 항공기 이름을 외치자 시뮬레이터 화면에 실제와 동일한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짙은 안개가 깔린 모습으로 시현됐다. 활주로 가시거리가 175∼250m 정도였다. 이를 CAT-Ⅲa(캣스리알파) 상태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공항 기상 정보와 정밀접근계기비행 자격 등급은 일반적으로 CAT(Category) 등급을 사용한다. CAT-Ⅰ(캣원)은 활주로 가시거리가 550m 이상, CAT-Ⅱ(캣투)는 350m 이상, CAT-Ⅲa는 200m 이상, CAT-Ⅲb(캣스리브라보)는 75m 이상이다. 조종사들도 어떤 등급의 훈련을 받았는지에 따라 CAT 자격이 주어지고, 공항도 어떤 시설을 갖췄느냐에 따라 CAT 등급이 부여된다. 인천국제공항은 CAT-Ⅲb 상황에서도 운항이 가능한 최고 등급 공항이다. 진에어와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모두 CAT-Ⅲb 자격을 가지고 있다. 저시정일 때 운항을 하려면 공항, 항공기, 조종사 등급이 모두 맞아야 한다. 인천공항이 CAT-Ⅲb 상황이어도 조종사가 CAT-Ⅲb 자격을 못 갖추면 운항을 할 수 없다. 진에어 77이 활주로에서 가속을 했다. 비행기가 하늘로 각도를 높였다. 몸이 좌석으로 쏠렸다. 실제로 비행기를 타는 느낌이었다. 밖은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를 뚫고 오르니 맑은 하늘이 보였다. 이때부터는 ‘오토파일럿(자동비행장치)’ 기능을 켜고 운항을 했다. 다음은 CAT-Ⅲa 상태인 인천국제공항에 착륙을 하는 훈련이었다. 화면 멀리에 공항이 보였다. 안개가 자욱했다. 그런데 갑자기 교관이 “CAT-Ⅲb(캣스리브라보)”를 외쳤다. 갑작스럽게 안개가 더 끼어서 가시거리가 75m밖에 안 되는 상태로 바꾼 것이다. 장 기장과 황석운 부기장은 다시 고도를 올렸다. 운항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곧바로 착륙을 하면 안 된다. 안전한 착륙을 위한 고도로 다시 돌아갔다가 착륙을 해야 한다. 만약 CAT-Ⅲa 자격밖에 없는 항공기와 조종사가 CAT-Ⅲb 상태인 공항에 착륙해야 한다면? 그 비행기는 착륙을 해서는 안 된다. 인근 공항으로 회항을 해야 한다. 가시거리 75m 안개는 평소에 경험해보지 못한 안개였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장 기장과 황 부기장은 활주로에 켜진 불빛 신호만 보고 무사히 착륙에 성공했다. 기자도 직접 비행기 이착륙과 운항을 해볼 수 있었다. ‘포워드 트러스트 레버’(엔진 출력을 조절하는 장치로 자동차 액셀러레이터의 기능과 비슷)를 잡고 비행기 속력을 높여 이륙을 시도했다. 모의 훈련이었지만 너무 긴장했는지 장 기장은 “부드럽게 조종을 해야 한다. 너무 힘이 들어가 있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수동으로 비행기를 몰아봤다. 조종간(핸들)이 자동차 핸들처럼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좌우로 너무 틀지 않고 고도와 수평 상태를 잘 맞춰 가며 운항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갑자기 빨간 비상 경고등이 켜지고 “엥∼ 엥∼” 하는 경고음이 들렸다. 조종간도 마구 떨렸다. 조종에만 신경 쓰다 보니 비행기 속도가 너무 낮아져 경고가 난 것이다. 실제였으면 큰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었다. 진에어와 대한항공은 1년에 2회 모의 훈련을 실시한다. 어떤 위기 상황인지 조종사들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저시정뿐 아니라 버드스트라이크(조류가 비행기와 충돌하는 상황), 천둥, 비, 눈, 바람 등 다양한 운항 조건에 맞는 훈련을 통과해야 한다. 시험에서 떨어지면 비행기 운항 자격을 박탈당한다. 1만70시간의 비행 경력을 보유한 장 기장은 “베테랑들도 비행기를 몰 때면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변종국 기자 bjk@donga.com}

GM을 인적 분할하고 한국GM 군산공장을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를 개발 생산하는 기지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 제안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한국GM의 자본잠식 원인부터 따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GM 군산공장 폐쇄 특별대책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온 구조조정 전문가 김재록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은 “한국GM을 인적 분할해서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은 ‘뉴 한국GM’으로 만들고, 군산공장은 ‘뉴 GM 군산’으로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여야 5당의 GM사태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영표(더불어민주당), 정유섭(자유한국당), 지상욱(바른미래당), 정동영(민주평화당), 노회찬(정의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김 회장의 제안은 군산공장을 독립된 형태의 새로운 법인으로 나눈 뒤,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를 개발 생산할 수 있는 기지로 활용해 GM이 한국에 계속 남아있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김 회장은 “필요한 자금은 정부가 다 조달하는 게 아니라 민간 기업들이 참여하는 국내 사모펀드(PEF)를 만들면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홍영표 의원은 “소형차를 생산하는 한국GM이 10년 후에도 남아 있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전기차를 들여오면 좋겠지만, 독자적 회사를 만드는 것은 GM 본사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욱 의원은 “GM의 전기차 ‘볼트’에 한국 부품이 많은 기여를 해온 점에서 군산공장을 살릴 아이디어는 좋지만, 우선 한국GM이 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됐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섭 의원은 “펀드를 구성해 GM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이상적”이라고 지적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