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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경제·핵개발 병진노선 추진을 재확인하며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자신의 핵 폭주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견디기 위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노동당을 명실공히 ‘김정은 당’으로 개편하기 위한 체제 정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7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우리 당이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틀어쥐고 주체의 사회주의 한길을 따라 힘차게 전진하여 온 것이 천만번 옳았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전했다. 김정은은 이어 “미국과 추종 세력들의 제재 압살책동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화를 복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기본 열쇠가 바로 자력갱생이고 과학기술의 힘”이라며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백방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으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자력갱생’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전임) 대통령들과 그 정부는 25년간 북한과 대화해 왔으나 북한은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협정을 어겼다. 단 하나만(only one thing)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군사적 옵션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5월 당 중앙위 7기 1차 전원회의 후 1년 5개월 만에 열린 이날 회의에서 세대교체를 본격화했다. 자신의 여동생이자 ‘백두혈통 2인자’인 김여정을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파격 발탁해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최룡해는 당 중앙위 부위원장 등 무려 8개의 보직을 꿰차 당·정·군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명실상부한 실세로 부상했다. 북한은 이날 노동당 최고 정책결정기관인 정치국 위원 5명과 후보위원 4명을 새로 뽑았고, 이전에 노동당 비서 역할을 한 당 중앙위 부위원장에 6명을 새로 선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당 전체회의라는 시스템을 통해 김정은 체제로의 인적 쇄신을 꾀하면서 정통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조선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을 사흘 앞두고 7일 열린 북한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의 핵심은 김정은 체제로의 세대교체와 미국과의 핵 씨름 장기전에 대비한 내부 단속으로 요약된다.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를 견디고 핵개발을 완성하기 위해 김정은은 핵과 경제 개발이란 병진노선을 재확인했고, 이를 책임지고 완성할 ‘김정은 사람들’을 권력 핵심에 전면 포진시켰다. ○ 김여정의 파격 발탁과 최룡해의 ‘2인자’ 굳히기 이날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김정은 여동생인 김여정의 고속 승진과 최룡해의 약진이었다. 김정은은 김여정을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파격 발탁했다. 통일부는 김여정을 1987년생(30)으로 보고 있지만 미 행정부는 89년생(28)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여정은 지난해 5월 노동당 7차 대회 때 김정은 바로 옆에서 축하 꽃다발을 받아 챙기는 등 김정은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마다 등장해 정치적 스킨십과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지난해 이복형인 김정남을 독살한 의혹을 받은 김정은이 김여정을 노동당 핵심 보직에 입성시킨 것은 그동안 어느 정도 충성심을 확인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여정은 2014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된 뒤 지난해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1년여 만에 정치국 후보위원이 됐다. 이는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가 만 42세에 당 중앙위원에 오른 뒤 당 경공업부장 등을 거쳐 20여년 후인 66세(2012년) 때 정치국 위원이 된 것에 비해 무척 빠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룡해는 이날 당중앙군사위원에 재선출되고 당 중앙위 부장으로 임명되면서 기존의 6개 보직에 더해 총 8개의 감투를 쓰게 됐다. 최고 수뇌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정무국 부위원장,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 당정의 주요 보직을 두루 꿰찬 북한의 2인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특히 당 엘리트 출신인 최룡해의 역할이 군으로까지 넓혀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박사는 “최룡해에게 군부 권한을 준다고 해서 핵개발이라는 북한의 근본적인 목표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군사 정책의 유연성을 보여 대결 국면을 피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 핵미사일 개발 실세들 대거 발탁 김정은의 핵미사일 개발을 도운 핵심 실세들도 이번 인사에서 중용됐다. 핵 개발 실세인 홍영칠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은 당 중앙위 위원으로 부상했다. 또 다른 미사일 개발 주역인 류진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은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또 당의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국에 박광호 등 위원 5명과 최휘 함경북도 당 부위원장 등 후보위원 4명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김정은을 보좌하는 비서 역할을 하는 9명의 당 중앙위 부위원장 중 6명이 새로 선출됐다. 그만큼 이날 인사는 집권 6년 차에 접어든 김정은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대교체에 나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5월 당 중앙위 7기 1차 전원회의가 주요 인사의 승진 발탁이 핵심이었다면 이번엔 권력 엘리트의 사실상 전면 교체를 시도했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이동하거나 물러난 사람들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선대 정권에서부터 활동했던 아흔에 가까운 김기남 최태복 등 고령의 당 부위원장들이 명예직으로 자리를 옮겼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김정은이 아버지가 붙여 준 호위무사들이 제 임무를 다했다고 보고, 자기 사람을 전면에 포진하기 위한 정치적 세리머니를 단행했다”고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김정일 시대와는 결별하고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고난의 행군 택한 듯 김정은의 병진노선 재천명과 인사 단행은 오히려 국제사회의 전방위 대북제재 등 현 상황을 나름대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리용호 외무상, 내각 부총리를 지낸 태종수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책임비서, 안정수 당 중앙위 부장의 정치국 위원 승진 등 그간 소외돼 왔던 외교 경제 분야의 인사를 통해 대외 고립을 어떤 식으로든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봉 박사는 “대북제재의 목적은 북한이 고통스러워 협상에 나오게 하는 것인데 일단 북한은 협상 대신 고난의 행군을 선택한 것”이라며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은 안보와 생존을 보장해주는 수단일 뿐 아니라 훗날 최강의 협상용 칩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30일 “북-미 간 두세 개의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격 공개하면서 북핵 문제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이 최근까지 핵폭탄급 말 전쟁을 벌였고, 김정은은 ‘사상 최고의 대응’을 예고한 상황에서 북-미 대화라는 전격적인 상황 변화의 불씨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구체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또 다른 북-미 신경전만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뉴욕, 베이징, 스웨덴대사관이 북-미 채널의 핵심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처음으로 북-미 채널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각 채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뉴욕 채널 △주중(베이징) 북한대사관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 등 3곳을 북-미 채널로 지목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 중 뉴욕 채널은 북-미 당국 간 직접 접촉(이른바 ‘트랙 1’ 대화) 창구다.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를 중심으로 만난다고 해서 뉴욕 채널이다. 미국에선 한국계인 조셉 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에선 박성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뉴욕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국무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에도 미 당국이 뉴욕 채널을 통해 ‘도대체 원하는 게 뭐냐’는 식으로 북한 의중을 파악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나머지 두 채널은 사안에 따라 일시 작동되는 이른바 ‘팝업(pop-up·떴다 사라지는)’ 채널이다. 주중 북한대사관(베이징 채널)은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채널이다. 이곳을 통해 북한의 반응 수위를 보면 실제로 대북 제재가 어떻게 집행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은 북한에 공관이 없는 미국의 이익대표부로 오래 활용되어 왔다. 미국은 북한에서 석방된 후 사망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건강 상태도 스웨덴대사관을 통해 파악했다. 스위스 노르웨이 등 유럽에서 주로 열리는 ‘트랙 1.5’(민간인도 참여하는 탐색적 회담)도 주요 채널로 꼽힌다.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 로버트 갈루치 전 미 북핵특사 등이 이런 대화의 단골손님이다. ○ 한국 정부 겉으론 “환영”, 속으론 “끙끙” 북-미 간 대화가 진전될 경우 다음 달 3∼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때 국면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달 30일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 핵협정과 같은 조잡한 핵협정을 북한과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과의 대화에 성과가 있다면 5년이 걸린 이란 방식 대신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속전속결로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대화 기류에 정부는 “한반도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색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기색도 없지 않다. 중국의 중재하에 북-미 간 전격적 대화가 진행되면 당장 한국 정부의 외교적 공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틸러슨 장관은 중국에 대북 경제 압박을 요구했을 것이고 중국은 대북 대화에 열린 자세를 보이라고 미국에 요구했을 것이다. 틸러슨 장관의 언급은 이에 대한 화답”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대화 기류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시기상조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1일 노동신문을 통해 미국에 여전히 날카로운 비난 폭탄을 쏟아부었다. 이 신문은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미국의 군사적 대결 소동은 림종(임종)을 앞둔 자들의 지랄발광에 지나지 않는다. 대결광신자들에게 차려질 것은 죽음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탈리아가 8월 하순 부임한 문정남 북한 대사를 추방하겠다고 1일 밝혔다. 이로써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에 동참해 북한 대사를 추방한 나라는 이탈리아 멕시코 페루 쿠웨이트 스페인 등 5개국으로 늘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북한에 혈육을 둔 이산가족들에게는 기나긴 추석 연휴도 고통의 시간이다.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의 제20차 상봉행사 이후 남북 간 이산가족 만남은 북한의 인도적 교류 거부로 2년째 막혀 있다. 29일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8월 31일 현재 살아있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6만76명이다. 한 달 전보다 54명이 줄었다. 한 달 새 61명이 사망했고, 7명이 새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결과다. 이산가족 규모는 상봉 신청자를 기준으로 집계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산가족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80∼89세(42.9%)로, 규모는 2만5775명이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적십자회담 제안에 응답하지 않았던 올해 7월 한 달 동안에만 총 397명이 북녘의 가족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고령화가 가져온 이산가족의 현주소다. 분단된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나마도 이들이 유년시절 가족들과 헤어져 어렴풋하게나마 혈육을 기억하는 이산가족 1세대다. 59세 이하의 신청자는 6·25전쟁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이산가족 2, 3세가 얼굴을 모르는 북측의 가족을 만나겠다고 한 경우다. 북한에 있는 가족의 유형은 ‘부부, 부모, 자녀’가 44.6%(2만6790명)로 가장 많고, ‘형제자매’ 41.5%(2만4944명), ‘3촌 이상의 혈육’이 13.9%(8342명)다. 1985년 남북 첫 이산가족 상봉부터 마지막 상봉 행사가 열렸던 2015년 10월까지 가족과의 만남이 성사된 사례는 4185건에 1만9928명으로 집계됐다. 또 3748명은 화상상봉을, 679명은 서신교환을 했다. 생사 확인에 성공한 사례는 7970건에 5만7567명이다. 공식행사가 없었던 지난해와 올해는 공란으로 비워져 있다. 정권 출범 이후 남북 인도적 교류를 재개하겠다고 선언해 왔던 현 정부는 7월 17일 20차 상봉행사 이후 1년 9개월 만에 이산가족 상봉을 정식 제안했다. 유례없이 긴 명절 연휴에 이산가족 간의 만남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틔워보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까지도 묵묵부답이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조건으로 내건, 지난해 국내에 입국한 탈북 여종업원 12명과 탈북 후 북송을 요구하고 있는 김련희 씨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어 상봉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지금처럼 북-미가 막다른 골목으로 서로를 몰아넣으면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중도 성향의 미국 전문가인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사진)는 최근 한반도 위기 상황이 북-미 간 무력 충돌로 귀결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위기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28일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3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완전 파괴를 선언하고, 김정은은 불로 응징하겠다고 화답하는 상황에선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비겁자가 되는 식으로 선택지가 좁혀져 서로 의도치 않은 충돌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다만 북-미 간 전면전 가능성은 낮게 봤다. 체제 붕괴 가능성을 김정은이 충분히 알고 있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도 주한미군 등 수많은 인명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군사 조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윤 교수는 “김정은은 공격적 발언을 자제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정부의 목표가 북한의 정권 교체가 아닌 비핵화로의 정책 교체임을 분명히 북한에 주지시켜야 우발적 충돌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기 전 북-미 간 전격적인 대화로 상황이 급반전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제외된 북-미 간 대화는 본격적인 ‘코리아 패싱’을 불러올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윤 교수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충분히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어 “미국은 우리 동맹이지만 정치는 현실”이라며 “특히 동맹국들이 미국의 희생을 이용해 이득을 보는 무임승차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트럼프라면 한미 연합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등 옵션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상수’가 아닌 ‘변수’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전술핵 재배치론에 대해선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이 25일 미국이 ‘선전포고’를 했다며 자신들의 ‘자위권’ 행사를 주장하고 나서자 미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에 대해 선전포고한 바 없다. 그러한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카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대변인도 “어떤 나라도 국제공역에서 다른 나라의 비행기나 배를 타격할 권리는 없다”고 했다. 앞서 리 외무상은 “트럼프는 지난 주말 우리 지도부에 ‘오래가지 못하게 할 것’이란 뜻을 공언해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며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한 말이기에 명백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선전포고 논란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합의된 명문 규정은 없지만 선전포고가 ‘설명을 붙인 문서 수준의 통보’는 돼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했다는 선전포고는 ‘형식적인’ 조건에서부터 ‘미달’이란 얘기다. 리 외무상은 “유엔 헌장은 개별적 성원국들의 자위권을 인정한다. 누가 더 오래가는가 하는 건 그때 가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타국의 ‘무력 공격’을 받은 경우 정당방위 성격으로 무력 사용이 가능하다는 유엔 헌장 51조를 인용해 자신들이 자위권을 가졌다고 주장한 것이다. 자위권 발동의 핵심은 ‘무력 공격’ 범위를 어디까지로 규정하느냐에 달렸다. 정부 당국자는 “실제 공격을 당했거나 공격당하기 직전 수준을 무력 공격으로 보는 게 국제법상 일반적인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북한의 자위권 주장은 미국의 군사적 시위에 반대한다는 엄포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이날 군사옵션을 더욱 구체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로버트 매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도발 행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북한에 대처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대통령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8개국 입국 금지·제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의 또 다른 북한 봉쇄 정책이 본격 시행됐다. 이달 1일 정식 발효된 미 국무부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와 맞물려 외교적 압박의 고삐를 더욱 조인 것이다. 이번 조치에는 6월에 발표했던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이란 등 6개국 중 수단이 빠지고 북한과 베네수엘라, 차드가 새로 추가됐다. 북한과 차드를 포함한 7개국은 미국 입국이 전면 금지되며, 베네수엘라는 일부 정부 관리 및 가족의 입국이 제한된다. 백악관은 행정명령 포고문에서 “북한 정부가 미합중국 정부와 어떤 면에서도 협조하지 않으며(does not cooperate with the US Government in any respect), 모든 정보 공유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정명령은 그 자체만으로는 선언적인 의미에 그친다. 미국을 방문하는 북한인이 극히 적은 데다 이미 유효한 비자를 받은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미국 입국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회계연도에 미국 비자를 받은 북한 사람은 110명에 불과하다”며 “입국 금지 조치는 상징적인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고통을 느낄 만한 파격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의미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도 “북한에 대한 전방위 압박 차원이다. 기존에 있던 입국 금지 국가 명단에 이름을 더한 수준”이라고 했다. 미국은 행정명령의 실효성보다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제재와 압박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잇따른 북한 대사 추방처럼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자 하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과 단절하라’ ‘미국이냐 북한이냐 선택하라’와 같은 메시지를 강하게 발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국 금지조치라는 메시지를 북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반에 보내겠다는 것이다. 세컨더리 보이콧 실행으로 경제적 압박, B-1B 전략폭격기 대북 전개로 군사적 압박 등 다양한 카드를 속도감 있게 보여줌으로써 대북 압박전에서 북한을 압도하겠다는 효과도 노린 듯하다. 당초 입국 제한 명단에 없던 북한을 새로 넣은 것은 유엔 총회 연설을 기점으로 시작된 북한의 극렬한 반응에 대한 맞대응으로도 풀이된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열어둔 여지는 없을까.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박사는 “‘미국 정부와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포고문 속 표현은 뒤집어 말하면 ‘북한은 협조하라,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뜻”이라면서도 “그렇지 않으면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높일 수밖에 없다는 강경론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과대망상이 겹친 정신이상자, 미국인들에게마저 고통만을 불러오는 최고통사령관(Commander in Grief), 거짓말의 왕초(Lying King), 악(惡)통령(President Evil)….”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3일(현지 시간) 총 21분 44초의 유엔 총회 연설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저격하는 데만 3분 23초를 썼다. 한국말로 또박또박 연설을 시작한 리 외무상은 인사말을 마친 후 작심한 듯 언성을 높이면서 “바로 이 연탁에서 같은 말투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답하겠다”며 손가락으로 내리찍어 연단을 가리켰다.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김정은에 대해 “로켓맨이 자신과 국가의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어 “권모술수를 가리지 않고 늙어온 투전꾼이 미국 핵 단추를 쥐고 있는 위험천만한 현실이 국제평화에 최대 위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악담을 늘어놓았다.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최고사령관(Commander in Chief), 라이언 킹(Lion King),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에 빗대 조롱한 것이다. 리 외무상이 김정은에 대한 참수작전까지 언급하며 대미 선제공격을 위협한 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방어를 위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그는 이어 자신들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면서 “세계 최대 핵보유국 최고당국자가 우리에게 ‘화염과 분노’를 들씌우겠다, ‘완전 파괴시키겠다’고 폭언하는 것보다 더 큰 핵 위협이 또 어디에 있겠느냐. 공화국이 핵 억제력을 보유하게 된 것은 바로 이 철리(哲理)에 따라 최후의 선택으로 취한 정정당당한 자위적 조치”라고 말했다. 또 유엔이 북한에 대해서만 핵실험을 금지하고 있다며 제재 결의안을 거부한다면서 “공화국에 가해진 반인륜적이고 야만적인 제재로 인해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에서 입은 피해를 계산하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피해조사위원회를 통해 피해액을 추산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유럽과 제3국에는 “미국의 반공화국 군사 행동에 가담하지 않는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을 마친 직후 리 외무상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30여 분간 면담을 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하면서 리 외무상에게 정치적 해법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북핵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대화 중재에 나서겠다”는 기본 입장도 전달했다. 리 외무상의 답변은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 외무상의 연설 직후 트위터에 “그가 리틀 로켓맨의 생각을 이야기한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 같이 못 갈 것”이라고 썼다. 전날 밤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지지 연설에서도 “미치광이가 사방에 미사일을 쏘아대는 걸 가만둘 수는 없다”며 “누구도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 순 없다. 리틀 로켓맨을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을 마친 리 외무상은 ‘구걸외교’를 펼쳤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해와 다름없이 올해도 리 외무상이 비공개로 유엔개발계획(UNDP) 등 유엔 인도주의적 대북지원 기구 관계자들을 만나 대북지원을 호소했다”고 24일 보도했다. 리 외무상이 대북지원을 호소한 기구 중에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대북지원 창구로 결정한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UNICEF)도 포함돼 있다. 북한은 연일 반미 집회를 열고 있다. 김정은의 성명이 발표된 22일에는 노동당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당 중앙위원회 본부집회가 열렸다. 23일에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10만 ‘반미대결전 총궐기 군중집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신나리 기자}
채용비리 파문에 휩싸인 금융감독원이 올해 1월에 이어 두 번째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서울 남부지검은 22일 오전 10시 10분경 영등포구 여의대로 금감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대상은 서태종 수석부원장실과 이병삼 부원장보 사무실, 총무국 등 5곳이었다. 서 수석부원장과 이 부원장보, 국장급 간부 이모 씨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 수석부원장 등 3명은 ‘2016년도 신입 직원 채용’ 과정에서 임의로 채용기준을 변경해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경제 경영 법학 분야 1단계 통과 인원을 계획에 없이 1명씩 늘렸다. 검찰은 이들이 특정인을 뽑기 위해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15년 총무국장이던 이 부원장보는 당시 모 금융지주사 회장이던 금감원 임원 출신 인사에게서 “지인의 아들을 합격시켜 달라”는 취지의 인사 청탁을 받았다. 그 결과 불합격권이던 국책은행장 아들 A 씨가 금감원에 최종 합격했다. 면접에서는 응시자에 대한 주변 평가를 반영한 세평(世評)조회를 집어넣어 후순위 3명을 합격시켰다. 세평조회는 원래 평가기준에는 들어 있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16명의 당락이 부당하게 뒤바뀌었다고 봤다. 앞서 감사원은 7월 이 같은 인사비리를 묵인한 서 수석부원장 등 3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올 들어서만 두 번째 압수수색을 받은 금감원은 침통한 분위기다. 1월에는 전 임원의 아들을 경력직 변호사로 채용한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날 금감원 사람들은 “뭐라 변명할 거리가 없다” “고개를 들 수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번 일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금감원 스스로 갑(甲)이라는 지위에 취해 내부 통제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동혁 hack@donga.com·송충현·신나리 기자}
중국 내에서 비주류 학자들을 중심으로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대북 정책 등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중문판에 따르면 선딩리(沈丁立) 푸단(復旦)대 교수는 “중국은 남중국해, 동중국해, 중국-인도 국경 갈등, 한중 관계, 북-중 관계 등에서 실패했다. 한마디로 중국의 무린(睦(린,인)·이웃 국가와 화목하게 지내다) 정책은 이웃 국가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선즈화(沈志華) 화둥(華東)사범대 교수도 “베이징(중국)의 대북 정책은 모순적일 뿐 아니라 (중국 정부가) 기대하는 것과 정반대 결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비주류인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정치학원장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주류 입장에서 자신을 비판한 주즈화(朱志華) 저장(浙江)성 당대국제문제연구회 부회장에게 “북한을 비호하자는 입장이냐”고 직격탄을 날린 이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 더욱 격렬해지는 양상이다. 한반도 군사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심해지고 한국과도 최악의 관계가 이어지자 ‘이래서는 안 된다’는 불만이 표출되는 것이다. 선딩리 교수는 “중국이 노력은 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킬 수도,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지 않도록 설득할 방법도 없다”며 “중국이 사드 문제(대응)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서울(한국)과 멀어졌고, 서울이 워싱턴(미국)에 훨씬 가까워지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선즈화 교수도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징벌은 한국이 더 미국 일본과 가까워지게 했을 뿐 아니라 중국이 서울과 밀접한 관계를 만들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VOA는 “중국의 대국외교가 도전과 좌절에 직면했다”며 “갈수록 많은 학자가 중국의 외교 문제에 대해 토론해도 중국 지도부는 다음 달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이후 직면한 도전과 좌절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22일 자신들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한 런민(人民)일보와 환추(環球)시보, 런민왕(人民網) 등 중국 매체들을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창피를 모르는 언론의 방자한 처사’라는 개인 필명의 글을 통해 “조선 핵무기 보유의 합법성을 외면한 채 감히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른 격’으로 모독한 것도 모자라 ‘서산락일(西山落日·지는 해)의 운명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망발했다”고 해당 매체들을 지적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신나리 기자}

회색 인민복 차림의 북한 김정은은 21일 자신의 집무실로 추정되는 곳에서 마이크 앞에 앉아 성명서를 읽었다. 그러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예고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다음 날인 22일 이 장면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 완전 파괴”를 언급한 지 사흘 만이다.○ “불로 다스릴 것”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성명 김정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늙다리 미치광이’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 ‘겁먹은 개’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그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며 핵·미사일 도발을 예고했다. 김일성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성명을 낸 적은 처음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이 김정일 정권에 대해 ‘악의 축’이라고 발언했을 때도 북한 기관들이 비난한 적은 많지만 김정일이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며 “김정은이 사상 최고 대응을 공언한 만큼 실제 도발 책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번 성명은 김정은이 국무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내걸고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며 도발 의지를 밝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외교적 레토릭이 아니라 ‘국가의 존재를 부정하고 모욕한’ 미국 정상을 겨냥해 복수를 천명했기 때문.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김정은의 말이 허풍이 되지 않으려면 핵개발이든 미사일이든 기술의 완성도를 최고조로 높여야 한다는 북한의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대기권 핵실험이냐, 미 본토 타격 입증이냐 김정은이 경고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에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성명 발표와 동시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언급한 ‘태평양 수소탄’ 실험, 즉 해상(대기권) 핵실험 여부다. 태평양과 같은 대양(大洋) 상공으로 핵미사일을 쏴 터뜨리면 방사능 피해는 줄이면서 위력은 극대치로 보여줄 수 있으며 수십 km 상공에서 핵실험을 실시해 강력한 전자기파(EMP) 효과를 과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급 이상의 재진입 기술(Re-entry)을 완성했을 가능성이 낮고, 대기권 핵실험이 초래할 엄청난 외교적 파장을 고려할 때 엄포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신각수 전 주일본 대사는 “북한이 대기 핵실험을 하다가 실패할 경우 기류에 의해 낙진과 방사능이 퍼질 수 있어서 굉장히 위험하고 중대한 사안이 될 수 있다”며 “일본 열도 상공을 지나가다 영토에 떨어진다면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0월 10일(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화성-12형 IRBM을 여러 발 쏴 ‘괌 포위사격’을 실행할 가능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북태평양을 지나 하와이 인근까지 발사하는 ‘대형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히 미 본토 실제 타격 능력을 입증하는 도발들이다. 군 소식통은 “김정은이 한날한시에 ‘핵·ICBM 도발 단추’를 누를 가능성에도 대비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전면적 핵 대결을 벌일 수 있는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등극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사상 초유의 ‘핵·ICBM 동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문재인 정부가 21일 800만 달러(약 91억 원) 규모의 첫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을 최종 결정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은 2015년 12월 유엔인구기금(UNFPA)의 ‘북 인구 및 건강 조사’에 80만 달러를 지원한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지원 시기와 지급 방식은 남북관계 상황 등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인도적 시급성’에 따라 연내 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재로 제28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세계식량계획(WFP)의 아동·임산부 영양 강화 사업에 450만 달러, 유니세프의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 및 필수의약품 등 지원 사업에 35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구체적인 지원 시기와 지급 규모 및 방식은 별도의 회의 없이 통일부 장관이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통일부는 “늦어도 올해 안에는 800만 달러를 모두 국제기구에 공여할 것”이라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지원 결정이 나면 한두 달 내로 지원이 이뤄졌으며 대부분 일괄 지급됐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예외적으로 2015년 UNFPA에 지원할 당시 1월에 ‘13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결정한 뒤 같은 해 12월에 일부인 80만 달러만 지원된 경우는 있지만 ‘2015∼2016년 다년에 걸쳐 지원한다’는 세부계획이 결정됐기 때문에 이번과는 달랐다. ▼ 美-日 우려에 지원시점은 못박지 않아 ▼하지만 당장 지원 시기와 규모를 못 박지 않은 것은 북한의 핵 폭주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지원 결정을 놓고 국내외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핵 공조를 이루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반응이 썩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듯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5일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직접 대북 인도 지원 시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제사회의 북한 문제 대응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한국 측에 신중한 대응을 요청하고 싶다”며 “북한에 대한 압력을 저해할 수 있는 행동은 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 국무부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결정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 안팎에선 ‘남북관계 등 전반적인 여건을 고려해 지급 시기와 규모를 정하겠다’는 조건을 새로 추가한 것을 놓고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당초 “북한 취약계층의 상황이 시급하다”고 지원 방침을 밝혔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남북관계 상황을 조건으로 지원 시기와 규모를 조절할 수 있다고 슬쩍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이날 800만 달러 지원 결정과는 별개로 UNFPA의 올해 북한 인구 총조사에 600만 달러(약 67억9000만 원)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역시 지원이 결정되면 올해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은 총 1400만 달러(약 158억5000만 원)로 2009년 이후 가장 많게 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7일 규모 8.1의 강진으로 90여 명이 숨진 멕시코에서 19일(현지 시간) 다시 강진이 발생해 최소 21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공교롭게도 1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1985년 대지진 32주년에 일어났다. 현지 거주 40대 한국인 남성 1명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지질조사국은 규모 7.1의 지진이 이날 오후 1시 14분(현지 시간) 멕시코 중부에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진앙은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남동쪽으로 123km 떨어진 푸에블라주 라보소 마을 근처다. 지진이 영향을 미친 곳은 인구 밀집 지역이며 파괴된 건물이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시티와 모렐로스주 호후틀라시에서는 시청, 성당, 학교 등의 건물이 무너지고 크게 파손됐다. 순식간에 붕괴된 멕시코시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성인 4명과 아동 21명이 목숨을 잃었고 30명 이상이 실종됐다. 연방정부는 이날 멕시코시티에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긴급자금을 방출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모든 병원에 부상자들을 위해 문호를 개방하라고 즉각 지시했다. 그는 “멕시코시티의 40%와 모렐로스주의 20%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은 강진으로 멕시코시티에서 한인 소유 5층 건물이 무너지는 바람에 이 건물에서 일하던 이모 씨(41)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대사관은 “이 씨가 연락이 두절됐다는 우리 국민의 신고를 접수한 직후 영사를 현장에 파견해 소재를 파악한 결과 부검소에서 이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조은아 achim@donga.com·신나리 기자}

구직자들 사이에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에서 간부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채용비리가 다수 적발됐다. 또 금융사들에 대해 ‘갑(甲) 중의 갑’으로 군림하면서 정작 조직을 방만하게 운용하고 내부 통제에도 소홀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금감원에 대한 이 같은 감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금융당국에 금감원 직원 8명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고 28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수사 요청 5명, 수사 자료 통보 23명)했다.○ 채용비리, 방만경영 일삼은 ‘신의 직장’ 감사 결과 금감원은 직원 채용 과정에서 특정 인물을 합격시키기 위해 선발 인원을 일부러 늘리거나 평가방식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신입직원 채용 당시 A 국장은 지인으로부터 한 지원자의 합격 여부를 문의받았다. A 국장은 “필기시험에서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는 담당 직원의 보고를 받고 채용예정 인원을 경제 경영 법학 분야별로 1명씩 늘리도록 지시했다. 필기시험 합격 대상은 22명이었지만 해당 지원자는 23등이었다. 이 지원자는 결국 필기전형을 통과했고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서울 소재 대학 졸업자가 대전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서류를 허위 기재했는데도 ‘지방인재’로 채용한 사례도 있었다. 당시 인사담당 팀장은 해당 응시자가 이력서를 잘못 적은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면접 자료에는 ‘지방인재’라고 기재해 합격시켰다. 또 합격자를 대상으로 당초 계획에 없던 ‘세평(世評·평판조회)’을 진행해 일부 지원자를 탈락시켰고, 부정적인 평판을 받은 후보자를 합격시킨 사례도 드러났다. 방만한 금감원 조직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감원의 수입 중 은행, 보험사, 증권사로부터 징수하는 ‘감독분담금’은 최근 3년간 평균 13.6% 늘었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에 연간 78억 원을 투입해 8개의 해외사무소를 운영해온 점도 지적됐다. 감사원이 해외사무소의 업무 실적을 분석한 결과 98%가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수집할 수 있는 정보였다. 전체 1927명의 금감원 직원 중 1∼3급 비중이 45.2%(871명)로 고연봉 상위 직급도 지나치게 많았다. 금감원의 직급은 1∼6급으로 구분되며 3급부터 팀장을 맡는다. 1, 2급 가운데 63명은 보직이 없는 상태로 하위 직급과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1급은 1억4000만 원, 2급은 1억3000만 원의 급여를 타갔다. 이 밖에 장모 계좌로 4년간 735억 원 상당의 주식 등을 차명 거래한 직원,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직원들도 적발됐다. ○ 외부 견제 없이 무소불위 권력 금융계에서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외부의 별다른 견제나 제재를 받지 않는 조직의 특수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금융사에 대한 감독과 검사 권한이 있고 금융사와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징계를 금융위에 건의할 수 있다. 하지만 명확한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고무줄 제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퇴직 후 감독을 담당했던 금융사나 협회에 재취업하는 직원이 많다 보니 금감원이 평소 금융사에 대한 봐주기 검사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았다. ‘반관반민’이란 특수성도 금감원을 감시의 사각지대로 만든 요인 중 하나다. 금융위원회는 금감원의 예산만 승인할 뿐 내부 조직이나 인사, 채용 등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은 사실상 민간 조직에 가까워 금융위가 대놓고 운영에 관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감사원 발표로 금감원 내부에도 거센 후폭풍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이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강도 높은 내부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올해까지 후속 조치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원 채용은 전면 블라인드 방식으로 바꾸고 서류전형을 폐지해 채용 과정에서 외부 입김이 개입될 가능성을 줄이기로 했다. 임원 자리에 외부 인사를 대거 수혈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최흥식 금감원장이 11일 취임한 직후 서태종 수석부원장 등 임직원 13명은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한편 이날 감사 결과를 두고 금감원 일각에서는 “두 기관의 앙금에 따른 보복 감사”라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감사원도 이를 반박하는 해명자료를 별도로 내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졌다.송충현 balgun@donga.com·신나리 기자}

외교부는 18일 이도훈 전 대통령외교비서관(55·외무고시 19회·사진)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차관급)에 임명하는 등 실장급 7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총 12자리 실장급 인사 중 이욱헌 의전장, 박은하 공공외교대사, 백지아 외교안보연구소장은 유임되며 기후변화대사와 재외동포대사직은 추후 개방형 직위로 전환하거나 인사 교류로 바뀔 예정이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겸하는 이 신임 본부장은 주유엔 참사관을 거쳐 북핵외교기획단장을 지내며 북핵 외교를 실무 지휘했다. 주세르비아 대사를 지내다 지난해 9월부터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대통령외교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자외교 분야에서 전문성과 협상 경험을 보유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차관보엔 윤순구 주이집트 대사, 기획조정실장에 서정인 주아세안대표부 대사, 대변인에 노규덕 주나이지리아 대사, 경제외교조정관에 윤강현 주라오스 대사, 국제안보대사에 문덕호 주시애틀 총영사, 다자외교조정관 직무대리로 오영주 장관특보가 각각 임명됐다. 외교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새로운 정부의 혁신 기조를 반영한 대규모 교체”라고 자평했다. 재외공관장 인사는 현재 후보 검토가 진행 중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15일 화성-12형 발사를 성공시키며 ‘핵무장 전력화’에 한걸음 더 다가서면서 대대적인 홍보와 여론 몰이에 나서고 있다. 북한은 16일자 노동신문(사진) 6면 중 3개면에 걸쳐 화성-12형 발사 장면 19장을 포함한 사진 32장을 공개했다. 이날 신문에는 발사 장면을 참관하던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과 김락겸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관 등과 박수치며 기뻐하는 모습도 실렸다. 발사 장면을 담은 2분 11초 분량의 영상도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됐다. 이전에는 북한의 위협이 수사(修辭)에 그쳤다면,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화성-12형이 바로 발사되는 장면 등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기술 개발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우리의 최종 목표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미국 집권자들의 입에서 함부로 우리 국가에 대한 군사적 선택이요 뭐요 하는 잡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어 “무제한한 제재 봉쇄 속에서도 국가핵무력 완성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가를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이제는 그 종착점에 거의 다다른 만큼 전 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 뒤 “미국이 감당하지 못할 핵 반격을 가할 수 있는 군사적 공격능력을 계속 질적으로 다지며 곧바로 질주해 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화성-12형의 본격 양산을 통해 내년까지 최소 수십 기를 배치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고각이 아닌 ‘정상각도’ 도발도 감행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의 대결 일변도 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도 나왔다. 민족화해협의회 대변인 담화는 “‘대화와 압박의 병행’이니 뭐니 하는 그 기조만 보아도 극히 모순적이고 전혀 실현 불가능한 황당한 궤변”이라며 “서로 타협할 수 없는 우리와 미국, 주변국들의 요구를 안고 남북관계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없는 망상”이라고 비난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 배치에 대해서도 “괴뢰당국의 무모한 대결망동은 북남관계를 더욱더 험악한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진보세력을 비롯한 남조선 각계각층은 ‘촛불민심을 망각한 경솔한 처사’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제재와 압박은 해법이 아니다’고 괴뢰당국에 강력히 들이대고 있다”며 남남갈등을 부추겼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통일부가 논란이 일고 있는 800만 달러(약 91억 원) 상당의 대북 인도 지원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 일본 등이 유감을 표명하는 등 국제적 논란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화성-12형 도발 징후를 포착하고도 지원 결정을 내린 배경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하지 못해 오히려 논란만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는 17일 대북 인도적 지원 결정을 둘러싼 각종 쟁점을 스스로 4가지로 분류해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담은 A4 3쪽짜리 참고자료를 발표했다. 우선 ‘왜 대북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통일부는 “북한의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이 1000명당 25명(2015년)” “만성 영양이 부족한 5세 미만 아동이 27.9%(2012년)” 등 통계를 들었다.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왜 지금 이 시점인가’에 대해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제기구에서 대북 지원을 요청해 왔고 정부도 관계부처 협의를 계속해 왔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지원 결정이) 북한 6차 핵실험 직후이고 추가 도발이 예상되는 상황에 시점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서도 “인도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구분해 추진한다는 원칙하에 이번에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통일부는 청와대가 화성-12형 도발 징후를 포착한 뒤에도 인도적 지원을 결정하게 된 과정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지원이 북한의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통일부는 “북한 정권을 돕는 것도 아니고, 안보리 결의나 국제사회의 제재를 훼손하지도 않는다”며 이전 주장을 반복했다. 북한의 도발 상황에서도 국제사회가 대북 지원 사업을 계속해 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미국(100만 달러) 러시아(300만 달러) 스위스(700만 달러) 등은 모두 문재인 정부가 지원하려는 800만 달러보다 적은 금액을 지원했다. ‘북한 주민에게 지원금이 제대로 전달되느냐’는 의문에 대해선 “국제기구가 철저히 모니터링을 하고 의약품 등 현물이 지원된다”며 일축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뇌 어느 쪽이 고장 났어? 정말 10대쯤 때리고 싶어.” “너 강아지 훈련시키듯 해줄까?” 일본 주재 한국 총영사 A 씨의 폭언이 잦아지자 비서는 지난해 3월부터 녹음기 버튼을 눌렀다. 2015년 12월 채용돼 일을 배우기 시작한 초반부터 불호령이 다반사로 떨어졌다. 일본어는 잘하지만 일처리가 서툴렀던 게 죄라면 죄였을까. A 총영사는 비서가 실수할 때마다 감당하기 힘든 막말을 퍼부었다. “넌 미친 거야. 넌 머리가 있는 거니 없는 거니?” “아유 미친 × 저걸 진짜 죽여 살려, 두뇌 검사를 해야 돼 너”…. 이 정도는 기본이었다. 장애인에 빗대 “장애인을 고용한 게 아니라 장애인 학교 같아, 공관이”라고 했고, 심지어 “널 죽이고 싶은 순간이 몇 번 있었어”라는 말도 했다. A 총영사는 볼펜을 던지거나 티슈 박스로 손등을 때려 멍들게 하는 등 폭행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서는 “너 정신병 있는 것 같으니 정신병원엘 가보라”는 인격 모독적 발언을 듣고 그길로 정신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6개월간의 가료를 요하는 정신불안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다. 제보를 접수한 외교부 감사관실의 설득 끝에 비서는 “보복을 당하지 않으면서도 A 총영사를 처벌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 1년 반 동안 수집해 왔다”며 길이만 20시간에 달하는 40여 건의 폭언 녹음파일과 진단서 등을 제출했다. 외교부는 8일 재외공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관 직원 등을 대상으로 ‘갑질’ 피해에 대한 집중 신고를 받은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앙징계위원회에 A 총영사에 대해 중징계 의결 요구를 했고, 대검찰청에 상해·폭행 등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A 총영사는 이르면 11일 직위 해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A 총영사는 폭언 행위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총영사는 최근 한국으로 소환돼 조사받는 과정에서 “전자항공권을 메일로 제때 보내지 않는 등 센스가 부족하고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해 (화가) 쌓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 외에도 현 공관에 재직 중인 행정직원과 이전 총영사 비서 또한 “10년 넘게 일하면서도 개념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살래?”와 같은 막말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非)외시 출신인 A 총영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2015년 2월 공관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개방형 직위로 공모했던 외교부 부대변인(국장급)을 지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은 할아버지(김일성), 아버지(김정일)와는 전혀 다르다.”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사진)가 7일 서울안보대화(SDD)에서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북핵 이슈를 대하는 태도를 평가하며 이렇게 말했다. 러셀 전 차관보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마지막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로 올해 초까지 북핵 문제를 수십 년간 다룬 미국의 대표적인 아시아통 중 한 명이다. 러셀 전 차관보는 행사의 첫 번째 본회의 사회를 보면서 “김일성은 (미국 등 국제사회를) 속이기 위해 협상했고(He negotiated for cheating), 김정일은 협상하는 척했다(He pretended to negotiate). 그런데 김정은은 협상을 전면 거부한다(He is categorically rejecting negotiation)”고 말했다. 러셀 전 차관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북한 제재 결의안에 대해서도 “(미국은) 북한과 수십 년간 협상했지만 북한은 당근을 먹지 않는다. 당근 안에 독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며 유화책이 통하지 않는다고도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6차 핵실험 직전 북한이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무기연구소 시찰 사진에는 김정은의 양옆을 따라다니는 두 남성이 있다. 북한의 핵개발 1인자로 꼽히는 홍승무 노동당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리홍섭 핵무기연구소장이다. 이들은 김정은에게 수소탄두를 직접 설명하는 등 핵무기 과외선생 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당 군수공업부 책임일꾼’(노동당 부부장급 이상 간부 지칭)인 홍승무는 북한의 핵개발 주도세력 4세대로, 김정은 시대에 새롭게 부각된 인물이다. 그는 3차 핵실험 때부터 무기 개발 실무총책을 맡아 꾸준히 조명받았고 지난해 5월 노동당 7차 대회에서는 북한의 핵 개발을 진두지휘한 공로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다음으로 당중앙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영변 원자력연구소장 출신인 리홍섭도 핵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9월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지난해 5월에는 당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 홍승무와 리홍섭은 2013년 6월과 2009년 7월 각각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으며 한국과 미국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삼은 바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