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11일 오전까지만 해도 통일부는 12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당국회담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9, 10일 판문점 접촉에서 북한과 합의하지 못한 수석대표의 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회담에 참여할 남북 대표단 명단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북한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내보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만큼 ‘장관급’ 회담에 구애받지 않고 “남북문제를 책임 있게 해결할 권한을 가진 당국자”로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내보내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통일부는 “행사성이 아닌 실질적 회담에 주력할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차분하고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6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 당국회담인 만큼 내부적으로는 많이 들뜬 분위기였다. 류 장관은 수석대표로 나서지 않지만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회담 준비를 위해 최근 며칠간 귀가하지 않고 통일부 청사 집무실과 남북회담본부를 오가며 회담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명단 교환이 순조로우면 실제 회담 상황을 가정한 회담 시뮬레이션도 남북회담본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그랜드힐튼호텔엔 회담장과 회담 취재를 위한 프레스센터가 설치됐다. 회담 취재를 위해 통일부에 등록한 취재진이 무려 1500여 명에 이르렀다.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그만큼 컸다. 그랜드힐튼호텔 측도 하루 종일 회담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호텔 관계자는 이날 “10일 오후 9시에야 통일부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아 하루 만에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회담장으로 쓰일 공식 회의실은 본관 2층에 있는 연회장인 그랜드볼룸으로 확정돼 로비 등에 레드카펫을 까는 등 만반의 준비가 진행됐다. 그랜드볼룸은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오후 1시경 남북 연락관이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사무실에서 양측 대표단 명단을 교환한 직후 분위기는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남측은 김남식 차관을 수석대표로 했고, 북측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단장(수석대표)으로 내세웠다. 명단 교환 직후 북측은 “김 차관이 상(相)급인 강지영의 급에 맞지 않다”며 “류 장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울 것”을 요구했다. 이후 남북은 세 차례에 걸쳐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전화로 협의했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류 장관과 통일부 핵심 당국자들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남북회담본부에서 판문점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으며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남북 간 평행선이 계속되자 통일부 핵심 당국자들 사이에서 “하루 종일 협의했는데도 결론이 안 나는 건 부정적”이라며 회담 무산을 점치는 우려가 커졌다. 오후 5시경 정부 일각에서 “협상이 결렬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국내 언론이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오후 7시경 “지금 상황은 네거티브한(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종 결과는 봐야 한다”면서도 12일 회담 무산에 대한 정부의 공식 견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끝내 “남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 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 합의에 대한 왜곡으로서 엄중한 도발로 간주하고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 회담 무산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 당국에 있다”고 판문점 연락전화를 통해 통보했다. 오후 7시 5분경이었다. 그 직후 북한은 판문점 연락관을 철수시켰다.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런 태도에 대해 “북한이 그동안 유럽연합(EU) 국가들과 회담할 때는 경우에 따라 북한의 부상과 상대국 국장, 국장과 상대국 과장과의 대화도 있었다. 북한이 ‘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화를 거부했던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윤완준·권오혁·염희진 기자 zeitung@donga.com}
입학 비리가 불거진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에 대해 교육당국이 국제중 지정 취소를 검토하기로 했다. 지정을 취소하지 않는다면 해당 학교의 입학전형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 분야 당정협의에서 이러한 국제중 제도 개선방안을 밝혔다. 이날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교육부가 국제중 입학 비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질타하며 대책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현재 두 학교에 대해 진행 중인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즉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담당자는 “검찰 수사에서 조직적인 비리 등 중대한 문제가 발견되면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 지정을 취소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현행법상 취소 권한은 서울시교육청이 갖고 있지만 교육부도 협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정 취소에 해당하는 중대한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전례가 없기 때문에 수사 결과를 보고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만약 두 학교가 지정 취소를 면하고 국제중으로 유지된다면 입학전형이 완전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선발에 공정성이 보장되는 입학전형을 만들고 매년 입학 일정이 끝난 뒤 정기 감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도 입학전형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교육부는 국제중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날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 상당수도 국제중을 일률적으로 없애기보다는 문제가 있는 학교의 지정을 취소하는 것이 학부모와 학생의 혼란을 줄이는 방안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원들은 국제중 제도를 없애지 않는 대신 교육부가 특수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보완책을 세우라고 주문했다.김희균·권오혁 기자 foryou@donga.com}
정홍원 국무총리는 10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문제에 대해 “검찰이 환수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한 것은 유감”이라며 “검찰이 전담팀을 구성해 강한 의지를 갖고 집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성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할 계획이 있느냐’는 새누리당 이종진 의원의 질의에 “정부는 수도권의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한국 검찰의 수사 여부와 관련해선 “국내에서도 검찰에 고발돼 있어 검찰이 판단해 수사 여부를 결정하리라 본다. 유야무야하진 않을 것이다”며 “검찰이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해마다 전력난으로 절전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전기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9일 한국전력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전기를 훔쳐 쓰다 적발된 경우가 1만1188건, 129억8500만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1년의 1만2113건보다 적발 건수는 925건 줄었지만, 금액은 106억7000만 원에서 23억 원가량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전기요금이 저렴한 농업용으로 계약한 뒤 일반용이나 주택용으로 부정 사용하는 ‘종별 위반’이 전체의 73.5%인 8227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전과 계약하지 않고 사용하다 적발된 경우가 1319건(11.8%), 계량기 조작 등으로 적발된 경우가 916건(8.2%)이었다. 지역별 적발 건수는 광주 전남 1660건(14.8%), 대구 경북 1627건(14.5%), 경기 남부 978건(8.7%), 대전 충남 957건(8.6%), 경남 944건(8.4%) 순이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북 14억2000만 원(11.0%), 경기 북부 13억8000만 원(10.6%), 대구 경북 13억3000만 원(10.2%), 경기 남부 12억1000만 원(9.3%), 광주 전남 11억9000만 원(9.1%) 순이었다. 조 의원은 “전기 도둑이 활개 치면 정당한 요금을 내는 전기 사용자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며 “전기 위약금을 상향 조정하는 등 전기 도둑에 대한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채동욱 검찰총장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종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82년 사법시험(24회)에 합격했다. 1985∼1988년 육군 법무관으로 복무했으며 이후 검사 생활을 시작해 특별수사통으로 경력을 쌓았다.현재 부인, 외동딸과 함께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올해 3월 재산 공개 때 12억4900만 원을 신고했다.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되거나 유임된 1급 이상 고위공직자 281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채 총장은 △출생지 △학력 △경력 △거주지 △재산 규모 등의 측면에서 고위공무원의 전형(典型)인 것으로 나타났다.관보와 취재를 통해 거주지가 파악된 209명 중 79명(37.8%)은 서울 강남 3구에 거주하고 있다. 또 재산 구간별로 보면 5억∼10억 원의 재산을 신고한 이가 63명(38.9%)으로 가장 많다. 10억∼20억 원은 47명(29%)이며 20억 원 이상은 28명(17.3%)이다. 재산이 5억 원에 못 미치는 이는 24명(14.8%)이다.○ 평균 나이 55세, 3명 중 1명은 서울대 나와고위공직자의 평균 나이는 55세였다. 청와대(54.5세)보다는 행정부(55.1세)의 평균 연령이 다소 높았다.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96명(34.2%)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대의 비중은 2∼5위 대학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연세대가 26명으로 2위였으며 고려대와 성균관대가 21명씩으로 뒤를 이었다. 한양대는 17명, 육군사관학교 출신은 14명이었다. 특히 성균관대의 경우 행정학과(9명)와 법대(5명) 출신이 강세를 보였다.박근혜 대통령이 졸업한 서강대 출신 고위공직자는 최순홍 미래전략수석비서관과 조인근 연설기록비서관 등 둘뿐이어서 대조를 보였다. 그 대신 박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 출신 고위공직자가 6명으로 8위를 차지했다.육사 출신의 약진도 돋보였다.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을 필두로 박흥렬 경호실장,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등이 요직에 포진했다.평준화가 시행된 이후 고등학교에 입학한 공직자가 늘면서 명문고 집중 현상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의 명문 경기고 출신이 가장 많았지만 15명에 그쳤고, 이어 대전고(11명), 경북고(10명), 서울고(9명) 등이 뒤를 이었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로 여겨지는 KS(경기고-서울대) 출신은 12명이었다.○ 공무원 출신이 4명 중 3명고위공직자의 주요 경력을 살펴본 결과 공무원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공무원 출신은 211명으로 전체의 75.1%를 차지했다. 청와대(43.4%)보다는 행정부(82.5%)에서 공무원 비율이 더 높았다.대학과 연구소 등 학계 출신은 10%였고 정치권 출신은 7.5%였다. 군인(5%)과 언론인(1.8%) 출신 고위공직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최순홍 미래전략수석(국제기구)과 박종길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체육인)은 이색 경력으로 눈길을 끌었다.공무원 출신이 많다 보니 고시 출신 비중도 컸다. 고위공직자 10명 중 7명은 4대 고시(행정, 외무, 사법, 기술)에 합격한 이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행정고시 합격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 특히 행정부 고위공무원의 경우 76.3%가 고시 출신이어서 ‘창조경제’를 내세우면서 실제론 지나치게 관료에게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무원 비중이 낮은 청와대의 경우 고시 출신 비중도 47.2%로 상대적으로 낮았다.출신지로는 수도권 출신이 71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구·경북 출신이 47명으로 뒤를 이었으며 호남권 출신이 46명으로 그 다음이었다. ○ 면제 비율 일반인보다 높아병역은 정규 현역 복무자가 64.9%로 가장 많았다. 임관과 동시에 전역하는 6개월짜리 석사장교 21명(7.8%)을 포함하면 현역 비율은 72.7%였다. 석사장교는 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은 뒤 6개월 동안 군사훈련과 전방체험을 거치면 전역할 수 있는 제도다. 과도한 특혜라는 비판 때문에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들이 전역한 뒤 폐지됐다.보충역은 31명(11.6%), 면제자는 35명(13.1%)으로 분석됐다. 고위공직자들이 군대에 가던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일반인의 병역 면제 비율이 7∼9%였던 것과 비교하면 면제 비율이 다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청와대의 경우 정규 현역 복무자 비율이 68.1%여서 행정부(64.3%)보다 높았다. 병역 면제자 비율은 6.4%로, 행정부(14.5%)의 절반 이하였다. 청와대에 좀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병무청 관계자는 “지금은 병역 자원이 부족해 현역 비율이 90%를 넘고 보충역이 8%, 면제가 2% 정도 되지만 당시는 병역 자원이 넘쳐 보충역, 면제 비율이 지금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장원재·권오혁 기자 peacechaos@donga.com}

“인사로 인한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믿고 찍은 한 표가 빛을 발하니 보람이 있습니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동아닷컴 홈페이지에 마련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란다’ 코너에는 취임 100일을 맞이한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시민들의 다양한 메시지가 올라왔다. 먼저 ‘민생을 살펴 달라’는 시민들의 호소가 게시물의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한규 씨는 “중소기업 정책을 구현할 때 현장 중소기업을 방문해 (의견을) 청취해 달라”며 “유명 중소기업보다 무명의 중소기업 방문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강철문 씨는 “국민이 먹는 음식이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근절될 수 있도록 초강력 법을 제정해 보다 나은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ID ‘새로시작하기’는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민생 대통합, 서민을 위한 패자 부활의 기회, 그 약속을 지켜 주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주문도 나왔다. 김환식 씨는 “63년간 국민의 숙원인 국군포로 송환 문제를 약속한 대로 성사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문영석 씨는 “한국은 동서남북으로 분열된 나라”라며 “상처 많은 사회에 모성적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문덕 씨는 “대통령 혼자서 그 많은 일을 다 할 수는 없다”며 “장관들을 적극 활용하고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라”고 주문했다. 지난 100일간 가장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고 평가되는 인사 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손장익 씨는 “장차관, 교수, 법관 등 모든 지도층 인사는 사회적 부정에 접근만 해도 다시는 사회 진출이 불가하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도 박 대통령에게 바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캐나다에서 24년을 살았다는 한 교포는 “해외동포는 주민등록 번호가 없다”며 “여권번호 등으로 해외 동포도 민원이 시원히 해결되게 해 주세요”라고 의견을 올렸다. 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은 “중요무형문화재를 형평에 맞게 지정해야 한다. 예능 108명, 기능 68명으로 차이가 난다”며 “기능문화재도 세분해 전승이 단절되는 일이 없도록 형평에 맞는 무형문화재 지정이 시급하다”라는 글을 남겼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 3일부터 6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지난달 새롭게 진용을 정비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원내 지도부 간 ‘입법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창조경제 지원’이라는 창과 민주당의 ‘을(乙)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경제민주화 입법’이라는 창이 맞선다. 여야 원내대표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정부 원년의 정국 향배를 조망해 본다. 》▼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북한인권법 통과에 야당도 협조해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일부 원전의 가동 중단 사태에 대해 “정부 차원의 노력이 미흡할 경우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6월 임시국회 개회를 하루 앞둔 2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1시간가량 만난 그는 국정 현안에 대해 비교적 뚜렷한 목소리를 냈다. 탈북 청소년 9명의 북송에 대해 그는 “관계 당국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갑을 관계’ 이슈에 대해선 “갑이 망하면 을도 존재할 수 없다”며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북송 사태와 관련해 북한인권법 처리를 두고 야당과 의견을 나눴나. “협상 과정에서 강하게 의견을 제기했다. 기본적으로 신체의 자유, 즉 인권에 관한 사안인 만큼 야당도 다른 이유를 내세우지 말고 북한인권법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 ―민주당의 ‘을을 위한 국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갑의 횡포를 근절하자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1 대 99 식의 편 가르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엔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 남양유업 사건도 대리점 매출이 줄고 점주들도 힘들어졌다. 갑을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근혜정부를 ‘삼불’(불통 불안 불신)이라고 비판했다. “지나치게 인색한 평가다. 인사문제를 불통으로 지적했다. 박근혜정부는 과거처럼 코드 인사나 패거리 인사를 하지 않았다. 나아진 측면도 있다. 북한 문제를 불안이라고 했는데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대북 원칙을 확고히 지키면서 긴밀한 국제 공조를 통해 오히려 국민의 불안을 해소했다. 공약 이행이 미흡하다며 불신을 얘기했는데 출범한 지 100일도 안 된 정부를 두고 공약 이행 여부를 판단한 것은 너무 빠른 것 아닌가.”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정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떤 과정을 구상하나. “노사정 간에 충분한 대화를 하고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안이 나오면 국회가 그것을 어떻게 입법화할지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 ―원전 가동 중단 문제와 관련한 국회 차원의 대응은…. “지식경제부 장관 때부터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원전 마피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래된 문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로 시스템도 갖추고 근본적인 대수술로 가야 한다.” ―정부의 ‘공약가계부’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폭 축소된 것을 두고 여당의 반발이 크다. “지방 공약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정부가 ‘공약가계부’를 발표하면서 신규 SOC사업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것 때문에 오해가 생겼다. 신규 사업을 시작하려면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앞으로 정부와 협조해 지방 공약 실천 계획도 내놓을 것이다.” 길진균·권오혁 기자 leon@donga.com ▼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모두 처리할 것”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을(乙)의 눈물을 닦아 주는 국회는 갑과 을을 편 가르기 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원내대표실에서, 그리고 2일 전화로 진행된 두 차례 인터뷰에서 그는 “갑의 이익이 을의 고혈을 빨아 생성된다면 건강한 환경일 수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해 민주당이 발표한 ‘세비 30% 삭감’ 문제에 대해선 “새누리당과 합의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자신의 정치적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홍준표 식’ 국정조사는 하지 않겠다.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전반적인 공공의료 서비스의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하겠다.” ―라오스에서 탈북 청소년 9명이 북송됐다.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 통과를 요구한다. “북한인권법이 없어서 그런 일이 발생한 게 아니다. 재외공관의 무사안일한 업무 태도의 병폐를 단면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정부 여당의) 북한인권법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북한고립법’에 가깝다. 북한의 잘못된 태도는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 다만 교류와 평화라는 남북관계 기본 틀을 깨서는 안 된다.” ―원전 부품 비리가 계속 터진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일로 아주 심각하게 따져야 한다. 원전 사업체 간에 배타적인 카르텔을 구성한 ‘원전 마피아’가 있을 확률이 높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로 이를 발본색원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정조사는 그 다음이다.” ―6월 국회에서 포기할 수 없는 법안은…. “일감 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재고 밀어내기와 관련된 경제민주화법안을 모두 처리하는 게 정치권의 도리다.” ―‘을(乙)을 위한 국회’는 편 가르기로 보일 수 있는데…. “현재 상황은 종속적이고 수직적인 갑을관계를 수평적이고 대등하게 바꿔야 하는 시점이다. 을의 고통을 해결해줄 뿐 아니라 갑이 건강해지도록 환경을 개선시켜 주는 것, 그것이 상생이다.” ―원내대표로서 장기 어젠다는 무엇인가. “노동과 임금,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두 가지 이슈를 보편적인 생활의제로 만드는 것이다. 노동과 임금은 노조가 구성된 사업장의 이념적 문제만이 아니다. 또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양성평등과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본질적 해법이다. 이를 위한 당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 ―안철수 의원 측은 다당제를 강조한다. “대통령중심제에서는 양당구조가 안정적이다. 의원정수 축소나 정당공천제 개선이 곧 정치쇄신이라 말하는 것은 국민 기만행위다. 정치쇄신의 가장 핵심적 의제는 권력구조 개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헌특위가 구성돼야 한다. 분단국가에서는 독일식 내각책임제가 맞다고 생각한다.”민동용·이남희 기자 mindy@donga.com}
새누리당은 2일 김기현 정책위의장 산하 6개 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 인선을 완료하고 정책라인 가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제1정조위(법사·안전행정) 권성동, 제2정조위(외교통일·국방·정보) 조원진, 제3정조위(정무·기재·예결) 나성린, 제4정조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산업통상자원·국토교통) 강석호, 제5정조위(보건복지·환경노동·여성가족) 김성태, 제6정조위(미래창조과학방송·교육문화체육관광) 김희정 의원 등이다. 이들 6명 중 조원진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친이(친이명박)계 출신이다. 한편 새누리당은 여당 몫인 국회 예결특위와 윤리특위 위원장에 이군현 의원과 장윤석 의원을 각각 내정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30일 일본 의회 각 의원실로 서한을 보내 “일본의 침략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발언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 등 정치인들의 발언을 언급하며 “제국주의 시대 일본의 침략행위를 부정하고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합리화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인류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일본 의회가 과거 독일의 사례를 본받아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여야가 6월 3일부터 7월 2일까지 30일간 6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한 양당 원내지도부는 26일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 이 같은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다음 달 4, 5일 실시하기로 했다. 안건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사흘로 하되 추가 안건 처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늘리기로 했다. 여야는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는 데 한목소리를 냈지만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등 각론에서는 벌써부터 시각차를 드러내 6월 국회에서의 ‘입법 혈전’을 예고했다. 전 원내대표는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는 국회가 돼야 한다”며 ‘을 보호’에 다걸기(올인)할 태세를 보였다. 가맹본부의 가맹사업자 예상매출액 자료 제공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가맹사업거래 공정화법(가맹사업법)’,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사실한 폐지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지하자금 양성화를 위해 국세청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 정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FIU법)’ 등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이에 대해 최 원내대표는 “경제사정과 안보상황이 녹록지 않다. 특히 많은 국민은 일자리를 걱정하고 있다. 창조경제 활성화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문제나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문제 등 여야가 공감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는 달리 ‘갑을(甲乙) 상생’에 방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이른바 ‘갑(甲)의 횡포’ 방지를 위해 검토되는 집단소송제 도입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집단소송제와 관련해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대리점 계약 문제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많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이슈”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집단소송제의 근본적 취지와 긍정적, 부정적 효과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마친 뒤 (도입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중 “한국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인 만큼 꼭 풀어가겠다”고 한 통상임금 문제도 쟁점이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지를 놓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논란과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문제인 만큼 “노사정 사이에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며, 이후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게 옳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기업의 충격을 줄이면서도 전 국민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핵심 의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기존 은행에서 보험, 증권, 카드 회사 등 비은행권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정도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21일 국회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정을 통한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보고했다. 그러나 재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돼 6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진주의료원, 밀양 송전탑 건설 같은 지방 현안이 잇따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됨에 따라 이와 관련된 입법 사안들이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다.김기용·권오혁 기자 kky@donga.com}

국민권익위원회와 법무부가 최근 합의한 ‘부정청탁 금지 및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 내용을 두고 원안에서 지나치게 후퇴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스폰서 검사’처럼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금품 및 향응 수수를 처벌하겠다는 당초 취지가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이다. 17일 민주당 김영주 의원실에 따르면 권익위와 법무부는 공직자가 소속기관, 산하기관 등 업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았을 때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최종 수정안에 합의했다. 당초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누구에게서든 금품을 받으면 처벌할 수 있다’는 원안의 내용이 사라진 것. 법무부가 ‘기존 법률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직무와 관련 없는 금품수수에 대한 처벌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형법은 직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공직자를 뇌물죄로 처벌하고 있다. 최종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현행 제도와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자의 금품수수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내용도 완전히 삭제됐다. 대신 받은 금품가액 5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내용이 바뀌었다. 지난해 8월 권익위가 입법예고한 원안에는 공직자가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수수금품의 5배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의 최종 수정안에 대해 당초 법안을 주창하고 입안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사진)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럴 거면 법을 왜 만드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대로 입법이 되면 실망한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만드나 마나 한 법이 될 것이라고 보나. “그동안 공직자와 일반인이 거액을 주고받아도 ‘대가성이 없다’면서 처벌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직무와 관련 없는 사업가가 조건 없이 몇 년 동안 밥을 사고 술을 사다 나중에 청탁을 했다 치자. 적발되더라도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뇌물죄로 처벌할 수 없다. 그래서 일명 ‘스폰서’를 막기 위한 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거다. 그럴 소지를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권익위는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한다’는 원칙은 유지했다고 하는데….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경우에 한해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경우 대부분 자동적으로 대가성도 있는 것으로 인정해 뇌물죄로 처벌하고 있다. 수정안대로 법을 만들 경우 처벌할 수 있는 행위는 지금의 뇌물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럴 거면 굳이 (법무부와) 싸워가면서 법을 만들 필요가 뭐가 있나.” ―법무부는 ‘김영란법’ 원안에 대해 ‘공직자에 대한 과잉처벌’이라며 반대했는데…. “공직이란 특수한 지위다. 공직자가 일반인보다 행동에 제한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법무부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 ―공직자의 금품수수 행위를 징역이나 벌금형으로 형사처벌하는 내용이 삭제되고 대신 받은 금품가액 5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행정벌로 완화했는데…. “위원장 시절 그 점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형태로든 단죄가 중요하다. 전과기록이 남는 형벌인지, 행정벌인 과태료인지는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장원재·권오혁 기자 peacechaos@donga.com}

일부 탈북자들이 1980년 광주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해 일으킨 폭동”이라는 주장을 잇달아 제기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광주 시민군과 외신 인터뷰 통역을 맡았던 인요한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54·사진)은 16일 채널A 프로그램인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광주시민이 북한의 지시를 받고 협조했다는 건 광주 시민을 모독하고 한 번 더 죽이는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인 소장은 “오히려 (당시 광주 시민군 대표로부터) ‘내부에서 (간첩으로 추정되는) 수상한 사람을 잡아 맞서고 있던 군인들에게 백기를 들고 그 사람을 넘겨주고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설사 1980년 남파 공작원이 광주에 침투했더라도 시민군은 철저하게 가려내려 했다는 얘기다. 그는 “(시민군은) 아침에 반공 구호를 외치고 (시위를) 시작했다”고도 했다. 실제로 5·18 당시 광주 시민들은 시위 때마다 손에 태극기를 들고 애국가를 불렀다. 1980년 5월 25일 시민군들이 배포한 전단에는 ‘후손들에게 떳떳한 민주사회를 안겨 주도록 하자’, ‘민주인사 석방’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특히 ‘김일성은 순수한 광주의거를 오판 말라’는 문구도 있다. 북한이 시민군을 조종했다면 포함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전단은 정수만 전 5·18 민주유공자유족회장이 보관하고 있다. ▼ 당시 시민군 ‘김일성, 순수한 광주의거 오판말라’ 전단 뿌려 ▼논란은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한 일부 북한 이탈 주민이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북한군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라는 탈북자 임천용 씨는 13일 TV조선 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5·18은 북한군 1개 대대(600명)가 침투해 광주시민을 사살하고 선동한 폭동”이라며 “광주시청을 점령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라 북한 게릴라”라고 주장했다. 5·18 당시 북한군으로 광주에 남파됐다고 주장하는 탈북자 김명국(가명) 씨는 15일 채널A 프로그램 ‘김광현의 탕탕평평’에 출연해 “광주 폭동 때 참가했던 사람들 가운데 조장, 부조장들은 군단 사령관도 되고 그랬다” “머리 좀 긴 애들은 다 (북한) 전투원”이라는 등의 말을 했다.○ 북한 개입설 주장한 신군부도 “사실 아니다” 5·18의 북한 개입설을 처음 제기한 것은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던 신군부였다. 하지만 이들은 이후 자신들의 주장이 과장이었다고 털어놨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이었던 이희성 예비역 육군 대장은 1980년 5월 21일 ‘소요는 고정간첩, 불순분자 깡패들에 의하여 조종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경고문을 배포했다. 하지만 이 전 사령관은 1995년 검찰 조사에서 북한 개입설에 대해 “다소 과장된 점이 있는데 당시로서는 그런 의심이 있어 그랬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학봉 전 국군보안사령부 정보처장도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한 성명으로 보이고 그 당시 분석 경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고 진술했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북한이 개입한 폭동’으로 왜곡했던 신군부의 주장은 그 근거가 없었던 것이다. 5·18을 현장에서 샅샅이 취재하고 그 내용을 기초로 ‘10일간의 취재수첩’을 펴낸 김영택 전 동아일보 기자는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980년 5월 18일 오후 4시 정각, 금남로 횡단보도에 도열해 있던 얼룩무늬 공수부대 군인들이 ‘거리에 나와 있는 사람 전원 체포하라’는 명령에 따라 시민들을 진압봉으로 두들겨 패기 시작하면서 5·18이 시작됐다”며 “당시 동아일보 광주지사에도 착검한 M16 소총을 들이밀고 들어와 피신해온 청년 3명과 업무를 보고 있던 직원들을 마구 구타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계엄군의 만행에 시민들이 어쩔 수 없이 대응한 것을 두고 어떻게 북한 개입설을 얘기하나”라며 “그들의 증언대로라면 북한의 특수부대 요원들이 제집처럼 대한민국에 들락거리며 광주에서 ‘폭동’을 일으켰다는 것인데 그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말했다. 김 전 기자는 1989년 국회에서 열린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2시간 넘게 광주 민주화운동의 실체에 대해 증언한 바 있다. ○ 사법부도 “북한군 침투설은 사실 아냐” 대법원은 올 1월 보수논객 지만원 씨 사건에 대해 “5·18민주화운동에 관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지 씨는 “광주 사태는 소수의 좌익과 북한에서 파견된 특수부대원들이 순수한 군중을 선동해 일으킨 폭동”이라는 등의 주장을 했다가 2008년 9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다만 지 씨가 5·18 피해자 개개인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점을 들어 수구 성향의 일부 단체들은 마치 법원이 5·18은 북한군이 침투해 일으킨 폭동이라는 지 씨 주장을 받아들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일부 탈북자들도 편승하고 있다. 송선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 왜곡은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 번 고통을 주고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파렴치한 행위”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한 개입설 같은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길진균·권오혁 기자·광주=정승호 기자 leon@donga.com}

《 서울대 법대 이철수 교수는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진행해 온 한국의 자본-노동 관계는 이제 이념을 떠난 복합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복합적 처방을 위해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무대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장을 잘 아는 실무형 전문가의 등용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노동법을 전공하고 노사관계개선위원회 노사정위원회에 십몇 년간 참여하며 노사 합의와 노동 관련 법안 제정에 관여한 노동문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진보도 놀랄 만한 노동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면 성공한다. 고용 안정, 일자리 창출, 경제민주화가 경제성장에 필수 조건이라는 시대 흐름을 읽고 공약을 잘 만들었다. 이번 대선에선 노동 문제와 관련해 여야의 차이가 없었고 갈등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노동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그림도 안 보이는 것이 문제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가. “인수위를 보면 노동 전문가가 없다. 1600만 노동자가 관련된 문제에 대해 박 당선인이 누구의 얘기를 듣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 문제를 못 풀면 행복한 나라도 힘들고 국부 증진도 어렵다. 적어도 노동문제는 천재 한 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밀실이 아닌 공개적 마당에서 중지를 모아야 하는데 지금은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박 당선인이 보여 줄 것은 공약을 이행할 정책 의지다.”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도 노동계를 홀대하고 있다고 보나. “대선 공약에서 노동 고용 복지 등을 강조했으면 당연히 그에 걸맞은 정부 조직을 내놓아야 한다. 유럽 선거의 쟁점은 고용 복지이고, 관련 부처의 힘도 가장 세다. 인수위가 정부 조직을 짤 때 고용 복지에 힘을 더 실어줬어야 한다.” ―박 당선인의 공약을 보면 노동위원회와 노사정위원회를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노동위원회가 지금은 고용노동부 관리 감독을 받게 돼 있다. 노동위원회는 독립성과 중립성이 중요한데 고용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는 해결해야 한다. 노동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로 보내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오래 일했는데 이 같은 사회적 합의 모델이 무용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비판은 합의한 게 뭐가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협의하는 것 자체가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된다. 또 그 과정에서 나온 얘기들이 나중에 합의의 밑거름이 된다. 우리나라 노사정위원회는 많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 1998년 2월 6일 노사정 대타협은 사회적 협의의 대표적 모델이다. 이 같은 협의 모델을 살리려면 박 당선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실무를 잘 아는 전문가를 모으고 노사정위원회에 힘을 실어줘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역대 정부의 노동정책을 평가하면…. “MB 정부는 노동 문제에 무관심 무대화로 대응했다. 노동 유연화같이 자본이 원하는 주제를 많이 다뤘고 참가한 사람도 편중됐다. 노무현 정부도 편 가르기를 했다. 주변에 민주노총 사람들을 중용했다. 노동계의 한쪽 얘기만 듣다 보니 다른 쪽의 반발을 불렀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한광옥 씨(현 인수위 산하 국민대통합위원장)가 위원장을 맡았던 1기 노사정위원회를 빼고는 보여주기 식 대화에 그쳤다. 오히려 김영삼 대통령이 노사관계개선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노동법 개정에 성공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노동문제 하면 갈등부터 떠오른다. 현재의 노동 시장 상황은 어떻게 보나. “이 시대의 노동문제를 진영 논리로는 해결할 수 없다. 좌우 문제가 아니다. 노동문제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를 좌우 문제로 풀 수 없다는 걸 이번 대선이 보여줬다. 비정규직 문제와 노-노 간 임금 차별이 심각하다. 양극화 해소와 고용 보호는 경제 활력을 위해 필요하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돼 있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방법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정책을 만들고 설득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무림의 고수를 찾아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로 인한 갈등도 크다. 이런 갈등을 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비정규직 문제는 착시가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이중 구조로 변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중심이 돼 온 1987년 체제가 변하고 있다. 과거엔 대기업 노조가 선도적 투쟁을 해서 그 밑의 노조들이 낙수효과를 거두는 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 노동자와 파견 또는 하청기업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 이 같은 차별을 해소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을 없애려고 하다 보면 일자리 자체가 없어지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해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래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합의를 할 수 있는 마당은 정부가, 즉 박 당선인이 마련해 줘야 한다.” ―쌍용차와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 문제로 갈등이 증폭됐다. 정리해고는 어떻게 보나. “현행 정리해고법은 사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요구했지만 근로자의 권익을 잘 보호한 법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정리해고 요건 4가지 중 하나인 경영상의 긴박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법 운용의 문제다. 쌍용차의 국정조사는 국회의원들이 그 문제를 판단할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다. 적절한 방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진중공업은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손해배상 소송 자체야 뭐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실질적 손해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족쇄를 채우기 위한 것이라면 사용자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손해배상 청구액인 158억 원이란 액수는 받아 낼 수 있는 규모가 아니지 않은가. 또 법적으로 손배 소송으로 인한 가압류를 쉽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현대차는 사내 하청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사내 하청은 결국 고용주가 누구냐는 문제다. 이건 한 가지 기준으로 무 자르듯 재단하기 어려운 회색지대가 존재한다. 법원의 판결은 원청회사나 하청회사 한쪽에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아 후유증이 크다. 입법을 통해 원청과 하청회사에 책임을 분배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박 당선인이 이런 문제에 대해 언급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개별 사업장의 문제에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는 건 후진적이다. 법적인 문제는 법적으로 풀어야 한다. 하지만 미래의 새로운 질서를 짜는 데는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박 당선인이 큰 판을 짜기 위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 시대의 노동문제는 결국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이미 한국 시장에 단일 계급으로서의 노동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기업 협력업체나 사내 하청 근로자가 제일 싫어하는 게 누구인지 아는가. 바로 대기업 정규직이다. 노-노의 임금 격차가 생겨났기 때문에 같은 노동자라도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다. 말하자면 20세기 식 이념 갈등, 노사의 단선적 대립으로는 풀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럴 때 노동 문제는 진영이나 이념 논리가 아니라 전문적 지식과 경험으로 풀어야 한다. 박 당선인은 이 점을 잘 파악해서 정책을 펴야 한다.” ―정부만 변할 게 아니고 재계와 노동계도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노사 모두 경직돼 있다. 우선 노동계는 집단이기주의를 버리고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노동계 자체가 특정 세력만을 위해서는 안 된다. 또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정도 되면 정책을 개발할 전문연구소를 하나 갖고 있어야 한다. 노동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사회적 수용도도 높아진다. 반대로 재계의 전문가들은 회원사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 시대 변화에 맞춰 노동계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고 변화해야 하는데 전혀 바뀌는 게 없다.” 이 대목에서 그는 아직 구상 중이지만 과연 노동조합만이 정답이냐는 점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종업원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 노조가 비정규직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자기가 일하는 직장에서 자기의 고충을 노조가 받아 주지 못한다면 얼마나 힘들겠나. 노조 조직률도 10%에 불과하다. 그래서 지금 같은 노동환경에선 종업원 이익을 대변하는 새로운 결사체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독일에도 노조 대신에 사업장 협의회가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박 당선인에게 노동 문제와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동 문제에선 옳고 그름으로 따질 수 없고 서로의 이해를 적절히 조정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회색지대가 많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 국회 노동부 노동단체 전문가 등이 같이 모여 같이 논의해야 한다. 밀실에서 몇몇의 얘기만 듣고서는 바람직한 정책을 만들 수 없다.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전문가를 불러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철수 교수 프로필△1958년 대구생△1977년 경북고 졸업△1982년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1992년 서울대 법학박사△1995년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1996년 노사관계개선위원회 책임전문위원△2004년 노사정위원회 노사관계위원장△2008년 서울대 법학부 교수△2011년 서울대 노동법연구회장서정보·권오혁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