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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 날. 전날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의 등장으로 후끈 달아올랐던 대회장이 돌연 박수와 야유가 뒤섞이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핑크빛으로 바뀐 무대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공화당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트럼프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던 탓에 지지자들의 앙금이 여전한 듯했다. 하지만 헤일리 전 대사가 당찬 목소리로 “트럼프 후보는 ‘통합(unity)’을 위해 연설해 달라고 했다”고 입을 떼자 순간 야유가 잦아들었다. 이어 “먼저 분명히 하겠다”며 “나는 트럼프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strong endorsement)한다”라고 하자, 대회장은 “유에스에이(USA·미국)”를 연호하는 환호로 가득 찼다. 트럼프 후보 역시 박수로 화답하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줄곧 강조해 온 통합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대항마’ 헤일리·디샌티스도 “트럼프 지지” 헤일리 전 대사를 비롯해 트럼프 후보와 당내에서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도전자들은 잇달아 연단에 올라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전당대회 첫날이 암살 시도에도 건재를 과시했던 트럼프 후보를 향한 대의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확인한 자리였다면, 둘째 날은 당의 단합을 과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역시 백미는 경선 내내 ‘반(反)트럼프 진영’의 대표주자로 부상했던 헤일리 전 대사의 등장이었다. 그는 경선에서 트럼프 후보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계를 거론하며 “트럼프는 독재자들을 찬양한다”며 “트럼프가 가는 길엔 늘 혼돈(카오스)이 따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날 헤일리 전 대사는 “만약 4년 더 바이든 행정부가 유지되면 미국은 심각하게 약화될 것”이라며 “미국을 위해 트럼프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도 무대에 올라 트럼프 후보 지지연설에 나섰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1월 경선 포기 직후 영상으로 트럼프 후보 지지를 선언했지만, 공개 연설에 나선 건 처음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는 미국을 위해 일어섰지만 악마 취급을 당하고, 소송과 기소를 당하고, 목숨을 잃을 뻔했다”며 “우리는 그를 실망시킬 수 없으며 미국을 실망시킬 수 없다”고 말해 환호가 쏟아졌다. 불법 이민과 치안을 주제로 한 이날 전당대회에는 부통령 후보들로 거론됐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기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 등 공화당 주요 정치인이 대거 등장했다. 트럼프 후보가 밴스 부통령 후보를 사실상 자신의 후계자로 낙점했다는 평가 속에서 ‘포스트 트럼프’ 경쟁 구도가 벌써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카시 “트럼프, 주한미군 감축 안 할 것” 이날 전당대회와 함께 열린 행사에선 주한미군과 방위비 분담금 등 미국 우선주의 외교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케빈 매카시 전 미 하원의장은 외신기자센터 브리핑에서 “트럼프 후보는 주한미군이 한국에 배치돼 있어 세계가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가 주한미군 감축 의지를 드러낸 걸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외교관 대상 행사에서 ‘방위비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 추측”이라며 “나는 한국이 (방위비 협상에서) 필요한 조치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그는 “한국은 자국 방어를 위해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다”면서 “더 큰 기여를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현동 주미 대사는 공화당 초청으로 전당대회를 찾아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 등 주요 인사들과의 접촉에 나섰다. 대회 기간 열린 각종 행사에는 케빈 러드 호주 대사와 유럽 주요국 외교관이 대거 참석했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는 트럼프 후보를 직접 만나는 등 많은 나라들이 ‘트럼프 2기’에 대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연방 검찰이 16일(현지 시간) 한국계 대북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국가정보원의 불법 로비스트로 기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총 31쪽 분량인 공소장에는 테리가 2013년부터 미국에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된 국정원 요원들에게서 제공받은 선물과 식사 내역, 나눈 대화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또 테리가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매장을 국정원 요원과 함께 방문한 모습, 국정원 요원과 같이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 등이 찍힌 폐쇄회로(CC)TV 사진도 첨부돼 있다. 장기간 미 연방수사국(FBI) 등의 감시를 당했지만 국정원이 사실상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게 드러난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FBI는 이미 2014년 11월경 테리를 만나 국정원과의 접촉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의 ‘보안 의식’이 안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미국을 상대로 한 공공외교 활동 위축이 불가피해지는 등 ‘정보 참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美 국무장관 회의 내용도 흘려 연방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테리가 외국대리인 등록법(FARA)에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 로비 활동을 벌인 근거로 국정원의 다양한 접대 내역을 제시했다. 국정원 요원은 2019년 11월 테리와 함께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체비체이스에서 2845달러(약 392만 원)짜리 돌체앤가바나 코트를 구매했다. 둘은 같은 날 워싱턴의 한 가게에서도 2950달러짜리(약 407만 원) 보테가베네타 가방을 샀다. 돌체앤가바나 코트는 이 직원의 신용카드로 계산했고 외교관 지위를 활용해 면세 혜택도 받았지만, 구매 실적은 테리의 계정에 등록됐다. 테리는 이틀 후 이 코트를 반납하고 4100달러(약 566만 원)짜리 크리스찬디올 코트로 바꿨다. 차액은 본인이 부담했다. 또 다른 국정원 요원은 2021년 4월 테리와 워싱턴의 루이뷔통 매장에 들러 3450달러(약 476만 원)짜리 가방을 사줬다. 연방 검찰은 테리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참석한 2022년 6월 회의 내용을 국정원 간부에게 흘렸다는 의혹도 공소장에 적시했다. 당시 내용은 외부 유출이 금지됐지만 테리는 수기(手記) 2쪽 분량의 메모를 만들었다. 테리는 회의 직후 외교관 번호판이 붙은 국정원 직원의 차량에 탑승했다. 연방 검찰은 이 직원이 메모를 사진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메모의 사진 또한 공소장에 증거 자료로 첨부돼 있다. 공소장에는 한국 외교 당국과 테리가 공조한 내용도 포함됐다. 테리는 지난해 1월 10일 국정원 요원을 만나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구축하고 싶다”는 한국 정부의 요구 사항을 전달받고, 이후 1월 19일 기고문에서 핵협의그룹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공소장에는 국정원 요원이 테리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고문을 투고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있다.● 정보당국의 안이한 정보 활동 우리 정보당국의 비공식 활동이 통째로 미 정보당국 감시망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을 두고 정보 활동과 보안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상황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테리를 우리 정보당국이 비공식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미 정보당국이 주시하고 있을 것이란 가능성을 (우리 정부가) 인지하지 못한 건 분명 부주의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테리 공소장엔 그가 우리 대사관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정보당국자와의 식사 중 대화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 담겨 있다”며 “은밀한 정보 세계에서 허술한 정보 활동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라고 했다. 과거부터 우리 정부의 정보 활동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고 신뢰할 만한 한국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2010년대 미국 관련 업무를 했던 전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예전부터 한국계는 주한 대사관에도 거의 보내지 않을 만큼 자국 정보 유출 등 문제에 민감했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정보 활동을 우리 정부가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미국 연방 검찰이 16일(현지 시간) 한국계 대북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국가정보원의 불법 로비스트로 기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총 31쪽 분량인 공소장에는 테리가 2013년부터 미국에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된 국정원 요원들에게서 제공받은 선물과 식사 내역, 나눈 대화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또 테리가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매장을 국정원 요원과 함께 방문한 모습, 국정원 요원과 같이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 등이 찍힌 폐쇄회로(CC)TV 사진도 첨부돼 있다.장기간 미 연방수사국(FBI) 등의 감시를 당했지만 국정원이 사실상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게 드러난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FBI는 이미 2014년 11월경 테리를 만나 국정원과의 접촉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의 ‘보안 의식’이 안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미국을 상대로 한 공공외교 활동 위축이 불가피해지는 등 ‘정보 참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美 국무장관 회의 내용도 흘려연방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테리가 FARA 에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 로비 활동을 벌인 근거로 국정원의 다양한 접대 내역을 제시했다.국정원 요원은 2019년 11월 테리와 함께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체비체이스에서 2845달러(약 392만 원)짜리 돌체앤가바나 코트를 구매했다. 둘은 같은 날 워싱턴의 한 가게에서도 2950달러짜리(약 407만 원) 보테가베네타 가방을 샀다. 돌체앤가바나 코트는 이 직원의 신용카드로 계산했고 외교관 지위를 활용해 면세 혜택도 받았지만, 구매 실적은 테리의 계정에 등록됐다. 테리는 이틀 후 코트를 반납하고 4100달러(약 566만 원)짜리 크리스찬디올 코트를 바꿨다. 차액은 본인이 부담했다. 또 다른 국정원 요원은 2021년 4월 테리와 워싱턴의 루이뷔통 매장에 들러 3450달러(약 476만 원)짜리 가방을 사줬다.연방 검찰은 테리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참석한 2022년 6월 회의 내용을 국정원 간부에게 흘렸다는 의혹도 공소장에 적시했다. 당시 내용은 외부 유출이 금지됐지만 테리는 수기(手記) 2쪽 분량의 메모를 만들었다. 테리는 회의 직후 외교관 번호판이 붙은 국정원 직원의 차량에 탑승했다. 연방 검찰은 이 직원이 메모를 사진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메모의 사진 또한 공소장에 증거 자료로 첨부돼 있다.공소장에는 한국 외교 당국과 테리가 공조한 내용도 포함됐다. 테리는 지난해 1월 10일 국정원 요원을 만나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구축하고 싶다”는 한국 정부의 요구 사항을 전달받고, 이후 1월 19일 기고문에서 핵협의그룹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공소장에는 국정원 요원이 테리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고문을 투고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있다.● 정보당국의 안이한 정보 활동우리 정보당국의 비공식 활동이 통째로 미 정보당국 감시망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을 두고 정보 활동과 보안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상황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테리를 우리 정보당국이 비공식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미 정보당국이 주시하고 있을 것이란 가능성을 (우리 정부가) 인지하지 못한 건 분명 부주의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테리 공소장엔 그가 우리 대사관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정보당국자와의 식사 중 대화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 담겨 있다”며 “은밀한 정보 세계에서 허술한 정보 활동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라고 했다.과거부터 우리 정부의 정보 활동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고 신뢰할 만한 한국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2010년대 미국 관련 업무를 했던 전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예전부터 한국계는 주한 대사관에도 거의 보내지 않을 만큼 자국 정보 유출 등 문제에 민감했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정보 활동을 우리 정부가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미국 연방 검찰이 16일(현지시간)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대북 전문가인 한국계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외국 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테리 연구원이 국가정보원의 불법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것이다.공소장에는 연방수사국(FBI)이 테리 연구원과 국정원 관계자들의 11년간의 활동에 대해 상세하게 추적하고 있었던 정황이 담겨 있다. 또 테리 연구원과 접촉했던 국정원 관계자들의 사진도 담겨 있다. 뉴욕 남부지방법원이 이날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테리 연구원은 국정원 요청으로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의회 증언과 기고문을 작성하는 대가로 보테가베네타와 루이비통 핸드백, 돌체앤가바나 코트(추후 추가 비용을 내고 크리스찬 디오르 코트로 교환) 등을 받았다. 테리 연구원은 또 국정원 자금이라는 것을 숨기고 싱크탱크 운영비 3만7000달러(약 5100만 원)를 지원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공소장에는 국정원 관계자가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테리 연구원에게 미국 주요 매체에 한미 핵 협의그룹(NCG)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고문을 투고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과거 FBI는 2007년 재미교포 사업가 박모 씨를 국정원 대가를 받고 대북 첩보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한 바 있지만 미국 싱크탱크에서 활동하는 전직 관료 출신 전문가를 기소한 것은 처음이다.한국계인 테리 연구원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CIA 대북정보 분석가로 활동한 뒤 2011년까지 조지 W 부시 행정부과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한국일본 담당 국장, 국가정보국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 등을 지냈다.공소장에는 외교관으로 미국에 파견된 국정원 관계자들이 2013년부터 테리 연구원과 접촉해 나눈 대화 내용은 물론 명품 가방 등을 선물하는 폐쇄회로(CC)TV 화면, 국정원 고위 간부들과의 식사 장면 사진 등이 담겼다. 테리 연구원 측 변호인은 동아일보에 보내온 성명에서 “연방법원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테리 박사는 언제나 한미동맹을 확고히 지지해왔으며 이 기소를 기뻐할 사람은 북한뿐”이라고 밝혔다.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파이트(fight·싸우자).” “유에스에이(USA·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에 총격으로 다친 오른쪽 귀에 붕대를 착용한 채 참석했다. 이날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그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발생한 암살 시도 사건 뒤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트럼프 후보를 향해 공화당 대의원과 지지자들은 사건 현장에서 울려 퍼졌던 구호를 다시 한번 연호했다. 전당대회 개막 직전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 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39)이 트럼프 후보의 옆자리를 지켰다. 트럼프 후보가 행사장에 입장하기 전 복도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대형 화면에 소개됐을 때부터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차분히 행사장에 들어선 트럼프 후보는 연신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들어 보이며 “고맙다”고 답했다. 행사장 곳곳을 훑어보며 천천히 이동한 트럼프 후보는 별도의 연설 없이 밴스 부통령 후보 등과 함께 VIP석에 앉아 전당대회를 마지막까지 지켜봤다. 트럼프 후보가 전당대회 참석에 앞서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밴스 부통령 후보는 2016년 발간된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인물. 그는 마약중독자 어머니의 학대와 가난을 이겨내고 미 해병대를 거쳐 오하이오주립대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또 변호사와 벤처기업인을 거쳐 상원의원에 오르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미국 중서부의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주 출신이란 점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힐빌리는 이 지역의 가난한 백인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용어다. 트럼프 후보는 소셜미디어에 “오랜 숙고 끝에 부통령직을 맡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밴스란 결론을 내렸다”며 “밴스는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미네소타 그리고 미 전역의 노동자와 농민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 후보 지명을 통해 민주당 우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위스콘신 등 이른바 ‘블루월(Blue Wall)’을 탈환해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밴스 부통령 후보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후보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후보의 약속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 협상해 전쟁을 빠르게 종식시키고 미국의 가장 큰 위협인 중국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신사 숙녀 여러분. 차기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환영해 주십시오.” 미국 공화당의 전당대회 첫날인 15일(현지 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 오후 9시경 중앙의 대형 화면에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이틀 전 발생한 암살 시도 사건 때 총을 맞은 오른쪽 귀에 하얀 붕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 표정부터 달랐던 트럼프 트럼프 후보의 표정은 평소의 자신만만하고 익살스러운 모습과 차이가 있었다. 감회가 새롭고,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이틀 전 총격을 당했을 때처럼 오른쪽 주먹을 불끈 쥐고 허공에 흔들며 약 1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행사장 안으로 들어섰다. 이 모습을 보며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눈물을 글썽였다. 트럼프 후보의 왼쪽에는 이날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 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오하이오)이 섰다. 전당대회 참석자들은 ‘미국(USA)’, ‘파이트(fight·싸우자)’ 등을 외치며 환호했다. 트럼프 후보의 등장곡으로 쓰이는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the USA)’는 유명 컨트리 가수 리 그린우드가 불렀다. 그는 이날 “신이 우리 기도를 들어줘 트럼프가 고개를 돌려 총알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화당 주요 인사들도 종교적 표현을 사용해 트럼프 후보가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것은 신의 뜻이라고 외쳤다.● 투표 20분 만에 대선 후보 지명 이날 전당대회는 오후 1시경 시작됐다. 첫 행사는 이틀 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트럼프 후보의 유세 당시 총격범의 총에 맞은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한 묵념이었다. 이어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호명 투표(롤 콜·Roll Call)가 시작됐다. 미 50개 주를 대표하는 대의원 2429명 중 과반이 지지를 선언해야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는 것. 2016년에는 일부 대의원이 당시 트럼프 후보가 대선 후보로 지명되는 것에 공개 반발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전당대회 때는 336명의 대의원만 참석했다. 반면 이날 대의원들은 일방적으로 트럼프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결국 그는 투표 시작 20여 분 만에 대선 후보로 지명되는 데 필요한 과반 대의원을 확보했다. 플로리다주 대의원인 트럼프 후보의 차남 에릭이 “가장 위대한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를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선언한다”고 외치자 환호가 쏟아졌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대의원 2429명 중 2387명의 몰표를 받았다. 1970년대를 풍미한 유명 팝송 빌리지피플의 ‘YMCA’가 흘러나올 때는 전당대회장 1층을 메운 2400여 명의 대의원이 일제히 일어나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공화당 연사들 “神이 트럼프를 살려” 칭송 이날 지지 연설에 나선 공화당 정치인들은 일제히 트럼프 후보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팀 스콧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악마가 소총을 들고 펜실베이니아에 왔지만 미국의 사자(트럼프)가 자신의 발로 일어서 포효했다”고 말했다. ‘여자 트럼프’로 불리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도 “이틀 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악(惡)이 찾아왔지만 신의 손이 그에게 닿았다”고 말했다. 롤 콜(Roll Call)공개투표의 일종으로 호명된 대표자가 찬성, 반대, 기권 등 의사를 발표하는 방식.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50개 주와 워싱턴, 미국령 등 56개 지역의 대의원 의장이 대통령 후보 선출에 찬성한 대의원 인원수를 공개한다.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파이트(fight·싸우자)”, “유에스에이(USA·미국)!”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에 총격으로 다친 오른쪽 귀에 붕대를 감은채 참석했다.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발생한 암살 시도 사건 뒤 처음 공식석상에 등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공화당 대의원과 지지자들은 사건 현장에서 울려 퍼졌던 구호를 다시 한번 연호했다. 전당대회 개막 직전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 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옆자리를 지켰다.트럼프 전 대통령이 행사장에 입장하기 전 복도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대형화면에 소개됐을 때부터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차분히 행사장에 들어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신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들어 보이면서 “고맙다”고 답했다. 행사장 곳곳을 훑어보며 천천히 이동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별도의 연설 없이 밴스 의원 등과 함께 VIP석에 앉아 이날 전당대회를 마지막까지 지켜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 참석에 앞서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밴스 의원을 지명했다.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로 유명한 밴스 의원은 마약중독자 어머니의 학대와 가난을 이겨내고 미 해병대를 거쳐 오하이오주립대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또 변호사와 벤처기업인을 거쳐 상원의원에 오르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인물이다. 미국 중서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주 출신이란 점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힐빌리는 이 지역 가난한 백인 노동자들을 일컫는 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오랜 숙고 끝에 부통령직을 맡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밴스 의원이란 결론을 내렸다”며 “밴스는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미네소타 그리고 미 전역의 노동자와 농민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밴스 의원의 부통령 지명을 통해 민주당 우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위스콘신 등 이른바 ‘블루월(Blue Wall)’을 탈환해 대선에서 승리하겠단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밴스 의원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속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 협상해 전쟁을 빠르게 종식시키고 미국의 가장 큰 위협인 중국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가장 위대한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공화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선언합니다.”15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는 플로리다주 대의원 대표로 마이크를 잡고 이 같이 말했다. 전당대회장을 메운 지지자들은 일제히 ‘트럼프’를 연호했다. 전당대회 호명투표에서 대의원 과반인 1215표를 넘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순간이다.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과 2020년 이어 세 번째로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부통령 후보로 J.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을 지명하는 등 112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백악관 탈환의 시동을 걸었다.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기 피습 사건 이틀 만에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는 대관식을 방불케 할 만큼 열광적인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날 오후 1시 마이클 와틀리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의 사회로 막을 올린 전당대회는 13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에서 총격범의 총에 맞은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테네시)의 발표로 공화당 정강정책을 채택했다. 공화당이 8일 공개한 새 정강정책은 국익을 외교 중심에 두고 동맹의 방위 투자 의무를 강조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그대로 담겼다. 블랙번 의원은 “우리의 정강정책은 모든 세대의 가치를 아우르는 트럼프 의제를 반영한 것”이라며 “미국의 위대함을 복원할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반드시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전당대회는 오후 1시 50분경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호명 투표가 시작되면서 열기가 한층 고조됐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승리를 위해 ‘가짜 선거인단’으로 나선 혐의로 기소됐던 마이클 맥도널드 네바다주 공화당 의장이 “오늘 전당대회는 미국의 영혼을 되찾기 위한 싸움”이라며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해 미국을 되찾는데 동참해달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후보 지명 안건을 상정하자 2500여명의 공화당 대의원들은 일제히 ‘유에스에이(USA)’와 ‘싸우자(fight)’를 연호했다. ‘싸우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기 피습 직후 주먹을 치켜들과 외친 구호다.주별 대의원들의 호명투표에선 이탈표 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이 이어졌다. 각주별 경선 결과에 따라 의무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해야 하는 대의원들은 물론 몬태나와 뉴멕시코 등 경선결과와 무관하게 표를 행사할 수 있는 150명의 대의원들도 대부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것.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일부 대의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지명에 공개 반발했던 것과 달리 공화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한 것이다. 전당대회 공동의장을 맡은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호명투표를 마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2387표가 투표됐다고 밝혔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전당대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기 피습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인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이그재미너 인터뷰에서 미리 준비한 연설을 다시 썼다며 “역사의 요구에 부합하는 연설이 될 것“이라면서 ”이는 우리나라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J.D. 밴스 상원의원(공화·오하이오)을 지명했다. ‘힐빌리의 노래’의 저자로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 출신의 밴스는 정치 입문 2년 만에 부통령 후보에 지명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부상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오랜 숙고 끝에 부통령직을 맡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오하이오주의 밴스 의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이날 전당대회에서 호명투표(roll call)로 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를 지명한다.1984년생인 밴스는 올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당선되면 역대 최연소 부통령이 된다. 오하이오주 출신으로 마약중독자 모친의 학대와 가난을 이겨내고 미 해병대를 거쳐 오하이오주립대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밴스는 자신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힐빌리의 노래’를 통해 러스트벨트에서 성공한 어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른바 ‘앵그리 아메리칸’ 현상을 상징하는 인물로 꼽혔지만 그는 한 때 트럼피즘(트럼프 전 대통령에 열광하는 현상)을 마약에 비유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국의 히틀러’라고 부를 정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판적이었다.하지만 밴스는 2022년 중간선거에 고향인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으로 출마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충성스러운 지지자로 변모했다. 밴스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대해 잘못된 평가를 했다는데 대해 후회한다”고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당초 밴스 의원과 덕 버검 노스다코타주지사,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부통령 최종후보로 검토해왔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밴스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발탁한 것은 올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경합주인 러스트벨트 표심을 잡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밴스의 책 ‘힐빌리의 노래’는 미국의 근면한 남녀를 지지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며 “이제 선거운동 기간 그는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미네소타 그리고 그 너머 미국 전역의 노동자와 농민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밴스의 부통령 지명을 두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추진할 ‘미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상징적 인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밴스는 우크라이나 지원 법원에 반대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등 의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하는데 앞장서왔다. MSNBC는 “밴스는 미래에 트럼피즘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밴스는 이날 부통령 후보 지명 사실이 공개되기 직전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많은 정치인들이 기득권에서 길을 잃었다”며 “나는 결코 그렇게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정치적 입장이 어떻든 대선 후보가 총을 맞아서는 안 되죠. 미국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게 가장 실망스럽습니다.”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14일(현지 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15일부터 전당대회가 열리는 미국프로농구(NBA) 밀워키 벅스의 안방구장 파이서브포럼 앞에서 만난 켄 시지 씨(67)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에 대해 “9·11테러 때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습을 당한 다음 날, 밀워키는 충격과 분노, 기대가 뒤섞인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파이서브포럼 인근에서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기대가 엿보였다. 공화당 상징 색깔인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이들이 많았다. ‘트럼프가 이겼다(Trump Won)’ ‘트럼프 2024’ 등의 문구가 새겨진 팻말을 든 지지자들도 보였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다니며 “우리가 (대선에서) 이길 겁니다”라며 엄지를 세워 보였다. 이날 밀워키에 도착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어제의 끔찍한 일로 인해 위스콘신 방문과 공화당 전당대회 일정을 이틀 연기하려고도 했지만 ‘총격범’ 또는 암살 용의자가 일정표나 다른 어떤 것을 강제로 바꾸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가 총격을 당하고도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공화당 전당대회는 ‘트럼프 대세론’에 더욱 탄력을 붙이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선 과정에서 반목했던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트럼프 지지 연설에 나서 당의 ‘단합’을 과시할 예정이다. 14일 선거 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선거 베팅업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확률을 이틀 사이 8.4%포인트나 오른 64.7%로 예상했다. 암살 시도 뒤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일제히 통합을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단결해 미국인의 본성을 보여 주자”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취임 후 세 번째로 백악관 집무실 내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우리 정치의 온도를 낮출 때”라며 “미국을 바꿀 수 있는 힘은 항상 국민의 손에 있어야 한다. 암살자의 손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동조했다. 하지만 암살 시도를 둘러싸고 미 정치권 일각과 소셜미디어 등에는 여전히 혐오를 담은 정치 메시지와 음모론이 판치고 있다. 이로 인해 폭력의 악순환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화당 전당대회 자원봉사자인 로이 씨(22) 역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암살 사건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 법원은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당시 기밀문서를 사저 마러라고리조트로 반출했다는 혐의에 대한 형사소송을 기각했다.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MAGA 지지” 5만명 전대 집결… 정적 헤일리도 지원 연설[트럼프 암살시도 후폭풍]시내 곳곳 ‘붉은색 모자’ 지지자 행렬… 대회장 인근엔 중무장 군인들 순찰트럼프, 대표적 경합주서 승기 노려… 18일 대선후보 수락 연설 예정“신(神)이 트럼프를 지켰다. 그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위스콘신주의 최대 도시 밀워키 도심에서 만난 공화당 지지자 리애나 씨의 말이다. 밀워키 곳곳에는 리애나 씨처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새겨진 붉은색 모자를 쓴 사람들로 넘쳐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18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번 전당대회에 최소 5만 명의 공화당 지지자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하루 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여파를 반영하듯 파이서브포럼 인근에는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2m 이상의 철제 펜스, 차량 통행을 막는 콘크리트벽 등이 설치됐고 전당대회장을 들어가려면 일반 출입증과 백악관 비밀경호국이 발행한 출입증 등을 제시해야 했다. 이 지역 상공에는 헬리콥터가 수시로 선회했고 인근 밀워키강에도 소총을 든 무장 군인들이 보트를 타고 순찰하고 있었다. 이날 밀워키 공항에 도착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숙소인 피스터 호텔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7대의 경호 차량, 수십 대의 경찰 차량, 2대의 앰뷸런스가 따라붙었다.● 헤일리, 16일 지지 연설 예정 인구 약 58만 명의 밀워키는 미시간호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19세기부터 독일계 이민자가 대거 정착했고 이들이 양조 산업에 주로 종사하면서 ‘맥주 도시(Brew City)’라는 명성을 얻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위스콘신주는 중서부의 대표적인 ‘스윙스테이트(경합주)’ 중 하나로 2016년 대선 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하지만 2020년 대선 땐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근소하게 승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서는 ‘대세론’을 강조하며 승기를 잡기에 적합한 도시가 밀워키인 것.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어제의 끔찍한 일로 나의 위스콘신 방문 및 공화당 전당대회 일정을 이틀 연기하려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암살 시도 뒤에도 차질 없이 전당대회를 치러 지지자들의 결집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텍사스주 공화당 대의원인 척 로차 씨는 “총격 사건으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당내 반(反)트럼프 세력 또한 빠르게 결집하는 모양새다. 이번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했고, 불편한 관계였던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가 전당대회 둘째 날인 16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연설에 나선다. 인도계 여성인 헤일리 전 대사는 비(非)백인, 여성 유권자 등의 지지가 높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점을 메워줄 수 있다.● 부통령 후보 지명도 관심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인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암살 시도 후 첫 대중 연설에 나서는 그의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 워싱턴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준비했던 연설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연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통령 후보 발표 및 지명 연설은 17일에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공화당은 전당대회 첫날인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주요 공약을 담은 공화당 정강 정책을 채택하고, 경제 이슈를 다룬다. 16일에는 이민 및 범죄, 17일 외교 안보를 주제로 당내 주요 연사의 연설이 진행된다. 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신(神)이 트럼프를 지켰다. 그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14일(현지 시간) 미국 위스콘신주의 최대 도시 밀워키 도심에서 만난 공화당 지지자 리해나 씨의 말이다. 밀워키 곳곳에는 리해나 씨처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새겨진 붉은 모자를 쓴 사람들로 넘쳐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18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번 전당대회에 최소 5만 명의 공화당 지지자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다만 하루 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여파를 반영하듯 ‘파이서브포럼’ 인근에는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2m 이상의 철제 펜스, 차량 통행을 막는 콘크리트벽 등이 설치됐고 전당대회장을 들어가려면 일반 출입증과 백악관 비밀경호국이 발행한 출입증 등을 제시해야 했다. 이 지역 상공에는 헬리콥터가 수시로 선회했고 인근 밀워키강에도 소총을 든 무장 군인들이 보트를 타고 순찰하고 있었다.이날 밀워키 공항에 도착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숙소인 피스터 호텔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7대의 경호 차량, 수십 대의 경찰 차량, 2대의 앰뷸런스가 따라붙었다.● 헤일리, 16일 지지 연설 예정인구 약 58만 명의 밀워키는 미시간호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19세기부터 독일계 이민자가 대거 정착했고 이들이 양조산업에 주로 종사하면서 ‘맥주 도시(Brew City)’ 명성을 얻었다.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위스콘신주는 중서부의 대표적인 ‘스윙스테이트(경합주)’ 중 하나로 2016년 대선 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하지만 2020년 대선 땐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근소하게 승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서는 ‘대세론’을 강조하며 승기를 잡기에 적합한 도시가 밀워키인 것.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어제의 끔찍한 일로 나의 위스콘신 방문 및 공화당 전당대회 일정을 이틀 연기하려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암살 시도 뒤에도 차질없이 전당대회를 치러 지지자들의 결집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텍사스주 공화당 대의원인 척 로차 씨는 “총격 사건으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말했다.특히 당내 반(反)트럼프 세력 또한 빠르게 결집하는 모양새다. 이번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했고, 불편한 관계였던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 대사가 전당대회 둘째 날인 16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연설에 나선다. 인도계 여성인 헤일리 전 대사는 비(非)백인, 여성 유권자 등의 지지가 높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점을 메워줄 수 있다.● 부통령 후보 지명도 관심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인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암살 시도 후 첫 대중 연설에 나서는 그의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 워싱턴이그제큐티브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준비했던 연설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연설이 될 것”이라며 “(나에 대한 암살 시도는) 나라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부통령 후보 발표 및 지명 연설은17일에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공화당은 전당대회 첫날인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주요 공약을 담은 공화당 정강 정책을 채택하고, 경제 이슈를 다룬다. 16일에는 이민 및 범죄, 17일 외교안보를 주제로 당내 주요 연사의 연설이 진행된다.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유세 중 총격을 받았다. 오른쪽 귀 윗부분에 총상을 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긴급 대피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암살 용의자를 포함해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전직 대통령이자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로 114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이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15일부터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 전 마지막 유세를 가졌다.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의 대선 후보 공식 지명을 앞두고 ‘출정식’ 성격을 지닌 자리였던 것. 하지만 유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대에 오른 지 10여 분 만에 총격과 함께 중단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통계를 가리키며 “미국 최악의 대통령이 취임해 생긴 일을 보라”고 말하는 순간 총격이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소음과 비명 속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귀를 부여잡고 연단 뒤로 급히 몸을 숙였으며, 소음은 이후 몇 차례 더 이어졌다. 유세 무대는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SS) 요원들과 경호원들이 뛰어오르며 아수라장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와 얼굴에는 출혈로 보이는 핏자국이 선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경호원들 사이로 “싸우자(Fight)”를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고, 지지자들은 ‘미국(USA)’을 연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축을 받으며 내려가 차량을 타고 현장을 떠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소셜미디어에 “총알이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했다”며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건을 보고받은 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가졌다. 또 델라웨어주 별장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한 뒤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에 이런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며 “이것이 우리가 이 나라를 통합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용의자는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의 21세 백인 남성 토머스 매슈 크룩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크룩스는 현장에서 사살됐고, 주변에서 반자동 돌격소총인 AR-15 계열의 총기가 발견됐다. 미 연방수사국(FBI) 등은 이번 사건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로 규정하고 범행 동기 등을 수사 중이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후보 교체 논란이 거세지던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까지 벌어지며 미 대선 판도가 또 한 번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의 결집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건 발생 후 약 13시간이 지난 14일 오전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고(We will FEAR NOT), 믿음을 회복하고 사악함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이번 주 위스콘신(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위대한 우리 나라를 위해 연설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13일(현지 시간)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사건이 11월 치러질 미 대선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발생해 공화당 지지층의 대결집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15일 개막하는 공화당 전당대회까지 중도층도 대거 흡수한 공화당 지지율이 급격하게 상승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쉬쉬하지만 이미 ‘종말론’이 팽배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각종 이벤트에 대한 예측을 하는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은 암살 시도 사건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전날보다 10%포인트 상승한 70%가 됐다고 전했다.● 암살 시도 이겨낸 ‘강인한 트럼프’ 지지층 결집 공화당과 지지층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가 쇄도하며 뜨거운 지지가 솟구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선언하며 “미국에 이처럼 강인한 후보가 있었던 것은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마지막이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1912년 대선 유세장에서 가슴에 총을 맞고도 90분간 연설을 마무리한 루스벨트 전 대통령에게 빗댄 것이다. 전직 공화당 선거 전략가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평가로 유명한 스티브 슈밋도 워싱턴포스트(WP)에 “이번 암살 시도의 정치적 결과는 엄청날 것”이라며 “총격을 맞은 후 루스벨트처럼 강인하게 대응한 점에서 트럼프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역사학자인 더글러스 브링클리 라이스대 교수도 W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압박 속에서도 강인함과 용기를 보이는 것을 좋아한다”며 “트럼프가 주먹을 높이 치켜든 사진은 새로운 상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암살 시도 사건을 계기로 공화당은 민주당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미 민주주의가 끝장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히스테리를 조장해 왔다”고 말했다. J D 밴스 상원의원도 “트럼프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막아야 할 권위주의적 파시스트라는 수사가 암살 시도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번 암살 시도 사건이 그동안 이어졌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모든 논란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부터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공식 지명을 앞두고 있지만, 유죄 평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사건 형량 선고 등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암살 시도 사건으로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적 박해나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해온 트럼프 캠프의 주장이 지지층에게 더욱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이 커져 버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격 사건 이후 지지자들에게 “절대 항복하지 마라(Never Surrender)”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미국 ‘증오 정치’의 현실 보여줘 이번 암살 시도 사건이 대선을 앞둔 미 정치계에 폭력을 확산시키는 발화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화당 유력 정치인들이 이번 사건을 민주당 책임으로 몰고 가는 데다 소셜미디어 등에선 온갖 음모론도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사건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한 ‘딥스테이트(deep state·연방 공무원 비밀 조직)’의 소행이라는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BC방송은 이번 암살 시도 사건을 놓고 “정치 폭력은 극도로 양극화된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사설에서 “이번 사건을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폭력이 미국 정치를 병들게 하고 중대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13일(현지 시간)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사건이 11월 치러질 미 대선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발생해 공화당 지지층의 대결집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15일 개막하는 공화당 전당대회까지 중도층도 대거 흡수한 공화당 지지율이 급격하게 상승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쉬쉬하지만 이미 ‘종말론’이 팽배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각종 이벤트에 대한 예측을 하는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은 암살 시도 사건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전날보다 10%포인트 상승한 70%가 됐다고 전했다.● 암살 시도 이겨낸 ‘강인한 트럼프’ 지지층 결집공화당과 지지층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가 쇄도하며 뜨거운 지지가 솟구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선언하며 “미국에 이처럼 강인한 후보가 있었던 것은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마지막이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1912년 대선 유세장에서 가슴에 총을 맞고도 90분간 연설을 마무리한 루스벨트 전 대통령에게 빗댄 것이다. 전직 공화당 선거 전략가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평가로 유명한 스티브 슈미트도 워싱턴포스트(WP)에 “이번 암살 시도의 정치적 결과는 엄청날 것”이라며 “총격을 맞은 후 시어도어 루즈벨트처럼 강인하게 대응한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했다.대통령 역사학자인 더글러스 브링클리 라이스 대학 교수도 W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압박 속에서도 강인함과 용기를 보이는 것을 좋아한다”며 “트럼프가 주먹을 높이 치켜든 사진은 새로운 상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암살 시도 사건을 계기로 공화당은 민주당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미 민주주의가 끝장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히스테리를 조장해 왔다”고 말했다. J D 밴스 상원의원도 “트럼프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막아야 할 권위주의적 파시스트라는 수사가 암살 시도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일각에선 이번 암살 시도 사건이 그동안 이어졌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모든 논란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부터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공식 지명을 앞두고 있지만, 유죄 평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사건 형량 선고 등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암살 시도 사건으로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적 박해나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해온 트럼프 캠프의 주장이 지지층에게 더욱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이 커져 버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격 사건 이후 지지자들에게 “절대 항복하지 마라(Never Surrender)”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 미국 ‘증오 정치’의 현실 보여줘이번 암살 시도 사건이 대선을 앞둔 미 정치계에 폭력을 확산시키는 발화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화당 유력 정치인들이 이번 사건을 민주당 책임으로 몰고 가는 데다 소셜미디어 등에선 온갖 음모론도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사건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을 막기 위한 ‘딥스테이트(deep state·연방공무원 비밀조직)’의 소행이라는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NBC방송은 이번 암살 시도 사건을 놓고 “정치 폭력은 극도로 양극화된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사설에서 “이번 사건을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폭력이 미국 정치를 병들게 하고 중대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유세 중 총격으로 추정되는 소음과 함께 부상을 입고 급히 대피했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이틀 앞두고 발생한 초유의 사태로 미국 대선이 또 한번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를 가졌다. 15일부터 열릴 공화당 전당대회 출정식 성격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 전 마지막 유세를 가진 것. 하지만 유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된 지 5분여만에 비명과 함께 중단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통계를 가리키며 “미국 최악의 대통령이 취임해 생긴 일을 보라”고 말하는 순간 총격으로 추정되는 소음이 발생하는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귀를 부여잡고 무대 위로 급히 엎드렸다. 소음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몸을 숙인 이후에도 수 차례 더 발생했다.무대 위로는 중화기로 무장한 비밀경호국 요원들과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해 쓰러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몸을 덮은 경호원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몸을 일으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른쪽 귀와 얼굴에는 부상에 따른 출혈로 추정되는 핏자국이 선명했다.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둥글게 둘러싸고 보호하는 경호원 사이로 주먹을 치켜들고 ‘싸우자(Fight)’를 외쳤으며 유세장을 메운 지지자들은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축을 받으며 무대를 내려가 준비된 차량을 타고 급히 유세장에서 대피했다.미국 비밀경호국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안전하다고 밝혔고, 즉각 관련 수사에 들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괜찮고, 현재 의료시설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빠르게 대응해준 법 집행기관, 응급 구조대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불렀다. 인지 능력 저하 우려로 대선 후보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에 대한 의심을 키우는 말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기 어렵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부통령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잘못 언급한 것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진행된 우크라이나 지원 협약 행사에선 젤렌스키 대통령을 “신사 숙녀 여러분, 푸틴 대통령이다”라고 소개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연단을 내려가려다 다시 돌아와 “푸틴 대통령을 이기는 데 너무 집중하고 있다”고 실수를 인정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가 (푸틴 대통령보다) 낫다”고 맞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와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지만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으로 출마하기에 최적임자”라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1시간 회견서 “아무튼” 20여차례 반복… NYT “대선 캠프서도 사퇴 논의”거듭되는 바이든 말실수“내가 최적임자” 사퇴론 일축에도인지력-건강이상 우려 불식 안돼트럼프 “잘했어, 조” SNS서 조롱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으로부터의 투자 유치, 한일 관계 개선, 인플레이션 하락 등 자신의 국정 성과를 강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결과,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 지원, 중국 대처 방안 등에 관한 질문에도 비교적 무난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북한’ 언급해야 할 때 ‘한국’ 언급 하지만 거듭된 말실수로 인지 능력 저하 및 건강 이상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기자회견 직전에 열린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소개하며 “푸틴 대통령”이라고 말했을 때는 현장의 취재진 사이에서 “오 마이 갓(Oh my god)”이란 탄식도 나왔다고 한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칭해야 할 대목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또 중국, 북한, 러시아 등의 밀착을 거론하는 과정에선 ‘북한(North Korea)’ 대신 ‘한국(South Korea)’이라고 말하다 바로잡았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아시아태평양 4개국을 언급할 때도 “호주, 뉴질랜드, 일본…. 호주”라며 ‘한국’을 끝내 기억해 내지 못했다. 약 1시간의 회견 동안 ‘아무튼(anyway)’ ‘그런데(by the way)’ 등의 표현도 합계 20여차례 사용했다. 답변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는 뜻이다. 또 그는 ‘인지력 검사를 받겠느냐’는 질문에는 “의사들이 받으라고 하면 받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TV토론 때처럼 잠긴 목소리와 잦은 기침은 여전했다.● 사퇴 요구, 바이든 캠프로도 번져 후보 사퇴론을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내가 그(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는 증거를 갖고 오지 않으면 물러나지 않겠다”며 사퇴론을 일축했다. 그러나 회견 직후 에드 케이스 하원의원(하와이) 등 3명의 하원의원이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이로 인해 그의 사퇴를 공개 촉구한 상·하원의원은 총 18명으로 늘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또한 213명인 민주당 하원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대통령의 재선 도전 지지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특히 NYT, NBC방송 등은 바이든 대선 캠프의 일부 참모조차 대통령의 사퇴를 건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민주당 의원들과 후원자들 사이에서 나오던 사퇴 요구가 캠프 내부로 번진 것이다. 사퇴를 촉구하는 참모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해리스 부통령 등 대체 후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여론조사를 들어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유도한다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가 발표한 공동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양자대결 시 49%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6%)을 3%포인트 앞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양자대결에서 46%로 트럼프 전 대통령(47%)에게 뒤졌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말 실수를 조롱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잘했어 조(Great job, Joe)”라며 비꼬는 글을 올렸다. 같은 날 NYT는 사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걸맞지 않다. 헌법, 법치주의, 국민에 대한 존중이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검은 바탕의 흰 글씨와 흑백 사진을 사용해 비장한 느낌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불렀다. 대선 후보사퇴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건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기자회견에서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후보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기기 어렵다고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부통령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잘못 언급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실수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협정 출범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소개하며 “이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연단을 넘기겠다. 신사 숙녀 여러분, 푸틴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연단을 내려가려다 다시 돌아와 “푸틴 대통령을 이기는데 너무 집중하고 있다”고 실수를 인정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가 (푸틴 대통령보다) 낫다”고 맞받았다.나토 정상회의와 이날 기자회견은 대선 TV토론 참패로 고조되고 있는 대선 후보사퇴 압박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마련됐다. TV토론에서 횡설수설하면서 고령 우려가 커진데 이어 자신의 대통령 직무 수행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준비된 자리에서 중요한 실수를 반복하면서 인지력 저하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가 대통령으로 출마하기에 최적임자”라며 “나는 그(트럼프)를 한번 이겼다 다시 이길 것”이라고 밝혀 후보 사퇴론을 일축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북한과 같은 지원 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미 정상은 11일 북한의 핵 공격에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으로 공동 대응하는 내용의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윤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 32개국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지역 4개국(IP4) 정상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군사, 경제 지원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위협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열린 나토 퍼블릭 포럼 기조연설에서는 “무력을 통한 현상 변경 시도를 옹호하는 세력들 간의 결탁은 자유세계가 구축해 놓은 평화와 번영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과 함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회동했다.윤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 나토 우크라이나 신탁기금을 통해 올해 기여금(1200만 달러)의 두 배가량인 2400만 달러(약 331억 원)를 내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되는 북한제 무기에 관한 한-나토 간 정보 교류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나토는 ‘워싱턴 선언’을 채택하고 중국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는 ‘결정적 조력자(decisive enabler)’로 규정하며 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모든 지원의 중단도 촉구했다. 나토가 공동선언에서 북한과 중국의 러시아 지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중단을 촉구한 건 처음이다.워싱턴=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2026년부터 독일에 극초음속 미사일 등 장거리미사일을 배치하기로 했다. 북한과 중국의 지원을 받은 러시아가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겨냥한 핵무기와 미사일 공격 위협을 높이자 냉전이 종식되며 유럽에서 철수했던 장거리미사일 재배치에 나선 것이다. 미국과 독일은 나토 정상회의가 진행 중인 10일(현지 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독일에 있는 ‘다영역 특임단(MDTF)’을 위한 장거리 화력 무기 배치를 시작할 것”이라며 “현재 유럽에 배치된 화력 무기보다 사거리가 훨씬 긴 극초음속 미사일, SM-6, 토마호크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MDTF는 장거리 정밀 타격 미사일 작전, 우주 및 사이버 작전, 전자전 등을 수행하는 부대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응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일각에선 독일에 미 육군이 개발한 지상발사형 중거리미사일 시스템 ‘타이폰’이 배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장비에는 지상 표적을 타격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최대 사거리 1600km), 적 미사일을 추적 격파하는 SM-6 요격 미사일(최대 사거리 400km) 등을 탑재할 수 있다. 미국은 1987년 소련과 맺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따라 유럽에서 사거리 500∼5500km 수준의 지상 발사형 중거리미사일을 폐기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2019년 신형 지상 발사형 순항미사일을 배치하자 INF에서 탈퇴했다. 또 2021년에는 냉전 당시 미군의 전술핵을 관리하던 독일 포병사령부를 부활시켰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단거리 핵미사일의 생산을 재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독일, 폴란드 역시 장거리 정밀 미사일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등 나토 회원국들도 자체 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편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한국과 일본의 국방비 확대를 예로 들며 “나토 동맹국이 공동 방위를 위한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일본은 2027년까지 국방예산을 2배 수준으로 확대할 것을 약속했고 한국 역시 연 6.8%에 달하는 5개년 국방비 증액 계획을 발표했다”며 “동맹들은 더 많이 지출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한미 정상은 11일 북한의 핵 공격에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으로 공동 대응하는 내용의 핵협의그룹(NCG) 공동지침이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컨벤션센터(WCC)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되는 북한 무기에 대한 정보를 상호 공유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면담에서 “나토는 우리 가치 기반 연대 외교의 핵심적인 파트너”라며 “우리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 4개국(IP4)은 중점 협력 사업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사이버 방위, 허위 정보를 포함한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 인공지능(AI) 등 기술 분야에서 대해 나토와 협력을 심화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한국과 협력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현재의 안보가 지역적인 것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이기 때문”이라며 “이는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우려한다“며 ”따라서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역내 안보뿐만 아니라 글로벌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유럽 지역의 안보가 밀접하게 얽혀 있다”며 “이번을 계기로 나토와 IP4의 중점 협력사업 문서를 마련해 협력 심화를 모색할 것이며, 한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IP4(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정상회동에서 “불운했던 전쟁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강력하고 압도적인 억제력과 함께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국가들 간의 ‘협력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개국 정상들은 러시아와 북한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통해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북한의 군사 역량 강화를 위한 러시아의 지원이 다수의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강조하면서 불법적인 북-러 군사협력 강화에 대해 국제사회가 연대해 단호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IP4 정상회동 말미에 4개국 정상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별도 회동을 가졌다. 정상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황과 평화 회복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노력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설명을 청취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에 대한 IP4 국가들의 단합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나토는 ‘워싱턴 선언’을 채택하고 중국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는 ‘결정적 조력자(decisive enabler)’로 규정하며 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모든 지원의 중단도 촉구했다. 나토가 공동선언에서 북한과 중국의 러시아 지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중단을 촉구한 건 처음이다.워싱턴=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