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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내놓은 ‘50조 원+α(알파)’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에도 단기 자금시장 가뭄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고 신용등급의 공공기관 회사채는 물론 인기몰이를 했던 대형 카드사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채권까지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채권시장 경색으로 금융회사들도 부동산 관련 대출을 잇달아 중단하면서 기업뿐 아니라 대출 실수요자들의 타격마저 우려되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난이 커지자 전날 정부가 국고채 발행을 축소하기로 한 데 이어 시중은행들도 은행채 발행 최소화에 합의하는 등 시장 안정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AA0’인 현대카드는 27일 1000억 원 규모의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발행을 앞두고 25일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모집 물량은 800억 원에 그쳤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로 우수한 영업 기반을 가진 현대카드마저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안정성을 자랑하던 공사채들도 최근 줄줄이 채권 모집에서 물량을 채우지 못하는 굴욕을 겪고 있다. 25일 최고 신용등급인 한국전력공사의 AAA급 한전채는 4000억 원 입찰에서 2000억 원이 유찰됐다. 2년물에만 자금이 몰리면서 3년물 자금 모집에 실패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AAA급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3년물이 목표 금액을 채우지 못했고, 한국가스공사와 인천도시공사도 모집 물량이 미달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단기물에 관심을 두는 것은 장기 채권은 만기를 오래 기다려야 하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라며 “해당 기업의 미래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한국공항공사의 채권은 26일 AAA급 공사채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6%가 넘는 금리에 낙찰됐다. 장기물 발행에 실패한 회사들은 자금 조달이 급한 나머지 단기자금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표적 단기 채권인 기업어음(CP) 금리가 치솟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6일 기준 91일물 CP 금리는 4.51%로 2009년 1월 19일(4.64%) 이후 최고치다. 공사채 금리 금융위기후 첫 6%대… ‘돈 흡수’ 은행채 발행 줄인다 ‘50조 대책’에도 돈가뭄‘PF 부실’ 중소 증권사들 자금난 비상… 금융당국, 3조 유동성 지원 돌입대형 증권사는 ‘제2 채안펀드’ 논의… 춘천, 보증금리 13%로 급등 시장은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만으론 단기자금 시장이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대책은 어디서 새로운 재원을 마련한 게 아니라 기존 금융사의 출자로 이뤄진 것이라 사실상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며 “채권시장안정펀드도 회사채 차환 물량의 최대 50%까지만 지원하고, 나머지 50%는 기업이 시장에서 구해 와야 해서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추가 대책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발권력을 이용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한국은행은 고물가에 발목을 잡혀 있어 본격적인 자금 지원을 하기 힘들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금융사에 돈을 빌려주는 금융안정특별대출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고수익 부동산 금융, ‘대형 부실’ 부메랑으로급한 쪽은 최근 수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규모로 투자해온 중소형 증권사들이다. 수수료 인하 경쟁을 통한 개인고객 유치에 한계를 느낀 증권사들은 경기 호황기를 틈타 부동산 개발사업에 자금을 대주고 이를 기반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PF 사업에 열중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금리·고물가로 시장이 침체되고 공사비가 늘어나면서 PF 사업은 오히려 대형 부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한국신용평가의 올 3월 말 기준 집계에 따르면 24개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금융 위험액(익스포저)은 총 45조 원가량.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개발 사업 위험액은 증권사 평균 39% 수준이지만 소형사는 49%로 절반에 육박한다. 소매 부문의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비교적 공격적으로 PF 사업을 벌여온 탓이다. 앞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신용보강 또는 매입보장을 해준 PF는 매달 10조 원 안팎씩 만기가 돌아온다. 만일 만기 때 PF 자산유동화증권을 차환 발행하지 못하면 이는 고스란히 증권사들이 떠안아야 하고 여력이 되지 않는 증권사들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공산이 크다. 이에 금융당국은 26일 PF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를 위해 이번 ‘50조 대책’에 포함된 3조 원의 유동성 지원에 돌입했다. 또 당국과 5개 시중은행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은행권의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현금성 자산을 늘려야 하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에 대응하느라 신용등급이 높은 은행채를 대량 발행하면서 시중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울러 은행들은 기업어음(CP) 매입 등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KDB산업은행은 2조 원을 증권사 CP 매입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는 9개 대형 증권사 임원들을 소집해 ‘제2의 채안펀드’ 조성 등 중소형 증권사에 대한 구제 방안도 논의했다. 다만 부동산 호황기에 역대 최대 이익을 낸 증권사들을 지금 와서 지원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형사의 채권을 떠안아 손실을 감수하는 것이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있다.○ 레고랜드 사태, 지방자치단체 신용에도 타격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은 기초자치단체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최근 자금시장 경색은 춘천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도가 당초 약속한 PF 유동화증권의 지급 보증을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강원 춘천시에 따르면 이날 춘천시는 동춘천산업단지 개발과 관련된 보증 채무 162억 원의 상환기일을 3개월 연장하면서 기존 연 5.6%에서 연 13%로 오른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3개월 이자가 2억2680만 원이지만 새 금리를 적용하면 5억2650만 원으로 약 3억 원 늘어난다. 채권자 측은 처음에는 자금시장 경색과 지자체의 신뢰도 하락 등을 이유로 상환 기일 연장 불가와 함께 전액 상환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한미 기준금리 차가 1.25%포인트까지 벌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반도체, 화학, 철강, 항공 등 주요 업종 상장사들은 내년에 총 16조 원 규모의 추가 영업손실을 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과 미국의 11, 12월 기준금리 인상 폭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연말에 최대 1540.8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6일 본보 의뢰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나리오별로 ‘환율 전망 및 업종별 영향’을 분석했다. 한경연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1, 12월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과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한 차례씩 밟거나, 두 번 모두 빅스텝을 밟는 2가지를 가정했다. 한국은행의 경우 11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또는 빅스텝을 가정했다. 이를 교차시킨 4가지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미 기준금리는 현재(0.25%포인트)보다 0.5%포인트에서 1.0%포인트까지 더 벌어질 수 있다. 한경연은 시나리오별로 분석했을 때 올해 말 원-달러 환율은 최소 1485.4원에서 최대 1540.8원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날 기준 1422원에서 최소 65원, 최대 110원 이상까지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한경연은 7개 대표 업종 상장사 총 326개를 대상으로 환율이 1540.8원까지 오를 경우 실적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이 경우 반도체 업종(75개)에서만 10조1100억 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핵심 소재와 장비의 가격이 오르는 데다 수출 물량이 줄어들어서다. 타 업종의 추가 이익손실 예상치는 철강(46개) 3조1510억 원, 항공(4개) 2조2268억 원, 석유화학(82개) 1조496억 원 등이었다. 4개 업종 207개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환율 상승만으로 최대 16조5000억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 것이다. 반면 조선, 자동차, 건설 등 3개 업종 119개 상장사가 환율 상승으로 이득을 보는 규모는 2조2200억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는 실제로도 기업들의 체감 경기를 빠르게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10월 전 산업의 업황 실적 BSI는 76으로 지난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2021년 2월(76)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저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실제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한국 기업들의 수출 둔화를 일으키면서 최근 6개월간 무역적자 폭을 60억 달러나 늘렸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본부가 고액자산가 고객 대상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패밀리오피스 서비스 확장에 나섰다. 프리미어블루본부는 30억 원 이상 금융자산을 예치한 고액자산가를 주요 고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화 채널이다. 2010년 브랜드 론칭 이후 PB강북센터를 중심으로 고액자산가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고액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해외채권 부문은 PB강북센터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NH투자증권 최우수 프라이빗뱅커(PB)인 ‘마스터 어드바이저’ 30명 가운데 25명이 프리미어블루본부 소속일 정도로 ‘맨파워’도 상당하다. 프리미어블루본부는 작년부터 초고액자산가 특화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지난해 100억 원 이상 금융자산을 예치한 초고액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이 일생 동안 직면하는 과업을 자산관리, 기업성장, 자산승계, 가치실현, 가문완성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나눠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 외부기관과 업무제휴 범위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2011년 메릴린치 PB사업부 인수를 통해 얻은 자산관리 노하우와 스타급 PB의 역량을 원동력으로 성장해 왔다면, 앞으로 컨설팅 인프라 부문에서의 명확한 차별화를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프리미어블루본부의 설명이다. 프리미어블루본부는 20일부터 패밀리오피스 고객 전용 모바일 프라이빗라운지 운영을 시작했다. NH투자증권의 QV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제공하며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만 해당 채널에 접근할 수 있다. 패밀리오피스 고객은 모바일 프라이빗 라운지를 통해 관심분야의 전문 컨설턴트와 일대일로 접촉할 수 있고, 패밀리오피스 가문에만 제공되는 투자분석 자료와 독점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다.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되지 않는 소규모 VIP 초청행사 정보도 함께 공개된다. 프리미어블루본부는 가업승계 컨설팅과 크로스보더 컨설팅 부문의 인프라 구축에도 주력하고 있다.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가업승계 적용대상 및 공제한도,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점에 주목해 향후 가업승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선제적으로 가업승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나이트프랭크, 에스테이트앤트러스트 자문 등 외부 전문기관과의 제휴를 통해 해외 부동산 투자 및 해외자산 상속·증여에 대한 수준 높은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재경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본부 대표는 “패밀리오피스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제공하는 완성형 컨설팅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SC제일은행은 비대면 전용 수시입출식 상품인 ‘제일EZ통장’의 기본금리를 올려 첫 거래 고객에게 하루만 맡겨도 계좌 개설일로부터 6개월간 최고 연 3.5%의 금리를 제공한다. 제일EZ통장은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에서 가입할 수 있는 비대면 전용 상품이다. 일별 잔액에 대해 2.0%의 기본 금리를 제공하고, SC제일은행과 처음 거래하는 고객에게는 별도의 조건이나 금액 제한이 없이 1.5%포인트의 추가 우대금리를 계좌 개설일로부터 6개월간 적용해 최고 연 3.5%의 금리를 제공한다. 또한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체 수수료와 영업시간 외 자동화기기 인출 수수료, 타행 자동이체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SC제일은행은 미 달러화 외화정기예금 가입 고객에게 특별금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이달 말까지 실시한다. SC제일은행 영업점을 통해 외화정기예금에 1만 달러 이상 가입하는 첫 거래 고객이 대상이다. 가입 기간에 따라 1개월제 연 3.5%, 2개월제 연 3.8%, 3개월제 연 4.2%의 특별금리를 제공한다. 총 모집한도는 3000만 달러로 한도가 소진되면 이벤트는 조기 종료된다. 이와 별도로 SC제일은행은 12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 결과를 반영해 대표 수신상품인 ‘퍼스트정기예금’과 모바일 전용 상품인 ‘e-그린세이브예금’(12개월 만기)의 금리를 0.3∼0.5%포인트 올렸다. 예금금리 조정에 따라 수시입출식 상품에 30만 원 이상 먼저 예치하고 12개월 만기 정기예금(만기이자지급식)에 가입하는 첫 거래 고객은 가입금액이 1억 원 미만(최소 가입금액 100만 원)이면 연 4.65%의 금리를 제공한다. 가입금액이 1억 원 이상이면 연 4.8%의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이 금리를 적용 받으려면 반드시 SC제일은행 영업점에서 가입해야 한다. e-그린세이브예금은 모바일뱅킹에서 100만 원 이상 가입하는 경우 연 4.6%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해당 상품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SC제일은행 홈페이지 또는 고객컨택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한국 초고속 고령화 대응하려면…한국 사회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저출산·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 0.81명으로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5년에는 0.70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인구 감소 시대, 금융산업 및 노동시장의 변화’를 주제로 ‘2022 동아뉴센테니얼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인구경제학과 금융산업, 연금개혁과 관련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고령화 등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올 경제·사회적 충격과 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고령화는 향후 수십 년 동안 한국 경제 성장에 ‘역풍(Headwind)’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25일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동아뉴센테니얼포럼’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데이비드 웨일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출산율의 급감으로 인해 현재 급격한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20년부터 2050년까지 30년 동안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67%에서 43%로 감소한다”며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인구가 성장률을 높이는) ‘즐거운 휴가(pleasant vacation)’가 끝났다”고 진단했다.○ ‘한강의 기적’ 밀었던 ‘순풍’ 끝나웨일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1975년 46%에서 2000년까지 64%로 증가했다. 이처럼 생산가능인구가 늘면서 경제성장률이 증가하는 ‘인구 배당 효과’를 그는 ‘순풍(Tailwind)’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런 경제적 순풍으로 한국은 정부와 가계 예산에 여유가 생겨 교육과 투자를 늘릴 수 있었다”며 “‘한강의 기적’이 이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폭발적인 경제성장에 기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후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인구 배당’이라는 수혜는 끝나가기 시작했다고 웨일 교수는 진단했다. 향후 경제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웨일 교수는 “인구 증가 속도가 줄어들면 투자 수요가 감소하고 고령자 증가는 저축의 증가로 이어진다”며 “이는 저금리를 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발생한 고금리는 향후 고령화 추세를 감안했을 때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웨일 교수는 당장 출산율을 높인다고 사회적 후생이 높아지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을 경제활동인구로 키워내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학적으로 출산율 증가의 혜택이 나타나려면 20, 30년이 걸린다”며 “그래서 정치인들이 출산 장려에 크게 투자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인구구조 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를 일제히 쏟아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포럼 축사에서 “세계에서 놀랄 정도로 초고속 경제성장을 했던 우리나라가 저출산도 초고속인 것 같다”며 “그동안 너무 느슨하게 정치적 표 계산을 하면서 방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2, 3년만 지나면 성장률이나 노동시장 부문에서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저출산 문제가 정치권에서 싫어하는 주제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축사에서 “현재 한국의 급선무는 팬데믹도 지정학적 위기도 아닌 국가 소멸 위기에 대한 대비일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을 가져야 한다”며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경제의 잠재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부터 청년 지원, 노후 보장 등 예상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은 0.81명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이 안 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도 급격히 늘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고령인구 비율이 17.5%인 한국은 2025년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50년에는 고령자 인구가 40%를 넘어선다.○ “지금 당장 연금개혁 공론화 필요”인구구조 변화로 금융산업과 공적연금 체계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고령자 친화적인 상품 시스템을 구축하고 부동산 중심인 가계금융자산 구조의 점진적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개인의 준비가 굉장히 중요해진 만큼 사적연금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산과 소득이 낮고 부채부담이 큰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성도 제시됐다. 연금학회장을 지낸 성주호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내년 3월 도출할 5차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기존 2057년에서 2∼3년 정도 당겨질 것”이라며 “연금개혁을 위해 국민적 관심을 공론화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연금 정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금은 점진적 모수개혁에 집중하고 있지만 인구구조가 더 급격히 변화한다면 스웨덴과 같은 연금 구조의 개혁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최근 금리 급등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되자 정부가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국책은행이 매입하는 회사채 규모를 16조 원으로 두 배로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선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기로 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시장안정 대책을 내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회사채 및 단기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우선 정부는 24일부터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여유 재원 1조6000억 원을 투입해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을 직접 매입한다. 아울러 채안펀드를 20조 원 규모로 조성하기 위해 다음 달 초까지 금융권에 대한 추가 자금 요청을 끝낼 방침이다. 또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이 매입하는 비우량 회사채 및 CP 한도를 현행 8조 원에서 16조 원으로 높이고 매입 대상에 증권사가 발행한 CP도 포함하기로 했다. 부동산 개발사업과 관련해 증권사가 발행한 ABCP 등의 상환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유동성 부족 겪는 증권사에 3조원 지원” 정부 ‘50조+α’ 안정 대책 레고랜드 관련 지자체 보증이행 확약우량 PF사업장에 10조 보증 지원금투업계 “금융안정대출 재가동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부실 우려가 높아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됐다. PF 사업의 ABCP 만기가 돌아왔을 때 차환(신규 사채를 발행해 만기 ABCP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를 위해 이르면 이번 주부터 한국증권금융이 3조 원을 지원한다. 증권금융은 증권담보대출,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필요하면 지원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또 우량한 PF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단기 유동성 위기에 노출된 사업장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가 10조 원 규모의 보증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두 기관이 내년까지 각각 5조 원의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형태다.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도가 ABCP에 대한 채무 보증을 거부하면서 시장 경색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는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예정임을 다시 한번 확약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유동성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한은 대출 담보 대상에 국채 이외에 공공기관채와 은행채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금융투자업계는 한은 측에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금융사에 대출해 주는 ‘금융안정특별대출’의 재가동을 요청했다. ‘50조 원+알파’ 지원책이 발표되면서 시장 불안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대책에 비우량 회사채 및 부동산 PF와 관련된 ABCP 매입 등이 포함돼 시장의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사채 대란이 장기화될 경우 한은의 금리 인상 행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만큼 회사채 금리가 따라 오르고 기업의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이와 관련해 “(이번에 발표된) 방안은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데 대한 미시적인 조치라서 거시 통화정책 운영에 관한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금융위기는 사람들이 금융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 최근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가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말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강원도가 지급 보증한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가 금융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뒤흔드는 ‘트리거’가 됐다. 최근 국내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기업들의 자금줄이 막히는 ‘돈맥경화’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레고랜드 사태’로 PF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일부 중소 증권사와 건설사 부도설까지 속출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로 취약 기업들이 실제 도산하기 시작할 경우 금융시장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회사채 54조 원 만기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부터 12월 말까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 만기 규모는 13조2452억 원이다. 내년 상반기(1∼6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40조7830억 원)를 합하면 총 54조282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ABS를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73조5894억 원으로 늘어난다.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발행 금리가 급등하고 투자 수요는 위축되면서 신규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갚는 ‘차환’ 발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월별로 8조 원 안팎이었던 회사채 발행액은 8, 9월 5조3000억 원 수준으로 줄더니 이달 들어선 1조4000억 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채권시장의 유동성 쇼크는 AAA급 최고 신용등급 기업도 피하지 못했다. 한국전력공사(AAA)는 17일 5%대 후반의 고금리를 제시하며 40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려고 했지만 1200억 원어치는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같은 날 한국도로공사(AAA) 역시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전액 유찰됐다. 그나마 시중자금이 이들 최우량 회사채에만 관심을 두다 보니 그보다 위험도가 높은 기업은 줄줄이 채권 발행에 실패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약한 고리에 불똥이 튀었다”며 “유동성 문제로 기업이 도산하는 상징적 사건이 터지면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형 증권사·건설사 직격탄부동산 PF 시장에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는 중소형 증권사와 건설사에 직격탄이 됐다. 증권사들은 만기 PF 채권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왔는데 최근 ‘차환’이 어려워지자 직접 떠안는 사례가 많아졌다. 한국투자증권은 19일 만기가 도래한 400억 원 규모의 ABCP를 전액 매입했다. 전북 완주군이 지급 보증했지만 투자자들이 차환을 거부하고 자금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의 자금난도 악화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개발사업팀 관계자는 “10대 대형 건설사 직원들도 채권 투자자를 찾기 위해 여의도 증권사에 거의 매일 상주하는 상황”이라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의 경우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와 건설사 신용보강을 받은 PF 자산유동화증권 만기 규모는 10월부터 연말까지 32조3908억 원, 내년 상반기까지는 총 90조 원에 육박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인 2007년 말∼2008년 초와 굉장히 유사한 모습”이라며 “취약한 중소형 증권사와 건설사에서 디폴트 문제가 발생해 대형사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금융위기는 사람들이 금융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 최근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가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말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강원도가 지급 보증한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가 금융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뒤흔든 ‘트리거’가 됐다. 최근 국내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기업들의 자금줄이 막히는 ‘돈맥경화’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레고랜드 사태’로 PF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일부 중소 증권사와 건설사 부도설까지 속출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로 취약 기업들이 실제 도산하기 시작할 경우 금융시장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회사채 54조 원 만기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부터 12월 말까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 만기 규모는 13조2452억 원이다. 내년 상반기(1~6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40조7830억 원)를 합하면 총 54조282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ABS를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73조5894억 원으로 늘어난다.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발행 금리가 급등하고 투자 수요는 위축되면서 신규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갚는 ‘차환’ 발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월별로 8조 원 안팎이었던 회사채 발행액은 8, 9월 5조3000억 원 수준으로 줄더니 이달 들어선 1조4000억 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이달 회사채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발행액은 ―3조8127억 원에 그쳤다. 시중 유동성이 4조 원 가까이 증발한 셈이다. 채권시장의 유동성 쇼크는 AAA급 최고 신용등급 기업도 피하지 못했다. 한국전력공사(AAA)는 17일 5%대 후반의 고금리를 제시하며 40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려고 했지만 1200억 원어치는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같은 날 한국도로공사(AAA) 역시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전액 유찰됐다. 그나마 시중자금이 이들 최우량 회사채에만 관심을 두다 보니 그보다 위험도가 높은 기업은 줄줄이 채권 발행에 실패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약한 고리에 불똥이 튀었다”며 “유동성 문제로 기업이 도산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터지면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형 증권사·건설사 직격탄 부동산 PF 시장에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는 중소형 증권사와 건설사에 직격탄이 됐다. 증권사들은 만기 PF 채권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 발행해왔는데 최근 ‘차환’이 어려워지자 직접 떠안는 사례가 많아졌다. 한국투자증권은 19일 만기가 도래한 400억 규모의 ABCP를 전액 매입했다. 전북 완주군이 지급 보증했지만 투자자들이 차환을 거부하고 자금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의 자금난도 악화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20일 롯데케미칼에서 5000억 원을 단기 차입한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등을 대상으로 2000억 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지 사흘 만이다. 한 대형 건설사의 개발사업팀 관계자는 “10대 대형 건설사 직원들도 채권 투자자를 찾기 위해 여의도 증권사에 거의 매일 상주하는 상황”이라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의 경우 디폴트 위기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와 건설사 신용보강을 받은 PF 자산유동화증권 만기 규모는 10월부터 연말까지 32조3908억 원, 내년 상반기까지는 총 90조 원에 육박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인 2007년 말~2008년 초와 굉장히 유사한 모습”이라며 “취약한 중소형 증권사와 건설사에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문제가 발생해 대형사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정순구기자 soon9@donga.com}
달러화 초강세와 미국 등 각국의 공격적인 긴축이 세계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석학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석좌교수(사진)는 20일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웨비나에서 “미국 달러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정점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10∼15% 정도 더 강세로 갈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까지는 신흥국에 미치는 달러 강세의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달러 강세가 추가로 진행될 경우 신흥국과 취약국들은 심각한 경제적 역경에 직면할 수 있다”며 “한국도 단기적으로는 연준의 금리 인상과 달러 초강세에 잘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고프 교수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이 2023년 심각한 침체에 빠질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했다. 로고프 교수는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는데, 이제는 반대로 금리를 너무 급하게 올려서 경기 침체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각국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과 또 다른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16일(현지 시간) 타임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높은 수준의 부채가 쌓인 상태로 1970년과 2008년을 섞어놓은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이할 것”이라며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스태그플레이션적 채무 위기(Stagflationary Debt Crisis)’가 10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공과 민간 영역의 채무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이 가계와 기업, 금융기관, 정부를 파산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도 10일 기자회견에서 강달러 현상에 따른 신흥국의 자본 유출과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연준 등 중앙은행의 공격적 긴축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미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14일 국제금융협회(IIF) 총회에서 “연준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두고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비판하면서도 “그러나 연준이 침체를 우려해 긴축을 피하려 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8월 정기 예·적금 규모가 사상 최대로 증가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을 팔아 안전자산인 예·적금에 넣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18일 한은이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8월 통화량(M2·광의통화)은 3744조1000억 원으로 7월보다 0.7%(24조6000억 원) 늘었다. 시중 통화량은 5개월 연속 늘었는데 증가 폭이 7월(10조4000억 원)보다 확대됐다. 특히 정기 예·적금이 한 달 새 34조1000억 원 늘면서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금식 예금에서는 11조1000억 원이 빠져나가 역대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현재 3.0%인 기준금리의 최종 수준을 3.5%로 재확인하며 11월 추가 금리 인상 방침을 시사했다.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 총재는 15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 예상대로라면 최종 수준은 3.5%”라며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릴지는 아직 모르지만 인상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 금리 수준은) 금통위원 중에는 3.5%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 아래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12일 기준금리를 2.5%에서 3.0%로 0.5%포인트 올렸다. 올해 7월에 이어 한은이 두 번째 빅스텝에 나서면서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섰다. 향후 기준금리가 3.5% 수준까지 오르려면 한은은 11월 24일로 예정된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 최소 0.25%포인트는 금리를 더 올릴 공산이 크다. 이 총재는 국내 물가상승률(9월 5.6%)이 10월 정점을 이루겠지만 하락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 물가상승률이 다시 6%를 넘을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한은의 빅스텝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적절한 신용정책’을 언급한 데 대해 “(금리 인상으로) 힘든 사람이 굉장히 많아지는데, 타깃해서 지원하는 수밖에 없다”며 “물가를 잡을 때까지는 (재정 및 통화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저소득층, 빈곤층은 기본적으로 재정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아마 여러분께서는 제가 전보다는 직설적이지 않고 다소 모호하게 이야기한다는 점을 알게 되실 것인데, 이는 중앙은행원으로서 배워야 하는 미덕이기도 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합동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5일(현지 시간) 워싱턴 소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강화와 한국의 통화정책’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과 명확한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로 시장과 교감해온 이 총재의 소통 방식이 바뀔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 총재는 7월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면서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향후 금리 인상 폭과 속도를 제시한 이례적인 포워드 가이던스에 ‘친절한 창용 씨’란 별명까지 붙었다. 그는 당시 “시장과 좀 더 투명하게 소통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강연에서 “9월 들어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자, 7월에 금리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미리 제시함으로써 환율 절하를 심화시켰다는 비난이 거세졌다”고 했다. 이어 “7∼8월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할 때 9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을 보고 다시 고려할 것임을 조건부로 이야기했다”며 “사람들은 지난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를 조건부로 받아들이기보다 서약이나 약속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불편한 심정을 에둘러 표현했다. 결국 한은은 12일 기준금리를 2.5%에서 3.0%로 올리는 역대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했다. 그의 0.25%포인트씩 점진적 인상은 폐기된 셈이다. 이 총재는 향후 소통 방식의 변화도 예고했다. 그는 “미래 금리 경로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을 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던 오랜 방식에서 벗어나기에는 현실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여러 가지 애로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또 “앞으로 대외 요인을 통제하기 어려운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을 감안해 어느 정도, 어느 속도로 이러한 관행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변화는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총재는 12일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11월 기준금리 인상 폭에 대한 질문에 “11월 연준의 결정 등을 일단 보겠다”며 철저히 말을 아꼈다. 그의 직설적 화법이 예측 가능성을 높여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는 이들로부터 “아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서면서 주식시장에서 빚을 내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이자 부담도 대폭 늘어났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 금리가 최고 10%대까지 올랐다. 현대차증권은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90일 초과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연 10.5%로 올렸다. 유안타증권도 주식을 담보로 151∼180일 융자를 받은 투자자들에게 연 10.3%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신용융자 금리를 최대 9.9%까지 끌어올린 국내 대형 10대 증권사들도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연체 금리는 12% 안팎까지 치솟았다.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 이자를 연체한 투자자에게 약정금리에 3%포인트를 추가로 얹거나 상한선을 정해 이자를 받고 있다. 현재 중소형 증권사의 연체 이자율은 12% 수준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주식시장에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올해 초 23조3000억 원 수준에서 이달 13일 16조4000억 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투자자예탁금도 71조7000억 원에서 50조3000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증시 약세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용융자거래 금리가 오르면 주가 하락과 높은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강제 처분당하는 ‘반대매매’가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이달 재가동을 앞둔 증권시장안정화펀드(증안펀드)가 안전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2일 거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 등으로 투자 심리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며 “증안펀드 투입과 관련해 필요한 준비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서면서 주식시장에서 빚을 내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이자 부담도 대폭 늘어났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 금리가 최고 10%대까지 올랐다. 현대차증권은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90일 초과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연 10.5%로 올렸다. 유안타증권도 주식을 담보로 151~180일 융자를 받은 투자자들에게 연 10.3%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신용융자 금리를 최대 9.9%까지 끌어올린 국내 대형 10대 증권사들도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연체 금리는 12% 안팎까지 치솟았다.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 이자를 연체한 투자자에게 약정금리에 3%포인트를 추가로 얹거나 상한선을 정해 이자를 받고 있다. 현재 중소형 증권사의 연체 이자율은 12% 수준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주식시장에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올해 초 23조3000억 원 수준에서 이달 13일 16조4000억 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투자자예탁금도 71조7000억 원에서 50조3000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증시 약세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용융자거래 금리가 오르면 주가 하락과 높은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강제 처분당하는 ‘반대매매’가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이달 재가동을 앞둔 증권시장안정화펀드(증안펀드)가 안전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2일 거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 등으로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며 “증안펀드 투입과 관련해 필요한 준비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지난달 역대 최대 규모의 뭉칫돈이 은행권 정기예금으로 몰렸다. 13일 한은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8월 말보다 36조4000억 원 늘어난 2245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정기예금이 32조5000억 원 급증했는데 2002년 1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정기예금은 은행의 자금 유치 노력과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및 기업의 자금 유입 등으로 높은 증가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1∼9월 합쳐서는 은행권 정기예금에 131조30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5조1000억 원)의 8배가 넘는다. 반면 수시입출금식 예금에선 지난달 3조3000억 원이 빠져나갔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성 예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이 같은 ‘머니 무브’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한은의 빅스텝을 반영해 신한은행은 14일부터 예·적금 상품 39개의 기본 금리를 최대 0.8%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우리은행, NH농협은행도 13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각각 최대 1%포인트, 0.7%포인트 올렸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5%대에 진입했다. 반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1조2000억 원 줄었다. 9월에 가계대출이 줄어든 건 이번이 처음으로, 대출 금리 상승에 따라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둔화하는 건 맞지만 이것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국면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지금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지난달 역대 최대 규모의 뭉칫돈이 은행권 정기예금으로 몰렸다. 13일 한은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8월 말보다 36조4000억 원 늘어난 2245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정기예금이 32조5000억 원 급증했는데 2002년 1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정기예금은 은행의 자금 유치 노력과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및 기업의 자금 유입 등으로 높은 증가세가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1~9월 합쳐서는 은행권 정기예금에 131조30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5조1000억 원)의 8배가 넘는다. 반면 수시입출금식 예금에선 지난달 3조3000억 원이 빠져나갔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성 예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이 같은 ‘머니무브’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한은의 빅스텝을 반영해 신한은행은 14일부터 예·적금 상품 39개의 기본 금리를 최대 0.8%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우리은행, NH농협은행도 13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각각 최대 1%포인트, 0.7%포인트씩 올렸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5%대에 진입했다. 반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1조2000억 원 줄었다. 9월에 가계대출이 줄어든 건 이번이 처음으로, 대출 금리 상승에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지난달 1조3000억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둔화하는 건 맞지만 이것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국면으로 전환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지금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한국은행이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역대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섰다. 이번 빅스텝으로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은 12조 원 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연 2.50%인 기준금리를 3.00%로 0.50%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올해 7월 사상 첫 빅스텝을 결정한 한은은 8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속도 조절에 나서는 듯했지만 다시 보폭을 넓혔다. 한은은 지난해 8월 사실상 ‘제로 금리’에 가까운 수준(0.50%)이던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1년 2개월 새 2.50%포인트를 높였다. 올해 4, 5, 7, 8월에 이어 다섯 차례 회의에서 금리를 연속 인상한 것은 한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한은이 7월에 이어 다시 빅스텝을 밟은 건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과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정책 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추가 빅스텝 결정의 배경이 됐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3.25%로 금리 차는 0.25%포인트로 좁혀졌지만 연준이 다음 달 초 다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돼 향후 금리 차는 1%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지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빅스텝으로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은 12조2000억 원 더 늘고,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는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가 3.5% 수준까지 오를 것이란 시장 전망에 대해 “다수 위원이 말한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한국은행이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역대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섰다. 이번 빅스텝으로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은 12조 원 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연 2.50%인 기준금리를 3.00%로 0.50%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올해 7월 사상 첫 빅스텝을 결정한 한은은 8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속도 조절에 나서는 듯했지만 다시 보폭을 넓혔다. 한은은 지난해 8월 사실상 ‘제로 금리’에 가까운 수준(0.50%)이던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1년 2개월 새 2.50%포인트를 높였다. 올해 4, 5, 7, 8월에 이어 다섯 차례 회의에서 금리를 연속 인상한 것은 한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한은이 7월에 이어 다시 빅스텝을 밟은 건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과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정책 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추가 빅스텝 결정의 배경이 됐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3.25%로 금리 차는 0.25%포인트로 좁혀졌지만 연준이 다음 달 초 다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돼 향후 금리 차는 1%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지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빅스텝으로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은 12조2000억 원 더 늘고,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는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가 3.5% 수준까지 오를 것이란 시장 전망에 대해 “다수 위원이 말한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빅스텝에 성장률 0.1%P 더 내려갈듯… 이창용 “물가 잡는게 우선”역대 두번째 ‘기준금리 0.5%P 인상’“부동산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빚을 낸 많은 국민이 고통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죄송한 마음이지만 일단 물가를 잡는 게 우선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역대 두 번째 빅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결정의 불가피함을 이렇게 설명했다. 금리 인상 속도가 유례없이 빨라 가계와 기업에 고통을 준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고물가-고환율 위기를 타개하고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게 시급한 과제라는 뜻이다.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찾아오면서 실물경제와 자산시장, 가계수지 등 경제 각 부문에 상당한 충격이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 고통 죄송하지만 물가 잡는 게 우선”이 총재는 이날 “지금 금리 상승 속도가 국제 경제 상황 때문에 이전과 비교해 가장 빠른 시기”라며 “안타깝게도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은 지금 물가 오름세를 잡지 않으면 나중에 실질소득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5%대 물가가 계속되면 원인과 상관없이 물가 중심으로 경제 정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일단 물가 잡기가 어느 정도 되면 그 다음에 성장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고금리로 인한 여러 부작용에도 고심 끝에 빅스텝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한 것이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 0.5%포인트 상승으로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내릴 것으로 봤다. 다만 작년 8월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 행진으로 현재 5%대인 물가상승률은 내년 상반기까지 1%포인트 정도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의 빅스텝 결정은 최근 급격히 커진 외환시장 변동성도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 총재는 “9월 들어 원화가 급격히 절하된 게 빅스텝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며 “환율의 급격한 절하(원화 가치 하락)는 수입 물가를 올려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는 속도를 상당기간 지속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고환율이 고물가로 이어지는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긴축의 강도를 높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경기 둔화해도 금리 올려야”한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향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중금리의 상승은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둔화시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한다. 또 증시, 부동산에서 은행 예금 등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자산시장이 충격을 받는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걱정하면서도 고물가 타개가 우선이라는 한은의 인식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의 빅스텝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지금으로서는 물가나 외환시장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대폭 올리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금리 상승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핀셋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주택 구매를 위해 저금리 상황에서 무리한 대출을 받았던 청년층에 대한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총재는 “재정이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하며 취약계층을 타깃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한국은행이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역대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섰다. 이번 빅스텝으로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은 12조 원 넘게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연 2.50%인 기준금리를 3.00%로 0.50%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올해 7월 사상 첫 빅스텝을 결정한 한은은 8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속도조절에 나서는 듯 했지만 다시 보폭을 넓혔다. 한은은 지난해 8월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수준(0.50%)이던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1년 2개월 새 2.50%포인트를 높였다. 올해 4, 5, 7, 8월에 이어 다섯 차례 회의에서 금리를 연속 인상한 것은 한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한은이 7월에 이어 다시 빅스텝을 밟은 건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인해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과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정책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6.3%) 이후 두 달 연속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5%대 중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1400원을 훌쩍 넘은 원-달러 환율도 고물가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추가 빅스텝 결정의 배경이 됐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3.25%로 금리차는 0.25%포인트로 좁혀졌지만 연준이 다음달 초 다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돼 향후 금리차는 1%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이처럼 한은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대출자와 기업들의 이자 부담을 크게 늘릴 것으로 우려된다.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회복세를 꺾을 소지도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빅스텝으로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은 12조2000억 원 더 늘고,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은 빅스텝 등의 영향으로 전날보다 10.3원 내린 1424.9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국민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 올해 20명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1∼6월) 국민연금의 투자 손실액이 77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팀장급 이상 핵심 운용역이 다수 이탈하면서 운용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기금운용본부의 퇴사자 수는 2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명) 대비 54% 늘었다. 특히 올해 회사를 떠난 이들 중 5명은 팀장, 과장급 전문 인력이었다. 통상 퇴사자가 연말에 몰리는 추세를 감안하면 지난해(26명)보다 더 많은 운용역이 올해 국민연금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본사를 전북 전주로 이전한 2017년 이후 기금운용본부에서만 161명이 짐을 쌌다. 연도별 퇴사자 수는 2017년 27명, 2018년 34명, 2019년 23명, 2020년 31명, 2021년 26명이다. 강 의원은 “핵심 투자 운용 인력의 이탈 문제가 국민연금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국민 노후 자금 수백조 원에 대한 기금 운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근본적인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