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

임우선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구독 57

추천

안녕하세요. 임우선 기자입니다.

imsun@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미국/북미38%
국제일반20%
국제정치13%
경제일반7%
국제경제7%
산업3%
국제정세3%
기업3%
인물/CEO3%
인사일반3%
  • LA 도심 일부 야간 통행금지령… 텍사스도 “주방위군 배치”

    6일부터 시위대의 함성, 고무총 쏘는 소리, 불타는 차량, 최루탄 냄새로 가득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이 10일(현지 시간) 밤부터 정적에 휩싸였다. 로스앤젤레스 시 당국이 연방정부 건물 등이 모여 있는 약 2.6㎢의 도심 일부 지역에 이날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캐런 배스 시장은 “시설 파괴와 약탈을 막기 위해 통행금지령을 발령한다. 며칠간 시행하고 추후 지속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최근 애플 스토어, 아디다스 등 도심 내 여러 매장이 피해를 입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번 시위는 로스앤젤레스를 넘어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필라델피아, 애틀랜타 등 전국 주요 도시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국의 주요 도시에 주방위군이나 현역군을 배치하는 것을 국방부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특히 남부 국경에 접해 있으며 보수 성향이 강한 텍사스주는 주방위군을 주 곳곳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10일 X에 “평화와 질서 유지를 위해 주 전역에 방위군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댈러스, 오스틴 등 주내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번지는 것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14일에 긴장 최고조 이를 듯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는 빠른 속도로 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10일 오후 5시 뉴욕 맨해튼 남부 폴리 광장. 뉴욕시청과 연방 이민법원,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뉴욕사무소 등 정부 건물들로 둘러싸인 이곳에 시민 수백 명이 모였다. 이들은 “빌어먹을 ICE!” “ICE는 꺼져라!” “이민자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미국은 없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파가 늘며 2000여 명 규모로 커진 시위대는 행진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던지며 경찰과 충돌했다. 이번 시위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 공방을 이어온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방송 연설을 통해 “우리 중 일부가 영장 없이 단지 의심이나 피부색 때문에 거리에서 끌려 나간다면 우리 중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건 단순히 로스앤젤레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에 관한 이야기이며 당신에 관한 이야기”라며 평화적 저항을 촉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9일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해병대원 700여 명은 아직 시위 진압에 투입되진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동원 예정인 4000명의 주방위군 중에서도 2100명만 배치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을 맞는 14일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이기도 한 이날 수도 워싱턴에서는 대대적인 군사 퍼레이드가 예정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진영에선 군사 퍼레이드에 맞서 전국 곳곳에서 ‘왕은 없다(No Kings)’는 시위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만약 (14일에) 시위가 발생한다면 매우 강력한 힘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WSJ, “밀러의 강경 대응 촉구가 이번 사태 원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불법 이민자 단속 실적을 채우지 못하자 과격한 방법을 동원한 게 이번 갈등의 근원”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시리아 예멘 수단 등 이슬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초강경 반(反)이민 정책을 주도했던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이민 당국의 실적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밀러 부비서실장은 최근 미 전역에서 모인 ICE 고위 당국자들 앞에서 연설하면서 “기존 불법 체류자 단속 관행을 버리라. 그냥 나가서 체포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찾기 위해 모이는 곳곳의 홈디포 매장을 표적으로 삼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6일 로스앤젤레스 내 라틴계 밀집지인 웨스트레이크의 홈디포 매장에서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이 벌어졌고 이번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는 것이다. 밀러 부비서실장의 압박이 가해진 후 일부 ICE 요원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곳곳에서 영장 없이 시민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구금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6-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LA 도심 일부 야간 통행금지…시위 확산에 텍사스도 주방위군 투입

    6일부터 시위대의 함성, 고무총 쏘는 소리, 불타는 차량, 최루탄 냄새로 가득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이 10일(현지 시간) 밤부터 정적에 휩싸였다. 로스앤젤레스 시당국이 연방정부 건물 등이 모여 있는 약 2.6㎢의 도심 일부 지역에 이날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캐런 배스 시장은 “시설 파괴와 약탈을 막기 위해 통행금지령을 발령한다. 며칠간 시행하고 추후 지속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최근 애플 스토어, 아디다스 등 도심 내 여러 매장이 피해를 입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이번 시위는 로스앤젤레스를 넘어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필라델피아, 애틀랜타 등 전국 주요 도시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국의 주요 도시에 주방위군이나 현역군을 배치하는 것을 국방부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특히 남부 국경에 접해 있으며 보수 성향이 강한 텍사스주는 주방위군을 주 곳곳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10일 X에 “평화와 질서 유지를 위해 주전역에 방위군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댈러스, 오스틴 등 주내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번지는 것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전국 곳곳으로 시위 확산…14일에 긴장 최고조 이를 듯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는 빠른 속도로 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10일 오후 5시 뉴욕 맨해튼 남부 폴리 광장. 뉴욕시청과 연방 이민법원,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뉴욕사무소 등 정부 건물들로 둘러싸인 이곳에 시민 수 백명이 모였다. 이들은 “빌어먹을 ICE!”, “ICE는 꺼져라!”, “이민자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미국은 없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파가 늘며 2000여 명 규모로 커진 시위대는 행진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던지며 경찰과 충돌했다. 이번 시위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 공방을 이어온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방송 연설을 통해 “우리 중 일부가 영장 없이 단지 의심이나 피부색 때문에 거리에서 끌려 나간다면 우리 중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건 단순히 로스앤젤레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에 관한 이야기이며 당신에 관한 이야기”라며 평화적 저항을 촉구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9일 로스앤젤레스로 도착한 해병대원 700여 명은 아직 시위 진압에 투입되진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동원 예정인 4000명의 주방위군 중에서도 2100명만 배치됐다고 덧붙였다.이번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을 맞는 14일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 육군 창설 250년이기도 한 이날 수도 워싱턴에서는 대대적인 군사 퍼레이드가 예정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진영에선 군사 퍼레이드에 맞서 전국 곳곳에서 ‘왕은 없다(No Kings)’는 시위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만약 (14일에) 시위가 발생한다면 매우 강력한 힘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WSJ, “밀러의 강경 대응 촉구가 이번 사태 원인”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불법 이민자 단속 실적을 채우지 못하자 과격한 방법을 동원한 게 이번 갈등의 근원”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시리아 예멘 수단 등 이슬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초강경 반(反)이민 정책을 주도했던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이민 당국의 실적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밀러 부비서실장은 최근 미 전역에서 모인 ICE 고위 당국자들 앞에서 연설하면서 “기존 불법 체류자 단속 관행을 버리라. 그냥 나가서 체포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찾기 위해 모이는 곳곳의 홈디포 매장을 표적으로 삼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6일 로스앤젤레스 내 라틴계 밀집지인 웨스트레이크의 홈디포 매장에서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이 벌어졌고 이번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는 것이다. 밀러 부비서실장의 압박이 가해진 후 일부 ICE 요원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곳곳에서 영장없이 시민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구금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6-11
    • 좋아요
    • 코멘트
  • 트럼프 “LA 해병대 투입”에 맞선 美민주 차기주자 뉴섬 “권력남용”

    “그들(시위대)이 침을 뱉으면 우리는 때릴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해병대 군인 700여 명을 추가로 배치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또 앞서 투입을 결정한 주방위군 2000명 외에 추가로 2000명을 증원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지사 동의 없이 LA에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배치 명령을 내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민자 단속 항의 시위가 트럼프 대통령과 야당인 민주당의 차기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뉴섬 주지사 간 ‘정쟁’으로도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는 LA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다른 주요 도시로도 확산되고 있다.● 계속되는 시위, 커지는 군대 동원 논란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6일 시작된 LA 시위는 이날도 도심 곳곳에서 벌어졌다. NYT는 “지난 며칠보다 경찰과의 충돌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시위 자체는 미 전역 25개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 LA에 파견된 주방위군 300명(당시 투입하겠다고 밝힌 인원은 총 2000명)에 이어 해병대 700여 명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나 9·11테러 같은 대규모 재난 발생 시 국내에 군대가 배치된 적은 있지만 시위를 이유로 국내에 군대를 투입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뉴섬 주지사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미 해병대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여러 전쟁에서 명예롭게 복무한 영웅”이라며 “독재 대통령의 망상적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 자국민과 맞서 미국 땅에 파병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그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주방위군 2000명이 추가 배치될 것이란 말을 들었다”며 “이는 노골적인 권력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주방위군은 외국의 침략이나 정부에 대한 반란 위협을 받을 때만 소집할 수 있다”며 “명확히 말한다. 침략도 없고 반란도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폭력적이고 선동적인 폭동에 대응해 주방위군을 파견한 것은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vs 뉴섬, 정치 싸움으로 번져 미국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뉴섬 주지사의 갈등이 이민 정책을 둘러싼 견해차를 넘어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의제인 이민 문제에서 차세대 민주당 지도자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자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는 것.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를 대거 투입해 시위대를 자극하고, 충돌을 일으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섬 주지사 역시 이번 사태를 최전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는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기회, 나아가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 입지를 굳힐 기회로 보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양측의 갈등에 대해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다려 왔던 싸움이며 민주당 강세 주에서 자신의 핵심 정치 의제를 둘러싼 주요 정치적 경쟁자와의 결전”이라고 짚었다. 주지사를 ‘패싱’해 위헌 소지가 있는 군대 투입을 결정한 것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LA타임스는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논쟁적인 정책에 도전할 지도자를 갈망하고 있다”며 뉴섬 주지사가 이민 단속 방해로 체포될 경우 “민주당의 순교자” 이미지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A 한인회, 트럼프 주니어에 비판 성명 미국 최대 규모의 코리아타운이 있는 LA 지역 한인들은 1992년 LA 폭동 때처럼 시위가 격해질까 봐 긴장하고 있다. 특히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LA 폭동 당시 총기를 들고 옥상에서 건물을 지킨 한국인 자경단의 사진을 게시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LA 한인회는 트럼프 주니어의 사진 게시에 대해 “경솔한 행동”이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성명서는 “150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인 트럼프 주니어의 행동은 살얼음판과 같은 지금 시기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한인들의 지난 트라우마를 어떤 목적으로든 절대로 절대로 이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강 LA 한인회 이사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인 사회가 타깃이 되거나 총기를 들고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LA 총영사관은 “교포들의 직접 피해는 아직 없다”면서도 만일에 대비해 10일 온라인 긴급 동포단체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한인 사업자의 경우 라틴계 직원들이 단속 불안과 시위로 인해 출근을 못 하고 있어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6-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글로벌 현장을 가다/임우선]썰렁한 기념품 가게와 시티투어 버스… ‘트럼프 효과’에 얼어붙은 뉴욕 관광

    《“가게에 들어온 손님들이 어떻게 하는 줄 아세요? 트럼프 인형을 보면 뺨을 때려요. 머리를 탁탁 치며 꿀밤 먹이는 시늉을 하기도 하고요. 트럼프 인형의 얼굴 방향을 줄줄이 뒤로 돌려놨던 손님도 있어요. 그만큼 보기 싫다는 거겠죠.”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기념품 숍. 이곳에서 만난 가게 종업원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 영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면서였다. 뉴욕 기념품 숍은 외국인들이 맨해튼 여행을 오면 한 번은 꼭 들르는 곳이지만 이날 가게 안은 손님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관세며 뭐며 매일같이 외국을 향해 이상한 소리를 쏟아내는데 좋아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작년 이맘때엔 관광객으로 거리가 북적였는데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얼어붙은 미국 관광에 뉴욕도 울상 날씨가 온화해지고 공원마다 초록이 풍성해지며 거리 여기저기서 야외 축제가 펼쳐지는 초여름의 뉴욕은 본격적인 관광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기다. 예년 같으면 거리 여기저기서 대형 관광버스가 목격되고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세계 각국 관광객들의 언어로 시끌벅적해지는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 뉴욕의 상인들은 한결같이 “손님이 없다”, “장사가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시작된 관세 전쟁과 불법 이민자 단속, 비자 심사 강화 등 모든 게 관광지로서의 미국을 ‘비호감’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실제 최근 뉴욕시 관광청은 “외국인 여행객 감소로 관광 경제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올해 관광 산업 전망 예측치를 수정했다. 관광청은 당초 6760만 명의 방문객을 예상했지만 이 수치는 올 들어 두 번이나 하향 조정됐다. 관광청은 결국 올해 관광객 수가 지난해보다 약 4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내국인 여행객은 작년보다 40만 명 더 많겠지만 외국인 여행객은 80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그에 따라 관광 수입도 지난해 51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원래 추세대로라면 올해 뉴욕시는 역대 최다 방문객 수를 기록할 예정이었다”며 “그런데 트럼프가 등장했다”고 꼬집었다. 맨해튼의 관광 명물 중 하나인 이층 버스 운영사 톱뷰 사이트시잉(TopView Sightseeing)의 이용객 수가 20∼25% 감소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NYT는 “관광업은 뉴욕시 경제의 핵심 축”이라며 “브로드웨이, 박물관, 레스토랑 등 여러 산업이 이를 기반으로 유지되며 26만 명 이상의 고용이 달려 있다”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름 휴가철이지만 관광객들이 미국 여행을 거부하고 있다”며 “외국인 여행객들은 관광 수입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며 미국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비행기를 통해 미국에 도착한 외국인은 전년 대비 6% 줄었고, 유럽에서 오는 항공편 예약은 더욱 줄어 8월까지 기준 약 12%가 감소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대해 관세 전쟁뿐 아니라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며 주권을 위협하는 발언을 반복하면서 캐나다 국민들의 관광 심리가 싸늘하게 식은 것도 관광 산업 타격의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캐나다 관광객은 미국으로 오는 외국인 관광객의 4분의 1을 차지하는데, 이 수는 최근 작년의 70%대까지로 줄어들었다.● 외국인 관광객들 ‘입국 공포’ 호소 뉴욕을 비롯한 미국의 관광 침체는 비단 외국인들의 ‘감정적’ 요인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에서 외국인에 대한 입국 심사 등을 강화하며 입국 과정에서 갖은 고초를 겪거나 입국이 거부된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미국 국경관리 당국은 미국으로 입국하는 외국인 여행자들의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수색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올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이 같은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국경 담당자들의 행동이 더욱 ‘공격적’으로 바뀌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NYT는 “과거에는 전자기기 등에 대한 수색이 드물었고 지난해 (휴대전화 콘텐츠 등) 수색을 받은 외국인 여행객 비율은 0.01% 미만이었다”며 “하지만 이젠 일명 ‘강화된 심사’라고 불리는 공격적 전술이 쓰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최근 두 명의 독일인 관광객은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해 입국하려다 각각 샌디에이고와 티후아나 국경 검문소에서 검문을 당한 뒤 구금 시설로 이송됐다. 이들은 미국 언론 등에 통역 없이 독방에 갇혔다고 진술했다. 한 캐나다인이 비자 검사 과정에서 구금돼 ‘사슬에 묶였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또 한 프랑스 과학자가 업무를 위해 미국에 입국하려다 입국이 거부돼 되돌아가는 사건도 발생해 논란이 됐다. 프랑스 정부는 “그가 동료와 친구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과학 정책에 대한 ‘개인적 (비판) 의견’을 표한 메시지가 문제가 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한편, 적법한 비자를 갖고 있었던 브라운대 의대 교수가 레바논에 있는 친척들을 방문하고 돌아오다 미국 입국이 거부돼 추방된 일도 있었다. 국경 당국은 해당 교수의 휴대전화에서 헤즈볼라 관련 인사들의 사진 등 수상쩍은 메시지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평범한 국가의 평범한 시민도 언제든 난감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공포’가 퍼지면서 외국인 여행객들이 굳이 미국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교민은 “해마다 한 번은 한국의 부모님이 미국을 찾아 손주들과 여행을 하고 가셨지만 올해는 안 오신다 했다”며 “‘영어도 못하는데 지은 죄도 없이 곤란한 일을 겪으면 어쩌냐’고 걱정하셨다”고 전했다. 급기야 이달 9일부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12개 국가 등에 대해 미국 입국 금지령을 내리면서 공항에서의 입국 심사가 더욱 강화됐다는 전언도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과테말라에서 미국 여행을 왔다가 1시간에 걸쳐 세 번이나 입국 심사 인터뷰를 겪은 사례를 보도하며 “과테말라는 입국 금지 대상국이 아니지만 이런 일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오기도 힘들지만 가기도 어려워 한편, 미국에서는 외국인들의 입국뿐 아니라 미국 거주 외국인들의 출국이 어려워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입국 심사와 비자 심사, 소셜미디어 검사 등이 강화되면서 섣불리 미국을 떠났다가 다시 입국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선언한 하버드대 등 미국 대학들의 외국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자주 관찰되고 있다. 방학 때면 본국에 다녀오거나 친구들과 해외로 여행을 떠났던 학생들 상당수가 올해는 그냥 학교에 남기로 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유학생들은 방학 중 미국 밖으로 가는 여행이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며 “출국 후 재입국을 시도할 때는 이민 서류, 학교 성적 증명서, 심지어 범죄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기각된 경우 법원 서류까지 지참해야 한다”고 전했다. NYT는 유학생뿐 아니라 시민권자와 결혼한 비시민권자 외국인들이 신혼여행까지 포기하고 있다고 조명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영주권 절차를 밟는 외국인들에 대한 국경 당국의 심사 강화와 그에 따른 구금 사례가 예년보다 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이민 변호사와 전문가들에게 결혼과 신혼여행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커플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각종 상품에 대한 교역 장벽을 높였다면 국경 정책은 사람 간 교류의 문턱까지 높이고 있는 셈이다.임우선 뉴욕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6-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트럼프 “LA, 불법 이민자에 점령됐다”… 33년만에 軍투입

    “로스앤젤레스가 불법 이민자와 범죄자에게 점령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주 방위군 300명을 투입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 및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가 6일부터 계속되자 사흘 만에 전격적인 군 투입을 단행했다. 로스앤젤레스에 군대가 투입된 것은 인종차별 문제로 촉발된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이후 33년 만이다. CNN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다운타운 전체를 집회 금지 구역으로 설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해병대원 500명도 추가 배치하겠다”고 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캐런 배스 로스앤젤레스 시장,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었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등 야당 민주당 인사들은 군대 철수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뉴섬 주지사는 군 투입이 위헌이라며 소송전을 예고했다.그러자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9일 트루스소셜과 인스타그램 등에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당시 한국계 남성이 총기를 들고 옥상에 있는 사진을 올리며 “루프톱(옥상)의 코리안을 다시 위대하게!(Make Rooftop Koreans Great Again!)” “한인들이 옥상에 오르자 폭동이 멈췄다”고 썼다. 당시 한인 타운에선 약탈과 방화가 대거 발생했고 교민들은 자경단을 구성해 대응했다. 6일 동안 63명(한국계 1명)이 숨졌는데, 당시 교민들의 자경단 활동은 치안이 붕괴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폭도에 맞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주니어는 ‘옥상 한국인’ 이미지 게시물을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시위대 강경 진압이 정당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해병대 추가 투입도 시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8일 로스앤젤레스의 연방 구금시설, 로스앤젤레스에서 남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소도시 패러마운트 등에 주 방위군 300명을 배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불법 이민자들은 추방될 것이고 질서가 회복될 것”이라며 거듭 군 투입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시위대를 “돈을 받는 반란군(Paid Insurrectionists)”이라고도 했다. 그는 같은 날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서도 “그곳(로스앤젤레스)에서 엄청난 폭력이 있었다.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면 무엇이든 보낼 것”이라며 해병대 추가 투입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주에 주둔 중인 제7해병연대 제2대대 소속 해병 500명 또한 ‘배치 준비’ 상태로 전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J 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과 시위대에 ‘내란법’ 적용이 가능한지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방위군이 배치된 패러마운트는 지난해 기준 인구 5만1000명 중 82%가 라틴계다. 특히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대거 모이는 이곳의 홈디포 매장 앞에서 적지 않은 불법 이민자가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투입 사실이 알려지자 시위대의 저항이 거세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심 곳곳에서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가 화염에 휩싸였고 일부 시위대는 101번 고속도로의 통행을 막았다. 경찰, 무장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 주 방위군이 시위대에 최루탄과 스펀지탄 등을 발사해 취재 중이던 기자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정책 실패 논란 잠재우고 지지층 결집 목적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한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우선 관세, 감세 등 자신의 주요 정책에 대한 국내외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증오, 분노, 공포 등을 조장할 ‘내부의 적’을 찾았다고 진단했다. 그의 핵심 지지층이 반이민 정책을 선호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8일 CBS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찬성한다’는 답이 54%로 반대(46%)보다 높았다. 뉴섬 주지사와 ‘진보의 성지’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개인적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뉴섬 주지사는 2028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주요 후보로 꼽힌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고교 스포츠 출전 허용 같은 캘리포니아주의 정책을 비판해 왔다. 8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각종 재정 지원을 재검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민이라는 자신의 핵심 정책에 대해 민주당이 강세인 캘리포니아주에서 정치적 라이벌과 벌이는 대결”이라고 평했다.● 샌프란시스코 등으로도 시위 확산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습도 보인다. 8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수백 명의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최근 전국적인 반트럼프 시위를 조직해온 시민단체 ‘50501’은 대통령의 79세 생일인 14일 수도 워싱턴을 포함한 전국에서 ‘왕은 없다(No Kings)’ 시위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워싱턴에서 대규모 군사 행진을 하겠다고 공언해 양측의 물리적 충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5-06-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버려진 로봇의 사랑… 한국적 기발함에 녹인 휴머니즘, 美서도 통해”

    한국의 순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석권했다.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에서 국내 초연의 토종 뮤지컬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어쩌면 해피엔딩’은 8일(현지 시간) 미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 △무대디자인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올해 토니상 최다 수상작의 영예도 안았다. 각본과 작사를 맡은 박천휴 작가(42)는 한국 국적으로 토니상을 받은 첫 번째 수상자가 됐다. 이 작품은 21세기 후반 한국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들의 사랑과 우정을 통해 휴머니즘을 그렸다. 2016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처음 공연된 뒤, 지난해 11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적인 기발함(quirky)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인간애를 녹여낸 수작이 현지화 전략에 성공하며 토니상의 영광을 차지했다”고 평했다. 현지에선 2020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2022년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등에 이어 K콘텐츠가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소셜미디어에서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흘린 땀과 열정, 창의적인 도전의 결실”이라며 “문화예술 지원을 강화해 세계에서 빛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축하를 전했다.[K뮤지컬 美토니상 6관왕] ‘어쩌면 해피엔딩’ 성공 비결은2016년 대학로 소극장 초연해 인기… 브로드웨이 진출후 초반 흥행 부진선율-대본-연기 호평에 점차 인기… 재즈풍 편곡 등 현지화 전략도 한몫“보편적 소재, 아름다운 음악에 담아”“메이비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 작품상(베스트 뮤지컬)으로 ‘어쩌면 해피엔딩’과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의 이름이 호명되자 관객은 일제히 기립해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제작진과 배우 30여 명은 무대로 올라 감격의 포옹을 나누며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외쳤다. 공연예술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 최고 권위의 토니상은, 올해 6관왕에 오른 ‘어쩌면 해피엔딩’의 화려한 대관식으로 마무리됐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 당시 약 300석 규모인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된 국내 토종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해 초연 9년 만에 뉴욕 벨라스코 극장에서 개막한 뒤 세계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현지에선 서울이 배경인 공상과학(SF) 뮤지컬이 “인간의 외로움과 유대관계의 힘이란 보편적 소재를 아름다운 음악에 담아내”(미 뉴욕타임스·NYT) 관객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적인 기발함(quirky)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인간애를 녹여낸 수작”이라고 평했다.● ‘인간보다 인간다운’ 로봇의 휴머니즘21세기 후반 서울. 무대엔 인간에게 버려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등장한다. 낡은 아파트에 남겨진 채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던 그들은, 어느 날 배터리가 방전돼 멈춰버린 클레어를 올리버가 구하며 가까워진다. 이후 올리버는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던 주인 제임스를 찾아 클레어와 제주도로 떠난다. 기나긴 여정 속에서 두 로봇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그리움과 사랑, 우정의 감정을 마주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국내에선 2016년 초연부터 97회 공연 중 70회 매진을 기록하며 고무적인 반응을 이끌었던 작품. 하지만 지난해 11월 브로드웨이 개막 전만 해도 해외에선 고전할 것이란 예상이 상당했다.이날 토니상에서 각본상, 작사·작곡상 등을 공동 수상한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는 브로드웨이에서 검증된 창작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지에서 익숙한 원작도 없었다. 실제로 프리뷰 공연 초반 4주간 주간 매출은 30만 달러(약 4억 원)를 밑돌았다. 하지만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넷째 주 주간 매출 100만 달러를 돌파하더니, 이젠 표를 구하기 힘든 인기작으로 올라섰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인기는 로봇이 주인공이지만 진정성 있는 휴머니즘을 담아냈기 때문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배우 4명이 주도하는 소규모 작품이지만, 감정을 자극하는 선율과 밀도 있는 대본, 짜임새 있는 연기 및 연출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분석이다. 우란문화재단에서 해당 작품의 초기 개발을 담당했던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은 “브로드웨이의 쇼 뮤지컬과는 다르게, 눈물 흘리게 만드는 한국적 정서가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식 발라드 삭제” 섬세한 현지화 과감한 현지화 전략도 흥행을 견인한 요소로 꼽힌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 현지 기호에 맞춰 많은 편곡과 재구성 과정을 거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넘버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은 기억해도 돼’를 미국 공연에선 빼버린 것이다. 김 본부장은 “두 곡 모두 한국식 발라드 정서가 강해 미국 관객에겐 감정을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인상을 줄 수 있단 판단이 들었다”며 “대신 브라스와 재즈풍의 편곡을 강화했다”고 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창작진을 대거 유입해 브로드웨이 감수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각색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세계에서 쌓아 올린 K콘텐츠의 ‘호감도’도 흥행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도 나온다. K팝과 드라마, 영화 등에서 검증을 거친 덕분에 뮤지컬에서도 쉽게 다가설 수 있었단 분석이다. 박병성 뮤지컬 평론가는 “자연스럽게 한국적 색채를 드러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반려 식물을 한국어로 ‘화분’이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현지 관객들이 오히려 반색했다고 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6-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완벽한 해피엔딩’ 된 K뮤지컬…“로봇이 전한 휴머니즘에 공감”

    “메이비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 작품상(베스트 뮤지컬)으로 ‘어쩌면 해피엔딩’과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의 이름이 호명되자 관객은 일제히 기립해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제작진과 배우 30여 명은 무대로 올라 감격의 포옹을 나누며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외쳤다. 공연예술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 최고 권위의 토니상은, 올해 6관왕에 오른 ‘어쩌면 해피엔딩’의 화려한 대관식으로 마무리됐다.‘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 당시 약 300석 규모인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된 국내 토종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해 초연 9년 만에 뉴욕 벨라스코 극장에서 개막한 뒤 세계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현지에선 서울이 배경인 공상과학(SF) 뮤지컬이 “인간의 외로움과 유대관계의 힘이란 보편적 소재를 아름다운 음악에 담아내”(미 뉴욕타임스·NYT) 관객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적인 기발함(quirky)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인간애를 녹여낸 수작”이라고 평했다.● ‘인간보다 인간다운’ 로봇의 휴머니즘21세기 후반 서울. 무대엔 인간에게 버려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등장한다. 낡은 아파트에 남겨진 채 반복된 일상을 보내던 그들은, 어느 날 배터리가 방전돼 멈춰버린 클레어를 올리버가 구하며 가까워진다. 이후 올리버는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던 주인 제임스를 찾아 클레어와 제주도로 떠난다. 기나긴 여정 속에서 두 로봇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그리움과 사랑, 우정의 감정을 마주한다.‘어쩌면 해피엔딩’은 국내에선 2016년 초연부터 97회 공연 중 70회 매진을 기록하며 고무적인 반응을 이끌었던 작품. 하지만 지난해 11월 브로드웨이 개막 전만 해도 해외에선 고전할 것이란 예상이 상당했다.이날 토니상에서 각본상, 작사·작곡상 등을 공동 수상한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는 브로드웨이에서 검증된 창작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지에서 익숙한 원작도 없었다. 실제로 프리뷰 공연 초반 4주간 주간 매출은 30만 달러(약 4억 원)를 밑돌았다.하지만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넷째 주 주간 매출 100만 달러를 돌파하더니, 이젠 표를 구하기 힘든 인기작으로 올라섰다.‘어쩌면 해피엔딩’의 인기는 로봇이 주인공이지만 진정성 있는 휴머니즘을 담아냈기 때문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배우 4명이 주도하는 소규모 작품이지만, 감정을 자극하는 선율과 밀도 있는 대본, 짜임새 있는 연기 및 연출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분석이다.우란문화재단에서 해당 작품의 초기 개발을 담당했던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은 “브로드웨이의 쇼 뮤지컬과는 다르게, 눈물 흘리게 만드는 한국적 정서가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식 발라드 삭제” 섬세한 현지화과감한 현지화 전략도 흥행을 견인한 요소로 꼽힌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 현지 기호에 맞춰 많은 편곡과 재구성 과정을 거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넘버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은 기억해도 돼’를 미국 공연에선 빼버린 것이다.김 본부장은 “두 곡 모두 한국식 발라드 정서가 강해 미국 관객에겐 감정을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인상을 줄 수 있단 판단이 들었다”며 “대신 브라스와 재즈풍의 편곡을 강화했다”고 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창작진을 대거 유입해 브로드웨이 감수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각색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미국과 세계에서 쌓아 올린 K콘텐츠의 ‘호감도’도 흥행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도 나온다. K팝과 드라마, 영화 등에서 검증을 거친 덕분에 뮤지컬에서도 쉽게 다가설 수 있었단 분석이다. 박병성 뮤지컬 평론가는 “자연스럽게 한국적 색채를 드러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반려 식물을 한국어로 ‘화분’이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현지 관객들이 오히려 반색했다고 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6-09
    • 좋아요
    • 코멘트
  • 트럼프 “LA시위 폭력적” 33년만에 軍투입…해병대 배치도 시사

    “로스앤젤레스가 불법 이민자와 범죄자에게 점령됐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300명의 주 방위군을 투입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 및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가 6일부터 계속되자 사흘 만에 전격적인 군 투입을 단행했다. 로스앤젤레스에 군대가 투입된 것은 인종차별 문제로 촉발된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후 33년 만이다. CNN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다운타운 전체를 집회 금지 구역으로 설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500명의 해병대원도 추가 배치하겠다”고 했다.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캐런 배스 로스앤젤레스 시장,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었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등 야당 민주당 인사들은 군대 철수를 요구하며 반발했다.그러자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9일 트루스소셜과 인스타그램 등에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당시 한국계 남성이 총기를 들고 옥상에 있는 사진을 올리고 “루프톱(옥상)의 코리안을 다시 위대하게!(Make Rooftop Koreans Great Again!), “한인들이 옥상에 오르자 폭동이 멈췄다”고 썼다.당시 한인 타운에선 약탈과 방화가 대거 발생했고 교민들은 자경단을 구성해 대응했다. 6일 동안 63명(한국계 1명)이 숨졌는데, 당시 교민들의 자경단 활동은 치안이 붕괴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폭도에 맞선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주니어는 ‘옥상 한국인’ 이미지 게시물을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시위대 강경 진압이 정당하단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해병대 추가 투입도 시사트럼프 2기 행정부는 8일 로스앤젤레스의 연방 구금시설, 로스앤젤레스에서 남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소도시 패러마운트 등에 300명의 주 방위군을 배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불법 이민자들은 추방될 것이고 질서가 회복될 것”이라며 거듭 군 투입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시위대를 “돈을 받는 반란군(Paid Insurrectionists)”라고도 했다.그는 같은 날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서도 “그곳(로스앤젤레스)에서 엄청난 폭력이 있었다.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면 무엇이든 보낼 것”이라고 해병대 추가 투입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주에 주둔 중인 제7해병연대 제2대대 소속 해병 500명 또한 ‘배치 준비’ 상태로 전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J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과 시위대에 ‘내란법’ 적용이 가능한 지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주 방위군이 배치된 패러마운트는 지난해 기준 인구 5만1000명 중 82%가 라틴계다. 특히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대거 모이는 이곳의 홈디포 매장 앞에서 적지 않은 불법 이민자가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군 투입 사실이 알려지자 시위대 저항이 거세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심 곳곳에서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가 화염에 휩싸였고 일부 시위대는 101번 고속도로의 통행을 막았다. 경찰, 무장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 주 방위군이 시위대에 최루탄과 스펀지탄 등을 발사해 취재 중이던 기자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정책 실패 논란 잠재우고 지지층 결집 목적트럼프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한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우선 관세, 감세 등 자신의 주요 정책에 대한 국내외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증오, 분노, 공포 등을 조장할 ‘내부의 적’을 찾았다고 진단했다.그의 핵심 지지층이 반이민 정책을 선호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8일 CBS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찬성한다’는 답이 54%로 반대(46%)보다 높았다.뉴섬 주지사와 ‘진보의 성지’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개인적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뉴섬 주지사는 2028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주요 후보로 꼽힌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고교 스포츠에 출전 허용 같은 캘리포니아주의 정책을 비판해 왔다. 8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각종 재정 지원을 재검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민이라는 자신의 핵심 정책에 대해 민주당이 강세인 캘리포니아주에서 정치적 라이벌과 벌이는 대결”이라고 평했다.● 샌프란시스코 등으로도 시위 확산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습도 보인다. 8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수백 명의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최근 전국적인 반트럼프 시위를 조직해온 시민단체 ‘50501’은 대통령의 79세 생일인 14일 수도 워싱턴을 포함한 전국에서 ‘왕은 없다(No Kings)’ 시위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워싱턴에서 대규모 군사 행진을 실시하겠다고 공언해 양측의 물리적 충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5-06-09
    • 좋아요
    • 코멘트
  • 트럼프 “하버드대 신규 유학생-연구원, 6개월간 입국 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버드대가 외국인 재학생의 불법 행위 내역을 연방정부에 제공하지 않아 국가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며 하버드대에 재학하기 위해 미국에 오기로 한 외국 학생 및 연구자의 입국을 6개월간 제한하는 ‘포고문(Proclamation)’에 4일 서명했다. 현재 하버드대에 다니고 있는 외국인 학생에 대해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재량으로 비자 취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버드대의 위험 해결을 통한 국가 안보 강화’라는 포고문을 통해 “하버드대는 더 이상 국제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의 신뢰할 만한 관리자가 아니다”라며 “미국 고등 교육기관에 입학하는 것은 연방정부가 부여하는 특권으로 해당 기관이 연방법을 준수하고 이행할 때만 가능하다. 하버드대는 이 부문에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같은 적대국이 미국 주요 대학에 접근해 각종 첨단 기술을 훔치고 미국 사회를 교란하고 갈등을 증폭시킬 만한 허위 정보를 퍼뜨린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외국인 학생들의 불법 행위 내역을 제출하려 했지만 하버드대가 단 3명의 정보만 넘기는 등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했다. 전체 학생의 4분의 1이 외국인 유학생인 하버드대는 즉각 반발했다. 하버드대는 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를 침해했다. 하버드대는 앞으로도 유학생들을 보호할 것”이라며 소송전을 예고했다. 하버드대 학생신문 ‘하버드 크림슨’ 또한 “올가을 신학기 입학을 앞둔 외국 유학생 대부분은 아직 하버드 캠퍼스로 오지도 않았다”며 “하버드대에서 급증한 범죄의 대부분은 전기 자전거와 스쿠터 절도였다. 유학생들이 이 범죄를 주도한 적도 없다”고 반발했다. 이번 포고문이 실제 어떤 식으로 적용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포고문은 ‘행정명령(executive order)’보다는 법적 강제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역시 국가 안보를 이유로 9일부터 이란, 예멘,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차드, 콩고민주공화국, 적도기니, 에리트레아, 아이티,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등 12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쿠바, 라오스, 시에라리온, 토고, 투르크메니스탄, 베네수엘라, 부룬디 등 7개국 국민의 입국은 부분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6-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트럼프 “하버드 외국인 신입생 6개월간 입국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버드대가 외국인 재학생의 불법 행위 내역을 연방정부에 제공하지 않아 국가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며 하버드대에 재학하기 위해 미국에 오기로 한 외국 학생 및 연구자의 입국을 6개월 간 금지하는 ‘포고문(Proclamation)’에 4일 서명했다. 현재 하버드대에 다니고 있는 외국인 학생에 대해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재량으로 비자 취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버드대의 위험 해결을 통한 국가 안보 강화’라는 포고문을 통해 “하버드대는 더 이상 국제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SEVP)의 신뢰할만한 관리자가 아니다”라며 “미국 고등 교육기관에 입학하는 것은 연방정부가 부여하는 특권으로 해당 기관이 연방법을 준수하고 이행할 때만 가능하다. 하버드대는 이 부문에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그는 중국 같은 적대국이 미국 주요 대학에 접근해 각종 첨단 기술을 훔치고 미국 사회를 교란하고 갈등을 증폭시킬 만한 허위 정보를 퍼뜨린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외국인 학생들의 불법 행위 내역을 제출하려 했지만 하버드대가 단 3명의 정보만 넘기는 등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했다.전체 학생의 4분의 1이 외국인 유학생인 하버드대는 즉각 반발했다. 하버드대는 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를 침해했다. 하버드대는 앞으로도 유학생들을 보호할 것”이라며 소송전을 예고했다.하버드대 학생신문 ‘하버드 크림슨’ 또한 “올 가을 신학기 입학을 앞둔 외국 유학생 대부분은 아직 하버드 캠퍼스로 오지도 않았다”며 “하버드대에서 급증한 범죄의 대부분은 전기 자전거와 스쿠터 절도였다. 유학생들이 이 범죄를 주도한 적도 없다”고 반발했다. 이번 포고문이 실제 어떤 식으로 적용될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포고문은 ‘행정명령(executive order)’보다는 법적 강제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역시 국가 안보를 이유로 9일부터 이란, 예멘,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차드, 콩고공화국, 적도기니, 에리트레아, 아이티,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등 12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쿠바, 라오스, 시에라리온, 토고, 투르크메니스탄, 베네수엘라, 브룬디 등 7개국 국민의 입국은 부분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그는 집권 1기에도 이란 이라크 시리아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7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해 큰 비판을 받았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 2025-06-05
    • 좋아요
    • 코멘트
  • 車제조사들, 中 희토류 수출 제한 직격탄… “몇주 안에 車공장 폐쇄될 수도” 경고 나와

    중국이 미국의 관세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수출을 제한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생산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중 관세전쟁이 훨씬 더 치명적일 수 있는 공급망 통제로 옮겨가고 있다”며 “미중 무역전쟁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올 4월 희토류 수출 시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관련 허가 신청에 최대 수백 쪽에 달하는 서류가 필요한 데다 허가 여부도 불투명해 희토류 수출은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자동차, 항공우주, 반도체, 군수 산업의 글로벌 제조사들이 심각한 공급망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희토류 자석’. 차량의 와이퍼 모터부터 제동장치인 ABS 센서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대부분의 주요 부품에 희토류 자석이 사용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로이터는 “해당 광물 부족으로 몇 주 안에 자동차 공장이 폐쇄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도요타, 폭스바겐, 현대차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긴급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에 비공개 서한을 보내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혁신 연합도 성명을 통해 “희토류 광물은 자동변속기, 발전기, 각종 모터와 센서, 안전벨트, 스피커, 조명 등 핵심 자동차 부품과 직결된다”며 “필수 부품이 없다면 미국 자동차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중국의 희토류 통제가 핵심 광물산업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중국은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전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것”이라며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 등 각국 정부가 중국과 긴급 회동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럴라인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주에 통화할 예정”이라며 “희토류 수출금지 조치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6-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관세 25%→50%… 더 높아진 미국發 ‘철의 장벽’

    글로벌 경기 침체 속 미국발(發) ‘철의 장벽’이 현실화됐다. 건설 경기 둔화로 국내 수요마저 쪼그라든 상황에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철강업계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의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높이는 포고문에 3일(현지 시간) 서명했다.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근거로 추가 관세 인상을 단행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 부과된 관세는 해당 산업이 지속적인 건전성을 갖고 예상되는 국방 수요에 필요한 생산 가동률을 갖추도록 하진 못했다”며 “인상된 관세는 해외 국가들이 미국 시장에 저가의 과잉 생산된 철강 및 알루미늄을 수출해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더 효과적으로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25%의 고율 관세로 타격을 입은 국내 철강업계는 2차 관세 폭탄으로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 비중은 13.06%로 일본(11.45%), 중국(9.95%)을 넘어 가장 높았다. 국내 철강업계로선 가장 큰 수출 시장의 진입 장벽이 비현실적으로 높아진 셈이다. 높아진 수출 장벽이 세계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충격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들의 공습은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까지 번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등 기타 시장이 미국을 따라 무역장벽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한국 철강업계 1·2위인 포스코그룹과 현대제철은 약 8조5000억 원을 공동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해 현지 생산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해당 제철소가 상업 생산을 시작하는 2029년까지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을 통해 자구책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내에서 철강 원자재를 쓰는 연계 산업 역시 관세 부담을 같이 떠안게 됐다. 만성적인 철강 공급 부족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은 일정 물량을 외부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관세 인상에 맞춰 미국 철강사들이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 제조사를 비롯해 알루미늄을 소비재로 가공하는 업체까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고, 결국 가격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철강·알루미늄 관세 협상은 새 정부의 대미 통상 협상에서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철강이 가지는 국가 기간 산업으로서 상징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새 정부가 장기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면 제조업이 뿌리를 둔 지역 경제까지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

    • 2025-06-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中 희토류 통제 슬슬 약발…“글로벌 車제조사 생산 중단 위기”

    중국이 미국의 관세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수출을 제한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생산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중 관세전쟁이 훨씬 더 치명적일 수 있는 공급망 통제로 옮겨가고 있다”며 “미중 무역전쟁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올 4월 희토류 수출 시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관련 허가 신청에 최대 수백 쪽에 달하는 서류가 필요한데다 허가 여부도 불투명해 희토류 수출은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이에 따라 자동차, 항공우주, 반도체, 군수 산업의 글로벌 제조사들이 심각한 공급망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희토류 자석’. 차량의 와이퍼 모터부터 제동장치인 ABS 센서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대부분의 주요 부품에 희토류 자석이 사용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로이터는 “해당 광물 부족으로 인해 몇 주 안에 자동차 공장이 폐쇄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도요타, 폭스바겐, 현대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긴급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미국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에 비공개 서한을 보내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혁신 연합도 성명을 통해 “희토류 광물은 자동변속기, 발전기, 각종 모터와 센서, 안전벨트, 스피커, 조명 등 핵심 자동차 부품과 직결된다”며 “필수 부품이 없다면 미국 자동차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로이터는 중국의 희토류 통제가 핵심 광물산업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중국은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전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것”이라며 “미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 등 각국 정부가 중국과 긴급 회동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롤라인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주에 통화를 가질 예정”이라며 “희토류 수출금지 조치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6-04
    • 좋아요
    • 코멘트
  • “李, 첫번째 과제는 관세 해결… 경기침체-사회분열 등 헤쳐가야”

    “이재명 대통령의 첫 번째 과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미국 워싱턴포스트·WP)3일 세계 각국 언론들은 한국 대선 결과와 이재명 대통령 앞에 놓인 다양한 과제와 앞으로의 전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특히 외신들은 이 대통령의 과제로 안으로는 극렬한 사회 분열과 경기 침체, 밖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과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을 꼽았다.● “입법·행정 거머쥔 막강한 대통령 탄생”이날 WP는 이 대통령의 집권에 대해 “여당이 국회를 장악한 가운데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광범위한 입법권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들에 대한 불안정한 접근 방식과 한국을 ‘머니머신(현금인출기)’으로 여기는 인식에도 맞서야 할 것”이라며 국내외 위기가 중첩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맞을 상황을 ‘불구덩이’로 표현했다.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이 대통령은 전임자의 정치적, 도덕적, 법적 몰락으로 인해 큰 승리를 거뒀다”며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이면서, 대선에서도 높은 지지율을 얻으면서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대통령이 관세, 방위비 재협상, 대북 관계는 물론이고 주요 대기업의 경쟁력 저하, 인구 위기 등 심각한 구조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가디언도 “이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한 무역 마찰과 북핵 위기 해결 과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외교 문제에 대해 실용주의적 접근을 약속한 가운데 한미 동맹을 중시해나가면서 북한과의 대결적 국면을 해소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대통령이 최근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실용 외교를 통해 균형을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민생 회복 등 강조해 중도층 공략 성공”일본 언론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3일 아사히신문은 “보수진영이 단일화가 되지 않은 점이 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통령은 당의 노선을 ‘중도 보수’로 규정해 중도층에 대한 지지세 확산을 노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강조한 민생 회복,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청년 고용 지원 등이 중도층 공략에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이 대통령이 과거 북한이나 중국에는 유화적이고 미국이나 일본에는 강경한 자세를 보여 왔지만, 선거전에서는 한미동맹이나 한일관계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나타냈다”고 했다. NHK는 사전 투표율이 34.74%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는 점을 짚으며 한국인들이 이번 선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중국 매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를 두는 외교 정책을 펼치고, 한국 내 반중 정서가 높아진 만큼 차기 정부의 한중 관계 개선 의지에 주목했다. 이날 관영 중국중앙(CC)TV와 신화통신은 서울 영등포구 투표소 앞에서 생중계를 하고, 투표 종료 뒤에는 한국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보도했다.관영 환추시보는 3일 양극화된 한국의 정치 상황을 전하며 “한국 경제가 위축되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차기 한국 정부는)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 경색된 외교를 회복해 양자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대선 중 젊은이들 관심 큰 문제 안 다뤄져”일부 외신들은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한국 사회의 분열과 젊은층의 실망을 조명하기도 했다.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이번 대선은) 1980년대 독재 정권 이후 가장 심각한 정치 위기를 극복하려는 목표가 있었지만 급박한 선거 운동은 사회의 지속적인 분열과 젊은층의 실망감을 낳았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선 중 청년 실업, 연금 개혁, 여성 차별 등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핵심 문제들이 다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6-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차기 대통령 최대 과제는 트럼프” 주요 외신이 바라본 韓대선

    “한국의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심각한 양극화에서 나라를 치유해야 할 것” (워싱턴포스트(WP))“한국 대선 후보들은 젊은 유권자들을 실망시켰다. 이들은 ‘먹을 게 하나도 없는 잔치 같다’고 말한다.” (뉴욕타임스(NYT))3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언론들은 한국 대선을 보도하며 차기 대통령이 안으로 극렬한 사회 분열과 경기침체, 밖으로 미국 관세전쟁과 북한 핵위협 대응 등 풀어야 과제가 많다고 진단했다.● “차기 대통령 최대 과제는 트럼프”이날 WP는 신임 한국 대통령의 최대 과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꼽았다. WP는 “미국 관세는 차기 대통령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들에 대한 불안정한 접근 방식과 한국을 ‘머니머신(현금인출기)’로 여기는 인식에도 맞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WP는 이번 대선이 18년 만에 여성이 출마하지 않은 대선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NYT는 대선에 대한 한국 젊은이들의 정치에 대한 실망을 조명했다. NYT는 “대선 후보들은 청년실업, 연금 개혁, 여성 차별 등 젊은이들이 원하는 핵심 문제들을 다루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대선에 대해 “미중경쟁이 심화하며 일본과 한국까지 4개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갖춘 나라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새 대통령이 관세, 방위비 재협상, 대북 관계는 물론 주요 대기업의 경쟁력 저하, 인구 위기 등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인 일부는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가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여기지만 분열은 새 대통령이 4일 임기를 시작하며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1980년대 독재 정권 이후 가장 심각한 정치 위기를 극복하려는 목표가 있었지만 급박한 선거 운동은 사회의 지속적인 분열과 젊은층의 실망감을 낳았다”고 보도했다.● 中, 차기 정부 ‘한중관계’ 개선 의지 주목일본 언론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3일 아사히신문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을 거쳐 실시되는 이례적 선거”라며 여론조사 추이와 보수진영의 단일화 실패 등을 상세히 전했다. 아사히는 “후보자들은 모두 경제정책에 주안점을 뒀다”며 “다만 선거전에서 서로에 대한 비난과 반박이 이어져 깊이 있는 정책 논쟁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했다.NHK는 사전 투표율이 34.74%로 역대 2번째로 높았다는 점을 짚으며 한국인들이 이번 선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NHK는 승패를 가를 요인으로 “비상계엄을 선언한 윤 전 정권의 평가와, 정체되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한 대응책”을 꼽았다.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부정선거 방지가 이번 대선의 또 다른 쟁점이라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한국 정부는 이번 선거의 개표 과정에 외국 국적자의 참여를 배제하는 등 이례적 조치를 취하며 선거 불신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중국 매체들은 윤 전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를 두는 외교 정책을 펼치고, 한국 내 반중 정서가 높아진 만큼 차기 정부의 한중관계 개선 의지에 주목했다. 이날 관영 중국중앙(CC)TV와 신화통신은 서울 영등포구 투표소 앞에서 생중계를 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3일 양극화된 한국의 정치 상황을 전하며 “한국 경제가 위축되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차기 정부는)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 경색된 외교를 회복해 양자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6-03
    • 좋아요
    • 코멘트
  • “오빠 치면 ‘동지’로 자동전환… 北, 폰으로 세뇌-감시”

    영국 BBC방송이 한국식 표현을 검열하고 이용 화면을 정기적으로 캡처하는 북한의 스마트폰 기능을 소개하며 “북한이 스마트폰을 통해 ‘조지 오웰 방식’으로 사람들을 세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를 통해 ‘빅 브러더’가 지배하는 전체주의 감시 사회를 그려낸 영국 작가다. 1일(현지 시간) BBC와 뉴욕 포스트에 따르면 북한의 스마트폰은 한국식 표현을 입력하면 이를 북한식 표현으로 자동 수정하고 경고 메시지를 띄운다. BBC는 지난해 말 한국의 대북 매체가 입수한 북한 휴대전화를 통해 이런 프로그래밍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줬다. 한국 여성들이 연인이나 배우자를 부를 때 많이 쓰는 말로, 드라마를 통해 북한에도 널리 알려진 ‘오빠’란 글자를 입력하자 자동으로 ‘동지’로 바뀌었다. 이어 ‘경고!: 친형제나 친척 간인 경우에만 쓸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또 ‘남한’을 입력하면 ‘괴뢰지역’이라는 글자로 변경됐다. BBC는 “오웰적 수법”이라며 “스마트폰은 북한이 사람들을 세뇌하는 데 사용하는 필수 수단”이라고 진단했다. BBC는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스마트폰이 5분마다 자동으로 은밀하게 스크린샷을 찍어 사용자가 접근 불가능한 비밀 폴더에 이를 저장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뉴욕포스트는 “아마도 북한 당국은 비밀 폴더에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21세기 색채를 띤 기괴한 오웰식 관행”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정은 독재 정권이 기술 부문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BBC는 “북한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은 나라”라며 “그러나 일부 방송사와 비영리 단체가 한밤중 북한에 전파를 보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비밀리에 청취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의 영화, 드라마, 가요, 뉴스 등이 매달 수천 개의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와 마이크로 SD카드에 담겨 북한으로 밀수된다고 보도했다. BBC는 “한국 TV 드라마는 겉보기에는 무해하지만 고층 아파트와 빠른 차, 고급 레스토랑 등 남한의 평범한 일상이 담겨 북한 주민들에게 충격을 준다”고 진단했다. 앞서 북한은 2023년부터 한국식 표현을 사용하거나 한국식 억양으로 말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스마트폰을 압수할 경우 문자 메시지 등에 한국식 표현이 있는지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북한에 대한 한국) 콘텐츠 보급의 상당 부분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왔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뒤 관련 원조가 삭감되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6-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서 친이스라엘 행사에 화염방사기 발사 6명 부상

    1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또 다시 반(反) 유대주의 테러로 추정되는 사건이 일어나 6명이 다쳤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이 총에 맞아 숨진 지 열흘 만의 테러 재발에 미국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 경 이스라엘 옹호 행사가 열리고 있던 콜로라도주 볼더시의 펄 스트리트 쇼핑몰 근처에서 “무기를 소지한 남자가 사람들에게 불을 붙였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목격자들은 한 남성이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을 외치며 일종의 화염방사기를 사용해 이스라엘 옹호 행진을 하던 군중 속으로 불을 뿜었다고 전했다. 이날 사고로 67세에서 88세 사이의 시민 6명이 심각한 화상 등 부상을 입었다.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현장에서 검거된 용의자는 45세의 남성 모하메드 사브리 솔리만으로, FBI는 이날 사건에 대해 “특정 대상을 겨냥한 폭력 행위임이 명백하며 테러 행위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공격을 받은 시위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인들을 납치한 2023년 말부터 지역 유대인들이 정기적으로 가져왔던 것”이라며 “이들은 매주 일요일마다 붉은색 옷을 입고 인질들의 이름을 외치며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행진을 가져왔다”고 전했다.로이터통신은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X 게시물을 인용해 “용의자는 비자를 초과 체류했으며 이전 행정부에서 취업 허가를 받은 자”라고 전했다. 유대인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런 끔찍한 일이 계속돼서는 안된다”며 “우리는 반 유대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최근 미국에서는 가자지구 전쟁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며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워싱턴DC에서 젊은 유대인 교류 행사에 참여 후 귀가하던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4월에는 괴한이 한 밤중에 유대인인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의 관저에 침입 후 불을 질러 논란이 됐다.AP통신은 “이번 사건이 벌어진 지역에서는 4년 전에도 총격 사건이 발생해 10명이 사망했던 곳”이라고 조명했다. 해당 지역은 미국 최악의 총기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1999년 컬럼바인 고교 총격 사건이 발생한 곳과도 가깝다. 당시 컬럼바인 고교에서는 학생 두 명이 900여 발의 총알을 무차별 난사해 13명이 사망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6-02
    • 좋아요
    • 코멘트
  • 美, 철강관세 또 폭주 두배로… K강관 수출 치명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 제품에 부과 중인 관세를 25%에서 두 배인 50%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달 4일부터 발효되는 이번 조치는 알루미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올 3월부터 시행된 25% 관세로 지난달 대미 철강 수출이 전년 대비 20% 넘게 줄어드는 등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한국 철강업계에 추가적인 충격이 예상된다. ● 수출 20% 넘게 줄었는데 ‘2차 폭탄’ 투하 트럼프 행정부는 3월 12일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한국은 2018년부터 적용받던 연간 263만 t까지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쿼터제(수입 물량 할당제)가 폐지되면서 이후 모든 수출 물량에 대해 관세가 적용됐다. 관세 부과 이후 미국 내 철강 가격은 급격히 상승했다. 미국 철강 가공유통업체 피닉스 스틸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월 약 700달러 수준이었던 미국 중·서부 열연강판 가격은 4월 초 940달러로 34.3% 급등했다. 미국의 철강 수입량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미국철강협회(AISI)가 집계한 4월 철강 수입량은 207만3000t으로 전월(250만1000t) 대비 17.1% 줄었다. 이는 관세 부과를 앞두고 3월 미국의 수입 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한국은 4월 기준 미국의 세 번째 철강 수입국이다. 한국산 수입량이 전월 대비 26.9% 감소했지만 여전히 18만5000t으로 상당한 물량을 한국에서 공급받고 있다. 추가적인 관세 인상은 25% 시나리오로 미국 수출 계획을 세워 가던 한국 기업들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강관 수출 ‘초비상’… 연쇄 타격 불가피 이미 25% 관세로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는 한국 철강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2차 관세 폭탄’에 당혹해하고 있다. 특히 강관 분야의 피해가 치명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4년 강종별 전체 출하량 대비 대미 수출에서 강관이 23.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의 경우 미국 수출 의존도가 각각 97.9%, 78.2%에 달한다. 국내 1위 철강기업 포스코도 추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포스코의 직접 대미 수출 비중은 2∼3% 수준이지만 열연강판과 후판 등의 소재를 국내 강관업체에 공급하고 있어 강관업체의 수출 둔화가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하반기(7∼12월) 전망에서 “관세 및 미국의 자동차 수요 부진 영향으로 하반기 수출 물량이 4.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연간 수출액은 전년 대비 2.1% 줄며 3년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4일부터 50% 관세가 적용된다는 것은 이미 지난달 선적한 물량부터 대상이라는 뜻”이라며 “앞으로 계약할 때부터 가격 인상은 물론이고 계약 물량 조절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현지 철강 가격 인상만 부추길 뿐 미국 내 제조업을 자국 기업 위주로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이 매년 2000만 t 이상 철강을 수입해 온 건 그만큼 현지 생산량이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관세 조치로 미국 철강사들이 혜택을 볼 순 있겠지만 이들이 단기간에 생산량을 끌어올릴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6-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 “하버드대 유학 신청자 SNS 검증” 계정 비공개땐 비자 막을듯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최근 주요 대학 내 반(反)유대주의 확산 차단, 안보 위험 제거 등을 이유로 중국 등 각국 유학생에 대한 각종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하버드대 유학 신청자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검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특히 이 같은 검증 과정에서 소셜미디어 활동이 전혀 없거나 계정을 비공개로 설정한 신청자의 경우 사실상 비자를 발급하지 않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미국 주요 대학들은 ‘집중 타깃’이 된 하버드대처럼 되지 않으려고 백악관과의 물밑 접촉에 나섰다. 일부 대학은 미국 입국 거부를 우려해 방학 기간에도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학내 유학생들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소셜미디어로 반유대주의 검증 폴리티코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무부는 전 세계 외교 공관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서명한 전문(電文)을 보내 “어떤 목적이든 하버드대에 오려고 비(非)이민 비자를 신청한 사람의 온라인 활동을 철저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즉시 시행되는 이번 조치의 대상자는 유학생은 물론이고 교수, 연구원, 대학 직원, 초청 강연자 등까지 모조리 포함한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달 27일 유학생 등의 비자 신규 면접을 중단하고 소셜미디어 검증 또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 첫 번째 조치로 하버드대 유학 및 연수 관련 신청자에 대한 검증에 나선 것이다. 구체적인 검증 기준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자 신청자의 반유대주의 성향을 집중적으로 살필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특히 비자 신청자의 온라인 활동이 전혀 없거나 소셜미디어 계정이 비공개로 설정됐다면 이를 검증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신청자를 신뢰할 수 없으므로 사실상 비자를 발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미국 주요 대학들의 움직임은 분주해졌다. 지난달 31일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대학 총장과 고위급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백악관 고위 인사와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각 대학에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폐기하라”고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고심 중이다.몇몇 대학은 학내 유학생에 대한 지원책도 내놨다. 애리조나주립대는 올해 여름방학 기간 모든 유학생에게 캠퍼스 내 주거시설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 내 해외 유학생들이 재입국이 거부될 것을 우려해 고국에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머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는 이민 당국 관계자의 불시 방문에 대비해 유학생들에게 대응 요령이 담긴 카드 또한 배포하고 있다. 학내 여러 비상 연락망의 전화번호 등이 적혀 있다.● 中 “관세처럼 미국이 제 발등 찍을 것” 이번 조치가 이미 관세 등 각종 의제로 강하게 대립 중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을 격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루비오 장관은 앞서 지난달 28일 “중국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핵심 분야’에서 연구하는 중국 학생의 비자를 공격적으로(aggressively)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인 유학생을 잠재적인 ‘국가 안보 위협’으로 못 박은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같은 달 29일 이 조치에 대해 “정치적 차별 행위”라며 불만을 표했다. 다만 2020년 말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공산당원과 그 가족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했을 때 중국이 거세게 항의했던 것보다는 반발 수위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지도부가 이번 비자 취소 정책이 궁극적으로는 미국에 더 해를 끼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은 약 28만 명, 미 경제에 기여하는 규모는 약 143억 달러(약 20조 원)다. 중국에 145%의 관세를 부과했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를 30%로 대폭 낮췄듯 이번 조치 또한 결국 미국이 완화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6-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국방, 동맹에 “자기 방어능력 키우라”… ‘안미경중’ 정면 비판도

    “미국은 과거의 도덕적이고 설교적인 외교 정책에 관심이 없다. 동맹과의 파트너십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양측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들의 역할 확대 요구를 공식화하면서 새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외교안보 전략을 재정립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은 인도태평양의 세력 균형을 무력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며 동맹국에 “자기 방어 능력을 키우라”고 압박했다. 또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중국의 해로운 영향력을 심화시킬 뿐”이라며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식 외교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 등 아시아 지역 내 미군 재편과 동맹국의 국방비 증액은 물론이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 동참 요구가 본격화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발등의 불’이 된 주한미군 감축헤그세스 장관은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중국에 대해 “아시아 패권국(hegemonic power)을 추구한다”며 “우리는 동맹국에 자신의 역할을 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역할 분담을 촉구했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요구할 동맹국 역할 분담이 주한미군 재조정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및 한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로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 국방부는 8월 내놓을 최상위 국방정책 지침인 국가방위전략(NDS)에 해외 주둔 미군은 중국 견제 강화에 집중하는 대신에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증액해 북한과 러시아 등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도록 하는 방안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현재 북한 억제에 집중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하고 2만8500명인 주한미군 규모를 감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아시아 안보 전문가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한반도에서 (미군) 군사 태세의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는 한국이 중국에 대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도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4500명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미 국방부가 심각하게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감축한 사례를 설명하며 “동맹국에서 (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시키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한반도보다 대만 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중요한 건 주한미군 감축 규모 숫자가 아니라 재조정 가능성이 확실해지고 있다는 흐름”이라며 “한미동맹만 믿고 대비하지 않으면 동맹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또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국방비 지출을 높이기로 한 것을 언급하며 “필요하다면 단호하게 미국의 힘을 휘두르는 데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토에 이어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이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도록 강하게 압박할 것이란 뜻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GDP 대비 2.6%를 국방비로 사용했다.● 중국 경제 압박 동참 요구할 수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에 한국 등 동맹국의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많은 국가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과 미국과의 국방 협력을 동시에 모색하는 유혹에 빠지는 것을 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우리의 국방 결정권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중국과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제품 수입 축소 등 이른바 ‘전략적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 나선 가운데 한국 등 동맹국에도 중국과의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대선 직후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나서야 할 차기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관세는 물론이고 중국에 대한 전방위 견제에 동참하라는 이른바 ‘트럼프 청구서’가 한꺼번에 날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6-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