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룡

구자룡 기자

동아일보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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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자룡 기자입니다.

bonhong@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남북한 관계14%
국방13%
국제일반7%
대통령3%
정치일반3%
기타60%
  • 하얼빈서 北핵실험 항의시위… 中 묵인

    중국 동북지방에서 당국의 묵인하에 북한 6차 핵실험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중국 대학에서 공부하려는 북한 유학생들의 유학 신청을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북-중 관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중문판에 따르면 17일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도심에서 시민 몇 명이 북한 핵실험에 항의하는 푯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시위를 주도한 인권운동가 위윈펑(于云峰)은 “어느 국가도 핵실험을 자기 내륙에서 하지 접경지역에서 하진 않는다”며 “북한은 중국 접경지대에 바싹 붙어 핵실험을 벌여 중국에 지극히 큰 위협을 가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북한 6차 핵실험을 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중국과 가깝게는 36km밖에 되지 않는다. 핵실험으로 인한 연쇄 반응과 대기 오염이 모두 중국 땅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시위를 벌일 때 현지 공안은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15일에도 반북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중국 대학들이 북한 유학생들의 추가 입학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물리학, 재료과학 등 핵과 미사일 개발과 관련 있는 학과에 지원하는 북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학 신청 거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하얼빈공대 관계자는 SCMP에 “북한 학생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외교적 항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 측이 국적에 따른 차별이 아니냐고 물었고 우리는 확실한 입장을 밝혔다”며 “입학 거부는 북한 신청자들의 학업 능력이 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참여한 핵심 인력이 하얼빈공대 등 중국 대학에 유학 와서 관련 기술과 지식을 익히고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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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계 복귀-권력 견제… 아시아 90대 老정객들 살아있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92)는 총리에서 물러난 지 14년 만에 올해 7월 정계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18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상반기 총선에서 야당 대표로 출마해 나집 라자크 총리를 실각시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장쩌민(江澤民·91) 전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 달 18일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을 앞두고 자기 계파 인물들을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앉히기 위해 막후 영향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주요국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90대 주요 원로 정객들이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며 활동하고 있다. 은퇴 시기를 훨씬 넘긴 노(老)정객들이 다시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전 총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의 명성을 되찾는 게 목표”라고 정계 복귀 이유를 밝혔다. 마하티르 전 총리가 실각시키겠다고 공언한 나집 총리는 국영투자회사 1MDB를 통해 10억 달러(약 1조1275억 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나집 총리와 양아들 리자 아지즈가 1MDB 국부펀드로부터 각각 6억81만 달러, 2억38만 달러를 받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간 총리를 지내며 근대화를 이끌었던 마하티르 전 총리는 7월 ‘신야권연합 희망연대(PH)’의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정치 무대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중국의 장 전 주석은 톈안먼(天安門) 사태 직후인 1989년 6월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총서기에 전격 발탁된 후 2002년까지 총서기를 지냈다. 그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집권한 후에도 중앙군사위 주석을 3년가량 더 맡았고, 자신의 측근들을 정치국 상무위원과 군사위 부주석에 심어 뒀다. 그는 20년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며 주요 정치 계파 중 하나인 ‘상하이방(上海幇)’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정부 5년간 진행된 반부패 사정(司正)으로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법위 서기 등 수족들이 잘려 나갔다. 이번 당대회에서 한정(韓正) 상하이 서기 한 명이 남으면 다행인 처지가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하이방 맹주’로 시 주석의 1인 지배 체제 강화를 견제하는 데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건강이상설이 나오자 5월 말 자신의 장남 장몐헝(江綿恒)이 총장으로 있는 상하이과기대를 공개리에 방문해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올해 8월에 열린 중국 전현직 지도자들의 비밀 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도 시 주석 권력 확대 견제에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대만의 리덩후이(李登輝·94) 전 총통은 장제스(蔣介石) 장징궈(蔣經國) 부자의 장기 집권에 이어 1988년 대만에서 태어난 본성인(本省人)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총통이 됐다. 총통 직선제 도입 등 민주화의 초석을 닦았으며 대만독립 노선을 분명히 했다. 그의 노선에 반대했던 중국은 1996년 총통 선거 당시 대만해협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였다. 그의 재선을 막기 위해서였지만 결과는 재선 성공이었다. 2000년 퇴임 이후 조용히 지내던 그는 최근 보다 자주적인 대만의 위상을 세우기 위한 헌법 개정을 주창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리덩후이 기금회’ 주도로 ‘헌법 지금 바꾸자’라는 사이트도 열었다. 일본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93) 전 총리는 1995년 총리 재직 당시 제2차 세계대전 전후 50년을 맞아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를 표현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올해 5월 제주포럼에 참석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한일 우호 관계 복원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종필 전 총리(91)는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거나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 예비 후보 여야 정치인의 예방을 받아 ‘정치 9단’으로서 훈수를 하며 ‘3김 시대’의 역사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양의 90대 정치 지도자로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93)이 대표적으로 건재한 사례로 꼽힌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7-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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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전통파-국제파 대립 과거비해 격렬… 대북 셈법 변화 주목”

    북한이 ‘핵무력의 종착점’을 향해 달릴수록 중국 내에서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며 이는 종국적으로 중국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한국의 중국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北京)대의 자칭궈(賈慶國) 국제관계학원 원장과 주즈화(朱志華) 저장(浙江)성 당대국제문제연구회 부회장의 대북정책 논쟁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논쟁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동북아연구실장은 “과거에도 전통파와 국제파 간 대립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매우 표현이 직설적이고 격렬해 내부 분열이 더 심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박 실장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북한이 불량국가로 남아 있으면 중국 내부의 대북정책 기류는 더욱 강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주요 2개국(G2)으로 나아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북한이 전략적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좌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북한을 감싸고도는 전통파와 북한에 매를 들고 나아가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국제파 간의 노선 투쟁이 격화할 것이란 이야기다. 전병곤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좀 더 분명한 상황이 발생하면 논쟁은 더욱 격화되고 중국의 대북 셈법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핵 문제로 인해 미중 간 무역에서 중국의 이익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면 중국 내부에서도 대북정책 변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흥호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소장도 “한반도를 포함해 중국의 주변국 외교가 어느 때보다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며 “북핵을 막지 못하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보복으로 일관하는 한반도 정책에 대한 불만이 내부적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도 자 원장과 같은 국제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심지어 전통파와 갈등을 빚는 모습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문 소장은 “중국 정부는 학자들 간의 논쟁을 일정 수준에서 관리하면서도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강경론이 나오는 것을 북에 대한 압박의 지렛대로 쓰고 미국 등 서방에는 내부에 이견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비주류의 견해를 참고하지만 실제 정책 결정에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럼에도 비주류의 비판이 나오는 걸 막지 않는 것은 북한을 보호하고 감쌀 필요가 없다든지 북한에 대해 강하게 처벌하고 제재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는 걸 북한에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연구소 소장도 “주 교수는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다”며 “중국 정부가 자 교수의 주장을 제대로 반박하고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었다면 훨씬 더 저명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을 앞세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논쟁이 단기간에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전병곤 실장은 “중국 내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이견과 논쟁이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며 “다만 중국의 대북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커다란 논쟁이 촉발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이 같은 논쟁이 나온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많은 학자들이 논쟁에 가세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이세형 기자}

    • 20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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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치산 “푹 쉬기도 해야”… 黨대회 한달 앞두고 퇴진 시사

    “계속 일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푹 쉬기도 해야 한다.” 다음 달 18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유임될 것으로 알려진 왕치산(王岐山·69·사진)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겸 정치국 상무위원이 최근 물러날 뜻을 밝혔다고 홍콩 밍(明)보가 18일 전했다. 왕 서기와 가까운 인물로 군부 배경을 가진 태자당(太子黨) 인사가 최근 왕 서기에게 “제19차 당대회 후 직위 변동이 있느냐”고 거취를 묻자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왕 서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측근 인사로 시 주석의 최대 업적인 반(反)부패 드라이브를 진두지휘해 온 인물이다. 신문은 지난 1개월 남짓 기간 기율위 내부에서 대폭적인 인사이동이 이뤄졌으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간부를 기율위 감찰실 주임 등으로 발탁한 것도 그의 퇴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위 관료가 은퇴하기 전 자신이 신임하는 부하 중 공이 큰 사람을 특별 승진시키는 것이 중국의 관례다. 실제로 왕 서기는 8일 전국 기율위와 검찰원 표창 행사에서 “만사가 시작이 어렵지만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지난 5년을 회고한 뒤 “각 세대는 각 세대가 갈 길이 있고 사명이 있다”며 퇴임을 시사했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달 소식통을 인용해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7명 명단에서 왕 서기가 빠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밍보는 왕 서기가 맡았던 기율위 서기는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이 상무위원에 진입한 뒤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올해 69세인 왕 서기는 ‘7상8하(七上八下·67세 미만은 유임하고 68세 이상은 물러난다)’는 불문율을 깨고 상무위원에 남아 차기 총리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왕 서기가 퇴진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왕 서기가 추진해온 반부패 사정을 보다 제도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의 1인 지배 체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불문율까지 무시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다. 왕 서기는 지난 5년간 ‘권력에 의한 반부패’에서 ‘제도에 의한 반부패’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번 퇴진도 ‘공을 세우고 물러나는(공성신퇴·功成身退)’ 모범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밍보는 풀이했다. 공성신퇴는 고전 ‘노자’의 ‘공을 이루고 이름을 날리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리’라는 구절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다. 지난 5년 ‘시-왕 체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 주석의 측근이자 부패 척결의 선봉이었던 왕 서기가 퇴진하는 경우 시 주석 측근인 리잔수 주임과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시 서기가 상무위원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공산주의청년당 계열의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왕양(汪洋) 부총리,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 그리고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계열의 한정(韓正) 상하이(上海)시 서기 등의 7인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시되고 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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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11>북한의 대북 제재 피하는 8가지 방법과 중국

    북한의 6차 핵실험(9월 3일)에 대해 유엔 대북 재제 결의안(9월 11일) 2375호는 대북 석유 수출 축소도 포함했다. 기존에 공급된 석유와 석유 제품 기준으로 30% 가량을 줄이는 것이어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나 북한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어떤 꼼수를 부릴 지도 관심이다. 마침 미국 정부와 UN 전문가 패널은 제재 국면에서 어떻게 제재를 피해 외화를 획득하고 있는 지 8가지 유형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먼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전한 제재 회피 8가지 방법을 살펴보고 역시 중국의 역할이 왜 중요한 지 분석한다. 보고서가 지적한 8가지 유형은 물물교환, 밀수, 선박 관련서류 위조, 해외 노동자 파견, 민간장비를 군사장비로 개조, 위장회사, 외교관 동원, 무기 및 군사 훈련 수출 등이다. ‘상품 물물교환’은 석탄 및 다른 광물과 무기 부품, 사치품 등을 직접 현물로 교환해 자금 거래 추적을 피하는 것이다.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의 ‘즈청금속’은 북한에 핵과 미사일 부품을 제공한 댓가로 철과 무연탄을 구입했다. ‘밀수’는 전통적인 밀반입 외에 북한 제품을 해상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등으로 빼돌린 뒤 러시아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세탁해 판매하는 것이다.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많은 선박을 국내용으로 등록한 뒤 실제로는 국제 해역에 동원해 검문 감시를 피하고 있다. 해외에 파견된 약 10만 명의 근로자들은 매년 5억 달러 가량의 외환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미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6차 핵실험 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재제 결의안 2375호에는 북한 근로자의 신규 파견을 금지했지만 이미 파견된 근로자들이 벌어들이는 것은 제재 밖에서 외환 획득의 주요 원천이 되고 있다. ‘만수대 해외개발’ 등이 해외 근로자 파견을 주관하며 임금 일부를 떼 핵과 미사일 개발 비용을 충당해 왔다. 북한이 올해 4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벌일 때 ‘북극성-1호’ 미사일을 싣고 등장한 트럭의 연료탱크에서 ‘시노트럭’이라는 표시가 발견됐다. 2년 전 10월 퍼레이드에도 같은 종류의 트럭이 등장했다. 중국 국영업체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민간용으로 수출돼 제재에서 빠졌으나 사실상 군용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 진출한 북한 업체들이 위장회사를 차려 놓고 계좌를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 추적이 쉽지 않다. 중국 회사를 이용해 거래를 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해 대북 금수 물자 수출로 적발된 단둥의 홍샹(鴻翔)개발은 북한을 도와 해외 은행거래를 해준 정황이 포착됐다고 UN 보고서는 지적했다. 전세계에 파견된 외교관이나 외교관 가족들 이름으로 개설한 계좌도 제재를 피해 사용될 수 있다. 김철삼은 단둥에 있는 북한 대동은행의 대표인 김철삼은 자신의 이름으로 중국과 홍콩에 적어도 8개의 계좌를 개설하고 수백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해왔다. 무력 충돌과 분쟁이 많은 중동과 아프리카에 은밀히 무기를 수출하거나 군사 훈련을 시켜주고 외화를 얻는 것도 제재 밖의 외화 획득 방법으로 지목됐다. 앙골라, 콩고, 에리트리아, 모잠비크, 나미비아, 우간다,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북한과 군사적 교류를 하고 있으며, 시리아 등 중동의 일부 국가도 북한과 무기거래를 하고 있다. 북한이 동원하는 이들 제재 회피 방법 중에 중국과 관련되거나 중국의 도움이 없다면 크게 효과가 줄어들 것이 많다. 물물교환이나 밀수 등은 대부분 중국을 매개로 이뤄진다. 해외 파견 근로자도 중국과 러시아가 가장 많다. 군용으로 전환될 수 있는 설비나 물자를 제공하거나 해외 위장회사 설립 운영에도 중국과 관련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외교관의 불법 행위나 무기 판매, 군사 훈련 2가지 외에는 모두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단속 의지를 가지지 않을 경우 이같은 회피 수단은 제재 자체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 중국은 대북 제재에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면 ‘방울을 단 미국이 해결하라’는 식으로 회피한다. 북한 핵개발 중단이나 폐지 등 ‘한반도 비핵화’로 가기 위해서는 이런 제재의 구멍들이 막아야 함을 새삼 보여준다. 18일 일본 아사히신문도 이런 18일 중국의 민간 기업이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소재를 북한에 수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중국 민간 기업이 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고순도 텅스텐과 알루미늄 합금을 북한의 중앙과학기술무역회사에 밀수했다는 것. 소식통은 이 중국 기업이 해당 소재를 고속도로 건설공구로 위장한 뒤 선박을 사용해 밀수했다며 중국의 실무 당국자가 밀수를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한국 군사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협력하는 중국 기업이 10여곳이나 있다고 설명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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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내부, 시진핑 ‘北감싸기’ 비판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급진전되면서 후원국인 중국 내에서도 대(對)한반도 정책 노선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끝내 중국의 대북 제재 책임론 및 한국 미국과의 북한 급변사태 협의론을 중심으로 유명한 한반도 전문가들이 공개적으로 정면충돌했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정치학원장은 15일 기고문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중국의 안보에도 심각한 위험이다. 이런 판단이 있어야 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제재를 진행할 수 있다. 당신은 북한을 무조건 비호하는 입장이냐”며 주즈화(朱志華) 저장(浙江)성 당대국제문제연구회 부회장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최근 자 원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이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인정하고 한미와의 소통 등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인터뷰를 한 것에 대해 중국 공안(한국의 경찰) 출신의 주 부회장이 “중국 북핵 외교 핵심 원칙의 마지노선을 뒤집은 허튼소리”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에 대한 재반박 형식이었다. 여기에 정치평론가인 덩위원(鄧聿文) 차하얼(察哈爾)학회 고급연구원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중국은 사드 배치를 반대할 명분을 잃었으며 지난 1년간의 사드 반대로 한중 관계만 악화됐다”고 사실상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중국 공산당의 노선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16일 싱가포르 연합조보 기고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논의할 추가 결의안에 따라) 석유 금수 조치를 실시한 이후에도 북한이 다시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중국의 체면에 먹칠을 하면, 그땐 식량도 끊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핵심적 대외정책에 대한 이견을 허용하지 않아온 중국에서도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조금씩 늘어왔다. 하지만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국제사회가 중국의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하는 민감한 시점에 민감한 이슈에 대해 공개 논쟁이 확대되고 있어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자 원장과 덩 연구원 등이 정부와 견해를 같이하는 주류 학자들은 아니지만 비주류 진영이 주도하는 논쟁이 확산되면 그동안 북한을 감싸온 중국 공산당 역시 대북정책과 사드 반대 정책 등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는 임계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구자룡 기자}

    •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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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차 핵실험으로 北에 뺨 맞은 시진핑, 국제사회서 고개 못들어 석유제한 찬성”

    중국이 대북 석유 공급 축소에 찬성한 것은 스스로 인내의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내부에서 나왔다. 덩위원(鄧聿文·사진) 차하얼(察哈爾)학회 고급연구원은 16일 싱가포르 연합조보 기고에서 북한 6차 핵실험 후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서 석유 공급 30% 제한에 동의한 것과 관련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명분마저 잃게 하는 등 북한이 공공연히 중국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권위에 도전하고 전략적 위상에도 큰 흠집을 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북한에 대해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말라는 ‘레드라인’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6차 핵실험은 이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북한이 9월 3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열리는 날 수소폭탄 실험을 한 것은 중국과 시 주석의 뺨을 때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석했다. 시 주석은 이런 김정은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누구도 그의 말을 듣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 덩 연구원은 “시 주석의 권위는 치솟고 있는데 (북한의 핵실험 도발로) 국제사회에서는 고개를 들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번에도 확실한 힘을 보여주지 못하면 책임 있는 대국이 되려고 했던 그간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 6차 핵실험으로 중국이 사드를 반대할 도덕적 기반을 잃었고 앞으로도 반대를 지속하기 어렵게 됐다는 선언은 이번 기고의 핵심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막지 못하면서 한국에 사드 배치만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덩 연구원은 이런 현상이 6차 핵실험 이후 대응에도 그대로 나타난다면 중국에 심각한 결과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이 주도권을 상실한 사이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채 한국 일본과 손잡고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고, 심지어 북한에 대한 외과수술식 군사행동에 나서더라도 중국은 지켜보기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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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류 “북핵은 美 탓” vs 비주류 “北 버릴수 있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심화되면서 중국의 대북 정책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주요 외교정책에 관한 학자들 간의 스펙트럼은 계속 확대돼 왔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원장과 ‘친미(親美)’ 논쟁을 벌인 주즈화(朱志華) 저장(浙江)성 당대국제문제연구회 부회장은 전형적인 보수파로 분류된다. 정부의 공식 입장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적극 지지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미국의 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사드 배치를 강력히 비판한다. 신문 기고 등을 통해 ‘친북 반사드’ 논조를 줄기차게 전개하는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도 이 부류다. 이들의 대척점엔 ‘북한 비판’ 학자들이 있다. 장롄구이(張璉괴) 중앙당교 교수, 덩위원(鄧聿文) 차하얼(察哈爾)학회 고급연구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덩 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을 버릴 수도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스펙트럼에서 이들보다 중앙 쪽에 가까운 자 원장은 “북한은 전략적 자산이 아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교수, 선딩리(沈丁立) 푸단(復旦)대 교수 등은 ‘제한적 북한 비판’ 성향이다. 거듭되는 핵실험에 석유 공급 중단 불가피론도 펴지만 김정은 정권 붕괴로 인한 혼란은 안 된다고 말한다. 칭화대 옌쉐퉁(閻學通) 교수 등 이른바 ‘현실주의’ 학파는 이데올로기가 아닌 지정학적 현실주의와 국가 이익에 따라 중국의 외교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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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10>롯데, 마트 中 철수가 전화위복이 되려면…

    2008년 독일계 ‘마크로’ 등을 인수하며 중국의 대형마트 시장에 진출했던 롯데마트가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철수를 발표했다. 1997년 상하이(上海) 1호점을 시작으로 2010년 27개까지 점포수를 확장했던 이마트가 최근 철수를 선언해 한국 양대 유통업체가 모두 중국에서 패퇴하는 형국이다. 롯데의 중국 철수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 결정타가 됐다. 중국은 롯데가 성주 롯데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것을 빌미로 소방 위생 점검을 벌여 온갖 치졸한 트집을 잡았다. 우리도 한 때 ‘구청 위생과와 소방서에서 점검나와 털면 식당과 점포 등은 남아날 곳이 없다’는 말이 있었다. 지난달에는 베이징 주센차오교(酒仙橋)점과 양차오(洋橋)점 2곳의 롯데마트 발전기가 에너지를 과다 사용했다며 발전기와 변압기를 뜯어가 몰수했다. 이 물품은 경매 처분된 뒤 모두 국고로 들어간다고 한다. 경매 예상가는 400만 위안(약 6억 8000만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당국은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했다. ‘중국이라지만 참 별의별 법과 규정도 다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롯데는 중 당국의 집요한 ‘세무 위생 소방 점검 3종 세트 털기’로 99개 마트 중 87곳의 영업이 이미 중단됐다. 문을 닫고도 직원들 월급은 지급하는 등 출혈을 거듭해 3월과 8월 총 7000억 원을 긴급 지원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롯데는 중국 현지의 골드만 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마트 99개와 슈퍼 13개 등 중국내 112개 점포의 일괄 매각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올해 내 철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중국이 어떤 몽니를 부리며 매각과 철수를 방해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롯데마트의 철수는 중국에 들어온 다른 많은 외국 기업에게도 경종이 될 수 있다. 중국에서 비즈니스하는 정치적 리스크가 얼마나 큰 지를 잘 보여준 것이다. 중국 정부에 밉보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아무리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자유무역의 대변자로 나선 듯 연설을 해도 집요하게 괴롭힘을 당하면 배겨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사드 보복으로 롯데를 궁지로 몰아 철수하게 한 것은 중국에게는 시장 질서에 대한 부당한 권력의 몽둥이를 휘두른 멍에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중국에게도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롯데마트 철수와 관련한 중국 당국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비판에서 한 번 숨을 고르고 숨을 돌리면 또다른 측면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롯데가 사드 보복 때문에 중국에서 철수하지만 그게 다인가’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오프라인 위주의 중국 롯데 유통사업’이 사드 보복이 아니어도 시장 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마트가 2015년 7월 산둥성에서 4곳 문을 닫았다. 사드와는 무관하게 현지 토종 유통업체와 알리바바, 징둥(京東) 등 전자상거래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해 8월 신동주 전 롯데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중국 사업에서 1조원의 적자를 냈으나 고의로 보고를 누락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이를 뒤늦게 알고 격분했다”고 주장했다. 롯데판 ‘형제의 난’ 와중에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나온 것이지만 중국에서의 롯데 사업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한국 내 백화점의 대명사로 유통업계의 선두이자, 자존심이기도 한 롯데의 중국 진출은 어디에서 왜 꼬였나. 전문가들이 분석할 일이지만 이를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 바로 중국 1호 롯데 백화점의 진출과 퇴장이다. 롯데백화점은 2008년 8월 1일 베이징(北京)의 최대번화가 왕푸징(王府井) 거리에 1호점을 열었다. 중국 인타이(銀泰)그룹과 50대 50 합작한 것으로 이름은 ‘낙천인타이바이훠(樂天銀泰百貨)’다. 매장은 지하 1층부터 7층, 8층은 식당가로 영업면적 3만6060㎡로 소공동 롯데백화점의 3분의 2 크기다. 국내 백화점으로서는 첫 중국 진출이자 롯데는 러시아 모스크바점에 이어 두 번째 해외 진출이다. 당시 베이징 올림픽 개막(2008년 8월 8일)을 며칠 앞두고 롯데 관계자들은 현지 특파원 간담회 등을 갖고 1호 백화점 오픈을 앞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롯데 백화점 왕푸징점은 문을 열기 전부터 문을 닫을 날만 남았다’는 ‘필패론(必敗論)’을 제시했다. 가장 큰 이유는 ‘거기는 백화점이 들어설 자리가 아니다’는 점이었다. 말이 ‘최대 번화가 왕푸징’이지 왕푸징 관광거리의 북쪽 끝에서 왕복 4차로 도로를 하나 건너는 곳에 있다. 길 하나가 무슨 대수냐고 하겠지만 마치 길을 사이에 두고 백화점이 있는 곳은 왕푸징 밖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보다 심각한 단점은 백화점이 번화가의 중심가에 있지만 ‘자가용 접근의 오지’라는 점이다. 왕푸징 및 배후 거리는 이미 자가용 시대로 접어든 베이징 시민들이 차를 몰고 접근하기에는 매우 불편한 곳이다. 베이징 중심가 창안제(長安街)에서 차를 몰고 가다 쑥 들어갈 수도 없다. 왕푸징 보행거리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주변을 지나는 대중교통도 적을뿐더러 택시를 타기도 쉽지 않다. 특파원 시절 백화점 근처에서 택시를 잡으려다 주변 도로에서 10여분 이상을 헤맸고 결국은 몇 백 미터 이동해서야 잡은 기억이 있다. 휴일이면 장사진을 친 자동차들이 소공동 롯데 백화점에 들어가 쇼핑을 하는 광경은 상상할 수가 없다. 조금 멀리에 ‘지하철 1호선 왕푸징역’은 있다. 그리고 왕푸징에는 베이징 뿐 아니라 중국 전역의 관광객, 세계 각 국에서 베이징 중심의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 등을 둘러보는 관광객이 모인다. 여름에는 그야말로 미어터진다. 그런데 그들이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할까. 이른바 주변에 사람은 많으나 ‘뜨내기 관광객’이자, 백화점이 타깃으로 하는 고급 소비자가 아니다. 고급 소비자는 차를 몰고 접근하기 편한 곳으로 간다. 중국에 처음 들어간 롯데는 그렇다고 치자. 중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 중의 하나인 합작 파트너 인타이는 그럼 왜 이곳에 합작해서 백화점 문을 열자고 했을까. ‘50 대 50 합작’이라고 하지만 인타이는 건물을 제공하고 롯데는 월세를 내는 구조다. 인타이로서는 월세를 확보했으니 영업이 어떻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타이는 속으로 웃을 것이다’고 필패론을 편 전문가는 단언했다. 인타이는 어차피 크게 활성화되지 않고 반은 놀리는 건물에 ‘봉이 들어왔다’는 말까지 있었다. 롯데가 이곳을 보고 만족했다면 소공동 백화점처럼 가장 중심가에 있다는 점, 베이징의 중심에 있다는 점을 꼽았을 수는 있다. ‘암 백화점 자리는 시내 중심가여야지’하는 겉멋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개점 첫 해에 172억원, 이듬해 345억원 등 매년 적자가 늘어가던 왕푸징점은 2013년 지분 50%를 매각하고 철수했다. 롯데는 지금은 톈진(天津)에 두 곳, 선양(沈陽), 웨이하이(威海), 청두(成都) 5곳에 백화점이 있다. 3조 원을 투자한 선양 롯데월드 프로젝트도 지난해 11월 공사중지 처분을 받은 이후 작업이 멈춰있다. 쓰촨(四川) 성 청두에도 1조 원을 투입한 복합단지 프로그램을 건설 중이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중국이 사드 보복의 대상을 마트에서 백화점까지 확대하면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알 수 없다. 마치 ‘볼모’가 된 느낌도 든다. 하지만 이들 대규모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위협하는 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중국이 ‘인터넷 쇼핑 세상’으로 바뀌고 있으며 알리바바와 징둥 같은 현지 업체들을 당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도 2015년에만 백화점 150곳이 폐점했다. 1994년 중국에 첫 진출한 롯데는 22개 계열사가 120여개 사업장, 2만6000여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백화점 5개와 롯데마트와 슈퍼 112개, 롯데리아 18개, 롯데시네마 12개점 등이다. 여기에 식품 및 화학계열사인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등은 생산기지도 두고 있다. 롯데는 유통 뿐 아니라 전 분야를 통들어서 ‘아시아 톱 10’ 그룹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드 보복을 결정타로 맞아 롯데마트가 철수하게 된 것이 중국 사업 전반에 대한 재평가와 재출발의 계기가 된다면 그나마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 201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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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의 아이콘’이 인권탄압 외면… 두 얼굴의 아웅산 수지

    “내 마음속에 당신은 정의의 상징이었다. 최고위직에 오른 정치적 대가가 침묵이라면 그 대가는 너무나 가혹하다.” 198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즈먼드 투투 주교는 최근 미얀마 실권자이자 19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에게 보내는 편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토벌 작전이 사실상 ‘인종청소’라는 국제적 비난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수지 여사가 이를 눈감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주민 40만여 명은 지난달 25일 시작된 정부군의 무자비한 토벌작전을 피해 방글라데시 쪽 국경을 넘었다. 전체 로힝야족(120만 명)의 3분의 1이 목숨을 건 국외 탈출을 감행한 셈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 로힝야족이 거주하는 471개 마을 중 176개는 완전히 비었고 34개는 주민 일부만 남아 있는 등 40%가량이 초토화됐다고 전했다. 국경 지대에는 재입국을 막기 위해 지뢰를 매설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이드 빈 라아드 알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사태를 예의 주시해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3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고 법질서를 재확립해 시민들을 보호하는 데 즉각적인 조치를 하도록 촉구한다”는 성명을 채택했다. 미얀마 정부를 두둔해온 중국과 러시아도 동참했다. 신속한 사태 종결을 촉구하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10명의 공개서한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적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서 수지 여사가 받은 노벨평화상을 철회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에 이미 전 세계에서 4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그러나 수지 여사는 5일 터키 정상과의 통화에서 “로힝야족 사태 보도는 국가 간 분쟁을 촉발하고 테러리스트를 이롭게 하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해 실망감을 더하고 있다. 로힝야족 무장단체가 먼저 경찰 초소를 습격했고 이에 반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민주화와 인권의 아이콘’으로 널리 알려진 수지 여사에게 국제사회가 배신당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독재정권하에서 수차례 투옥과 가택연금을 겪었던 수지 여사는 2015년 총선에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승리를 이끌었지만 자녀와 남편이 영국 국적자인 이유로 대통령에 오르지 못했다. 국가자문역과 외교장관을 맡으며 실권자가 됐다. 하지만 로힝야족 토벌을 계기로 인종청소 논란의 중심에 서고 급기야 제재 대상으로 거론되는 처지가 됐다. ‘발칸의 도살자’라는 악명까지 얻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1992∼1996년 알바니아계 이슬람 주민 25만 명을 학살하면서 굳어진 반인륜적인 ‘인종청소’ 오명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수지 여사에게 따라붙고 있는 것이다. 수지 여사는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이번 주 뉴욕에서 개막하는 유엔총회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 19일로 예정된 수지 여사의 TV 방송연설이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는 135개 소수민족이 있다. 미얀마 정부는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방글라데시에서 넘어온 불법 이민자로 취급한다. 재산권도 없고 언제든 살고 있는 토지가 몰수 가능하다고 휴먼라이츠워치는 주장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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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구자룡]北-中 갈등 틈새 노리는 러시아

    러시아 극동 연해주 남단 하산에서는 두만강 건너 북한 나선과 연결되는 작은 철제 다리가 보인다. 한나절을 지켜보고 있어도 기차나 차량이 지나가는 것을 보기 어렵다. 중국 단둥에서 화물 차량이 줄지어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중국의 대북 교역액은 58억2643만 달러로 북한 교역의 91.2%인 반면 러시아는 7688만 달러로 1.1%에 불과하다. 북한이 한 해 사용하는 약 100만 t의 유류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중국에서 공급된다. 두만강을 경계로 한 북-러 국경선은 15km에 불과한 반면 북-중은 훈춘에서 단둥까지 두만강과 압록강 등을 포함해 1334km에 이른다. 중국과 비교해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엿보게 하는 수치들이다. 러시아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참여해 왔지만 의장국인 중국에 비해 존재감이 약했다. 북한의 6차례 핵실험과 50여 차례의 미사일 발사 후 나온 9차례 유엔 대북제재 결의 채택 과정에서도 중국이 핵심 플레이어였다. 대북제재 대부분은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북핵 문제에 ‘러시아 변수’가 부각되고 있다. 대북제재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아직 절대적이지만 러시아가 받쳐주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은 러시아를 통한 대북 정제유(휘발유와 중유) 공급량이 연간 250만 배럴(67만5000t)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중국 쪽 파이프라인만 틀어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북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떠밀려 제재 이행에 나서는 중국에 등을 돌리고 러시아에 더 접근하려는 모습이다. 과거의 중국 및 소련 등거리 외교 시절 양쪽을 저울질하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김형준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는 12일 북한 정권수립 69주년 기념일(9일) 연회에서 “우리 당과 정부는 러시아와의 친선 관계 전통을 세심히 다루고 이 관계가 협약으로 이어지도록 발전시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이에 호응하듯 러시아 외교부는 같은 날 공보실 명의의 논평에서 “당초 북한 경제를 고사(枯死)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주의적으로 재앙을 미칠 위험이 있던 미국의 초강경 결의안을 상당 정도 수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국립외교원 고재남 교수는 “북-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북-러 관계가 개선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대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新) 북-러 밀월’이 형성될지,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6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푸틴 대통령은 “북한은 아무리 압박해도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한국과 미국의 북핵 해법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중국이 보여온 ‘복장 터지는’ 제재 무력화 행태를 또다시 러시아에서 보게 될 우려가 커진 것이다. 한국은 푸틴 대통령이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극동 개발의 최고 파트너로 여겨졌다. 한반도를 종단하는 철도, 전력망, 송유관 가스관 등도 논의하며 어떻게 북한을 달랠지 서로 머리를 맞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러시아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에 중국과 보조를 같이하며 한국과 사이가 서먹해졌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제재를 강화해도 그 빈자리를 러시아가 메울 수 있어 대북제재의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유엔 안보리 제재에 따라 중국이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끊어도 북-러 접경지역에서 성업 중인 러시아 밀수업자들 때문에 효과가 불분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0여 년의 근현대사에서 러시아는 두 번이나 한반도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04∼1905년 러일전쟁에서 패배해 일본 제국주의의 한반도 진출 길을 열어줬다. 이어 소련은 1950년 김일성의 남침을 승인하고 지원해 3년여 피비린내 나는 6·25전쟁 동족상잔의 비극을 초래했다. 이제 다시 러시아가 한반도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세 번째 계기를 맞았다. 북한이 수소폭탄을 개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해 실전 무기화하려는 핵 질주가 가져올 재앙이 러일전쟁이나 6·25전쟁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을 수 있다. 북한과 ‘혈맹의 관계’라는 중국도 북핵에 회초리를 들려고 하는 터다. 러시아에도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하는 대국의 자세를 기대할 수 있을까.구자룡 국제부 기자 bonhong@donga.com}

    • 20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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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모그 베이징’ 수명 3.1년 단축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처럼 중국 중부를 가로지르는 화이허(淮河)강은 전통적으로 남북을 가르는 경계였다. 화이허강은 또한 겨울 난방에 석탄을 난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기준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화이허강 이북과 이남 지역 주민들의 평균 수명이 크게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석탄으로 겨울철 난방을 하는 화이허강 이북 지역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남부 지역 사람들보다 3.1년 짧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석탄을 난방 연료로 사용하는 북쪽 지방은 만성적인 대기오염으로 심폐 관련 질환을 앓는 사람이 늘어 기대수명이 단축된다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EPIC)와 중국, 이스라엘 3국 공동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2년 사이 중국 내 154개 도시를 대상으로 대기오염과 기대수명의 연관성을 조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중국은 1950∼1980년 화이허강 이북 지역의 겨울 난방을 위해 석탄 보일러를 대대적으로 보급했다. EPIC는 과도한 석탄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폐암과 뇌중풍(뇌졸중) 등 심폐기능 부전에 따른 질병을 증가시키고 사망률을 끌어올려 기대수명 차이를 낳은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2013년 7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와 중국 베이징(北京)대와 칭화(淸華)대, 이스라엘 히브리대 연구팀은 화이허강 북쪽에 거주하는 주민 약 5억 명의 평균 기대수명이 남쪽보다 5.5년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중국 당국이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실시해 그나마 오염이 줄어들어 남북 간 기대수명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EPIC는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대기 질 기준을 지키면 평균 수명이 지금보다 3년 6개월가량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 중 미세먼지가 1m³당 10μg(마이크로그램) 높아질 때마다 기대수명은 0.6년씩 단축된다는 것. WHO가 정한 대기 질 기준을 준수한다는 조건 아래 베이징 주민의 평균 기대수명은 6.4년 늘어나고,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주민의 기대수명은 6.9년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난징(南京)대는 베이징-톈진(天津)-허베이(河北)성의 사망 원인 약 3분의 1은 스모그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은 올해 초 대기오염으로 중국에서는 매년 110만 명이 조기 사망한다고 추정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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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지금도 공식적으론 ‘대북 원유수출 0’… ‘석유 제공’ 유엔에 제대로 신고할지 관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1일(현지 시간) 표결에 부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최종안에 실효성 있는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마련했다. 유엔 제재위원회는 중국을 비롯한 각국이 북한에 수출하거나 제공하는 원유 등의 기록을 보고받아 모니터링하고 결의안 위반 여부 등을 공지하기로 했다. 이행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은 형식적으로는 제재를 충실히 지킨다고 선전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11일 중국의 은행 등 전 금융기관들에 유엔 안보리 결의의 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 및 기업과 금융 거래를 즉시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결의안 표결에 앞서 발표된 이번 조치는 중국 개인과 기업을 겨냥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조치를 반대하면서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위원회는 각국이 선의로 자신의 정보를 성실하게 제공한다는 전제에서만 결의안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결의안이 각국의 대북 원유 수출을 현재 상태로 동결하라고 했지만 중국은 이미 공식 통계상으로 2014년부터 대북 원유 수출이 ‘0’이다. 그렇지만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에서 압록강 바닥을 거쳐 북한으로 연결된 송유관을 통해 한 해 50만 t가량의 원유를 무상 공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무상 공급해 온 일부를 공식 수출량으로 양성화하거나 무상 공급은 그대로 둔 채 새로 설정된 상한만큼 수출하는 경우 제재에 따른 원유 공급 감소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대북 석유 금수가 ‘생명줄을 조이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제한하는 석유량이 한 해 소비의 50% 이상은 되고 제재 기간도 3∼6개월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북한이 제재에 대비해 이미 1년 치 사용량을 비축해 놓았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밀수 및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 등 ‘뒷구멍’도 막아야 한다. 러시아가 제재에 동참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으로 망명한 전직 북한 39호실 고위 간부 리정호 씨는 6월 미국의 소리(VOA)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매년 20만∼30만 t의 연료를 수입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소재 기업들이 중개 역할을 해왔다”고 폭로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20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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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테르테 아들, 中삼합회 조직원說”

    마약 밀수 연루 의혹에 휘말린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아들이 중국계 국제 폭력조직인 삼합회의 조직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아들이라는 덫’에 발목을 잡힐지 주목된다. 10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에 따르면 7일 상원 청문회에서 안토니오 트리야네스 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아들 파올로 두테르테가 삼합회의 조직원으로 알려졌다”며 “등에 있는 용 모양의 문신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남부 다바오시 부시장인 파올로는 청문회에서 문신을 보여 달라는 트리야네스 의원의 요구를 ‘사생활 권리’를 들어 거부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틀 뒤 열린 한 행사에서 자신의 오른팔에 새겨진 장미 모양의 문신을 스스로 공개했다. 그는 다른 아들과 딸도 문신이 있다며 문신이 있다는 이유로 삼합회 조직원이라는 주장에 불만을 나타냈다. 앞서 파올로는 중국에서 필리핀으로 64억 페소(약 1423억 원)어치의 헤로인이 밀수되는 것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시 “자녀 중 누구라도 부패에 연루돼 유죄로 입증된다면 즉각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나의 아들딸과 함께 부패를 저지른 공무원이 있다면 누구든지, 친척이더라도 해임하고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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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19차 당대회 앞두고 왕치산 천민얼이 움직이다

    다음달 18일 중국 공산당 제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권력 투쟁 동향에 관심이 높은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권력 공고화를 보여주는 모습이 잇따라 연출돼 주목된다. 먼저 지난 한 달 가량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왕 서기는 3¤5일 후난(湖南) 성에서 중처(中車) 주저우(株洲) 전동차공사 공장 등을 시찰하고 순시공작 좌담회를 주재하는 모습을 관영 신화통신과 중앙(CC)TV 등 관영매체들이 6일 일제히 내보냈다. 왕 서기는 CCTV의 보도 영상에서 미소를 띠고 현지 관리들과 악수를 나누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중국 관영 매체에 왕 서기가 나타난 것은 시 주석 등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함께 8월 1일 건군 90주년 경축대회에 참석한 이후 처음이다. 왕 서기는 경축대회 직후에 열린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이후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초 사망한 중국의 저명 과학자 커쥔(柯俊)과 주잉궈(朱英國)의 영결식에 다른 상무위원들은 모두 조화나 조전을 보냈으나 왕 서기만 별다른 조의를 표하지 않았다.일본 언론과 미국의 소리(VOA) 방송 등은 19차 당대회에서 선출될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명단에서 왕 서기가 빠졌다는 보도를 내놓는 등 그의 퇴진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나타낸 것은 자신의 퇴진설을 불식하려는 것인지 주목된다. 이 자리에는 중앙순시공작영도소조 부조장인 자오러지(趙樂際) 중앙조직부장도 참석했다. 자오 부장 역시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중 한명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올해 69세인 왕 서기가 정치국 상무위원직에 대한 불문율인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 원칙을 깨고 유임할지 여부는 시주석의 장기 집권과도 연관돼 이번 당대회의 최대 관심사다. 중국에서는 관영 언론에 등장하는 지 여부가 정치적 진로나 명운을 가늠하는 한 지표가 된다. 장기간 등장하지 않는 경우 실각 또는 퇴진설이 나오며 비리 혐의 등으로 인한 조사대상으로 발표되기도 한다. 이번 당대회에 상무위원 진입설도 나오는 천민얼(陳敏爾·57) 충칭(重慶) 시 서기가 최근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에 기명 기고문을 실어 시 주석에 충성을 다짐한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천 서기가 충칭 시 서기로 부임한 이후 중앙 관영매체에 글을 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지방 당서기가 시 주석에 대한 충성 기고를 런민일보에 싣기는 이례적이다. 천 서기는 ‘4개 분야에서 충칭 발전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겠다’는 글에서 “언제 어디서라도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권위와 통일집중 지도력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천 서기는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서기(2002~2007년) 시절 선전부장을 지내며 현지 저장일보에 ‘즈장신위(之江新語)’라는 시 주석의 칼럼 초고를 4년간 쓰는 등 시 주석의 핵심 측근이다. 한편 리커창(李克强) 총리 계열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친이즈(秦宜智·51) 중앙서기처 제 1서기(장관급)가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 부국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6일 보도했다.공청단 제 1서기는 통상 비교적 큰 지방 정부 서기로 옮긴 뒤 중앙 권력으로 돌아오는 요직이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 주석과 리 총리 등이 모두 공청단 제 1서기를 지냈다. 후 주석은 1서기를 마친 뒤 1985년 구이저우(貴州) 성 서기로 나갔고 리 총리도 1998년 임기를 마친 후 후난(湖南) 성 대리성장을 거쳐 성장으로 취임했다. 차차세대 주자인 루하오(陸昊) 헤이룽장(黑龍江) 성 성장도 1서기 출신이다.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 201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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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둥서 압록강 거쳐 北으로… 30km길이 ‘김정은의 생명줄’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북쪽 외곽의 한적한 농촌 마을에 있는 작은 석유 저장소 한 곳이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소폭탄 개발에도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석유 공급 중단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단둥시 중심에서 북쪽으로 30km가량 떨어진 전안(振安)구 러우팡(樓房)진 싱광(星光)촌의 바싼(八三) 원유 저장소에는 ‘중조우의(中朝友誼) 수유기공사(輸油氣公司)’ 산하의 ‘중국석유 관도공사(管道公司) 단둥 수유참(輸油站)’이라는 간판이 정문에 걸려 있다. 800km가량 떨어진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유전에서 유조 열차를 통해 수송된 석유를 보관한 뒤 북한이 한 해 사용하는 100만∼110만 t가량의 석유 대부분을 공급하는 곳이다. 석유는 바싼에서 남동쪽으로 13km 떨어진 마스(馬市)촌 압록강변의 송유관 가압시설로 보내진 뒤 압록강 바닥에 건설된 관을 거쳐 북한으로 건너간다. 북-중 송유관은 지름 377mm, 두께 7mm, 설계 압력 2.5MPa(메가파스칼)로 연간 300만 t까지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바싼에서 북한 평안북도 피현군 백마리에 위치한 정유 공장인 봉화화학공장까지는 30.3km에 이른다. 2016년 말 현재 중국 국내의 송유관 총연장은 10만6000km에 달하지만 중국이 건설한 첫 번째 석유 수출 수송관이다. 1975년 12월 북-중 송유관이 완공될 때는 1.5m가량의 간격을 두고 정제유 수송관도 나란히 건설됐으나 북-중 관계에 ‘이상’이 있어 1981년 덩샤오핑(鄧小平)이 폐쇄했다고 중국 언론은 전한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대북 석유 공급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은 석유 공급 중단으로 경제가 파탄 나 김정은 정권이 붕괴할 수 있다는 전략적 정치적 판단이 가장 큰 이유다. 친중파로 분류되던 장성택 처형 이후 등 북-중 관계 변화에 따라 대북 석유 공급이 한 해 50만∼60만 t가량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석유 공급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거나 차단해도 그리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는 북-중 송유관과 이곳을 지나는 석유의 특징 때문이다. 석유와 관의 특성을 무시하고 송유관 밸브를 차단해 한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관 내부에 남아 있던 석유와 찌꺼기들이 굳어 다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석유 관도공사’가 작성한 ‘중국-조선 원유관 중국 구간 유동 안전성 평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다칭유전에서 채굴된 석유는 파라핀 성분이 많아 고온으로 가열한 뒤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보내야 한다. 평균 89도 이상으로 처리해야 하며 저유소를 나갈 때 최저 온도도 75도는 되어야 한다. 또한 경사가 없이 평평하게 매설된 송유관을 통해 수송하는 석유는 매 시간 최소 75m³는 되어야 하며,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도 최소 1시간당 70m³는 되어야 한다. 또한 송유를 완전히 중단하더라도 겨울철에는 2시간을 넘지 말아야 하며 여름철에도 8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최저량을 보내더라도 여름철에는 5개월, 겨울철에는 7개월을 넘길 수 없으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연간 최소 52만 t은 지속적으로 송유관을 타고 흘러야 한다고 계산했다. 바싼 저유소에서 다른 저유소와 달리 지속적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이 목격되는 것은 장거리 수송을 위해 고온 열처리를 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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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구자룡]北 핵실험 보도 외면하는 中 관영언론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 종합채널의 오후 7시 메인뉴스 신원롄보(新聞聯播)는 3일 40분간의 방송 중 북한의 6차 핵실험을 9번째 뉴스로 단신 처리했다. 외교부의 반대 성명을 그대로 읽은 게 전부다. 이 채널이 매일 오전 6시부터 3시간 동안 내보내는 종합뉴스 자오원톈샤(朝聞天下)는 4일 70여 건의 뉴스를 내보냈지만 북핵 뉴스는 빠졌다. 대부분 시간은 3일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개막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보도에 할애됐다. ‘아침에 천하(세상)의 뉴스를 듣는다’는 프로그램 제목이 무색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4일자 국제면(18면) 단신으로 북한 6차 핵실험에 관한 외교부 성명을 소개했다. 런민일보의 해외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샤커다오(俠客島)는 3일 오후 5시 48분 ‘조선(북한) 또 핵실험! 중국을 분노하게 하기에 충분하다’는 글을 올린 뒤 곧바로 삭제했다. 중국 보도만 보면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위기감이나 절박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처럼 북한 핵실험이라는 사실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관영 매체들은 북한 핵개발 억제를 위한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 카드로 대북 석유 금수가 다시 등장하는 것을 방어하는 데는 열심이다. 브릭스 정상회의의 잔치 분위기가 흐려지는 것을 막고 ‘중국 정부는 왜 더 강하게 북한을 압박하지 않는가’라는 여론이 조성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3일 영문판 사설에서 “이 시점에서 냉정한 마음으로 중국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며 “동북 지방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방사능 누출로) 환경 안전이 위협받지 않는 한 석유 금수 등 전면적 금수라는 ‘분별없는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환추시보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은 약 2분 분량의 동영상 평론도 홈페이지에 올려 “미국과 한국이 바라는 석유를 포함한 대북 전면 금수에 나서면 북-중은 적대 관계가 되고, 이는 중국의 국익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중국 학자들의 관측도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관영 언론이 국내외 뉴스를 어떻게 취급하는지에 대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중국 당국의 보도 통제를 보면서 국제사회가 북한 핵 질주를 막기 위해 중국에 걸고 있는 대북 압박 노력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아니,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에도 중국은 대북 압박에서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을 할 것 같지 않다.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 중국을 미국이 압박하고, 양국이 밀고 당기는 그동안의 래퍼토리가 또다시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앞선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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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 19차 당대회 이런 인물들이 뜬다

    중국에서 5년 마다 열리는 공산당 최대의 행사인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10월 18일 개막한다. 1주일간 열린 관례에 따르면 24일 폐막하고, 25일에는 최고 지도부인 제19기 정치국 상무위원(7명)과 정치국 위원(25명), 그리고 총서기에 시진핑(習近平·64)을 선출한다. 최대 하이라이트는 25일 제19기 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9기 1중전) 개막 때 무대로 걸어나오는 7명 상무위원이 누구이고 순서는 어떻게 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때 앞으로 5년의 권력 구도와 차기 최고 지도자가 공개된다. 2007년 10월 제 17차 당대회가 끝난 후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걸어 나올 때 시진핑 당시 상하이(上海) 서기가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 성 서기에 앞서 걸어 나왔다. 두 사람의 경쟁에서 시 서기가 앞서 유력 차기 최고 지도자인 것을 알게 됐다. 대회 직전까지도 리커창이 우세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 주석 승리였다. 그 후 시 서기는 국가부주석, 리 서기는 부총리를 맡아 5년을 지내며 약간의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지만 2012년 11월 제 18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리 총리’ 체제가 출범했다. 다음달 당대회에서 현재 7명의 상무위원 중 시 주석(64)과 리 총리(65)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은 ‘7상8하(七上八下·당대회가 열릴 때 67세는 유임하고 68살 이상은 퇴임)’라는 ‘잠규칙(潛規則·관례)’에 따라 물러난다. 따라서 7명 체제가 유지되면 새로 채워질 자리는 5명이다.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왕치산(王起山) 중앙기율위원회 서기의 유임 여부다. 불과 한 달여전까지만 해도 유임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런데 지난달 여름 휴가를 겸한 전현직 고위 지도자들의 피서지 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를 거치면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왕 서기가 7명의 상무위원 명단에서 빠졌다는 보도와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불과 한 달여전까지만 해도 올해 69세인 왕 서기가 유임해 잠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역시 5년 뒤 69세가 되는 시 주석도 물러나지 않고 최고 권력자 자리를 지키려는 복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런데 당대회가 가까워지면서 왕 서기 퇴진설이 나오고 있다. 왕 서기가 탈락하면 그 이유로 미국에 도피한 재벌 궈원구이(郭文貴) 정취안(政泉) 홀딩스 회장이 연일 왕 서기의 부패 의혹을 폭로하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시 주석의 1인 권력이 강화되고는 있지만 ‘7상8하’ 원칙을 허물면서까지 측근인 왕 서기를 챙길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왕 서기가 유임하면 올해 나이를 넘긴 다른 상무위원들도 “나는 왜 물러나냐”라며 버틸 수도 있다. 왕 서기 변수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상무위원 7명의 구성은 ‘2+4+α’로 요약된다. 시 주석과 리 총리(62)가 유임하고 리잔수(栗戰書·67) 중앙판공청 주임, 왕양(汪洋·62) 부총리, 천민얼(陳敏爾·56) 충칭(重慶) 시 서기,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 성 서기 4명의 진입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나머지 ‘α’ 한 자리에 한정(韓正·62) 상하이 서기가 유력한 가운데 왕 서기 유임설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고 자오러지(趙樂際) 당 중앙조직부 부장도 거론되는 형국이다. 나머지 한 자리지만 그 자리의 향배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왕 서기가 남으면 리잔수 천민얼까지 시 주석계가 4명, 리커창 왕양 후춘화 등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공산주의청년단계가 3명으로 양분되고 장 전 주석계는 전멸이다. 그래서 한정 서기가 남아 3 : 3 : 1로 비교적 균형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공청단계인 자오러지 부장 진입설은 약한 편이다. 왕 서기 유임 여부에 관심이 집중돼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가 덜했지만 사실 이번 당대회 최고 스타는 천민얼 서기다. 당초 후춘화 서기와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서기가 차기 유력 시진핑 후계자로 꼽혔다. 그런데 쑨 전 서기가 갑자기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으며 낙마하면서 천 서기가 급부상했다. 쑨 전 서기는 7월 14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금융공작회의에 참석한 뒤 다음날 전격적으로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구금 상태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뒤 7월 24일 신화통신의 조사 사실을 보도했다. 그 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구이저우(貴州)에서 2년 간 서기를 지내던 천 서기는 올해 7월 쑨 전 서기의 조사 발표와동시에 후임 충칭 시 서기로 전격 발탁됐다. 4대 직할시 중 하나인 충칭 시의 서기는 상무위원으로 직행할 수 있는 자리다. 천 서기가 상무위원에 진입하면 10년 전 17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과 리 총리가 중앙위원에서 25명으로 구성된 정치국원을 거치지 않고 상무위원에 직행한 것과 같은 상황이 재연된다. 같은 50대지만 후춘화 서기는 이미 5년 전부터 정치국원이었다. 천 서기는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서기(2002~2007년)로 재직 당시 2003년부터 1년간 언론에 기고한 칼럼 ‘즈장신위(之江新語)’ 초고를 4년이나 썼을 만큼 시 주석의 핵심 측근이다. 50대인 후춘화 천민얼 서기가 나란히 상무위원에 오르면 ‘7상8하’에 따라 2022년 이후에도 상무위원에 남는 사람은 두 사람 밖에 없으며 천 서기가 먼저 걸어나오면 ‘포스트 시진핑’은 천 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다만 시 주석이 설령 차차기에 일선에서 후퇴하더라도 상당한 실권을 가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장쩌민 전 주석도 물러난 뒤 후진타오 주석 시절에도 측근을 군사위원회 부주석 등에 남겨 영향력을 행사해 장쩌민 주석 치세‘는 20년에 걸쳐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번 19차 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 구성과 함께 관전 포인트가 되는 것이 시 주석의 1인 지배 체제가 어떻게 제도화되어 나타나는지다. 덩샤오핑(鄧小平)이 1982년 경 철폐한 주석제 부활, 시 주석 사상의 당장(黨章) 삽입 등이 그런 항목이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8월 31일 공보에서 “당대회에서 시진핑 총서기의 일련의 중요 연설 정신과 당중앙이 나라를 다스리는 신이념·신사상·신전략을 관철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연설 정신‘은 강조됐지만 ’당중앙‘을 언급해 시 주석 사상의 우상화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공산당이 당대회를 날짜를 확정해 발표하는 것은 인선 등 주요 핵심 현안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것을 의미하지만 일부 중화권 매체에서는 부가적인 해석도 내놓고 있다. 당초 시 주석은 당대회를 앞당겨 9월에 치르려고도 했으나 9월 12일에 유엔 총회가 개막되고 이번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참석하는 등 행사가 겹치기 때문에 10월로 미뤘다는 것이다. 9월에 개최하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덜 받아 흥행이 떨어진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중화권 매체 보쉰은 1일 전한다. 장 전 주석 등 원로들이 인선 막후 협상을 위해 당대회 조기 개최에 반대하면서 이들과 불화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10월로 미뤘다는 해석도 있다. 이밖에 ’18일‘로 정한 것은 ’18차 당대회‘를 마무리하는 의미도 있고 ’8(빠·八)‘가 ’빠차이(發財·돈을 번다는 뜻)의 ‘빠’와 발음이 같은 것도 길일로 생각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역대 당대회 개최 시기 제15차 1997년 9월 12~18일제16차 2002년 11월 8일~14일제17차 2007년 10월 12~18일제18차 2012년 11월 8일~14일제19차 2017년 10월 18일~24일(추정)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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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 ‘현대차 쇼크’가 보내는 7가지 경고음

    19일 오전 8시 베이징(北京) 현대자동차 순이(順義) 2공장. 토요일인데도 전 공장이 풀가동 중이었다. 근로자들이 매일 11시간씩 2교대로 근무한다. 건국 60주년 국경절(10월 1일)과 추석까지 8일 연휴로 쉬어 미리 재고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휴일도 없다.(중략)2007년 한때 슬럼프에 빠졌던 베이징현대는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딜러들의 주문이 쇄도하면서 여기저기서 차를 빨리 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다. 허난(河南) 칭하이(靑海) 성 등 일부 지역은 시장점유율이 이미 ‘매직 넘버’ 10%를 넘겼다. (중략)베이징현대 노재만 사장은 “산을 오를 때는 고개를 숙이고 걸어야 한다는 말을 명심하고 있다”고 말해 겸손한 자세도 잊지 않았다. 베이징현대 공장에는 중국 국내외에서 한 해 8만 명 가량이 견학을 와 ‘코리아 현대’에 감탄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새로운 신화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2009년 9월 22일 ‘기자의 눈’으로 출고된 기사다. 당시 베이징현대 백효흠 판매본부장은 김태윤 생산본부장에게 ‘제발 차를 좀 만들어 공급해 달라’고 접대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서둘러 연간 생산 30만대 규모의 베이징 3공장을 서둘러 지어 연간 100만대 이상으로 늘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지난주부터 순차적으로 1~4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베이징현대는 현재 베이징의 1~3공장(105만 대)과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에 4공장(30만 대), 충칭에 5공장(30만 대) 등 총 5곳에서 연간 165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중략)생산이 중단되면서 중국의 생산직 노동자들은 휴가를 가거나 교육을 받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부품업체 관계자는 “중국에 동반 진출한 150여 개 한국 부품업체 중 일부는 6개월 전 부품대금을 이제야 받을 정도다.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8월 30일자 동아일보 1면 기사다. 베이징현대차의 승용차 공장 4곳이 비록 일시적이라도 생산을 중단한 것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올해 상반기 현대 기아자동차 중국 판매량은 모두 43만947대로 지난해 상반기(80만8천359대)보다 52.3% 줄었다. 그야말로 반토막이 났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대와 반한 감정이 베이징현대차 판매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성 조치들이 베이징현대차에 직접 가해진 것은 아니지만 사드 보복 분위기가 베이징현대차의 판매를 곤두박질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중국발 현대차 쇼크’는 한국 경제에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사드 보복의 충격’의 폭과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어디까지 갈 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사드 보복은 지난해 7월 12일 한국과 미국 당국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한류 연예인의 출연 중단을 포함한 제한과 금지, 화장품 등 수출품의 통관 강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한국행 단체 관광 금지, 한국업체가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 장착 차량 보조금 중단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 롯데가 올해 2월 말 경북 성주의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정부에 제공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롯데 마트에 소방 위생 점검을 통해 트집을 잡아 영업 정지 처분을 하는 등 보복은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종합하면 이번 현대차 사태가 주는 경고음 내지 교훈은 7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①‘수출 비중 25.1%’의 무게감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 대중 수출 비중 25.3%는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다. 무역 흑자는 375억 달러로 전체 무역흑자 892억 달러의 42%를 차지한다. 사드 등 한중 갈등이 경제 분야로 파급되면 그 타격은 어느 국가나 지역과의 갈등보다 클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세심히 예방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이깨운다. 또한 너무 높은 의존도는 취약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동남 아시아나 인도 중동 등으로 다변화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② 한중 경제 지위가 역전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 중국 교역 비중과 흑자가 크지만 2013년을 정점으로 4년째 내리막길이다. 2013년 2742억 달러, 무역 흑자는 628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떨어지고 있다. 올해 교역은 2000억 달러 아래, 흑자는 300억 달러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무역협회 등은 한중간 기술격차가 2002년 4.7년에서 2015년 3.3년으로 좁혀졌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더욱 빠르다. 현대자동차의 판매 하락도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 등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주요 원인이다. ‘사드 보복성 분위기’가 크게 영향을 미쳤지만 이미 중국 시장에서 밀리고 있는 추세를 가속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③부품 소재 위주의 대중 수출 구조 전환이 시급하다. 대중 수출의 80% 가량이 부품 소재 등 이른바 중간재였다가 최근 70% 중반으로 낮아졌으나 중국이 내수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전환한 것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중국을 중간 생산기지로 삼는 것은 중국 내수 시장 진출에도 뒤질 뿐만 아니라 미중 갈등의 덤터기도 쓰게 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미중 갈등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 면 가장 타격을 입을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 ④시장에 취해 자만하지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베이징현대차가 3공장을 완공해 연간 105만대 생산 체제가 될 때까지는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그후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국내 시장의 수요 트랜드가 SUV로 옮겨가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중국은 보조금 지금과 충전소 증설 등으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는 얼마나 대비를 하고 있는 지 의문이다. 8월 30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전기차 시장의 1위는 중국의 BYD로 13%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 휴대전화가 모토롤라와 노키아, 애플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다 6,7위로 밀려났다. 샤오미(小米)에 이어 비보 오포 TCL 화웨이(華爲) 등 중국 로컬업체 군단은 가격 경쟁력도 있지만 기술력이 높아지고 중국 소비자들에 특화된 제품과 마케팅이 삼성이나 애플을 압도하고 있다. ⑤여전히 묻지마 진출은 없는 지 되돌아봐야 한다. 지난해 말 이후 한국 중소 화장품 업체 제품의 통관 불허 사례가 많아졌다. 마침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나타난 시기와 맞물려 사드 보복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통관 불허 내역을 들여다보면 화장품 내용물 표기 위반 등 단순한 요인이 많았다. 이를 보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한중 수교 25년이 지났는데도 ‘임금이 싸서’ ‘¤시(관계)를 믿고’ 등 수교 초기의 자세로 중국 시장에 들여오려는 중소 업체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⑥중국은 여전히 ‘정치적 리스크’가 높다. 현대차가 수요 증가와 미래에 대한 전략적인 대비 차원에서 공장을 증설하고자 할 때 선호한 지역은 4공장을 지은 지금의 허베이(河北) 성 창저우(常州)가 아니었다. 중서부 시장 개척을 위해 충칭(中京)이었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주석 정부의 수도권 종합 개발 계획인 ‘징진지(京津冀·베이징 톈진 허베이성)’ 개발에 부응하기 위해 허베이성이 지목됐다. 그런 이유로 4,5공장을 허베이와 충칭에 나눠 건설하게 됐다고 한다. 삼성이 장쑤(江蘇) 성 쑤저우(蘇州)에 이어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지은 것도 중앙 정부의 정책적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산둥(山東) 성 옌타이(煙台)의 한 업체는 시의 도시 계획에 따라 공장 지붕의 색깔도 시가 결정한다고 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정책하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지은 삼성 SDI와 LG화학은 사드 보복으로 직격탄을 맞은 경우다. 이들 업체의 배터리를 쓰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주지 않아 배터리 판매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보조금 비중이 40% 가량을 차지하는데 이를 받지 못하면 판매가 어렵다. ⑦앞으로 희망은 문화 컨텐츠와 왕성한 스타트업이다. 중국 정부도 한해 800만 명 가량씩 쏟아져 나오는 대학 졸업생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이라는 기치하에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창업 시장이 만만치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 진출의 희망은 대기업보다 창의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젊은 스타트업 벤처기업인들을 양성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륙 진출 10만 벤처 기업인 양성론’이라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드로 한류 제한 및 금지령이 내려졌지만 한류 문화 컨텐츠도 ‘봄 날’을 만나면 다시 한 번 중국 대륙에서 날개를 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중국의 현대자동차 공장이 모두 가동을 중단했다고 하니까 ‘사드 보복’하는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중국 정부의 사드 반대와 보복이 불합리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현대차가 전하는 중국발 경고음의 의미는 더 깊고 심각하다. ‘현대차 공장 중단’을 계기로 올해로 수교 25년을 맞은 한중 경제의 상대적 경쟁력이나 교류의 현주소,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하는 기회로 삼아야겠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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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 中 ‘재벌과 최고 부자’도 정치권력에 설설 긴다

    한국의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법원에서 5년형을 선고받은 25일 중국의 최고 부자인 왕젠린(王健林·62) 다롄완다(大連萬達) 회장이 출국 금지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권력은 유한하고 금력(金力)은 무한하다’는 말이 있지만 이날 한중 양국의 최고 ‘금력’에게 벌어진 일을 보면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재벌이든 최고 부호든 제압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대도시의 노른 자위 땅에 복합 쇼핑몰 ‘완다 광장’ 등을 개발해 대표적인 부동산 재벌이 된 뒤 최근에는 극장 등 문화사업으로 확장중인 부동산 재벌인 완다는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정치권력과의 유착설이 끊이지 않았다. 재산 규모 약 300억 달러인 왕 회장은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과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중국 및 아시아의 제 1 부자의 자리를 다투는 인물이다. 그런 왕 회장이 보도대로라면 급히 가족과 함께 국외로 나가려다 저지된 것이다.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왕 회장이 25일 가족 전원을 데리고 톈진(天津) 공항에서 자가용 비행기에 탑승해 영국으로 가려다 제지를 당한 뒤 억류됐다고 보도했다. 왕 회장과 가족은 몇 시간 뒤 풀려났지만 출국금지 상태라고 전했다. 왕 회장에게 이상 신호가 나타난 것은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가 최근 취한 조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17일자 보도에 따르면 완다그룹이 2012¤2016년 진행한 해외 기업 인수건 가운데 6건이 해외 투자규정을 위반했다며 국영 대형 은행들에 자금 지원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국영 은행들은 이 회사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담보 대출을 해줬는데 중국 정부의 해외 자금 유출 제한 방침과 배치된다는 판단에서다. WSJ 보도대로라면 대형 국영은행이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한 곳에 대출을 하면서 정부의 규정을 위반했다는 얘기다. 이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왕 회장의 출국금지를 전하는 대만중앙통신은 “다롄 완다의 급속한 성장이 고위층의 비호 없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중국 당국이 본격 조사에 앞서 출국을 막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왕 회장의 조사와 보이지 않는 배후의 권력 투쟁이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앞서 중국에서 최고 부자에 올랐다가 ‘한 방에 훅 간’ 대표적인 인물은 전자제품 유통업계의 혁명을 일으켜 ‘현대 유통업의 선구자’로도 불렸던 궈메이(國美)의 황광위(黃光裕) 전 회장이다. 중국의 부호 순위를 발표하는 ‘후룬(胡潤) 리포트’에 따르면 황광위는 1999년 처음으로 최고 부자에 오른 뒤 2004년과 2005년 2008년에도 최고 부자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 황광위가 2008년 11월 돌연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2010년 14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황광위는 2004년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을 때 “후룬 순위는 지명 수배령이나 다름없다. 후룬 순위표에 올라가는 자는 망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의 운명을 예견한 것이자 중국에서 최고 부자가 오르는 과정에서 불법과 합법의 경계 위에서 칼 날 위를 걸을 수 밖에 없음을 나타내주는 것이기도 하다. 황광위의 성장과 몰락 과정에서 정치 권력과의 관계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의 안방(安邦)보험은 중국에서 권력과 자본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보게 한다. 안방보험은 2014년 뉴욕 맨해튼의 랜드 마크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2조원 가량에 사들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안방은 이어 유럽의 금융회사들을 잇따라 사들여 인수합병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올 4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일가와 맨해튼 한 가운데 위치한 고층빌딩에 펜트하우스를 짓는 사업을 진행하다 중단하기도 했다. 저장(浙江) 성에서 작은 자동차 판매업체로 출발해 2004년 안방보험을 세운 뒤 13년만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안방보험의 성장 비결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때 안방 보험의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이 개혁 개방의 총설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손녀 사위라는 것이 알려지자 ‘그러면 그렇지’하는 반응이 나왔다. ‘덩샤오핑의 후광’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우 회장의 부인은 덩의 장녀 덩난(鄧南)의 딸 줘루이(卓芮)다. 안방은 동양생명을 인수하고 우리은행에도 지분 투자해 한국에도 적극 진출해 있다. 그런데 우 회장이 6월 돌연 사임한 데 이어 그가 당국에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다시 한 번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우 회장이 물러나고 구속설이 나오는 것은 ‘덩샤오핑 손녀 사위’라는 후광으로도 막을 수 없는 권력 투쟁이 배후에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안방보험의 초고속 성장과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대규모 해외합병을 두고 의혹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권력층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창구로 해외 기업 인수합병이 수단으로 쓰였다는 설까지 나왔다. 투자회사 밍톈(明天)그룹은 어떤가. 이 회사 창업자 샤오젠화(肖建華) 회장은 올 1월 홍콩의 한 호텔에서 갑자기 대륙으로 체포 송환 조사한 뒤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혐의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시 주석의 누나 부부의 재산 증식에 연루됐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그가 시 주석과 관련한 어떤 폭탄을 터트릴지 몰라 사전에 억류해 입을 막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에서 자본과 권력간의 긴장 관계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창업자로 중국의 ‘혁신과 창업’의 아이콘인 마윈(馬雲) 회장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국무원 산하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이 알리바바의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 타오바오에서 판매되는 물품 중 정품 비율은 37.25%밖에 되지 않으며 나머지는 가짜라고 발표했다. 알리바바측은 “잘못된 샘플링에 의한 틀린 결과”라고 반박했다. 홍콩과 중화권 매체들은 마 회장을 당국이 좋지 않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실었다. 앞서 알리바바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손자 장즈청(江志成)이 운영하는 것으로 홍콩에 있는 사모펀드 회사인 ‘보위캐피탈’에 일정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 가을 제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주석의 최대 경쟁 상대는 장 전 주석 계열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1심 판결에 대해 이 부회장측과 검찰 모두 항소하겠다고 밝혀 최종 판결은 더 지켜볼 일이다. 다만 권력과 자본의 관계에 대해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있다. 중국도 우샤오후이 회장과 왕젠린 회장이 어떻게 처리되는 지는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진행과정에서 연출됐던 권력과 자본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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