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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에페 에이스 송세라가 두 번째 올림픽 개인전 여정도 16강에서 마쳤다. 두 눈에서 눈물을 쏟았다. 벼렀던 목표 ‘금메달 두 개(개인전, 단체전)’는 파리에서는 이루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송세라는 개인전의 아쉬움을 단체전에서 달래겠다며 눈물을 닦았다. 송세라는 27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16강에서 헝가리의 에스터 무하리에게 5-16으로 패했다. 도쿄올림픽 때 16강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와 맞붙어 패했던 송세라는 이번에는 세계랭킹 9위 무하리에게 발목을 잡혔다.이날 32강 마르티나 스바토프스카(폴란드)와의 경기에서는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고 15-11로 승리한 송세라는 16강에서는 첫 포인트를 내준 뒤부터 한 차례 동점 기회도 잡지 못하고 그대로 경기를 내줬다.송세라는 2022년 세계선수권에서 2002년 남현희 이후 20년 만에 개인전에서 우승하며 여자 에페의 에이스로 활약해왔다. 그해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도 우승하면서 송세라는 한국 에페 선수로는 처음 세계선수권 개인전-단체전을 석권한 선수가 됐다. 이번 올림픽에도 송세라의 목표는 개인전과 단체전까지 금메달 두 개였다. 하지만 개인전에서 예상보다 일찍 여정을 마치게 됐다. 경기 후 눈물을 쏟은 송세라는 “시작부터 상대와 타이밍이 잘 안맞아 경기가 어렵게 풀렸다. 타이밍적인 면에서 부족함을 느꼈다”며 “아쉽지만 잘 보완해 단체전에서는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이날 한국 여자 에페는 개인전에서 강영미와 이혜인이 32강에서 모두 패했다. 2020 도쿄올림픽 단체전 은메달 멤버인 이들은 31일 단체전에서 또 한번 메달에 도전한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남자 사브르 구본길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마스크를 벗었다. 승리의 미소는 아니었다. 구본길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인 2024 파리올림픽 개인전 여정을 32강 탈락으로 마쳤다. 하지만 구본길은 “마지막 올림픽이라 더 아쉬울 줄 알았는데 모든 것을 쏟아서 그런지 아쉬움은 없다”며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 사실 개인전 욕심보다는 단체전 금메달을 목표로 두고왔다. 개인전은 남은 동생들이 잘 할 것이다. 단체전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구본길은 27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32강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에 8-15로 패했다. 구본길은 2012 런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이끌며 ‘어펜저스’의 부흥을 이끈 남자 사브르의 간판이다. 앞서 함께 금메달을 합작한 김정환이 은퇴하면서 구본길은 이번 대회에서는 맏형으로 한국 남자 사브르의 단체전 3연패를 이끌어야 한다.구본길은 이미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올림픽은 물론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까지 모든 펜싱 메이저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지 오래다. 이미 2020년 국제펜싱연맹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다. 하지만 올림픽 개인저 메달과는 끝내 인연이 닿지 않았다.경기 후 구본길은 “끝끝내 개인전 (메달)을 안 준다”며 “몸이 엄청 좋았는데 상대가 저를 완전히 파악하고 왔다. 더 침착했고 제가 더 끌려다녔다. 그래도 준비 과정에서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전 대회 때보다 후회는 덜 남는다. 상대방이 조금 더 노련했다”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구본길은 “후배들이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믿고 있다. 목표로 한 단체전 금메달을 위해 남은 기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구본길은 31일 단체전에서 메달에 다시 도전한다.이날 앞서 남자사브르 개인전에 함께 출전한 오상욱은 32강에서 에반장 아바 기로(니제르)를 상대로 15-8 완승을 거뒀다. 박상원 역시 이번 대회 5번 시드를 받은 콜린 히스콕(미국)에 15-10 업셋승을 거두고 16강에 안착했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비가 오면 정말 슬플 것 같다.”올림픽 역사상 첫 야외 개회식을 앞두고 토마스 졸리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 예술감독을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모든 시나리오를 준비했던 야외 개회식은 가장 피하고 싶었던 얄궂은 비로 울상지었다.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이 26일(현지시간) 파리 센 강의 오스터리츠다리에 설치된 ‘물의 장막’을 뚫고 나온 선수단 입장으로 시작됐다. 하루종일 오락가락한 비는 개회식 때도 그치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개회식 초반에는 빗줄기가 약해 센 강을 잇는 축제를 크게 방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 선수단이 가장 먼저 등장했고 이어 난민팀이 오륜기가 달린 유람선을 타고 뒤를 따랐다. 이어 프랑스어 발음상 알파벳순으로 205개 선수단의 입장이 시작됐다.선수단을 태운 유람선이 지나는 센 강의 다리, 강변은 프랑스의 문화와 역사를 녹인 공연장이 됐다. 23일부터 파리에서 목격돼 개회식 공연설이 끊이지 않았던 레이디 가가가 첫 공연자로 등장했다. 가가는 영화 ‘스타 이즈 본’에서 프랑스 샹송 ‘라비앙 로즈’를 부른 것으로 유명하다.물랑루즈 댄서 80명은 센강변에서 프랑스 사교 춤인 ‘캉캉’을, 2019년 화재 피해를 입은 노트르담 성당을 지날 때는 성당 외부에 설치된 비계에 무용수들이 올라 춤을 췄다. 한국은 알파벳 C군에 속해 전체 205개 선수단 중 48번째로 소개된 한국은 루브르 박물관 구간을 지날 때 콩고민주공화국, 쿡 아일랜드, 코스타리카 코트디부아르 선수단과 같은 배를 타고 입장했다. 마침 배경음악으로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프랑스 출신 음악가 샤를카미유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가 흘렀다. 이 곡은 김연아가 2009년 쇼트프로그램 음악으로 사용해 세계기록을 작성했던 음악이다. 하지만 개회식이 진행될 수록 빗줄기가 굵어졌다. 선수단을 태운 유람선이 도착하는 종착지에 마련된 트로카데로 광장의 야외무대 대형 전광판은 결국 개회식 한 시간 만에 화면이 잠시 나오지 않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화면은 약 10분 후 다시 복원됐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의 단체 구기종목 중 유일하게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여자 핸드볼이 ‘파리판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드라마의 1막을 성공적으로 열어젖혔다. ‘우생순’은 한국이 올림픽 역사에 남을 명승부 끝에 준우승했던 2004년 아테네 대회 여자 핸드볼 결승전을 소재로 한 영화다. 당시 덴마크와 열아홉 번의 동점 끝에 연장전과 재연장전을 치렀고 그래도 승부가 나지 않아 결국 승부던지기로 메달 색깔을 가렸다. 한국이 25일 열린 독일과의 파리 올림픽 여자 핸드볼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3-22 한 점 차 승리를 거두고 목표로 삼은 8강 토너먼트 진출을 향해 순조롭게 출발했다. 이번 대회 여자 핸드볼엔 12개국이 출전했다. 6개 팀씩 2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 조 4위까지 8강에 오른다. 이날 한국의 승리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말 그대로 ‘업셋(전력이 약한 팀이 강한 팀을 꺾는 것)’이었다. 두 팀 경기를 앞두고 영국 베팅 사이트 ‘bet365’는 한국이 이길 확률을 7.1%로 표시했었다. 국제핸드볼연맹(IHF)은 이 경기 결과를 전하면서 “한국이 독일을 충격에 빠트렸다”고 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2012년 런던 대회까지 8회 연속 올림픽 4강에 들며 금 2개, 은 3개, 동메달 1개를 딴 세계 최정상급 전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세계선수권에서 32개국 중 22위를 했다. 독일은 이 대회에서 6위를 했다. 한국은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12개국 중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20위 이내에 들지 못한 유일한 팀이다. 한국이 상대한 독일 선수들의 평균 키는 177.6cm로 한국(평균 172.9cm)보다 5cm 가까이 컸다. 한국은 빠른 발과 몸을 던지는 수비로 맞섰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 사령탑 헨리크 시그넬 감독(스웨덴·사진)은 독일 선수들을 두고 ‘빅 앤드 톨(big and tall)’이라고 했다. 경기는 13번의 동점이 있었을 만큼 접전이었다. 한국은 전반을 11-10으로 앞선 채 마쳤다. 후반 10분이 지날 때까지 14-14로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이때부터 한국이 내리 4골을 내주면서 14-18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전세가 독일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한국은 연속 3골을 몰아치며 다시 따라붙었다. 후반 23분엔 김다영의 득점으로 20-19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리드를 내주지 않고 한 점 차 승리로 마무리했다. 시그넬 감독은 경기 후 “독일 선수들의 피지컬이 좋아 이를 뚫는 데 애를 먹었는데 수비에선 그동안 우리가 했던 경기 중 최고였다”고 했다. 시그넬 감독이 후반전에 띄운 승부수 ‘엠프티 골(empty goal)’도 적중했다. 시그넬 감독은 후반전 중반 점수 차가 벌어지자 엠프티 골 전술을 택했다. 공격 시 골키퍼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대신 필드 플레이어를 들여보내 공격에 수적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다.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할 때 다시 골키퍼가 재빨리 뛰어 들어가고 필드 플레이어 한 명이 나온다. 이날 6골, 9도움을 기록한 강경민은 “점수 차가 더 벌어지면 힘들 것 같았는데 감독님의 작전이 들어맞았다”고 했다. 대표팀 최고참이자 유일한 유럽 리거인 류은희(34)도 이날 6골, 10도움의 활약으로 승리를 거들었다. 강경민과 함께 팀 내 최다 득점이다. 류은희는 손가락 인대, 강경민은 발목 부상 통증을 안고 독일전을 뛰었다. 류은희는 IHF가 선정한 파리 올림픽에서 주목할 남녀 선수 각 10명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28일 슬로베니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슬로베니아는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에 4골 차로 이겼던 팀이지만 A조에선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팀이다. 슬로베니아는 이날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덴마크에 19-27로 패했다. 시그넬 감독은 슬로베니아전을 두고 “전쟁 같은 경기가 될 것이다. 다시 겸손한 자세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파리=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개회선언 이후, 비내리는 트로카데로 광장 앞 무대에는 다시 프랑스 축구 영웅 지네진 지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관중들은 함성으로 지단을 맞았다. 웅장한 음악 속 트로카데로에 마련된 에펠탑 모양의 무대 위에 선 지단은 성화를 들고 힘차게 걸었다. 누가 봐도 개회식의 ‘클라이막스’ 같은 분위기었다.그런데 갑자기 객석이 의외의 인물의 등장에 크게 술렁였다. 프랑스오픈에서만 14번 우승한 ‘흙신’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등장 때문이었다. 나달은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다. 이번 올림픽이 파리에서 열린 덕에 자신이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가장 많은 우승을 거둔 ‘롤랑가로스’에서 마지막 올림픽을 치르게 됐다.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달은 성화를 든 채 다시 배에 타 센강을 항해했다. 배에는 여자 테니스 전설 세리나 윌리엄스, 육상 전설 칼 루이스(이상 미국), 체조 전설 나디아 코마네치(루마니아)가 함께 했다. 이어 프랑스 전설들의 성화봉송이 계속됐고, 1948년 올림픽 사이클 금메달리스트로 올해 100세인 찰스 코스테가 넘딘 성화는 프랑스 유도 전설 테디 리네르, 육상 전설 마리 조제 페레크가 나란히 이어받아 프랑스의 발명품인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진정한 피날레는 오랜 기간 개회식 출연설이 언급됐던 셀린 디옹이 장식했다. 디옹은 오륜기가 걸린 에펠탑 위에서 ‘사랑의 찬가’를 불렀다. 2022년 강직인간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투병을 이어온 디옹이 공식석상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디옹은 프랑스어를 쓰는 캐나다 퀘백주 출신으로 타이타닉 OST를 부른 가수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24 파리 올림픽이 현지 시간 26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간 27일 오전 2시 30분) 센강을 따라 열리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지구촌 대축제’에 돌입한다. 이번 개회식 배경은 ‘파리의 석양’이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경기장이 아닌 야외에서 열리는 이번 개회식은 해 질 녘에 시작해 4시간가량 진행된 뒤 한밤중 조명 쇼로 막을 내린다. 이날 파리의 예상 일몰 시각은 오후 9시 37분이다. 각국 선수단은 배를 타고 입장한다. 203개국을 대표해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 1만714명 중 약 6000∼7000명이 배 85척에 나눠 타고 시속 9km로 약 6km를 이동한다. 오스테를리츠 다리에서 출발해 노트르담 성당, 루브르 박물관 등 파리 명소를 지나 에펠탑 건너편 트로카데로 광장에 도착하는 코스다. 파리시를 관통하는 대형 규모 덕분에 이번 개회식은 예행연습도 구간별로 나눠서 진행했다. 그러다 개회식을 이틀 앞둔 24일에야 처음으로 개회식과 똑같은 시간에 ‘풀 리허설’을 실시했다. 토마 졸리 개회식 예술감독은 ‘사랑과 인류애’를 주된 메시지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는 “개회식 공연은 프랑스와 전 세계의 문화적, 언어적, 종교적, 성적 다양성에 대한 찬사가 될 것이다. 자신과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런 이들은 자기 목소리를 덜 내는 경향이 있다”면서 “‘우리’는 결국 여러 명의 ‘나’가 모인 것이다. 올림픽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과 함께 거대한 ‘우리’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다양성 속에서 하나가 될 수 있는 개회식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개회식 공연 음악 역시 클래식부터 샹송, 랩, 일렉트로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가 섞인다. 아프리카 말리 출신으로 어릴 적 프랑스로 이민 온 아야 나카무라가 프랑스 대표 장르인 샹송을 노래한다. 원래 성(姓)이 ‘다니오코’인 그는 미국 드라마 캐릭터를 따라 일본식 성을 예명으로 쓰고 있다. 근육이 뻣뻣하게 굳는 ‘강직 인간 증후군’을 앓고 있는 셀린 디옹이 개회식 공연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프랑스어 사용권인 캐나다 퀘벡주 출신인 디옹은 2022년 투병 사실을 공개한 뒤로 무대에 오른 적이 없다. 졸리 감독은 디옹이 23일 파리에 도착한 뒤에도 그의 공연 참가 여부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내가 졸리 감독의 계획을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 “개회식에서 디옹을 볼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개회식은 프랑스 혁명, 보편 인권, 민주주의 등 세계와 연결된 프랑스의 역사를 소재로 총 12막으로 구성됐으며 강물 위, 선상, 주변 다리 및 강변 건물에 3000여 명의 가수, 공연가, 무용가가 등장한다. 졸리 감독은 “하늘, 다리, 강과 둑이 모두 무대다. 수면 아래라고 무대가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야외에서 행사가 열리는 만큼 이번 개회식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안전 귀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번 개회식에 동원된 프랑스 경찰 인력만 약 4만5000명이다. 유럽에서 직전에 열린 2012년 런던 올림픽의 3배 규모다. 미국 경찰도 보안 지원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경찰이 해외 올림픽 지원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질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도 자국 외교 사절 대표로 개회식에 참석한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24 파리 올림픽에 한국 유일의 ‘단체 구기종목 대표’로 나선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이변을 일으키고 첫 승을 따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25일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1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23-22로 승리했다. 한국은 A조 유일의 ‘비유럽 팀’이자 이번 올림픽에 나선 12개국 중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20위 안에 들지 못 한 유일한 팀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날 전반전에 독일에 한 번도 2점차 이상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19분 19초 전지연의 골로 9-8로 앞선 한국은 이후 리드를 내주지 않고 전반을 11-10 한 점 앞선 채 마쳤다. 강경민은 이날 경기 시작 59초 만에 오른쪽 측면에서 첫 골을 넣은 것을 시작으로 전반 27분 1초 몸을 날리며 던진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기 전까지 슛 시도 5개를 모두 성공시켰다. 강경민은 이날 류은희와 함께 팀 내 최다인 6골을 책임지며 공격을 이끌었다.독일은 후반 15분 16초까지 18-14로 달아났다. 하지만 한국은 경기 종료 8분 30초를 남겨놓고 강은희의 슛으로 다시 19-19 동점을 만들었고 양 팀은 계속해 골을 주고받는 시소게임을 이어갔다. 한국은 강경민이 7m 페널티 드로우를 얻어낸 뒤 우빛나가 이를 성공시키며 22-21로 앞섰다. 경기 종료 1분 14초를 남기고 골키퍼 박세영의 연속 세이브로 1점차 리드를 지킨 한국은 강경민이 경기 종료 22초를 남기고 골을 추가해 23-21을 만들었다. 독일은 경기 종료 13초 전 패널티 드로우로 따라붙었지만 여기까지였다. 이번 파리 올림픽 여자 핸드볼에는 12개국이 출전했다. 6개 팀씩 두 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4위까지 8강에 오른다. A조에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각각 2, 3, 4위를 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이 있고 독일은 6위, 슬로베니아는 11위를 했다. 한국은 22위에 그쳤다. 한국은 28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슬로베니아와 2차전을 치른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이 단체 구기 종목 중 유일하게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딴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대회 공식 개막에 앞선 25일 오후 11시 독일과의 조별리그 1차전으로 올림픽 여정을 시작한다. 11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여자 핸드볼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세계 정상급 전력을 자랑했다. 그동안 올림픽에서 금 2개, 은 3개, 동메달 1개를 땄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조별리그 통과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목표는 일단 조별리그를 통과해 8강 토너먼트에 오르는 것이다. 단판 승부인 토너먼트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 주전 공격수 우빛나는 “주위에서 다들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보란 듯이 8강에 오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파리 올림픽 여자 핸드볼엔 12개국이 출전했다. 6개 팀씩 두 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4위까지 8강에 오른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2, 3, 4위를 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과 함께 A조에 속했다. 11위였던 슬로베니아도 A조에 묶였다. 한국은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22위를 했다. 독일은 6위였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 사령탑인 헨리크 시그넬 감독(스웨덴)은 “목표로 삼은 8강 진출이 쉽지 않다는 건 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 모두 승리 의지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대표팀 최고참 류은희(34)도 “경기장에서 모든 걸 쏟아부어 꼭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 중 유일하게 유럽리그(헝가리)에서 뛰고 있는 류은희는 이번이 네 번째 출전하는 올림픽이다. 앞서 이날 오후 4시 30분엔 ‘세계 최강’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 선수들이 개인전 랭킹 라운드에 나선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같은 날 오후 9시 15분부터 랭킹 라운드를 시작한다. 양궁 남녀 개인전엔 각각 64명이 출전하는데 랭킹 라운드 순위에 따라 대진표가 짜인다. 랭킹 라운드 1위는 개인전 토너먼트에서 64위, 2위는 63위와 맞붙는 식이다. 랭킹 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개인전 토너먼트 대진이 수월해진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랑스 파리 지하철 ‘오텔드빌(시청)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면 너나 할 것 없이 휴대전화부터 꺼내기 바쁘다. 파리시청사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1871년 재건한 이 건물은 원래도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시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벽면과 건물 앞 광장을 대회 관련 장식으로 뒤덮으면서 파리시청은 더욱 화려하게 변했다. 올림픽 개막을 닷새 앞둔 21일(현지 시간) 이곳을 찾은 뉴질랜드 관광객은 “정말 아름답다. 파리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난다”고 했다. 파리시청이 그저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만은 아니다. 다음 달 10일 오전이 되면 시청 앞 광장은 올림픽 남자 마라톤 레이스 출발지로 변한다. 그리고 같은 날 밤에는 일반인 참가자 각 2만24명이 풀코스(42.195km)와 10km 부문으로 나눠 올림픽 코스를 달린다. 이어 다음 날 오전에는 같은 코스에서 여자 선수들이 올림픽 마라톤 경주를 벌인다. 대회 기간 마라톤 코스를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건 128년 올림픽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올림픽은 ‘완전히 열린 대회(Games Wide Open)’를 표방한다. 완전히 열린 공간에는 구분과 경계가 없다. 파리시는 올림픽을 앞두고 대회 조직위원회와 함께 도시 곳곳을 관광객, 시민, 참가 선수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 공간이자 놀이터로 꾸몄다. 4월에는 몽마르트르 성당 앞 계단에 그린 파리 올림픽 기념 그림이 공개됐고, 그다음 달에는 센강 변 아스팔트 바닥에 그린 그림도 베일을 벗었다. 이번 대회 개회식도 올림픽 주경기장이 아니라 센강에서 열린다. 센강 변 그림은 여성들이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모습을 담고 있다. ‘파리 여성들에게 스포츠를 돌려주자’는 의미다. 올해 5월 이 그림이 공개된 뒤 파리 여성 4500여 명이 시에서 운영하는 달리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체 활동에 참가하도록 유도하는 작업을 ‘액티브 디자인(Active Design)’이라고 부른다. 파리시는 액티브 디자인을 이번 올림픽을 대표하는 유산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라 낙후 지역 길거리 농구장도 예술가들의 그래픽 아트 캔버스로 바뀌었다. ‘18구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레옹 광장의 농구 코트가 대표 사례다. 파리 북쪽에 있는 18구는 우범 지대로 통하는 곳이다. 하지만 프랑스 화가 엘카의 ‘라 조콩드(모나리자)’가 바닥에 그려진 농구 코트에는 아이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축구공을 들고 온 아이들이 발로 차던 공을 농구 골대에 던지며 놀기도 했다. 엘카는 ‘이 농구장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남성이 아닌 여성의 얼굴을 그렸다고 설명한다. 얼굴을 잘게 조각내 그린 건 세계 각지에서 건너온 이들이 모여 사는 이 지역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파리 대표 유흥가 피갈에 있는 듀프레 운동장도 그동안 흉물 취급을 받아 폐쇄 조치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의 유니폼을 만든 디자이너 스테판 애시풀의 손을 거치며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농구장’으로 변신했다. 초행길인 사람도 이 농구장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듀프레 22번가 초입부터 농구공 튕기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이 농구장은 두 건물 사이 공터에 문만 달아 만들었다. 이 길을 지나는 누구든 문을 열기만 하면 함께 어울려 운동할 수 있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파리에 가도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하나도 없어요.”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 윤지수(31)는 이렇게 말하면서 “메달만 목에 걸면 한국에 돌아와서 김치찌개만 먹어도 된다”고 했다. 파리에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명품 상점이 늘어선 샹젤리제 거리가 있다는 건 윤지수도 알고 있다.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알리려다 보니 이런 표현을 하게 됐을 것이다. 윤지수는 이번 파리 대회가 세 번째 참가하는 올림픽이다. 앞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 대회 땐 여자 사브르 대표팀 막내였는데 이번엔 맏언니로 팀을 이끈다. 윤지수가 국가대표 선수 생활 내내 의지했던 언니 김지연(36)은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펜싱의 사브르 단체전 첫 메달(동메달)을 이끈 뒤 지난해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 파리 올림픽 여자 사브르 대표팀 막내 전하영(23)은 윤지수보다 여덟 살이 어리다. 윤지수는 지난해 사브르 대표팀 주장이 됐다. 주장을 맡고 처음 출전한 국제종합대회인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개인전 금메달과 단체전 동메달을 땄다. 파리 올림픽에서도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시상대에 오르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단일 올림픽 펜싱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메달을 딴 한국 선수는 남자 사브르의 김정환이 유일하다. 김정환은 도쿄 올림픽에서 개인전 동메달,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대표팀 막내 시절 윤지수는 개인전보다는 단체전에서 더 잘했다. 팀이 뒤지고 있을 때마다 점수 차를 좁히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주장이 된 뒤로는 단체전에서 고전했다. 윤지수는 파리 올림픽 개막 전 마지막으로 출전한 지난달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개인전은 은메달, 단체전은 동메달을 땄다. 이 대회 단체전에서 한국이 우승하지 못한 종목은 여자 사브르뿐이어서 윤지수는 속이 더 쓰렸다. 윤지수는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 남자 사브르에선 오상욱, 여자 에페에선 송세라 같은 에이스들이 잘해줘서 금메달을 가져오는데 ‘나는 왜 이렇게 못 해줄까’ 싶었다”며 지난달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종목 에이스들을 못 따라가는 것 같았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지수는 흔들릴 때마다 ‘꽃은 저마다 피는 계절이 다르다’는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국가대표로 12년 동안 훈련하며 그동안 보내온 과정들을 믿으려 한다”고 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외로운 길을 먼저 걸었던 멘토도 가까이 있다. 프로야구 롯데에서 투수로 활약하며 ‘고독한 황태자’로 불렸던 윤학길 한국야구위원회(KBO) 재능기부위원(64)이 윤지수의 아버지다. 윤지수는 “아빠가 저한테는 운동 얘기를 잘 안 하신다. 그런데 엄마가 ‘지수가 이번 아시아선수권 단체전에서 동메달에 그쳐 상심이 크다’고 했더니 아빠가 ‘중요한 건 올림픽인데 상심할 필요가 뭐 있냐.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얘기하셨다더라”고 했다. 펜싱 국가대표팀은 20일 결전지 파리로 출국한다. 윤지수가 출전하는 여자 사브르 단체전은 한국 펜싱 대표팀 경기 일정 중 가장 마지막인 8월 4일에 메달 주인공이 결정된다. 윤지수는 “사브르 단체전이 마지막 경기인 만큼 더 멋있는 무대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남겼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파리 올림픽 D-6 국대 ‘파트너 선수’의 세계파리 올림픽에 한국은 144명의 국가대표 출전 선수 외에 이들의 훈련을 돕는 ‘파트너 선수’ 63명도 동행한다. 63명은 한국 선수단 현지 훈련캠프까지 날아가 태극전사들의 막판 담금질을 위해 함께 땀 흘린다.26일(현지 시간) 막을 올리는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국가대표 선수는 총 144명이다. 그런데 대한체육회에서 발권한 선수용 파리행 비행기 표는 총 207장이다. 추가로 끊은 63장은 ‘파트너 선수’ 몫이다. 파트너 선수는 이름 그대로 국가대표 선수의 훈련을 돕는 파트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선수나 차세대 기대주가 보통 파트너 선수를 맡는다. 국가대표 선수와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기에 이들을 ‘그림자 국가대표’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번 올림픽 파트너 선수는 국가대표 선수와 파리행 비행기에 함께 오르지만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올림픽 경기장에는 발을 디딜 수 없다. 이번 대회 파트너 선수는 대한체육회가 파리 인근에 마련한 현지 훈련 캠프 일정까지 동행한 뒤 국가대표 선수가 올림픽 경기장에 들어설 때 귀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배보다 더 큰 배꼽, 파트너 선수 파리로 향하는 파트너 선수 63명 가운데는 유도 담당이 24명으로 가장 많다. 국가대표 선수(11명)보다 더 많다. 유도는 상대를 넘어뜨리거나 던지고 눌러 제압해야 하는 종목 성격상 선수 혼자 훈련할 수가 없다. 유도 종목 파트너 선수는 남자 19명, 여자 5명으로 남자가 네 배 가까이 되는 것도 특징이다. 여자 국가대표 선수 6명도 남자 파트너 선수를 최소 1명씩은 두고 있기에 생긴 일이다. 김미정 여자 유도 대표팀 감독은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와 실력이 비슷한 (여자) 선수가 국내에는 많지 않다. 특히 최중량급 선수는 더 센 힘으로 상대해 줄 선수를 찾기가 정말 어렵다”면서 “그래서 외국 선수와 맞붙는 상황을 가정해 더 큰 힘으로 받아줄 수 있는 남자 선수를 상대로 훈련한다”고 설명했다. 파트너 선수라고 훈련 때 기술만 잘 받아주면 되는 건 아니다. 이들도 국가대표 선수들과 똑같은 훈련 일정을 소화한다. 김 감독은 “남자 파트너 선수는 대부분 대학 1학년이다. 어린 나이에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는 게 흔치 않은 경험이라 국가대표 못지않게 훈련을 열심히 한다. 군기도 바짝 들어 있다”며 웃었다. 여자 유도 대표팀 주장으로 78kg급 메달에 도전하는 윤현지는 “(파트너 선수들이) 본인 훈련도 힘들텐데 나를 위해 주고 언제든 기술 연습을 받아줘 고맙다”고 했다. 파트너 선수도 국가대표 선수와 똑같이 하루에 6만 원 정도 되는 훈련 수당을 받는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와 별개로 파트너 선수들에게 최신형 휴대전화나 고급 영양제 등을 선물하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한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는 파트너 선수들이 여자 유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깜짝 선물’을 하기도 했다. 출국을 사흘 앞둔 15일 파트너 선수들은 “같이 사진 찍자” “산책하자”며 국가대표 선수들을 불렀다. 이들은 국가대표 선수 6명의 얼굴이 담긴 케이크, 응원 메시지를 담은 ‘롤링페이퍼’와 선물을 준비했다. 여자 78kg 초과급 국가대표 김하윤의 남자 파트너 선수 백성민은 “함께 훈련하는 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 올림픽이 끝나면 각자 흩어져야 하니 파트너 선수들끼리 ‘서프라이즈 파티’를 열기로 뜻을 모았다. 선수 누나들께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롤링페이퍼에 적었고 파트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넣은 무드등으로 서로 떨어져 있어도 추억할 수 있는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너는 나의 자부심 남자 유도 100kg 초과급 국가대표 김민종의 훈련 파트너는 서울 보성중고와 용인대 1년 후배인 서동규다. 서동규는 3년 전 도쿄 올림픽 때도 김민종의 파트너 선수로 호흡을 맞췄다. 135kg인 김민종보다 25kg가 덜 나가는 서동규는 “모든 훈련마다 최대한의 힘을 써 지쳐 쓰러질 때까지 한다. 실전 훈련 때 여러 잡기를 시도해 형이 더 다양한 잡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한까지 스스로를 다그치는 민종이 형을 보며 마인드적인 부분을 많이 배웠다”며 “민종이 형 훈련량은 다른 운동 선수들이 따라 하기 엄두가 안 날 정도다. 하늘이 감동해 금메달을 주는 게 아니라 하늘도 이 훈련량을 보고 경이로워서 금메달 줄 것 같다”고 했다. 서동규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김민종의 뒷모습이다. 후배를 돕는 선배도 있다. 남자 태권도 58kg 국가대표 박태준은 경희대 1년 선배 박지훈과 지난해부터 1년 넘게 호흡을 맞추고 있다. 박태준은 이전까지 6전 6패를 당했던 장준을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처음 꺾고 파리행 티켓을 땄다. 박지훈은 박태준과 선발전을 함께 준비하면서 장준처럼 왼발을 앞에 두고 박태준과 겨뤘다. 박지훈은 “그전까지는 저도 태준이가 (장준에게는) 안 된다고 느꼈다. 그런데 계속 훈련하다 보니 태준이가 발 힘도 세지고 스피드도 늘어서 ‘이번에는 될 것 같다’고 말했다”며 “이제는 올림픽에서 만날 선수들로 빙의하고 있다. 태준이가 ‘힘 센 스타일로 해줘라’ ‘반칙 많이 하는 선수처럼 해줘라’ 이렇게 주문하면 최대한 맞춰준다. 그래도 키는 더 커질 수 없으니 키 큰 선수 상대 훈련은 다른 파트너가 해준다”며 웃었다. 박태준과 훈련하면서 박지훈도 발기술이 늘었다. 박지훈은 “태준이가 변칙 발차기가 좋아 노하우를 좀 배웠다. 그걸 다른 선수들에게 써보면 선수들이 ‘와, 이런 발차기가 다 있냐’며 넋이 나간다. 또 태준이가 실전 경험이 많아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시간 관리 꿀팁도 많이 알려줬다”고 했다. 파리는 많은 이들에게 ‘로망’인 도시다. 이번이 첫 파리 방문인 박지훈은 사전 훈련 캠프에만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면 아쉬움이 남지 않겠냐’는 질문에 박지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태준이가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 것 같다.”● 오늘은 파트너, 내일의 올림피안 파트너 선수가 ‘몸’만 빌려주는 건 아니다. 본인이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이기도 한 정예진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서채현의 파트너 선수로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머리’를 빌려주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미리 정해둔 홀드(손과 발로 잡거나 디딜 수 있는 부분)만 활용해 가장 적은 횟수에 4, 5m 벽을 오르는 선수가 우승하는 볼더링 △높이 15m 암벽에 매달려 6분 동안 더 높이 오르는 사람이 이기는 리드 △15m 암벽 정상까지 가장 빨리 오르는 사람이 이기는 스피드 등 세 종목으로 나뉜다. 올림픽 때는 볼더링-리드가 한 종목으로 묶인다. 볼더링과 리드 모두 선수 혼자 정상까지 등반하면 되는 종목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등반을 마치고 나면 파트너 선수와 함께 ‘이렇게 해보는 게 어떠냐’며 같은 루트라도 다르게 움직일 수 있는 동작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이렇게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국가대표 선수와 파트너 선수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올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정예진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언니, 오빠들은 어려운 문제가 나와도 포기하지 않고 될 때까지 시도한다. 새로운 동작도 정말 많이 배웠다. 앞으로도 언니 오빠들의 끈기를 많이 보고 배워서 저도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때는 꼭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도 파트너 선수에서 국가대표 선수가 된 이들도 있다.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97kg급 국가대표 김승준과 130kg급 이승찬은 3년 전 도쿄 올림픽 때 파트너 선수였다. 안한봉 레슬링 국가대표팀 감독은 “레슬링은 체급당 한 명만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자기 체급 1등이 아니면 무조건 파트너 선수 시절을 거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레슬링에는 파트너 선수와 국가대표 선수가 역할을 맞바꾼 경우도 있다. 심권호는 파트너 선수 임대원과 훈련하며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임대원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국가대표로 뽑혔을 때는 당시 대표팀 트레이너였던 심권호가 파트너 선수를 맡았다. 역시 체급당 한 명만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역도는 국가대표를 선발할 때 파트너 선수로 적합한지 아닌지까지 따진다. 손영희는 국제역도연맹(IWF) 여자 87kg 초과급 랭킹 3위인데 하필 2위가 한국 선수 박혜정이어서 파리행 티켓을 내줘야 했다. 사실상 올림픽 출전 마지막 기회를 놓친 것. 그러고도 진천선수촌에 남아 출국 전까지 박혜정의 훈련을 돕고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랑스는 벨루티, 미국은 랄프로렌, 캐나다는 룰루레몬…. ‘패션의 도시’ 프랑스 파리에서 26일(현지 시간) 막을 올리는 제33회 여름올림픽 개·폐회식은 각국을 대표하는 패션회사들이 디자인 대결을 벌이는 선수단복의 ‘런웨이’가 될 것으로 관심을 모은다. 프랑스 명품 기업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도 이 대회 조직위원회 프리미엄 파트너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여러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제치고 ‘올림픽 특수’를 가장 크게 누리고 있는 건 몽골 의류업체 ‘미셸앤드아마존카’다. CNN은 “미셸앤드아마존카가 몽골 전통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몽골 선수단의 개·폐회식용 의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미셸앤드아마존카는 몽골 디자이너 자매 미셸, 아마존카 초이갈라가 2015년 만든 브랜드다. 이번에 이들이 디자인한 몽골 국가대표 단복은 이 나라 상징색인 백색, 청색, 홍색 전통 문양에 올림픽 개최지 파리의 에펠탑과 올림픽 상징인 성화를 조화롭게 섞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몽골올림픽위원회는 “단복은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한 벌을 만드는 데 20시간 정도가 걸렸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틱톡의 한 패션 인플루언서가 “올림픽을 시작도 하기 전에 몽골이 이미 금메달을 땄다”며 몽골 단복을 소개한 영상은 조회 수 200만 회를 넘겼다. 미셸앤드아마존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에도 ‘이제껏 본 단복 중에 가장 아름답다’, ‘정말 섬세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1964년 도쿄 대회를 통해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몽골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만 빼고 모든 여름올림픽에 참가했다. 다만 금메달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남자 유도, 복싱에서 딴 2개가 전부다. 파리 대회에서는 32명의 몽골 선수들이 사이클, 사격, 레슬링 등에 출전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100년만의 파리 올림픽’ D-10파리 올림픽 개막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50명) 이후 가장 적은 144명의 선수가 22개 종목에 출전한다. 성적 전망은 밝지 않다.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5개 정도를 예상했다. 역시 몬트리올 대회(금 1개) 이후 가장 적다. 하지만 예상을 뒤집는 승부, 승패를 떠난 감동 스토리는 늘 있다. 17일간의 ‘올림픽 드라마’가 열흘 뒤 찾아온다.》 브레이킹은 가장 ‘어린’ 올림픽 종목이다. 선수 두 명이 비트에 맞춰 일대일 춤 대결을 벌이는 브레이킹은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 대회를 통해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다. 갈수록 젊은 세대가 올림픽에 대한 흥미를 잃어간다는 판단에 따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브레이킹을 올림픽 정식 종목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 브레이킹 대표 김홍열은 역설적인 존재다. 1984년생으로 올해 ‘불혹’인 김홍열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가장 ‘늙은’ 비보이다.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 출정식이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9일 만난 김홍열은 “올림픽 예선 시리즈 1차 대회 시상대에 선 친구들을 보니 정말 어리더라. 10대 후반, 많아도 20대 초반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여기 끼면 안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며 웃었다. 이름 끝 글자 ‘열’을 숫자 10으로 바꾼 ‘홍텐’을 닉네임으로 쓰는 김홍열은 2006년 한국 비보이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 최고 권위 브레이킹 대회인 ‘레드불 BC원’에서 우승했다. 김홍열과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맞붙었던 ‘시게킥스’ 나카라이 시게유키(일본)는 2002년생으로 당시 유치원생이었다. 김홍열은 2013년에는 한국 비보이 최초로 이 대회에서 개인 두 번째 우승 기록도 남겼다. 김홍열은 이렇게 한국을 대표하는 비보이였지만 올림픽 출전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2021, 2022년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KFD)이 개최한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도 하지 않았다. 김홍열은 “부상으로 왼팔에 마비가 와 춤을 계속 출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막연하게 ‘안 되겠지’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4월 상황이 바뀌었다. 세계댄스스포츠연맹(WDSF) 월드시리즈, 세계선수권대회 쿼터가 남녀 각 3장으로 늘어나면서 KFD도 원래 각 2명이던 비보이, 비걸 국가대표를 1명씩 추가 선발하기로 했다.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치료에만 집중했던 김홍열의 왼팔도 그 무렵 정상으로 돌아왔다. 김홍열은 “이제는 춤을 못 추나 했는데 다시 춤을 출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싶어 도전했다”고 했다. 김홍열이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참가한 종합 대회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파리 올림픽 직행 티켓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승에서 패한 김홍열은 올해 5, 6월 전 세계 비보이 40명과 다시 1, 2차로 나눠 예선 시리즈를 치러야 했다. 이 중 10명만 파리행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김홍열은 “기왕이면 (올림픽에) 쉽게 가고 싶어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꼭 따고 싶었는데 놓쳐서 너무 아쉬웠다. 세계 최고의 비보이 40명과 겨뤄야 한다는 것도 부담됐다. 질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이는 제일 많은데 한참 어린 친구들하고 겨루고, 근데 이상하게 또 이기고 있고…. 스스로도 ‘왜 이기지?’ 싶었다”면서 “브레이킹이 몸을 쓰는 종목이니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간의 연륜을 어떻게 하면 녹여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그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김홍열은 1, 2차 예선 시리즈 종합 2위에 오르면서 비보이, 비걸 부문을 통틀어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올림픽 출전 자격을 땄다. 가장 마지막에 도전해 최후의 1인이 된 것이다. 김홍열은 “퀄리파이어(예선 통과자)라고 써진 티켓을 받고 울 뻔했다. 참 드라마틱하게 왔다. ‘이거 받으려고 1년 넘게 고생했구나’ 싶더라”면서 “이제 (올림픽) 한 번 남았다”고 말했다. 김홍열의 브레이킹 비보이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다음 달 11일 새벽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비보이, 비걸 각 16명이 참가해 초대 올림픽 메달을 놓고 ‘댄스 배틀’을 벌인다. 17세 반효진 ‘최연소’… 김우진 ‘3연속 金’ 도전한국, 22개 종목 선수 144명 출전요트 하지민, 5회 연속 올림픽행한국 선수 최다 종목은 수영 23명한국은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 22개 종목, 144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최연소와 최고령 모두 사격 선수다.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 최연소 선수는 17세 고교생 반효진이다. 대구체육고에 재학 중인 반효진은 여자 사격 10m 공기소총에 출전한다. 도쿄 올림픽이 열린 2021년 사격에 입문한 그는 불과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반효진은 일곱 살 위인 박하준(24)과 함께 공기소총 혼성 종목에도 나선다. 최고령 선수는 여자 사격 트랩에 출전하는 이보나로 올해 43세다. 이보나는 반효진이 태어나기도 전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남녀 농구와 남녀 배구가 모두 올림픽 출전에 실패하면서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에 나서는 이승찬(30)이 최장신 선수(195cm)로 이름을 올렸다. 키가 가장 작은 선수는 여자 기계체조 신솔이(20)로 149cm다. 최중량 선수는 여자 역도 박혜정(21)과 남자 유도 김민종(24)으로 둘 다 135kg이다. 양궁 김우진(32)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올림픽 최다 참가 선수는 요트 하지민(35)으로 2008년 베이징 대회를 시작으로 이번 대회까지 5회 연속 출전한다. 스포츠클라이밍 서종국 감독(51)과 선수 서채현(21)은 한국 대표팀 중 유일하게 ‘가족 참가’ 기록을 세웠다. 22개 종목 중 가장 많은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은 수영으로 23명이다. 사격이 16명으로 뒤를 잇는다. 단체 구기 종목으로는 유일하게 출전하는 여자 핸드볼(14명)보다 많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29·체코·세계랭킹 32위)가 올 시즌 세 번째 메이저 테니스 대회 윔블던 여자 단식 정상에 올랐다. 크레이치코바는 13일(현지 시간)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자스민 파올리니(28·이탈리아·7위)를 2-1(6-2, 2-6, 6-4)로 물리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처음 우승한 크레이치코바는 2021년 프랑스 오픈에 이어 메이저 대회 단식 2승째를 거뒀다. 이번 대회 전까지 크레이치코바의 윔블던 단식 최고 성적은 2021년 기록한 16강이다. 크레이치코바의 이번 우승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말 그대로 ‘깜짝 우승’이다. 올해 크레이치코바는 윔블던 이전까지 출전한 대회 단식에서 4강에 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직전 메이저 대회였던 프랑스 오픈에선 1회전 탈락했다. 이날 결승전이 끝난 뒤 윔블던 센터코트 건물 벽에 새겨지는 역대 우승자 명단에 크레이치코바의 이름이 추가됐다. 이를 본 크레이치코바는 “믿기지 않는다. 머릿속엔 야나가 많이 그립다는 생각뿐이다. (우승자 명단에) 코치님 이름과 내 이름이 나란히 있는 걸 보니 감동이다. 코치님이 많이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야나 노보트나(1968∼2017)는 1998년 윔블던 여자 단식 챔피언이다. 체코 여자 선수 최초의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다. 노보트나는 크레이치코바가 프로에 데뷔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코치를 맡았다. 노보트나는 2017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크레이치코바는 우승 뒤 “그날 노보트나 코치님 집 문을 두드린 것이 내 인생을 바꿨다”며 과거를 돌아봤다. 그는 “열여덟 살 때 주니어 무대를 마치고 당장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라 조언을 구했는데 그때 코치님이 ‘잠재력이 있으니 무조건 프로 선수가 돼라’고 말해 주셨다”며 “돌아가시기 전엔 메이저 대회에 나가서 즐기고, 우승하라는 말도 해주셨다. 코치님이 차지했던 윔블던 트로피를 내가 들어 올릴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크레이치코바는 원래 복식 전문 선수다. 프랑스 오픈(2018, 2021년) 윔블던(2018, 2022년), 호주 오픈(2022년), US 오픈(2022년) 등 메이저 대회 여자 복식에서 통산 6번이나 우승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여자 복식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4대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에서 모두 우승하는 ‘골든 커리어슬램’을 달성했다. 호주 오픈에선 혼성 복식 3연패(2019∼2021년)를 하기도 했다. 2021년 프랑스 오픈 여자 단식과 복식 2관왕에 오른 크레이치코바는 이번 윔블던 여자 복식에선 8강에서 탈락했다. 윔블던을 주최하는 올잉글랜드클럽은 이날 대회 홈페이지를 통해 크레이치코바의 우승 소식을 전하며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선수를 계속 ‘복식 전문’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이제 크레이치코바는 단식, 복식을 가리지 않는 우승 전문가가 됐다”고 했다. 파올리니는 지난달 프랑스 오픈에 이어 메이저대회 2연속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이번에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탈리아 여자 선수 최초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룬 파올리니는 “조금 슬프긴 하지만 오늘은 여전히 좋은 날이니 미소를 잃지 않겠다”고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높이뛰기 우상혁(28·사진)이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출전한 마지막 대회에서 공동 3위를 했다. 우상혁은 13일 모나코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WA)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높이뛰기에서 2m28을 넘어 스테파노 소틸레(이탈리아)와 공동 3위를 했다. 세계랭킹 4위 우상혁의 파리 올림픽 금메달 경쟁 상대인 무타즈 바르심(카타르·세계랭킹 1위)과 잔마르코 탐베리(이탈리아·2위)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김도균 한국 육상 수직도약 대표팀 코치는 “이번 대회를 통해 확인한 숙제를 파리 올림픽 경기일까지 남은 시간 동안 잘 풀어내겠다”고 했다. 파리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는 8월 7일부터 예선 일정을 시작한다. 이번 대회 우승은 2m33을 넘은 해미시 커(뉴질랜드·5위)가 차지했다. 우상혁은 2m28을 2차 시기에 넘은 뒤 2m31에 도전했지만 세 번 모두 실패했다. 2m28을 3차 시기에 넘은 커는 2m31을 한 번에 성공시켜 전세를 뒤집었고, 2m33까지 뛰어넘었다. 셸비 매큐언(미국)이 2m31로 2위를 했다. 이번 대회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우상혁보다 세계랭킹이 높은 저본 해리슨(미국·3위)은 6위(2m21)에 그쳤다. 우상혁과 동갑내기인 커는 올 시즌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여 주고 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10위(2m30)를 했던 커는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에서 동메달(2m31)을 딴 게 작년까지 세계 무대 최고 성적이었다. 커는 올해 세계실내선수권에서 오세아니아 타이기록(2m36)을 세우며 우승했다. 올 시즌 남자 높이뛰기에서 2m36 이상을 넘은 선수는 커와 탐베리(2m37) 둘뿐이다. 우상혁의 올 시즌 최고 기록은 2m33, 개인 최고 기록은 한국 기록인 2m36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복식 천재’ 서승재(26)는 지난해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올해의 남자 선수’로 뽑혔다. 서승재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때 남자 선수로는 김동문(49) 이후 24년 만에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김동문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혼합복식 금메달에 이어 2004년 아테네 대회 남자복식 금메달까지 차지하면서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는 유일하게 올림픽 금메달을 두 개 따낸 선수다. 서승재는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서 한 번에 똑같은 결과를 이루겠다는 각오다. 서승재가 이번 대회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서 2관왕에 오르면 올림픽 단일 대회에서 이 두 종목 금메달을 모두 따낸 전 세계 1호 선수로 배드민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 서승재는 지난해 세계선수권과 마찬가지로 이번 올림픽 때도 남자복식에서는 강민혁(25), 혼합복식에서는 채유정(29)과 호흡을 맞춘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최근 만난 서승재는 “두 종목 모두 한국이 올림픽 금메달은 물론 메달 자체를 따낸 지도 너무 오래됐다. 남자복식과 혼합복식 모두 금메달을 목표로 준비해 훌륭한 선배님들의 업적을 이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배드민턴이 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을 가져온 건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김동문-하태권(49) 조가 마지막이다. 2008년 베이징 대회 이용대(36)-이효정(43) 조 이후 혼합복식 금메달도 없다. 서승재는 계속해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은 아무래도 스타일이 다르다. 두 선수와 모두 맞춰야 하는데 제 몸이 한 개라 훈련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파트너들이 제 부족한 점까지 채워주려고 열심히 훈련해 늘 미안한 마음”이라며 “올림픽은 세계선수권보다 일정이 여유로운 편이라 체력 부담이 덜한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서승재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때는 같은 날 두 종목 결승을 모두 치렀다. 이번 올림픽 혼합복식 결승은 다음 달 2일, 남자복식 결승은 이로부터 이틀 뒤다. 파트너 두 명은 ‘서승재는 나의 힘’이라는 마음으로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강민혁은 “승재 형이 두 종목에서 고생하는 걸 알고 있어서 늘 고맙다”면서 “이번 (배드민턴) 대표팀 가운데 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는 남자 선수는 승재 형뿐이다. 저도 첫 올림픽이라 미숙할 텐데 형이 그런 부분만 잘 챙겨주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서승재와 함께 8강까지 올랐던 채유정은 “최고의 선수와 호흡을 맞춘 덕에 저도 개인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며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후회 없이 하다 보면 좋은 결과과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서승재-강민혁 조는 BWF 남자복식 랭킹 2위, 서승재-채유정 조는 혼합복식 4위다. 올림픽 때는 랭킹 4위까지 시드를 받는다. 시드를 받으면 랭킹이 높은 팀과 대회 초반에 붙을 일이 없어 준결승까지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다. 한국 배드민턴은 아직 올림픽 단일 대회에서 금메달을 2개 넘게 따낸 적이 없다. 이번 대회 때는 ‘셔틀콕 천재’ 안세영(22)이 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자단식, 이소희(30)-백하나(24) 조가 세계 2위인 여자복식에서도 금메달을 노린다. 진천선수촌에 파리 경기장과 똑같이 ‘올림픽 특별 세트장’을 만들어 훈련해 온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12일 국가대표 선수단 1진과 함께 프랑스로 떠났다. 배드민턴 대표팀은 대한체육회가 파리 인근에 마련한 사전 훈련 캠프에서 최종 컨디션 조절을 마친 뒤 결전지 파리에 입성한다. 진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앤디 머리의 마지막 윔블던이 끝났다. 올해 대회 개막 10일 전 허리 수술을 받은 머리는 단식은 포기하고 복식에만 출전했다. 윔블던도 복식 1회전 경기를 이례적으로 센터코트에 배정해 머리를 예우했다. 윔블던 센터코트는 머리가 영국 테니스의 신화를 쓴 곳이다. 2012년 영국 선수로는 76년 만에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에 도전한 머리는 결승에서 ‘황제’ 로저 페더러에게 패하고 눈물을 쏟았다. 한 달 뒤 같은 곳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단식 결승에서 머리는 페더러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이듬해 윔블던 개최국 영국의 남자 단식 ‘우승 가뭄’을 77년 만에 끊었다. 2016년 윔블던 우승으로 메이저대회 통산 3승을 달성한 머리는 그해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고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도 받았다. 사람들은 ‘빅3’(페더러-라파엘 나달-노바크 조코비치)에 더해 ‘빅4’의 시대가 열릴 거라고 했다. 하지만 빅3가 차례로 메이저대회 통산 20승을 기록하는 사이 머리는 1승도 추가하지 못한 채 메이저대회 고별전을 치렀다. 머리의 마지막도 신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머리가 복식 1회전에서 탈락한 뒤 전광판에는 머리를 위한 헌정 영상이 나왔다. 배경음악은 영국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Creep(찌질이)’이었다. ‘나도 내가 특별했으면 해. 넌 정말 특별하거든. 하지만 난 찌질이. 여기와 어울리지 않아(I wish I was special. You’re so fuckin’ special. But I’m a creep…I don’t belong here).’ 노랫말은 빅3와 한데 묶일 수 없었던 머리의 커리어와 닮았다. 머리는 메이저대회 결승에 11번 올랐지만 페더러에게 세 번, 조코비치에게 다섯 번 우승을 빼앗겼다. 일부 팬들은 머리의 마지막을 기념하기에 Creep은 너무 잔인하다며 부적절한 선곡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머리는 한발 더 나갔다. 머리는 이어진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장 찌질했던 순간들을 늘어놨다. 열여덟 살 때 지금의 아내를 처음 본 날 이메일 주소를 물어봤던 일, 아내가 경기를 처음 보러 왔을 때 두 번이나 토했는데도 자신을 계속 좋아해 줘 ‘진국이구나’ 싶었다던 고백…. 커리어 정점을 찍은 2016년 윔블던 우승 소감을 물어도 “기억이 거의 없다. 술을 꽤 마셔 집으로 가는 택시에서 토했다”며 웃을 뿐이었다. 세계 최고의 테니스대회, 그중에서도 최고만 설 수 있는 센터코트에서의 마지막 순간에 머리는 ‘영국의 테니스 영웅’ 대신 ‘찌질남’으로 남기를 택했다. ‘취약성(vulnerability)’을 연구한 사회복지 전문가 브레네 브라운은 남에게 숨기고 싶은 내 부끄러운 면을 드러내는 건 강한 자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불완전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빅3와 메이저대회 우승을 다퉈야 했던 머리에게 사람들은 ‘시대를 잘못 만났다’고 했다. 하지만 머리는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몰라도 나는 매일 똑같은 열정과 헌신을 쏟았던 내 커리어가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2017년부터 고관절, 허리 부상으로 그저 그런 선수가 된 뒤에도 머리는 어김없이 코트에서 이기지 못한 상대에게 악수를 청했다. ‘완벽한 나’, ‘찌질한 나’를 모두 같은 ‘나’로 받아들인 머리가 진짜 남자인 이유다. 임보미 스포츠부 기자 bom@donga.com}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세계 랭킹 3위)가 개인 13번째로 윔블던 테니스 대회 4강 무대를 밟았다. 조코비치는 원래 11일 알렉스 디미노어(25·호주·9위)와 대회 남자 단식 8강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디미노어가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스윙 한 번 하지 않고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조코비치는 그러면서 로저 페더러(43·스위스·은퇴)와 함께 이 대회 남자 단식 4강에 가장 많이 오른 선수가 됐다. 조코비치가 올해 우승하면 페더러가 갖고 있는 윔블던 남자 단식 최다 우승(8회) 기록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4대 메이저 대회(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 전체로는 이번이 조코비치의 49번째 4강 무대다. 조코비치보다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4강에 많이 오른 선수는 없다. 조코비치와 준결승전을 치르는 로렌초 무세티(22·이탈리아·25위)가 메이저 대회 4강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무세티는 이날 8강에서 테일러 프리츠(27·미국·12위)에게 3-2(3-6, 7-6, 6-2, 3-6, 6-1) 역전승을 거뒀다. 무세티가 메이저 대회에서 8강 경기를 치른 것도 이날이 처음이었다. 무세티는 “내 인생에서 오늘보다 기쁜 날은 아들이 태어난 날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두 선수가 맞대결을 벌이는 건 이번이 7번째다. 이전 6차례 맞대결에서는 조코비치가 5승 1패로 앞서 있다. 직전 메이저 대회였던 프랑스 오픈 때도 두 선수는 32강(3회전)에서 만났는데 조코비치가 1-2로 끌려가다 3-2 역전승을 거뒀다. 무세티는 “조코비치는 어디에서 만나든 힘든 상대다. 윔블던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난 야망이 큰 사람이다. 도전을 즐기겠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얀니크 신네르(23·이탈리아)가 세계랭킹 1위로 치른 첫 메이저 대회를 8강에서 마쳤다. 신네르는 1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8강에서 다닐 메드베데프(28·러시아·5위)에게 2-3(7-6, 4-6, 6-7, 6-2, 3-6)으로 역전패했다. 신네르는 이 경기 전까지 메드베데프를 상대로 5연승을 달리고 있던 중이었다. 올해 호주 오픈 결승에서는 0-2로 뒤지던 경기를 3-2로 뒤집으면서 개인 첫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이날은 3세트 도중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르는 등 컨디션 난조에 시달린 끝에 패전을 기록하고 말았다. 신네르는 “아침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좀 어지러웠는데 메이저 대회 8강에서 기권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여자 단식 1번 시드를 받은 이가 시비옹테크(23·폴란드·1위)가 32강에서 탈락한 데 이어 남자 단식 1위 신네르마저 8강에서 짐을 싸면서 윔블던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남녀 단식 모두 1번 시드 없이 4강전에 돌입하게 됐다. 지난해 4월 마이애미 마스터스 결승 이후 15개월 만에 신네르를 물리친 메드베데프는 “신네르는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 때가 있었지만 컨디션이 언제든 올라올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았다. 결과가 좋게 나와 기쁘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지난해 4강에서 패했던 카를로스 알카라스(21·스페인·3위)와 다시 한 번 준결승 맞대결을 벌인다. 대회 디펜딩 챔피언인 알카라스는 이날 8강에서 토미 폴(27·미국·13위)을 3-1(5-7, 6-4, 6-2, 6-2)로 제압하고 4강에 합류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야로슬라바 마후치흐(23·우크라이나·사진)가 육상 여자 높이뛰기 세계기록을 37년 만에 새로 썼다. 마후치흐는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여자 높이뛰기에서 2m10을 넘어 1987년 스테프카 코스타디노바(불가리아)가 세운 종전 기록(2m9)을 1cm 경신했다. 이번 대회 2위는 2m1을 넘은 니콜라 올리슬라거스(호주)가 차지했다. 이날 2m3을 2차 시기에 넘어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한 마후치흐는 이후 우크라이나 기록인 2m7에 도전해 2차 시기에 성공했다. 이어 2m10를 1차 시기에 넘었다. 마후치흐는 “마침내 세계육상 역사에 우크라이나를 새길 수 있어 기쁘다.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승리”라고 말했다. 마후치흐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 중 하나인 드니프로 출신이다. 파리 올림픽 여자 높이뛰기 금메달 후보인 마후치흐는 “올림픽 분위기는 또 다를 것이다. 훨씬 어렵겠지만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마후치흐는 18세이던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에서 2m4를 넘어 주니어 세계기록으로 2위를 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선 2m 기록으로 동메달을,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선 금메달(2m1)을 목에 걸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