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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매 경기를 하나씩 거칠 때마다 성장하는 걸 느낀다. 올림픽은 1년 뒤에 열리기 때문에 그동안 제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저도 궁금하다.”2025 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4개(금 2, 은메달 2개)를 받은 쇼트트랙 에이스 박지원(29)의 시선은 이제 밀라노로 향한다. 이번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역대 최고 성적(금 6개, 은 4개, 동메달 3개)을 기록한 한국 쇼트트랙은 14일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제6차 대회에 나선다. 대표팀은 10일 귀국한 뒤 11일 바로 밀라노로 출국한다. 밀라노는 내년 겨울 올림픽 때 쇼트트랙 종목이 열리는 곳이다.박지원은 직전 시즌까지 2년 연속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현 월드투어) 남자부 종합 1위를 지킨 최강자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종합국제대회 데뷔전이었다 . 2018 평창에 이어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8위로 연이어 탈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고향인 강원 강릉시에서 열렸던 평창 대회 때도 박지원은 국가대표 후보선수로 올림픽 경기장 빙질 점검에만 투입됐고 본 경기는 TV로만 봤다.박지원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기억을 묻는 말에도 올림픽 대표팀에 연거푸 탈락했던 때를 꼽았다. 하지만 박지원은 “그 경험도 아무나 할 수 없다”며 “제가 시작부터 에이스였고 1위만 했다면 지난 시즌 초반 어려움이 있었을 때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경험을 한 덕에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2018 평창 올림픽 때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에 첫 금메달(남자 1500m)을 안긴 건 당시 한국 대표팀 에이스 린샤오쥔(임효준)이었다. 7년의 시간이 흘러 중국의 에이스가 된 린샤오쥔은 한국의 에이스가 된 박지원과 재회했다. 박지원과 린샤오쥔은 이번 대회 기간 내내 개인전과 계주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다. 개인전 1500m에서는 박지원-린샤오쥔이 금, 은메달을, 500m에서는 린샤오쥔-박지원이 금, 은메달을 따며 양보 없는 접전을 이어갔다.하지만 승부가 끝난 뒤 두 선수는 경쟁자에서 곧바로 오래된 친구로 돌아갔다. 시상대에서도 웃으며 서로의 허리를 감싼 채 기념 촬영을 했다. 린샤오쥔은 이번 대회를 마친 뒤 “원래 내 주 종목은 1500m인데 이젠 나이를 먹어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 좀 힘들다 생각했었다”며 “동갑에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훈련했던 친구인 지원이가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박지원도 린샤오쥔과 시상대에서 축하를 나눈 것에 대해 “정말 어렸을 때부터 함께 경쟁한 선수다. 함께 고생한 생각이 많이 났다”며 “선수가 시상대에 선다는 건 굉장한 노력을 했다는 뜻이다. 그에 따른 존중이 필요하다. 충분한 축하를 했다”고 전했다.큰 이변이 없는 한 박지원은 올림픽 데뷔전이 될 내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에서도 린샤오쥔과 메달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박지원은 “이번 경기는 몸싸움이 많아 깔끔한 레이스를 펼치지 못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더 깔끔함을 추구해야겠다는 배움이 있었다. 제가 발전해야 할 부분”이라며 “밀라노에서는 누가 이길지 모르겠지만 저는 최선을 다할 거고 린샤오쥔 선수도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그러면 승부가 어떻게 나든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개인 첫 올림픽 무대가 될 밀라노를 먼저 경험하게 된 데 대해서는 “올림픽에 나가면 긴장이 많이 될 텐데 올림픽이 열릴 장소에서 1년 전에 즐겁게 경기하면 올림픽 때도 긴장하기보다는 추억을 떠올리며 즐겁게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언니인데 밥은 제가 당연히 사야죠. 지금처럼 선의의 경쟁을 계속하면서 좋은 성적 거두고 싶어요.” ‘쇼트트랙 여왕’ 최민정(27)이 돌아왔다. 주 종목인 여자 1500m 금메달은 후배 김길리(21)에게 내줬지만 1년 공백을 뛰어넘어 2025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첫 3관왕에 올랐다. 최민정은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선에서 1분29초637의 아시안게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루 전인 8일 혼성 계주 2000m와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땄던 최민정은 3관왕에 오르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겨울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선수가 3관왕에 오른 건 최민정이 처음이다. 2018 평창 겨울 올림픽과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여자 1500m 2연패를 달성하며 쇼트트랙 장거리 최강자로 군림하던 최민정은 2023년 세계선수권을 마지막으로 잠시 태극마크를 내려놨다. 한 시즌 동안 정비의 시간을 가진 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을 준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최민정이 떠난 사이 빈자리는 ‘차세대 에이스’ 김길리가 채웠다. 김길리는 2023∼202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옛 월드컵)에서 여자부 종합 1위에 오르며 크리스털 글로브를 받았다. 8일 열린 이번 대회 1500m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장거리 최강자로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반면 최민정은 이 종목에서 4위에 그쳤다. 하지만 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최민정은 1500m에 이어 열린 여자 500m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이 종목 금메달을 따냈다. 500m는 한국이 스프린트 능력이 좋은 중국 선수들에게 전통적으로 밀리던 취약 종목이다. 하지만 최민정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데 이어 김길리와 이소연이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하며 시상식 때 태극기 세 개가 나란히 걸리는 장관을 연출했다. 최민정은 500m 예선에서 43초321의 기록으로 판커신(중국)이 2017 삿포로 대회에서 세웠던 아시안게임 기록(43초371)을 8년 만에 경신한 데 이어 결선에서는 42초885로 기록을 더 줄였다. 9일 여자 1000m 준결선에서도 최민정은 1분29초835의 기록으로 심석희가 삿포로 대회 때 세운 아시안게임 기록(1분30초376)을 깼다. 그리고 1000m 결선에서 1분29초637로 아시안게임 기록을 다시 썼다. 최민정은 “이번 대회도 사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을 향한 과정이다. 이제 밀라노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걸 느낀다. 밀라노까지 계획한 것들을 차근차근 이루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그런 최민정에게 김길리는 좋은 후배이자 경쟁자다. 최민정은 “1500m는 제 주 종목이기 때문에 당연히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1000m는 최근에 계속 성적이 좋아 자신감이 생겼다. 또 500m도 계속 도전하고 있는 종목”이라며 “밀라노에서는 어느 종목 하나 놓치지 않고 (메달) 가능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다. 길리와 지금처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 최민정을 꼽은 김길리는 “(최)민정 언니는 친한 언니이자 존경하는 선수다. 처음 국가대표가 됐을 때 적응도 안 되고 많이 힘들었는데 민정 언니가 많이 도와줘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요즘에도 최민정은 김길리에게 ‘밥 잘 사주는 언니’다.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마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14일부터 밀라노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6차 대회에 출전한다.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언니’ 김민선(26)과 ‘동생’ 이나현(20)이 하루 사이 순서를 바꿔가며 금,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한 팀으로 출전한 팀 스프린트에서는 금메달을 합작했다. ‘신 빙속여제’ 김민선은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5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8초24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나현은 0.09초 뒤진 기록으로 은메달을 땄다. 하루 전인 8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m에서는 이나현이 10초501을 기록해 금메달, 김민선은 0.004초 차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틀 연속 자리만 바꿔 시상대에 오른 두 선수는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국제무대 ‘동반 포디움(입상)’을 연출했다. 9일 여자 팀 스프린트에서는 금메달을 합작했다. 김민선-이나현-김민지(25)로 구성된 한국 팀은 여자 팀 스프린트에서 1분28초62를 기록해 중국(1분28초85)을 0.23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나란히 2관왕에 오른 두 선수는 11일 여자 1000m에 출전해 추가 메달에 도전한다. 2017년 삿포로 아시안게임 때 고교생 막내였던 김민선은 맏언니로 출전한 이 대회에서 처음 금메달을 땄다. 삿포로 대회에서는 500m 7위, 1000m 13위에 그쳤다. 일찌감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김민선은 최근 두 시즌 연속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부츠를 교체했다가 기록이 나지 않자 다시 원래 부츠를 신었고, 비시즌에는 다국적 중장거리 선수들이 연합해 훈련하는 팀에 합류하기도 했다. 김민선은 “(모험이) 100% 만족스러웠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메달을 (이전만큼) 많이 따지 못해서 힘들기도 했다. 다만 선수로서 장비 확인 등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 것은 발전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종 목표는 2026 겨울올림픽이다. 이번 대회에서 과정 하나를 잘 넘었다는 생각이다. 열심히 하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밀라노가 앞에 와 있을 것 같다. 이번 아시안게임처럼 꼭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김민선에게 혜성처럼 떠오른 이나현은 좋은 경쟁자이자 동반자다. 이나현은 2023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이상화(은퇴), 김민선에 이어 세계 500m 주니어 기록을 갈아치운 유망주다. 지난 시즌 월드컵 여자 500m에선 최고 5위까지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김민선의 소속팀 의정부시청의 제갈성렬 감독은 “이상화가 은퇴한 후 (김)민선이가 외롭게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을 지켜왔다. 그런데 이나현이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르면서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민선 역시 “시상대에서 연이틀 같이 서는 경우가 처음이라 신기했다. 그만큼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라서 좋다”고 말했다. 종합국제대회 데뷔전이던 8일 100m에서 김민선을 따돌리고 ‘깜짝 금메달’을 딴 이나현은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라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준비했다. 첫발 스타트만 집중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했다. 이나현은 9일 500m에서 은메달을 추가한 뒤엔 “민선 언니를 따라 한 단계씩 올라가고 있으니 올림픽도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제 시작이고 앞이 창창한 선수로 저 자신을 소개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겨울체전 500m, 1000m에서 모두 김민선보다 좋은 기록을 찍었던 이나현은 “국제대회 금메달이 처음이다. 내년 올림픽 모의고사를 잘 치렀다고 생각하겠다”며 웃었다.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 이승훈(20)은 ‘눈밭’에서 이름을 좀 날리는 선수다. 다만 겨울 종목에서 ‘이승훈’이라고 하면 2010년 밴쿠버 올림픽과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37)을 떠올리는 이들이 더 많다. 2025 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로는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인이 된 이승훈은 “‘설상’ 이승훈은 앞으로 더 많은 역사를 쓸 테니 지켜봐 달라”며 웃었다. 이승훈은 8일 중국 하얼빈 야부리 스키 리조트에서 열린 대회 하프파이프 남자부 경기에서 97.5점을 받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은 이날 1차 시기에 오른쪽 방향으로 세 바퀴 반을 도는 ‘라이트사이드 1260’을 최고난도 점프로 구성해 96.00점을 받았다. 그리고 3차 시기에 회전 축을 두 차례 바꾸는 ‘더블콕’ 점프를 추가해 97.50점까지 점수를 끌어올렸다. 이승훈을 제외하면 이날 91점 이상을 받은 선수도 없었을 정도로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이승훈은 원래 이번 대회 때 파이프에 뒤로 진입한 뒤 공중에서 축을 두 번 바꿔 가며 세 바퀴 반을 도는 ‘스위치 더블콕 1260’을 구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공식 훈련 때 이 기술을 시도하다 고꾸라져 눈 주위에 부상을 입는 바람에 정식 경기 때는 이 기술을 시도하지 않기로 했다. 야부리 스키 리조트는 이날 최고 기온이 영하 10도밖에 되지 않았던 데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고난도 기술을 구사하기에 적당한 조건이 아니었다. 눈에 멍이 들어 시상식에도 안대를 착용하고 나온 이승훈은 9일 새벽 비행기로 하얼빈에서 곧바로 캐나다 캘거리로 이동해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을 준비한다. 지난해 자신이 한국 프리스타일 선수로는 처음으로 FIS 월드컵 메달(동)을 땄던 곳이다. 이승훈은 “월드컵 첫 메달도, 아시안게임 첫 메달도 메달을 땄을 때의 뿌듯함을 잊고 싶지 않아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이 1년밖에 남지 않아 모든 선수들이 월드컵에도 이를 갈고 나온다. 저도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프리스타일 스노보드 대표 이채운(19)도 같은 날 남자 슬로프스타일에서 출전 선수 중 홀로 90점대 점수(90점)를 받으며 금메달을 따냈다. 2023 FIS 세계선수권대회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이자 2024 강원 청소년 겨울올림픽 때 슬로프스타일, 하프파이프 2관왕에 올랐던 이채운은 13일 주 종목 하프파이프에서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9일 열린 알파인 스키 남자 회전에서는 정동현(37)이 1, 2차 시기 합계 44초08로 고야마 다카유키(24·일본·43초29)에게 0.79초 뒤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 종목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했던 정동현은 3일 부친상을 당했지만 대회 일정 때문에 발인도 하지 못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정동현은 “스키를 시작하게 된 것도 아버지 덕분이었다. 초등학교 때까지 아버지에게 계속 배우며 선수 생활을 했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대회에 나가라고 하셨을 것 같았다. 그런 만큼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분하다”고 했다. 정동현은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때 이 종목 21위에 오르며 한국 알파인 스키 선수로는 올림픽 최고 성적을 남겼던 선수다. 정동현은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 밀라노에서는 꼭 10위 안에 들고 싶다”고 다짐했다.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이승훈(20)은 ‘눈밭’에서는 이름을 좀 날리는 선수다. 이승훈은 2021년 국제스키연맹(FIS)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로는 최초로 은메달을 땄다. 시니어 무대에서도 최초의 역사를 계속 쓰는 중이다. 이승훈은 8일 야불리 스키 리조트에서 열린 2025 하얼빈 겨울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이전까지는 2017 삿포로 대회 때 모굴스키 최재우가 딴 은메달이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가 아시안게임에서 남긴 최고 성적이었다. 이승훈은 지난해 2월 캘거리 대회 때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역사상 첫 FIS 월드컵 메달(동) 획득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다만 겨울 종목에서 ‘이승훈’이라고 하면 아직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설 이승훈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최초 금메달 주인이 된 이승훈은 “설상 이승훈은 앞으로 더 많은 역사를 쓸 테니 지켜봐 달라”며 웃었다. 이승훈은 이날 저녁 열린 공식 메달 세리머니 때 오른쪽 눈에 안대를 낀 채로 시상대에 올랐다. 대회 전날 공식 훈련 때 눈보라가 치는 궂은 날씨에도 고난도 기술인 스위치 더블콕 1260(반대 방향으로 진입해 회전축 두 번 바꾸며 다 세 바퀴 반 회전)을 시도하다 파이프에 눈을 박으며 떨어져 크게 멍이 들었기 때문이다.대회가 열린 야불리 스키 리조트는 이날 ‘최고’ 기온 영하 10도에 바람까지 많이 불어 선수들이 비거리와 속도를 내는 데 애를 먹었다. 공식 훈련 때 무리하다 부상을 입은 이승훈은 정식 경기 때는 스위치 점프를 시도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라이트사이드 1260(오른 방향으로 3.5회전)를 최고난도 점프로 포함한 구성만으로도 1차 시기에 96점을 받았다. 이승훈은 이미 우승을 확정한 3차 시기에도 더블콕 점프를 추가해 점수를 97.50점까지 높였다. 이승훈은 “파이프 상태가 안 좋아 최고의 기술을 못 보여드려서 아쉬웠다. 다른 선수들도 날씨 때문에 고난도 기술을 시도하지 못해 전반적으로 대회 수준이 떨어졌다.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 시기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을 보여드렸다”고 했다.이승훈은 9일 새벽 비행기로 하얼빈에서 곧바로 캐나다 캘거리로 이동해 다음 월드컵을 준비한다. 지난해 자신이 한국 프리스타일 최초 메달을 땄던 곳이다. 이승훈은 “월드컵 첫 메달도 그렇고 아시안게임 첫 메달도 그렇고 메달을 딴 뿌듯함과 좋은 기분을 잊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월드컵에서도 선수들이 다들 이를 갈고 나온다. 저도 구성을 더 높이는 걸 생각 중이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이승훈과 함께 내년 겨울 올림픽 설상 종목 메달 유망주로 주목받는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대표 이채운(19)도 8일 남자 슬로프스타일에서 출전 선수 가운데 홀로 90점대(90점) 점수를 받고 금메달을 땄다.2023 FIS 세계선수권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이자 2024 강원 청소년 겨울올림픽 슬로프스타일, 하프파이프 2관왕에 오른 이채운은 13일 주 종목인 하프파이프에서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얼음 도시’ 하얼빈에서 열리는 2025 겨울 아시안게임이 7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공식적으로 막을 올렸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 걸린 9개의 금메달 중 ‘최소 6개’ 금메달을 목표로 잡은 한국 선수단은 이날 김길리-최민정, 박지원-장성우가 개인전 3종목(500, 1000, 1500m)에서 모두 압도적인 격차로 예선 및 준준결선을 통과했다. 혼성 2000m 계주에서도 가뿐하게 결선 진출권을 따냈다.이에 따라 쇼트트랙 각 종목 결선이 모두 열리는 8, 9일은 한국 선수단의 ‘황금 주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쇼트트랙이 분위기만 잘 이끌면 한국 선수단은 대회 첫 주말에 금메달 10개 돌파도 가능하다.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은 이날 경기가 열린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빙판을 완전히 접수했다. 대회 전 5관왕 목표를 공언했던 ‘람보르길리’ 김길리가 가장 먼저 시동을 걸었다. 김길리는이날 여자 500, 1000, 1500m는 물론 혼성 2000m 계주를 모두 조 1위로 통과했다. 김길리는 8일 혼성 2000m 계주, 여자 500m, 1500m, 9일 여자 1000m와 여자 3000m 계주에서 모두 금메달을 노린다. 이제껏 겨울 아시안게임에 나선 한국 선수 중 단일 대회에서 금메달 5개를 딴 선수는 없다. 2017 삿포로 대회 때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이 달성한 4관왕(남자 5000m, 10000m, 매스스타트, 팀추월)이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김길리는 이날 경기 후 “내일이 진짜다. 좋은 추억과 성적을 거두고 싶다”며 웃었다. 김길리는 지난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현 월드투어) 시즌 종합 1위에게 주어지는 크리스털글로브를 품에 안았다. 그 전까지 세계 여자 쇼트트랙 최강자 자리는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과 최민정이 양분했다. 하지만 스휠팅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고, 최민정은 컨디션 조절을 위해 한 시즌을 쉬었다. 그 사이 김길리가 여자 쇼트트랙 최강자로 우뚝 섰다. 김길리는 이번 시즌 ISU 월드투어 여자부 종합 랭킹 3위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 가장 높다. 1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원조 여제’ 최민정도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삿포로 아시안게임과 2018 평창 올림픽 1500m 금메달리스트인 최민정은 이날 열린 여자 500m 예선에서 43초321의 기록으로 골인해 판커신(중국)이 삿포로 대회에서 세웠던 아시안게임 기록(43초371)을 8년 만에 갈아치웠다. 최민정은 올 시즌 ISU 여자 1000m 세계 랭킹 2위로 김길리(5위)를 앞선다.남자부에서는 지난 시즌까지 2시즌 연속 ISU 남자부 종합 랭킹 1위를 지킨 박지원이 5관왕에 도전한다. 이날 첫 1500m 준준결선을 압도적인 리드로 마친 박지원은 “모든 종목에 자신이 있다. 목표는 전 종목 금메달”이라며 “김길리가 5관왕이 목표라는 건 내일 첫 경기인 혼성계주에서 금메달을 딴다는 얘기니 좋은 소식이다. 동반 5관왕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민정 역시 “가장 먼저 열리는 혼성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면 다들 남은 경기에서 부담 없이 각자의 목표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했다.쇼트트랙 외에도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김준호가 남자 100m(8일), 김민선이 여자 500m(9일) 금메달을 정조준한다. 8일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하프파이프에 출전하는 이승훈도 금메달에 가장 근접해 있다. 이승훈은 지난 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선수로의 사상 처음 월드컵 대회 시상대에 올랐다. 알파인 스키 남자 회전(9일)에서는 아시아 최강자인 정동현의 금메달이 유력하다.컬링 믹스더블에 출전한 김경애-성지훈 조는 7일 준결승에서 홈팀 중국을 꺾고 은메달을 확보했다. 김경애-성지훈 조는 8일 오전 10시 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대회 첫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47억 아시아인들의 겨울 축제인 2025 하얼빈 겨울 아시안게임이 7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14일까지 열린다. 2017 삿포로 대회 이후 8년 만에 열리는 이 대회에서 한국의 목표는 종합 2위 수성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이끄는 중국 쇼트트랙을 넘어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쇼트트랙 금메달 6개를 비롯해 스피드스케이팅(2개), 알파인스키, 프리스타일스키, 컬링에서 금메달 최소 11개를 따 종합 3위(금 11개, 은 7개, 동메달 20개)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목표 순위는 종합 2위로 잡았다. 한국은 삿포로 대회 때도 일본(금메달 27개)에 이어 종합 2위(금메달 16개)에 올랐다. 다만 21세기 들어 열린 겨울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우승은 늘 개최국이 차지했다는 게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3 아오모리(일본) 대회부터 2007 창춘(중국), 2011 아스타나-알마티(카자흐스탄), 2017 삿포로(일본)까지 예외는 없었다. 중국도 이번 대회 때 쇼트트랙에서 역대 최다 메달을 따내며 종합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은 7일 예선을 시작으로 8, 9일에 결선이 열린다. 남녀부 개인 종목에서는 한국이 객관적 전력에서 중국에 앞선다. 지난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남녀부에서 각각 종합 1위를 차지한 박지원, 김길리를 필두로 이번 시즌 국제무대에 복귀한 최민정까지 모두 출전하기 때문이다.다만 린샤오쥔이 이끄는 2000m 혼성계주와 5000m 남자 계주는 금메달을 자신할 수 없다. 린샤오쥔은 남자 500m에서도 유력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2018 평창 올림픽 남자 1500m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을 땄던 린샤오쥔은 2020년 중국으로 귀화했는데 이번 대회가 오성홍기를 달고 출전하는 첫 종합국제대회다. 2019년 3월까지 한국 대표로 뛴 린샤오쥔은 한 국가를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3년 내 다른 나라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라 2022년 2월 열린 베이징 겨울올림픽에는 나서지 못했었다. 중국에서도 린샤오쥔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린샤오쥔은 최근 중국글로벌텔레비전네트워크(CGTN)와의 인터뷰에서 “국제대회 중 유일하게 아시안게임 메달이 없어서 정말 출전하고 싶었다”면서 “혼성계주, 남자계주 금메달이 가장 큰 목표다. 특히 남자계주는 (쇼트트랙) 마지막 종목이라 가장 기대된다. 중국에 더 많은 금메달을 안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남자 계주에서 헝가리에 금메달을 안긴 류사오린와 류사오앙 형제도 중국으로 귀화해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에이스 박지원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이 어떻게 이들을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중국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과 낯선 경기장 환경 등도 극복해야 한다. 이번 대회 첫 메달은 8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에서 나올 예정이다. 1986년 삿포로에서 제1회 대회를 치른 겨울 아시안게임은 기본적으로 4년마다 열렸지만 2017 삿포로 대회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개최지 선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8년 만에 열리게 됐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다인 34개국에서 1275명의 선수가 참가해 64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한국은 148명이 출전한다. 캄보디아, 사우디아라비아는 겨울 아시안게임에 처음 참가한다. 사우디는 2029년 대회 개최국이기도 하다. 북한은 피겨스케이팅에만 선수 3명을 파견했다. 페어에 한금철-렴대옥 조, 남자 싱글에 로영명이 참가한다.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지난해 프로농구 올스타전까지만 해도 LG 유기상(23)은 조연이었다. 당시 유기상은 신인으로 유일하게 올스타전 무대를 밟은 것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2년 차인 올해 그는 리그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됐다. 올스타 팬·선수단 투표에서 최근 5년간 올스타전 1, 2위를 양분했던 허웅(KCC)-허훈(KT) 형제, 리그 정상급 가드 이정현(소노) 등을 모두 제치고 1위를 했다.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유기상은 “올스타 투표 결과가 나오고 (1위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투표가 한창일 때 저희가 연패 중이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직도 저희가 6강 안정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좋은 기세를 유지해서 빨리 안정권에 접어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직전 시즌까지 2년 연속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치고도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연달아 실패한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구성을 크게 흔들었다. 기존 국내 주축 선수였던 이관희-이재도를 DB 두경민, 소노 전성현과 트레이드했다. LG는 올 시즌을 3연승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8연패에 빠지며 한때 9위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LG는 29일 DB전까지 거짓말처럼 8연승으로 반등하며 30일 현재 공동 4위로 뛰어올랐다. 유기상은 DB전에서 3쿼터에만 3점슛 3개를 성공시키는 등 15득점 하며 94-60 대승을 이끌었다. 1년 만에 주연으로 발돋움한 소감을 묻자 유기상은 “팀에서 오래 뛰던 형들이 올 시즌을 앞두고 (다른 팀으로) 많이 떠나면서 원년 팬들이 저를 많이 예뻐해 주신 것 같다”며 “작년에 ‘와, 올스타전도 나갈 수 있구나’ 했는데 이렇게 많은 득표수로 1위를 하게 됐다. 보답하려면 제가 한 발이라도 더 열심히 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시즌 한 경기 평균 23분 34초를 뛰던 유기상은 올 시즌 평균 29분 25초를 뛰고 있다. 다만 늘어난 인기와 출전 시간만큼 끈질긴 상대 견제도 견뎌야 한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 신인 최다 3점슛(95개) 기록을 세우며 신인왕에 올랐던 유기상은 3점슛 평균 성공 개수가 지난 시즌 1.8개에서 올 시즌 2.0개로 늘었다. 리그 공동 6위. 다만 3점슛 성공률은 지난 시즌 42.4%에서 34.8%로 떨어졌다. ‘루키’ 유기상에게 왔던 오픈 3점 기회는 ‘2년 차’ 유기상에게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유기상은 “작년에는 (상대 수비가) 절 놔두고 다른 선수에게 도움 수비를 가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저를) 아예 3점 라인 밖에 나오지도 못하게 한다. 그래서 늘 한두 발을 더 뛰어야 한다”고 했다. 유기상은 “운동선수는 편하면 안 된다”며 “지금 당장은 지표가 안 좋고 힘들지언정 적응되면 농구 보는 시야가 넓어지지 않을까. 그래도 1년 차 때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런 견제도 받아볼 수 있는 거다. 이겨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면 제 가치도 올라갈 것이다. 깨야 할 하나의 퀘스트(롤플레잉 게임에서 주인공에게 주어진 일종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기상은 공격뿐 아니라 수비를 강조하는 조상현 LG 감독으로부터 인정받는 수비수이기도 하다. 유기상은 “감독님이 늘 (수비하는 선수를) ‘끝까지 따라가라’고 하신다. 저도 공격에 실패하면 ‘내가 못 넣어? 그러면 너도 못 넣어’ 라고 생각한다. 수비는 기술적인 면보다 한 발짝 더 따라가겠다는 의지의 차이라고 본다”고 했다. LG는 새해 첫날 1위 SK를 상대로 9연승에 도전한다. 유기상은 “8연패를 하고 8연승을 했으니 이제 원점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각오를 다졌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지난해 프로농구 올스타전까지만 해도 LG 유기상은 그저 조연이었다. 당시 유기상은 신인으로는 유일하게 올스타전 무대를 밟은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2년 차인 올해 그는 리그 정상급 가드인 이정현(소노)을 비롯해 최근 5년간 올스타전 1, 2위를 양분했던 허웅(KCC)-허훈(KT) 형제를 제치고 올스타 1위에 올랐다. 유기상은 이번 올스타 팬 투표 총 158만7999표 중 8만987표를, 선수단 투표에서도 185표 중 55표를 받아 팬·선수단 투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유기상은 “사실 올스타 투표 결과가 나오고 (1위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투표가 한창일 때 저희가 연패 중이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직도 저희가 6강 안정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좋은 기세를 유지해서 빨리 안정권에 접어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직전 시즌까지 2년 연속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치고도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모두 실패한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기존 국내 주축 선수였던 이관희-이재도를 DB 두경민, 소노 전성현과 모두 트레이드했다. 선수 구성을 크게 흔든 모험이었다. LG는 올 시즌을 3연승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8연패에 빠지며 한때 9위까지 추락하며 휘청였다. 하지만 LG는 29일 DB전까지 8연승을 달리며 30일 현재 공동 4위로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에서 유기상은 3쿼터에만 3점 슛 3개를 성공시키며 15득점으로 94-60 대승을 이끌었다.1년 만에 팀은 물론 리그에서도 주연으로 발돋움한 소감을 묻자 유기상은 “팀에서 오래 뛰던 형들이 올 시즌을 앞두고 (다른 팀으로) 많이 떠나면서 원년 팬분들이 저를 많이 예뻐해 주신 것 같다”며 “작년에 올스타전에 처음 나가서 ‘와, 올스타전도 나갈 수 있구나’ 했는데 이렇게 많은 득표수로 1위를 하게 돼 감사하다. 팬분들이 일일이 접속해 투표해 주신 것 아닌가. 보답하려면 제가 한 발 더 열심히 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지난 시즌 평균 23분34초를 뛰던 유기상은 올 시즌 평균 29분25초 뛰고 있다. 다만 늘어난 인기와 출전 시간만큼 늘어난 상대 팀의 견제도 견뎌야 한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 신인 최다 3점 슛(95개) 기록을 세웠던 유기상은 3점 슛 평균 성공 개수가 지난 시즌 1.8개에서 올 시즌 2.0개로 늘어나 리그 공동 6위다. 다만 3점 슛 성공률은 지난 시즌(42.4%)에 비해 줄어든 34.8%다.‘루키’ 유기상에게 왔던 오픈 3점 찬스는 ‘2년 차’ 유기상에게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유기상은 “작년에는 (상대 수비가) 절 놔두고 다른 (동료)선수에게 도움 수비도 많이 갔는데 요즘은 (저를) 아예 3점 라인 밖에 나오지도 못하게 한다. 그래서 늘 한두발을 더 뛰어야 한다. 슛 연습도 강해진 (상대) 수비를 생각하면서 한다”고 했다. 만만치 않은 프로의 ‘쓴맛’이 어떠냐 묻자 유기상은 “운동선수는 편하면 안 된다”며 “지금 당장은 지표가 안 좋고 힘들지언정 적응되면 농구 보는 시선이 넓어지지 않을까. 그래도 1년 차 때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런 견제도 받아볼 수 있는 거다. 이겨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면 제 가치도 올라갈 것이다. 깨야 할 하나의 퀘스트(롤플레잉 게임에서 주인공에게 주어진 일종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이겨낼) 방법을 찾으려고 더 노력 중”이라고 했다.유기상은 이번 연승 기간 중 3경기 연속 한 자릿수 득점으로 주춤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기상은 “한 자릿수 득점은 언제든 또 나올 수 있다. 저에게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다른 쪽으로 팀에 이바지할 방법을 찾고 있다. 수비수 두 명씩 달고 터프 슛을 쏘는 연습도 하지만 저에게 더블팀 수비가 올 때 패스로 동료가 득점하는 매력이 또 있더라. 제 공격만 무리하게 하기보다 팀원을 살려줄 땐 살려주는 영리한 농구를 해야 한다”며 “지금 찾았다고 생각하는 방법도 또 경기를 치르다 보면 상대방이 파악해 또 막힐 수 있다. 계속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유기상은 공격뿐 아니라 수비를 강조하는 조상현 LG 감독에게서도 인정받는 수비수이기도 하다. 유기상은 상대 팀이 스크린 플레이를 할 때에도 자신이 담당한 선수를 이를 악물고 쫓아가 상대에게 빈틈을 허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 유기상은 “감독님이 늘 (수비하는 선수를) ‘끝까지 따라가라’고 말씀하신다. 저도 상대 견제가 심해 공격에 실패하면 ‘내가 못 넣어? 그러면 너도 못 넣어’ 이렇게 붙어보자는 생각이다. 수비는 기술적인 면보다 한 발짝 더 따라가겠다는 의지의 차이라고 본다. 좀 더 악착같이 하려고 한다”고 했다.LG는 새해 첫날 안방에서 1위 SK를 상대로 연승 이어가기에 도전한다. 유기상은 “8연패를 하고 8연승을 했으니 이제 원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3라운드밖에 안 됐다.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금부터 다시 8연승을 한다면 그때는 좀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페데리카 브리뇨네(이탈리아·사진)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알파인스키 월드컵 여자부 최고령 우승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다. 브리뇨네는 34세 5개월 14일이던 28일 오스트리아 젬머링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스키 여자 대회전 정상을 차지했다. 1, 2차 레이스 합계 2분3초14를 기록하며 2위 사라 헥토르(32·스웨덴)를 0.57초 차로 제쳤다. 브리뇨네는 이번 시즌 첫 월드컵이던 10월 솔덴 대회 대회전 우승으로 이미 최고령 우승 기록 보유자로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이전까지는 엘리자베트 괴르글(43·오스트리아·은퇴)이 2014년 12월 발디제르 월드컵 대회전에서 세운 33세 9개월 24일이 기록이었다. 브리뇨네가 10년 만에 기록을 갈아 치운 것. 그리고 약 두 달 만에 이 기록을 ‘셀프 경신’했다. 브리뇨네는 “내 기록을 또 새로 쓰고 싶다. 매년 나를 더 높은 곳으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뇨네가 월드컵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통산 29번째인데 이 중 14번을 30대에 거뒀다. 지난 시즌 알파인스키 여자부 종합, 대회전 랭킹 모두 라라 구트베라미(33·스위스)에 이은 2위였던 브리뇨네는 이날 우승으로 랭킹 포인트 100점을 추가해 종합(319점), 대회전(200점) 랭킹에서 모두 1위로 올라섰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장한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56)이 30년 몸담았던 NH농협은행을 떠난다. 장 단장은 26일 서울 중구 LW 컨벤션 센터에서 퇴임식을 했다. 이날 은퇴식에는 NH농협은행 홍보부 직원, 스포츠단 직원과 선수들이 함께 했다. 무대에 오른 장 단장은 “모든 직원, 멀리서 와준 선수들, 자주 보는 얼굴이고 또 제자들이지만 은퇴한다고 모두 와줘서 고맙다. 이렇게 NH농협은행을 떠나지만 농협은 잊을 수 없는 고마운 직장”이라며 “우리 소프트테니스, 테니스 선수들은 앞으로 더 잘할 거다. 우리가 후원하는 골프 선수들 메이저 대회 우승, 당구팀 리그 우승을 못 본 게 아쉽다”며 눈물을 훔쳤다.소프트테니스 선수 출신인 장 단장은 1988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 단체전 금메달, 1991년 세계선수권대회 단체·복식 금메달 2관왕, 1995년 세계선수권 단식 금메달 등으로 국제대회에서 활약했다. 소프트테니스 종목에서 체육 연금과 훈장을 처음 받은 선수가 장 단장이다. 2004년에는 체육훈장 최고 등급인 청룡장도 받았다. 장 단장은 1994년 농협 소프트테니스팀 코치로 입사하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장 단장은 지도자로서도 국제대회에서 굵직한 성과를 냈다. 그가 대표팀 감독을 맡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소프트테니스는 7개 전 종목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2017년 NH농협은행에서 스포츠단을 창단하면서 스포츠 행정에 뛰어든 장 단장은 2021년부터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전무이사, 2022년부터는 스포츠단 단장을 맡아왔다. NH농협은행 스포츠단은 1959년 창단한 여자소프트테니스팀 모태로 1974년 여자테니스팀, 2020년 프로당구팀을 창단했고 2021년부터는 프로골퍼 등 선수 후원사업으로도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그중에도 소프트테니스팀은 NH농협은행 스포츠단을 ‘라켓 명가’로 이끈 원동력이다. 장 단장이 팀을 이끈 23년 동안 NH농협은행은 여자 실업팀 최초로 전국체전 11연패, 동아일보기 8연패 등 각종 대회 최다 우승을 작성하며 최고 자리를 지켰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탁구 간판 ‘삐약이’ 신유빈(20·사진)이 아마추어 선수 가운데 최연소로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신유빈의 소속사 매니지먼트GNS는 신유빈이 20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 1억 원을 기부했다고 24일 밝혔다. 공동모금회에 1억 원 이상 기부하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이름을 올린다. 프로 선수 가운데는 최혜진(25·골프)이 19세에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적이 있다. 14세 때 한국 탁구 최연소 국가대표가 된 신유빈은 2020년 고교에 진학하는 대신 실업팀 대한항공에 입단하면서 받은 첫 월급으로 아동복지시설에 운동화를 선물한 걸 시작으로 기부 활동을 이어왔다.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동메달 두 개(혼합복식, 여자단체전)를 딴 신유빈은 올림픽 후 광고 모델료로 받은 1억 원을 한국초등학교탁구연맹에 기부하기도 했다. 신유빈은 사랑의열매 기부금 전달식에서 “우리 모두의 일상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작지만 따듯한 온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24∼2025시즌 여자프로농구(WKBL)의 최고 히트상품 홍유순(19·신한은행)은 팬들에게 ‘갑자기 툭 튀어나온’ 존재라 할 수 있다. 이번 시즌 신인인 홍유순은 최근 네 경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 득점,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고교 시절부터 ‘국보센터’라 불린 박지수(26·갈라타사라이)가 2016∼2017시즌 세운 신인 최다 연속 경기 ‘더블더블’ 기록(3경기)을 갈아치웠다. 재일교포인 홍유순은 4개월 전만 해도 팬들 앞에서 농구를 해본 적이 없던 선수였다. WKBL에 오기 전까지 오사카산업대 소속으로 일본 대학 리그에서 뛰었을 뿐 프로 경험은 없었기 때문이다. 홍유순이 뛰던 체육관 관중석에는 부모님, 친구의 부모님 등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러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신한은행이 홍유순에게 한국행을 제안하면서 그의 ‘코리안 드림’이 시작됐다. 드래프트 참가자 가운데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뒤 “신인왕과 국가대표가 목표”라고 말했던 홍유순은 연속 경기 더블더블 기록으로 신인왕은 사실상 확정한 분위기다. 올스타 휴식기인 23일 경기 용인시 신한은행 블루캠퍼스 훈련장에서 만난 홍유순은 “시즌 초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뛰는 것도 실감이 안 났는데 요즘 경기도 많이 뛰고 주목도 받으면서 ‘내가 한국 WKBL 선수구나’를 좀 실감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최근 출전 시간이 늘면서 경기 감각이 올라왔는데 올스타 휴식기 때 쉬면 감각이 떨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은 1일까지만 해도 시즌 전적 2승 9패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었지만 홍유순이 연속 경기 더블더블을 기록한 최근 네 경기에서는 3승 1패로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홍유순은 최근 다섯 경기는 전부 35분 이상 뛰었다. 특히 9일 BNK전 때는 1초도 쉬지 않고 40분을 모두 뛰었다. 홍유순은 “일본에서는 웬만하면 교체 없이 40분 내내 뛰었다. 체력은 자신 있다”며 “앞으로도 40분 다 뛸 자신이 있다”고 했다. 홍유순은 중학생이던 2017년 WKBL 신인드래프트 현장을 찾은 적이 있다. 홍유순은 “당시 일본에서 농구 에이전시를 하던 재일교포 한 분이 ‘WKBL에도 재일교포 선수가 있다. 여러분도 도전할 수 있다’면서 데려와주셨다. 그때 WKBL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했다. 당시 드래프트 때 황미우(33)가 전체 5순위로 삼성생명의 지명을 받으면서 WKBL 제1호 재일교포 선수가 됐다. 2020∼2021시즌까지 선수로 뛰었던 황미우는 현재 신한은행에서 통역 담당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한국말이 서툰 홍유순의 인터뷰 통역도 황 매니저가 맡는다. 홍유순은 “그때는 내가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을 줄 생각도 못했다. 그때 본 (황미우) 언니와 이렇게 한 팀에서 다시 만난 게 기적 같다”고 했다. 홍유순은 한국행 목적 가운데 하나인 ‘국가대표’도 지난해 살짝 체험했다. 일본에서 주로 3 대 3 농구 선수로 뛰었던 홍유순은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 3 대 3 아시안컵 출전을 준비하던 한국 대표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로 진천선수촌에서 2주 동안 땀을 흘렸다. 홍유순은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한국에서 선수로 뛸 수 있을 줄 몰랐다. 진짜 국가대표가 돼 진천에 다시 가게 된다면 감회가 정말 새로울 것 같다”고 했다. 일본 여자프로농구 올스타팀을 초청해 한일전 형식으로 22일 올스타전을 치른 WKBL은 새해부터 시즌 일정을 이어간다. 홍유순은 다음 달 2일 하나은행전을 통해 5경기 연속 더블더블에 도전한다.용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24~2025시즌 여자프로농구(WKBL)의 최고 히트상품 홍유순(19)은 농구 팬들에게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같은 존재다. 홍유순은 이번 시즌 데뷔해 16일 우리은행전까지 선발 출장한 경기가 6경기뿐이다. 그런데 이런 선수가 최근 4경기에서 연속해 두 자릿수 득점,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하는 ‘더블더블’을 기록하고 있다.고교 시절부터 ‘국보센터’라 불린 박지수(26·갈라타사라이)가 2016~2017시즌 세웠던 신인 최다 연속 더블더블 기록(3경기)도 갈아치웠다. WKBL이 단일리그로 치른 2007시즌 이래 신인이 4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한 건 홍유순이 최초다.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홍유순은 팬들 앞에서 농구를 해본 적이 없던 선수다. 재일교포인 홍유순은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 다만 한국 국적으로 재일 조선학교에 다니며 농구를 처음 배웠다. 이후 오사카산업대에서 대학리그 선수로 뛰었지만 프로 경험은 없었다. 홍유순이 뛰던 코트 관중석에는 늘 부모님, 친구의 부모님 등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들뿐이었다. 하지만 신인선수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얻은 신한은행이 한국 국적인 홍유순에게 한국행을 제안하면서 그의 ‘코리안드림’이 시작됐다. 8월 2024~2025시즌 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신한은행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올스타 휴식기인 23일 용인 신한은행 블루캠퍼스 훈련장에서 만난 홍유순은 “초반에는 한국에서 농구하는 것 자체도 실감이 안 났는데 요즘에는 경기도 많이 뛰고 주목도 받으면서 ‘ 내가 한국 WKBL 선수구나’를 좀 실감하고 있다. 올스타전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며 웃었다.신한은행은 이달 1일까지 2승9패로 최하위까지 쳐졌지만 홍유순이 연속 더블더블로 활약한 최근 4경기에서는 3승1패를 거두며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휴식기 이전까지 매 경기 밥 먹듯 ‘더블더블’한 홍유순이 이 기록을 몇 경기까지 늘려갈 수 있을지는 이제 리그 전체의 관심사가 됐다.하지만 홍유순은 연속 기록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보다 당장 경기를 뛰지 못하는 게 더 걱정이라고 했다. 홍유순은 “최근 출전 시간이 늘면서 경기 감각이 올라왔는데 올스타 휴식기 때 쉬면서 감각이 떨어질까 봐요”라고 했다.홍유순은 최근 5경기는 모두 35분 이상 뛰었다. 특히 9일 BNK전 때는 데뷔 후 처음으로 1초도 쉬지 않고 40분을 모두 뛰었다. 데뷔 초 9경기 동안은 평균 13분 남짓 뛰었던 선수에게는 벅찰 수도 있을 터. 하지만 홍유순은 “일본에서는 선발 출장하면 웬만하면 교체 없이 40분 내내 뛰었다. 중, 고등학교 때부터 쭉 그랬다. 체력은 자신 있다. 힘들진 않다”며 “앞으로도 40분 뛸 자신이 있다”고 했다.드래프트 때부터 “신인왕과 국가대표가 목표”라고 당차게 밝혔던 홍유순은 신인왕은 사실상 확정한 분위기다. 홍유순은 “처음 왔을 때는 같은 포지션에 언니들이 많아서 조금은 (언니들에게) 기댄 부분이 있었다. 또 몸싸움도 강했고 (일본에서 뛰던 대학리그보다) 높이도 있어서 내가 가진 걸 제대로 다 못 보여줬다. 그런데 언니들이 부상으로 경기를 못 뛰면서 내 출전 시간이 늘었다. 팀이 승리도 적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는데 ‘해보자’는 마음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뛰었다.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면서 제 기록도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국내 팬들에게는 ‘갑툭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홍유순은 중학생이었던 2017년 WKBL 신인드래프트장을 찾은 적이 있다. 홍유순은 “당시 일본에서 농구 에이전시를 하시던 재일교포분이 데려와 주셨다. ‘WKBL에도 재일교포 선수가 있다. 여러분도 도전할 수 있다’고 하셔서 WKBL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했다. 홍유순이 당시 드래프트장 먼발치에서 보고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었던 재일교포 선수는 지금 소속팀 신한은행에서 일본 선수 통역을 맡고 있는 황미우 매니저(33)다. 황 매니저는 2017~2018 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삼성생명에 1라운드 5순위로 지명돼 WKBL에 진출한 첫 재일교포 선수가 됐다. 황 매니저는 현재 팀의 일본인 선수 타니무라 리카의 통역을 전담한다. 기본적인 한국어는 할 줄 아는 홍유순은 평소 통역 없이 훈련을 소화하지만 모르는 게 있으면 늘 황 매니저에게 도움을 청한다. 홍유순은 “당시만 해도 내가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그때 본 언니와 이렇게 한 팀에서 다시 만난 게 정말 기적 같다”고 했다.홍유순은 또 다른 목표 중 하나인 ‘한국 국가대표’도 지난해 살짝 체험해 봤다. 지난해 일본에서 재일교포 선수들과 3 대 3 팀으로 트리플잼 대회를 준비했는데 국제농구연맹(FIBA) 3 대 3 아시안컵 출전을 준비하던 한국 대표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로 진천 선수촌에서 함께 훈련했기 때문이다. 홍유순은 “선수촌 웨이트장이 정말 커서 놀랐다. 2주 정도 지냈는데 밥도 너무 맛있고 너무 좋았다”며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한국에서 선수로 뛸 수 있을 줄 몰랐다. 다시 한국 농구 국가대표로 진천에 가게 되면 감회가 정말 새로울 것 같다”고 했다.WKBL은 올스타 휴식기 이후 새해부터 리그를 재개한다. 홍유순은 “휴식기 이후에도 잘하던 걸 그대로 이어갔으면 한다”고 했다. 다른 말로 하면 더블더블 연속 기록을 늘려가겠다는 얘기다. 인터뷰를 하던 이날에는 12일 뇌종양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이 수술 후 처음 훈련장을 찾았다. 수술 이후 홍유순의 활약을 흐뭇하게 지켜봤던 구 감독은 “정말 히트상품 아니냐(웃음). 저희가 1순위 추첨권을 얻고 재일교포 선수 후보군을 놓고 볼 때부터 유순이는 독보적이었다. 정말 빠르고 특히 체력이 타고났다”며 “아이돌로 비유하자면 ‘확신의 센터상’이다. 코치진의 이번 시즌 프로젝트가 ‘유순이 신인왕’이었다. 제 수술도 잘 된 만큼 선수들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에일린 구(중국명 구아이링·21)가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프리스타일 스키에서 통산 17번째 우승하며 새 역사를 썼다. 구는 22일 미국 카퍼마운틴에서 열린 FIS 월드컵 여자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에서 1차 시기 90.50점을 받아 조 앳킨(영국·21·89.75점), 캐시 샤프(캐나다·32·89점)을 제치고 우승했다. FIS 월드컵 개인 통산 17번째 우승은 여자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중 최다 우승 기록이다. 프리스타일 종목 중 하프파이프(반원통형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며 공중 연기를 선보이는 종목)가 주종목인 구는 이날 경기 전까지 슬로프스타일(키커, 레일 등 다양한 이용해 연기하는 종목)과 빅에어(큰 점프대에서 한 차례 고난도 묘기를 선보이는 종목)를 겸업하는 테르 르뒈(23·프랑스)와 통산 우승이 16회로 같았다.이날 우승으로 올 시즌 출전한 세 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며 퍼펙트 행진을 이어갔다. 구는 최근 출전한 하프파이프 월드컵 14경기 중 지난해 2월 맘모스 월드컵(2위)을 빼고 나머지 13번을 모두 우승하며 14개 대회 연속 포디움에 오르고 있다. 구는 이날도 1차 시기부터 이미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3차 시기 때 ‘빅토리 랩’(우승이 확정된 후 하는 연기)을 펼쳤다. 이날 구는 3차 시기 때 540도 앨리웁 점프를 시도하다 얼굴부터 크게 넘어지긴 했지만 큰 부상 없이 시상식에서 통산 최다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경기 후 구는 “(점프 후) 착지할 때 몸이 앞쪽으로 너무 기울어졌다. 좀 아프긴 하지만 괜찮다. 물론 (3차 시기 때 넘어져서) 아주 이상적인 상황이라고 할 순 없지만 통산 17번째 우승, 하프파이프 14연속 포디움 기록을 세우게 돼 너무 기쁘다. 기록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더 열심히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주앙 폰세카(18·브라질·145위)가 넥스트 젠 남자프로테니스(ATP) 파이널스 단식 정상에 올랐다. 폰세카는 23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단식 결승에서 러너 티엔(19·미국·122위)에게 3-1(2-4, 4-3, 4-0, 4-2) 역전승을 거뒀다.남자프로테니스 넥스트 젠 파이널스는 만 20세 이하 선수 중 시즌 상위 랭커 8명만 나설 수 있는 ‘차세대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다. 2017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에서 10대가 우승한 건 2019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23·1위), 2021년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21·3위) 이후 폰세카가 세 번째다. 지난해까지 ATP 투어보다 한 단계 낮은 챌린저 대회에만 출전했던 폰세카는 올 시즌 ATP 투어 데뷔전이었던 2월 리우데자네이루 ATP 500 대회부터 8강에 진출했다. 이어 7월 렉싱턴 챌린저 대회에서는 프로 데뷔 후 첫 우승도 맛봤다. 올 시즌 시작 때 ATP 랭킹이 700위 바깥이었던 폰세카는 145위로 ATP 투어 데뷔 시즌을 마무리했다. 신네르와 알카라스 모두 넥스트 젠 우승 이후 메이저 대회 우승과 세계랭킹 1위를 이뤄내며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했다. 반면 폰세카는 아직 렉싱턴 챌린저대회 우승이 유일한 우승이다. 폰세카는 신네르와 알카라스와 같은 기록으로 한 데 묶이게 된 것에 대해 “좋은 부담감”이라며 “넥스트 젠 우승은 내가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신네르와 알카라스처럼, 나아가 이들보다 더 잘할 수 있길 바란다. 언젠가 그 선수들과 메이저대회에서 경기하는 날을 고대한다”고 했다.이날 결승에서 1세트를 먼저 내준 폰세카는 2세트도 세트포인트까지 밀렸지만 역전에 성공했다. 폰세카는 “잘 안 풀릴 때 코치와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평소에 상위 랭커 선수들과 큰 경기장에서 경기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 데서 오는 압박감을 즐긴다. 특히나 투어 무대는 용감한 샷을 쳐내야만 하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성장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폰세카는 “올해를 시작할 때는 이런 결과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 세계 50위, 20위권 선수들을 상대로 승리하면서 특히 정신력이 많이 좋아졌다.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다만 여전히 이루고픈 게 더 많다. 내 꿈은 세계 1위”라며 “물론 지금은 일단 넥스트 젠에서 우승한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겠다”는 소감을 전했다.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출신인 폰세카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리우 오픈이 열리는 테니스 경기장이 있었다. 그 덕에 2014년 리우오픈 때 라파엘 나달(스페인·38·은퇴)가 리우오픈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맨 앞 좌석에서 봤다. 당시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폰세카는 이날 우승 후 여유롭게 나달과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테니스협회 앰버서더인 나달은 이날 결승전을 직접 찾아 경기를 관람했기 때문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신인에게 기회를 많이 주시려는 것 같으니 더 열심히 해서 그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다.” 프로야구 키움은 올해 창단(2008년) 이후 처음으로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받았다. 모기업이 따로 없어 선수 육성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키움은 그 카드를 덕수고 왼손 투수 정현우(18)에게 썼다. 키움은 또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를 투수 1명, 야수 2명으로 구성했다. 외국인 선수 3인 체제에서 외국인 투수 1명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프로야구팀은 키움이 최초다. 구단이 ‘팀 전력 절반’이라는 외국인 투수 한 자리를 포기하면서까지 성장을 기대하는 유망주가 정현우인 셈이다. 키움 퓨처스리그(2군) 안방구장인 경기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최근 만난 정현우는 “기대와 설렘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며 “아직 144경기를 다 뛰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자신감은 있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아직 안 해봐서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한 정현우는 “늘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평소 전력 분석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데이터가 쌓여야 분석할 것도 생기니 프로에서도 어서 많은 선수를 상대하고 싶다”고 했다. 정현우는 덕수고 시절 최고 시속 152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올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도 3경기에 등판해 11과 3분의 1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팀에 우승기를 안겼다. 대회 우수투수상도 정현우의 차지였다. 키움은 ‘토종 에이스’ 안우진(25)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2026시즌부터는 정현우-안우진이 좌우 원투펀치로 활약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정현우에게 기대를 쏟는 건 키움만이 아니다. 국내 야구팬 다수가 정현우가 언젠가는 국가대표 ‘왼손 에이스’ 계보를 이어주길 바라고 있다. 정현우의 목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현우는 지난달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를 회상하면서 “‘내가 마운드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계속 생각하면서 중계를 봤다”며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선배의 길을 잇는 그런 왼손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현우는 다만 “큰 목표는 그렇지만 그래도 지금은 당장 눈앞에 있는 내년 시즌 생각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루키 캠프에 참가했던 정현우는 귀국 후 사흘만 쉬고 다시 고양으로 주 5일 출근하고 있다. 정현우는 “본격적으로 웨이트 훈련을 한 지 3주 정도 됐다. 고3 때는 유연성이 줄어들까 봐 웨이트트레이닝을 거의 안 했다. 요즘은 온몸에 알이 배게 운동한 다음 풀리면 곧바로 무게를 계속 늘린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아직 ‘아기 몸’이라면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팀에서 훈련한 지 3개월이 지난 정현우는 아직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하다. 그럴 때마다 자신보다 한 해 먼저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김윤하(19)를 괴롭힌다. 정현우는 “루키 캠프 때 윤하 형이랑 룸메이트였다. 운동이 워낙 힘들어서 일찍 잘 수밖에 없었는데 누워서 생각나는 것들을 다 형에게 물어봤다. 질문을 좀 많이 했더니 형이 ‘자기 30분 전에는 입을 열지 말라’고 하더라”며 웃고는 “지금은 궁금증이 좀 많이 해소됐는데 그래도 궁금한 게 계속 생긴다. 미리 대비를 하고 생각해 놓으려는 성격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김윤하는 ‘투 머치 토커’라는 평을 듣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51)의 조카다. 이렇게 궁금한 게 많은 정현우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팀 선배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를 만났을 때는 말없이 듣기만 했다. 이정후는 최근 친정팀 신인 선수들을 위해 특강 강사로 나섰다. ‘MLB 생활에 대해 물어볼 게 많지 않았냐’고 하자 정현우는 “나는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이다. 일단 여기(키움)에서 내년에 잘하는 게 목표”라며 “내년에는 키움 팬분 중 제 이름을 모르시는 분이 없도록 해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러고는 “신인 오리엔테이션 교육 때 이정후 선배님의 신인 시절과 올해 초 체성분 측정 결과 (근육량이 많이 늘어난) 변화를 보고 자극을 받았다”며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식단 조절에도 더욱 열을 올리겠다”고 다짐했다.고양=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고척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어요.”프로야구 2025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많은 관심 속 키움 유니폼을 입었지만 정작 정현우(18)는 아직 진짜 키움 유니폼을 입어본 적이 없다. 지난달 대만 가오슝에 루키 캠프는 물론 요즘에도 정현우는 키움의 퓨처스리그(2군) 팀 안방인 경기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으로 주 5일 출근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17일 만난 정현우는 “입단하고 계속 고양 유니폼을 입고 훈련했다. 구단 행사 말고는 (1군 팀 안방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도 몇 번 못 가봤다”며 웃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받은 1군 유니폼이 없는 정현우는 이날 사진 촬영 때는 구단 직원이 고척에서 공수해 온 키움 유니폼을 빌려 입었다.정현우는 덕수고 시절부터 최고 시속 152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올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도 3경기 동안 11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1실점만 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82로 우수투수상을 받고 덕수고의 우승을 이끌었다. 키움은 구단 창단 이래 올해 처음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얻었는데 그 귀한 카드를 정현우에게 썼다. 특히 키움은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를 투수 1명, 야수 2명으로 구성했다. 외국인 선수가 팀당 2명으로 제한됐던 시절을 제외하면 외국인 선수 3인 체제에서 외국인 투수 1명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팀은 키움이 최초다.외국인 선발투수 한자리가 비어 있으니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정현우에게도 당연히 더 많은 기회가 올 수밖에 없다. 대만 루키 캠프 도중 팀의 외국인 선수 구성 소식을 정현우는 “아무래도 신인에게 기회 주시고 육성하려고 하는 것 같으니 기회를 잡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정현우가 루키 캠프를 치르던 사이 같은 대만에서 한국 야구 국가대표 형들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를 치렀다. 정현우는 키움뿐 아니라 10개 구단 팬도 차세대 국가대표를 이끌 ‘좌완 에이스’의 계보를 이어주길 기대받고 있다.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프리미어 12를) 봤다”는 정현우는 “저도 일단 큰 목표는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선배의 길을 잇는 그런 왼손 투수가 되고 싶은데 당장은 내년 시즌이 눈앞에 있으니 먼 미래보다는 내년 시즌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키움은 토종 에이스로 활약한 안우진(25)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2026시즌부터 정현우가 안우진과 좌·우 원투펀치로 활약하는 미래를 그린다.“기대와 설렘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는 정현우는 “자신감은 있는데 아직 144경기를 다 뛰어본 적이 없고 상상도 안 돼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아직 안 해봐서 모르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정현우는 “늘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력 분석에 많은 시간을 쏟는 편이다. 데이터가 쌓여야 분석할 것도 생기니 프로에서도 빨리 많은 선수를 상대하고 싶다”고 했다. 고척 마운드에 설 날을 꿈꾸며 고양에서 땀 흘리는 정현우는 자신보다 한 해 먼저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선배 김윤하(19)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며 1군 생활을 ‘이미지 트레이닝’ 하고 있다.정현우는 “루키 캠프 때 윤하 형이랑 룸메이트였다. 운동이 워낙 힘들어서 일찍 잘 수밖에 없었는데 자기 전 누우면 생각나는 것들을 다 물어봤다. 질문을 좀 많이 했더니 형이 나중엔 ‘자기 30분 전에는 입 열지 말라’고 했다(웃음). 지금은 (궁금증이) 좀 많이 해소됐는데 그래도 궁금한 게 계속 생긴다. 미리 대비를 하고 생각해 놓으려는 ‘파워 J(계획형)’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인터뷰 다음 날인 18일 정현우는 오랜만에 그렇게 그리던 고척을 찾았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선배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신인들을 위해 특별 강연에 나섰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정현우는 신인 오리엔테이션 교육 때 이정후의 신인 시절 몸과 올해 초 몸의 체성분 측정 결과를 비교한 자료를 보고 “자극을 받았다”며 식단 조절을 열심히 하고 있던 차였다.이정후의 경험담을 전해 들은 소감을 묻자 정현우는 “신인 시절 경험담과 루틴의 중요성을 말씀하신 게 특히 기억에 남는다. 시즌을 준비하는 저희 신인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했다.빅리그 무대에 관심이 있을 테니 물어볼 게 많지 않았을까 했지만 정현우는 “저는 굉장히 현실적이다. 일단 여기(키움)에서 내년에 잘하는 게 목표”라며 “내년에는 키움 팬분 중 제 이름을 모르시는 분이 없도록 해보겠다”는 ‘현실적’인 각오를 밝혔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동아마라톤꿈나무재단은 19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고교 마라톤 남녀 유망주 13명에게 꿈나무 장학금을 수여했다. 동아마라톤 꿈나무 장학금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의 뒤를 이을 선수를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2002년에 만들어졌다. 매년 대한육상연맹 로드경기력향상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장거리(5000m, 10km)에서 뛰어난 성적을 낸 남녀 고교 선수에게 장학금을 200만 원씩 준다. 원래는 상·하반기 10명씩 모두 20명을 장학생으로 선발하는데 올해는 김영규(충남체육고 3년), 박혜민(경북체육고 3년) 등 7명이 상·하반기 연속으로 장학생에 뽑혔다. 이 7명은 각각 400만 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김영규는 올해 전국 초중고교 학년별 육상경기대회 남자 5000m에서 15분8초49로, 박혜민은 전국체육대회 고등부 여자 5000m에서 17분11초22로 각각 국내 고교 남녀 선수 중 가장 좋은 기록을 남겼다. 남자부 시상을 맡은 이연택 동아마라톤꿈나무재단 이사장은 “여러 종목 중 기본이 육상이고 육상의 꽃은 마라톤이다. 여러분이 이 상의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자부 시상을 한 육현표 대한육상연맹 회장은 “여러분은 한국에서 가장 잘 뛰어 이 자리에 왔다. 앞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잘 뛰는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2024년 동아마라톤꿈나무▽남자=김영규 오수영(이상 충남체육고) 박우진 오준서 이영범(이상 배문고) 박진현(서울체육고) ▽여자=박혜민 홍지승(이상 경북체육고) 송다원 안희연(이상 영천성남여고) 김미정(충남체육고) 신예진(서울신정고) 이지연(충북체육고)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시간이 걸릴 줄은 알았지만 첫 승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김태술 프로농구 소노 감독(40)은 18일 KT와의 안방경기에서 75-58 승리를 이끌며 사령탑 데뷔 9경기 만에 첫 승을 따냈다. 전임 김승기 감독이 선수 폭행 사태로 물러나고 지난달 28일 DB전부터 팀을 이끈 김 감독은 8경기를 내리 패하며 프로농구 역대 감독 데뷔 후 최다 연패 기록을 썼다.연패 기간 “그동안 감독님들이 왜 잠을 못 잔다고 하셨는지 알겠다”던 그는 “(첫 승 후) 오히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또 잠이 안 오더라. 이러나저러나 잠은 잘 못 자는 직업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원래 건망증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머릿속이 복잡하다 보니 휴대전화를 자꾸 놓고 다닌다”며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또 하나 해결해야 할 게 나오다 보니 늦어도 오전 6, 7시면 눈이 떠지더라. 원래는 일어나 본 적이 없던 시간”이라며 웃었다. 2007∼2008시즌 신인 드래프트 때 SK로부터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김 감독은 2020∼2021시즌을 마지막으로 선수 유니폼을 벗었다. 그가 은퇴 의사를 전하자 당시 소속팀 DB는 지도자 자리를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그는 지도자 생활에 별 뜻이 없었다. 은퇴 후 3년간 방송 출연, 해설위원,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경험을 하는 데 집중했다. 소노 사령탑을 맡기 전 지도자 경력이라고는 지난해 연세대에서 한 달간 코치를 한 게 전부였다. 김 감독은 “그것도 (고려대와의) 정기전을 앞두고 딱 한 달만 도와주면 된다고 해서 제안을 수락했던 것”이라며 “(연세대) 선수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지도자가 굉장히 보람 있는 직업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고 한 달 뒤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해설을 하는데 일본 농구가 아주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빠르고 정확하더라. 그런 농구를 보니 가슴이 뛰었다. ‘내가 하고 싶은 농구가 저런 스타일이었는데’라는 생각에 지도자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일단 (지도자) 준비를 하고 있으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큰 기회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고 했다. 선수 시절부터 독서광으로 통했고 직접 책을 쓰기도 한 김 감독은 지도자 준비를 시작하면서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부터 펼쳤다. 김 감독은 “얼마 전까지 해설하다 온 사람인데 당장 선수들의 신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그 또한 시간이 필요하고 내가 공부를 더 해야 하는 게 맞다”며 “어떤 훈련을 하든 선수들이 ‘왜?’라고 물을 때 답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팀은 비시즌에 훈련을 통해 ‘공부’를 하고 시즌이 막을 올리면 ‘시험’을 치르게 된다. 시즌 도중에 사령탑에 앉게 된 김 감독으로서는 소노 선수들이 어떤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지 ‘벼락치기’를 하며 시험을 봐야 하는 셈이다. 국가대표 포인트 가드 출신인 김 감독은 “지금 우리 팀에는 슈팅에 특화된 선수가 많다. 그런데 더 좋은 찬스를 보는 시야, 패스를 통해서 경기를 푸는 능력도 중요하다”며 “(요즘 선수들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이전보다 패스를 잘 주네’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훈련 도중 선수들에게 ‘너희 농구하는 거 보니 내가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나는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다 보면 무조건 잘하게 될 테니 초반에 많이 두들겨 맞아도 결국 ‘한 번은 보여준다’는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있다. 연패 기간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결국 나중에는 예쁜 말들로 바뀔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