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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과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서 한 문단에서 여주(여자 주인공) 3인칭 시점을 남주(남자 주인공) 3인칭 시점으로 바꿔서 썼는데 헷갈리나요?” “시점이 통일되지 않으면 독자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로맨스 소설에서 보통 여주 시점이 중심이지만 남주 시점도 5분 1정도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남주가 사랑에 빠지는 걸 독자들이 알 수 있죠.” 3일 서울 강남구의 한 강의실. 웹소설 연재 사이트 ‘문피아’의 웹소설 아카데미 ‘로맨스 클래스’ 8주차 수업이 열리고 있었다. 수강생은 20, 30대로, 직장인도 있어 매주 토요일에 수업한다. 90분 수업이 끝난 뒤 수강생들은 30분 동안 강사인 양효진 작가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요즘 2030은 유튜브 같은 영상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접하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온라인에 다양한 글쓰기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젊은층이 작가가 되는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20, 30대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글쓰기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나만의 세계 만들 수 있어” 이날 약 99㎡(30평) 규모의 문피아 아카데미 강의실에는 수강생 20명이 필명을 쓴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수업을 듣고 있었다. 직장인과 대학생은 물론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인 수강생도 있었다. 수업에서는 독자와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방법 등 다양한 실전 팁을 알려줬다. 수강생들은 이 강좌를 듣기 위해 ‘바늘구멍’ 심사를 통과했다. 현재 6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3개의 문피아 웹소설 강좌에는 1000여 명이 몰렸다. 올 5월 문피아가 개최한 ‘제5회 대한민국 웹소설 공모대전’에 접수된 작품은 4700여 편이나 됐다. 지난해보다 57% 늘어난 규모다. 2011년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양 작가는 “12주간 진행되는 강좌는 시놉시스 선정, 문장 훈련 등으로 구성됐고, 데뷔작 1개를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환철 문피아 대표는 “다양한 콘텐츠를 창작하고 노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이 생기면서 이전보다 창작자로 수월하게 도전할 수 있게 됐다”며 “글쓰기는 영상과 달리 전문 툴을 다루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젊은층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작가를 꿈꾸는 20대 중반의 한 수강생은 “스스로 만족하는 글을 쓰고 싶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며 “영상은 콘텐츠를 만들 때 한계가 많지만 글은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잊었던 ‘나’ 찾기 직장인의 진로, 창업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퇴사학교’는 2016년 문을 열었던 때부터 글쓰기 강의를 개설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나를 찾는 30일 글쓰기’라는 강의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수강생들이 몰리고 있다. 박상진 퇴사학교 매니저는 “퇴근 후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수강생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수업을 개설하려 애쓴다”며 “일주일에 글을 한 편씩 쓰고 동료들의 피드백을 받는 글쓰기 수업에는 꾸준히 수강생이 모이고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이들이 쓰는 글의 주제는 ‘나’에서 시작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직장 생활 속에 잊고 있던 ‘나’라는 존재에 대해 글을 쓰는 작업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해하게 됐다는 반응이 많다. 수강생들이 말하는 글쓰기의 효과는 ‘몰입과 해소’다. 차분하게 생각하며 글을 쓴 뒤, 동료들과 함께 이를 읽어보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진행하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 독립출판을 추진하는 강좌에는 30대 수강생이 많다. 실용서나 소설, 에세이를 내는 출판 편집 실무를 배울 수 있는데다 콘텐츠를 직접 출간하는 과정에서 성취감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서메리 작가 “젊은층이 글쓰기에 관심 갖는 이유는…” ▼ 서메리 작가(31)는 자신의 프리랜서 도전기를 담은 책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미래의 창·1만4800원)를 올 3월 출간했다.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브런치’에 지난해 6월부터 연재한 글을 보고 출판사에서 제의가 왔다. 서 작가는 지난달 29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츠도 내용을 풀어가는 구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결국 글쓰기와 같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중견기업에서 5년간 일하다 작가로 전업한 서 작가는 처음에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경험을 살려 외국 서적을 번역했다. 서 작가는 “번역은 한 문장 한 문장을 꼭꼭 씹어서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문장을 만드는 작업이자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하는 작업”이라며 “번역해 국내에 소개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책의 전체 구성을 익힐 수 있었던 게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젊은층이 글쓰기에 관심을 갖는 데 대해 그는 “영상시대에도 영상편집 같은 기술적인 부분을 빼고 나면 결국 남는 핵심은 콘텐츠 구성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브처럼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생겨도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구성력은 글쓰기와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이다. 서 작가는 최근 한 유명 학원과 계약해 일반적인 글쓰기에 대한 온라인 강좌를 이달 제작할 예정이다. 서 작가는 “논술 강좌가 아닌 일반 글쓰기 강좌를 학원에서 만드는 것은 그만큼 글쓰기에 대한 젊은층의 수요가 많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봤다. 서 작가는 지난해 1월 습작 심사를 거쳐 브런치에 작가로 등록해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고전 문학 작품을 소개하거나 여행 후기를 쓰다가 프리랜서 도전기 책까지 내게 됐다. 현재 브런치에는 2만 7000여 명의 작가가 활동 중이다. 브런치 작가가 출간한 책은 1200여 권이다. 브런치는 매년 공모전을 통해 출간을 지원하는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열고 있다. 올 1월 마감된 제6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응모한 글은 역대 최다인 8만여 편이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마를 캐던 백제의 ‘흙수저’ 서동이 신라의 선화공주를 얻기 위해 고의로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는 설화는 드라마 ‘서동요’로 만들어졌을 만큼 널리 알려졌다. 전북 익산은 이 설화뿐 아니라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 그리고 백제 무왕의 숨결을 품고 있는 도시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장인 저자는 2015년 말부터 2019년 2월 말까지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장을 지내며 익산 일대에서 이뤄진 백제 유적과 유물에 관한 조사 현장을 생동감 있게 설명한다. 책은 2009년 초 익산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 수리하는 현장에서 시작한다. 석탑 1층 심주석(心柱石)을 들어올리자 금과 은, 유리로 만든 갖가지 백제 보물이 발견되는 순간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흡인력 있게 다가온다. 이후 미륵사지 발굴 과정, 무왕의 무덤인 쌍릉 발굴의 역사뿐 아니라 순수 학문처럼 보이는 역사 유적 발굴 뒤에 숨겨진 고도의 정치성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써내려갔다. 다양한 삽화와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백제시대 설화, 일반인은 접근하기 어려운 발굴의 뒷이야기 등 저자의 전문적 식견이 다양한 소재와 어우러졌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올해 하반기(7∼12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빅뱅이 시작된다. 지난달 21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코믹콘에서 디즈니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의 방향이 베일을 벗었다. 마블스튜디오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차기 라인업으로 ‘팰컨과 윈터솔저’ ‘완다와 비전’ ‘로키’ 등을 공개했다. 새로운 히어로가 등장하고 기존 캐릭터의 서사가 확장된다는 것만큼이나 전 세계 마블 팬들의 이목을 끈 것은 이 모든 콘텐츠를 ‘도대체 어디에서 볼 수 있느냐’다. 디즈니는 올해 11월 시작할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하며 전 세계 마블 팬들을 디즈니플러스 가입자로 자연스럽게 결집시키겠다는 전략을 드러냈다. 구독료 월 6.99달러에 포함될 콘텐츠는 마블과 스타워즈, 디즈니, 픽사 등 디즈니 소속 콘텐츠 회사들의 모든 라인업이다. 넷플릭스 등 경쟁 플랫폼에 넘겼던 디즈니 콘텐츠에 대해선 이미 계약 전면 재조정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올해 3월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미국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애플 스페셜 이벤트’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토크쇼의 전설 오프라 윈프리와 한 무대에 섰다. 애플의 OTT인 ‘애플TV플러스’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스필버그는 SF쇼 ‘어메이징 스토리’를 연출하고 드라마 ‘모닝쇼’에는 제니퍼 애니스턴과 리스 위더스푼이, ‘아쿠아맨’의 제이슨 모모아는 ‘시(See)’에 출연한다. ‘미국과 소련의 달 탐사 경쟁이 계속됐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드라마 ‘포 올 맨카인드’도 공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올가을 찾아올 스트리밍 플랫폼의 승부는 이용자들을 지속적으로 플랫폼 안에 가둬둘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넷플릭스는 지난해 약 120억 달러를 콘텐츠 제작비로만 지출했다. 골드만삭스는 넷플릭스가 2022년까지 최대 225억 달러까지 투자비를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의 경쟁은 국내 콘텐츠 제작 시장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OTT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면 수익을 높이는 한편 세계 시장에 한국산 콘텐츠의 노출 빈도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3년 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후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로 한국의 콘텐츠에도 꾸준히 투자하며 ‘킹덤’등을 성공시켰고 국내 콘텐츠 제작업계의 ‘큰손’으로 급성장했다. 박상주 성균관대 영상학과 겸임교수는 “지상파 3사가 드라마 편수를 줄이고 있지만 전체 시장으로 보면 드라마 편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등으로 장기적으로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것은 긍정적 현상”이라고 전망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 영화 ‘서치’의 사례처럼 북미 시장에서는 이미 아시아계의 혈육에 대한 사랑, 교육열 등 북미 사회가 잊고 있던 미덕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TV플러스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를 드라마로 제작하고 최근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제주 해녀 등 한국만이 가진 독특한 소재들을 파악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글로벌 플랫폼들과의 계약에서 당장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2, 3차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대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올해 하반기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빅뱅이 시작된다. 지난달 21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코믹콘에서 디즈니의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ver The Top) 서비스 ‘디즈니플러스’의 방향이 베일을 벗었다. 마블스튜디오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차기 라인업으로 ‘팔콘과 윈터솔져’ ‘완다와 비전’ ‘로키’ 등을 공개했다. 새로운 히어로가 등장하고 기존 캐릭터의 서사가 확장된다는 것만큼이나 전 세계 마블 팬들의 이목을 끈 것은 이 모든 콘텐츠를 ‘도대체 어디에서 볼 수 있느냐’다. 디즈니는 올해 11월 시작할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하며 전 세계 마블 팬들을 디즈니 플러스 가입자로 자연스럽게 결집시키겠다는 전략을 드러냈다. 구독료 월 6.99달러에 포함될 콘텐츠는 마블과 스타워즈, 디즈니, 픽사 등 디즈니 소속 콘텐츠 회사들의 모든 라인업이다. 넷플릭스 등 경쟁 플랫폼에게 넘겼던 디즈니 콘텐츠에 대해선 이미 계약전면 재조정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올해 3월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미국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애플 스페셜 이벤트’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토크쇼의 전설 오프라 윈프리와 한 무대에 섰다. 애플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TV플러스’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SF쇼 ‘어메이징 스토리’를 연출하고 드라마 ‘모닝쇼’에는 제니퍼 애니스톤과 리즈 위더스푼이, ‘아쿠아맨’의 제이슨 모모아는 ‘씨’에 출연한다. ‘미국과 소련의 달 탐사 경쟁이 계속됐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드라마 ‘포 올 맨카인드’도 공개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올 가을 찾아올 스트리밍 플랫폼의 승부는 이용자들을 지속적으로 플랫폼 안에 가둬 둘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넷플릭스는 지난해 약 120억 달러를 콘텐츠 제작비로만 지출했다. 골드만삭스는 넷플릭스가 2022년까지 최대 225억 달러까지도 투자비를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의 경쟁은 국내 콘텐츠 제작 시장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OTT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면 수익을 높이는 한편 세계 시장에 한국산 콘텐츠의 노출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3년 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아시아시장의 교두보로 한국의 콘텐츠에도 꾸준히 투자하며 ‘킹덤’등을 성공시켰고 국내 콘텐츠 제작업계의 ‘큰 손’으로 급성장했다. 박상주 성균관대 영상학과 겸임교수는 “지상파 3사가 드라마 편수를 줄이고 있지만 전체 시장으로 보면 드라마 편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등으로 장기적으로 경쟁구도가 형성되는 것은 긍정적 현상”이라고 전망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 영화 ‘서치’ 사례처럼 북미 시장에서는 이미 아시아계의 혈육에 대한 사랑, 교육열 등 북미 사회가 잊고 있던 미덕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TV플러스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파친코’를 드라마로 제작하고 최근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제주 해녀 등 한국만이 가진 독특한 소재들을 파악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글로벌 플랫폼들과의 계약에서 당장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2, 3차 저작권(IP)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대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악령을 물리치는 구마(驅魔) 사제들이 영화와 드라마를 가로지르며 활약하고 있다. 올여름 관객을 찾은 영화 두 편에 구마 사제가 등장한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안성기 박서준 주연의 ‘사자’는 구마 사제 안 신부(안성기)와 격투기 선수 용후(박서준)가 의기투합해 악령을 물리치는 이야기. 구마, 즉 엑소시즘 소재가 히어로의 성장 스토리와 결합했다. 안성기는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단 ‘아르마 루치스(빛의 무기)’ 소속의 사제로 등장한다. 영화의 전반적 짜임새가 헐거워 관객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있지만 오컬트(초자연적 현상) 장르를 좋아하는 젊은 관객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구마 소재를 차용한 것이 눈길을 끈다. 배우 안성기는 긴 구마 의식의 긴 라틴어 대사를 외우기 위해 공을 들였다. 제작진은 바티칸으로부터 공식 로고 사용을 허가받는 한편 구마 용품이 담긴 안 신부의 가방과 묵주 반지 등 소품의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 2015년에 ‘사제복을 입은 강동원’(검은 사제들)이 있었다면 이 영화 막바지에는 박서준이 사제복을 입은 모습까지 선보인다. 21일에는 배성우가 구마 사제로 나오는 공포영화 ‘변신’이 개봉한다. 사람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면서 섬뜩한 사건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구마 사제인 삼촌 중수(배성우)가 등장한다. 구마는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빈번히 사용되는 소재이지만 국내에서는 마니아 중심으로 선호하는 장르였다. 2015년 개봉한 ‘검은 사제들’은 한국형 오컬트 영화의 시발점으로 이 영화가 개봉 당시 관객 500만 명을 모아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후 드라마와 영화에서 구마 사제가 종횡무진 활약하게 됐다. 드라마로는 지난해 9∼11월 OCN에서 방영한 ‘손 더 게스트’가 대표적 사례다. 1%대로 시작한 시청률이 종영까지 4%대로 상승하며 속편 제작과 영화화에 대한 요청도 빗발쳤다. 천주교의 구마 의식과 악령 ‘손’을 추적하기 위한 전통 굿판이 함께 어우러지는 구성이 인기를 얻으며 이후 메디컬과 오컬트를 결합한 ‘프리스트’ 등 후속 드라마로 이어졌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오컬트물은 특히 10, 20대 젊은층 사이에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초인적인 힘을 자랑하는 히어로물에 자연스럽게 노출돼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소재를 다루는 오컬트 장르에도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천주교에 실재하는 구마 사제의 활동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관객과 시청자의 흥미를 끄는 요소인 데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달로 공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시각적 효과를 스크린에 구현할 수 있게 된 것도 젊은 관객들을 사로잡는 요인이다. 현실 사회가 복잡하고 혼란할수록 악행의 주체가 악령인지 부마자(마귀가 붙거나 귀신에 들린 사람)인지 구분이 안 되는 모호함과 공포에 관객들이 이끌린다는 분석도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2000년대 이후 영화는 더욱 격렬하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현실 세계의 혼란이 지속되고 관객들이 현실에서 실재하는 공포를 더 느낄수록 공포영화는 더욱 다양한 소재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고요한 밤 국내 한 신도시의 화학회사 건물 앞에서 유독가스를 가득 실은 탱크로리가 폭발했다. 회색 연기는 소리 없이 움직이는 뱀처럼 도심 골목 곳곳으로 기어들어 건물을 삼키듯 위로 올라온다. 도심 한복판 컨벤션센터에서는 칠순 잔치가 한창이고 가족들이 상황을 알아차렸을 무렵에는 이미 건물 입구가 가스로 봉쇄된 뒤였다. 전개가 이쯤 되면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쏘며 나타나거나 아이언맨이 날아와 가족들을 옥상으로 대피시킬 것 같지만 영화 ‘엑시트’(31일 개봉)에서는 산악부 출신 백수 용남(조정석·사진)과 컨벤션센터 직원인 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가 밧줄을 고쳐 묶는다. 이들은 거미줄 대신 간이 완강기, 슈트 대신 쓰레기봉투와 테이프를 탈출 도구로 삼는다. 가족들을 탈출시키고 마지막으로 남은 두 사람이 게임 스테이지를 깨듯 유독가스가 닿지 않는 높은 건물로 오르고 오르는 과정이 영화의 백미다. 24일 서울 강동구 영화제작사 ‘외유내강’에서 만난 이상근 감독이 겸연쩍어하며 고백했다. “저도 비루한 몸을 이끌고 직접 배워봤습니다. 떨어지기도 하면서 클라이밍을 직접 해보니 제대로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직 상승 액션’은 꼼꼼한 사전 준비와 실제 훈련으로 이뤄졌다. 클라이밍 애호가 관객들이 보며 쓴웃음을 지을까 봐 이 감독은 ‘기본 동작만큼은 제대로 찍자’ 생각했다. 로프로 매듭을 만드는 배우들의 손동작도 수백 번 반복해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자동반사로 나올 정도로 연습을 거쳤다. ‘루트 파인딩(길 찾기)’이나 ‘완등 가자!’ 같은 대사는 실제 클라이밍 스포츠에서 쓰는 표현이다. 용남과 의주가 밧줄에 의지해 아슬아슬하게 건물 사이를 오갈 때마다 관객들도 함께 긴장감으로 빠져드는 이유는 헬스장 건물과 보습학원 건물 사이의 간격이 그만큼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틈날 때마다 을지로 등을 걸어 다니며 실제 건물 간격을 확인하고 건축 조례까지 찾아봤어요. 건물 사이 간격이 불과 3, 4m일 때 느껴지는 긴장감이 이번 영화만의 특징입니다.” 용남이 타고 오르는 건물은 돌잔치, 칠순잔치에 특화된 컨벤션센터. 도심 속 웨딩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묘하게 촌스럽고 겉도는 그리스 신전 같은 장식들이 영화에서는 탈출을 위한 클라이밍 루트가 된다. 김자인 선수의 오빠이자 클라이밍 챔피언인 김자비 선수가 두 주연 배우를 훈련시키는 한편으로 영화 제작 단계부터 미술팀과 협업했다. 김 선수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지목한 루트에 한국 특유의 대형 원색 간판이나 건물 장식을 배치해 동선을 구성했다. 건물의 높이, 양팔을 벌렸을 때 닿을 수 있는 벽돌의 위치까지 디테일한 조언이 반영됐다. 덕분에 용남과 의주는 건물 외벽에 달린 킹크랩 모형이나 치과 간판, 사자 머리 장식을 타고 끊임없이 탈출로를 찾는다. 한국적 간판과 건물 외벽 장식이 탈출의 디딤돌이 되었다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품을 탈출 수단으로 활용한 아이디어도 눈에 띈다. 칠순잔치에서 쓰인 앰프는 옥상에서 구조용 마이크로 돌변한다. 주인공들이 비장하게 입은 탈출 ‘슈트’는 쓰레기봉투와 테이프를 동여매 만들었다. 이 감독은 분필을 미끄럼 방지용 파우더처럼 사용한다는 것을 ‘철봉마니아’ 카페에서 발견해 시나리오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맥가이버도 흔한 물건을 조합해 위기를 돌파하잖아요. 주변의 물건들을 입고 쓰고 뛰는 모습으로 젊은이들의 역경과 고난을 재치 있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여기서 나가면 저렇게 높은 회사에만 원서 낼 거야!’라는 용남의 외침처럼 용남과 의주는 영화 내내 온갖 잡동사니를 이용해 기어오르고 뛰어넘어 가스를 피해 더 높은 곳을 향해 질주한다. 탈출하고자 하는 것이 유독가스인지, 청춘을 둘러싼 답답한 취업난인지 불분명하지만 이들은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최선을 다한다. 마흔 넘어 첫 장편영화로 데뷔한 이 감독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투영돼 있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재주라도 적재적소에 쓰일 날이 분명히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위기를 타개할 때 우리가 느낀 카타르시스를 관객들도 함께 느껴 주시겠죠?”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고요한 밤 국내 한 신도시의 화학회사 건물 앞에서 유독가스를 가득 실은 탱크로리가 폭발했다. 회색 연기는 소리 없이 움직이는 뱀처럼 도심 골목 곳곳으로 기어들어 건물을 삼키듯 위로 올라온다. 도심 한복판 컨벤션 센터에서는 칠순 잔치가 한창이고 가족들이 상황을 알아차렸을 무렵에는 이미 건물 입구가 가스로 봉쇄된 뒤였다. 전개가 이쯤 되면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쏘며 나타나거나 아이언맨이 날아와 가족들을 옥상으로 대피시킬 것 같지만 영화 ‘엑시트’(31일 개봉)에서는 산악부 출신 백수 용남(조정석)과 컨벤션센터 직원인 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가 밧줄을 고쳐 묶는다. 이들은 거미줄 대신 간이 완강기, 수트 대신 쓰레기봉투와 테이프를 탈출 도구로 삼는다. 가족들을 탈출시키고 마지막으로 남은 두 사람이 게임 스테이지를 깨듯 유독가스가 닿지 않는 높은 건물로 오르고 오르는 과정이 영화의 백미다. 24일 서울 강동구 영화제작사 ‘외유내강’에서 만난 이상근 감독이 겸연쩍어하며 고백했다. “저도 비루한 몸을 이끌고 직접 배워봤습니다. 떨어지기도 하면서 클라이밍을 직접 해보니 제대로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직 상승 액션’은 꼼꼼한 사전 준비와 실제 훈련으로 이뤄졌다. 클라이밍 애호가 관객들이 보며 쓴웃음을 지을까봐 이 감독은 ‘기본 동작 만큼은 제대로 찍자’ 생각했다. 로프로 매듭을 만드는 배우들의 손동작도 수백 번 반복해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자동반사로 나올 정도로 연습을 거쳤다. ‘루트 파인딩(길 찾기)’이나 ‘완등 가자!’ 같은 대사는 실제 클라이밍 스포츠에서 쓰는 표현이다. 용남과 의주가 밧줄에 의지해 아슬아슬하게 건물 사이를 오갈 때 마다 관객들도 함께 긴장감으로 빠져드는 이유는 헬스장 건물과 보습학원 건물 사이의 간격이 그만큼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틈날 때 마다 을지로 등을 걸어 다니며 실제 건물 간격을 확인하고 건축 조례까지 찾아봤어요. 건물 사이 간격이 불과 3~4m일 때 느껴지는 긴장감이 이번 영화만의 특징입니다.” 용남이 타고 오르는 건물은 돌잔치·칠순잔치에 특화된 컨벤션 센터. 도심 속 웨딩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묘하게 촌스럽고 겉도는 그리스 신전 같은 장식들이 영화에서는 탈출을 위한 클라이밍 루트가 된다. 김자인 선수의 오빠이자 클라이밍 챔피언인 김자비 선수가 두 주연 배우를 훈련시키는 한편 영화 제작 단계부터 미술팀과 협업했다. 김 선수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지목한 루트에 한국 특유의 대형 원색 간판이나 건물 장식을 배치해 동선을 구성했다. 건물의 높이, 양 팔을 벌렸을 때 닿을 수 있는 벽돌의 위치까지 디테일한 조언이 반영됐다. 덕분에 용남과 의주는 건물 외벽에 달린 킹크랩 모형이나 치과 간판, 사자 머리 장식을 타고 끊임없이 탈출로를 찾는다. 한국적 간판과 건물 외벽 장식이 탈출의 디딤돌이 되었다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품을 탈출 수단으로 활용한 아이디어도 눈에 띈다. 칠순 잔치에서 쓰인 앰프는 옥상에서 구조용 마이크로 돌변한다. 주인공들이 비장하게 입은 탈출 ‘수트’는 쓰레기봉투와 테이프를 동여매 만들었다. 이 감독은 분필을 미끄럼 방지용 파우더처럼 사용한다는 것을 ‘철봉매니아’ 카페에서 발견해 시나리오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맥가이버도 흔한 물건을 조합해 위기를 돌파하잖아요. 주변의 물건들을 입고 쓰고 뛰는 모습으로 젊은이들의 역경과 고난을 재치 있게 표현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내가 여기서 나가면 저렇게 높은 회사에만 원서 낼 거야!’라는 용남의 외침처럼 용남과 의주는 영화 내내 온갖 잡동사니를 이용해 기어오르고 뛰어넘어 가스를 피해 더 높은 곳을 향해 질주한다. 탈출하고자 하는 것이 유독가스인지, 청춘을 둘러싼 답답한 취업난인지 불분명하지만 이들은 장애물을 만날 때 마다 최선을 다한다. 마흔 넘어 첫 장편영화로 데뷔한 이 감독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투영돼있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재주라도 적재적소에 쓰일 날이 분명히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위기를 타개할 때 우리가 느낀 카타르시스를 관객들도 함께 느껴주시겠죠?”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인공지능(AI)의 시대, 우리는 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뇌과학 교양서를 꾸준히 내 온 저자는 두개골이라는 감옥에 갇힌 뇌를 꺼내 지각과 인지, 감정, 기억의 개념을 쉬운 언어로 풀어낸다. 다양한 뇌 해부도부터 모네의 그림, 한때 ‘흰색-금색’과 ‘파란색-검은색’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친숙한 드레스 사진까지 등장한다. 인간의 뇌를 모방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는 인공지능의 미래를 서술한 책 후반부가 흥미롭다. 독립성과 정신, 자유의지를 갖춘 ‘강한 인공지능’은 누구나 한 번쯤 상상했을 법한 미래다. 저자는 ‘지구상에 인간이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우리가 스스로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인간의 근원을 성찰할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대목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아동 영화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로 유명한 남기남 감독이 24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서라벌예술대(현 중앙대)를 졸업한 고인은 1972년 김지미 주연의 ‘내 딸아 울지 마라’로 데뷔했다. ‘불타는 정무문’(1977년), ‘불타는 소림사’(1978년) 등 액션 영화도 만들었다. 1989년 심형래 주연의 ‘영구와 땡칠이’를 시작으로 ‘영구와 땡칠이2-소림사 가다’ 등 아동영화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2003년 ‘개그콘서트’ 출연자들과 함께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를 연출하는 등 60대에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유족으로 부인 서정자 씨와 아들 보현 씨 며느리 한향숙 씨가 있다. 빈소는 순천향대 서울병원. 발인은 26일 낮 12시.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나는 공자를 내려놓고 갈 테니 너는 부처를 내려놓고 와라.”(세종대왕) “아니요. 나는 부처를 타고 가겠습니다. 주상은 공자를 타고 오십시오.”(신미 스님) 역적의 집안에서 태어나 천한 승려가 된 신미는 임금 앞에서 감히 절을 하지 않는다. 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눈을 고쳐 뜨며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드는 일에 매달린 세종은 한글 창제의 실마리라도 잡기 위해 신미를 설득한다. 신미 스님은 세종이 유언으로 ‘우국이세 혜각존자(祐國利世 慧覺尊者·나라를 위하고 세상을 이롭게 한, 지혜를 깨우쳐 반열에 오른 분)’라는 법호를 내린 인물. 24일 개봉한 영화 ‘나랏말싸미’는 숭유억불의 나라 조선의 임금이 승려와 손잡고 한글을 만들었다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영화는 세종대왕(송강호)과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을 창제했다는 정설에서 벗어나 신미 스님(박해일)과 승려들이 세종을 도와 한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조철현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하기 전 신미 스님에 대한 연구와 문헌 대부분을 검토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박해진 작가가 800쪽 가까운 분량으로 신미 대사의 일대기를 쓴 도서출판 나녹의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 평전’을 참고했다. 조 감독과 제작사는 박 작가 개인과는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세미나도 함께 진행했지만 개봉 직전 출판사로부터 ‘출판사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영화를 만들었다’며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당했다. 개봉 전날인 23일 법원은 일단 기각 결정을 내려 우여곡절 끝에 개봉은 예정대로 이뤄졌다. 하지만 제작사가 저자를 상대로 6월 제기한 저작권침해정지청구권 등 부존재 확인 소송은 서울중앙지법에 계류 중이다. 저자가 더 이상의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이다. 영화는 훈민정음을 ‘신미 코드’로 재해석해 곳곳에 녹여냈다. ‘나랏말싸미’로 시작하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종대왕이 안평대군에게 구술하며 받아 적게 하는 장면에서 세종은 일부러 한 글자를 지워 총 108글자로 완성한다. ‘108’은 널리 알려진 불교의 법수(法數)다. 세종대왕이 중국의 각종 언어학 서적을 밤새 연구하면서도 찾지 못한 한글 창제의 마지막 퍼즐이 불교 유산 팔만대장경 안에 있었던 점, 산스크리트어와 티베트어, 파스파 문자 등 소리글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점은 관객에게 새롭게 다가올 법한 부분이다. 영화 안팎으로 신미 스님이 부각되다 보니 일부 관람객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글 창제의 정설을 뒤집는 역사 왜곡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개봉 첫날인 24일부터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영화로 보기에는 심각한 역사 훼손이 아니냐’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1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 스크린X 상영관. 객석을 채운 엄마들이 색색의 야광봉을 흔들며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이 아이들은 객석에서 일어나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거나 손을 흔들었다. 이날 시사회는 여름방학을 맞아 개봉한 애니메이션 ‘샤이닝 스타: 새로운 루나퀸의 탄생’을 춤추며 관람하는 ‘댄서롱’ 콘셉트로 마련한 자리였다. 극장가는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잡기 위해 애니메이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크린X’ 등 새로운 포맷으로 무장하거나 귀여운 동물, 전래동화를 비튼 소재를 앞세운 다양한 작품들이 어린이 관객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인기리에 TV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을 처음 극장판으로 제작한 ‘샤이닝 스타: 루나퀸’은 아이돌 스타가 되려는 친구들의 우정을 다룬 작품으로 18일 개봉했다. 270도로 펼쳐지는 3면 스크린과 관람하며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싱어롱’ 상영 등 다양한 포맷을 들고 나왔다. 25일 개봉하는 ‘레드슈즈’는 순수 국내 창작물이다. 통통한 화이트 왕국 공주가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주는 마법의 레드슈즈를 신고 변신하는 이야기다.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의 후속 작품도 돌아온다. 2016년 개봉해 관객 250만 명을 모은 ‘마이펫의 이중생활’의 속편이 이달 31일 개봉한다. 주인 모르게 은밀한 사생활을 즐기는 반려동물들이 이번 편에서는 새로운 가족인 아기 리암과 함께 살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렸다. ‘앵그리버드2: 독수리 왕국의 침공’은 역시 2016년 개봉한 ‘앵그리버드’의 속편으로 다음 달 7일 개봉 예정이다. 다음 달 14일 개봉하는 ‘원더랜드’는 할리우드 배급사 파라마운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첫 작품으로 ‘인사이드 아웃’, ‘업’ 등 디즈니와 픽사 제작진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상상하는 대로 모두 이뤄지는 테마파크 ‘원더랜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밀라 쿠니스, 제니퍼 가너, 켄 정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현대인이 제일 똑똑하다고 믿는 현대인에게.’ 이 책의 뒤표지에는 독자에게 던지는 저자의 도발적인 편지가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우주 탐사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했지만 현대의 기술들은 사실 고대의 인류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이다. 철학자 플라톤은 최초의 알람시계를 만들어 제자들을 깨웠으며 로마제국 시절에 이미 공중화장실 144곳이 만들어진 점 등 고대인들의 빛나는 88가지 아이디어가 소개됐다. 3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외과 수술을 했고 기원전 6세기 무렵 인도에서 성형 수술이 이뤄졌다는 사실 등 선조들이 현대인들보다 현명했다는 여러 근거와 마주할 수 있다. 물건에 담긴 역사와 의미를 쉽고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 썼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초창기 한국 영화 속 여성 캐릭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최근 10년간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어떻게 변화했을까. 한국영상자료원이 10월 13일까지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하는 전시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영상자료원은 한국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를 통해 한국 영화 100년 역사를 돌아보자는 취지로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 과거 남성 중심의 영화 산업 시스템 속에서 남성의 시각으로 만든 여성 캐릭터는 전시 제목처럼 ‘나쁜 여자’나 ‘이상한 여자’로 낙인찍혔다. 전시는 △불온한 섹슈얼리티 △위반의 퀴어 △초능력 △비인간 여자 △법 밖에 선 여성 △엄마의 역습이라는 여섯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한국 영화에서 여성 섹슈얼리티를 다루는 서사의 원형을 제시한 ‘미몽’(양주남 감독·1936년)의 애순(문예봉)을 비롯해 팜 파탈의 대명사 ‘지옥화’(신상옥 감독·1958년) 속의 소냐(최은희) 등 매혹적이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의 욕망과 정체성을 변명하지 않고 탈주하는 ‘아가씨’(박찬욱 감독·2016년)의 숙희(김태리)와 히데코(김민희), 거침없이 통쾌한 액션을 선사하는 ‘마녀’(박훈정 감독·2018년)의 구자윤(김다미), 모성 이데올로기에 정면으로 도전한 ‘마더’(봉준호 감독·2009년)도 소개한다. 영화와 미디어아트를 접목해 6개 주제의 여성 캐릭터들을 감각적인 영상과 함께 보여준다. 전시에 소개된 영화 중 ‘마더’와 ‘박쥐’ 등 13편을 다음 달부터 상영하고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하는 토크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무료.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명곡 ‘서클 오브 라이프’와 함께 거대한 스크린에 아프리카 사바나가 그대로 재현됐다. 지축을 울리는 소떼의 움직임, 제 몸집보다 몇 배 큰 나뭇잎을 들고 줄지어 움직이는 개미들의 행진까지…. 관객들은 극장에서 망원경과 현미경으로 번갈아 아프리카의 초원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한다. 17일 개봉하는 ‘라이온 킹’은 영화라기보다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 이 작품은 디즈니의 실사 영화(라이브 액션)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다. 클래식 애니메이션의 실사화에 나선 디즈니는 ‘말레피센트’(2014년) ‘신데렐라’(2015년) ‘미녀와 야수’(2017년) 등을 선보였다. 올해는 ‘덤보’ ‘알라딘’에 이어 ‘라이온 킹’까지 잇달아 개봉하며 반신반의하던 관객들을 극장으로 모으고 있다. ‘알라딘’은 국내에서 실사 영화로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최근 중국 배우 류이페이(劉亦菲)가 출연한 ‘뮬란’(2020년 개봉 예정)의 예고편과 ‘인어공주’(2021년 예정)의 캐스팅까지 공개되면서 실사화 프로젝트는 관심의 정점에 서게 됐다.○ M&A 통해 ‘에버그린 전략’ 강화디즈니가 실사 영화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저작권,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IP) 확장 전략의 일환이다. 1928년 세계 최초의 유성 만화 ‘증기선 윌리’ 속 캐릭터 미키 마우스의 탄생부터 축적된 지식재산권은 디즈니 수익의 원천이며 경영 전략의 중심이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수평적으로 확장돼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크루즈, 전시, 쇼, 게임 등 다양하게 변주됐고, 캐릭터 상품의 판매로 이어졌다. 디즈니가 테마파크와 소비재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극장 수익의 약 2.5배에 이른다. 고영희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 교수(지식재산경영 전공)는 “디즈니가 극장 영화·애니메이션으로 버는 금액도 상당하지만 지식재산권과 그에 따른 라이선싱으로 버는 수익이 핵심”이라며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사실상 디즈니 캐릭터의 거대한 광고판과 같다”고 설명했다. 설립 100년을 앞둔 디즈니는 세대를 건너며 콘텐츠의 수명을 수직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199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인어공주’(1989년) ‘미녀와 야수’(1991년) ‘알라딘’(1992년) ‘라이온 킹’(1994년) 같은 작품들은 ‘클래식(고전)’이라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25∼30년이 지나면서 팬들의 추억 속에서 잠자는 신세였다. 열 살에 ‘라이온 킹’을 본 어린이는 서른다섯 살이 됐다. 디즈니는 실사화를 통해 옛 팬들은 물론이고 그들의 자녀까지 새로운 팬으로 끌어들이려고 한 것. 이런 지식재산권의 ‘에버그린 전략’(새로운 지식재산권을 추가해 독점 기한을 늘려가는 전략)은 픽사(2006년)와 마블(2009년), 루커스필름(2012년)에 이어 폭스까지 쉼 없는 인수합병(M&A)으로 막강한 지식재산권을 확보한 디즈니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 완벽한 실사 ‘게임 체인저’ 찬사실사 영화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한 것은 눈부시게 발달한 컴퓨터 그래픽(CG)과 시각효과 기술(VFX)이다. 하늘을 나는 코끼리(덤보)나 램프에서 나오는 요정 지니(알라딘)를 어색함 없이 실제 배우들과 함께 한 화면에 등장시킨다. ‘라이온 킹’은 한발 더 나아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처 세트장에서 CG와 VFX로만 무파사와 심바의 왕국 ‘프라이드 랜드’를 재현해냈다. 제작진은 아프리카 케냐와 나미비아, 미국 캘리포니아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등으로 최적의 ‘실사’를 찾아 나섰다. 약 130명의 애니메이터가 86종의 동물을 필름에 담았다. 동물들의 근육 움직임, 피부, 털을 표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만 엔지니어 200여 명이 투입됐다. 감독 존 파브로는 “애니메이션도, 실사도 아닌 새로운 미디어”라고 했고, 해외 언론들도 시사 직후 ‘게임 체인저’(경쟁의 틀을 바꿔 버릴 정도의 혁신)라는 평을 쏟아냈다. 디즈니는 과거 성차별과 인종차별, 오리엔탈리즘 등 여성과 흑인, 동양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는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신데렐라는 남자가 구원하길 기다리기 때문에, 인어공주는 남자를 위해 목소리를 포기하기 때문에 딸에게 보여주지 않는다”고 밝혔을 정도다. 실사 영화 프로젝트는 이 같은 비판을 받아들여 작품에 새로운 시대정신을 불어넣었다. ‘겨울왕국’(2013년) ‘주토피아’(2016년) ‘모아나’(2017년) 등 비교적 최근 제작된 작품에는 주체적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며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 왔지만 실사 영화들은 ‘스스로 술탄이 되려 하는 자스민’(알라딘)이나 ‘흑인 에리얼’(인어공주)을 내세워 직설적으로 변화를 줬다. 그러나 ‘엘사’에게 바지를 입히거나 ‘자스민’에게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주제의식을 담은 노래 ‘스피치리스’를 부르게 하는 것이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여성 캐릭터들이 전체 서사의 틀 안에서 주체적으로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어공주’ 실사 영화의 에리얼 역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한 것이 팬들의 반발을 샀다. 변화와 다양성을 포용하는 리메이크 방향과 원작을 최대한 그대로 누리고 싶은 팬들 사이의 간극이 단적으로 드러난 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한국과 일본 간 정보 차이가 종종 논쟁과 싸움으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위안부 이슈를 소개하고 양국 사람들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 증오가 줄고 생산적인 토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主戰場)’을 연출한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서울 강남구에서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작 배경을 말했다. 25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일본 우익 세력이 위안부 문제를 애써 부정하려는 이유를 한국, 미국, 일본에서 30여 명을 인터뷰해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그는 일본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사로 처음 다룬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와 가족이 극우 세력의 협박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영화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우익의 반발과 소녀상 건립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을 세밀하게 짚는다. ‘일본은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특별하다’, ‘한국이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중국이 시켰기 때문이다’ 등 일본 우익의 민낯과 논리의 빈약함을 지적한다. 이 때문에 올해 4월 일본에서 영화가 개봉된 후 영화에 등장하는 우익 인사들은 상영 중지를 요청하며 감독을 고소하기도 했다. 데자키 감독은 “위안부 문제를 잘 모르는 일본 젊은 세대는 오히려 ‘모르던 것을 알게 해줬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베 정부가 강제 노동 문제에 대해 무역 제재로 대응하는 것이 유감이다. 이는 인권의 문제이지 외교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인들이 나서 위안부 문제를 국제법정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성노예’, ‘강제징집’ 등의 표현에 대해 한국과 일본 모두 인정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로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서부터 토론이 시작될 겁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삶은 예상치 못한 행복과 불행의 쌍곡선이다. 얄팍한 우리는 감당하기 버거운 불행이 닥칠 때면 이렇게 묻는다. “하필 왜 나야?” 이 책은 그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미국 듀크대 신학대학원에서 북미 기독교의 역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교수라는 안정적인 자리를 얻고 난임을 거쳐 귀여운 아들을 낳은 지 얼마 안 된 서른다섯의 여성이다. 탄탄대로만 남은 것처럼 보였던 순간 결장암 4기 판정을 받고 신의 시험대에 선다. “하나님이 방법을 찾아주실 것이라 믿었다”던 그는 “이제 더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주위 사람들은 “이 시험은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들 거예요”라고 하지만 그 말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고백한다. ‘축복받은 삶’이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번영 신학(물질적 풍요가 하나님의 뜻이며 신앙이 자신의 부를 늘린다고 믿는 것)이 만든 극단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꼬집는다. 그리고 신과 신을 믿는 사람들을 연구하는 본업으로 돌아가 ‘모든 역경은 성품을 시험하는 과정’이라 믿는 미국인의 신념을 이해하려고 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죽음’을 다룬 에세이는 필연적으로 무겁고 우울할 수밖에 없지만 유머러스하고 솔직한 저자의 성품은 순간순간 유쾌한 웃음을 전해준다. 저자는 다행스럽게도 가족 곁에 남아 자신에게 주어진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7월 극장가는 디즈니가 지배 중이다. 실사 영화 ‘알라딘’이 1000만 관객 돌파를 코앞에 둔 데다 오랜 팬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토이스토리4’가 가세했다. 17일 개봉 예정인 실사 영화 ‘라이온 킹’은 흥행 바통을 넘겨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라이온 킹’은 1994년 개봉해 전 세계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25년째 지키고 있는 작품. 실사 영화의 감독은 ‘정글북’의 존 패브로이며, 음악에 세계적 영화음악가 한스 치머와 팝 가수 엘턴 존이 참여했다. 심바와 날라 목소리에 도널드 글러버와 비욘세가 의기투합했다. ‘라이온 킹’의 ‘어벤져스’급 캐스팅에 대항해 한국 영화는 베테랑부터 신인 배우의 조화가 어우러진 다양한 소재로 승부한다. 재난 액션 영화와 역사드라마, 사극, 오컬트 등 관객들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24일 가장 먼저 개봉하는 영화는 한글 창제에 얽힌 뒷이야기를 풀어낸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 송강호가 세종대왕을 연기하고 세종을 돕는 신미 스님 역을 박해일이, 세종의 아내 소헌왕후 역을 최근 세상을 떠난 배우 전미선이 맡았다. ‘엑시트’(감독 이상근)와 ‘사자’(감독 김주환)는 31일 함께 개봉한다. 원인 모를 유독가스가 퍼진 도심 속에서 탈출 작전을 펼치는 재난 탈출 액션 ‘엑시트’는 조정석의 명품 코믹 연기가 기대되는 작품. 소녀시대 출신 배우 윤아는 조정석의 대학 등산동아리 후배 역을 맡았다. 두 배우는 촬영 두 달 전부터 액션 연기를 위해 클라이밍을 배워 와이어 액션과 고공낙하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여기에 박인환, 고두심, 김지영 등 베테랑 조연이 합류했다. ‘사자’는 마니아층을 거느린 오컬트물로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와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 안 신부(안성기)가 함께 악에 맞서는 이야기다.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는 개봉일이 가장 늦다. 1920년 6월 일본군에 맞서 승리한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로 제작진은 독립신문과 홍범도 장군의 일지를 참고하고 독립군 후손과 역사학자들에게 자문해 ‘국사책을 찢고 나왔다’고 할 만큼 사전 고증에 공을 들였다. 배우 유해진과 류준열, 조우진이 참여해 독립을 위해 희생한 평범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한일관계가 급랭한 가운데 일본 드라마 ‘메꽃’과 ‘시그널’ 등에 출연한 유명 배우 기타무라 가즈키가 독립군 토벌대장으로 출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7월 극장가는 디즈니가 지배중이다. 실사 영화 ‘알라딘’이 1000만 관객 돌파를 코앞에 둔 데다 오랜 팬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토이스토리4’가 가세했다. 17일 개봉 예정인 실사영화 ‘라이온 킹’은 흥행 바턴을 넘겨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라이온 킹’은 1994년 개봉해 전 세계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15년 째 지키고 있는 작품. 실사 영화의 감독은 ‘정글북’의 존 파브로이며, 음악에 세계적 영화음악가 한스 치머와 팝 가수 엘턴 존이 참여했다. 심바와 날라 목소리에 도널드 글로버와 비욘세가 의기투합했다. ‘라이온 킹’의 ‘어벤져스’급 캐스팅에 대항해 한국영화는 베테랑부터 신인 배우의 조화가 어우러진 다양한 소재로 승부한다. 재난 액션영화와 역사드라마, 사극, 오컬트 등 관객들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24일 가장 먼저 개봉하는 영화는 한글 창제에 얽힌 뒷이야기를 풀어낸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 송강호가 세종대왕을 연기하고 세종을 돕는 신미 스님 역에 박해일, 세종의 아내 소헌왕후 역을 최근 세상을 떠난 배우 전미선이 맡았다. ‘엑시트’(감독 이상근)와 ‘사자’(감독 김주환)는 31일 함께 개봉한다. 원인모들 유독가스가 퍼진 도심 속에서 탈출 작전을 펼치는 재난 탈출 액션 ‘엑시트’는 조정석의 명품 코믹 연기가 기대되는 작품. 소녀시대 출신 배우 윤아는 조정석의 대학 등산동아리 후배 역을 맡았다. 두 배우는 촬영 두 달 전부터 액션연기를 위해 클라이밍을 배워 와이어 액션과 고공낙하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여기에 박인환, 고두심, 김지영 등 베테랑 조연들이 합류했다. ‘사자’는 매니아층을 거느린 오컬트물로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과 바티칸에서 온 구마 사제 안 신부(안성기)가 함께 악에 맞서는 이야기다. 다음달 7일 개봉하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는 가장 늦게 개봉일이 정해졌다. 1920년 6월 일본군에 맞서 승리한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로 제작진은 독립신문과 홍범도 장군의 일지를 참고하고 독립군 후손과 역사학자들의 자문을 얻어 ‘국사책을 찢고 나왔다’고 할 정도로 사전 고증에 공을 들였다. 배우 유해진과 류준열, 조우진이 참여해 독립을 위해 희생한 평범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한일관계가 급랭한 가운데 일본 드라마 ‘메꽃’과 ‘시그널’ 등에 출연한 유명 배우 키타무라 카즈키가 독립군 토벌대장으로 출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반짝이고, 아른거리고, 빛나는(Shining, Shimmering, Splendid)!” 영화 ‘알라딘’의 주연 배우 미나 마수드는 올해 5월 영화 개봉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라딘’을 세 단어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주제곡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의 가사를 그대로 따온 그의 표현대로 영화는 범작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빛나는’ 흥행 기록을 쓰고 있다. 5월 23일 개봉한 ‘알라딘’은 7일 기준 누적 관객 922만 명을 넘어섰다. 개봉 7주째 박스오피스 선두로 영화계에서는 17일 디즈니의 새 실사 영화 ‘라이온 킹’ 개봉 전 1000만 명을 돌파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 30대 관객을 중심으로 2D와 4DX로 여러 차례 관람하는 ‘N차 관람’이 이어지는 데다 1992년 개봉한 원작 애니메이션의 추억을 간직한 40대도 가세했다. 이 영화의 재관람률은 8.1%(7일 기준)로, ‘어벤져스: 엔드게임’, ‘겨울왕국’과 비슷하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알라딘’의 국가별 수익은 북미, 일본에 이어 한국이 3위(6월 말 기준)에 오를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특히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거둔 수익은 9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기생충’과 ‘어벤져스: 엔드게임’,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등 세계의 운명을 짊어진 영웅들 사이에서 거둬낸 성과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음악에 알라딘과 자스민의 성장 드라마라는 디즈니 특유의 공감도 높은 이야기가 모든 성별과 연령대를 아울렀다”고 평가했다. 보편적인 스토리는 캐릭터를 업그레이드한 배우들의 연기로 마법의 양탄자를 탔다. ‘지니’를 연기한 윌 스미스는 예고편 공개 후 지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영화가 베일을 벗자 ‘윌 스미스가 사실은 자유를 찾아 사람이 된 지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객들이 열광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란 마수드는 한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본 ‘알라딘’은 디즈니 영화에서 유일하게 (아랍계인) 나와 비슷한 캐릭터였다”며 그가 아랍계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이 배역에 지닌 애착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흥행의 중심에는 ‘어 홀 뉴 월드’와 ‘프린스 알리(Prince Ali)’, ‘아라비안나이트(Arabian Nights)’ 등 영화의 장면을 고스란히 묘사한 음악이 있다. 자스민의 솔로곡 ‘스피치리스(Speechless)’를 통해 진취적으로 변화한 여성 캐릭터도 반영했다. 주제곡을 즐기며 극장에서 양탄자를 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영상에 맞춰 움직이는 객석에서 영화를 즐기는 4DX 버전의 관객은 74만5000명으로 ‘겨울왕국’(48만 명)을 뛰어넘어 국내 4DX 관객 수 1위를 기록했다. 더빙판 역시 뮤지컬 배우 정성화, 신재범, 민경아가 캐스팅돼 110만 명을 모았다. 영화의 OST는 유튜브를 통해 ‘국악 버전’, ‘합창 버전’ 등으로 리메이크되고 있다. 황재현 CGV 홍보팀장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화 속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3면 스크린의 스크린X 버전이 인기를 끌었다면 ‘알라딘’은 양탄자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4D 버전이 흥행 기록을 세웠다”며 “콘텐츠의 영향력에 기술을 더해 관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반짝이고, 아른거리고, 빛나는(Shining, Shimmering, Splendid)!” 영화 ‘알라딘’의 주연 배우 미나 마수드는 올해 5월 영화 개봉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라딘’을 세 단어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주제곡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의 가사를 그대로 따온 그의 표현대로 영화는 범작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빛나는’ 흥행기록을 쓰고 있다. 5월 23일 개봉한 ‘알라딘’은 7일 기준 누적 관객 수 922만 명을 넘어섰다. 개봉 7주째 박스오피스 선두로 영화계에서는 이달 17일 디즈니 새 실사 영화 ‘라이온 킹’ 개봉 전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 30대 관객을 중심으로 2D와 4DX 등 다양한 버전으로 여러 차례 관람하는 ‘N차 관람’이 이어지는데다 1992년 개봉한 원작 애니메이션의 추억을 간직한 40대도 가세했다. 이 영화의 재관람률은 8.1%(7일 기준)로, ‘어벤져스: 엔드게임’, ‘겨울왕국’ 같은 흥행작과 비슷한 수치다. 전 세계에서 거둔 수익도 9억 달러를 돌파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기생충’과 ‘어벤져스: 엔드게임’,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등 세계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영웅들 사이에서 거둬낸 성과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음악에 알라딘과 자스민의 성장 드라마라는 디즈니 특유의 공감도 높은 이야기가 모든 성별과 연령대를 아울렀다”고 평가했다. 이 보편적인 스토리는 캐릭터를 업그레이드한 배우들의 연기로 마법의 양탄자를 탔다. 윌 스미스가 연기한 ‘지니’는 예고편 공개 후 지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영화가 베일을 벗자 ‘윌 스미스가 사실은 자유를 찾아 사람이 된 지니’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관객들이 열광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란 마수드는 한 인터뷰에서 “어린시절 본 ‘알라딘’은 디즈니 영화에서 유일하게 (중동계인) 나와 비슷한 캐릭터였다”며 그가 중동계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이 배역에 지닌 애착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흥행의 중심에는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와 ‘프린스 알리(Prince Ali)’, ‘아라비안 나이트(Arabian nights)’ 등 영화의 장면을 고스란히 묘사한 음악이 있다. 자스민의 솔로곡 ‘스피치리스(Speechless)’를 통해 진취적으로 변화한 여성 캐릭터도 반영했다. 주제곡을 즐기며 극장에서 양탄자를 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영상에 맞춰 움직이는 객석에서 영화를 즐기는 4DX 버전은 관객 74만5000명으로 ‘겨울왕국’(48만 명)을 뛰어넘어 국내 4DX 관객 수 1위를 기록했다. 더빙판 역시 뮤지컬 배우 정성화, 신재범, 민경아가 캐스팅 되어 110만 관객을 모았다. 영화의 OST는 유튜브를 통해 ‘국악 버전’, ‘합창 버전’ 등으로 리메이크되는 중이다. 황재현 CGV 홍보팀장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화 속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3면 스크린의 스크린X 버전이 인기를 끌었다면 ‘알라딘’은 양탄자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4D 버전이 흥행기록을 세웠다”며 “콘텐츠의 영향력에 상영 기술을 더해 관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