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박훈상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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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훈상입니다.

tigermask@donga.com

취재분야

2026-01-12~20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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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과학]별난 교수의 별별 기생충 이야기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항문이 가렵다. 박박 긁을까 하다가 주저한다. 항문 밖을 빠져나온 요충은 1만 개가 넘는 알을 뿌린단다. 손으로 긁으면 기생충 알이 손가락 끝에 묻어난다고 하니 상상만으로 몸서리쳐진다.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인 저자는 기생충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기생충은 과학범죄 수사물의 범인처럼 등장한다. 25세 남자가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열이 나고 배가 아프고 설사가 이어지는데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범인 서울주걱흡충은 대변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결혼을 앞둔 남자가 닷새 전 정력을 키우려고 먹은 뱀이 옮긴 기생충이었다. 기생충을 소개한 각장 말미에는 위험도와 형태, 크기, 감염원, 증상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 일종의 사건 해결 보고서인 셈이다. 저자는 ‘기생충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한다. 너무 많이 먹어 고민인 현대인은 기생충에게 영양분을 나눠 줘도 큰 문제가 없다. 기생충은 분수를 안다. 그래서 세상에 ‘뚱뚱한 사람’은 있어도 ‘뚱뚱한 기생충’은 없단다. 기생충은 인간과 달리 탐욕스럽지 않다. 일부 기생충은 암수가 있고 생식기로 사랑을 나눈다. 짝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파렴치한 기생충도 있다. 인간과 오래 함께한 기생충은 자기 삶의 터전인 숙주(인간)를 웬만해선 괴롭히지 않는다. 암을 일으키고 인간을 조종하는 악당 기생충도 있긴 하지만. 저자는 ‘괴짜’다. 그는 어릴 적 못생긴 얼굴 탓에 설움이 컸단다. 대학시절 징그러운 외모의 기생충을 연구하며 동병상련을 느꼈다. 곧 기생충을 뜨겁게 사랑하게 됐다. 기생충을 연구할 땐 직접 제 눈에 넣기도 하고 환자의 물설사 속에서 기생충을 찾으려고 실험실에서 20일간 씨름하기도 했다. 외모 콤플렉스를 극복하려고 글을 썼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책도 진짜 재밌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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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日여배우가 본 핀란드

    핀란드 작은 식당에서 등장인물이 주먹밥을 먹는 장면만 봐도 마음이 따뜻했던 일본영화 ‘카모메 식당’. 저자는 눈 감고 손가락으로 지도 위를 짚은 곳이 핀란드라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엉뚱한 미도리 역을 맡았던 일본 배우다. 핀란드에서 영화를 찍었던 2005년 여름의 추억을 담았다. 교육 강국이자 자일리톨 껌의 나라 핀란드가 저자의 눈을 빌려 보니 새롭다. 핀란드 사람은 낮에는 그토록 얌전하고 내성적이고 말이 없다가 밤이 되어 술을 마시는 순간 술병을 깨고 잔을 던지고 무리 짓는단다. 영화만큼 재밌는 책을 읽으니 광대뼈 불거진 저자의 얼굴이 한껏 더 예뻐 보인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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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민주공화국 명시 헌법 1조는 어디서 왔을까

    제헌절인 17일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1인 시위가 각지에서 열렸다. 그들은 ‘헌법 제1조가 어디 갔어?’라고 물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2008년 미국산 수입쇠고기 논란 당시 시위대는 이를 노래로 만들어 불렀다. 노래의 울림이 커질수록 한양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의 궁금증도 커졌다. 헌법 제1조는 어디서 왔을까? 책은 헌법 제1조의 기원을 찾아간다.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 독립임시사무소에서 임시의정원은 ‘대한민국임시헌장’을 선포했다. 제1조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제로 함’이라고 분명히 밝힌다. 군주국의 나라 대한제국이 무너진 지 9년 만에 임시정부가 민주공화국을 표방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저자는 말한다.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헌법 1조에 국체를 민주공화국으로 천명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일찍이 1880년대 서양 정치사상을 접한 사상가와 정치가의 오랜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도 제헌헌법을 만들며 임시헌장의 정신을 이어받았다. 저자는 ‘공화’에 주목한다. 제헌헌법 제1장 총강 제5조의 ‘공공복리의 향상’ 구절을 찾아냈다. 공화주의(res publica)의 어원을 찾아가면 공공의 일이다. 저자는 제헌헌법에 담긴 개인의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했던 정신을 배워 오늘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삼기를 주장한다. 현재 빈부격차 수준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지적이다. 저자는 전작 ‘마을로 간 한국전쟁’에서 6·25전쟁 당시 이념갈등으로 학살극을 벌인 마을들의 미시사를 생생하게 풀어냈다. 전작을 기억하고 책을 고른 독자는 원래 사상사 전공인 저자가 공화주의를 다뤘음에도 개념어라는 특성상 읽기에 조금 벅찰 수 있다. 맺음말에 책의 큰 줄거리를 요약해둬서 먼저 읽으면 본문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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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여름 거짓말 外

    여름 거짓말(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시공사)=‘책 읽어 주는 남자’로 세계적 인기를 얻은 저자의 신작 소설집. 여름을 배경으로 사랑과 이별, 꿈과 희망 상실의 풍경이 그려지는 가운데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거짓말의 덮개를 벗겨 그 미세한 감정의 파장을 묘사했다. 1만3000원레지노상(앤드루 밀러 지음·문학세계사)=프랑스혁명 전인 1785년,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공동묘지인 레지노상을 허물고 유골을 이장하는 작업을 맡은 엔지니어가 겪게 되는 기이한 이야기다. 폭풍전야의 긴장감과 광기가 부글대는 18세기 파리의 냄새와 소리, 광경을 생생히 재연했다. 1만5000원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한성희 지음·갤리온)=정신분석 전문의가 딸에게 전하고 싶은 삶의 지혜에 심리학을 곁들여 편지 형식으로 담았다. ‘결혼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란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외로움을 치유하려 하지 마라’ 같은 조언을 들려준다. 1만4000원한눈으로 보는 과학과 발명의 세계사(내셔널지오그래픽 편저·지식갤러리)=10권짜리 백과사전에 버금가는 방대한 자료를 한 권에 싣는 ‘세상의 모든 지식’ 시리즈. 책을 펼치면 과학과 발명 분야의 인류 발자취가 연대표를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5만 원공작(이정훈 지음·글마당)=군사안보 분야 전문기자가 추적한 한국 스파이 60년사. 저자는 국정원이 통일을 전담하는 정보기관으로서 공작으로 통일한다는 분명한 정보목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만8000원해피로드(이케다 다이사쿠 지음·화광신문사)=남성 중심 시대에 여성의 위대함을 외친다. SGI그룹 회장인 저자가 직접 지켜본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1만 원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양승태 엮음·이학사)=한국의 보수 집단과 정당은 무엇을 왜 지켜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이념적 빈곤에 빠져 있다. 책은 보수주의의 정치철학적 기초, 동서양의 보수주의를 살핌으로써 이러한 한국적 현상을 진단한다. 2만8000원}

    • 201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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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이아몬드 와튼스쿨 교수, 198만원짜리 특강 인기

    지난해 2월 내한 강연 때 3만 원의 수강료에도 800석의 객석을 꽉 채워 화제가 됐던 협상학의 대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 교수(사진)가 이달 말 다시 내한해 특강을 연다. 29, 30일(1차), 31일, 8월 1일(2차) 이틀씩 하루 8시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릴 ‘협상 마스터 클래스’다. 이번 특강의 수강료는 198만 원에 이른다. 이번 특강을 기획한 출판사 8.0은 17일 “다이아몬드 교수가 전 세계를 돌며 소수를 대상으로 직접 강의하는 실전 협상 강연의 일환으로 개별 사전 질의를 받아 참가자 맞춤형 협상 수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 16시간에 이르는 강의 수강료는 1800달러. 달러당 1100원을 적용해 198만 원으로 책정됐다. 시간당 12만 원의 고액이지만 총 모집 정원(선착순 80여 명)이 거의 다 찰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허윤정 8.0 기획팀장은 “수강 신청자의 대다수는 대기업 협상 실무자와 기업 최고경영자(CEO), 2세 경영인”이라고 말했다. 2011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그의 저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8.0)는 지금까지 약 60만 부가 팔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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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용 작가 “열악한 비보이 현실 안타까움 담아”

    밀리언셀러 만화 ‘힙합’이 9년 만에 리메이크작 ‘브레이킨’(브레이크댄스의 속어)으로 돌아온다. 이달 초 신 나는 힙합 음악에 맞춰 현란한 춤을 추는 비보이들의 모습이 담긴 티저 영상이 공개되자 팬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1990년대 만화 팬들에게 ‘힙합’은 전설이었다. 1997년 12월 ‘아이큐 점프’에서 연재를 시작해 2004년 6월 끝났다. 만화계에선 단행본 24권이 약 200만 부가량 팔린 것으로 보고 있다. 만화 출간 이후 지역마다 달랐던 춤 용어가 하나로 통일됐고, 만화를 열독하던 비보이들은 세계 정상에 올랐다. ‘힙합’은 열아홉 살 불량 청소년 ‘태하’가 친구들과 함께 춤을 배우며 꿈을 키워 나가는 내용. ‘브레이킨’에선 주인공 이름과 나이, 성장 만화라는 큰 뼈대만 남기고 싹 바꿨다. 자신의 만화를 직접 리메이크한 김수용 작가(40)를 15일 서울 수유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연재를 끝내고 보니 아쉬운 부분도 있고 해외 진출 욕심도 났다. 2013년에 맞게 재정비했다”고 말했다. ‘브레이킨’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매주 카카오페이지, T스토어, 네이버북스, 다음만화마켓에서 회당 500원 선에 유료 판매된다. 이 만화의 리메이크 결정에는 국내 비보이들의 안타까운 현실도 한몫했다. 김 작가는 2010년 국내 유명 비보이들의 병역 비리 사건을 떠올렸다. “군대를 안 간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 친구들이 외국에 나가 태극기를 휘날리며 국위 선양을 하고 돌아와도 라면만 먹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여전히 길거리 아이로 취급받는 비보이들은 스스로를 바보이(바보+보이)라고 부르는데,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브레이킨에 담았죠.” 김 작가는 리메이크작의 성공을 위해 힙합 뮤지션 ‘아웃사이더’와 손잡고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준비했고 뮤직 비디오 촬영도 계획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적극 모색 중이다. 국내 비보이 팀이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하며 최고 입지를 다진 데다 외국에선 전문 비보이 만화가 없어 시장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연재 완료부터 리메이크 시작까지의 9년간 만화계엔 큰 변화가 있었다. 독자가 ‘힙합’을 만났던 만화 잡지와 단행본 시장은 무너진 지 오래됐고 요즘은 포털 웹툰의 시대가 됐다. 김 작가는 ‘쉬운 길’인 웹툰 연재와 ‘깜깜한 길’인 온라인 유료 판매 중에 고민하다 후자를 택했다. 그는 “포털 회사와 웹툰 연재를 상의했지만 기성작가 1명보다 신인작가 6, 7명을 쓰길 원하는 그들과 조건이 맞지 않았다”며 “기성작가 중엔 울며 겨자 먹기로 웹툰 연재를 택한 작가도 많지만 유료 판매란 모험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웹툰 등장으로 생긴 ‘만화=공짜’란 인식도 고치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 정신을 갖고 일하는 만화가의 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걱정했다. 그는 “20년 전 신인작가가 주간지에 컬러 만화를 연재하면 페이지당 6만 원 정도를 받았는데, 지금의 웹툰 고료는 그 절반도 안 된다”며 “웹툰 작가는 직접 편집까지 도맡아 하니 고생은 두 배 이상으로 늘고 고료는 절반 이하로 준 셈”이라고 했다. 원래 이날 인터뷰 약속 장소는 김 작가의 수유동 지하 스튜디오였다. 굵은 장맛비가 일주일째 쏟아지더니 결국 새벽 3시경 스튜디오에 물이 찼다. 1995년 생긴 이 스튜디오 이름은 ‘지하(ZEEHA)’다. ‘지하에서 시작하지만 지상으로 올라가자’란 포부를 담았다는데, 18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지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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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여름의 묘약 外

    여름의 묘약(김화영 지음·문학동네)=불문학자인 저자가 2011년과 2012년 두 번의 여름에 걸쳐 찾은 프로방스와 파리 여행의 기록이다. 알베르 카뮈, 장 그르니에, 마르셀 프루스트 등 그가 평생을 바쳐 번역해 소개한 작가에 대한 단상이 펼쳐진다. 1만4000원.태양의 돌(옥따비오 빠스 외·창비)=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현대시인 24명의 대표 시작을 엮었다. 스페인 메넨데스 필라요 국제대학과 한국외국어대 교수를 겸임하며 한국 고전시가와 현대시를 스페인어로 옮기는 작업을 해온 민용태 교수가 번역했다. 1만3000원. 몸의 인지과학(프란시스코 바렐라 외 지음·김영사)=1997년 나온 ‘인지과학의 철학적 이해’의 번역을 다시 다듬어 재출간했다. 행간의 숨은 의미까지 우리말로 살려내고 인지과학 전체 지형도까지 그려냈다. 2만2000원.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김용규 지음·휴머니스트)=죽기 전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철학자인 저자는 누구나 품을 수 있는 질문에 인문학의 관점으로 답했다. 무신론자에겐 일침을 가한다. 2만5000원.사회는 갈등을 만들고 갈등은 사회를 만든다(박길성 지음·고려대출판부)=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가 한국 사회의 갈등 양상을 분석했다. 1만4000원.혁명의 배반 저항의 기억(육영수 지음·돌베개)=프랑스혁명을 문화사적 관점으로 살폈다. 프랑스혁명이 서양, 백인, 남성의 시각에서만 서술돼 왔음을 비판하고, 혁명가요와 혁명축제가 꽃핀 문화적 사건으로서의 혁명을 조명한다. 1만7000원.광고의 새로운 정의와 범위(김병희 지음·한경사)=스마트 미디어 시대를 맞아 광고의 정의와 범위를 새롭게 제시했다. 2만 원.명품노인(서사현 지음·토트)=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만 열어라? 사람, 돈, 일, 건강, 시간 5가지를 갖춘 인생 2막을 제시한다. 1만3500원.}

    • 201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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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탄광촌 헌책방에 놀러 오세요”

    빅스톤갭은 미국 버지니아 주 애팔래치아 산맥에 위치한 인구 5400명의 작은 마을이다. 동네 어디든 석탄가루가 묻어나는 탄광촌이다. 2000년대 중반 이곳에 헌책방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이 들어선다. 도시 생활에 진력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이곳에 정착한 웰치 부부가 연 서점이다. 이 책은 이야기 솜씨가 일품인 아내 웬디 씨가 털어놓은 5년의 헌책방 운영 고군분투기다. 도시에서 온 부부가 1903년 지어진 고택을 매입하고 헌책방을 연다고 하니 지역 주민들은 ‘미쳤어’를 연발한다. 주민들은 “언제 개점해요?”라고 묻지만 속으론 ‘1년도 못 버틸걸’ 하고 단정한다. 헌책방 운영이 처음이라 책도 부족했다. 책을 세워 놓으면 공간을 채우지 못해 눕혀 놓았더니 ‘책 시체 안치소’ 분위기를 풍겼다. 게다가 주민들은 “돈 벌면 곧 떠나겠지” 하며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부부는 여섯 가지 헌책방의 사명을 내걸었다. 마지막 사명은 ‘헌책 판매가 돈 벌기 어려운 장사임을, 그것이 일종의 신성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이 모든 일이 고객과 우리 모두 즐겁고 유쾌한 가운데 이루어져야 함을 명심한다’. 그리고 부부는 실천했다. 헌책 값도 매길 줄 모르던 부부는 책을 팔러 온 손님의 눈을 피해 인터넷으로 재빠르게 책값을 검색하며 절절맸다. 나중엔 손님이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법도 배우고 공짜 책과 끼워주기로 주머니 가벼운 손님까지 배려했다. 글쓰기, 뜨개질, 연극, 미니콘서트도 마을 주민과 함께 열었다. 물론 시련도 있었다. 부부는 대형마트에서 직원 눈을 피해 게릴라 홍보전을 펼칠 정도로 용감했다. 하지만 과거 직장 상사였던 마을 토박이와 틀어지자 마을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등을 돌려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역신문에서 헌책방의 매력을 우리네 맛집 소개처럼 맛깔나게 보도해 극적으로 부활했다. 책이 쌓여 가니 사람에 얽힌 이야기도 쌓여 갔다. 책을 팔러 온 사람은 책과 함께 자신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남기고 떠났다. 한 남자는 죽은 아내의 책을 팔고, 다른 남자는 바람난 여자친구가 남긴 책을 판다. 책 사러 온 사람도 마찬가지. 한 남자는 어린이용 고전을 고르더니 “집이 불타 책도 사라졌다.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책이라 새로 사서 꽂아 두려고 한다”고 말한다. 뭉클한 순간도 있었다. 부부는 ‘땅꼬마’란 별명을 가진 단골 노인을 반기지 않았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늘 시끄럽게 떠드는 수다가 불편했다. 땅꼬마가 죽은 뒤 찾아온 딸은 “아버지를 인간으로 존엄성을 느끼게 해줘 고맙다”고 전한다. 땅꼬마는 문맹인 퇴역군인이었다. 그는 똑똑한 헌책방 주인이 친구인 걸 자랑스럽게 여겼다. 책을 읽지 못하는 땅꼬마는 헌책방에서 산 책 대부분을 재향군인회에 기증했었다. 책엔 아쉬운 점도 있다. 저자도 땅꼬마 못지않은 수다쟁이인데 미국식 유머로 수다를 떨다 보니 한국인이 쉽게 따라 웃을 수 없는 대목이 나온다. 헌책방 순례를 떠난 부부가 ‘퓨퀘이(Fuquay)’ 표지판을 보고 가가대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왜 웃는지 어리둥절했다. 역자가 영어 욕설인 ‘퍽(fuck)’의 프랑스식 발음으로 들려서라고 설명해 준 뒤에야 이해가 갔다. 헌책방 자랑은 실컷 해놓고 사진 한 장 싣지 않은 것도 불친절하다. 사진이 궁금하면 블로그(wendywelchbigstonegap.wordpress.com)를 참고하면 된다. 헌책방을 만나러 빅스톤갭까지 날아갈 수 없으니 기자는 퇴근길에 서울 은평구 응암동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 갔다. 지하 헌책방은 간판도 없다. 2007년 개업 때 돈이 부족해 달지 못했단다. 헌책을 팔아 큰돈을 벌지 못하는 건 진리다. 진상 손님과 책 도둑에도 시달려야 한다. 헌책방 사장은 이 책에 추천사를 쓴 윤성근 씨. 그도 저자처럼 직장을 그만두고 헌책방을 열었고 책도 여러 권 냈다. 한 달에 두 번(2, 4주 금요일) 심야책방을 연다.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문을 열고 저녁엔 한 차례 공연도 한다. 시간이 늦은 탓인지 손님은 기자 혼자였다. 책을 다룬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소설가 김훈의 ‘내가 읽은 책과 세상’을 추천했다. 낡은 책이라 망설이는데 초판본이고 절판본인 데다 더는 작가가 문학 에세이를 쓰지 않을 테니 소장가치가 있다고 한다. 1989년에 나온 4200원짜리 책을 1만5000원에 구입했다. 윤 씨가 말했다. “주변에서 헌책방을 찾아보면 의외로 많이 있을 거다. 잘 살펴보면 걸어서 5분 거리의 헌책방도 찾을 수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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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에 OST라니… 정유정 장편 ‘28’ 북사운드트랙 출시

    정유정 작가의 장편소설 ‘28’의 북 사운드트랙(사진)이 출시됐다. 영화와 드라마 사운드트랙은 익숙하지만 북 사운드트랙은 드물다. 베스트셀러 사운드트랙은 처음이다 출판사 은행나무는 지난달 16일 출간된 ‘28’의 사운트트랙 앨범을 출시하고 음악 전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사운드클라우드와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노래를 서비스한다고 11일 밝혔다. 정식 앨범 2만여 장은 책을 구입하는 독자에게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이미 책을 산 독자는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이번 앨범 작업에는 홍익대 주변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지에프엠, 리터, 트루베르, 헤르츠티어가 참여했다. 주요 등장인물을 테마로 한 5곡이 수록됐다. 은행나무 편집자이기도 한 헤르츠티어는 “사운드트랙을 틀어놓고 책을 읽으면 장면을 상상할 때 도움이 된다”며 “눈으로 읽고 귀로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원사이트에서 거둔 수익은 전액 참가 뮤지션에게 돌아간다. ‘7년의 밤’으로 성공을 거둔 정유정이 2년 3개월 만에 내놓은 ‘28’은 출간 한 달 만에 10만 부를 돌파하고 한국소설 부문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소설은 인수(人獸)공통전염병이 퍼지는 혼돈의 도시를 그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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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카페로 진화한 만화방… 담배 냄새 대신 커피향 솔솔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건물. 지하로 내려가자 만화카페 ‘카페 데 코믹스’가 나타났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어야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옛 만화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깔끔한 실내는 다양한 캐릭터를 살린 피규어로 장식돼 있고 한쪽에선 커피전문점에서 볼 수 있는 고급 커피기계로 커피를 내리고 있다. 고양이 5마리도 실내를 누볐다. 만화방이 불황이라지만 이곳은 60석 중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커플이나 여성 손님이 대부분이었다. 어린아이를 데려온 부모도 함께 만화책을 보고 있다. 만화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담배 재떨이와 자장면 그릇은 찾을 수 없었다. 올해 3, 4월 젊은이들이 몰리는 서울 신촌과 홍익대 주변에 만화카페 세 곳이 문을 열었다. 30대 초반 청년 사장들이 운영한다. 이들은 만화방에서 진화한 만화카페의 성공을 장담했다. ‘카페 데 코믹스’ 신촌점 사장 박일열 씨(30·대기업 연구원)는 수학능력시험 전날까지 만화책을 손에서 놓지 않던 만화광이다. 신촌점은 세 번째 만화카페다. 경기 광명시에서 처음 열어 만화카페의 밑그림을 그렸다. 광명에서 했던 실험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대형 상권인 신촌으로 진출했다. 앞으로 ‘만화카페 프랜차이즈’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이곳은 커피 한 잔과 만화 2시간에 6500원으로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박 사장은 “커피전문점 못지않은 커피와 인테리어, 그리고 고양이로 과거 만화방과 차별화했다”며 “주로 연인이나 가족, 여성 손님이 많고 혼자 온 남자 손님은 드물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대학생 이상진 씨(27)는 “만화방 하면 남자들끼리 모여서 만화책 보는 곳으로 생각했는데 아기자기하고 쾌적해 데이트 장소로도 딱이다”라고 말했다. 홍대입구역 인근의 만화카페 ‘킥킥나무’ 사장 조승아 씨(33·여)는 판타지 작가 지망생이다. 그는 만화방의 잠재 고객인 여성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킥킥나무’를 방문했을 때 홀로 찾은 여자 손님이 대부분이었다. 화분이 놓인 2층 창가에서 만화책을 읽으면 제법 운치가 있다. 조 사장은 “담배연기로 가득한 만화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떻게 하면 여자 손님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만화 대여점 수가 줄어 여성들이 만화 볼 곳을 찾기 힘든데 만화카페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만화카페가 과거 만화방을 대체하며 사랑받을 수 있을까. 현실의 벽은 녹록지 않다. 만화방 시장은 10여 년째 내리막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2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전국의 만화방·만화카페는 2009년 936곳에서 2011년 811곳으로 감소했다. 전국만화방연합회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 1만여 곳에서 1000여 곳으로 급격하게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승만 만화방연합회 회장은 “7, 8년 전부터 카페 이름을 단 만화방이 늘더니 고급 인테리어와 커피를 갖춘 만화카페가 생겨나고 있다”며 “젊은 사장들의 새로운 시도가 반갑고 응원도 보내지만 결국 만화방은 커피나 인테리어보다 만화책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만화방이든 만화카페든 결국 그 성패는 만화 콘텐츠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기존 만화방과 만화카페의 차이는 일간만화 또는 매일지로 불리며 하루하루 출간되는 ‘일일만화’의 유무에서 갈린다. 황성 김성동 김성모 작가 등이 낸 일일만화는 40, 50대 만화방 독자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새로 생긴 만화카페는 젊은층 취향을 고려해 일일만화는 받지 않고 웹툰 단행본이나 베스트셀러 만화에 집중한다. 만화방을 14년간 운영해온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만화방의 김활란 사장(51·여)은 “젊은층 공략도 중요하지만 만화방 매상을 꾸준히 올려주는 일일만화 고객층을 무시하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담배는 모든 만화방이나 만화카페의 숙제다. 만화방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흡연석을 따로 분리하자 매출액이 감소했다고 한다. 한 만화방 주인은 “흡연실 안에 들어가 담배를 피우라고 하면 손님들이 갑갑하다고 난리다. 흡연 손님이 많으니 슬그머니 문을 열어둘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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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의 마음 꿰뚫은 웹툰, 만삭의 여성이 그렸다니…

    서른두 살의 웹 디자이너 정봉에게 대학동기 여자친구는 ‘보험’이었다. 둘은 서로 사랑하지 않았지만 외로움 달래기, 성욕 해소를 위해 만났다. 두 사람의 관계는 출발부터가 술김에 이뤄진 ‘하룻밤 사랑’이었다. 이런 관계에 싫증을 느낀 정봉은 새 출발을 다짐한다. 픽업 아티스트라 부를 만한 수수께끼 남성의 도움으로 얼굴을 뜯어 고치고 살을 빼고 촌스러운 이름까지 바꿨다. 새롭게 태어난 그는 물건 고르듯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고를 꿈에 부푸는데…. 지난해 9월 연재를 시작한 인터넷 웹툰 ‘인기 있는 남자’의 스토리다. 요즘의 연애세태를 담아 젊은층의 공감을 이끌어낸 인기작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웹툰 60여 종 중 10위권이다. 이달 초에는 단행본(영컴)으로도 출간됐다. 열혈 팬 중에는 주인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남자들이 많다. 독자들이 보내는 팬레터 중에는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어떻게 하면 예쁜 여자를 꼬일 수 있느냐”는 식으로 연애 노하우를 전수받으려는 남성도 있다고 한다. 8일 오후 경기 부천에서 최호진 작가(33)를 만났다. 연애에 도가 튼 바람둥이 남성일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과 달리 올해 봄 네 살 연하의 후배 웹툰 작가와 결혼한 여성이다. 게다가 배까지 부른 예비엄마이기도 하다. 최 작가는 “연재 반년 만에 여자란 사실을 알렸더니 깜짝 놀라는 독자가 많았다”며 웃었다. 울며불며 매달리는 남자에게 “우리 계산 좀 하고 살자”며 냉정하게 등을 돌리는 여자, 홀로 카페에 앉은 여성의 옷차림이나 읽고 있는 책 제목만 보고 솔로인지 여부를 가려내는 남자…. ‘선수’가 아니면 파악할 수 없는 이런 남녀관계의 디테일을 어떻게 포착하는 걸까. 최 작가는 “현실 속 남녀의 ‘찌질’하거나 추한 모습까지 생생하게 담고 싶었다”며 “길에서 한 남자의 휴대전화를 우연히 보니 여자의 연락처가 만난 클럽명으로 저장돼 있었다. 이런 디테일을 만화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최 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은 자주 욕을 먹는다. 최근 연재분에서 정봉과 사랑에 빠진 여성이 짧은 결혼생활 뒤 별거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혼 사실을 감춘 애인이나 그녀를 ‘천박하다’며 외면하는 정봉도 입방아에 올랐다. 작가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사람이 외로우면 남보다 제 감정을 먼저 챙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다만 연애기술에 집중해 ‘인기 있는 남자’를 읽은 남성에겐 일침을 가했다. “제 웹툰의 중심은 연애기술이 아니라 정봉의 마음과 행동이 변화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경험한 사람은 순수했던 때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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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상… 민폐여행… 내맘대로 독립잡지 붐

    궁상, 잉여, 옛 여자친구, 병맛…. 요즘 대한민국 청춘의 우울하거나 발랄한 삶을 상징하는 이 키워드들을 다룬 잡지가 많다. 어린이 손바닥 크기부터 펼치면 벽걸이 달력만 한 것까지 판형도 다양하다. 디자인도 각양각색이어서 심지어 매번 제호만 남기고 디자인을 새로 바꾸는 잡지도 있다. 다음 달 11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제4회 KT&G 상상마당 어바웃북스’에서 만날 수 있는 180여 종의 독립잡지다. 한 여행 잡지의 책장을 펼쳤더니 현지에서 공짜 밥 먹는 법을 소개하는 ‘민폐여행 tip’이 실려 있다. 책장을 더 넘기니 밀양 송전탑 현장 르포도 소개해 놓았다. 이런 주제를 다룬 잡지를 과연 누가 볼까 싶지만 대부분 5000∼1만5000원의 유료인데도 많게는 1000부가 나가는 잡지도 있다. 독립잡지를 글자 그대로 정의하면 광고주의 입김에서 벗어나 내용의 독립을 추구하는 잡지. 하지만 현장에선 홀로 또는 몇 명이서 저마다 좋아하는 주제를 파고들어 보통 매호 100∼1000부를 정기적으로 찍어내는 잡지면 모두 독립잡지라고 부른다. 2000년대 이후 약 500종이 등장한 것으로 추산되는 독립잡지의 성장세가 주목받고 있다. 독립잡지를 유통하는 전문서점이 전국 20여 곳에 이른다. 대형 서점, 온라인 서점에도 일부 독립잡지가 입점했다. 공짜로 독립잡지를 홍보해주고 판매도 돕는 ‘독립잡지유통조합’도 활약 중이다. 문화예술 전반을 다루는 격월간 ‘싱클레어’는 14년째 장수하고 있다. 독립잡지의 경쟁력은 다양한 주제, 세련되고 파격적인 편집, 사소한 취향을 파고드는 디테일, 독특한 문체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가을 창간한 ‘보편적인 여행잡지’의 경우 1000부를 찍은 창간호가 50부만 남기고 다 팔렸다. 올봄에 나온 2호는 1000부 중 700부 이상 팔렸다. 단순한 여행 목적지 소개보다는 새로운 여행방법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들을 주 독자층으로 삼았다. 대학생들이 주축이 돼 만든 잡지 ‘NO-NAME’. 인터넷 신조어 ‘병맛’(‘병신 같은 맛’의 줄임말로 어떤 대상이 황당하고 형편없다는 부정적 뜻도 있지만 기발하고 창의적이란 의미로도 쓰임)에서 착안해 ‘병신 같지만, 멋있어’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유료 판매를 시작한 4호에는 디자인 패션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20대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김예림 편집장(24·여)은 “광고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작업을 모두 잡지에 담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소한 개인사도 타인의 공감을 얻으면 잡지가 된다. ‘9여친’(옛 여자친구란 뜻) 1집은 ‘솔직하고 수치스러운 청춘’을 내세웠다. 박영경 9여친북스 대표(26·여)는 “이별 후 울컥한 순간, 폭풍감성으로 썼던 (나 자신과 주변 사람의) 일기나 글을 잡지에 담았다”고 했다. 그저 일기처럼 읽히지만 100부가 팔려 나갔다. 독립잡지 제작 길라잡이 강좌나 워크숍도 인기다. 6년째 강연을 진행해온 ‘싱클레어’ 김용진 편집장은 “수강생 중 절반이 첫 잡지를 내고 다시 그중 절반은 이를 이어가고 있다”며 “출판물을 만드는 편집 프로그램과 디지털 프린팅 기술 보급으로 한 명 또는 두세 명으로 구성된 작은 집단도 잡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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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요리책… 편지 매뉴얼… 실용서로 본 조선의 속살

    조선시대 사람들이 생활 속 궁금증이 생길 때면 찾아 읽은 다양한 실용서를 통해 조선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조선시대 관료가 행정업무를 처리할 때 필독서로 삼았던 ‘고사촬요(攷事撮要)’, 다양한 편지쓰기 매뉴얼이 담긴 ‘간식유편(簡式類編)’, 온돌설치법과 도구제작법, 음식치료법, 질병치료법 등 당시 최신 실용정보를 모아놓은 ‘소문사설(-聞事說)’, 거문고를 비롯한 현악기 악보를 한자기호와 약어로 담아낸 ‘합자보(合字譜)’, 17세기 영남 양반가의 요리비법을 한글로 담은 ‘음식디미방’에 얽힌 사연과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준다. 규장각 교양총서의 9번째 책.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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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문학사 이후의 문학사 外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천정환 외 지음·푸른역사)=2011년 11월부터 1년간 ‘푸른역사 아카데미’에서 이뤄진 한국문화사 강의를 엮었다. 문화사의 흐름 속에서 생장해 온 ‘네트워크로서의 한국사’를 살피고 주류 문학사가 배제한 ‘문학들’을 새롭게 조명했다. 2만5000원.열쇠(타니자끼 준이찌로오 지음·창비)=일본 탐미주의 소설가가 70세 때 발표한 소설. 56세 남편과 45세 아내가 번갈아 가며 쓰는 일기를 통해 인간 내면에 숨겨진 성적 욕망을 그렸다. 1950년대 일본에서 연재 당시 삽화로 들어갔던 판화가 실려 원서의 맛을 살렸다. 1만2000원. 장계향 조선의 큰어머니(정동주 지음·한길사)=가난한 사람을 위해 집안 어른을 설득해 곳간을 열었던 조선의 여인. 한글로 쓴 최초의 요리서 ‘음식디미방’을 남긴 그녀의 삶이 소설로 부활했다. 2만3000원.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찰스 페로 지음·알에이치코리아)=저자는 일찍이 1984년 복잡한 시스템 속성에 따라 발생한 사고를 ‘정상사고(Normal Accidents)’라고 명명했다. 2013년 정상사고 위험을 안고 사는 현대인에겐 여전히 유효한 지침서. 2만5000원.글, 절대로 그렇게 쓰지 마라(장진한 지음·행담출판)=26년 동안 신문사 어문기자로 일하며 매일 남의 글을 고치고 다듬은 저자가 신문 잡지에 실린 저명 문필가의 글에도 칼을 댔다. 1만5000원.티베트 비밀 역사(박근형 지음·지식산업사)=티베트 개국 신화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폭넓게 다뤘다. 오락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2만9000원.}

    • 201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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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용기타]아이 앞에서 짜증 솟는 당신, 이 책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우리네 부모님들은 핏줄이 당겨서 손자를 원하려니 했다. 제 앞가림하기도 벅찬데…. 그런데 아이가 생기니 알겠다. 세상이 ‘달라지는’ 것을. 달라진 건 분명한데 지금도 헷갈린다. 잘하고 있는 건가. 좋은 엄마, 근사한 아빠이고 싶은데, 불끈불끈 짜증이 치솟는다. 아, 아직 부모 될 자격이 없었나 보다. ‘왜 엄마는…’은 그럴 때 펴보라고 나온 책이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고, 다들 그러고 산다고 토닥거린다. 저자는 미국에선 꽤 유명 인사다. 블로그 ‘불량한 엄마’를 운영하는 전업주부인데, 속만 끓이던 육아의 고충을 진솔하게 담아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은 세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느꼈던 ‘불량한 속내’가 여과 없이 실려 있다. 아이를 키워본 이라면 이 책은 무조건 재밌다. 남성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많다. 도대체 세상엔 ‘육아 전문가’가 왜 이리도 넘쳐나는지. 막상 조언이 소용없어도 책임도 안지면서. ‘천사 같은 아이’도 틀린 말이다. 천사에 근접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 아이다. 그것도 대부분 잘 때. 더 솔직해지자. 신생아는 결코 예쁘지 않다. 생김새는 쭈글쭈글한 고구마에 가깝다. 그럼에도 저자가 아이를 셋이나 키운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그 ‘가끔’ 찾아오는 행복이 너무나 소중하다. 잠든 아이의 발가락을 만지작거리거나 환하게 웃으며 달려와 품에 안기는 순간을 세상 무엇과 바꾼단 말인가. 왜 엄마는 내게 아이를 낳으라고 했냐고? 낳아 보면 금방 안다. 로또도 이런 로또가 없으니까. 공감은 여성이 더하겠지만, 오히려 책은 남성이 읽으면 얻는 게 크다. 아이 낳고 아내가 왜 그리도 남편에게 실망하는 순간이 잦은지 이해할 수 있다. 미혼이거나 아직 아이가 없어도 권하고 싶다. 숨겨둔 부모의 일기장을 펴보는 기분이랄까. 민망하긴 해도 코끝이 찡해진다. 우린 모두 누군가의 아기였으니까.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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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용기타]마술 같은 상상 속 미술쇼

    매주 일요일 낮과 밤.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3 채널을 틀면 미술 프로그램 ‘파스파르투(Passepartout)’가 나왔다. 만화 주제곡 풍의 시그널 음악은 전자음과 클래식으로 번갈아 연주됐다. 음악이 끝나면 곱슬머리에 안경을 코 위에 살짝 걸치고 나비넥타이를 맨 그가 등장한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예술 평론가 필리페 다베리오다. 영상 속 다베리오는 유쾌하고 익살스럽다. 때론 진지하다. 그를 좇아 가다 보면 방영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간다. 이탈리어를 몰라도 그가 ‘판타스틱’을 외칠 때면 함께 흥분한다. 방송은 이탈리아 현지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어 2001년부터 10년 넘게 장수하고 있다. 다베리오는 프로그램 내용을 책으로 옮겨 2011년 11월 이탈리아에서 출간했다. 책은 방송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둬 예술서적임에도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에 ‘상상박물관’이란 제목으로 국내에서 발간된 이 책에는 오랜 방송 진행 노하우가 녹아 있어 읽으면 한 편의 쇼를 보는 기분이 든다. 책은 원서처럼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번역됐다. 훈계조는 찾을 수 없고 재잘재잘 떠드는 수다에 가깝다. 사람을 집중하게 만드는 텔레비전의 힘이 책에 담겼다. 번역가 윤병언 씨는 “미술을 모르는 사람도 그를 따라가다 보면 책 속의 그림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고 권한다. 상상박물관은 저자가 머리로 그려 낸 박물관이다. 박물관 도면이 있어 독자도 머릿속에 쉽게 그려 볼 수 있다. 저자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공간을 만들었다. 지하층엔 부엌과 지하창고, 세탁실, 1층엔 도서관과 식당, 생각하는 방, 2층엔 그랑갤러리(전시·이벤트 공간)와 손님방, 3층엔 침실과 욕실이 배치됐다. 이제 저자는 박물관 곳곳에 그림 220여 점을 채운다. 집 구경하듯 집 안 곳곳에 걸린 그림을 함께 보는 수고만 하면 된다. 아이들 장난 같다고? 충실한 디테일 덕분에 박물관 동선이 삐걱거리지 않는다. 1층 손님대기실과 건물 서쪽 공간 사이에 놓인 놀이방에 대한 설명이다. “시가 냄새가 배어 있는 곳이라 아침에 들어가면 항상 반갑지만은 않은 곳입니다. 남자 냄새죠. 그래서 다음 방으로 슬그머니 건너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입니다.” 이쯤 되면 상상이 아니라 실제다. 상상박물관엔 소소한 행복도 있다. 바로 저자와 나의 취향이 맞아떨어질 때다. 3층 욕실 문을 열기 전 나는 자크 루이 다비드 ‘마라의 죽음’이 걸려 있었으면 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욕실에 들어서자 ‘마라의 죽음’이 떡하니 눈에 들어왔다. 등나무 소파에 앉은 저자는 말한다. “다비드의 걸작을 욕실에서 포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자는 가끔 핀잔도 줬다. “책 속 그림을 10초도 바라보지 않으리라”고. 저자는 상상박물관을 읽을 때 인터넷을 켜 놓길 권한다. 책에서 설명이 안 된 부분은 자유롭게 인터넷을 찾아서 보라는 것이다. 그림을 볼 때도 굳이 박물관에 가지 않고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봐도 된단다.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는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며 꼼꼼히 살펴보길 저자는 추천한다. 그래야 그림 속에 숨겨진 숨 막히는 디테일을 찾을 수 있다. 220점 중에 의외로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빠져 있다. 이제 상상박물관 입장료를 따져볼 때다. 입장료(책값)는 5만4000원. 비싸다. 하지만 외국의 유명 박물관을 가기 위한 비행기 삯, 입장료를 머리에 그려 보자. 사람들의 뒤통수에 가려진 그림을 까치발로 서서 봐도 몇 초도 안 돼 뒷줄에 떠밀리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결코 나쁜 가격은 아니다. 게다가 저마다 박물관을 머릿속에 그려 보는 재미가 있다. 나는 한 칸 갤러리를 만들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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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적판으로만 돌던 日만화 ‘아키라’ 정식 출간

    국내에서 해적판으로만 유통됐던 일본의 전설적 만화 ‘아키라’(전 6권·세미콜론·사진)가 30년 만에 정식 출간됐다. 오토모 가쓰히로(59)가 1982∼90년 고단샤가 발행하는 ‘영 매거진’에 연재한 아키라는 제3차 세계대전 후 일본 네오도쿄를 배경으로 한 묵시록적 공상과학만화다. 오토바이 폭주단 소년 중 한 명이 수백 명을 죽일 수 있는 살인적 텔레파시 능력을 획득하자 그에 대항할 능력을 지닌 아키라라는 소년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저자는 1988년 직접 각본과 감독을 맡아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발표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20세기 걸작 만화의 반열에 오른 이 만화는 지금까지 세계 35개국에서 출간돼 1350만 부 이상 판매됐다. 국내에선 1980, 90년대 ‘캡틴 파워’ ‘폭풍소년’이라는 해적판으로 소개됐다. 이번 출간은 그동안 국내 여러 출판사의 접촉에 일절 응하지 않던 저자가 지난해 심경을 바꿔 정식 출판의사를 밝히면서 이뤄졌다. 이번 번역판은 2009년 미국에서 나온 페이퍼백 판을 원본으로 삼았다. 국내 만화처럼 그림이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진행돼 국내 독자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각 권 1만8000∼2만2000원. 일본 오리지널 컬러 표지가 포함된 6권 박스 세트는 12만 원.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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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 트렌드 잘 읽어야 청춘이다”

    베스트셀러 에세이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인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청년 일자리 마련의 대안을 제시하는 책을 냈다. 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간기념식을 열며 발표한 ‘김난도의 내:일’(오우아)이다. 김 교수는 “제 에세이를 읽은 청춘들이 ‘울컥하게만 만들지 말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 달라’고 물어 왔다”며 “그 질문에 대한 오랜 고민을 담았다”고 밝혔다. 앞서 출간된 책이 취업 경쟁에 지친 청춘들을 위로만 해 줬다면 새 책엔 일자리를 구하는 구체적인 대안을 담았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아는 직업을 모두 써 보라고 했더니 직업 사전에 등재된 2만여 개 직업 중 100여 개밖에 써내지 못했다”며 “새로운 잡 트렌드를 읽어야 내 일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를 2008년부터 매년 출간하며 쌓아 온 트렌드 자료를 분석해 미래 직업시장의 6가지 트렌드를 뽑았다. 기피했던 블루칼라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더하는 ‘브라운 칼라’,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일하는 ‘노마드 워킹’, 눈앞의 성장보다 함께 잘사는 ‘소셜 사업’, 더 많이 쉬고 더 즐겁게 일하는 ‘여유 경영’, 대도시를 고집 않고 고향이나 살기 좋은 곳에 맞는 일을 창출하는 ‘컨트리 보이스’,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스스로 일을 만들어 내는 ‘마이크로 창업’이다. 김 교수는 잡 트렌드 분석을 위해 미국 일본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10개국의 수많은 청년과 해외 전문가를 만났다. 영국 집사학교, 네덜란드 말발굽 전문가, 국내 인력거꾼 같은 다양한 직업도 소개했다. 자기 일을 가질 수 있는 5가지 일자리 전략도 제시했다. “청춘들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일자리를 선망하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중요해질 일, 또 진정으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합니다. 부모들도 잡 트렌드를 인식하고 자녀의 선택을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길 바랍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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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금관총 출토 환두대도에 새겨진 ‘尒斯智王’은 누구일까

    경북 경주 금관총에서 출토된 고리자루큰칼(환두대도)이 1600여 년 만에 답답한 녹을 걷어내고 신비로운 글자를 세상에 드러냈다. ‘이사지왕(尒斯智王).’ 칼집의 하단 금동 부분에 새겨진 이 글씨는 일반적인 신라 금석문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신라식 표기다. 수백 기에 이르는 신라 무덤에서 왕명(王名)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대 고분 가운데 주인공이 확인된 것은 충남 공주에 있는 백제 무령왕릉뿐이다. 이사지왕이라는 글자가 나왔다고 해서 금관총에 묻힌 주인공을 이사지왕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송의정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장은 “1921년 금관총 발견 당시 무덤 주인이 칼을 찬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여성의 무덤으로 볼 수도 있다”며 “이사지왕은 남편이나 친척의 이름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사지왕은 누굴까? 신라는 혁거세로부터 경순왕까지 56명의 왕이 이어졌지만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 사료에는 이사지왕이라는 왕호(王號)가 등장하지 않는다. 우선 이사지왕을 4세기 중반부터 6세기 초까지 신라의 최고 지배자였던 마립간(내물왕 때부터 지증왕 때까지 신라 임금의 호칭) 중 한 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마립간들이 사용한 다른 이름 중 이사지왕이라는 이름은 나온 적이 없다. 윤선태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칼에 (‘이사지왕’ 외에도 따로) 새겨진 ‘이’자는 이사지왕이 자신의 소유물임을 나타내려는 표시가 분명하다”며 “이사지왕이 살아 있을 때 애용했던 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글자가 새겨진 칼은 전형적인 5세기 후반의 칼로, 동그란 고리가 3개 달려 있어 당시의 환두대도 중 최고급품”이라며 “왕이나 왕족에 해당하는 최고위층이 쓴 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사지왕에서 ‘이’를 빼면 신라의 21대 왕 소지왕(炤知王·재위 479∼500년)과 발음이 비슷한 ‘사지왕’이 되는데, 소지왕 재위 기간이 금관총 및 환두대도의 제작 시기와 겹친다는 점에서 소지왕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형식 상명대 초빙교수도 소지왕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신 교수는 “소지왕은 4, 5세기 김씨 왕통을 확실히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사지왕을 당시 ‘왕’으로 불렸던 고위 귀족 중 한 사람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경북 포항 냉수리 신라비(503년 건립)에 보이는 ‘차칠왕(此七王)’ 같은 기록은 마립간이 아닌 귀족도 왕으로 불렸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신라에서 6세기 전반까지 왕의 근친에게 갈문왕이라는 칭호를 내렸다는 기록도 있다. 이도학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유적학과 교수는 “이사지왕은 고위 왕족의 이름일 가능성이 높다”며 “진흥왕순수비에는 진흥왕을 진흥태왕(太王)으로 칭했는데, 이는 태왕 밑에 소왕(小王)이 여럿 있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송의정 부장은 “이사지왕을 고위 귀족으로 본다면 금관총 천마총 등 금관이 출토된 신라 무덤을 마립간의 무덤이라고 추정해 온 연구들은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신라 유물 전문가는 “신라 김씨 왕족의 조상이 알타이 혈통이라는 학설이 있는데, 김씨 왕족이 정신적 고향으로 여긴 알타이 산 부근의 카자흐스탄 이식(Issyk) 지방이 이사지왕의 ‘이사’ 발음과 비슷하다. 신라 왕족의 조상을 기리는 뜻에서 칼에 새긴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사지왕은 신라의 장군 이사부(異斯夫)와도 이름이 비슷하다. 이사부는 생몰연도가 정확하지 않지만 소지왕∼진흥왕 시대의 인물로, 가야국과 우산국(울릉도)을 정복하고 고구려를 물리친 군사영웅이란 점에서 죽은 뒤 흥무왕이란 시호를 받은 김유신처럼 왕으로 봉해졌을 수 있다. 이번에 확인된 ‘이사지왕’ 외에 숫자를 나타내는 한자들에 대해 박물관 측은 “나머지 유물까지 분석해 봐야 숫자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신성미·박훈상·우정렬 기자 savoring@donga.com    ::금관총(金冠塚)은?1921년 9월 경북 경주 노서동의 한 집터 공사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된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이다. ‘황금의 나라’ 신라를 상징하는 금관(사진)이 처음 출토돼 금관총이란 이름이 붙었다. 금관뿐 아니라 관모 장식, 금제 허리띠, 목걸이, 귀고리 같은 각종 장신구류와 무기류를 포함해 유물 200여 점이 발견됐다. 당시 조선총독부와 일본인 학자들이 조사를 독점해 정확한 유물에 대한 정보가 남아 있지 않다. 축조 연대는 5세기 중·후반에서 6세기 초로, 원래 규모는 대형 고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관총 발견 이후 서봉총 금령총 천마총 황남대총 등 경주 곳곳의 무덤에서 금관이 잇따라 발굴됐다.}

    • 201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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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 정전 60년]“北이 침공했으니 북침 아닌가요”… 용어 헷갈리는 청소년들

    “얼마 전 언론에서 실시한 청소년 역사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고교생 응답자의 69%가 6·25를 북침이라고 응답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역사는 민족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의 말을 전해 들은 국민도 북한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청소년들의 역사인식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고교생 3명 중 2명꼴로 6·25전쟁을 ‘남한이 일으킨 전쟁’으로 알고 있다면 2013년 대한민국은 왜곡된 역사관 속에 젊은이를 방치하는 한심한 국가라는 의미가 된다.본보 취재팀은 6·25전쟁 발발 63년을 맞아 24일 전국의 10대와 20대 초반 청소년 200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취재팀은 또 이와 별개로 해양경찰청 관현악단 소속 20대 전경 20명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대학생 100명에게는 단체 카카오톡을 통해 6·25전쟁 발발 원인을 물어봤다.그 결과는 ‘놀라웠다’. 응답자 전원이 ‘6·25전쟁은 북한이 남한을 침공해서 일어난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다만 ‘남침이냐 북침이냐’고 물었을 때는 ‘북침’이라고 대답한 청소년이 3명 중 1명꼴로 나왔다. 그렇게 대답한 청소년에게 북침의 의미를 묻자 이들은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으니 북침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했다.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충격이라고 표현한 언론사 조사에서 무려 69%가 6·25를 북침이라고 대답한 것은 남침과 북침이라는 표현을 혼동한 대답이 많았던 때문으로 추정된다. 박 대통령이 인용한 설문은 한 언론사가 입시전문업체와 함께 전국 고등학생 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이 언론사는 ‘한국전쟁은 북침인가 남침인가’라고만 물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용어의 혼동 때문에 빚어졌을 개연성이 큰 ‘69% 북침 대답’의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지 않은 채 우리 사회 청소년의 역사인식 왜곡을 보여 주는 조사 결과로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본보 면접조사에서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답한 서울의 직장인 김태원 씨(25)는 북침을 ‘남한이 북한을 침략한 것’이 아니라 ‘북쪽의 침략’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김 씨는 “먼저 침략을 한 쪽을 주어로 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북한이 침략을 했으니 북침이 맞다”고 답했다.취업준비생 문인호 씨(29)는 “학교에서도 배우고 군대에서도 배웠는데 매번 북침이 ‘북한을 침략한 것’인지, ‘북한이 침략한 것’을 뜻하는지 헷갈린다”고 했다. 강원 춘천의 초등학교 5학년 조경민 군(12)은 “북침인지, 남침인지 착각했지만 전쟁은 북한이 일으킨 게 맞다. 친구들도 모두 잘 알고 있다”고 했다.호남대 2학년 김민수 씨(23)는 “학창시절엔 남침으로 배웠지만 질문을 받는 순간 헷갈렸다”며 “주어를 누구로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용어를 명확하게 정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언어를 줄여 쓰는 젊은이의 언어 습관도 혼란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재수생 김모 씨(19·여)는 “‘열심히 공부한다’를 줄여 ‘열공’이라고 쓰듯 북한이 침략했으니 북침이 자연스럽다”며 “친구들과 6·25전쟁을 이야기할 때 자연스럽게 북침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조광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는 “북침과 남침은 반공교육을 받은 기성세대에게는 일반명사처럼 써 온 말이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아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 것”이라며 “북침과 남침이란 단어의 뜻을 풀어 여론조사를 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북침 남침 표현에 대해 많은 이가 헷갈려 하는 현상은 지난 10여 년간 우리 사회가 겪어온 이념적 혼란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1980년대 중반 이래 수정주의 사관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특히 중고교에서 좌파적 시각을 가진 일부 교사의 영향으로 6·25전쟁을 어느 일방의 침공에 의한 전쟁이 아닌, ‘남북한 간의 국지전적 무력 충돌이 확전된 내전’ 또는 ‘미국이 북한의 공격을 유도한 전쟁’ 등으로 배운 학생이 늘어났다. 좌파적 역사관이 교단에서 횡행하던 시기에 북침 남침 등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표현 자체가 지닌 의미도 퇴색하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6·25전쟁 발발 원인에 대한 좌파의 왜곡은 1990년대 들어 옛 소련의 비밀문서들이 공개되면서 학술적으로 더는 발붙일 곳이 없어졌다. 그 결과 최근엔 중고교 교단에서 북침을 가르치는 극단적인 좌파 교사의 행태가 거의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북침, 남침 등의 표현을 낯설어하고 혼동하는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젊은 세대가 한자(漢字)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제는 교과서는 물론이고 언론이나 공공기관이 ‘남침’ ‘북침’ 같은 줄임말의 사용을 지양하고 정확하게 ‘북한의 침공으로 일어난 전쟁’ 식으로 풀어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만약 두 음절의 약어를 불가피하게 사용한다면 술어 다음에 목적어를 쓰는 일반적 한자어법에 따라 ‘침남(侵南)’으로 바꿔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역사 교과서도 더욱 친절하게 집필할 필요가 있다.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새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발표하고 6·25전쟁의 개전에 있어 북한의 불법 남침을 명확히 밝혔다. 본보가 24일 시중에 나와 있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 6종을 확인한 결과 “북한이 남침을 감행했다”, “인민군의 남침” 등의 표현을 통해 전쟁 발발 책임이 북한에 있음을 명확히 기술해 놓았다. 하지만 ‘북침’이라는 표현이 무슨 뜻인지, 이 표현이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를 설명해 놓은 교과서는 없었다.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교과서를 집필하는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 학생들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것이 문제다”라며 “교과서에서 남침이나 북침으로만 표현하지 말고 ‘북한이 남한을 공격했다’는 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쓴다면 학생들의 혼란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북침(北侵): (남쪽이) ‘북쪽을 침략한다’는 의미. 남침(南侵): (북쪽이) ‘남쪽을 침략한다’는 의미. 6·25전쟁의 경우가 들어맞는다.수정주의: 6·25전쟁의 기원에 관한 학설 중 ‘남한과 미국이 북한의 남침을 유도했다’는 설. ‘남침유도설’로도 불린다. 대표적인 학자는 미국 브루스 커밍스 교수로, 1981년 펴낸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주장했지만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공개된 자료에 의해 허위임이 드러났다. 그는 최근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남침유도설을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박훈상·이권효·서동일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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