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박훈상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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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훈상입니다.

tigermask@donga.com

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대통령71%
정치일반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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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음식-1%
  • 최서면-오현경-김종량씨 연문인賞

    연세대 문과대 동창회(회장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는 24일 제12회 연문인상 수상자로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 연극인 오현경 씨, 김종량 한양학원 이사장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11월 5일 오후 6시 연세대 동문회관 중연회장에서 열린다.}

    • 201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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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고-대안학교 학생 “너의 길은 행복하니?”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카페에서 일반고 학생과 농촌의 생태공동체 대안학교 학생 4명이 만났다. 21일 열린 ‘청소년 힐링 콘서트’를 사회적 기업 ‘소자운’과 함께 준비하며 만난 이들은 일반고와 대안학교의 생활에 대한 서로의 궁금증을 나눴다. 서울 해성여고 2학년 김주현 양(17)이 자신의 생활을 소개했다. “오전 6시 반에 일어나 서둘러 아침식사를 하고 7시 40분까지 학교에 가. 학교 문을 나서는 시간은 오후 11시. 부모님과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없어.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유시간이야. 대안학교에선 자유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니?” 동갑내기인 선애학교 이규호 군(17)은 서울 생활에 비해 여유로운 생활을 소개했다. “우린 오전 8시 반에 기상해. 10시 반에 시작하는 수업 전에 스트레칭과 명상을 하고 텃밭도 가꿔. 세미나 방식으로 진행하는 수업은 오후 5시면 끝나. 방과 후 시간은 온전히 내 몫이야. 공부를 하든 취미생활을 하든 모든 건 내 마음이야. 인문학 책도 많이 읽고 친구들과 공연도 하면서 즐겁게 지내.” 고3인 선애학교 김현덕 군(18)은 “경쟁이 치열한 일반학교에 다니면서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도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 대안학교를 택했는데 만족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선애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반고 학생들은 ‘부럽다’는 듯 입을 벌렸다. 하지만 대안학교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큰 편이었다. 이 군은 “당장 자유는 만족스럽지만 대안학교를 졸업하면 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며 “특히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만만치 않다”고 털어놨다. 비슷한 고민을 하던 이 학교의 한 중학생은 일반학교로 돌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친구가 적은 것도 고민이다. 지난해 문을 연 선애학교의 정원은 3곳의 캠퍼스를 모두 합해도 40여 명에 불과하다. 이 군은 “또래가 3, 4명에 불과해 처음엔 친구들이 없어 우울증으로 고생도 했다”며 “학교 규모가 작아 친구가 많지 않다는 것이 대안학교 학생들의 공통된 고민일 것”이라고 했다. 일반고 학생들은 대안학교의 생활을 부러워하면서도 현재의 학교생활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학교가 주는 안정감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의 고된 삶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경희여고 1학년 박수민 양(16)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취업해야 대접 받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도 학교에서 텃밭을 가꾸는 생명 동아리 ‘소자운’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도 풀고 활력도 찾는다”고 했다. 김 양도 “입시교육에 익숙해진 탓인지 학교를 통해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있다는 안정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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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치안공약 ‘선심’만 있고 ‘안전’은 없다

    “국민은 불안해서 밤거리도 못 다니는데 대선후보들은 뜬구름 잡는 대책만 이야기하네요.” 초등학생 2학년 외동딸을 둔 주부 유채욱 씨(39·경기 수원시)는 최근 대선후보들의 시민안전 관련 정책을 꼼꼼히 뜯어봤다. 워낙 강력사건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다 보니 딸 키우는 입장에서 불안을 해소할 수 없었기 때문. 하지만 유 씨는 몇 번 자료를 찾다가 실망만 더 커졌다. 여자는 밤에 외출조차 하기 힘들 만큼 불안감이 큰데 후보들의 정책은 피상적이거나 수사기관의 밥그릇 싸움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유 씨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공약이 내 딸의 안전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경찰의 날(21일)을 앞두고 19일 ‘안전한 대한민국, 국민행복의 시작입니다’란 주제의 시민안전 공약을 발표했다. 검경 합의를 통한 합리적 수사권 분점 추진, 경찰 인력 2만 명 증원 등을 약속한 것. 같은 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검경 수사권 분리, 경찰 3만 명 증원 등을 약속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관련 공약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하지만 시민들은 물론이고 경찰행정 전문가들도 후보들의 공약이 너무 피상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대선마다 나오는 검경 수사권 공약은 국민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권 조정 문제는 청와대가 나서도 해결이 쉽지 않은 사안으로 경찰의 오랜 숙원 사업일 뿐”이라며 “후보들은 국민과 우리 아이가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방법을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교수는 “대선이 코앞인데 캠프를 방문해 보니 시민안전 공약은 여전히 후순위였다”고 말했다.대선후보들이 시민 안전을 위해 내놓은 거의 유일한 처방인 경찰 인원 2만∼3만 명 증원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시민 안전을 고민하기보다는 전현직 경찰과 가족 등 수십만 명의 표를 노린 선심성 공약”이라며 “경찰 1명을 늘리려면 최소로 잡아도 1억 원가량의 예산이 추가로 들 텐데 재원확보 고민은 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반면에 선진국에서는 후보들이 인신매매 근절, 폭력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 등 시민안전 공약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마련하고 있다. 이창한 울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992년부터 미국 대선후보들은 시민안전 정책의 기본 방향과 함께 아동포르노 근절 같은 국민 요구를 반영한 실질적인 대안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며 “국민 생활에 중요한 시민안전 정책을 마련해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주요 범죄 발생률이 낮은 일본도 세계 제일의 안전한 나라를 목표로 2003년 내각 총리대신이 주재하는 ‘범죄대책각료회의’를 만들어 국가 차원에서 시민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 201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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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무탄 사망’ 中선원 사인은 심장파열

    16일 전남 신안군 홍도 해상에서 해경 단속에 저항해 쇠톱을 휘두르다 고무탄을 맞고 숨진 중국 선원 장수원(張樹文·44) 씨의 사인이 심장 파열로 추정된다는 1차 부검 소견이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1일 “장 씨 시체를 부검한 결과 가슴 중앙 왼쪽 아래에 고무탄을 맞고 심장에 2mm 정도의 작은 파열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심장이 파열되면 심장이 마비돼 숨지게 된다. 왼쪽 갈비뼈도 부러진 상태였다. 국과수는 장 씨의 시체에서 다른 충격이나 두개골 손상은 없었고 지병에 관한 흔적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심장 전문의 정명호 전남대 의대 교수(54)는 “부검 결과를 보면 장 씨가 갈비뼈 사이 부위에 고무탄을 맞은 것 같다”며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주먹으로 가슴을 맞아 숨지는 이례적인 사례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불법조업 단속에 저항해 흉기를 휘둘러 해경 대원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랴오단위 23827호 선장 장모 씨(38) 등 10명을 구속했다.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 201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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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땐 北인구 8% 남한행… 결핵-말라리아 확산 위험”

    20××년 남과 북은 통일에 성공했다. 함경북도 농촌에 사는 A 씨는 일자리를 찾아 남한의 대도시로 이동했다. 북한 전역의 기차역과 터미널은 남한에 가려는 사람들로 대혼란을 빚었다. 축제 분위기 속에 남한으로 내려온 A 씨는 새로운 일을 꿈꾸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남한에서는 북한 주민을 받아들이기 바빠 북한 주민에 대한 건강검진은 뒤로 미뤄졌다. 그는 북에서 결핵을 앓았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드문드문 약을 복용한 탓에 내성을 가진 결핵균이 몸에 자리 잡았다. 그의 결핵균은 공기를 타고 남한지역 사람들에게 빠르게 전파됐다. 16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통일 대비 보건분야 대처방안’ 보고서를 토대로 만든 가상 시나리오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 후 3년 이내에 북한 인구 약 2400만 명의 8%인 200만 명이 남한으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농업인구 600만 명이 남한이나 북한의 공업도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북한에서 많이 발생하는 결핵 말라리아 기생충 등 감염질환이 인구 이동 경로를 따라 남한으로 빠르게 확산될 위험성이 크다”며 “‘인간 안보’의 핵심인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년 만에 최대 100만 명 결핵 우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기를 타고 전파되는 호흡기 감염 질환인 결핵이다. 현재 북한의 결핵 환자는 인구의 5% 수준으로 매년 1만∼2만 명이 결핵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남한으로 이주하는 200만 명 중 결핵환자가 10만 명 섞여 있다고 가정하면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남한에서 100만 명의 새로운 결핵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핵환자 1명이 10명 이상 결핵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국립보건연구원 조명찬 원장은 “특히 북한에는 결핵을 완치하지 않고 약 복용을 중단하는 사람이 많아 약에 내성을 가진 결핵일 위험성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청소년에게 피해가 집중될 우려가 크다. 한 살 이전에 맞은 결핵 예방주사(BCG)의 면역 효과가 10대 후반에는 없어지는 데다 학생들의 운동 부족,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고등학교나 입시학원 등 10대 후반이 집단생활하는 곳에서 결핵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남한은 결핵발생률이 2010년 기준 10만 명당 9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아 ‘최악의 결핵 국가’로 통한다. 말라리아 확산도 우려된다. 남한에서는 1960년대부터 시행된 말라리아 박멸사업의 성과로 1984년 이후 토착 말라리아 발생 보고가 없었다. 하지만 1993년 북한과 가까운 경기 파주시에서 말라리아가 출현해 현재까지 2만8000여 명의 누적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북한과 인접한 경기 북부, 강원 북부, 인천 등에서 발병률이 높다. 잠복기의 말라리아 환자가 인구 밀집지역으로 이동하면 모기에 의해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 혼란과 비용 줄이기 위한 관리 시급 북한의 기생충 질환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함경북도 일부 주민을 대상으로 한 대변검사에서 장내 기생충인 회충이 43.2%, 편충이 40.3%로 한국의 1970년대 초반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남한의 장내 기생충 감염 비율은 2% 수준이다. 김동수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남한에서는 이미 사라진 후진국형 기생충이 다시 등장해 퍼질 위험성도 크다”며 “북한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치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하려면 북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며 “독일에 비해 남북한의 건강 수준 격차가 심각해 통일 이후 혼란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국가과학기술 5개년 계획’과 ‘과학기술 중장기 발전계획’에 이 같은 실태를 반영해 통일에 대비한 과학기술 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 201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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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언론 횡포 맞선 ‘기업의 반격’ 통했다

    인터넷 언론사의 왜곡 보도에 시달리던 대기업이 소송을 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포털사이트를 무대로 언론 자유를 악용하는 일부 인터넷매체의 행태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유승룡)는 대한항공이 지난해 6월 인터넷 언론사 ‘프라임경제(옛 뉴스프라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프라임경제가 2010년 12월 9일부터 지난해 10월 26일까지 보도한 대한항공 관련 기사 48건 중 3건이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하고 “원고가 청구한 3억 원 중 1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프라임경제 측은 이 기간에 “대한항공, 이러다 ‘3류 항공사’ 전락할라” “대한항공 A380과 타이타닉” “이젠 놀랍지도 않은 대한항공 정비 결함”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후 한국광고주협회가 선정한 ‘나쁜 언론’ 5개사에 포함되자 프라임경제는 지난해 5월 23일 “대한항공이 ‘나쁜 언론’ 기획한 이유는?”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대한항공이 협회를 움직여 ‘언론 옥죄기’에 나섰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기사에 대해 “진실이라고 믿을 아무런 근거가 없는 사실을 보도해 원고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나머지 45건의 기사에 대해 완전히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기사가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어도 공익에 부합하거나 진실이라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위법이 아니라고 봤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프라임경제에 광고와 협찬 명목으로 그동안 5500여만 원을 제공했지만 요구가 끊이지 않자 소송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측은 “기사가 네이버 등에서 검색되다 보니 그 영향력에 기대 기자가 신혼여행 때 무료 항공권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1월 31일 기사 검색 서비스에서 프라임경제를 제외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 201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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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최대 룸살롱 운영 ‘성매매 황제’ 불법수익 몰수한다

    ‘성매매로 벌어들인 돈은 모두 환수하겠다.’8만8000여 건의 성매매를 알선해 61억 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국내 최대 룸살롱 ‘어제오늘내일(YTT)’의 업주 김모 씨(52·구속)에 대해 검찰이 재산 몰수 절차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성진)는 법원에 △(YTT가 입주해 있는 건물인) 세울스타즈 호텔과 터 △YTT 법인 명의 신용카드 결제 계좌 △김 씨 측 소유 아파트 2채 등을 김 씨 형제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YTT에서 약 2년간 8만8000회에 걸쳐 대규모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검찰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보고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10일 밝혔다.대한민국 최고의 룸살롱 황제로 군림했던 김 씨와 그 동생이 ‘부끄러운 범죄자’로 몰락한 배경으로 검경 갈등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비리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룸살롱 업계 전반을 덮치면서 김 씨 형제도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것이다.김 씨 형제는 룸살롱 업계에서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30년 전 강남 유흥업계 밑바닥에서 일을 시작한 김 씨 형제는 점차 규모를 불려 갔다. 그러다 2001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H호텔 지하 1, 2층에서 C룸살롱을 운영하면서 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룸 60개에 여종업원 200명이 근무하면서 성매매까지 가능한 업소였다고 한다. 미모 상위 10% 이상인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텐프로’ 업소는 아니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김 씨는 극심한 업계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 큰 그림을 그렸다. 놀라울 정도로 세력이 커진 김 씨 형제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서울 논현동에서 땅을 사들인 뒤 2010년 세울스타즈 호텔을 지었다. 호텔을 짓는 데는 수백억 원이 투입됐다고 한다. 관광진흥법상 1등급(4성급) 호텔이지만 관광객 대신 성매매 고객 위주로 운영됐다.거물이 된 김 씨는 경영 현장에서 물러나고 동생이 영업을 총괄했다. 이곳에 지하 3개 층을 통틀어 182개 룸, 여종업원 1000명, 연 이용 인원이 20만 명, 연매출 300억 원의 아시아 최대 룸살롱 왕국을 건설했다. 손님들은 비밀 통로로 호텔 위층으로 올라가 자신과 함께 술을 마신 접대부와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풀살롱’ 서비스를 누렸다고 한다. 밤 10시 이후면 호텔 객실 169개가 쉴 새 없이 돌아갔다고 한다. 김 씨는 운영 수익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김 씨의 부인 명의로 돌렸다.형제는 극심한 경쟁 업체 간 음해로 망하는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불법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면서도 단속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김 씨의 영업 노하우와 인맥 덕이었다. 김 씨는 평소 “나는 거리의 돌쇠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흥업소를 잘한다는 말은 경찰뿐 아니라 구청과 소방서 곳곳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라며 “김 씨는 ‘나를 도우면 꼭 보답하겠다’는 풍모를 보이며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김 씨를 비호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지난해까지 탄탄대로를 달리던 김 씨 형제가 벽에 부닥친 것은 올해 초다. 국세청이 YTT를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가 하면, 3월에는 한 남성 이용객이 룸살롱 여직원이 물건을 훔쳤다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성매매 혐의가 드러나 바지사장 박모 씨가 약식 기소됐다.결정적 타격은 검찰이 또 다른 ‘룸살롱 황제’ 이경백 씨(40)의 경찰관 뇌물 상납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부터다. 서울 강남구 논현지구대 경찰관의 뇌물 상납 의혹을 캐던 검찰은 이들에게서 “김 씨 형제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결국 검찰은 80여 개 룸살롱에 대한 리스트를 확보한 뒤 가장 규모가 큰 YTT에 정면으로 칼을 겨눴다. 김 씨 형제는 지난달 초 성매매와 탈세 혐의로 모두 구속된 상태다. 형제를 구속한 검찰은 성매매로 얻은 막대한 수익을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요청해 승인을 얻었다. 검찰 수사 외에도 국세청이 김 씨 형제에 대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할 계획이어서 치명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김 씨 형제와 YTT 직원들은 모두 김 씨가 YTT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재산 몰수를 피해 가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김 씨 형제가 업계의 황제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검찰과의 승부가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

    • 201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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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직 女의사, 프로포폴 투약하다 숨진 듯

    현직 여의사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팔에 주사 흔적이 있고 시신 주변에서 주사기와 마약류인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약병 등이 놓여 있었다. 검찰은 여의사가 최근 일부 계층의 오남용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프로포폴을 투약하다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검찰과 경찰은 지난달 17일 새벽 개인 피부과 병원 의사 A 씨(40·여)가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졌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외부인 침입 흔적이나 타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 씨가 2010년부터 심장 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가족 증언과 병원 진단서를 확보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병이 있고 외부 침입이 없던 점으로 볼 때 범죄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부검할 필요 없이 사건을 마무리하겠다고 검찰에 보고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고흥)는 프로포폴 오남용의 실태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라고 지시했다. 프로포폴은 2010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대대적 수사에 나선 이후 국내에서 마약류로 지정됐다. 당시 검찰 수사에서 제약업체 관계자-간호사-중독자로 연결되는 은밀한 ‘프로포폴 커넥션’이 드러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현직 간호사 등이 유흥업소 일대나 오피스텔로 직접 출장을 나가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속칭 ‘주사 아줌마’까지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흥주점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과 역삼동 일대 업소 여종업원을 상대로 이 주사만 전문적으로 투약해 주는 전현직 간호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전직 유흥업소 종사자로부터 ‘주사 아줌마’에게 주사를 맞았다는 진술을 확보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7월 유명 산부인과 의사 김모 씨(45·구속 기소)와 내연관계를 유지하던 중 프로포폴을 맞다 숨진 30대 여성의 경우도 광범위한 프로포폴 남용 실태를 보여준다. 의사 김 씨는 검찰에서 “처음 여성과 환자로 만나다 식사도 하면서 가까워졌지만 우유주사(프로포폴)는 그 여성이 먼저 알고 있었고 주사를 놔달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했다.프로포폴이 의료진은 물론이고 유흥업소와 일반인들로 광범위하게 번지면서 일시적으로 단속이 강화되자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해외 밀수입까지 등장하고 있다. 밀수업자가 중국에서 헐값에 대량으로 구입해 들여온 뒤 간호조무사 등이 확보한 상습 투약자에게 은밀히 판매하는 사실이 검찰에 포착됐다. 김모 씨(47)는 중국 베이징에서 프로포폴 10.1L를 51만 원에 구입해 국내로 밀반입한 후 간호조무사를 통해 주사를 놔 주는 대가로 20mL당 4만 원을 받아 챙기다 2010년 1월 검찰에 적발됐다. 김 씨 등 밀수입업자는 프로포폴 원액을 플라스틱 기름통에 담아 위장한 뒤 항공 화물로 밀반입하고 국내에서 재포장해 변질 위험성도 크다.프로포폴 밀수와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커짐에 따라 대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는 일시적이지만 이후 지속적인 단속은 상대적으로 미미해 결과적으로 프로포폴 수요가 늘고 거래 가격만 높아졌다”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연예인 A 씨가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구속되자 ‘또 다른 연예인 B 씨가 잠적했다’는 소문이 빠르게 번졌다. 검찰 관계자는 “프로포폴 관련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연예계나 의료계를 가리지 않고 수사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동영상=프로포폴 사망 연예인, 알고보니 명문대 출신 女배우}

    • 201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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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부작용도… 애니팡 ‘하트 셔틀’

    서울 양천구 S중학교 2학년 A 군은 요즘 밤낮없이 한 시간마다 고등학생인 동네 형에게 애니팡 하트를 상납하고 있다. 실수로 하트를 보내지 않거나 늦을 때는 여지없이 독촉 메시지가 날아온다. A 군은 “잘 때도, 수업시간에도 하트를 보내야 하니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며 “애니팡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5일 현재 회원 수 1700만 명, 하루 1회 이상 게임 사용자 1000만 명을 돌파한 스마트폰 게임 애니팡. 하지만 폭발적 인기와 함께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학교폭력에 사용하는 ‘빵 셔틀(빵을 나르는 학생)’에 비유해 ‘애니팡 하트 셔틀’이란 말까지 등장했다.애니팡이 고통으로 변하는 이유는 1분 동안 진행되는 게임 한 판을 할 때마다 하트가 1개씩 필요하기 때문. 처음 시작할 때 5개밖에 주어지지 않아 금방 동이 난다. 하트를 구하는 방법은 8분마다 1개씩 생기는 하트를 기다리거나 돈을 주고 사야 한다. 아니면 남에게서 하트를 선물받거나 친구를 ‘초대’하면 한 개가 생긴다. 이 때문에 돈을 주고 사기가 아깝거나 일일이 ‘초대’하기 싫은 학생들이 약한 친구를 위협해 수시로 하트를 공급받는 것이다. K중학교 강모 교사(29·여)는 “수업시간에도 애니팡에 몰두하는 학생이 상당수”라며 “한시도 게임을 멈출 수 없으니 하트를 넉넉히 쌓아놓기 위해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직장에서도 하트 셔틀이 성행한다. 의류업체 대리 최모 씨(29·여)는 애니팡을 즐기는 직장 상사를 위해 하트 셔틀을 자처했다. 최 씨는 “애니팡을 하지 않지만 상사에게 ‘센스 있는’ 부하직원이 되기 위해 하트 셔틀을 매일 하고 있다”며 “상사가 지나가는 말로 하트 잘 받았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업사원인 나모 씨(30)는 “거래처 직원이 애니팡을 즐기면 관리 차원에서라도 하트를 챙겨준다”고 말했다.애니팡 하트는 구하려면 돈이 들거나 번거롭지만 남에게 주는 건 하루 50개까지 아무 비용 없이 줄 수 있기 때문에 하트 선물을 남발하는 이용자가 많다. 먼저 선물하면 상대방도 답례로 줄 것이란 기대에서다. 이 때문에 무작위 하트 제공 문자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일도 다반사다. 직장인 하모 씨(43)는 “새벽에도 휴대전화가 울려 잠을 깨면 누군가가 보낸 애니팡 하트 문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전화기를 꺼놓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안명희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는 “오프라인에서 맺은 관계의 위계가 온라인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며 “온라인 특성상 통제가 어려워 오프라인보다 스트레스는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 201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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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속 피하려 24시간 성매매 상황실 설치… 오피스텔서 기업형 영업

    올해 초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오피스텔로 이사한 은행원 A 씨(29)는 퇴근 후 옆집 현관문 앞에 서 있는 낯선 남자들과 자주 마주쳤다. A 씨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모르는지 남자들은 여자가 안에서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렸다”며 “호기심에 유심히 관찰했더니 매일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전 강남역 인근 오피스텔에 살 때는 성매매 단속 나온 경찰과 복도에서 마주치기도 했다”고 전했다.오피스텔 성매매 여성 B 씨는 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피스텔 성매매가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수도권 곳곳의 오피스텔로 확산되는 추세”라며 “성매매 업주들은 주택가, 경찰서 인근, 학교 주변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를 안내하는 웹사이트에는 ‘지하철역과 도보로 5분 거리’를 내세우며 마포역, 구로디지털단지역, 홍대입구역 등 서울 주요 지하철역 주변과 인천 수원 안양 성남 등 수도권 대도시에 업소가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 C 씨는 “강남 일대뿐 아니라 대규모 아파트가 모인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 북부의 한적한 주택가 앞 오피스텔에서도 일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강남과 여의도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도 오피스텔 성매매가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일부 오피스텔 업소는 상황실까지 설치하고 일사불란하게 성매매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이런 대형 성매매 오피스텔을 운영해 업계 대부로 불리는 김모 씨(33)는 자신의 휘하에 관리 및 알선실장(성매매 여성 모집 및 성매수 남성과 연결, 방 배정, 수금), 광고실장(전단 살포 및 알선 사이트 관리) 등 10여 명의 ‘실장’을 고용해 조직적으로 운영해 왔다. 상황실 직원들은 성매수 남성들의 전화 예약, 성매매 여성들의 출근 상태 등을 관리하고 경찰 단속 시 곧바로 실장들에게 전파했다.김 씨는 경찰의 단속을 피하려고 업소명을 10여 개나 만들고 전단에 인쇄할 대포폰 전화번호도 20개 만들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광역단속수사팀 경찰관의 얼굴 화면을 캡처해 직원들에게 익히도록 하기도 했다.이 밖에 ‘실장 행동강령’을 비롯해 ‘아가씨 행동강령’을 만들어 교육하기도 했다. ‘아가씨 행동강령’에는 ‘일본 야동을 보고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라’ ‘외모가 별로인 손님도 반가운 표정으로 맞이하라’ 등의 지침이 적혀 있다. 또 성매매 여성들의 신체 사이즈와 화대, 특이사항 등을 비롯해 성매수 남성들의 인적사항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관리했다.이런 방법으로 김 씨 일당이 지난해 10월부터 강남 일대 오피스텔 방 24개를 빌려 성매매를 알선하며 챙긴 돈은 30억여 원. 경찰 관계자는 “하루 평균 65명의 성매수 남성에게서 13만∼15만 원씩 모두 현금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속에 대비해 3개월 간격으로 오피스텔을 계약했으며, 임차료는 26∼33m²(8∼10평) 크기의 소형 오피스텔 1실에 200만 원 정도였다.서울지방경찰청 광역단속수사팀은 4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업소 실장 우모 씨(34)를 구속하고 성매수 남성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달아난 업주 김 씨를 쫓고 있다고 밝혔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 201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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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조직 무너져… 잡범 전락한 조폭 부두목

    1995년 결성된 폭력조직 A파는 서울 서남부지역 유흥가를 장악하며 세를 떨쳤다. 김모 씨(45)는 당시 28세에 불과했지만 칼로 악명을 떨쳐 부두목으로 A파에 입문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위력을 과시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항상 검은 양복을 입고 20여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다니며 유흥업소를 휘저었다. 그는 2008년 5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술집 여주인의 허벅지를 10여 차례 칼로 찔러 교도소에 수감됐다. 올해 6월 만기 출소한 김 씨를 기다려준 조직원은 없었다. 일대를 주름잡던 A파도 경찰의 견제 속에 와해된 지 오래였다. 결국 폭력 전과 24범인 김 씨는 몸에 새긴 용 문신을 무기삼아 혼자 구로구 일대 식당과 술집에서 몇만 원씩 빼앗는 ‘동네 건달’이 됐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술집에서 유리컵을 던지며 행패를 부리는 등 2달 동안 구로구 식당과 술집 2곳에서 50만 원가량을 빼앗은 김 씨를 공갈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유명했던 부두목도 조직이 무너지자 동네 건달 신세로 전락했다”며 “김 씨가 무서워 입을 열지 않은 피해자들이 그의 구속 소식에 ‘이제야 살았다’며 안도했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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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많이 주려고 값싼 빵 먹인 것 회개… 진정한 봉사에 눈떠”

    1989년 선교하러 볼리비아로 건너간 서성덕 목사(54)는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생각나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곤 했다. 특히 2009년 볼리비아 아이들에게 한국을 보여주러 잠시 방문한 뒤 향수병을 부쩍 심하게 앓았다. 더 열심히 기도하고 중년의 나이에 눈물도 흘렸지만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3년 만인 9월 초 서 목사, 윤해점 선교사(50) 부부는 다시 고국을 찾았다. 부부는 비싼 비행기 요금 때문에 업무가 아니면 한국을 찾지 않다 보니 24년 동안 명절을 모두 볼리비아에서 보냈다. 서 목사 다섯 남매는 24년 만에 큰누나 집에 모여 송편을 나눠 먹으며 추석을 보냈다. 향수병을 앓던 서 목사는 소소한 행복에 감격했다. 그는 “몸과 마음이 편하긴 한데 그럴수록 볼리비아에 두고 온 가난한 아이들이 더 생각난다”고 했다. 서 목사도 물로 배를 채우던 가난한 소년이었다. 1958년 대구에서 셋째로 태어난 그는 탄광 일을 시작한 아버지를 따라 강원 영월군에서 컸다. 하루는 밖에서 놀다가 배고픔을 참지 못해 외할머니에게 투정을 부렸다. 투정에 지친 외할머니는 “집에 가면 끓여놓은 죽이 있으니 다 먹어라”라고 했다. 한달음에 집으로 가 보니 상 위에는 하얀 죽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 “순식간에 그릇을 비웠는데 꿀맛 같았다”고 한다. 나중에 외할머니가 창호지 붙이려고 둔 풀을 찾기 전까지 진짜 죽인 줄로만 알았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폐결핵을 앓다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집안을 돌보지 않았다. 야간 상고에 진학해 하루 2시간씩 자며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생활을 했다. 가난했기에 가난의 아픔을 더 잘 알았다. 그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살고 싶다. 가난한 곳에서 그들과 함께 개척해 보겠다”고 기도했다. 신학교에서 아내를 만났다. 2년 선배였던 윤 선교사는 가난한 아프리카에서 선교할 꿈을 꿨다. 서 목사는 1989년 2월 전세금과 결혼 예물을 판 돈으로 미국, 브라질을 거쳐 선배가 선교하는 볼리비아로 건너갔다. 교회 설립, 가난 구제, 자립 기반 제공, 학교와 병원 설립 등 다섯 가지 목표를 가슴에 품었다. 그해 12월 아내도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건너왔다. 1990년 부부는 아침을 굶는 아이들에게 빵과 죽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아이들에게 아침을 줄 욕심에 시장에서 가장 싼 빵을 사서 먹였다. 1991년 태어난 둘째 아들이 집에서 아침을 먹는 볼리비아 아이들 또래로 자랐을 때였다. 서 목사는 “‘볼리비아 아이들에게 준 맛없는 빵을 내 아이한테 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자 멋모르고 베풀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그때 새롭게 진정한 사랑에 눈을 떴고, 부모의 마음으로 최고의 것만 아이들에게 주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볼리비아 현지는 물론이고 한국과 미국에서 보내준 후원금 및 볼리비아인과 함께 직접 양계장을 운영해 얻은 수익으로 경비를 충당했다. 서 목사 부부는 ‘맛없는 빵’을 먹인 걸 반성하며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많을 때는 20명이 모여 살았다. 화장실이 하나뿐이라 불편했지만 다행히 두 아들이 볼리비아 아이들과 친형제처럼 살갑게 지냈다. 2001년에는 볼리비아인들도 살기 꺼리는 우범지역으로 이사했다. 부부는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갱생하도록 돕고 어른이 되면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려 자립할 수 있게 도왔다. 몇몇은 다시 갱단의 세계로 돌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서 목사의 선교활동은 흔들리지 않았다. 서 목사 집에서 자란 아이 중에는 볼리비아 명문대에 진학하거나 교육 사업을 돕는 아이도 나왔다. 서 목사는 “후원자가 아이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묻고 성과를 요구할 때마다 스트레스도 받지만 단 한 명이라도 새 삶을 찾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서 목사 부부는 7년여 준비 끝에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2006년 420명 정원의 콜카피루아 기독교 학교를 열었다. 볼리비아에서는 최신 설비를 자랑한다. 유치원부터 고교 과정까지 편성된 이 학교는 볼리비아 부유층도 선호할 정도로 지역 명문학교로 자리 잡았다. 그는 “선교사가 세운 학교라고 하면 다들 가난한 학교를 떠올리지만 이 학교만큼은 최고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저의 얼굴도 모르면서 믿고 후원한 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볼리비아로 돌아가면 가벼운 질병에도 제때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볼리비아인을 위한 병원 건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는 병원 건립을 ‘마지막 숙제’라고 불렀다. 서 목사는 “볼리비아로 떠날 때 ‘30년 동안 봉사하자’고 목표를 세웠는데 이제 6년 남았다”며 “30년이 지나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병원을 짓고 마지막 그 순간까지 볼리비아에서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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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르신의 “결혼은? 취직은?“ 한마디가 상처뿐인 귀향 만들수도…

    “한 번만 더 결혼 이야기 꺼내면 명절 때마다 해외로 도망갈 거야.” 회계사 김모 씨(30·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고향에 있는 어머니와 통화를 하다 소리를 꽥 질렀다. 최근 오빠가 결혼한 뒤 부모가 결혼을 독촉해 왔기 때문이다. 그는 연봉 7000만 원을 받으며 휴가철마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독신의 즐거움을 당장 포기하고 싶지 않다. 결국 부모와 친척 어른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올해 추석에는 ‘귀향 거부’를 선언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8일 트위터에는 ‘명절 잔소리’를 걱정하는 글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리안 ‘east_******’는 “추석이구나. 잔소리에 배불러 오는 명절”이라고 썼다. ‘MySI*****’는 “명절=꼰대들이 충고니 뭐니 하는 명목으로 꼰대질을 장마 때 댐 수문 열듯 콸콸콸 쏟아내는 기간을 이르는 말”이라고 적었다. 반가운 가족 친척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 명절. 하지만 아끼는 마음에 건넨 덕담, 반가운 마음에 무심코 뱉은 한마디가 듣는 사람에겐 상처를 주는 비수가 되곤 한다. 추석 때 살을 맞대고 시간을 보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50, 60대와 연휴를 그저 푹 쉬고 싶은 20, 30대 간 세대 갈등도 있다. 미혼 남녀에게 결혼과 연애에 대한 친지들의 언급은 고마운 충고가 아닌 명절 귀향을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간섭’이 된다. ‘살 좀 빼라’ ‘돈 많이 벌어라’도 듣기 싫은 잔소리다. 예전처럼 꾹 참는 대신 아예 귀향을 거부하는 젊은이가 많아지다 보니 그런 청춘남녀를 대상으로 한 추석 맞선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결혼정보업체 선우 이웅진 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 열리는 맞선 행사에 100여 명으로 잡은 정원이 3일 만에 찰 정도로 인기였다”고 말했다. 명절 잔소리 스트레스에 시달린 누리꾼들은 대처법을 공유하고 있다. ‘kitty******’는 “명절 잔소리는 ‘몇 살이냐’는 질문에서 시작되니 친지가 나이를 물으면 ‘몇 살이게∼요’라고 외치고 도망가라”고 썼다. 시댁 식구들이 며느리에게 하는 별것 아닌 충고도 당사자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 주부 이모 씨(41)는 “명절마다 남편과 자녀를 위해 희생하라는 시어머니의 잔소리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며 “동서지간에 아이들 학교 성적을 비교하는 스트레스까지 받는다”고 호소했다. 명절에 내려온 자식의 푸념이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양모 씨(60·여)는 “명절 때마다 생활이 힘들다고 불평하는 자식들을 보면 내가 못해 줘서 그런가 하는 마음에 속으로 남몰래 눈물도 흘린다”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오랜만에 모인 가족은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다 보니 잔소리 같은 사소한 갈등도 잘 해소되지 않아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며 “특히 친지들 앞에서 잔소리를 들으면 듣는 사람은 굴욕감을 더 크게 느낀다”고 분석했다. 한창희 전 충북 충주시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가족끼리 비교는 절대 금물”이라며 “남하고는 물론이고 가족끼리도 비교를 하게 되면 열등의식이 생겨 관계가 불편해진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상대방이 말하고 싶지 않은 걸 화두로 올리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아들이 대학에 낙방하여 속상한데 자식이 좋은 대학에 들어간 형제가 ‘조카 아무개는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면 짜증이 나게 된다. 묻는 사람은 우월의식을 느껴 기분이 좋을지 모르지만 상대방은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이순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명절에 오랜만에 친척들이 만나 안부를 물을 때 상대방이 편하게 대답할 수 있는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좋다”며 “충고보다는 칭찬을 위주로 하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 201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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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국대 부동산학 발전에 써달라” 익명의 기업인 전재산 30억 기부

    27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국대 총장실로 90세 원로 기업가의 아들과 손녀사위가 찾아왔다. 아들은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아버지의 개인재산 전부인 30억 원이 든 통장을 직접 송희영 건국대 총장에게 전달했다. 익명의 기부자는 1960년대 말 건국대 인근인 광진구 화양동에 공장을 짓고 사업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기부자는 “사업에 성공해 큰돈을 벌면 전 재산을 인재 양성에 쓰겠다”며 건국대 건물을 바라보며 기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기부자의 아들은 “아버지는 인생을 지구라는 농토에서 열심히 일하고 돌아가는 농부의 삶으로 여기고 성실히 사셨다”며 “평생 꿈꾸던 기부의 기회를 준 건국대에 오히려 고맙다”고 전했다. 기업을 물려받은 아들은 7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할 정도로 회사를 관련 업계 최고 기업으로 키웠다. 아들은 “건국대의 특성화 학문인 부동산학 발전에 의미있게 쓰길 바랄 뿐”이라며 “기부자의 신상은 물론이고 기부 사실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기부자 가족이 익명을 고집한 데는 기부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미성숙한 문화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건국대 관계자는 “기부자가 좋은 뜻으로 기부했다가 오히려 기부금을 받지 못한 다른 출신 학교나 사회단체로부터 ‘돈을 내 놓으라’는 노골적인 압력에 시달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순수한 기부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건국대는 기부문화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기부자 가족을 설득해 기부 사실은 공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건국대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부동산 학문을 연구하는 전용공간을 신축하는 데 기부금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완공된 건물 이름은 기부자의 호를 따 지을 계획이다. 황신애 건국대 발전기금본부 부장은 “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기업가가 기부로 인생을 마무리하는 과정이 큰 감동을 줬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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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누군지 알아?” 판사가 술취해 택시기사 폭행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운전 중인 택시기사를 때린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등)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박모 판사(42)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판사는 15일 0시 20분경 술에 취한 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다가 영등포구 양화동 올림픽대로에서 택시기사 이모 씨(65)에게 진로를 바꿀 것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자 차량 핸들을 잡아 틀고 주먹과 발로 이 씨를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박 판사는 이 과정에서 “이 ××야, 내가 가자는 대로 가면 되지 무슨 말이 많아? 빙빙 돌지 말고 차 세워. 내가 누구인지 알아?”라고 막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박 판사의 이 같은 행동 때문에 제대로 운전을 못해 다른 차량과 접촉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이 광경을 목격한 다른 택시기사의 신고를 받고 이날 0시 35분경 출동한 경찰은 박 판사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박 판사의 검거 소식을 보고받은 소속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장이 사과와 합의를 위해 이날 새벽 경찰서를 직접 찾아 택시기사를 설득했다.경찰 관계자는 “박 판사와 이 씨는 사건 발생 뒤 합의했다”며 “21일 박 판사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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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로 성매매특별법 시행 8년… 성매매女-매수男-단속경찰 목소리로 들어본 특별법 효과와 한계

    《 23일은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8년 되는 날이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근절과 성매매 피해 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 도입됐다. 정부와 여성단체는 성매매를 방지하고 선도하는 목적의 윤락행위방지법보다 강한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오늘 성매매특별법의 실효성 논란은 계속된다.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았다. 오히려 도심과 주택가로 실핏줄처럼 번졌다. 더 음성화된 성매매 업소에서 여성의 인권은 더 깊은 나락으로 추락했다. 이러니 이 법을 폐지하자는 주장과 그나마 성매매 산업을 억제하려면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어떨까? 성을 팔고 사는 여성과 남성, 그리고 그들을 쫓는 경찰의 목소리를 듣고 성매매특별법의 효과와 한계를 진단한다. 》성매매특별법이 8년 동안 강력히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사라지지 않은 말 한마디.“마음에 드는 아가씨 있나 보고 가세요.”18일 오후 11시경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일대 성매매업소 집결지인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의 어두컴컴한 골목에 기자가 들어서자 중년 여성들이 손을 흔들며 이렇게 말을 걸어왔다. 업소마다 커튼을 쳐 홍등가를 상징하는 붉은 불빛이 외부에 보이지 않을 뿐 영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술 취한 남성이 업소 인근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더니 골목에 서서 마담과 흥정했다. 순찰 중인 경찰은 이 모습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 갔다. 커튼을 치고 영업하면 경찰도 그냥 넘어간다고 했다. 흥정에 성공한 마담은 커튼을 열고 이 남성에게 붉은 조명 아래 앉아 있는 성매매 여성들을 보여줬다.○ 집창촌 여성들 ‘불만’ 왜?2000년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 서장이 성매매 업소를 뿌리 뽑겠다며 전쟁을 벌인 곳. 2004년 9월 23일 성매매 근절과 성매매 여성 인권보호를 위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자 경찰의 단속이 한층 강화된 곳. 이후 불어온 서울시 재개발 바람 속에도 텍사스촌은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150여 곳에서 여성 400∼500명이 일하고 있다.텍사스촌의 성매매 여성들은 “성매매특별법 때문에 우리 삶이 더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다. 1997년 일을 시작했다는 이모 씨(36·여)는 “처음에는 창녀가 됐단 생각에 자괴감이 심했지만 몇 년 지나자 ‘열심히 일해서 버는 돈으로 홀어머니를 부양하는데 스스로 자책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8년 동안 내 생활에는 변화가 없는데 법 때문에 나쁜 ×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법 시행 전에는 경찰도 성매매 업소가 몇 가지 중대 범죄만 저지르지 않으면 심하게 단속하지 않았다. 인신매매, 미성년자 고용 감금 등이다. 여기에 월급을 잘 주고 성병 관리만 잘하면 의례적인 단속 이외의 ‘철퇴’를 휘두르지는 않았다. 법이 시행된 2004년 이후 이런 ‘규칙’은 확 바뀌었다.이 씨는 “집창촌에 남은 우리는 닭장 속의 닭처럼, 경찰이 실적이 필요할 때 한 마리씩 잡혀가는 신세가 됐다”며 “경찰 단속도 두려워하지 않는 손님만 오다 보니 손님의 질도 점점 나빠져 일하기 더 힘들다”고 말했다. 포주 A 씨는 “여기 온 손님들이 돈을 주고 성욕을 풀고 가니 성범죄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며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애꿎은 피해자가 줄지 않겠느냐”고 했다.한때 이곳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김모 씨(33·여)는 “고등학교 중퇴 학력으로는 이곳을 벗어나도 돈벌이가 시원치 않다”며 “손가락질 받아도 큰돈이 꼭 필요해서 일하는 우리에게 쥐꼬리만 한 돈밖에 못 받을 다른 일을 하라고 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화를 냈다. 숨기고 싶은 직업이지만 큰돈을 벌 수 있으니 ‘좀 놔두라’는 하소연으로 들렸다.○ 집창촌 떠난 여성은 ‘불안’현재 텍사스촌에 남은 여성들은 3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김 씨는 “젊은 애들은 경찰 단속을 피하고 수입도 넉넉한 다른 종류의 성매매 업소로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손님은 줄어들고 단속은 심한 이곳을 떠난 여성들은 주택가나 도심의 안마방이나 휴게텔 오피스텔 성매매로 옮겨갔다.2008년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일을 시작한 김연희(가명·24·여) 씨는 수입이 줄어들자 곧바로 휴게텔, 안마방으로 일터를 옮겼다. 이런 곳의 성매매는 단속을 피해 더 은밀한 공간에서 이뤄졌다. 단속 위험은 줄었지만 텍사스촌처럼 여성을 지키는 업소 직원이 배치되지 않다 보니 성매수 남성의 폭력에 노출될 위험은 훨씬 커졌다. 김 씨는 “2010년 10월 성구매 남성의 가학적인 성행위 때문에 큰 상처를 입고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가출 청소년과 대학생이 많이 유입된 인터넷 조건만남이나 오피스텔 성매매 등 비업소형 성매매 여성은 폭력에 더 노출돼 있다. 일대일로 성매수 남성을 상대하는 조건만남 성매매 여성들은 돈을 받지 못하거나 모텔에서 몸이 강제로 묶인 채 폭행당하고 성관계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당하는 피해를 입기도 한다.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는 이미나(가명·22) 씨는 “동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업소에서는 업주나 손님의 부당한 대우에 대응할 수 있지만 홀로 일하는 오피스텔은 불가능하다”며 “업주가 ‘손님을 몰아주겠다’며 강제로 성폭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성매매가 권리냐, 아니냐성매매 여성이 자신들을 ‘성노동자’로 불러주길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성을 판매할 권리를 주장하는 단체도 생겨났다. 김연희 씨는 “다른 직업과 똑같은 노동이라고 생각하니 떳떳해졌다”고 말했다. 이들이 소속된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持志)’는 “성매매특별법이 우리를 범죄자나 피해자로 취급해 오히려 현장에서 폭력에 시달리게 만들고 있다”며 “성 판매를 합법화하고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성 판매 합법화는 성매매업 종사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주류 여성단체는 성매매 여성들이 범죄자로 낙인찍혀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성매매 자체는 ‘사회악’이라고 선을 그었다. 성매매특별법 존치를 주장하는 단체 관계자는 “성노동자 운운하는 성매매 여성은 소수일 뿐 대부분 여성들은 남성 우월적인 구조 속에서 성폭력에 가까운 착취를 당하고 있다”며 “성을 사고파는 범죄 행위는 절대 노동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적반하장 男 “카드 긁는 바람에 재수없게 걸렸다” ▼“쉽게 돈 벌려는 그녀들이 더 문제”대구의 한 보호관찰소. 남자 40여 명이 한결같이 억울한 표정으로 강의실에 앉아 있다. 19세부터 67세까지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모두 성매수를 했다가 단속에 적발돼 재범방지 교육 프로그램 ‘존스쿨’에 참여하는 이들이다.남성들 앞으로 20대 후반의 여성 한 명이 나왔다. 성매매 피해를 증언하기 위해 강사 자격으로 초빙된 전직 성매매 여성이었다.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이 여성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던 한 남성이 질문했다.○ “내가 걸린 건 너 때문”“아무리 돈이 필요해도 그렇지 성매매를 해요? 편하게 돈 벌려는 생각을 고쳐야 돼….”훈계에 가까운 질문들이 쏟아지자 여성은 말을 멈췄다. 정박은자 대구여성인권센터 팀장은 당시 상황을 전하며 “성매수한 자기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성매매 여성만 부도덕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전형적인 성매수 남성의 모습”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남성들이 성매수를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라고 보지 않고 ‘남의 탓’만 한다는 점을 꼽는다.성매수로 적발된 남성 대부분은 ‘하필 나만 재수 없이’ 걸렸다고 불평한다. 단속을 피해 성매수한 남성들도 많은데 자신만 ‘재수 없게’ 걸렸다는 뜻이다. 실제로 존스쿨 수강생 40.6%는 성구매를 멈추지 않는 이유로 ‘단속 나올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꼽았다. 정재훈 전 서울대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신용카드를 쓰는 바람에 걸렸다’며 후회하는 게 보통이고 성매수를 진심으로 뉘우치는 남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집단의 압박도 성구매에 빠지게 되는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남성 여럿이 모인 술자리가 관행처럼 성매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직장인 A 씨(32)는 “개인적으론 낯선 여성과 성관계하는 걸 즐기지 않지만 막상 뒤로 빼면 ‘용기와 동료애 없는 남자’로 낙인찍힐까 봐 어쩔 수 없이 따른다”고 말했다.○ 비뚤어진 ‘욕구 해소론’성욕을 해소할 통로가 성매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하는 남성도 있다. 여자친구가 없다는 미혼 취업준비생 B 씨(29)는 “여성과 성관계에 이르는 과정이 어려워 종종 업소를 찾는다”고 털어놨다. ‘남성의 성욕은 원초적이라 성매매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이들의 논리는 성욕을 억압해 봤자 성폭력 범죄와 음성적 성매매만 늘어난다는 ‘성매매특별법 필패(必敗)론’으로 결론 맺는다. 존스쿨 수강생 중엔 “남자 대 남자로 터놓고 선생님은 업소 가본 적 없느냐”고 남자 강사에게 물으며 “성매매특별법 폐지 운동에 동참하라”고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박경원 보배정신건강상담센터장은 “성매수자 가운데 정상적으로 성 접촉할 수 있는 남성이 상당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며 “상대 여성을 지배하려는 비뚤어진 욕구와 자연스러운 성욕을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지쳐가는 警… 자고나면 변종… 경찰 단속 한계 ▼키스방 포옹방 귀청소방 립카페14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테헤란로의 한 성매매 업소 ‘실장’ 박모 씨(27)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다. “밤 10시에 혼자 오겠다”고 예약한 손님이 동행 여러 명을 이끌고 나타난 것.은밀하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속칭 ‘오피방(대형 오피스텔)’을 단속하려고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단속수사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원룸에서 벌거벗고 누워 있던 20대 남녀는 “우리는 애인 사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장 박 씨와 여성 사이에 오간 문자를 확인하자 입을 닫고 고개를 숙였다. 여성이 창밖으로 급히 내던진 콘돔은 경찰이 건물 주차장에서 수거했다. 수사팀 장문옥 경위는 “이들은 성매매의 결정적 증거인 피임기구를 어떻게든 숨기려 한다”며 “콘돔을 입으로 삼키는 여성도 있다”고 했다. 집창촌 형태에서 탈피한 다양한 성매매 업소들이 지능적인 영업 방식을 도입하면서 경찰 단속은 더욱 어려워졌다. 오피방 등 일부 업소는 전화예약을 거치지 않은 손님은 아예 받지 않는다. 단속에 대비해 손님의 명함이나 웹사이트 아이디를 요구하는 업소도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애인대행’ ‘조건만남’ 등의 ‘1인 성매매’나 여관 카운터에서 점조직 형태의 보도방을 통해 알선하는 성매매는 고정된 업소에 거점을 두지 않고 은밀히 이뤄져 실태 파악조차 힘들다.단속팀은 번호 변경이 쉬운 ‘선불폰’으로 홍보 전단을 뿌린 업소에 직접 예약을 하고 단속에 나선다. 사용한 번호는 곧장 ‘경찰 번호’로 낙인찍혀 두 번 사용할 수도 없다. 업주들이 단속반의 차량 번호까지 문자로 공유하는 통에 수사팀은 일주일에도 몇 번씩 차량 번호판과 전화번호를 바꿔야 한다. 업소 입구의 폐쇄회로(CC)TV에 단속반이 비치면 업주가 철문을 걸어 잠그거나 손님과 종업원을 재빨리 뒷문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허탕을 치는 일도 잦다. 단속에 성공하더라도 업주가 벌금 50만 원가량을 내고 태연히 영업을 재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성매매와의 끝없는 술래잡기에 현장 경찰관들도 지쳐가고 있다. 계속된 단속에도 ‘키스방’ ‘포옹방’ ‘귀청소방’ ‘립카페’ 등 유사성행위를 알선하는 변종 성매매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일선 경찰서 전담 경찰관들은 인터넷과 관련 112 신고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성매매를 파악하고 하루 두세 차례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성매매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업소를 단속·관리하는 경찰이 업주로부터 뇌물을 받고 불법행위를 눈감는다’는 세간의 시선도 부담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차라리 관할 구청이나 지자체가 은밀히 벌어지는 성매매를 단속하고 경찰은 늘어나는 강력 범죄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고현국 기자 mck@donga.com}

    • 201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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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비전, 北에 밀가루 500t 전달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이 태풍으로 수해를 입은 북한에 밀가루를 전달한다. 월드비전은 21일 오전 8시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평화누리 주차장에서 환송식을 열고 밀가루 500t을 북한에 보낼 예정이다. 밀가루는 운반 트럭에 실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출발해 육로로 북한에 전달된다. 월드비전은 수해가 심한 평안남도 안주와 개천 지역의 유치원 소학교(초등학교) 어린이 2만여 명에게 밀가루를 나눠주기로 북측과 합의했다. 월드비전 양호승 회장은 “밀가루를 전달한 뒤 필요한 곳에 잘 배분됐는지 현장 확인도 진행할 계획이다”라며 “수해로 삶의 터전을 잃고 절망에 빠진 북녘 동포와 어린이에게 큰 힘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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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속 아이 아빠가 누구인지…” 해외로 혈액 보내 친자확인

    “태아 친자확인 검사해주는 해외 업체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배 속 아이의 진짜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해외 업체에 태아 친자확인 검사를 의뢰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2005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국내에서는 태아 친자확인을 위한 유전자(DNA) 검사가 불법이다. 인터넷에서는 태아 친자확인을 해준다는 해외업체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한 업체는 한국인 브로커를 두고 친자확인 검사 방법을 묻는 글에 댓글을 달거나 업체 블로그를 인터넷 검색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모으고 있었다. 17일 기자가 미국의 A 업체 소속 한국인 브로커에게 문의해 보니 “임신 8주가 지난 산모부터 혈액검사가 가능하며 검사 결과는 99.9% 정확하다”며 “미국에서 보낸 혈액 채취 키트에 산모 혈액을 담고 남성의 머리카락과 함께 미국으로 보내주면 5일 만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로커는 “친자확인뿐 아니라 태아 성별을 알아보려는 부부까지 찾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은 다수의 파트너와 혼전 성관계를 맺는 풍조 때문이다. 한 남성은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여자친구가 임신을 했는데 내 아이인지 확신이 안 서서 검사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20대 초반의 한 여성은 “임신해서 현재 남자친구와 결혼하려는데 잠깐 만났던 다른 남자가 마음에 걸린다”며 친자확인 검사 방법을 수소문하고 있다. 문제는 해외업체들이 국내 일반 DNA 검사 비용 20만∼25만 원에 비해 10배 정도 비싼 200만 원 정도를 받지만 신뢰도나 안전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태아 친자확인이 급해 의뢰했다가 엉터리 결과를 받거나 돈만 떼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A 업체가 광고하는 산모혈액 검사법은 산모의 혈액에서 태아의 DNA를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A 업체 홈페이지에서는 검사 신뢰도를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를 찾을 수 없다. 게다가 홈페이지에 게재된 연구실 사진 10여 장은 유전자 검사와 관련 없는 엉뚱한 장비 사진뿐으로 비전문가인 고객의 눈을 속이고 있었다. 이들 업체는 고객이 한국 내 산부인과에서 융모막검사나 양수검사를 해서 채취물을 보내주면 더욱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런 검사에 따른 유산 위험성은 안내하지 않는다. 최안나 산부인과 전문의는 “융모막검사는 임신 초기인 9∼12주에 이뤄지는 탓에 염증과 출혈로 유산까지 일으킬 수 있다”며 “염색체 이상을 진단할 때만 한정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문의는 “출산을 기다리지 않고 임신 중 친자 감별을 하는 것 자체가 ‘친자가 아니면 낙태하겠다’는 뜻이므로 산모에겐 정신적으로도 큰 스트레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종원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태아 친자확인처럼 국내법상 불법인 검사를 위해 혈액 등을 해외로 반출하는 일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며 “이대로 방치하다간 우후죽순 격으로 한국에서 금지된 검사를 대신해 주는 해외업체가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처벌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의사나 업체가 직접 해외업체를 중개해 주면 몰라도 개인이 미국 업체에 문의해 혈액 등을 보내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 규제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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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방관에… 청주 피살女도 ‘발묶인 전자발찌 소급’의 희생자

    법원이 성범죄 전과자들을 방치한 사이 또 한 여성이 쓰러졌다.충북 청주시에서 일어난 여성 성폭행 살해사건의 피의자 곽광섭(45)은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였지만 검찰의 청구를 법원이 번번이 무시했던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그에게 제때 전자발찌를 채웠다면 억울한 희생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이 재범 방치한 셈지난해 5월 24일.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곽광섭에게 전자발찌 착용 명령을 내려 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은 그가 2004년 수차례 친딸을 성폭행하고 내연녀의 딸을 강제 추행한 죄로 5년 복역한 뒤 2009년 출소했지만 전자발찌 착용 명령을 받지 않았다는 데 주목했다. 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의 일이라 착용 명령을 받지 않았지만 2010년 7월 소급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친딸을 범한 곽광섭에게 전자발찌를 소급 적용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한 것이다.하지만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부(부장판사 이영숙)는 석 달 뒤인 지난해 8월 17일 청구를 기각했다. 기각사유서엔 “재범 위험을 단정할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법원은 △출소 이후 부모와 함께 살며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열심히 일한 점 △교도소 생활을 하며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이용사 자격을 딴 점 △2004년 사건 이전까지 성폭행 전과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안종렬 대구지법 공보판사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성도착증 같은 이상 증세를 증명할 정신과 의사 소견이 없었다”며 “죗값을 치르고 성실하게 사는 이에게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리는 것은 가혹한 이중처벌”이라고 말했다. 당시 청구를 심사한 뒤 기각한 장재원 주임판사는 “공식 답변은 할 수 없다”며 통화를 거부했다.검찰은 답답했다. 열다섯 살 된 친딸을 범할 정도로 비뚤어진 성욕을 가진 그가 성도착 기질을 다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성폭행 전력은 없어도 폭행 등 전과가 9개에 달했다. 친딸을 성폭행했을 때마다 만취 상태였다는 점도 주의 깊게 봤다. 평소 성실히 생활하다가도 술에 취하면 재범할 우려가 높은 성향이었기 때문이다. 곽광섭의 내연녀에 따르면 곽광섭은 이번 범행 때도 술에 취해 있었다.대구지검 서부지청 관계자는 “곽 씨에게 성적 문제가 있고 재범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할 근거는 충분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원 결정에 불복해 곧바로 항고했지만 재판은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법원에 묶여 있다.대구고법 형사부(부장판사 유해용)는 검찰의 항고를 받은 지 1년이 지나도록 곽광섭에게 전자발찌를 채울지 판단을 미루고 있다. 청주지법 충주지원이 2010년 8월 전자발찌 소급 적용을 두고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위헌심판의 결론을 기다려야 한다는 논리다.○ 전자발찌 미루는 사이 3명 숨져위헌 결정이 나기 전까진 현행법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도 “전자발찌 소급 적용이 적법하다”고 3건의 재판에서 일관되게 판결했다. 하지만 곽광섭 사건 때 대구고법이 그랬듯 상당수 법원은 헌재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성범죄 전과자들을 방치한 채 허송세월하고 있다. 서울 한 지방법원 판사는 “나중에 위헌 결정이 나면 소급 적용된 전과자들을 모조리 재심해 전자발찌를 풀어줘야 하는데 이는 판사들에게 큰 부담이다”라고 말했다.반면 위헌 제청이 헌재에 걸려 있지만 판사가 적극적으로 결정을 내려 전자발찌가 소급 적용된 성범죄자도 391명에 달한다. 전자발찌의 재범 억제력을 높게 본 판사들이 헌재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현행법 규정에 따라 판단한 결과다.만약 대구지법 서부지청이 곽광섭의 재범 위험성을 정확히 판단했다면, 대구고법이 원칙에 따라 현행법을 적용했다면 이번 사건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검찰은 재범 위험이 높은 성범죄자를 선별해 전자발찌 소급 적용을 2675건 청구했다. 법원은 그중 15.9%인 424건만 받아들였다. 231건은 기각됐고 나머지 2019건은 계류 중이다. 이처럼 법원에서 판단을 미루는 사이 전자발찌 없이 지내다 다시 흉악범으로 돌변한 전과자에게 숨진 피해자는 알려진 것만 3명이다. 이들에게 성폭행당한 미성년자는 6명이다. 이렇게 재범한 전과자는 지난해 10월까지 집계한 것만 19명인 것으로 확인됐다.지난달 21일 경기 수원시에서 1명을 살해하고 4명을 다치게 한 강모 씨(39)는 특수강간으로 7년 복역한 소급 적용 대상자였다. 지난해 3월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7세 소녀를 추행한 양모 씨(51)는 이전에도 세 차례나 아동들을 강간하려 했던 전과자다. 이들 발목에는 전자발찌가 없었다.14일 재판관 9석 중 절반을 넘는 5석이 빈 채로 남게 된 헌법재판소에 빠른 결정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다.이영란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성범죄 피해가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해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DNA 일치’ 확인… 경찰, 이웃집 용의자 곽광섭 공개수배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성폭행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해자 A 씨(25)의 몸에서 채취한 체액의 유전자(DNA) 검사 결과 곽광섭(45)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14일 공개수사에 나섰다.청주상당경찰서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A 씨의 몸에서 나온 체액과 타액 등이 국과수에서 보관 중인 곽광섭의 DNA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곽광섭을 피의자로 확정하고 그의 최근 사진 등이 담긴 수배 전단을 만들어 배포했다.신연식 상당서 수사과장은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어 공개수사로 전환했다”며 제보를 당부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 201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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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사기 알바’ 뛴 선생님

    지난해 12월 30일 부산 A고등학교 국어교사 윤모 씨(33·여)는 방학이 되자 병원을 찾았다. 학기 중 칠판에 글씨를 많이 썼더니 목과 오른쪽 어깨가 아프다며 의사 최모 씨(47)에게 진료를 받았다. 방학이 끝날 때쯤 23일 동안 병원에 입원한 기록을 보험사에 제출하고 보험금 780만 원을 받았다. 윤 씨의 보험사기 혐의를 조사하던 경찰은 그가 단 하루도 병원에 머물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보험상품에 해박한 어머니에게 보험사기 수법을 배운 윤 씨는 2010년 2월부터 매달 방학을 앞두고 보험사 여러 곳의 상해보험에 집중 가입한 뒤 의사 최 씨와 짜고 방학 동안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꾸몄다. 그는 올 1월까지 11개 상해보험에 가입해 5차례나 허위 입원하고 보험금 4100만 원을 챙겼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런 수법으로 보험금 2억3000만 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윤 씨 등 현직 교사 14명(국공립 교사 7명)과 이들의 범행을 묵인하고 도운 의사, 보험설계사, 병원 사무장, 교사 가족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적발된 교사들은 별다른 죄의식도 없이 보험사기를 짭짤한 부업으로 여겼다. 고교 체육교사 주모 씨(42)는 스노보드를 타다 다친 것처럼 꾸며 입원하고는 버젓이 스노보드를 타러 갔다. 학교 계단에서 넘어졌다거나 체육수업 중에 공에 맞았다고 핑계를 댄 뒤 보험금을 타낸 교사도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뻔뻔한 사기 행각을 저지르고 거짓말하는 행태에 놀랐다”며 “윤리나 도덕 과목 교사가 적발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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