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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가족과 함께 지하 배수로에 살고 있는 어린 개다. ‘나’는 우연히 사람이 돼 인간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창구를 발견하게 되고 호기심에 가득 찬 나머지 가족을 버리고 인간들의 도시로 온다. 소년의 몸을 얻어 살게 된 나는 낯선 문화를 경험하면서 조금씩 적응해간다. 하지만 이 세계를 알아 갈수록 자신이 상상하고 꿈꿔온 인간들의 세상과는 격차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힘센 자 앞에서는 꼬리를 흔들고, 먹을 것을 위해 물어뜯고 할퀴기에 급급한 사람들. 성적순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교사들. 돈밖에 모르는 장사꾼들과 무능하고 고지식한 경찰…. 그런 와중에 ‘나’는 내가 떠나 있는 동안 가족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알게 되면서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사람이 된 개’를 통해 인간 세상을 재기발랄하게 풍자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동아시아 미학(리빙하이 지음·동아시아)=문(文)과 질(質), 예(禮)와 악(樂). 서구의 고전미학이 고대 그리스에서 기틀을 다졌다면 동아시아 미학의 뿌리는 주나라에서 시작됐다. 주나라 시대 문예사상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를 관통하는 미학의 본질을 설명한다. 3만2000원. ◇이기는 선거, 당선의 길(최문휴 지음·석향)=1995년 전국 동시 지방선거로 시작된 본격적인 지방화 시대. 지방자치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역 단체장과 의원들의 수준이 중요하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을 위한 선거 지침들을 모았다. 1만2000원. ◇해전의 모든 것(이에인 딕키 외 지음·휴먼앤북스)=옥타비아누스에서 이순신, 트롬프에서 넬슨까지 바다를 누빈 위대한 지휘관들의 활약상과 무기변천사, 주요 해전을 모았다. 전황을 담은 지도와 200여 장의 도판이 함께 수록됐다. 3만5000원. ◇나우루공화국의 비극(뤽 폴리에 지음·에코리브르)=태평양에 위치한 나우루공화국은 섬나라이자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공화국이다. 한때는 부유한 나라였지만 현재는 폐허에 가깝다. 자본, 서구 문명이 유입되며 자멸해 간 이 작은 나라의 비극을 살폈다. 9000원. ◇우리에게 과학이란 무엇인가(이권우 외 지음·사이언스북스)=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과학 에세이를 묶은 책. 저자들은 ‘근원에 대한 동경심’ ‘예술과 같은 창조적 활동’ ‘상상력의 학문’ 등을 화두로 과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1만5000원. ◇유리병 편지(나희덕 지음·나라말)=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으로 2008∼2009년 매주 월요일 신청 독자들에게 시와 시 해설을 e메일로 전달했던 나희덕 시인의 글 모음집. 김춘수, 박경리 등 작고 문인의 시부터 김행숙, 이근화 등 젊은 시인의 시까지 다양한 시가 수록됐다. 9500원. ◇수상한 하루(이나미 지음·랜덤하우스)=중견 소설가인 저자가 6년 만에 출간한 신작 소설집. 지하철 잡상인, 대구지하철 화재 희생자, 온라인 카페 멤버 등 변두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소외된 이들의 삶을 소설로 그려냈다. 1만 원. ◇지혜의 탄생(로버트 스틴버그 외 지음·21세기북스)=심리학자 19명이 말하는 지혜의 정의를 담았다. 이 책은 사색이나 경험칙에 의한 생각을 담은 게 아니라 뇌와 신경 작용의 분석, 인지·정서에 관한 심리학 모델들을 동원해 지혜의 실체를 체계적으로 추론했다. 1만9800원. ◇분열하는 감각들(소영현 지음·문학과지성사)=2003년 ‘작가세계’에 ‘최윤론’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한 평론가 소영현의 새 비평집. 발표했던 글 가운데 시대별로 문학 속 청년들의 모습을 평가한 ‘청년문학의 계보’ 등 20편의 평론을 골라 4부로 나눠 실었다. 1만5000원. ◇돈을 다시 생각한다(마거릿 애트우드 지음·민음사)=‘크리스마스 캐럴’ ‘베니스의 상인’ ‘마담 보바리’ 같은 세계 고전의 공통점은 ‘돈과 빚’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 캐나다의 사회비평가이자 작가인 저자는 익히 알려진 이야기 속에 숨겨진 돈의 본질을 다뤘다. 1만3000원.}

소설 ‘서유기’를 읽은 이들이라면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등장하는 삼장법사를 기억할 것이다. 이들과 함께 서역으로 향하면서 갖은 모험을 헤쳐 나가는 삼장법사는 소설 전반에 걸쳐 식견이 천박하고 어수룩한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소설 속 삼장법사의 실존 모델인 현장법사의 면면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중국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소설 ‘서유기’의 삼장법사로만 알려진 현장법사의 서역기행 등을 분석해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던 그의 실체를 풀어낸다. 저자에 따르면 현장법사는 불교학 연구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고승이었으며 홀로 인도로 구법여행을 떠날 만큼 대범하고 학식이 깊은 인물이었다. ‘서유기’에서 그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나약한 모습으로 그려진 것은 ‘서유기’가 나온 명나라 말엽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불교가 제구실을 못했던 시대적 배경 때문이다. 1400여 년 전 현장법사의 행적을 중심으로 서유기를 다시 읽는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내 몸에서 가장 긴 부위는 팔/가장 아름답게 악행을 퍼뜨리는 것/두 팔을 천천히 휘저으며 나는 수족관으로 간다.” (‘전기 해파리’) 2000년 계간 ‘문학동네’로 등단했으며 ‘불편’ 동인으로 활동 중인 이영주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달, 웅덩이, 구멍, 주머니, 미로, 자궁, 피 등 음울하면서도 축축한 이미지들이 빚어내는 환상성들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시에서 일상은 순간순간 환상과 일탈, 기괴함과 섬뜩함으로 변주된다. 긴장감과 팽팽한 불안. 문장 문장마다 다음을 방심할 수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린 저무는 사람들. 생일은 미리 말해주자. 젖은 바람 부는 계절에는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자. 머리를 빡빡 민 사람이 오랫동안 편지를 쓴다. 몸을 보니 여자였구나. 상점 주인은 창 밖의 간판을 세다가 저무는 사람. 단 한 명의 노파도 없는 비 오는 골목으로 음악을 흘려보낸다.” (‘저무는 사람’)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내가 연미오십(年未五十·50세가 되지 않음)에 두독(頭禿·머리가 벗어짐)한 탓으로 그랬는지 사십이 넘으면 ‘옹’자를 붙인다 하여 그랬는지 모르나…청춘이 구만리 같은 나에게 ‘옹’자를 붙이다니…그가 키 값을 하려고 그러는지 멀쩡한 청춘을 보고 ‘근원옹(近園翁)’ 어쩌고 하는 것만은 공대(恭待)가 지나쳐 화가 벌컥 날 지경이다.” 한국화가이자 수필가인 근원 김용준(1904∼1967)이 1949년 ‘주간서울’에 화가 김환기에 대해 쓴 ‘키다리 수화(樹話) 김환기론(金煥基論)’이란 글의 일부다. 김환기에 대해 “그의 화(畵)와 문(文)은 요외(料外·의외)로 감각이 예리하고 색채가 풍부하고 범속한 데서 한층 뛰어난 짓을 곧잘 한다”고 평가하면서도 자신을 ‘근원옹’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농담 섞인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 이 산문은 최근 근대서지학회에서 펴낸 반연간지 ‘근대서지’(소명출판) 창간호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근대서지’는 당시 여러 출판물, 보도매체에 실렸던 김용준의 산문 16편과 시인 백석(1912∼1995)의 짤막한 수필도 발굴해 함께 수록했다. 백석의 수필 ‘당나귀’는 1942년 ‘매신사진순보(每新寫眞旬報)’에 실린 것으로 싸리단을 내려놓고 잠시 쉬는 당나귀를 ‘길손’으로 묘사한 글이다. 여기서 당나귀는 인간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오히려 인간을 가엾이 여기며 들판을 걸어가는 초인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밖에도 영국 동화작가 에이미 르 페브르의 ‘테디의 단추’를 번역한 ‘자랑의 단추’(1912년 출간) 영인본 등의 발굴자료가 실렸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오월은 바람처럼 그렇게 서정적으로 오지도 않았고/오월은 풀잎처럼 그렇게 서정적으로 눕지도 않았다’(김남주, ‘바람이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5·18민주화운동’이 남긴 역사적 충격과 외상에 대한 뼈아픈 되새김은 문화계 다방면에서 면면히 이어져 왔다. 곽재구 시인의 ‘그리운 남쪽’(1983년), 하종오 시인의 ‘사월에서 오월로’(1984년) 등은 5월이 남긴 잔혹한 상처와 그에 대한 극복 의지를 시로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소설 작품도 다양하다. 소설가 임철우 씨는 장편 ‘봄날’(1997년)에서 5·18민주화운동의 전개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기술함으로써 비극성을 고조시켰다. 5·18민주화운동을 최초로 다룬 영화는 대중적으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편지’(1997년) ‘산책’(2000년) 등을 만든 이정국 감독의 ‘부활의 노래’(1990년)이다. 이후 최윤의 소설 ‘저기 소리 없이 한점 꽃잎이 지고’를 각색한 장선우 감독의 ‘꽃잎’(1996년),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년),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2007년) 등이 제작됐다. 연극작품으로는 오태석 극본 연출의 ‘천년의 수인’(1998년 초연)과 황지우 작 ‘오월의 신부’(2000년 초연), 윤정환 작·연출의 ‘짬뽕’(2004년 초연), 고선웅 작·연출의 ‘들소의 달’(2009년 초연) 등이 꼽힌다. 현재 서울 대학로에선 극단 산의 ‘짬뽕’, 극공작소 마방진의 ‘들소의 달’처럼 1980년 광주를 다룬 연극이 공연 중이다. 영화를 뮤지컬로 제작한 ‘화려한 휴가’는 15∼19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회관에서 첫선을 보인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한국의 독자들에게 아프리카의 문학이란 그 대륙과 지리적인 거리만큼이나 멀게 느껴진다. 월레 소잉카(1986년), 네이딘 고디머(1991년) 등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여러 차례 배출하기도 했지만 아프리카 문학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전반적으로 낮다. 이 책은 국내 독자들에겐 생소하게 느껴지는 아프리카 문학사와 주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아프리카의 문학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아프리카 문화유산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전역에 강력하게 살아 숨쉬고 있는 ‘구전문학’, 스와힐리어 하우자어 등 2000개 이상의 아프리카 토속어로 된 ‘토속어문학’, 서구문화권이 유입되고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영어 등 ‘식민종주국의 언어로 쓰인 문학’이다. 구연문학은 구전문학, 구비문학과 같은 말로 글로 쓰이지 않고 말로 이루어지는 문학을 칭하는 용어다. 이 중 운문에 해당하는 것이 구연시인데 아프리카의 구연시는 왕권, 군사적 업적을 찬양하는 찬양시, 역사적 영웅이나 전설상의 일대기를 그린 서사시, 장례식 혹은 추도식에서 부르는 만가 등으로 나뉜다. 이 밖에도 케냐의 중부 고원지역을 중심으로 한 기쿠유, 북동부 지역의 메루, 서부 빅토리아 호수 인근의 루오 등 지역거점의 사회집단별로 전해 내려오는 민담, 신화가 있다. 스와힐리 문학은 동아프리카 해안지역에서 탄생한 문학이다. 오만의 도움으로 18세기 중반 포르투갈 세력을 완전히 몰아낸 스와힐리인들은 이 무렵부터 스와힐리어로 문학작품을 남기기 시작했다. 18세기 후반 황금기를 맞은 스와힐리 고전문학은 사이드 압달 라 빈 나시르 등의 걸출한 시인들을 배출하며 전통을 이어 왔다. 19세기 중반 이후 유럽 문화의 영향이 거세지면서 서구문명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동시에 저항문학도 맥을 이었다. 1970년대 이후부터 현대화, 비약적인 발전과정을 거쳐 다수의 신예 작가들을 배출해 내고 있다. 하지만 스와힐리 문학의 풍성함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현대문학의 대부분은 식민지 경영을 주도했던 종주국 언어인 영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현대문학의 태동에 관해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것은 1934년부터 1948년 사이에 일어난 ‘네그리투드(negritude·흑인성)’ 운동이다. 당시 프랑스에 유학 중이던 세네갈의 레오폴 세다르 상고르,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레옹 다마스 등은 프랑스에서 ‘흑인학생’이라는 잡지를 창간함으로써 서구문화에 대항해 혈통의 근원을 찾고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재인식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했다. 이 운동과 함께 아프리카의 현대 시문학이 태동했으며 이들은 식민주의에 대응하는 저항적인 작품을 발표했다. 저자는 “1960년대 이후 아프리카 모든 작가의 관심사는 서양과의 접촉에서 일어난 역사적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며 “이들은 문학 활동을 통해 서양 작가들, 식민주의자들이 보여줬던 왜곡된 그림을 바로잡았으며 아프리카 사회 전반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진행하며 사회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천안함 실종자 구조작업 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 탤런트 한혜숙 씨,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중앙간사 조용석 씨가 ‘불기 2554년 불자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대한불교 조계종이 12일 발표했다. 조계종은 선정 이유에 대해 “고 한 준위는 불자로서 실종자 구조에 앞장서 불교의 보살행을 실천했고 한 씨는 여성 불자 108인으로 선정되는 등 오랫동안 신행 활동에 힘써 왔으며 조 씨는 청년 불자들의 사회참여 활동에 기여한 점이 인정됐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21일 오전 10시 조계사의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에서 열린다.}
■ 한국 빛낼 100인: 경제리더들이 그리는 2020년한국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재계의 리더들은 한국이 고령화의 덫에 빠지겠지만 중국과 함께 성장하면서 또 한번의 기회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동아일보가 선정한 ‘2020년 한국을 빛낼 100인’이 한국경제의 미래를 정리했다. 스무 살 젊은이는 자기 이름을 걸고 요리로 세계인을 부르겠다고 다짐했다. ■ 초등생도 “스펙 쌓자” 특허경쟁초등학생들이 ‘스펙’을 쌓기 위해 이번에는 특허출원에 나섰다. 입학사정관제가 대학입시뿐만 아니라 국제중고교, 특목고 입시에까지 확대되면서 특허는 창의력을 증명할 수 있는 스펙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특허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라며 우려했다.■ 이병률 시인이 본 영화 ‘시’시와 영화가 만났다. 제63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의 공식 경쟁부문 후보로 선정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여배우 윤정희 씨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이 영화는 시를 통해 영혼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시인의 눈에 비친 영화 ‘시’는 어떠했을까. “제목 하나로 오랫동안 이 영화를 기다려왔다”는 이병률 시인의 프리뷰를 소개한다. ■ 각국 중앙은행 “금을 확보하라”최후의 안전자산은 역시 ‘금’인가. 남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어떤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결제수단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 달러화의 위세는 예전 같지 않고 중국 위안화는 갈 길이 멀다. 유로화마저 추락하자 각국 중앙은행들의 눈길은 금으로 쏠리고 있는데….}

《세계 문학의 현재를 엿볼 수 있는 ‘세계작가축제’(10∼14일 서울, 전북 전주 등) ‘서울국제도서전’(12∼16일 서울 코엑스)이 잇따라 열린다. 이들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해외 작가들 가운데 유머와 우화적 상상력으로 현실 세계의 부조리를 풍자해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의 소설가 주노 디아스 씨(42), 핀란드의 소설가 레나 크론 씨(63)를 만났다.》 ▼“이민이 준 문화충격 작품활동엔 큰 도움”▼■ 도미니카共 출신 美 주노 디아스 씨가족 다양한 캐릭터지켜보기만 해도문학적 영감 얻게 돼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미국 소설가 주노 디아스 씨(사진)는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으로 2008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30여 년 동안 독재자 트루히요의 통치 아래 놓여 있던 도미니카공화국의 부조리한 근대사를 한 가족의 내력을 통해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오스카 와오…’에 이어 최근 미국 이민사회의 현실을 다룬 데뷔작 ‘드라운’도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문학의 집·서울’에서 만난 그는 “이민이란 건 세상을 완전히 새롭고 낯선 것으로 보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화를 자연스레 체득하는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생각하며 배워야 하고 언어에 대해서도 늘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세상을 전혀 다르게 본다는 점에서 작가에게는 도움이 됩니다.” 그는 주로 가족사를 통해 이민 사회의 실상과 부조리한 외부 환경을 비판한다. 그는 “자전적인 소설은 한 편도 없지만 내 문학세계에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가족”이라고 말했다. “돈을 들고 도망가버리는 삼촌도 있고, 뜬금없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공부벌레 사촌도 있고…. 그런 역동적인 대가족 틈에 있으면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캐릭터가 뭔지, 플롯과 스토리가 어떤 것인지 자연스레 습득하게 돼요.” 디아스 씨의 문학을 완성하는 것은 ‘유머’다. 생동하는 캐릭터, 허를 찌르는 연쇄적인 유머, 빛나는 입담. 그는 “유머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그는 과작의 작가다. 1996년 데뷔작 ‘드라운’을 낸 뒤 퓰리처상을 수상한 ‘오스카 와오…’를 내기까지 11년이 걸렸다. “어떤 책은 쉽게 써지고 어떤 책은 어렵게 써지는데 ‘오스카 와오…’는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책이었던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은 50년 뒤의 미국 사회를 디스토피아적으로 그린 재밌는 단편소설집이 될 겁니다.” ▼“판타지 뿌리는 진실 현실은 함께 꾸는 꿈”▼■ ‘펠리칸맨’ 쓴 핀란드 레나 크론 씨곤충 등 주인공 삼아동화적 상상력으로인간의 본질 성찰레나 크론 씨(사진)는 최근 들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핀란드의 중견 소설가다. 1970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뒤 소설뿐 아니라 그림책, 동화, 에세이로 영역을 넓혀 다양한 연령의 독자층을 갖고 있다. 국내에는 ‘펠리칸맨’이 번역 출간돼 있으며 주한 외국대사들이 자국 대표 작가의 단편을 단행본으로 엮어낸 ‘유럽, 소설에 빠지다’에도 작품이 수록돼 있다. 11일 서울 성북구 핀란드대사관저에서 만난 그는 먼저 상상력과 합리성에 대해 말을 꺼냈다. “보통 사람들은 상상력과 합리성이 다르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상상이 없는 합리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판타지의 뿌리는 결국 진실, 현실이고 사회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환상을 통해 현실을 돌이켜보게 하는 것이죠.” ‘펠리칸맨’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펠리컨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인류 문명에 대한 동경으로 인간 세계에 오게 된 펠리컨은 세상에 대해 알게 될수록 실망과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며 “펠리컨은 기온이 낮은 핀란드에 살지 않는 새지만 모성의 상징이기도 하고 신화적 의미도 있어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화적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외부자의 시선을 통해 인간 삶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이에 대해 그는 “현실이란 사람들이 함께 꾸고 있는 꿈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크론 씨의 작품에는 곤충이 주인공인 것도 있고 세상의 종말을 다룬 것도 있다. 그는 “외양만 보면 판타지나 SF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의도하며 쓴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첫 한국 방문과 관련해 “거리에 핀 진달래꽃, 친절하고 지적인 한국 사람들, 감동적인 작품들을 쓰는 작가들을 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핀란드에서 한국 작품을 거의 접할 수 없었지만 두 나라가 문학적으로 교류하는 데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고 장영희 서강대 교수의 유족이 월간 ‘샘터’가 창간 40주년을 맞아 마련한 ‘샘터 특별상’을 받는다고 샘터사가 25일 밝혔다. 지난해 5월 별세한 장 교수의 유족은 고인의 뜻을 이어 유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의 인세 5억 원을 서강대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샘터 특별상 수상자는 5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샘터상 문예작품 공모에서는 차현정 양(17·청주 상당고교 1학년)의 ‘내일은 맑음’(생활수기 부문), 이선호 씨(61·목사)의 ‘코카콜라’(시조), 서진희 씨(40·주부)의 ‘딱 한 가지 질문’(동화)이 각각 선정됐다. 시상식은 26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샘터파랑새극장에서 열린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우리 세대는 자기 하고 싶은 걸 해보기보단 먹고살기 바빴어요. 젊었을 때는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글을 쓰고 싶어도 자제를 해야 했지요. 그렇게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을 퇴직 후에야 비로소 하고 있습니다.” 신춘문예 응시자 가운데 일흔 넘은 고령자를 발견하는 것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은퇴 후 체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발표하는 실버 문학가도 함께 늘고 있다. 이런 소설들은 저자의 개인사에 큰 흔적을 남긴 6·25전쟁, 4·19혁명, 경제성장기 등 격변기의 우리 사회상을 함께 다루고 있다. 최근 ‘어머니의 그림자’라는 장편소설(신서원·총 5권)을 펴낸 조용배 씨(70)도 이런 경우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그를 만났다. 고려대 상경대를 졸업한 뒤 금융권에서 30여 년간 일하다 10년 전 퇴직한 그는 원고지 1만5000여 장에 달하는 긴 소설을 7년에 걸쳐 탈고했다. 문학 수업을 받아본 적도, 소설을 써본 적도 없던 그가 은퇴 후 오랜 시간을 들여 소설을 쓴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는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감정의 격랑”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아마 지금 젊은 사람들은 상상이 안 될 겁니다. 전쟁이나 가난이란 것을 전혀 모르니까요. 전쟁 당시 아버지께서 제 눈앞에서 공산주의자에게 사살당하셨고 가장 따르던 큰형님께서 전사하셨습니다. 책을 쓰면서 전쟁으로 부모형제를 잃은 한도 풀고 전쟁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6·25 전란의 잔혹과 비극, 전후의 고통을 한 가족사를 중심으로 상세히 풀어간 이 소설은 상당 부분 자전적 경험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는 “형식도 장르도 중요하지 않았다. 일흔이 넘은 노인이 세상에 무슨 미련이 있거나 겁날 게 있겠느냐”며 “그저 쓰고 싶은 것을 마음껏 썼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팔리느냐 팔리지 않느냐는 것도 부차적인 문제였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궁금할 때 언제든 이런 기록을 접할 수 있도록 전국 200여 대학 도서관에 자비로 책을 한 질씩 보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차기작으로 청춘 소설도 한 편 쓰고 있다고 했다. 은퇴 뒤 갖게 된 새로운 삶인 만큼, 쫓기는 마음 없이 쉬엄쉬엄 한다. “가끔 좀 더 일찍 글을 쓸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물론 그럴 수가 없는 세대였지만요.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만큼 즐거운 건 없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이렇게 몰두할 곳이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조계종단의 봉은사 직영 사찰 의결에 대해 정치권 외압설을 제기한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과 이에 반발하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명진 스님은 2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 원내대표와는 10여 년 전부터 초파일 행사 때마다 같이 식사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눴다. 안 대표가 나를 모른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당시 (안 원내대표와 자승 총무원장의 식사 자리에) 동석했던 김영국 거사가 조만간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은사는 이날 “김 거사는 23일 오후 2시 봉은사 선불당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21일 봉은사 일요법회에서 “지난해 11월 13일 오전 7시 반 서울프라자호텔 아침식사 자리에서 안 원내대표가 ‘현 정권에 비판적인 강남 부자 절 주지를 그냥 둘 수 있느냐’고 자승 총무원장에게 말한 사실을 김영국 거사에게서 전해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씨는 조계종 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으로 템플스테이 정책을 정부와 협의하는 업무를 맡아 왔다. 안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석가탄신일에만 10여 곳의 절에 다녀 만난 분들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다. 나와 단둘이 식사한 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알 수 없다”며 “자승 총무원장을 만났던 게 몇 달 전인데 그런 이야기가 오갔다면 왜 이제야 문제 제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김영국 거사는 자리에 동석하지 않고 총무원장이 자료를 가져오라고 하면 몇 차례 방으로 가져다 준 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직영사찰은?규모 크거나 시주 많은 곳… 총무원장 직접 주지 맡아 직영 사찰은 사찰 가운데 규모가 크거나 시주금이 많은 곳, 종단 차원에서 위상이 높은 곳을 대상으로 지정하며 총무원장이 주지를 맡는다. 명목상 주지가 사찰의 운영을 대행하고 총무원에 일반 사찰보다 많은 분담금을 낸다. 현재 직영 사찰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 경북 경산시 선본사, 인천 강화군 보문사 등 세 곳이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월간 ‘샘터’의 40년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 잡지의 지면을 장식했던 쟁쟁한 기고자들이다.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소설가 최인호 씨 등 우리 시대 대표 문사들이 ‘샘터’와 인연을 맺고 글을 연재했다. 세상에 대한 깊은 혜안과 통찰과 따뜻한 위로를 담아낸 이들의 산문에서 독자들은 일상을 사는 힘과 용기를 얻었다. 소설가 최인호 씨의 연작소설 ‘가족’은 국내 잡지 사상 가장 긴 연재로 꼽힌다. 지난해 말 연재를 마치기까지 1975년부터 35년간 작가의 가족, 주변 이웃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하며 독자들과 소통해 왔다. 수필가였던 고 장영희 서강대 교수는 샘터에 연재했던 칼럼을 ‘내 생애 단 한번’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등 두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이 중 ‘살아온 기적…’은 지난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동화작가인 고 정채봉 선생 역시 샘터와 인연이 깊다. 그는 ‘샘터’의 편집장과 주간을 지냈으며 ‘생각하는 동화’(1984∼1998년) ‘이솝의 생각’(1998∼1999년) 등을 연재했다. 여러 종교인 역시 글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과 삶의 지혜를 전하며 대중과 소통했다. 최근 입적한 법정 스님은 ‘고산순례’ ‘산방한담’ 등을 연재했으며 시인 이해인 수녀는 ‘두레박’ ‘꽃삽’ ‘흰구름 편지’ 등 다양한 칼럼을 ‘샘터’ 지면에 실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창간된 월간 샘터는 40주년 기념호인 4월호에서 ‘다시, 행복!’이란 주제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마라토너 이봉주 씨 등 각계 인사 40명에게 각자의 행복론에 관한 글을 받아 특집을 구성했다. “아이의 보드라운 머리칼이 내 턱밑을 간질일 때”(여성학자 박혜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뜀틀 앞구르기에 성공했을 때”(뇌성마비 장애인 최초 미국 조지 메이슨대 교수 정유선) “온전한 행복을 느낄 때는 산을 내려온 뒤”(산악인 엄홍길) 등 행복이란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이들의 ‘행복론’이 전한다. 이번 기념호의 표지는 40년 동안 ‘샘터’ 표지를 장식했던 역대 481개 표지를 모았다. 그동안 월전, 운보, 산정 등 동양화의 대가들과 장욱진, 김원, 박용선, 천경자 씨 등 한국 미술계의 대표적 화가들이 그린 그림들이 ‘샘터’ 표지를 장식해 왔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김우룡 이사장이 ‘MBC 인사에 권력 개입’ 논란을 야기한 발언으로 사퇴한 것과 관련해 노조는 22일 오전 사장실 앞 복도에서 김재철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다고 21일 밝혔다. 연보흠 노조 홍보국장은 “김 전 이사장의 발언과 관련해 김 사장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고 현실적으로 사장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동대표의장 이민웅)는 21일 성명서를 내고 “이 문제는 MBC의 기형적인 지배구조를 낳은 ‘방송문화진흥회법’의 미비에서 비롯됐으므로 방송법제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며 “MBC 노조의 부당한 경영 및 편성참여 제지 규제, MBC 이사회에 과반수의 사외이사 선임, MBC 경영 성과와 공적 책임을 사후 평가하는 방문진의 역할 강화 방안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연호 시인(41·사진)은 문단의 대표적인 ‘멀티플레이어’ 중 한 명이다. 작곡, 연주, 녹음까지 도맡아 해내는 뮤지션인 그는 문학 행사에서 기타나 시타르(인도 전통 현악기) 연주를 선보이기도 한다. 인터넷문학방송 ‘문장의 소리’ PD로도 활동 중이다. 10여 년간의 공무원 생활도 그의 독특한 이력에 포함된다. 어깨 아래까지 기른 머리를 질끈 묶고 인도 악기 시타르를 연주하는 보헤미안적인 시인이 부천시청 공무원이란 직책을 가졌다니, 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조합’은 아니다. 퇴근 후에야 창작활동이 가능했던 그는 등단한 지 10년이 다 된 2004년에야 뒤늦게 첫 시집 ‘죽음에 이르는 계절’을 펴냈다. 최근 출간한 ‘천문(天文)’은 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신작 시집을 펴낸 그를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났다.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색채가 짙은 이번 시들은 생경한 한자 조어, 비문, 경전을 연상시키는 문체를 빌려 유려하면서도 고답적인 스타일을 빚어낸다. 그는 “상대적으로 서정과 감성의 테두리 안에 있었던 전작들에 비해서 확실히 이번 시집은 전환의 기점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환은 두 가지 점에서 이뤄졌다. 우선 경험적이고 파생적인 문제 대신 ‘불명확한 세상의 기원 찾기’라는 보다 근원적이고 추상적인 문제를 파고들었다. ‘천문’이란 제목도 ‘인문(人文)’에 대비되는, ‘우주적인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시들이 가지고 있던 구조적 질서를 해체한 스타일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부인이 괄태충처럼 사라질까봐 두렵다/그는 이러한 종류의 산문과 운문을 생의 모든 부분에서 반복했다/회색이 만든 아름답고 슬픈 시대/내가 그대에게 하루에 하나씩의 문밖을 던지는 것에 아직 방문객이 없던 시절/그늘을 잃었고 그날의 그림자를 모두 잃었다/괄태충처럼 사라질까봐 두렵다’(‘고전주의자의 성’) 이 같은 모호성에 대해 시인은 “불확정적인 세계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난해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오히려 쉽다”고 말했다. “현대시는 음악이나 그림을 감상하듯 그저 뉘앙스를 읽어내면 되는 것 같아요. 음악이나 그림을 감상할 때 의미부터 분석하려 들진 않잖아요. 뉘앙스가 쌓인 뒤에 남는 것이 ‘의미’인 것이지, 정답은 없어요. 단지 관점만 있을 뿐이죠.” 첫 시집을 출간한 뒤부터 그는 전업시인으로 지내고 있다. 악기 연습 외에는 ‘대부분 독서와 글쓰기로 이뤄진 극히 단조로운 하루’를 보낸다. 스피노자, 니체 등 인문철학서의 열독자로서 그의 독서 체험은 상당 부분 시작(詩作)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면모는 시집에 빈번히 등장하는 ‘고전주의자’란 칭호나 수도승을 연상시키는 문장들과 잘 어울린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실험적인 시를 쓰면서 고전주의자이길 자청한다. ‘세상과 대면하는 스스로의 태도를 엄격화하는 것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모든 것이 ‘별이 빛나는 창공’처럼 확실했던 고전주의자의 태도를 갖고 있기에 오히려 불명확하고 어지러운 근대 이후 세계의 혼란을 잘 포착할 수 있는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모호함과 혼란으로 가득찬 이 세계에 선 고전주의자의 역설적 고민. 그의 시를 읽는 첫걸음을 여기서부터 떼도 좋을 것 같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황석영-조경란-권지예 등아직은 밤샘작업이 대세신경숙 등 이른 아침 선호김훈 등 출퇴근형 느는 추세 작가들의 집필 장면을 떠올려 보자. 적요하고 어두운 밤, 헝클어진 머리를 뜯으며 종이를 구기고 있는 모습이 연상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생활환경이 변하면서 작가들의 작업 방식도 바뀌고 있다. 문학동네 조연주 차장은 “예전에는 밤새 꼬박 작업하고 오전에 잠을 청하는 작가가 대부분이었지만 창작촌이 늘어나고 작업실을 갖는 작가들이 생기면서 이런 경향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작가들의 작업시간은 회사나 가사와 병행해야 하는 경우, 마감이 닥친 경우 등 때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개인의 성향에 따라 주로 선호하는 시간대가 있다. 한국 작가들의 주요 작품들은 하루 중 어느 때 탄생할까.○ 직장인보다 부지런한 ‘아침형 작가’ 아침형 작가들은 직장인들보다 더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3, 4시면 이들은 이미 책상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스스로를 “새벽형 체질”이라고 말하는 소설가 신경숙 씨는 최근 장편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오전 3시부터 9시까지 썼다. 윤성희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웹진 나비에 ‘구경꾼들’을 연재하면서 주로 새벽녘 작업을 시작해 오전 6시경이면 대충 집필을 마쳤다. 아침식사를 한 뒤 오전에 퇴고를 하고 작품을 편집자에게 보내는 식이다. 이들은 저녁 이후 시간대를 가능한 한 단순화하고 일찍 잠을 청했다. 이 작가들이 새벽과 이른 아침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늦어도 오전 6시면 집필을 시작하는 소설가 오현종 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밤에는 피로, 잡념 때문에 집중이 떨어진다”며 “맑은 정신으로 짧은 시간 집중하기에 이른 아침이 좋다. 소설을 쓰면서 오히려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설 노동자, ‘출퇴근형 작가’ 통념과 달리 작가들은 시간 관리에 엄격하다.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탓에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느슨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최근 늘어나는 출퇴근형 작업 방식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작업실을 따로 마련한 작가들은 대부분 오전 9, 10시부터 오후 7, 8시까지 정해진 시간에 작업을 진행한다. 소설가 김훈 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오전 9시 전까지 산책과 아침 식사를 마친 뒤 경기 고양시 일산의 작업실로 출근해 오후 8시경 작업을 마친다. 얼마 전 신작 ‘재와 빨강’을 출간한 소설가 편혜영 씨도 이런 유형. 7년여간 직장생활을 했던 그는 늦어도 오전 9시부터는 작업을 시작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편 씨는 “오전에는 활자를 읽으면서 문장 감각을 익히고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집필한다”고 말했다. 다작(多作)의 소설가 김탁환 씨도 경기 파주시의 작업실로 출퇴근하며 하루 8시간 동안 원고를 쓰는 자칭 ‘소설 노동자’다. 젊은 소설가 정한아 씨, 김경주 시인도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과 흡사하게 하루를 보낸다. 김경주 시인은 “생활 리듬과 건강을 염두에 두면서 직장인들보다 더 철저하게 하루를 관리하는 작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 올빼미형 및 기타 유형의 작가들 가장 흔한 유형은 ‘올빼미형’이다. 소설가 황석영, 조경란 씨 등은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는 대표적인 작가들. 낮 시간에 모임을 비롯해 대외 활동을 하는 황 작가의 경우 조용한 밤 시간대를 이용해 작업하고 오전에 잠을 청하는 야행성이다. 그 시간대가 조금씩 늦춰지다 어느새 ‘아침형 인간’(?)이 될 때도 있다. 주로 밤샘 작업을 하는 소설가 조경란 씨는 밤새 작업한 뒤 낮에 자기 때문에 보통 오후 2, 3시 전에는 휴대전화가 꺼져 있다. 집안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야간작업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소설가 서하진, 김종광 씨 등은 “가족이 귀가를 마치고 모두 잠든 후에야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자정을 넘겨 작업하게 된다”고 말한다. 드물게는 회사 생활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 몰아서 글을 쓰는 ‘벼락치기 유형’도 있다. 대학 교직원으로 근무하는 소설가 조현 씨는 “평일에는 집필 시간을 확보하기 힘들다”며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집필해서 일요일 오후 전에 끝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룸 출판사의 정은영 주간은 “소설은 노동의 측면이 강한 데다 장편은 몇 달씩 집중해 써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 동안 계획적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많은 작가가 번잡함, 외부 접촉이 덜한 밤 시간대를 선호하는 경향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화제의 뉴스]}
작가들의 집필 장면을 떠올려보자. 적요하고 어두운 밤, 헝클어진 머리를 뜯으며 종이를 구기고 있는 모습이 연상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생활 환경이 변하면서 작가들의 작업 방식도 바뀌고 있다. 문학동네 조연주 차장은 "예전에는 밤새 꼬박 작업하고 오전에 잠을 청하는 작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창작촌이 늘어나고 작업실을 갖는 작가들이 생기면서 이런 경향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작가들의 작업시간은 회사나 가사와 병행해야 하는 경우, 마감이 닥친 경우 등 때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개인의 성향에 따라 주로 선호하는 시간대 있다. 한국 작가들의 주요 작품들은 하루 중 어느 때에 탄생할까. ●직장인보다 부지런한 '아침형 작가' 아침형 작가들은 직장인들보다 더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3~4시면 이들은 이미 책상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스스로를 "새벽형 체질"이라고 말하는 소설가 신경숙 씨는 최근 장편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새벽 3시부터 오전 9시까지 썼다. 윤성희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웹진 나비에 '구경꾼들'을 연재하면서 주로 새벽녘 작업을 시작해 오전 6시경이면 대충 집필을 마쳤다. 아침식사를 한 뒤 오전 중 퇴고를 하고 작품을 편집자에게 보내는 식이다. 이들은 저녁 이후 시간대를 가능한 단순화시키고 일찍 잠을 청했다. 이들 작가들이 새벽과 이른 아침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늦어도 오전 6시면 집필을 시작하는 소설가 오현종 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밤에는 피로, 잡념 때문에 집중이 떨어진다"며 "맑은 정신으로 짧은 시간 집중하기에 이른 아침이 좋다. 소설을 쓰면서 오히려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설 노동자, '출퇴근 형 작가' 통념과 달리 작가들은 시간관리에 엄격하다.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탓에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느슨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최근 늘어나는 출퇴근형 작업 방식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작업실을 따로 마련해둔 작가들은 대부분 오전 9, 10시부터 오후 7, 8시까지 정해진 시간 안에 작업을 진행한다. 소설가 김훈 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오전 9시 전까지 산책과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일산의 작업실로 출근해 오후 8시 경 작업을 마친다. 얼마 전 신작 '재와 빨강'을 출간한 소설가 편혜영 씨도 이런 유형. 7여년간 직장생활을 했던 그는 늦어도 오전 9시부터는 작업을 시작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 편 씨는 "오전 중에는 활자를 읽으면서 문장 감각을 읽히고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집필 한다"고 말했다. 다작(多作)의 소설가 김탁환 씨도 파주의 작업실로 출퇴근하며 하루 8시간 동안 원고를 쓰는 자칭 '소설 노동자'다. 젊은 소설가 정한아 씨, 김경주 시인도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과 흡사하게 하루를 보낸다. 김경주 시인은 "생활 리듬과 건강을 염두에 두게 되면서 직장인들보다 더 철저하게 하루를 관리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올빼미형 및 기타 유형의 작가들 가장 흔한 유형은 올빼미형이다. 소설가 황석영, 조경란 씨 등은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는 대표적인 작가들. 낮 시간에 모임을 비롯해 대외활동을 하는 황 작가의 경우 조용한 밤 시간대를 이용해 작업하고 오전 중 잠을 청하는 야행성이다. 그 시간대가 조금씩 늦춰지다 어느새 아침형 인간(?)이 될 때도 있다. 주로 밤샘 작업을 하는 소설가 조경란 씨는 밤새 작업한 뒤 낮에 자기 때문에 보통 오후 2, 3시 전에는 휴대전화가 꺼져 있다. 집안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야간작업을 택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소설가 서하진, 김종광 씨 등은 "가족들이 귀가를 마치고 모두 잠든 이후에야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자정을 넘겨 작업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드물게는 회사 생활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 몰아서 글을 쓰는 '벼락치기 유형'도 있다. 대학 교직원으로 근무 중인 소설가 조현 씨는 "평일 중에는 집필 시간을 확보하기 힘들다"며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집필해서 일요일 오후 전에 끝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룸 출판사의 정은영 주간은 "소설은 노동의 측면이 강한데다 장편은 몇 달씩 집중해 써야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 계획적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많은 작가들이 번잡함, 외부 접촉이 덜한 밤 시간대를 선호하는 경향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박선희기자 teller@donga.com [화제의 뉴스]}

마흔의 나이에 ‘나목’으로 등단한 뒤 한국의 대표작가로 우뚝 선 소설가 박완서 씨. 6·25전쟁 때 가족을 잃은 아픔이 글을 써야겠다는 동기로 이어진 뒤 당시의 전쟁체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과 한국사회의 세태와 일상을 담은 풍속소설들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그런데 작가생활도 결혼생활처럼 풍파 없이 순탄한 길을 걷던 1988년, 그는 남편과 막내아들을 석 달 간격으로 잃는 크나큰 아픔을 겪었다. 박 씨는 자전소설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에서 이처럼 작가의 생애를 휘감고 간 여러 사건들을 유년기부터 최근까지 담담하게 되짚었다. 박완서 윤후명 양귀자 등 우리 시대 대표 작가 아홉 명의 자전소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이들을 문학의 문턱으로 들인 사건과 한 작가의 세계관 배후에 어린 개인사를 접하면서 문학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과식의 종말/데이비드 A 케슬러 지음/이순영 옮김/350쪽·1만5000원/문예출판사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사람 수에 맞게 음식을 주문하면 양이 넘친다. 두 사람이 함께 먹어도 넉넉한 양을 1인분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먹음직스러운 음식의 향연에 굴복해 디저트까지 말끔히 해치운 뒤 과식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편을 택한다. “이제는 그만 먹어야겠어”라며 테이블 한쪽으로 과감히 밀어둔 음식을 몇 분이 흐른 뒤 다시 끌어당겨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도 있다. 이렇게 음식 앞에서 통제력을 잃고 식탐을 과시하는 이들이 모두 과체중인 것은 아니다. 날씬하고 매력적인 몸을 가진 이도 많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몸이 필요로 하는 이상을 먹고 있으며 맛있는 음식에 필요 이상 관심과 몰입을 보인다. 치료가 필요한 섭식장애는 아니지만, 일단 먹으면 멈출 수 없고 포만감을 느낀 뒤에도 계속 먹으며 언제나 음식에 대해 생각한다. 갈릭 스테이크 피자나 칠리 치즈 프렌치프라이, 오렌지 벨벳 컵케이크에 대해. 문제는 많은 현대인이 이런 증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전직 미국식품의약국(FDA) 국장이었던 저자는 현대인들이 만성적으로 겪는 탐욕스러운 식탐 문제를 파헤치고 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다양한 취재와 자료를 활용해 과식을 둘러싼 생물학적 메커니즘과 이를 이용하는 식품업계의 전략을 분석했다. 저자가 지목하는 과식의 주범은 설탕 지방 소금이다. 이 세 가지가 적절한 비율로 섞였을 때 음식은 자극적이 된다. 설탕 지방 소금의 조합은 더 많은 설탕과 지방과 소금을 부른다. 이유는 뉴런의 화학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고당분 고지방 고염분 음식을 먹으면 이들이 내는 ‘감칠맛’이 뇌의 기본 세포인 뉴런을 자극한다. 뉴런은 보상을 주는 음식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다른 뉴런들과 정보를 주고받는데, 이렇게 감칠맛에 ‘인코딩(부호화)’되는 과정을 겪고 나면 이후 이 맛에 더 강렬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식품업체들이 이런 중요한 발견을 놓칠 리 없다. 이를 활용해 끊임없이 신메뉴를 개발하고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소비자들은 그 음식이 이런 성분들의 집적으로 구성된 것인 줄 알지 못한 채 식품업계와 외식업계가 주입한 만족감과 쾌락을 누리게 된다. 그것은 영양의 섭취나 포만감과는 큰 상관이 없다. 과잉 섭취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평소에 먹던 식사량의 절반만 먹어보자. 십중팔구는 그 양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 이상은 포만감이 아니라 보상을 위해 먹는 것이다. 앞에 놓인 음식만으로 포만감을 느끼는 데 충분하다고 믿는다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 저자는 “과식을 조장하는 마케팅과 광고,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많은 양의 음식,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고염분, 고지방, 고당분 음식들에 분노를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도처에 음식이 있고, 1인분의 양이 점점 많아지고, 업계의 마케팅에 끊임없이 노출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과식의 위험에 빠지고 있다. 욕망의 주입은 외부에서 이뤄지지만 선택은 결국 개인에게 달려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