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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지로 이름난 경북 경주시의 한 대형 리조트에는 지난주부터 ‘행사 취소’를 통보하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메르스 공포가 본격적으로 번지면서 각 학교와 기업이 단체 행사를 속속 취소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경기지역 학교 3, 4곳이 이번 주부터 차례로 수학여행을 올 예정이었지만 없던 일이 됐다. 영남지역 대학의 학생 행사도 여러 건 무산됐다. 경주뿐 아니라 설악산 같은 수학여행지의 리조트나 대형 숙박업소마다 취소와 연기 통보가 이어지고 있다. 한 리조트 관계자는 “5, 6월에 전국 학교의 1학기 수학여행이 집중되는데 이번 달은 단체영업을 거의 포기한 상황”이라며 “취소 전화가 너무 많다 보니 이젠 예약 담당 전화를 받기조차 겁이 날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관광·숙박 분야에 대형 악재가 찾아왔지만 업계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답답함만 호소하고 있다. 전통문화 체험과 숙박시설로 학생들이 많이 찾는 전북 전주시 전주전통문화관 역시 이달 방문을 약속했던 학교 약 70곳이 모두 예약을 취소했고 다음 달에 잡혀 있던 일정도 90% 이상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전주전통문화관 관계자는 “교육당국이 조심하라는 공문을 학교에 보내면 그 순간 대규모 학생 행사는 불가능해진다”며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와 비슷한 상황인데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허탈해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3개월가량 방문객의 발길이 끊겼던 ‘악몽’을 떠올렸다. 단체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 업계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울지역의 대형 관광버스 업체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예약 취소 전화가 이어지면서 이번 달에 잡힌 수학여행과 단체여행은 거의 100% 취소됐다”며 “메르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3일에는 전날까지만 해도 예정대로 가겠다던 학교가 수학여행 당일 아침에 못 간다고 연락하더라”라고 전했다. 보통 할부금과 보험료 등으로 매달 차량 한 대당 200만 원이 넘는 돈이 나간다. 단체여행이 많은 봄과 가을 성수기 때 벌어들인 수입으로 1년을 버티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봄철 영업 실적이 바닥에 머물면서 작은 업체들은 버티기 힘들어졌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달리 메르스 사태는 지금도 확산되고 있고 외국인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광 산업에 미치는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철원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피해가 일시적이었고 애도 분위기 때문에 관광 산업이 위축된 일이었지만 메르스는 집객 효과가 있는 행사 전반에 직접 영향을 준다”며 “안전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관광 산업에 장기적으로 미칠 악영향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수제과자점 직원 임모 씨(24)는 “주말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평소보다 매출이 60% 정도 줄어 세월호 참사 때보다 나쁜 상황”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중국인 관광객을 국내 성형외과에 소개한 뒤 고액의 수수료를 챙긴 불법 성형브로커들이 대거 적발됐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부장 이철희)는 중국인 관광객을 모집해 국내 성형외과에 소개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불법 브로커 106명을 붙잡아 7명을 구속 기소하고 9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은 아직 검거하지 못한 중국 현지 브로커 등 14명의 소재도 쫓고 있다. 이와 함께 의사에게 명의를 빌려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면서 불법 브로커로부터 고객을 소개받은 2명도 구속 기소됐다. 이들에게 이름을 빌려 준 의사 7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번에 기소된 장모 씨(32·중국) 등 브로커 106명은 외국인 환자 유치업 등록을 하지 않고 중국인들을 국내 성형외과에 소개한 뒤 수술비의 30¤60%를 수수료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받은 수수료는 확인된 금액만 24억 1500여만 원에 이른다. 대부분 중국인이거나 중국에서 귀화한 한국인인 브로커들은 중국 현지 유흥주점이나 미용실 등을 직접 찾아가 환자를 모집하거나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고객을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인 유학생이 아르바이트 삼아 브로커 노릇을 한 경우도 있었다.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며 국내 병원에 고객을 알선하던 브로커가 아예 국내로 진출해 직접 성형외과를 운영한 사례도 확인됐다. 검찰이 추적 중인 중국 현지 브로커 장모 씨(36·여)는 중국의 고급 휴양시설에서 성형 박람회를 열어 고객을 모은 뒤 국내 성형외과에 소개했다. 그는 중국인 고객으로부터 수술비를 실제의 5¤10배까지 부풀려 받아 국내 병원에는 실제 수술비만 지급하고 차액은 자신이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장 씨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국에서 귀화한 한국인 곽모 씨(41)와 짜고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명의를 빌린 뒤 인천에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개설해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곽 씨와 함께 8억 원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검찰은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성형외과들이 불법 브로커에게 높은 수수료를 주고 고객을 유치하면서 의료비가 뛰고 의료사고 위험도 커져 국가 이미지 실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3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번에 적발된 무등록 브로커들뿐만 아니라 당국에 정식으로 등록된 외국인 환자 유치업체들도 과도한 수수료를 받는 것 등을 제재할 법적 장치가 없다며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성화 봉송 행사로 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신촌로 양화로 교통이 일부 통제된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 10분까지는 마포구 합정역에서 이대역까지의 양화로와 신촌로 하위 2개 차로를, 4시 40분부터 5시까지는 광화문삼거리에서 서울시청 앞까지의 세종대로 하위 2개 차로를 통제한다고 7일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정보 안내전화(02-700-5000).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놀이공원, 마스크와 손 청결제가 품절된 대형마트, 준비된 자리를 다 채우지 못한 결혼식과 돌잔치. 메르스 확진자가 64명까지 늘어난 주말 대한민국 곳곳의 풍경이다.○ “놀이공원에 사람이 너무 적어서 안심”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는 휴일의 놀이공원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썰렁했다. 휴일엔 두 시간은 기다려야 탈 수 있는 놀이기구 ‘아틀란티스’의 대기시간은 20분에 불과했다. 비수기 평일에도 못 미치는 이용객이 들었다는 게 롯데월드의 설명이다. 경기 고양시에서 온 이건형 씨(44)는 “메르스 때문에 사람이 안 올 것 같아서 와봤다”며 “너무 적어서 오히려 안심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전국적인 상황도 비슷했다. 6일 속리산국립공원 법주사 지구를 찾은 탐방객은 1000여 명에 그쳐 2000∼3000명이 몰리는 평소 주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경기 고양시 행주산성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50·여)는 이날 “손님이 3분의 1로 줄었는데 주변 음식점도 다 그렇다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도심에서도 백화점과 영화관처럼 사람이 몰리는 곳의 방문객 감소가 뚜렷했다. 6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백화점에는 층마다 마스크를 낀 손님 대여섯 명이 돌아다닐 뿐이었다. 한 의류 매장 직원은 “주말엔 아이 손잡고 나들이 겸 쇼핑하는 손님이 많았는데 오늘은 전혀 없다”며 “말을 걸어도 마스크를 쓴 채 ‘알아서 보고 갈게요’라고 말하는 손님이 늘어 난감하다”고 전했다.○ 한 번뿐인 결혼식·돌잔치에도 여파 영화관은 관객 감소가 통계로도 확인됐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5일)과 토요일(6일) 영화 관객 수는 101만3000여 명으로 약 121만9000명이던 일주일 전에 비해 20만 명 가까이 줄었다. 개인위생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대형마트에서는 마스크와 손 청결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결혼식과 돌잔치 같은 가족행사 역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6일 서울 송파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결혼식은 지방에서 오기로 한 하객들이 메르스 때문에 상경을 포기해 준비된 좌석의 3분의 2가량만 채운 채 진행됐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예식장에서 결혼한 김모 씨(33)도 “‘메르스 때문에 직접 못 가고 축하의 마음만 전한다’고 양가에 일찌감치 알려온 하객이 적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7일 돌잔치 하객 임민영 씨(28·여)는 “잔치 장소 입구에 소독기까지 설치됐지만 손님은 절반밖에 안 왔더라”며 안타까워했다.○ 한적한 장소 찾고 집에서 TV 보고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피하면서 주말을 즐기는 모습도 목격됐다. 6일 오후 10시경 서울 종로구 북악산 팔각정 입구는 서울 야경을 보러 온 연인들의 차로 북적였다. 이곳을 찾은 박모 씨(29·여)는 “갈 곳이 많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여기로 오자고 했다”며 “사람들과 떨어져 야경을 즐길 수 있어 요즘 같은 때 최적의 데이트 장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집에 머물며 TV를 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TV 시청률은 소폭 상승했다. 전체 TV 시청률은 지난달 26, 27일 평균 30.6%였지만 메르스 공포가 확산된 뒤인 이달 2, 3일은 평균 31.5%로 0.9%포인트 상승했다. 지상파 방송국 토요일 시청률의 합계도 5월 30일 20.4%에서 6월 6일 22.2%로 올랐다.▼ 서울시 ‘공채 필기시험’ 13일 예정대로 ▼한편 서울시는 13일 열리는 ‘2015년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을 예정대로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시험엔 총 2284명 선발에 13만515명이 응시해 평균경쟁률 57.1 대 1을 기록했다.김도형 dodo@donga.com·이새샘·김배중 기자}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은 한국에 메르스가 발생했지만 광주의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개최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고 공식발표했다. 2015하계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광주U대회) 조직위원회는 “연맹이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대회 개최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고 7일 밝혔다. 성명은 광주U대회 조직위를 비롯해 대회 참가 의사를 밝힌 세계 142개 국가에 5일 발송됐다. 연맹은 로렌스 링크 연맹 의무분과위원장(75·미국 의사) 명의 성명을 통해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보고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바이러스성 호흡기질환”이라며 “메르스는 밀접한 접촉을 하지 않는 한 전염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맹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한국 메르스 상황을 과학자·의료진과 협력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한국 입국검열은 물론 여행, 무역제한 권고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연맹은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가 개최 당시 사스가 발병했지만 적극 대처해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무리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음달 3일부터 14일까지 광주, 전남·북 지역 경기장 37곳에서 열리는 광주U대회에 참가의사를 밝힌 곳은 142개 국가 선수·임원 1만 3335명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성화 봉송 행사로 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신촌로 양화로 교통이 일부 통제된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 10분까지는 마포구 합정역에서 이대역까지의 양화로와 신촌로 하위 2개 차로를, 4시 40분부터 5시까지는 광화문삼거리에서 서울시청 앞까지의 세종대로 하위 2개 차로를 통제한다고 7일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정보 안내전화(02-700-5000)와 교통정보센터 홈페이지(www.spatic.go.kr), 스마트폰 앱(서울교통상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타짜’와 ‘살인의 추억’ 등을 제작한 차승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55·사진)가 수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 교수가 수사 도중 사업차 중국에 가야 한다며 현직 국회의원의 신원보증을 받아 출국 금지를 해제 받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3일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차 교수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 등을 지내기도 한 차 교수는 서울 마포구 A사단법인에 지원된 국고보조금 가운데 수억 원을 다른 영화계 인사들과 공모해 횡령·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법인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인력공단의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사업으로 35억 원가량을 지원 받았다. 상당수 영화 제작 인력이 열악한 근로여건에서 일하는 가운데 교육·훈련을 지원하려 투입한 국가 예산이다. 경찰은 이 법인이 사업 초기 교육 장비 등을 사는 과정에서 차 교수가 일부 중고물품의 가격을 부풀려 차액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교수 측은 문제가 되고 있는 구매비 차액은 이미 돌려줬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경찰은 곧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차 교수와 친분이 있던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신원보증을 서 차 교수의 출국 금지 해제를 도왔던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차 교수를 수사하며 2월 12일부터 출국을 금지했다. 이후 매달 세 차례에 걸쳐 이를 연장했는데 4월 14일 차 교수가 사업차 중국을 방문해야 한다며 진 의원의 신원보증을 첨부해 경찰에 출국 금지 해제를 요청한 것이다. 결국 실제로 출국 금지 조치가 풀렸고 차 교수는 중국에 다녀왔다. 복수의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신원보증까지 서면서 출국 금지가 해제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차 교수와 진 의원은 2013년 12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당시 의원)의 북콘서트를 함께 진행한 바 있다. 또 차 교수는 진 의원이 비례대표로 당선된 19대 총선 당시 새정치연합(당시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후보 추천 심사위원을 지냈다. 차 교수는 최근 통화에서 “수사 진행 상황을 잘 모르고 입장을 밝히고 싶지도 않다. 진 의원과는 잘 모른다”고 답했고 이후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신원보증과 관련해 진 의원 보좌관은 “사업상 어려움이 있다는 사정을 알고 도운 것으로 알고 있다. 의원실에는 종종 신원보증 민원이 들어오며 (이번 출금 해제 신원보증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김민 kimmin@donga.com·김도형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계속 늘면서 감염에 대한 공포가 퍼지는 가운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무분별한 괴담이 번지고 있다. 29일 SNS에는 ‘당분간 ○○병원 가지 마라. ○○병원 ICU(중환자실) 폐쇄됐다고 하니, 혹시나 병원 근처엔 안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접촉만으로도 감염된답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긴급재난1호 상황이라고 실시간 뉴스 뜬답니다’ 등의 말들이 돌고 있다. 한편에서는 ‘환자가 간 병원은 모두 폐쇄시켜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직장인 변모 씨(32)는 “상식적으로 봐도 에볼라처럼 치명적인 질병은 아닌 것 같지만 병원 이름까지 명시한 글이 도는 것을 보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해당 병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6번째 환자가 입원했던 A병원 관계자는 “중환자실은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메르스 환자를 치료한 감염내과 의료진이 격리 중이라 의료진의 공백이 생겨 해당 과의 환자만 중환자실에 올 수 없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6번째 환자가 10여 분간 응급실에 머문 B병원 관계자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모두 정상적으로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며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은 즉각 자가 격리에 들어갔으며 현재 의심 증상은 없다”고 말했다. 첫 번째 환자가 입원했던 C병원 관계자는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이 발열 등의 증세가 없다. 외래나 입원 환자들도 큰 동요 없이 정상적으로 병원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근거 없는 괴담이 정작 치료가 급한 응급환자의 병원 접근을 막는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민병선 bluedot@donga.com·김도형 기자}

미국 동부 사립 명문대를 졸업한 한국인 유학생 A 씨(23·여)가 유학 4년간 쓴 총비용은 30만5600달러(약 3억3800만 원)에 이른다. 최근 뉴욕·뉴저지 지역의 한인 신문이 유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비를 뺀 한 달 비용(아파트 렌트비+생활비)이 ‘2000달러(약 221만 원) 이상 든다’는 대답이 38%로 가장 많았다. 4년이면 9만6000달러(약 1억630만 원). 응답자의 절반 이상(52%)은 유학비용 전액을 부모님이 지원한다고 답했다. A 씨처럼 미국에서 공부한 유학생들은 현지 취업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보 부족, 미국 취업시스템에 대한 오해와 무지, 취업비자 문제 등으로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비싼 돈을 들여 공부하고도 미국 취업에 실패해 ‘빈손 귀국’을 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 취업시장에선 유학 경험이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조직 적응 능력 부족’ 등의 선입견에 시달리며 이중고, 삼중고를 겪기도 한다. ▼ 美 현지취업 ‘바늘구멍’… 한국기업 유학생 우대도 옛말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대를 갓 졸업한 유학생 K 씨(24·여)는 요즘 마음이 무척 심란하다. 사회과학도인 그는 최근 1년간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 회사 취직의 문’을 두드려 봤지만 그때마다 좌절감만 맛봤다. 인턴십 제도를 통해 상시 채용을 하는 미국 기업들로부터 1차 면접의 기회를 잡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한국계 미국인(미 시민권자) 친구들의 취업 소식을 전해 들을 때면 속이 더욱 쓰렸다. ‘경영학도 J는 합격한 회사로부터 입사 축하금조로만 2만 달러를 받았다더라’ ‘회계학 전공인 L은 대형 금융회사에서 초봉 7만 달러로 시작한다더라’ 등등. K 씨는 “졸업 후 1, 2년 정도 자유롭게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한 뒤 취직하겠다고 말하는 미국 친구들이 더 부럽다. 나는 학생비자(F-1)가 만료되면 불법 체류자가 되고 미국에 남아 있을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K 씨는 결국 올여름 귀국해 한국 대기업들의 하반기 공채 시장에 도전하겠다며 진로를 바꿨다. 그는 “학비와 생활비 등으로 4년간 2억 원이 넘게 들었다. ‘미국 와서 돈만 쓰고 간다’는 자책감을 떨치기 어렵다. 힘들게 뒷바라지해 주신 부모님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따르면 학생비자나 직업교육비자(M-1)로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은 지금 8만7384명에 이른다. 이들이 연간 미국에 지불하는 각종 비용은 23억 달러(약 2조5500억 원·미 상무부 추산)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미국에서 전공 분야에 맞는 직장 취직’을 꿈꾸지만 대학 문을 나서면서 K 씨 같은 아픔을 겪는 경우가 많다. 미국 유학행 비행기에서 꿈꾸던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는 길은 너무도 멀고 험난하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졸업 후 취업 전선에서 좌절하는 유학생들 미국 취업 컨설팅 전문가인 남광우 코에드그룹 대표는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는 정치학 사회학 심리학 인문학에 대한 인기가 많지만 미국에선 취업하기 어려운 전공”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미국 전문취업비자(H-1B)는 일자리와 공부한 내용(전공)이 일치하지 않으면 발부되지 않고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분야 일자리엔 외국 유학생들을 고용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정치학 전공자가 금융기관에 입사하는 등 전공과 일자리가 판이한 경우가 종종 있지만 미국에선, 특히 유학생은 그런 기대를 해선 안 된다는 얘기였다. 최근엔 취업에 유리하다는 실용적 학문을 전공한 유학생도 미국 일자리를 잡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부 명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Y 씨(25·여)는 H-1B 비자와 영주권 획득을 후원해(스폰서)줄 미국 대형병원을 찾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작은 클리닉에서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유학생이 졸업 후 현장실습을 할 수 있도록 1년간 미국 체류를 허락하는 제도)를 활용해 1년간 일했다. 클리닉 원장은 당초 “열심히 일하면 1년 뒤 비자와 영주권 후원을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이 지나자 ‘근무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며 사실상 해고를 통고했다. Y 씨는 “‘싼 임금으로 착취당했다’는 생각에 너무 분했지만 OPT 허용 기간이 끝나는 7월 말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무조건 귀국 보따리를 싸야 한다”고 말했다. Y 씨는 ‘미국 합법 체류’를 위한 대학원 진학 준비를 시작했다. 미국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8년(일반대학 4년+치과전문대학원 4년)을 공부한 S 씨(29)도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비자와 영주권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나서는 일부 중소형 병원들은 ‘적은 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S 씨는 “내가 언제든 ‘불법체류자 치과의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걸 그들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황하는 S 씨가 요즘 주위에서 많이 듣는 ‘거북한 조언’은 “시민권자 여자와 연애해서 결혼하라”는 것이다. 신분 불안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지만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이토록 어려운 취업 관문을 넘어 좋은 회사의 정식 직원으로 취직이 됐는데도 H-1B 비자 추첨에서 운 나쁘게 탈락해 어쩔 수 없이 퇴사하는 한국인도 속출한다. 미국이 외국 국적의 전문직을 위해 해마다 새로 내놓는 H-1B 비자는 8만5000개인데 보통 ‘3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인다. 무작위 추첨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운에 인생을 맡기는 독특한 구조’다. 한국에서 세무회계학을 전공한 J 씨(27)는 미국 대학에 편입학한 뒤 지난해 굴지의 금융회사에서 인턴십을 끝내고 정규 입사 제의를 받았지만 이 추첨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결국 입사가 좌절됐고 J 씨는 요즘 귀국이냐, 대학원 진학이냐를 놓고 마음을 졸이고 있다.한국과 다른 미국 취업 시스템에 대한 무지와 오해 미국 취업 컨설턴트들은 한결같이 미국 취업 시스템에 대해 “학부모도 유학생도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말한다. 한국 출신 학생들이 국내에서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가면 취업 걱정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아이비리그(동부지역 8대 명문대학) 가면 고민 끝’이라고 오해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간판 좋은 대학’에 가는 데만 골몰하면서 ‘졸업 후 취업’을 위한 전공 선택이나 인턴십, 신분 유지(비자) 문제 등엔 제대로 고민하거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학교 때 미국 명문 사립기숙학교(보딩스쿨)로 유학 와서 좋은 성적으로 아이비리그의 한 대학에 합격해 심리학을 전공한 M 씨(27)가 대표적 사례. 그는 4학년이 돼서야 취업이 용이한 재무 관련 공부를 하고 자격증도 땄다. 금융회사에 취직하려 하니 당초 전공(심리학)이 직무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H-1B 비자 신청 불가’ 판정을 받았다. 결국 M 씨는 취업문을 두드리는 대신 재무 관련 대학원으로 진학해 2년간 더 공부해야 했다.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이비리그의 한 로스쿨로 유학 온 L 씨(35)도 ‘변호사 자격증만 따면 장밋빛 인생이 열릴 것’이란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원했던 미국 대형 로펌엔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요즘 그는 소규모 한인 변호사 사무실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코에드그룹이 한국 유학생 1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 졸업 후 정착 예정지로 한국을 고른 대학생들은 10명 중 1명(9.9%)에 불과했다. 그리고 대부분(92.4%)이 전공 관련 분야에서 취업하기를 원했다. 즉 ‘미국에서 전공 분야에서 취업하고 싶다’는 의견이 대세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전공이 미국에서 취업이 가능한지, 그리고 취업이 잘되는지부터 살펴보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런데 이들의 전공 선택은 취업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미국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딴 이른바 ‘스템(STEM)’ 전공자에게 상당한 특혜를 주는 나라다. H-1B 비자 승인의 10대 직종 중 대부분이 스템 분야 직종이다. 대학 졸업 후 ‘합법적인 현장실습 기간’인 OPT도 스템 전공자는 다른 전공자(1년)의 3배에 가까운 29개월이다. H-1B 비자 추첨에 최소 3회는 응모할 수 있기 때문에 당첨 확률이 훨씬 높고 그래서 미국 기업들도 ‘비자 탈락’에 대한 부담 없이 스템 전공자들을 채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 취직하려면 영어보다 컴퓨터 언어나 수리 언어에 능통해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유학생들이 영어를 미국인보다 잘하기는 어려워도 컴퓨터나 숫자(재무회계) 다루는 일엔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유학생 중 스템 전공자는 19%에 불과하다. 아시아 국가 출신 유학생 평균(42%)의 절반도 안 되고 미국 내 전체 유학생 평균(37%)에도 한참 못 미친다. 한국 같은 대규모 공채가 없는 미국에선 3학년에서 4학년으로 넘어가는 여름방학 때 ‘좋은 인턴십’을 하는 것이 취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 미국 기업들은 학점이나 자격증 같은 스펙보다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졸업을 늦춰서라도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을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대처하지 못하는 ‘무대책’ 유학생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 현지 취업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유학생들 중에선 비싼 학비와 생활비를 1학기라도 덜 내기 위해 ‘조기 졸업’을 하는 데 사활을 걸거나 방학 때 푼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재미동포인 Y 씨(56·의사)는 “아시아인은 공부에 올인(다걸기)해도 백인을 따라잡기가 어렵다. 부모 처지에선 ‘학비 버는 자녀’가 기특할지 모르지만 소탐대실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선택을 했다가는 공부도 제대로 못 하고, 취업에 필요한 인턴십이나 경력도 못 쌓게 된다는 설명이다. Y 씨는 “아시아계 학생이 백인 학생과 경쟁하려면 결국 부모의 강력한 뒷받침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영어보다 컴퓨터 언어”… S-T-E-M으로 취업문 뚫어라 ▼한국 기업에서도 미국 유학생 기피 10년 전만 해도 미국 유학생들은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통했다. 미국 학위만 있어도 기업이나 대학에서 우대받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 내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고국으로 유턴한 유학생들의 ‘취업 가시밭길’은 국내에서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서울 중위권 대학을 다니다가 이른바 ‘취업용 스펙’을 높이기 위해 미국에서 금융경제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N 씨(26·여). 그는 “미국에선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귀국했지만 한국 기업 맞춤형 입사 준비를 못해서 그런지 인·적성 시험이나 필기시험에서 계속 낙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서부의 명문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K 씨(25)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 대학을 돌아다니며 유학생을 미리 채용하곤 했는데 최근엔 정반대로 ‘유학생 기피 현상’이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대기업 면접 때마다 ‘자유로운 분위기인 미국에서 공부해서 한국의 조직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겠느냐’ ‘유학생은 회식도 야근도 싫어한다는 선입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자주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국 채용 시장에서는 ‘미국 서부 지역 대학 출신 여자 유학생이 가장 취직하기 어렵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했다. 유복한 집안에서 어려움 없이 자유분방하게 자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회사 생활이 조금만 힘들어도 퇴사해 버릴 것이란 편견이 생겼다는 얘기다. 미국 내에서 유학생은 ‘비싼 등록금을 기꺼이 내러 오는 학생’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대학의 시각에서 보면 자국 내에서 등록금 인상에 대한 반대가 심하고 연방 정부나 주 정부의 재정적 지원도 줄어들고 있어서 재정 압박을 해소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외국인 유학생들의 유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콜로라도대의 경우 외국인 학생은 연간 등록금 3만5231달러를 내야 하지만 같은 주에 거주하는 미국 학생은 3분의 1도 안 되는 1만971달러만 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어학연수나 학위 취득을 위해 미국 대학으로 향하는 외국 유학생들은 올 2월 말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113만2587명을 기록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유학생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는 셈이다.그래도 미국 취업에 성공하는 사람들 뉴욕 주의 한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미국에서 일자리를 구한 L 씨(24)는 고교 때 유학 온 뒤 늘 ‘미국 기업에 취업해 유학 비용 이상은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학 4년 내내 취업 준비에 정성을 쏟았다. 학교 동문 선배들에게도 진로를 물어봤다. 미국 기업들과 면접할 땐 ‘나름의 스토리’가 있어야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조언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 예를 들면 면접관 앞에서 “식당에서 서빙도 하고 설거지도 해봤다”는 식으로만 나열하지 말고 “식당에서 일하면서 ‘블랙 컨슈머’들의 행태를 관찰했고 그런 소비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탐구하게 됐다”는 방식으로 얘기하라는 것이다. L 씨는 마침내 맨해튼에 있는 회계전문 대기업에 입사가 확정됐고 최근 H-1B 비자 추첨도 통과했다. 미국 취업의 높은 벽을 허무는 데는 역시 인턴십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정식 유학이 아니고 ‘어학연수와 인턴십’을 연계한 WEST(Work, English Study, Travel) 프로그램도 미국 기업 입사의 문을 여는 데 도움을 준다. 한국 중위권 대학의 건축공학과 출신 김모 씨(33)는 WEST 프로그램을 통해 워싱턴의 한 건축회사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한 뒤 ‘마음에 든다.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결국 이 회사에 입사해 파트너 직위까지 올라갔다. 한국 지방대 출신인 김모 씨(28·여)도 WEST 인턴십을 통해 뉴욕의 한 은행에서 일하다가 회계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 취업에 성공했다. 김 씨는 “인턴십 근무가 미국 취업의 길잡이 역할을 해줬다”고 했다.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잘 활용해 그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유학생들도 종종 보인다. 한국의 2년제 대학 출신인 한 유학생은 미국 중부의 작은 대학 3학년으로 편입한 뒤 졸업을 늦춰 가며 인턴십 기회를 찾는 데 주력했다. 그 과정에서 실전 입사 인터뷰도 30번 넘게 거쳤다. 그는 결국 대형 회계법인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됐고 그의 성실함과 열정을 높게 산 회사에서 채용을 결정했다. 영어 실력도 형편없는 수준이었지만 기업에서 활용 가능한 실전영어 공부를 꾸준히 했고 일을 직접 하면서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KOTRA 북미지역본부와 동아일보가 함께 운영하는 ‘청년드림뉴욕캠프’의 멘토로 활동했던 미국의 대표적 음악케이블채널 MTV 조연출 송재선 씨(31)는 대학 공부 대신 ‘현장에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로 취업 관문을 뚫었다. 그는 2008년 가천대(옛 경원대) 2학년 때 휴학하고 뉴욕으로 온 뒤 패션쇼 현장에서 만난 모델들 및 영상 관계자들과 인맥을 쌓았고 그런 네트워킹이 2011년 MTV 입사의 발판 역할을 했다.전문직 비자 확보도 미국 취업의 관건 미국 기업에 취직하는 한국 유학생들이 많아지면 미국 내 한인 사회는 물론이고 한미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인을 위한 별도의 전문직 비자 쿼터가 늘어야 한다. 취업전문비자인 H-1B를 추첨(운)에 의해 할당받는 지금의 구조에선 취업의 문이 언제 닫힐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5월 방미 기간 중 행한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국에 대한 전문직 비자쿼터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양국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며 미 의회의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전문직 인력 1만5000명에게 취업 비자인 ‘E-4’를 제공한다는 ‘한국과의 동반자 법안(HR1019)’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의회에 계류 중이다. 지지하는 의원들 수만 조금씩 늘어날 뿐 2016년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이민개혁법안을 둘러싼 찬반 논란과 맞물리면서 ‘의회 통과’를 위한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 통과에 앞장서는 한인 풀뿌리 단체인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찬 대표는 “전문직 비자 쿼터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나라엔 거의 예의 없이 주는 선물과 같은 것인데 한국이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과 2003년 FTA를 맺은 싱가포르와 칠레는 H-1B 비자 중 각각 5400개와 1400개를 우선 배정받는다. 호주는 1만500개의 별도 전문직 비자(E-3)를 할당받고 있다. 미국과 1차 FTA 협상을 벌였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2011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미국에 최소한 호주 수준(1만500개)의 쿼터를 요구하자 토니 에드슨 당시 미국 비자담당 차관보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쿼터를 약속하는 서한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교섭본부 간부들에게 후속 처리를 잘하라고 지시해 놓고 유엔대사로 자리를 옮긴 뒤에 보니 마무리가 안 돼 있었다. 우리 일자리가 걸린 중대한 문제이므로 통상교섭본부가 꼭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학생들과 한인 사회 관계자들은 “1만5000개 전문직 비자만 확보되면 미국 기업들이 비자 스폰서 부담 없이 한국 유학생이나 전문직 인력을 채용하게 되고 미국 유학이나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김도형·황성호 기자}
올해 3월 방위사업 비리로 구속 기소된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66) 측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던 과학자에게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 23단독 이광우 판사는 일광공영과 함께 일하는 터키 군수업체 하벨산(Havelsan) 측에 허위사실을 보내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정모 씨(6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일광공영 측은 “하벨산의 대리점으로서 영업을 통해 정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 씨가 ‘일광공영이 아무 노력 없이 하벨산에서 과도한 커미션을 받았으며 형사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정 씨가 2013년 3월 하벨산의 대표에게 e메일로 “일광공영에게 하벨산이 과도한 금액을 지급하지 않도록 돕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일광공영은 1억 달러 규모의 대한민국 공군 전자훈련장비 사업에서 2400만 달러나 벌어들였다”는 내용의 글을 보냈다는 것이다. 정 씨는 당시 하벨산 관련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광공영 측은 또 정 씨가 “내가 공군 전자훈련장비 프로그램을 위해 하벨산을 지원하는 동안 기술적 및 계약적 문제 해결을 위해 일광공영이 나타나거나 노력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과도하게 돈을 떼 가는 데만 목적이 있었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낸 것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이 판사는 “정 씨가 이런 내용의 e메일을 보낸 사실만 인정될 뿐 그 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 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또 이 회장이 무기수출업체 에이전트로 활동하다 불법행위로 기소돼 2012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고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도 사기죄로 기소됐다는 점 역시 정 씨의 주장이 허위사실이라고 보기 힘든 이유라고 덧붙였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법원을 속여 26억 원 상당의 미등기 토지를 가로챈 사기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28일 서울 서부경찰서는 부동산 브로커 김모 씨(78)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오랫동안 미등기 부동산과 무연고 부동산을 찾아낸 뒤 후손들에게 땅을 찾아주겠다고 접근해 소송을 알선해 왔다. 그러다 2011년 경기 고양시에 있는 1만 3000여㎡ 부지가 1910년대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을 거쳐 획정·배분된 ‘사정토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법원을 속여 땅을 가로채는 범행을 구상하게 됐다. 임야와 전답으로 이뤄진 이 토지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A 씨(62)의 할아버지가 대한제국 관원으로 재직하던 1916년 8월 조선총독부에서 받은 것. A 씨 집안은 3대째 부지를 상속받아 농사를 짓고 관리하면서 세금까지 납부해 왔다. 하지만 A 씨 가문이 이 토지를 서류상 소유자로 등기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 틈을 파고들기로 한 것이다. 김 씨는 성과 본관이 A 씨와 같고 과거 종중회장을 지낸 B 씨(69)를 범행에 끌어들였다. 이들은 해당 부지가 B 씨 종중 소유였던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또 종중이 부동산을 처분한다는 내용의 결의서와 이를 김 씨에게 판다는 매매 계약서도 썼다. 모두 가짜였다. 김 씨는 이 서류를 증거로 법원에 B 씨 종중을 상대로 한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을 냈다. 종중이 자신에게 부지를 팔았으니 소유권을 넘겨받게 해달라는 뜻이었다. 범행이 성공하면 김 씨에게 돈을 받기로 하고 형식상 피고가 된 B 씨는 소장을 받고도 계속 법원에 답을 주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민사소송법상 피고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간주된다. 결국 김 씨는 2013년과 2014년 소송에서 이겼고 공시지가가 26억여 원에 이르는 토지를 고스란히 손에 넣었다. 이렇게 가로챈 토지는 헐값인 14억 원에 팔아넘겼다. 법원도 속아 넘어간 이 범행은 김 씨에게 땅을 산 사람들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증명을 이 땅의 관리인에게 보내면서 탄로 났다. 관리인에게 사연을 들은 A 씨의 고소로 6개월에 걸쳐 수사를 벌인 경찰은 김 씨가 허위 서류를 제출해 법원까지 속이며 토지 소유권을 취득했음을 확인하고 20일 김 씨를 붙잡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B 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1910년대 토지조사사업으로 배분된 사정토지 중 보존등기가 안 된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은 반드시 보존등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A 씨는 김 씨의 등기가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이 받아들여지면 김 씨로부터 땅을 사들인 사람들이 김 씨를 상대로 토지대금 14억 원을 돌려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신종봉 한국소임상 수의사회장 종창 도봉한신 탑공인중개사 대표 종곤 한국대학생선교회 목사 종연 전북치과의사회장 종범 법무법인 성의 국장 동원 씨(사업) 명희 씨 모친상=2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7일 오전 6시 반 02-3010-2262}
◇한삼성 서초동물병원 원장 금옥 씨 모친상=25일 경기 안양시 한림대성심병원, 발인 27일 오전 7시 반 031-384-4634}

“일본의 비문화적 행동을 계기로 우리의 문화자원을 어떻게 보존하고 세계에 알릴 것인지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초의 여성 문화재청장을 지낸 변영섭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64)가 최근 일본의 조선인 강제징용 시설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움직임을 두고 우리에게도 뼈아픈 자성이 필요하다며 한 얘기다.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의 첫 문화재청장에 임명됐다가 같은 해 11월 물러난 뒤 사실상 첫 공식 인터뷰다. 강의를 위해 22일 서울대 관악캠퍼스를 찾은 변 교수를 만났다. 그는 일본의 움직임에 날 선 비판을 하기보다 “우리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자”고 강조했다. 일본이 징용 시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들기 위해 투자한 시간은 약 14년. 이에 비해 한국이 문화재를 지키고 알리는 데 들이는 노력이 너무 미약하다는 것이다. 변 교수는 “한국은 국보로 지정된 국가지정 문화재조차 정부가 직접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계가 ‘문화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그 대열에 당당히 서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반구대를 그 예로 들었다. 1971년 발견된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는 가로 10m, 세로 3m가량의 암면에 다양한 동물의 형상과 사냥, 고래잡이 모습 등이 빼곡하게 새겨진 것이다. 보존 상태나 역사적 가치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암각화로 꼽힌다. 하지만 수천 년 동안 온전히 보존된 암각화가 불과 수십 년 사이에 4분의 1이 훼손됐다. 암각화가 세상에 드러나기 6년 전 이곳에 만들어진 사연댐 탓에 큰비가 오면 물에 잠기기 때문이다. 변 교수는 “한국 문화재의 ‘맏형’과 같은 반구대 암각화의 4분의 1이 훼손됐는데도 제대로 된 보존 계획이 없어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조차 못 하는 것이 우리 처지”라고 말했다. 대통령선거 때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공약했던 박 대통령은 취임 후에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할 정도로 반구대에 애정을 보였다. 하지만 식수 문제를 내세운 울산시와의 갈등이 이어지며 반구대는 여전히 ‘비운의 문화재’로 남아 있다. 현재는 암각화 보존을 위해 가변형 물막이(키네틱 댐) 설치 방안 사전 검증이 진행 중이다. 변 교수가 문화재청장 시절 국무조정실, 울산시와 함께 합의한 방안. 하지만 그가 설명한 합의의 배경은 알려진 것과 달랐다. 변 교수는 “암각화 훼손 없는 물막이 설치는 불가능한 것으로 공상만화 시나리오나 다름없다”며 “‘설치 불가’라는 결과가 나오면 댐 수위를 낮춰 보존하는 것으로 결론날 것으로 보고 검증에 동의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스스로 문화민족이라 말하면서 반구대 하나 지켜내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나라 곳곳에 흩어진 유적지를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 유산’이라는 이름 아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고 준비해 온 일본의 모습이 더욱 아프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는 “새롭고 본질적인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상상력의 원천은 바로 문화”라며 “문화의 뿌리인 문화재를 지켜내는 노력이야말로 문화대국으로 가는 제대로 된 길이다”라고 강조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북한과의 오랜 협의 끝에 개성 방문을 추진했으나 북한이 돌연 입장을 번복해 방북 허가를 철회했다”며 “북한이 과거 태도를 바꾼 사례가 많지만 유엔에 대해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결정 번복 경위는 알 수 없으나 추후 적절한 계기에 다시 방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통해 개성공단의 현 상황을 타개하고 남북문제에 진전을 이루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며 “북한의 결정 번복은 유감스럽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인 북한의 추가 도발 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단합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 4명의 송환을 위해 유엔 차원에서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 총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정신에 위반된다”며 “열린 마음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주민 생활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계속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만남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네 번째다. 이에 앞서 반 총장은 국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등을 만나 “박 대통령이 비전을 갖고 활동해 나가는 데 있어 초당적인 지지가 중요하다”며 “바이파티즌 서포트(bipartisan support·초당적인 지지)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강조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날 남성으론 처음으로 이화여대에서 여성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나 “일본이 유감스럽게도 비인도적 강제노동을 자행한 역사를 외면한 채 ‘메이지 혁명 근대산업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것은 세계유산 협약정신에 어긋난다”며 “국가 간 불필요한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코바 사무총장은 “세계유산위원회 위원장에게 대통령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겠다”고 했다.이재명 egija@donga.com·김도형 기자}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했던 일본 극우 정치인이 또다시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물건을 ‘나눔의집’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에 보내 파문이 일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머물고 있는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은 19일 발신인이 ‘유신정당 스즈키 노부유키(鈴木信行)’라고 적힌 상자를 우편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상자에는 일본어로 ‘제5종 보급품’이라고 적힌 글귀와 함께 얼굴이 일그러지고 무릎 아래가 없는 작은 소녀상 모형이 들어 있었다. 제5종 보급품은 군인을 상대하는 성매매 여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적힌 손가락 크기의 말뚝 모형도 있었다. 또 상자 겉면에는 ‘날조금지’ ‘돈트 코리아(Don’t Korea)’ 등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한국이 위안부 관련 내용을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이날 정대협 등 다른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에도 같은 소포가 배달됐다. 발신자인 스즈키 씨는 2012년 6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고 쓴 말뚝을 세웠다. 지난해 법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스즈키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그가 입국하지 않아 집행하지 못했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파렴치한 행동을 역사에 남기고 응징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 의뢰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인도하지 않으면 이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탄산음료를 앞에 놓고 젊은 최고경영자(CEO)의 톡 쏘는 혁신론을 들어 보는 자리가 14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마련됐다. 행사의 이름은 ‘스파클링 이노베이션(Sparkling Innovation)’. 혁신은 작은 거품의 톡 쏘는 참신함이나 한 사람의 작은 즐거움에서 시작된다는 뜻이 담겼다. 이날 토크콘서트에 나선 세 사람은 김현수 핸섬컴퍼니 대표(42)와 최성호 웃어밥 대표(31), 웨어러블 스타트업 기업 ‘직토’의 서한석 최고재무책임자(CFO·29). 올해 초 알람런이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한 김현수 대표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바꾸어 내는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화를 시작했다. 정해진 시간까지 일어나지 못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늦잠 잤다’는 글이 올라가도록 하는 알람런과 잘 어울리는 얘기였다. 신선한 주먹밥을 이대역 3번 출구 앞에서 판매하며 이화여대 명물로 자리 잡은 웃어밥의 최성호 대표는 “아침부터 지친 표정으로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힘내세요’란 말을 건네며 판매하는 ‘웃어밥’을 만들었다”며 작은 시도도 혁신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 손목밴드형 기기로 자세와 걸음걸이를 교정할 수 있는 ‘직토 워크’라는 제품을 내놓은 서한석 CFO는 “웨어러블 기기로 활동량을 체크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는 고민 끝에 만들어 낸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국제회의센터 소장인 황혜진 교수가 국제사무학과 MICE 연구회 학생들과 함께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학생 150여 명이 참석해 이들의 얘기를 듣고 질문을 쏟아 냈다. 영어영문학과 1학년 이예준 씨(19)는 “나만의 색깔을 가진 아이스크림 가게를 만드는 꿈을 가지고 있는데 혁신에 대한 참신한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좋은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혁신이라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다룬 이번 행사처럼 MICE에서는 기획력이 중요하다”며 “실제 행사 경험까지 갖춘 전문 인력을 꾸준히 길러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도박판에서 압수한 돈이라고 해서 전부 판돈으로 볼 수는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다른 용도로 갖고 있던 돈이라고 볼 이유가 충분하다면 국가가 몰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19일 서울 서부지법에 따르면 신모 씨(58·여)는 2013년 9월 서울 마포구의 한 공원에서 도박의 일종인 속칭 ‘도리짓고 땡’ 판을 벌인 김모 씨 등 9명과 함께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이 때 현장에서 판돈으로 모두 600여만 원을 압수했다. 문제는 신 씨가 당시 자신이 갖고 있던 108만 5000원은 판돈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벌어졌다. 신 씨는 5만 원 권 20장으로 된 100만 원은 수술비로 모아둔 돈인데 집에 물난리가 나는 바람에 문을 열어둬야 해 가방에 넣고 다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8만 5000원 역시 도박판에서 커피를 팔아 번 돈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신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하면서 신씨가 지니고 있던 돈 전부를 판돈으로 보고 몰수했다. 하지만 신 씨는 억울하다며 항소했고 2심은 신 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부지법 형사1부(한영환 부장판사)는 “신 씨가 수술비라고 주장하는 100만 원까지 판돈으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8만 5000원만 판돈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도박꾼 각자가 갖고 있던 판돈이 대부분 50만 원 이하였다는 점과 회당 판돈이 10만 원 이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신씨가 108만 5000원을 모두 도박에 쓰려 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신 씨에게 내려진 벌금 50만 원의 원심 형량은 그대로 유지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100m²(약 30평) 넘는 주택을 소유하고 월 600만 원 이상 벌면서 매주 4시간 취미·레저 활동을 하고 자기계발과 기부에 각각 매달 10만 원, 5만 원씩은 쓰는 사람.’ 동아일보와 동아닷컴, 서울대 한국사회과학연구지원(SSK) 창의적 미래인재 양성사업단 신종호 교수팀이 독자에게 ‘신(新)중산층의 기준’이 무엇인지 물어 얻은 결과다. ‘30평 아파트와 2000cc 자동차’로 대표되던 서민의 꿈 중산층. 이 기준이 낡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반영해 시도한 조사다. 그 결과 한국에도 자기만족을 추구한다는 뜻의 ‘만추(滿追·만족추구)시대’가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14일부터 20일 동안 총 3397명이 선택한 신중산층의 최소 기준은 △월수입 600만 원(34.3%) △30평 이상 주택 소유(63.4%) △월 10만 원으로 자기계발(33.9%) △월 5만 원 기부(26%) 등이었다. 이제 한국에서 중산층이 되려면 서구 사회의 기준처럼 돈 외에도 취미와 레저, 사회 공헌, 가족과 함께 여가 보내기, 자기계발 같은 요소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정부가 내놓은 중산층 기준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5년 4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422만2533원. 정부는 OECD 기준에 따라 중위소득의 50∼150%를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211만여 원만 벌어도 중산층이지만 600만 원 이상 벌어야 중산층이라고 답한 대중과의 인식 격차는 상당하다. 신중산층이 자기만족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그만한 경제적 여유가 수반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중산층이 우리 사회를 이끄는 중심층(中心層)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인식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경제적 가치만 따지던 과거에 비해 진정한 의미의 중산층이 늘어난다는 점은 다행”이라며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타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할지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점은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컴퓨터나 스마트폰(web.donga.com/m-classtest)으로 응답을 마치면 실시간으로 결과를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쌍방향) 방식으로 설계됐으며 지금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김도형 dodo@donga.com·노지현 기자}
스마트폰 화면을 톡톡 터치하던 학생들이 가끔씩 고개를 갸웃했다. 선뜻 답하기 망설여지는 질문이 있는 듯했다. 찬찬히 12개 질문의 답을 다 선택하니 전체 응답자가 선택한 답이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에 떴다. 나지막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내 생각과 비슷해서 혹은 많이 달라서.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대 강의실에서 11명의 학생이 교육심리학 수업을 들은 뒤 직접 설문에 참여하고 결과를 확인했다. 전통적인 경제적 기준에 대해선 의견이 조금씩 달랐다. 김여진 씨(21·국어교육학과·여)는 “결국 경제적 여건이 여가와 여유를 결정한다고 본다”며 “경제적 요소를 떼놓은 중산층이 존재하긴 힘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반면 김건호 씨(24·역사교육과)는 “소득을 기준으로 한 중산층이라는 단어가 이제 낡은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20대 학생들은 이제 중산층이 되려면 ‘삶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에 대체로 공감했다. 유재식 씨(21·동양화과)는 “주변에 미술을 하면서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아도 스스로 만족감을 갖고 사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이 중산층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함께 12개 문항의 설문을 설계하고 결과를 분석한 서울대 한국사회과학연구지원(SSK) 창의적 미래인재 양성사업단 신종호 교수팀도 이런 변화에 주목했다. 중산층이라는 개념 역시 진화할 때가 왔다는 것. “옛날에는 지금보다 먹고살기 어려웠다” “우리 때는 변두리 단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돈이 없으면 5000원씩 하는 스타벅스 커피 안 먹으면 되지”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여전히 있긴 있다. 하지만 끼니를 굶지 않는다고, 집에 TV 한 대 있다고 중산층이라고 믿는 사람은 요즘 없다. 이런 현상은 20대에서 더 뚜렷해진다. 이번 조사에서 ‘전세만 살아도 중산층’이라고 대답한 20대는 23.5%에 달해 청년실업이 젊은이들의 중산층 기준치를 점점 낮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은 어떨까. 몇 해 전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프랑스 영국 미국의 중산층 기준’이라는 게시물이 유행한 적이 있다. “외국은 중산층 기준에 페어플레이 정신이나 요리·악기연주 항목이 들어가는데 역시 선진국은 다르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는 편견이다. 다른 국가도 중산층과 상류층, 하위층을 가르는 제1 기준은 경제적 소득과 소유 여부다. 일부 학자는 음식을 먹은 뒤 ‘배부르니?’라고 물으면 하위층, ‘맛있었니?’라고 물으면 중산층, ‘분위기는 어땠니?’라고 물으면 상류층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만 계량할 수 없는 가치에 대한 탐구는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013년 경제적 소득 이외에 사회적·문화적 항목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당신 주변에서 교류하는 사람들의 직업을 모두 고르라’거나 ‘어떤 활동에 참여하는지 모두 고르라’고 하는 방식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