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김윤종 부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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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먼 나라’ 같지만 한국의 미래상이 담겨있는 ‘이웃나라’입니다. 저와 함께 뉴스의 ‘배낭여행’을 함께 떠나실까요?

zozo@donga.com

취재분야

2026-03-01~2026-03-31
칼럼94%
행정3%
인사일반3%
  • 일찍 시작된 추리소설 전쟁…한국독자에 ‘먹히는’ 추리물은?

    추리소설의 대목이 바뀌고 있다. 보통 추리나 미스터리, 공포 소설의 대목은 휴가철인 7월에 시작됐으나 봄이 짧아지고 6월부터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대작들이 일찌감치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찍 시작된 추리·미스터리 소설 전쟁 인기 작가들의 작품들을 묶어 ‘추리 소설 어벤져스’로 통하는 ‘페이스 오프’(황금가지)가 최근 출간됐다. 마이클 코넬리(‘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리 차일드(‘잭 리처’ 시리즈) 등 영미권 대표 추리소설 작가 22명이 두 명씩 짝을 이뤄 쓴 단편소설 11개를 담았다. 법정 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의 ‘잿빛음모’(문학수첩),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스타 작가된 넬레 노이하우스의 ‘산자와 죽은 자’(북로드), 2014년 퓰리처상 수상작 ‘황금방울새’등 굵직한 작품도 지난주 잇따라 출간됐다. 이달 내로 나올 기대작도 많다. 우선 숙적 모리어티 교수와 싸우다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추락해 최후를 맞은 셜록 홈즈, 그 뒤의 이야기를 다룬 ‘셜롬 홈즈: 모리아티의 죽음’(황금가지)이 관심을 모은다. ‘2014년 에드거 상’을 수상한 스티븐 킹의 첫 탐정 소설 ‘미스터 메르세데스’(문학수첩), ‘모방범’으로 잘 알려진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북스피어)도 곧 출간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 추리소설의 여제로 통하는 프레드 바르가스의 ‘죽은 자의 심판으로’(은행나무), ‘스노무맨’을 쓴 북유럽 최고의 범죄소설가 요 네스뵈의 ‘아들’(비채),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로 유명한 ‘나인 드래곤’(RHK코리아)도 이달 내 나올 예정이다. ●한국 독자가 어떤 추리물을 좋아할까 국내 독자들에게 ‘먹히는’ 추리물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동아일보 취재팀이 교보문고와 함께 2006~2015년 추리·미스터리·공포 소설 분야 누적 판매량을 분석했다. 1위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이, 2위는 프로이트와 융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살인의 해석’이 각각 차지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본 추리 소설 수가 많았지만 최상위권은 영미, 유럽 소설이 차지했다. 작가 별로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압도적인 1위였고 베르나르 베르베르, 우타노 쇼고 순이었다.(표 참조). 황금가지 김준혁 주간은 “일본 추리소설은 영미권에 비해 캐릭터가 살아있어 감정이입이 잘되고 배경, 정서적으로 이해가 잘 된다. 문체도 술술 읽힌다”고 말했다. 북로드 이서하 편집자는 “일본 추리 소설은 작가가 다작을 하고 마니아층이 책을 사 밀리언셀러급 대박은 나오지 않는다. 반면 영미권 장르 소설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져 한번 흐름을 타면 일반 독자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일본 추리물은 아기자기한 디테일과 깔끔한 전개, 영미권은 총격전, 마약, 첩보 등 선 굵은 하드보일드 성향, 북유럽 소설은 어둡고 선혈이 낭자한 분위기의 특징을 지닌다. 국내에서 인기를 끈추리·미스터리 물은 △2000~2005년 ‘다빈치 코드’ 등 영미권 소설 △2006~2013년 일본 소설 △2014~현재 북유럽 작품 등으로 변해왔다. ‘비채’ 이승희 편집장은 “영미, 일본권은 괜찮은 작품이 다 소개돼 소진된 반면 북유럽 작품은 이제야 가장 잘 쓴 책들이 소개되고 있기 때문”고 말했다. 반면 한국 추리 소설의 전망은 어둡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추리소설을 쓰면 ‘급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폄하하니 양질의 작가가 나올 환경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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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한 공연 펑크나고… 한류 공연 취소되고

    메르스 확산을 우려해 국내외 연예인과 연주자들의 공연과 방문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12, 1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축제 ‘울트라 코리아 2015’에 출연하는 해외 유명 디제이들이 잇달아 내한을 취소했다. 13일 무대에 설 예정이던 스웨덴 디제이 알레소는 12일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의사에 조언에 따라 부득이하게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디제이 니키 로메로도 같은 이유로 내한 취소를 통보했다. 일정을 취소하지 않은 디제이들도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을 보였다. 네덜란드 디제이 하드웰은 본보와의 대면 인터뷰를 두 시간 전 전격 취소했다. 프랑스 디제이 다비드 게타도 다른 매체와의 현장 인터뷰를 취소했다. 울트라 코리아 측은 “참가자들이 ‘외부인과 접촉을 일절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16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이 예정됐던 체코의 실내악단 파벨 하스 콰르텟도 메르스 확산에 대한 연주자들의 우려로 인해 12일 취소됐다. 중국에서도 한류 스타들의 초청이나 입국을 금지하고 나섰다. 중국 상하이 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한국인 참가자들에게 참석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개막식에 초청된 장동건 소지섭 등이 불참을 결정했고 영화제 주요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장수상회’의 강제규 감독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20일 중국 쓰촨 성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류사랑문화축제’도 기약 없이 연기됐다. 가수 싸이, 슈퍼주니어를 비롯해 한국 스태프와 제작진 등 수백 명이 참여하는 대형 한류 축제인데 중국 외교부와 위생국이 11일 입국 불허 통보를 내린 것. 싸이의 매니저 황규완 실장은 “메르스 확산 우려로 부득이하게 행사를 연기하게 됐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21일 멕시코시티에서 예정된 남성 아이돌 그룹 ‘하이포’의 공연도 같은 이유로 무기한 연기됐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메르스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셈이다. 6일 뮤직 페스티벌 참석차 홍콩을 방문한 가수 김종국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공항에 나타나자 홍콩 언론들이 “왜 마스크를 쓰지 않느냐”는 질문부터 했을 정도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장관은 12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공연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메르스 확산 우려로 관람객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는 공연계에 25억 원의 자금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김윤종 zozo@donga.com·임희윤·이새샘 기자}

    • 201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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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경복궁, 현대인이 잃어버린 ‘예’의 가치 담고 있어”

    ‘경복궁’에 안 가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어린 눈으로 본 이 ‘조선의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은 웅장함과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생각이 달라지기도 한다. 중국 쯔진청(紫禁城·자금성)과 프랑스 베르사유 궁을 보고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나 이탈리아 두오모 성당 등을 접하면 경복궁, 나아가 ‘여백과 절제를 담았다’는 한국적 미(美)가 진정으로 추구된 것인지 아니면 남들처럼 해내지 못한 결과인지 의심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본 독자라면 이 책을 권한다.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54)는 경복궁 건립의 역사적 배경, 자연환경과 경복궁의 조화, 경복궁의 배치 미학 등을 총망라해 책을 냈다. 11일 인터뷰한 임 교수는 “경복궁은 쯔진청보다 뛰어나다”는 말부터 했다. “경복궁이 쯔진청 화장실보다도 작다고 하고, 중국에 사대(事大)한 증거라고 하는데…. (단호하게) 잘못된 겁니다. 당시 조선의 도성과 궁 체제는 중국과 달랐어요. 쯔진청은 타이허뎬(太和殿·태화전)이 구심점이 되면서 다른 건물을 압도합니다. 하지만 경복궁은 원심력을 추구하면서 덕수궁 등 다른 궁궐과 조화를 이룹니다. 규모도 경복궁이 쯔진청의 80%예요. 한양 내 궁궐을 다 합치면 쯔진청의 2.5배고요.” 규모뿐 아니라 완성도도 경복궁이 앞선다고 그는 강조했다. “요즘 건축은 기술과 자본이 중심이지만 과거에는 건축에 미학을 넘어 시대의 ‘사상’까지 담았습니다. 경복궁은 어울림과 겸양의 미학으로서의 ‘예(禮)’를 물성화시킨 상징체입니다. 쯔진청 타이허뎬은 무언가를 과시하려고 해요. 황제의 욕심이 컸기 때문이죠. 동양 사상의 핵심은 도덕 교훈이 중심이 된 인의예지(仁義禮智)예요. 동양 예술은 이런 유교적 핵심을 얼마나 잘 담았느냐가 중요한데 타이허뎬은 욕심 탓에 가르침에서 벗어나 있어요. 반면 경복궁은 선을 넘지 않고 절제하고 있습니다.” 임 교수는 서양 건축과도 비교하며 “서양은 이상미를 모방하면서 형식미를 중심에 뒀기 때문에 인간의 성정(性情)을 강조한 동양 건축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복궁의 설계자는 건축가가 아닌 정치인이자 성리학자인 정도전이란 점도 강조했다. “정도전은 경복궁에 한 나라의 구심점이 되는 왕, 즉 개인의 품격에 해당되는 중(中)과 주변과의 조화, 어울림, 백성의 사랑을 뜻하는 화(和)가 합쳐진 중화(中和)를 담았어요. 조선의 정치 이상인 거죠. 이 역시 예(禮)의 가치입니다.” 경복궁은 현대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현대를 살면서 잃어버린 것이 뭡니까? 품격을, 이웃과 함께 사는 마음을 잃어버렸어요. 서로 적이 되고, 부정을 써서라도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빠요. 경복궁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본분과 사랑, 희생을 강조하는 ‘예’의 정신을 담고 있어요. 오늘날 한국 사회에 치명적으로 결여된 것을 경복궁이 온몸으로 보여줍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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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때문일까… ‘전염병’ 관련 서적 판매 늘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유발된 불안감이 ‘전염병’을 다룬 도서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10일 동아일보와 인터넷서점 예스24는 첫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을 기준으로 전후 19일간 도서 판매량 변화를 살펴봤다. 확진환자 발생 이후 ‘전염병’ 또는 ‘바이러스’ 등을 키워드로 한 관련 서적의 판매가 뚜렷하게 늘어났다. ‘바이러스 행성’은 20일 이후 판매량이 14권에서 42권으로 200% 증가했다. 미국의 과학 저술가 칼 짐머가 쓴 이 책은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해 왔는지와 면역이 안 되는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을 진단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신종 인플루엔자, 사스(SARS), 에볼라 출혈열 등의 바이러스 전염병의 대유행을 진단한 ‘바이러스와 감염증’도 14권에서 43권으로 판매가 껑충 뛰었다. 치명적 신종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따른 인류의 미래와 대응전략을 다룬 ‘바이러스 폭풍’은 메르스 확진 환자 전에 2권만 판매됐으나 20일 이후 19권으로 늘어났다. 바이러스와 전염병에 대한 전반적인 상식을 담은 ‘WHY?’ 시리즈 중 ‘질병’ 편은 메르스 환자 발생 후 20일 동안 예스24에서만 70권이 판매돼 이전에 비해 30권이 늘어났다. 예스24 관계자는 “사람들의 불안심리가 바이러스, 전염병 관련 정보 욕구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염병이나 바이러스 관련 인터넷 도서가 판매에 호조를 보이는 것과 달리 서점을 찾는 사람은 줄어들고 주요 출판행사가 취소되는 등 출판계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업계 1위인 교보문고는 메르스 유행 이후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 수가 20∼30% 감소했다고 밝혔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8일 이사회를 열고 17일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국제도서전을 10월 7일로 연기했다. 출협 관계자는 “도서정가제 이후 가뜩이나 출판시장이 침체됐는데 도서전마저 무산돼 아쉽다”며 “10월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도 열려 국제도서전 관심이 분산되는 등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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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본 금고안에 넣어라” 해외 저작권자의 기상천외 요구

    《 “출판사에 금고를 설치해 보관하십시오.” 지난달 도서출판 ‘열린책들’ 편집자들은 깜짝 놀랐다. 대작으로 통하는 ‘이 책’의 국내 판권을 따낸 기쁨도 잠시. 이후 제시된 영국 출판사의 계약조건과 보안(保安) 조건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이런 요구는 생전 처음 받아봐서…. 그래도 하반기 출판시장에 활력소가 될 책이라 조건에 따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퍼 리 55년만의 신작 내달 14일 출간 베일에 싸인 책은 미국 소설가 하퍼 리(89·사진)의 신작 소설이다. 하퍼 리는 1960년 인종차별을 다룬 소설 ‘앵무새 죽이기’를 발표해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이후 단 한 편도 발표하지 않고 은둔생활을 해왔다. 그런 그녀의 두 번째 소설 ‘가서 파수꾼을 세워라(Go Set a Watchman·이하 파수꾼)’가 55년 만인 다음 달 14일 전 세계에서 동시 출간되면서 세계인의 관심이 뜨거워진 상태다. 아마존닷컴에서는 100만 부가량의 예약판매가 이뤄졌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올 초부터 ‘파수꾼’ 판권 경쟁이 펼쳐졌고 지난달 2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열린책들’에 낙찰됐다. 선인세는 3억 원 내외로 알려졌다. 이 책의 보안 조건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엄격했다. 계약이 성사되자 ‘파수꾼’ 저작권을 가진 영국 하퍼콜린스 출판사 관계자가 직접 방한했다. 그의 손에는 하드커버로 된 ‘파수꾼’ 영어 원고가 들려 있었다. “외서(外書) 출판 계약 시 대부분 해외 출판사는 e메일에 원고파일을 첨부해 보내요, 담당자가 직접 원고를 들고 온 것은 처음이죠.” 열린책들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퍼콜린스 측은 “금고를 설치해 원고를 보관하면서 번역 작업을 진행하라” “열람은 보안각서를 쓴 사람으로 한정하라”는 조건도 달았다. 열린책들은 사내 금고에 원고를 넣은 후 번역자를 사무실로 불러 번역작업을 해야 했다. 실제로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의 일곱 살 주인공이 어른이 된 뒤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간다는 설정 외에는 모든 내용이 극비에 부쳐진 상태다. 중국은 원고 유출 가능성이 높다고 봐서 저작권자가 동시 출판국가 목록에서 제외시켰다는 후문이다.○ 쪽대본, 해킹 방지… 도서 보안도 가지각색 전 세계 동시 발간 화제작들은 까다로운 계약조건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자서전 ‘힘든 선택들’(김영사)은 속칭 ‘페이크(fake) 원고’가 사용됐다. 저작권자인 미국 사이먼앤드슈스터 출판사는 김영사에 원고를 주면서 “완전본이 아니다. 계속 새로운 것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수차례 달라진 내용이 담긴 원고가 전달돼 김영사 측은 번역본을 계속 수정해야 했다. 원고 역시 저작권자가 지정한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해 매번 다른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내려받을 수 있었다. 2011년 10월 전 세계에 동시 출간된 ‘스티브 잡스 자서전’은 조각난 원고, 즉 ‘쪽대본’ 형식으로 국내 출판사(민음사)에 전달됐다. “내용을 절대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비밀 유지 각서를 쓰고 쪽대본 원고를 모아 번역해 국내판을 완성했다. 지난해 5월 출간된 ‘더이상 숨을 곳이 없다’의 계약조건은 ‘무(無)인터넷 구역’이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감청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다룬 이 책에 추가 폭로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낸 모던타임스 박수민 대표는 “번역 중인 워드파일은 휴대용저장장치(USB)에 보관하고 인터넷 연결이 끊어진 PC에서 작업했다”며 “미국 정보기관에서 이 책 내용을 해킹하는 것까지 우려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빈치 코드’로 유명한 댄 브라운의 2013년 작 ‘인페르노’는 ‘감금’까지 활용한 예다. 당시 11개국 번역가들이 이탈리아 밀라노 내 지하벙커에 모여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가 압수됐고 노트북, 종이의 벙커 반출이 금지됐다. 번역자가 매일 번역한 원고를 제출해야 호텔로 퇴근할 수 있었고 외출할 때는 보안요원 감시까지 받아야 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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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기’와 ‘불안감’… 2015년 출판 키워드

    올 상반기 출판시장 키워드는 ‘용기’와 ‘불안감’이었다. 동아일보가 인터넷 서점 예스24와 함께 올해 상반기(1∼5월) 도서 판매를 분석한 결과 인문서 ‘미움받을 용기’가 누적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오스트리아 정신의학자 알프레트 아들러(1870∼1937년)의 개인심리 이론을 다룬 이 책은 남의 평가나 고정관념에 연연하지 않는 삶의 중요성을 다뤄 큰 호응을 얻었다. 대부분의 대형서점에서 15주 이상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베스트셀러 15위를 차지한 한비야의 ‘1그램의 용기’ 역시 인생에서 어렵고 힘들지라도 작은 용기를 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분야별로 보면 한동안 침체됐던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서적’의 도약도 두드러졌다. 상반기 종합베스트셀러 10위 안에 ‘하버드 새벽 4시 반’(4위), ‘지지 않는 청춘’(5위), ‘대화의 신’(8위), ‘7번 읽기 공부법’(9위) 등 자기계발서가 4권이나 포함됐다. 이들 자기계발서는 ‘좋은 습관이 성공을 부른다’, ‘일찍 일어나서 먼저 뛰자’ 등 과거 유행했던 성공독려형 책과는 달리 노력을 통해 자신을 재구성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재테크, 투자 분야 도서 판매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26.6% 증가했다. 이 분야 도서는 2012년에는 전년 대비 27% 줄어든 데 이어 2013년 13%, 2014년 1% 감소하며 판매 권수가 계속 줄었지만 4년 만에 반등했다. ‘소형 아파트 빌라 투자 앞으로 3년이 기회다’, ‘부자언니 부자특강’ 등 초저금리 시대에 초점을 맞춘 책이 인기를 끌었다. 예스24 관계자는 “경기침체, 취업난, 노후 대비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자기계발, 재테크 관심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근 몇 년간 부진했던 문학은 상황이 더 나빠졌다. 지난해 상반기 베스트셀러 목록을 올해와 비교해 보면 100위권 내 문학 서적 수가 지난해 32권에서 올해 19권으로 13권 줄었다. 유아·어린이 도서도 16권에서 6권으로 10권이 감소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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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한국병, 영국에선 이미 곪아터진 문제… 시민 스스로 길 찾아냈으면”

    “한국에서 막 불거진 문제들이 영국에서는 곪아터진 문제예요. 그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3일 인터뷰한 영국인 다니엘 튜더 씨(33)는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옥스퍼드대 학생이던 튜더 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에 놀러왔다가 한국 응원문화에 푹 빠졌다. 2003년 대학 졸업 후 한국에서 영어강사, 증권사 직원으로 일했다. 2007년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한 후 2010년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으로 부임해 3년간 한국 사회를 취재했다. 전작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가 급성장한 한국의 명과 암을 짚었다면 이 책은 한국 정치권과 민주주의에 대해 느낀 점을 담은 정치비평서다. 그는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다이어트 콜라 민주주의’를 꼽았다. 다이어트 콜라 민주주의는 다이어트 콜라가 실제론 다이어트 효과가 없듯 정치권이 인기에 영합해 안목 없는 공약을 남발하는 행태를 뜻한다. “국회의원 홈페이지를 보면 작업복을 입고 노동자와 어울리며 민생을 최우선시하는 모습이 담겨 있어요. 하지만 제가 만나본 정치인들은 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미국 유학 시절 이야기에 열을 올렸어요. 정치인은 ‘희망’ ‘소통’ ‘미래’ 같은, 자신들이 내놓은 슬로건을 지키지 않고 있고 사람들은 정치에서 멀어져 갑니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보수, 진보는 ‘보수’와 ‘진보’가 아니다. “진보는 불평등을 줄이고 약자를 보호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선 때 취재해보니 야당은 정부와 여당 비판에만 몰두하며 인상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더군요. 보수는 가족, 사회, 전통적 가치와 자유시장 경제를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여당은 권력을 오래 유지하면서 선거에서 이기려고만 하는 기계같이 보입니다.” 그는 ‘대기업 우선주의’도 민주주의의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고 봤다. “대기업이 거의 모든 분야를 장악한 탓에 새로운 사업기획이 생겨도 금세 대기업 차지가 되는 것 같아요. 그건 자유시장이 아니죠.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미국 신자유주의자들은 정부 개입 최소화를 주장해요. 한국 대기업은 정부로부터 받은 독과점 혜택을 누려왔고 전기사용료 등 보조금을 받으며 성장했죠. 그런데 ‘사회에 기여하라’고 요구하면 사회주의를 운운하며 불평합니다.” 그는 이 같은 환경 때문에 “한국인이 절망에 익숙해지고 (오지 않을) 희망에 불편해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안으로 “목소리를 내자”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시민 참여가 이뤄지는 온·오프라인 모임이 활성화돼 사회구성원 간에 충분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활동이 선거, 국가의 주요 이슈에 영향을 미쳐야 하고요. 구세주는 필요치 않아요. 스스로 목소리를 찾아야 합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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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엔 세월호 올해는 메르스… 중소 문화단체 “살려주오”

    《 메르스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문화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문화계가 2년 연속 얼어붙으면서 중소 문화단체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메르스 공포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1∼3일 전국의 극장 관객 수는 66만5000여 명으로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5월 21일) 직전인 5월 18∼20일보다 10만 명가량 감소했다. 》○ 외국인 관광객, 어린이 공연 비상 ‘배비장전’을 공연 중인 정동극장은 8일, 10일, 12일로 예정된 3회차 공연을 전격 취소했다. 500명의 중고생을 포함해 총 800명의 단체 관람객들이 관람하려던 공연이다. 정동극장 측은 “메르스 발생 이후 학교 측에서 단체 관람을 취소하겠다고 알려와 공연 자체를 취소했다”며 “배비장전 관객 중 상당수가 외국인 관광객들인데, 메르스 발생 이후 해외 여행사를 통해 단체 관람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공연 예정인 2건의 어린이 공연도 연기 또는 취소 여부를 고심 중이다. 전당 관계자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라 그런지 메르스를 우려한 부모들의 취소표가 상당히 나오고 있다”며 “제작사 측이 연기할지 아예 취소할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연극협회 임선빈 사무국장은 “대학로에 위치한 한 병원에 확진환자가 입원 중이라는 말이 돌면서 대학로에서 하는 공연을 예매했다가 취소하는 관객들이 늘어나 협회 차원에서 피해 접수 조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서울연극협회는 홈페이지에 피해 접수 공지를 띄워놓은 상태다. ○ 대형 야외 문화축제, 발 동동 한 번에 수만 명이 들고 나는 대형 야외 음악축제들도 비상이 걸렸다. 레이철 야마가타, 김윤아, 케렌 앤이 출연하는 여성 음악인 축제 ‘뮤즈 인시티’(6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를 주최하는 액세스이엔티 관계자는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는지 묻는 전화가 많이 온다.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하되 사태의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며 필요한 방역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2, 13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댄스음악 축제 울트라 코리아 2015에는 연인원 12만 명 이상이 몰린다. 울트라 코리아 관계자는 “현재까지 해외 아티스트의 방문 취소 연락은 없다. 출연진 가운데 최근 중동 지역 방문자가 없는지도 확인했다. 원하는 관객에겐 공연 전날까지 환불을 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름 야외 록 페스티벌도 개최가 두 달 가까이 남았지만 촉각을 곤두세웠다. 안산M밸리록페스티벌(7월 24∼26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8월 7∼9일)에는 날마다 수만 명의 음악 팬이 몰린다. 한 록 페스티벌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가 7월까지 이어지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시나리오”라며 “메르스 사태가 길어지면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처럼 주최 측이 자발적으로 행사를 취소해야만 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2년 연속 역풍을 맞을 경우 중소 문화행사 기획업체들은 연쇄 도산 가능성이 크다. 대단한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요계에서는 트로트 장르를 포함한 ‘생계형 행사 가수’의 타격이 크다. 트로트와 포크 가수가 소속된 중소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행사나 지역 축제를 중심으로 행사가 벌써 30% 이상 줄어든 것 같다. 5, 6월은 연중 출연료 수익이 가장 많은 시기인데 세월호 추모 분위기로 축제가 취소된 작년에 이어 올해 또 이런 사태가 벌어지니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종교 행사도 연기, 취소 일부 종교계 행사들도 잇달아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회장 자승 스님)는 8일부터 2박 3일간 수원 용주사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협의회는 4일 긴급회의를 열어 “일본 측 참석자들이 대부분 고령인 점을 고려해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이 개최할 예정이던 어린이청소년 명상캠프와 장애인전법단 템플스테이 행사도 각각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부랴부랴 가이드라인 마련 나선 문체부 현재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 각종 문화행사를 중지시키거나 연기시킨 사례는 없다. 문체부 관계자는 “일단 공기로 감염되지 않고, 병원 내에서만 감염된다는 보건복지부 발표가 나온 상황에서 무조건 공연, 행사, 축제를 취소시키면 더 큰 혼란이 있을 수 있어 현재까지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축제 관계자들은 “행사를 그대로 진행해도 될지 몰라 문체부에 문의했는데 담당자가 ‘판단이 안 선다, 개최 여부는 보건복지부와 상의하라’고 하더라”며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지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질병 경보가 현재 ‘주의’ 단계에서 ‘경계’로 상향될 때를 대비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5일 차관이 팀장이 되는 종합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연다.임희윤 imi@donga.com·김윤종·김정은 기자 }

    • 201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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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치오 가쿠 뉴욕시립대 교수 “不死의 시대, 꿈만 아니다”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습니까?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라는, 그간 진리로 통한 ‘뻔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글쎄요. 불멸에 대한 몇 가지 방법론이 제시된 상태죠. 우선 몸의 유전자가 낡으면 이를 모두 대체하는 방식이 있죠. 또 다른 방법은, 우리의 의식을 타인이나 로봇 등에 삽입해 그 대리물을 통해 영원히 사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 봐야 어떤 형태의 불사(不死)가 될지 알 수 있겠지만….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치오 가쿠 미국 뉴욕시립대 물리학과 교수(67)의 설명이다. 그는 ‘끈 이론’ ‘평행우주론’을 창시한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이자 미래학자다. 그는 신경과학을 응용물리학의 한 분야로 여겨 뇌 연구에 몰두했고, 그 결과를 담은 ‘마음의 미래’(김영사·사진)가 4월 국내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과학서적으로는 드물게 출간 50여 일 만에 1만 부 이상 팔렸다. 1일 e메일을 통해 그를 인터뷰했다. “뇌의 구조, 즉 뉴런(뇌신경 세포) 연결지도가 완성되면 뇌가 어떻게 인간의 의식과 사고를 구성하는지 알게 될 겁니다. 1차적으로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될 거예요. 나아가 뉴런 간 신호를 디지털데이터로 전환해 뇌 속의 정보를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아이언맨’처럼 뇌를 원격제어복(exoskeleton)에 연결해 기계로 된 팔과 다리를 제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인터넷에 우리의 생각을 전송해두는 뇌 조직망도 가능해집니다.” 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는 철저히 뇌생물학, 이론물리학 분야 세계적 석학들의 최신 연구 결과를 근거로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실험을 통해 쥐의 기억을 기록하고 업로드하는 것이 가능해졌어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는 사람의 거짓 기억을 업로드하는 실험도 했어요. 미래에는 범죄자에 의해 기억이 조작될 수도 있겠죠. 무고한 사람들이 자신의 뇌에 업로드된 범죄에 대한 기억을 갖고서 저지르지 않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생길 겁니다.” 무서운 이야기다. 이에 대해 그는 “먹으면 나쁜 기억을 잊게 하는 데 효과가 있는 약이 이미 있지 않느냐”며 “반대로 뇌의 특정 암기력을 강화시켜 주는 원리도 알아가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재의 법은 목격자의 설명과 증언을 기반으로 한다”며 “하지만 기억이 조작, 변형될 수 있다면 형법체계는 무용지물이 된다. 뇌 과학 발달과 맞물려 사회, 제도 차원의 조치도 취해져야만 한다”고 경고했다. 가쿠 교수는 SF영화처럼 인격을 갖춘 인공지능(AI) 개발이 가능해지지만 인공지능과 인간이 맞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약간의 지능을 가진 기계들은 이미 존재합니다. 궁극적으로 인간은 그런 기계들과 결합되길 원할 수도 있어요. AI가 인간의 지능을 언제 넘어설지 걱정하거나 컴퓨터와 경쟁하기보다는 뇌와 컴퓨터를 결합하는 것이 바른 길일 겁니다. 이번 세기 후반쯤에는 가능할 거예요.” 그는 나아가 “레이저 빔에 인간의 의식, 즉 개인의 커넥톰(‘Connect’와 덩어리를 뜻하는 접미사 ‘ome’의 합성어·뇌신경 연결지도)을 담아 우주로 보내 행성을 탐구하는 작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켓 추진선 없이 광속으로 1초 만에 달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우주 탐사가 가능해진다는 것. 이쯤 되면 ‘인간이 거의 신의 영역에 도달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존재론적 의문이 들었다. 이에 그는 “기술의 발전을 감당할 인류의 도덕적 지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00년에 살던 조상들이 현재의 기술을 보면 우리를 마법사라고 하겠죠, 우리가 2100년에 사는 자손들을 본다면 ‘신’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겁니다. 비너스처럼 불멸에 가까운 몸을 가질 수 있고, 페가수스처럼 신화 속의 동물을 유전적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고, 제우스처럼 주변의 사물을 정신적으로 장악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인간이 신의 힘을 가진다고 그 힘과 함께 솔로몬의 지혜도 가질 수 있을까요? 글쎄요. 이 부분은 장담할 수 없어요. 인류가 함께 생각해야 할 과제입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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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150자 서평]어떻게 죽을 것인가 外

    삶의 마지막 순간은 이렇게…어떻게 죽을 것인가(아툴 가완디 지음·부키)=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계속하는 대신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하버드대 의대 교수인 저자는 죽음을 미루기보다는 ‘남아있는 삶’을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6500원. 죽은 남편의 모금순례를 완성하다사랑하면 산티아고로 떠나라 그녀처럼(이수아 지음·자연과인문)=첼리스트 이수아 씨는 암으로 죽음을 앞둔 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걸으며 다른 암 환자를 위한 자선기금을 모금하던 영국인 고든 씨를 만나 결혼한다. 남편이 죽은 후 이 씨가 자선모금 순례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1만5000원.까칠한 59세 남자와 이사온 가족오베라는 남자(프레드릭 배크만 지음·다산책방)=유럽 전역에서 100만 부가 팔린 스웨덴 소설. 까칠한 59세 남자 오베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며 자살을 꿈꾼다. 하지만 새로 이사 온 가족은 기막힌 타이밍에 그의 자살을 방해한다. 1만3800원.역사 속 승려 아닌 ‘인간’ 원효발원(김선우 지음·민음사)=역사 속 승려 원효를 매력적인 인간 원효로 생생히 되살렸다. 소설 속 원효와 요석은 도탄에 빠진 백성을 위하고 서로를 사랑으로 구원하려 했던 애틋한 관계로 그려진다. 황룡사, 첨성대를 배경으로 선덕여왕 등 실존 인물이 등장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전 2권. 각 1만3000원.}

    • 201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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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자신이 직접 지은 이름 ‘號’, 시대의 정신·사회상까지 담겨있죠”

    우리는 한 개의 이름으로만 불리지만 조선시대 선비들은 세 가지로 불렸다. 명(名), 자(字), 그리고 호(號). “명은 부모가 지어준 이름, 자는 성인이 된 후 윗사람이 붙여주는 것으로 이름과 연관됩니다. 하지만 ‘호’는 자신의 생각과 지향성을 담아 직접 지은 이름이에요. 한 사람의 삶과 생각이 가장 잘 녹아 있습니다.” 이황, 이이, 정약용, 김홍도, 정도전, 박지원 등 조선을 이끌어간 36명의 호를 분석한 책을 낸 고전연구가 한정주 씨(50)의 말이다. 27일 만난 그는 ‘호’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황의 호 ‘퇴계(退溪)’는 부인 묘소 주변에 흐르는 토계(兎溪)천에서 따왔다고 알려졌어요. 토(兎)를 물러날 퇴(退)로 바꾼 것은, 마지못해 벼슬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세상에서 물러나 선비로서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가 담겼어요. 정도전의 호 ‘삼봉(三峯)’도 그가 태어난 충북 단양의 도담삼봉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은 삼봉은 삼각산(현 북한산)을 가리킵니다. 한양이 내려다보이는 북한산으로 역성혁명의 야망을 표현한 겁니다.” 한 씨는 2006년부터 근 10년간 조선시대 인물들의 시, 문집 등 수백 권을 뒤져 가며 각 인물이 ‘왜 그 호를 썼는지’를 탐구했다. 호에는 시대의 정서와 사회상까지 담겨 있다고 한 씨는 강조했다. “조선 초기에는 성리학이 사회를 지배해 엄숙하면서도 선비의 가치를 반영한 호가 많았어요. 이이는 파주 율곡리의 지명을 따 호를 ‘율곡(栗谷)’이라고 했는데 이 지역을 성리학의 본산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거죠. 18세기 실학이 발전하면서 호가 권위나 과시에서 벗어나 개성, 취향대로 지어집니다. 실학자 이덕무의 호인 ‘매탕(T宕)’은 ‘나는 매화에 미친 바보’라는 뜻이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수십, 나아가 수백 개의 호를 쓰는 사람들도 생겨났다고 한다. “김정희의 호는 300개가 넘어요. 추사(秋史)도 있고, 완당(阮堂)도 있고…. 자신이 살던 금호(서울 금호동)의 지명을 따 ‘금강(琴江)’이란 호를 쓰고, 어부나 나무꾼으로 살겠다며 ‘노어초(老漁樵)’란 호도 씁니다. 자신을 한 가지로 규정하지 않은 겁니다. 장승업의 호 이야기를 해볼까요. 조선 3대 화가였던 단원(檀園) 김홍도와 혜원(蕙園) 신윤복은 성공할 만한 탄탄한 배경이 있었죠. 김홍도는 당대 최고 문인화가 강세황의 제자였고, 신윤복은 궁중화원이던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승업은 어려서 부모가 죽고 거지처럼 살다가 자수성가한 인물이에요. 그런 입장에서 자신도 단원, 혜원 못지않은 천재화가라는 자부심을 드러내기 위해 ‘오원(吾園)’이란 호를 지은 거죠. 하하.” 임금의 호에는 정치적 상황까지 반영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정조다. “정조는 왕이 되기 이전에는 ‘홍재(弘齋)’란 호를 썼어요. ‘군자는 도량이 넓어야 한다’는 뜻이죠. 정적인 노론에 ‘피의 복수를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겁니다. 임금이 된 후에 ‘탕탕평평실(蕩蕩平平室)’이란 호를 썼어요. 붕당과 적서 차별 등 폐단을 고치고 개혁을 하겠다는 뜻이지요. 사망 2년 전인 1798년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 즉 ‘달을 비추는 개울은 만개지만 밝은 달은 하나’라는 호를 썼는데, 노비나 최하층민이 겪는 고통과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한 씨와 한 시간 가까이 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떤 호가 좋은지 궁금해졌다. “호를 짓는 데에는 특별한 기준은 없어요. 다만 김정희의 마지막 호는 ‘과칠십(果七十)’이었어요. ‘과천의 70세 늙은이’란 뜻인데, 친근하고 단순하면서도 담백한 호인 것 같아요. 좋은 호는 특별함과 고상함, 우아함이 아닌 평범함 속에 자연스럽게 지어져야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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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만에 부활하는 건전가요, 왜?

    “아 ×발. 날씨가 왜 이리 ××하냐. ‘버카충(버스카드 충전)’도 해야 하네, 짱나.” 청소년들의 대화를 무심코 듣다 보면 비속어와 은어, 욕설이 10초 단위로 튀어나오곤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월 19∼31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 언어문화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청소년 언어’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혔다(48.9%). 중고교생 500명을 대상으로 한 같은 조사에서도 77.4%가 ‘청소년 언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급기야 정부는 청소년 언어문화를 주제로 한 ‘건전가요’를 제작해 보급에 나서기로 했다. ○ ‘청소년 언어 문제 심각’이 배경 문체부는 4월 초 작곡가부터 찾아 나섰다. 논의 초기엔 가수 A 씨에 대한 섭외가 진행됐지만 A 씨 측에서 “TV 예능 프로 등에서 캐릭터상 독한 말을 자주 해 언어순화 노래를 만드는 데 적합지 않다”며 고사했다고 한다. 이후 여러 작곡가에게 문의하던 중 언어문화개선 홍보대사를 맡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를 통해 록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에게 의뢰가 들어갔다. 김태원이 “무료로 곡을 만들어주겠다”고 수락하면서 건전가요 제작이 시작됐다. 이번 노래는 단순하게 ‘바른 말 쓰자’는 식의 지시 형태가 아니라 가사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청소년이 잘못된 언어습관을 인식하고 바른 언어 활용에 공감하도록 제작할 예정이다. 문체부 측은 “청소년이 좋아하는 댄스곡 형태가 되도록 김태원 씨와 논의할 계획”이라며 “중고교생의 관심을 최대한 끌도록 완성된 곡은 아이돌 가수가 부르도록 섭외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성세대적 발상 vs 노래 퀄리티가 중요 이 노래는 10월 완성돼 전국 학교와 인터넷에 CD나 음원 형태로 배포된다. 청소년들에게 호응을 얻어 정부가 기대한 효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청소년 언어 순화용 가요를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기성세대적 관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러볼뮤직 이창희 대표는 “의도야 좋지만 자유분방해야 하는 대중음악에 교훈적 메시지가 들어 있다면 청소년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기획했다는 것을 알리지 않고 그냥 일반 대중음악처럼 보여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건전가요는 부정적 이미지도 적지 않았다. 1979년 공연윤리위원회는 ‘건전가요 음반 삽입의무제’를 시행해 가수가 음반을 발매하면 건전가요 한 곡을 필수적으로 수록하게 했다. 당시 음반에는 전체적인 음악 콘셉트와 전혀 다른 ‘진짜 사나이’ ‘잘살아보세’ 등이 삽입됐다. ‘아! 대한민국’(정수라·1984년) 등 일부 건전가요가 대중적 인기를 누렸지만 198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건전가요=관제 가요. 문화 통제’라는 부정적 인식이 컸다. 큰 인기를 누린 이문세 4집 ‘사랑이 지나가면’(1987년)에는 건전가요 ‘어허야 둥기둥기’, 변진섭 1집 ‘홀로 된다는 것’(1988년)에는 ‘과수원길’이 실렸는데 당시 중고교생들은 카세트테이프를 사자마자 건전가요를 지우기 바빴을 정도다. ‘건전가요 음반 삽입의무제’는 결국 1990년대 초반 폐지된다. 문체부는 이번 건전가요는 과거와는 취지가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청소년이 노래를 듣고 부르면서 자연스레 바른 언어 인식이 형성되게 하는 긍정적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아! 대한민국’의 경우 많은 히트곡을 낸 작사가 박건호 씨가 참가하는 등 곡 자체가 좋았다”며 “청소년 언어 순화 메시지를 담은 건전가요라도 곡을 잘 만들면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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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讀書七遍義自見?… 日 도쿄대 출신 변호사 책 ‘7번 읽기 공부법’ 열풍

    《 대형서점에 가면 ‘이 책’을 손에 들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최근 종합베스트셀러 1∼3위를 오가는 ‘7번 읽기 공부법’(위즈덤하우스)이다. 독학으로 일본 도쿄대에 입학해 수석 졸업한 변호사 야마구치 마유 씨의 에세이로, ‘어떤 책이든지 빠르게 7번 읽으면 외우려고 애쓰지 않아도 책 한 권이 머리에 남는다’는 학습법을 담고 있다. 3월 말 발간 후 현재까지 10만 부 가까이 팔렸다. 》○ 7번 읽기로 책 한 권이 통째로 머리에… 교육 전문가 의견은? 일본에서는 종합베스트셀러 200위권에 그친 이 책이 한국에서 유독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7번만 읽으면 책 한 권이 통째로 기억된다니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읽게 됐다고 말하는 독자가 대다수였다. 읽고 나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직장인 최태환 씨(37)는 “방법대로 하니 확실히 공부가 잘됐다”고 밝혔다. 반면 대학원생 강형식 씨(29)는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7번 읽기 공부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한 번 정독하는 것보다 여러 번 가볍게 읽는 것이 암기에 좋긴 하다”라면서도 “하지만 꼭 7번은 아니다. 사람마다 기억력이나 사고력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효과가 있다’고 느낀 이유를 ‘플라시보 효과’(위약효과)로 보기도 한다. 중앙대 이성호 교육학과 교수도 “기억에 대한 연구가 무수히 많이 나왔지만 비법은 발견된 적이 없다”며 “해당 공부법을 쓰면서 내용이 잘 암기되고 공부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강하다 보니 효과가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부법 책, 사회적 욕망 담는 그릇 출판 전문가들은 ‘공부법’ 책에 시대상이 반영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표적인 예가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1996년). 저자 장승수 씨가 막노동을 하며 서울대 수석,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과정을 그린 책. ‘의식이 깨어있는 순간 닥치는 대로 외워라’ 등 1990년대식 ‘열정 반복’ 공부법을 담고 있다. 당시 학부모들은 이 책을 읽고 “내 자식 놈은 뭐가 부족해 공부를 못하냐”고 화를 했고, 자녀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김영사 고세규 이사는 “이 책의 여파로 2000년대 중반까지 서울대 합격 비결을 다룬 공부책이 쏟아져 나왔다”고 밝혔다. 1999년에 나온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는 유학, 해외여행이 점차 증가하면서 ‘읽기’ 위주에서 ‘말하기, 듣기’ 위주로 전환되는 영어 교육의 변화를 포착해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2000년대 중반에는 외고 등의 약진, 서울 강남 학생들의 해외 명문대 입학 선호가 두드러지면서 미 명문 프린스턴대에 합격한 김현근 씨의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 없다’(2006년), 하버드대를 비롯해 10개 명문대에 동시 합격한 박원희 씨의 ‘공부 9단 오기 10단’(2004년) 등이 인기를 끌었다. 이와 맞물려 사교육 방법론을 다룬 ‘대치동 엄마들의 입시전략’(2004년)이 화제가 됐고 사교육 과열에 영향을 미쳤다. ‘목동엄마들의 파워공부법’ ‘특목고 엄마들’ 등 유사 책 출간으로도 이어졌다. 역으로 큰돈 들이지 않고 자신만의 공부전략을 개발케 하는 ‘공부의 신’(2007년), ‘공부의 신 돈 없이 공부하기’(2011년) 등도 인기였다. 2, 3년 전부터는 ‘공부책=자기계발’이 트렌드다. 위즈덤하우스 이부연 분사장은 “대학 한번 잘 갔다고 취업이 잘되고 인생이 풀리는 게 아니라 평생 공부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예스24와 함께 ‘7번 읽기 공부법’ 독자층을 분석한 결과 10대(1.32%), 20대(19.9%)보다 30대(28.35), 40대(30.4%)가 월등히 많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부모 스펙’을 뛰어넘을 수 없게 됐다”며 “입시 관련 공부책이 아닌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평생 공부책이 유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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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김산하 씨 “숲뿐인 밀림에서의 고독, 긴팔원숭이에게 위로 받았죠”

    이 책을 덮는 순간에는 저자 김산하 씨(39)가 어떤 인물인지도 궁금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로 통한다. 서울대 동물자원과학과를 나온 후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구눙할라문’ 국립공원에 홀로 들어가 2007∼2009년 ‘자바 긴팔원숭이’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으로 멸종위기종을 연구하고 있다. 이 책은 밀림에서의 2년을 담은 에세이다. 정글 속의 좌충우돌을 마치 옆에서 보는 듯 생생한 것이 장점. 김 씨가 직접 그린 그림과 사진이 담긴 점도 책의 재미를 더한다. 13일 그를 만났다. “전기, 수도, 전신, 우편 시스템조차 없는 곳이에요. 물은 숲에 흐르는 냇물에 호스를 연결해 충당했어요. 화장실로 뱀장어가 관을 타고 오기도 했죠.(웃음)” 그는 매일 밀림을 누비며 긴팔원숭이를 뒤쫓았다. 당시의 고생이 느껴졌다. “모기와 쇠파리는 피를 빨아 먹고 날파리들은 눈을 향해 돌진해 옵니다. 송충이 털에 한번 닿으면 가려움 때문에 경기가 들 정도예요. 처음 3개월은 ‘고독’이 가장 힘들었어요. 밖에 나가면 숲뿐이고,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것이 괴롭더군요.” 그를 위로한 것은 연구 대상인 긴팔원숭이. 하지만 긴팔원숭이와 친해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보통 동물은 사람이 나타나면 도망가니 숨어서 몰래 관찰하죠. 긴팔원숭이도 물론 처음에는 도망갑니다. 하지만 영장류는 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도망가는 것을 포기해요. 영장류 특유의 지겨워하는 능력 때문이죠. 이후에는 사람이 접근해도 신경도 쓰지 않고 자기 일을 합니다.” 김 씨는 8개월간의 추격전을 벌인 끝에야 ‘근처에 있어도 좋다’는 긴팔원숭이 무리의 암묵적 허락을 얻어 낼 수 있었다. 왜 원숭이에게 집착하게 됐을까? 그는 “어린 시절 외교관인 아버지 때문에 열대성 기후를 가진 스리랑카를 비롯해 강추위로 유명한 덴마크 등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면서 다양한 동물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소설 ‘정글북’을 좋아해 자신의 방을 밀림, 정글을 뜻하는 우리말 ‘비숲’이라 불렀을 정도. “긴팔원숭이는 인간과 같은 유인원이다 보니 인간의 생물학적 맥락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영장류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 그는 지난해까지 서울 서초구에 살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강릉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온갖 기계음, 전화, TV 소리까지. 소음이 힘들었어요. 밀림을 경험한 후 자연적 환경에 익숙한 사람이 됐는데 남들은 아니니 괴리감이 컸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너무 자연과 떨어져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인간은 숨쉬기, 식량 등 모든 것을 자연에 의지하고 살면서 오히려 자연을 이질적으로 느끼고 있어요. 자연이 인간 세계로 비집고 들어오면 자연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까지 여깁니다. 하지만 자연과 멀어지면 인간은 피폐해집니다. 요즘 발생하는 무차별적 폭력이나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문자메시지 하나 보내고 헤어지는 모습까지….”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자연을 동경한다고 그는 밝혔다. “밀림으로 떠나기 전 ‘나, 긴팔원숭이 연구하러 떠나’라고 말하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환하게 웃으며 제 계획을 반기더군요. 정치가 어떻고, 경제가 어떻고 심각하게 세상살이를 이야기해도 ‘원숭이’ ‘밀림’ 얘기만 잠깐 들어도 안색이 좋아지는 걸 보면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야생과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다는 겁니다. 그 감수성을 글을 통해 연결하고 싶었습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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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님오신날]전세계 소외된 이웃에 따뜻한 자비의 손길 건네다

    지난달 25일 일어난 네팔 대지진. ‘81년 만의 최악의 지진’으로 1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불교계 국제개발구호NGO 지구촌공생회(이사장 월주스님) 사람들이 바빠졌다. 같은 달 27일 공생회는 네팔 지부를 통해 지진 피해 현장에 50여 명의 구호인력을 긴급 투입했다. 이재민들에게 식량, 식수, 의약품, 담요 등 긴급구호품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은 것. 또 공생회는 긴급구호 자금 3만 달러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국내에서 네팔 지진 피해 주민 돕기 구호 계좌를 개설해 모금활동을 펼쳤다. 전 세계 재난마다 그들의 손길이 지구촌공생회는 ‘너와 나 그리고 세상이 하나’란 취지하에 종교, 민족, 이념의 경계를 넘는 보편적 인류애를 실현하기 위해 조직됐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봉사하기 위해 2003년 10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월주 스님의 발의로 창립됐다. 공생회는 이후 전 세계를 다니며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듬해 11월 캄보디아 ‘생명의 우물’ 건립사업을 시작으로 기아와 질병, 전쟁, 재앙으로 고통 받는 제3세계 빈곤 국가를 찾아 현지인들의 생존유지와 자립기반 마련을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공생회는 대규모 재난에 발 벗고 나섰다. 2005년 스리랑카 지진해일, 2007년 인도네시아 지진, 2008년 미얀마 사이클론, 2010년 아이티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3년 필리핀 태풍 재해현장을 찾아 구호 활동을 벌였다. 공생회원들은 최근에는 네팔 대지진 피해 현장에서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네팔 카트만두 지역을 방문해 식수를 지원했다. 30일에는 이곳에서 60km 떨어진 신두팔촉 지역에서 구호활동을 펼쳤다. 이 지역은 지진 피해로 1300명 이상이 사망했고 마을 주민의 70%가 집을 잃었다. 1일부터 6일까지 6일간 1만3000kg의 쌀, 콩, 소금 등의 구호물품을 지원했다. 이 밖에 4일부터 7일까지는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과 함께 신두팔초크 내 시카푸르, 두바초르, 키울, 이초크 지역 5000가구에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10일 네팔 대지진의 진앙 인근 지역인 다딩에 위치한 날랑 지역 주민들에게 쌀 1만 kg과 콩 500kg 등의 식량을 지원했다. 공생회는 14∼17일 신두팔초크 탕팔코트, 군사코트 지역에서도 2차 구호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27일 국내에 개설한 긴급계좌를 통해 공생회는 현재까지 성금 1억 원 이상을 모았다. 세계 낙후지역에 학교, 식수도 지원 공생회는 재난 지역 구호활동뿐 아니라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몽골, 네팔, 케냐 등에서도 식수와 교육지원, 지역개발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4월 지구촌공생회 케냐 지부는 케냐 오지마을 올로레라에서 ‘올로레라 태공 초등학교’ 준공식을 가졌다. 태공은 이사장 월주 스님의 법호다. 이 지역 학생들은 흙바닥에 칠판을 세워 수업을 받아왔다. 야생동물출현이 잦은 케냐의 자연환경 때문에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기도 했다. 이에 초등학교 건물 건축을 지원하게 된 것. 올로레라 태공 초등학교는 지난해 6월 공사를 시작해 총 10칸의 교실과 유치원 1칸으로 건축됐다. 현재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 96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향후 8학년까지의 정규과정이 모두 개설되면 총 350여 명의 학생들이 교육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학생들에게 무료급식이 제공되며 학교가 자립할 수 있도록 정부와 마을주민들이 참여해 학교 내 농장도 조성한다. 공생회 관계자는 “케냐에 새로운 희망을 심어줄 교육시설로서 한몫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까지 50곳의 교육시설을 건립했다”고 밝혔다. 공생회는 후원 기금을 통해 케냐 올마피테트 만해 중고등학교도 2일 준공식을 가졌다. 또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외곽의 슬럼가 모보코 지역에 건축기술학교 건립을 두고 유엔 해비탯과의 실무협의와 사업부지 답사도 진행했다. 2007년 설립된 공생회 케냐지부는 총 3개의 교육시설, 17대의 식수 펌프, 인키니 농장과 민세저수지 건립 및 사후관리, 아동 후원 등을 통해 케냐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천지여아동근 만물여아일체’(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一體), 세상은 나와 더불어 한 뿌리요, 모든 존재는 나와 더불어 하나입니다. 결국 주변과 세상의 어려운 이를 돕는 것이 결국 나와 가족, 우리나라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제 손길을 기다리는 누군가를 생각할 때 잠도 못 이룰 만큼 가슴이 설렐 때가 많습니다.” 최근 스님이 회주로 있는 서울 광진구 영화사에서 만난 월주 스님의 말이다. 월주 스님은 “불교계 NGO로는 유일하게 지구촌공생회가 네팔에 지부를 두고 있어 지진이 발생한 뒤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데 큰 힘이 됐다”며 “여진의 우려가 사라졌을 때 직접 네팔을 찾아 공생회가 건립한 시설을 점검하고 현지 구호 활동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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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규석 작가 “타인을 위해 죽도록 고생하는 사람이 멋진 인간”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었습니다.” 화제의 웹툰 ‘송곳’의 저자 최규석 씨(38)의 말이다. 2013년 말부터 네이버에 연재되기 시작한 ‘송곳’은 외국계 대형마트에 다니는 주인공 이수인 과장이 부하 직원들을 부당 해고하라는 회사의 지시를 받은 후 노동운동가 구고신을 만나 회사에 대항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부당한 갑의 횡포에 맞선 을의 저항을 통해 국내 노동 환경의 불합리와 노사 관계의 문제점을 파헤치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함께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단행본 3권(창비)의 출간을 맞아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노동운동 하는 분들을 보면 시대에 뒤처져 보이기도 하잖아요. 시뻘건 옷을 입고, 머리에 띠를 매고 주먹질하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도 집회 문화 자체는 ‘구려 보인다’고 생각하는 젊은 친구들도 많아요. 조금 다른 식으로 노동운동을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멋지게 그리려 했습니다.” 최 씨는 작품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2007, 2008년 까르푸-이랜드 사태에 참여했던 김경욱 당시 노조위원장과 노동운동가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를 인터뷰하는 등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 주인공 이수인은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기존 이미지와는 다르다. 건조하고 정도 없어 보이지만 옳지 않은 일은 냉철히 반대하고 바로잡으려 한다. 최 씨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통하는 리더십”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혼자 벌어서 네 식구 그럭저럭 먹고살던 시절, 다시 안 와요”, “합리성을 강요하는 모든 조직은 비합리적 인간성에 기생한다” 등 현실을 날카롭게 담아낸 대사도 화제다. “‘송곳’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선악 대결이 아니에요. 선하다고 다 훌륭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전체적인 방향은 선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멋진 인간이 타인을 위해 죽도록 고생한다’는 콘셉트를 잡았습니다.” ‘송곳’은 영화화가 확정됐다. 드라마화도 논의 중이다. 인기 웹툰 ‘미생’과도 비교되곤 한다. “‘송곳’ 구상 중에 ‘미생’이 확 뜨더군요. 장그래가 회사에서 노조를 만들까봐 걱정 많이 했어요. 그럼 제가 할 게 없어지잖아요. 우연히 ‘미생’ 윤태호 작가를 만나서 물어봤더니 ‘장그래가 노조 만들 일 없으니 걱정 말라’고 하더군요. 평소 회사 생활을 하실 때는 ‘미생’을 보시다가 회사 분위기가 흉흉해지면 ‘송곳’을 봐주세요.(웃음)”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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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독토’를 아십니까

    《 두 아들을 둔 ‘워킹맘’ 빈수미 씨(45·경기 수원시)는 지난해 말부터 아쉬움이 컸다. 독서를 좋아하는 그는 문화센터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2013년부터 서울 강남 지역에서 매주 독서토론 모임을 가졌다. 처음에는 다들 열성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이기가 쉽지 않았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오고 가는 데만 3시간은 꼬박 걸리니….” 그런 그에게 대안이 생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단체방을 만들어 독서토론을 시작한 것. 그는 3월부터 ‘카카오톡’에 단체방을 만들어 알랭 드 보통의 ‘불안’ 등을 읽은 후 시간을 정해 토론을 했다. “거실에서 카톡으로 독서토론을 했어요. 뉴스를 보는 남편과 대화하고, 공부 중인 아들에게 간식을 가져다주면서 틈틈이 독서토론을 하니, 음. 좋더군요!” 》○ 자유로운 독서토론 매력 SNS에 단체방을 만들어 독서토론을 하는 이른바 ‘카독토’(카카오톡으로 독서토론)가 독서 애호가들 사이에서 최근 인기다. 장소와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도 자유롭게 독서토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인이나 저녁 시간 외출이 어려운 주부들의 호응이 높다. 교사 최한별 씨(30)도 이 모임에 푹 빠졌다. 그는 책을 읽고 이야기하면서 업무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이 문제였다. 최 씨는 “오프라인 독서토론을 해봤는데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카독토를 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직접 만나지 않고 토론이 될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제대로 토론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사는 주부 박성이 씨(56)는 구청 모임을 통해 알게 된 독서토론에 참석해 왔다. 한동안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지만 여건이 어려워지자 SNS 독서토론방을 만들었다. 박 씨는 “일상 중에도 수시로 책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책을 더 많이 읽게 됐다”고 했다.○ 기자가 체험해 보니… ‘쓰기와 읽기’가 동시에 SNS 토론을 주제로 한 책까지 최근 발간됐다. ‘북톡카톡’(나무발전소)은 두 저자가 SNS로 나눈 토론을 그대로 담은 책이다. 출판사 관계자는 “SNS에서 지적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에서는 지난달부터 ‘SNS 독서토론모임’을 기수별(12명)로 모집하고 있다. 현재 3기가 활동 중이다. 숭례문학당 신기수 당주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에 빠져 책을 읽지 않는데, 이를 거부하기보다는 오히려 활용해 독서를 활성화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SNS로 독서토론이 가능할까? 동아일보 취재팀은 최근 2시간 동안 진행된 숭례문학당 카독토에 직접 참여했다. 이날 토론한 책은 ‘영혼의 미술관’(알랭 드 보통). 원활한 진행을 위한 진행자가 있다. 토론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책에 대한 평점(5점 만점)을 각각 매겼다. 이어 “예술을 어떻게 대할지 알게 해주는” “약간 지루하지만 방향성은 좋다” 등 촌평을 비롯해 인상적인 구절을 적어 올리며 생각을 나눴다. 내용 중 공감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투표하기도 했다. 기자가 경험한 SNS 독서토론은 책 속 문장을 찾아 카톡방에 올리다 보니 내용이 더 잘 각인됐다. 생각을 말이 아닌 글로 써야 하니 한마디를 해도 신중하고 적확한 표현이 필요했다. ‘읽고 쓰는 것이 동시’에 이뤄지는 느낌이었다. 토론이 끝난 뒤에도 다시 단체방에 들어가 내용을 짚어볼 수 있었다. 단, 상대의 미묘한 뉘앙스나 의도를 잘못 받아들이거나 모를 때가 있었다. 음성으로 이뤄지는 수다 등에서 얻을 수 있는 감성적인 부분이 적어 다소 건조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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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똑똑한 羊’되기보다 가슴속 불을 지펴라

    100만 부 이상 팔려나간 ‘7막 7장’(1993년)부터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하버드 새벽 4시 반’까지…. 국내에 출간된 수많은 책 속의 미국 하버드대는 한국 대학이 본받아야 할 이상(理想)이자 학부모들에게 ‘꿈’ 같은 곳이다. 내 자식이 ‘스카이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합격해도 뛸 듯 기쁠 텐데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대)에 들어간다면 그 기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는가? 그런데 최근 아이비리그 예찬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 발간돼 화제다. 출간 10여 일 만에 3쇄까지 찍었을 정도로 호응이 높다. 제목은 ‘공부의 배신’(원제 Excellent Sheep·도서출판 다른). 저자는 10여 년간 예일대 교수로 영문학을 가르친 윌리엄 데레저위츠 씨(51)로 지난해 이 책을 통해 아이비리그 엘리트들을 ‘양떼’에 비유해 미국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그 역시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아이비리그 출신이다. 현재도 미국 주요 대학을 다니며 교육을 주제로 강연을 하는 그는 수십 년간을 미국 엘리트 교육의 현장에 있었다. 10일 e메일로 그와 교육방담(敎育放談)을 나눴다. 아이비리그를 비판한 이유부터 물었다. “대학 강연을 하면서 학생들의 극심한 ‘허기’가 느껴졌어요. 목적의식과 방향성에 대한 허기, 인생의 중요한 질문들을 제시해줄 길잡이에 대한 허기, 나아가 이러한 것들을 생각해도 좋을지에 대한 허기까지….” 아이비리그 학생들은 3, 4개 외국어는 기본이고 공부와 스포츠, 음악에 능하고 봉사활동까지 충실한 슈퍼엘리트임에도 불안과 두려움, 공허감에 시달린다고 그는 강조했다. “약간만 실수를 해도, 가령 A-만 받아도 정체성에 타격을 받아요. 정신적 회복력도 없고 내면의 힘도 없다 보니 자신의 가치에 대한 감각이 없습니다.” 그는 또 “이런 문제는 명문대의 입시 과정이 원인”이라며 “아이비리그에 들어가기 위해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학업, 운동, 예술, 봉사, 리더십 등 끝없는 장애물을 넘어야 했다. 어린 시절을 통째로 바쳐 어른들이 바라는 대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데레저위츠 씨는 이어 “학생들은 자신의 인생을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것, 어른들이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차리기엔 형편없이 부족하다. 마치 양처럼”이라고 했다. 다소 주입식이라도 청소년기에는 많은 지식을 습득해야 이를 기반으로 창의력이 생기지 않을까? 그는 단호하게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지식의 습득, 즉 정보를 암기하는 것은 배움과는 다른 일이에요. 배운다는 것은 자신 안에 잠들어 있는 정신적 힘을 기르는 겁니다. 교육은 불을 지피는 일이지, 양동이를 채우는 일이 아닙니다.” 한국 교육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공부에 대한 압박감이 그 어느 나라보다 많다고 알고 있어요. 심지어 미국 내 한국 이민자들 사이에는 ‘크램 스쿨(cram school·입시 준비 학원)’ 문화가 있습니다. 대학들은 ‘내 아이가 서열 몇 위에 속하는 대학에 못 들어가면 어쩌나’ 하는 공포를 마케팅 전술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명문대를 가야 성공하는 데 유리하고 인생이 편하다’는 생각이 한국에선 지배적이라고 하자 그는 “편한 삶이 좋은 대학을 나와서 부자가 된다는 뜻인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그것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상적인 답변이 아닌 ‘한국 학부모와 학생들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도 부탁했다. “최고의 학교가 반드시 최고의 교육을 제공한다고 볼 수 없어요.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명문대만 좇을 궁리를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무언가를 배울 곳을 찾아야 해요. 당신이 가는 곳이 당신의 미래는 아닙니다(Where You Go is Not Who You‘ll Be).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물질적 성공만 놓고 보더라도,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 하는 문제와 크게 상관이 없어요. 그보다는 자신의 지성, 성실함, 창의력, 유연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 자질은 명문대를 다닌다고 해서 반드시 길러지는 게 아닙니다.” 그는 “다양한 학생들에게 맞는 다양한 학교가 있을 뿐 최고는 없다. 자신에게 최고인 게 최고”라는 말로 인터뷰를 끝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 2015-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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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역사 바꾸는 지진, 그 재앙 결코 남의 일 아니야

    7657. 지난달 25일부터 6일 현재까지 네팔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수다. 인류는 문명과 기술을 통해 식량 부족, 기상 악화, 전염병 등 많은 난관을 넘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발생만 하면 순식간에 죽음에 이르는 재해가 있다. 지진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먼 이국 땅 이야기라고? 영국 케임브리지대 방문연구원이자 ‘타임스’ 편집자인 저자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 자신이 사는 곳은 지진과 무관한 ‘안전지대’라고 확신하던 차에 집에서 심한 진동을 느낀다. 이후 지진 기록을 보니 영국에서조차 매년 200회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 저자가 지진을 연구하게 된 계기다. 이 책은 역사 속 지진과 이에 맞서 온 인류의 분투를 다루고 있다. 역사적으로 지진은 수많은 도시를 몰락시켰다. 기원전 2000년대 후반부터 50년 동안 터키, 그리스 등의 청동기 문명이 사라진 이유는 지진 때문이다. 1755년 일어난 포르투갈 리스본 대지진으로 도시 자체가 붕괴된다. 당시 종교재판이 열려 생존자 중 일부를 이단으로 화형시켰을 정도로 사회적 충격이 컸다. 지진은 역사의 물줄기까지 바꿨다. 1923년 간토 대지진으로 일본 국민총생산의 40%가 줄어 복구비용으로 일본 군사화가 가속화됐고,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에 영향을 미쳤다. 문화도 변한다. 지진 이전 수많은 백화점은 고객이 들어갈 때 실내화를 신어야 했지만 지진을 겪은 후 자신의 신발을 신은 채 들어가게 됐다. 지진이 유독 많이 일어났던 1750년에는 유럽 여성들 사이에서 지진을 피해 야외에서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지진 드레스’가 유행했다. 일본 기상청 지진 경보 로고에는 메기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과거 일본인들이 육지 아래 사는 거대한 메기가 꿈틀거려 지진이 발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류는 계속 지진에 맞서 왔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리스본 대지진 후 천문학자 존 미첼은 지진의 속도를 최초로 계산했다. 아일랜드인 토목기사 로버트 말레는 1851년 지하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해 인공지진 실험을 시행했다. 1875년 수평진동, 수직진동을 측정하는 최초의 현대적 지진계가 발명됐다. 지진의 규모를 비교하는 단위인 ‘리히터 규모’를 만든 미국 지질학자인 찰스 리히터의 사연도 흥미롭다. 1933년 로스앤젤레스 인근 롱비치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롱비치에서 50km 떨어진 캘리포니아공대 방문교수 아인슈타인은 동료 베노 구텐베르크와 대화를 나누며 교정을 걸었지만 대화에 빠져 주변 나무, 전선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지진 발생을 알게 된 구텐베르크는 동료였던 리히터에게 낮의 일을 이야기했고, 리히터 규모가 탄생되는 계기가 됐다. 1960년대 판구조 이론 발표 이후 지진 측정을 넘어 원인 파악까지 연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전히 지진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밀도가 높은 한 판이 밀도가 낮은 다른 판의 밑으로 들어가는 ‘섭입(攝入)’이 발생하지 않는 장소에서도 지진이 일어난다. 지진의 장소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지만 언제 일어날지는 여전히 맞히기 어렵다. 기껏해야 ‘5년 내 대지진 가능성 70%’ 정도로 정부는 발표하고 있다. 지진 예측은 아예 ‘유혹적인 신기루’라고 저자는 표현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지진 피해를 남의 일로 생각한다. “자주 지진이 나는 일본조차 사람들이 지진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나에게 불행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않아 큰 문제”라고 저자는 강조했다. 호주를 제외하고 세계 곳곳의 도시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 카이로, 이스탄불, 자카르타, 멕시코시티, 샌프란시스코, 상하이…. 저자가 예상한 지진 발생 가능성이 큰 대도시 50곳이다. 이 목록에 서울도 들어간다. 지진. 당신의 이야기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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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힐링 만찬과 멘토링’, 1000만원 낙찰

    혜민 스님과의 저녁 식사를 하며 멘토링을 받는 행사가 1000만원에 낙찰됐다. 7일 미술품 경매사 K옥션에 따르면 6일 마감된 문화예술사랑 온라인경매 중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힐링 만찬과 멘토링’이 300만원에 경매를 시작해 경합 끝에 1000만원(판매수수료 포함 1132만원)에 낙찰됐다. 낙찰자는 동반인 3명과 함께 혜민 스님과 저녁을 먹으며 멘토링을 받게 된다. 식사비를 제외한 낙찰금액은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해 기부된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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