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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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짜릿한 역전 승부, 그들이 흘린 땀은 결코 거짓되지않습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 그 땀방울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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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아홉살의 깜짝 선물… 김민석, 빙속 1500m 아시아 첫 메달

    ‘빙속 괴물’ 김민석(19·성남시청)이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 역사를 다시 썼다. 김민석은 13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1분44초93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체격과 파워가 뛰어난 미국과 유럽 선수의 독무대였던 이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 메달을 딴 것은 김민석이 처음이다. 경기 후 김민석은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 700m 지나고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계속 들려 그 힘으로 버텨냈다. 국민의 성원으로 얻어낸 결과가 아닌가 싶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한편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첫 쇼트트랙 여자 500m 금메달에 도전한 최민정(20·성남시청)은 결선에서 2위로 골인했지만 실격 처리가 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강릉=김배중 wanted@donga.com·강홍구 기자}

    •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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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 3종목 남아… 다음엔 눈물 흘리지 않겠다”

    천장에 달린 전광판을 통해 실격 사실이 알려지자 관중들 사이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사상 첫 올림픽 500m 도전이 다음을 기약하게 된 순간이었다. 쇼트트랙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20)이 500m 메달 획득을 하지 못했다. 1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500m 결선에서 실격 처리됐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최초의 500m 금메달 도전이자, 이번 대회 전관왕의 꿈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준결선에서 올림픽 신기록(42초422)을 새로 쓰며 결선에서 가장 안쪽 1번 라인을 배정받은 최민정은 이날 결승선을 2위로 통과했다. 캐나다의 킴 부탱(24)의 손에 잠시 밀려나기도 했지만 이내 페이스를 찾으며 레이스를 이어갔다. 마지막 코너까지 선두 이탈리아 아리안나 폰타나(28)를 추월하려던 최민정은 폰타나와 불과 22cm 차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비디오 판독을 해야 할 정도로 경합이었다. 그러나 추월 과정이 문제였다. 마지막 2바퀴를 남겨놓고 최민정이 바깥쪽으로 부탱을 추월하려다 왼팔로 상대를 가로막는 듯한 동작을 했던 게 문제가 됐다. 이정수 KBS 해설위원은 “아쉽지만 실격 판정이 맞다”고 했다. 이 위원은 “2, 3년 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이 바뀌면서 추월을 시도하는 선수에게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전이경 본보 해설위원은 “최민정이 바깥쪽으로 부탱을 추월하려다 왼손을 부탱의 안쪽으로 넣은 것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부탱이 최민정을 밀친 동작은 그 이후에 발생했기에 최민정의 동작을 실격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가슴을 졸이며 진출한 결선이었다. 이날 4조에서 준준결선을 한 최민정은 비디오 판독 끝에 2위로 준결선에 합류했다. 3위 이탈리아의 마르티나 발체피나(26)와 불과 0.027초 차였다. 이어진 준결선에서는 올림픽 신기록을 쓰며 분위기를 바꾸는 듯했지만 끝내 결선에서는 원하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전설 전이경(42), 진선유(30)도 품에 안지 못한 500m 제패에 도전했던 최민정은 서양 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근력을 극복하기 위해 비시즌에는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시즌에는 매일 200∼300바퀴씩 돌며 힘을 키워 왔다. 52kg대였던 체중도 현재 54kg으로 늘었다. 하루에만 10시간 훈련을 했다. 최민정은 경기장을 빠져나오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는 “지금 눈물을 흘리는 건 그동안 힘들게 준비했던 게 생각나서 그렇다. 하지만 속은 시원하다”고 했다. 판정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내가 더 잘했다면 부딪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이겠다고 했었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는 “아직 세 종목이나 남았다. 다음 경기에선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최민정은 1500m(17일), 3000m 계주(20일), 1000m(22일)에 나선다. 최민정과 경합을 벌였던 폰타나는 2006년 토리노 대회 때부터 4번째 도전 만에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은메달은 결승선을 세 번째로 통과한 네덜란드의 야라 판케르크호프(28), 동메달은 네 번째 부탱의 차지가 됐다. 강릉=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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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음판에 내놓은 아이… 엄마는 기도중 “우리 딸, 넌 이미 가족의 보물이야”

    초등학생 딸에게 “운동을 그만두는 건 어떻겠니”라고 조심스레 물었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두 어머니에게는 그 말이 여전히 가장 큰 미안함으로 남았다. 그 후 딸의 노력을 가장 가까이서 봐왔기에 더욱 잊을 수 없는 말이었다. 새로운 빙상 여제에 도전하는 쇼트트랙 에이스도,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빙속 여제도 여전히 그들에겐 안쓰러운 존재였다. 두 어머니는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그저 다치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20)의 어머니 이재순 씨(54),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상화(29)의 어머니 김인순 씨(57)의 이야기다. ○ “스무 살 딸,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 되길” 첫 올림픽을 앞둔 마음은 딸도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최민정의 어머니 이재순 씨는 조마조마한 마음과 혹시나 딸에게 부담이 되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번 대회 경기장을 찾는 대신 절실히 불공을 드리기로 했다.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500m 예선을 올림픽 신기록(42초870)을 세우며 통과한 최민정은 명실상부 여자 대표팀의 에이스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이번 대회 그의 전관왕(500m, 1000m, 1500m, 3000m 계주)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밖에서는 승부사라는 평가를 받는 최민정의 집에서의 모습을 묻자 “자기 관리가 너무 철저해서 로드매니저인 저를 긴장하게 만드는 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가 된 그도 어릴 땐 운동을 포기할 위기가 있었다. 이 씨는 “민정이가 초등학교 2학년쯤 됐을 때 운동을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권한 적이 있었다. (운동을 하는) 민정이를 24시간 돌보다 보니 혼자 있는 큰딸에게 너무 신경을 쓰지 못해서였다. 이 씨는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 민정이가 ‘엄마가 공부하라면 하겠지만 내 1순위는 운동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더라.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하게 해주자라는 생각에 운동을 계속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예전 한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을 묻는 질문에 민정이가 초등학교 때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가서 말도 타고 잠수함도 탄 기억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가족여행도 포기할 정도로 자신이 선택한 선수 생활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에 마음이 찡했다”고 했다. “지난해 (3연패에 도전했던) 세계선수권에서 챔피언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도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마음을 비우는 법을 배우는 걸 보고 대견했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스무 살이 된 최민정에게 어머니가 바라는 건 그저 “건강히 선수 생활을 하고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민정아, 올림픽의 결과는 하늘의 뜻이야. 넌 이미 충분히 훌륭한 선수이자 우리 가족의 보물이야. 우리 올림픽 끝나면 그동안 미뤄왔던 가족여행 떠나자. 최민정 파이팅.” 최민정은 13일 한국 여자 쇼트트랙 역사상 첫 올림픽 500m 금메달에 도전한다.○ “엄마 아빠는 네 덕에 늘 기뻤어” 딸의 네 번째 올림픽. 이상화의 어머니 김인순 씨는 이번 대회 처음으로 딸의 올림픽 경기를 직접 관람한다. 이달 초 서울 자택에서 만난 김 씨는 “상화가 소치 때보다는 덤덤한 것 같다. 지금은 쫓기는 자가 아니라 쫓는 자가 돼서 그런지 도리어 ‘기량대로만 하면 잘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엄마 입장에선 걱정도 되지만 기대도 된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최강자 고다이라 나오(32·일본)와 이상화의 맞대결은 이번 대회 최고의 흥행 카드 중 하나다.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이상화도 어릴 때는 스케이트를 벗을 뻔했다. 김 씨는 “오빠가 먼저 스케이트를 하다 보니 둘 다 운동을 시키기 쉽지 않았다. 원래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만 운동을 하고 피아노를 가르치려 했는데 오빠가 동생을 위해 운동을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오빠 이상준 씨(32)는 “동생이 더 재능이 있었다. 상화가 하는 게 맞았다”고 말했다. 오빠는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호랑이 이빨을 뽑는 꿈을 꾸었는데 이 꿈을 이상화에게 팔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상화는 밴쿠버 올림픽 뒤에는 가족에게 서울 동대문구 아파트 한 채를, 소치 올림픽 뒤에는 경기 양평 주택 한 채를 선물한 통 큰 막내딸이기도 하다. 새벽마다 도시락을 들고 딸의 연습장을 찾았던 어머니는 딸에게 전했다. “그동안 차디찬 얼음판에서 고생 많았어. 상화 덕에 엄마 아빠는 늘 기뻤어. 결과는 신경 쓰지 말고 그저 즐기다 왔으면 해. 사랑하는 우리 딸 경기장에서 보자.”강릉=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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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선영 “동생 진규의 이름으로”

    트레이닝복 상의를 벗고 빙판 위로 들어서자 안방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한 번의 부정출발 후 다시 숨을 고른 그는 있는 힘껏 빙판 위를 달렸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대표 노선영(29)은 그렇게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이었다. 노선영이 12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서 1분58초75로 14위를 기록했다. 카자흐스탄 예카테리나 아이도바(27)와 5조에서 함께 뛴 노선영은 바깥 레인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이날 기록은 2013년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세웠던 개인 최고 기록(1분56초04)과 시즌 최고 기록(1분57초84)에 다소 못 미쳤다. 2006년 토리노 대회 때부터 올림픽 무대를 밟아온 노선영은 4년 전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쇼트트랙 대표 출신 동생 노진규가 2016년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뒤 “평창 올림픽에서 함께 뛰자”는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이번 대회 팀 추월 종목에 출전하려던 노선영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올림픽 진출이 무산될 뻔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경기 후 노선영은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동생이 더 만족스러워했을 것 같다. 네 번의 올림픽 중 이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노선영은 박지우, 김보름과 19일 팀 추월 준준결승에 출전한다. 금메달은 네덜란드의 이리네 부스트(32)가 1분54초35의 기록으로 차지했다. 밴쿠버 대회 이 종목 우승자인 부스트는 8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강릉=강홍구 windup@donga.com·김배중 기자}

    • 20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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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력 최고, 끼도 최고… ‘빙탄소년단’

    팀원들을 향한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11일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 참가한 쇼트트랙 대표 임효준(22)은 시상대에 오르며 세리머니 3개를 연달아 선보였다.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툭툭 턴 후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편 오른손을 흔든 뒤 잠시 손을 입에다 붙였다 떼며 검지로 하늘을 가리켰다. 어깨를 터는 세리머니는 남자 대표팀 맏형 곽윤기(29),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는 건 둘째 서이라(26) 특유의 세리머니다.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맛본 임효준이 이처럼 자신의 세리머니 앞에 형들을 따라 한 건 동료들을 향한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일곱 살 어린 동생 임효준의 애정표현에 곽윤기는 해당 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서이라도 ‘좋아요’로 화답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황금빛으로 장식한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찰떡 케미스트리를 선보이고 있다. 빙판 위 빼어난 실력은 물론이고 경기장 밖의 톡톡 튀는 모습에 팬들은 남자 대표팀에 ‘빙탄소년단’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방’을 얼음 빙(氷) 자로 바꾼 것이다. 맏형 곽윤기와 막내 황대헌(19)의 나이 차만 열 살이지만 그 어느 대표팀보다 허물없이 잘 지내고 있다. 선수촌 숙소 배정만 봐도 그렇다. 통상 국제대회에 출전한 대표팀이 연차 순으로 숙소를 배정하는 것과 달리 남자 대표팀은 가위바위보로 평창 올림픽 숙소를 정했다. 그 결과 가위바위보에서 진 순서대로 황대헌과 서이라가 한방을, 곽윤기는 홀로 떨어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과 같은 숙소를 쓰게 됐다. 빙상 선수들이 묵는 강릉선수촌은 방 3개짜리 숙소에서 4명이 생활한다. 큰 방은 2명이 함께 쓴다. 분위기 메이커는 맏형 곽윤기다. 서이라는 “후배들을 잘 챙겨주고 대화도 잘 맞춰준다. 분위기 메이커는 단연 윤기 형”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남자 대표팀 중 유일하게 올림픽을 경험한 곽윤기는 취재진 앞에서 각오를 밝힐 때도 마이크를 도맡는다. 곽윤기는 밴쿠버 대회 당시 팬들이 동방신기에 빗대 대표팀에 붙여준 ‘동빙신기’의 일원이기도 했다. 톡톡 튀는 건 서이라도 마찬가지다. 평소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자작 랩을 선보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평소 믹스트존 등에서 과묵하고 침착한 편인 막내 황대헌도 형들 앞에서는 애교를 마다하지 않는 영락없는 막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서이라와 황대헌은 남은 500m, 1000m 등에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강릉=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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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대 7차례… 시상대 가장 높은 곳 섰다

    한 후배는 그에게 “형, 이렇게 쇼트트랙 하다가 정말 죽겠어”라고 했다. 7번의 수술, 그리고 재활. 빛을 본다 싶을 때마다 여지없이 들이닥치는 부상의 그림자는 때론 모든 걸 포기하고 싶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가 매번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조여 맨 건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때문이었다. 임효준(22·한국체대)이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한국 선수단에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 첫 경기에서 올림픽 신기록(2분10초485)을 세웠다. 어려서 또래보다 작고 약했던 임효준은 스케이트에서만큼은 금세 두각을 드러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쇼트트랙을 시작한 임효준은 4학년 때 6학년 형들을 제치고 종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임효준의 재능을 발견한 코치들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시키려던 그의 어머니 곽다연 씨(48)에게 ‘매일 훈련하지 않으면 효준이를 안 맡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본격 선수의 길을 걷게 했다. 그러나 그의 쇼트트랙 인생은 늘 빛보다 그림자가 길었다. 중학교 때 오른쪽 정강이뼈 골절을 시작으로 발목 인대 손상, 손목, 허리 골절 등 수술대에만 7차례 올랐다. 곽 씨는 주위로부터 “왜 그렇게까지 해서 운동을 시키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력만큼은 확실한 선수였기에 상처는 더욱 깊었다. 16세이던 2012년 겨울유스올림픽에서 남자 1000m 금메달을 따며 ‘전성기 시절의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을 받았지만 부상에 다시 쓰러졌다. 임효준은 “2년 전 허리가 부러졌을 때가 제일 힘들었다. 대학 후배들이 ‘정말 쇼트트랙 하다가 죽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태어나기 전부터 시련이 있었다. 첫아이 임효준을 임신한 뒤 곽 씨는 정기 검진차 대구의 한 산부인과에 갔다. 태아의 심장 박동이 잘되지 않아 거의 죽기 직전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병원을 찾은 곽 씨는 태아가 무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앞선 병원의 오진이었다.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2kg대로 태어난 임효준은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다.  ▼ 악바리 22세 “이젠 햄버거 먹어도 되겠죠” ▼“한방 보여줄 거지” 농담했던 엄마… “준이는 승부라면 눈에 불 켜는 아이” 숱한 역경 속에서도 그가 질주를 멈추지 않은 건 순전히 평창 올림픽 때문이다. 임효준은 “평창 하나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곽 씨는 “하도 수술을 많이 해서 병문안 온 사람들이 초상집 분위기를 예상하는데 담담해서 오히려 놀라더라. 준이가 다쳤을 때는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준이는 의연했다”고 전했다. 곽 씨는 “어릴 적 컴퓨터를 우승 선물로 약속했는데 금메달을 따자마자 스케이트를 벗고 관중석까지 올라오더라. 승부라면 그렇게 눈에 불을 켰다”며 남달랐던 승부욕을 전했다. 대구 계성초 4학년 재학 시절 담임 노찬석 씨는 그를 ‘악바리’라고 말했다. 우상 ‘국민타자’ 이승엽도 정신적 의지가 됐다. 임효준은 대구 연고의 프로야구 삼성 스타 이승엽이 자신을 응원한 기사(본보 2017년 12월 25일자 A1면 참조)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이승엽의 말을 인용해 “외로워지는 순간이 있으면 그때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코치, 동료, 국민들을 생각해라”라고 적었다. 이승엽은 “큰 부담을 떨쳐 내고 따낸 금메달이라 더 축하해 주고 싶다. 남은 경기에서도 다치지 않고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힘껏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9일 개회식 때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며 평창 올림픽에 힘을 보탰던 그는 “올림픽을 마치고 기회가 되면 한 번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고향 후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해 대표 선발전에서 깜짝 1위를 하며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임효준은 첫 올림픽 출전임에도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친구, 재활코치 등에게 자비로 올림픽 경기 티켓을 사서 보내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임효준은 예선, 준결선을 모두 1위로 통과했다. 3번 레인에서 출발한 임효준은 6바퀴를 남기고 다른 선수에게 밀려 넘어질 뻔도 했지만 양손으로 빙판을 짚고 버티며 레이스를 이어갔다. 3바퀴를 남겨놓고 선두로 나선 임효준은 그대로 선두를 빼앗기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양손을 앞으로 쫙 뻗으며 포효하는 임효준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듯 2위 싱키 크네흐트(네덜란드)는 그의 헬멧을 두드리며 축하를 건넸다. 임효준은 2014년 소치 올림픽 남자 대표팀의 노메달 한을 푸는 동시에 이번 대회 금빛 사냥의 서막을 알렸다. 임효준은 “아직 500m, 1000m 경기가 남아 있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남자 5000m 계주는 죽기 살기로 해서 꼭 금메달을 가져오겠다”며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경기장에서 아들을 응원하던 곽 씨는 “부상에 시달리던 효준이에게 ‘이러다 한 방으로 보여주려고 그러지?’라고 농담을 했었는데 정말 한 방에 보여준 것 같아 대견하다”고 했다. 임효준은 “금메달을 땄으니 그동안 못 먹었던 햄버거를 하나쯤 먹어도 될 것 같다”며 웃었다.강릉=강홍구 windup@donga.com·김배중 기자}

    •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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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덩방아 찧고도 신기록… 신비로운 ‘팀 코리아’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예선 첫 번째 경기. 네 바퀴째를 돌던 한국 대표팀의 막내 이유빈(17·서현고)이 코너를 돌고 휘청한 뒤 갑자기 엉덩방아를 찧고 뒤로 넘어졌다. 그 순간 관중석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졌다. 이유빈의 ‘엉덩이 밀어주기’를 기다리던 다음 주자 김예진(19·평촌고)도 더 이상 속력을 못 내고 뒤를 바라봤다. 레이스를 펼치던 선수들과의 격차도 순식간에 반 바퀴 이상 벌어졌다.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던 순간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20·성남시청)이 나섰다. 전광석화같이 이유빈을 따라간 최민정은 이유빈의 손을 터치한 뒤 한 바퀴를 돌았다. 이유빈의 앞 주자로 한 바퀴 반을 돈 최민정은 이유빈의 엉덩이를 밀어주는 역할을 마치고 트랙을 돌다 이유빈이 넘어진 것을 보고 다시 달린 것이다. 반 바퀴를 달리고 당초 이유빈의 다음 주자인 김예진 다가오자 ‘좀 더 돌겠다’는 수신호를 주고 반 바퀴를 더 돈 뒤에야 김예진의 엉덩이를 밀었다. 쇼트트랙에서는 순서는 정해놨지만 특정 선수가 더 달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계 최강’ 여자대표팀에 경기 초반 실수는 충분히 극복 가능했다. 최민정의 재치 있는 투혼에 남은 선수들도 힘을 발휘했다. 남은 23바퀴에서 극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실수를 했던 이유빈도 이를 악 물고 격차를 조금씩 지워갔다. 반 바퀴 차이는 반의 반 바퀴로, 급기야 10m 이내로 줄어갔다. 한때 방송 중계카메라에서 사라진 여자대표팀 선수들의 모습도 한 화면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11바퀴를 남기고 본격적인 ‘역전쇼’가 펼쳐졌다. 최민정이 헝가리 선수를 제치고 4위에서 3위로 치고 올라간 뒤 9바퀴를 남기고 김예진이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다음 주자인 심석희(21·한국체대)가 약 한 바퀴를 돈 뒤 인코스를 파고들며 캐나다 선수까지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막내의 실수를 언니들이 돌아가면서 만회해준 것이다. 한번 선두로 올라선 여자대표팀은 더 이상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광판에 찍힌 공식기록은 4분6초387.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당시 중국이 세운 올림픽 기록(4분6초610)을 깨는 순간이었다. 한 차례 실수한 뒤 포기하지 않고 올림픽 신기록까지 세운 여자대표팀에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여자대표팀이 보여준 위기 대응은 철저한 준비의 결과였다. 쇼트트랙은 선수들이 레인 구분 없이 한데 섞여 자리를 다투기 때문에 자주 넘어지고 반칙으로 인한 실격 등 돌발 상황이 많다. 대표팀은 이에 대비해 훈련 중 호흡훈련 외에도 몸싸움 대비 등 여러 시뮬레이션 훈련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꼼꼼한 준비와 수없이 반복된 훈련이 이날의 기적 같은 올림픽 기록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날 방송 해설을 한 전이경 싱가포르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42)은 “선수들이 돌발 상황에 대한 훈련을 잘 해온 것 같다”며 “이런 실력이라면 초반이 아닌 중반에 실수를 했어도 만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선수들도 한국 선수들의 역주에 적잖이 놀란 분위기다. 카산드라 브라데트(29)는 “(한국이 넘어진 뒤) 우리도 다리가 힘들 정도로 속력을 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하게 그들이 아주 빨리 따라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여자대표팀의 금빛을 향한 계주 질주는 20일 펼쳐진다. 강릉=김배중 wanted@donga.com·강홍구 기자}

    •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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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진규를 위하여… 이 악문 선수촌 1903호실

    서울 관악산의 사찰 성주암에는 주인을 먼저 떠나보낸 흰색 반려견 한 마리가 있다. 2016년 골육종에 걸려 2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비운의 천재 스케이터 노진규(사진)가 생전에 기르던 ‘보리’다. 노진규가 눈을 감기 전 잠시 요양을 했던 이곳은 그의 불교식 제례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그의 위패가 봉안돼 있는 성주암에는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는 동료, 후배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성주암 관계자는 “고인의 1주기였던 지난해 4월에는 대표 선발전이 끝난 뒤 선수들이 한꺼번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2011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종합 우승을 차지한 노진규는 김동성,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등의 에이스 계보를 이을 선수로 주목받았다. 지금은 사라진 남자 3000m 종목 세계신기록(4분31초891)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2014년 1월 훈련 도중 왼쪽 팔꿈치 골절을 치료하다 악성 종양을 발견했고 투병생활 끝에 결국 2016년 4월 3일 생을 마감했다. 노진규는 떠났지만 그를 그리는 동료들은 여전히 많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빙상 경기가 열리는 강릉에서도 마찬가지다. 생전 노진규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평창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 이들은 “모두가 당신을 오래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각자의 출발선에 서고 있다. 노진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친누나이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노선영(29)이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려던 노선영은 “평창 올림픽에서 함께 뛰자”던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스케이트를 신은 끝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림픽 팀 추월에 출전하려던 노선영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올림픽 진출이 무산될 뻔했던 우여곡절을 겪다 러시아 선수가 빠지면서 출전 자격을 얻었다. 12일 여자 스피드 1500m에 출전한다. 노진규와 사이가 각별한 건 한국체대 후배 심석희(21)도 마찬가지다. 노진규와 함께 쇼트트랙 대표팀 생활을 했던 심석희는 평소 그를 ‘형’이라 부르며 따랐다. 노진규의 빈소에서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심석희는 그의 49재를 지낼 때까지 매주 아버지와 함께 성주암을 찾았다. 노진규의 1주기 때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노진규의 세계선수권 우승 기사 사진과 함께 “되도록 많은 분들이 오빠를 오래오래 마음속에 간직했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쇼트트랙 여자 전 종목에 출전하는 심석희는 노진규가 꿈꿨던 평창 메달을 대신 목에 걸겠다는 각오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 출전하는 박승희(26)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노진규와 과천빙상장에서 함께 훈련한 오랜 친구 사이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 함께 출전한 박승희의 언니 박승주(28·스피드), 남동생 박세영(25·쇼트트랙)과 노선영, 노진규 남매가 모두 한곳에서 올림픽 메달의 꿈을 키웠다. 박세영은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마다 성주암에 다녀올 정도다. 박승희 또한 노진규가 세상을 떠날 당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의 사진을 여러 장 올리며 “아쉽다. 너랑 술 한 잔을 못해봤네”라는 글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에서 노선영, 심석희, 박승희는 강릉 선수촌 801동 1903호에서 룸메이트가 됐다. 그들에게는 저마다 저 멀리서 응원을 보낼 동생, 선배, 친구가 있다.강릉=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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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빙속 황제다” 크라머르 3연속 포효

    역시 빙속 황제였다. 스벤 크라머르(32·네덜란드)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서 3연패를 기록했다. 1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6분09초76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대회 첫 금메달로 이 종목 3회 연속 우승을 완성했다. 개인 통산 4번째 올림픽 금메달. 이날 10조 인코스에서 경기를 펼친 크라머르는 28초98대를 기록한 200∼600m 구간을 제외하고 모든 구간 랩타임을 29초대로 유지한 끝에 자신이 세웠던 올림픽 기록(6분10초76)을 갈아 치웠다. 황제의 압도적인 레이스에 네덜란드 팬은 물론 한국 팬들도 환호를 보냈다. 크라머르는 “이번 금메달은 나에게 특별하다. 4년마다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한국 장거리 간판 이승훈(30)은 자신의 시즌 최고인 6분14초15의 기록으로 5위를 차지했다. 주종목인 매스스타트를 앞두고 절정의 컨디션을 보인 이승훈은 “6분 15, 16초대를 목표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스퍼트가 생각보다 잘됐다”며 스스로의 레이스에 90점을 줬다. 역대 최대 규모의 겨울올림픽 선수단을 파견한 미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주인공은 겁 없는 18세 소년이었다. 레드먼드 제라드(미국)는 11일 휘닉스 스노월드에서 열린 스노보드 남자 슬로프스타일에서 형들을 모두 제치고 깜짝 ‘소년 급제’를 거뒀다. 올림픽 스노보드 종목에서 나온 역대 최연소 금메달 기록이다. 미국 슬로프스타일 선수단 중 막내인 그는 성적 역순으로 출발하는 결선에서 8번째(예선 1조 3위)로 경기에 나서 1, 2차 시기에서 모두 실수를 범해 메달권과는 거리가 먼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3차 시기에서 모든 기물과 점프요소를 완벽하게 해내 87.16점을 받아 순식간에 형들을 모두 밀어냈다. 제라드가 매끄럽게 기물을 통과해 마지막 세 번째 점프 요소인 프런트사이드 더블콕 1440까지 시원하게 성공시키자 피니시 라인에서 성조기, 제라드의 얼굴 마스크를 들고 응원을 벌이던 그의 팬클럽의 함성이 경기장을 뒤덮었다. 제라드는 “모두들 내가 금메달을 따서 꽤 놀라셨을 거다. 저는 그냥 재밌게, 마지막 점프까지 꼭 다 착지하자는 마음뿐이었다”며 웃었다. 7남매 중 여섯째인 그는 요즘도 그 어떤 월드컵 대회보다 형과 함께 콜로라도 집 뒷마당에 만들어 놓은 놀이터에서 노는 걸 가장 좋아하는 소년이다. 그는 “때론 가족이 너무 많다고 느껴지기도 하는데 지금도 여기에 다 같이 와서 너무 좋다. 가족들은 뭔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법이 없다. 그래서 같이 있으면 나도 전혀 긴장을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예선 1조, 2조 1위 캐나다의 맥스 패럿(24·86점)과 마크 맥모리스(25·85.20점)가 은, 동메달을 가져갔다. 세 선수는 21일 올림픽 첫선을 보이는 스노보드 빅에어에서 또 한번 금메달을 다툰다. 대회 첫 금메달은 스웨덴의 여자 크로스컨트리 스키 대표 샬로테 칼라(31)에게 돌아갔다. 칼라는 10일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여자 크로스컨트리 15km 스키애슬론 경기에서 40분 44초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칼라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이 종목에 출전해 ‘크로스컨트리 여제’ 마리트 비에르겐(38·노르웨이)에게 뒤져 은메달에 머물렀다. 평창에서는 비에르겐(40분 52초)에게 설욕하며 자신의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각각 3개의 금메달을 땄던 비에르겐은 3관왕 3연패가 무산됐다. 겨울올림픽 여자 선수 최다 메달 기록을 갖고 있는 비에르겐은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며 메달 기록을 11개(금6·은4·동1)로 늘렸다. 한국 선수 중에서 이 종목에 유일하게 출전한 이채원(37)은 완주한 60명 중 57위(46분 44초)에 이름을 올렸다.강릉=강홍구 windup@donga.com·평창=임보미·정성택 기자}

    •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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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관령 칼바람 잠잠… 날씨도 도왔다

    “개회식 특수를 노리고 무릎담요 핫팩 수면양말 귀마개를 갖다놨는데 오늘 거의 안 팔렸어요. 무릎담요는 하나도 안 나갔고 귀마개만 두어 개 나갔습니다. 핫팩도 잘 안 나가요.” 9일 오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앞 상점에는 무릎 높이 진열대에 핫팩이 가득 남아 있었다. 개회식 리허설 때는 없어서 못 팔았던 물건이었다. 수많은 우려를 낳았던 평창 올림픽 ‘개회식 추위’는 없었다. 오후 7시 현재 대관령은 기온 영하 2.1도에 풍속은 초속 5.7m(기상청 기준)를 기록했다. 날씨는 밤하늘의 별이 보일 정도로 맑았다. 오각형 스타디움의 통로 사이사이로 간혹 바람이 불어들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정도를 기록했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의 날씨는 아니었다. 개회식장 출입구 앞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순옥 씨(60)는 “지난주 드라이 리허설(3일)에 갔는데 그때는 도저히 손발이 시려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더니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다. 평창에서 36년 살았는데 이 정도면 봄 날씨다. 이 정도면 축복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개회식장을 찾은 관객들은 혹한에 단단히 준비한 듯 중무장을 했다. 두꺼운 패딩에 방한화, 털모자, 장갑에 목도리까지 철저히 준비를 한 모습이었다. 딸 이예원 양(15)과 함께 온 박명숙 씨(47)는 모녀가 모두 옷을 네 겹씩 입고 발핫팩도 가져왔다. 박 씨는 “오기 전에 방한 대비 영상을 열심히 봤다. 지금도 전혀 안 춥다. 개회식 끝까지 끄떡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회식 시작 2시간 전부터 게이트마다 관중들은 100여 m씩 줄지어 섰다. 하지만 관람객들의 설렘과 열기는 식지 않았다. 이 양은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을 한다니 너무 설렌다. 추운 것도 참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회식 관람을 위해 경기 성남시에서 부부동반으로 왔다는 김지연 씨(63)는 “어젯밤부터 너무 설레서 잠을 못 잤다. 개회식을 직접 볼 수 있다니 행운”이라고 말했다. 김 씨 부부는 내복, 스웨터, 롱패딩에 발에는 핫팩까지 붙여가며 개회식 준비를 했다. 드레스 리허설 때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보안검색대 통과도 원활했다. 관람객 수가 늘어나자 관중 통제를 맡은 자원봉사자들은 실시간으로 무전으로 상황을 공유하며 줄을 정리했고 끊임없이 큰 목소리로 “재킷 열어 달라”를 외치는 등 보안검색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느라 애썼다. 개회식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7시경 짧게는 15분, 길게는 35분 만에 보안 검색대에 도착했다. 검색대 앞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는데 주로 압수당한 품목은 주류였다. 한 외국인은 개봉한 와인을 빼앗기자 울상을 지었다. 일부 주차장 진입로에서 정체 현상이 있었지만 대체로 관중 수송도 큰 차질 없이 진행됐다. 스타디움에서 약 2km 거리의 차고지에 차를 주차한 관중들은 셔틀버스를 타고 3∼5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평창=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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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컬링 남매, 한국 마수걸이 승전보

    승리를 직감한 듯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 대표 이기정(23)은 스위핑을 멈추고 파트너 장혜지(21·이상 경북체육회)를 향해 “이야!”라고 소리쳤다. 한국팀의 빨간색 스톤은 그대로 미끄러져 하우스(표적)의 정중앙 버튼에 새겨진 오륜에 살짝 걸쳤다. 핀란드의 백전노장 토미 란타메키(50)는 이기정에게 악수를 청하며 남은 경기를 포기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첫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한국 장혜지-이기정 조(세계랭킹 12위)가 8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예선 핀란드 오나 카우스테(30)-토미 란타메키 조(11위)와의 경기에서 9-4로 승리했다. 전체 8엔드 중 7엔드 만에 상대의 승복을 받아냈다. 믹스더블은 이번 대회에서 신설된 종목이다. 경기장 바닥 보수 문제 등으로 정비가 늦어지면서 믹스더블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강릉컬링센터에서 3주밖에 훈련하지 못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 집행부 내홍으로 지난해 8월 대한컬링경기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된 이후에도 대표팀 지원 문제가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다. “이렇게 해서는 국내 동계체전 1등밖에는 못 한다”고 작심발언을 한 이기정은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 대표팀은 이천훈련원 컬링장의 얼음 상태가 나빠 훈련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런 악조건을 뚫고 나선 이기정, 장혜지는 1엔드부터 3득점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5-4까지 추격을 허용한 한국팀은 7엔드에서 경기당 한 번씩 주어지는 작전타임까지 써가며 승부수를 걸었다. 이후 핀란드는 실수를 저지르며 무너졌다. 장혜지는 “사람들이 컬링을 알고 재밌어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한국 선수단 첫 승을 하게 돼 기쁘고 이런 기운이 선수단으로 퍼졌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한국은 이날 저녁 중국 왕루이(27)-바더신(28) 조(3위)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연장 승부 끝에 7-8로 패했다. 마지막 9엔드에서 장혜지의 마지막 샷이 중국의 스톤보다 하우스에서 멀리 벗어나면서 아쉽게 패했다. 믹스더블은 전체 8개 팀이 모두 서로 한 차례씩 맞붙은 뒤 상위 4개 팀이 준결승에 진출한다. 강릉=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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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효준 선배, 앉아서 달려도 1등”

    임! 자 있는 금메달은 효! 준 선배님의 것 준! 비되셨죠?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금메달에 도전하는 임효준(22·한국체대)은 이달 초 어머니를 통해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자신의 모교인 대구 계성초교 재학생들이 보내온 응원메시지였다. 이메일에 파일로 담은 후배들의 손때가 묻은 편지 22통과 직접 그린 포스터 4개, 5분 길이의 동영상은 하나같이 임효준의 선전을 기원했다. “식사를 잘 챙기라”는 당부부터 “앉아서 달려도 1등”이라는 익살맞은 문구도 담겼다. 모교 후배들의 이 같은 정성은 임효준의 4학년 때 담임교사인 노찬석 씨(47)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임효준은 그해 종별선수권대회 초등부에서 6학년 형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노 씨는 “효준이는 악바리 같은 아이였다. 새벽훈련을 하면서도 교내 학력평가시험에서 입상도 여러 번 할 정도로 수업도 열심히 들었다. 건강하게 운동과 수업을 병행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아이도 쇼트트랙을 시켰었다”고 말했다. 모교 계성초교의 교기(校技)가 빙상 스포츠이기에 임효준의 인기가 굉장하다고. 노 씨는 “TV 광고에 효준이가 나온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하다. 어려서부터 간절히 꿈꿔온 올림픽에서 최고의 경기를 할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생각지도 못한 은사의 ‘선물’에 제자는 깜짝 놀랐다.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만난 임효준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원하는 성적 꼭 이뤄서 메달 가지고 찾아뵙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릉=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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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경기라 홀가분… 올림픽 기다리는게 즐겁다”

    “저희는 철저히 비즈니스 파트너예요. 컬링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정색한 채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마저 닮았다. 7일 오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첫 공식훈련을 마친 컬링 믹스더블의 이기정(23)과 장혜지(21·이상 경북체육회)는 쉴 틈 없이 토닥토닥 서로에게 장난을 쳤다. 새로 지급된 유니폼의 팔뚝이 두꺼워 보인다는 장혜지의 농담 섞인 투정에 이기정은 “원래부터 이만했다”며 맞받아쳤다. 장혜지가 “팀에서 소녀 감성을 맡고 있다”고 하자 이기정은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개구쟁이 친남매를 떠올리게 했다. 농담마저 척척 죽이 맞는 이기정과 장혜지는 평창 겨울올림픽 한국선수단의 선봉에 선다. 개회식(9일) 하루 전날인 8일 오전 9시 5분 강릉컬링센터에서 한국선수단 중 처음으로 경기를 치른다. 한국과 핀란드를 포함해 4경기가 이번 대회 전체 첫 경기다. 장혜지는 “마지막이었으면 오히려 부담스러웠을 텐데 처음이라 마음이 편하다. 준비한 게 있으니 올림픽을 기다리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당시 대회 나흘째 시작했던 컬링 일정이 이처럼 앞당겨진 건 믹스더블 종목이 새로 추가되면서다. 예선에서 모든 참가국이 한 번씩 맞대결하다 보니 공식 개막에 앞서 경기를 치르게 됐다. 총 4명이 경기를 하는 남녀 컬링과 달리 믹스더블은 남녀 1명씩 2명이 짝을 이룬다. 엔드도 10엔드에서 8엔드로 줄었고, 엔드당 한 팀이 던지는 스톤도 8개가 아닌 5개다. 그동안 강릉센터의 부실기공, 대한컬링경기연맹의 관리단체 지정 등의 문제로 가슴앓이를 했던 대표팀은 한국 컬링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다짐하고 있다. 이기정은 “선수들끼리는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에서 컬링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껴요. 미래를 위해서라도 꼭 세 팀(남, 여, 믹스더블) 중에서 하나라도 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이기정은 남자 대표팀 이기복(23)의 쌍둥이 동생이다. 한국 믹스더블은 11일까지 총 예선 7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랭킹이 낮은 첫 4경기에서 최대한 승수를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이기정은 “오전, 오후 2경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렵겠지만 시차 적응을 해야 하는 상대보다 우리가 낫다고 봐요. 상대에게 부족한 젊음과 패기가 우리에겐 있습니다”라고 이를 악물었다.강릉=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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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석희 “impossible? → i'm possible”

    “정상 위에 태극기 꽂는 간지 다시 보여주겠음!” ‘빙속 여제’ 이상화(29)는 서울 자신의 집 방문에 이런 문구를 직접 적어 걸어놓았다. 올림픽 사상 첫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3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의지를 보였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4년 동안 눈과 얼음 위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은 한국 대표선수들은 결전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최고 무대에 오를 태극전사들은 이상화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신의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SNS 올림픽’이란 말도 나올 만큼 소통에 적극적이다. 쇼트트랙 기대주 심석희(한국체대)는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불가능/나는 가능’이란 의미로 ‘impossible/i‘m possible’이라는 글을 올렸다. 올림픽 사상 첫 남북 단일팀 골리로 나서는 신소정은 SNS에 “나는 디펜스 라인의 마지막에 서 있다. 내가 만들어내는 세이브는 모두 조국(for my country)을 위한 것이다. 내가 보호하는 모든 구역은 나의 땅(my land)이다”라고 적었다. 미국에서 귀화해 아이스댄스 대표로 나서는 겜린 알렉산더는 “올림픽 기간을 버티기 위해 내 머리 크기만 한 비타민을 준비했다. 우리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돼 신난다. 프리댄스에서 한국의 ‘아리랑’을 전 세계인에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컬링 김선영은 “컬링 경기를 할 때 비로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적었고, 루지 성은령은 “올림픽이라니! 한국이라니! 평창이라니! 얼른 슬라이딩 하고 싶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설렘, 기대, 희망, 결의…. 선수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올림픽을 맞이하고 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강홍구 기자}

    •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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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 겨울올림픽 가즈아!]평창에 ★ 쏟아진다

    세계 최고의 별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바로 그 격전장이다. 각 종목의 월드 스타들은 올림픽을 통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임을 입증하겠다는 각오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동아일보 스포츠부 기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만난 겨울스포츠 최고의 별들을 소개한다. 황제의 이름 다시 한번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의 스벤 크라머르(32)는 ‘황제’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선수다. 2014년 소치 올림픽 2관왕(5000m, 팀추월) 출신인 크라머르는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세계종합선수권에서도 9회나 우승을 차지한 명실상부한 최강자다. 지난해 말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오벌에서 만난 크라머르는 “나만 지켜봐달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평창과 관련한 질문마다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더 이상 그에겐 금메달만이 전부는 아니다. “평창을 통해 내 스케이팅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고 싶다”는 게 목표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노르웨이의 크로스컨트리 스타 마리트 비에르옌(38)도 금메달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이미 10개의 올림픽 메달(금 6, 은 3, 동 1개)을 목에 건 비에르옌은 메달 하나만 더하면 겨울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여자 선수가 된다. 내친김에 평창 진출이 무산된 바이애슬론 황제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노르웨이·금 8, 은 4, 동 1)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정작 스스로는 “(비에른달렌을 넘는 것은) 목표가 아닌 꿈”이라고 말하지만 불가능한 도전은 아니다. 소치 대회 여자 알파인스키 회전 금메달리스트 미케일라 시프린(23)도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그는 여자 알파인스키 5개 전 종목 메달까지 넘보고 있다. 압박감조차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황제다. 시프린은 “(금메달을) 기대해준다는 사실이 오히려 고맙다. 부담은 없다. 올림픽이란 멋진 무대에서 스키에 대한 열정을 세계와 공유하고 싶다. 멋진 기회”라고 말했다. 설욕 벼르는 별 평창을 설욕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스타들도 많다. 무릎 부상으로 소치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던 스키여제 린지 본(34·미국)이 대표적이다. 생애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열리는 한국은 본에게도 특별한 장소다.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 도널드 킬도가 6·25전쟁 참전 용사로 한국 땅에서 2년을 보냈기 때문. 본의 아버지, 그리고 본에게 스키를 가르친 인물이 바로 그다.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다. 본은 “스키를 탈 때면 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다. 경기장이 어디이든 그렇다. 모든 경기에는 늘 새로운 기분으로 임하려 한다”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의 모습을 보였다. ‘스키점프 미녀새’ 다카나시 사라(22·일본)도 소치의 아쉬움을 평창에서 풀겠다는 각오다. 4년 전 금메달 0순위로 꼽혔던 다카나시는 2차 시기에서 실수를 하며 4위로 시상대에도 서지 못했다. 이후 다카나시는 대회 때마다 점프대의 각도부터 심지어 화장실의 위치까지 경기장 시설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대회 전 경기장을 내 몸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소치를 통해 배웠다”고 말한다. 지난해 2월 평창 알펜시아 경기장에서 열린 테스트이벤트(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다카나시는 “훌륭한 점프대도 있고 대회 관계자들도 너무 친절했다”며 평창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세계 최강 넘는다 평창 올림픽에서 세계 최강을 꺾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고 벼르는 별들도 있다.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 네이선 천(19·미국), 여자 싱글 케이틀린 오즈먼드(23·캐나다)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평창에서 최고의 별이 되기 위해선 각각 일본의 하뉴 유즈루, 러시아의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를 넘어야 한다. 하뉴와 메드베데바 둘 다 최근 부상에 시달려 챔피언 등극의 적기라는 평가다. 점프 천재로 불리는 천의 장점은 ‘4회전 점프’다. 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4대륙 세계선수권에서 하뉴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던 천은 당시 상대보다 2개 많은 7개(쇼트, 프리 포함)의 4회전 점프를 뛰었다. 항간에서는 예술성을 결여한 ‘점프기계’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스스로는 “만약 예술가적 기교만 보고 싶다면 아이스댄싱을 보면 될 것이다. 점프는 피겨의 운동적 측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4회전 점프를 성공시켰을 때 큰 희열을 느낀다. 4회전 점프는 내가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오즈먼드는 고향에 자신의 이름을 딴 빙상장(케이틀린 오즈먼드 아레나)이 있을 정도로 캐나다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스타다. 2014년 9월 연습 도중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던 그는 다리에 철심을 박는 큰 수술을 하고 평창에 도전한다. “피겨는 내 인생이기에 삶을 포기할 수 없었다”는 각오다. 한편 1월 유럽피겨선수권에서 메드베데바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러시아의 샛별 알리나 자기토바는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태극전사와 정면승부 태극전사와 정면승부를 펼치는 별도 있다. 일본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고다이라 나오(32)는 ‘빙속여제’ 이상화(29)와 여자 500m 금메달을 다툰다. 최근 기세는 고다이라가 한 발 앞선다. 고다이라는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 7차례 레이스에서 모두 승리했다. 빙속여제의 올림픽 3연패를 저지하는 동시에 이상화의 세계신기록(36초 36)마저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스켈레톤의 황제 라트비아의 마르틴스 두쿠르스(34)와 ‘아이언맨’ 윤성빈(24)의 스켈레톤 맞대결도 평창 올림픽 최고의 흥행카드 중 하나다. 소치 올림픽 때 은메달을 땄던 두쿠르스는 금메달을 딴 러시아 선수의 도핑 이력이 밝혀지면서 뒤늦게 금메달을 걸었다. “마흔이 넘어서도 우승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베테랑 두쿠르스가 “이제 시작”을 말하는 윤성빈과의 맞대결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지 주목된다.평창=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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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장 푸는 레크리에이션센터 인기… “깔끔한 시설-다채로운 메뉴 만족”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경기장 밖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곳. 강릉과 평창의 올림픽 선수촌이 6일 공개됐다. 강릉선수촌에서 주황색 네덜란드 국기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누비는 선수가 눈에 띄었다. 한국의 이승훈과 금메달을 다툴 ‘빙속황제’ 스벤 크라머르(32)였다. 이탈리아 쇼트트랙 스타 아리안나 폰타나(28)는 선수촌 중앙에 놓인 오륜기 조형물 앞에서 추운 날씨에 손을 불며 벌벌 떨면서도 사진을 멋지게 찍어달라며 스마트폰을 건넨 뒤 수차례 점프를 되풀이했다. 선수촌은 올림픽 개막을 앞둔 선수들의 설렘과 열기로 가득했다. ○ 핫플레이스=레크리에이션센터 선수촌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단연 레크리에이션센터였다. 비디오게임, 당구대, 탁구대 등이 마련된 이곳은 각국의 선수들로 붐볐다. 평창 선수촌에서 한국의 윤성빈(24·강원도청)과 금메달을 다툴 라트비아의 스켈레톤 토마스(37), 마르틴스 두쿠르스(34) 형제가 테이블 풋볼 게임에 한창이었다. 라트비아가 새겨진 트레이닝복을 입은 형제는 코치와 번갈아가며 플레이에 집중했다. 동생 마르틴스는 한국 스켈레톤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아이언맨 윤성빈의 경쟁자다. 형 토마스는 “피트니스센터에 웨이트트레이닝 장비 무게가 부족하고 뛸 공간이 없어서 아쉽지만 그걸 빼면 전체적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강릉선수촌에서 만난 네덜란드 쇼트트랙 대표팀의 쿤 하컨베르흐 코치는 “소치 올림픽 때는 선수촌 시설이 한창 공사 중이었는데 이곳은 깔끔하게 준비돼 있어 좋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설 중 하나인 식당에서는 한식, 아시안, 월드, 할랄(이슬람교도들을 위한 식사), 국수 등 6가지 테마로 식사가 제공되고 있었다.○ 체력훈련 집중하는 북한 선수단 강릉선수촌 804동에서 생활하는 북한 선수단은 특별한 외부활동 없이 체력훈련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북한 선수들은 레크리에이션센터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에도 북한 크로스컨트리 선수 한춘경(24), 박일철(22), 이영금(19)은 감독의 지도 아래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달리며 50여 분간 체력훈련을 했다. 힘든 내색 없이 줄곧 시속 10∼15km 속도를 유지했다. 한춘경의 아디다스 상의가 금세 땀으로 젖었다. 최복무 강릉선수촌 피트니스센터 매니저(27)는 “(북한 선수들은) 오전 시간대에 주로 찾아와 매일 1시간 반에서 2시간 반 동안 체력훈련을 한다. 보통 8∼12명이 한꺼번에 온다”고 말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원길우 북한 체육성 부상이 자원봉사자들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며 말을 걸다가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이름이 같은 자원봉사자를 보고는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 북한 선수는 영어가 적힌 트레드밀 작동이 낯설었는지 시작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못하기도 했다. 강릉선수촌은 9개동 922채, 평창선수촌은 8개동 600채 규모다. 선수들을 위한 피트니스센터, 종교센터, 폴리클리닉,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서비스 센터 등 각종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강릉=강홍구 winup@donga.com / 평창=임보미 기자}

    •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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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위기 좋았습네다” 은반위 남북, 눈빛으로 우정 나눴다

    인기 아이돌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강릉아이스아레나 지하 연습링크 위로 가슴에 인공기가 새겨진 트레이닝복을 입은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19), 김주식(26)이 스케이트를 신고 들어섰다. 링크 위에는 먼저 도착한 한국의 김규은(19), 감강찬(23)과 일본의 스자키 미우(19), 기하라 류이치(26)가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40여 분간의 공식 훈련 동안 남북 팀은 각자의 훈련에 집중하면서도 눈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전했다. 이들의 훈련을 보기 위해 내외신을 포함해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남북 페어 대표팀이 5일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함께 훈련을 했다. 전날까지 B조에 속했던 북한 선수들이 C조로 그룹을 옮기면서 이날 첫 공식훈련을 한 한국과 같은 시간 같은 링크에 섰다. 남북 페어팀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김규은, 감강찬은 지난해 여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북한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했다. 현지에서 캐나다 브뤼노 마르코트 코치의 지도를 함께 받았다. 전지훈련 당시 한국은 김규은의 어머니가 만든 김밥을, 북한은 김현선 코치가 몬트리올 현지에서 담근 배추김치를 전하며 왕래했다. 김규은은 동갑내기 렴대옥을 대옥이, 감강찬은 김주식을 주식이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허물없는 사이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피겨 단체전 남북 단일팀 논의가 진행되면서 김-감 조 대신 북한의 렴-김 조가 출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감강찬은 논의가 나오는 것에 대해 “기분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함께 올림픽에 출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감강찬의 바람대로 함께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 두 팀은 강릉에서도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고 있다. 4일 강릉선수촌에 입촌한 김규은은 렴대옥의 생일(2일)을 맞아 핫팩과 화장품을 생일선물로 챙겨왔다. 두 선수는 렴대옥과 김주식에게 하나씩 주려고 수호랑, 반다비 마스코트 인형도 챙겼다. 1일 입촌한 김주식은 지난달 함께 출전한 4대륙 선수권 도중 어깨 부상을 당한 감강찬에 대해 “강찬이 어깨는 좀 낫습니까”라며 안부를 물었다. 이날도 김주식은 빠른 걸음으로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면서도 “분위기 좋았습네다”라는 말을 남겼다. 오후 8시 메인링크에서 예정된 훈련도 두 팀 모두 소화했다. 두 번째 훈련에서는 한국 팀의 훈련에 북한 선수들 및 감독도 박수를 보내는 등 한층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김주식이 렴대옥을 들어올리는 리프트 동작에서 자칫 한국 선수들과 부딪힐 뻔한 상황도 있었지만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두 번째 훈련에서 북한 선수는 비틀스의 ‘어 데이 인 더 라이프(A Day in the Life)’ 음악에 맞춰 쇼트프로그램 훈련을 했다. 한편 선물 전달은 첫 번째 훈련 때는 라커룸에서 서로 엇갈려, 두 번째 훈련 때는 한국 선수들이 깜빡하면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렴대옥은 선물을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웃으며 “그게 무슨 큰 거라고 계속 묻습니까”라고 답했다. 분위기가 좋았던 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훈련한 관동아이스하키센터도 마찬가지였다. 4일 인천 선학경기장에서 스웨덴과의 첫 공식경기를 치렀던 대표팀은 5일 새벽 강릉선수촌에 입촌한 데 이어 낮 12시 45분부터 1시간 15분간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첫 공식훈련을 실시했다. 전날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을 제외한 선수 15명은 이날 세라 머리 총감독의 지시에 따라 분주히 움직였다. 김도윤 코치는 머리 감독을 대신해 목청껏 한국어로 “이해했지?” 등의 소리를 외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북한 선수들은 작전회의 후 김 코치에게 다가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질문하기도 했다. 머리 감독도 코치진의 통역을 통해 북한의 박철호 감독에게 회의 내용을 일일이 전달했다. 빙판 위 곳곳에서 서로를 부르는 소리가 퍼졌다. 미니게임 도중 한 팀이 된 한국의 정시윤(18)과 북한의 황설경(21)은 훈련 뒤 서로의 퍽을 빼앗는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날 훈련에 참가하지 않은 남북 선수들도 링크 장 밖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셀카 등을 찍으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강릉=강홍구 windup@donga.com·정윤철 기자}

    •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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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석희 “동료들이 챙겨줘 잘 추슬렀다”

    “올림픽이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정말 마무리하는 단계다.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하겠다.” 담담히 각오를 밝혔다. 5일 강릉선수촌에 입촌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심석희(21)의 각오다. 지난달 대표팀 코치의 폭행으로 선수촌을 이탈했다 복귀한 심석희는 이날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지난달 24일 선수단 결단식 당시 답변을 피했던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질문에 답했다. 훈련에 집중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주변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심석희의 생일날(1월 30일) 대표팀 동료들이 함께 찍은 사진도 화제가 됐다. 여자 대표팀 맏언니 김아랑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는 2000개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심석희는 “대표팀 선후배들이 잘 챙겨줘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대 최고의 성적에 도전하는 여자 대표팀에 심석희의 선전은 중요한 열쇠다. 에이스 최민정(20)과 더불어 개인 종목에서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다. 앞에서 끌고 나가는 능력이 뛰어난 심석희는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중요하다. 심석희는 “계주는 특히 절실하고 다들 많은 준비를 했다. 중국 선수들도 견제해야 하는 만큼 극한 상황을 만들어 훈련했다”며 각오를 다졌다. 최민정도 자신의 키워드를 ‘도전’으로 꼽으며 선전을 다짐했다. 올 시즌 ISU 1∼4차 월드컵 개인 12개 종목에서 금메달 6개를 싹쓸이한 최민정은 2일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전관왕(500m, 1000m, 1500m, 3000m 계주) 후보로 거론하기도 했다. 4관왕 후보로 꼽힌 그는 고민 끝에 “ISU 랭킹을 보고 예측한 것 같다”고 겸손하게 답한 뒤 “가능성이 있다면 (메달 개수를) 늘려 나가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으니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강릉=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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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걱정 걷히는 이상화

    “기다려라! 고다이라 나오.” ‘빙속 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사진)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3연패 전망을 밝혔다. 이상화는 4일 독일 인젤 아이스슈타디온에서 열린 프릴렌제컵 대회 여자 500m에서 37초18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캐나다 마샤 허디(37초75), 헤더 맥린(38초23)을 제치고 우승했다. B급 대회지만 의미 있는 결과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이상화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독일에서 훈련하다 마지막 점검 차원에서 B급 대회에 출전했다. 이상화는 훈련 삼아 경기에 임했는데 현지 빙질 상태를 고려하면 매우 좋은 기록을 세웠다”라고 전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서 벗어나 무릎과 히프, 발목으로 이어지는 ‘키네틱 체인(Kinetic Chain)이 정상으로 돌아온 점이 고무적이다. 스타트에 절대적인 ‘푸시오프(추진력을 얻기 위해 힘차게 박차고 나가는 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키네틱 체인은 절대적이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을 지원하는 송주호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는 “선수마다 키네틱 체인의 최대 각도는 다르지만 무릎-히프-발목의 최대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한 번에 최고점에 이를 때 역학적 효율을 높여 폭발적 파워를 낼 수 있다. 무릎과 히프, 발목의 순서가 어긋난다든지, 불필요한 움직임이 나올 경우 파워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화는 원래 키네틱 체인이 좋았다. 지난 시즌 무릎이 안 좋을 때와 비교해 지난해 10월 이후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 박사의 분석대로 이날 스타트가 인상적이었다. 이상화는 첫 100m를 10초35로 끊었다. 이번 시즌 최고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캘거리 오벌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3차 대회에 출전해 36초86의 당시 시즌 베스트 기록을 세울 때 100m 기록이 10초35였다. 전문가들은 이상화가 이번 시즌 맞수 고다이라 나오(32·일본)와의 승부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지만 고다이라를 넘어 금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송 박사는 “이상화는 큰 경기에 강하다. 또 안방경기다. 컨디션도 좋아지고 있어 당일 컨디션에 따라 충분히 고다이라를 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화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2010 밴쿠버, 2014 소치 대회에 이어 3연패에 도전한다. 지난달 22일부터 개인 지도자인 케빈 크로켓 코치가 이끄는 캐나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선수들과 독일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한 이상화는 5일 귀국해 6일 강릉에 입성한다. 한편 피겨스케이팅 페어에 출전하는 김규은(19)-감강찬(23) 조가 한국 선수단 가운데 가장 먼저 강릉선수촌에 입촌했다. 평창 올림픽에 나서는 144명의 한국 선수단 가운데 빙상종목에 출전하는 93명의 선수는 강릉선수촌에서 지낸다. 강릉=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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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 5G 서비스…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 모양 매장… 코카콜라 400만개 제품 투입

    꿈의 무대 올림픽에서 뛰는 건 선수들만이 아니다. 코칭스태프부터 각국 올림픽조직위원회(NOC), 자원봉사자, 미디어 관계자 너나없이 각자의 꿈과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열심히 달린다. 올림픽을 이야기할 때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구성원이 바로 후원사다. 세계인의 축제는 그들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올림픽 마케팅 수익의 절반 가까이 차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올림픽의 마케팅 수익 중 후원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다. 방송 수익(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방송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후원사라고 모두가 같은 건 아니다. 후원사는 크게 월드와이드 올림픽파트너와 로컬 스폰서로 구분된다. ‘TOP(The Olympic Partner)’로 불리는 올림픽 파트너는 IOC가 운영하는 올림픽 스폰서십에서 가장 높은 단계다. 음료(코카콜라), 자동차(도요타)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선별된 TOP들은 독점적인 글로벌 마케팅 권한을 갖는다. 각 대회만 후원하는 로컬 스폰서와 달리 4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약을 체결한다. TOP의 개념이 자리를 잡은 건 여름(서울), 겨울(캘거리) 대회가 같은 해에 열린 1988년 때부터였다. 소치, 리우 올림픽이 열리는 2013∼2016년 동안 TOP로 벌어들인 수익은 약 10억300만 달러(약 1조752억 원)다. 로컬 스폰서의 경우 후원 금액에 따라 티어(Tier)1, 2, 3 등으로 구분된다. 500억 원 이상을 내는 티어1 후원사는 공식 파트너, 150억 원 이상 지불하는 티어2는 공식 스폰서, 25억∼150억 원을 내는 티어3는 공식 공급사라는 이름을 갖는다. 25억 원 미만은 공식 서포터로 분류된다. 지난 리우 대회 때 로컬 스폰서 53곳이 약 8억4800만 달러(약 9090억 원)의 수익을 책임졌다. 소치 대회 때는 로컬 스폰서가 46곳이었지만 오히려 11억8900만 달러(약 1조2742억 원)로 그 금액은 높았다. 물론 후원사들도 단순히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만을 바라는 건 아니다. 한 로컬 스폰서 관계자는 “올림픽 후원의 마케팅 효과를 수치화하긴 쉽지 않지만 기업으로선 브랜드 가치가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원사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건 코카콜라다.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 때부터 올림픽과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전 세계 200여 개국에 판매되는 제품 중 하나인 코카콜라와 인종, 종교 차별 등을 뛰어넘는 올림픽의 정신이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때부터 후원을 이어오던 맥도날드는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를 끝으로 TOP 스폰서십을 마무리하고 이번 평창대회에는 티어1으로 참여를 했다. IOC는 그동안의 파트너십을 감안해 티어1인 맥도날드에 TOP 스폰서에 준하는 권한들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FIFA 월드컵도 후원 중인 맥도날드는 올림픽 TOP 스폰서로 투입했던 비용을 다른 국제대회에 투입하기보다는 새로운 마케팅 분야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평창과 함께 달리는 95개 후원사 평창 대회에는 올림픽 파트너가 13곳, 공식 파트너가 11곳, 공식 스폰서가 13곳, 공식 공급사가 25곳 참여한다. 공식 서포터도 33곳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후원사들은 대회장 곳곳에서 자신을 알리고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돕는다. 이번 대회 통신 담당 공식 파트너인 KT도 그중 하나다. 2014년 공식 파트너 계약을 체결한 KT는 3년 넘게 올림픽 무대를 준비해 왔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최초로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는 KT는 800명 정도의 인력을 대회에 투입한다. KT 김형준 평창올림픽 추진단장(전무)은 “평창올림픽의 5가지 테마 중 하나인 정보통신기술(ICT)을 KT가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식 파트너 맥도날드는 이번 대회 강릉에만 2개(강릉선수촌, 강릉올림픽파크)의 올림픽 기념 매장을 운영한다. 강릉올림픽파크 매장은 전 세계 최초로 햄버거 세트 모양으로 매장을 꾸려 눈길을 끈다. 기념 매장에 파견하는 직원 260여 명에게는 4성급 호텔에서의 숙박 및 식사, 올림픽 경기 티켓 등도 제공할 계획이다. 김규식 한국맥도날드 평창겨울올림픽 담당 이사는 “단순히 햄버거를 서빙하는 회사가 아닌 햄버거를 서빙하는 사람들의 회사라는 기업 가치관이 반영될 결과”라고 설명했다. 코카콜라는 평창 대회에 300만∼400만 개의 제품을 투입할 계획이다. 코카콜라는 현재 KT, 삼성과 함께 성화봉송 파트너로도 참여하고 있다. 11월부터 각종 티켓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윤훈식 한국코카콜라 평창동계올림픽 총괄 상무는 “여름올림픽과 달리 겨울올림픽은 개최국 코카콜라 법인에서 마케팅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8-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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