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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을 하는 A 씨(42)는 아내와 스마트폰으로 통화한 뒤 제대로 끄지 않아 이혼을 당할 뻔했다. 하청업체 사람들과 단란주점에서 술자리를 벌인 A 씨는 이 업소 여종업원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아내(42)에게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어 “회사 일 때문에 늦어지니 먼저 자라”고 거짓말을 했다. 만취한 A 씨는 전화를 끊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종료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았고, 아내도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아 통화는 계속 연결됐다. 아내는 A 씨가 여종업원과 나누는 대화를 고스란히 들었다. 당시 전화기에서 들리는 소리를 자신의 스마트폰에 녹음해 뒀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아내는 한동안 A 씨와 별거했다. A 씨는 아내에게 수차례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뒤에야 간신히 이혼을 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통화를 마친 뒤에도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아 난처한 일을 겪는 일이 늘고 있다. ‘불완전 종료’로 생기는 스마트폰 스트레스다. 스마트폰은 종료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으면 상대가 끊지 않는 이상 통화가 이어질 수 있다. 스마트폰은 터치형이기 때문에 화면 잠금이 설정돼 있지 않으면 손에 들고 다닐 때 엉뚱하게 오작동을 해 의도하지 않게 전화를 거는 일도 생긴다.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아 전화 요금 폭탄을 맞는 경우도 종종 생기고 있다. 대전 서구에 사는 송모 씨(68·여)는 지난달 스마트폰으로 남편과 통화를 끝내고 5시간 뒤 다른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냈다가 깜짝 놀랐다. 전화가 남편과 5시간째 통화 중이었던 것. 아차 싶어 얼른 종료 버튼을 눌렀지만 송 씨는 이달 말 요금이 얼마가 나올지 몰라 걱정이다. 송 씨와 남편 모두 통화를 마친 뒤 실수로 스마트폰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10초에 18원짜리 일반요금제를 쓰는 경우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아 통화가 한 시간만 지속돼도 요금이 6480원 추가로 나온다. 특히 종료 버튼 등 휴대전화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사용자들이 기본요금이 싼 일반요금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를 볼 소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이 같은 일은 대부분 피처폰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드물었던 일이다. 피처폰의 ‘꾹’ 하고 누르는 버튼 터치감은 사용자에게 종료됐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전달한다. 플립, 폴더, 슬라이드 형식의 휴대전화는 접거나 미는 방식으로 전화 통화가 종료된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종료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아 ‘요금 폭탄’을 맞는 경우에도 이를 구제받을 방법은 거의 없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스마트폰 기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조작 실수라면 부과된 요금에 관해 통신사업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해도 종료 버튼 사용법이 계속 헷갈린다면 휴대전화 옆쪽에 있는 전원버튼으로 통화를 종료시키도록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폰은 ‘환경설정’→‘통화’→‘전원버튼으로 통화 종료’를 클릭하면 이처럼 설정할 수 있다.조종엽·김성모 기자 jjj@donga.com}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한 선교원. 이곳을 찾은 신도들은 예배당 안쪽의 한 방으로 들어가 A 목사(61)에게 아픈 증상을 털어놓았다. A 목사는 자신이 “한의원을 28년간 운영했으며 K대에서 한의학 박사 학위를 받아 자연치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고 거짓말했고 신도들은 이를 그대로 믿었다. A 목사가 전국의 교회를 순회하며 건강 강의를 했기 때문에 입소문을 믿고 찾아온 환자도 많았다. 2007년 12월부터 올 8월 12일까지 그를 찾아온 환자는 2800여 명이나 됐다. A 목사는 환자를 본 뒤 고향 후배 B 목사(57·여)가 옥수수, 찹쌀, 기장 등 곡식을 빻아 만든 ‘곡식환’을 위와 간, 심장에 좋은 ‘특효약’이라고 소개했다. 2주간 먹을 분량을 6만 원씩에 팔아 10억여 원을 챙겼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A 목사의 말은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목사는 한의학 박사 학위가 없을 뿐만 아니라 2004년에는 한의사를 사칭하다 징역 7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불법 제조한 약을 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로 A 목사를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A 목사는 부당이득에 대해 “신도들이 감사의 마음으로 준 것”이라며 끝내 혐의를 부인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광복절인 15일 서울 도심의 새벽은 소음과 불법으로 얼룩졌다. 14일 밤 집회를 마친 좌파 단체 회원들과 일부 시민 등 2000여 명이 서울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노숙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무질서가 난무한 것이다. ○ 소음 얼룩진 유례없는 대규모 노숙 15일 오전 2시 20분경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전날 오후 7시부터 연달아 열린 세 개의 집회 중 마지막인 자주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문화제가 막 끝난 터라 상당히 어수선했다. 집회 사회자는 “광장 동편에서 영화가 시작된다”고 알렸다. 집회 참가자들이 스크린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 대회를 주최한 곳은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전국공무원노조, 한국진보연대 등 수십 개의 단체가 결성한 8·15자주통일대회추진위원회였다. 스크린에 상영된 영상물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제작한 ‘백년전쟁’이란 다큐멘터리였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하와이안 갱스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국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로 묘사해 역사 왜곡 논란을 촉발했던 영상물이다. 오전 3시 20분. 청중석에 있던 기자가 소음을 측정해 봤더니 최대 83dB(데시벨)이 나왔다. 철도변 기차가 지나갈 때와 비슷한 소음 수준이다. 같은 시간 광장의 서쪽에서는 인터넷방송국인 주권방송의 ‘라디오 반민특위’ 생방송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여성 사회자가 6·25전쟁에서 여러 기념비적 전투를 승리로 이끈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두고 “못난 사람일수록 오래 산다”고 말하고, 박근혜 정부를 향해 “× 같은 새끼들 염병 떨고 있네”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곳의 소음도 80dB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서울광장 양쪽에서 벌어진 두 행사는 오전 4시까지도 확성기 볼륨이 줄지 않은 채 계속됐다. 이날 새벽 서울광장에서 약 550명이 텐트와 돗자리를 펴고 노숙을 했다. 밤샘 소음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묵는 주변 호텔들은 혼쭐이 났다. 서울광장 옆 플라자호텔 관계자는 “호텔 프런트에 시끄러워서 도저히 못 자겠다는 외국인 투숙객의 항의 전화가 30통 이상 걸려왔다”고 밝혔다. 프레지던트호텔 관계자도 “약 20개 방에서 40통의 항의 전화가 왔다”고 전했다. 남대문경찰서에도 인근 주민들의 소음 관련 신고가 10건 가까이 들어왔다. 서울시에서 규정한 광장사용 소음기준은 야간 기준으로 60dB 이하(집회 시위는 70dB)다. 14일부터 15일까지 서울광장을 사용한 국정원 시국회의, 민주노총, 8·15대회추진위 측은 경찰에 집회 신고만 했지 서울광장의 관리주체인 서울시에는 사용 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집회와 야간 노숙에 대해 전혀 신고를 받은 적이 없다”며 “불법으로 광장을 사용한 집회 개최 단체들에 정상 사용금액(한 시간에 m²당 10원)의 1.2배에 해당하는 변상금을 물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통합진보당 서울시당과 부산울산경남지역대학생연합은 서울시청 정면의 보행로에도 각각 천막 4동과 2동을 쳤다. 이 보행로는 비상시 소방도로로 이용되기 때문에 천막 같은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다. 광장 잔디밭에서 텐트를 치고 술을 마시거나 잠자는 모습도 여럿 눈에 띄었다. 주최 측도 참가자들에게 잔디밭에서 자면 안 된다고 알렸지만 참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울광장뿐 아니라 여의도 한강공원에도 14일 오후 가로 3m, 세로 4m 크기의 천막 64개가 설치됐고, 15일 새벽 여러 곳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서울광장 시위대 중 일부가 관광버스 34대에 나눠 타고 여의도로 몰려간 것이다. 한강공원 그늘막 설치 기준에 따르면 한강 공원에는 2면 이상 개방 가능한 소형 그늘막(가로 2.5m, 세로 3m)만 설치할 수 있다. 하천법 제46조에 따라 규정돼 있지 않은 크기의 텐트를 칠 경우엔 과태료 100만 원이 부과된다. 한강 여의도안내센터는 해당 천막들을 규정에 어긋난 것으로 판단해 한강사업본부에 보고했다.○ 도심서 곳곳 경찰과 충돌 15일 아침이 되자마자 시위가 본격 시작됐다. 오전 8시 반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에서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학생 등이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며 기습 시위를 벌이다 116명이 불법 도로점거 등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오후에도 도심 곳곳에서 시위와 집회가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 특히 오후 2시 반경 서울역에서 8·15 평화통일대회를 마치고 서울광장으로 행진하던 8·15대회추진위 소속 참가자 1500여 명은 보신각 앞 종로 양방향 8차로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수차례 경고방송을 하다 오후 3시경 물대포를 발사해 이들을 해산시켰다. 박근혜 정부 들어 시위현장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쏜 것은 3월 충남 당진 현대제철 사태, 지난달 21일 울산 ‘희망버스’ 행사 이후 이번이 세 번째로 서울에서는 처음이다. 경찰이 이날 불법 도로점거 및 경찰폭행 등의 혐의로 연행한 시위 참가자는 아침 연행자를 포함해 총 301명이다. 대검찰청 공안부는 “우리 민족의 광복을 기념하는 뜻깊은 날에 8·15 행사를 빙자하여 서울 도심 곳곳에서 도로점거 등 불법 폭력시위가 발생하고 300여 명이 체포된 점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며 “합법적 집회는 보장하되 이번과 같은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서는 현장 불법행위자는 물론이고 배후세력까지 철저하게 밝혀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백연상·김성모 기자 baek@donga.com}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세계 각국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6시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구 가시와기(柏木) 공원. 위안부 관련 44개 시민단체가 연합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전국행동’ 주최의 집회에 시민 50여 명이 모였다. 주최 측은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보상하라”고 외쳤다. 이어 “유엔은 14일을 위안부 피해자 추모의 날로 정하라”고 촉구했다. 약 30분 후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기념일을 유엔 기념일로!’라고 적힌 현수막을 앞세우고 거리 행진에 나섰다. 일본인들이 꽹과리와 북을 치며 행렬의 꼬리 부분에서 뒤따랐다. 반대 집회도 열렸다. 극우 인사 50여 명은 신주쿠역 인근에서 “조선인 위안부는 날조”라고 주장했다. 이 중 일부는 위안부 시위 행렬을 내내 따라다니며 “위안부 강제동원 증거를 대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100여 명이 시위대를 에워싸고 접근을 차단해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고야(名古屋) 오사카(大阪) 삿포로(札幌) 후쿠야마(福山) 히로시마(廣島) 기타큐슈(北九州) 등에서도 같은 행사가 열렸다. 이날 일본 등 세계 9개국 16개 도시에서 동시에 일본의 위안부 사죄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시카고에서는 한인단체들이 일본대사관에 항의 성명서를 제출했고, 워싱턴에서는 위안부 기림일 선포 및 평화나비 발족식이 열렸다. 독일 베를린에선 브란덴부르크 앞 파리저 광장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서명운동과 침묵시위가 펼쳐졌다. 국내에서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087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일반시민 3000여 명이 참석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요구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김성모 기자 lovesong@donga.com}

“순(찰차) 24호, 여기 홍익(지구대 상황 근무자입니다).” “…” “순 22호, 여기 홍익.” “…” “순 26호… 순 27호….” “…” 무전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10일 0시 17분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상황 근무자인 배진우 경사는 순찰차를 호출하며 연신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홍익대 앞 놀이터에서 취객이 소주병을 깨고 행인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지만 출동할 순찰차가 없었다. “다들 사건 처리하느라고 바빠요.” 순찰차 번호와 출동 상태가 빼곡히 적힌 종이 앞에서 배 경사는 말을 흐렸다. 그때 신고자의 독촉전화가 또 걸려 왔다. “홍대 정문 앞 놀이터 말씀이시죠? 다른 신고가 밀려서요. 빨리 해결하고 가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어 쉴 틈 없이 배 경사의 무전기가 울렸다. “연남 파출소입니다. 순찰차 지원 요청합니다.” “저희도 출동할 인력이 없습니다.” 홍익지구대에는 순찰차가 7대 있다. 홍익대 앞 놀이터 취객 행패 사건 당시 순찰차 22호는 술 취한 사람이 길에 널브러져 있다는 신고, 24호는 폭행 신고, 26호는 집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신고, 27호는 외국인 여성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각각 현장에 출동한 상태였다. 23호 팀원들은 지구대 안에서 폭행 사건을 조사 중이었고, 25호는 서교치안센터에서 민원을 처리하고 있었다. 예비 순찰차인 38호마저 직전에 출동하고 없었다.○ 112 신고 폭증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긴급 출동해야 하는 112 신고인 ‘코드1’ 건수가 올 상반기 71만168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37만5372건에 비해 89.6%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파출소 지구대 등 지역 경찰 인력 충원은 더디기만 해 현장 치안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신고 뒤 현장 도착까지 걸린 평균 시간도 2011년 3분 53초에서 2012년 3분 34초로 줄었다가 올 상반기에는 4분 10초로 36초 늘어났다. 코드1은 성폭행 강·절도 등 범죄가 벌어지고 있어 긴급 출동을 해야 하는 신고를 뜻한다. 연간 코드1 신고는 84만∼90만 건을 유지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연간 수준에 육박함에 따라 이 추세라면 연내 140만 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범죄가 이미 끝난 현장 등 긴급하지는 않지만 출동해 처리해야 하는 ‘코드2’ 신고와 코드1 신고를 더한 건수도 지난해 상반기 약 373만 건에서 올해 상반기 약 422만 건으로 13.2% 증가했다. 이처럼 112 신고가 급증한 것은 112 접수 시스템이 바뀐 결과다. 경찰청은 201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전남지방청 등 8개 지방경찰청 산하 경찰서의 112 상황실을 지방청 단위로 통합했다. 전에는 경찰서에서 112 신고를 받던 것을 지방청으로 변경한 것이다. 신고 접수 인력을 한 군데에 모으면서 접수 효율성이 높아져 과거에는 통화 중 대기에서 끝나던 전화가 실제 신고로 이어지고 있다. 또 ‘4대악 범죄’ 단속을 강조한 결과 과거 코드2로 분류하던 가정폭력 등의 신고를 코드1로 분류하는 경우도 늘었다.○ 출동인력 태부족…민생치안 허점 이에 따라 일선 지구대 파출소에는 폭증하는 112 신고를 감당하지 못해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특히 관내에 유흥가 등이 밀집해 있는 지구대는 신고가 몰리는 밤마다 인력 부족에 허덕인다. 9일 밤 취재팀이 동행 취재한 서울시내 지구대에서는 출동 지령이 내려져도 바로 현장에 출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경찰관들은 화장실도 제대로 들르지 못한 채 부랴부랴 현장으로 이동했지만 처리하지 못한 지령이 한 순찰차에 3개까지 쌓이기도 했다. 이배동 홍익지구대 경장은 “사건 당사자를 조사하기 위해 한 순찰조(2명)가 지구대로 복귀하면 다른 순찰차 한 대에 지령이 4, 5개 쌓이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2012년 2만6632건의 112 신고를 처리해 전국 1위에 오른 홍익지구대는 9일 오전 5시∼10일 오전 5시 하루 동안에만 93건의 신고에 대응 출동했다. 지구대원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출동의 우선순위를 판단하지만 항상 위험이 뒤따른다. 조금 늦게 현장에 도착하면 단순한 폭행 시비가 살인 사건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재식 홍익지구대 경위는 “현장에 늦게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항상 불안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출동해야 할 신고는 증가했지만 인력은 오히려 줄었다. 지구대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지역 경찰 인력은 2013년 7월 말 현재 4만1369명으로 3년 전인 2010년(4만1578명)보다 오히려 209명 감소했다. 정원(4만3482명)보다는 2113명 적다. 일선 지구대 파출소에서는 신고가 많은 야간에 자원 근무, 탄력 근무를 통해 자체적으로 인력을 보강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간 근무는 신고가 몰려 업무 강도가 센 데다 초과 수당도 시간당 3000원 내외에 불과해 경찰들이 서로 기피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내근 인력을 감축해 올 7월부터 800여 명을 지구대 파출소에 신규 배치했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다.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5년 동안 경찰 2만 명이 충원될 예정이지만 경찰청 인력 배치 초안에 따르면 이 중 지역경찰 인력은 26% 정도인 5300명 수준이다. 5년 동안 전국 1980여 개 지구대 파출소의 6100개 순찰팀마다 겨우 한 명씩이 늘어나는 셈이다. 따라서 대폭적인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민생치안에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신규 선발 인력을 지역 경찰 등 민생 치안 현장에 우선 배치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조종엽·김성모 기자 jjj@donga.com}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김종률 전 민주당 의원(51·사진)이 한강에 투신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에 나섰다. 김 의원 집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12일 오전 5시 45분경 경찰 112신고센터로 김 전 의원이 한강에 투신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돼 전날 오후 2시부터 약 4시간 반 동안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의 지인으로 알려진 신고자는 “김 전 의원이 오전 3시경 카카오톡으로 ‘억울하다, 죽고 싶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112에 신고했다. 또 “불안해서 찾아다니다가 평소 김 전 의원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섬을 혼자 자주 찾던 것이 떠올라 와보니 김 전 의원의 차가 주차장에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전 6시경 서래섬 수상레저 주차장으로 출동해 신고자를 만나 김 전 의원의 차를 확인했다. 차 안에는 휴대전화와 여벌의 옷이 있었고 앞 정박장에 세워진 요트 안에서 김 전 의원의 신발이 발견됐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에 오전 3시 15분경 한 남성이 한 손에 옷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찍혔다”며 “야간이라 얼굴이 명확히 식별되지 않지만 가족들이 걸음걸이 등으로 보아 김 전 의원이 맞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 현관문 우유투입구에서는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가족에게 남긴 1장에는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머지 2장은 검찰에 보내는 내용으로 ‘서○○ 부장(검사)님, 박○○ 검사님 미안합니다’라며 ‘참 정의롭고 열심히 하는 검사를 보는 것 같아서 흐뭇하고 좋았습니다’라고 썼다. 또 ‘나의 선택으로 자칫 누가 될 것 같아 이 글을 남긴다’고 썼다. 김 전 의원은 투신 직전 페이스북에 “지역 주민으로부터 큰 사랑과 은혜만 입고 보답을 못했다”며 “진실의 촛불을 들어야 할 때도 함께하지 못했다”고 글을 남겼다. 또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어머니(79)가 홀로 살고 있는 충북 음성군 금왕읍의 한 빌라를 잠시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고문을 맡고 있던 줄기세포 연구업체 알앤엘바이오의 금품전달 사건으로 11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알앤엘바이오의 라정찬 회장에게서 현금 5억 원이 든 쇼핑백을 받아 2011년 1월 27일 오후 7시경 서울의 한 고급호텔 중식당에서 금융감독원 A 연구위원에게 전달하기로 했으나 중간에 빼돌렸다는 혐의(뇌물공여)를 받고 있었다. 회사의 부실회계를 덮어 달라는 명목의 뇌물을 전달하기로 했으나 ‘배달사고’를 냈다는 의혹을 받은 것. 김 전 의원은 11일 조사에서 “(연구위원에게 돈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조사를 받던 이 연구위원은 11일 오후 10시 45분 무혐의로 풀려났다. 경찰은 12일 수중 수색작업을 오후 6시경 사실상 중단하고 13일 오전 8시 재개하기로 했다. 김 전 의원은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에서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BBK 주가조작 진상조사 대책위원장을 맡아 ‘BBK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2009년 단국대 이전 사업 과정에서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잃었으며 2010년 가석방된 뒤 올해 1월 특사로 복권됐다. 4월에는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청주 신흥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변호사(사법시험 35회)로 법무법인 ‘춘추’ 대표변호사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원, 단국대 법대 교수, 사법시험 위원 등을 지냈다. 최근 원자력발전소 부품 납품 청탁과 함께 수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김모 전 한국수력원자력 부장의 형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한 충북 지역 의원은 “최근 김 전 의원을 만나봤지만 별다른 징후가 없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이은택·김성모·민동용 기자 nabi@donga.com}

-‘투신 추정’ 김종률 전 민주당 의원이 검찰에 보낸 유서 전문- 서○○ 부장님, 박○○ 검사님미안합니다.끝까지 진실을 밝히고 적극적으로 방어할 생각도 했으나.여기까지 오면서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서 부장과 박 검사를 대하면서, 참 정의롭고 열심히 하는검사를 보는 것 같아서 흐뭇하고 좋았습니다.나의 선택으로 자칫 누가 될 것 같아 이 글을 남깁니다.여기까지 오면서 윤○○ 국장과 그 가족에게 이루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과 미안함을 느낍니다.저의 속죄의 마음을 꼭 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돈의 행방을 밝히고 나의 무고함을 밝히고 싶었지만 너무 늦은 감도 있고 혼자 다 감당하기에는 벅찬 절망감만 있습니다. 또 밝힌들 내 명예와 내 처지에 무슨 도움이 될까 부질없다는 생각만 듭니다.지난번 제사건(2009년 말 의원직 상실된 단국대 관련 배임수재 건)으로 내내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있었고, 그때 억울함에 어떻게든 명예회복의 기회를 갖고 싶었습니다. 사법시스템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모순과 불완전한 점을 겪은 터라 지금 상실감과 절망감은 가눌 길이 없습니다. 억울하고 무력감, 이꼴 저꼴 보기 싫은 회의감만 있습니다. 제가 다 지고 갑니다.이 시점에저의 주변과 특히 민주당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정치적으로 민주당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사건처리를 함에 있어 선처를 부탁드립니다.정의실현을 위해 정말 불철주야 애쓰시는 서○○ 부장님, 박○○ 검사님 앞날에 좋은 일만있으시길 기원합니다.감사하고 미안합니다.2012.8.12.김 종 률 김성모 기자 mo@donga.com}
15년 병간호에 지친 80대 노인이 아내를 살해한 뒤 자살을 기도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서 A 씨(79·여)가 입이 테이프로 막힌 채 숨져 있는 것을 외손자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5일 밝혔다. A 씨 옆에는 남편 B 씨(82)가 수면제를 다량으로 복용한 채 쓰러져 있었다. 현장에는 “병간호가 힘들어 내가 일을 저질렀다”는 B 씨의 유서가 발견됐다. B 씨는 현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 주민은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A 씨가 15년 전 고혈압으로 쓰러진 뒤 거동이 불편했고 2, 3년 전부터는 치매까지 걸려 남편 B 씨가 힘들어했다. 3일 오전 B 씨가 A 씨에게 길거리에서 ‘빨리 죽지 않으면 내가 죽이겠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B 씨의 건강이 회복되면 신병을 인도받을 방침이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주최한 집회 현장에서 경찰 간부가 민변 소속 변호사를 포함한 시위대원들에게 끌려가 부상당했다. 26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민변은 25일 오후 5시 반경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집회의 자유를 찾기 위한 시민캠페인’이라는 이름의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는 민변 노동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 주도로 열렸고, 변호사들과 쌍용차 범국민대책위 회원 등 40여 명이 참가했다. 집회 도중 일부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허가한 집회장소 밖으로 나와 플래카드를 흔들자 경찰은 확성기로 “집회구역 안으로 들어가라”고 경고했다. 시위대가 계속되는 경찰의 경고를 무시하자 남대문경찰서 최성영 경비과장은 집회구역을 벗어난 시위자에게 다가가 “안으로 들어가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민변 변호사 3명과 쌍용차 범대위 회원 2명 등 5명이 “남대문서 경비과장이 합법 집회를 방해한다. 현행범으로 체포한다”고 외친 뒤 최 과장의 팔을 꺾고 목덜미를 붙잡은 채 대한문에서 숭례문 쪽으로 20m가량 끌고 갔다. 최 과장은 주변 경찰의 제지로 시위대로부터 풀려났으나 팔과 허리에 찰과상을 입고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 민변 변호사들은 최 과장이 집회를 방해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는 논리를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르거나 막 끝낸 범인에 대해서는 수사기관뿐 아니라 일반인도 법원의 영장 없이 현장에서 체포할 수 있다. 시위대는 이날 경찰을 해산시키겠다며 질서유지선(폴리스라인)을 뚫고 나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권 변호사와 민주노총 간부 등 3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앞서 민변은 11일 경찰이 교통질서 확립을 이유로 대한문 화단 앞 집회를 금지하고 덕수궁 매표소 앞 일부로 집회 장소를 제한하자 서울행정법원에 효력 정지 신청을 냈고 법원은 22일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민변은 당초 신고한 장소에서 집회를 열었고, 경찰은 신고된 집회구역 경계선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민변 측은 폴리스라인이 경계선 안쪽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민변 측의 반론을 듣기 위해 전화 연락을 했으나 민변은 인터뷰를 거절했다.백연상·김성모 기자 baek@donga.com}

“수강료는 200만 원이에요. 합격하면 200만 원 더 내고요. 합격한 뒤 벌 돈 생각하면 이 돈은 크지 않은 거죠.”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 6층. 사무실은 얼핏 보기에 작은 학원 같았다. 강의실은 고작 2개뿐이었다. 강의실 내부에는 작은 책상 12개와 6mm 카메라, 작은 스피커가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취업 컨설팅업체 대표는 기자가 “은행 취업을 목표로 이곳을 찾아왔다”고 하자 금융권에 있는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며 장황하게 컨설팅 내용을 설명했다. 취업난이 만성화하면서 취업 사교육 업체의 횡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을 상대로 한 달에 100만∼200만 원의 고액 수강료를 받는 취업 컨설팅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취직에 목을 매는 구직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런 곳들을 찾아 컨설팅을 받고 있다. 취업정보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 여름방학 동안 취업 컨설팅을 받겠다는 대학생이 설문 대상자 251명 가운데 11.6%를 차지할 정도다. 본보는 취업준비생을 가장해 취업 컨설팅업체 5곳을 취재했다. 이들은 대부분 면접 지도 및 자기소개서 대필을 기본 과정으로 해 50여만 원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또 취업에 성공할 때까지 멘토링하는 비용으로 150만∼200만 원을 요구했다. 취업에 성공하면 별도의 성공 보수를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취재진은 한 컨설팅업체에 ‘서울 중상위권, 토익 800점, 학점 3.8’의 스펙으로 취업을 상담했다. 이 업체 대표는 “기본 코스는 55만 원이고 지속적인 컨설팅을 원하면 155만 원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 제시한 스펙 외에 다른 특기가 없다면 비용이 더 올라간다. 또 다른 업체에선 “면접에 자주 떨어진다”고 하자 2시간에 20만 원을 받는 면접 교육을 제안했다. 강사가 유명인일 경우 비용은 훨씬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취업 관련 책을 낸 한 컨설턴트는 6시간 수강에 70만 원이 넘는 면접을 추천했다. 이 교육에 앞서 취업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으려면 1시간에 15만 원을 내야 한다. 사교육 시장에 몰린 학생들은 당장 불안감을 씻기 위해 컨설팅업체를 찾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취업 컨설팅업체에서 만난 황모 씨(24·여)는 “1년 동안 계속 서류전형 탈락을 반복했다. 컨설팅업체에 다니면 뭐라도 하고 있는 느낌이 드니까 마음이 편하지만 수강료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에 가까스로 취직한 이모 씨(27·여)는 “탈락보다 나를 더 화나게 한 건 컨설팅회사의 사기 행각”이라고 말했다. 최종면접에서만 10번 넘게 떨어진 이 씨는 취업 컨설팅업체를 찾았다. 강남에서 소문이 자자한 취업 컨설팅회사였다. 이 회사 대표는 “무조건 면접까지는 가게 한다”고 했지만 수강료 60만 원을 낸 뒤 컨설턴트의 태도는 완전히 돌변했다. 컨설팅은 1시간 만에 끝났다. 자기소개를 녹음하고선 “말이 어수룩하다”고 지적한 게 전부였다. 성의 없는 컨설팅에 화가 난 이 씨는 “1회 컨설팅 비용을 제외하고 환불해 달라”고 항의했다. 컨설턴트는 환불을 미루다가 고작 5만 원을 환불했다. 컨설팅을 의뢰한 구직자와 업체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졌을 경우 한국소비자원은 업체에 환불 및 보상을 권고할 수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불만족 사항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하는데, 교육서비스 특성상 이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대학생활정보지인 ‘대학내일’의 신익태 소장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안고도 컨설팅을 의뢰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증거”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수연·김성모 기자 sykim@donga.com 신지후 인턴기자 숙명여대 언론정보학 4학년}
삶과 죽음을 가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병학이는 친구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허우적거리는 친구를 살리려고 주저없이 검푸른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18일 오후 충남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 백사장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친구들을 구하고 실종된 공주대사범대부설고 2학년 이병학 군(17). 그는 하루 뒤인 19일 오후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아버지 이후식 씨(46)는 18일 오후 7시경 ‘무단이탈한 학생들이 실종됐다’는 학교 측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담임교사가 보낸 문자였다. 이 씨는 황급히 논산 집에서 태안까지 2시간을 운전해 갔다. 아들이 변을 당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단지 ‘사고를 쳤구나’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 도착해 보니 전혀 상황이 달랐다. 자초지종을 알고 싶어 아이들을 불러 당시 상황을 물었다. 한 아이가 “병학이가 키 작은 애를 구하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파도에 휩쓸렸다. 그러고는 바다에서 나오지 못했다”고 눈시울을 훔치면서 전했다. 이 씨는 바닷가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발을 동동 굴렀다. “논산중학교에서 줄곧 전교 1등을 했었어요. 고등학교에서도 상위권이었고. 경찰대에 가서 프로파일러가 되겠다며 운동도 열심히 했는데….” 어머니 박지원 씨는 “키 크고 얼굴도 뽀얗고 잘생긴 내 아들…. 엄마가 청소하면 자신이 하겠다고 팔을 걷는 효자”라며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같은 학년 이준형 군(17)도 친구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바다에 함께 들어갔던 한 학생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준형이가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서 나오다가 다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는 “준형이는 공부도 잘하고 수영도 잘하는 쾌활한 학생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태안=김성모 기자 mo@donga.com}

경기 파주시 탄현면. 파주시내에서 차로 40분 거리의 외딴 지역이다. 출판사 물류창고와 영세 철제가공 공장들이 밀집한 곳으로 근로자들이 퇴근하는 오후 5시 반 이후에는 인적이 드물다.18일 찾은 탄현면 오금리 137에는 3층짜리 다가구 원룸주택이 하나 덜렁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가 소유한 시공사의 도서판매 계열사인 리브로의 기숙사로 지어진 곳이다. 그런데 16일 검찰 압수수색 때 이 원룸주택의 한 방에서 그림액자와 병풍, 도자기 등 155점이 쏟아져 나왔다. 미술품이 정식 보관창고가 아니라 기숙사 용도로 지은 외딴 곳의 낡은 건물에 은밀히 보관돼 있었다는 것은 재국 씨가 이곳에 재산은닉을 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재국 씨는 경기 연천군 허브빌리지에도 30여 점의 미술품 불상 공예품 등을 보관해놓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 초호화 집무실을 꾸며놓고 각종 미술품으로 실내를 장식했다. 이 밖에도 경기 오산시 근처에 있는 전 전 대통령 외가 친척의 토지 부근에도 미술품 수장고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민주당 신경민 최고위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산 근처에 천문학적인 규모, 국내외 화가들이 그린 명화들이 있는 (재국 씨의) 수장고가 있다고 한다”며 “1990년대부터 재국 씨의 대리인을 행사해온 한모, 전모란 사람이 화랑을 돌아다니며 명화 컬렉션을 했다는 얘기가 미술계에서는 오래전부터 파다했다”고 말했다.재국 씨가 시공사 사옥과 허브빌리지 집무실, 계열사 기숙사 등 곳곳에 미술품을 보관해온 점으로 볼 때 전씨 일가가 수도권 곳곳에 비밀 수장고를 두고 재산 은닉 수단으로 미술품을 조직적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처럼 한 방에서만 155점 나와리브로의 기숙사로 지어진 3층짜리 다가구주택은 반경 500m 이내의 유일한 주거용 건물이었다. 건물로 들어서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1층 원룸 몇 채는 문이 열려 있었고, 내부 벽은 곰팡이가 슬어 검고 축축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복도는 모기와 거미가 득실거렸다. 원룸 19채가 들어서 있지만 대부분의 원룸은 사람이 살지 않는 듯 잠겨 있었다.2층 오른쪽 끝에 있는 204호가 16일 압수수색 당시 검찰 수사관들조차 놀란 ‘판도라의 상자’였다. 33m²(10평)도 안 되는 공간이 미술품 155점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차 있었다. 당시 미술품을 날랐던 이삿짐센터 직원은 18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직원 3명이 2시간을 꼬박 날라 5t 트럭의 적재함에 3t가량이 찼다. 압수수색에 참여했던 한 수사관은 ‘누가 훔쳐가도 모르겠네’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만큼 외딴 곳에 많은 미술품이 은닉돼 있었다는 것이다.이 원룸주택은 처음 지어진 2003년 11월부터 리브로의 김경수 대표 소유였다. 김 대표는 재국 씨가 연세대 경영학과에 편입하기 전에 다니던 성균관대 79학번 동기로 알려져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리브로 직원용 기숙사지만 인근 공장 근로자들도 보증금 500만 원에 30만 원 정도의 월 임차료를 내고 숙소로 이용한 적이 있다”면서도 “최근에는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올해 초 4일간 포장 작업 이뤄져”이날 재국 씨가 소유하고 있는 출판사 시공사의 파주 사옥에서는 이미 올 초 미술품이 대규모로 빼돌려졌음을 시사하는 증언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몇 달 전 큰 불상 하나가 이곳으로 온 것을 봤는데 오늘 압수수색에서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이 불상이) 나도 모르게 다른 곳으로 옮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 지하 1층에서 4일간 포장작업이 이뤄졌고 오늘 온 트럭(5t)보다 훨씬 큰 트럭에 실려나간 적이 있다”며 “운전사에게 물어보니 ‘대통령전시관으로 간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이날 이 사옥에서는 검찰의 미술품 반출 작업이 진행됐다. 그림 280점과 조각 3점이 압수돼 반출됐다. 이 미술품들은 지하 1층에 보관돼 있다 오전 9시경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통해 1층 로비로 옮겨졌다. 2시간이 지나자 165m²(약 50평) 남짓한 로비 공간이 미술품으로 가득 찼다.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사옥 앞에 대기하던 5t짜리 무진동 트럭에 싣기 위해 미술품을 들고 나오자 출판사 관계자와 취재진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꽃과 동그라미, 해태상 등이 그려진 각종 회화 작품이 줄줄이 나왔다. 일부 그림 포장에는 ‘서양화 권이현’ ‘박여숙 갤러리’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이삿짐센터 직원은 “돌하르방과 동(銅) 재질의 조각 작품 등도 3점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한 직원은 “그동안 지하 1층에는 관리인조차 접근할 수 없었다”며 “이렇게 어마어마한 공간에 미술품이 가득 보관돼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시공사에서 압수수색된 미술품은 이날 오후 2시경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미술품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박물관 사무동 1층 수장고에 보관된다.파주=백연상·김성모 기자 baek@donga.com}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가 소유한 경기 연천군 허브빌리지의 집무실은 마치 ‘비밀 아지트’ 같았다. 17일 오후 2시경 이곳을 찾은 동아일보 취재팀은 집무실 건물 앞에 도착하고서도 한참을 헤매야 했다. 허브빌리지 입구 매표소에서 오르막 경사를 따라 나란히 붙어 있는 허브숍과 커피숍을 오가기를 여러 번. 허브빌리지 안내지도에 공터로 표시된 지점에 수상쩍은 건물이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은 도착한 지 30분이나 지난 뒤였다. 2층 건물의 집무실은 높이 2m 정도의 나무막대기가 촘촘히 박힌 담장으로 둘러싸여 내부를 전혀 들여다볼 수 없었다. 허브빌리지 관계자는 “회장님 집무실은 출입이 모두 통제돼 내부를 알고 있는 직원이 없다”며 “열쇠도 회장님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전날인 16일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대형 불상 1점과 그림 도자기 자수 공예품 등 30여 점의 미술품이 쏟아져 나온 바로 그 건물이었다. 2층 외부정원을 통해 전 씨의 집무실 건물로 들어서자 전날 압수수색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책과 미술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이용된 1층 창문 너머에는 압수수색 뒤 남은 그림액자와 책들이 놓여 있었다. 2층 역시 붙박이 옷장 문이 활짝 열려 있는 등 전날의 검찰 수사관이 들이닥쳤을 때의 급박했던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나왔다. 평범한 단독주택 같은 건물 외관과는 달리 2층 내부의 인테리어는 무척 화려했다. 2층으로 난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벽면에 ‘금각사리전어수호(金閣舍利殿御守護)’라고 적힌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일본 교토(京都)에 있는 금각사리전이란 법당이 집을 지켜준다는 의미다. 이 글귀의 좌우에는 작은 글씨로 ‘개운초복(開運招福) 가내안전(家內安全)’이라고 적혀 있었다. 좋은 운수가 열려 복이 들어오며 집안에 화목과 평온이 깃든다는 뜻이다. 거실 곳곳에는 가로 1m, 세로 2.5m 크기의 불화(佛畵)를 비롯해 여러 회화작품이 걸려 있었다. 한쪽 벽을 차지한 거대한 책장은 천장까지 닿아 있었고 ‘세계미술사’ ‘동양화란 어떤 그림인가’ ‘피카소’ 등 수백 권의 미술 관련 책들로 빼곡했다. 화장실에는 개인용 사우나가 마련돼 있었고, 활짝 열린 옷장 안으로 내부 금고도 눈에 띄었다. 2층에는 실내 정원은 물론 외부 정원도 딸려 있었다. 내부 정원에는 8인용 테이블과 벽난로가 있었다. ‘소누스 파베르’ 등 스피커만 5200만 원에 이르는 1억 원대의 하이파이 오디오 기기도 눈에 띄었다. 허브빌리지 인근 주민 안모 씨(74)는 “전두환 전 대통령도 자주 이곳을 찾아 며칠씩 머물다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적막했던 허브빌리지 집무실과 달리 경기 파주시 문발동 출판단지에 있는 시공사 사옥은 30명이 넘는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어 하루 종일 소란스러웠다. 건물 내부에는 어제 압수수색팀과 교대한 검찰 직원 2명이 머무르다가 오후 7시경 철수했다. 사옥 관리인은 검찰이 압수수색했던 지하 창고와 관련해 “그곳은 내 카드로는 출입이 안 되는 곳이라 잘 모른다”며 “그림이나 고가 물건이 드나드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아직 남아 있는 압수 물품들은 18일 오전에 반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연천=서동일 기자·파주=김성모 기자 dong@donga.com}

# “뭐하고 있어? 놀러 와, 함께 놀자.” 김모 양(17)은 이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잠시 고민했다. 김 양이 심모 군(19)을 만난 건 지난달. 친구 소개로 알게 돼 두어 번 만났다. 문자를 받은 뒤 경기 용인시 기흥에 있는 한 모텔로 들어갔다. 이때가 8일 오후 3시 반. 방 안에 들어가니 심 군과 최모 군(19)이 있었다. 김 양은 앞으로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고교 2학년을 중퇴한 심 군은 7일 밤 중학교 친구인 대학생 최 군을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커피전문점이 있는 성남시 분당에서 만났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둘은 DVD방에서 영화를 본 뒤 당구를 치며 시간을 같이 보냈다. 둘은 피곤해지자 8일 오전 5시 반경 용인시 기흥에 있는 한 모텔에 투숙해 잠을 잤다. 잠에서 깬 심 군은 친구 소개로 알게 된 김 양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후에 김 양이 도착하자 셋은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심 군은 김 양을 모텔에 놔둔 채 안과 치료를 받는 최 군과 함께 모텔을 나섰다가 무슨 생각에선지 병원 인근 편의점에서 문구용과 공업용 커터칼 2개를 구입했다. 최 군과 모텔에 다시 들어갔다가 최 군은 약속이 있다며 혼자 나갔다. 심 군은 이때부터 악마로 돌변했다. 심 군은 김 양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 김 양이 반항하자 미리 준비한 커터칼을 들이대며 협박한 뒤 강제로 성폭행했다. 성폭행을 한 뒤 심 군은 겁이 났다. 김 양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감옥에 갈 것을 두려워한 심 군은 김 양을 목 졸라 살해했다. 8일 오후 9시경이다. 이때부터 그는 김 양의 시신을 훼손했다. 시신을 욕조로 옮긴 뒤 공업용 커터칼로 토막을 내려다 여의치 않자 살점을 도려내기 시작했다. 사용하던 칼이 부러지자 9일 오전 1시 반경 모텔 인근의 편의점에서 손잡이 길이 17cm, 날 길이 8cm의 공업용 커터칼을 새로 구입해 계속 시신을 훼손했다. 9일 오후 1시 16분. 약 16시간에 걸친 시신 훼손이 대략 마무리됐다. 그는 검은 대용량 비닐봉투를 구입해 시체를 옮겨 담았다. 도려낸 살점은 범행을 은닉하기 위해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 유기했다. 수십 차례 같은 일을 반복했다. 나머지 뼈는 비닐봉투에 담기 좋게 토막을 냈다. 그는 곧바로 할머니 부모 형과 함께 살고 있는 용인시 이동면의 집으로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시체를 담은 비닐봉투는 본채 옆에 자신이 거주하는 이동식 컨테이너 주택 장롱에 감췄다. 모두 맨 정신에 벌인 일이었다. 심 군은 김 양의 시신을 훼손하던 9일 0시경 최 군에게 ‘작업 중이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최 군이 ‘무슨 개소리냐’고 묻자 심 군은 ‘지금 피 뽑고 있다’며 사진을 보냈다. 사진은 욕조 안에 김 양의 시신이 뉘어 있고, 피부가 벗겨진 상태로 복부의 장기가 들여다보이는 끔찍한 모습이었다. 심 군은 이어 김 양 시신의 자세를 바꿔 비슷한 사진 한 장을 다시 보냈다. 최 군은 인터넷 호러물 캡처 사진 정도로 알고 ‘장난치지 마’라고 답을 보낸 뒤 잠자리에 들었다. 최 군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자를 받은 다음 날 아무래도 꺼림칙해서 만나서 얘기하자고 해 만났고, 범행 사실을 듣고 자수를 권유했다. 김 양을 불렀을 때는 세 명이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친한 사람들한테는 다정하고 따듯하지만, 가깝지 않거나 모르는 사람에게는 냉정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심 군은 범행을 저지르고 모텔에서 나온 지 1시간여 후인 9일 오후 3시 29분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내겐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이젠 메말라 없어졌다. 오늘 난 죄책감이란 감정 또한 느끼지 못했고 슬픔이란 감정 또한 느끼지 못했고. 분노를 느끼지도 못했고 아주 짧은 미소만이 날 반겼다. 오늘 이 피비린내에 묻혀 잠들어야겠다’는 글을 올렸다. # ‘평범해 보였던 10대’ 심 군의 범행은 싱가포르에서 무역업을 하는 김 양의 부모가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부모를 따라 해외로 이주했던 김 양은 3년 전 한국이 좋다며 혼자 들어와 용인시 기흥의 한 오피스텔에서 생활해왔다. 2011년 분당의 한 고교 1학년에 다니다 중퇴한 뒤 뚜렷이 하는 일 없이 부모가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해왔다. 마침 사건 당일에 지방에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찾아왔고, 김 양이 들어오지 않자 부모에게 연락했다. 김 양의 어머니가 해외에서 112에 신고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 군은 9일 오후 7시경 수원의 한 식당에서 최 군과 만나 범행 사실을 털어놓은 뒤 10일 0시 30분 용인동부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심 군이 토막 낸 시신의 뼈는 모두 29조각이었다. 살을 도려내 뼈만 남은 상태로 15kg가량 무게였다. 심 군은 경찰에서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을까 봐 죽인 뒤 시체를 가져나갈 방법이 없어 살점을 도려냈다”고 진술했다. 또 기자들과 만나 태연하게 “가끔 공포영화를 보기도 하는데 영화처럼 한 번쯤은 흉내내 볼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시신 훼손 방법에 대해서는 “인터넷에서 봤다”고 했다. 엽기 살인범 오원춘을 아느냐고 묻자 “이름은 들은 것 같은데 내용은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남의 고통에 대해 무감각하고 냉정한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보였다. 자퇴하기 전 심 군을 가르쳤던 교사는 “음악을 좋아해 기타 치고 작곡도 했다”며 “영어는 모의고사 1등급이 나올 정도로 잘했다”고 기억했다. 키 175cm가량에 건장한 체형인 심 군은 지난해 10월에는 인천 월미도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을 기도했다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2주간 치료를 받았다. 당시 의사는 ‘상세 불명의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에 의한 자살 기도라는 진단을 내렸다. 용인=남경현·김성모 기자 bibulus@donga.com}

“참 멋진 피사체들…쉽게 건지기 힘든 사진들입니다.” ‘데×’라는 닉네임을 쓰는 누리꾼은 최근 성인 커뮤니티의 ‘훔쳐보기’ 코너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 7명의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올렸다. 모두 길거리를 지나는 여성을 몰래 찍은 사진이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제 취향은 6번 처자네요” “무더위에 고생 많으십니다”라는 식의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이 코너에는 6월에만 1000장이 넘는 ‘몰래카메라(몰카)’ 사진이 올라왔다. 대부분 지하철 안, 계단, 술집, 화장실, 도서관, 학교, 길거리, 마트 등 누구나 쉽게 찾는 장소에서 미니스커트나 원피스 등을 입은 10∼30대 여성을 몰래 찍은 사진들이다. 여자친구나 부인, 여동생이라고 하는 사진도 자주 올라온다. 이들은 서로의 ‘작품’을 공유하며 품평까지 하는데 사진당 조회수가 1만∼5만 건에 이른다. 몰카는 별종인 성범죄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 가운데도 관음증을 자극하는 몰카의 ‘쾌감’에 빠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서울의 명문 사립대 교수, 고시 3관왕 출신 국회 입법조사관, 변호사, 목사가 극장, 화장실, 헬스클럽, 지하철 등에서 여성들을 몰래 찍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평범한 사람도 호기심에 다양한 수법으로 여성을 몰래 찍는다. 서울의 한 사립대 학생인 A 씨(23)는 5월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하철 역삼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스마트폰의 동영상 기능을 켠 뒤 화면 밝기를 최대한 어둡게 하고 원피스를 입은 여성의 치마 속을 찍다가 덜미를 잡혔다. 영화관 촬영기사 B 씨(41)는 5월 16일 역삼동 지하철 강남역 계단에서 카메라 촬영 소리가 나지 않는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으로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을 찍다 체포됐다. 김재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몰카 공화국’ 현상에 대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성적 호기심을 갖고 있지만 도덕적 가치관이 이를 통제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카메라 기술이 발달해 성적 호기심을 실현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도덕의식과 성적 욕망의 균형이 쉽게 무너지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몰카 범죄를 전담하는 서울 강남경찰서 김용진 경장(31)은 “몰카범들은 성적 욕망을 해소하는 일탈행위를 하고 있다는 짜릿함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게 해준다고 진술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몰카는 중독성이 강해 한번 발을 들이면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도구도 갈수록 발달하고 있다. 처음엔 스마트폰을 이용하다가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 안경, 자동차 키, 시계, 텀블러 등으로 가장한 전문 소형 카메라를 이용한다. 성능에 따라 수십만 원에 이르는 몰카 도구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호기심에 몰카를 시작한 사람도 관음증의 쾌감에 중독되면 습관적으로 신발에 USB 카메라를 묶어놓거나 손에 자동차 키 카메라를 쥐고 다니게 된다. 지난해 5, 6월 스마트폰으로 몰카를 찍은 죄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던 공익근무요원 C 씨(26)는 5월 22일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자동차 키 모양의 초소형 카메라를 손에 쥐고 여성 4명의 신체부위를 동영상으로 촬영하다가 다시 적발돼 구속됐다. C 씨는 “몰카는 담배보다 훨씬 중독성이 강하다”며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몰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범죄지만 죄의식 없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적발 건수는 2010년 1134건, 2011년 1523건, 2012년 2400건으로 매해 급증하고 있다. 올해는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1∼6월에만 벌써 1569건의 몰카 범죄가 발생했다. 수많은 여성은 몰카의 대상이 될까봐 불안에 떨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여름철인 7, 8월은 몰카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여서 여성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용진 경장은 “치마를 입고 계단을 올라갈 때 손에 스마트폰이나 열쇠 등을 쥔 남성이 따라붙으면 잠시 멈춘 뒤 남성을 먼저 보내는 식으로 조심해야 한다”며 “몰카에 중독된 남성들은 여성이 가방으로 치마를 가려도 악착같이 촬영하므로 수상한 남자를 보면 경찰에 적극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조동주·김성모 기자 djc@donga.com}

대전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A 양(10)은 아이돌 스타를 좋아했다. 아이돌 사진과 정보가 트위터에 많다는 친구들 이야기를 듣고 A 양은 지난해 트위터를 시작했다. A 양은 음란물을 올리면 팔로어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자신의 몸을 찍은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프로필엔 ‘올해 열세 살 ×××임’이란 문구와 함께 스타킹을 신고 다리를 벌린 사진을 찍어 올렸다. 팔로어들은 A 양이 업데이트한 음란 사진을 보고 “사진을 보니 흥분된다” “욕을 해 달라”라며 A 양을 부추겼다. 입소문을 타고 팔로어도 늘었다. A 양은 팔로어와 대화를 나누며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성기를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A 양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2400명을 넘었다. 성인들의 ‘트위터 음란물’을 수사하던 경찰은 음란물을 올린 이들 가운데 초중고교생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충격에 빠졌다. 경찰은 올 4월 초 A 양과 A 양 어머니를 만나 조사했다. A 양 어머니는 “인기를 끌고 싶어 사진을 올렸다”는 딸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는 딸의 트위터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고교 3학년인 B 군(18) 역시 지난해 2월 자신이 개설한 두 번째 트위터 계정에 음란물을 올렸다. 자신의 성기 사진을 올리고 ‘자위가 너무 좋다’ ‘자위 최고’란 글을 자주 올렸다. 청소년들은 모두 포르노 배우를 연상시키는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올바른 성(性) 관념을 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부 아이가 호기심과 남의 관심을 끌려는 차원에서 자신의 몸을 촬영한 사진 등을 트위터에 올리고, 아동포르노를 찾는 성인들이 이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 성인들은 트위터 가입 시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아이들의 트위터를 팔로어만 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시간과 장소 구분 없이 업데이트되는 음란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소년들이 성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경찰이 단속한 1000여 개 계정 중엔 성관계를 맺은 것을 암시하는 트윗도 적발됐다. 한 트위터리안은 성행위를 하는 사진을 올리고선 “어제 팔로어 중 조건으로 만난 애”란 글을 올렸다. 경찰 관계자는 “미성년자가 호기심에 시작했다가 성범죄를 당하거나 신상이 노출돼 2차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말경 울산의 한 여중생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고교생에게 신체를 찍은 사진을 보냈다가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트위터에 자신의 성기 사진 등을 올린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성인 3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초중고교생 10명을 계도 조치했다. 이 중 성인 3명은 미성년자의 성기 사진 등을 리트윗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고 있다. 경찰은 트위터 아이디 1000여 개의 계정을 차단했다. 적발된 초중고교생 10명은 자신의 몸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또 인터넷에 떠도는 음란물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경찰이 차단한 트위터 계정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위터는 경찰이 폐쇄한 음란물 사이트를 이용자에게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도 하고 있다.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은 유해 사이트로 지정돼 사이트가 차단될 때마다 새 주소를 트위터로 공지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경찰 관계자는 “트위터 본사가 해외에 있다 보니 트위터 계정을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대 장응혁 교수는 “학생들이 경각심을 가지지 않고 음란물을 올리는 것 같다”며 “사진 등으로 협박을 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성범죄와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요즘 장안의 화제는 박지성 선수(32·퀸스파크레인저스)다.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 선수가 지난주 미모의 아나운서 김민지 씨와의 열애 사실을 인정하자 많은 미혼 남녀들은 축하와 부러움, 질투가 섞인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다소 소박한 외모의 박지성이 명문대 출신 미모의 방송인을 여자친구로 사귀게 된 데 대해 ‘박지성이 부럽다’는 반응 못잖게 ‘김민지가 부럽다’는 반응이 많았다.사실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젊은 여성 연예인들이 이상형 남성을 꼽을 때 거의 빠지지 않는 남자가 박지성이다. 본보는 결혼정보업체 컨설턴트, 인상분석가, 스포츠마케팅 종사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박지성의 매력’을 알아봤다.전문가들은 “박지성은 땀과 눈물로 성공을 거둔 대명사”라고 입을 모았다. ‘더이상 개룡남(개천에서 용 난 남자)은 탄생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와 지위가 대물림되는 현대사회에서 박지성의 성공 스토리, 그 스토리를 가능하게 한 그의 노력과 집념이 결혼 적령기 여성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외모가 떨어져도 스타가 되면 ‘플러스 20점’ “박지성의 배우자 지수는 93.5점입니다. 이 정도면 최고의 여성을 골라 만날 수 있죠. 보기 드문 ‘특A급 개룡남’이니까요.”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23일 본보의 요청으로 박지성의 배우자 지수를 분석한 결과를 이렇게 소개했다. 배우자 지수란 신체 및 사회경제적 매력을 수치화해 결혼시장에서 갖는 가치를 말한다. 이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29∼33세 남성의 평균 점수는 70.11점. 신체 조건과 학력 및 가정환경이 동일하다고 가정한 대기업 회사원 박지성은 75.21점으로 평균을 약간 웃돈다. 하지만 세계적인 프로 리그에서 활약하는 실제 박지성의 현재 점수는 93.5점. 일반 축구선수는 직업 점수가 68점이지만 박지성은 연봉이 약 30억∼40억 원(추정)에 이르는 억대 스타여서 가점을 받았다. 일본, 네덜란드를 거쳐 잉글랜드 프로 리그에 진출하기까지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자신의 가치를 20점 가까이 높인 셈이다.회사원 김자연 씨(26·여)는 “박지성은 눈빛과 말투에서 근성이 드러나 매력적이다. 가정에 대해 책임감이 강하고 자식들에게도 좋은 롤 모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성의 무덤덤한 인상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는 “박지성의 매서운 눈매는 승부에 대한 집념을 상징한다. 가운데가 유난히 두툼한 코는 강인한 체력을 의미한다. 두꺼운 눈두덩과 입술은 성공을 하고도 남을 배려하는 겸손함과 느긋한 성격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선우 측은 박지성과 동일한 재력을 가진 사업가, 전문직 종사자들에 비해 박지성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이 대표는 “재력과 미모를 갖춘 여성일수록 단순한 스펙보다는 열정, 승부근성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박지성은 축구장뿐 아니라 결혼시장에서도 에이스인 셈”이라고 말했다. ○ 근성으로 몸값 끌어올린 성공男“악착같이 돈만 번 ‘개룡남’은 호불호가 엇갈립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감동적인 성공 스토리를 썼기에 그 이상의 평가를 받는 거죠.”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이명길 대표 강사는 박지성의 질곡이 많았던 축구인생이 매력도를 끌어올렸다고 진단했다. 박지성은 왜소한 체격 때문에 스카우트를 받지 못하다가 간신히 명지대에 진학했다. 박 씨의 아버지 박성종 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운동하는 아들에게 고기라도 실컷 먹여주겠다”며 정육점을 차렸을 정도다. 박지성은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축구에만 매달렸다. 그는 자서전에서 “내 인생은 늘 그랬다. 남들 눈에 띄지 않으니 ‘깡다구’밖에 없었다. 보잘것없는 나의 조건을 정신력 하나로 버텼다”고 회고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국가대표팀을 맡은 거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직후 도쿄 퍼플상가에서 뛰던 박지성을 네덜란드 리그 에인트호번으로 데려갔다. 박지성은 쉴 새 없이 뛰는 ‘산소탱크’로 인정받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까지 진출했다.한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박항서 상주상무 감독은 “히딩크 감독은 악착같이 경기에 임하는 지성이를 보고 ‘인간 청소기’ 같다고 했다. 그라운드에서의 성실함이 박지성의 강점”이라고 평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뛰어난 외모는 아닌데, 웃을 때는 나름 귀엽다.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성공하고도 겸손한 모습을 보면 ‘내면은 하정우 뺨치는 미남’”이라고 품평했다.한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는 박지성의 매력을 ‘시련→투쟁→승리’라는 영웅적 서사구조를 갖춘 인생사에 있다고 봤다.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한 것으로 알려진 미남 미녀 스포츠 스타들보다 박지성 같은 극적인 스토리를 갖춘 인물이 마케팅 측면에서 훨씬 좋은 광고모델”이라며 “젊은 여성이나 사윗감을 고르는 부모들도 그런 점에서 더 좋은 점수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김수연·김성모 기자}
경북 경주시에 사는 중년 여성 A 씨는 지난해 말 왼쪽 유방에 암이 발견됐다. 검사해보니 유방암 3기였다. 하지만 몸에 칼을 대는 게 두려워 수술을 거부했다. 그 대신 누군가가 암에 좋다며 권한 벌레 발효식초와 콜라겐 건강식품 등을 먹으며 치료를 시도했다. 효과가 없자 동네 한의원에서 뜨겁게 달군 돌로 환부를 지지는 치료를 받았다. 증세가 호전되기는커녕 환부가 세균에 감염돼 점점 악화되기만 했다. A 씨의 왼쪽 유방은 축구공 크기만큼 부풀어 올랐다. 손발은 점점 갈색으로 변해갔다. A 씨는 아들의 눈물어린 설득에 최근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수술을 할 수 없을 만큼 암이 온 몸에 퍼진 유방암 말기에 접어들어 있었다.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했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A 씨는 3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암을 잘 고친다고 소문난 K한의원을 찾았다. 명문 한의대를 나온 원장 이모 씨(53)의 치료방식은 엽기적이었다. 이 씨는 “일단 생기를 살려야 한다”며 A 씨의 몸에 20여 개의 부항을 떴다. 그러고는 암덩어리가 뭉친 A 씨의 왼쪽 가슴에 침을 찔러 피와 진물이 나오게 했다. A 씨의 정신이 혼미해지면 죽염 한 숟가락을 먹였다. 또 A 씨의 겨드랑이에 튀어나온 암세포 조직을 가위로 자른 뒤 뜨겁게 달군 볼트와 너트로 지졌다. 이 씨는 의료행위 과정을 모두 사진으로 찍어 자신이 운영하는 ‘값싼 의료 좋은 결과’라는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다. 그는 A 씨에게 한 행위에 대해 “치료라기보다는 호스피스. 혹시 아는가. 이렇게 하다 보면 뭐가 될지”라는 글을 적었다. 이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요즘 암은 가장 흔한 질병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 가장 흔한 방법인 침 뜸 부항으로 치료하고 있다”며 “누구에게 배운 치료법은 아니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남들에게 맞춰 살긴 싫다”고 말했다. 만신창이가 된 A 씨는 19일 가족의 눈물겨운 설득 끝에 인근 암 재활 전문병원으로 옮겼다. 곧 대구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A 씨는 현재 염증이 심해져 병세가 더욱 악화된 상태다. 하지만 A 씨는 여전히 이 씨가 정성껏 치료해줬다고 믿고 있다. A 씨의 아들은 “이 씨를 고소하려 했지만 어머니가 극구 말렸다. 내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며 울었다.조동주·김성모 기자 djc@donga.com [알려왔습니다]본보 6월 20일자 A12면 ‘말기암 어머니 엉터리 치료 한의사, 어찌해야 하나요’ 기사와 관련해 경북 경주의 모 한의원 한의사 이모 씨(53)는 “해당 환자는 말기암 환자가 아니라 어깨 통증 치료를 위해 내원했으며 암세포 조직을 가위로 자른 뒤 뜨겁게 달군 볼트와 너트로 지지는 등 엽기적인 치료를 한 바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또 “주변 의사와 상의해 큰 병원으로 가 치료받도록 조언했다”고 밝혔습니다.}

첫째 누나 신민령 씨(36)는 17일 난생 처음 앰뷸런스에 탔다.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의 장례식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덜컹거리는 앰뷸런스에 누운 막냇동생 신성민 씨(22·상병)는 말이 없었다. 동생은 더이상 “머리가 아프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멀쩡하게 군대에 갔던 막내는 시신이 되어 누나 옆에 누워 있었다. 머릿속에는 암 덩어리가 자라고 있었는데 동생은 군대에서 두통약과 소화제만 처방받아 먹다 결국 숨졌다. 신 상병은 의젓한 동생이자 집안의 가장이었다. 신 상병의 어머니는 딸만 셋을 키우다 아들을 낳고 싶어 매일 기도했다. 서른일곱 살 무렵 늦둥이 신 상병을 낳았다. 하지만 신 상병이 다섯 살 되던 무렵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장애판정을 받으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어머니는 공장에서 잡일을 하거나 전화 상담원을 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부모 대신 신 상병은 가장 노릇을 했다. 누나들이 집에 늦게 들어올 때면 마중을 나갔다. 막노동, 서빙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벌이도 했다. 지난해 1월 입대한 동생은 강원도 홍천의 부대로 배치받았다. 가족은 처음 신 상병의 군 입대를 말렸다. 186cm에 60kg이 약간 넘었던 동생에게 누이들은 조심스레 “살을 조금만 더 빼 공익근무를 하면 어떻겠냐”고 권했다. 신 상병은 오히려 살을 더 찌웠다. 이왕 가는 것 제대로 가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가족은 해병대에 지원하겠다는 것도 간신히 말렸다. 신 상병은 ‘머리가 아프다’는 게 전형적인 꾀병으로 비칠 것도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머리가 아프다고 의무대를 찾아가면 진통제를 주는 것이 전부였다. 아픔을 참다못해 다시 찾은 의무대에선 “뭘 혼자 먹었냐”며 손을 바늘로 따고 콩알만 한 한약 소화제 2알을 줬다. 신 상병은 머리가 아픈 채로 부대생활을 계속했다. 혹한기 훈련에도 빠지지 않았다. 신 상병의 뇌에 생긴 암 덩어리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고통을 참다못한 신 상병이 의무대를 다시 찾아가자 중대장은 욕설과 함께 “아직 여기 올 기력은 있네”라며 핀잔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밥도 못 먹고 물만 마셔도 토하는 상태에 빠졌다. 신 상병은 결국 1월 초 가족에게 ‘아프다’고 전화로 알렸다. 전화를 받은 가족은 불안에 휩싸였다. 평소 가족이 걱정할까봐 ‘아프다’ 소리 한번 안 하던 성격이었다. 신 상병은 2주가 지나서야 집에 왔다. 부대가 휴가를 미루고 신 상병을 부대 행사에 참여시켰기 때문이다. 뒤늦게 심각성을 파악한 부대 관계자는 신 상병이 휴가 나가기 이틀 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할 거 다 해봤는데 애가 계속 아파한다”고 했다. 1월 25일 아들의 모습을 본 어머니와 둘째 누나는 당황했다. 아들은 검은 양말과 흰 양말을 한 짝씩 신을 정도로 정신까지 혼미한 듯했다. 큰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검사 결과를 보고 “어떻게 집으로 걸어 왔냐”며 놀랐다. 뇌종양의 상태가 심각했다. 가족은 신 상병이 5개월 동안 아파했지만 부대에서 ‘꾀병’으로 여겨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알았다. 나라를 위해 아들을, 동생을 보낸 가족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쳤다. 첫째 누나는 “부대에선 ‘할 거 다했다’고 했지만 두통약과 소화제를 주고 근처 애들 가는 소아과에 데려가 척수 검사를 했던 게 전부”라며 눈물을 흘렸다. 신 상병은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국군수도병원에서 한 수술 외에는 지원이 안 된다고 해 수술비도 가족이 냈다.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가족은 수술 이후 신 상병을 국군수도병원으로 다시 옮길 수밖에 없었다. 면역력이 약해 다른 환자들과 격리돼 있어야 했지만 신 상병은 다른 환자들과 섞여 치료를 받았다. 5월 9일 신 상병의 옆자리에 감기 환자가 들어왔다. 신 상병의 어머니는 “마스크를 씌우면 안 되겠냐”고 간호사에게 부탁했지만 아무 조치도 없었다고 한다. 옆에 있던 환자에게 직접 부탁했지만 “(나 때문에) 여기 있는 환자에게 감기 다 옮기겠네”라는 비아냥만 들었다. 다음 날 신 상병에게 미열이 났고 며칠 뒤 폐렴에 걸렸다. 5월 14일 폐렴을 앓던 신 상병은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졌고 결국 17일 오전 사망했다. 17일 빈소에서 기자와 만난 신 상병의 아버지는 큰소리로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생기지 않게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그들을 용서하지 마’라는 아들의 마지막 말이 계속 귀에 맴돈다”고 했다. 누나 민령 씨는 “자기 부하가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지휘관들이 한 번도 사과하지 않느냐”며 울부짖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이 몸이 아픈 병사를 세밀하게 보살피고, 적절한 진료를 해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군 의료체계 개선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성남=김성모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mo@donga.com}

청년 구직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청년드림캠프가 서울 동대문구청에 문을 열었다. 전국적으로 18번째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서울 동대문구는 17일 오전 구청 5층 접견실에서 유덕열 구청장과 한문수 동아쏘시오홀딩스 운영지원본부장, 임규진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장이 참석한 가운데 ‘청년드림 동대문캠프’ 개설 및 운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동대문캠프에는 전문 직업상담사가 상주하면서 청년 취업상담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인사팀 임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청년 취업준비생과 만나 취업 멘토링에 나선다. 취업준비생들은 이곳에서 입사지원서류 작성 방법과 면접 요령을 배울 수 있다. 유 구청장은 “형식적인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청년 구직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며 “구직자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대화하면서 취업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기업이 실질적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구청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본부장은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이 어떤 것인지 조언해주고 구직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각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함께 청년 취업 및 창업을 위해 마련하고 있는 청년드림 캠프는 서울 서대문, 관악, 송파, 중구 캠프와 경기 부천, 부산 남구, 전남 순천, 대구 동구, 세종 등에 마련돼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