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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하와이안 갈릭 버터 시림프(새우)입니다. 냠냠.” 자막은 이미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방송인 백종원 씨가 새우를 입에 넣는 모습이 클로즈업되자, ‘쩝쩝’ 소리만이 또렷이 귓가를 파고든다. 뒤이어 펼쳐지는 조리 과정. 버터를 잔뜩 두른 프라이팬 위에 튀겨지는 마늘의 ‘지글지글’. 뒤이어 통통한 새우 10여 마리가 들어가자마자 사운드는 거의 교향곡 수준으로 화면 가득 울려 퍼진다. 지난달 23일 방영을 시작한 tvN 다큐멘터리 예능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기존 ‘먹방’과는 뭔가 다르다. 백 씨의 감칠맛 나는 설명도 훌륭하지만, 하나의 요리가 어떤 히스토리와 과정을 지녔는지를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기획 단계부터 염두에 뒀다는 음식 연출 방식이 이채롭다. 마치 시청자도 함께 식탁에 앉은 것처럼 음식을 귀로 풍성하게 즐기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감각쾌락반응)를 적극 활용한다. 최근 ASMR가 ‘귀르가즘(귀+오르가즘)’이란 신조어까지 낳으며 대중문화 전반에서 주요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방송은 물론이고 광고, 1인 미디어, 웹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대중에게 사랑받는다. ‘스트리트…’를 연출한 박희연 PD는 방송가에서 ASMR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제작진이다. 박 PD는 “백 씨와 함께했던 ‘집밥 백선생3’를 찍으며 제작진도 음식을 조리할 때 나는 ‘소리’에 식욕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며 “시각에 집중했던 기존 방식보다 청각을 부각시키는 방식이 시청자에게 더 큰 공감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에 예민한 광고계도 ‘귀르가즘’은 새로운 블루칩이다. 특히 소리를 활용하기에 먹거리 광고에서 요긴하다. 다니엘 헤니가 출연했던 치즈 광고를 찍은 이채훈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청각을 극대화시키면 대중이 광고를 보며 ‘내가 아는 그 맛이네’라는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며 “ASMR를 통해 맛을 간접적으로 체감하는 공감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유행이 빠른 유튜브 등 인터넷 영상에서는 이미 ASMR가 보편화 수준에 이르렀다. 유튜브에 개설된 전문 채널은 30만 개에 이르며, 관련 콘텐츠는 이미 1000만 개를 넘어섰다. ‘혼밥 ASMR 채널’ 등을 운영하는 유튜버 ‘초의 데일리쿡’은 “생생한 소리를 전달하려면 고성능 기계가 필요하고 작업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하지만 ASMR를 활용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을 보는 비율이 2배가량 높아진다”고 귀띔했다. 최근 귀르가즘은 음식 분야 이외로도 확장하는 추세다. 1020세대에게 인기인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은 최근 출연 배우들이 에세이를 읽어주는 ASMR 버전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아이돌 ‘워너원’을 전면에 내세운 한 인터넷 쇼핑몰 광고는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수묵화 배경에 새가 지저귀는 자연의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깔았다. 이 크리에이터 디렉터는 “소리의 의외성이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주는 효과가 ASMR를 통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ASMR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볼거리의 홍수 속에서 피로감을 느낀 대중이 ASMR가 주는 새로운 자극에 쾌감이나 욕구를 느끼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진 유튜브 파트너십 수석부장은 “1인 미디어에서 ASMR는 이미 대세 콘텐츠”라며 “과거 단지 음식을 많이 먹는 ‘먹방’에서 벗어나 최근엔 조리나 섭취 과정에서 소리로 식감을 전해야 대중이 찾는다”고 말했다. ASMR가 최신 콘텐츠와 맞물리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아날로그 감성’이란 문화코드가 들어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디지털 문화가 발달할수록 대중은 역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경향이 있다”며 “ASMR 인기의 이면에는 디지털 시대의 역행 혹은 반발이란 사회적 심리가 숨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kimje@donga.com·김민 기자}

“이게 바로 하와이언 갈릭 버터 쉬림프(새우)입니다.(냠냠)” 자막은 이미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방송인 백종원 씨가 새우를 입에 넣는 모습이 클로즈업되자, ‘쩝쩝’ 소리만이 또렷이 귓가를 파고든다. 뒤이어 펼쳐지는 조리과정. 버터를 잔뜩 두른 프라이팬 위에 튀겨지는 마늘의 ‘지글지글.’ 뒤이어 통통한 새우 10여 마리가 들어가자마자 사운드는 거의 교향곡 수준으로 화면 가득 울려 퍼진다. 지난달 23일 방영을 시작한 tvN 다큐멘터리 예능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기존 ‘먹방’과는 뭔가 다르다. 백 씨의 감칠맛 나는 설명도 훌륭하지만, 하나의 요리가 어떤 히스토리와 과정을 지녔는지를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기획 단계부터 염두에 뒀다는 음식 연출 방식이 이채롭다. 마치 시청자도 함께 식탁에 앉은 것처럼 음식을 귀로 풍성하게 즐기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감각쾌락반응)을 적극 활용한다. 최근 ASMR이 ‘귀르가즘(귀+오르가즘)’란 신조어까지 낳으며 대중문화 전반에서 주요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방송은 물론 광고, 1인 미디어, 웹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대중에게 사랑받는다. ‘스트리트…’를 연출한 박희연 PD는 방송가에서 ASMR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제작진이다. 박 PD는 “백 씨와 함께 했던 ‘집밥 백선생3’를 찍으며 제작진도 음식을 조리할 때 나는 ‘소리’에 식욕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며 “시각에 집중했던 기존 방식보다 청각을 부각시키는 방식이 시청자에게 더 큰 공감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에 예민한 광고계도 ‘귀르가즘’은 새로운 블루칩이다. 특히 소리를 활용하기에 먹거리 광고에서 요긴하다. 다니엘 헤니가 출연했던 치즈 광고를 찍은 이채훈 제일기획 크리에이터는 “청각을 극대화시키면 대중이 광고를 보며 ‘내가 아는 그 맛이네’라는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며 “ASMR을 통해 맛을 간접적으로 체감하는 공감을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유행이 빠른 유튜브 등 인터넷 영상에서는 이미 ASMR이 보편화 수준에 이르렀다. 유튜브에 개설된 전문 채널은 30만 개에 이르며, 관련 콘텐츠는 이미 1000만 개를 넘어섰다. ‘혼밥 ASMR 채널’ 등을 운영하는 유튜버 ‘초의 데일리쿡’은 “생생한 소리를 전달하려면 고사양 기계가 필요하고 작업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하지만 ASMR을 활용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을 보는 비율이 3~4배는 높아진다”고 귀띔했다. 최근 귀르가즘은 음식 분야 이외로도 확장하는 추세다. 1020세대에게 인기인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은 최근 출연 배우들이 에세이를 읽어주는 ASMR 버전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아이돌 ‘워너원’을 전면에 내세운 한 인터넷쇼핑몰 광고는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수묵화 배경에 새가 지저귀는 자연의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깔았다. 이 크리에이터는 “소리의 의외성이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주는 효과가 ASMR를 통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중문화콘텐츠에서 ASMR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볼거리의 홍수 속에서 피로감을 느낀 대중들이 ASMR이 주는 새로운 자극에 쾌감이나 욕구를 느끼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진 유튜브 파트너십 수석부장은 “1인 미디어에서 ASMR은 이미 대세 콘텐츠”라며 “과거에 단지 음식을 많이 먹는 ‘먹방’을 벗어나 최근엔 조리나 섭취 과정에서 소리로 식감을 전해야 대중이 찾는다”고 말했다. ASMR이 최신 콘텐츠와 맞물리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아날로그 감성’이란 문화코드가 들어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디지털 문화가 발달할수록 대중은 역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경향이 있다”며 “ASMR 인기 이면에는 디지털 시대의 역행 혹은 반발이란 사회적 심리가 숨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 ASMR 콘텐츠 해외 사례 ▼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자그마한 식당은 어느 때 찾아가도 앉을 자리가 없다. 원래도 식도락가들에겐 사랑받는 숯불갈비 맛집이지만, 이달 초 일본 드라마를 촬영했던 소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지며 난리가 났다. 다름 아닌, 국내에도 팬 층이 두터운 TV도쿄의 ‘고독한 미식가’였다. 현재 시즌7에 이른 ‘고독한 미식가’는 철저히 음식에 집중한 ‘먹방’ 드라마다. 줄거리는 직장인 이노가시라 고로(마츠시게 유타카)가 일을 마친 뒤 허기를 느끼고 홀로 식당을 찾아가 요리를 즐기는 게 전부다. 하지만 고로의 생생한 표정이나 실감나는 묘사가 ‘신의 경지’라는 극찬을 받으며 승승장구. 특히 ASMR를 적극 활용한 소리가 예술이란 평이 많다. 지난해 연말엔 모든 프로그램이 피해간다는 NHK ‘홍백가합전’ 시간대에 특집편성 방송을 할 정도로 ‘거물’이 됐다. 이런 ASMR 콘텐츠는 해외에서도 인터넷 영상에서 먼저 각광받았다. 2010년 2월 개설된 가장 큰 규모의 페이스북 커뮤니티 ‘ASMR 그룹’은 소개글에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인간의 경험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현상(ASMR)을 규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2012년 시작한 채널인 ‘젠틀위스퍼링’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상황극을 하거나 가위로 사각거리는 미세한 소리를 극대화한 콘텐츠 등으로 인기를 모았다. 130만 명이 팔로우하는 채널 운영자인 ‘마리아’는 다니던 직장을 관둘 정도로 상당한 수입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은 ASMR에 관한 학문적 연구도 조금씩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로 ASMR 컨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영상을 보며 “머리가 쭈뼛 서거나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며 과학적 효과를 확신한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에 따르면 2015년 영국 스완지 대학의 심리학 연구진도 실험을 통해 ASMR 컨텐츠를 본 사람들 중 상당수가 숙면이나 통증 완화에 도움을 얻었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반면 미국 셰넌도어 대학의 생물약제학 교수인 크레이그 리처드는 좀더 신중한 입장이다. 리처는 교수는 ‘ASMR 유니버시티’라는 블로그를 개설해 ASMR 현상을 경험한 사람들의 사례를 온라인으로 수집하고 있다. 그는 “ASMR의 원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 과학적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 책을 젊은 요리사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주인공 ‘모로’는 화려한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나와 아주 작은 레스토랑을 열고, 4년 뒤 이를 그만두고 프랑스와 방콕을 오가며 때로는 일하고 때로는 삶을 탐구한다. 경제학 석사이기도 한 아주 독특해 보이는 이 요리사 ‘모로’는 시대를 반영한다. 20대 초반 모로는 훈련을 위해 미슐랭 스타 식당에서 무급으로 일했다. 그러나 겉만 화려한 그곳의 주방에는 구태가 도사리고 있었다. 재료를 잘못 준비했다는 이유로 요리 도구에 맞아 코피를 흘린 모로는 그 자리에서 식당을 떠난다. 그리고 기존의 시스템이 제공하지 못하는, 매일 다른 메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보이는 레스토랑을 연다. 독특한 미식으로 성공 궤도에 오른 모로는 4년 뒤 방콕으로 떠난다. 이런 모로의 여정은 밀레니얼 세대를 그리고 있다. 모로는 시스템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그것을 적당히 이용해 자신의 길을 개척한다. 그는 언제나 ‘요리사’가 아닌 ‘개인 모로’다. 멀리서 보면 파격의 연속이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자신이 있다. 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보는 것만으로 즐거움과 용기가 생긴다. 이 같은 사회학적 통찰을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개인에 대한 묘사만으로 풀어낸 점이 놀랍다. 저자는 파리에서 역사학, 철학, 민족학을 공부했다. 2014년 출간한 소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정밀한 서술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 책은 프랑스 쇠유 출판사가 역사·사회학자 피에르 로장과 기획한 총서 ‘삶을 이야기하다’의 일부다. 프랑스 사회의 거대 담론에 가려진 개인들을 이야기하기 위한 시리즈라고 한다. 총서에 포함된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해진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이 정명훈 지휘자 이후 공석이었던 음악 감독의 후보군을 압축했다고 밝혔다. 강은경 서울시향 신임 대표는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음악 감독 최종 후보군을 6명으로 압축해 추천 대상자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강 대표는 “최근 발족한 ‘음악감독추천위원회’에서 최종 후보 2, 3명을 추천하면 계약 조건을 검토해 이사회 제청과 시장 임명 절차를 거쳐 음악 감독을 확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지난해 말까지 음악 감독 선임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대표 공석, 단원 투표 진행 등으로 지연됐다”며 “연내 모든 절차를 확정 지으려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향은 지난해 9월 최수열 지휘자가 사임한 뒤 공석이었던 부지휘자도 다음 달 안에 선임할 계획이다. 서울시향은 11월 스위스와 이탈리아, 프랑스 등 3개국 6개 도시에서 수석객원지휘자 티에리 피셔,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하는 순회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레퍼토리는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슈만의 피아노협주곡 등을 포함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2014년 유럽 투어를 가진 이후 오랜 정비기간을 마치고 4년 만에 장기 순회공연으로 유럽시장을 재공략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오케스트라로 도약하기 위해 세계적 오케스트라와의 상호 교류도 추진한다. 강 대표는 “현재도 다양한 객원 수석, 악장을 섭외해 예술적 교류를 시행하고 있지만 대표적 서구 교향악단이나 오케스트라와도 여러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학생들을 위한 음악교육과 중장년층 교육프로그램 개발, 직장인들을 위한 교육콘텐츠 팟캐스트화 등 공공 교향악단 역할 강화에도 힘쓸 계획이다. 강 대표는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 같은 문화 교류에도 관심이 크다”며 “기회가 생긴다면 서울시향은 언제든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취임한 강 대표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법률적 지식을 겸비한 문화예술 전문가로 꼽힌다. 예원학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미국 벤저민 N 카도조 로스쿨에서 예술법 중심으로 지식재산법 석사 학위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전문사를 각각 받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만비키 가족’에 돌아갔다. 폐막식이 열린 19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심사위원장인 배우 케이트 블란쳇은 “마지막 장면은 영화라는 걸 잊게 만들 만큼 감동을 줬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인간사, 특히 가족의 의미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다. 칸 영화제 수상은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심사위원상 이후 두 번째다. 앞서 ‘아무도 모른다’(2004년)는 배우 야기라 유아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만비키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도둑질로 살아가는 가족이 집 앞에 서 있던 5세 소녀를 새 구성원으로 맞으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가족 영화다. 2등상 그랑프리의 영예는 미국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클랜스맨’이 받았다. 반트럼프적 내용을 담은 ‘블랙클랜스맨’은 백인우월주의 집단 큐클럭스클랜(KKK)에 잠입해 정보를 수집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경찰의 실화를 그렸다. 심사위원상은 레바논 감독 나디네 라바키의 ‘가버나움’에 돌아갔다. 영화는 레바논 베이루트 빈민가의 12세 소년 자인을 중심으로 마약 등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의 비참한 삶을 담았다. ‘가버나움’은 칸 영화제에 참석했던 배우 게리 올드먼이 현지 언론에 ‘가장 추천하는 영화’로 언급하기도 했다. 기대작 중 하나였던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의 ‘콜드 워’는 감독상을 받았다. 한편 높은 평점을 받으며 수상 기대감을 높였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본상을 받는 데 실패했다. 비평가들은 문학성에 높은 점수를 줬지만, 종수(유아인)와 벤(스티븐 연)으로 대표되는 구시대적 계층 갈등 코드가 다양한 성별과 직군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면면에 어필하기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버닝’은 세계 각국의 영화평론가와 영화기자 단체가 수여하는 국제비평가연맹상을 받았고, 신점희 미술감독이 ‘아가씨’에 이어 두 번째로 기술 부문 최고상인 벌칸상을 수상했다. 이창동 감독은 국제비평가연맹상 수상식에서 “‘버닝’은 현실과 비현실, 있는 것과 없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산책하는 미스터리 영화였다”며 “함께 그 미스터리를 안아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폐막식은 법적 분쟁으로 상영이 불투명했던 테리 길리엄 감독의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가 무사히 모습을 드러내며 막을 내렸다. 폐막식에서 배우 아시아 아르젠토는 “1997년, 21세 때 이곳 칸 영화제에서 하비 와인스틴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더 이상 와인스틴은 칸 영화제에 발을 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 중에도 죄책감을 느껴야 할 사람이 있다. 그게 누군지 당신도 알고 우리도 알고 있다. 이제는 그런 행동을 우리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뇌중풍으로 쓰러져 말하는 능력을 잃었을 때, 한 단어만은 잊지 않았다. 바로 “제기랄(cr´enom)!”. 수녀들은 그가 욕설을 너무 자주 하자 악마의 농간에 씌었다고 생각해 병원에서 쫓아냈다. 그런데 보들레르가 한 욕은 사실 ‘하느님의 신성한 이름(Sacr´e nom de Dieu)’을 줄인 말이다. 이렇게 욕설은 성스럽거나 상스러운 것을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는 금기에서 시작했다. 책은 고대 로마와 중세 르네상스, 20세기 이후까지 욕설의 역사를 광범위하게 다룬다. 다만 저자가 스탠퍼드대에서 중세 르네상스 영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기에 분석 대상은 영어권에 한정되어 있다. 21세기에 들어 외설스러운 것에 익숙해져 사람들은 성적인 욕설을 그다지 불쾌해하지 않는다. 그 자리를 흑인 등 유색인종과 타 민족을 멸시하는 속어가 차지했다. ‘젠장’, ‘빌어먹을’보다 ‘깜둥이(nigger)’라는 욕설이 심리적으로 더 큰 타격과 저항감을 불러일으킨다. 극단적 감정을 가장 강력하게 표현할 수 있는 비속어가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게 하는 특별한 창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상소리의 역사를 따라가면 수 세기에 걸쳐 사람들의 정서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야깃거리를 쉽고 재밌게 파악할 수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래가 없는 시대에 놓인 젊은이들에게 세계가 미스터리로 보일 것이라는 전제 아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버닝’의 17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이창동 감독은 영화를 만든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감독은 “일본 NHK로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각색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원작 소설의 미스터리를 요즘 젊은이의 이야기로 확장시키려 했다”며 제작 경위를 밝혔다. 이 감독과 작업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배우들은 강한 신뢰감을 표시했다. 전종서는 “촬영하며 무척 즐거웠고 그게 영화에 잘 담긴 것 같아 행복하다”고 했다. 유아인은 “감독에 대해 절대적 믿음을 가졌고, 과거 배우로서의 때가 벗겨지는 듯했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상상 이상이었다”며 “한국계 미국인으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단 기분을 갖고 살았는데, 이번 촬영을 통해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공식 상영에 참석한 영화제 관계자들은 ‘버닝’에 대한 호평을 쏟아냈다.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순수한 미장센으로 영화의 역할을 다한 시적이고 미스터리한 영화”라고 평했다. 외신은 ‘지적이고 진지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아름답게 다듬어진 영화는 삼각관계에 관한 빛나는 시각과 관찰을 보여준다. 그 삼각관계는 특권층, 가족의 멍에, 창작가의 자존심, 성적 질투와 정의, 복수에 관한 미묘한 인식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인디와이어’는 극 중 벤(스티븐 연)의 “심각하면 재미가 없다”는 대사를 인용해 “‘버닝’도 이 충고를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순간들이 있다. ‘버닝’의 침울하고 사색적인 순간들에 대해 지적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 반갑기도 하다. 그러나 반전을 거듭하며 세상에 눈을 떠가는 남성에 대해 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성 캐릭터의 소극성에 관한 지적도 나왔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배우 전종서의 짧은 출연 분량이 아쉽다”고 언급했고 ‘더 필름 스테이지’도 “조금은 낡은 젠더 정치학을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요즘 관객들은 스포츠카보다 농장에 더 큰 인상을 받을 것이지만 화려한 소설 같은 흥미로 관객을 사로잡는 작품”이라고 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사회의 이면과 불편한 진실을 들춰 온 이창동 감독이 ‘청년’을 소재로 한 영화로 8년 만에 돌아왔다. 그의 신작 ‘버닝’이 16일 오후 6시 반(현지 시간) 프랑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됐다. 14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영화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이자 분노조절 장애로 범법자가 된 아버지 아래 무기력한 청년 종수(유아인)를 전면에 내세운다. 종수가 어린 시절 동네 친구였던 해미(전종서)와 벤(스티븐 연)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울 강남의 고급 빌라에 살고 포르셰를 끄는 벤은 ‘재미’만을 추구하는 의문의 남자다. 종수는 벤을 보고 “어떻게 젊은 나이에 저렇게 돈이 많을 수 있지?”라거나 “한국엔 정체불명의 부자인 개츠비가 너무 많다”고 은근슬쩍 불만을 표시한다. 그러다 벤이 대마초를 피우다가 ‘두 달에 한 번 정도 비닐하우스 태우는 것이 취미’라 고백하고 때마침 해미가 사라져 종수는 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버닝’은 젊은 배우를 캐스팅하고, 음악을 과감히 쓰거나 미장센을 강조한 노을 장면 등 기존의 이창동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새로움을 추구한 시도가 엿보였다. 원작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1982년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에서 주인공은 31세 기혼 남성이었지만 ‘버닝’에선 경기 파주 농가에 사는 희망 없는 청년 종수로 각색됐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여전히 문학적이지만 묘사가 훨씬 화려해졌고 눈높이를 낮춰 젊은 감각을 표방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중심에 있는 ‘청년’의 묘사가 단편적 클리셰에 그쳐 아쉽다. 영화에서 종수의 도망간 엄마는 갑자기 돌아와 돈을 빌려달라 하고, 초라한 집의 텔레비전에선 “OECD 국가 중 한국의 청년 실업률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야근 특근 가능하냐”는 고용주의 질문에 도망쳐버리고, 화려한 벤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는 소설가 지망생 종수는 기성세대의 시선에서 그린 ‘불쌍한 청년’의 전형 그 자체다. 이러한 연민의 시선은 ‘그레이트 헝거’ 비유에서 극대화됐다. 해미가 아프리카에서 배운 부시먼 춤 속에서 ‘리틀 헝거’는 음식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픈 사람이지만, ‘그레이트 헝거’는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해 배가 고픈 사람이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과거와 다른 이유로 요즘 청년들은 괴롭다는 연민을 보여주려 한 것일까. 이 감독은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한 오정미 작가와의 대화에서 “지금 사람들은 각각의 이유로 분노하고 있고, 그중 청년의 분노가 문제다. 한국 청년은 희망을 느끼지 못하는데, 미래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분노의 대상을 찾을 수 없어 더욱 무력하다. 멀쩡해 보이는 이 세상이 그들에겐 커다란 수수께끼처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파격적인 화면 연출과 새로운 시도가 담긴 ‘버닝’이 칸 영화제에서 수상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청년의 양상을 그려내면서도 이창동식의 해석을 잃지 않았다”며 “완전히 예상을 깬 작품이 나온 데 대한 좋은 평가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였죠. 악보만 600페이지, 11시간 분량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내년에 10번째 연주를 일본 무사시노홀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프랑수아프레데리크 기(49)는 2008년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프랭탕 데 자르(예술의 봄)’ 축제에서 열흘 동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을 연주한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베토벤 세계를 여행해보자는 의도였죠.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그즈음 제 삶의 과업인 ‘베토벤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베토벤의 모든 피아노곡을 연주하고 녹음하는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다른 계기는 2006년부터 필리프 조르당과 함께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리코딩이었다.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는 2020년까지 매년 2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고 있다. 기는 “베토벤을 연주할수록 더 하고 싶기에 평생 끝나지 않을, 음악적 커리어의 핵심”이라고 했다. 기에게 베토벤이 중요한 이유를 묻자 ‘휴머니티’라고 답했다. “위대한 작곡가 중에서도 베토벤은 인류 보편적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특정 지역, 시대가 아닌 인간을 표현해 음악을 모르는 사람도 감동받을 수 있죠.” “1935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최초로 녹음한 아르투어 슈나벨의 아들 카를 울리히 슈나벨을 통해 베토벤의 모든 음악이 사람에 관한 것임을 알게 됐죠. 리언 플라이셔도 저에게 멘토와 같은 분이었어요.” 프랑스 남서부 페리고르에서 자란 그는 “가을에 버섯 줍는 게 취미”라고 말했다. “트러플이 유명한 페리고르엔 버섯이 많아요. 버섯을 발견하는 순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기분이거든요. 라틴어 학명까지 다 알고 있어 지금도 친지들이 사진을 보내 독버섯 감별을 부탁해 와요.” 17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기는 13번(환상곡풍의 소나타), 4번(대소나타), 22번, 21번(발트슈타인) 소나타를 연주한다. “13번은 월광 소나타의 여동생 격인데, 악장 간 멈춤이 없어 독특하죠. 4번은 35분간 계속되는 아주 깊고 느린 음악이에요. 22번 소나타는 기이하면서 로맨틱하고요. 마지막엔 어려운 소나타를 들어줘 고맙다는 의미의 파워풀한 발트슈타인을 들려드릴 거예요.” 지난해부터 국내 연주를 이어온 기는 한국 관객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2020년까지 한국에서 소나타를 연주하게 돼 영광입니다. 여러분, 베토벤 세계를 항해하는 저의 배에 함께하시겠어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국내 유명 가요기획사의 대표이사가 중국인으로 교체되는 첫 사례가 나왔다. 이에 따라 중국의 입김이 한국 대중문화계의 자본을 넘어 경영권까지 잠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한령(限韓令) 해금 분위기가 이런 우려를 더 높인다. 아이돌그룹 ‘위키미키’ ‘아스트로’ ‘헬로비너스’와 가수 옹성우를 보유한 중견 가요기획사 판타지오뮤직의 우영승 대표가 14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앞서 판타지오뮤직 이사회는 11일 우 대표에게 해임을 통보했으며 신임 대표이사는 중국인 푸캉저우로 전격 교체됐다. 푸캉저우는 판타지오뮤직의 모회사인 ‘판타지오’ 웨이제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알려졌다. 가요계 일각에서는 한국 음악계 경험이 전무한 중국인 대표가 경영에 직접 나선 데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판타지오뮤직에 소속돼 있는 위키미키는 엠넷 ‘프로듀스 101’ 출신 걸그룹 연습생 김도연 최유정이 소속된 그룹. 옹성우는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신 스타 그룹 ‘워너원’ 멤버다. 판타지오뮤직은 연예기획사 ‘판타지오’의 음악 부문을 맡은 회사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모회사 격인 판타지오의 나병준 대표도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판타지오는 2016년 중국 투자집단인 ‘JC그룹’의 한국지사인 골드파이낸스코리아가 50.07%의 지분을 인수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는 “현행법상으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하려면 이 업종에 4년 이상 종사해야 한다”며 판타지오 임원 구성에 불법적 요소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판타지오의 웨이제 대표와 푸캉저우 사내이사 모두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가요계의 주장이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막강한 자본을 내세워 한국 연예업계 진출을 호시탐탐 노려 왔다. 배우 김윤석 유해진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심엔터테인먼트도 2016년 중국 화이브라더스 미디어에 인수돼 사명을 ‘화이브라더스코리아’로 변경했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는 7월 유정훈 전 쇼박스 대표를 영입해 중국 자본으로 만든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를 설립할 예정이다. 역시 중국 대형 연예기획사인 웨화 엔터테인먼트는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와 협약을 맺고 최초의 한중 합작 걸그룹 ‘우주소녀’를 데뷔시킨 데 이어 위에화 엔터테인먼트코리아를 설립해 매니지먼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신의 ‘형섭×의웅’이 여기에 속해 있다. 또 다른 중국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아이디어뮤직엔터테인먼트(iMe)도 지난해 iMe코리아를 설립하고 첫 작품으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첫 내한 공연을 성사시켰다. iMe코리아는 배우 봉태규 등을 영입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자본에 의한 경영권 상실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중국 자본의 지분이 높으면 한국 연예인들의 활동에 관한 의사결정권 등 사실상 경영권을 가질 수 있어 판타지오와 비슷한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며 “수면으로 드러난 것 이상으로 중국의 자본과 경영권 장악 시도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중견 가요기획사의 이사는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한 한한령으로 중국 투자가 무산되면서 사업을 아예 포기하게 된 연예 제작자도 있을 정도로 절박한 업체가 많다”고 했다. 반면 국내 한 대형 영화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소재가 거의 고갈된 국내 영화계에 외부 자본 유입은 장르 다양화 쪽으로 긍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면서 “다만 자본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지거나 자본에 상응하지 못하는 낮은 퀄리티의 작품만 양산되는 상황은 우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희윤 imi@donga.com·김민 기자}

역대 최다 예매량, 역대 최고 예매율, 역대 최다 오프닝 관객, 그리고 역대 최단기간 1000만 돌파 외화(개봉 19일째) 타이틀까지…. ‘어벤져스3’가 13일 누적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며 폭발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어린이날의 대체공휴일로 생겨난 5월 첫 주 황금연휴 개봉까지 포기한 한국 영화계는 ‘마블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블 영화의 인기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이번 ‘어벤져스3’의 빠른 1000만 관객 돌파에는 ‘스크린 싹쓸이’가 큰 몫을 했다. 개봉 당일부터 전국 2461개 스크린을 차지한 ‘어벤져스3’는 스크린 점유율 46.2%, 상영 점유율이 72.8%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군함도’의 최다 스크린 확보 기록(2027개)을 껑충 뛰어넘은 수준이다. 도동준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팀장은 “‘어벤져스’는 대기업이 투자 배급한 영화가 아닌 할리우드 영화라는 점에서 기존 독과점과 달리, 상영관의 블록버스터 전략이 극단화된 현상”이라며 “한국에서 유독 심한 상영관 쏠림을 법적으로 제한하거나 전체 영화산업 매출 중 극장 매출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스크린 싹쓸이에 대비해 주요 작품은 아예 개봉을 피했다. 어린이날 연휴에 ‘어벤져스3’를 제외하고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인도 영화 ‘당갈’, 마동석 주연의 ‘챔피언’뿐이었다. 유해진 주연의 ‘레슬러’는 가족 영화인데도 연휴가 지난 9일에야 개봉했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4, 5월이 ‘마블 시즌’처럼 됐고, 마블 영화와 경쟁에 나섰다 조용히 묻힌 사례가 있기 때문에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않게 된 듯하다”고 말했다. 4, 5월뿐 아니라 올 설 연휴에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골든슬럼버’ ‘흥부’가 ‘블랙팬서’에 관객 수 1위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스크린 싹쓸이만 탓할 수는 없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어벤져스3’의 관객층은 20, 30대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재관람률이 6.6%에 달했다. 구매력 있는 40, 50대 관객을 겨냥하거나, 과거의 흥행 공식을 답습하던 한국 영화계에서 볼거리를 잃은 젊은 관객이 ‘어벤져스3’로 쏠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어벤져스3’에 대한 오역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20, 30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담론을 만들 수 있는 적극적 소비자”라며 “멀티플렉스가 20년간 쌓아 온 흥행 공식에 따라 안정적인 가족 영화, 코미디, 누아르 위주로만 영화를 만들고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절대 2030세대의 수요를 창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역대 최다 예매량, 역대 최고 예매율, 역대 최고 오프닝 관객, 그리고 역대 최단기간 1000만 돌파 외화(개봉 19일 째) 타이틀까지…. ‘어벤져스3’가 13일 누적 관객수 1000만 명을 돌파하며 폭발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어린이날의 대체공휴일로 생겨난 5월 첫 주 황금연휴까지 포기한 한국 영화계는 ‘마블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블 영화의 인기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이번 ‘어벤져스3’의 빠른 1000만 돌파에는 ‘스크린 싹쓸이’가 큰 몫을 했다. 개봉 당일부터 전국 2461개 스크린을 차지한 ‘어벤져스3’는 스크린 점유율 46.2%, 상영 점유율이 72.8%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군함도’의 최다 스크린 확보 기록(2027개)을 껑충 뛰어 넘은 수준이다. 도동준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팀장은 “‘어벤져스’는 대기업이 투자 배급한 영화가 아닌 할리우드 영화라는 점에서 기존 독과점과 달리, 상영관의 블록버스터 전략이 극단화된 현상”이라며 “한국에서 유독 심한 상영관 쏠림을 법적으로 제한하거나 전체 영화산업 매출 중 극장 매출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스크린 싹쓸이에 대비해 주요 작품은 아예 개봉을 피했다. 어린이날 연휴에 ‘어벤져스3’를 제외하고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인도 영화 ‘당갈’, 마동석 주연의 ‘챔피언’ 뿐이었다. 유해진 주연 ‘레슬러’는 가족 영화임에도 연휴가 지난 9일에서야 개봉했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수 년 전부터 4, 5월이 ‘마블 시즌’처럼 됐고, 마블 영화와 경쟁에 나섰다 조용히 묻힌 사례가 있기 때문에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않게 된 듯하다”고 말했다. 4월 뿐 아니라 올 설 연휴에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골든슬럼버’, ‘흥부’가 ‘블랙팬서’에 관객수 1위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스크린 싹쓸이만 탓할 수는 없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어벤져스3’의 관객층은 20, 30대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재관람률이 6.6%에 달했다. 구매력 있는 40, 50대 관객을 겨냥하거나, 과거의 흥행 공식을 답습하던 한국 영화계에서 볼거리를 잃은 젊은 관객이 ‘어벤져스3’로 쏠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어벤져스3’에 대한 오역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20, 30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담론을 만들 수 있는 적극적 소비자”라며 “멀티플렉스가 20년 간 쌓아 온 흥행 공식에 따라 안정적인 가족 영화, 코미디, 느와르 위주로만 영화를 만들고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절대 2030의 수요를 창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기동전사 건담’ ‘신세기 에반게리온’ 그리고 최근 전 세계적 흥행 열풍을 일으킨 ‘퍼시픽 림’까지…. 탑승형 로봇을 주제로 한 콘텐츠들의 오랜 역사의 처음엔 원조 영웅 ‘마징가 Z’가 있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직접 ‘퍼시픽 림’ 시리즈가 ‘마징가 Z’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1972년 일본 후지TV에서 처음 방영된 만화 ‘마징가 Z’ 시리즈는 최고 시청률 30.4%를 기록하고 캐릭터 상품으로 장난감 판매량 1위까지 차지했다.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으로 수출돼 센세이션을 일으킨 ‘마징가 Z’가 탄생 45주년을 맞아 ‘마징가 Z: 인피니티’(인피니티)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인피니티’는 TV만화 시리즈에서 ‘마징가 Z’와 그의 유일한 파일럿 가부토 고지(한국명 강쇠돌)가 닥터 헬 군단을 물리치고 10년 뒤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닥터 헬 군단이 사라지고 인류는 광자력 에너지를 바탕으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높이 600m에 달하는 거대 마징가 인피니티가 발견되면서 헬 군단이 되살아나 인류를 위협한다. 영화가 시작하고 주제가 ‘마징가 Z’가 흘러나오자마자 과거로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서사의 전개나 흥미 요소로 삽입한 장면들마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어색한 느낌이 든다. 헬 군단이 다시 돌아온 이유에 대한 개연성이 떨어지고 단순한 선악 구도는 다양한 히어로물을 접해 온 한국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마징가 Z’와 헬 군단의 전투 장면을 전 세계가 지켜본다는 것을 묘사하기 위해 피사의 사탑, 에펠탑 등이 등장하는 것은 이젠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자국 중심적 세계관이다. 나가이 고의 만화 ‘큐티 하니’의 주인공을 모델로 재창조한 ‘마징걸스’가 엉덩이춤을 추는 대목에선, 이 영화가 철저히 마니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짐작을 하게 만들었다. 서사보다는 새롭게 추가된 로봇 형태의 디테일이나 어릴 적 봤던 ‘로켓 펀치’를 예전 모습 그대로 즐기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한다. 17일 개봉. ★★(★ 5개 만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MBC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이 세월호 참사 뉴스 특보 화면을 프로그램에 삽입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참시’ 제작진은 5일 방송에서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장면을 뉴스 보도 형태로 편집하면서 세월호 참사 당시 특보 화면을 사용해 물의를 일으켰다. 과거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모욕했다 공분을 산 사례와 엮이면서 누리꾼들은 ‘전참시’ 측을 거세게 비난했다. 이에 제작진은 9일 공식 입장을 내고 “편집 후반작업에서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했다”며 “관련 영상을 삭제하고 진상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판이 계속되자 재차 사과문을 내고 “긴급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했고, 최승호 MBC 사장도 직접 페이스북에 “관련자 책임을 묻고 유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한편 사건 당사자인 이영자가 큰 충격을 받아 다음 녹화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제작진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과 이영자 소속자 양측은 긴급 대책 회의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참시’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3월 정규 편성돼 최근 시청률 9%를 넘어 가면서 신규 예능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영자는 ‘먹방’으로 이 프로그램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린다는 평가까지 나왔기에 충격이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전참시’는 앞서 출연진이었던 개그맨 김생민도 ‘미투’ 문제가 불거져 중도 하차한 바 있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

“영화에서 제가 얼마나 야무지게 빨래하는지 보세요. 배운다고 되는 거 아니거든요. 요즘 빨래하고 겨울이(반려견) 밥 주고 청소하는 게 일상이에요.” 가족 영화 ‘레슬러’로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유해진(48)은 영화 속 주인공 ‘귀보’와 닮은 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전직 레슬러이자 20년 차 ‘프로 살림러’ 귀보가 아들과 겪는 갈등과 해프닝을 유쾌하게 담았다.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해진은 ‘누적 관객 1억 배우’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개봉할 때가 가장 힘든 시간”이라고 털어놓았다. “요즘 규모 큰 작품도 많잖아요. 그런데 얘(레슬러)가 야생에 나가서 잘 살아야 할 텐데…. 비닐하우스 속 생물을 방생하는 느낌이랄까. ‘잘 살아라 제발 좀!’ 이런 마음이죠.” 이 영화는 레슬링 유망주인 아들 성웅(김민재)이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훈련 중단을 선언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해진은 “이 영화는 자식이 아닌 부모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작품”이라며 “귀보를 보며 저도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았겠구나,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역할 때문에 레슬링도 배웠다. 유해진은 “저도 나름대로 등산도 즐기고 운동을 하는데 레슬링은 기본기만 배웠는데도 무척 힘들었다”며 “저보다 민재가 정말 레슬링을 열심히 배웠다”고 했다. 그러더니 대뜸 ‘아재 개그’가 튀어나왔다. “민재가 열심히 하다가 어느 날 무척 아파하더라고요. 왜 그러냐 물었더니 ‘몸살인데요’라고 해요. 그래서 제가 ‘이 자식아 몸 사리지 말라니깐!’ 했죠. 웃으시라고 한 얘깁니다. 하하.” 그의 일상은 ‘삼시세끼’의 수더분한 모습 그대로였다. “촬영장을 매번 자전거로 갔어요. 생각을 정리하는 좋은 시간이에요. 특히 비 맞고 갈 때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저는 주로 혼자 하는 걸 좋아해요.”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지만 그는 스스로를 “흥행의 중심이 아닌 사이드”라고 평가했다. “제가 엄청나게 변화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게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나날이 어깨가 무거워지지만 그건 행복한 고민이니까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셀피(셀카), 언론 사전 시사, 넷플릭스. 8일(현지 시간) 막을 올리는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이 세 가지를 볼 수 없게 됐다. 예술성에 대한 존중과 할리우드 영화에 맞선 다양성으로 세계 3대 영화제에 자리매김한 칸 영화제가 이번에는 온라인과 모바일에 전면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영미권 매체는 ‘칸이 시대 흐름에 뒤처졌다’고 비판하지만 예술감독 티에리 프레모는 “칸은 언제나 논란의 가운데서 새로운 실험을 해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레드카펫 위 ‘셀피’ 금지는 프레모가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프레모는 “레드카펫 위 셀피 때문에 동선이 어그러지고 불편을 야기한다. (셀피를 찍는 모습은) 아름답지 않으며 기괴하다. 영화에 대한 존중을 되살릴 것”이라고 했다. ‘존중’을 언급한 대목에서 동선 문제보다 모바일을 통해 영화제를 가볍게 소비하는 세태에 대해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흐름은 사전 시사 폐지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까지 기자와 평론가는 사전 시사로 미리 작품을 봤다. 이 때문에 제작진과 배우가 혹평 세례를 받은 후 레드 카펫에 등장하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제작진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프레모는 이 조치를 설명하면서도 소셜 미디어 ‘트위터’를 언급했다. 그는 “칸에서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모두가 가장 먼저 트위터에 감상을 올리기 바쁘다. 하지만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이 말했듯 과거 평론가들은 수요일 개봉한 영화를 일반 관객과 함께 보고 금요일에 비평을 했다”며 “평론가들도 트위터 한 줄 감상과 다른 차원의 비평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를 제외한 건 넷플릭스의 불참 선언으로 발생한 일이지만, 이 역시 전통 매체를 중시하는 프랑스 법과 관련 있다. 프랑스에서는 극장 상영 영화는 36개월이 지나야 온라인이나 DVD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극장 상영을 거부하자 칸이 경쟁 부문 출품을 금지했고 이에 불참을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넷플릭스는 출품작으로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등을 준비하며 주목도를 높이려 했다. 오슨 웰스(1915∼1985)의 미공개 유작 ‘바람의 저편’ 공개가 무산된 것은 아쉽다. 이에 대해 프레모는 “황금종려상 수상자이자 심사위원장이었던 오슨 웰스가 칸에 오지 못한 것은 불행”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올해 칸에는 쟁쟁한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경쟁부문에 프랑스 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신작 ‘이미지의 책’, 미국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 클랜스맨’, 이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스리 페이스’ 등이 초청됐다. 2011년 칸 영화제에서 나치 옹호 발언으로 추방된 라스 폰 트리에 감독도 비경쟁작 ‘잭이 지은 집’으로 7년 만에 돌아왔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발표한 ‘버닝’도 수상을 노리고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창동 감독 영화 6편 중 5편이 칸에 초청됐고 ‘밀양’과 ‘시’가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을 각각 받았다”며 “‘버닝’ 역시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고 좋은 결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셀피(셀카), 언론 사전 시사, 넷플릭스. 8일(현지 시간) 막을 올리는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이 세 가지를 볼 수 없게 됐다. 예술성에 대한 존중과 할리우드 영화에 맞선 다양성으로 세계 3대 영화제에 자리매김한 칸 영화제가 이번에는 온라인과 모바일에 전면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영미권 매체는 ‘칸이 시대 흐름에 뒤처졌다’고 비판하지만 예술감독 티에리 프레모는 “칸은 언제나 논란의 가운데서 새로운 실험을 해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레드카펫 위 ‘셀피’ 금지는 프레모가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프레모는 “레드카펫 위 셀피 때문에 동선이 어그러지고 불편을 야기한다. (셀피를 찍는 모습은) 아름답지 않으며 기괴하다. 영화에 대한 존중을 되살릴 것”이라고 했다. ‘존중’을 언급한 대목에서 동선 문제보다 모바일을 통해 영화제를 가볍게 소비하는 세태에 대해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흐름은 사전 시사 폐지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까지 기자와 평론가는 사전 시사로 미리 작품을 봤다. 이 때문에 제작진과 배우가 혹평 세례를 받은 후 레드 카펫에 등장하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제작진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프레모는 이 조치를 설명하면서도 소셜 미디어 ‘트위터’를 언급했다. 그는 “칸에서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모두가 가장 먼저 트위터에 감상을 올리기 바쁘다. 하지만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이 말했듯 과거 평론가들은 수요일 개봉한 영화를 일반 관객과 함께 보고 금요일에 비평을 했다”며 “평론가들도 트위터 한줄 감상과 다른 차원의 비평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를 제외한 건 넷플릭스의 불참 선언으로 발생한 일이지만, 이 역시 전통 매체를 중시하는 프랑스 법과 관련 있다. 프랑스에서는 극장 상영 영화는 36개월이 지나야 온라인이나 DVD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극장 상영을 거부하자 칸이 경쟁 부문 출품을 금지했고 이에 불참을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넷플릭스는 출품작으로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등을 준비하며 주목도를 높이려 했다. 오손 웰즈(1915~1985)의 미공개 유작 ‘바람의 저편’ 공개가 무산된 것은 아쉽다. 이에 대해 프레모는 “황금종려상 수상자이자 심사위원장이었던 오손 웰즈가 칸에 오지 못한 것은 불행”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올해 칸에는 쟁쟁한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경쟁부문에 프랑스 장 뤽 고다르감독의 신작 ‘이미지의 책’, 미국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 클랜스맨’, 이란 자파르 파나히감독의 ‘스리 페이스’ 등이 초청됐다. 2011년 칸 영화제에서 나치 옹호 발언으로 추방된 라스 폰 트리에 감독도 비경쟁작 ‘잭이 지은 집’으로 7년 만에 돌아왔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발표한 ‘버닝’도 수상을 노리고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창동 감독 영화 6편 중 5편이 칸에 초청됐고 ‘밀양’과 ‘시’가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을 각각 받았다”며 “‘버닝’ 역시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고 좋은 결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경쟁을 벗어난 음악 예능을 만들고 싶어 고민하다 음치, 립싱크, 음악 퀴즈를 조합했습니다. 해외에서도 ‘엑스팩터’나 ‘아메리카 갓 탤런트’ 등 오디션이 아닌 새로운 포맷을 기다리던 차에 ‘너의 목소리가 보여’가 등장한 거죠.”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너목보)가 중국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8개국에 수출돼 국내 음악 예능 사상 최다 포맷 수출을 기록했다. 2015년 시즌1부터 시즌5까지 이 프로그램을 맡아 온 이선영 CP를 서울 마포구 CJ E&M 사옥에서 지난달 26일 만났다. ‘너목보’는 일반인 출연자의 얼굴과 립싱크 등을 단서로 실력자와 음치를 가리는 ‘음악 추리쇼’. ‘쇼미더머니’ ‘슈퍼스타K’ 등 굵직한 음악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 CP는 오디션에 대한 피로감이 ‘너목보’가 탄생한 계기라고 했다. ‘너목보’의 장수 비결은 이런 ‘포맷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 그는 “4회 방영 직후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방송 콘텐츠 전문 시장 ‘밉(MIP) TV’에서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으로 소개되며 수출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불가리아판 ‘너목보’를 제작하는데 컨설팅을 하기 위해 불가리아에 간 적이 있어요. 현지 제작진이 일반인 출연자의 립싱크 영상을 보여주며 어떻게 방송을 만들면 좋을지 물어봤죠. 누가 음치인지 헷갈려야 하는데 곧바로 정답을 다 맞혀 버리니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더라고요.”(웃음) ‘너목보’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에서 한류부문 우수상도 받았다. 시즌1부터 5까지 ‘너목보’에 출연한 일반인은 535명. 숨은 실력자는 물론이고 ‘신바람 최박사’ 같은 이색 출연자도 화제였다. 그는 이제 얼굴만 봐도 음치를 알아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 CP는 “‘전국노래자랑’처럼 시장의 노래 잘하는 어머니, 회사 과장님 등을 섭외했는데, 오디션에서 각광받을 나이가 지난 사람도 출연할 수 있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너목보’로 유명해진 황치열 씨가 첫 출연 때 녹화가 길어져 새벽에 노래를 했는데, 결과가 궁금해 아이를 무릎에 재우고 끝까지 지켜본 부부 관객도 있었어요.” 그는 차기작으로 국내 대표 아티스트가 세대와 장르를 초월해 음악을 완성하는 ‘더 콜’을 선보일 예정이다. 첫 회 출연진은 신승훈 김종국 김범수 휘성. 그는 “‘너목보’의 재미와 ‘쇼미더머니’의 파격을 한번에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며 “장르 파괴로 예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평화의집에 배치하는 미술 작품은 북한산과 금강산, 제주도 등 한반도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담은 작품들로 주로 선정했다. 작가들은 민중미술부터 순수회화, 사진에 이르기까지 고루 포진했다. 1층 로비에 걸려 남북 정상의 기념사진 배경이 될 ‘북한산’을 그린 민정기 화백(69)은 25일 발표 때까지 선정 사실을 몰랐다. 이날 오후 작업실에서 전화를 받은 민 화백은 “막 소식을 들어 다소 당황스럽다”며 “좋은 화가가 많은데 내 그림이 그런 역사적 공간에 걸릴 만한지 스스로 되돌아봤다”고 말했다. 북한산은 민 화백이 2007년 완성한 452.5×264.5cm의 대형 작품. 2010년경 국립현대미술관이 구입해 소장해 왔다. 민 화백은 “조국 산하를 화폭에 담는 일은 조선 진경산수 이래로 이어진 소중한 전통”이라며 “작가로서 열심히 살아온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북한산’은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다가 실행에 옮긴 작품입니다. 두 달 동안 매일 산에 올라 답사한 뒤 작업에 들어갔죠. 겸재 정선(1676∼1759)의 ‘금강전도’처럼 전체를 아우르는 전도(全圖) 형식을 취했어요. 북한산 응봉에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산을 감싼 북한산성을 담아낸 형국입니다.” 2층 회담장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681×181cm)을 그린 신장식 국민대 교수(59)는 30년 가까이 금강산을 그려온 작가다. 그는 “사계의 아름다움이 분명한 금강산은 겸재를 포함해 많은 예인들이 사랑한, 한국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 본인이 소장하던 작품으로 이번에 대여 요청을 받고 흔쾌히 승낙했다. “금강산 옥류동 계곡을 올라가면 구룡폭포가 있는데, 그 위에 8개의 소(沼)가 상팔담입니다. 그곳 전경이 하늘에서 내려온 꽃 같다고 ‘천화대’라 부르죠. ‘상팔담에서…’는 그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광경을 담았습니다. 남북 회담이 좋은 결과를 내길 기원합니다.” 1층 접견실 병풍은 김중만 작가(64)의 사진 작품 ‘천년의 동행, 그 시작’. 김 작가는 “지난주 청와대에서 요청이 들어와 작업했다”며 “뜻깊은 작업이라 작품은 무상 제공했다”고 말했다. 세종대왕기념관이 소장한 여초 김응현(1927∼2007)의 ‘훈민정음’을 재해석했다. “한글은 우리가 한민족임을 보여주는 가장 이상적인 매개체입니다. 거기에 남북 정상을 뜻하는 ‘ㅁ’은 파랑, ‘ㄱ’은 빨강으로 색을 집어넣었죠. 미학적 접근인데, 학예연구사들이 각각 ‘통하다’ ‘만들다’는 뜻이 있다고 알려줬어요. 좋은 일에 좋은 뜻이 담겨 기쁩니다.” 3층 연회장 주빈석 뒤에 걸린 ‘두무진에서 장산곶’의 신태수 작가는 “청와대에서 2주 전쯤 연락받았다”며 “소중한 국가 행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2014년 백령도에 머물며 그린 작품입니다. 서해5도는 분쟁의 상처가 남은 장소잖아요. 하지만 백령도의 두무진과 북한 땅 장산곶은 남북이 대치한 장소인데도 땅 자체는 평화로운 기운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림 속에서 함께 하나가 되길 소망하며 그렸습니다.” 이 밖에 2층 회담장 입구엔 천경자 화백의 수제자로 알려진 이숙자 작가의 ‘청맥, 노란 유채꽃’과 ‘보랏빛 엉겅퀴’가, 로비 방명록 서명 장소에는 판화가 김준권 작가의 ‘산운(山韻)’이 걸린다. 평화의집에 걸리는 작품들은 청와대에서 직접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초기 협조 문의가 오기도 했으나 전체적인 진행은 청와대에서 관할했다”며 “‘북한산’을 포함한 일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청와대에서 요청해 대여해 줬다”고 설명했다.정양환 ray@donga.com·김민 기자}

경기 파주시 헤이리예술마을에 있는 미술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의미 있는 그룹전이 열리고 있다. 서용선(67·전 서울대 서양학과 교수) 유근택(53·성신여대 동양학과 교수) 최진욱 작가(62·추계예술대 서양학과 교수)의 자화상을 모은 ‘Trahere 화가의 자화상’을 올해 첫 기획전으로 선보인 것. 해외에서는 독일 게르하르트 리히터나 미국 장미셸 바스키아 등 신표현주의 작가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단색화 열기가 차츰 식어가면서 구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세 작가도 단색화나 민중미술에 속하지 않고 구상 작업에 천착해 왔다. 위태로운 자신을 신경질적 선으로 그려낸 유 작가의 ‘끝에 서 있는’, 무장 탈영병이 주택가에서 사살된 모습에 자신을 대입한 최 작가의 ‘화가와 죽음’은 독특한 기법이나 사회적 소재로 자화상을 풀어냈다. 이번 전시에는 서 작가 작품 37점, 유 작가 작품 17점, 최 작가 작품 11점이 걸렸는데 작가별로 마련된 전시관을 통해 각자의 조형 언어를 비교해 볼 수 있다. 강성은 학예실장은 “2년 전 유 작가 제안으로 전시가 시작됐다”며 “미술사의 오랜 주제인 자화상을 통해 작가의 자의식에 투영된 사회를 보자는 것이 기획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서 작가의 대형 회화와 조각 작품도 공개됐다. 서 작가는 ‘단종’이나 ‘6·25전쟁’ 등을 소재로 그려 역사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해외에 있거나 특별히 그릴 것이 없을 때 자화상을 그리곤 했다”며 매일 스스로를 꾸준히 그려 왔다. 높이 4.8m, 폭 7.5m의 대작 ‘자화상’에서 작가는 스스로를 엿본 듯한 모습을 다각도로 중첩했다. 통상 표기법과 달리 작업한 모든 날짜를 기재한 것은 자신을 숨김없이 기록하겠다는 의지다. 서 작가의 자화상을 보면 기존 작품 속 사건도 결국은 오늘의 작가를 만든 역사적 재료임이 드러난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광기의 역사’를 통해 개인의 관점에서 새롭게 역사를 구성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나를 그리는 것은 세상을 담은 나를 보려는 적극적 행위”라고 밝혔다. 몸과 자연을 분리하는 서구와 달리, 원효 ‘대승기신론’에서 몸이 세상의 일부이자 전체라는 ‘일즉다다즉일(一卽多多卽一)’ 사상과 맞물리는 대목이다. 개인의 신체가 절대적 중심이라는 신자연주의 미학으로도 연결된다. 전시가 열린 ‘아트센터 화이트블럭’도 흥미로운 관람 대상이다. 헤이리 한복판에 유리와 흰 벽으로 반짝이는 이 건물은 2011년 개관 당시 미국 건축가협회(AIA) 디자인상을 받았다. 관장 이수문 대표(70)는 파주와 충남 천안에 예술가 레지던시도 운영 중이다. 그는 “국내 미대 졸업자가 연간 2만 명이지만 10년 후 5%만 전업 작가가 된다”며 “시장이 어렵지만 간섭 없이 최대한 기회의 장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20일까지. 031-992-4400파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