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한국 사회의 삶의 만족도가 세계 최하 수준인 이유를 저자는 경제가 아닌 불평등에서 찾는다. 지난해 촛불집회와 대선 과정에서 ‘공정과 불평등 해소’가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지금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할 방법을 15가지 과제의 형태로 제시했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는 신자유주의의 주장에 따라 불평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1980년대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는 “우리는 불평등을 기쁘게 생각하고,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재능과 능력에 따라 통로와 표현이 주어진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불평등이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게 하고 효율성을 높인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2015년 국제통화기금(IMF)은 150여 개국의 사례를 분석한 뒤 ‘낙수 효과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세계화가 진행되는 동안 글로벌 기업은 배를 불렸고, 경쟁에서 뒤처진 기업들은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면서 손해를 최소화했다. 저자는 한국도 교육으로 계층 상승이 어려워졌으며,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한다. 불평등 완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들은 책 3부에서 제시된다. 좋은 일자리 확대와 비정규직 차별 해소, 교육·직업 훈련과 사회 투자 강화, 최저임금 인상과 생활임금 확대, 누진세를 강화하는 조세개혁, 보편적 사회보험의 전면 실행 등이다. 무엇보다 불평등과 싸우기 위해서는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라는 이분법적 논쟁을 넘어 구체적 계획이 필요하다. 복지 정책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해서는 공정한 조세정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복지국가를 건설할 폭넓은 정치세력을 형성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7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9회 에미상 시상식. 작가이자 배우인 리나 웨이스(33·사진)가 코미디 각본상을 받았다. 흑인이 이 부문의 수상자가 된 것은 처음이다. 그에게 상을 안긴 건 넷플릭스 코미디 ‘마스터 오브 제로’ 시즌2의 ‘추수감사절’ 편이었다. 이 작품은 웨이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극중 레즈비언인 데니즈는 5번의 추수감사절을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가족에게 고백하고 마침내 받아들여진다는 내용이다. 올해 에미상은 성(性)과 인종을 초월한 다양성이 빛난 축제였다. 8개 부문에서 수상한 화제작 ‘빅 리틀 라이스’와 ‘핸드메이즈 테일’은 여성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다. ‘디스 이즈 어스’의 스털링 브라운은 흑인으로는 20년 만에 드라마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거기다 ‘달라서 아름답다’고 한 웨이스의 수상 소감까지 이어지자 관객들은 눈물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모든 성 소수자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우리는 남들과 달라서 더 특별하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 투명 망토를 두른다고 생각하자. 세상은 우리가 있어 더 아름답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이면 아름다움은 더 깊어진다. ‘무민’ 동화 작가의 전기 ‘토베 얀손, 일과 사랑’(문학동네)이 최근 출간됐다. 작가의 삶의 기록에서 보이는 무민 동화의 메시지는 고통을 대하는 방법이다. 캐릭터 무민이 태어난 1939년 핀란드는 전쟁에 휩싸여 있었다. 25세의 얀손은 셀 수 없이 많은 친구의 죽음을 경험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부질없는 일처럼 느껴지던 그때, 그는 동화를 쓰기로 했다. 주인공은 왕자도 공주도 아닌 괴물 ‘무민 트롤’이었다. 핀란드에서는 어린아이들이 구석에 숨어들면 어른들은 ‘무민 트롤이 튀어나온다’며 겁을 줬다. 무민을 발음할 땐 ‘무-’ 하고 길게 소리 내서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래서 얀손이 무민을 처음 그렸을 땐 시커먼 몸에 새빨간 눈을 갖고 있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와 그것이 갖는 공포 그 자체의 이미지였다. 작가에게는 전쟁의 광기였을 것이다. 얀손은 검은 무민에 색을 입히고, 가족을 만들어주고, 아름다운 숲을 그려주며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고통을 받아들였다. 1964년 누구를 위해 책을 쓰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는 “가장 먼저는 나 자신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 다음에 누군가를 염두에 뒀다면 그건 아마 소심하고, 불안하고, 외로운 아이들일 거예요. 아이들의 세계에는 따뜻함도 있지만 미스터리와 잔혹함도 있어요. 저는 그런 것들을 배제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가 동화 속 세계로 숨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얀손은 1940년대 잡지 ‘가름’에 정치 풍자 만평을 활발히 그렸다. 핀란드가 독일과 동맹을 맺고, 친독 정서가 퍼졌을 때도 그는 히틀러를 떼쓰는 욕심쟁이 꼬마로 그렸다. 1941년에는 스웨덴에서 ‘북유럽의 가장 유머러스한 카투니스트’로 뽑히기도 했다. 책은 이처럼 예쁜 동화 뒤에 숨은 작가의 열정적인 삶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핀란드의 미술사가·비평가 툴라 카르얄라이넨이 얀손의 수기와 메모, 편지들을 꼼꼼히 분석한 결과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는 ‘무민 원화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11월 26일까지. 02-837-6611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국의 예술 작품 수집가이자 문학가, 모더니스트였던 거트루드 스타인(1874∼1946)의 자서전이다. 책은 스타인이 썼지만 내용은 동성 연인 앨리스 토클라스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스타인의 집이자 살롱이었던 플뢰뤼가 27번지는 모더니즘 예술의 산실이었다. 피카소와 그의 연인 페르낭드 올리비에, ‘야수파’ 화가 앙리 마티스, 나이브 아트로 유명한 앙리 루소는 물론이고 미국인 헤밍웨이, 에즈라 파운드 등 당대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선보인 온갖 인사들이 드나드는 ‘힙’한 장소였다. 스타인이 처음 살롱을 열었을 때 이들은 무명이었다. 마티스는 가난해 한겨울에 장갑을 끼고 ‘붉은 방’을 그렸다. 그러던 이들이 점차 신문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루브르에 작품도 걸렸다. 그러자 잠시 일을 그만뒀던 가정부 엘렌이 호기심에 다시 일을 하러 돌아오기도 한다. 피카소는 자신의 작품을 산 스타인에게 고마움도 표시할 겸 그의 초상화를 그렸다. 지금은 유명한 작품이 된 ‘거트루드 스타인의 초상화’다. 언젠가 앨리스 토클라스가 피카소에게 “초상화가 맘에 든다”고 속삭이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그림이 모델과 전혀 닮지 않았다고 하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결국 그녀가 그 그림을 닮을 거니까요.” 스타인은 1933년 파리 한복판 예술가들의 모습을 담은 이 책이 출간됐을 때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막상 책을 본 마티스는 아내에 대한 묘사 방식에 화를 냈고 헤밍웨이는 ‘형편없는 책’이라 말했다. 그럼에도 스타인이 세잔의 작품을 구매하는 순간 화상 볼라르와의 대화처럼 예술계의 평범하고 생생한 일상을 훔쳐보는 재미를 멈출 수가 없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힙스터들이 점령한 연남동, 힙스터처럼 여행하기, 힙스터 성지(聖地), ‘그 안경 힙하다’, ‘이런 게 힙이다’…. 언제부터였나. ‘힙스터’ ‘힙’이란 단어가 열병처럼 퍼진 것이. 몇 년 전부터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쓰이더니 최근엔 힙스터 컬러링북까지 나왔다. ‘힙하다’ ‘힙하지 않다’는 이전 세대의 ‘쿨하다’ ‘쿨하지 않다’를 빠른 속도로 대체했다. 멜론차트 톱100을 듣던 에이전트 7(임희윤)은 ‘그런 건 힙하지 않다’는 에이전트 0(김민)의 핀잔을 귓등으로 듣다가 문득 한 줄기 식은땀을 흘렸다. ‘힙, 힙스터란 지구인의 문화적 통일성을 해체하려는 외계인들의 음모…?’ 애매모호한 힙스터에 숨은 코드를 캐보기로 했다. 안 그래도 고관절(엉덩관절) 통증을 겪은 7은 ‘힙이 아프다. 힙하지 않은 건가’란 농을 던졌다가 두 번째 핀잔을 들었다. ‘쿨함보다 더 쿨한.’ 인터넷 속어 사전 ‘어번 딕셔너리’의 정의. 케임브리지 사전은 ‘힙’을 ‘패셔너블’의 동의어로 봤다. ‘그는 힙한 새 대학 친구들에게 잘 보이려고 요즘 뜨는 밴드들을 알아봤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의 예문이다. 감은 잡았다. 0은 서울 주변 탐문에 들어갔다. 7은 인류에게 닥친 문화 위기 극복을 위해 힙해 보이는 북유럽으로 급파됐다. ○ ‘힙 타령은 그만’… 힙스터는 전쟁 중 0은 요즘 힙스터들이 몰려든다는 서울 중구 을지로를 먼저 찾았다. 중장년층 손님이 가득한 순댓국밥집 곳곳에서 헐렁한 티셔츠에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고 에코백을 멘 젊은이들이 발견됐다. 예술 영화 이야기로 열변을 토하는 그들에게 0이 “당신이 혹시 힙스터?”라고 물었다. 젊은이들은 손사래를 치며 인디 음악가 검정치마(조휴일)의 경구를 언급했다. “‘힙’은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볼드모트의 이름 같은 것이다. ‘힙’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때 당신은 진정한 힙스터로 거듭날 수 있다.” 힙이란, 그것을 좇다 남들과 똑같아지는 순간에 빛을 잃는 신기루 같은 존재…?! 밴드 ‘혁오’가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스타가 됐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기존 팬들이 ‘나만 알던 밴드를 (대중에) 뺏겼다’고 토로하자 새 팬들이 맞선 것이다. ‘힙 타령 그만하라.’ 힙스터는 뜨는 동네에 몰려다니며 젠트리피케이션(번성한 동네의 임차료가 올라 기존 주민들이 떠나는 현상)이나 유발한다는 손가락질도 받았다. ‘홍대 예술가병에 걸린 사람’ ‘취향 나치’ ‘문화적 화전민’…. 힙스터를 향한 비판적 수식어가 범람했다.○ 힙스터는 힙합을 즐기는 사람? 요원들은 5∼8일 조사업체 엠브레인에 10∼50대 이상 남녀 500명에 대한 설문 조사를 의뢰했다. ‘힙스터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느냐’고 묻자 50대 이상도 무려 39%가 ‘그렇다’고 답했다. ‘힙스터의 정의’에는 3분의 2 가까운 응답자가 ‘힙합 음악과 패션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헛짚었다. 힙스터의 ‘힙’이 힙합을 연상시킨 듯했다. 0은 힙스터 전문가 문희언 씨를 찾아갔다. 최근 그가 낸 책 ‘후 이즈 힙스터?+힙스터 핸드북’에 실린 ‘힙스터 체크리스트’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문 씨는 미국 TV시리즈 ‘포틀랜디아’(2011년∼)를 보여줬다. 화면 속 힙스터들은 환경을 생각해 자전거를 타고 헌 옷을 리폼해 입고, 동물 보호를 위해 채식주의자가 된다. 그때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7의 허세 가득한 메시지가 도착했다. “시내의 ‘힙타운’, #쇠데르말름 지역에서 유기농 커피 마시는 중. 이쪽 힙스터, 별것 없다. 자전거 타고 소규모 양조장 맥주를 즐기며 집에서 재배한 식물을 먹는 이들.” 7은 ‘세계 수염의 날’인 이달 2일, 그곳에서 붉은 수염에 반짝이를 묻힌 힙스터들에게 반한 터였다. 가장 가기 힘든 곳이기에 평양이 세계 최고의 힙스터 도시란 ‘농반진반’도 들었다. 문 씨는 말했다.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반감, 튀고 싶은 사람에 대한 아니꼬운 시선이 힙스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독립 출판물 문화를 만들어 낸 서점, 독립 음악 레이블들은 진정한 힙스터 자격이 있다.” 그는 이런 결론을 붙였다. “공부 열심히 해서 대기업 들어가 아파트에서 산다는 틀에 박힌 트랙이 아닌, 남다른 인생을 꿈꾸고 실천하는 모든 사람이 힙스터다.” 깨달음을 얻은 에이전트들은 결국 진짜 힙스터가 되기로 결심하는데….(다음 회에 계속) 김민 kimmin@donga.com·스톡홀름=임희윤 기자}

SBS의 윤세영 회장(84·사진)과 윤석민 부회장(53)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11일 사내 방송과 담화문을 통해 “SBS의 제2의 도약을 염원하며 SBS 회장직과 SBS 미디어홀딩스 의장직을 사임하고 소유와 경영의 완전 분리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윤 회장의 아들인 윤석민 부회장은 SBS 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SBS 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SBS 콘텐츠허브와 SBS 플러스 이사회 의장직을 모두 사임한다. 다만 대주주로서 지주회사인 SBS 미디어홀딩스의 비상무이사 직위는 유지하기로 했다. 윤 회장은 “SBS 대주주는 상법에 따른 이사 임면권만 행사하고 경영은 이사회에 위임해 독립적인 책임경영을 수행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윤 회장이 전 정권 시절 간부들에게 ‘박근혜 정권을 도우라’는 보도지침을 내렸다고 폭로하며 대주주인 윤 회장 부자의 사퇴를 요구해 왔다. 윤 회장은 이에 대해 “우리가 안고 있는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한 과정에서 부득이 절대 권한을 갖고 있던 당시 정권의 눈치를 일부 봤던 것도 사실”이라며 “과거 이런 저의 충정이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공정방송에 흠집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이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사과한다”고 밝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유의선 이사가 8일 이사직을 사퇴했다. 7일 방문진 이사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유 이사는 고심 끝에 이날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인 유 이사는 “방문진에서 더 이상 공영방송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꼈고, 왜곡된 이야기로 비난받게 돼 학생과 학교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사퇴를 결심했다”며 “학계로 돌아가 연구를 통해서 방송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문진 이사진은 총 9명 중 여권이 6명, 야권이 3명을 추천해 방통위가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방문진 사무처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궐 이사 선임을 요청할 계획이다. 유 이사는 옛 여권의 추천을 받은 인사로 그의 자리를 대신할 보궐 이사 추천권은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갖게 된다. 유 이사의 사퇴로 방문진 이사진은 옛 여권 6명, 옛 야권 3명의 구도에서 옛 여권 5명 대 옛 야권 4명의 구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궐 이사의 임기는 전임자인 유 이사의 남은 임기인 2018년 8월 12일까지다. 이날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을 비롯한 옛 여권 추천 이사 5명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유 이사의 사퇴가 “명백한 외압이자 자유 언론에 대한 탄압”이라고 밝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공영방송사 KBS와 MBC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간 첫 주말인 9일부터 황금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의 대거 결방이 예상된다. MBC 대표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9일 2012년 이후 5년 만에 결방된다. 당시 무한도전은 무기한 결방에 돌입해 6개월 동안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됐었다. 이번에도 무한도전 측은 당분간 녹화 계획이 없다고 밝혀 기약 없이 재방송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주말 황금시간대 방영되는 ‘복면가왕’, ‘오지의 마법사’ 등 예능 프로그램이 대부분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된다. 금요일인 8일에도 예능 프로그램 ‘발칙한 동거 빈방 있음’, ‘나 혼자 산다’가 결방한다. KBS도 일부 프로그램이 제작 중단에 돌입했지만 ‘불후의명곡’, ‘해피선데이’는 이번 주 녹화분으로 정상 방송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유의선 이사는 8일 이사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유 이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방문진에서 더 이상 제가 할 수 없는 일이 없다고 느꼈고 저에 대해 왜곡된 이야기가 퍼져 학생과 학교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사직을 결심했다”며 “오늘(8일) 저녁 사퇴서를 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유 이사가 사퇴하면 방문진 이사진은 구 여권 6명, 구 야권 3명의 구도에서 5 대 4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유 이사의 사퇴에 대해 구 여권 추천 이사 5명은 성명을 내고 “방문진 이사에 대한 부당한 사퇴 압력은 언론 공정성을 말살하는 행위”라며 “국민이 부여한 임기와 책임을 결단코 중도에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MBC는 총파업 여파로 방송이 지연되는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7일 아침 뉴스 ‘뉴스투데이’는 한 연예 기획사의 편법 마케팅 의혹 소식을 전하며 극우 성향 일베사이트에서 사용된 이미지를 내보내 논란이 됐다. 6일 수목드라마 ‘병원선’은 인력 부족으로 방송시간을 제 때 맞추지 못해 11분 동안 방송이 지연됐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TV 시청자가 줄어든다지만 세계 어디서나 잘 만든 스토리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팬임을 고백하며 “백악관도 드라마처럼 효율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프랭크 언더우드가 부럽다”고 푸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화려한 드라마의 탄생 과정을 작가들에게 들어보니 ‘짠함’ 그 자체였다. 6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콘텐츠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국내 간판 작가들이 드라마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파리의 연인’ ‘태양의 후예’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44)는 “햇반은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했고, ‘싸인’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45)는 “대본이 잘 안 풀릴 때 24시간 이상 밤을 새워야 해답이 나온다”고 했다. 서로 ‘절친’이자 똑같이 12세 딸을 둔 두 사람은 “우리는 좋은 엄마가 못 된다”고 입을 모았다. 두 시간의 강연이 끝난 뒤 김은희 작가를 따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법의학·수사물 등 장르 드라마를 연달아 성공시킨 김 작가는 스스로 ‘대본을 머리가 아닌 발로 쓰는 편’이라고 했다. 그에게 사전 조사 방법을 묻자 “기관 홍보실에 도움을 요청해도 질문이 막연하면 뻔한 이야기만 돌아온다”며 “소개팅을 나갈 때 마음으로 꼼꼼하게 준비해야 재밌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고 답했다. 김 작가는 신인 시절 ‘싸인’을 쓰기 위해 수소문 끝에 겨우 전문가를 만나고도 시니컬한 반응에 좌절했다고 한다. “저는 캐릭터를 알고 싶었는데, 그분들은 특이한 케이스를 알려주면 된다고 생각해 막막했다”며 “결국 도움이 될 책을 한 권이라도 알려 달라고 해서 책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그 뒤에는 자료 조사를 통해 필요한 질문을 충분히 준비하고, 심지어 옷에도 신경 쓰면서 한마디라도 더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대본을 쓰다 막힐 때면 ‘나만 재밌는 거 아냐?’라고 항상 스스로에게 되묻는다고 한다. “각계각층에 모니터 요원을 많이 둬요. 수사물에 관심이 없는 우리 언니는 어떻게 볼까. 그런 식으로 많이 듣는 편이죠. 저는 은숙이처럼 자신감이 있기보다 소심한 편이고 천재도 아닌 노력파예요. 재밌는 작품을 만들려면 계속해서 노크를 해야 합니다.” 노력파라는 말처럼 그녀는 지난해 ‘시그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MBC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2016’을 집필했다. 지금은 내년에 넷플릭스로 공개될 예정인 조선시대 좀비물 ‘킹덤’에 집중하고 있다. 언제 쉬느냐는 질문에 그는 “다음 작품 쓰는 걸로 힐링한다”고 했다. “대본을 4부쯤 쓰면 지겨워지거든요. 빨리 끝내고 새 얘기를 쓰고 싶더라고요. 나이가 들어서 데뷔했기 때문인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요.” 김 작가는 38세에 ‘위기일발 풍년빌라’로 데뷔했다. 그런 그의 다음 도전은 무엇일까. “장르를 떠나 더 복합적인, 새로운 얘기를 쓰고 싶어요. ‘이제 김은희가 이런 것도 쓰는구나’ 싶은 것을요. 결국 장르물도 사람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그런 점에서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더라도 좀 더 감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어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 노조)가 4일 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7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제15차 정기 이사회를 열었다. 이날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 조사를 받은 김장겸 MBC 사장 출석 요구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합의하지 못하고 다수결로 안건을 부결했다. 백종문 부사장 등 MBC 경영진은 파업에 관한 긴급 현안을 보고하겠다며 이사회를 찾았다가 보고를 비공개로 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보고 의사를 철회하고 퇴장하기도 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여권 추천 6명, 야권 추천 3명 등 9명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KBS가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파업으로 보도와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긴급조정 요청서를 5일 제출했다. KBS 측은 이날 “방송법상 국가 기간방송이자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엄중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긴급조정을 요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노조법 76조에 따르면 국가위기 상황에 보도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면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 102조에도 전시, 사변,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비상방송 등 사태 해결에 적극 협조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KBS는 이어 “방송통신위원회도 3일 ‘북한 6차 핵실험에 따른 비상대비지침’을 보내 방송사의 비상대비태세를 확립하고 비상대비 업무에 만전을 기할 것을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고용부 장관은 긴급조정 결정을 내릴 때는 미리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의견을 듣도록 돼 있고, 긴급조정을 결정한 때에는 지체 없이 이유와 함께 공표하고 중노위와 관계 당사자에게 통고해야 한다. 한편 KBS와 MBC는 이틀째 파업을 벌여 뉴스 등 일부 프로그램 방영이 차질을 빚고 있다. KBS는 메인 뉴스인 ‘뉴스 9’를 기존보다 줄여 방송하고, 다른 시간대의 뉴스들도 결방하거나 축소해 내보내고 있다. MBC도 오후 8시대 ‘뉴스데스크’를 축소해 방송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 새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이인호 KBS 이사장과 조우석 이사에 대한 해임청원서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울서부지방고용노동청(서부지청)의 소환 요구에 5차례 불응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이 5일 오전 서부지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서부지청은 김 사장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김 사장을 포함한 MBC 전·현직 임원들을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4일 김 사장은 MBC 명의로 낸 보도자료에서 5일 오전 10시 서부지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1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주말 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김 사장은 MBC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4일 오전 6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로 출근해 방송시설을 점검하고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근무자들을 격려하는 등 정상 근무했다. 이 소식을 접한 서부지청은 근로감독관들을 MBC로 보내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이에 김 사장이 출석확인서를 내주자 영장 집행을 중단하고 서부지청으로 돌아갔다. MBC 측은 “체포영장 집행과 고용노동부의 출석 요구도 법 절차의 하나임을 고려해 일단 내일(5일) 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부지청은 김 사장이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으로 재직한 2013년 5월∼2015년 2월 MBC 사측의 노조활동 방해 등 부당노동행위에 직접 개입하거나 묵인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부지청은 김 사장이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힌 만큼 김 사장이 출석하면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고 조사가 끝나는 대로 귀가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사가 길어져 하루 더 조사해야 한다면 체포영장을 집행해 마포경찰서 유치장에 수감한 뒤 이튿날 다시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 서부지청 관계자는 “체포영장 집행 등의 신병 처리는 전적으로 검찰의 지휘를 받아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MBC 측은 “고용부가 김 사장에게 두고 있는 혐의 중 센터 설립 및 전보는 사장 취임 전의 일이며 근로계약서 제공 미비, 퇴직금 산정 잘못 등은 사장이 잘 알 수도 없고, 실수를 바로잡으면 되는 단순한 사안”이라며 “통상 대표자 진술로 수사가 종결되고 검찰에 송치될 사안에 대해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은 것은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틀 짜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하는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은 이날 오후 3시 열릴 예정이었지만 중계가 불가능해 무기한 연기됐다.유성열 ryu@donga.com·김호경·김민 기자}
KBS·MBC 노조가 4일 0시부터 동시 총파업에 돌입했다. 양대 공영 방송사 노동조합이 동시에 파업하는 것은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는 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KBS노동조합(구노조)은 7일부터 전 조합원이 총파업에 들어간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 노조)도 4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한다.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사태가 발생하자 KBS 사측은 보도본부장 명의의 성명에서 “KBS의 모든 기자들은 국가안보 위기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북한의 핵실험 관련 뉴스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28일부터 제작 거부에 돌입한 KBS 기자 500여 명은 업무 복귀를 거부했다. KBS 기자협회·전국기자협회·전국촬영기자협회는 “현재 방송 중인 일부 리포트는 핵실험에 대비해 사전에 제작해 둔 것”이라며 “엄중한 안보 비상 상황에서 공영방송 KBS가 정확하고 심층적인 뉴스를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고대영 KBS 사장은 PBI(공영방송대회) 참가 등을 위한 9∼17일 해외 출장을 계획했으나 북한의 핵실험 사태를 이유로 출장을 취소했다. 앞서 KBS 노조는 “현 상황에서 고 사장의 해외 출국은 도피”라고 주장했다. 4일부터는 KBS와 MBC의 뉴스와 프로그램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전 5시 KBS1에서는 ‘5시 뉴스’가 결방하고 ‘뉴스12’는 30분 줄여 방송한다. ‘뉴스9’ 역시 1시간이 아닌 40분 동안만 방송될 예정이다. MBC도 뉴스 시간이 축소되고 ‘무한도전’ ‘나 혼자 산다’ ‘라디오스타’ 등 대표적 예능 프로그램들의 결방도 예상된다. 한편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MBC 사장은 3일에도 소환을 통보한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출석하지 않았다. 서부지청 근로감독관들은 이날도 출근해 김 사장 소환에 대비했다. 서부지청은 김 사장이 이번주 초에 출석하도록 MBC 측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김 사장이 끝까지 소환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집행될 경우 노동당국은 김 사장을 일단 마포경찰서에 수감한 뒤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김민 kimmin@donga.com·유성열 기자}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의 하늘은 살짝 흐려서 가위로 자른 종이처럼 납작했고, 오렌지 빛이 딱 한 줌 남아서 기괴한 느낌을 줬어. 그래, 준비가 된 거야. 2일 오후 7시 20분 ‘대장’(서태지를 부르는 팬들의 애칭)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장. 제목 ‘타임 트래블러’처럼 대형 스크린 속 별들이 광속으로 지나가며 시간 여행이 시작됐어. 대장이 데뷔했던 1992년, 내가 중학교 2학년 시절로 돌아간 건 아냐. 먼저 9년 전부터 갔어. 2008년 8월 15일 오후, 잠실 주경기장 바로 옆 야구장에서 대장은 ‘ETP FEST 2008’을 열었지. UFO를 형상화한 무대에 대장은 우주선을 타고 내려왔어. 관객들은 마녀들의 축제에 온 것처럼 원을 그리며 돌았지. 대장이 물었어. “16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죠?” 관객들이 울음을 터뜨렸어. 9년 전과 달리 관객들은 이번에는 울지는 않았어. 이제 그럴 나이는 지났거든. 그래도 대장은 엄청나더라. ‘난 알아요’의 ‘회오리춤’을 다시 출 줄은 몰랐어. ‘필승’을 라이브로 부르며 ‘원래 음높이로 못 부른다’는 소문을 종결시켰지. 옛 사운드를 그대로 재현한 건 최고였어. ‘하여가’의 태평소 소리가 관객을 그 시절로 이끌었지. 사실 9년 전에는 바로 옆 주경기장에서 ‘SMTOWN LIVE 08’도 열렸지. 대장이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그건 마치 아이돌과 대결하는 모양새였어. ‘아이들아, 왕이 여기 있단다!’ 하고. 이번에는 아이돌이 대장과 한 무대에 섰어. ‘방탄소년단’이래. 대장이 데뷔할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친구들이 대부분이야. ‘서태지와 아들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기도 했지만 현명한 선택이었어. 이주노와 양현석의 역할을 대신했는데, 옛날의 ‘아이들’도 이 정도로 힘이 넘쳤던 것 같지는 않아. 처음에는 방탄소년단의 팬들과 서태지 팬들의 환호가 따로따로인 듯했지만 이내 구별할 수 없게 됐어. 무대 연출도 섬세하게 공들인 티가 나더라. 옥에 티라면 중간에 대여섯 곡에서 좌우 스크린이 가운데로 합쳐지면서 무대를 중계하지 않아 뒤쪽 2, 3층 관객들이 보기 불편했대. 열 살 아래인 후배 기자가 함께 공연을 보고 말했어. “시대를 대변하는 곡들을 듣고 나니 왜 서태지가 지난날 최고의 가수였는지 이해가 간다”고. ‘교실 이데아’를 부르며 꽉 막힌 교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우리 세대가 이제 곧 그 교실로 아이들을 밀어 넣을 나이가 돼. 우리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 ‘아주머니’가 짧은 교복 치마를 입은 채 공연장에 들어섰어. 네댓 살 돼 보이는 딸아이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는 것 말고 옛날의 그 여학생과 달라진 건 없어 보였어. 2일 오후 1시부터 대장의 25주년 기념 LP 음반이 2500장 한정으로 판매됐지. 전날 정오부터 24시간 넘게 줄을 섰다는 조해연 씨(40)는 말했어. “중3 때부터 팬이었는데 벌써 25년…. 뿌듯할 뿐이에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25주년 기념’ 콘서트가 흔한가. ‘우리들만의 추억’이면 된 것 아니겠어. 조종엽 jjj@donga.com·김민 기자}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구금됐던 덴마크 감옥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감옥은 56개 채널이 있는 케이블TV가 제공되고, 책이나 게임기를 빌릴 수 있고 일주일에 두 번은 피자도 시켜 먹을 수 있었다. 정유라의 편안한 감옥 생활은 북유럽 국가들의 교정 시설이 처벌보다 재활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가능했다. 저자 닐스 크리스티는 1990년대 집단 구금에 반대하는 운동을 주도하는 등 이러한 회복적 교정 제도를 만드는 데 기여한 노르웨이의 저명 사회학자·범죄학자다. 크리스티는 범죄자에게 고통을 주어 죗값을 치르게 한다는 원칙에 반대했으며 가해자와 피해자, 지역사회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그런 크리스티가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가졌거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공동체들을 관찰한 기록을 담은 학술서다. ‘캠프힐’이라고 불리는 이 마을들은 히틀러의 핍박을 피해 영국으로 망명한 유태인 쾨니히를 비롯한 사람들이 만든 치유학교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이곳 사람들은 수입이 생기면 마을의 공동 주머니에 모으고 필요한 만큼만 꺼내 쓴다. 평일에는 정해진 시간 동안 일을 하고 저녁에는 함께 각자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모임 활동을 한다. 이 마을에는 권력을 가진 개인이나 기관이 없다. 크리스티의 기록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관리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동체를 꾸리고 살아갈 수 있는 주체로 바라보도록 한다. 노르웨이인인 크리스티가 1989년 영어로 쓴 책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고, 일본어 번역도 참조해 맥락을 한 번에 이해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4일 MBC와 KBS 노조의 총파업이 예고된 가운데 김장겸 MBC 사장에게 1일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방송의 생일인 ‘방송의 날(3일)’ 행사 날에 김 사장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함으로써 정부가 기존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의 칼을 뽑아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공영방송 정상화’를 놓고 방송사 노사는 물론이고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은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부당노동행위) 혐의 등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의 소환 요구에 불응한 김 사장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노조) 요청으로 MBC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고 있는 서부지청의 출석 요구에 4차례 넘게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MBC노조는 6월 1일 “2012년 MBC 총파업과 노조 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기자와 PD들에게 가한 부당 징계가 71건, 부당한 교육 발령과 전보 배치가 187명에 이른다”며 “김 사장 등 MBC 경영진이 부당하게 징계하고 전보했다”고 서부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다. MBC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서부지청은 백종문 부사장과 최기화 기획본부장, 안광한 전 사장 등 전·현직 간부들을 소환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포착해 이들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수사로 전환했다. 김 사장에 대해서도 소환 통보를 했지만 불응하자 검찰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방송 90주년, 제54회 방송의 날’ 행사에 참석한 김 사장은 5시 45분경 영장 발부 소식이 알려지자 2부 축하연 시작 전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영장 발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자택인 여의도 A아파트로 돌아가지 않고 모처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다음 주초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정권의 탄압이 사장 체포영장 발부로 노골화됐다”고 비판했다. 일종의 노동쟁의 사건과 관련해 조사 불응을 이유로 현직 언론사 사장을 체포하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MBC와 KBS 최고위 간부들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날 방송의 날 행사에는 정부와 여권 주요 인사가 모두 불참했다. 참석 예정이던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날 취소했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신 오기로 한 나종민 1차관도 불참했다. 그 대신 박위진 미디어정책관(국장급)이 참석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참석했다. 지난해에는 당시 황교안 총리가 참석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축하 영상메시지를 보냈다. ‘MBC 정상화’ 압박의 강도를 높이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에 고용노동부는 김 사장의 구속 수사를 전제로 한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후 공영방송 정상화 의지를 수차례 밝혔다. 지난달 22일 방통위 업무보고에서는 “공영방송은 독립성과 공공성이 무너져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김 사장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방송을 죽이려고 기획하고 있었던 것에 개탄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늦게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2일 의원총회를 갖고 정기국회 보이콧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유성열 ryu@donga.com·김민·이지훈 기자}

기획재정부가 1일 국회에 제출할 세법 개정안에 도서구입비, 공연관람비의 소득공제안이 들어간 가운데 대표적 공공 콘텐츠인 신문의 구독료도 같은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는 지난달 14일과 22일 국회와 기재부, 문화체육관광부에 “국민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신문의 구독료를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도 지난달 23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신문 구독료를 소득공제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기재부와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에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문 구독료에 대해 연간 30만 원까지 근로소득 금액에서 공제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8대, 19대 국회에서도 같은 골자의 법안이 계속 발의돼 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유럽의 국가들은 신문의 정보 제공과 민주주의 확산 등 공익적 가치를 감안해 국가가 신문 구독에 대해 세금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신문 구독에 대해 소비세 및 이용세 면제를 통해 총 8억 달러(약 9000억 원) 규모로 간접 지원을 한다. 프랑스는 신문 배급과 현대화를 위해 연간 1억5000만 유로(약 2009억 원) 규모의 지원을 하고, 배달사업자에 대해서는 면세 혜택을 주고 있다. 영국은 신문 보급 확산을 위해 출판물에 적용되는 부가세(20%)를 5%로 감면하고, 오스트리아도 일반 상품에 적용되는 부가가치세(20%)를 신문에는 10%만 적용한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유료 부수 1만 부 이상의 일간지에는 배포 지원금도 매년 지급하고 있다. 일본은 우정공사의 인가를 받은 신문, 잡지 등 정기 간행물의 우편 요금 할인 혜택을 주고 있고, 덴마크는 일반 복권, 축구 복권 예산을 활용해 신문 제작 및 디지털 혁신 지원금을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신문 구독료 소득공제의 혜택이 언론사가 아닌 구독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최민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팀장은 “정치 후원금을 10만 원까지 소득공제해 주는 것은 금전적 혜택보다 정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상징적 지원”이라며 “신문 구독료 소득공제는 더 많은 독자가 신문을 접할 수 있도록 해 정보 불균형과 정보 소외를 해결하는 차원의 지원 정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문 지원 정책을 민주주의 진흥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해외 선진국은 여론 다양성을 크게 중시하며 그런 점에서 신문을 상업 논리에만 맡기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며 “신문의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할 때 소득공제는 유럽에 비하면 작은 규모의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재부는 신문 구독료 소득공제에 대해 조세 역진성 문제와 인터넷신문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어려움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 단체들은 “연간 근로소득 7000만 원 이하의 근로자만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도서구입비, 공연관람비처럼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역진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도서구입비에 전자출판물을 넣은 것처럼 신문 구독료도 인터넷신문 구독료까지 포함하면 형평성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여행사 직원일 때 듣기 시작했는데 이젠 제가 대표가 되었네요’ ‘초등학생 때 엄마 차에서 방송을 들었는데 어느덧 제가 서른이에요’…. 요즘 KBS 쿨FM ‘황정민의 FM대행진’에는 스스로가 오랜 팬이었음을 뒤늦게 고백하는 사연들이 쏟아진다. 진행자인 황정민 아나운서(45)는 “있을 때 잘하지!”라며 새침하게 대답하고는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다. 지난 일주일은 그와 이 프로그램 애청자들인 ‘황족’이 작별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19년 만에 마이크를 내려놓는 황 아나운서를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1998년 10월 12일부터 지켜온 자리를 떠나는 소감을 묻자 그는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일주일간의 방송을 울지 않고 끝내는 것이 목표라는 그는 요즘 늘 긴장상태다. “막상 그만둔다고 하니 내가 잘한 건가 이런 생각도 들고, 밥이 잘 안 넘어가 3kg이 빠졌어요. ‘가을에는 이별하면 안 된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나요.” 황 아나운서는 오랜 시간 라디오를 진행하며 소소한 일상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는 가수들은 하루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잖아요. 그 대신 저는 매일 아침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새로운 가족을 얻었어요. 가까운 사이에 할 수 없는 얘기들을 사연으로는 보낼 수 있거든요. 그럼 전 늘 같은 편이 되어주려고 노력했죠.” 그가 이 프로그램을 떠나는 이유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2005년 결혼한 그에겐 10세 아들, 8세 딸이 있다. “올해 초 발가락이 부러져 FM대행진만 진행하고 나머지 시간은 집에 있었는데 아이들이 무척 안정되더군요. 계속 ‘엄마, 어디 안 갈 거지?’라고 물어보는 모습을 보니, 아무것도 안 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그는 가족 대신 수많은 청취자들의 아침 출근길을 책임져왔다. 이른 아침 방송을 위해 오전 4시부터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황 아나운서는 “갓 태어났을 때를 빼면 우리 아이들은 한 번도 아침에 엄마와 같이 있어 본 적이 없다”며 “남편이 하루는 ‘너는 모르겠지만 아침마다 학교 보내는 게 전쟁이야’라고 말해 미안했다”고 했다. 그의 마지막 FM대행진은 3일 방송된다. 황족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웃음을 터뜨렸다. “멋진 말을 하고 싶은데 생각이 안 나요”라며. “우리 황족들도 저처럼 수줍음이 많아요. 다른 얘기를 하다 헤어지기 직전에 ‘사실 저 황족이에요’라고 털어놓는 식이에요. 그래서 쑥스러우면 말없이 100원짜리를 건네기로 했는데, 수영장에서 만난 황족이 ‘제가 지금 수영복을 입고 있어서 100원짜리가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그렇게. 잔잔하게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김장겸 MBC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는 MBC 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가 사상 최고치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MBC 노조)는 전체 조합원 1758명 중 1682명이 투표에 참여해(투표율 95.68%) 이 중 1568명이 파업에 찬성(93.2%)했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의 찬성률은 2011년 71.2%, 2016년 85.42%보다 높은 역대 최고치다. 노조는 24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전국 18개 지부에서 모바일·오프라인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MBC는 취재기자와 PD, 카메라 기자, 아나운서 등 400여 명이 이미 제작 거부에 돌입한 상태다. MBC 노조는 30일 오전 총파업 돌입 시점을 공표할 계획이다. 총파업 시작 시점은 9월 4일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KBS의 팀장·부장급 PD 88명도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보직을 사퇴했다. 예능·라디오·드라마·보도 등 전 분야에 소속된 보직 사퇴 PD들은 전체 부장·팀장급의 95%에 달한다. PD들은 이날 이후 고대영 KBS 사장이 내리는 모든 지시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30일 오전 7시부터는 KBS PD협회 회원 750여 명이 제작 거부에 나선다. 앞서 언론노조 KBS본부(새 노조)는 28일 총파업 선언문을 발표하고 다음 달 4일 전국 조합원이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KBS노동조합(1노조)도 31일부터 전국 기자, 촬영기자, PD, 아나운서 등이 순차적으로 파업에 들어가고 다음 달 7일 전 조합원이 총파업에 돌입한다. 양대 노조의 조합원 수는 3700명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국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24)의 첫 내한 공연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공연 3시간 전 입국해 하루도 머물지 않고 한국을 떠나 무성의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일본에선 3일 동안 있으면서 공연을 했다는 점이 누리꾼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그녀가 서울 구경을 하며 인증샷이라도 올렸다면 팬들의 서운함이 덜했을까. 그런데 쏟아지는 비판 중에 퍼포먼스에 대한 내용은 드물었다. 사실 그 공연은 흠잡을 데 없었다. 고음과 강도 높은 안무를 1시간 30분 내내 매끄럽게 소화했다. 사이클을 타며 부르는 ‘사이드 투 사이드’, 테러 희생자 추모 콘서트에서 보여준 ‘오버 더 레인보’를 노래할 땐 감탄이 쏟아졌다. 한국의 논란을 접한 해외 누리꾼은 이렇게 반응했다. “한국 팬에게 가수는 사소한 결점도 없어야 한다. 스타를 좋아하면서도 한순간에 망가뜨릴 수도 있다. 그래서 케이팝 스타들은 늘 피곤하다.”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더 좋았겠지만,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준 가수에게는 박수를 쳐주는 게 답이 아닐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