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모

유원모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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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법조팀 유원모 기자입니다. 잘 듣고 잘 쓰겠습니다.

onemore@donga.com

취재분야

2026-01-09~2026-02-08
검찰-법원판결60%
사회일반17%
사법10%
정치일반7%
사건·범죄6%
  • [맨 인 컬처]오! 수지, 영화 한 방으로 뜬 만인의 첫사랑

    “그녀를 잊어 보려 하지만/비가 또 내려 모르는 이 맘/난 지금 비가 오면 떠올라/네가 더 내려오려는 이 밤.”(장범준 노래 ‘봄비’) 꼭 비가 와서만은 아닐 게다. 그곳에 가면 그 소절이 들리면 떠오르는 걸. 그게 그인지, 바라보는 나인지는 모르겠다. 뿌옇다가도 선명해지고 따스했다가 시려지니. 처음이라 맘에 남는 줄 알았더니, 이리 오래 남은 하나인 것을. 장기전세 시프트도 아니면서 좌심방우심실에 똬리를 튼 그 사람. 6∼9일 조사업체 엠브레인을 통해 남녀 1000명에게 ‘첫사랑 하면 떠오르는 ( )는?’을 물어봤다. 이미 울컥한 요원들은 진작 자리를 비웠다. 그래,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첫눈 오는 날 그곳에서 만날래?”(영화 ‘건축학개론’) 영화 한 방이 무지 셌다. 2012년 약 412만 명을 모았던 영화 ‘건축학개론’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컸지만, 배우 수지를 단숨에 ‘국민 첫사랑’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여파는 지금껏 이어졌다. 응답자 26.3%가 첫사랑 국내 연예인으로 수지를 꼽았다. 2위 배용준(3.9%)과 큰 격차를 보인 수지는 성별과 세대를 아우르는 1위였다. 50대 이상 여성에서만 배용준(14.4%)이 수지(8.8%)를 앞섰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수지는 걸그룹 ‘미쓰에이’ 출신임에도 큰 일탈 없이 ‘건축학개론’ 이미지를 잘 유지해왔다”며 “시대적 배경이 1990년대라 위아래 어느 연령대도 받아들이기 편했던 점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욘사마’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드라마 ‘겨울연가’가 2002년 작품인 점을 감안하면 15년째 첫사랑 이미지를 이어온 셈이다. 영화 ‘클래식’ 등에서 청초한 매력을 발산했던 손예진은 모든 연령의 남성에게 고루 지지를 얻으며 3위에 올랐다. 4, 5위는 최근 신드롬이 반영됐다. 드라마 ‘도깨비’로 대박을 친 공유와 ‘응답하라 1988’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박보검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몰림이 심했던 국내에 비해, 해외 연예인은 경쟁이 치열했다. 3파전 양상을 띠었지만 결국 ‘80년대 책받침 소녀’ 소피 마르소(7.4%)가 1위를 차지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피비 케이츠, 브룩 실즈, 다이앤 레인과 함께 지금은 40대 이상 중년이 된 소년들의 사춘기를 지배하던 브로마이드 4대 천왕”이라며 “특히 소피 마르소는 첫사랑 이미지가 강해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2위 리어나도 디캐프리오(6.4%)는 여성의 지지가 절대적이었다. 남성은 딱 1표뿐이었다. 영화 ‘해리 포터’의 헤르미온느인 에마 왓슨(6.0%)은 20대 남녀에게 고른 표를 얻으며 3위에 올랐다. 이 밖에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 멕 라이언 등이 순위에 올랐다. ○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 않아.”(황순원 소설 ‘소나기’) 수지보다 압도적인 강자는 따로 있었다. 첫사랑 문학작품으로 1위에 오른 ‘소나기’는 53.6%로 과반수였다. 이번 설문이 보기 없이 ‘오픈형’으로 진행됐단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쏠림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물론 훌륭한 작품이나 다소 씁쓸한 결과”라며 “콘텐츠의 힘도 강했지만 획일적인 공교육의 영향도 상당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순위를 살펴봐도 김유정의 ‘봄봄’과 ‘동백꽃’,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피천득의 ‘인연’이나 알퐁스 도데의 ‘별’ 등 교과서에 실렸던 작품이 대다수다. 첫사랑 노래는 ‘청년 vs 중장년’ 구도가 확실했다. 40대 이상은 이문세의 ‘옛사랑’, 30대 이하는 버스커버스커의 ‘첫사랑’을 열렬히 응원했다. 1, 2위 차이는 겨우 0.1%포인트였다. 특히 두 뮤지션은 3위(벚꽃 엔딩)와 9위(광화문연가)에도 올라 당대를 대표하는 ‘첫사랑 노래꾼’들임을 증명했다. 드라마는 역대 최고 시청률(65.8%)을 찍었던 ‘첫사랑’이 비교적 손쉽게 1위에 올랐다. 이름 덕도 봤다는 게 중론. ‘영상의 마술사’라 불렸던 윤석호 PD의 ‘겨울연가’와 ‘가을동화’가 2, 3위에 올랐다. 영화는 역시 ‘건축학개론’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곽재용 감독 작품이 2편(‘클래식’ ‘엽기적인 그녀’)이나 톱10에 이름을 올렸다.(다음 회에 계속) 정양환 기자 ray@donga.com·유원모 기자}

    • 2017-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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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참사공화국’ 대한민국, 부끄러운 재난의 역사

    ‘참사공화국’이란 오명을 안고 있는 대한민국 대형 재난 사고의 역사를 꼼꼼히 기록한 책이다. 1970년 323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남영호 사건부터 1999년 경기 화성시 씨랜드 화재, 2014년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 참사 등 대표적인 7개의 대형 재난 사고를 다룬다. 저자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모인 작가들이다. 이들은 “참사를 둘러싸고 누구는 정의와 단죄를 말하고, 누구는 회복과 화해를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기억과 기록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책에선 세월호 참사를 다루진 않지만 앞서 발생한 사고를 복기하면서 대형 참사의 반복되는 행태와 원인 등을 추적한다. 7가지 참사는 제각각 원인과 배경, 사건 수습 과정 등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남영호 사건에서 볼 수 있는 해양 구조 시스템의 미비, 안전 매뉴얼 부재로 100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며 안전을 외주화한 결과로 발생한 2013년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대림산업 폭발 참사까지. 사건은 개별적이지만 이를 일으킨 구조적인 원인을 책 전반에 걸쳐 일관성 있게 짚어냈다. 생존자와 희생자 유족 등을 직접 취재해 사건을 기록한 부분에선 소설을 읽는 듯 생생하다. 참사 이후 정부의 무능과 부패한 모습을 지적할 땐 냉정하고, 치밀한 보고서를 마주하는 느낌이다. 세월호가 3년 만에 뭍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진상 규명을 둘러싼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참사의 본질을 연구한 이 책이 세월호의 상처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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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궁민 “이전의 악역 잊고 코믹 캐릭터에 푹 빠졌어요”

    김 과장 특유의 ‘똘기’는 온데간데없었다. 하이톤의 목소리는 중저음으로 바뀌었고, 드라마에서 버럭 화를 내던 공격적인 모습 대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중했다.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남궁민(39)은 “김 과장과 실제 저의 모습은 너무 다르다. 그 바람에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집중력을 가지고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최고 시청률 18.4%(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김과장’에서 주인공 김성룡 과장 역을 맡았다. 직장 내 각종 비리와 부조리를 해결하는 김 과장의 활약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답답한 현실을 날리는 판타지 같은 전개로 ‘사이다 드라마’라는 애칭이 생겼다. 하지만 방송 시작 전까지만 하더라도 김과장의 성공을 예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같은 시간대 SBS에서 방송된 드라마 ‘사임당’이 배우 이영애의 12년 만의 복귀 작으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남궁민 역시 사임당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하고, 무엇보다 이영애 씨의 복귀작인데 어떻게 신경이 안 쓰이겠느냐. 하지만 남을 의식하는 순간 제 연기를 할 수가 없다. 경쟁 드라마뿐 아니라 제가 이전에 출연한 작품들도 모두 잊고, 오직 김과장에만 몰입했다. 그 덕분에 만나는 감독, 작가, 팬들 모두 ‘남궁민이 날아다닌다’는 말을 해 줬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똘기 넘치는 ‘남궁민 표’ 코미디 연기였다. 그동안 그는 SBS 드라마 ‘리멤버’와 영화 ‘비열한 거리’ 등의 작품에서 강렬한 악역을 자주 맡아 왔다. 덩달아 악역 연기자란 이미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과장’에서는 능숙하게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였다. 그는 “코미디 연기는 방심하면 티가 금방 나기 때문에 악역을 할 때보다 준비를 많이 했다”라며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비슷한 느낌을 줄까 봐 주로 해외 코미디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면서 인물 묘사 등을 공부했다”고 밝혔다. 남궁민은 1999년 드라마 단역으로 시작해 어느새 데뷔 19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외모와 연기력에 비해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5년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수 홍진영과 가상 부부로 출연해 ‘예능감’을 뽐냈고,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연기력까지 인정받으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는 “아침, 주말 드라마, CF 단역 등 안 해 본 게 없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다져 왔다”라며 “김과장을 통해 내 연기의 한계도 느끼고, 성장하고 싶은 욕심도 커졌다. 배우 인생에서 정말 고마운 작품”이라고 했다. 세는나이로 불혹을 맞은 남궁민. 그는 앞으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매력을 보여 주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악역, 멜로, 코미디 어느 장르든 좋다. 좋은 작가, 감독님과 함께 ‘칼날’이 잘 다듬어진 멋진 연기를 보여 주겠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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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 인 컬처]꽃이 피면 생각나는 그사람… 끝내 못이룬 쓰라린 추억

    그래, 기어코 봄이 왔구나. 따스한 봄볕은 많은 걸 품고 있다. 희망도 추억도 망울망울 피어오른다. 에이전트2(정양환)도 오늘 따라 맘이 둥실둥실. 마침 주머니에서 퍼지는 ‘까똑’ 소리. 청명하고 발랄하게 휴대전화를 꺼내 보니 문자 청첩장. 젠장, 봄은 나갈 돈도 한 소쿠리다. 근데 요 청첩장, 그냥 못 넘길 글귀가 있다. ‘어렵사리 결혼까지 이룬 첫사랑을 축복해 주시길….’ 뭐, 천(1000) 사랑이 아니고? 급하게 요원들을 불러 모았다.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본인이 첫사랑이라 믿으면 그게 맞는 거지. 별 의미 있나?”(에이전트26·유원모) “아니지. 첫사랑은 첫눈을 홀로 밟는 거야. 소중하고 아련한.”(에이전트7·임희윤) 흐음. 첫사랑에 이리도 생각이 다를 줄이야. 여론조사 업체 엠브레인에 의뢰해 성인 남녀 1000명에게도 질문을 퍼부어 봤다. 당신에게 첫사랑은 무엇이었느냐고. 그 시절은 우리에게 어떤 화인(火印)을 새겨 놓았을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이문세의 ‘광화문연가’) 먼저 간단한 수치부터 보자. 6∼9일 20대 이상 남녀 500명씩 모바일로 설문조사한 결과, 첫사랑 경험 연령은 ‘20∼23세’(34.4%)가 가장 많고, ‘17∼19세’(26.0%)가 그 뒤를 이었다. 첫사랑 대상은 ‘동갑내기나 친구’가 남성(62.8%)은 압도적인 반면, 여성은 46.2%로 ‘선배 등 연상’(45.0%)과 엇비슷했다. 그럼 첫사랑이 떠오르는 순간은 언제일까. 남녀 모두 ‘함께 갔던 장소를 다시 가게 됐을 때’(33.4%)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만 남성은 ‘외롭고 쓸쓸할 때’(26.8%)도 적지 않았다. 또 ‘술에 취했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를 고른 비율이 8.0%로 여성(3.8%)의 2배를 넘었다. 여성은 ‘현 애인(혹은 배우자)이 맘에 안 들 때’(12.4%)와 ‘거의 떠오른 적 없다’(13.2%)를 남성보다 훨씬 많이 선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은 위기 상황에서 심리적 안정감이 필요할 때 첫사랑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며 “여성은 공감을 중요시하는 사회화 과정에 익숙하기 때문에 정서적 이유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첫사랑에게 받거나 준 선물에 대한 기억도 남녀 차이가 뚜렷했다. 남성은 ‘초콜릿이나 사탕 등’(26.6%)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응답했고, ‘직접 만든 종이학이나 십자수 등’(15.6%)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여성은 ‘반지나 목걸이 등 장신구’(19.0%)가 가장 많았다. 특히 종이학·십자수는 5번째(12.8%)로 낮은 순위였다.○ “Dreams are my reality”(영화 ‘라붐’ 주제곡 ‘리얼리티’) 첫사랑에 대한 오랜 속설도 궁금했다. 가장 대표적인 ‘첫사랑은 결국 헤어진다’는 과연 사실일까. 응답자들을 보면 이는 얼추 들어맞았다. 88.1%가 현재의 애인이나 배우자가 첫사랑이 아니라고 밝혔다. 20대는 75.6%로 비교적 낮았지만 30대 이상은 모두 90%를 넘었다. 흥미로운 것은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가를 O×로 물었을 땐 59.1%가 ‘아니다. 이뤄질 수 있다’고 답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첫사랑은 가장 처음이 오래 기억되는 ‘초두효과(初頭效果)’를 지녀 오랫동안 마음에 품는다”며 “순수한 사랑만으로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에 대한 호감이 현실과 다르게 발현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첫사랑과 헤어진 이유는 뭐라고 기억할까. 남녀 모두 ‘그땐 철이 없어서’(37.9%)가 1순위를 차지했다. 특이한 점은 여성은 ‘마음이 식어서’(20.2%)와 ‘사랑보다 중요한 게 많아서’(13.4%)가 상당히 많은 데 비해, 남성은 ‘상대가 일방적으로 떠나서’(14.0%)와 ‘내가 잘못해서’(5.0%)가 여성보다 높았다. 헤어진 상대를 다시 만나면 해 주고 싶은 말도 남녀 차이가 컸다. 남성은 ‘잘살라고 덕담을 전한다’(43.8%)가 많았지만, 여성은 ‘가볍게 인사하고 자리를 피한다’(31.6%)가 더 많았다. 여성은 ‘모른 척 지나간다’(22.6%)도 남성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남성은 ‘그때 미안했다고 사과한다’(9.0%)와 ‘다시 사귀자고 졸라 본다’(2.4%)가 여성보다 3배 정도 많았다. 어떤 식으로건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크게 자리 잡는 이유는 뭘까.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긍정왜곡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실은 첫사랑보단 그 시절 자신의 모습과 감정을 가장 아름답게 떠올리는 것”이라며 “순수했던 시절의 음악이나 영화 심지어 정치 체제를 지금도 좋아하고 지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하편에서 계속) 정양환 기자 ray@donga.com·유원모 기자}

    •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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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생 배우’ 외롭지 않은 마지막 길

    그의 마지막 길은 쓸쓸하지 않았다. 배우 김영애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지 이틀째인 10일 추모 물결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는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고인의 유작이 된 KBS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이동건 조윤희 오현경 라미란 등의 배우와 제작진 등이 빈소를 찾았다. 40여 년간 인연을 이어온 신구와 김혜자, 나문희 등 동료 배우들이 조문했고, 작품을 함께했던 염정아 문정희 박지영 정경순 등도 빈소를 지켰다. 방송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서도 애도 행렬이 이어졌다. 9일 방송된 MBC ‘섹션TV 연예통신’에서 진행자 김국진은 시작과 동시에 “고인의 연기 열정은 팬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말했다. 2009년 영화 ‘애자’에서 모녀 역할로 인연을 맺은 배우 최강희는 고인과 함께 찍은 영화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사진과 덧붙여 “엄마 천국 어때요? 나도 엄마 안 아파서 좋아요. 얼마나 예쁘게 계실까”라는 글을 남겼다. 배우 진태현은 “MBC 공채 대선배님. 우리가 가야 할 길을 훌륭하게 걸어가신 선생님들이 한 분씩 떠나실 때 존경과 감사를 느낀다. 좋은 곳에서 아픔 없이 푹 쉬세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했다. 누리꾼들도 한목소리로 애도를 표했다. “재벌 권력자부터 욕쟁이 국밥집 ‘할매’까지 소화해내는 대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국민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김영애 씨를 왜 하늘이 데려가는지 참 슬픕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편 유족 측은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영정 사진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제까지 출연했던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영원히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의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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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놓고 B급 매력 뽐내는 이 남자, 가벼워도 밉지 않네

    “수리수리 마수리 양수리, 우리끼리 코끼리 쉐끼리 붐!” 깃털처럼 가벼웠다. 하지만 단어 하나에도 재치를 담으려는 그의 열정은 누구보다 무게감이 있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만난 DJ 붐(본명 이민호·35)의 휴대전화에는 라임과 각운을 활용한 각종 애드립을 적어 놓은 메모가 가득했다. 붐은 “청취자와 함께 단어를 조합하고, 애드립을 하다 보면 저절로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즐겁다”고 말했다. 1997년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그는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았다. 한동안 방송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붐이 지난달 20일부터 SBS 라디오 ‘붐붐파워(매일 오후 4∼6시)’ DJ로 돌아왔다. 붐의 라디오 스튜디오에선 특유의 ‘가벼움’이 들썩인다. 대놓고 B급을 지향하며 프로그램에 녹여 내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얼마 전 한 어머니가 ‘아들의 성격이 너무 급해 걱정’이라는 사연을 보낸 적이 있다. 아이를 강제로 고치려 하지 말고, 매니저나 119구급대원처럼 성격 급한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직업을 권유하라고 말씀드렸다. 내가 정신의학적으로 분석하거나, 주부의 관점으로 공감해주면 오히려 진정성이 없지 않을까. 둥이둥이 재간둥이 같은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게 나만의 무기다.” 붐붐파워의 가장 큰 특징은 유명 연예인 등 게스트가 없다는 점. 오직 청취자의 사연과 DJ 붐이 직접 선곡한 음악만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붐은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힘든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듣는 토크쇼에 대한 청취자의 관심이 적어졌다”며 “진솔한 사연을 듣고, 같이 고민을 풀어가는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공감과 위로를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DJ의 역할과 노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붐은 하루 평균 20∼22곡에 달하는 노래 선곡을 직접 한다. 또 생방송으로 진행할 경우 스튜디오를 중계하는 ‘보이는 라디오’ 방식을 고수한다. “절대 노래를 ‘튼다’고 표현하지 않고, ‘올린다’고 말한다. 노래의 배경이나 애드립 등을 미리 준비해 라디오 상황극처럼 소개하다 보니 프로그램이 더 생동감이 생기고, 반응도 뜨겁다.” 붐은 “DJ 활동을 하며 처음으로 ‘팬클럽’도 생기고, 좋은 댓글들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새로운 유행어를 제조하는 등 더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아버지들이 무거운 짐을 옮길 때 쓰는 ‘읏쨔’라는 추임새를 자주 쓴다. 독자·청취자분들이 힘든 일이 정말 많다. 저의 라디오가 좋은 기운을 불어넣었으면 좋겠다. 여러분 다 같이 읏쨔∼.”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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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김구라 아들 아닌 ‘MC 그리’!

    학교 수업을 마치고 인터뷰를 위해 서울 시내로 나온 김동현 씨(19)는 풋풋한 대학생의 모습 그대로였다. 여자친구의 사진이 휴대전화 배경화면을 채우고 있었고, 함께 온 친구들을 위해 “샌드위치를 같이 먹어도 되냐”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 이야기를 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변했다. 어느새 데뷔 10년 차를 맞은 그를 29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만났다. 앳된 초등학생 시절, 방송인 김구라의 귀여운 아들로 TV에 데뷔한 그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특별하다. 그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방송에 나간 것부터 수월하게 소속사에 자리를 잡은 것까지 누구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없었죠.” 특히 동현 씨는 아버지와 함께한 많은 프로그램 중에서 지난해부터 출연한 채널A ‘아빠본색’을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으로 꼽았다. “사실 아빠와 같이 출연해도 함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아빠본색을 하면서 여행, 청소, 운전연수까지 잊지 못할 추억들이 많이 생겼죠. 이번 주가 마지막이라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김구라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수해야 할 불편과 부정적인 시선 또한 그가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다. 지난해 인하대 연극영화과 수시 입학 전형에 합격했을 땐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학 입학 전까지는 어깨를 움츠리고 다녔어요. 하지만 입학식 날 만난 친구들이 ‘너는 음악에 연기까지 잘할 테니 잘됐다’고 진심으로 응원해 줬어요. 학교 정문엔 ‘MC 그리(그의 가수 예명) 환영해’라는 펼침막까지 걸렸죠. 처음 걱정과 달리 너무나 재미있는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한국 나이로 스무 살. 성인이 된 그의 2017년 화두는 ‘독립’이다. 방송뿐 아니라 음악과 생활 등 모든 분야에서 독립적인 삶을 꾸려 나가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올여름부턴 아버지 집에서 나와 따로 살 계획이에요. MC 그리라는 제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송 활동도 할 예정이고요.” 그는 지난달 31일 끝난 Mnet ‘고등래퍼’를 통해 홀로서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그동안 갈고닦아 온 랩 실력을 뽐냈다. 그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도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출연 전엔 잘해야 본전, 못하면 욕만 먹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어요. 하지만 매주 치열한 서바이벌 방식을 거치면서 제 실력의 한계와 성장을 동시에 느낀 짜릿한 경험을 했죠.” 그는 곧 새 음반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해 발표한 데뷔 곡 ‘열아홉’은 자신의 성장 과정과 가정사 등을 다룬 가사가 호응을 얻으며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저만이 할 수 있는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아버지를 언급하거나, 일부러 지우려 하는 방식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제 삶을 표현할 겁니다. 앞으로 김구라의 아들이 아닌 ‘MC 그리’의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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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왕의 공개구혼… 양반집 딸들은 몸을 사렸다

    다소 가벼운 느낌의 제목과 달리 조선 왕조 600년간 왕들의 결혼 과정을 꼼꼼하게 복원해 낸 책이다. 저자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전임연구원으로 조선의 각종 행사 문화를 기록한 주자의 ‘가례(家禮)’를 번역한 조선 역사 전문가다. 책은 왕비를 찾는 구혼부터 혼수, 결혼식, 첫날밤 등 왕의 결혼에 관한 모든 과정을 쉽게 풀어 설명한다. 조선의 왕의 결혼은 로맨스와 낭만보단 엄격한 규칙과 심사를 거친 국가의 행사였다. 유교 질서를 따르는 조선답게 ‘국조오례의’ ‘경국대전’ 등 국법에서 규정한 절차에 의해 구혼 과정이 진행된다. 전국에 금혼령을 내리고, 딸이 있는 양반 가문에 자기소개서와 같은 ‘처녀단자’를 올리도록 했다. 가장 중요한 절차는 실제 왕비를 고르는 ‘간택’이다. 영조처럼 국왕이 직접 간택을 한 적도 있지만, 조정의 대신들이 왕비를 선택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당시 권력욕이 있던 일부 사대부 가문을 제외하곤 일반 양반가에선 오히려 간택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꺼렸다는 점이다. 이유는 과도한 경제적 부담 때문. 간택을 위해 입궐 과정에서 새로 옷을 장만해야 했고, 가마를 세내고 가마꾼의 노임 지급 등 결혼 준비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결혼 자금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많은 지금의 현실과 묘하게 겹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상위 권력층 간에는 왕비 쟁탈전이 벌어질 정도였다. 조선 중후기 권력의 핵심 세력이었던 서인은 국혼을 잃지 말자는 ‘물실국혼(勿失國婚)’이란 기치를 내걸기도 했다. 실제로 인조반정 이후 모든 조선 왕들은 왕비를 서인 계열(노·소론) 가문에서 선택해야만 했다. 특히 책에선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후궁의 결혼 과정에 주목한다. 첩 정도로 취급받았을 것이란 통념과 달리 후궁 역시 미래의 왕을 낳을 수 있는 후보로 여겨져 일정한 예를 갖춘 결혼 절차를 밟았다고 한다. 후궁을 들이면서 여색을 밝히는 게 아니라고 극구 변명한 중종, 어머니가 무수리라는 태생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후궁의 격을 높여준 영조까지 알려지지 않은 조선 왕들의 결혼에 관한 다양한 사례가 읽는 맛을 더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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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마오의 6·25 참전, 스탈린 위한 선물”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은 논쟁적 인물이다. 그를 주제로 한 논문, 평전, 전기 등 출판물은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이 출간됐다. 그럼에도 이 책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간 공개되지 않은 구소련의 비밀문서인 러시아 국립 사회정치사 문서보관소의 자료 등을 토대로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마오에 대한 새로운 분석을 내놨기 때문이다. 저자 알렉산더 판초프의 이력 역시 마오를 독특하게 조명한 이 책의 원동력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 캐피털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러시아에서 비교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중국 산둥대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그의 할아버지 게오르기 예렌부르크는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마오쩌둥 평전’을 쓴 학자이기도 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오와 스탈린의 관계를 분석한 부분이다. 저자는 마오를 ‘스탈린의 순종적인 학생이자 충실한 추종자’라고 혹독하게 평가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내세운 것이 중국의 6·25전쟁 참전이다. 1921년 창당한 중국공산당은 1950년대 초반까지 소련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코민테른(공산주의 국제연합)에 종속관계에 있었다. 코민테른의 실질적인 주인인 스탈린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 “마오쩌둥이 6·25전쟁에 참전한 것은 크렘린의 두목(스탈린)에게 중화인민공화국의 지도자가 헌신하고 있음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려 한 계산”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1953년 3월 스탈린이 죽고 난 그해 7월, 중국이 가까스로 6·25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역학관계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문화대혁명에 대한 평가 역시 기존의 ‘권력 투쟁의 산물’이라는 해석 대신 이상주의자였던 마오의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물론 그 대가로 중국 사회 전체를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사실 역시 객관적으로 기술했다. 러시아어와 영어, 한자까지 능통한 저자의 재능 덕분인지 서구와 동양의 관점을 균형있게 반영한 흔적 역시 흥미롭게 읽힌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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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 인 컬처]남성이 열심히 하면 “능력男”… 여성이 일 잘하면 “독하네”

    《“이런 개소리 좀 시키지 마요. 지원동기? 몰라서 물어요? 먹고살려고 지원했습니다!”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지금 눈에서 흐르는 건 땀일 뿐이야. 야근을 하다 컵라면을 먹던 에이전트26(유원모 기자)은 순간 체증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아니, TV에서 저렇게 내 맘을 후벼 파다니. 갑자기 업무만 냅다 떠안기고 팔랑팔랑 퇴근한 에이전트2(정양환 기자)의 뒤통수가 떠올라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TV, 직장인 얘기가 참 많이 나온다. 한때 사극과 판타지로맨스밖에 없더니 ‘현실의 회사’가 무대인 드라마가 연이어 쏟아졌다. ‘자체발광…’을 비롯해 KBS2 ‘김과장’, SBS ‘초인가족 2017’, KBS2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까지. 뭐, 100% 리얼하진 않아도 평범한 직장생활의 애환을 조명하려는 노력은 박수 받을 만하다. 진짜 직장인 눈엔 이런 모습이 어떻게 비칠까. 특히 최근 드라마엔 ‘자체발광…’ 계약직 신입사원 은호원(고아성)이나 ‘아버지…’의 늦깎이 인턴 변미영(정소민), ‘김과장’ 경리부 대리 윤하경(남상미), ‘초인가족…’ 모태솔로 대리 안정민(박희본) 등 사회생활에 고단한 여성 캐릭터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20∼40대 실제 여성 직장인에게 촌평을 부탁해 봤다. ▽신모 팀장(44·유통 회사)=‘김과장’ 보면 나희용 윤리경영실장(김재화)이 나와. 학교로 치면 엄한 학생주임이랄까. 살짝 뜨끔했어. 평소 팀원들 복장이나 근태에 엄격한 편이거든. 아, 나도 저리 얄미운 시누이로 보이겠구나 싶었지. ▽이모 대리(32·공기업)=굳이 따지면 안 대리랑 비슷해. 미혼인 데다 감정 기복 별로 없고. 근데 확실히 남성 직원들은 여성 동료의 연애나 결혼에 쉽게 한마디씩 해. 항의하면 ‘농담인데 왜 정색하나’ 하지. 어느 순간 한 귀로 흘리는 게 신상에 이롭단걸 깨달았지. ▽김모 사원(25·호텔)=‘자체발광…’ 보며 3년 전이 떠올랐어. 그땐 취직만 시켜주면 간도 쓸개도 다 빼줄 수 있었는데…. 근데 사람 참 간사하지. 지금은 이 일이 적성에 맞나 고민이 커. 입사 동기들도 만나면 이직, ‘취집’(취업 대신 시집) 얘기야. ▽신 팀장=tvN ‘미생’(2014년) 때문인가. 한국 드라마도 확실히 달라졌어. 옛날엔 회사를 무슨 연애집합소로 그렸잖아. 요즘은 그나마 직장인 같더라고. 아, 변미영은 자신을 ‘왕따’시켰던 고교 동창을 상사로 만나잖아? 그 정돈 아닌데 지난해 대학동아리 후배를 클라이언트로 만났어. 정말 많이 혼냈던 앤데, 어찌나 불편하던지. ▽이 대리=정말 공감 가는 건 주인공이 아니야. ‘김과장’에서 다른 직원들은 상사한테 찍소리도 못 하잖아. 원래 사무실 분위기가 그래. 억울해도 조용히 넘어가고. 윤 대리처럼 임원한테 대드는 건 꿈도 못 꿔봤지. 그나마 옛날 드라마는 여성들이 ‘민폐 캐릭터’였잖아? 윤 대리는 일만큼은 딱 부러지게 잘해. 그게 이 시대 여직원의 사는 방식이야. ▽김 사원=그럴까? 작품에서 남녀가 꽤 동등한 것처럼 묘사되잖아. 그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야. 여성들이 얼마나 눈치를 많이 보는데. 승진이나 대우에서도 여전히 차별이 존재해. 그런 면에서 여직원이 주요 인물로 나오지만 실제 여성으로서 느끼는 미묘함은 잡아내질 못하는 한계가 있어. ▽이 대리=맞아. ‘초인가족…’에서도 같은 대리지만 박원균(김기리)과 안정민은 동등한 위치가 아니야. 여성은 2, 3배 더 노력해야 인정받아. 특히 육아휴직 같은 불가피한 경력단절이 있다 보니 밀리는 경우도 많고. 그걸 따라잡으려고 미친 듯 일하는 여성 선배들 많아. 근데 웃긴 건 남성이 열심히 하면 ‘능력 있다’ 그러면서, 여성에겐 ‘독하다’고 말해. ▽김 사원=딴건 몰라도 ‘여자의 적은 여자’란 프레임은 좀 부수고 싶어. ‘아버지가…’나 ‘자체발광…’도 그런 구도가 나오는데, 현실에도 그런 생각을 가진 여성 동료가 꽤 돼. 그건 여성이 가장인 남성 직장인보다 절박함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만큼 잘못된 거 아닌가. ‘김과장’에 ‘사람을 잃으면 다 잃는 거다’란 말이 나오더라. 여성도 그런 연대의식을 좀 가질 필요가 있어. ▽신 팀장=계약직인 은호원이 상상 속에서 ‘몰라서 그랬으면 가르쳐주면 되잖아’라고 외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 근데 돌이켜보면 20년 넘게 사회생활 했지만 누구도 뭘 가르쳐준 적은 없어. 실수하면 ‘왜 안 물어보고 맘대로 했나’였고, 질문하면 ‘바쁜데 그런 것까지 일일이 알려줘야 하나’란 말을 들었지. 여직원에게 회사는 정글이야. 늪과 맹수가 가득한. 하지만 그거 알아? 남직원도 똑같아. 자빠지는 곳만 다를 뿐이지.(다음 회에 계속)정양환 ray@donga.com·유원모 기자}

    • 201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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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보 등 15개 언론사 -서울대 손잡고 가짜뉴스 가려낸다

    동아일보·채널A를 비롯한 국내 언론사 15곳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짜 뉴스’에 공동 대응하기로 하고 뉴스의 진위를 가려내는 팩트체크 시스템을 29일 출범시켰다. 이날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는 서울대 IBK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SNU 팩트체크’() 출범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팩트체크 시스템에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8개 신문사와 채널A, KBS, YTN 등 7개 방송사가 참여했다. SNU 팩트체크는 각 언론사가 취재한 팩트체킹 기사들을 취합해 1∼5점으로 점수화해 공개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사실’로 나타나고, 점수가 낮으면 ‘거짓’이라고 소개된다. 판단이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판단 유보’, 언론사마다 팩트체킹 결과가 다를 경우 ‘논쟁 중’이라고 표기된다. 이를 위해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는 학계 언론계 전문가 7∼11명이 참여하는 ‘팩트체크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할 방침이다.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네이버에도 서비스할 계획이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장은 “국내 대표 언론사들이 협업을 통해 공익적 목적의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시대에 SNU 팩트체크 시스템이 사회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9일 발표된 한국언론재단의 온라인 설문조사(성인 1084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6%는 가짜 뉴스 때문에 진짜 뉴스를 볼 때도 가짜로 의심한다고 답했다. 또한 10명 중 8명은 우리나라의 가짜 뉴스 문제가 심각하고 이로 인해 사회 분열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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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마음의 문을 조금씩만 열면…

    자신이 느끼는 고통을 누구도 알지 못하는 현실은 어떨까. 24일 발간된 신간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의 저자 마틴 피스토리우스(사진)는 실제 이 같은 상황을 겪었다. 감금증후군이란 특이한 병에 걸려 외관상 혼수상태로 보이지만, 의식은 있는 상태로 9년간 지냈던 것. 책 제목 역시 간병에 지친 그의 어머니가 저자가 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내뱉은 말이다. 책을 보면서 문득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공감하며 지냈는지 반문하게 됐다. 매일 아침 광화문역을 지나며 외면했던 장애인 단체의 외침부터 돈을 낸 손님이라는 이유로 식당 종업원에게 함부로 대한 점심시간의 후회까지. 짧은 하루 속에서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 수많은 행동이 있었다. ‘엄마…’의 저자는 타인에게 관심이 많았던 간병인 버나 덕분에 재활을 시작할 수 있었고, 지금은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마음의 문을 조금씩만 열면 놀라운 희망이 많아지지 않을까.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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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여행… ‘나영석표 예능’ 또 통했다

    《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다.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음식을 직접 해 먹는다. 지금까지 보여준 나영석 PD(사진)의 스타일 그대로다. tvN의 신규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 얘기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또 한 번 반응했다. 24일 방송된 첫 회 평균 시청률은 6.2%(닐슨코리아), 최고 시청률은 8.5%까지 치솟았다. 시청률이 기대에 못 미쳤던 ‘신서유기3’과 ‘신혼일기’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윤식당’은 나 PD가 한국 사회의 현실을 잘 포착한 기획이었기 때문에 인기를 끌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윤식당은 해외에서 식당을 개업하는 판타지를 다뤘다. 경기가 계속해서 불황인 시기에 한 번쯤 꿈꿔 보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요소를 잘 끄집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나 PD는 20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누구나 여유로운 곳에서 나만의 작은 가게를 열어 보는 꿈을 꾸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기획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나영석표 예능’의 공통 키워드는 ‘음식’과 ‘여행’이다. 최근 5년간 나 PD가 제작한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신서유기’ 그리고 최근 종영한 ‘신혼일기’까지 모든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장치다. 일각에선 “나 PD의 출연진은 어떤 곳에 가든 요리하고, 먹고, 게임하는 게 전부”라는 힐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과 교수는 “나 PD 프로그램의 원형에는 KBS 재직 당시 제작한 ‘1박2일’이 자리잡고 있다”라며 “비슷한 포맷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자기 복제’라는 비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예능에서 쉽게 찾기 힘든 ‘스토리텔링’이 뿌리 깊게 나타나는 것 역시 그의 특징이다. ‘꽃보다 누나 시리즈’에선 이승기가 짐꾼 캐릭터로 변신했고, 삼시세끼에선 ‘차줌마’로 역할한 차승원이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윤 교수는 “출연진을 넘어 식물과 동물에까지 캐릭터를 부여하는 등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 준다”라고 말했다. 비판을 넘어 ‘자기 복제’ 논란 자체를 예능의 한 요소로 사용하기도 한다. 윤식당 1회에선 이서진의 서툰 주방 솜씨를 언급하며 3년 전 ‘삼시세끼’의 화면을 사용하고, ‘꽃보다 할배를 참조’하라는 메시지를 자막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나영석 자체가 브랜드화됐기 때문에 나 PD와 관련된 집단을 스토리텔링의 주요 축으로 삼는다. 국내 예능에선 처음으로 보여 주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본의 심야식당 시리즈처럼 나 PD의 예능 역시 지친 일상을 위로해 준다는 측면에서 단순한 음식이 아닌 ‘정신적인 허기’를 채워 주는 요소가 많다”라며 “청년과 노년층이 함께 나와 세대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등 사회가 원하는 모습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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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죽은 채로 살아온 9년… 기적이 왔다

    다소 자극적인 이 책의 제목은 저자가 실제로 어머니에게 들었던 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저자 마틴 피스토리우스는 12세가 된 1988년 원인을 모른 채 식물인간이 됐다. 기적과 함께 더 큰 절망은 4년 후 찾아왔다. 의식이 돌아왔지만 누구도 그가 의식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살아있음을 오직 자신만 아는 절대 고독의 상태. 현재의 의학 기술로 추정되는 저자의 병명은 ‘감금증후군’이다. 100만 명 중 1명 미만이 걸리는 불치병이다. 외관상 혼수상태 같지만 의식은 정상인과 동일하고 운동기능만 차단된 채로 지내게 된다. 이 책에는 ‘유령인간’으로 9년을 살아온 한 남자의 인생이 기록돼 있다. 절망, 고통, 외로움. 저자는 9년간의 시간을 이 셋과 함께했다고 고백한다. 돌봄 시설의 간병인들은 “쓰레기”라는 욕설과 함께 구타를 하고, 서슴없이 성폭행을 자행한다. 가족 파티에 참석한 한 친척은 “가엾은 저 애를 봐. 무슨 인생이 저러니”라는 말을 그의 눈앞에서 내뱉었다. 가장 큰 절망은 어머니의 입에서 나왔다. 간병에 지친 어머니가 자신의 눈앞에서 울먹이며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한 순간이다. 눈 뜨고 당한 그의 처절한 고통의 기록은 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기적 역시 주위 사람들로부터 나왔다. 간병을 하던 버나가 우연히 그와 마주친 눈에서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병원 검사 결과 그가 ‘살아있음’이 증명됐다. 이후 그는 재활치료를 통해 제자리를 찾아갔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웹디자이너로 활동하며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아간다. 문장은 담백하고, 구성은 간결하지만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그의 삶 덕분에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좌절, 고통, 분노, 고립감이 시대의 키워드가 된 지금, 절망을 헤쳐나간 그의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원제는 ‘Ghost boy’.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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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 인 컬처]“아낌없이 펑펑” 쌈짓돈 몇만원으로 즐기는 탕진의 행복

    “F=ma(힘=질량×가속도)니까 중력과 마찰력을 고려한 뒤, 삼각측량법으로 계산하면….” 대기오염 세계 2위란 ‘쾌거’가 전해진 날. 골방에 틀어박힌 에이전트2(정양환)는 뭔가를 끼적거리며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자, 요원7(임희윤)과 26(유원모)은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따져 물었다. “으응? 심, 심오한 물리학의 세계에 취해 있었다네.” “근데…, 뒤춤에 숨긴 건 뭐죠?” 재빨리 종이 한 장을 낚아챈 26. 넘겨받은 요원7은 얼굴빛이 달라졌다. “요새 ‘인형 뽑기’ 하느라 코빼기도 안 보였던 거요? ‘탕진잼’에 빠졌구먼.” 오호통재라. 탕진잼은 또 뭐기에 외계요원마저. 혹시 한때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며 ‘악마의 잼’으로 불린 누텔라의 부활인가. 위기감을 느낀 에이전트26은 2의 뒷덜미를 질질 끌고 곧장 수사에 착수했다.○ 아낌없이 펑펑 써라, 단 3만 원 이하로 “최근 자신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가진 돈을 다 써 버리며 재미를 찾는다는 뜻의 ‘탕진잼’(탕진 재미)이란 말이 유행이다.”() 탕진(蕩盡)이라…. 그 옛날 동화책에서나 접하던 단어가 21세기에 인기라니. 일단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의 도움을 얻어 탕진잼의 실체부터 파악해 봤다. 10∼30대 남녀 600명에게 모바일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49%가 탕진잼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한국 청년층 둘 중 하나는 해본 적이 있다는 소리다. 경험자로 범위를 좁혔더니 20.3%는 ‘최소 주 1회 이상’ 탕진잼을 맛보고 있었다. ‘주 3회 이상’도 4.2%나 됐다. 탕진잼을 즐기는 분야(복수 응답)는 무척 다양했다. 남녀 모두 먹는 걸(71.3%)로 돈 써본 경험이 가장 많은 가운데, 여성은 의류(66.7%)와 미용(57.1%)이 뒤를 이었다. 남성은 전 분야가 엇비슷했으나, 최근 번화가에 급속도로 늘어난 ‘인형 뽑기방’(27.1%)을 즐기는 비율이 여성(17.9%)보다 훨씬 높았다. 에이전트26이 만난 금융사 직원 이모 씨(31)도 1주일에 두세 번씩 인형 뽑기방을 찾는 덕후. 지난 3개월 동안 50만 원 이상 썼다. 하도 갔더니 알바생이 공짜로 횟수도 늘려주고 대신 뽑아준 적도 있단다. 그는 왜 이런 탕진잼에 빠졌을까. “직장인이 스트레스 풀 방법이 별로 없잖습니까. 술 먹는 것도 지겹고. 우연히 해봤는데 어릴 때가 떠오르고 좋더라고요. 게다가 2만∼3만 원어치 동전 쌓아놓고 딱 하면 라스베이거스에 간 느낌이랄까, 하하. 어차피 월급 사정 뻔하니까 기분 한번 내는 거죠.”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그들의 탕진은 탕진이라 하기도 멋쩍었다. 1번에 ‘3만 원 이하’가 48.3%였다. 그저 주머니에 가진 돈 털어 흥 한번 내는 찰나의 만족. 그들은 그걸 스스로 탕진이라 부르고 있었다.○ 거친 생각과 불안한 미래와 그걸 지켜보는 너 왜 요즘 젊은이들은 이렇게 탕진잼을 좋아할까.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족과 탕진재머(탕진잼을 즐기는 사람)는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둘 다 불확실한 미래보단 현재의 만족을 지향하는 공통점은 있죠. 허나 해외에서 들어온 개념인 욜로는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이 있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과소비를 추구하는 삶입니다. 반면 탕진잼은 장기 불황에 청년 실업난이 겹친 한국적 상황이 반영된 거예요. 쌈짓돈 쓴 것도 탕진이라 부르는 일종의 반어법이죠. 청년세대의 박탈감이 깊게 깔려있다고 봐야 합니다.” 문구점에서 필기구 등 사무용품을 사며 탕진잼을 즐긴다는 서모 씨(28·여)도 비슷한 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1주일에 최소 한 번씩 가는데 적은 비용으로 큰 만족을 얻는 기쁨이 너무 크다”며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에서 자기 위안을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문조사도 왠지 모를 서글픔이 묻어났다. 탕진잼을 즐기는 이유로 ‘현재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30.1%)라거나 ‘어차피 돈이 모이지도 않으니 아낌없이 쓰고 싶다’(14.0%)는 응답이 적지 않았다. 더 안타까운 건 겨우 ‘몇만 원의 사치’를 부린 것임에도 ‘탕진잼을 벌인 뒤 후회가 밀려온다’(23.8%)는 이들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에이전트26은 그제야 잡았던 요원2의 뒷덜미를 놓았다. 나름 거기서 위안을 찾는지도 모르고. 26은 따뜻한 눈길로 2를 일으켜 세웠다. “뽑기가 그리 재밌어요? 그간 인형은 얼마나 모았는데요?” “어…, 자취방에 200개쯤? 근데 월급 가불한 거 다 썼는데 돈 좀 꿔줘라.” 그래, 선배를 위해 뭐가 아까우랴. 얼른 병원에 방 하나 잡아야겠다.(다음 회에 계속)정양환 ray@donga.com·유원모 기자}

    •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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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23일은 안희정… 오후 2시 50분에 만나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출연하는 채널A ‘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가 23일 오후 2시 50분 방송된다. 이 프로그램은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들과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진솔한 만남을 주선해왔다. 안 지사는 이 프로그램의 네 번째 출연자다. 이에 앞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출연했다. 18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녹화 현장에는 대학생 60여 명이 방청객으로 참여했다.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청년과의 소통을 즐겨온 안 지사는 현장을 찾은 방청객들과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김승련 채널A 정치부장이 사회를 맡고, 동아일보 정성희 송평인 논설위원과 박용 경제부 차장, 홍성규 채널A 정치부 차장이 패널로 참여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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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사나운 개도 ‘개통령’ 앞에선 순한 양이 된다

    마구 짖어대는 사나운 개,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난폭한 개까지. 모두 그 앞에 서면 ‘착한 개’로 변한다. 사람들은 그에게 열광했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등에 출연한 그에게 시청자들이 붙여준 별명은 ‘갓형욱’ ‘개통령’.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32) 얘기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인간과 반려동물의 공존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소통형 반려동물 교육 방식도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출연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시청자 투표 1위를 기록했고, 다음 달부터 채널A ‘개밥 주는 남자 시즌2’에 고정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20일 경기 남양주시 보듬컴퍼니 훈련소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이렇게 운을 뗐다. “제가 추구하는 반려견과의 소통 방식을 알리고 싶어 TV 출연에 나섰어요. 새로 맡게 된 채널A ‘개밥 주는 남자’에서 다양한 교육 방식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는 반려견 훈련사가 된 것을 ‘운명적’이라고 표현했다. “‘개 공장’을 운영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반려견과 노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고, 행복했어요. 몰티즈, 요크셔테리어, 진돗개 등 개 이름으로 한글을 익힐 정도였으니까.” 강 씨의 훈련 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노르웨이 유학 경험이다. 그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놀란 것은 짖는 개를 절대로 제지하지 않는 태도”라며 “반려견을 편안하고, 여유 있게 대하는 교육 방식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그가 내세우는 반려견 훈련 방식의 핵심은 ‘눈높이 맞추기’다. 강압적, 즉각적인 방식과 시설에 반려동물을 맡기는 위탁형 교육 방식을 철저히 배제한다. 실제 이날 찾은 보듬컴퍼니에는 위탁 반려견이 한 마리도 없었다. 강 씨는 “족집게식 인문학 강의가 유행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반려동물 교육에 있어서도 ‘빨리빨리’에 집착한다”며 “다소 귀찮을 수 있지만 보호자가 함께 와서 교육을 진행해야 그 효과가 지속적이고,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그의 특징은 반려견이 아닌 사람의 변화다. “반려견이 미용실에 가면 너무 짖는다고 상담을 호소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낯선 사람이 자꾸 만지면 개 입장에선 짖어야 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닐까요? 반려견 역시 우리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상황과 입장, 태도가 달라집니다.”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에 대해 객관적으로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예를 들어 칠레 수도인 산티아고에는 70만 마리의 유기견이 있다고 한다. 반면 내가 유학한 호주나 노르웨이에서는 정말로 유기견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라며 “반려동물에 대한 태도는 그 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적인 현실과의 관련성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반려견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줬던 그는 앞으로 노인과 어린이를 위한 상담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봉사활동부터 시작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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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밀레니얼-日 사토리-中 단선거우… 한국의 ‘n포 세대’와 흡사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 일본의 ‘사토리(さとり) 세대’ 그리고 중국에는 ‘단선거우(單身狗) 세대’까지. 한국의 ‘n포 세대’와 비슷한 뜻을 가진 해외의 신어들이다. 최근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해외에서도 청년 세대의 열악한 현실을 반영한 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1년부터 2000년대에 태어난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이 사회생활에 진입할 무렵인 2007년 미국의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대량 해고와 고용난에 시달려 서글픈 세대로 불린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는 한국어로 풀이하면 ‘득도(得道) 세대’쯤 된다. 1990년대 이후 일본 사회가 장기 불황에 들어서면서 일과 연애 등을 포기하고, 희망과 의욕 없이 무력해진 청년 세대의 모습을 반영한 신어다. 앞서 2000년대 초반에는 느슨한 교육을 받아 무기력과 유약한 특징을 보이는 청년 세대를 뜻하는 ‘유토리(餘裕·여유)’ 세대가 유행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n포 세대를 뜻하는 단선거우 세대가 있다. 솔로(單身)와 개(狗)를 합친 말로 연애를 못 하는 젊은층 사이에서 자조적인 표현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금수저 흙수저와 비슷한 의미의 ‘푸얼다이(富二代)’와 ‘핀얼다이(貧二代)’ 역시 유행 중이다. 최근 변화된 정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한 신어도 많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화두로 떠오른 정치적 올바름(PC)을 반영한 ‘Woke족(族)’이 새롭게 유행하고 있다. ‘wake(깨어 있다)’의 과거형으로 흑인과 여성, 성소수자의 인권 등 진보적인 정치 의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깨시민’(깨어 있는 시민)과 유사하다. 중국에선 한국의 ‘스몸비’(스마트폰 좀비)와 유사한 디터우(低頭)족이 많아지고 있다. 고개 숙여 자신의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젊은층을 뜻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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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뉴스]‘X세대’부터 ‘흙수저’까지…신어로 본 한국사회

    #1.‘신어(新語)’로 본 한국사회-사회 불만 표현 수위 높아졌다#2.“방학이 되면 국내파와 해외파 오렌지족이 어울려 사치 퇴폐 행각을 일삼는다. (중략) 종전엔 식당이나 록카페에서 파트너를 물색했는데, 요즘엔 그랜저 승용차 등을 몰고 가다 길가는 여학생 옆에 세워놓고 ‘야, 타라’ 하며….”(동아일보 1994년 1월 22일자)“1990년대 초반 오렌지족이 엄청난 폭발력을 지녔던 이유는 당시 급격한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비추는 ‘사회적 거울’이었기 때문이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3.사람·세대를 지칭하는 신어(新語)가 한 해 수백 개씩 쏟아집니다. 동아일보가 당대 혹은 지금까지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말을 중심으로 최근 25년(1992~2016년) 동안 시대를 따라 흐른 신어 211개를 정리했습니다. 오렌지족 이후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거울은 어떤 게 있었을까요?#4.1994년 국내에 ‘X세대’가 등장했습니다. 한 화려한 TV 광고에서 세련된 이미지로 포장된 X세대는 통통 튀는 ‘신세대’를 지칭하는 보통명사로 정착했죠. 정치적 신인류라 할 ‘386세대’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였죠.“가난 탈출이나 군사독재가 시대적 화두였던 이전과 달리 1990년대는 경제적 안정과 민주화가 함께 발흥한 시기다. 본격적으로 소비문화가 발흥한 시점에 두 신어(오렌지족, X세대)가 유행한 건 우연이 아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5. 신어들을 보면 1990년대는 낙관과 비관이 절묘하게 균형을 맞추던 시기였습니다.긍정 혹은 가치중립적 신어(15개)와 부정적 신어(16개)의 비율이 거의 동일했죠.하지만 1997년경 한국 사회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신어 ‘왕따’도 탄생했습니다. 왕따는 점차 과열돼 가던 경쟁사회의 우울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죠.#6.21세기 초반 신어 역시 동전의 양면처럼 빛과 그림자가 공존했습니다. 2002년 ‘월드컵 세대’가 확산됐고,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추구하는 ‘웰빙족’이 인기를 끌었죠. 반면 ‘사오정’(45세면 정년) ‘오륙도’(56세에 회사 다니면 도둑) ‘이태백’(20세 태반이 백수) 등 우울한 세태를 반영한 신어도 많았습니다. ‘얼짱’ ‘몸짱’ ‘꿀벅지’ ‘베이글녀’ 등은 한국적 외모지상주의를 그대로 반영했죠.#7.최근 신어들은 파괴적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같은 의미라도 ‘성형미녀’가 아닌 ‘성괴’(성형괴물)로 더 파괴적이죠. 부모 신세를 지는 젊은이들을 부른 ‘캥거루족’(1990년대 후반) ‘연어족’도 ‘빨대족’ ‘등쳐족’(부모 등쳐먹는 족속) 등 공격적으로 변모했습니다.계층·계급적 불만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태백’ ‘88만원 세대’ ‘n포세대’ ‘헬조선 세대’ ‘흙수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등으로 신어의 의미는 갈수록 더 과격해지죠.#8.“신어는 당대의 사회 구성원이 말하고자 하는 가치와 방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한국 사회에서 부정의 가치가 점점 노골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길임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언어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입니다.앞으로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신어가 쏟아지는 시대가 도래 할 수 있을까요?원본: 정양환·유원모·이지훈 기자기획·제작: 이유종 기자·신슬기 인턴}

    •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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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두산 순교기념관 50돌… 25일부터 특별전

    가톨릭 순교자들이 겪은 박해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전시회가 열린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절두산 순교성지(주임 원종현 신부)는 25일부터 10월 21까지 순교기념관 축성·봉헌 5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인 모멘텀(IN MOMENTUM)’을 연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한국 교회사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파리외방전교회 레옹 피숑(한국명 송세흥·1893∼1945) 신부와 한국천주교순교자현양회가 수집한 유품 등이 공개된다. 김대건 신부의 서한을 비롯해 김수환 추기경 등 역대 서울대교구장의 유품과 사제들의 기증품도 전시된다. 또 박해 시기 당시 교우촌인 여사울, 계촌리, 삽티리에서 발굴된 순교자들의 유물과 사료를 바탕으로 제작한 ‘103위 표준 영정’도 만나볼 수 있다. 서울 마포구 한강변에 있는 절두산은 국내의 대표적인 가톨릭 순교 사적지다. 1866년 잠두봉이라 불리던 이곳의 이름이 절두산으로 바뀌었다. 같은 해 일어난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함대가 양화진까지 진출했다 물러나자 프랑스 함대와 가톨릭 신자들이 내통했다고 생각한 흥선대원군이 전국 각지에 척화비를 세우고 신자들을 처형했기 때문이다. 1866년부터 1871년까지 신자 8000여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이의송(1821∼1866) 등 200여 명이 절두산에서 참수를 당했다. 이의송을 비롯해 비교적 기록이 명확히 남은 순교자 13명은 현재 시복이 추진되고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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