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이런 복덩이가 없다. 막내 구단 kt가 새 외국인 선수 댄 블랙 효과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당초 투수 3명과 타자 1명으로 외국인 선수를 구성했던 kt는 부진을 보이던 투수 앤디 시스코를 5월 말 방출하고, 대체 외국인 선수로 스위치 타자 블랙을 데려왔다.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던 kt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게 바로 신의 한 수가 됐다. 4일 SK전에서 국내 데뷔전을 치른 블랙은 이날 곧바로 3타수 3안타를 쳤고, 이후에도 연일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블랙은 17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는 4-2로 앞선 2회 이민호를 상대로 달아나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시즌 4호. 블랙은 이날까지 국내에서 치른 12경기 가운데 13일 넥센전을 제외하고는 11경기에서 안타를 쳤다. 또 같은 기간 동안 10경기에서 타점을 기록했다. 블랙의 가세 후 kt는 마르테-블랙-김상현으로 이어지는 막강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달 말에 시작되는 2016년도 프로야구 신인 지명을 앞두고 각 구단 스카우트들은 고민이 많다. 팬들의 눈높이는 류현진(LA 다저스)이나 김태균(한화)에게 맞춰져 있는데 데뷔 1, 2년 차부터 잘하는 선수들은 좀처럼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스카우트들은 “요즘은 고졸 신인이 입단해 1군 주전으로 성장하려면 5년은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군 3년과 군대 2년을 합해서 5년이다. 덩치는 커졌지만 체력과 기본기가 떨어지는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기존 선수들의 기량이 크게 향상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그러다 보니 데뷔 첫해부터 리그를 깜짝 놀라게 하는 ‘특급 신인’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데 예외적인 팀이 하나 있다. 서울 목동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넥센이다. 최근 넥센에서는 고졸 1, 2년 차 주전 선수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선발 투수 한현희(22), 필승조의 핵심 조상우(21)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최고 히트 상품은 고졸 2년 차 유격수 김하성(20)이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2차 3순위로 넥센에 입단한 김하성은 올해 메이저리그 피츠버그로 이적한 강정호의 빈자리를 말끔하게 메우고 있다. 16일 현재 성적은 타율 0.302에 12홈런, 44타점, 11도루다. 공격과 수비, 주루 등 무엇 하나 못하는 게 없다. 지금 추세라면 20홈런-20도루도 바라볼 만하다. 16일 롯데와의 경기에서는 고졸 왼손 신인 투수 김택형(19)이 5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넥센에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걸까. 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2년 10월 이후 넥센은 매년 1월 구단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스카우트, 운영팀, 홍보팀이 모두 모여 1박 2일 세미나를 연다. 일명 ‘선수 구분 세미나’로 이름 붙일 수 있는 이 행사에서는 허심탄회한 토론을 통해 신인을 포함한 2군 선수들을 세 부류로 나눈다. 1군 육성선수는 1, 2년 안에 1군에 올라올 선수, 미래 육성선수는 2∼3년을 지켜봐야 할 선수, 운영선수는 2군을 꾸려가는 선수다. 2014년 입단한 김하성은 그해의 1군 육성선수로 뽑혔다. 어쩌면 ‘주전 유격수’ 김하성의 운명은 그때 이미 결정됐는지도 모른다. 1군 육성선수가 되면 1군이 아니더라도 1군 대접을 받는다. 염 감독이 직접 훈련 계획을 짜고, 훈련 진행 상태를 점검한다. 김하성의 경우엔 기본기 강화와 체중 불리기가 과제였다. 김하성은 1군 엔트리에 빠져 있을 때도 1군과 동행했고, 1군에 올라올 때는 틈날 때마다 출전 기회를 받았다. 염 감독은 “강정호의 60%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김하성을 발탁했다. 그런데 자신감을 얻고 경기에 나가다 보니 어느덧 강정호의 80%를 하고 있다. 성장 속도가 놀라울 정도”라고 했다. 김택형 역시 지난해 대만 마무리캠프 때 염 감독이 직접 1군 육성선수로 뽑았다. 겨우내 투구 폼 교정에 매달린 끝에 고졸 신인 선발승이라는 성과를 내놨다. 염 감독은 “될성부른 떡잎들은 1군을 경험하는 것 자체로 많은 걸 배운다. 좋은 선수를 선택한 뒤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해줘야 선수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아직 좋은 선수라고 할 순 없지만 이렇게 야구 할 수 있는 건 모두 구단과 감독님 덕분이다. 기대를 받는 만큼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다”고 화답했다. 다른 구단의 한 스카우트는 김하성의 성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찌 보면 팀과의 궁합이다. 모든 지도자는 선수들이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염 감독은 김하성에게 큰 동기부여를 했고, 김하성은 자신감을 얻었다. 만약 김하성이 다른 구단에 입단해 보통 선수들처럼 키워졌다면 그는 지금도 그냥 2군 선수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NC전의 주인공은 올 시즌 처음 선발 투수로 등판한 왼손 투수 허준혁(23)이었다. 어깨 부상 중인 니퍼트의 대체 선발로 1군에 올라온 허준혁은 절묘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로 NC의 막강 타선을 꽁꽁 묶었다. 6이닝 무실점으로 2009년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보여줬다. 11일 두산-LG전에서는 진야곱(26)의 피칭이 빛났다. LG 에이스 소사와의 맞대결에서 그는 7이닝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진야곱도 이날 ‘인생투’를 던졌다. 두산이 올 시즌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데는 허준혁과 진야곱 같은 선수들의 깜짝 활약이 결정적이다. 둘의 공통점은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찾기 힘들었던 ‘왼손 투수’라는 것이다. 그동안 두산은 왼손 투수와 인연이 없었다. 2013년 유희관이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기 전까지 두산 왼손 투수 가운데 10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윤석환(1984, 1998년)과 레스(2002, 2004년)밖에 없었다. 그런데 요즘 두산은 왼손 투수를 빼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팀이다. 14일 1군에 등록된 12명의 투수 중 왼손 투수가 7명이나 된다. 왼손 선발 마운드를 이끄는 두 축은 유희관(29)과 장원준(30)이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유희관은 올해 한결 더 노련해진 피칭스타일을 뽐내며 15일 현재 삼성 피가로와 함께 다승 공동 선두(9승)에 올라 있다. 평균자책점(3.12)에서는 KIA 양현종(1.58)에 이어 2위다. 지난겨울 4년간 84억 원을 받고 롯데에서 이적한 장원준도 5승 3패 평균자책점 3.77로 마운드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상무를 제대하고 올해 팀으로 돌아온 이현호(23)는 든든한 허리 구실을 하고 있다. 니퍼트가 어깨 통증으로 1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된 7일 넥센전에서는 3회부터 나와 4와 3분의 1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15일 현재 이현호의 성적은 1승 2홀드에 평균자책점 4.26. 시즌 전 선발 후보로 꼽혔던 이현승(32)은 최근 1군에 올라와 투구 수를 늘려가고 있고, 함덕주(20)는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두산 관계자는 “살다보니 우리 팀에 이런 날이 다 있다. 부상 없이 시즌 끝까지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73세의 김성근 한화 감독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이해하기 힘든 심판 판정에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한화와 LG의 경기가 열린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한화가 추격을 전개한 3회말 2사 1, 2루에서 상황이 벌어졌다. LG 투수 임정우가 한화 대타 김태완을 상대로 노볼 투스트라이크에서 던진 커브는 땅에 닿을 정도로 낮게 떨어졌다. 그런데 문승훈 구심은 곧바로 스트라이크를 선언했고, 김태완은 삼진 처리됐다. 그러자 김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와 강력히 강의했다. 최근 심판들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종종 불만을 표출했던 김 감독이지만 이날처럼 격렬한 반응은 볼 수 없었다. 누가 봐도 스트라이크로 보기 힘든 공이었다. 김 감독은 항의의 표시로 4회초 수비에 들어가기 전 선수들을 그라운드에 내보내지 않았다. 몰수패를 막기 위해 포수 허도환만 그라운드에 내보냈다. 문 구심은 한화 더그아웃으로 가 상황 설명을 했고 김 감독도 마지못해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불쾌한 표정은 감출 수 없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엘클라시코’(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대결)가 있다면 한국 프로야구에는 ‘엘넥라시코’(LG와 넥센의 대결)가 있다. 명색이 라이벌전이지만 결과를 들여다보면 승리한 쪽은 거의 언제나 넥센이었다. 2008년 창단한 넥센은 2010년 한 해를 제외하곤 매년 상대 전적에서 앞섰다. 특히 2011∼2013년 3년간은 각각 12승 7패, 13승 6패, 11승 5패를 기록했다. 2010년에도 9승 10패로 호각세였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11일 현재 넥센은 LG에 5승 1패로 앞서 있다. 승부가 한쪽으로 기울 만큼 전력 차가 큰 것은 아니다. 그런데 넥센 선수들은 “이상하리만치 LG랑만 붙으면 질 것 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1일 땜질선발로 LG전에 등판한 넥센 송신영은 7이닝 2피안타 1실점의 깜짝 호투를 선보였다. 특히 3회 최경철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뒤엔 5이닝 퍼펙트피칭을 했다. 송신영은 경기 후 “내가 봐도 미친 것처럼 잘 던졌다”고 말했다. 반대로 LG 선수들은 넥센만 만나면 뭐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어이없는 범실을 저지르곤 한다. 지난달 2일 경기에선 김영관이 1회부터 실책을 저지르더니 이후에도 두 차례나 더 실책성 플레이를 했다. 지난달 19일 경기에서는 손주인이 런다운에 걸린 주자를 실책으로 살려준 끝에 10-12로 패했다. 4월까지 5할 승률을 유지했던 LG는 5월 1∼3일 넥센과의 잠실 3연전을 모두 내준 뒤 9위로 추락했고, 이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LG와 NC의 대결인 ‘엘엔라시코’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9위 LG는 선두 팀 NC에는 올해 6승 1무 1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달 2∼3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3연전은 누구도 예상 못한 반전의 연속이었다. NC는 5월 한 달간 20승 1무 5패(승률 0.800)의 무서운 상승세를 탔던 반면 LG는 5월에 최악의 성적(8승 1무 18패)을 거뒀다. 그런데 LG는 3연전 내내 투타에서 NC를 압도하며 세 경기를 내리 이겼다. NC 관계자는 “쉽게 질 경기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경기가 꼬였다”고 말했다. LG전에서의 부진으로 3위까지 떨어졌던 NC는 최근 4연승을 거두며 10일 현재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그런 NC의 믿을 구석은 ‘LG의 천적’ 넥센이다. 올해 ‘엔넥라시코’(NC와 넥센의 대결)에서 NC는 4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물고 물리는 세 팀의 대결은 앞으로 순위 싸움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화제의 팀 한화에 또 한 명의 신성(新星)이 등장했다. 야구 이력이 특이한 신성현(25·사진)이 주인공이다. 신성현은 1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방문경기에 6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0-1로 뒤진 4회초 무사 만루에서 차우찬을 상대로 담장 가운데를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자신의 데뷔 첫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장식한 것. 덕수중을 졸업한 신성현은 일본 유학파 선수다. 교토국제고를 다닌 그는 고교 졸업 후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에 4라운드로 지명까지 받았다. 하지만 5년간 2군에만 머물다 2013시즌 후 방출됐다. 귀국한 뒤엔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 입단했지만, 무릎 부상을 당한 데 이어 지난해 말 팀이 해체돼 갈 곳을 잃었다. 하지만 원더스 시절 인연을 맺은 김성근 한화 감독이 다시 그를 불렀다. 재활을 마친 그는 지난달 19일 육성선수로 계약했고, 8일 만인 27일에는 1군에 올라왔다. 6월 4일 넥센전에서 첫 안타를 신고한 그는 이날 첫 홈런까지 때려내며 팀의 7-2 승리를 이끌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류현진(LA 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처럼 한국 프로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가 나오고 있지만 2000년대 초만 해도 메이저리그는 한국 선수들이 꿈꾸기 힘든 무대였다. 그런데 당시 한국을 찾은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미국에 데려가고 싶은 선수로 정수근(당시 두산·은퇴)을 꼽았다. 그가 밝힌 이유는 “딱∼ 하고 공이 방망이에 맞는 순간 이미 공이 떨어질 위치에 가 있더라”라는 것이다. 올해 프로야구에도 이 같은 ‘신기(神技)’를 보여 주는 선수가 있다. 삼성 중견수 박해민(25)이다. 박해민의 수비를 보고 있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정말이지 딱∼ 하는 소리가 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공이 떨어질 위치를 향해 뛰어가고 있다. 스타트가 워낙 좋아 보통 선수가 어렵게 잡을 타구를 쉽게 잡는다. 다른 선수라면 아예 잡을 엄두도 못 낼 타구도 온 몸을 날려 낚아챈다. ‘박해민 슈퍼캐치’라고 검색해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진기명기에 나올 만한 호수비가 줄줄이 나온다. 자기 팀 선수들은 “와우(Wow)”라고 외치겠지만, 상대팀 선수들은 “오 마이 갓(Oh, my god)”을 내뱉을 만한 수비다. 지난달 26일 넥센과의 경기에서 7회 김민성의 타구를 펜스에 부딪치며 잡아내는 장면이나, 4월 30일 LG와의 경기에서 정의윤의 홈런성 타구를 낚아채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런 수비는 경기의 흐름을 바꿀 뿐 아니라 팀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관중의 함성으로 가득 찬 야구장에서 박해민은 어떻게 소리로 타구의 거리와 방향을 판단할까. 그는 “설명하긴 어렵지만 타구 음을 들으면 느낌이 온다. 중견수이기 때문에 투수가 던지는 공의 위치와 타자의 스윙 궤적을 볼 수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현역 시절 중견수로 이름을 날렸던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스피드와 위치 선정, 타구 판단 능력의 3박자가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수비로만 보자면 단연 한국 프로야구 최고”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박해민이 타고난 천재는 아니다. 오히려 그는 ‘실패의 아이콘’에 가까웠다. 신일고를 졸업한 2008년 그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는 데 실패했다. 한양대를 졸업한 2012년 드래프트에서도 모든 구단으로부터 외면당했다. 그에 대한 스카우트들의 평가는 “발만 빠르다”는 것이었다. 방망이도 시원찮고, 어깨 부상 전력으로 송구 능력도 떨어지는 그를 원하는 구단은 없었다. 2012년 간신히 삼성에 신고 선수(연습생)로 입단한 그는 상무에 입대해 군대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상무의 입단 테스트에서도 낙방했다. 가장 가깝게는 지난해 삼성의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2년 만에 최강 삼성의 주전 중견수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특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박해민은 “아무리 봐도 내가 1군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수비밖에 없었다. 선천적인 재능이 중요한 타격과 달리 수비는 노력으로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다. 외야 펑고 하나를 받을 때도 절실하게 매달렸다. 연습 때 했던 노력이 실제 경기에서 한두 번 호수비로 이어지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어느덧 그는 삼성 라인업에서 빠져서는 안 될 선수로 성장했다. 자주 경기에 나가다 보니 방망이 실력도 부쩍 늘어 9일 현재 타율 0.301(193타수 58안타)을 기록 중이다. 빠른 발을 이용한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3루타는 10개 구단 모든 선수를 통틀어 1위(4개), 도루는 2위(21개)를 기록 중이다. 많은 청춘이 힘들다고 말하는 요즘 박해민이 던져 주는 메시지는 큰 울림이 있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 그리고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하라. 이왕 하려거든 열심히 하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은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잖아요. 지난 두 대회보다 무조건 더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9일 이승훈(27·대한항공)의 목소리는 밝았다. 이날 새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는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를 평창 겨울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이 종목 세계 최강자인 이승훈은 이번 결정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그는 “얼마 전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스케이트를 타야 하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기쁜 소식을 확인했다. 그리고 죽어라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사상 첫 올림픽 3종목 메달 도전 이승훈은 “저는 참 복이 있는 선수인 것 같아요”라고 했다. 끊임없이 동기를 유발하는 일이 생기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 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5000m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지난해 열린 소치 올림픽에서는 후배 김철민-주형준과 함께 남자 팀 추월에서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다. 3년 뒤 평창 올림픽에서는 매스스타트라는 새로운 종목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금메달도 바라볼 수 있다. 이승훈은 201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 1, 3, 5차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6차 대회에 불참했지만 총점 450점으로 정상을 지켰다. 이승훈은 “현재로선 매스스타트가 가장 메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다른 종목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남자 5000m와 1만 m, 1500m, 팀 추월까지 5종목에 모두 출전하고 싶다. 생애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올림픽이니만큼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 쇼트트랙의 강점 극대화 매스스타트는 시간을 측정해 순위를 정하는 스피드스케이팅의 다른 종목과는 달리 수십 명의 선수들이 레인 구분 없이 경기를 벌여 결승선 통과 순서로 순위를 가린다. 400m 트랙을 2013∼2014시즌에는 25바퀴, 2013∼2015시즌에는 16바퀴 돌았다. 평창 올림픽에서의 경기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 치르든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이승훈에게는 최적화된 종목이다. 이승훈은 이미 1만 m나 5000m를 탈 때부터 코너워크에 강점을 보였다. 예전부터 그는 훈련 때 쇼트트랙 연습에 많은 비중을 뒀다. 매스스타트에서는 제치기나 따라붙기도 필수 전술인데 이승훈은 이 부분에도 이미 능숙하다. 그는 “쇼트트랙에서 매일 배우는 게 코너를 돌면서 추월하는 기술이다. 또 쇼트트랙은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줄지어 타는 게 일상화돼 있는데 이 기술은 매스스타트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유럽 등 상대 선수들의 집중 견제는 불 보듯 뻔하다. 이승훈은 “대회를 치를 때마다 외국 선수들이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인다. 유럽 선수들은 국적을 떠나 클럽으로 묶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곧잘 팀을 이뤄 전략과 전술을 펼친다. 쇼트트랙 못지않게 작전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누가 파트너가 될지 모르지만 후배 선수들과 힘을 합해 멋진 레이스를 펼쳐 보고 싶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에 걸린 금메달은 모두 98개였다. 2018 평창 올림픽에서는 겨울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이 100개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8일(현지 시간) 평창 올림픽에서 새로 선보일 세부 종목을 발표할 예정이다. AP 등에 따르면 올림픽 진입이 유력한 종목은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와 컬링 남녀 혼성, 스노보드 ‘빅에어’, 프리스타일 스키 ‘빅에어’ 등이다. 이미 각 국제연맹에서 이 네 종목을 추천했고, 집행위원회 승인이라는 최종 단계만 남겨 둔 상태다. 매스스타트 종목 추가는 한국 선수단에는 희소식이다. 매스스타트는 결승전 통과 시간으로 순위를 정하는 스피드스케이팅의 다른 종목과 달리 수십 명의 선수가 레인 구분 없이 경기를 진행해 결승선 통과 순서로 순위를 가린다. 쇼트트랙의 레이스 방식을 가미한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이다. 한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27·대한항공)은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이승훈은 201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 450점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승훈은 월드컵 1차, 3차, 5차 대회 등 3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혼성 컬링 역시 한국이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이다. 4명이 출전하는 기존 컬링과 달리 혼성 컬링은 남자 1명과 여자 1명 등 두 명이 출전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에 걸린 금메달은 모두 98개였다. 2018 평창올림픽에서는 겨울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 개수가 100개를 넘길 전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8일(현지시간) 평창올림픽에서 새로 선보일 세부 종목을 발표할 예정이다. AP 등에 따르면 올림픽 진입이 유력한 종목은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와 컬링 남녀 혼성, 스노보드 ‘빅에어’, 프리스타일 스키 ‘빅에어’ 등이다. 이미 각 국제연맹에서 이 네 종목들을 추천했고, 집행위원회 승인이라는 최종 단계만 남겨둔 상태다. 매스스타트 종목 추가는 한국 선수단에는 희소식이다. 매스스타트는 결승전 통과 시간으로 순위를 정하는 스피드스케이팅의 다른 종목과 달리 수십 명의 선수들이 레인 구분 없이 경기를 진행해 결승선 통과 순서로 순위를 가린다. 쇼트트랙의 레이스 방식을 가미한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이다. 남자는 400m 트랙 35바퀴를, 여자는 25바퀴를 돈다. 한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27·대한항공)은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이승훈은 201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 450점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승훈은 월드컵 1차, 3차, 5차 대회 등 3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혼성 컬링 역시 한국이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이다. 4명이 출전하는 기존 컬링과 달리 혼성 컬링은 남자 1명과 여자 1명 등 두 명이 출전한다. 한 엔드 당 던지는 스톤은 6개로 기존 컬링보다 2개 적다. 빅 에어는 점프대에서 도약해 점프, 회전, 착지, 비거리 등의 기술을 겨루는 종목으로 외국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그 동안 이벤트 대회로만 열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주말 모처럼의 라운딩에서 ‘양파(더블 파)’를 기록한 주말 골퍼에게 위안이 될 만한 소식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친다는 타이거 우즈(40·미국·사진)도 ‘양파’를 했다. 스코어 역시 주말 골퍼 수준인 85타였다. 우즈는 7일 미국 오하이오 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3라운드에서 13오버파 85타를 쳤다. 1996년 PGA투어 데뷔 후 최악의 스코어다. 우즈는 2월 피닉스오픈 2라운드에서 82타로 역대 개인 최악의 스코어를 냈는데 4개월 만에 이를 경신했다. 우즈는 이날 버디는 한 개에 그쳤고 보기 6개, 더블보기 2개에 쿼드러플 보기까지 1개 기록했다. 특히 18번홀(파4)은 악몽 그 자체였다. 티샷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렸고, 드롭한 뒤 친 세 번째 샷도 짧아 그린 위에 올리지 못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샷은 각각 뒤땅을 쳤고 여섯 번째 샷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다. 여기에 투 퍼트를 하면서 더블 파를 기록했다. 중간합계 12오버파가 된 그는 컷을 통과한 선수 중 꼴찌인 71위에 자리했다. 야후스포츠는 “우즈는 2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약 2m짜리 파 퍼트를 성공시켜 간신히 컷을 통과했는데 차라리 이 퍼트를 놓치는 게 나을 뻔했다”고 전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이정민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정민(23·비씨카드·사진)은 7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CC 스카이 오션코스(파72·6134야드)에서 끝난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하며 올 시즌 가장 먼저 3승 고지에 올랐다. 지난주 열린 E1 채리티오픈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우승이다. 이정민은 지난달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했다. 개인 통산 7승째. 전날 2라운드까지 선두였던 박성현(22·넵스)에게 3타 뒤진 단독 2위로 이날 최종 3라운드에 돌입한 이정민은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이정민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 퍼팅에 실패해 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로 경기를 마쳤다. 동타를 기록 중이던 박성현은 1m도 안 되는 버디 퍼팅을 남겨두고 있어 준우승이 유력했다. 하지만 생애 첫 우승에 대한 부담을 안고 친 박성현의 버디 퍼팅은 홀을 빗나갔고, 둘은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이정민은 버디를 잡아내며 보기에 그친 박성현을 제치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 1억2000만 원을 더한 이정민은 시즌 상금 4억1434만8750원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한 전인지(4억1399만1500원)를 제치고 상금 랭킹 선두에 올랐다. 대상포인트에서도 207점으로 전인지(169점)에게 앞서 1위가 됐다. 이정민은 “동반 플레이를 한 박성현의 드라이버 비거리가 나보다 10야드 정도 더 나갔다. 예전 같았으면 나도 세게 치려고 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샷을 친 게 주효한 것 같다. 100% 힘으로 쳤다면 우승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 스스로를 잘 컨트롤하고 있기 때문에 시즌 초반에 빠른 페이스로 우승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금 야구가 문제인가, 사람이 먼저다.” 프로야구 한화 김성근 감독은 5∼7일 kt와의 3연전이 열린 대전구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취재진을 맞았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는 야구장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 감독은 “이런 때에 야구를 하는 게 맞는 일인가.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르다. 선수들은 건강해서 괜찮다고 해도 관중에게 옮기기라도 하면 어쩔 것인가. 상황이 심각하다면 리그를 잠시 중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 혼돈에 빠진 프로야구 지난달 말까지 늘어나던 야구장 관중은 메르스가 확산되며 감소세가 뚜렷해졌다. 특히 메르스의 1차 진원지인 경기 평택과 가까운 수원을 안방으로 쓰는 kt는 직격탄을 맞았다. 2∼4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SK와의 3연전 관중은 각각 3091명과 2208명, 2009명밖에 되지 않았다. 4일 관중 수는 올 시즌 수원구장 최소 관중이었다. kt는 야구장을 찾은 관중에게 무료로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까지 막을 순 없었다. kt는 앞으로 예정된 안방경기를 메르스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치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다른 구단들 역시 관중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르스 사태 전까지 한화는 24번의 안방 경기 중 12차례나 매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5일과 6일에는 4427명, 8402명만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찾았다. 7일 관중은 7210명이었다. 평소 토요일 2만 명을 훌쩍 넘기던 서울 잠실구장의 6일 관중은 1만2301명에 그쳤다. 수도권 구단의 마케팅 관계자는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언제까지 이 사태가 지속될지 몰라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반면 메르스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6일 열린 NC-삼성전은 만원 관중(1만1000명)을 기록했다.○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 오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선수 가운데 감염자가 나오는 것이다.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환자 선수가 나오면 그 선수와 운동장에서 접촉한 동료 선수들 및 관계자들은 모두 격리돼야 한다. 당연히 정상적인 리그 운영이 어려워진다. 보건당국은 아직까지 모든 감염은 병원 내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병원 입원자나 방문자, 의료진 등만 감염됐을 뿐 병원 밖을 벗어난 지역 감염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7일 정부가 발표한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온 병원 24곳 가운데는 삼성서울병원(서울 강남구)과 서울아산병원(서울 송파구)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소재의 많은 학교가 임시 휴교령을 내린 상태다. 이 지역에는 여러 명의 선수가 거주하고 있다. A구단 관계자는 “만에 하나라는 걸 무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선수도 그렇지만 야구장을 찾은 관중 가운데 확진환자가 나오면 어떡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막연한 불안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B구단 관계자는 “백화점과 놀이공원 등도 다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직장인들도 모두 회사를 나간다. 리그를 중단할 정도의 사태는 아닌 것 같다. 상황을 주시하며 정부 지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 국제대회도 울상 메르스는 국제대회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15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 참가 중인 한국 대표팀은 13, 14일 수원에서 열릴 예정인 일본과의 경기에서 흥행을 걱정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일전은 누구나 기대하는 빅카드지만 장소가 수원이라 많은 관중이 찾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0일 개막 예정이었던 2015 수원 컨티넨탈컵 U-17 국제청소년축구대회는 메르스 확산 여파에 따라 8월로 잠정 연기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역대 최다 타수 차 우승(10타·마크 리슈먼)에는 이르지 못했다. 역대 최소 타수 우승(21언더파 263타·이승호)도 실패했다. 하지만 그보다 값진 생애 첫 우승은 지켜냈다. 늦깎이 골퍼 이태희(31·OK저축은행·사진)가 데뷔 9년 만에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태희는 7일 경기 여주의 360도CC(파71·7024야드)에서 끝난 넵스 헤리티지에서 최종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정상에 올랐다.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한 타를 잃었지만 3라운드까지 벌어놓은 점수 덕에 우승할 수 있었다.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3라운드까지 2위 서형석에게 9타를 앞선 탓에 우승은 무난해 보였다. 하지만 골프는 마지막 장갑을 벗을 때까진 알 수 없는 스포츠다. 이날도 그랬다. 이태희가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우승자인 ‘일병’ 허인회가 무섭게 추격했다. 16번홀까지 허인회는 7개의 버디로 7타를 줄였고, 이태희는 한 타를 잃으면서 둘의 격차는 2타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마지막 두 홀 연속 이태희는 파를 지켰고, 허인회 역시 스코어를 줄이지 못하면서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허인회는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로 단독 2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 총상금은 입장권, 기념품 판매 수익금을 더해 6억3236만7000원으로 결정됐고, 이태희는 총상금의 20%인 1억2647만3400원을 받았다. 우승 뒤 상의를 벗는 세리머니를 한 이태희는 “올해 우승하면 속옷만 입고 그린 주변을 뛰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약속을 지키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행동하려 했다(웃음). 그동안 우승이 없어 힘들었다.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다”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이정민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정민(23·비씨카드)은 7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CC 스카이 오션코스(파72·6134야드)에서 끝난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하며 올 시즌 가장 먼저 3승 고지에 올랐다. 지난주 열린 E1 채리티오픈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우승이다. 이정민은 지난달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했다. 개인 통산 7승째. 전날 2라운드까지 선두였던 박성현(22·넵스)에 3타 뒤진 단독 2위로 이날 최종 3라운드에 돌입한 이정민은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이정민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 퍼팅에 실패해 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로 경기를 마쳤다. 동타를 기록 중이던 박성현은 1m도 안 되는 버디 퍼팅을 남겨두고 있어 준우승이 유력했다. 하지만 생애 첫 우승에 대한 부담을 안고 친 박성현의 버디 퍼팅은 홀을 빗나갔고, 둘은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이정민은 버디를 잡아내며 보기에 그친 박성현을 제치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 1억 2000만 원을 더한 이정민은 시즌 상금 4억1434만8750원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한 전인지(4억1399만1500원)를 제치고 상금 랭킹 선두에 올랐다. 대상포인트에서도 207점으로 전인지(169점)에 앞서 1위가 됐다. 이정민은 “동반 플레이를 한 박성현의 드라이버 비거리가 나보다 10야드 정도 더 나갔다. 예전 같았으면 나도 세게 치려고 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샷을 친 게 주효한 것 같다. 100% 힘으로 쳤다면 우승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 스스로를 잘 컨트롤하고 있기 때문에 시즌 초반에 빠른 페이스로 우승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역대 최다 타수 차 우승(10타·마크 레시먼)에는 이르지 못했다. 역대 최소 타수 우승(21언더파 263타·이승호)도 실패했다. 하지만 그보다 값진 생애 첫 우승은 지켜냈다. 늦깎이 골퍼 이태희(31·OK저축은행)가 데뷔 9년 만에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태희는 7일 경기도 여주의 360도CC(파71·7024야드)에서 끝난 넵스 헤리지티에서 최종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정상에 올랐다.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한 타를 잃었지만 3라운드까지 벌어놓은 점수 덕에 우승할 수 있었다.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한번도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3라운드까지 2위 서형석에 9타를 앞선 탓에 우승은 무난해 보였다. 하지만 골프는 마지막 장갑을 벗을 때까진 알 수 없는 스포츠다. 이날도 그랬다. 이태희가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우승자인 ‘일병’ 허인회가 무섭게 추격했다. 16홀까지 허인회는 7개의 버디로 7타를 줄였고, 이태희는 한 타를 잃으면서 둘의 격차는 2타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마지막 두 홀 연속 이태희는 파를 지켰고, 허인회 역시 스코어를 줄이지 못하면서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허인회는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로 단독 2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 총상금은 입장권, 기념품 판매 수익금을 더해 6억3236만7000원으로 결정됐고, 이태희는 총상금의 20%인 1억2647만3400원을 받았다. 우승 뒤 상의를 벗는 세리머니를 한 이태희는 “올해 우승하면 속옷만 입고 그린 주변을 뛰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약속을 지키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행동하려 했다(웃음). 그 동안 우승이 없어 힘들었다.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주말 모처럼의 라운딩에서 ‘양파(더블 파)’를 기록한 주말 골퍼에게 위안이 될 만한 소식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친다는 타이거 우즈(40·미국)도 ‘양파’를 했다. 스코어 역시 주말 골퍼 수준인 85타였다. 우즈는 7일 미국 오하이오 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3라운드에서 13오버파 85타를 쳤다. 1996년 PGA 투어 데뷔 후 최악의 스코어다. 우즈는 2월 피닉스오픈 2라운드에서 82타로 역대 개인 최악의 스코어를 냈는데 4개월 만에 이를 경신했다. 우즈는 이날 버디는 한 개에 그쳤고, 보기 6개, 더블보기 2개에 쿼드러플 보기까지 1개 기록했다. 특히 18번홀(파4)은 악몽 그 자체였다. 티샷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렸고, 드롭한 뒤 친 세 번째 샷도 짧아 그린 위에 올리지 못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샷은 각각 뒤땅을 쳤고, 여섯 번째 샷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다. 여기에 투 퍼트를 하면서 더블 파를 기록했다. 중간합계 12오버파가 된 그는 컷을 통과한 선수 중 꼴찌인 71위에 자리했다. 야후스포츠는 “우즈는 2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약 2m짜리 파 퍼트를 성공시켜 간신히 컷을 통과했는데 차라리 이 퍼트를 놓치는 게 나을 뻔했다”고 전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1년 1월 어느 날. 이승엽(39·삼성)은 삼성의 2군 훈련장 경북 경산볼파크에서 방망이로 매서운 겨울바람을 가르고 있었다. 당시 이승엽이 처한 상황 역시 한겨울이었다. 이승엽은 부진 끝에 7년간 몸담았던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에서 방출됐다. 곧바로 오릭스와 계약했지만 ‘국민타자’였던 그의 자존심은 이미 밑바닥까지 떨어져 있었다. 훈련을 마친 이승엽은 “밖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제안했다. 따뜻한 실내를 마다하고 실외 인터뷰라니. 이승엽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추운 데서 해야 빨리 끝낼 것 같아서요. 야구도 못했는데 제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이승엽 정도 스타라면 인터뷰가 불편하면 안 하면 그만이다. 뭐라 할 사람도 없고, 뭐라고 할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낮추며 상대를 배려했다. 20년 가까이 이승엽을 취재하면서 그의 은근한 배려를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야구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에서 559개의 홈런(한국 400개, 일본 159개)을 친 그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상대의 실투를 쳤다”는 말이다. 3일 롯데 구승민을 상대로 개인 통산 400호 홈런을 쳤을 때도 “투수와 궁합이 잘 맞았던 것 같다. 투수가 실투했고, 나도 놓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가 잘했다기보다 상대 실수 덕분에 홈런을 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승엽이 특별한 존재인 이유는 뛰어난 실력 못지않은 훌륭한 인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또 재능을 타고났지만 노력까지 더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에도 이승엽만큼 열심히 하는 선수는 꽤 많다. 이승엽이 다른 점은 ‘최고의 위치’에서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승엽은 1999년 54홈런을 치고도 타격 폼을 수정했다. 그리고 결국 2003년에 당시로선 한 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 기록인 56홈런을 쳤다. 이제 40대가 되는 요즘에도 그는 매 타석을 마지막 타석이라 여기며 하루하루를 준비한다. 이승엽은 개인 통산 400홈런을 친 뒤 “좋은 스승들을 많이 만난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투수로 입단한 그를 타자로 만든 백인천 전 감독과 박승호 코치(현 NC), 홈런 타자로 키워준 박흥식 코치(현 KIA), 일본 시절 그의 부활을 이끈 김성근 감독(현 한화) 등이다. 이들은 모두 “이승엽이 된 사람이자 선수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1시즌을 마친 뒤 그가 삼성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도 류중일 감독이 그의 인성을 높이 평가해서다. 류 감독은 “실력도 통할 수 있다고 봤지만 이승엽이라는 존재 자체가 후배들에게는 큰 귀감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릭스를 떠날 때 오카다 아키노부 당시 감독도 “후배들이 보고 배울 게 많은 선수인데 보내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2012년 삼성에 합류한 이승엽은 팀의 4년 연속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야구계에선 모질고 독한 선수가 야구를 잘한다는 통념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2008승을 거둔 리오 듀로셔 감독(1905∼1991)은 “사람 좋으면 꼴찌다(Nice guys finish last)”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착한 선수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승엽의 겸손은 어쩌면 야구라는 종목의 본질과 맞닿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400개의 홈런을 치는 동안 그는 1128번의 삼진을 당했다. 통산 타율 0.301은 훌륭한 성적이지만 거꾸로 얘기하면 10번 중 7번은 안타를 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번이라도 더 실패를 줄이기 위해 그는 오늘도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그라운드에 선 그를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추신수(33·텍사스)의 신시내티 시절 동료였던 조이 보토(32)는 ‘눈 야구’를 잘하는 선수다. 선구안이 좋아 나쁜 공에는 좀처럼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는다. 그는 2011년부터 3년 연속 내셔널리그 볼넷 1위였다. 많은 볼넷을 얻어낸 덕분에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4년 연속 출루율 1위에 올랐다. 그런 보토가 1일 워싱턴과의 경기에서 ‘볼넷’이 아닌 ‘볼셋’에 1루를 밟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2-3으로 앞선 7회초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보토는 볼카운트 3볼 2스트라이크가 되자 방망이를 던지고 1루를 향해 달려갔다. 명백한 볼 카운트 착각이었다. 그런데 행동이 워낙 자연스러워 경기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상황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관중들은 박수를 보냈고, 해설자는 볼넷으로 출루했다고 말했으며, 상대팀은 곧바로 다음 타자를 상대했다. 보토는 후속 제이 브루스의 안타 때 홈까지 밟았다. 볼넷과 득점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됐다. 경기에 몰입한 나머지 볼 카운트를 착각한 사례는 한국 프로야구에도 있었다. 두산 유격수 김재호(30)가 대표적이다. 프로 데뷔 2년차이던 2005년 4월 22일. KIA와의 군산 경기에서 9회초 타석에 들어선 김재호는 신용운(현 삼성)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냈다. 그런데 그 타석을 포함해 프로 통산 타석에 10번밖에 서지 못했던 김재호는 볼넷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타석에 머물러 있었다. 볼카운트 4볼(?)-2스트라이크에서 신용운은 7구째를 던졌고, 김재호는 우전안타로 생애 첫 안타를 신고했다. 문제는 뒤늦게 이를 알아챈 기록원이 정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 결국 김재호의 프로 첫 안타는 허공으로 날아갔고, 기록상 볼넷이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후 규칙위원회를 열고 “누구도 지적하지 않은 상태로 넘어갔을 때 그 선수가 타격을 완료해 출루하거나 아웃되는 경우에는 이를 정식 기록으로 인정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김재호의 안타는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김재호는 아쉬움을 딛고 그해 6개의 안타를 쳤고, 올해 2일 현재 개인 통산 402안타를 기록 중이다. 박병호(넥센)도 LG 시절이던 2011년 4월 11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볼넷을 얻고도 1루로 나가지 않은 뒤 결국 ‘볼 다섯’ 때 1루로 출루한 적이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요시무라 사다아키(당시 요미우리)가 1987년 히로시마와의 경기에서 볼카운트를 착각해 4볼-2스트라이크에서 홈런을 쳐냈다. 자신의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한 시즌 30홈런이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G의 5월은 잔인했다. 5연패로 5월을 시작하더니 마지막은 4연패로 끝맺었다. LG의 5월 한 달간 성적은 8승 1무 17패(승률 0.320)로 10개 구단 중 9위다. 신생팀 kt(7승 20패)보다 1승을 더 거뒀다. 5월의 마지막 날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사건이 터졌다.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3-9로 진 것도 모자라 LG 배터리가 9회초 400홈런에 도전하던 이승엽과의 정면승부를 피하면서 ‘매너 논란’에 휩싸인 것. LG는 고의사구가 아니라 어렵게 승부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포수 유강남이 바깥쪽으로 빠져 앉아 공 4개를 연속으로 받은 것 자체가 좋은 그림은 아니었다. 원래 야구란 게 그렇다. 팀 성적이 좋을 때야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일이다. 만약 그날 9회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면 승부수가 적중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다. 결국 중요한 건 성적이다. 분위기 반전에는 이기는 것만큼 좋은 해결책은 없다. 그런데 6월의 첫 상대가 그리 만만치 않다. LG는 2∼4일 마산구장에서 선두 NC를 상대한다. NC의 5월은 화려하다 못해 찬란했다. LG와 모든 면에서 정반대였다. NC는 5월에 20승 1무 5패(승률 0.800)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역대 KBO 리그 월간 최다승 타이기록(20승·2009년 8월 KIA)이다. 한마디로 안 되는 게 없었다. 이호준은 5월 한 달간 34타점을 몰아쳤다. 테임즈는 5월에만 9개의 홈런을 날리며 홈런 부문 단독 1위(18개)를 달리고 있다. 4월에 부진했던 나성범까지 5월에 4개의 결승타를 때리며 부활했다. 월간 도루 부문에서는 김종호가 1위(11개), 박민우가 4위(9개), 테임즈(8개)와 나성범(7개)이 각각 공동 5위와 공동 8위에 올랐다. 투수 쪽에서도 임창민이 월간 세이브 1위(10개), 손민한이 다승 2위(4승)에 랭크됐다. 투타의 조화는 물론이고 베테랑과 신예의 활약이 톱니바퀴 맞물리듯 돌아갔다. 하지만 야구는 모르는 것이다. 4월 말까지만 해도 LG는 5할 승률(13승 13패)을 유지했지만 NC는 10승 14패로 9위에 처져 있었다. 6월에 누가 웃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중요한 첫 경기는 2일 우규민(LG)과 해커(NC)의 선발 맞대결로 열린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