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프로배구 남자부 1위를 달리는 대한항공 선수들에게 물어봤다. 올 시즌 이렇게 잘나가는 이유가 뭐냐고.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서브’. 주포 김학민은 “강력한 서브만큼은 우리가 최고”라고 했다. 용병 에반 페이텍도 “배구의 시작은 서브”라며 “서브가 잘 들어가는 날엔 공격에도 자신감이 붙는다”고 했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맞붙은 20일 인천 도원시립체육관. 각각 6연승과 4연승을 거두며 리그 1, 2를 달리던 팀의 대결답게 긴장감이 팽팽했다. 경기 전까지 올 시즌 상대 전적은 3승 무패로 대한항공의 절대 우세.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까지는 통산 11승 26패로 크게 뒤졌다.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에게 징크스를 털어낸 비결을 물었더니 또 ‘서브’란 대답이 돌아왔다. “초반부터 강력한 서브로 상대를 흔든 덕분에 고비마다 쉽게 풀렸다”는 것이다. 이날도 서브로 명암이 갈렸다. 서브 득점(대한항공 4점, 현대캐피탈 3점)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보이지 않은 효과는 컸다. 현대캐피탈의 리시브는 대한항공의 서브 폭격에 무너졌다. 1세트의 주인공은 김학민. 대한항공이 20-19로 근소하게 앞서던 1세트 막판 김학민은 특유의 강력한 서브를 잇달아 꽂았다.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현대캐피탈의 수비가 흔들렸다. 김학민은 이어진 찬스에서 레프트 오픈 강타와 백어택을 성공시키며 점수 차를 벌렸다. 25-20으로 대한항공의 승리. 2세트는 초반 9-1까지 앞서는 등 일방적으로 주도한 대한항공이 25-15로 이겼다. 기세가 오른 대한항공은 3세트까지 25-23으로 가져오며 3-0(25-20, 25-15, 25-23) 완승을 거뒀다. 대한항공은 김학민(18득점)과 에반(17득점)이 공격을 주도했다. 이날 승리로 대한항공은 올 시즌 현대캐피탈에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며 4연승을 거뒀다. 인천=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그는 코트 반대편에 서 있었다. 나와의 거리는 15m 이상.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듯 위압감을 줬다. 팔뚝은 웬만한 여성의 허벅지보다 두꺼웠다. 손바닥은 솥뚜껑 같았다. 팔까지 치켜드니 골리앗 앞에 선 것 같았다. 심호흡을 하던 그가 잠깐 인상을 썼다. 공포심이 배가됐다. 마침내 그가 뛰어올랐다. 정점에 도달한 순간 “훕” 하는 기합과 함께 장작을 패듯 공을 내리쳤다. 순간 ‘잘해보겠다’던 의욕은 ‘살고 싶다’는 본능으로 바뀌었다. 공을 향해 몸을 던지는 대신 움찔하며 피했다.○ 앰뷸런스 대기시켰어요? 17일 경기 용인시 보정동 삼성휴먼센터에 있는 프로배구 삼성화재 체육관. 기자를 본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인사 대신 이 말부터 건넸다. “밖에 구급차는 대기시켜 놨어요?” 웃으며 받아쳤다. “필요 없어요. 학창시절 동아리에서 배구 좀 했습니다.” 이땐 몰랐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자기 말을 책임지지 못하는 무책임한 남자가 될 줄은. 이날 기자가 만난 선수는 삼성화재의 ‘괴물 용병’ 가빈 슈미트(25). 최고 외국인선수로 꼽히는 그는 지난 시즌 역대 최고 공격성공률(55.55%)에 한 시즌 첫 1000득점까지 돌파하며 정규시즌과 올스타전,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를 석권했다. 올 시즌에도 득점 선두 자리엔 그의 이름이 올라 있다. 가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강력한 서브. 시속 110km를 훌쩍 넘기는 그의 스파이크 서브는 스피드뿐 아니라 묵직하기로 유명하다. 서브를 받기 전에 우선 리시브 훈련부터 했다. 강사는 세계적인 리베로인 삼성화재의 여오현(33). 기본적인 자세는 물론이고 시선, 호흡법 등까지 교정을 받았다. 여오현이 꼽은 완벽한 리시브의 3대 요소는 위치 선정과 볼 컨트롤, 자신감. 모두 피나는 훈련에서 온다고 했다. 실제 연습으로 다져진 여오현의 팔뚝은 다른 선수들보다 더 단단했다.○ 광속 스피드…흔들림도 엄청나 20분 정도 리시브 훈련만으로 충분히 땀을 흘린 뒤 마침내 코트에 입성했다. 일단 목표는 가빈이 넣은 10개의 서브 중 2개 이상 ‘퍼펙트 리시브’를 해내는 것. 그에게 힘껏 쳐보라고 했더니 진짜 앰뷸런스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눈높이를 낮췄다. 실전에서 60% 수준의 서브를 받아내기로 했다. 우선은 적응이 필요했다. 30% 강도로 서브를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싱긋이 웃더니 제자리에서 점프해 힘을 빼고 툭 쳤다. 여전히 위력이 만만치 않았다. 제대로 맞은 듯했지만 공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지켜보던 신 감독이 한마디했다. “가빈은 몸무게가 무거운 데다 워낙 힘이 좋아 서브가 묵직해요. 리시브할 때 생각보다 공이 더 많이 튀어 받기 힘들죠.” 사부 여오현은 몸을 더 낮추고 어깨에 힘을 빼라고 충고했다. 그냥 편하게 갖다 대라는 설명. 열 번이 넘는 실패 끝에 마침내 리시브를 성공시켰다. 몇 번 성공했더니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바로 60%까지 파워를 높였다. 그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서브가 날아왔다. 속도도 빨랐지만 공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큰 손바닥으로 공을 감싸 쥐듯 때리는 데다 임팩트 순간 힘이 워낙 강력해 공이 흔들린다고 했다. 코트에서 375cm에 이르는 엄청난 타점도 위협적이었다. 임도헌 삼성화재 코치는 “높은 곳에서 가파르게 꽂히는 서브는 수비수들에게 부담 그 자체”라고 전했다. 리시브를 위해선 일단 공포심부터 떨쳐내야 했다. 하지만 몇 번 엉뚱한 곳에 맞았더니 팔이 얼얼했다. 공을 끝까지 지켜보기 힘들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됐나 싶었는데 이번엔 자세가 문제였다. 공이 빠르고 흔들려 위치를 잡기 어려웠다. 여오현은 “가빈의 손바닥에 공이 맞는 순간 이미 위치를 예측하고 팔을 내밀어야 한다”고 외쳤다. 수십 번의 실패로 낙심하던 순간 팔뚝에 묘한 느낌이 전해졌다. 선수들이 흔히 말하는 ‘그곳’에 공이 부닥치는 느낌. 공은 부드럽게 떠올라 세터 머리 높이로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다. 퍼펙트 리시브. 가빈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웃었다. 다음 날 팔뚝을 보니 피멍이 들어 퉁퉁 부어 있었지만 기분은 뿌듯했다. 그래도 체험은 한 번으로 족할 것 같다.용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만년 3위 대한항공 1위 비결리그 초반 잘나가다가도 매번 ‘쌍두마차’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 덜미를 잡혔다. 플레이오프에서 명승부를 펼쳤지만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2006∼2007시즌부터 플레이오프 최종 순위는 4년 연속 3위다. 정규리그에선 3위 3번, 2위 1번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다르다. 13일 현재 16승 4패로 단독 1위. 10경기를 남겨둔 지금 그들의 눈은 챔피언을 향해 있다.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 얘기다. 고공비행의 비결을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에게 물었더니 “힘을 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 감독은 “우리 팀엔 개성 강한 선수가 많다. 그래서 윽박지르기보단 잘한다고 격려했다. 선수들이 스스로 깨닫게끔 옆에서 조용히 도와준 게 빛을 봤다”고 전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성격은 물론이고 혈액형, 가족관계, 취미도 줄줄이 꿰고 있었다. “선수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지도를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게 그의 설명. 결국 조용히 배려하는 감독의 ‘그림자 리더십’에 선수들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올 시즌 부쩍 늘어난 자신감도 상승세의 비결. 대한항공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시즌 전 이례적으로 팀 미팅을 여러 차례 가졌다. 일부 선수는 심리치료사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패배의식을 극복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기 위해서란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 신 감독 역시 “3위는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 변해야 산다”고 선수들에게 거듭 강조했다. 대한항공 특유의 ‘벌떼 배구’도 빛을 봤다. 대한항공은 한두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공격 패턴 역시 다양하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대한항공 최대의 장점은 다양성”이라며 “여러 선수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 수비를 집중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대한항공의 훈련 강도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팀과 비교해서도 평균 수준. 하지만 수비, 리시브 등 기본기를 가다듬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김세진 KBS 해설위원은 “확실히 이번 시즌 대한항공의 기본기가 탄탄해졌다. 안정적인 수비와 리시브는 시즌 막바지 치열한 순위 싸움 과정에서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발 더 뛰어야죠.” 프로농구 KCC의 백전노장 추승균(37)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그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두 글자는 바로 ‘캡틴’. 그는 “팀을 대표하는 주장은 영광이지만 한편으론 엄청난 짐”이라고 했다. 최근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축구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면서 차기 주장이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졌다. 고심 끝에 조광래 감독이 낙점한 인물은 박주영(26·모나코). 몇 차례 고사한 뒤 주장 완장을 수락한 박주영은 “이젠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사명감을 갖고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캡틴은 자동차 엔진이자 연료 팀워크와 분위기가 성적으로 직결되는 스포츠 세계에서 선수단의 얼굴인 주장의 비중은 매우 크다. 어떤 종목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주장의 어깨가 무거운 곳은 프로야구다. 그 이유는 뭘까. 일단 포지션에 따라 역할이 크게 달라서다. 이병훈 KBSN 해설위원은 “야구 선수단은 자동차나 마찬가지”라며 “전혀 다른 일을 하는 부품들이 모여 차가 완성된다”고 했다. 그는 “역할이 다른 선수들을 이해하고 다독거리는 건 온전히 주장의 몫”이라며 “주장을 자동차의 엔진이자 연료라고 부르는 건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33경기에 이르는 장기 레이스도 이유로 꼽혔다. 주장을 지냈던 이종범(41·KIA)은 “프로야구는 흐름 싸움이다. 한 경기에 일희일비하면 시즌을 망친다. 프로야구 주장은 경기마다 너무 들뜨지도 너무 가라앉지도 않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구단들이 스스로 주장의 비중을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희생플라이, 희생번트 등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야구는 팀워크가 특히 강조되는 종목. 프로야구단은 선수단 규모도 거대하다. 이러다 보니 선수들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 필요했고, 그래서 주장이 얼굴 마담 역할까지 하게 됐다는 얘기다. 박노준 우석대 교수는 “구단이 주장에게 공식적으로 판공비를 지급하는 유일한 곳이 프로야구”라며 “구단들이 프랜차이즈 스타를 주장으로 선호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카리스마? 이젠 시어머니 리더십 시대가 변하면서 프로야구 주장의 역할도 많이 달라졌다. 이순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예전엔 단순히 전달자였다면 이젠 중개자에 가깝다”고 했다. 감독의 지시를 받아 선수들에게 통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선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감독에게 전달하거나 중간에서 의견 조율까지 할 만큼 역할이 커졌다는 것. 선출 방식도 달라졌다. 감독이 최고참 선수를 일방적으로 지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선수단 투표로 뽑는 등 선수들 의견이 반영되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이젠 단순히 나이보다 팀 내 융화력, 성격, 리더십 등이 주장 자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됐다. 후배들이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카리스마보다 시어머니 역할이 중요해진 것도 달라진 부분. 박노준 교수는 “2000년 선수협의회(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발족된 뒤부터 각 팀 주장은 협의회 이사로 자동 임명된다. 주장의 살림꾼 역할이 더 강조된 이유”라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이날 슈퍼볼을 본 미국 내 TV 시청자는 6000만 명이 넘는다. 미국인들은 왜 이렇게 미식축구에 열광할까. ‘감독에겐 가장 어려운 스포츠지만 팬들에겐 가장 간단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미국 언론은 미식축구를 이렇게 표현했다. 미식축구의 작전은 수천 가지가 넘는다. 양 팀 감독과 쿼터백들의 머리싸움은 바둑의 수 싸움 이상으로 치열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큰 줄기에 있어선 미식축구만큼 간단한 종목도 없다. 4번의 공격권을 가지며 10야드(9.14m) 이상을 전진하면 다시 공격권이 주어지고 실패하면 뺏긴다. 미식축구 마니아로 알려진 인기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다소 직설적이면서 간단명료한 미국인의 특성에 딱 맞는 운동이 바로 미식축구”라고 했다. 미국인들에게 미식축구를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어떤 단어가 나올까. ‘열정(passion)’이 아닐까. NFL에서 한 팀이 시즌 동안 치르는 경기는 16경기. 프로야구 메이저리그(162경기)나 미국프로농구(82경기)에 비해 훨씬 적다. 슈퍼볼 역시 단판 승부다. 경기 수가 적다는 건 매 경기 결승전이나 마찬가지란 얘기다. 5000달러(약 560만 원)가 넘는 입장료를 내고 슈퍼볼을 즐긴 한 관객은 “미국인들은 짧고 강렬한 축제를 즐긴다”고 했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도 “슈퍼볼은 한 판이라 임팩트가 강렬하다. 그래서 더 흥분된다”며 예찬론을 펼쳤다. 각종 프로 스포츠가 일찍부터 성행한 미국에서도 NFL은 대표적인 머니 게임으로 불린다. 일단 종목 특성상 경기 도중 끊기는 시간이 많아 관중의 순간 몰입도가 어떤 스포츠보다 높다는 게 광고업계의 평가. 방송사와 광고주들의 러브 콜이 쏟아지는 이유다. NFL 역시 TV 광고를 위해 작전타임을 도입해 머니 특수를 누린다. 미식축구는 할리우드 영화와 자주 비교된다. 한 번 공격에 최대 8점까지 얻을 수 있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그렇고, 거친 몸싸움 등 폭력성까지 빼닮았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막이 내렸다. 한동안 그는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한글로 ‘하인스 워드’라고 새겨진 왼쪽 팔뚝으로 얼굴을 닦았다.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무언가가 흘렀다. 5년 전 같은 무대에서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들고 환호했던 그였다. 하지만 이번엔 주인공이 아니었다. 경기장을 나오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마법 같은 대반전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한국계 스타 하인스 워드(35·피츠버그 스틸러스). 그의 몸은 시즌 내내 좋을 때가 없었다. 최근 무릎 인대 파열로 선수생활을 그만둬야 할 위기까지 맞았다. 하지만 백전노장 워드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이날도 팀이 3-21로 끌려가던 2쿼터 종료 직전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바꿨다. 일곱 차례 패스를 받아 78야드를 전진하며 MVP급 활약을 했다. 그러나 소속팀은 2%가 부족했다. 4쿼터 중반 25-28, 3점 차까지 따라붙었지만 기적을 만들진 못했다.피츠버그를 꺾고 NFL의 최고봉인 슈퍼볼 정상에 오른 팀은 그린베이 패커스. 7일 미국 텍사스 주 알링턴의 카우보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31-25로 승리했다. 1997년 이후 14년 만에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품게 됐다. 슈퍼볼 트로피는 1, 2회 대회에서 그린베이를 슈퍼볼 정상에 올려놓은 미국 스포츠 최고의 지도자 빈스 롬바르디 감독의 이름을 붙인 것.MVP는 그린베이 쿼터백 애런 로저스(28)에게 돌아갔다. 로저스는 39차례 패스를 시도해 24차례 성공하며 304야드 전진과 3개의 터치다운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강한 어깨와 정확한 패스를 갖춘 로저스는 NFL 쿼터백 가운데 정상급 선수에 속한다. 인구 12만 명의 그린베이는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프랜차이즈를 가진 팀 가운데 가장 작은 도시다. 하지만 미식축구 열기는 으뜸이다. 그린베이의 시즌 티켓을 구입하려면 평균 40년을 기다려야 한다. 대부분의 시민(11만2105명)이 475만934주를 보유한 패커스는 미국 프로 전체 팀 가운데 유일한 시민구단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texas@hotmail.com}

■ 본보 취재팀의 실험 서울 아파트 4곳 20명에 인사 건네보니 눈이 마주쳤다. 그가 눈을 피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처음엔 놀란 표정으로 고개만 살짝 끄덕거린 그 남자. 다시 한 번 밝게 웃으며 인사했더니 경계하는 표정과 함께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저를 아세요?” 그러곤 이 말을 덧붙였다. “이 동네에 6년 살았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누가 먼저 인사를 건넨 건 처음이라…. 어떻게 대답할지 당황스럽네요.” 지난달 25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H아파트의 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안녕하세요?” “…”우리나라 전체 가구 가운데 아파트의 비중은 58.3%(2010년 기준). 아파트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방치해선 안 될 수준까지 높아졌다는 얘기다.이에 특별취재팀은 무관심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았다. 서울 시내 아파트 4곳(강남구 역삼동, 서초구 방배동, 서대문구 북아현동, 관악구 봉천동)의 주민 5명씩 20명을 만나봤다.먼저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아파트 주민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지켜봤다. 주민 대부분 경계하는 빛이 역력했다. 인사를 받아주지 않은 주민은 6명. 인사 대신 “누구세요”라고 말한 주민도 4명이나 됐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최모 씨(66)는 인사를 해도 말없이 쳐다보기만 하다가 세 번 인사를 받은 뒤에야 마지못해 “그래요”라고 대답했다.○ 옆집과 교류 있느냐엔 85%가 “없다”‘옆집에 몇 명 살고 있는지 아십니까?’란 질문에 ‘네’라고 답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설문조사 결과 ‘모른다’고 한 사람이 14명. ‘옆집 이웃과 교류가 있습니까’란 질문엔 더 많은 17명이 ‘아무 교류도 없다’고 말해 이웃과의 소통 부족을 실감케 했다.‘아파트 주민이 말을 걸 때 처음 드는 생각은 무엇이냐’는 질문엔 가장 많은 7명이 ‘아무 생각 없다’고 했다. 다음으로 ‘(의도가) 궁금하다’와 ‘부담스럽다’가 각각 4명, ‘귀찮다’도 2명 있었다. ‘반갑다’는 3명에 불과했다. 조사 결과 소득 수준이 낮은 아파트 주민들이 소득이 높은 주민들보다 상대적으로 소통 부족 문제가 더 심각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북아현동, 봉천동 아파트의 주민 10명 가운데 9명이 ‘모른다’고 답했고 역삼동, 방배동 주민들은 5명이 ‘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차이의 이유는 무얼까. 역삼동 주민 손모 씨(47)는 “우리 아파트의 경우 보안이 잘돼 있고, 자녀 교육 문제 등 주민들 관심사도 비슷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득 수준이 낮은 곳일수록 이웃에 대한 불신이 커 자물쇠를 더 굳게 걸어 잠그는 편”이라며 “단순히 이웃에 대한 무관심 문제뿐만 아니라 소득 수준에 따른 ‘불신 디바이드’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서울 신도림동 우성-현대 아파트 주민들 마음 연 비결은 ▼높은 담장-방음벽 허물고 공원-체육시설 조성철제 방음벽 대신 아담한 돌담. 돌담 위에는 화단이 조성돼 주변을 아늑하게 만들었다. 경계가 꼭 필요한 곳엔 방음벽이 아닌 울타리가 있었다. 목재를 지그재그로 엮어 만든 울타리 덕분에 딱딱해 보였던 아파트 단지는 전원 마을처럼 옷을 바꿔 입었다.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우성 2·3·5차 아파트와 현대아파트가 모인 단지 풍경이다. 이 아파트 단지 ‘담장 허물기’ 사업이 시작된 건 2005년. 주민 가운데 한 명이 “담장을 허물고 이웃사촌처럼 지내보자”는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공사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말 끝난 공사 결과는 대만족. 높은 담장과 회색빛 방음벽을 허물고 2만6000그루의 나무를 옮겨 심었더니 주민들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살아났다. 새로 조성된 공원과 야외체육시설은 필수 생활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우성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김진태 씨(52)는 “예전엔 경비원들도 딱 자기 구역만 챙겼다. 하지만 담장을 허물고부터 이젠 전부 ‘우리 동네’, 이웃사촌이 됐다”며 만족해했다. 우성 2차 아파트 주민 김영옥 씨(64)도 “담벼락이 없어지고 녹지가 조성되니 마을 공동체라는 일체감이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만큼 삭막한 현실이지만 한편으론 이웃과 소통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아파트 녹지 조성 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조경과 최한규 팀장은 “열린 녹지 사업을 추진하는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가 주민들 소통 증진”이라며 “‘아파트는 딱딱하고 건조하다’는 기존 인식을 바꾸면 주민들 사이 접촉이 늘어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직접적으로 아파트 내 주민 소통을 활성화하려는 노력도 있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공동주택 커뮤니티 전문가’ 제도가 대표적이다. 커뮤니티 전문가들은 아파트 내 커뮤니티 활성화 정도를 진단하고, 아파트에 맞는 각종 맞춤형 사업을 발굴한다. 마포구 주택과 진미연 주임은 “아파트 주민들 사이 공동체 의식이 너무 무너졌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이 제도가 도입됐다. 커뮤니티 전문가들은 해당 아파트에 파견돼 주민 봉사활동, 입주민 축제 등 관리사무소에서 다루기 힘든 사안을 직접 챙길 것”이라고 했다. 또 “시범운영 기간(8일∼12월 7일)을 거쳐 반응을 본 뒤 확대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웃 간의 소통 부재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곳곳에서 하나둘 소통의 희망이 싹트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이웃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까’란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사람이 많았다. ‘매우 그렇다’가 3명, ‘그렇다’가 11명이었다. 방배동의 윤모 씨(33)는 이렇게 말했다. “상대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먼저 다가가는 게 조심스럽긴 하죠. 그래도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이웃사촌이 뭔지 궁금하긴 해요. 이웃이 부탁한다면 들어줄 의향도 얼마든지 있습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민족 최대 명절인 설. 긴 연휴 기간 바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고향으로 가는 순간에도 스포츠는 숨 가쁘게 돌아간다. 풍성한 스포츠 이벤트들은 화려한 볼거리로 팬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먼저 해외축구. 아시안컵을 마치고 복귀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의 이청용은 3일 오전 울버햄프턴을 상대로 복귀전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청용이 아시안컵에 차출된 뒤 1무 4패로 부진에 허덕이는 팀 상황을 감안하면 고된 일정임에도 출전이 유력하다.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기-차 듀오’ 기성용과 차두리도 2일 오전 애버딘을 상대로 복귀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반납한 ‘영원한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5일 잉글랜드로 출국하기 전까지 국내에서 휴식을 취한다. 박지성은 오랜만에 국내에서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순위 싸움이 치열한 프로농구도 연휴 기간 빅 매치들이 잇따라 열린다. 특히 4일 열리는 SK-KT의 통신사 라이벌 맞대결과 허재-강동희 감독의 지략 승부가 펼쳐질 KCC-동부 경기는 빼놓을 수 없는 빅 매치. 명절에 빠질 수 없는 이벤트인 설날장사씨름대회도 1일부터 나흘 동안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프로농구 전반기 결산해보니프로농구가 치열한 순위 다툼을 잠시 접어두고 올스타전(29∼30일·서울 잠실실내체육관) 휴식기에 들어갔다. 시즌 전 전문가들은 전자랜드, KCC, SK를 3강으로 꼽았다. 예상은 맞아떨어졌을까.○ 통신사 라이벌의 명암 현재 가장 무서운 팀은 2위 전자랜드(24승 11패)도, 3위 KCC(21승 15패)도 아니다. 바로 KT다. KT는 최근 16경기 14승 2패란 믿기지 않는 성적으로 단독 1위(27승 9패)를 질주하고 있다. KT 선두 질주의 원동력은 끈끈한 조직력. 전창진 KT 감독은 “한 발 더 뛰고, 빠른 스피드로 승부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며 웃었다. 올 시즌 상대 전적 4패로 유독 KT에 약했던 허재 KCC 감독은 “KT의 수비는 상대를 질식시킨다”며 혀를 내둘렀다. 반면 우승후보로 꼽혔던 통신사 라이벌 SK는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한때 8연패 수모까지 겪으며 7위(16승 20패). 조성원 SBS-ESPN 해설위원은 “아무리 호화 군단이라도 모래알 조직력으론 6강 플레이오프 진출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대세는 수비 농구 공격은 팬들을 기쁘게 하고, 수비는 감독을 웃게 만든다. 올 시즌 유독 실감나는 말이다. 상위권 5팀 가운데 동부, 전자랜드, KT, KCC는 나란히 최소 실점 1∼4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은 득점 꼴찌 모비스(75점)보다 10점 이상 많은 85.3점의 막강 화력을 자랑하며 득점 1위를 질주하지만 실점도 가장 많아 동부, KCC와 공동 3위에 머물고 있다. 김주성(동부)은 “수비는 슬럼프가 없다. 특히 지난 시즌 모비스, 올 시즌 KT 등 수비가 뛰어난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다른 팀들도 수비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상민 후계자는 누구 이상민(39)이 은퇴한 빈자리는 누가 채울까. 시즌 전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젠 한 명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주인공은 양동근(모비스). 시즌 전 최하위 전력으로 분류됐던 모비스가 최근 8경기에서 6승 2패를 거두며 6강 꿈을 이어가는 것도 그가 있기 때문. 평균 5.6개의 어시스트로 리그 1위고 득점에서도 평균 16.4점으로 팀 내 1위. 가로채기는 2.9개로 리그 5위다.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도 양동근은 전체 1위에 오르며 이상민 후계자로 입지를 굳혀 가고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이 우리은행을 제압하고 4연승을 달렸다. 삼성생명은 27일 안산에서 벌어진 중립경기에서 ‘고참 콤비’ 이미선(18득점 10어시스트)과 박정은(14득점)의 활약을 앞세워 우리은행을 71-57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4연승을 거둔 삼성생명은 16승 9패로 선두 신한은행(21승 3패)과의 승차를 2.5경기로 좁혔다.}

빠른 스피드와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올 시즌 프로농구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KT가 부담스러워하는 상대가 있을까. 전창진 KT 감독은 “동부와 삼성”이라고 했다. “두 팀 다 스피드가 우리 못지않게 좋다. 그런데 우리가 높이에서 밀리다 보니 고민이 많다”는 것. 실제 KT는 동부에 2승 2패로 동률을 기록했고, 삼성엔 1승 3패로 전적에서 밀렸다. 반면 다른 팀들이 어려워하는 KCC에는 상대전적(4승 무패)에서 절대적인 우위. 전 감독은 “KCC에 ‘절대 높이’ 하승진이 있지만 우리와 팀 컬러가 달라 틈이 많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KT와 LG가 맞붙은 27일 오후 부산사직체육관. KT가 동부나 삼성을 상대할 때 하는 고민을 강을준 LG 감독이 호소했다. 강 감독은 “우리의 강점이 스피드와 조직력인데 KT는 우리보다 더 빠르고 수비에서도 한 발 더 뛴다”면서 “비슷한 팀 컬러다 보니 강점을 살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반은 동점과 역전을 주고받는 팽팽한 접전. KT는 3쿼터 초반 용병 찰스 로드의 높이를 앞세워 점수 차를 12점까지 벌렸다. 하지만 LG는 가드 변현수(24득점)가 연속 3점 슛을 꽂으며 4쿼터 8분 30초를 남기고 67-66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후엔 LG의 지속적인 리드. LG가 KT전 3연패의 사슬을 끊을 것으로 예상된 순간 경기 종료 25초를 남기고 KT의 해결사 제스퍼 존슨의 손끝이 번쩍였다. 3점슛 성공으로 84-83으로 점수를 뒤집은 데 이어 자유투 2개까지 성공시키며 팀에 86-83 승리를 안겼다. LG는 4쿼터 50초를 남기고 얻은 자유투 2개를 문태영이 모두 놓친 장면이 아쉬웠다. 5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3연승한 KT는 2위 전자랜드와의 승차를 2.5경기로 벌렸다. 안양 경기에선 홈팀 인삼공사가 모비스를 90-85로 꺾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 분위기를 탔다고 생각한 순간 승부차기에서 패배. 한국 축구 대표팀 승부차기 사상 첫 무득점 패배라 아픔이 더 컸다. 일본과의 아시안컵 4강전 승부차기 상황과 관련해 궁금증을 풀어 본다.[1] 박지성 고교시절 실축 후 울렁증첫 번째 키커 구자철(22)은 A매치 경험이 15회, 이용래(25)는 6회, 홍정호(22)는 5회에 불과했다. 4번 키커로 준비 중이던 손흥민(19) 역시 4회에 그쳤다. 반면 일본은 승부차기에 나섰던 4명 가운데 혼다 게이스케(25)가 28회로 A매치 출전 횟수가 가장 적었다. 4번 키커 곤노 야스유키(28)는 45회에 이르렀다.대표팀의 두 기둥 박지성(30·A매치 100회)과 이영표(34·126회)는 왜 안 나왔을까. 두 선수가 고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박지성은 항상 “승부차기 울렁증이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수원공고 3학년 시절 라이벌 부평고와의 대결에서 실축한 뒤 울렁증이 커졌다는 게 그의 설명. 이영표도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준결승에서 승부차기 실축으로 고개를 숙인 뒤 승부차기를 꺼린다.[2] 경험 많으면 승부차기도 잘한다?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승부차기에선 경험과 배짱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경험이 중요할까. 전문가들은 “절대적이진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승부차기는 경험이 아닌 흐름과 분위기의 싸움”이라고 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스타플레이어나 베테랑들이 승부차기에서 결정적인 실축을 많이 한다. 가진 게 많으면 잃을 것도 많다. 부담이 그만큼 크다”고 설명했다.[3] 왜 구자철이 먼저 찼지?승부차기에서 1번 키커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조 감독은 왜 구자철을 1번으로 선택했을까. 일단 구자철의 컨디션이 좋았다. ‘애어른’이라고 불릴 만큼 두둑한 배짱과 침착함도 고려 요인.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그를 지도한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자철이라면 어떤 감독이라도 1번 키커로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이용래와 홍정호 역시 소속팀에서 전문 키커 역할을 맡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영표는 “훈련 때 가장 잘 찬 선수들이다. 연습대로 투입된 것”이라고 전했다.[4] 연습은 충분했나?일본은 승부차기 특별 훈련을 했다. 한국은 어땠을까. 조 감독은 “선수들의 심리적인 특성까지 살필 만큼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8강전을 앞두곤 이례적으로 비공개 승부차기 훈련까지 했다. 아쉬운 것은 최고의 ‘1번 키커’ 박주영(26)이 부상으로 대회에 불참한 사실. 지동원(20)과 이청용(23)이 경기 중 교체 아웃돼 키커 가용 폭이 좁아진 것도 조 감독을 답답하게 만들었을 법한 요인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동영상=태극전사 출격 현장, ‘아시안컵 우승한다’}

프로농구 삼성-SK의 경기가 열린 2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서울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의 라이벌전을 앞두고 양 감독 모두 표정이 밝지 않았다. 홈팀 삼성의 안준호 감독은 수비 걱정부터 했다. 경기 전까지 삼성의 평균 득점은 83.3점으로 리그 1위. 문제는 실점도 평균 81.6점으로 가장 많다는 데 있었다. 안 감독은 “수비가 안정되지 않으면 연승을 이어갈 수 없다. 선두권으로 치고 나갈 고비마다 삼성이 무너지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100점 이상 득점하면 1.5승으로 인정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SK 신선우 감독의 고민은 더 컸다. 시즌 전만 해도 우승 후보로 꼽힌 호화군단 SK는 7연패의 부진에 허덕였다. 성적도 7위까지 떨어졌다. 신 감독의 진단은 조직력에 있었다. 그는 “시즌 전부터 강도 높은 훈련으로 손발을 맞췄는데 부상 선수가 속출하며 ‘모래알’ 조직력으로 돌아갔다. 최근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은 것도 걱정”이라고 했다. 이날 삼성은 약점을 극복했고, SK는 약점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삼성은 SK의 득점을 65점에 묶었다. 앞선에서부터 끈끈한 수비로 상대를 압박했다. 특히 포워드 이승준(11득점)은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도맡으며 수비를 이끌었다. 반면 SK는 1 대 1 공격에 의존했다. 김효범(13득점), 테렌스 레더(12득점) 등의 공격이 막힐 땐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결국 승부도 여기서 갈렸다. 삼성이 경기 내내 리드를 지키면서 84-65로 승리했다. 올 시즌 SK에 3연패 끝에 첫 승을 기록한 삼성은 최근 3연승 휘파람도 불었다. 반면 지난 8시즌 동안 단 한 차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란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쥔 SK는 8연패에 빠지며 또 한 번 플레이오프 진출을 걱정하게 됐다. 창원 경기에선 홈팀 LG가 김주성이 부상으로 빠진 동부를 72-66으로 제압하고 역시 3연승을 달렸다. 최근 5경기에서 1승 4패로 부진한 3위 동부(21승 13패)는 4위 삼성(20승 14패)에 한 경기 차로 쫓기게 됐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국 축구가 51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컵을 차지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중동 징크스’. 23일 이란과의 8강전을 앞둔 대표팀은 개최국 카타르가 일본을 꺾는다면 준결승 역시 중동 팀 카타르와 붙는다. 결승에서도 중동 팀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 중동 축구에 대한 시원한 해법은 없을까. ‘중동 킬러’로 이름을 날린 3명의 전·현역 선수들이 대표팀 킬러들에게 조언을 건넸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박영준 인턴기자 서강대 경제학과 4년 ■ 초반 10분-막판 10분 거칠게 몰아붙여야1980년 아시안컵 본선 아랍에미리트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본선 중동 팀과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한국 선수는 그가 유일. 큰 키에 넓은 시야, 폭발적인 중거리 슛으로 선수 시절 중동 팀 감독들로부터 경계대상 1순위로 꼽힘. ○ 조언: 중동 수비수들은 개인기가 좋고 대인 마크 능력이 수준급이다. 반면에 짧고 빠른 패스 공격엔 약하다. 2 대 1 패스나 침투 패스로 수비 뒤 공간을 노려야 한다. 중동 팀들은 대체로 경기 초반과 막판 집중력이 떨어진다. 초반 10분과 막판 10분 바싹 몰아붙인다면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키 플레이어는 역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란도 이 점을 잘 알아 박지성 수비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점을 이용해 박지성이 수비를 끌고 다닐 때 다른 선수들이 빈 공간에 침투한다면 득점 찬스를 만들 수 있다. ■ 한템포 빠르게 패스 반박자 빠른 슈팅을 A매치 103경기 50골, 1994년 아시아경기 득점왕 등 시대를 풍미한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동 강호들에 유독 강한 모습 보이며 중동 킬러로 자리매김. 카타르 아시안컵(1988년) 이란전 골,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1989년) 사우디아라비아전 골 등이 그가 꼽은 명장면.○ 조언: 중동 수비수들의 최대 장점은 탄력이 좋은 유연한 몸과 공격수 못지않은 개인기. 태클 범위도 넓다. 한 템포 빠른 패스와 반 박자 빠른 슈팅이 필요하다. 특히 세트 플레이 찬스를 잘 이용해야 한다. 프리킥이나 코너킥은 무릎 정도 높이로 낮고 빠르게 올리는 게 좋다. 중동 선수들은 기분에 따라 경기력이 크게 달라진다. 개인기로 상대를 제압하기 힘들다면 처음부터 거칠게 밀어붙여 상대 수비수를 찍어 눌러야 한다.■ 측면돌파 다소쉬워 과감한 플레이 필요 아시안컵 본선 통산 10골로 역대 최다 골 2위.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중동 기자들이 “박지성은 몰라도 이동국은 안다”고 할 만큼 중동에선 유명 인사. A매치 통산 25골 가운데 9골을 중동 팀 상대로 기록.○ 조언: 8강 상대 이란은 다른 중동 팀들에 비해 체격과 힘이 좋다. 유럽식 축구를 구사한다. 하지만 측면 돌파엔 비교적 취약하다. 이청용(볼턴), 박지성 등 측면 공격수들의 과감한 플레이가 요구된다. 키 플레이어는 스피드가 좋고 크로스가 정확한 이청용. 순간 돌파와 슈팅 타이밍이 빠른 손흥민(함부르크)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 대표팀 멤버는 신구 조화가 잘 이뤄졌다.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D조 전적이란(3승) 3-0 아랍에미리트(1무 2패)이라크(2승 1패) 1-0 북한(1무 2패)}

모비스-전자랜드의 경기가 열린 19일 울산 동천체육관. 경기 직전 두 감독 입에서 같은 이름이 나왔다. 홈 팀인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이 앞 선에서 워낙 수비를 잘 해줘 팀 분위기가 산다. 전자랜드전에서도 앞 선 수비들이 얼마나 상대를 터프하게 압박해 신장에서 밀리는 골밑 수비 부담을 덜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공격력을 언급했다. 그는 “동근이는 모비스 공격의 시발점이자 분위기 메이커다. 동근이 발을 묶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최근 양동근 분위기가 그만큼 좋다. 경기 전까지 양동근의 시즌 평균 득점은 16.1점으로 팀 내 1위. 어시스트는 더 좋다. 5.7개로 리그 전체 1위. 강력한 수비도 변함없다. 터프하기로 유명한 그의 수비 앞에 최고 가드 중 한 명인 전태풍(KCC)도 3경기 평균 6득점에 그쳤다. 양동근은 이날 또 폭발했다. 32분 30초를 뛰며 25득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전자랜드는 경험 많은 신기성, 신장이 월등한 이현호, 높이와 경험을 두루 갖춘 문태종이 돌아가며 그를 막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유 감독의 전략대로 앞 선 수비도 강력했다. 공간을 주지 않는 적극적인 수비에 전자랜드 외곽 슛 성공률이 뚝 떨어졌다. 3점 슛 8개를 던진 전자랜드는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결국 66-57로 모비스의 승리. 2위 전자랜드를 꺾은 8위 모비스는 올 시즌 첫 4연승. 양동근이 빠진 아시아경기 기간 1승 8패로 부진했지만 양동근 합류 이후 10승 13패로 눈에 띄게 성적이 좋아졌다. 꼴찌였던 순위도 어느 새 6위 LG와 승차를 4.5경기까지 좁히며 6강 플레이오프까지 노려보게 됐다. 대구 경기에선 방문 팀 인삼공사가 용병 데이비드 사이먼(29득점, 9리바운드)의 활약에 힘입어 오리온스를 75-57로 제압했다. 10승 24패가 된 인삼공사는 꼴찌 자리를 오리온스(9승 24패)에 물려줬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가장 고민 많은 두 팀이 만났다. 동부와 인삼공사. 16일 맞대결 직전까지 모두 2연패 중이었다. 한때 단독 선두까지 치고 나갔던 동부는 15일 하위권 모비스에도 패하는 등 최근 부진하며 3위로 떨어졌다. 인삼공사의 고민은 더 컸다. 최근 10경기에서 단 1승. 6강까지 노리던 성적도 꼴찌까지 곤두박질쳤다. 고민은 같았지만 원인은 달랐다. 동부의 걱정은 ‘기둥’ 김주성의 체력 저하. 광저우 아시아경기까지 소화한 김주성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컸다. 인삼공사는 주전들의 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16일 안양에서 열린 인삼공사의 홈경기. 최근 분위기를 말해주듯 양 팀 모두 내용은 나빴다. 외곽 슛 성공률이 아쉬웠다. 동부는 3점 슛 14개 가운데 3개, 인사공사는 15개 중 2개만 적중시켰다. 동부는 약점으로 지적된 지나친 주전 의존도가 여전했다. 2쿼터까지 벤치 멤버 득점이 1점도 없었다. 인삼공사는 무려 15개의 실책에 허덕였다. 4쿼터 중반까지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며 팽팽하던 경기는 집중력에서 승부가 갈렸다. 동부는 4쿼터 6분 30초를 남기고 김주성이 5반칙 퇴장을 당했지만 안 터지던 외곽 슛이 폭발하며 점수를 쌓았다. 결국 66-60으로 동부의 승리. 최근 매서운 상승세를 보인 두 팀이 맞붙은 부산 경기에선 홈 팀 KT가 연장 접전 끝에 KCC에 96-9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KT 제스퍼 존슨(46득점)은 4쿼터를 15초 남겨 두고 동점 3점 슛을 넣는 등 맹활약했다. 6연승을 달린 KT는 24승 8패로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최근 12승 1패를 기록했던 KCC는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잠실경기에서도 연장 승부 끝에 홈팀 삼성이 오리온스를 102-98로 제압하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국과 호주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14일 카타르 도하의 알가라파 경기장. 경기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경기장은 세계 각국의 취재진으로 북적거렸다. 7회 연속 출전 대회인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까지 진출한 한국 축구의 명성은 카타르에서도 자자했다. 또 ‘아시아의 유럽’으로 표현되는 호주는 아시아축구연맹 랭킹 1위인 데다 유럽 빅 리그에서 뛰는 스타 선수들이 많아 양 팀의 경기에 자연스레 관심이 쏠린 것.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까지 표현하며 관심을 모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최고의 빅게임답게 한국 호주와 같은 C조에 속한 바레인 인도 취재진뿐 아니라 중국 일본 이라크 등 이번 대회에 참가한 대부분의 나라 취재진이 모인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막이 열린 경기에서 한국은 호주와 접전 끝에 한 골씩 주고받으며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한국과 호주 모두 1승 1무를 기록했지만 인도전에서 4-0으로 이긴 호주가 다득점에서 앞서 조 1위를 유지했다.조광래 한국 대표팀 감독은 경기 전부터 호주에 대해 자신만만했다. 이미 분석은 다 끝났다고 했는데 그건 빈말이 아니었다. 전반 내내 호주가 자랑하는 날카로운 측면 공격은 한국 수비에 막혔고 좋은 신체조건을 앞세운 몸싸움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투지가 오히려 앞섰다. 한국은 바레인과의 1차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당한 수비수 곽태휘(교토상가) 대신 황재원(수원)이 나섰을 뿐 나머지 선발 선수들은 바레인전과 같았다. 전반은 한국이 지배했다. 좌우 풀백의 이영표(알힐랄) 차두리(셀틱)가 상대 측면 미드필더들을 압박 수비하면서 호주의 크로스를 철저히 봉쇄했고 특히 이영표는 중간에 볼을 가로채면 오버래핑으로 상대 진영 깊숙이 진출하며 공격의 시작점 역할도 했다.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왼쪽 측면에 섰지만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폭넓게 움직이며 공격을 총지휘했다. 한국은 전반 볼 점유율 56%에서 보듯 경기를 주도했고 전반 24분 먼저 골 맛을 봤다. 주인공은 바레인전에서 두 골을 넣은 구자철(제주). 골키퍼 정성룡(성남)의 깊은 골킥이 한 번 크게 튄 것을 지동원(전남)이 페널티지역 안쪽에서 잡아 뒤로 밀어줬고 달려온 구자철이 오른발 슛으로 침착하게 골망을 갈랐다. 선제골 이후 한국의 공세는 더욱 매서워졌지만 후반에 아쉽게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후반 17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높이 뜬 볼을 호주의 장신(189cm) 미드필더 마일 제디낙이 솟구쳐 정성룡이 미처 공을 쳐내기 전에 머리로 받아 넣었다. 양 팀은 추가 골을 넣기 위해 공방을 거듭했지만 어느 쪽 골 문도 더는 열리지 않았다. 앞서 열린 B조 경기에서 일본은 선제골에 이어 시리아와 페널티킥을 한 차례씩 주고받는 공방 끝에 2-1로 이겨 대회 첫 승을 맛봤다.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를 꺾은 요르단과 나란히 1승 1무(승점 4)가 됐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조 1위로 나섰다. 도하=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이라크는 시간 끌기의 달인이다. 그래도 우리는 차분하게 대응했다.” 아시안컵 조별리그가 한창인 카타르의 알라얀 스타디움. 11일 이라크와의 라이벌전에서 2-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이란의 아프신 고트비 감독은 흥분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상대팀의 시간 끌기에 희생양이 될 뻔했다는 뉘앙스였다. 시간을 되돌려 지난해 9월 한국-이란의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고트비 감독의 이란은 전반 선제골을 넣은 뒤 본격적으로 드러누웠다. 평가전이었음에도 인정사정없이 드러누운 덕분에 이란은 승리를 챙겼다. 조광래 한국대표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말로만 듣던 중동의 침대축구. 과연 대단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중동축구 하면 떠오르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침대축구(선제골을 넣은 뒤 약간의 신체 접촉만으로도 그라운드에 벌러덩 누워 시간을 지연시키는 행위)다. 세계 축구 흐름이 빠르고 정직한 축구로 나아가고 있지만 중동에선 여전히 남의 얘기다. 중동에서만 유독 침대축구가 성행하는 이유는 뭘까.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사람들의 기질에서 원인을 찾았다. “중동 사람들은 남 눈치를 별로 안 본다. 자기표현도 강하다. 그래서 상대 선수나 관중이 아무리 비난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같은 대학 오명근 아랍어과 교수는 “오래전부터 중동은 상업이 중심이 됐던 지역”이라며 “장사의 핵심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을 창출하는 건데 그러다 보니 축구에서도 과정보다 승패에 더 집착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중동의 폐쇄적인 축구문화와 연관지었다. 자국 리그의 양적인 성장만 노려 오일머니를 동원해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막다 보니 결국 세계화 흐름에 역행하게 됐다는 얘기다. 한 위원은 “폐쇄적인 문화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등 최근 중동축구의 침체 이유와도 관련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후진적인 축구행정과 떨어지는 심판 수준을 침대축구의 이유로 들었다. 신 교수는 “주먹구구식 축구행정으로 유명한 중동지역 축구협회들이 침대축구에 뚜렷한 제재 방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거기에 심판들까지 권위가 떨어지고 무능하니 개선 방안을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선수들의 오버 액션에 비교적 관대한 중동지역 팬들과 언론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중동의 침대축구 10계명 ①막판 30분을 노려라(침대축구가 시작되는 시점은 보통 후반 10분 지날 무렵) ②다리를 잡고 쓰러져라(가장 꾀병 부리기 쉬운 부위가 다리. 시간 오래 끌기에도 적합) ③주심이 멀리 있을 때를 노려라 ④표정은 리얼하게, 동작은 과장되게 해라 ⑤지원사격을 받아라(한 명이 쓰러지면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항의해 침대축구에 정당성을 부여) ⑥벗어나면 살아나라(일단 경기장 밖으로 실려 나가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신속하게 그라운드로 복귀) ⑦계속 자극하라(드러눕지 않았을 때도 상대 선수를 지속적으로 자극해 침대축구 효과를 극대화) ⑧대범해라(침대축구의 핵심은 뻔뻔함. 관중 야유, 상대 선수 비난 등은 한 귀로 흘릴 만큼 대범함이 필수) ⑨타이밍을 잡아라(상대 공격이 거셀 때, 볼 점유율이 밀릴 때 적극적으로 시도) ⑩번갈아가며 해라(한 선수만 하면 찍히게 마련. 여러 선수가 번갈아 가며 할 때 상대 초조하게 만드는 효과 극대화)※도움말: 신문선 명지대 교수, 한준희 KBS해설위원, 박문성 SBS해설위원, 송준섭 축구 대표팀 주치의}
올 시즌 미국프로농구에서 신인왕 후보 0순위로 주목받는 ‘괴물 신인’이 우승 후보 0순위를 막아섰다. 주인공은 LA 클리퍼스의 새내기 블레이크 그리핀(22). 그리핀은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공격과 수비 모두 만점 활약을 펼치며 ‘킹’ 르브론 제임스가 버티는 마이애미 히트의 10연승을 막았다. 클리퍼스는 서부 콘퍼런스 13위(13승 24패)에 처져 있지만 그리핀의 활약만큼은 독보적이다. 시즌 평균 21.8득점에 12.6리바운드. ‘덩크 스페셜리스트’란 별명답게 호쾌한 덩크와 화려한 플레이도 탄성을 자아낸다. 덕분에 1970년 창단 이래 5할 이상 승률을 올린 게 6시즌에 불과한 만년 하위 클리퍼스에도 팬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날도 위력은 여전했다. 43분을 뛰며 24득점, 14리바운드, 6어시스트. 특히 상대가 추격의 고삐를 당길 때마다 알토란 같은 득점을 올리며 팀이 111-105로 승리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클리퍼스는 에릭 고든이 26득점, 6어시스트를 기록했고 배런 데이비스가 20득점, 9어시스트로 거들었다. 마이애미는 ‘빅3’ 제임스(27득점)-드웨인 웨이드(31득점)-크리스 보시(26득점 13리바운드)가 이름값을 했지만 경기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 9연승 행진을 마감한 마이애미(30승 10패)는 이날 새크라멘토 킹스를 119-95로 대파한 보스턴 셀틱스(29승 9패)에 승률에서 밀리며 동부 콘퍼런스 2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LA 레이커스는 ‘에이스’ 코비 브라이언트(39득점)의 변함없는 활약을 앞세워 방문경기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115-110으로 제압했다. 6연승을 달린 레이커스는 29승 11패로 서부 콘퍼런스 2위를 지켰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유명 변호사였어요. 남편은 판사였고. 하지만 자식 앞에선 법도 없었죠. 아들 불법 과외는 물론이고 자기소개서 대필까지 제가 해줬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강사 원모 씨“딸의 인터넷 수강신청을 대신 해주기로 했다면서 어떻게 하는 건지 묻더군요. 기말고사 앞두고 ‘애가 아파서 공부를 못했다’며 제 계좌번호를 묻는 엄마도 있었어요. 이젠 엄마 전화면 조교가 알아서 처리합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유모 교수“어떨 땐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가 와요. 자식이 왜 입사시험에 떨어졌는지, 승진에선 왜 물을 먹었는지…. 회사로 찾아오는 분도 있고, ‘얼마면 되겠느냐’며 노골적으로 묻는 분도 봤습니다.” ―대기업 인사담당 박모 부장세 가지 사례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엄마’다. 엄마의 그늘은 이제 자녀의 연령을 초월한다. 대학 보내기에 ‘올인(다걸기)’한 뒤에도 엄마는 자녀를 품는다. 대학생 자녀의 동아리 활동 관리, 취업정보 제공 등은 물론이고 자식이 결혼한 뒤엔 손자 학교 상담까지 해결해 주는 세상이다. ‘슈퍼맘’들은 묻는다. “내가 능력 있고, 여유 있어 자식을 챙긴다는데 뭐가 문제냐”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나친 내 자식 감싸기가 촌지 제공, 불법 과외 등 반칙으로 이어진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공평하지 못한 경쟁을 일삼는 ‘반칙맘’들은 반칙을 하지 않거나 할 수 없어 못하는 ‘원칙맘’들과의 공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반칙맘은 어떤 방식으로 왜 반칙을 하는 걸까. 동아일보는 2명의 반칙맘을 만나 솔직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런 현실 “아이가 못하는 건 내 탓” 반칙맘 2人이야기를 들어보면○ 축구맘 태원이 엄마… 작년에 들인 돈만 2000만원 감독님 용돈은 주전보장 보험제 아들 태원(가명·초등학교 4학년)이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유명한 축구 선수가 되는 게 꿈입니다. 덕분에 제 하루 일과도 축구 관련 기사 검색으로 시작하죠. 기사를 검색해서 스크랩한 뒤 태원이에게 건네줍니다. 오전 10시부터 다섯 시간 정도 학교에서 태원이를 응원해요.태원이는 저녁에 쉬지만 전 더 바빠집니다. 학교 담임선생님이나 감독님도 자주 뵙고, 운동장에 가서 프로축구 등 경기도 꼼꼼히 챙겨 봐요. 학교 축구부 후원회에 참석해서 엄마들과 진학 관련 정보도 교환합니다.지난해 축구 때문에 태원이한테 든 돈만 2000만 원이 넘어요. 전지훈련비, 축구용품비 등 눈에 보이는 지출도 꽤 크지만 음성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1년에 4, 5차례 감독님께 용돈이나 상품권을 드려요. 보통 한 번에 50만 원 정도 씁니다. 대회 앞두곤 그 액수가 커져요. 집안 형편이 여유 있는 몇몇 부모만 할 수 있는 특권이자 주전을 보장받는 ‘안전판’이죠.태원이와 경쟁 포지션에서 뛰는 아이의 부모는 철저히 따돌려요. 감독님께 은근슬쩍 안 좋은 얘기를 흘리고, 진학 정보를 공유하지도 않죠.이런 게 반칙이란 건 알지만 남들 다 한다는 생각에 안 하면 불안해요. 태원이가 주전으로 못 뛰면 저 때문이란 생각에 자책감도 들고요. 요즘엔 ‘집을 왜 샀지’란 생각이 들 만큼 아이만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예고맘 예진이 엄마… 매달 교수님 찾아 ‘성지순례’ 대학 간판은 엄마하기 나름제 딸 예진(가명)이는 예고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학생입니다. ‘음악 시키려면 매년 집 한 채 내놓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실제로 지난해 예진이한테 쓴 돈만 수천만 원이 넘습니다. 각종 연주회비, 레슨비, 의상비, 교통비 등에 2000만 원이 넘는 그랜드피아노까지 샀어요.예고 엄마들은 필요에 따라 서로 뭉쳤다가 등을 돌려요. 자식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죠. 엄마들은 ‘대학은 엄마가 보낸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학교 선생님, 음대 교수님 등을 얼마나 자주 찾아뵙느냐에 따라 대학 간판이 달라진다고 생각하죠. 저도 매달 한 번 이상 ‘성지순례’(선생님들을 찾아뵙는 일)를 합니다. 위스키, 핸드백 등 선물은 물론이고 상품권, 현금 등을 드립니다.음악 콩쿠르 등을 앞두곤 항상 “○○ 엄마는 얼마를 썼네”라는 말이 돌아요. 저도 쓸 만큼 쓰지만 딸이 좋은 성적을 못 받으면 ‘내가 부족해서 그렇게 됐나’라는 생각에 밤잠을 설쳐요. 그러다 보니 더 쓰게 되고, 더 집착하게 되는 거죠.전 사실 맞벌이로 일해서 다른 엄마들보단 딸에게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못해요. 그러다 보니 돈을 더 쓰죠. 일종의 보상심리라고 할까요. 사실 반칙을 해도 죄책감은 없어요.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딸을 ‘공주님’으로 만들고 싶은 건 모든 엄마의 바람 아닐까요. ▼ “애정이 아닌 집착이었다” 원칙맘 변신 철중이 엄마의 반성문 ▼■ 이런 대안 철중(가명·12)이 엄마 김미숙(가명) 씨. 그녀는 반칙맘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2년 전 원칙맘(반칙을 하지 않는 엄마)을 선언했다. 무엇이 그녀를 변하게 만들었을까. 지금 후회하진 않을까. 다음은 그녀가 전하는 ‘원칙맘 변신 스토리’.철중이는 어릴 때부터 좋다면 남 눈치 안 보고 다 시켰어요. 그거 다 시키려면 당연히 반칙도 해야죠. ‘약육강식’ 강남 사교육 시장에서 애가 살아남으려면 반칙을 해서라도 앞길을 터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초 전국 초중고교 재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16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8.6%가 ‘촌지 제공 경험이 있다’, 53.2%가 ‘촌지는 뇌물이 아니다’고 응답생각이 바뀐 건 2년 전 ‘그 일’이 있고부터였죠. 애가 갑자기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만 가면 울었어요. 말도 없어지고, 학교 숙제도 안 하고. 한동안 그런 행동을 해서 남몰래 애를 데리고 병원 정신과로 갔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8년 7∼19세 아동·청소년 정신질환 진료현황’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학생의 진료 수치가 100명당 3.8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의사 선생님은 “아이는 멀쩡하다. 집중력도 좋다. 다만 과도한 스트레스가 아이를 위축시켰다”고 했어요. 엄마가 지나치게 자기 아이만 챙기다 보니 사회성이 떨어지고, 성격도 자기중심적이라는 얘기까지 하더군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난해 ‘학생 정서·행동 발달 인성검사’ 결과 학생 24만2055명 가운데 12.8%인 3만908명이 정밀검진이 필요하다고 나왔다남편과 상의 끝에 일단 서울 강남구 개포동 집을 정리하고 경기도에 있는 한적한 동네로 이사를 갔어요. 저도 제 취미를 갖기 시작했죠. 사회봉사활동도 이때부터 다녔습니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엄마가 아이의 학교, 학원, 그리고 다른 학부모들이란 ‘트라이앵글’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반칙맘 유혹을 떨칠 수 있다”고 강조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죠. 하지만 반년쯤 지나고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철중이가 달라졌거든요. 말도 많고, 항상 웃고, 본인이 나서 반장까지 할 만큼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지금 담임선생님 도움도 컸습니다. 넌지시 촌지 얘기를 꺼냈더니 “그런 것 받아본 적 없다”며 오히려 속 깊은 얘기를 해주셨거든요. ―서울시교육청 이범 정책보좌관은 “학부모 교사 정부 사이 신뢰의 끈이 회복되고, 반칙을 강요한 교사에는 강력한 처벌이 따를 때 반칙맘을 원칙맘으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애정과 집착이 다르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반칙을 하면 시험 성적 10점은 올릴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도 똑같이 반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된다면?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못하는 ‘애 어른’이 된다면? 그때도 엄마가 아이를 책임질 수 있을까요.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동영상=검사가 높을까? 판사가 높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