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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 서초구의 A 영어학원에 다섯 살 아들을 보내기 시작한 이모 씨(34). 예상을 뛰어넘는 수강료에 깜짝 놀랐다. 월 100만 원 정도를 생각했지만 수업료에 교재비, 간식비를 합쳐 매달 220만 원 정도가 들어갔다. 결국 이 씨는 1년 전 쯤 그만뒀던 헤드헌터 일을 다시 시작했다. 이 씨는 "상담할 때 학원 원장이 여기 안 다니면 애가 낙오할 것처럼 말했다. 뱁새가 황새 쫓는 격인 줄 알면서도 무리해서 등록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처럼 비싼 수강료를 받으며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대한 감독에 나서겠다고 11일 밝혔다. 이들 학원은 원어민 강사가 4~6세 아동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곳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수강료가 크게 뛰었다. 서울 강남 일대 일부 영어학원의 수강료가 월 200만 원 정도여서 '귀족 유치원'으로 불릴 정도다. 시교육청은 신고한 내용보다 비싼 비용을 요구하는 학원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적발되면 벌점을 부과하거나 최고 3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벌점이 쌓이면 휴원 내지 퇴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시교육청은 수강료 조정기준을 다시 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단과별로 운영하는 성인 대상 어학학원과 똑같은 수강료 조정기준을 적용받는다. 조성남 시교육청 평생교육과 사무관은 "일단 지역교육청의 의견을 수렴해야겠지만 강남 서초 송파 등 일부 지역의 수강료를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원비가 지나치게 비싼 사립 유치원에 대해 특정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앞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사립유치원이 원비 인상을 결정할 때 운영위원회 자문을 제대로 거쳤는지, 교육청 승인을 받았는지를 점검하라고 시교육청에 통보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인구 24만 명의 경북 경산시. 몇 년 전 학생들이 대도시로 계속 빠져나가자 대책을 마련했다. 빠듯한 예산을 아껴 50억 원 이상을 초중고교에 보냈다. 교육 기자재를 구입하고 방과 후 수업을 지원하고 체육관을 지어 줬다.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사례가 계속됐다. 학생과 학부모의 말은 비슷했다. 대도시보다 환경이 열악한데 학교 시설만 좋으면 뭐하느냐고. 경산시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역 여건이 좋지 않은 곳의 학교는 학력이 떨어졌다. 기반시설이 좋은 곳의 학교는 반대였다. 동아일보가 입시정보업체인 ㈜하늘교육과 함께 전국 중학교의 성적과 지역 경제력을 빅데이터 기법으로 전수 조사한 결과다. 취재팀은 지역 경제력을 보여 주는 지표로 전국 2996개 중학교의 공시지가(토지)를 활용했다. 학교별 성적은 지난해 6월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된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했다. 공시지가가 가장 높은 50개 중학교의 학업성취도는 상위 19.9%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20곳은 상위 5% 이내. 땅값이 가장 낮은 50개 중학교 중에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된 38곳은 하위 36%에 머물렀다. 이 중에서 9곳은 하위 5% 수준.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든 시대’라는 말이 입증된 셈이다. 전국에서 공시지가가 가장 높은 중학교는 서울 양천구의 목운중이다. 이 학교의 학업성취도 보통 이상 비율은 92.1%. 학교 순위는 전국 상위 3.4%에 속한다. 공시지가가 가장 낮은 전남 신안군 신안신의중의 순위는 하위 16.6% 수준이다.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장은 “학교별 지원만 늘린다고 교육 수준이 당장 올라가기는 힘들다. 지역의 교육 여건을 함께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신진우·김도형 기자 niceshin@donga.com}

서울 양천구에 있는 목운중과 양천중. 직선상 거리는 대략 3.5km. 걸어서 40분 정도 걸린다. 학교 겉모습은 비슷하다. 남녀 공학에 공립이란 점도 같다. 교사 1인당 학생은 지난해 4월 기준으로 목운중 23.3명, 양천중 16.9명이었다. 시설도 양천중이 좀더 좋다.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크게 달랐다. 중3을 대상으로 실시된 시험에서 목운중은 전국 순위가 상위 3.4%였지만 양천중은 하위 24.1%였다. 이유가 뭘까.○ 거리는 근접, 교육여건은 크게 달라 두 학교의 공시지가를 확인하면 의문이 풀린다. 목동의 목운중은 공시지가(지난해 기준·m²당)가 1040만 원으로 전국 2996개 중학교 가운데 가장 높았다. 양천중은 m²당 143만 원으로 목운중의 7분의 1에 못 미쳤다. 목운중 인근에는 대형 고층 아파트가 많다. 크고 작은 학원은 100개가 넘는다. 학부모 교육열이 매우 높다는 말이다. 안세환 목운중 교장은 “편리한 교통여건에 고급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서면서 인근 전세금이 올랐다. 그러면서 강남 못지않은 학군이 형성됐고 교육열이 덩달아 뜨거워졌다”고 했다. 이 학교 교사 A 씨는 “우수한 학생이 몰리니 교사의 긴장감이 커졌다. 수업 연구를 많이 하면서 수업의 질 역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신월동의 양천중은 대조적이다. 주변에 소형 아파트가 많다. 또 낡은 빌라가 밀집해 있다. 주민 신모 씨(45·여)는 “양천구에서는 목동에 살면 최상층, 신정동에 살면 중산층, 신월동에 살면 서민으로 부른다. 그러다 보니 학교까지 동네 등급에 따라 나뉠 때가 많다”고 했다. 동아일보가 빅데이터 분석 대상으로 삼은 중학교 공시지가는 지역경제력을 대표하는 변수다. “땅값은 개발가치와 교통접근성의 함수로 결정된다. 해당 지역경제를 반영하는 거울인 셈이다.”(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 학업성취도와 땅값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사회경제적 지위(SES·Socio Economic Status) 효과’로 설명이 가능하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한국교육종단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의 △직업 △지위 △가구 △소득 △학력 등 SES가 높은 학생일수록 교육포부가 크고 학습시간이 길었다. 사교육도 많이 받았다. 학업성취도는 당연히 높게 나타났다. 2005년에 중1이던 학생 4844명을 6년 동안 추적해 분석한 결과다. SES가 높은 사람은 대체로 땅값이 비싼 곳에 산다. 서울 강남구과 서초구에는 대졸 이상의 고학력 학부모 비율이 서울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양분 한국교육개발원 조사분석연구실장은 “땅값이 비싼 곳엔 SES가 높은 사람이 몰리고, 이들이 모여 살면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높아지는 이른바 ‘맥락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교육벨트 형성해야 학력수준 향상 경기 화성시. 동쪽으로 동탄 신도시, 서쪽으로 남양만과 아산만에 접한 읍면 지역과 섬마을을 끼고 있다. 공시지가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모두 공개된 화성시내 중학교는 26곳이다. 땅값이 가장 높은 5개교 중 네 곳이 동탄 신도시에 있다. 이들 4개교의 m²당 공시지가 평균은 184만5000원, 학업성취도 순위 평균은 전국 상위 19.5%다. 반면에 바닷가나 읍면 지역에 있는 5개 학교의 m²당 공시지가 평균은 14만5600원. 학업성취도 순위 평균은 하위 14.0%로 바닥권이다. 이런 차이를 결정지은 요인 가운데 하나는 ‘시내(市內)효과’로 분석된다. 도시나 중심지로 인구가 몰리면서 땅값과 교육열이 동시에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시내효과가 생기면 지역 내 문화수준까지 높아져 교육수준이 올라간다. 서울 강남구 서초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도 시내효과로 설명이 가능한 지역이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동탄은 중심지 쏠림 현상이 강해 교육 특별지역을 탄생시켰다”고 전했다.지역 경제력은 학교 주변 환경에 영향을 끼치고 이는 학력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서울 양천구 월촌중의 정진영 교장은 “우리 학교 주변엔 유해업소가 거의 없다. 그 대신 학원가가 형성됐다. 이런 여건이 학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월촌중은 m²당 공시지가가 전국 4위다. 교육전문가들은 개별 학교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식으로는 지역의 학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도로, 문화 및 의료시설, 공원과 산책로가 함께 들어서야 소득수준과 교육열이 높은 주민이 몰리면서 ‘교육벨트’가 생긴다는 말이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업성취도를 높이려면 학교와 주변을 하나로 묶어 거점화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학교가 지역여건을 함께 개선해야 100을 투자했을 때 200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신진우·김도형 기자 niceshin@donga.com}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면 해당 학생이나 학부모의 동의 없이도 전학을 보내는 게 가능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교권 침해 수준 및 상황에 따른 교사의 단계별 대처방안을 학생생활교육매뉴얼에 담았다고 24일 밝혔다. 이 매뉴얼은 새 학기부터 서울 지역 초중고교에 적용된다. 매뉴얼에 따르면 대처 방안은 4단계로 나뉜다.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는 학생은 1단계로 교실에서 격리시킨다. 2단계 조치로는 교내 성찰교실에서 문제 학생을 면담하고 학내 선도방안에 따르도록 했다. 3단계에서는 학교 선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교내·외 봉사활동을 시키거나 외부기관에서 특별교육을 이수하도록 지시한다. 마지막 4단계는 교권 침해 수준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장의 결정으로 학생을 전학 보낸다. 단 초등학생은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분쟁조정위원회를 학교교권보호위원회로 바꾸고, 학부모나 외부 전문가가 반드시 참여하도록 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취임 직후 “학생이 교사에게 대들어도 딱히 대응 방안이 없다. 안타깝다”며 교권보호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매뉴얼이 시작점”이라며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만한 실효성 있는 교권보호 방안을 앞으로 계속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하차할 때가 되면 어김없이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요금 징수는 물론 출입문을 열고 닫는 일도 그녀의 몫. 버스안내양 얘기다. 1960년대부터 버스를 지키던 이들은 1989년에 자동차운수사업법이 개정됨에 따라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언제나 그랬다. 다양한 직업들이 생겼다가 역사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대학교육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한다. 직업의 미래도 예측하고 그 직업을 통해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지금은 대학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됐다. 한양대가 고민 끝에 내놓은 해답이 바로 미래자동차공학과(서울캠퍼스)다.설립 2년 만에 기대주로 우뚝 한양대 자동차공학과 역사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교육부(현 교육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의 지원 아래 자동차설계 고급기술인력 양성을 목표로 설립됐다. 1995년엔 정부 교육정책에 따라 기계공학부로 통합됐다. 1년 뒤 일반대학원에 자동차공학과가 신설됨으로써 자동차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꾸준히 배출해왔다. 2006년엔 2단계 BK21(Brain Korea 21·교육부의 인재양성프로젝트) 핵심사업 분야에서 ‘친환경·지능형 자동차 핵심기술 사업팀’으로 선정됐다. 이를 통해 미래형 선진국에 비해 자동차 연구개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국내에 석·박사급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디딤돌을 마련했다. 또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를 국내 최대 규모의 모형차 대회로 발전시켰다. 학생들의 성과도 눈에 띈다. 자동차공학과 대학원생들로 이루어진 연구팀은 현대기아자동차가 주관한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선우명호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경영부총장) 교수는 “한양대 자동차공학과 학생들은 재능과 실력을 동시에 갖춘 최고 인재들로 꼽힌다. 한양대가 자동차공학의 메카로 인정받는 것도 꾸준히 준비된 인재들을 배출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래자동차공학과는 바로 이러한 저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설립 2년차 신설학과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자동차산업의 기대주로 자리 잡았다. 학교는 물론 관련 업계, 정부까지 주목하고 있다. 사실 미래자동차공학과 설립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일단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적지 않았다. 산업체와 연계한 실습 및 연구 또한 필수 과정이라 관련 기업의 협조도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를 위해 교내외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선우 교수는 기업들로부터 학과 개설에 필요한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직접 발로 뛰었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등 국내 굴지의 자동차기업을 비롯해 만도, LS산전, 보쉬코리아 등 핵심 부품기업 10여 곳이 장학 및 취업 지원을 약속하고 학과 설립에 동참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은 2011년 12월 미래자동차연구센터 건립을 협약하며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해줬다. 단일 학과에 대한 이러한 대규모 지원은 매우 드문 케이스로 꼽힌다. 선우 교수는 “전 세계 어느 대학 자동차공학과 비교해도 이만한 혜택이 없을 것”이라고 자부했다.최고 인재, 파격적 커리큘럼 미래자동차공학과가 찾는 인재는 일단 수학, 물리 과목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춰야 한다. 물론 자동차를 향한 열정은 필수. 신입생 모집 첫 해에 학년 당 정원은 40명이지만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정원을 채우지 못해도 뽑지 않을 방침이었다. 2011학년도 첫 입시에서 신설학과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예상을 훨씬 웃도는 인재들이 지원했다. 2012학년도 입시에선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입학 성적 커트라인은 내신 및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상위 1%. 한양대 공대 전체에서도 신입생 평균 입학성적에서 최상위권이다. 우수 인재들인 만큼 입학생들에게는 파격적인 혜택을 준다. 미래자동차공학과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신입생 및 재학생 모두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한다. 10여 개 기업과 장기협약을 맺은 학과답게 졸업생들에 대해서도 산학협력 지원기업으로 전원 취업을 보장한다. 대학원 진학 때는 석·박사 통합과정 박사학위를 취득할 때까지 등록금을 면제해준다.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학생들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래자동차 분야에서의 기술 경쟁은 공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융복합 기술의 전쟁이라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커리큘럼도 기존 자동차공학 교육과정과 크게 다르다. 기계중심 자동차공학 관련 과목의 비중은 30∼40% 수준이고 나머지 커리큘럼은 전기·전자·통신·재료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융복합 학문으로 채웠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부분 전공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다는 점도 특이하다. 또 교수진들은 산업체 실무경험이 풍부하고 자동차 각 분야에서 최고의 역량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에 더해 전문분야 강사들과 해외 우수 석학들을 초빙해 특강 및 기술 관련 세미나도 수시로 개최한다. 학생들이 전공 및 심화과정에 들어서면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진들이 이끄는 다양한 연구실에서 실험이 진행된다. 기업과 연계한 실습 및 프로젝트도 이어진다.약속의 땅, 미래자동차연구센터 최고 인재에게 최고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미래자동차공학과의 포부는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통 큰 투자를 약속하면서 더 선명해졌다. 바로 미래자동차연구센터 설립이 그것이다. 한양대와 현대자동차그룹은 2011년 12월 말 미래자동차연구센터 건립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 1위이자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올라선 현대자동차그룹은 1995년부터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자동차 신기술 아이디어 공모를 위한 ‘미래자동차기술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관련 분야 인재양성과 독려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던 중 한양대에 미래자동차공학과가 신설되자 미래자동차 분야 인력 양성에 집중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 이번 연구센터 건립은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대학에 지원한 최대 규모다. 그린카와 스마트카 개발에 필요한 핵심 인재의 요람이 될 연구센터는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약 1만3223m²(약 4000평) 규모로 건립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자동차 개발 인력이 상주할 연구실과 자동차 개발실, 국제회의실 등이 들어선다. 또 최첨단 강의실은 물론 학생들이 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공부하는 열린 학습 공간, 편의시설 등도 조성된다. 이러한 환경을 바탕으로 미래자동차공학과 학생들은 최고 환경에서 연구와 학업에 정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웅철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미래자동차연구센터가 세계를 이끌어 갈 현대·기아자동차에 어울리는 훌륭한 인재를 배출해 주기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무인자동차 기술도 학과의 자랑이다. 지난해 말 열린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에서 한양대 무인자동차 ‘A1’은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며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A1은 미래자동차공학과 선우명호 교수와 허건수 교수의 지도 아래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과 기계감지 및 제어연구실이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자동차다. 한층 난이도가 높아진 이번 대회에서 지난 대회 챔피언 A1은 20분이 통과 기준인 주행코스를 단 7분24초 만에 통과했다. 2위 팀과 4분가량 차이를 벌린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주행시간을 이처럼 크게 단축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시속 80km를 넘나드는 빠른 속도 덕분. 주춤거리지도 않았고 시스템 오류로 시간을 지체하지도 않았다. 특히 마구잡이로 놓인 장애물 사이를 통과하는 미션에선 단 한 개의 장애물도 건드리지 않고 통과해 감탄을 자아냈다. 마지막 주차 미션에서도 정확한 궤적을 찾아 단번에 성공시켰다. 사실 A1에는 다른 참가 대학과 다른 컴퓨터가 사용됐다. 실제 차량에 들어가는 ‘ECU(Electronic Control Unit)’라는 장비였다. ECU는 일반 PC와 달리 한 가지 업무만 정확하게 수행하는 게 특징이다. 한양대 팀은 여러 대의 ECU를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다양한 업무를 하나하나 정확히 수행해야 하는 자율주행자동차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했다. 차량제어 부분을 맡은 김승기 씨(공대 자동차공학 석사과정)는 “ECU는 일반 PC보다 크기도 작고 가볍다”며 “일반 PC를 사용한 팀의 자율주행차량에 비해 무게가 크게 가벼운 점도 유리한 부분이었다”라고 설명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졸업 후 가장 큰 관심사’를 대학생들에게 물었다. 그 결과 ‘취업’에 이어 ‘창업’이 2위에 올랐다. 특히 고용이 불안정하고, 명예퇴직이 일상적인 지금,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한양대가 학부 과정부터 창업 관련 수업을 개설한 이유다. 한양대에서는 교수들은 물론이고 외부에서 초빙된 전문 강사진이 창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창업에 뜻이 있는 학생들에겐 동문 최고경영자(CEO)들을 초대해 1대1 코치도 해준다. 창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한양동문 스타트업 아카데미’. 청년 실업률이 매우 높은 지금, 창업에 눈을 돌리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한양대가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한양동문 스타트업 아카데미는 한양대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예비 창업자와 초보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한양대뿐 아니라 한양사이버대, 한양여대 재학생과 졸업 동문까지 모두 아우른다. 그만큼 규모도 크다. 선배 기업인이 직접 후배의 성공 창업을 지원하는 일종의 멘토링 프로그램. 국내 대학에서 처음 시도되는 실전 창업지원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처음 개설된 이 아카데미는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에 직장인 예비창업자들에게 실전 창업교육을 해준다. 졸업 동문과 재학생을 하나로 묶은 팀 창업을 강조해 실질적인 창업을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본 목표는 매년 50개씩, 5년간 250개 이상의 창업기업을 배출하는 것. 우수한 산학협력 인프라 및 동문 네트워크를 활용해 CEO 사관학교로서의 한양대의 대외 위상을 강화하는 전초기지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한양동문 스타트업 아카데미 2기생과 교수진은 최근 강원 원주 동화의료기기 산업단지 내에 있는 씨유메디칼시스템을 견학했다. 충북 제천에 있는 휴온스의 GMP 공장도 방문했다. 임덕호 한양대 총장은 “다년간의 기업현장 경험 및 기술력을 보유한 졸업 동문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및 열정을 가진 재학생들을 서로 연계시키겠다. 공동창업을 유도해 아이디어가 바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센터장 류창완)는 창업 전진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기업가센터는 세계적인 기업인을 육성하고 학내 기술창업 활성화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2009년 6월 문을 열었다. △기술창업가 양성을 위한 실전강의 △기업가 캠프 △벤처포럼 등 본격적인 현장교육 프로그램들을 제공한다. 우수 동문기업 탐방의 기회도 준다. 학생들이 제품의 개발 과정, 마케팅 및 판로 개척, 기업 경영 등 노하우를 현장에서 보고 배울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는 최근 ‘제2회 전국 대학(원)생 기술사업화 경진대회’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공동 주관한 이 대회는 대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사업 모델과 우수기술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사업화를 유도하자는 게 목적. 청년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전국 단위 규모의 행사다. 전국 87개 대학 360개 팀 619명이 응모해 23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고, 최종 10개 팀이 본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구태용 교수는 “졸업 동문과 재학생을 하나로 묶은 팀 창업을 강조해 실질적인 유효 창업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학문의 최고 전당인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 하지만 최근 취업을 목표로 하는 ‘취업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의 역할을 가르치는 것으로만 한정지을 수 있을까. 불가능에 가깝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이 급변하기에 이에 발맞출 인재를 배출하는 것도 대학의 의무다. 사회에 필요한 인재상은 무엇인가, 학생들이 졸업 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한양대가 이러한 질문에 내놓은 해답은 ‘산학협력’이다. 학교는 물론이고 기업, 정부 기관까지 주목하는 산학협력이란 키워드. 한양대는 어떻게 키우고 있을까. 아무리 좋은 인력일지라도 대학 밖 세상과 접촉하지 않는다면 능력 없는 개인에 머물지 모른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사회에 적용되지 않으면 필요 없는 기술에 그칠지 모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산학협력이 대학의 꽃으로 활짝 피고 있는 이유다. 산학협력은 국가 교육의 핵심으로 이미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게 교육과학기술부 3대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산학협력선도대학 지원사업(LINC)’. 대학이 기업체 등과 연계하여 교육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고, 또 지역 산업의 성장도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한양대는 이 사업에 선정된 대학 중 하나. 그 성과는 눈부시다. 2003년 국내 대학으로는 최초로 대학 내 산학협력단을 설립했다. 2006∼2011년 기술 이전 누적 실적과 누적 수입은 국내 1위. 누적 특허 보유 현황에서는 세계 5위에 올랐다. 더불어 에리카캠퍼스의 인턴제 현장실습 프로그램(E-WIL)은 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수여하는 ‘2012 산학연 협력 우수사례 경진대회’ 인력양성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항상 현장의 관점에서 학문을 보고, 또 앞을 내다보고 발 빠르게 실행에 옮긴 게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평가다. E-WIL은 교과 과정인 ‘현장실습 및 인턴제’에 학교·학생과 기업체의 온라인 매칭 시스템을 도입해 효과를 극대화한 프로그램이다. 현장실습은 취업이나 맞춤형 교육에 높은 효과가 있다는 게 검증됐다. 하지만 다수 학생을 지도·관리해야 하는 단점으로 인해 기피 업무로 인식돼 온 게 사실. 대다수 대학이 현장실습을 형식적으로만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현장실습 및 인턴업무를 미국 조지아공대의 모델을 바탕으로 한층 발전시킨 독자적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또 이를 대학 특성화 영역으로까지 발전시켰다. 한양대 현장실습 교육프로그램을 통하면 실습 학생을 동시에 1000여 명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공 계열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현재 인문·예체능 계열까지 확대됐다. 산학협력을 주도한 학교답게 기업체와의 끈끈한 연대도 돋보인다. 이미 2005년부터 에리카캠퍼스에는 LG이노텍 연구개발센터가 들어섰다. 2012학년도에 처음 신입생을 뽑은 소프트웨어학과는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국내 대학 최초로 공동 설립했다. 현대자동차의 투자로 2015년 완공 예정인 ‘미래자동차연구센터’도 기대를 모은다. 이들 모두가 기업이 찾는 대학, 산학협력의 선구자 한양대의 면면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취업 관점에서 보면 대학의 역할은 대학 교육이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다.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게 정부에서 2008년부터 발표하는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 한양대는 △2008년 이 평가에서 건설 금융, 자동차 부문 ‘우수’ △2009년 석유화학 ‘1위’, 화장품·제약 ‘2위’ △2010년 정보통신 ‘1위’, 전자반도체 ‘4위’, 컴퓨터 ‘우수’ △2011년 금속철강 ‘1위’, 신소재 ‘1위’의 평가를 받았다. 실제 기업 관계자들의 평가도 후하다. 최근 실시된 기업 인사담당자가 뽑은 ‘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은 대학’ 조사에서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일단 준비된 인재라는 게 한양대 졸업생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자기 분야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도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전통과 실력을 동시에 갖춘 한양대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기대가 얼마나 큰지는 기업에 들어오면 알게 된다”고 말했다. 한양대 산학협력단은 2008년 국내 대학 최초로 대학기술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이어 2009년에는 역시 국내 대학 최초로 글로벌기업가센터를 설립했다. 이는 대학의 우수 기술을 직접 사업화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도 생겨났다. 에너지공학과 이영무 교수(부총장)의 이산화탄소 포집 고분자막 기술은 높은 가격에 해외로 기술이 이전됐다. 다른 대학들과 달리 한양대는 교직원이 기업체를 직접 방문해 현장실습업체로서의 적격성 여부를 검증한다. 또 학생들은 현장에 방문한 뒤 실습 수기를 게재해 후배에게 업체 정보와 경험을 전달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영화 ‘아이언 맨’을 본 적이 있는가.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옷처럼 입는 로봇, 하늘을 나는 로봇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영화 속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곳. 한양대의 또다른 자랑 로봇공학과다. 세계 지능로봇 시장은 2020년경엔 반도체와 자동차 시장까지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로봇시장 규모 역시 급성장 중이다. 2008년 8268억 원, 2009년 1조202억 원, 2010년 1조848억 원 규모로 3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지식경제부에서도 올해 224억 원을 이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양대 로봇공학과는 다른 대학과 차별화한 전략을 추구한다. 우선 미래자동차공학과와 마찬가지로 학문의 융복합성을 강조한다. 로봇공학기술은 기계, 전자, 컴퓨터, 인문학 등 여러 학문의 융복합이 필수다. 로봇공학과의 커리큘럼은 로봇공학 교육과 더불어 산업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돕는 방향으로 구성됐다. 로봇공학 기술만 배우는 기술자가 아니라 로봇과 사회, 인간을 접목시킬 줄 아는 로봇 전문가와 융합형 인재를 동시에 양성하기 위해서다. 신규식 로봇공학과 교수는 “현재 산업계는 대량생산 중심시대를 이미 지났다. 이제는 한 가지보다 다방면에서 능통한 전문가를 원하고 있다. 시스템 전체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하고 기계와 소프트웨어 분야를 동시에 익히는 게 필수”라고 설명했다. 융합형 인재는 취업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업의 조직관 역시 융합형 인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계 전자 컴퓨터 전문가들이 각 분야별로 각자의 일을 진행했다면 앞으론 기능이 아닌 업무 중심으로 조직 편성이 이루어진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한 전문가들이 업무 중심으로 팀을 이루는 방식으로 기업조직이 변모하는 셈이다. 이런 흐름 속에 필요한 인력도 바로 융합형 인재다. 로봇공학과는 미래를 이끌어갈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 융합교육기관의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기시험원 등 각종 국책 연구소와 LG이노텍, LG마이크론 등 대기업이 입주해 있다. 실무위주의 다양한 실습은 물론 현장체험 프로그램 운영까지 가능하다. 특히 공학대학 학장인 한창수 교수는 이 학과의 자랑이다. 그는 건설로봇의 권위자로 무릎관절 환자 재활을 위해 의료로봇을 만드는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한국 로봇공학에 자양분을 꾸준히 제공해왔다. 특히 한 교수가 개발한 ‘입는’ 로봇 ‘헥사(HEXAR)’는 노약자나 장애인의 힘을 보조해주는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꼽힌다. 헥사는 한양대 외골격 보조 로봇(Hanyang EXoskeletal Assitive Robot)의 영문 약자. 국방·산업·의료·실버·재난구조·건설 등 여섯 가지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웨어러블 로봇이어서 영어 단어에서 6을 뜻하는 헥사(hexa)와 비슷한 조어를 만들었다. 한 교수는 올해 5월 ‘로봇융합포럼’ 신임의장으로 선출되는 영광을 안았다. 로봇융합포럼은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 10개 부처와 전문가 등 150여 명이 뭉쳐 새로운 로봇시장을 만들기 위해 창립한 기구다. 그는 “공학의 최종 목표는 연구가 아닌 실용화에 있다. 삶에 유익한 로봇을 개발하는 것에 핵심가치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한국 경제의 급성장은 수출 주도 전략을 통해 달성했다.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실물부문의 글로벌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하지만 금융부문은 여전히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역량도 부족해 좀처럼 세계무대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과연 한국 금융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성장과 복지 증진에 기여하도록 한 계단 올라서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 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바로 금융회사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 인력이 크게 확충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금융과 외환, 파생상품 분야의 실무능력을 지닌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양성 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고 교육과정을 정비해야 한다. 특히 프로젝트 금융, 인수금융 등 투·융자 분야의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한양대가 2009년 국내 최초로 개설한 ‘파이낸스 경영학과’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향후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 분야로 손꼽히는 금융의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산실로 떠오르고 있다. 또 올해 3월 첫 수업을 시작하는 에리카(ERICA) 캠퍼스의 ‘보험계리학과’도 고령화와 함께 갈수록 중요해지는 보험 인력 양성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글로벌 금융전문가 양성 한양대가 파이낸스 경영학과의 개설을 준비하느라 한창이던 2008년 미국의 유명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내 많은 이들이 1998년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리며 ‘은행도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은 시점이기도 했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전 대공황에 맞먹는 초대형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조짐이 보이긴 했다. 그러나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금융 전문 인력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전문가들도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을 처리할 전문 인력이 크게 부족한 한국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 무렵 탄생한 파이낸스 경영학과의 목표는 자연스럽게 ‘금융시장 환경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맞춰 금융 산업의 전문지식과 실무를 겸비한 글로벌 금융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에 맞춰졌다. 이후 파이낸스 경영학과는 역사는 짧지만 금융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한국, 더 나아가 세계 금융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금융 인재를 양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파이낸스 경영학과는 개설 후 네 번째 신입생을 맞는 동안 늘 최고의 학생들만 지원하는 인기를 누려왔다. 2012학년도 입시에서는 전체 69만 명의 수험생 중 상위 1∼1.5%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선발됐고 상경계열 학과 중 파이낸스 경영학과의 신입생 평균 입학성적은 단연 최고였다. 최고의 인재를 선발하는 만큼 한양대가 학생들을 위해 지원하는 규모도 남다르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4년간 전액 또는 반액 장학금을 지원해 학생들이 학비 부담 없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다. 파이낸스 경영학과는 금융에 역점을 둔 전문가 양성에 주력한다. 세부전공 중 재무에 특화된 커리큘럼에 따라 저학년 과정에서 인접학문인 수학 통계 경제 회계 등의 기초학문 역량을 닦고 3, 4학년 과정에서 이러한 학문들이 융합된 전공수업을 듣는다. 또 전략 마케팅, 사회·심리학, 법학 등 다양한 학문과 연계된 강좌를 통해 금융지식을 보다 다채롭게 응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를 통해 사회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지식을 쌓으며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준비를 하게 된다. 파이낸스 경영학과의 가장 큰 장점은 재무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분야에 진출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급속도로 변하는 경제상황, 그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금융산업에 적응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길러준다는 점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제에 맞닥뜨려도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답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에게 특정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 지식을 창출하고 배우지 않은 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데 비중을 둔 덕분에 가능하다. 파이낸스 경영학과 교수진들은 수업과 개인지도를 통해 학문과 경험을 전수하는 한편 기업 인턴십과 해외연수 등의 가교역할을 하기도 한다. 교수 개개인이 다양한 경험과 기업 활동 등으로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굴지의 메이저 금융회사나 단체에서 인턴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각계의 금융 전문가를 초빙해 특강도 진행한다. 대학본부와 경영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견문을 넓히고 선진 금융시스템을 접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로 꼽힌다. 경영대에서는 매 학기 10명 이내의 학생을 선발해 미국, 프랑스 등 유명 대학으로 파견하고 있다.고령화 충격 완화하는 인력 배출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로 주목 받는 분야는 인구 고령화와 이에 따른 의료비의 지출이다. 이는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대부분의 국가는 보험제도를 이용하므로 보험업은 세계적으로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크고 유망한 분야로 손꼽힌다. 미국 구직 전문사이트 ‘커리어캐스트(www.careercast.com)’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험계리사는 미국인 직업선호도에서 2009년 2위, 2010년 1위에 올랐다. 또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10년 국세조사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전공학과의 평균 임금과 평균 실업률 등을 조사한 결과 보험계리학은 취업률 100%를 나타냈다. 미국에서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훌쩍 넘는 보험계리사는 보험 상품 개발과 보험사 리스크 관리를 수행하는 전문직이다. 금융 위험도와 손해율 등을 계산해 보험사와 보험 가입자 간 최대 이익을 도출하도록 업무를 수행한다. 현재 국내에는 600여 명의 보험계리사가 활동하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은행과 증권 등 다양한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재무와 투자 같은 일반 기업의 금융 분야에서도 관련 인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보험계리사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험계리사가 되려면 매년 실시하는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동안 금융 관련 학과나 금융보험 관련 학과에서 보험전문가를 양성한 대학은 있었지만 전문적인 보험계리사 양성을 목표로 하는 보험계리학과의 운영은 한양대가 처음이자 유일하다. 올해 첫 신입생을 모집한 보험계리학과는 각종 통계 수치를 보험 업무에 응용하고 첨단 금융모델로 상품을 개발해 고부가가치를 이끌어내는 보험계리사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데 주력한다. 보험계리학은 수학과 통계학 금융공학 경영학이 융합된 학문이다. 순수 수학보다는 수학을 금융 분야에 응용하는데 관심이 있는 학생이 공부하기에 적합하다. 특히 보험계리 분야는 일정 수준의 지식을 갖추기 위한 학습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지만 전문가로서 확실한 대우를 받을 수 있고 국내에서 배운 지식으로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직종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보험계리학과는 보험계리학 금융공학 계리모형론 프로그래밍 계리리스크관리 등의 특성화된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한국계리학회장을 맡고 있는 오창수 보험계리학과 교수는 “2014년부터 국내 보험계리사 시험제도가 국제 수준에 맞게 변경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학과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험계리학과를 개설했다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에리카 캠퍼스의 대표학과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학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 교수는 “수학에 자신이 있으면서 금융 분야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은 한양대 보험계리학과에 도전해 보길 권한다”며 “최근의 보험계리 분야는 금융공학까지 그 범위를 확장했기 때문에 수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지원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금융공학자 투자분석가 펀드매니저 투자전략가… 다양한 학문·경험 쌓는 교육과정 덕에 가능하죠 ▼파이낸스 경영학과 학생들은 금융 및 경영학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학문과 경험을 고루 쌓기 때문에 졸업 후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새로운 금융상품을 설계하는 금융공학자(파이낸셜 엔지니어), 주가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애널리스트(투자분석가), 시장의 움직임을 판단해 투자를 결정하는 스트래티지스트(투자전략가),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일반 기업의 자금 조달 및 투자 등을 결정하는 재무담당자 등이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또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외국 금융회사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세계화가 진전되며 자본의 이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어 이러한 직종들의 수요는 앞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학부과정에서 습득한 지식을 기반으로 다른 분야로 취업하거나 진학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이 중 금융계의 투자분석가를 말하는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에게 금융 및 투자에 관해 조언하기 위해 금융시장 정보를 수집 및 분석하는 전문가로 수학적 마인드와 거시경제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요청된다. 이와 함께 판단력과 분석력, 역동적인 금융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균형감각도 갖춰야 한다. 펀드매니저는 전문지식에 기초해 독자적인 투자 판단을 내리고 자산을 운용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현금이나 채권 등 고객의 자산 유형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는 한편 자금시장의 흐름을 늘 주시하고 시장 변동에 따라 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항상 최대한의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요구받는다. 스트래티지스트는 거시경제와 미시경제 등 다양한 정보를 취합한 뒤 가장 효율적인 투자전략을 세워 투자자나 펀드매니저 등을 대상으로 투자 제안을 하는 전문가를 가리킨다. 시장전략가라고도 하는 스트래티지스트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에서 주로 활동한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국제 분산투자를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전략이 보급되면서 스트래티지스트가 점차 각광받고 있다. 통계학과 금융공학 경영학을 활용해 보험 상품의 가격을 산정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보험계리학을 배우고 나면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 유사보험을 다루는 협동조합,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분야, 계리컨설팅회사 회계법인 은행 증권사 등의 금융회사, 금융감독원 보험개발원 같은 금융 관련 공공기관과 협회 등에 취업이 가능하다. 여러 보험사들이 협력해 추진하고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장차 어느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좋을지 미리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양대 보험계리학과는 실용적 복합학문인 학과 특성을 살리기 위해 재학 중에 보험업계와 금융업계에서 실무를 충실히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보험계리업은 국내 업무 형태와 양식이 외국에서도 통용되기 때문에 해외 취업의 길도 넓은 편이다. 미국 영국 홍콩 같은 금융 선진국의 은행이나 보험사 진출도 열려 있다는 뜻이다. 이 밖에 보험계리를 실무업무가 아니라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싶다면 생명보험협회에서 제공하는 해외 대학 박사과정 프로그램을 통해 전액 장학금을 받고 외국에서 공부할 기회도 노려볼 수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면 해당 학생이나 학부모 동의 없이도 전학을 보내는 게 가능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교권 침해 수준 및 상황에 따른 교사의 단계별 대처방안을 학생생활교육매뉴얼에 담았다고 24일 밝혔다. 이 매뉴얼은 새 학기부터 서울 지역 초·중·고교에 적용된다. 매뉴얼에 따르면 대처 방안은 4단계로 나뉜다.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는 학생은 1단계로 교실에서 격리시킨다. 2단계 조치로는 교내 성찰교실에서 문제 학생을 면담하고 학내 선도방안에 따르도록 했다. 3단계에서는 학교 선도위원회 결정에 따라 교내·외 봉사활동을 시키거나 외부기관에서 특별교육을 이수하도록 지시한다. 마지막 4단계는 교권침해 수준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장 결정으로 학생을 전학 보낸다. 단, 초등학생은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분쟁조정위원회를 학교교권보호위원회로 바꾸고, 학부모나 외부 전문가가 반드시 참여토록 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취임 직후 "학생이 교사에게 대들어도 딱히 대응 방안이 없다. 안타깝다"며 교권보호방안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매뉴얼이 시작점"이라며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만한 실효성 있는 교권보호 방안을 앞으로 계속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봄방학. 몸이 근질거린다. 인터넷 도박사이트 접속은 교실에서 해야 제맛인데 집에서 혼자 하니 친구의 도움을 받기 힘들다. 딴 돈으로 ‘노페(노스페이스)’ 점퍼를 샀다고 무용담도 나누지 못해 개학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고2 송인찬(가명) 군의 속마음이다. 송 군은 학교에 다닐 때면 아침에 해외 스포츠 경기 결과부터 확인했다. 학교에선 친구들과 경기를 분석하고 베팅 결과를 확인하느라 바빴다. 수업시간에는 스마트폰으로 도박 사이트에 몰래 접속했다. 성적은 당연히 곤두박질.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이젠 끊기가 어렵다며 이렇게 말한다. 》 “칠판이 도박 사이트, 분필은 베팅액으로 보인다. 돈을 따면 따는 대로 좋아서, 잃으면 마음이 상해서 계속 하게 된다.”이처럼 교실에서 도박에 빠지는 청소년이 적지 않다. 동아일보는 정보보호 솔루션 개발업체인 지란지교소프트와 함께 ‘교실 도박’의 심각성을 분석했다. 스마트폰 유해물 차단 애플리케이션(앱)인 ‘엑스키퍼 모바일’의 차단 데이터를 확인하는 식이었다.학기 중인 지난해 9∼12월, 10대 3721명을 대상으로 평일(월∼금요일) 시간대별 유해물 차단 결과를 보면 학교에 있을 시간대인 오전 8시∼오후 5시에 2520건이 집중됐다. 전체 차단 건수(5252건)의 48%에 이른다. 도박 앱 등 사행성 유해물이 전체 유해물 중 30% 수준으로 비중이 가장 크다.김기연 지란지교소프트 부장은 “한 번 차단되면 다시 접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2520건은 상당히 많은 수치다. 특히 사행성 유해물 접속이 교내 유해물 접속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온라인 도박 가운데 가장 심각한 건 불법 스포츠 도박. 경기당 베팅액이 몇천 원, 많게는 5만 원이 넘는다. 이런 사이트는 접근 자체가 어렵지 않다. 휴대전화번호와 은행 계좌번호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다.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수시로 도메인을 바꿔가며 영업한다. 국내에서 처벌하기 힘든 이유다. 서울 동작구 A고교 교사는 “수업 중에 스마트폰으로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다 걸려 압수당하면 부모님 스마트폰을 가져와 접속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전했다.온라인 도박은 오프라인 도박까지 부추긴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서울 송파, 강동구 일대 중고교생 200여 명에게 물었더니 지난해 교실에서 한 번이라도 카드나 화투 등 도박을 했다는 학생이 21명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도박이 공부를 방해했다고 대답한 학생은 18명이었다.교내 도박은 소위 ‘일진회(교내 폭력 서클)’가 돈을 빼앗는 명분으로도 이용된다. 일진인 김모 군(15)은 학교에 화투를 들고 다닌다. 점심시간이면 친구들을 모아 ‘섰다’를 한다. 이렇게 시작된 게임은 그가 이길 때까지 진행된다. 그는 “인터넷으로만 하던 도박을 실제로 하니 재밌고 돈을 따니 더 재밌다”고 했다.서울 강동구에 사는 임지헌 군(16)은 “예전엔 동전 던지기가 돈을 뜯는 수단이었다면 요즘엔 포커나 화투가 유행”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도박 이야기를 다룬 ‘미드(미국 드라마)’나 웹툰이 유행하면서 교내 도박이 더 늘었다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담덕 인턴기자 연세대 건축학과 4학년 }

햇볕이 뜨거웠던 2008년 여름의 오후. 몸이 축축 늘어질 때, 메시지 알림 소리가 울렸다. 발신자는 논문을 검토한 서울대 의대 주건 교수. “축하한다. 통과했다.” 누군가는 “남들 수능 문제 풀 때 왜 이런 걸 붙잡고 있느냐”고 핀잔을 줬다. 명문대 박사도 하기 힘들다며 만류하는 친구도 많았다. 하지만 해냈다. 논문을 제출하고도 3번이나 고친 끝에 얻은 감격.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나물 캐러 산에 갈 때면 항상 손자를 데리고 갔다. 하루는 이런 말을 했다. “숲을 보면 나무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 사실 수풀 저편에선 많은 일이 일어난단다. 항상 3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거라. 영특한 쥐의 눈, 날렵한 토끼의 눈, 멀리 보는 새의 눈으로.” 어린 가슴에 이 말이 콱 박혔다. 할아버지는 서울대 통계학과 김재주 명예교수. 과학 서적을 곁에 두고, 과학을 사랑하던 학자는 시간을 쪼개 주변 사람을 도왔다. “이건 봉사가 아니란다. 할아비도 이 사람들 도우면서 기쁘고 보람까지 얻으니 서로 돕는 거지.” 그러던 할아버지가 쓰러졌다. 심장동맥(관상동맥)이 막혔다. 아이가 서울과학고에 진학했을 무렵이었다. 병실에 누운 할아버지는 “충분히 살았다. 지금 죽어도 행복하다”며 웃었다. 손자는 다짐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아프고 힘든 사람의 손을 놓지 않겠다고. 소년은 할아버지처럼 아픈 사람의 노쇠한 세포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연구에 빠졌다. 2008년 7월, 마침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 학술지에 제1저자로 논문이 실렸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 고교 2학년 학생이 이룬 성과였다. 논문을 본 의대 교수는 “바로 박사 학위를 줘도 손색없을 만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주인공은 김승찬 씨(23). 과학고 졸업 후 그는 우수인재선발전형으로 연세대 생명공학과에 진학했다. 4년 전액 장학금에 일대일 교수 멘토까지 제공받았다. 4학년인 현재까지 SCI급 논문만 8편을 발표했다. 74건의 특허를 냈고, 학술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회사를 설립했다. 또 대학 재학 중 ‘대통령과학장학생’으로 뽑혔고, ‘대한민국인재상’도 탔다. 그는 할아버지의 말을 잊지 않았다. 2011년 9월 지인들과 함께 대한민국인재연합회(대인련)를 만들었다. 재능기부와 나눔을 위해서다. 분야별 인재 600여 명이 모였다. 지난달 말 이 단체는 ‘꿈길나무’ 재능 캠프를 열었다. 피드백 및 설문을 통해 학생들의 리더십과 통솔력을 키운다. 앞으로 10년 뒤? 그의 눈은 두 곳을 향해 있다. 의과학 분야를 공부해 직접 개발한 의료기기를 환자들에게 나눠주는 일이 첫 번째, 재능기부 비정부기구(NGO)를 만드는 게 다음이다. 그는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한민족 핏속엔 나눔의 DNA가 있어요. 국민 10명 중 1명이 재능기부 하는 날까지 앞만 보겠어요. 아, 노벨상도 받고 싶어요.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 그 과정도 노벨상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겠습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담덕 인턴기자 연세대 건축학과 4학년}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면 음성 나들목(IC) 이정표가 보인다. 거기로 나와 한참 들어가면 시골 마을. 충북 음성군 금왕읍이다. 국내 고추의 주산지임을 알려주듯 마을은 고추밭 천지다. 이곳에 학교 하나가 있다. 그런데 특이하다. 외관이 대학 공대 캠퍼스를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하다. 안으로 들어가면 더 놀랍다. 최첨단 장비가 가득하다. 학생들에게 반도체의 모든 공정을 가르치는 데 활용하는 설비다. 충북반도체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에서 ‘꼴찌 학교’였다. 정원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 미달 사태가 반복되니 내신성적을 보지 않고 학생을 뽑을 정도. 교사 충원 역시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교사가 이 학교를 꺼렸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경쟁률이 5 대 1에 육박한다. 이 학교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뒤 인문계고에 진학하는 학생이 더 많다. 눈에 띄는 건 지역 내 평가다. 넓게는 충북 전체, 좁게는 인근 지역 주민까지 학교를 자랑스러워한다. 학교 이름이 고추 못지않은 지역 명물이 됐다. 이런 변화는 2010년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면서 가능했다. 삼성반도체와 SK하이닉스 등 30여 업체와 산학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최신 시설, 탄탄한 교육과정으로 올해 취업률은 100%에 육박한다. 신경인 교장은 “적어도 취업 준비가 힘들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 세대’란 말은 우리 학교 졸업생에겐 해당되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충북반도체고는 마이스터고가 지역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일단 음성 출신 학생 비율이 60%가 넘는다. 충북 전체로 확대하면 이 수치는 훨씬 높아진다. 충북 교육청 관계자는 “공부에 관심 없던 학생들이 일찍부터 충북반도체고를 목표로 준비한다. 꼴찌 학교가 우수 학교로 변하니 지역 학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동부하이텍 등 지역 산업체에선 “기술에 열정까지 갖춘 준비된 졸업생이 많아 누구를 뽑을지 모르겠다”며 고민할 정도. 충남 당진의 합덕제철고도 주목할 만하다. 합덕산업고로 불리던 시절, 이 학교는 해마다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입학 성적은 당진에서 최하위를 다퉜다. 그러다 2008년 합덕제철고로 교명을 바꾸고 2010년 국내 유일의 철강 분야 마이스터고로 지정되면서 완전히 다른 학교가 됐다. 시골 전문계고에서 글로벌 철강 인력을 양성하는 명문고로 급부상했다. 제강과 압연 등 실습 과목 비중은 65%. 학생들이 가진 철강 분야 자격증은 평균 6개. 또 토익 점수가 700점 이상이어야 졸업이 가능하다. 이런 고급인력이 지역 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같은 업체와 함께 철강 도시 당진의 발전을 돕게 됐다. 학생들은 토요일마다 봉사활동을 한다. 노인들을 찾아가 이발과 발마사지 등 서비스를 한다. 텃밭을 가꾸는 ‘노작(勞作)’ 활동은 졸업을 위한 필수과목으로 지정됐다. 박석우 합덕제철고 마이스터부장은 “몇 년 전 우리 학생들은 동네에서 담배를 많이 피우고, 사고를 많이 치는 바람에 파출소를 들락날락했다. 동네 주민의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다. 지금은 주민들이 학생들을 서로 보내 달라고 요청하니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라면서 웃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중1 시험 폐지 관련 정책을 구체화했다. 올해는 11개 연구학교를 지정해 중간고사를 보지 않되, 이를 점차적으로 확대해 2016년경 전체 학교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6일 이러한 내용의 2013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문 교육감이 강조해온 ‘행복교육’을 기조로 5개의 정책방향에 맞춰 52개의 세부과제를 확정했다. 핵심으로 꼽히는 ‘중1 진로탐색학년제’는 일단 올해 시범학교 개념인 11곳의 연구학교를 지정해 지필평가인 중간고사만 보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학기 중에 수행평가를 한 뒤 기말고사 점수를 합산해 성적을 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애초엔 기말고사까지 폐지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 중간고사 폐지로 조정됐다. 교육의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교육감의 의중과 일부 교육계에서 나올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문 교육감이 중1 시험 폐지를 언급한 뒤 교육계 일각에선 “심각한 학력 저하를 가져오고 사교육까지 조장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이날 발표 직후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육감이 주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결정”이라면서 “세부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시험 전면 폐지에 이르지 않은 건 다행”이라고 논평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도입기인 올해 중1 진로탐색학년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해 본 뒤 그 결과를 평가해 내년에는 운영학교를 50∼100개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2016년에는 전체 중학교에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1 진로탐색학년제는 문 교육감이 후보 시절부터 첫 번째로 내세운 정책인 데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자유학기제’와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 구체적인 시행 방안에 관심이 모아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일반고 점프-업 프로젝트’로 불리는 자율학교 지정 계획도 발표했다. 일반고 가운데 몇 곳을 예술, 체육, 과학 관련 중점학교로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서울 지역 일반고 가운데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74개교를 제외한 108개교 중 20개교를 자율학교로 선정해 학교당 5000만 원 내에서 예산을 지원한다. 이렇게 뽑힌 학교들은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에 폭넓은 자율권을 가진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이름만 다를 뿐 결국 기존 자율형 공립고 등과 유사한 ‘도루묵’ 정책이란 비판이 나왔다. 또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고 일반고 안에서 새로운 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서울시교육청이 혁신학교 평가 기준의 큰 틀을 확정했다. 평가 결과에 따라 기존 혁신학교의 존폐까지 결정될 수 있다. 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혁신학교 평가를 한국교육개발원 또는 한국교육평가학회 가운데 한 곳에 맡기기로 했다. 교육청 안팎에서 위원 5∼8명 수준의 전문평가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민주통합당이 주축인 서울시의회 교육의원들이 추천하는 평가전문가도 포함시켜 좌우 균형을 맞추기로 했다. 평가 대상은 혁신학교의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이 핵심이다.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수했는지, 교원의 행정역량과 리더십 등 학교 운영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수치화해서 평가한다. 세부적인 평가기준과 지표는 이달 말까지 확정하고 3월부터 1년 동안 평가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단순한 만족도 조사가 아니다. 최저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신설 혁신학교 유보는 물론이고 전체 혁신학교 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이 엄격한 평가 틀을 마련한 데는 문 교육감의 의중이 반영됐다. 문 교육감은 최근 서울 A혁신학교 교장의 명예퇴직 신청소식을 접했다. 이 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학교가 전교조 단합대회의 장이 됐다. 교장으로서 무력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A학교 전체 교사 중 전교조 소속 비중은 88% 정도로 서울지역 일반 학교의 전교조 비율인 약 12%보다 크게 높다. 서울 B혁신학교 교장은 지난달 세상을 떠났다. 지병이 이유였지만 몇몇 학교 관계자는 “전교조 교사들과의 갈등이 스트레스를 부추겨 병세가 악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전교조 소속을 제외한 일선 교사 중 상당수가 혁신학교에 가기를 꺼린다는 소식도 문 교육감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1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혁신학교 교장·교감 간담회에서 참석자 18명 중 대부분이 혁신학교 운영에 회의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밥을 안 먹는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고개를 휙 돌린다. 말수도 줄었다. 개학이 코앞인데, 고2면 정말 중요한 시점인데. 처음엔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다. 이젠 마음이 흔들린다. 그냥 기분 좋게 사주고 말까. 아니야, 한 번 사주면 버릇되는데. 벌써 일주일째 현재진행형이다. 아이와의 냉전, 그리고 내 마음속 고민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사는 주부 심지연(가명·44) 씨가 고교생 딸과 전쟁을 치르는 심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화장품 때문이다. 고교생이 되기 전까진 로션도 잘 안 바르던 딸이 최근 화장품에 푹 빠졌다. 정확히는 수입 명품 화장품이다. 10만 원이 훌쩍 넘는 화장품을 사달라고 매일 조른다. 친구들은 다 쓴다면서. 자기만 안 쓰면 ‘쪽팔려서’ 공부에 집중도 못할 것 같다면서. 심 씨는 “강남에 산다지만 소득은 중산층이다. 맞벌이도 아니다. 그런데 안 사주자니 아이 기가 죽을 것 같고 사주자니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며 한숨을 쉬었다. 화장품이 ‘신(新)등골브레이커’로 떠올랐다. 등골브레이커란 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들 만큼 비싸다는 뜻이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노스페이스’ 점퍼가 10대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나온 말이다. 여중생, 여고생 사이에선 최근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수입 화장품을 쓰는 게 유행이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정모 양(17)은 “화장품이 교실 내 서열을 결정한다”고 했다. 에스티로더, SKⅡ 같은 고가의 수입 화장품을 쓰면 엘프(요정), 국산 고가 화장품을 쓰면 휴먼(인간), 젊은층이 타깃인 저렴한 화장품을 쓰면 오크(괴물)로 불린다고 한다. 포털사이트에선 ‘명품 기초화장품을 써봤더니 끈적거리지도 않고 좋다’ 같은 10대의 후기를 찾는 게 어렵지 않다. 일부 학생 사이에선 화장품을 넣는 작은 가방인 파우치가 명품인지도 관심사다. 강원 속초에서 서울로 쇼핑 왔다는 김영임 양(16)은 “화장품 사느라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도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에 거주하는, 올해 고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어머니 15명을 대상으로 입학 준비 비용을 물었다. 평균 비용은 220여만 원. 교복이 보통 50만 원을 넘고 체육복은 평균 7만 원 선. 여기에 점퍼 가방 신발 화장품을 합치면 200만 원이 훌쩍 넘었다. 특히 패딩점퍼, 가방, 신발은 ‘등골브레이커 3종 세트’로 꼽혔다. 다소 주춤거리는 분위기지만 노스페이스의 아성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비슷한 가격대 패딩에 대한 수요까지 늘면서 오히려 학부모 부담이 더 커졌다. 전자기기는 최근 몇 년 사이 등골브레이커 상위권에 자리 잡은 품목이 됐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직후엔 자녀 이름을 새긴 태블릿PC가 졸업 및 입학 선물로 불티나게 팔렸다. 허태균 고려대 교수(심리학과)는 “요즘 10대는 소비에 무감각하고 모방심리가 강하다. 빨리 끓었다 식는 성향까지 더해져 등골브레이커들이 기승을 부린다”고 분석했다. 중학생 딸을 둔 주부 A 씨는 “아이들이 결국 명품에 집착하는 부모 행태를 따라 하는 것”이라면서 “내 아이만큼은 다르게 포장하고 싶다는 욕망도 문제”라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김담덕 인턴기자 연세대 건축학과 4학년}
서울시교육청이 서울형 혁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급 학교로 올라갈수록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학교를 맞춤형으로 만든다는 개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내세운 주요 정책 중 하나였다.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민주통합당)이 23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혁신학교로 지정된 지 2년 미만인 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평균 84.1점이었다. 중학생은 70.6점, 고등학생은 66.3점이었다. 지정된 지 2년 된 혁신학교에 통학하는 초등학생의 만족도는 평균 83.7점이었고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69.2점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1, 12월 서울형 혁신학교 중 지정된 지 2년 미만인 38개교 가운데 35개교, 2년이 지난 23개교 전체의 학생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처음 조사했다. 온·오프라인 설문을 병행해 7개 문항에 점수를 매기고 합산하는 식이었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상급 학교로 갈수록 만족도가 낮게 나타난 이유를 학업 성취도와 연결지어 해석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관계자는 “초등학생이야 중간고사 안 치르고 놀면 편하다고 생각하지만 고교생은 불안해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2012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혁신학교의 성적 향상도는 같은 지역 다른 학교와 비교할 때 30% 수준에 그쳤다. 서울 강북구의 혁신고인 A고 교감은 “학교는 기본적으로 공부 위주가 돼야 하지만 요즘 혁신학교는 일종의 대안학교처럼 여겨진다. 내신을 잘 받으려고 일부러 혁신학교에 전학 오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혁신고교의 2학년인 A 군은 “혁신학교로 지정되고 1년 동안 놀았다. 새 학년을 맞으니 불안하다. ‘실험실의 쥐’가 된 기분이다”라고 털어놓았다. 서울시교육청은 혁신학교로 지정하면서 기존 예산과 별도로 학교마다 1억 원 이상을 추가로 지급하지만 ‘돈 값’을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일부 학교에선 맞춤형 수업을 한다며 쪽지만 놓고 수업을 진행하는 등 느슨한 학업 분위기가 거론되기도 했다. 다만 서울형 혁신학교에 대한 학생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2년 미만 학교가 77.2점, 2년이 지난 학교가 75.6점이었다. 최근 경기도교육연구원이 경기지역 151개 일반 초중고교 학생에게 물었던 만족도의 평균(66.4점)보다 높았다. 이를 두고 김형태 교육의원은 “서울형 혁신학교가 학생들의 전체적인 만족도를 충족시켜 다니고 싶은 학교라는 점을 알려준다”고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한편 혁신학교에 소속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비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진보좌파 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혁신학교의 전교조 교사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2배가량 높다. 이 때문에 ‘이념 편향적’ 교육이라는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왔다. 교육계 관계자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신설학교에 대한 혁신학교 지정을 보류하는 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진보좌파가 다급해진 게 사실”이라면서 “상대 진영을 달래는 카드로 전교조 교사 비율을 50% 이하로 규제하자고 먼저 제안할 수 있다”고 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장희 인턴기자 이화여대 국문과 4학년 }
주5일 수업제 시행으로 겨울방학이 짧아졌다. 서울지역의 평균 방학기간은 초등학교 37∼38일, 중고교 31∼32일로 중고교는 지난해보다 평균 7일이 줄었다. 대부분의 학교가 1월 30일 전후로 개학한다. 방학이 짧아진 만큼 남은 방학기간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새 학년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들보다 한발 앞설 수도, 두 걸음 뒤처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선 “남은 일주일이 개학한 뒤 한 달가량의 학업성취도를 좌우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개학 준비 요령을 알아봤다. 일단 일찍 일어나야 한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지난해 한 사교육업체가 중학생 3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학하고 가장 힘든 점으로 150명(43.7%)이 ‘일찍 일어나기’를 1위로 꼽았다. 방학 때 늦잠 자는 습관은 개학 뒤 ‘낮잠’ 자는 습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신종찬 휘문고 교사는 “개학하고 수업시간에 조는 아이가 많아진다. 점심시간에 낮잠 자는 학생도 방학 전보다 두세 배 느는 게 보통”이라고 했다. 이긍연 용산고 교감은 “개학하고 고생하지 않으려면 학기 중 기상하는 시간에서 최소한 30분 일찍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학 직후 학생들은 산만해진다. 특히 아직 공부습관이 몸에 배지 않은 초등학교 저학년은 더욱 그렇다. 미국 조지아대 연구진이 지난해 발표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학교에 20일 이상 가지 않다가 다시 나갈 때 10∼13세 어린이의 수업집중도가 평소의 50%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남은 방학 기간에 집중력을 끌어올리려면 ‘책상에 앉아 있기’가 가장 쉬운 방법이다. 힘들게 교과서나 학습지를 잡고 있을 필요도 없다. 그림을 그리든, 책을 읽든 괜찮다. 좋아하는 걸 하면서 꾸준히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개학 대비책이 될 수 있다. 건강관리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특히 이번 겨울엔 노로바이러스, 인플루엔자(독감) 등이 유행하면서 건강 지키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학기 직전 아프면 학업리듬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을 막으려면 일단 익혀먹기 등 기본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전준희 동대문구 보건소장은 “독감은 손만 잘 씻어도 80% 이상 예방 효과를 거둔다”고 조언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누군가 다가온다. 등을 툭 친다. “야, 호빗(소설에 등장하는 난쟁이 종족의 이름)!”순간 번쩍 눈을 뜬다. 이런 식으로 잠에서 깬 게 일주일 새 벌써 두 번째. 방학이지만 교실 안에 있는 꿈을 꾼다. 책상에 앉아 있으면 친구들은 매번 “솜털이 보송보송하다”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여학생들이 보는 앞에서.나는 이름이 없다. 그 대신 호빗으로 불린다. 하루에도 수십 번은 키가 3cm만 더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낳아준 엄마를 습관처럼 원망한다.(최모 군·고1)162cm 정도인 키 때문에 자살충동을 여러 번 느꼈다는 최 군에게 이번 겨울방학은 특별하다. 키가 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 이른바 ‘키 업(up)’ 카페. 작은 키 때문에 고민이 많은 10대들이 회원이다. 온라인에 수시로 대화창을 열고 이런저런 정보를 공유한다. 한 달에 한 번가량 오프라인 모임도 한다. 10대들이 구입하기에는 비싼, 키 크는 약이나 초유(初乳) 등을 번갈아 사 나눠 먹는다.○ 겨울방학, 10대들은 키와의 전쟁이는 최 군만의 얘기는 아니다. 겨울방학을 맞아 10대의 키 늘리기 열풍이 뜨겁다.방학 기간 성장클리닉은 문전성시다. 서울의 A한방클리닉 원장은 “10대들이 많이 찾는 덕분에 3년 사이 회원이 급증했다”고 귀띔했다. 성장 맞춤운동을 전문으로 하는 B클리닉 상담사는 “몇 년 전만 해도 초등학생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젠 비율이 초등학생 반, 중고교생 반이다. 초등학생은 주로 부모 손에 이끌려 오지만 중고교생은 고민 끝에 직접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성장 전문 트레이너’도 방학 특수를 누린다. 가격은 10회 100만 원가량. 적지 않은 금액인데도 예약이 넘친다고 한다.신발 안에 넣는 ‘키 높이 깔창’도 불티나게 팔린다. 국내 한 대형 인터넷쇼핑몰에 따르면 주로 10대들이 이용한다는 깔창 판매량이 최근 5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이화여대 앞 골목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전원태 씨는 “특히 남자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다. 50명 중 40명은 깔창을 깐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죽고 싶다, 키 때문에열풍의 배경에는 10대의 ‘키 콤플렉스’가 있다. 이는 본보 취재진이 서울의 H, K고교 학생 377명(남 194명, 여 18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가장 큰 외모 콤플렉스로 62.6%가 ‘키’를 꼽았다. 이어 ‘몸무게’(13.8%), ‘눈, 코, 입’(9.8%), ‘얼굴 크기’(8.8%), ‘기타’(5%) 순이었다.본인의 키가 불만스러우냐는 질문에는 70.0%가 ‘그렇다’고 했다. 키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은 적이 있다는 학생은 29.2%, 부모가 원망스러운 적이 있다는 학생도 26%였다. 20명 가운데 1명은 키 때문에 자살충동까지 느꼈다고 했다.최규식 군(고2)은 “키는 생김새, 성격 등과 달리 그 수치가 명확하다. 누가 잘났는지 기준으로 삼기 쉽다”고 했다. 명확한 걸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 스타일에 딱 들어맞는 기준이 키라는 설명이다.키 크고 늘씬한 연예인을 닮고 싶은 ‘워너비 신드롬’도 키에 대한 집착을 부추기는 이유로 꼽혔다.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은 기존 인터넷, 각종 미디어에 더해 워너비 신드롬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지적된다.‘몸짱 열풍’이 10대에까지 확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사실 키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시점은 결혼 적령기이지만 요즘 아이들은 조숙해 고민을 앞당겨 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키 콤플렉스에는 대화가 핵심키 콤플렉스는 부작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본보 설문조사에서 ‘키와 왕따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답한 학생은 30%에 이르렀다. 신광철 서울공고 교감은 “키가 작으면 왕따, 나아가 학교폭력의 대상이 되기 쉽다”고 했다.키 콤플렉스는 질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서울의 여고 2년생 미현(가명) 양.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하루 일과가 화장실에서 거울 보는 일로 시작됐다. 거울 앞에 선 키 152cm인 자신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학교에선 친구들이 자신을 두고 수군거리는 것 같아 우울했다. 그러다 학업 의욕까지 잃었다. 결국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부모는 미현 양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신체이형장애. 정상인데도 스스로의 외모를 혐오하는 일종의 외모강박증이란 얘기였다. 이로 인해 우울증과 대인기피 증세까지 있었다.2004년 조선대 의대 소아과학교실 연구팀 발표에 따르면 자신의 키가 작다고 느끼는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우울증 증상이 눈에 띄게 컸다.키 콤플렉스,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일단은 대화치료가 핵심이다. 성격이 내성적이고 소심한 사람일수록 보통 외모 콤플렉스가 크다. 그렇게 커진 콤플렉스는 자신을 더욱 위축시킨다. 따라서 누군가가 하루에 30분 정도 차 마시는 시간을 가지면서 대화해 주는 것만으로도 치료에 도움을 준다.자원봉사 같은 외부활동을 늘려주는 것도 좋다. 이 과정에서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꾸준히 병행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장희 인턴기자 이화여대 국문과 4학년}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공약을 추진할 ‘서울행복교육추진단’ 인선을 마무리했다. 이광형 KAIST 석좌교수,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등 14명이 외부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예상과 달리 선거 캠프에서 교육감을 도운 측근은 대부분 배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중점공약과제 TF팀 보고회의’를 19일 열었다. 문 교육감 당선 뒤 발족한 태스크포스(TF)팀이 활동사항을 보고하고, 추진단에 포함될 외부위원 명단을 교육감에게 제출하는 자리였다. 교육감을 포함해 김관복 부교육감, 이승복 기획조정실장 등 교육청 간부 16명과 자문위원 31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6시가 돼 끝났다. 특히 외부위원을 확정하는 문제를 놓고 시간이 걸렸다. 애초 TF팀이 교육감에게 제출한 외부위원 명단에는 29명의 이름이 있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 김을호 전 국제문화대학원대 교수 등 이른바 ‘선거 공신’이 포함됐다. 하지만 문 교육감이 수정할 것을 지시했다. 선거 공신이 들어가면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순수하게 그를 도운 사람들의 의도까지 왜곡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회의에 참석한 교육감 측근은 “현장 중심으로 전문성만 고려하겠다는 교육감의 의지가 워낙 강력했다”고 전했다. 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곽노현 전 교육감의 경우 재임 직후 정책보좌관을 외부에서 데려와 임명했고, 이들이 점령군처럼 행세해 비난 받았다. 문 교육감이 이를 의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확정된 외부위원은 6개 분과에서 처음의 절반가량인 14명으로 대폭 줄었다. 성기옥 세계문화재단 회장(교육계), 권영걸 서울대 미대 학장(예술), 유현순 KBS 정책기획본부장(언론), 곽종문 한겨레고 교장(다문화), 이준석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대표(청년문화)가 다양성과 전문성이라는 기준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뽑힌 외부위원들은 교육청 간부로 구성된 43명의 내부위원과 함께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등 공약 틀을 제시하게 된다. 문 교육감이 전임 교육감의 갑작스러운 퇴임으로 당선 직후 임기를 시작한 만큼 외부 자문위원의 역할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은 교육감에 당선되면 한 달가량 취임준비위원회에서 정책을 가다듬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