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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국전력공사 직원 A 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빌라 위층에 사는 올케를 불렀다. 친오빠인 B 씨 명의로 돼 있는 302호의 방 한 칸을 세를 내줘 두 가구가 사는 것처럼 신고하면 전기요금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 재미를 붙인 A 씨는 자신의 집과 올케 집은 물론이고 같은 빌라에 사는 다른 친오빠 C 씨, 사돈의 집도 같은 방식으로 신고해 전기료를 부당하게 감면받았다. 11년간 4가족이 할인받은 돈은 1675만 원이 넘는다. 꼬리가 길었던 A 씨는 지난해 한전 내부감찰에서 덜미를 잡혔다. 한전에서는 A 씨와 같은 ‘전기도둑’이 18명이나 적발됐다. 액수로는 7300만 원에 이른다. 지난해 전력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력대란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도 한전 직원들은 제도의 맹점을 악용해 전기를 펑펑 써 온 셈이다. 한전은 해당 직원들에게 감면 금액을 환수하고 1∼2개월 수준의 감봉 조치를 내렸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이 1일 한전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여러 가구가 한 주택에 살면서 전기계량기를 함께 사용할 경우에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1주택 수(數)가구’ 제도를 악용했다. 예를 들어 방 하나를 세입자에게 내줘 한 집에 두 가구가 산다면 독립된 가구지만 전기사용량을 합산하므로 누진세를 적용받을 수 있으므로 요금을 깎아 주는 것. 한 달 사용량 400kW를 기준으로 할 때 일반 가구는 전기요금이 7만9000원가량 부과되지만 2가구로 등록한 경우 4만4490원으로 40%가량 줄어든다. 감사 결과 일부 한전 직원은 허위 신청서를 제출하거나 직접 영업정보시스템에 허위 정보를 입력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10년 이상 불법적으로 요금을 감면받아 온 사례도 7건이나 됐다. 한전은 1주택 수가구 요금을 신청하는 가구에 대해 검침원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하도록 업무처리지침에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주자와의 면담만으로 현장조사를 대체한 경우가 많았다. 이 의원 측은 “한전이 현장조사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솜방망이 처벌만 한다면 도덕적 해이는 뿌리 뽑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올해 정기국회가 1일부터 100일간 일정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첫날 개회식 외에는 일정이 잡혀 있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이 1일 정기국회 개회식 참석 외에는 백지상태로 남겨놨기 때문이다. 정기국회 첫날부터 국회는 파행으로 얼룩질 모양이다.○ ‘세 가지 길’ 고심하는 새정치연합 새정치연합은 31일 정기국회 대응 문제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지난달 28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숙식 농성을 끝냈고, 30일 광화문 집회를 기점으로 장외에서도 서서히 발을 빼고 있다. 그러나 성과물 없이 ‘빈손’으로 회군하는 데 대해선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당의 향후 일정에 대해 김현미 전략홍보본부장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세 가지 트랙으로 활동하겠다”면서 △비상행동 △국민안전 현장방문 △정기국회 참여를 제시했다. 비상행동에는 거리 홍보, 광화문 단식 농성 등이 포함됐다. 세월호 특별법 논의가 표류할 경우 추석 이후 진도 팽목항에서 서울까지 도보 행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정기국회 개회 이후 다시 장외로 나가는 것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난제다. 정기국회 참여와 관련해 김 본부장은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달려 있다”고 못 박았다. 정기국회 참여와 세월호 특별법을 연계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KBS의 31일 여론조사 결과 새정치연합의 장외 투쟁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부정적 답변이 68.8%로 나타났다. 새정치연합의 국회 복귀에 대해선 ‘세월호 특별법 처리와 관계없이 복귀해야 한다’는 응답이 82.5%나 됐다.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을 분리 처리해야 한다는 답변도 84.4%였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 소집을 공고했다. 본회의에서 권순일 대법관 후보자,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내정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고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보고를 마친 뒤 3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새정치연합도 1일 개회식에는 참석할 예정이지만 본회의 참석 여부는 의원총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회군을 할 경우 상처 입은 리더십이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국회를 마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국회 거부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거부한 듯한’ 어정쩡한 태도가 추석 연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열흘간의 단식을 끝낸 문재인 의원은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문 의원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세월호 특별법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국가가 책임지고 실종자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문 의원 측은 “정기국회 개회식, 의원총회 참석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유가족 3차 면담 주목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은 1일 3차 면담을 갖는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달라는 것은 ‘위헌적 수사기구 창설’ 주장이라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몫 특검 추천권을 유가족에게 넘겨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공정한 특검이라는 제도 취지에 안 맞는다”며 반대했다. 이에 대해 유경근 세월호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기존 여야 합의안이 최대한 양보한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한다면 면담을 지속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의 3차 면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박 원내대표는 31일 유가족 대표를 국회에서 비공개로 별도 면담했다. 새누리당 면담에 앞서 사전 조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민동용 mindy@donga.com·손영일·홍정수 기자}

철도부품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72·사진)의 체포동의 요구서가 26일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동의안 처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송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일정을 정하면 언제라도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가 표결을 미룰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심문 기일이 연기된다. 검찰은 21일 오후 8시경 송 의원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야당이 22일 0시부터 단독으로 임시국회를 소집해 회기가 시작되자 송 의원을 구인하기 위해 국회의 체포동의안 처리가 필요해졌다. 법무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체포동의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 이를 보고한 뒤 24∼72시간 안에 다시 본회의를 열어 체포동의안을 표결 처리해야 한다.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체포동의안이 통과된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장기화하고 본회의 개최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송 의원의 신병 처리가 ‘방탄국회’에 가로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가 처리 시한을 넘기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무기한 연기되기 때문이다. 송 의원이 법원이 심문 날짜를 정하면 자진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임의 출석에 따른 심문은 형사소송법 규정과 어긋나 심문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홍정수 기자}

25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세월호 유족대표들이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2시간 넘게 진행된 대화에서 즉각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 및 기소권을 부여하는 문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양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앞으로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하는 등 소통의 계기가 마련된 만큼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초반에는 신경전…“계속 대화하겠다” 오후 4시 30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마주 앉은 양측은 불꽃 튀는 기싸움을 벌였다. 유족 측은 들어오자마자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의 배석을 문제 삼으며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주 의장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했고 김 수석부대표가 세월호 일반인 유족을 따로 만난 것을 문제 삼은 것.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나는 원내대표를 만나겠다고 했지 주호영 의장, 김재원 수석부대표 이 양반들은 보고 싶지 않다. ▽이완구 원내대표=일단 앉자. (두 사람이) 나가더라도 이따 나갈 테니까. ▽김병권=예의는 두 분이 먼저 안 지키지 않았나, 두 분이. ▽김재원=이간질한 게 없다. 나에게 연락한 분들을 만난 것이 전부다. ▽주호영=손해배상 문제로 들어가면 교통사고 법리로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후 오후 6시 50분까지 비공개 면담이 진행되면서 서로 어느 정도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복수의 참석자들은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이 원내대표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오해를 씻고 소통을 많이 했다”고 밝혔고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자주 만나면 (오해가)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김형기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라디오에서 ‘새누리당이 기존 안에만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얘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있었다”며 “대여(對與)투쟁도 하겠지만 이제 대화 국면”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다른 참석자들은 “새누리당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수준의 원론적인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시간이 갈수록 정국 파행에 대한 여권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유가족과의 대화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 김무성 “고달픈 서민 위해 법안 분리 처리” 야당 압박 새누리당은 민생을 앞세워 야당을 압박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에 발목이 잡혀 한국 경제가 정말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가족뿐 아니라 매일 고달픈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서민을 위해 법안 분리 처리에 나서 주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당 내부에서 미묘하게 의견이 갈렸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제 청와대, 정부가 더 고민하고 설득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이해와 설득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표적 친박(친박근혜)계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할 일들을 대통령에게 해달라고 하는 것은 좋아하는 장난감을 고를 수 있는 나이임에도 엄마에게 떼를 쓰며 골라 달라고 하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모습”이라고 했다. 비박계가 장악한 새누리당 지도부에 친박의 목소리도 있다는 시위성 발언이라는 시각도 있다.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여야가 충돌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25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26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던 사상 첫 분리 국정감사도 무산됐다. 여야 원내대표 간 주례회동도 불발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25일을 3자 협의체 구성과 관련한 여당 입장 표명의 마지노선으로 선언한 뒤 “(새누리당이) 거절하면 강도 높은 대여(對與) 투쟁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투쟁 정당의 이미지를 벗겠다”며 4일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한 지 21일 만의 입장 선회다. 새정치연합은 25일 밤늦게까지 의원총회를 열고 난상토론을 계속했다. 의원들은 장외투쟁 대신 다음 달 1일 정기국회 전까지 국회에서 매일 비상의원총회를 여는 방식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이날 처음으로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과 만났다. 새누리당은 3자 협의체 구성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민동용 mindy@donga.com·홍정수 기자}

《 9월 본격적 여야 협상을 앞두고 세월호 피해자 배상 및 보상 문제가 인터넷 공간을 달구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배·보상 관련 내용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일부 내용은 과장된 부분도 있고 억측성 관측이 곁들여지면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들은 “일부 내용은 여야가 마련한 독자안(案)에서 거론된 내용이지만 아직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며 실제 법률로 확정될 것으로 예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트위터 등에 떠도는 ‘22개 항목’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을 거부하면서 국회 파행 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24일 트위터 등에선 ‘새민년(새정치연합)이 제출한 세월호 특별법 22개 내용’이라는 글이 전파되고 있다. 일부 트위터 이용자는 “이 틈에 유가족들이 한몫 챙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억측성 글을 올리고 있다. 트위터에 떠도는 22개 항목은 새정치연합 전해철 의원이 지난달 4일 발의한 ‘4·16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피해자지원 특별법’에 근거하고 있다. 이 중 3개 항목은 당초 법안에는 없는 내용들이다. ‘공무원 시험 가산점 주기’가 대표적 사례로 법안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 ‘유가족을 위한 주기적 정신적 치료 평생 지원’과 ‘유가족 생활안정 평생 지원’ 항목도 법안에 들어 있지는 않다. 다만 야당안 43조에 ‘피해자의 일상생활 전반을 종합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처럼 유가족 관련 2개 항목에서 ‘지속’이 ‘평생’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만큼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나머지 19개 항목은 전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에 나와 있다. ‘사망자에 대한 국가 추념일 지정’ ‘추모공원 지정’ ‘추모비 건립’ 등이 대표적 케이스로 특별법 73조에 명시돼 있다. ‘사망자 전원 의사자 처리’도 46조에 있다. 교육비 지원과 관련해 ‘유가족들의 직계비속에 대한 교육비 지원’이 인터넷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법안에는 ‘단원고 재학생과 희생자 및 생존자의 직계비속·형제자매’로 명시됐다. 다만 정작 유가족들은 “유가족의 특별법안에는 세간에 떠도는 ‘의사상자 지정’ 같은 내용은 들어 있지도 않다”며 “우리는 참사 진상 규명을 원할 뿐”이라고 했다.○ 배·보상 협상 정기국회 ‘복병’ 관측 여야 간의 배·보상 논의는 7월 말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 배·보상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TV 수신료 및 수도요금, 전기요금, 전화요금 등 공공요금 감면에 대해 “입법사례가 없으며 다른 사례에 비해 과도한 지원을 하려는 것이어서 부당하다”는 입장. 조세 감면과 관련해서도 부정적 입장이다. 새정치연합도 조세 감면과 공공요금, 의사상자 지정 등에 대해선 기존 입장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가족을 위한 생활비와 정신질환 등의 의료비, 간병비 지원 등과 관련해서 향후 지원 시기와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려고 한다.고성호 sungho@donga.com·배혜림·홍정수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은 21일부터 소속 의원들에게 분리 국정감사 실시에 대한 전화 설문조사를 돌렸다. 26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열리는 분리 국감을 그대로 진행할지, 아니면 연기해야 할지를 묻는 것이었다. 새정치연합은 설문 결과를 토대로 25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분리 국감을 연기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22일 시작된 8월 임시국회가 ‘식물국회’가 될 위기에 처한 것은 물론이고 올해부터 도입하기로 한 분리 국감 실시 여부도 미궁에 빠졌다. 여야는 26일 1차 국감을 시작한 뒤 다음 달 1일 시작되는 정기국회 기간에 2차 국감을 하기로 결정했었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국감은 일단 예정대로 간다. 각 상임위원회에서 증인과 참고인도 의결했는데 이제 와서 하지 않는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국감이 열리지 않으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경우 1차 국감 대상기관 60개에서 현재 1억1300만 원가량의 비용이 그냥 공중으로 떠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문제 해결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나서라고 연일 공세 수위를 높였다.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은 22일 트위터에 “이제는 대통령께서 나서서 약속을 지켜주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는 입장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충남 천안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야당이 유가족을 설득하든지, 아니면 결단을 내려서 (여야 재합의안) 추인을 하든지 해야 한다”고 했다.민동용 mindy@donga.com / 천안=홍정수 기자}
세월호 특별법 2차 합의안 추인을 거부한 새정치민주연합 일각에서 26일부터 시작될 분리 국정감사를 연기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자 새누리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정국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한 야당은 여당에 의사일정 협의 제안도 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25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국감 분리 실시 및 민생법안 별도 처리 여부에 대한 당의 최종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당내에선 특별법 처리 없이 분리 국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여당은 22, 23일 이틀간 충남 천안에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한 연찬회를 열었다. 결산안 처리를 위해 여야가 합의한 25일 본회의 개의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분리 국감을 위해서는 25일 본회의를 열어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본회의가 무산되면 26일∼9월 4일의 1차 분리 국정감사도 물 건너가게 된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 처리의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돌렸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이 만나주면 단식을 중단하겠다는 아빠의 간절함에 생명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박 대통령이 답할 때”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윤영석 원내대변인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통령과 청와대를 끌어들이는 것은 정치적인 목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문희상 원혜영 유인태 박병석 의원 등 중진들은 이날 조찬모임을 한 뒤 박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을 겸하는 것은 무리”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한 참석자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세월호 정국 대처법을 놓고 갈등 양상으로 비치고 있다.민동용 mindy@donga.com / 천안=홍정수 기자}

“국회의원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 22일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연찬회에 참석한 한 재선 의원은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 때문에 꼬인 정국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날 곳곳에 모여서 얘기를 나누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답답하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은 없다” 한 3선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이 여당이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만약 여기서 한 번 더 협상을 한다고 해도 그때는 의원총회에서 추인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의원 대부분은 여당이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역할론도 당 내부에서 나오지만 일부에 그치고 있어 당론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을 강하게 비판하는 의원도 있었다. 한 초선 의원은 “‘방탄국회’ 비판을 받아가면서 단독으로 임시국회까지 소집해놓고 분리 국정감사를 의결하기 위한 본회의는 안 열겠다고 말하는 게 앞뒤가 맞는 얘기냐”고 말했다. 이날 연찬회에선 야당 협조가 없으면 결국 분리 국감을 여당 홀로 강행하긴 어려울 거란 얘기가 오갔다. 상임위 간사를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여당이 단독으로 여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며 “결국 피감기관들만 죽어나는 꼴”이라고 말했다. 21일 전격 구속된 여야 의원 3명의 신병 처리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의원들은 “앞으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새누리당 지도부 첫 연찬회…혁신 계기될까 이날 연찬회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김무성 대표 등 새 지도부와 소속 의원이 모두 참석한 첫 행사. 김 대표는 혁신을 강조하면서 “기득권과 특권을 포기하는 작은 실천을 지금 바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찬회 강연자로 초청돼 1시간가량 최근 경제 현황과 부동산 시장 안정화 등 향후 경제운용 방안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부동산시장이 아직 한겨울인데 한여름에 입던 옷을 계속 입고 있으니 감기가 걸려서 투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당이 입법 또는 여러 가지 정책적 지원으로 도와주지 않으면 어렵다”고 지원을 호소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동참했다. 앞서 채널A의 ‘뉴스 TOP10’을 진행하는 박정훈 정치부 차장이 그를 지목한 데 따른 것. 김 대표는 “루게릭 환자 여러분 힘내시기 바란다”며 얼음물을 뒤집어쓴 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과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목했다. 김 대표는 “박 의원은 찬물 뒤집어쓰고 정신 차려서 당내 강경파를 잘 설득해주고, 김 실장은 너무 경직돼 있다. 찬물 맞고 좀 더 유연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김 위원장에게는 “노사정위원회를 떠났던 한국노총이 다시 복귀하는 큰 결단을 내려준 데 대한 존경의 뜻을 담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지목을 받았는데 동참해야 되냐고 묻는 질문에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즐거워하겠냐”며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천안=강경석 coolup@donga.com·홍정수 기자}

“세월호 특별법 처리와는 별개로 국회를 조속히 열어 민생법안부터 처리해 생활고에 허덕이는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이만섭 전 국회의장) “여야 없이 온통 세월호 문제에만 갇혀 있다. 세월호는 세월호대로 가고 국정을 챙기는 일도 해야 한다.”(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 정치권 원로들은 20일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국회는 산적한 국정 현안을 챙기는 일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국민을 바라보고 일을 해야”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꽉 막힌 세월호 특별법 정국 해소 방안으로 “국회는 모든 책임과 권한을 여야 두 원내대표에게 위임하고 이 두 사람은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의장은 “(두 원내대표는) 국민을 쳐다보고 일을 해야지, 세월호 희생자 가족만 쳐다보는 태도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의 분리 대응을 촉구했다. 이 전 의장은 “세월호 특별법은 계속 논의하기로 하고 민생부터 다루자”며 “세월호 유가족 지원법부터라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이 반대한 여야 원내대표 재협상안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야 합의는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유가족 입장이 딱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의회주의를 발전시키려면 서로 물러서서 냉철하게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도 “국회는 대의정치의 기본 정신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여야가 합의하면 국민의 의사에 따라 합의한 것으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전 원장은 “여야가 끝까지 진실 규명을 하고, (유가족에게) 보상을 하겠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추가) 재협상이냐 아니냐보다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보면 좋겠다”며 여, 야, 유족, 정부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시했다. 김 전 실장은 “협의체가 문제를 해결하면 나중에 국회가 인준을 하면 된다”며 “국정을 왜 세월호에 다 집어넣느냐. 국정은 국정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교황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유족을 만나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야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 박관용 전 의장은 “세월호 특별법 처리는 입법부인 국회의 소관”이라며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게 (해결)하라는 얘기는 대통령이 권한으로 입법부에 강제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병준 전 실장도 “교황도 (유가족들을) 만났는데 대통령이 못 만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은 잘못됐다”며 “교황은 결정권자가 아니다. 위로를 하려고 만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다르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지금은 위로 국면이 아니다. 만나는 순간 답을 줘야 하는 결정 국면”이라며 “대안이 없이 만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홍정수 기자}

2012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된 19대 국회의원 300명 중 192명이 2011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279회의 출판기념회를 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국회의원 3명 중 2명이 한 차례 이상 출판기념회를 가졌고, 한 달에 6.5회꼴로 사실상의 정치자금 모금행사가 열린 셈이다. 20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9대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 개최 현황을 전수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정당별로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05명으로 가장 많았고 △새누리당 79명 △통합진보당 5명 △정의당 3명 순이었다. 한 권의 책으로 국회와 지역구 등에서 중복해 출판기념회를 연 의원은 13명이었다. 상임위원회별로는 소관 기관이 많은 이른바 ‘알짜’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많이 개최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이 25명, 기획재정위원회 21명, 정무위원회 20명 순이었다. 업무 연관성을 이용한 사실상의 정치자금 수금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규정은 드물다.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관련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조항(제103조 5항)이 유일하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의원은 올 2월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정가로 도서를 판매하고, 수입과 지출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6개월째 해당 상임위에서 빛을 못 본 채 계류 중인 상태다. 출판기념회의 입법 로비 관련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제도적 보완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출판기념회는) 분명한 정치자금법 위반이고 탈세”라며 “선관위는 이런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출판기념회 문화를 없애기 위한 법 조치를 빨리 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2011년 이후 5권의 책을 발간하고 6번의 출판기념회를 열어 최다 개최자가 됐다. 하지만 이 의원은 19대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2014년 재산 변동사항에 지난해 출판기념회 수익을 신고했다. 이 의원은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원칙적으로 홍보를 위한 것인 만큼 수익금이 발생하면 정치후원금으로 인식해 규모와 내용을 공개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9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겸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재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안의 핵심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힐 특별검사의 추천 과정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재합의안에는 ‘특검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중 여당이 추천하는 2인은 야당과 세월호 사건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아 선정해야 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특검 추천 방식을 규정한 상설특검법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사실상 야당과 유가족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이 외에도 여야는 특검 수사가 미진할 경우 기한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배상·보상 문제의 논의 시기를 못 박았다. 새정치연합이 추인하면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 및 피해자 구제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당 몫 특검 추천, 야당의 사전 동의 받기로 양당 원내대표는 7일 1차 합의에서 특검 추천 방식을 상설특검법 규정에 따르기로 했다가 유족의 거센 반발을 샀다. 현행 상설특검법은 특검후보추천위원회에 대통령에게 올릴 특검 후보 2명의 추천 권한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추천위원회의 구성은 국회 추천 4명(여야 각 2명씩)과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모두 7명. 세월호 유가족들은 “정부·여당 입장에 치우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야당 몫 2명과 유가족 측과 가까운 변협 회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4명은 모두 ‘정부 편’이라는 주장이다. 유가족들은 “여야가 4 대 3인 구도로는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 여당 몫의 특검추천권을 야당이 행사할 수 있도록 다시 협상해오라”고 요구했다. 19일 극적으로 타결된 여야 협상안은 유가족의 이 같은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한 절충안이다. 여당이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할 때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 특검 수사 미진하면 2회 연장 가능 현행법상 특검의 수사 기간은 90일을 넘기지 못한다. 상설특검법 제10조는 특검이 60일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면 수사 기간을 한 차례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여야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검의 수사 기한을 늘릴 수 있는 길을 터놨다. 재합의안에는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특별검사 임명에 2회 연장을 요구한 경우 본회의에서 의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검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할 경우 수사 기간을 다시 90일까지 연장해 최장 180일간 수사하도록 한 것이다. 필요할 경우 특검도 새로 임명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특검 재임명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특검 수사 진행 도중 특검을 교체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수사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검을 바꾼다면 더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피해자 가족에게 가해자 수사를 전부 맡기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여야는 지난달 25일 유가족 등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보상·배상 문제에 관해서는 진상조사위의 구성 및 권한 문제를 먼저 정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보상·배상 규모와 심의 주체를 두고 여야의 의견 차는 컸다.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천안함 폭침 사건 피해자와 비교해 과잉배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진상조사위 산하의 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따라 세월호특별법 태스크포스(TF)의 여야 간사 및 정책위의장은 진상조사위의 구성 등을 담은 특별법을 먼저 합의하고 지원과 보상·배상 문제는 추후에 분리해 논의하기로 합의하는 데 그쳤다. 여야 원내대표가 이날 재합의에서 논의 시기를 9월로 못 박음에 따라 피해자 배상·보상 문제도 본격 논의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혜림 기자 beh@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태에서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막판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18∼21일 열기로 합의한 청문회 증인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유정복 인천시장(당시 안전행정부 장관)을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절대 불가’로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실장이 세월호 국조특위 (기관보고), 국회 예결특위, 운영위에서 이미 24시간이나 답변을 했다”고 했다. 정 비서관에 대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밝히겠다는 것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고 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김 실장이 이미 출석했다고 면죄부가 주어질 수는 없다”고 했다. 일단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합의한 상태에서 청문회 증인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막판에 김기춘 실장 증인 채택 정도로 절충점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 조사 및 보상에 관한 조속 입법 태스크포스(TF) 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여야 원내대표 합의 내용에 반대하며 사실상 TF 간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족들이 동의하지 못한다면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는 게 도리”라며 재협상을 촉구했다. 한편 정의화 국회의장은 세월호 유가족 면담에서 “국회의 정상적인 입법활동을 위해 국회 정문 앞 100m 이내에서는 어떠한 집회나 시위도 할 수 없도록 법이 정하고 있다”며 농성을 거둬달라고 요청했다. 유가족 측은 합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단식하겠다고 했다. 한신대 학생 4명도 합의 파기를 요구하며 서울 구로구 박영선 원내대표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농성을 벌였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경준 인턴기자 연세대 금속시스템공학과 4학년}

황우여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7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국사과목 국정교과서 추진과 관련해 “정권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한 가지로 가르쳐야 국론 분열의 씨앗을 뿌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앞서 황 후보자는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도 “역사는 국가의 정체성과 국민 통합을 다루는 교과이므로 통일되고 일관된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발행 체제 개선이 중요하다”고 했다. 교육감 선출 방식에 대해 황 후보자는 “우리 교육에 헌법이 요구하는 정치적 중립성, 전문성, 자주성 등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제도를 만들기는 힘들다”며 “직선제의 장점을 유지하며 보완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황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지지부진하던 정책들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황 후보자가 청와대의 교육정책 기조에 적극적으로 발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19일이 마지노선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미복귀 전임자에 대한 직권면직도 강경하게 몰아붙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황 후보자는 서면 답변에서 “전교조가 수용성이 높은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정치 이념 교육을 하는 등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을 훼손해 교육 현장의 혼란을 초래한 면도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진보 교육감들과의 충돌 강도가 높아질 우려도 있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절대평가 전환 문제도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교육부가 부정적이었으나 황 후보자가 임명되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대학 구조개혁은 관련 입법이 지연되면서 후속 정책도 진전이 없는 상황인 만큼 황 후보자가 적극적으로 국회에 입법 협조를 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큰 논쟁 없이 비교적 조용하게 마무리됐다. 황 후보자는 여야 간 큰 이견이 없어 청문회를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경준 인턴기자 연세대 금속시스템공학과 4학년}

여야가 지루하게 맞섰던 세월호 특별법의 합의점을 7일 찾았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13일 만이다. 이번 합의는 여야의 속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7·30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가 강경 태도에서 한발 물러섰고, 새누리당도 하루빨리 세월호 이슈를 털어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를 만나기로 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합의안에 반발하고 있어 13일 본회의 처리까지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한발씩 물러서 합의 최대 쟁점이었던 특검 추천권 문제에선 야당이 한발 물러섰다. 새정치연합은 당초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수사 독립성을 흔든다’는 이유로 반대하자 진상조사위원회가 특검을 추천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 또한 새누리당이 반대하자 상설특검법의 특검 임명 절차 규정을 준용키로 했다. 반면 진상조사위의 구성은 유가족 참여의 길을 열어둔 새정치연합의 안이 관철됐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유가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 구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 조문화 작업은 내부적으로 거의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진상조사위의 권한과 관련해 강제력이 있는 수사권 대신 조사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조사 대상자가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진상조사위가 동행명령권을 행사하거나 자료제출요구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위의 조사 기간은 최소 1년 반에서 최대 2년을 놓고 여야 간에 협의가 진행 중이다. ○ 청문회에 김기춘 실장 나올 듯 18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세월호 국정조사 청문회의 증인 채택 문제의 공은 여야 특위 간사에게로 다시 넘어갔다. 새정치연합이 요구하는 3명(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 가운데 새누리당은 정 비서관에 대해 절대 불가의 태도에서 변함이 없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김 비서실장이 참석하는 수준에서 절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여야 간사 간에 김장수 전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박준우 전 정무수석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에 합의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서로 하나씩 주고받으며 합의를 본 모양새지만 정치권에선 수사권과 특검 추천권을 포기한 야당이 더 많이 양보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재·보선 패배 후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까지 겸하는 상황에서 세월호 특별법 문제가 장기화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합의 직후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아무것도 못 얻었다”는 강경파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최민희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선거 패배가 세월호 면죄부라도 되나”라고 글을 올렸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것으로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준용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동아일보가 입수한 1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윤 일병 사건’ 수사기록과 제28보병사단 보통검찰부의 ‘윤 일병 사건’ 공소장(2014년 5월 2, 19일)에 나타난 윤 일병의 부대생활은 한마디로 ‘생지옥’ 그 자체였다. 공소장에 기록된 3월 3일부터 4월 6일까지 이모 병장을 포함한 6명의 피고인들이 윤 일병에게 가한 폭행 횟수는 300회를 훌쩍 넘었다. 기록을 통해 윤 일병이 목숨을 잃기까지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윤 일병, ‘악마’를 보다 윤 일병에게 가장 가학적인 폭행을 가한 ‘주범’ 이 병장의 공소사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인하고 집요했다. 공소장의 범죄일람표를 보면 이 병장은 3월 8일부터 한 달여의 기간에 30여 차례 구타를 가했고 11번에 걸쳐 가혹행위를 했다고 적혀 있다. 이 병장이 휴가였던 3월 17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가량만 폭행이 없다. 2월 18일 자대배치를 받고 2주간의 대기기간을 거친 윤 일병에게 3월 초부터 악몽이 시작된다. 이 병장과 이 상병은 윤 일병이 대답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의무창고에 데리고 가 때리기로 모의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긴다. 폭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엽기적인 가혹행위로 변했다.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못했다는 이유로 윤 일병의 입에 치약을 짜 넣고 삼키게 하거나 윤 일병이 대답을 잘 못하고 무시하는 것 같다며 생활관 바닥에 가래침을 뱉어 피해자에게 핥아 먹도록 했다. 4월 6일 0시에는 이 병장이 윤 일병의 속옷을 찢고 갈아입히기를 반복하며 5차례 폭행했다고 이 상병이 진술하기도 했다.○ 정신 잃기 전 25분간 ‘64회’ 폭행 윤 일병을 사망에 이르게 했던 4월 6일 폭행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다. 오전 7시 반경 이 병장은 윤 일병의 뺨을 3회 때리고 발로 피해자의 허벅지를 3∼4회 걷어찼다. 이 병장이 잠을 자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어겼다는 이유다. 같은 날 낮 12시 반경에는 이 병장이 윤 일병에게 “야이 ○○새끼야! 너랑 나랑 나이 차이가 얼마인데 말을 그딴 식으로 하냐”고 욕설을 내뱉으며 앉았다 일어서기를 4∼6회 시켰다. 오후 2시경 이 병장은 실신한 윤 일병에게 수액과 비타민 10cc 주사를 놓고 다시 때렸다. 오후 4시 7분경 의무반 생활관에서 함께 냉동식품을 먹을 때 폭행은 최고조에 이른다. 이 병장은 윤 일병이 치킨을 먹을 때 쩝쩝거리고 먹으며 질문에 대답이 늦었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윤 일병 얼굴 부위를 2차례 때렸다. 윤 일병은 정신을 잃기 직전 25분간 최대 64번의 폭행을 당한 셈.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오후 4시 12분경 윤 일병이 젓가락질을 잘 못하자 “잘못 배웠다. 우리 아버지도 조폭인데 너의 어미와 누나는 ××냐”며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오후 4시 15분경에는 윤 일병이 입안에 있는 음식 때문에 대답을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피해자 얼굴을 때렸다.○ 수액 바늘 꽂은 상태에서도 폭행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상병은 “윤 일병이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두 번 정도 핥아 먹은 후 팔에 맞고 있던 수액 정맥주사를 제거해줬다”고 밝혔다. 수액 바늘을 꽂은 상태에서도 폭행을 당하고 가혹행위를 당했던 것. 오후 4시 32분경 윤 일병이 소변을 보고 쓰러지는 것을 본 이 병장은 꾀병을 부린다며 발로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한 차례 찼고, 윤 일병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하루가 지난 4월 7일 오후 4시 20분 윤 일병은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으로 결국 사망에 이른다. 가해자들의 진술조서를 보면 이미 윤 일병은 오전 10시부터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음이 드러난다. 윤 일병이 호흡이 가빠지는 것 같아 하 병장과 이 상병이 가슴 부위를 살펴봤던 것. 하 병장이 이 병장에게 “윤 일병이 숨도 헐떡이고 심한 것 같으니 진료를 받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자 이 병장은 “큰일 났으면 벌써 큰일 났다”고 답했다. 윤 일병의 생명을 구할 마지막 기회도 이렇게 날아갔다.이현수 soof@donga.com·홍정수 기자}

7·30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새누리당은 사정정국 분위기 속에서도 몸을 낮추면서 내부 단속에 나섰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의 검찰 출두와 관련해서도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법에 따라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해운조합비리와 철도비리에 각각 연루돼 있는 박상은, 조현룡 의원이 6일 검찰조사를 받기로 한 사실을 언급하며 “새누리당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 번 한다”고 강조했다. 회기 중 의원들의 검찰 출두를 막는 ‘방탄국회’ 역시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뜻. 이인제 최고위원도 “이번에는 심판의 화살이 야당을 향했지만, 과연 우리 새누리당은 문제가 없는가”라고 반문하며 “하루빨리 강력한 혁신기구를 만들어서 구조적이고 질적인 작업에 착수해야 된다”고 말했다. 자칫 승리에 오만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을 서둘러 진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몸짓이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와 관련해서도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여야 합의가 이뤄진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학생 대학입학지원 특별법안 처리가 미뤄지는 것에 대해 “(9월 초) 대입 수시 지원이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없다”며 “18, 19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정치판과 이 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독재 세력이 박혀 있는 게, 깡패 사회보다도 못한 거여. 벌써 내 나이 아흔셋이야. 죽기 전에 잘못된 것 바로잡아야 하는데….” 지난달 31일 국회 헌정회관에서 만난 박영록 전 국회의원(93)은 또박또박 목소리를 높였다. 군사정권 아래서 반독재활동을 하던 박 전 의원은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감금당하고 재산을 빼앗겼다. 2003년부터 12년째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6m² 크기 컨테이너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여름엔 실내온도 40도가 넘고 겨울엔 얼음이 언다”면서 “오늘 같은 날에 ‘찜통’이 되는 컨테이너보단 여기가 훨씬 나아서 매일 출근하다시피 온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1963년에 국회에 입성한 그는 1979년 신민당 부총재를 지낸 야당 정치인. 전두환 신군부의 눈 밖에 난 그는 1980년 7월 18일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끌려가 고문을 받고 의원 사직서를 냈다. 애국공원을 만들기 위해 매입했던 서울 노원구 상계동 땅은 ‘18억 원 상당 부정축재’로 부풀려져 몰수당했다. 1992년부터 9차례 재산을 돌려받기 위한 법정 투쟁을 벌였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에 대해 박 전 의원에게 사과하고 재산을 반환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관련 부서인 국방부와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는 관련 법률이 없다는 이유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박 전 의원은 “땅을 다 뺏겨서 이젠 동전 한 푼 없다. 둘째 아들은 ‘제대로 못 모셔 죄송하다’며 자살했다”면서 “이런 일을 법률이 아니라 고작 행정처분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보다 못한 전직 국회의원들이 발 벗고 나섰다. 국회 전현직 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 회원들은 지난달 28일 ‘박영록 명예회복 추진본부’를 만들어 피해 구제조치를 촉구하는 동의요청서를 전현직 국회의원들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현재 현역 의원 30여 명이 지원 의사를 밝혔다. 문태성 추진본부 사무총장은 “현역 의원 과반의 동의서를 받으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상소를 올리고 9월 정기국회에서 청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여당의 압승이 아니라 야당의 참패다. 누가 더 민심에서 멀어지는지 여야가 경쟁을 한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7·30 재·보궐선거 결과를 이같이 요약했다. 최 교수의 말처럼 이번 선거에서 민심이 새누리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여당이 무능한 것은 맞는데 야당에 비해서는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하려는 모습이 선거 결과의 차이로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당 스스로 잘해서 이긴 것은 아니다”(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 “새누리당이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국민이 만족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현우 서강대 교수)이라는 진단도 같은 맥락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조차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여당이 잘했다고 표를 준 게 아니라 그동안 잘못을 거울 삼아 지금부터 잘하라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런 만큼 여당이 낮은 자세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비롯한 현안을 책임감 있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했다. 이현우 교수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해결책을 적극 제시하고 야당과 합의하는 책임이 새누리당에 있다”고 요구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집권당이 국정의 한 축을 감당하고 있다는 책임감을 갖고 청와대와 소통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이 이정현 의원의 성공 사례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주문했다. 진장철 강원대 교수는 “이정현 의원은 ‘지금 이 나라에 가족을 잃은 사람이 많은데 내 가족의 어려움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고 말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며 “새누리당이 제대로 나라를 이끄는 축으로 서기 위해서는 상식에 기초해서 공감할 수 있는 정치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도 “이 의원의 승리를 이끌어낸 뚝심과 진정성에 한국 정치의 해답이 있다”며 “민생정치와 생활정치에 투신하는 모습을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이제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의사결정 과정을 확보해야 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생활정치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양극화 해소 등 서민을 보듬을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외형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양극화는 심각해질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을 안고 갈 수 있는 따뜻한 보수, 배려할 수 있는 모습을 같이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창렬 교수는 “야당에 대해서는 ‘승자의 포용’이 필요하고 경제 살리기와 함께 경제민주화, 소외계층 돌보기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천제도 개혁 등 당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새누리당의 과제로 제시됐다. 최준영 인하대 교수는 “새누리당이 이번에 상향식 공천을 했다고 말을 하지만 제도적으로는 바뀐 것이 없다”며 “지역구에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후보를 결정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홍정수 기자}

《 ‘미니 총선’이라고 불린 7·30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한국 정치는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인사 파문’ ‘유병언 부실 수사’ 등으로 휘청거렸고 여당은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야당은 ‘공천 파동’에다 무리하게 ‘세월호 심판론’만 외치다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10명의 정치학자와 전문가는 “한마디로 정치가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시대는 변하고 국민의 수준은 높아지는데 정치만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따끔한 충고다. 》 “민심이 최후의 레드카드를 꺼내놓기 전에 야당에 마지막 경고를 줬다.” 정치전문가들은 7·30 재·보궐선거 결과가 야권 전체에 참혹한 시련을 안겨줬지만 재도약의 기회는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라도 구태를 벗고 뼈를 깎는 혁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야당이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제대로 된 대안정당으로 자리 잡을 때 한국 정치는 물론이고 국가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국민의 뜻 못 읽으면 대안세력 못돼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 기간 내내 ‘이대로는 안 된다. 국민이 정권에 강력히 경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와 집권 여당이 국민의 뜻에서 역주행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것. 하지만 정작 새정치연합 스스로는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는 지적이 많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국민은 경기부양의 필요성도 인정하고 세월호 문제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해결되기를 원하고 있었는데 야당은 입만 열면 ‘정부 심판론’만 얘기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의 ‘이중 잣대’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 여당에 대해선 한없이 엄격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에게 관대해지면서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은 야당이 무언가 바꿔주기를 원했지만 잇단 공천파동에서 보듯 구태정치를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최준영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야당이 ‘새정치’를 주장했지만 새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국민에게 제대로 얘기하지도 못한 것은 물론이고 담론형성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법안 처리라는 국회 본연의 임무는 등한시한 채 야당이 원하는 법안과 다른 민생법안들을 연계시키는 발목잡기도 신뢰를 떨어뜨리는 한 요인으로 꼽혔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야당 역시 국정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책임감 있는 정치를 통해 수권세력으로서의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강경으로 선회하면 또다시 필패 참패의 성적표를 받아든 새정치연합 일부 강경파는 “야성(野性)을 잃었기 때문에 지지층으로부터도 외면받았다”며 ‘선명한 야당’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경노선은 민심의 외면을 더욱 부채질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새정치연합 내부의 소수 강경파 목소리가 지나치게 과다(過多) 대표되고 있다”며 “지나치게 선악과 피아를 구분하는 이분법 논리는 민생정치와 생활정치로부터 새정치연합을 갈수록 멀어지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민생정치 및 생활정치를 앞세우며 중도로 외연을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지역 구도를 깨고 당선된 것도 민생에서 답을 찾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도와 실용의 관점에서 국민을 아우를 수 없다면 사회가 보수화된 구도하에서 야권은 판판이 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정치연합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외부에서 새로운 사람 몇몇을 데려오는 것만으로 당의 체질을 바꿀 수 없다며 전면적인 혁신을 당부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획기적인 개혁, 새로운 리더십 발굴, 당의 정체성 정립 없이는 아무리 외부에서 사람을 데려오고 조직을 바꿔도 그대로일 뿐”이라고 말했다.손영일 scud2007@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