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주

조동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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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동주 기자입니다.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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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0~202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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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현대판 관노비’ 전면조사 착수

    외교부는 ‘현대판 관노비’라 불리는 해외 한국대사관저 요리사의 운영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본보가 관저 요리사의 실태를 지적한 뒤 해외 각국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는 관저 요리사의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는 맹장수술을 받은 요리사를 바로 해고했다는 주장이 불거진 아프리카의 한 한국대사관에 감사 직원을 파견해 실태 조사를 마쳤다. ‘3주 동안 요리사를 감금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한 한국대사관에 대해서도 진상을 규명할 방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동아일보 보도 내용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해외 공관 요리사를 포함한 행정직원의 처우에 대해 전면적인 실태 조사를 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식모’ 취급 받는 외교부 행정직원 본보 보도 이후 관저 요리사들의 고발이 쏟아지고 있다. 관저 요리사는 외교부 소속 행정직원 신분(계약직)으로 해외에 파견되지만 사실상 ‘머슴’이나 ‘식모’ 취급을 받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아프리카의 한 한국대사관저 요리사였던 김모 씨는 “요리 외에 청소, 현지인 감독 등 잡일에까지 동원됐고 휴일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씨는 취재팀과 만나 “아침식사를 끝내면 잠깐이라도 쉬어야 하는데 대사 부인이 자주 연락을 해와 ‘현지인이 청소하는 걸 관리·감독하라’고 지시했다”며 “쉬는 날 밖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자 대사가 ‘내가 집 지키는 사람이냐. 쉬는 날이라도 오후 6시까지는 들어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해외 대사관저에서 8개월 동안 근무했다는 A 씨는 본보 보도 직후 e메일을 보내와 “대사는 자신이 현지에서는 대통령이라며 권위를 세운다”며 “쉬는 날도 없이 새벽까지 일을 시키는 바람에 몸져눕게 돼 결국 일을 그만두고 8개월 만에 귀국했다”고 말했다.○ “식사 때마다 호통 치며 인격 모독” 유럽의 한 한국대사관저 요리사 B 씨(여)는 부임한 지 두 달도 안 돼 부당 해고를 당했다는 글을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16일 올렸다. 이 글에 따르면 B 씨는 6월 19일 유럽의 한 한국대사관저 요리사 일을 시작했지만 얼마 안 돼 ‘음식을 잘 못 만드는 데다 나이도 많고 이상한 짓을 한다’는 이유로 부당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사 부부가 식사 때마다 ‘내일 아침 녹두죽이 맛없으면 죽는다’는 식으로 호통을 치고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발언을 일삼았다”고 적었다. B 씨는 또 “이달 9일부터는 관저 정문과 숙소 열쇠를 제외한 모든 열쇠를 빼앗겼다. 주방이 본관에 있는데 본관 열쇠가 없어 이틀에 한 번씩 빵을 사먹으며 생활했다”며 “그나마 대사 부부의 허락 없이는 외출도 못해 사실상 반(半)감금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국가 대사는 본보와의 국제전화에서 “B 씨가 요리에 신경을 안 쓰는 데다 문제점을 지적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며 “정당한 계약 해지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요리사 숙소는 관저 별채에 있다. 계약 해지 이후에는 B 씨가 본관에 올 일이 없어 열쇠를 되돌려 받은 걸 ‘반감금’이라고 과장해 표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이 대사관에 감사 직원을 파견해 실태 조사를 하기로 했다.○ 서면통고 7일 만에 해고하기도 관저 요리사는 한식조리사자격증만 있으면 지원할 수 있고 식당에서 일하는 것보다 처우도 나은 편이다. 교민 가운데 관저 요리사가 되기 위해 한식조리사자격증을 따러 일시 귀국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직종이다. 대사관저에 들어가면 거주 비용도 별도로 들지 않는다. 이 때문에 관저 요리사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해고당할까 봐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요리사는 행정직원이지만 대사와 개별 계약을 맺는다. 이 때문에 해고도 대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여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본보가 입수한 한 관저 요리사의 계약서에는 ‘고용주는 고용원이 다음 각 호의 사유에 해당할 때에는 고용 만료 전이라도 고용원에게 30일 전 서면통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직무를 태만히 하거나 △상사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지 않거나 △보안상의 중대한 위해를 범하거나 범할 소지가 있을 경우 △근무평정 결과가 불량할 때 등을 계약 해지 조건으로 들고 있다. 사실상 대사 뜻대로 요리사를 자를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일부 대사관은 요리사를 서면통고 7일 만에 해고해 계약 조건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조동주·김성모 기자 djc@donga.com}

    • 201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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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공관 요리사들 “나는 한국대사관 노비였다”

    “나는 관노비(官奴婢)나 다름없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주재 한 한국대사관저 요리사였던 A 씨(여)는 22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흐느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3월 당시 한국대사 B 씨 가족이 사는 대사관저에 요리사로 파견됐다가 11개월 만에 귀국했다. A 씨는 “B 대사의 부인으로부터 상습적인 폭행과 욕설, 감금까지 당하다가 부당하게 해고돼 쫓겨났다”고 주장하며 울분을 토했다. 최근 B 대사가 현지 경비원을 폭행했다가 사직한 사건을 계기로 해외 주재 한국 대사관저의 요리사들이 “우리도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아왔다”고 잇따라 폭로해 파장이 예상된다. 일부 요리사는 인권 침해와 부당해고 건과 관련한 법적 소송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진상 조사에 나섰다.○ 해외 대사관저는 ‘작은 청와대’ A 씨는 한국대사관저가 ‘작은 청와대’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만큼 관저에서 대사 가족의 권력이 대단했다는 의미다. A 씨는 “주방에서 일할 때 대사 부인에게 홍두깨로 머리와 팔 등을 빈번하게 맞았다”고 주장했다. 11개월 동안 대사관저 요리사로 일하면서 3번이나 지하실에 감금당했는데 그중 1번은 3주나 감금당해 영양실조로 현지 병원에 실려 갔다고도 했다. 그는 “감금당했을 때 현지 경찰에 신고했지만 대사관저가 치외법권 지역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모든 해외 공관장 관사에는 대사나 총영사 부부를 위해 한국인 요리사가 외교부 고용으로 파견된다. 단신 부임이며 연봉은 국가별로 2500만∼3500만 원 수준이다. A 씨가 대사 가족에게 밉보인 건 연봉과 일요 근무 때문이었다고 한다. A 씨에 따르면 현지에 처음 도착한 지난해 3월 B 당시 대사 측이 “우리 대사관은 자체 내규상 일요일에도 일해야 한다”는 조건이 담긴 계약서에 서명을 강요했다. A 씨가 서명을 거부하자 대사 부인이 “어딜 싸가지 없이 말을 안 듣느냐. 그러다 여권 없이 국제 미아가 되는 수가 있다”고 협박해 억지로 서명한 후 미운털이 박혀 시도 때도 없이 구박당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대사 가족이 현지인에게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고 전했다. B 당시 대사는 4월 방범봉으로 현지인 경비원의 엉덩이를 때렸다가 경비원이 현지 정부에 수사를 요청하고 외교부가 감사에 나서자 5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A 씨는 “해고된 현지 경비원 중 1명은 ‘밖에서 B 대사를 만나면 찔러 죽이겠다’며 칼을 들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한국인인 게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본보는 현재 한국에 있다는 B 전 대사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B 대사와 요리사의 주장이 크게 다른 점이 많다. 객관적으로 조사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언젠가 터질 게 터졌다” 김모 씨(38)는 아프리카의 한 대사관저에서 요리사로 근무하던 지난달 18일 밤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다음 날 맹장수술을 받았다. 김 씨는 수술 후 현지 의사에게 “2주 정도 회복기를 가져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이 소식을 들은 대사 C 씨가 “뭘 2주씩이나 쉬느냐. 요리사를 바꾸라”며 지난달 24일 갑자기 해고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또 대사 부부가 필요 이상의 만찬을 열어 공금으로 대사 개인의 식사비를 해결해 왔다고도 주장했다. 해외주재 대사들은 관저 내에서 공무와 무관한 가족끼리 하는 식사 재료는 사비로 구매해야 하는데 C 대사는 공금을 쓸 수 있는 만찬을 필요 이상으로 자주 열고 식자재를 많이 구입하게 한 뒤 남는 식자재를 개인 식사용으로 썼다고 주장한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초부터 7월 9일까지 공식 만찬만 40차례 열었는데 그중 외국인이 참가한 건 11차례뿐이었다”고 말했다. C 대사는 본보와의 국제전화에서 “김 씨가 불결하게 주방을 관리해 딸이 장티푸스에 걸리고 나도 급성요도 방광염을 앓았다. 김 씨가 식자재 창고에 담배꽁초가 담긴 병을 둘 만큼 위생 관리가 안 돼 수차례 지적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며 “김 씨의 과실에 책임을 물어 해고하면 김 씨에게 명예롭지 못할 수 있는 점을 배려해 맹장 수술을 이유로 해고 통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동남아에서 근무하는 D 씨(여)도 2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만찬용 식재료를 정량대로만 사오면 대사 부인이 ‘이렇게 요리사하면 안 된다’고 면박을 준다”고 주장했다. 해외 대사관저에서 근무하는 한국 요리사들은 “언젠가 터질 게 드디어 터졌다”는 반응이다. 15년이 넘게 아프리카 동남아 등에서 관저 요리사를 해온 E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관저 요리사들은 오래전부터 부당한 인권 침해를 당해왔지만 용기가 없어 나서지 못했던 것일 뿐”이라며 “계약서에 명시된 근무시간을 한참 초과해서 일을 시켜도 대사 부인끼리 공유하는 ‘요리사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를까봐 아무도 문제 제기를 못했다”고 말했다.김성모·조동주 기자 mo@donga.com}

    • 201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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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이슈]로비 때마다 등장하는 명품시계의 세계

    김구라 씨는 인기 있는 방송인이지만 검소하기로 유명하다. 제법 돈을 벌었지만 여전히 경기 김포시에 산다. 휴대전화도 구시대의 유물인 ‘2G폰’을 쓴다. 그런 김 씨도 뿌리치지 못하는 사치품이 있다. 바로 남성의 자존심을 상징한다는 명품시계다. 짠돌이 이미지가 강한 김 씨도 방송에서 종종 자신이 찬 IWC 시계를 가리키며 “나 이만큼 성공했다”고 과시한다. IWC는 145년의 전통을 가진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로 최저 가격이 500만 원대일 만큼 고가 제품이다. 원래 명품시계는 결혼 예물용으로나 쓰였다. 알 만한 브랜드는 롤렉스와 오메가, 카르티에 등에 국한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파테크 필리프, 오드마르 피게, 바슈롱 콩스탕탱, IWC, 브레게, 블랑팽, 예거 르쿨트르(이상 스위스), 파네라이(이탈리아)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들이 이름을 알리면서 이제 서울 강남 일대에선 수백만∼수천만 원, 심지어는 억대의 초고가 시계를 차고 다니는 이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기업인의 정관계 로비 사건에도 명품시계는 단골 아이템이다. 웬만한 집 한 채 값인 명품시계 2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2층에 위치한 명품시계관. 수십만∼수백만 원짜리 시계들은 여러 브랜드가 한곳에 모인 편집매장에 전시되는 반면 수천만∼수억 원짜리 최고급 시계를 취급하는 브랜드 매장은 대부분 단독 매장인 ‘부티크’ 형태로 차려져 있다. 스위스 브랜드인 ‘로제 뒤뷔’ 매장으로 들어가 제일 비싼 시계를 보여 달라고 했다. 그러자 검은 가죽 끈에 속이 고스란히 비치는 시계를 내놨다. ‘엑스칼리버 더블플라잉 투르비용 스켈리턴’이라는 이름의 시계로 전 세계에서 88개만 한정 생산됐다고 했다. 시계 곳곳에는 다이아몬드 4.77캐럿이 628개로 쪼개져 박혀 있었다. 가격은 3억9300만 원. 웬만한 집 한 채 값이다. 명품시계는 대부분 손목의 운동에서 힘을 얻어 스스로 움직이는 오토매틱 와인딩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동력장치인 기계식 무브먼트의 기술력에 따라 가치가 좌우된다. 그래서 수은전지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적인 무브먼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만이 명품 대우를 받는다. 기계식 시계의 특성상 부품들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발생하는 오차를 최소화하는 ‘투르비용(Tourbillion)’이나 정기적인 종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미닛리피터(Minute Repeater)’ 등의 기능까지 더해진 시계는 가격이 수억∼수십억 원에 이른다. 돈이 있어도 아무나 못 사는 명품시계도 있다. ‘시계의 제왕’이라는 파테크 필리프는 일부 특정 모델에 대해서는 고객에게 ‘시계 구매 이력’을 적은 에세이를 받아 검토한 뒤 판매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고급 기능인 미닛리피터가 포함된 제품은 에세이를 내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에세이에는 자신이 구매한 파테크 필리프 제품 명세와 개인의 인생 약력을 담아야 한다. 에세이를 통과하려면 보통 파테크 필리프 시계를 10개 이상 산 기록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파테크 필리프를 수입하는 김윤호 우림FMG 대표는 “올해 초 한 손님이 5억 원 상당의 파테크 필리프 시계를 사려고 에세이를 냈다가 본사로부터 판매를 거절당했다”며 “좋은 시계를 사려면 시계 커리어도 단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여성용 명품시계 수요도 늘고 있다. 로제 뒤뷔 현대백화점 매장은 지난달 19일 문을 열고 일주일 만에 1억200만 원짜리와 5700만 원짜리 시계 두 개를 판매했는데 둘 다 여성용이었다. 이정환 현대백화점 바이어는 “여성의 명품시계 구매 비율이 5년 전만 해도 10%에 못 미쳤는데 최근엔 30%에 이른다”며 “대부분의 명품시계 브랜드들이 여성 고객을 위한 시계를 공격적으로 출시하며 여심(女心)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불황 속 ‘부익부 빈익빈’의 상징 최근 국내 명품시계 시장은 기존의 인기 브랜드였던 롤렉스와 오메가, 카르티에 등이 꾸준한 강세를 보이면서도 다양한 브랜드들이 새롭게 인기를 끌면서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국내 명품시계 시장은 경제 불황이 본격화된 2009년부터 급속히 커지기 시작해 올해까지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다. 불황일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은 2008년까지만 해도 스위스 시계 브랜드 500여 개의 모임인 스위스시계산업협회가 매년 공개하는 ‘스위스 시계 판매액 15위권 국가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다 2009년 판매액 2억2300만 스위스프랑(약 2174억 원)으로 처음 13위에 올랐다. 이해에는 한국을 제외한 1∼15위 국가 모두 전년 대비 판매액이 13∼39% 감소했지만 한국만 유일하게 35.7% 상승했다. 한국의 스위스 시계 브랜드 판매액 순위는 2011년 11위(3억9450만 스위스프랑·약 4800억 원)로 두 단계 뛰어올랐다. 한국은 올해 상반기에만 2억3770만 프랑(약 2892억 원·11위)어치의 스위스 시계를 사들여 이미 2009년 한 해 판매액을 넘어섰다. 불황에 민감하다는 출판물 광고에서도 시계 광고만큼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고급 남성패션잡지 GQ코리아에 따르면 2008년 전체 지면광고의 7.6%에 불과했던 시계 광고는 2013년 8월 말 현재 전체 광고의 13.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명품시계라고 무조건 잘 팔리는 건 아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뇌물 용도로 구매했던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 시계 브랜드 프랭크뮬러는 국내에 다수의 정식매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최근엔 면세점을 제외하곤 한 곳의 정식매장만 남아있다. 한 시계업계 관계자는 “프랭크뮬러는 변화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국내 명품시계 소비자는 해외 소비자와 달리 유행에 민감한 편이라 제품에 지속적인 변화를 줘야 살아남을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뇌물과 재테크 수단으로도 인기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초고가 명품시계는 정관계를 강타하는 로비사건 때마다 꾸준하게 등장했다. 프러포즈 때 다이아몬드 반지에 장미꽃다발을 곁들이듯 거액의 현금을 뇌물로 건넬 때 명품시계도 필수품처럼 따라붙는 게 최근 몇 년간 불거진 로비사건의 특징이다. 이재현 회장은 2006년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30만 달러(약 3억3500만 원)를 뇌물로 주면서 4200만 원짜리 프랭크뮬러 시계도 건넨 것으로 최근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회장은 허병익 당시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에게도 2700만 원 상당의 프랭크뮬러 시계를 줬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에 600만 달러(약 67억 원)를 전달함과 동시에 2006년 9월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각각 1억 원 상당의 피아제 시계 두 개를 건넨 것으로 밝혀져 당시 피아제가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은 정관계 인사들에게 거액을 로비하면서 카르티에 시계 2개, 오메가 시계와 프랭크뮬러 시계 각 1개 등 명품시계 4개를 건넸다고 주장한 비망록을 2011년 공개하기도 했다. 명품시계는 현금으로 결제하면 추적을 피하기 쉽고 휴대가 간편해 운반도 쉽다. 이재현 회장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힐튼호텔 내 프랭크뮬러 매장에서 직접 시계 두 개를 고른 뒤 현금 결제했다. 이 과정에서 15%가량 할인도 받아 4200만 원짜리 시계를 3570만 원에, 2700만 원짜리 시계를 2346만 원에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데다 일부 모델은 중고임에도 되레 가격이 뛰는 점도 명품시계 시장의 특징이다. 매해 수천∼수만 개만 생산해 희소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24년째 시계를 수입해온 김윤호 대표는 “파테크 필리프 월드타임 5131은 정가가 8920만 원인데 물량 부족으로 해외 인터넷 중고시장에선 중고가 1억8000만 원에 팔리고 있다”며 “만약 계기판의 숫자가 잘못 박히거나 삐뚤어진 명품시계가 있다면 경매에서 원가보다 몇 배 높게 팔릴 것이 확실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명품시계는 희소성이 가치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A 씨(43)는 시계 재테크로 해마다 500만 원 정도 부가수익을 올린다. 원하는 시계를 사서 차고 다니다가 되파는데도 대부분 구매가보다 높은 가격을 받고 판다. 최근 3년 동안 A 씨의 손목을 거쳐 간 명품시계는 30개가 넘는다. A 씨는 외국에 가면 시계를 사서 차고 들어오곤 한다. 그러곤 수개월 정도 여러 시계를 바꿔 차고 다니다가 인터넷 중고시장에서 되파는데 열에 아홉은 남는 장사를 한다고 한다. 해외 온라인 중고마켓도 A 씨의 주요 수익원이다. A 씨는 환율이 요동칠 때마다 해외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인 이베이를 수시로 접속한다. 환율 변화에 따라 시계를 사거나 팔면 손쉽게 차익을 거둘 수 있다. A 씨는 “나도 처음엔 1000만 원 넘는 시계를 차고 다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번 발을 들인 이후 이제 명품시계는 내 삶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공짜 기념품 손목시계, 1만∼2만 원짜리 시계도 시간 잘 맞고 모양 멋진데, 왜 일부 남성들은 손목에 수백만∼수억 원의 고가품을 차지 못해 아우성인 걸까. 시간 자체로만 보면 수은전지로 돌아가는 전자시계가 가장 정확하지만 명품시계 마니아는 손목의 운동을 통해 얻어지는 힘만으로 정확한 시간과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력을 가진 시계에 열광한다. 그만큼 시계 기술이 고차원적이라 이를 예술로 여기기 때문. 초고가 명품시계 브랜드의 국내 수입권을 따낸 한 딜러는 “예술품을 다룰 수 있어 영광이다. 갤러리를 운영한다는 마음으로 시계를 팔겠다”고 말했다. 명품가방이 철저하게 여성의 자기만족과 신분 과시를 위한 상품이라면 명품시계는 남성이 여성을 유혹하는 ‘페로몬 향’ 역할을 하기도 한다. 취업 2년차인 은행원 김모 씨(28)는 최근 50만 원대 티소 시계에서 200만 원대 태그호이어로 갈아타면서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는 습관이 생겼다. 나이트클럽에 가서는 긴 셔츠 소매 끝자락에 드러나는 시계를 맞은편 여성이 알아봐 주길 갈망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명품시계 브랜드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알아본다는 롤렉스와 오메가, 카르티에인 것도 이런 영향이 없지 않다. 재테크를 목적으로 시계를 취급하는 이들도 주로 이런 브랜드를 거래 대상으로 삼는다.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바이어는 “해외에선 훌륭한 기술력을 가졌다고 평가받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판매가 저조한 해외 명품시계 브랜드가 의외로 많다”며 “시계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대중의 안목이 아직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조동주·김수연 기자 djc@donga.com}

    • 201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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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SNS에서는]SNS로 뜨고 진 성재기

    지난달 29일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한 남자의 죽음을 놓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한쪽에선 이 남자를 추모해선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한 유명 배우는 그를 추모하는 트윗을 썼다가 거센 힐난에 곤욕을 치렀다. 반면 다른 쪽에선 그의 죽음을 추모하자며 전국 20여 곳에 자발적으로 분향소를 차리고 조문을 촉구했다. SNS를 양분시킨 죽음의 당사자는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46)다. 그는 지난달 25일 “한강에 투신하겠다. 1억 원을 빌려 달라”는 트윗을 쓰고 실제로 다음 날 서울 마포대교에서 몸을 던졌다. 투신 장면은 SNS로 생중계됐다. 그는 “한강 투신은 퍼포먼스일 뿐이다. 전투 수영으로 살아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사흘 만에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다. 목숨을 담보로 한 모금 퍼포먼스를 펼치다 사망한 그를 두고 SNS에서는 ‘돈키호테’라는 냉소와 ‘열사’라는 추모가 엇갈렸다. 성 대표는 ‘남성 인권운동’이 생소한 대중의 관심을 끄는 수단으로 SNS를 택했다. 그는 사망 직전까지 2만2417개의 트윗을 썼을 만큼 ‘SNS에 살고 SNS에 죽는’ 남자였다. 그는 트위터에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셋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당신 인생이 파탄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만난 된장녀가 당신 삶을 파멸시킬 수 있는 확률은 거의 100%다” “출산율 세계 꼴찌인 나라에서 무슨 생리휴가인가. 닥치자. 모성이 배제된 생리는 장애다” 등의 자극적인 발언으로 여성을 비판했다. 성 대표의 트윗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해졌다. 열혈 지지자들은 성 대표의 강한 화법에 열광했지만 남성운동의 취지에 동감하면서도 그의 거친 언사에 등을 돌리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성 대표를 직접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를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생전에 지인에게 “평범한 말을 하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더라. 관심을 끌려면 말의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 내 역할은 광대”라고 털어놓곤 했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자신을 버리고서라도 관심을 얻고 싶어 했고 그게 남성운동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믿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강에 투신하는 순간을 트위터에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에 대한 관심은 그가 사망한 이후에야 폭발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에 차려진 그의 빈소에는 4000여 명이 몰렸다. 조문객 90% 이상이 10∼30대 남자였다. 빈소 앞엔 이름 없는 누리꾼이 보낸 조화 수십 개가 들어찼다. 그가 투신한 마포대교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하천가 인근에는 자발적인 분향소가 차려졌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 모든 과정은 그의 죽음과 마찬가지로 SNS로 생중계됐다. 성 대표의 SNS 활동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덴 성공했을지라도 남성연대라는 시민단체를 운영하는 데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성 대표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6만5000여 명에 달했지만 남성연대가 2011년 설립 이후 올해 5월까지 받은 후원금은 1956만 원에 불과했다. 굳이 계산해보면 그를 지지하는 팔로어 한 명당 300여 원씩 낸 꼴이다. 같은 기간 남성연대는 2억4670만 원을 썼다. 성 대표는 종종 남성연대를 후원해 달라는 글을 올렸지만 대부분의 팔로어들은 돈을 내지는 않았다. 일부 누리꾼은 남성연대 계좌에 ‘1원’만 입금시킨 사진을 인증샷으로 올리며 유희거리로 삼기도 했다. 남성연대 관계자는 “대표님이 쌓여가는 빚을 외면해 오다가 더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극단적인 모금 퍼포먼스를 벌였다”며 “대표님이 SNS에서 자극적인 말로 관심을 끄는 데에만 집착해 정작 시민단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성 대표에게 집회를 함께 벌이자고 제안했었는데 이목을 끌지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이후 다시는 연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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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휴지통]“서울 명문대 기부입학” 유혹… 3수생에 1억6000만원 뜯어

    “아드님을 서울 명문대에 기부입학시켜 드릴게요.” 오모 씨(50·여)는 2011년 10월경 서울 강남구의 유명 입시학원 원장 김모 씨(54)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당시 오 씨의 아들은 입시에 연달아 실패해 3수를 하고 있었지만 서울 소재 대학에 갈 만한 실력이 못 됐다. 국내에 기부입학제도는 없지만 김 씨가 “친한 입학사정관들에게 로비하면 다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하자 오 씨는 믿어 보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오 씨는 2011년 10월부터 2012년 3월까지 15차례에 걸쳐 김 씨에게 1억5920만 원을 건넸다. 하지만 오 씨의 아들은 입시에 실패해 4수생이 됐다. 오 씨가 항의하자 김 씨는 “꼭 기부입학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오 씨의 아들이 2013년도 입시에도 실패해 5수생이 되자 참다못한 오 씨는 4월 김 씨를 고소했다. 김 씨는 “토익 사업에 뛰어들면서 학원 재정이 악화돼 오 씨에게서 받은 돈은 모두 학원 운영비로 썼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 씨는 학원 재정이 나빠져 결국 지난해 학원을 매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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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부업체 끼고 유흥업소 여성 ‘후불제 성형’ 유치전

    전모 씨(23·여)는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에 취업하면서 눈과 코를 고치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다. 전 씨의 사정을 들은 업소 측은 “성형 브로커를 소개해 줄 테니 일하면서 할부로 수술비를 갚아라”고 권했다. 전 씨는 성형 브로커를 통해 대부업체와 병원을 소개받아 외상으로 성형수술을 했지만 결과가 불만족스러웠다. 처음에는 800만 원이라던 수술비는 이자가 붙어 석 달 만에 1000여만 원으로 불어났다. 경영난에 빠진 일부 성형외과 의사들이 대부업체를 낀 브로커를 통해 유흥업소 여종업원 등을 환자로 끌어들이다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브로커를 통해 환자를 유치한 강남 일대 성형외과 의사 27명과 병원 직원 28명, 브로커 27명과 대부업자 6명 등 88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돈을 벌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알선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에 단속된 성형외과 의사들은 브로커에게 수술비의 20∼45%를 수수료로 건넸다. 병원에는 ‘대외사업부’ ‘마케팅팀’ 등 브로커 전담 부서까지 뒀다. 의사들은 “불법인 줄 알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환자를 유치해야 할 만큼 사정이 어려웠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 2000여 곳 중 679곳이 성형외과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중 성형외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은 363곳이고 나머지는 다른 과 전문의가 성형외과 진료를 할 만큼 강남 일대 성형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강남 일대에선 성형 브로커가 판치고 있다. 이번에 경찰에 붙잡힌 브로커들은 2011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유흥업소 종업원과 대학생 등 260명에게 성형수술을 알선해 주고 수수료 7억7000여만 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 취재팀이 5일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 문의해 보니 한 룸살롱은 “우리가 보증을 서 주고 1000만 원까지 (여종업원) 수술비를 지원해 준다”고 했다. 병원이 수술비의 최대 45%를 수수료로 브로커에게 건네다 보니 부실한 수술이 이뤄질 개연성도 많다. 유흥업소 종업원 전 씨는 눈과 코를 수술 받은 뒤 부작용이 생겨 올해 5월 또다시 대출을 받아 재수술을 했지만 여전히 얼굴이 부자연스럽다. 경찰 관계자는 “성형외과 수술비가 정찰제가 아니다 보니 병원이 비용을 부풀려도 환자로선 알 수 없다”며 “강남 일대 불법 성형 브로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홍정수 인턴기자 고려대 통계학과 4학년}

    • 201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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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 살인범, CCTV는 피했어도 경관 ‘매의 눈’은 못 피했다

    ‘군산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면 한 번쯤은 인접한 논산을 거쳐 가지 않을까?’ 전북 군산 여성 살인사건의 범인인 정완근 경사를 검거한 주역은 최근 만능 범죄 해결사로 떠오른 과학수사나 폐쇄회로(CC)TV가 아니었다. 사건과는 무관한 지역에 살고 있는 한 경찰관의 ‘매의 눈’ 같은 관찰력이었다. 2일 오후 6시 10분경 충남 논산시 취암동 시외버스터미널 부근 도로. 쉬는 날이어서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달리던 부여경찰서 백강지구대 이희경 경위(45)는 30m 앞에서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는 한 남자를 봤다. 이 남성은 검은색 바지에 등산화, 파란색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옷은 땀에 흠뻑 젖었고 등산가방 양쪽 주머니에 물병이 꽂혀 있었다. 느낌이 이상했다. 이 경위는 페달을 밟아 남자를 지나치며 슬쩍 얼굴을 봤다. 검은 선글라스에 모자를 써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이 군산 사건 용의자 수배전단 속의 사진과 흡사했다. 요 며칠 ‘군산 사건의 용의자가 외지로 도주하려면 논산을 한 번쯤 거쳐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수배전단을 유심히 봐두었던 터였다. 수상한 남성은 인근 건물 2층 PC방으로 들어갔다. 땀을 잔뜩 흘린 상태에서 집이나 사우나 대신 PC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의심이 더욱 짙어진 이 경위는 논산지구대에 지원을 요청했다. 잠시 후 이 경위는 지구대 경찰 2명과 함께 PC방 구석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는 그 남성에게 다가가 신분증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신분증이 없다”던 그 남성은 이 경위가 “군산경찰서 정 경사가 맞지 않느냐”고 다그치자 체념한 듯 두 손을 내밀었다. 군산에서 여성을 살해한 뒤 경찰의 대대적 수색을 비웃듯 열흘째 도피해 온 정 경사가 비번의 지구대 경관에게 붙잡힌 것이다. 이 경위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변에서 강력 사건이 발생하면 범인이 우리 지역을 지나갈지 모른다고 상정하고 평소에도 유심히 관찰을 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철저한 자료 조사와 동물적인 감각으로 범인을 검거하는 경찰들이 주목받고 있다. 올 5월 캐나다 여성을 빌라 계단에서 성폭행했던 범인을 검거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 최병하 경위(45)는 평소 수배 용의자 수십 명의 사진을 휴대전화에 저장해 두고 시간 날 때마다 얼굴을 익히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빌라 성폭행 현장 인근의 CCTV에 찍힌 범인의 희미한 인상착의를 여러 차례 숙지했던 최 경위는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새벽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강남대로에서 용의자와 닮은 남성을 발견했다. 그는 그 남성이 담배꽁초를 버리자 경범죄 위반 단속을 하는 척 다가가서 이름과 나이, 주소를 확인한 뒤 성폭행 사건 담당부서에 신원을 알려줬다. 최 경위는 4일 “CCTV는 약간 퍼지게 나온 걸 아니까 평소 화면 속 범인보다 다소 날씬한 사람들도 유심히 봐 둔다. 동영상 속 용의자의 걸음걸이 등을 유심히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때와 장소에 따라 어떤 범인을 잡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용의자들 사진을 보고 ‘내 친구 누구랑 닮은 사람’이라고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그리고 사건 발생 인근 지역에 가면 꼭 유사한 사람들을 찾아본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첨단과학시대에도 경찰 개인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보느냐에 따라 첨단기기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채울 수 있다”며 “관심의 차이가 성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논산=지명훈 기자·조동주 기자 mhjee@donga.com}

    • 201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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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식-목돈” 유혹… 성인업소 구인 앱, 가출소녀 ‘성매매 블랙홀’

    “고딩 66사이즈. 급전 필요!” 최근 ‘여성 전문 고소득 알바’를 소개해 준다는 스마트폰 앱에 17세 고교생 김모 양이 올린 글이다. 고딩은 고교생을 뜻하는 은어고, 66사이즈는 여성의 옷 치수다. 이 앱에선 오피스텔과 립카페, 키스방 등 성매매업소와 여성의 구인구직 광고가 쏟아진다. 게다가 미성년자가 성인 인증 절차 없이 이력서를 올리고 성매매업소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청소년이 나이를 허위로 20대라고 써도 검증할 방법이 없다. 스마트폰에 성인업소 구인구직 앱이 우후죽순 만들어지면서 돈이 필요한 가출 소녀를 ‘성매매 블랙홀’에 빠뜨리는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 기존의 성인업소 구인구직 웹사이트는 성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스마트폰 앱에는 그런 안전장치가 없다. 취재팀이 ‘유흥 알바’라는 키워드로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검색한 앱 24개 중 9개는 성인 인증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앱이 가출 소녀를 비롯한 미성년자들에게 손쉬운 성매매 구직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 업주는 오갈 데 없고 돈이 급한 가출 소녀의 심리를 파고들어 “숙식 제공, 초보자와 친구 동반 환영” “출근만 해도 월 700만 원 보장” 등의 광고 문구를 내세우며 유혹한다. 규모가 가장 크다는 한 앱에는 전국 각지의 성인업소 광고 3000여 개와 여성의 구직 광고 1600여 개가 올라와 있다. 취재팀이 10대 가출 소녀를 가장해 앱에서 구인 광고를 하는 성인업소 11곳에 전화로 문의해 보니 7곳이 “미성년자라도 괜찮다”고 대답했다. 서울 강남의 한 성매매업자는 “애인대행업소인데 손님과 호텔에서 연애하면 한 번에 20만 원 정도를 준다”며 “신분증은 안 가져와도 되니 면접부터 보자”고 말했다. 대전의 한 오피스텔 성매매업소는 “미성년자는 낮에는 안 되고 밤 시간대에만 일할 수 있다. 숙식 제공은 해줄 테니 걱정 마라”고 말했다. 어떤 업소는 “미성년자라면 노래방 도우미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외는 성년의 기준이 우리나라와 다르다며 원정 성매매를 권하는 업자도 있었다. 취재팀이 ‘만 18세 가출 소녀’라고 말하자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 업소는 “국내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일본에선 만 18세부터가 성년이라 합법적으로 성매매를 할 수 있다”며 “관광 명목으로 가면 최대 3개월 동안 일할 수 있는데 아무리 못해도 월 2000만 원은 번다”고 유혹했다. 그러나 이 말은 거짓이다. 일본의 성년 기준은 우리보다 한 살 높은 만 20세다. 설사 성년 기준이 낮은 나라에서 미성년자가 성매매를 하더라도 속인주의에 따라 한국법의 적용을 받는다. 온라인을 통해 성인에게 성매매 구인구직 광고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미성년자에게 성매매 알선 정보를 제공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중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경찰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인업소 구인구직 앱은 사전 심의가 강한 애플 앱스토어와 달리 개발자가 자유롭게 자작 앱을 올릴 수 있는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활개치고 있다”며 “일단 마켓이 유해 정보에 대한 검열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앱은 일반 인터넷보다 접속기록이 더 짧게 남아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며 “앱을 통한 불법 성매매 구인구직을 근절하려면 온라인 성매매 단속에 한해 경찰에 함정 수사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홍정수 인턴기자 고려대 통계학과 4학년}

    • 201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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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死地로 내몰리는 中동포 “일하다 다쳐도 産災신고 못해”

    “언제 내 얘기가 될지 모르잖아요. 우리끼린 사고 소식을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불문율입니다.” 31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만난 중국동포 정용준 씨(61)는 눈시울을 붉히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전날 서울 강서구 방화대교 인근 고가도로 공사 현장에서 중국동포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쳤다는 사고 소식이 뇌리에 계속 맴도는 듯했다. 옆에 있던 중국동포들은 기자가 다가가자 손사래만 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중국동포 노동자들이 최근 잇따르는 산업재해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방화동 사고 보름 전인 7월 15일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에서도 사망자 7명 중 3명이 중국동포였다. 5월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 안 조선소에선 갑자기 떨어진 10t짜리 선박구조물에 깔려 중국동포 1명이 사망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6월 30일 현재 국내 취업 외국인 53만8477명 중 42.6%(22만9607명)가 중국동포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단순기능직 종사자는 48만7879명(90.6%)으로 중국동포의 상당수가 건설업 제조업 등 이른바 ‘3D업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장에서는 중국동포 노동자들이 한국말을 모두 알아듣는다고 여기고 각종 지시를 내리지만 실제로는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가능한 수준인 경우가 많다. 중국동포 김민웅 씨(59)는 “작업현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로 지시를 할 때마다 몰라도 이해하는 척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한 푼이 절박한 중국동포는 사업자가 안전설비나 별도의 안전교육 없이 바로 위험한 작업에 투입시켜도 따를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이 기피하는 3D업종의 고된 일을 도맡아하면서도 조금이라도 다치면 ‘용도 폐기’되는 게 중국동포의 현실이다. 중국동포 김태원 씨(61)는 지난해 1월 평택의 한 고춧가루 공장에 취직해 일하다가 일주일 만에 감기가 걸렸다. 김 씨가 기침을 하는 걸 본 업체 사장은 “감기가 옮는다”며 일을 그만두라고 종용했다. 김 씨는 “일할 수 있다”고 항변했지만 사장은 막무가내로 김 씨를 평택역에 버리듯이 내려놓았다. 일주일 동안 일한 임금은 당연히 받지 못했다. 이후 김 씨는 경기 남양주의 참나무 장작 제조공장에서 일했지만 한 달 반 만에 오른손 검지 끝이 베이는 사고를 당했다. 김 씨는 “고용주들은 작업 날짜 맞추는 것에만 급급할 뿐이다. 안전조치에 대해 신경 쓰는 현장은 본 적이 없다”며 “아침에 멀쩡히 걸어서 출근했다가 절뚝거리거나 다친 손을 문지르며 퇴근하는 게 우리 중국동포”라며 울분을 토했다. 근로복지공단 박은주 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2011년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외국인 노동자 6603명 가운데 3525명이 중국동포였다. 2007년에는 산재 인정을 받은 외국인 노동자 3989명 가운데 중국동포는 715명이었다. 산재를 당하는 중국동포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나마 이런 수치는 산업현장에서 사고를 당하는 전체 중국동포 노동자의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동포는 사업장에서 다쳐도 산재를 신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노동자라면 국적에 관계없이 산재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사업장 측이 돈이 급하고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않은 중국동포의 약점을 노려 합의를 종용할 때가 많다. 특히 건설업계에선 산재 처리 건수가 많으면 추후 사업을 수주하는 데 불리해질 수 있다고 여겨 어지간한 사고에 대해선 합의로 무마하는 일이 많다. 한 중국동포는 “팔이 부러지거나 손가락이 잘려도 치료비와 함께 합의금 150만 원 정도 받는 게 전부”라며 “산재를 신청하면 고용주가 싫어하고 일이 끊길 수 있어 우리도 웬만한 건 참고 넘긴다”고 말했다. 산재를 당한 근로자가 불법체류자라면 더욱 신고하기가 어렵다. 불법체류자도 법적으로 산재의 혜택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후 강제 출국되면 일을 아예 할 수 없어 스스로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불법체류자는 다른 합법체류자나 한국인의 이름을 빌려 일할 때가 많은데 이럴 경우엔 산재 신청을 하더라도 치료비 외에 실업급여나 장애수당 등을 받지 못한다.조동주·서동일 기자 djc@donga.com}

    • 201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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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량진 수몰’ 보름만에… 고가도로 공사중 상판 추락 2명 사망

    서울 강서구 방화대교 인근 고가도로 공사 현장에서 교각 위 상판이 뒤집어지면서 떨어져 인부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사상자 3명은 모두 중국동포였다. 앞서 15일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 때도 7명의 사망 근로자 중 3명이 중국동포였다. 중국동포 근로자들이 3D 업종에 몰리면서 산업재해를 당하는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오후 1시 4분경 방화대교 인근 고가도로(올림픽대로∼치현터널) 건설현장에서 7m 높이의 교각 위에 올려져 있던 가로 3m, 세로 47m, 무게 320t의 철제 상판이 가로 방향으로 갑자기 뒤집어지며 떨어졌다. 상판이 180도로 전복되면서 상판 위에 앉아 쉬고 있던 김경태 씨(60)와 최창희 씨(52), 허동길 씨(52)가 콘크리트 타설 장비와 함께 아래로 떨어졌다. 타설 장비를 운전하던 기사 최 씨는 추락 후 철골과 장비에 몸이 심하게 부딪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허 씨는 상판에 몸이 낀 것으로 확인돼 5시간에 걸쳐 구조작업을 진행했으나 오후 6시경 하체 아래 부분을 심하게 다쳐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구조대에 가장 먼저 구조된 김 씨는 머리 부분을 심하게 다쳤다. 교각 위에 올려져 있던 상판이 갑자기 전복된 이유에 대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조성일 본부장은 “차량 하중을 견디기 위해 설치하는 스틸박스(Steel box), 즉 들보에 힘이 한쪽으로 너무 쏠리는 바람에 구조물 자체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 본부장은 “스틸박스의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는 ‘편심(偏心) 현상’ 때문에 구조물이 옆으로 굴러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편심 현상이 발생한 원인을 다방면에서 조사해야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타설 장비의 무게에 상판이 전복될 수 있는 점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설 장비는 무게가 14t가량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서경찰서 이건화 형사과장은 “하중 계산을 잘못해서 발생한 일인지, 시설물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사는 2005년 10월부터 시작됐으며 내년 6월 완공 예정으로 공정은 83%였다. 당초 2008년 준공 예정이었지만 공사설계가 13차례나 바뀌었고 편도 2차로에서 편도 3차로로 계획이 변경됐다. 올해 5월 끝내려 했으나 공기가 또다시 1년 이상 연장됐다. 총 사업비는 1098억 원으로 도급비는 66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발주했으며 금광기업과 흥륭종합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조 본부장은 “금광기업이 하청을 준 한백건설이 불법으로 재하청을 줬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공사인 금광기업은 2010년 5월 발생한 광주 동구 금남지하상가 붕괴사고 책임을 지고 지난해 13억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을 지켜본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시공사 측이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근처 논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이모 씨는 “장마철 비가 와도 사고가 난 현장의 인부들이 흙을 나르는 등 계속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박모 씨는 “이 시공사가 건너편 다리에서도 똑같이 상판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쪽 상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면서 시멘트 가루가 많이 떨어져 근처 주민들이 혹시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며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며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금광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장마철에 무리해서 작업을 강행한 적이 없으며 이번에 무너진 곳도 이번 주 월요일부터 작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공사를 노량진 배수지 사고와 마찬가지로 책임감리제로 진행했다. 책임감리제란 공사를 발주한 관공서가 감리 권한을 민간업체에 맡기는 것이다. 사고 직후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연이은 사고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사고 경위 등을 빨리 파악해 모든 대책을 수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홍정수 인턴기자 고려대 통계학과 4학년   신지후 인턴기자 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 201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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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아 알리는 ‘알프스 한복아가씨’

    “와, 기모노 색이 정말 예쁘네요. 같이 사진 찍을래요?” “기모노가 아니라 한복이랍니다.” 13일 스위스 알프스 산맥 융프라우 해발 3454m 지점. 노랑 저고리와 다홍치마를 입고 등에는 검은 여행용 배낭을 짊어진 젊은 한국인 여성이 한 프랑스 여성에게 한복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전통의상이지요. 노랑 저고리와 다홍치마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이 입는 옷이에요.” 한국 홍보에 나선 ‘알프스 한복 아가씨’는 바로 계명대 광고홍보학과 4학년 이미소 씨(24). 이 씨는 10일부터 18일까지 또래 대학생 19명과 함께 스위스 배낭여행을 떠나 융프라우, 인터라켄, 체어마트 등 알프스 산맥 트레킹(걷기)을 하며 한복을 입고 총 40여 km를 걸었다. 운동화를 신긴 했지만 치마 한쪽을 손에 말아 쥔 채 걸음을 바삐 옮기는 이 씨의 모습은 영락없는 조선시대 여성. 이 씨는 트레킹 내내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관광객들은 이 씨에게 너도나도 함께 사진 찍기를 요청했고, 이 씨는 이들에게 한국에 관한 영문 홍보물을 건넸다. 다른 일행들도 세계 각지에서 온 등산객에게 한국에서 가져간 약과와 부채 등을 나눠줬다. 이 씨의 꿈은 광고 카피라이터다. 이 씨는 “여행 전 관광객들에게 한국을 알릴 방법을 고심하다 한복이 눈길을 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적중했다”며 웃었다. 이 씨 일행의 배낭여행은 KB국민은행이 대학생들에게 해외에서 배낭여행을 하면서 한국을 알리자는 취지로 여행 경비를 지원하는 ‘락스타 챌린지’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5기째를 맞은 이 프로그램의 경쟁률은 약 1000 대 1에 이를 정도. 생애 첫 해외여행을 스위스로 다녀온 박민호 씨(24·호서대 자동차공학과 3학년)는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로 바빠 배낭여행 할 시간도, 돈도 없었다”며 “알프스 산맥에서 한국을 홍보하며 여행을 하니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 씨 일행은 스위스에서 만난 외국인 100명에게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것”에 관해 설문조사를 했다. 대세는 여전히 ‘싸이’(23표)였다. 뒤이어 ‘서울’(14표) ‘박지성’(10명) 순이었다. 반면 ‘한국을 모른다’(20명)거나 ‘특별하게 떠오르는 게 없다’(6명)고 답한 이들도 4명 중 한 명꼴이었다. 최동원 씨(27·한남대 영어교육과 3학년)는 “가수나 스포츠 스타 한 명이 외교관 100명 부럽지 않다는 걸 실감했지만 여전히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미지의 나라’인 것 같아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인터라켄=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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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조동주]男權을 대변한다며 몸던진 비극

    “여성들이 자꾸 ‘전용’을 주장하는 건 여성 스스로 약자임을 인정하는 겁니다. 진정한 페미니스트라면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수화기 너머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기자는 4월 3일 전남 보성녹차휴게소의 ‘여성 전용 흡연구역’ 논란을 취재하면서 성 대표와 대화를 나눴다. 당시 성 대표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전용 주차장, 버스좌석, 임대주택을 만들어 주면서 ‘여성 전용이 트렌드’라고 말한다. 이 나라 여성정책은 너무나 잘못됐다”고 개탄했다. 기자는 버스를 탈 때 핑크색 덮개가 씌워진 여성 전용 좌석을 피해 빈자리를 찾을 때마다, 꽉 찬 주차장에서 핑크색 선으로 그어진 큼직한 여성 전용 구역을 보고 그냥 지나쳐야 할 때마다 성 대표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러면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여성 운전자나 취업준비생 등을 볼 때면 아직 남성인권운동이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성 대표는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우리 사회에서 “남성도 약자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남성으로서의 의무’에 짓눌려 온 남성의 대변자 역할을 자임했다. “여성은 결혼할 땐 비용 분담을 남성 8 대 여성 2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혼할 땐 5 대 5를 요구한다” “여성은 방송에서 공공연히 남성의 근육질 몸을 마구 더듬지만 남성은 여성의 손끝만 스쳐도 성추행범으로 몰린다”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돈 버는 기계’로 전락했다고 느끼는 가장이나 데이트 상대 여성에게 쉽게 더치페이를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에 분노했던 남학생 등이 지지를 보냈다. 처음으로 남성인권보호 시민단체를 만든 그는 자존심이 강했다. “가난하지만 당당히 운영하겠다”며 정부 지원을 일절 받지 않았다. 후원금으로만 남성연대를 운영하면서 ‘싱글대디 반찬배달’ ‘무료 법률지원 서비스’ 등 돈 드는 사업을 이어 가다 보니 재정난에 부닥쳤다. 남성연대는 2011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각종 행사 비용 등으로 2억4670만 원을 썼다. 하지만 후원금 수입은 1956만 원에 불과했다. 적자는 대부분 그의 개인 빚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 대표는 25일 “남성연대에 1억 원만 빌려 달라”며 한강 투신을 예고한 뒤 실제로 하루 뒤 서울 마포대교에서 몸을 던졌다. 투신 예고 후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한번 뱉은 말은 지켜야 한다”며 투신을 강행했다. 생명을 담보로 한 그의 투신은 결코 미화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억눌린 남권(男權)의 잔다르크’였든, ‘찌질한 남성주의에 젖은 돈키호테’였든 공개리에 이뤄진 그의 어처구니없는 비극 앞에서는 비판보다 안타까움이 앞선다.조동주 사회부 기자 djc@donga.com}

    • 201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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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흡연방… PC사용은 무료” 금연법에 막힌 PC방의 꼼수

    장모 씨(33)는 최근 인천 부평구의 한 PC방을 인수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8일 PC방 흡연을 금지한 ‘금연법(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시행된 뒤 전 주인이 매출 급감을 못 이기고 내놓은 가게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오늘의 유머’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귀에 솔깃한 조언을 들었다. “상호를 ‘흡연방’으로 바꾸라”는 것이었다. 장 씨는 개업 하루 전인 11일 건물 창문에 ‘신장개업 흡연방, 1시간 1000원, PC 사용 무료’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PC방 흡연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아예 흡연을 하는 조건으로 요금을 받고 컴퓨터 사용은 공짜로 하자는 주객전도식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가 내건 현수막은 사이버 공간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장 씨가 구상한 방식의 흡연방 운영은 불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PC방으로 허가받지 않은 시설에는 최대 5대 이하의 게임용 컴퓨터만 둘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어서다. 기자가 23일 장 씨의 흡연방을 확인해 보니 여느 PC방과 다르지 않았다. 전 좌석에 금연 스티커가 붙어 있고 담배를 피우려면 별도로 설치된 흡연실에 가야 했다. 고객을 끌려고 PC방에 흡연실만 만들곤 흡연방이라고 홍보하는 꼼수를 부린 셈이다. 장 씨는 “재미삼아 ‘흡연방’ 현수막을 걸었는데 너무 큰 화제가 됐다. 22일 관할 구청과 보건소에서 현수막을 떼라고 연락해와 곧 현수막을 철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 때문에 산업분류에도 포함되지 않은 흡연방 같은 변종업소가 등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취재팀이 접촉한 수도권 일대 PC방 업주 10명은 “오죽하면 ‘흡연방 마케팅’까지 등장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연법 시행 이후 업주들은 매출이 10∼40%가량 떨어졌다고 한다. 흡연실을 추가로 설치하려면 공사비가 들고 기존의 컴퓨터 공간까지 줄여야 한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PC방 주인 이모 씨(38)는 “당장 흡연실을 만들 돈이 없는 데다 금연을 강제하면 손님이 줄어 흡연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지만 단속에 걸릴까 늘 조마조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PC방 업주들의 단체인 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협동조합 최승재 이사장은 “지난해 1월 1만7000여 곳이었던 전국 PC방 수는 올해 7월 1만2000여 곳으로 줄었고 내년엔 7000여 곳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연법 시행 이후 PC방 창업은 줄고 폐업만 늘면서 업계가 희망을 잃은 상태”라고 말했다.조동주·곽도영 기자 djc@donga.com인천=문성민 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 201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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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해병대캠프 사고 교관 3명 구속

    충남 태안군의 사설 해병대캠프에 참가했던 고교생 5명이 파도에 휩쓸려 사망할 당시 현장에 있던 교관 3명이 구속됐다. 태안해양경찰서는 23일 사설 캠프인 ‘해병대 코리아’ 소속 훈련본부장 이모 씨(44)와 교관 이모(30), 김모 씨(37)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8일 오후 5시경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 백사장 해수욕장 일대에서 공주사대부고 학생 198명에게 훈련을 시키면서 안전조치를 소홀히 해 학생 5명을 파도에 휩쓸려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은 사설캠프업체 대표와 이 업체에 캠프 활동을 위탁한 K여행사 대표, 수련시설 대표를 상대로 캠프 운영 위탁 계약 경위와 위법 행위 여부 등도 수사하고 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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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 관리구역 따라 희비 엇갈린 탄천주차장

    서울 경기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22일 서울 탄천공영주차장에서는 차 주인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탄천을 기준으로 동쪽에 있던 차량은 40대가 침수된 반면에 서쪽에 있던 주차 차량은 단 한 대도 침수 피해를 보지 않았다. 탄천을 중심으로 서쪽은 강남구, 동쪽은 송파구가 관리한다. 강남 탄천주차장을 관리하는 강남구 도시관리공단은 폭우 하루 전인 21일 오전 4시 기상청이 서울지역 호우 예비특보를 발령하자 바로 저지대 주차 차량과 대형 버스부터 이동 작업을 시작했다. 21일 늦은 오후부터는 강남경찰서의 협조로 입구 3개를 전면 폐쇄하고 모든 주차 차량을 철수시키도록 조치했다. 주인이 연락이 되지 않거나 지방에 내려간 차량은 안전지대로 견인시켰다. 작업은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고 22일 오전 6시 반경 길이 1.2km의 강남 탄천주차장엔 단 한 대의 차량도 남지 않게 됐다. 이날 오전 6시 9.5mm에 불과했던 강남구 삼성동의 시간당 강우량은 오전 7시 58.5mm로 급증해 탄천이 범람했지만 강남 탄천주차장엔 아무 피해가 없었다. 지난달부터 강남경찰서, 강남구와 협조해 집중호우 시 탄천주차장 피해 방지를 미리 준비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반면에 송파 탄천주차장을 관리하는 송파구 시설관리공단은 21일 오후부터 저지대 차량을 이동시키고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로 비가 올 거라고 통보했지만 적극적으로 차량을 철수시키진 않았다. 비가 한창 쏟아지기 시작한 22일 오전 6시 40분부터 주차 차량 주인에게 급히 연락을 돌려 차를 빼도록 조치한 뒤 자체적으로 70여 대를 견인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결국 버스 9대, 화물차 4대, 승용차 27대 등 차량 40대가 물에 잠겼다. 피해 승용차들은 대부분 이 주차장에 관광버스를 주차하는 버스 운전사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견인 작업이 시작됐을 때는 버스 운전사들이 운행 중이라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조동주·곽도영 기자 djc@donga.com}

    • 201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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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120만원 들인 가짜 의사면허증으로 5억 대출

    고졸 출신 무직자 이모 씨(29)는 은행들이 전문직 종사자에게는 쉽게 거액을 대출해준다는 점을 노려 인터넷에서 알게 된 신분증 위조범에게 120만 원을 주고 가짜 의사면허증을 만들었다. 이 씨는 2011년 11월 이 면허증을 들고 건강검진 전문인 A의원을 찾아가 서울 명문 의대 졸업생 행세를 하며 취업 면접을 봤다. 취업은 안됐지만 “의대를 갓 졸업해 경험이 없다. 건강검진 과정을 지켜보며 일을 배우고 싶다”며 A의원 원장을 속이고 자유자재로 의원을 드나들었다. 이 과정에서 빼돌린 A 의원의 사업자등록증으로 가짜 재직증명서를 만들었다. 이 씨는 위조한 의사면허증과 재직증명서를 들고 제1금융권의 한 은행을 찾아가 의사 신용대출로 2억 원을 손쉽게 빌렸다. 이 씨는 술집을 차렸지만 운영이 잘되지 않자 또 사기대출을 시도했다. 그는 올해 2월 가짜 의사면허증과 자신의 명의로 된 B의원 사업자등록증으로 제1금융권의 또 다른 은행에서 3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 씨의 정체는 보건소가 B의원 개설 신청서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이 씨의 실제 주민등록번호와 의사면허증 발급에 쓰인 주민등록번호가 일치하지 않는 걸 발견해 들통 났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이 씨를 사기와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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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내자니 불안, 안보내면 왕따… 학부모들 ‘캠프 딜레마’

    #1. ‘워킹맘’ 김모 씨(34)는 이달 초 33개월 된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보낸 ‘여름 수상캠프 동의서’를 받았다. 경기 용인시의 한 워터파크로 놀러가는 일정이었다. 맞벌이 부부인 김 씨는 평소 딸과 놀아줄 시간이 거의 없었던지라 흔쾌히 서명했다. 하지만 지난주 내린 장마로 일정이 연기된 사이 충남 태안군 안면도 해병대 캠프에서 벌어진 사고 소식을 접한 뒤 딸의 캠프 참가 취소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2.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박모 씨(45·여)는 이번 방학에 딸이 다니는 학원 수를 줄여서라도 자기주도학습 기숙캠프에 보낼 계획이었으나 사설 해병대 사고 소식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주변 엄마들이 자녀를 국제중에 보내려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하니 보내야 할 것 같기는 한데….”○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 고교생 5명이 18일 안면도 사설 해병대 캠프에 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숨진 소식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캠프 딜레마’에 빠졌다. 여름방학 기간인 7, 8월은 자녀들을 수상 캠프나 극기체험 캠프, 해외영어 캠프 등에 보낼 최적의 시기지만 학부모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학부모들은 ‘혹시나 내 아이만 보내지 않으면 단체생활에서 왕따가 되거나 학교에 밉보여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쉽사리 캠프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캠프 참가 경력을 대학 입시뿐만 아니라 국제중이나 특목고 진학을 위한 스펙 중 하나로 여기는 풍토도 부모들의 캠프 딜레마를 가중시킨다. 엄마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맘스홀릭 베이비’와 ‘레몬테라스’에는 해병대 캠프 사고 이후 자녀를 각종 여름 캠프에 보내야 하는지를 묻는 글이 수십 개 쏟아졌다. “내 자식은 절대 보내지 않겠다”는 강경한 글도 있었지만 혹시나 내 아이만 캠프에 보내지 않으면 불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다수였다. 자녀가 가기로 예정된 캠프의 이름을 대고 안전한지를 묻는 글들도 있었다. 맘스홀릭 베이비 ID ‘난3×××××’는 “아이가 방학 때 친구들과 어울리려면 집에 있는 것보다 여름 수상 캠프에 보내야겠지만 사고 뉴스를 보면 도무지 보낼 수가 없다. 보내자니 불안하고 안 보내자니 내 아이만 뒤처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적었다. 부모들의 이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캠프들의 안전성을 담보할 만한 기준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청소년 정책을 주관하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은 캠프 프로그램의 목적, 지도력, 활동환경 등 14개 기준을 심사해 ‘청소년수련활동인증’을 사설 청소년 캠프에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대부분의 업체가 인증 없이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청소년수련활동인증을 받은 기관은 7월 현재 323곳이지만 대부분 수련관·수련원(148곳)과 문화의 집(72곳)이다.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사설 여름 캠프업체 등은 18곳에 불과하다.○ 인증제는 역할 못하고, 컨트롤타워도 없고 동아일보가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극기체험 캠프와 래프팅 수상 캠프, 국토대장정 등 여름 캠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체 15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청소년수련활동인증 여부를 조사한 결과 13곳이 인증을 받지 않았다. 이들은 ‘안 되면 되게 하라’ ‘인간개조 프로젝트’ 등의 구호와 진흙탕에 구르는 학생 사진 등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유명 스포츠 스타를 홍보이사로 내세운 한 업체는 “정부 인증은 별로 의미가 없다. 대부분의 캠프업체가 안 받는다”면서 “안전은 걱정 말라”고 말했다. 그런데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질 안전요원들은 초보자가 부지기수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들에 ‘캠프’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래프팅 또는 해변캠프 업체 구인광고에는 대부분 “초보자도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기자가 강원도의 한 래프팅업체에 안전요원으로 일하고 싶다는 전화를 걸자 “몇 살이냐, 수영할 줄 아느냐”라고만 물었을 뿐이다. 기자가 “래프팅 관련 자격증이 없는데 괜찮냐”고 묻자 “와서 배우면 된다. 상관없다”고 답했다. 청소년 캠프 정책을 주관하고 관리할 정부 내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도 문제점이다. 청소년수련활동은 여성부가 주무 부서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안전행정부도 관여하고 있다. 태안 해병대 캠프를 운영한 여행업체는 문체부 소관이다. 수학여행도 대부분 여행업체의 주관으로 이뤄진다. 여성부 관계자는 “부처별로 중복되는 부분은 법적, 행정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관계자는 “모든 캠프가 인증을 받도록 하면 좋겠지만 당장 인증을 필수사항으로 강제하면 종교기관에서 하는 여름수련회도 인증을 받지 못해 개최할 수 없게 된다”며 “인증 절차를 간소화해 점진적으로 인증 업체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동주·김수연·곽도영 기자 djc@donga.com}

    • 201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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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교통체증 일으키고 웃는 래핑카

    섬유회사 영업사원 허모 씨(28)는 낮에 차를 타고 서울 강남 테헤란로를 다닐 때마다 화가 치민다. 각종 광고물로 차량 전체를 도배한 45인승 대형 버스와 트레일러들이 도로를 천천히 주행하며 교통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허 씨는 분통이 터지면서도 혹시나 대형 차량들에 부딪혀 사고가 날까봐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운전대를 꽉 잡는다. 차량 전체를 광고물로 도배한 ‘래핑카(wrapping car)’들이 서울 강남과 도심 혼잡지 도로에서 활개 치면서 출퇴근 시간이 아닌 대낮에도 교통 체증을 유발하고 있다. 일부 광고업자들이 인구밀집지역이라 홍보 효과가 높은 강남 일대에 버스나 트레일러 등 대형 차량을 움직이는 광고판처럼 이용해 불법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은 차량 전체를 성형외과 뮤지컬 영화 의류 과일 등의 광고물로 도배한 대형 버스와 트레일러 등을 이용해 강남 일대 도로를 서행하며 불법 광고를 해 온 업주와 운전자 16명을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차량을 이용한 광고는 허가를 받은 사업용 차량에 한해 창문을 제외하고 각 면 면적의 50% 이내로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허가받지 않은 차량에 앞창문을 제외한 차량 전면을 광고물로 도배한 채 불법 광고를 해 왔다. 차량을 이용해 불법 광고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에 따르면 대부분의 래핑카 불법 광고는 대형 차량을 집단 동원해 기업형으로 이뤄진다. 래핑카 업주 이모 씨(73)는 경기 고양시 일산에 차고지를 두고 차량 전체를 광고로 도배한 45인승 대형버스 10대를 아침마다 강남 일대로 보냈다. 어두워지면 광고 효과가 없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행시켰다. 이 버스들은 2, 3대씩 무리지어 다니며 일부러 서행하거나 길가에 멈춰 서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길이 막힐수록 광고 효과가 높아진다. 경찰조사 결과 이 씨는 광고물을 도배한 버스를 운행하는 대가로 광고 브로커로부터 한 달에 대당 350만∼380만 원씩 받아 챙겼다. 차량 10대를 동원했으니 한 달 수입만 3500만∼3800만 원인 셈이다. 이 씨는 뮤지컬, 영화, 신발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광고를 해 왔다. 경찰은 차량에 래핑을 해주는 업체와 불법 광고를 알선한 브로커도 추적하고 있다. 대낮에 불법 래핑카가 있다면 밤에는 트럭을 이용한 유흥업소나 대리운전업체 불법 광고가 성행하고 있다. 차모 씨(46) 등 2명은 8일 밤 대리운전업체를 광고하는 네온사인과 간판을 설치한 1t 트럭 두 대를 이용해 서울 강남 일대에서 불법 광고를 하다가 적발됐다. 경찰은 이들이 차량을 불법 개조해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고 밤에 대리운전이나 나이트클럽 광고를 일삼는 불법 개조 트럭을 지속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다. 강남경찰서 양유열 경장은 “운전자들 모두 자신의 행위가 위법인지 몰랐다고 진술할 만큼 불법 옥외광고에 대한 의식이 미비하다”라며 “밤낮으로 무리지어 다니며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다른 차량들을 위협하는 래핑카와 불법 개조 트럭을 보면 적극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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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창원 “박사논문 표절 인정”

    “출처를 밝혔다 하더라도 원문 표현 그대로 사용하면 따옴표 등 직접 인용 방법을 통해 표현해야 한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47·사진)가 현직 시절인 2011년 5월 27일 자신의 강의 카페에 ‘[주제 조사 보고서 작성 시 유의사항] 표절 문제’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의 일부다. 표 전 교수는 고위 공직자의 논문 표절 의혹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그런 표 전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에서 표절을 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7일 자신의 블로그에 ‘박사 논문에 표절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1997년 영국 엑시터대에서 경찰학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에 표절이 있다고 시인했다. 표 전 교수가 표절을 인정한 논문은 영국의 범죄 재연 프로그램 ‘크라임워치’의 이용 실태를 바탕으로 쓴 ‘The Police and Crimewatch UK: A Study of the Police Use of Crime Reconstruction and Witness Appeal Programmes in Britain’이다. 표 전 교수는 다른 해외 연구자들이 논문에 쓴 문장 중 최소 26개를 그대로 자신의 논문에 옮겨 적으면서 각주로 출처 표시만 했을 뿐 해당 문장 앞뒤에 따옴표를 하지 않았다. 다른 연구자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올 땐 반드시 따옴표 표시를 해 직접 인용했음을 밝혀야 한다. 따옴표 없이 같은 내용을 인용하려면 한 문장에 붙어있는 두 단어 이상을 똑같이 사용해선 안 된다. 표 전 교수는 “16년 전 유학생이던 제가 쓴 논문에서 매우 부끄러운 표절 흔적을 발견하고 무척 당황스럽고 부끄럽다”고 블로그에 적었다. 그의 논문 표절 논란은 지난달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등 일부 보수인사들이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표 전 교수는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자 트위터에 자신의 논문 제목을 공개하며 “극우들, 내 박사 논문 검증한다고? 얼마든지 검증해라. 결과는 알려주길”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형사 고소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논문 표절 사실이 속속 밝혀지자 “변명은 않겠다. 제 박사 논문에 표절 부분이 있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분노한 분이 계시다면 정중하게 사과드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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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나 사고에 난데없는 음모론

    트위터 ID ‘umsa*****’은 아시아나 항공기가 충돌 사고를 낸 7일 “국정원 게이트 덮으려고 아시아나 항공기를 추락시킨 건 아니겠지?”라는 트윗을 날렸다. 그러자 다른 트위터리안(bein****)은 “(1987년 KAL기 폭파 북한 공작원) 김현희가 생각난다”는 글을 덧붙여 이 트윗을 퍼뜨렸다.포털사이트 다음의 ID ‘이*’은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를 알리는 인터넷 기사에 “사고 원인은 국정원을 조사하면 나올 것 같다. 수구정권 위기 때는 꼭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고가 난다”고 댓글을 썼다. 그러자 “좀 이상하긴 하다. (정부가) 또 뭘 노리는 것 같지 않냐”며 ‘음모론’에 힘을 싣는 댓글이 달렸다.아시아나항공 214편이 7일(한국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 중 충돌하는 사고가 나자 일부 누리꾼들이 이번 사고가 국정원 국정조사를 덮기 위해 정부가 꾸민 일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런 주장들은 트위터와 포털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됐다.하지만 대다수 누리꾼은 이런 음모론은 탑승객의 생사를 애타게 확인하는 가족들에게 또 다른 피해만 안겨줄 것이라며 음모론을 비판했다. 트위터 ID ‘simu**********’는 “국정원이 비행기 사고를 일부러 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이상한 분들이 있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그들…세상에서 가장 편협하고 불쌍한 존재들”이라고 적었다.이날 온라인에선 이번 사고에 숫자 ‘7’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며 ‘7의 저주’ 운운하는 글들도 돌아다니고 있다. 트위터 ID ‘jh99***’는 “7월 7일 보잉 777항공기에 타고 있던 한국인 77명, 중국 및 일본 국적 142명(1+4+2=7), 미국 국적 61명(6+1=7), 승무원 16명(1+6=7)”이라는 글을 남겼다. 사고가 난 비행기의 편명 OZ 214에 나오는 각 숫자를 더하면 역시 7이 나온다는 점, 사고 여객기가 2006년 3월 당시 국토해양부에 등록돼 올해로 운항 7년째라는 점도 괴담의 확산을 부추겼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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