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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을 앞둔 영화 ‘마션’의 동명 원작소설이 서점가의 화제다.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6∼10위를 오가면서 출간 50일 만에 3만 부나 팔렸다. 영화 ‘사도’의 개봉과 함께 동명 소설도 출간됐다. 이처럼 영화가 개봉하면 덩달아 관심을 받는 원작소설들을 스크린(Screen)과 베스트셀러(Bestseller)를 합쳐 ‘스크린셀러(Screenseller)’라고 한다. 하지만 영화 개봉으로 원작소설이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 스크린셀러 흥행 법칙을 찾아서 동아일보 취재팀이 인터넷서점 예스24와 함께 2004∼2015년 스크린셀러 누적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원래 유명한 원작소설이 영화 개봉과 함께 판매량이 급증한 경우(‘꾸뻬 씨의 행복 여행’ ‘위대한 개츠비’)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 않았지만 원작소설은 많이 팔린 경우(‘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영화의 흥행 성적과 이름값에 비해 판매가 많지 않은 경우(‘헝거게임’) 등으로 분류됐다. 이를 토대로 출판전문가 10명과 함께 스크린셀러 흥행 법칙을 정리해 보니 ‘책을 내는 시기가 승패를 가른다’는 1차 조건이 나왔다. 성공한 스크린셀러는 영화가 개봉하기 최소 2년 전에 나온 경우가 많았다. ‘책의 내용이 좋다’는 독자 검증과 입소문이 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 반면 영화 개봉과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는 스크린셀러, 이른바 ‘영화소설’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영화 부가수익과 홍보 등의 목적으로 짧은 시간에 시나리오를 기반해 소설로 제작돼 함량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역린’과 ‘명량’, ‘순수의 시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크린셀러 제목은 영화 원제를 그대로 써야 한다는 2차 조건도 나왔다. 황금가지 김준혁 주간은 “영화 ‘셔터 아일랜드’는 원작소설 국내 번역본 제목이 ‘살인자들의 섬’이다 보니 독자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래서 출판사들이 원작소설을 출간할 때 번역 제목이 아닌 영어 발음 그대로 제목을 삼는다”고 말했다. 해프닝도 발생한다. 미국 SF소설 ‘THE 5 WAVE’의 판권을 산 알에이치코리아는 소설 제목을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피프스 웨이브’로 출간했다. 하지만 정작 내년 국내에 개봉하는 영화의 제목은 ‘제5의 물결’이다.○ 영화로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어야 액션, 코미디보다는 문학적 감수성과 연결되는 잔잔한 영화가 유리하다.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안녕, 헤이즐’도 영화보다 원작소설이 더 인기를 끌었다. 영화 결말 부분의 완결성이 높아도 스크린셀러에 악영향을 준다. 영화 ‘월드워Z’는 명료하게 종결되다 보니 영화를 본 사람들이 원작을 구입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문학수첩 김은경 대표는 “주인공들의 과거사나 세계관 등이 영화에 자세히 나오지 않아야 원작소설을 찾는다”며 “‘원작소설과 영화 결말이 다르다’는 소문이 날수록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배우의 연기’가 화제가 돼도 불리하다. 출판계는 ‘사도’의 경우 텍스트보다는 영화로 봐야 송강호 유아인이 펼치는 연기와 심리를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소설은 흥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YA(Young Adult) 소설은 영화가 망해도 기본은 한다’는 법칙도 나왔다. YA란 10, 20대 독자를 대상으로 한 감성적 장르소설이다. ‘트와일라잇’ ‘헝거게임’이 대표적인 예. 은행나무 이진희 편집주간은 “기본 팬층이 있는 데다 북미권에서 인기를 끈 YA소설은 대부분 영화로 만들어진다”며 “3부작, 4부작 영화로 제작되기 때문에 개봉 시기마다 원작 판매가 늘어난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중국 정부가 10개 언어로 출간한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책이 한국에서는 1년 늦게 출간되는 이유는? 시 주석의 저서 ‘시진핑의 거버넌스 오브 차이나(The Governance of China)’가 국내 출판사 와이즈베리를 통해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사진)라는 제목으로 30일 출간된다. 이 책은 지난해 9월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과 중공중앙문헌연구실, 중국외문출판발행사업국이 공동 제작한 것. 시 주석의 국정철학을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에 맞춰 중국어와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독일어, 일본어, 아랍어 등 총 10개 언어로 출판됐다. 통상 각국 출판사가 계약을 맺고 번역 출간하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 외문출판사가 직접 언어별로 책을 만들어 완본 형태로 각국에 유통시켰다. 이후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이 책을 읽고 직원에게 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 국가지도자의 저서로는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그런데 출간 당시 주요 국가 언어 중 유독 한국어만 빠졌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시 주석과 나란히 설 정도로 한중 관계가 가까운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어가 제외된 것은 의문이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주요 국가 중 한국어판만 뒤늦게 내는 이유를 다들 궁금해했다. ‘중국이 겉으로만 한국을 중시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외문출판사는 20일 “여러 나라의 언어로 출간되는 긴박한 일정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번역상 문제들을 피하고, 시간적 여유 속에 출판하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한국어판을 더 신경 써서 늦어졌다는 뜻이다.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중국 외문출판사에는 영어부, 독일어부, 프랑스어부 등 각 언어 담당 부서가 설치돼 있다. 문제는 한국어는 북한과 조선족을 대상으로 한 ‘조선어부’만 있다는 것. 조선어부에서 한국어판을 출간할 경우 북한식 표현과 문체를 써야 했다. 한국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거부감을 느낄 것으로 예상돼 한국어판은 제외됐다. 결국 중국 정부는 한국만 국내 출판사를 선정해 자체적으로 번역, 출간토록 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뒤늦게 외문출판사는 한국어부를 신설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중국 내 한 출판 에이전시 관계자는 “중국 정부 측은 시 주석의 저서인 데다 최근 한중 관계를 생각해 한국어판의 ‘지각 출판’ 과정이 알려지는 것도 무척 조심스러워했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전자책 값, 이제는 좀 내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지금도 그렇게 비싼 거 아니에요. 적절한 가격입니다.” 최근 전자책 가격을 두고 독자와 출판사 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 신간 소설의 전자책이 종이책의 반값에 팔리면서 논쟁이 시작된 것. 10일 출간된 소설가 김진명의 ‘글자전쟁’의 전자책 버전은 종이책 정가의 반값인 7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유명 작가 신간의 전자책이 반값에 팔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을 낸 세움출판사는 “반값 판매는 젊은 독자층과 전자책 시장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김 작가의 전작 ‘사드’ 전자책이 1개월 동안 팔린 권수와 ‘글자전쟁’ 전자책이 일주일 만에 팔린 양이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반응이 괜찮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전자책 권당 가격은 종이책의 70% 수준이다. 독자들은 너무 비싸다는 입장이다. 회사원 김재성 씨(40)는 “종이책처럼 소장할 수도 없고 중고 책으로 팔지도 못하는데 가격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월 국내 독자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자책 가격은 종이책의 39.2% 수준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하지만 출판계의 생각은 다르다. 한 출판사 대표는 “‘지식의 값’이란 것이 있다. 더구나 전자책 저자 인세는 17∼25% 정도로 종이책 인세(10% 내외)보다 높다”고 말했다. 예스24 김병희 도서사업본부장은 “해외에서도 전자책은 보통 종이책 신간의 70%”라고 말했다. 실제 전자책을 만드는 비용은 어떻게 산출될까? 우선 정가 1만 원짜리 종이책 제작비 구성을 보면 저자 인세 10%, 제작비 15%, 유통비 10%, 인건비 10%, 출판사 몫 10% 등을 합쳐 6000∼7000원으로 출고가가 결정된다. 이후 서점에서는 1만 원에 팔리는 것. 반면 전자책은 스크린으로 보기 편리하게 변환하는 과정에서 추가 제작비가 들지만 유통과 인건비 등 종이책에 비해 가격을 줄일 부분이 훨씬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판사 편집자는 “솔직히 지금보다 훨씬 더 싸게 낼 수 있지만 자칫 종이책이 잠식될 것을 우려해 가격을 쉽게 못 낮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국내 출판시장의 침체를 감안하면 전자책 활성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경우 출판시장의 30% 정도를 전자책이 차지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출판시장의 1∼2%에 불과하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미국 등 해외를 봐도 전자책의 종이책 대체효과는 생각보다 낮다”며 “종이책 시장이 잠식될지라도 여기서 얻어지는 사업적 기회는 훨씬 많은 만큼 정액제, 대여제 등 다양한 전자책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전자책 값, 이제는 좀 내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지금도 그렇게 비싼 거 아니에요. 적절한 가격입니다.” 최근 전자책 가격을 두고 독자와 출판사 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 신간 소설의 전자책이 종이책 가격의 반값으로 팔리면서 논쟁이 시작된 것. 10일 출간된 소설가 김진명의 ‘글자전쟁’의 전자책 버전은 종이책 정가의 반값인 7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유명작가 신간의 전자책이 반값에 팔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을 낸 세움출판사는 “반값 판매는 젊은 독자층과 전자책 시장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김 작가의 전작 ‘사드’ 전자책이 1개월 동안 팔린 권수와 ‘글자전쟁’ 전자책이 일주일 만에 팔린 양이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반응이 괜찮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전자책 권당 가격은 종이책의 70% 수준이다. 독자들은 너무 비싸다는 입장이다. 회사원 김재성 씨(40)는 “종이책처럼 소장할 수도 없고 중고 책으로 팔지도 못하는데 가격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월 국내 독자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자책 가격은 종이책의 39.2% 수준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하지만 출판계의 생각은 다르다. 한 출판사 대표는 “‘지식의 값’이란 것이 있다. 더구나 전자책 저자 인세는 17~25% 정도로 종이책 인세(10% 내외)보다 높다”고 말했다. 예스24 김병희 도서사업본부장은 “해외에서도 전자책은 보통 종이책 신간의 70%”라며 “책을 보다가 스크린을 터치해 각주를 팝업으로 띄울 수 있는 등 종이책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전자책을 만드는 비용은 어떻게 될까? 우선 정가 1만 원 짜리 종이책 제작비 구성을 보면 저자 인세 10%, 제작비 15%, 유통비 10%, 인건비 10%, 출판사 몫 10% 등 합쳐 6000~7000원으로 출고가가 결정된다. 이후 서점에서는 1만원에 팔리는 것. 반면 전자책은 스크린으로 보기 편리하게 변환하는 과정에서 추가 제작비가 들지만 유통과 인건비 등 종이책에 비해 가격을 줄일 부분이 훨씬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판사 편집자는 “솔직히 지금보다 훨씬 더 싸게 낼 수 있지만 자칫 종이책이 잠식당할 것을 우려해 가격을 쉽게 못 낮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국내 출판시장의 침체를 감안하면 전자책 활성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경우 출판시장의 30% 정도를 전자책이 차지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출판시장의 1~2%에 불과하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미국 등 해외를 봐도 전자책의 종이책 대체효과는 생각보다 낮다”며 “종이책 시장이 잠식될지라도 여기서 얻어지는 사업적 기회는 훨씬 많은 만큼 정액제, 대여제 등 다양한 전자책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윤종기자 zozo@donga.com}
언론중재위원회가 인터넷상 잘못된 정보를 신속하게 삭제하거나 수정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 국정감사에서 박용상 언론중재위원장은 “인터넷에서 잘못된 언론 보도가 불특정다수에 의해 유포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이를 신속하게 삭제하거나 수정하도록 언론중재위에 청구할 권리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은 “사이비 인터넷 언론의 근거 없는 보도로 인한 피해가 크다.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중재위에 요구했다. 현재 언론보도 피해자는 중재위에 정정, 반론보도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기사나 정보 삭제를 요청할 순 없다. 중재위는 법 개정을 추진해 삭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잘못된 보도를 퍼 나른 블로그나 카페 게시물도 같이 삭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은 포털의 유통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포털뉴스유통심의기구’ 설치를 요구했다. 이에 김병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포털을 언론사로 보느냐, 단순한 뉴스 유통업자로 보느냐에 따라 기구의 성격이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일본 TV 드라마로 제작된 베스트셀러 소설 ‘오사카 소년 탐정단’의 속편이다. 초등학교 여교사 다케우치 시노부가 장난꾸러기 제자들과 사건 현장을 좌충우돌 누비며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이야기다. 전작에서 시노부가 학교를 떠나면서 이야기가 종결되자 독자들이 ‘후속편을 써 달라’고 요청해 이 작품이 나오게 됐다. 운전면허 학원에 다니다 우연히 범인의 차를 추격하는 이야기부터, 게이트볼 스틱 살해 사건까지 총 5가지 에피소드에는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날카로운 추리 과정뿐 아니라 훈훈하고 인간미 넘치는 웃음이 적절히 버무려졌다. 1만4800원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내 아이를 박찬호나 김연아처럼 키우고 싶다. 재능은 보이지만 확신은 없다. 자칫 아이의 미래를 망칠까봐 불안하다…. 이런 학부모라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타고난 재능, 즉 ‘스포츠 유전자’가 정말로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그 실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담겨 있다. 타이거 우즈, 우사인 볼트 등 스포츠 스타들의 사례를 토대로 이야기를 전개해 스포츠 영화를 보는 듯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 선임기고가인 저자는 우선 기존 스포츠 과학 이론에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 배리 본즈, 앨버트 푸홀스 등 메이저리그의 강타자를 ‘3구 3진’으로 처리한 여성이 있다. 여자 소프트볼 투수 제니 핀치다. 그녀의 최대 구속은 114km. 그럼에도 강타자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기존 이론에서는 뛰어난 반사신경이라는 재능을 타고난 선수가 빠른 공을 쳐낸다고 봤다. 하지만 후속 실험 결과 생물학적으로 망막에 자극이 오면 신체가 반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스포츠 스타나 일반인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강타자들은 수많은 정보 속에서 패턴을 묶어내는 정보의 ‘덩이짓기(chunking)’ 능력이 뛰어났다. 여러 경기 상황을 겪으며 누적된 경험치로 예측력이 발달하면서 강타자가 되는 것이다. 반면 낯선 소프트볼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속수무책이었다. 스포츠 유전자보다는 경험을 쌓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 같다. 하지만 저자는 ‘덩이짓기 능력 자체가 재능’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 노력하면 누구나 능력자가 된다’는 이른바 ‘1만 시간의 법칙’을 비판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인 스테판 홀름은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해 2만 시간을 훈련해 아킬레스건 밀도를 4배나 높였다. 하지만 2007년 세계육상대회에서 만난 바하마 출신의 도널드 토머스에게 패한다. 그는 높이뛰기를 시작한 지 8개월밖에 안 된 초보였지만 아킬레스건은 32cm가 넘어 더 많은 탄성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었다. 내 아이의 체형도 꼼꼼히 보자. 표준적 체형이 모든 스포츠에 가장 적합하다고 보던 이론은 특정 종목에 맞는 체형을 중시하는 ‘체형의 빅뱅’ 이론으로 대체됐다. 30년간 엘리트 여자 체조 선수들의 키는 평균 160cm에서 140cm로 줄었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10명 중 1명은 키가 213c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해졌다. 그렇다고 ‘노력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하드웨어(재능)가 좋으면 스포츠 소프트웨어(노력)를 더 빨리 내려받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드웨어를 알아볼 검사법이 있을까. 조기교육이란 단어가 떠오르는가? 미국 프로야구 선수 152명을 분석한 결과, 엘리트 선수들은 자신의 전문 종목에서 준엘리트 선수보다 유년기 내내 연습시간이 적었다. 이들은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다 10대 중반부터 한 스포츠에 집중했다.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데러는 배드민턴과 농구, 축구를 고루 경험했고 우사인 볼트는 크리켓 선수였다. 너무 일찍 특정 스포츠에만 집중하면 어느 순간 조기 훈련을 통해 몸에 깊이 밴 특정한 움직임에 갇히는 정체 현상을 겪는다. 적정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하면서 신체와 성격에 적합한 종목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며 저자는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적었다. “즐겁게 운동하시라!”:: 함께 읽을 책 :: ‘스포츠 유전자’가 재능에 무게를 뒀다면 ‘아웃라이어’(맬컴 글래드웰 지음·김영사)는 1만 시간 이상의 꾸준한 연습이 비틀스, 빌 게이츠 등 수많은 천재를 만들어 왔다고 역설한다. ‘나를 버리다’(박지성 지음·중앙북스)는 치명적인 평발, 왜소한 체격을 지닌 박지성이 어떻게 부족한 재능을 극복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쓴 ‘타격의 과학’(테드 윌리엄스 지음·이상 미디어)도 타율 4할은 재능보다는 투수와의 머리싸움을 수없이 연구한 결과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그들은 왜 이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가’(조세민 지음·그리조아FC)는 FC 바르셀로나의 선수 육성 시스템을 통해 승리나 기록 향상에 연연하지 않고 즐기는 것부터 추구해야 최고가 된다고 설명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일제의 난징(南京) 대학살 당시 참혹한 모습을 담은 ‘남경의 기억 그리고 평화’ 특별기획전이 16일부터 10월 말까지 독립기념관에서 열린다. 이 전시에는 1937년 12월 일본이 중국 난징을 점령하고 약 6주간 자행한 대학살을 담은 사진 200여 점과 영상 7편을 비롯해 지나사변(支那事變·일본에서 중일전쟁을 이르던 말) 전국지도, 지나사변 기념메달, 일본군 무운장구 일장기, 학살기간에 발행한 일본군 통행증 등 실물자료 31점을 선보인다. 이 전시물은 난징 소재의 ‘침화일군남경대도살우난동포기념관(侵華日軍南京大屠殺遇難同胞紀念館)’ 소장품을 대여한 것이다. 독립기념관 측은 “10월부터 연말까지는 침화일군남경대도살우난동포기념관 특별전시실에서 ‘중국에서의 한인 항일무장투쟁’이란 제목의 교류전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1902년 6월 11일 오후 10시. 목포로 항해하는 한 선박이 전북 군산시 앞 어청도 부근을 지나던 중 다른 배와 충돌했다. 배가 급격히 침몰했고 한 조선인 소녀가 물에 빠졌다. 모두가 망설이는 찰나에 한 미국인이 물에 뛰어내려 소녀를 건져냈다. 이후 자신은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다.#1916년 10월 12일 오후 3시 미국 애틀랜틱시티. 낯선 땅에서 평생 봉사활동을 하다 극도로 쇠약해진 그는 아내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내가…, 거기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I think, I could travel that far).” “어디요? 코리아(Where, dear, Korea)?” 그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숨을 거뒀다. 》전자는 헨리 아펜젤러(1858∼1902), 후자는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 선교사다. 130년 전 한 배에 몸을 싣고 조선에 도착한 이들은 자신들을 낮추고 희생하는 삶으로 국내 개신교 영성의 뿌리가 됐다. 최근 세속화와 분열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교회에서 이들 선교사의 영성을 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7∼9일 새에덴교회의 협조로 뉴욕과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주에 위치한 두 선교사의 발자취를 탐방했다. 7일 오전 미국 동북부 뉴저지 주 노스버겐. 마을 언덕 위로 그로브 개혁교회가 보였다. 이곳은 1872년 영국 런던에서 이주해온 언더우드가 다니던 교회다. 교회 옆 신자 묘지에는 언더우드 가족 묘역이 보였다. 그의 유해가 1999년 서울 마포구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에 이전됐음에도 그의 묘비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언더우드는 이 마을에서 살며 뉴저지 주 뉴브런즈윅 신학교를 다녔다. 8일 오전 방문한 이 학교는 언더우드가 졸업한 지 13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를 상징적 존재로 기억하고 있었다. 도서관 실내에는 언더우드 흉상과 관련 서적들이 전시됐고, 언더우드 연구도 활발했다. 이 대학 김진홍 선교학 교수와 중세 교회사를 연구해 온 존 코클리 교수는 각종 기록물을 보여주며 언더우드의 학창시절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동급생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유명했죠. ‘언더우드는 매일 코트 끝자락을 휘날리며 거리를 다닌다.’ 그만큼 지역을 돌아다니며 몸소 봉사, 선교를 실천한 거죠.”(코틀리 교수) 노스버겐에서 자동차로 불과 1시간 남짓 달리면 아펜젤러의 학창 시절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드루신학교(현 드루대 전신)가 나온다. 두 선교사가 조선에서 초교파적으로 협력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언더우드는 장로교, 아펜젤러는 감리교로 소속 교단은 달랐지만 신학교 시절부터 교류해 왔다. 김 교수는 “북미의 다문화, 다교파 환경에서 성장한 두 선교사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을 체험했다”며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선교현장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활동하며 한국 개신교 선교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고 했다. 1867년 세워진 이 학교의 고문서도서관에는 아펜젤러가 1881년 대학 입학 당시 기록한 자기소개서를 비롯해 한국에서 학교에 보낸 편지가 보관됐다. 그는 신앙을 전파하는 선교사이자 자신이 속했던 신학교를 비롯한 미국 내 개신교 공동체에 조선을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 도서관 책임자 크리스토퍼 앤더슨 씨도 “아펜젤러가 학교에 보낸 선교 편지와 기록들이 지역 언론에 보도됐고, 이를 통해 지역민들이 조선에 대해 잘 알게 됐다”고 했다. 8일 방문한 펜실베이니아 주 랭커스터제일감리교회에는 아펜젤러 추모 예배당이 별도로 설치돼 있었다. 1802년에 창립된 이 교회는 아펜젤러가 한국 선교 중 안식년 때 귀국해 예배를 보던 곳. 매년 봄 아펜젤러 추모 행사도 열린다. 필라델피아 내 미국장로교역사연구소에는 1893년 언더우드가 릴리아스 호턴 여사와 첫째 외아들 호턴 언더우드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이 주요 자료로 보관돼 있다. 미국 동부 곳곳에 남겨진 두 선교사의 흔적에서는 머나먼 이국땅 조선에서 사랑과 희생을 실천한 숨결이 느껴졌다.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는 “두 선교사의 열정과 사랑은 오늘날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교회의 헌신과 봉사, 살신성인, 언행일치의 실행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노스버겐·뉴브런즈윅=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경기 안양시의 한 학원 강사인 여모 씨(28)는 최근 수업 중 10대 학생의 행태에 깜짝 놀랐다. 한 여학생이 “선생님, 날씨가 더우니 아이스크림 좀 사주세요”라고 말하자마자 남학생들이 “저런 김치년”이라고 비아냥거린 것. 그러자 여학생들 역시 ‘김치남’이라며 맞받아치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 남성 절반, 여성 25% “상대 성 비하 언어 써봤다” ‘이성 혐오의 시대’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일베 등 온라인 사이트에 이어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여성 혐오(여혐)가 급속히 확산되자 이에 대한 반발로 남성 혐오(남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온라인에서 뜨겁던 이성 혐오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반대 성(性)에 대한 ‘극혐’은 일상 속에서도 번지고 있다. 이는 동아일보 취재팀의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7, 8월 서울 시내 고등학교 방문 취재와 동아닷컴이 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설문 툴을 활용해 10∼30대 남녀 656명(남자 330명, 여자 326명)을 상대로 ‘이성 혐오’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남성은 ‘김치녀, 된장녀 등 여성을 비하·혐오하는 용어를 사용해봤다’고 답한 경우가 55.1%(182명)로 2명 중 1명꼴이었다. 특히 10대의 경우 10명 중 6명(59.7%)이나 됐다. 여성은 ‘×치남, 베남이 등 남성 비하·혐오 단어를 사용해봤다’고 답한 경우가 25.4%(83명)였다. ‘×치남’은 성기의 속어와 김치남을, ‘베남이’는 여성 비하로 유명한 인터넷 사이트 ‘일베’와 남자를 합친 말이다. 이성 비하 용어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실제로 한국 남성(여성)이 한심하다’고 생각해서”라는 답이 남성(36.6%)과 여성(24.5%) 모두 가장 많았다. 이성 비하 용어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연결된다는 의미다. ○ 대중문화를 타고 번지는 여성 혐오 여혐은 전파력이 높은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남성 잡지 ‘맥심 코리아’는 9월호 표지에 성범죄를 미화하는 듯한 사진과 함께 ‘진짜 나쁜 남자는 이런 거다. 좋아 죽겠지’라는 카피를 버젓이 달았다. 이뿐만 아니다. ‘데이트 폭력’을 웃음 코드로 사용한 웹툰 ‘상남자’, 여성 비하 가사를 담은 가수 브로의 ‘잡쉈잖아’, 남성이 김치녀의 공격에 공동 대응한다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코너 ‘남자끼리’ 등이다. 이런 대중문화 속 여성 혐오 콘텐츠는 남성 혐오를 불러오고 이것이 일상 속의 이성 혐오로 구조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성 혐오 혹은 여성 혐오에 대한 혐오 여혐에 맞선 남혐은 메르스 갤러리, 메갈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게시물을 중심으로 번지는 추세다. 바나나(남성 성기를 상징)를 자르는 모습이나 여성이 남성을 집단 구타하는 그림 등이 올라오고 통쾌해하는 여성의 댓글이 수십 개씩 달린다. 하지만 이를 ‘남성의 여성 혐오와 동등하게 취급해선 안 된다’는 게 여성들의 주장이다. 한 20대 여성은 “남성 혐오가 아닌 여성 혐오에 대한 혐오(여혐혐)”라며 “남자가 ‘가슴이 작은 여자’를 놀리는 것에 여자도 ‘성기가 작은 남성’이라고 맞서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젠더 갈등은 2000년대 초 군 가산점 논란 때도 벌어졌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성 혐오로 번지진 않았다. 이에 대해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남성우월주의의 사회 속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공격할 화력을 갖추지 못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던 것”이라며 “매체 환경이 변하면서 여성들도 온라인에서 남성들이 하던 풍자 방식과 똑같이 일종의 ‘미러링(Mirroring·거울효과)’으로 되받아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각박한 사회가 이성 혐오 불러 전문가들은 이성 혐오 현상을 사회 변화에 따른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고 경제 불황, 취업난 등으로 젊은 세대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반대 성에 의해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분석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소통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불통’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남궁기 연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특정 현상에 대한 평가가 온라인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증폭된다”며 “사치를 일삼는 일부 여성의 이야기가 ‘한국 여자=김치녀’가 돼 버리고 이후 사소한 잘못에도 ‘남자는 저래’, ‘여자는 저래’ 하는 식으로 확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김배중 기자 ▼ 젊은이들이 말하는 대안은 ▼“여자들은 미래를 준비할 20대에 군대에 가는 남성의 괴로움을 잘 모른다. 반대로 남자들은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을 모른다. 내 고충의 무게 때문에 타인의 고충을 보지 못하다 보니 혐오 감정이 키워진다.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하다.”(대학생 A 씨) 설문에 참여한 남녀는 이성 혐오 문화의 확산을 막을 방법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20대 여성 B 씨=여성이 군대 가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최근 웹툰 ‘뷰티풀 군바리’는 연재 초기 군 가산점을 둘러싸고 남녀 간 댓글 논쟁이 일었다. 연재가 계속되면서 남녀 간 생각의 차이를 알게 되자 남자들은 ‘군대 가는 것이 억울하진 않다. 다만 군대 가는 게 별 일 아닌 것처럼 무시하지는 말아 달라’고 적었고 여성들이 호응하면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 ▽30대 남성 C 씨=일부 이성 혐오 사이트들이 마음속에서 이성 혐오를 느끼지 않던 사람들까지 선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30대 여성 D 씨=초중고교 과정부터 토론과 소통을 통해 이성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길러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20대 남성 E 씨=‘6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인생을 포기한 세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힘든 사회가 이성 혐오를 심화시킨다. 삶의 여유가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이 밖에도 ‘이성 간에 좋은 점을 강조하는 SNS 글을 퍼뜨리자’, ‘남녀 간의 오해와 편견을 희석시키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론화하자’ 등의 의견도 나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판타지, 그딴 건 소설도 아니야’라고 혹평하던 평론가가 ‘해리포터’가 대박 나니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문학 작품’이라고 극찬하더군요. ‘제인 에어’나 ‘폭풍의 언덕’도 과거에는 로맨스 소설로 통했죠. 음, 그런데 무조건 남녀가 사랑하는 이야기를 쓴다고 로맨스 소설이 되는 건 아니에요. 작가와 독자가 공유하는 장르문학 특유의 ‘클리셰’(상투적 표현이나 상황)를 가져야 합니다.” 4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현대타워 7층. 전자책업체 리디북스에서 개최한 ‘전자책 스토리텔링 강연회’ 현장. 참석자 60여 명이 소강연장을 가득 채웠다. 인기 TV 드라마의 원작소설 ‘해를 품은 달’ 등을 낸 장르소설 출판사 파란미디어 이문영 편집주간의 강의가 시작되자 청중의 눈빛이 반짝였다. 청중 가운데에는 각종 문학상을 휩쓴 소설 ‘한국이 싫어서’의 작가 장강명,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은 정세랑, 문학동네 젊은문학상 수상자인 김이환 작가 등 한국 문단의 젊은 작가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순문학 작가들이 장르소설, 전자책 강연을 들으러 온 까닭은? 이날 강연은 순문학 작가들의 요청으로 열렸다. 6월경 리디북스는 전자책 중흥을 위해 한국 문단의 젊은 작가들과 모임을 가졌고, 그 자리에 참석한 장강명, 정세랑 작가 등이 ‘전자출판과 장르문학의 문법을 배우고 싶다’며 특강을 요청한 것. 장르문학을 ‘격’이 떨어지는 통속물로 보는 그간의 문단 분위기로 보면 이색적인 일이다. 하지만 강연장에서 만난 장 작가의 생각은 달랐다. “소설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거의 북미 소설, 일본 추리소설과 ‘라이트 노벨(일본의 독자적인 소설 장르)’이 대부분이죠. 한국문학은 수년 전에 나온 ‘7년의 밤’(정유정)이 순위에 있는 정도예요. 책 읽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국내 문학 독자가 줄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르문학과 전자출판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이날 강연자로 나온 장르문학 전건우, 장예찬 작가는 전자출판의 일종인 ‘웹소설’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웹소설을 쓸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독자가 모바일 기기로 소설을 본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문장은 최대한 짧고 △대화체와 시간 순으로 전개 △이미지가 떠오르게 표현 등 작은 화면으로도 읽을 수 있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돈이 몰리는 곳에 결국 인재가 몰릴 것” 예술적 수준이 떨어지는 ‘상업적 글쓰기’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순문학 작가들마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수익과 성장 가능성 때문. 네이버, 조아라, 문피아, 북팔, 예스24 등 웹소설을 연재할 매체가 많아진 데다 시장 규모도 지난해 200억 원에서 올해는 400억 원대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업계 평균 정도의 순문학 작가와 웹소설 작가의 수익을 각각 비교해보니 10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순문학 작가는 평균적으로 1년에 장편소설 1편을 쓴다. 출판사와 계약해 300만 원 내외의 선인세를 받는다. 1쇄(3000부)가 다 나가는 경우가 드문 탓에 한 작품으로 1년에 벌 수 있는 돈은 300만∼500만 원에 그친다. 반면 웹소설 작가는 웹소설 업체와 3∼6개월 연재 계약을 하면 100만∼20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미리보기, 다시보기 등으로 수익이 추가돼 6개월이면 한 작품으로 1000만∼1500만 원의 수익이 보장된다. 지명도를 얻으면 한 작품을 여러 매체에 연재할 수 있고, 미리보기와 다시보기로 수익이 늘어 월 1000만 원 이상도 가능하다. 웹소설 작가 A 씨는 “한 달에 4000만 원까지 벌어봤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필명’으로 웹소설에 도전하려는 순문학 작가들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심상대 작가도 지난해 네이버에서 웹소설을 연재했다. ‘은행나무’ 이진희 편집주간은 “모바일 포맷에 적합하면서 작품성도 뛰어난 새로운 형태의 문학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삼단논법’이 될 세 가지 명제가 있다. 1. 빈곤이 심해진다. 2. 범죄가 감소한다. 3. 수감인구가 늘어난다. 이해하기 어렵다. 보통 빈곤이 심해지면 절도, 강도 등 범죄가 늘어나지 않는가. 하지만 이상한 이 논리는 현재의 미국에 그대로 적용된다. 미국 정치평론가이자 ‘롤링스톤’지 편집장인 저자에 따르면 미국 내 범죄는 1991년 10만 명당 757건에서 2010년 425건으로 44%가량 줄었다. 반면 빈곤율은 2000년 10%에서 2010년 15.3%로 늘었고, 교도소 수감률은 1991년 100만 명에서 2012년 220만 명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이 책의 주제는 딱 한마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다. 저자는 ‘돈의 원리’에 따라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얼마나 심하게 왜곡됐는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렇다고 못 가진 자의 감정적 반발은 아니다. 저널리스트답게 직접 발로 현장을 누비며 경미한 범죄로 감옥에 간 사회적 약자와 불법을 저지르고도 고액의 변호사 부대로 판결을 뒤집는 부자들의 이야기를 한 편의 소설처럼 대비시킨다. 뉴욕에 사는 노숙자 토리 매런은 시내 공원에 누워 있다가 경찰에게 붙잡힌다. 경찰은 ‘한 번만 봐달라’는 그에게 공무집행방해죄, 치안문란죄까지 보태 법원에 넘겼다. 저자의 취재 결과 2010년 뉴욕 시에서 불심검문을 당한 68만4724명 중 88%가 흑인이나 남미계였다. 샌디에이고에서는 ‘P100’이란 프로그램이 시행된다. 복지급여 수급자들이 실제로 어려운지를 검열하기 위해 자유롭게 가택을 수사하는 제도다. 이 프로그램으로 가난한 여성들이 속옷까지 검열당하는 멸시를 겪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반면 비슷한 시기 대형 은행인 HSBC그룹은 마약조직의 자금세탁을 돕고 무기명 주식 계좌를 이용해 수억 달러를 은닉해온 범죄가 발각됐다. 하지만 형사처분은 물론이고 기소되거나 벌금을 낸 HSBC 간부는 한 명도 없었다. 전 세계에 금융위기를 확산시킨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 간부들 역시 누구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 큰 범죄자는 가벼운 처벌로 풀려나는 반면 가난한 자는 경범죄로도 엄격한 처벌을 받는 왜곡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답은 ‘관료화된 미국 사법부’다. 미국 사법 시스템이 겉으로 보기에는 민주주의 체제의 공정한 법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으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는 관료주의로 썩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들의 핵심 논리가 ‘부수적 결과(Collateral Consequences)’. 에릭 홀더 전 미국 법무장관이 클린턴 대통령 시절 만든 개념으로, 미국 법무부가 대형 금융회사를 형사 기소하거나 형사 처분할 때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파급 효과’까지 고려해 기소를 아예 포기할 때 쓰는 용어다. 이 기조는 오바마 정부에까지 이어졌다. “정부조차 대형 기업들과의 법정 싸움을 겁내고 기소를 포기합니다. 합의금을 최대한 많이 받아내는 방향으로 선회하다보니 남는 것은 가난한 약자뿐입니다. 법률적 방어능력이 없는 저소득층, 이민자, 흑인들의 사소한 범죄를 찾아내 업무 실적을 올리고 벌금을 부과하는 일이 증가합니다. 감옥 내 수감인구도 늘어납니다.” 저자의 말이다. 책을 덮으면 미국의 현실이 우리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함이 커진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29일 오후 서점에 간 회사원 강대완 씨(38)는 주변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자신처럼 육아서를 보러 온 남성들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빠’를 주제로 한 육아서가 많아 오히려 고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육아서 시장에서 아빠가 주 독자층으로 부각되고 있다. 인터넷서점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 1개월간 임신과 출산, 교육 등 가정 분야 도서의 남성 구매 비율이 25%나 됐다. 출판사들도 남성 독자를 겨냥한 아빠용 육아서를 잇달아 출간하고 있다. 과거 육아서는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여러 육아 정보를 나열한 백과사전 식 도서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2, 3년 전부터 ‘프랑스 엄마처럼’ ‘북유럽 스타일 스칸디 육아법’ 등 선진국의 육아문화를 소개한 책이 유행했다. 이후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아빠 전용 육아서가 대세가 된 것이다. 아이와의 소통과 교감을 주제로 한 아빠 육아서가 많다. 최근 나온 ‘프렌디 매뉴얼’ ‘아빠 운전하기 면허증’ 등은 친구 같은 아빠가 되는 방법을 다룬 책이다. ‘아이와 말이 통하는 아빠의 절대교과서’ ‘나의 직업은 아빠입니다: 가족 소통 프로젝트’ 등 제목부터 소통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에게 요리해주는 아빠를 다룬 ‘삼시세끼 아빠의 제철집밥’, 육아를 통한 아내, 아이와의 교감을 코믹하게 풀어낸 ‘불량아빠 유부일기’와 ‘아빠의 육아’ 등도 인기다. ‘프렌디 매뉴얼’을 낸 베프북스 주열매 편집장은 “아빠의 육아 참여가 사회적 분위기로 자리 잡아 아빠 전용 육아서가 많아지고 세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2212명)가 지난해 같은 기간(1573명)보다 40.6%나 증가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비트겐슈타인, 자크 데리다, 질 들뢰즈, 조르주 바타유…. 이들의 철학 사상은 거대한 통찰력을 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내용이 난해해 ‘머리가 아프다’는 의미다. 왜 어려울까? 27일 만난 박영욱 숙명여대 교양학부 교수(49)는 “철학이나 사상이 머릿속에 떠도는 추상적인 무엇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보이지도 들리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철학 사상을 보이고, 들리고, 만져지게 만들면 이해하기 훨씬 쉽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교수가 이 책을 낸 이유다. 이 책은 사상가 25명의 난해한 사상이나 형이상학적 이론, 개념을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알기 쉽게 풀어냈다. “사상은 관념적인 것이 아니에요. 물질적이고 감각적인 겁니다. 현대음악가 쇤베르크와 사회주의 사상가 마르크스를 볼까요. 둘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죠. 쇤베르크는 멜로디, 화음이 없는 무성(無性)음악 시대를 열었죠. 전통적인 조성(調性)음악이 자연법칙인 양 숭배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새 법칙을 발견하려고 한 거죠. 자연법칙처럼 자본주의를 숭배하는 사회를 비판한 마르크스의 핵심과 맞닿아 있어요.” 그는 “진리는 마치 예술품처럼 머리로 생각하기 이전에 보고 듣고 만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화가 에스허르의 경우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면서도 다시 위로 올라가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그림 ‘폭포’를 남겼다. 이 그림은 ‘철수는 사람이거나 사람이 아니다’ 같은, 절대적으로 참이지만 의미가 없는 ‘항진명제’, 혹은 ‘철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사람이 아니다’라는 항상 거짓이 될 수밖에 없는 ‘모순명제’와 이를 통해 인위적 논리 세계를 구축하려던 비트겐슈타인 사상과 연결된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시각적으로 완벽한 ‘다비드’상에 비해 다소 거칠죠. 그럼에도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조각상의 거친 표면을 온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에요. ‘세계의 의미는 인간의 지성이 아닌 몸에 축적된 체험에서 발생한다’는 현상학자 메를로퐁티의 생각과 일맥상통합니다.” 미국의 미니멀리즘 음악가 라 몬테 영과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도 마찬가지다. “숲이나 강, 자연의 소리를 표현하고 싶은 영에게 일정한 박자와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기존 음악으로는 자연의 소리를 담을 수 없었어요. 악보에 담는다는 것은 자연을 분절하여 일정 공간에 넣는다는 것인데 불가능한 일이죠. 그래서 한 음을 세게 내리치는 방식으로 자연을 표현했죠. 베르그송 역시 ‘인간의 생명은 양적으로 나타내거나 공간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내내 미술, 사진, 음악, 조각, 철학을 두루 연결시키는 박 교수의 해박함이 놀라웠다. 다른 한편으로는 ‘끼워 맞추기’ 식으로 예술 작품과 철학 사상을 연결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 “하하. 책에 나온 사상가와 예술 작품의 조합은 대부분 제 선택에 의해 이뤄졌어요. 자의적 해석이니 틀릴 수도, ‘이게 뭐냐’며 비난받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과거엔 예술 작품의 의미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그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설득하고, 소통하면서 공감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봅니다. 예술과 철학을 사람들에게 소통시키는 작업을 계속 할 겁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려 먹 ‘단산오옥(丹山烏玉·사진)’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단산오옥’이 당시 먹의 변화상을 알 수 있는 문화재로서 가치가 뛰어나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26일 밝혔다. 문방사우 중 하나인 먹이 국가지정문화재가 되는 것은 처음이다. 길이 11.2cm, 너비 4cm, 두께 0.9cm의 이 먹은 1998년 충북 청주시 동부 우회도로 건설공사 현장에서 나온 고려 목관묘에서 발견됐다. 앞면에는 먹의 이름을 써 넣는 직사각형의 공간이 있고, 뒷면에는 용이 날아오르는 모습이 곡선으로 표현됐다. 먹에 쓰인 ‘단산오옥’에서 단산은 충북 단양의 옛 지명, 오옥은 먹의 별칭인 ‘오옥결(烏玉결)’의 약칭이다. ‘세종실록’ ‘동국여지승람’ 등에는 “먹 중에서 가장 좋은 먹을 단산오옥이라고 한다”고 기록했을 정도로 단양 먹은 우수한 먹으로 통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직장인이라면 한번쯤은 이런 말을 해봤을 것이다. “일이 힘든 게 아니야. 사람이 힘들지….” 맞다. 사람이 힘들다. 정확히 표현하면, 그 사람의 ‘성격’이 나를 힘들게 한다. 옆을 보자. 작은 실수라도 하면 잡아먹을 듯 화를 내는 직장 상사가 보인다. 부하 직원을 무섭게 깨다가 가족에게 전화가 오면 “응∼ 사랑하는 ○○야”라고 나긋나긋하게 속삭인다. 그런 상사에게 반박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 나의 소심함도 실망스럽다. 》성격은 왜 사람을 이토록 힘들게 할까? 최근 브라이언 리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74)에게 e메일로 고민을 털어놓고 답변을 받았다. ‘원거리 성격학 수업’을 받은 셈이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 재직 시절 그의 ‘성격심리학 수업’은 3년 연속 ‘하버드 명강의’로 꼽혔다. 당시 강의 내용을 정리한 ‘성격이란 무엇인가’(김영사)가 최근 국내에 출간됐다. 성격이 확확 바뀌는 까칠한 상사 이야기부터 꺼냈다. “하하. 저 역시 강의실에서는 코믹하고 활달한 사람이지만 원래 성격은 내향적이죠. 강의실에서 저만의 ‘자유특성’을 사용합니다.” 리틀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원래 성격에서 벗어나 행동하는, 제3의 본성인 자유특성을 가진다. 이 자유특성은 개인의 인생 목표에서 나온다. 바로 삶의 목표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고, 나아가 행복하거나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따라서 ‘나는 소심해’라고 성격을 규정하면 그 기준에 스스로 갇힐 수 있다는 그의 경고다. “매년 250만 명이 MBTI(성격유형검사)를 받죠. 30분 정도의 짧은 테스트로 ‘나는 어떤 성격’이라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성격을 단순화하면 삶의 자유가 제한돼요. 또 그렇게 규정한 성격을 지키지 못할 경우 내적 갈등도 겪게 됩니다. 성격과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야죠.” 그는 반대로 타인의 성격을 볼 때도 자유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인생이란 무대에서 ‘롤플레잉(role-playing·역할 놀이)’을 합니다. 그래서 타인의 일부분만 보고 주관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돼요. 그를 둘러싼 환경과 개인 목표와 성격을 연관 지어 파악해야 해요.” 이어 리틀 교수는 “당신이 차분한 성격이라고 칩시다”라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만약 당신의 회사가 위계질서가 센 조직이면 차분한 성격이 좋을 수 있어요. 하지만 ‘즉흥 재즈’처럼 자유로운 조직이라면 불리할 수 있죠.” 또 내향적인 사람은 직장에서 적극적인 성격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제때 푸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성격과 맞지 않는 행동을 오래 하면 원래의 성향을 회복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요. 본래의 기질을 발휘하며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푸는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회복틈새(restorative niches)’라고 해요. 저는 키보드를 연주하죠.” 하지만 자신과 너무 다른 성격의 타인 때문에 삶이 고통스러울 지경에 이른 사람들이라면 그의 성격학 강의가 피부에 와 닿지 않을 것 같았다. 성격 차로 이혼한 부부처럼…. “음, 그래서 성격의 근원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제대로 알면 성격 차가 덜 위협적으로 느껴져요. 성격이 다른 부부가 결혼한다면 자녀들은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겠죠. 그 결과 사회생활에서 유연성을 보일 겁니다.” ‘한국에서는 입시 스트레스 등으로 성격이 왜곡된 자녀를 걱정하는 학부모가 많다’며 해결책이 무엇인지 물었다. “한국의 놀라운 성장은 경쟁적 문화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크다고 봐요. 그럼에도 과도한 경쟁은 심리적 비용을 치르게 하죠. 학교나 사회에서 아이들의 ‘회복틈새’가 될 만한 공간을 조성해야 합니다. 부모 역시 자녀에게 미리 규정된 ‘최고’의 성격을 주입시키기보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성격이 드러나게 해야 합니다.” :: 브라이언 리틀 교수 이력 ::△ 심리학 전공△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하버드대에서 성격심리학 강의△ 하버드대생이 뽑은 명강의에 3년 연속 선정△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 교수이자 캐나다 칼턴대 특별 명예교수 겸임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아! 좀 더 만들어 주실 수 없나요?” “저는 겨우 ‘초 레어 유니크(超 rare unique)’한 책을 ‘득템’했어요.” 최근 한 출판물에 보인 독자들의 반응이다. 출판사들로선 이런 독자들의 호응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고민된다. 도대체 무엇일까? 요즘 독자들이 ‘희귀 아이템’으로 소장하려는 것은 저자를 소개하는 비매품 출간물이다 마음산책 출판사는 소설 ‘올 댓 이즈’를 최근 발간하면서 저자인 미국 소설가 제임스 설터의 세계관과 인터뷰 등을 담은 20쪽짜리 타블로이드 신문을 만들어 독자에게 배포했다. 비매품으로 500만 원을 들여 1만 부를 제작했지만 10일 만에 재고가 떨어졌다. 더 구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마음산책은 추가 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PDF파일 형태로 독자에게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앞서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 일본 작가 요네하라 마리를 소개하는 비매품 신문을 낼 때도 비슷했다”며 “특정 작가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한정된 부수만 찍기 때문에 독자들의 반응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서점가에서는 소설 ‘파수꾼’ 못지않게 ‘하퍼 리’란 제목의 ‘비매품 책’이 인기였다. 도서출판 열린책들이 지난달 ‘파수꾼’을 출간하면서 만든 것으로 하퍼 리의 인생과 작품 세계를 담았다. 1개월 만에 3만 부가 모두 소진됐다. 회사원 김모 씨(32)는 “서점에 문의해 겨우 한 권 구했다”며 “한정판 같아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출판사 북스피어도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 소설 ‘모방범’ ‘화차’의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관이나 인터뷰를 담은 비매품 잡지 ‘르 지라시(Le Zirasi)’를 펴내고 있다. 10월에는 ‘셜록 홈스’의 작가 아서 코넌 도일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 ‘제라르 준장’이 발간되면서 도일을 다룬 같은 잡지 11호가 나온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딱 1쇄만 찍기 때문에 독자들이 구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라며 “‘르 지라시’를 보기 위해 책을 구매한다는 독자들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백원근 ‘책과 사회 연구소’ 대표는 “작가 소개 출간물들이 공짜인데도 내용이 아주 알차고 수준이 높다”며 “고급 독자를 사로잡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위기를 넘기는 응급수술은 일단 성공했지만 고질병에 대한 대수술 결과는 물음표.’ 박근혜 정부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경제 분야에서 이룬 성과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이같이 평가했다. 저물가와 저성장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내놓았던 단기 내수부양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는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부문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추경 편성 ‘잘함’, 투자 활성화 ‘못함’ 전문가 15명 가운데 8명은 정부가 경제 분야에서 잘한 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 일련의 내수부양책’을 꼽았다. 특히 올해 초 완만하게 개선되던 소비심리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급격히 위축되자 추경 카드를 꺼내 재정지출을 늘린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핵심 정책과제인 공공 금융 노동 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에 대해 전문가 7명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정부에서 ‘뜨거운 감자’로 여겨졌던 구조개혁 이슈를 공론화해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제도 개편을 시도한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본 것이다. 반면 다른 전문가 4명은 구조개혁을 ‘못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공공개혁의 강도가 점차 약해지거나 금융개혁과 노동구조 개선과 관련해 큰 진전을 보지 못하는 현 상황이 정부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경제 분야에서 정부가 제대로 못한 일로 △기업 투자활성화(5명) △청년고용 대책(5명) 등이 꼽혔다. 투자활성화 분야는 박근혜 정부 출범 2년째였던 지난해 2월 당시 전문가 평가에서 6.6점을 받았지만 이번 평가에선 6점으로 하락했다. 정부는 투자활성화를 위해 수차례 현장의 애로를 듣고 관련 규제를 푸는 작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핵심 규제인 수도권 규제를 본격적으로 풀지 못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고용률을 높이려 애썼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별로 늘지 않아 지난해 2월 6.8점이던 일자리창출 정책 관련 점수는 이번에 6점으로 떨어졌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신사업 육성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잠재성장률이 과거 3%대 중후반에서 현재 3%대 초반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릴 선도 업종을 발굴해 지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 잘한 수장은 최경환, 못한 수장은 이기권 현 경제팀 수장 가운데 업무 성과가 뛰어난 사람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10명)과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9명)이라는 답이 많았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4대 부문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몇몇 전문가는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총리 공석 기간 부처 간 정책 조정자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호평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성과가 떨어지는 경제부처 장관으로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지목됐다. 이 장관은 노동개혁 주무부처 수장이면서도 노사정위원회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점이 감점 요인이었다. 경제 전문가 15명 중 11명은 정부의 향후 과제로 4대 부문 구조개혁을 들었다. 임기 반환점에 이르기까지 구조개혁의 첫 단추를 끼우는 데에 집중했다면 지금부터는 남아 있는 단추를 최대한 많이 끼우도록 정책의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구조개혁을 완결해야 이를 토대로 다른 개별 정책의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고용 대책(8명),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육성(5명), 각종 규제 완화(4명) 등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을 추진할 때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큰 그림을 그리며 멀리 보라고 주문했다. 임기 후반 성과물을 만드는 데 급급하다 보면 나라 경제의 미래가 달린 큰 흐름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서비스산업 발전, 의료 및 관광산업 활성화, 문화산업 육성 등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의욕만 앞선 노동개혁… 협상상대 배려 부족 ▼박근혜 정부의 사회 분야 성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애쓰기는 했는데 기대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최근 쟁점 이슈들에 대해 노력은 하고 있으나 정책 추진력이 상실돼 악화되는 상황을 반전시킬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시행과 청년실업 해소 등 노동 분야 정책에 대한 점수는 평균 4.9점으로 평균점수에도 못 미쳤다. 노동시장 개혁 추진 자체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추진 방법을 놓고는 ‘낙제점’이라고 평가한 전문가가 많았다. 노사정위원회가 협상 테이블에 복귀조차 하지 못한 현재 상황 역시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의욕 과잉과 협상 상대에 대한 배려 부족 등의 문제 때문에 생산적, 효율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데 실패했다”며 “취업규칙 변경과 일반해고가 노동시장 개혁 의제로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협상 당사자인 경영계와 노동계 양쪽은 모두 박한 점수를 주었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은 “정부가 중심을 잡고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여당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정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처장도 “목표와 방향, 전략과 전술, 로드맵 등 총체적으로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 분야에서는 현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인 ‘기초연금 도입’이 평균 6.6점으로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엄청난 재정이 들어갈 것이 확실한 만큼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 대상과 액수를 세분하는 등 재정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저출산, 고령화 정책은 전문가별로 의견이 나뉘었다.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돈을 쓰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데 전혀 기능을 못하고 있다”(3점)고 지적한 반면,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공보육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성공적으로 펼쳤다”(8점)고 평가했다. 교육 분야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교육 정책이 현장에 제대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가 존재감을 상실한 상황에서 사실상 교육감들이 초중등교육 정책을 주도하고 있으며, 고등교육 정책은 원칙과 방향이 없다고 지적한다. 한숭희 서울대 교수는 “국립대 총장 공석 사태나 정원 축소 등의 문제를 볼 때 정부가 대학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 정책 중에는 특히 대학구조개혁이 평균 4.2점으로 사회 분야 정책들 중에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배영찬 한양대 교수는 “대학구조개혁법이 국회에서 장기간 표류하면서 정부에 대한 대학들의 불신이 팽배해지고 혼란이 커졌다”며 “교육부 수장이 바뀐 뒤 대학구조조정을 강하게 추진하지 않아 정책 추진력이 거의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지은림 경희대 교육대학원장은 “대학의 하향평준화를 조장하는, 100% 실패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 ‘문화가 있는 날’ 전시성 행사에 그쳐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은 경제의 재도약을 이끌 성장엔진이다.”(8월 15일 광복 70주년 경축사)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8·15 경축사를 비롯해 국무회의와 청와대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정 운영의 핵심으로 ‘문화융성’을 자주 강조했다. 집권 1기 동안 박근혜 정부는 △‘문화가 있는 날’ 시행 △‘문화융성위원회’ 활동 △콘텐츠 창업 생태계 조성 등의 문화융성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싸늘했다. 동아일보가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 10명에게 ‘박근혜 정부 2년 반 임기의 성과는 10점 만점에 몇 점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은 결과 4.8점에 그쳤다. 또 ‘지난 3년간 국내 문화가 발전했나 혹은 퇴보했나’를 물은 결과 6명이 ‘퇴보했다’, 2명이 ‘이전 정권과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긍정적으로 답한 경우는 국정기조를 문화로 설정한 점 자체를 높이 샀다. 정대경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은 “다양한 문화향유의 기회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고지석 래몽래인 부사장은 “현 정부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콘텐츠 인프라 구축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부정적인 의견은 △문화융성 개념 자체가 모호한 점 △‘문화가 있는 날’ 등 보여주기 식 정책 △순수문화, 순수예술에 소홀한 점 등으로 나타났다. 소설가 김주영 씨는 “문화예술인의 사고나 이념은 자유롭다”며 “정책도 이를 감안해 획일적인 목표 추구보다는 섬세하게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 2기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화 기초체력’을 구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많았다. 박제성 클래식 평론가는 “문화의 중추가 되는 순수 문화, 예술 분야에서 투자와 관심이 너무 낮았던 것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도 “한류 등 돈이 되거나 당장 성과가 드러나는 분야만 신경을 썼다”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의 문화 기반을 쌓아가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이건혁·천호성 기자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무분별하게 난립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인터넷 언론의 등록 요건이 강화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현행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인 ‘취재 인력 2명 이상을 포함해 취재 및 편집 인력 총 3명 이상’을 ‘취재 인력 3명 이상을 포함해 취재 및 편집 인력 5명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21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인터넷신문 등록을 하려면 ‘취재·편집 담당자의 상시고용을 증명할 수 있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중 한 가지 이상의 가입 내용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존에는 취재·편집 담당자 이름만 제출하면 등록이 가능했다. 또 개정안에는 인터넷신문 서비스 사업자가 자사 직원 중 청소년 보호 책임자를 지정해 청소년 유해정보의 차단 업무를 맡기고, 책임자 이름을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인터넷신문 광고에 여성의 벗은 몸 등 선정적인 사진이 제한 없이 게재돼 청소년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1년에 인터넷 언론이 1000개씩 늘어나 현재 6000개나 된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상황인 데다 유사 언론이 많아지고 선정 보도도 늘고 있다”며 “10월 1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를 한 후 국무회의 등을 거쳐 12월 개정안을 공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하지만 이 책을 읽을수록 ‘인간을 미워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신경범죄학 교수인 저자는 ‘왜 어떤 사람은 범죄를 저지르고 어떤 사람은 착하게 살아가는가’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 35년 동안 범죄자를 연구했다. 사이코패스를 더 잘 알고 싶어 교도소에서 4년간 근무하고, 연쇄살인범 등 강력범을 수백 명이나 인터뷰했다. 각종 실험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한 줄로 요약된다. “어떤 인간은 범죄자로 태어난다.” 자칫 ‘돌에 맞을’ 주장이다. 하지만 저자는 “유전자와 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도 그간 범죄학은 범죄 원인을 불우한 가정, 사회 불만 등 환경적 요인으로만 분석했다”고 반박한다. 그는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세밀한 범죄자 연구 결과를 촘촘히 연결시켜 그 주장을 밀어붙인다. 63명을 살해한 미국인 랜디 크래프트와 31명의 환자를 재미로 죽인 간호사 제인 토펀 등 각종 범죄 사례는 스릴러물과 같은 긴장을 준다. 우선, 가벼운 마음으로 손금을 보자. 저자에 따르면 손바닥 상단부 긴 손금이 하나로 이어졌다면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다. 진화가 덜 된 경우 나타나는 신체 특징이기 때문. 진화가 덜 될수록 공격 성향이 강하다. 약지가 검지보다 길어도 마찬가지. 태아 시절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많이 노출돼 약지가 길어진다는 것이다. 이 호르몬이 많으면 공격 성향이 강해진다. 범죄자 중에는 약지가 긴 사람이 많다. 반면 환경은 생각만큼 범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연구 결과다. 미국인 제프리 랜드리건은 1962년 보육원에 버려진 인물이다. 그는 지질학자인 아버지와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가 있는 평온한 가정에 입양돼 좋은 교육을 받아 왔다. 그럼에도 랜드리건은 절도를 일삼았고 친구를 살해했다. 감옥에 간 그는 우연히 자신과 똑같이 닮은 사람에 대해 알게 된다. 대런 힐이란 살인범이다. 놀랍게도 힐은 랜드리건의 아버지였고, 힐의 아버지 역시 범죄자였다. 또 다른 연구 결과도 인용된다. 범죄자 가족의 유전자 서열을 분석해 보니 모노아민 옥시다제A(MAOA)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난 경우가 많았다. MAOA는 충동성, 인지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이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면 높은 충동성과 중독성이 초래된다. 저자가 살인자 41명의 뇌를 촬영한 결과 이들의 뇌는 일반인에 비해 전전두엽피질 활성화가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범죄의 씨’가 따로 있다는 위험한 결론처럼 보인다. 물론 저자는 “범죄자로 태어난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란 뜻은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고 있기는 하다. 그가 유전자와 뇌 중심으로 범죄를 연구한 이유는 타고난 성향도 사회와 환경, 개인적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란다. 실제 비타민과 오메가3가 들어간 과일주스를 매일 마시고 어린이의 공격 성향이 42%나 감소했다. 뇌의 모든 부분이 고르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은 책의 전반적인 흐름을 고려할 때, 자신의 주장이 공격받을 소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쓴 대목처럼 보인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2030년 즈음이면 뇌, 유전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범죄 가능성 알고리즘을 개발해 사전에 범죄 가능성을 예측하는 사회가 될 것으로 진단한다. 뇌 사진과 DNA를 등록하고 학교기록, 의료기록을 통합해 분석하면 5년 내 폭력범죄를 저지를 확률을 70% 이상 맞힐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는 것. 저자는 최종적으로 범죄예측시스템을 무조건 프라이버시나 인권 침해로 몰아붙이지 말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일정 한도 내에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20명을 살해한 후 사체를 훼손한 것으로 알려진 유영철을 떠올리면 저자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공감이 된다. 그럼에도 오싹하다. 나의 뇌 촬영 사진이 또 다른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그것과 비슷하다면? 혹시 어릴 적 비타민과 오메가3를 덜 먹는다면?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