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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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5-15~2026-06-14
연극37%
문학/출판16%
인사일반13%
문화 일반13%
무용11%
미술8%
칼럼2%
  • 상반된 캐릭터… 포스터 2개에 얼굴 나란히

    “제 나이가 50이 넘었는데 이번 칸 국제영화제에 가면서 아시아 밖으로 처음 가봤어요. 외국인을 그렇게 많이 본 게 생전 처음이었어요.” 영화 ‘공작’에서 북한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을, ‘목격자’에서 우연히 살인 장면을 본 뒤 쫓기는 평범한 가장 ‘한상훈’을 연기한 배우 이성민(50)은 아이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새 영화를 촬영하며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8일 만난 그는 쉴 새 없이 연기하는 이유를 묻자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목격자’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지만 정작 그는 “신고하지 못하게 하려고 범인이 한상훈의 가족 뒤에 서서 그를 쳐다보는 장면에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강아지를 무서워하고 스릴러 장르도 즐겨 보지 않는다는 그가 이 영화를 택한 건, 매우 현실적인 설정 때문이었다. 산사태로 흙 속에 묻히는 장면은 겨울에 찍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흙 속에서 깜빡 잠이 들기도 했단다. ‘목격자’가 뜨겁고 빠른 영화라면, ‘공작’은 차가운 작품이다. “‘공작’에서는 속내를 들키지 않게 냉정한 연기를 해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제 얼굴이 여름 영화 포스터 두 개에 나란히 나와서 좀 민망하네요. 개봉 시기가 겹칠 줄 진짜 몰랐거든요.”(웃음) 그의 오랜 무명 생활은 많이 알려졌지만, 연극할 때는 곱게 자랐다는 오해를 받았다. “시골에서 컸는데 뺀질뺀질하고 고생을 안 한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보충역 판정이 나왔는데 자진해서 현역 입대했어요. 스스로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 같아 해병대에 가려고 했지만 부모님이 말리시더라고요.” ‘꽃보다 할배’에서 선배들이 여행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일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데 촬영할 때 컨디션도 좋고 피부도 좋다니 천생 배우 체질이다. “이순재 선생님이 이동 중에도 대본을 보시는 걸 보니 일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인 것 같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저도 그런 듯하고요.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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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독자-주가 예상 밑돌며 성장 주춤… 훌루-디즈니 등 경쟁사 무서운 추격

    넷플릭스의 미래는 장밋빛이기만 할까? 최근 투자자들에게 공개된 넷플릭스 전 세계 가입자는 1억2000만 명. 그러나 올해 2분기엔 구독자 증가세가 예상보다 주춤한 것으로 드러났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만 120만 명, 전 세계적으론 500만 명의 새 구독자가 가입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미국에서 67만4000명, 전 세계에서 450만 명만이 새로 유입됐다. 넷플릭스의 자산규모는 39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40%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의 예상치보단 낮은 결과였다. 올해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던 주식은 최종적으론 14% 감소했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16일 넷플릭스의 총구독자 수가 작년보다 26%나 증가했음에도 “구독자 수의 증감률 저하로 넷플릭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아마존, 훌루, 애플, AT&T 등 경쟁 업체가 자체 제작한 블록버스터 콘텐츠를 내놓으며 넷플릭스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특히 2000만 명의 독자를 보유한 또 다른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인 훌루는 그동안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해 왔던 드림웍스의 신작 애니메이션을 내년부터 내보내기로 계약했다. 콘텐츠업계 전통 강자인 디즈니도 21세기폭스를 인수해 내년부터 독자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예고하며 무서운 기세로 추격 중이다. 또 다른 어려움은 각기 다른 해외 시장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 어떤 서비스도 미국을 비롯한 외국산 콘텐츠가 전체 콘텐츠 시장의 30%를 넘어설 수 없다는 정부 규정이 걸림돌이다. 넷플릭스는 이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중국 대표 온라인 검색 엔진인 바이두와 파트너십을 맺고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아이치이(iQiyi)에 투자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구독자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바이두와 수익 분배 문제를 협상해야 하는 도전을 안게 됐다. 중국 정부로부터 콘텐츠 검열과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도 문제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일 년 가까이 걸린다. 반면 중국의 아이치이 이용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JP모건이 예상한 바에 따르면 아이치이는 올해 말까지 99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은 올해 4월 넷플릭스와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자국의 영화와 방송 산업을 위한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강제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선 한국방송협회 등 단체들이 인터넷TV(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제휴 추진에 대해 “미디어산업 생태계 파괴의 시발점”이라며 강하게 비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조윤경 yunique@donga.com·김민 기자}

    • 201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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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과 함께2’ 이르면 13일 1000만 관객 돌파… 한국영화 첫 ‘쌍천만’ 신기록 쓴다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신과 함께2)이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 1, 2편 ‘쌍천만 영화’ 타이틀도 거머쥐기 직전. ‘신과 함께2’의 거침없는 흥행으로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의 가능성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신과 함께2’는 11일까지 관객 905만 명이 감상했으며 이르면 오늘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1일 개봉한 이 영화는 첫날 124만 명이 보면서 개봉 첫날 신기록도 세웠다. ‘신과 함께’는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지난해 12월 20일 개봉한 1편 ‘신과 함께―죄와 벌’이 개봉 16일 만에 1000만 영화가 됐다. 총 관객 1441만 명이 관람해 ‘명량’(1761만 명)에 이어 한국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당시 국내에서 좀처럼 성공하지 못했던 판타지 장르라는 점과 웹툰 속 지옥을 실감나게 묘사한 컴퓨터 그래픽이 화제가 됐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53)는 ‘가족 영화’와 ‘판타지’를 공략한 것을 관객 호응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아이들의 영화로 생각되던 ‘가족 영화’를 남녀노소 즐길 수 있도록 포지셔닝하고, 수준 높은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판타지를 구축하려 노력했다”며 “이런 노력을 좋게 봐준 관객에게 감사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신과 함께’ 시리즈까지 ‘천만 영화’ 세 편을 배출하는 대기록을 얻게 됐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후속편에 쏠린다. ‘신과 함께’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엔딩으로 제작 여지는 열어뒀다”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원 대표 역시 “감독, 출연 배우들과 함께 후속편에 관해 큰 틀에서 논의한 상태”라며 “2편이 전작의 속편 성격이었던 만큼 다음 시즌(3, 4편)이 나와야 진정한 의미의 프랜차이즈 영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1, 2편을 제작하면서 기술적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탄탄한 시나리오만 준비된다면 해볼 만하다는 것이 제작진의 분위기다. 또 새롭게 열린 가능성에 힘입어 향후 한국 영화계에 다양한 시도가 나올지도 기대된다. 김 감독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더 문’을 포함한 여러 작품을 준비 중이고 원 대표는 스페인 스릴러를 리메이크한 작품 ‘인비저블 게스트’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이제 어느덧 중견 제작자가 되었는데 성공만 좇기보다 한국 영화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작업을 고민하고 있다”며 “멋진 작품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과 함께2’는 대만에서도 8일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 첫날 120만 달러(약 13억 원)의 수익을 올렸고 이는 올해 대만 개봉 영화 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전작 ‘신과 함께―죄와 벌’의 수익보다도 높아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또 홍콩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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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 한번에 쭉 봐요”… 콘텐츠 공룡이 바꾼 지형도

    “예전엔 미국 시트콤 ‘프렌즈’를 케이블 채널로 봤어요. 요즘은 넷플릭스로 다양한 해외 드라마를 골라 볼 수 있잖아요. 텔레비전을 굳이 틀어 놓을 필요가 없어진 것 같아요.” 대학원생 박혜지 씨(27·여)는 1년 넘게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는 마니아다. 그는 미국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로 넷플릭스에 입문해 최근엔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와 독일 드라마 ‘레인’을 인상 깊게 봤다. 일본 드라마인 ‘심야식당’도 재밌게 본 시리즈로 꼽는 박 씨는 “문화예술 분야를 전공해 독특한 취향을 추구하는 지인이 많다. 만나면 ‘넷플릭스에 뭐가 재밌냐’고 서로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국내 진출한 지 2년 6개월이 넘었다. 2016년 1월 국내 첫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제작해 극장가를 떠들썩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tvN ‘미스터 션샤인’이나 영화 ‘인랑’ 등 유명 콘텐츠를 사들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처음엔 박 씨와 같은 마니아가 찾는 서비스였다면, 지금은 더 광범위한 국내 시청자를 겨냥하는 모양새다.○ ‘친구들과 함께’, ‘자녀가 결제해서’ 최근 구독을 시작한 국내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내 콘텐츠를 주로 즐기지만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정치·범죄물 등 다양한 장르의 해외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직장인 문지수 씨(28·여)는 최대 4명까지 이용할 수 있는 특성을 활용해 지인과 구독료를 나눠 쓴다. 이러한 사용 행태는 1인 가구 사이에서 도드라지는 추세다. 문 씨는 “미국 드라마와 국내 tvN 드라마를 주로 시청한다”며 “다운로드 기능을 활용해 출퇴근 시간에 보면 긴 이동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자녀의 가입으로 넷플릭스를 접하는 중·장년층도 등장했다. 아들을 통해 넷플릭스를 알게 된 허형준 씨(59)는 최근 ‘나르코스’,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취향에 맞는 정치·범죄물을 감상한다. 박상윤 씨(60)도 딸을 통해 넷플릭스로 미국 드라마나 우주 영화를 즐겨 본 케이스. 그러나 박 씨는 “선택지가 너무 많고 고르기 귀찮아, 아내를 따라 텔레비전을 더 본다”고 했다.○ 제작자는 미소, 공급자는 경계 넷플릭스가 ‘옥자’를 내놓았을 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제작자들은 우호적 반응을 보인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미스터 션샤인’ 등 대작이 아니라도 주목받은 드라마, 예능이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고 있다”며 “경제적 이득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공급망을 독점할 경우 자연스럽게 ‘갑’이 되는 것이 플랫폼의 힘. 영국 방송통신규제 기관인 오프콤은 지난달 영국에서 처음으로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의 구독자가 전통 유료 TV 서비스를 넘어섰다며 “영국 방송사의 콘텐츠 제공 방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공영방송 BBC 역시 연간 보고서를 통해 “이제는 상업방송이 아닌 넷플릭스, 아마존과 싸워야 할 위기”라고 밝혔다. 중국은 처음부터 넷플릭스를 규제하고 자체 서비스를 만들고 있지만 국내는 이제야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 국내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막대한 글로벌 자본을 토대로 한 넷플릭스의 공세가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 우려된다”며 “국내 미디어산업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 kimmin@donga.com·조윤경 기자}

    • 201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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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쌍천만 영화’ 대기록 앞둔 ‘신과함께’, 벌써 후속편 얘기까지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신과 함께2)이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 1·2편 ‘쌍천만 영화’ 타이틀도 거머쥐기 직전. ‘신과 함께2’의 거침없는 흥행으로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의 가능성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신과 함께2’는 11일까지 관객 905만 명이 감상했으며, 14일경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1일 개봉한 이 영화는 첫날 124만 명이 보면서 개봉 첫날 신기록도 세웠다. ‘신과 함께’는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 한 작품으로 지난해 12월 20일 개봉한 1편 ‘신과함께-죄와벌’이 개봉 16일 만에 1000만 영화가 됐다. 총 관객 1441만 명이 관람해 ‘명량’(1761만 명)에 이어 한국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당시 국내에서 좀처럼 성공하지 못했던 판타지 장르라는 점과 웹툰 속 지옥을 실감하게 묘사한 컴퓨터 그래픽이 화제가 됐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53)는 ‘가족 영화’와 ‘판타지’를 공략한 것을 관객 호응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아이들의 영화로 생각되던 ‘가족 영화’를 남녀노소 즐길 수 있도록 포지셔닝하고, 수준 높은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판타지를 구축하려 노력했다”며 “이런 노력을 좋게 봐준 관객에게 감사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신과 함께’ 시리즈까지 ‘천만 영화’ 세 편을 배출하는 대기록을 얻게 됐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후속편에 쏠린다. ‘신과 함께’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엔딩으로 제작 여지는 열어뒀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원 대표 역시 “감독, 출연 배우들과 함께 후속편에 관해 큰 틀에서 논의한 상태”라며 “2편이 전작의 속편 성격이었던 만큼 다음 시즌(3·4편)이 나와야 진정한 의미의 프랜차이즈 영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1·2편을 제작하면서 기술적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탄탄한 시나리오만 준비된다면 해볼 만하다는 것이 제작진의 분위기다. 또 새롭게 열린 가능성에 힘입어 향후 한국 영화계에 다양한 시도가 나올지도 기대된다. 김 감독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더 문’을 포함한 여러 작품을 준비 중이고, 원 대표는 스페인 스릴러를 리메이크한 작품 ‘인비저블 게스트’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이제 어느덧 중견 제작자가 되었는데, 성공만 좇기보다 한국 영화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작업을 고민하고 있다”며 “멋진 작품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과 함께2’는 대만에서도 8일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 첫날 120만 달러(약 13억 원) 수익을 올렸고 이는 올해 대만 개봉 영화 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전작 ‘신과 함께-죄와 벌’의 수익보다도 높아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또한 홍콩,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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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자화상에는 시대의 사회사가 비친다

    자화상을 중심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학술적 성격이 강한 책이다. 저자가 영국 코톨드 미술학교와 케임브리지대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비평가로 활동한 것을 감안하면 그 성격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자화상에 관한 흥미 위주의 이야기보다 사료와 문헌에서 발견한 자화상에 관한 언급을 그림과 엮어 설명한다. 2014년 ‘자화상, 어떤 문화사(The Self-Portrait: A Cultural History)’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문화사’라는 부제가 상징하듯 자화상에서 보이는 예술가의 지위, 작품 의도와 그에 얽힌 사회사를 풀어 나간다. 그러나 방대한 역사를 한번에 아우르려는 나머지 기존의 미술사적 접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이를테면 르네상스가 마치 유럽 전체를 대변하는 역사처럼 서술하는 기존 미술사의 한계를 되풀이한다. 라파엘로, 미켈란젤로를 중심으로 하는 르네상스는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피렌체에서만 일어난 찻잔 속의 태풍 같은 일이었다. 북유럽이나 스페인 등 다른 지역에서는 엄연히 별개의 미술이 전개됐음에도, 피렌체 일부 화가의 자화상을 전체적인 것으로 서술한 것은 오해의 소지를 남긴다. 그러나 사료 곳곳에서 찾은 흥미로운 일화를 발견하는 재미는 있다. 이탈리아 매너리즘 화가로 알려진 파르미자니노는 21세 때 교황에게 자신의 자화상을 선물했는데, 이는 ‘플라토닉 사랑’의 연장선이라고 한다. 15세기 말 피렌체에서는 소년이 나이 든 남성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을 매력적으로 봤다는 것. 19세기 후반 독일 여성 작가 파울라 베커는 물론 20세기 작가들의 자화상까지, 아카데믹한 미술사에서 언급되는 주요 작가들을 충실히 소개하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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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기지 탄약고에 수놓은 평화… ‘DMZ 평화정거장 사업’ 착착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캠프 그리브스’는 1953년부터 50년 가까이 미군 기지로 사용된 공간이다. 2004년 마지막 주둔 부대였던 미2사단 506보병대대가 철수했다. 미군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이곳이 최근 전쟁의 상흔을 씻어내고 평화의 장소로 발돋움하기 위한 ‘캠프 그리브스 DMZ 평화정거장 사업’으로 새 단장이 한창이다. 예술 작품으로 장소의 의미를 바꾸려는 평화정거장의 메인 행사, 예술창작전시가 11일 개막한다. 예술창작전시는 탄약고, 정비고, 미디어 프로젝트와 ‘DMZ 평화의 정원’으로 구성된다. 총 10팀의 작가가 DMZ와 캠프 그리브스의 역사, 공간을 재해석한 작품 17점을 전시한다. 초청작가인 김명범 박찬경 정문경 정보경과 공모 선정 작가인 강현아 박성준 시리얼타임즈(강민준, 김민경, 송천주) 인세인박 장영원 장용선이 참가한다. 8일 오후 찾은 캠프 그리브스 입구에는 가장 먼저 장교 숙소가 보였다. 길을 따라 들어가면 반원형의 기다란 ‘퀀셋 막사’가 여러 채 있다. 간이 건물인 퀀셋 막사는 보급소부터 비품실, 화장실 및 샤워실, 저장고, 중대사무실 등이 다양한 목적에 따라 설치되곤 했다. 이 중 3개 동은 역사 전시관인 ‘다큐멘타관’으로 탈바꿈해 전쟁에 관한 설명, 주한미군의 주둔 모습 사진과 영상자료 등을 전시한다. 탄약고, 정비고와 옛 미군 유흥시설인 볼링장에도 예술 작품이 들어서고 있었다. 전시를 총괄한 이은경 DMZ 평화정거장 예술총감독은 “민통선 내부 미술관 기능을 하는 장소가 없어 예측하지 못한 공간에서 반전을 이루는 콘셉트로 가족과 젊은층이 찾도록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프로젝트로 선보인 박찬경 작가의 ‘소년병’은 가상의 북한 병사가 책을 읽고 노래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구성해 영상에 담았다. 노란 필름을 붙인 유리문으로 들어오는 빛과 풀숲을 돌아다니는 가냘픈 소년병사의 모습이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역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감독은 “캠프 그리브스는 전쟁의 공간이지만 서정적 전시를 만들고 싶어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공개한 작품 ‘소년병’을 장소에 맞춰 다시 편집했다”고 했다. 전시가 끝난 뒤에도 작품 대부분이 반영구로 남을 예정. 전시 기간에 작가의 작업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 아티스트 워크숍 등 다양한 부대 행사도 열린다. 10월 31일까지. 파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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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으로 간 스파이… 흑금성이 말하는 1996년 南北

    ‘본 시리즈’나 제임스 본드가 등장하는 스파이 영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모르고 지난 사건의 내막을 관찰하고 싶다면 구미에 딱 맞는 영화다. 윤종빈 감독의 영화 ‘공작’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주도한 북풍 공작인 ‘흑금성 사건’을 토대로 한다. 흑금성은 안기부 특수공작원 박채서 씨의 암호명. 그는 아자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광고회사에 위장 취업해 북한에서 TV 광고를 찍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 고위 관계자와 접촉하는 역할을 맡았던 박 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1996년 만났다고 주장한다. 영화는 이런 흑금성 사건의 사실적 구현에 집중했다. 공작원 박석영(황정민)이 지시를 받아 중국에서 북측 고위 인사와 접촉하고, 북한에 들어가는 과정을 순서대로 전개한다. 시대적 분위기나 인물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여러 장치에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박석영과 북한 대외경제위 차장 리명운(이성민)이 처음 만나는 중국집 ‘고려원’만 해도 길거리는 대만, 내부는 대만 외곽의 건물, 문짝은 세트장 등 각각 다른 곳에서 촬영했다. 하이라이트는 흑금성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는 장면. 배우들마저 잔뜩 긴장하고 연기하게 만든 김 위원장의 회의실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생전 김 위원장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맨인블랙3’ 등을 작업한 해외 특수분장팀을 섭외했다. 김 위원장 역을 맡은 배우 기주봉은 분장에만 5시간이나 걸리는 탓에 새벽에 일어나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정교한 제작 방식은 윤종빈 감독의 전작을 보면 납득이 간다. 군대의 부조리를 그린 ‘용서받지 못한 자’(2005년), 호스트바를 소재로 한 ‘비스티 보이즈’(2008년), 조직폭력배의 세계를 그린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년)까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사회의 치부나 어두운 곳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파헤쳐 호기심을 자아내고 사회적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주목받아 왔다. ‘공작’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아쉬운 것은 실화를 뛰어넘을 만한 긴장감이다. 영화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박석영과 리명운의 우정, 나라를 위해 일한 박석영의 고뇌가 드러난다. 그 전까지는 서로를 관찰하고, 말로 떠보고 의심하며 긴장을 고조하려 했지만, 극적인 요소로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8일 개봉. ★★★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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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화 감독 “대사중 ‘나쁜 사람 없고 나쁜 상황만 있다’는 내 소신”

    1부만으로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는데 2부도 빠르게 박스오피스를 점령하고 있다. 영화 ‘신과함께’ 이야기다. 2부인 ‘신과함께―인과 연’은 개봉 닷새 만인 5일 누적 관객 수 6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역대 최단 흥행 기록이다. 전편에서 이어진 기대감과 최악의 폭염으로 극장에 몰린 관객이 흥행 질주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과함께2’가 개봉한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김용화 감독(47)을 만났다. ―예매율이 심상치 않다. 기분이 어떤가. “숫자를 자주 확인하고 있다. 함께 고생하고 운명을 걸어준 사람들을 생각하면 행복하다.” ―2부에서 더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신과함께 1, 2부는 통합된 이야기다. 1부는 자홍(차태현) 중심의 스트레이트한 이야기라면 2부는 출발점이 다른 강림(하정우) 등 저승 삼차사의 이야기가 하나로 섞여 들어간다. 이 이야기가 합쳐져 폭발력을 낼 수 있도록 집중했다.” ―“나쁜 사람은 없고, 나쁜 상황만 있다”는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다. 평소 소신이기도 하고. 원래부터 악한 사람이 있을까? 상황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1부에 이어 2부도 모니터링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2부는 여러 편집본을 두고 500명 이상에게 모니터링했다. 일반인과 회사의 기술진이 참가한다. 여러 번 모니터링해서 반이 넘는 사람이 이야기를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수홍(김동욱)과 강림의 이야기는 모니터링에서 반응이 좋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절반 정도 덜어냈다.” ―엔딩을 보면 새로운 이야기로 3, 4편이 나올 것 같다.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 대중이 원하면 다음 편이 안 나올 이유가 없으니 엔딩은 1, 2부 감독으로서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사전 작업은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지만 관객이 다음 편을 원하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해외 시리즈 영화처럼 다른 감독이 (3, 4편을) 맡을 수도 있나. “당연하다. 적절한 감독이 의사를 표현하면 후속편에서는 제작자로 남을 용의가 충분히 있다.” ―‘미스터 고’부터 컴퓨터그래픽(CG)을 많이 활용하고 휴먼 스토리에 집중하는 등 한우물을 파서 결국 빛을 봤다. 선택이 옳았다고 보나. “자기가 성공한 이유가 과거에 있다고 해서 똑같은 것을 계속하는 걸 ‘활동적 타성’이라고 한다. 이를 버려야 한다. 스스로를 절벽으로 밀어내지 않으면 사람들도 나를 따르지 않는다.” ―해외 시장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나. “물론이다. 한국 관객이 트렌드에 민감하고 눈이 높기로 유명한데, 한국에서 호응을 얻었으니 해외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에 진출할 예정이고, 심의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다.” ―대표를 맡고 있는 ‘덱스터스튜디오’의 목표는…. “아시아의 디즈니 같은 회사가 되고 싶다. 제작뿐 아니라 테마파크 등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스튜디오 말이다. 목표가 10이라고 치면 0.1 정도 했다고 생각한다. 능력껏 최대한 노력하고 뒤이을 대표와 식구들이 잘 이끌어 간다면 어느 순간 회사에 내 사진이 걸려 있을 것이다. 회사가 훌쩍 성장한 후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며 ‘1대 회장이었어’라고 이야기하는 상상을 해본다.”(웃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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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소문 탄 ‘어느 가족’… 관객 8만명 돌파

    영화 ‘어느 가족’이 조용히 입소문을 타며 8만 관객을 돌파했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느 가족’은 개봉 10일 만인 4일까지 8만4217명이 관람했다. ‘어느 가족’을 연출한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로 제71회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가족을 비롯한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내면서 감동을 선사해 국내에도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년)는 개봉 10일 차에 3만8167명이 관람했다. ‘어느 가족’은 이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로 관람객이 찾고 있는 셈이다. 이 영화는 일본에서도 6월 개봉해 지난달 29일까지 관객 수 340만 명을 넘었고 흥행 수입 42억 엔을 챙겨 고레에다 감독 영화 중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 다섯 살 소녀를 새 식구로 맞이하며 겪는 일화를 그렸다.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빈곤 문제와 사회복지 시스템의 허점을 설득력 있게 조명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칸 수상 축전을 보내지 않은 것을 두고 일본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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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아테네-로마-중국 등… 고대史 경계를 허물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새로운 정치체제가 탄생했을 때 ‘민주주의’란 말은 사용된 적이 없다. 클레이스테네스의 개혁이 일어난 기원전 594년부터 기원전 480년 사이에 아테네인이 작성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글은 단 한 줄도 남아 있지 않다. 사소해 보이지만 결정적일 수 있는 오류들이다. 그런데 역사는 이를 생략하고 누군가가 원하는 바에 따라 취사선택한다. 역사가가 중요하게 여긴 흐름을 따르는 거대한 역사에 대한 질문에서 이 책은 탄생했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인들은 카스피해, 중앙아시아는 물론이고 인도까지 탐사했다. 그리스인 메가스테네스의 기록에 따르면 찬드라굽타 왕실에는 인도에 체류하는 외국인을 돌보는 부서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고대가 서로 연결됐다는 사실을 배운 적이 없다. 각각의 문명을 엄격하게 구분해 배우면서 전체를 안다고 확신하기에 이르렀다고 저자는 판단했다. 고대사의 대다수는 그리스인과 로마인이 연못가 개구리처럼 모여 살았던 지중해 연안의 역사에 불과하다.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다양한 지역을 함께 아우르며 역사를 되돌아본다. 1부는 아테네와 로마, 중국에서 기원전 6세기 정치 협의로 탄생한 거대 사회를 살폈다. 2부는 지중해, 소아시아, 중국 등에서 전쟁으로 탄생한 고대 공동체의 관계를, 3부는 종교의 도입을 통한 인간과 신의 관계를 설명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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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남준 세계 순회전 맡은 토종 큐레이터

    연간 500만 명이 찾는 테이트모던을 비롯해 영국 전역 4개 공공 갤러리를 갖고 있는 ‘테이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이다. 이숙경 테이트 시니어 큐레이터(49)는 2007년 보수적 영국의 언어·문화 장벽을 뛰어 넘고 이곳의 동양인 최초 큐레이터가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최연소 학예사이기도 했던 그는 학예사가 되기 전 해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국내파’. 그를 국제적 큐레이터로 이끈 것은 학문적 호기심과 새로운 경력을 위한 절실함이었다. 현재는 의 전시 개발, 연구 플랫폼인 ‘리서치 센터: 아시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작품 구입 위원회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는 이 큐레이터를 최근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의 카페에서 만났다. ●고유 분야로 해외 개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공개 채용으로 학예사가 됐을 땐 저도 아는 것이 많지 않았어요. 예술학을 전공했지만 현장 경험은 없어 일을 하면서 배웠죠.” 그는 ‘시험을 잘 봐서 큐레이터가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홍익대 대학원을 다니던 중인 26살에 학예사가 되어 일을 시작했고, ‘러닝 온 더 잡(learning on the job)’이라고 그 시절을 설명했다. 그리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국내 교육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화된 영국과 달리 한국은 학사 과정에서 다양한 미술사를 배웁니다. 또 유럽 대륙 철학, 후기 구조주의, 페미니즘 등 학문으로 기초 지식을 쌓을 수 있었어요.” 국내 교육의 장단점이 있었지만, 한국 미술사를 좀 더 열심히 했으면 하는 아쉬움만은 분명하다. “한국 미술사는 한국어와 문화를 아는 사람이 해야 충실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후학들에게 늘 한국 미술사를 전문으로 하라고 조언하는 이유에요.” 그런 이 큐레이터가 영국에 오게 된 건 1998년. 사치 갤러리가 조명한 영국의 젊은 현대 예술가인 yBa(젊은 영국 예술가들·Young British Artists) 전시를 기획하면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연수 프로그램으로 영국에 왔고, 그 때가 학예사 경력 4년 반 남짓했을 시절. 경력을 좀 더 개발하고 싶은 마음에 영국 에섹스대에서 박사 과정을 새롭게 시작했다. 그가 정착했을 당시 영국은 yBa가 조명을 받고,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때였다.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한국의 미술 잡지에 기고하고, 독립 큐레이터 활동도 하며 꾸준히 경력을 쌓았다. 2000년 런던에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모던이 생기면서 미술계 지형이 바뀌고 있을 시절이다. 박사 과정을 마친 뒤인 2007년, 테이트 리버풀에서 큐레이터로 일을 시작했고 그 때도 백남준 회고전을 기획했다. 이 큐레이터처럼 해외 취업을 꿈꾸는 젊은이가 많다고 하자 그는 외국 활동이 목적이 아닌, 자신만의 분야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는 세계 미술에 관심이 많아 영국에서 일하게 됐어요. 미술을 대중에게 보일 방법을 고민하는 테이트의 공공성도 저와 잘 맞았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미술관이 아닌 상업 갤러리나 옥션에서 일할 수도 있어요. 자신의 본성을 파악하고 선도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래가 지금이다 이 큐레이터는 내년 10월 17일 개막하는 대규모 회고전 ‘백남준: 미래가 지금이다(Nam June Paik: The Future is Now)’전을 맡고 있다. 2012년부터 연구를 시작한 전시는 ‘이모지’를 연상케 하는 픽토그램 등 인터넷 시대를 예견한 백남준(1932~2006)의 선구자적 성격을 조명한다. “백남준은 일본 독일 미국 그리고 한국 미술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전위성을 폭발시킨 작가입니다. 그의 세계적 궤적을 보여주기 위해 테이트모던을 포함해 유럽, 미주, 아시아 투어로 5개 미술관에서 선보일 예정이에요.” 테이트 리버풀에서 처음 백남준 회고전을 열었을 때는 일반인이 잘 모르는 작가인만큼 대중적인 부분에 초점을 뒀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기술의 발전이나 20세기 문화 변화에 대해 갖고 있던 작가의 비전을 좀 더 깊이 파고들 예정이다. “전시가 순회하면서 결국엔 그의 작품이 자신이 영향을 끼쳤던 지역을 또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 만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도 재미있는 포인트죠. 특히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백남준을 어떻게 볼 것인지 저도 무척 궁금합니다.” 그는 테이트모던 전시가 열릴 때 덴마크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개인전도 열리기 때문에 기술을 활용한 과거와 현재의 두 작가를 비교해보라고 귀띔했다.●‘세계미술’ 꿈꾸는 테이트 이 큐레이터는 백남준 전시뿐 아니라 리서치 센터의 시니어 큐레이터로서 테이트미술관의 미술사와 큐레이팅의 새로운 방법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경과 지역을 뛰어 넘는 국제적 미술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결과다. “지금까지 미술사의 서술은 서유럽과 북미 중심이에요. 그런데 미술사는 다른 곳에서도 일어났죠. 일본의 구타이라던가 라틴아메리카의 네오콘크레테 같은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굉장히 많은 것들이 미술사에서 제외된 것이잖아요.” 최근 테이트미술관 역시 기존의 서유럽, 북미 중심의 미술사 개념 언급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 12년 간 준비 끝에 2016년 테이트모던의 상징이었던 화력발전소 건물 옆에 새로 문을 연 블라바트닉 빌딩은 이런 테이트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준다. 올해 초는 러시아 설치작가인 카바코프 부부, 최근에는 미국의 여성 작가인 조안 조나스를 조명했다. 20세기 미술사에서 제외된 여성, 비서구 거장의 전시가 꾸준히 열리는 셈이다. “전시를 잘 살펴보면 미니멀리즘, 포비즘이라는 규정적 단어 사용을 지양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까지의 미술사를 원점에서 되돌아보면서, 글로벌한 미술사를 다시 쓰는 작업을 테이트가 앞서서 해보겠다는 것이 제가 요즘 하는 연구의 요지입니다.” 그가 일하는 리서치 센터는 2012년 미국 앤드류 멜론 재단의 후원으로 설립됐다. 이 큐레이터는 이 때 리서치센터에 합류하면서 백남준에 대한 연구도 시작했다. 특히 아시아 파트를 담당, 체계적인 소장품 구입과 전시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구입위원회에서는 아시아와 호주 대륙을 포함한 지역의 예술 작품 구입 전략을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내년 초에 리서치센터에서 준비하는 프로젝트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대대적인 론칭 행사가 있을 것이고 장소는 런던이 아닐 수도 있어요. 아직은 논의 중인 단계이지만 방법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18-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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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15년간 독립영화 만드는 심정으로 일한 것 보답받는 느낌”

    좀도둑 가족의 이야기로 프랑스 칸을 사로잡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56)이 30일 한국을 찾았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받은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갖고 기자회견장에 나온 고레에다 감독은 “뜻하지 않게 큰 상을 받았고 그에 힘입어 많은 사람에게 작품을 소개하게 됐다”며 “영화를 시작한 후 15년 동안 독립영화를 만드는 심정으로 일해 왔기에 꾸준히 작업한 데 대한 보답을 받는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26일 개봉한 고레에다 감독의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을 그렸다. 혈연관계가 아닌 각자 사연을 지닌 채 모이게 된 ‘유사 가족’을 통해 구멍 난 사회 시스템을 드러낸다. 이 때문인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칸 수상 축전을 보내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정부의 축하는 영화의 본질과 상관없는 문제”라며 “국회 등에서 해결할 사안이 산적한 때에 영화가 정쟁의 소재가 되는 것이 편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어느 가족’은 부모가 사망했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고 연금을 계속 타다 적발돼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준 가족의 실화에서 출발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가족이 아님에도 가족으로 살 수 있는 부모 자식을 생각했을 때, 배우 기키 기린과 릴리 프랭키 외에는 누구도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각각 할머니와 아버지 역할을 맡은 두 배우는 고레에다 감독과 여러 영화를 함께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릴리 프랭키와 촬영 전 역할에 관해 손편지를 쓰고 이를 찍은 사진을 메신저로 주고받으며 논의했다”며 “그가 맡은 ‘오사무’는 인간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어려운 역할이었다”고 했다. 또 “기키 씨가 바닷가에서 소리 내지 않고 입만 벙긋거리며 ‘고맙습니다’라고 하는 장면은 현장에서 나온 애드리브”라며 “기키 씨는 핵심을 예리하게 포착해 슬쩍 꺼내놓기에 이를 잘 살리는 연출을 위해 기키 씨와 늘 진검승부를 벌이듯 일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차기작으로 이선 호크, 카트린 드뇌브, 쥘리에트 비노슈가 출연하는 영화를 작업 중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문화와 언어를 뛰어넘는 연출을 할 수 있을지가 숙제”라며 “한국에도 매력적인 배우가 많기에 지금의 작업을 발판 삼아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 배우들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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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 황금종려상 ‘어느가족’ 고레에다 감독 “日영화 시야 좁아져 우려”

    좀도둑 가족의 이야기로 프랑스 칸을 사로잡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56)이 30일 한국을 찾았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받은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갖고 기자회견장에 나온 고레에다 감독은 “뜻하지 않게 큰 상을 받았고 그에 힘입어 많은 사람에게 작품을 소개하게 됐다”며 “영화를 시작한 후 15년 동안 독립 영화를 만드는 심정으로 일해 왔기에 꾸준히 작업한 데 대한 보답을 받는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26일 개봉한 고레에다 감독의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을 그렸다. 혈연관계가 아닌 각자 사연을 지닌 채 모이게 된 ‘유사 가족’을 통해 구멍 난 사회 시스템을 드러낸다. ●‘쇼타’와 ‘린’의 성장기 고레에다 감독은 “기본적으로 작품이 전부라고 생각하기에, 그것을 설명해야 한다면 작품이 미숙한 거라고 스스로를 타이르며 일하고 있다”면서도 “작품에 대해 감독이 질문을 받는 것도 귀중하다고 생각해 계속 많은 분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질문에 답하는 동안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털어 놨다. 그는 “영화를 만들 때 관객을 떠올리기보다 어떤 상대에게 말을 건다고 생각한다. 그 상대는 영화마다 다르다”면서 “‘어느 가족’은 아이에게 말을 건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 속 아이들인 쇼타(죠 카이리)와 유리(사사키 미유)에 관해 몇 가지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 오사무(릴리 프랭키)는 영화 내내 인간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어려운 역할이다. 그리고 오사무가 성장하지 않음으로써, 쇼타가 성장하고 아버지를 앞질러 간다. 그것을 아이가 인식하면서 죄의식을 느끼기도 하고 그 변화를 아버지가 지켜보기도 한다는 점에서 슬픈 아버지상이다.” 마지막 장면을 찍으며 쇼타가 영화에서 전개되는 과정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앞으로 살아나갈 때 어떤 형태로든 그의 양식이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엔딩을 두고 어떤 분은 잔인하다, 어둡다고 말하고 밝은 빛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각각 보는 방식이 다르고 해석의 몫이지만, 저는 그런 느낌을 받으며 찍었다.” 유리는 자신을 낳은 엄마의 품으로 돌아갔기에, 부정적 요소가 제거됐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친엄마는 린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 “영화 첫 머리에서 유리가 아파트 난간의 틈새로 얼굴을 내밀고 밖을 보지만, 다시 집으로 왔을 때는 뭔가를 놓고 올라가 난간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본다. 유리는 아마 훨씬 넓은 시야를 갖게 됐을 것이고, 이는 아주 큰 변화다.”●“키키 키린과는 늘 진검승부하며 작업” ‘어느 가족’은 부모가 사망했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고 연금을 계속 타다 적발돼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준 가족의 실화에서 출발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가족이 아님에도 가족으로 살 수 있는 부모 자식을 생각했을 때, 배우 키키 키린과 릴리 프랭키 외에는 누구도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각각 할머니 하츠에와 아버지 오사무 역을 맡은 두 배우는 고레에다 감독과 여러 영화에서 일했다. 영화에서 가족 여섯 명이 함께 바닷가에 가는 장면이 있다. 물놀이를 하는 가족을 보며 하츠에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만 중얼거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고레에다 감독은 이 장면이 애드립이라고 했다. “첫 촬영날 바다 장면을 찍었다. 혼잣말은 대본에 없던 내용이었다. 키키 씨의 얼굴을 찍고 있었음에도 현장에서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편집실에서 입이 움직이는 걸 자세히 보니 ‘고맙습니다’라는 말한 것이었다. 그것이 영화의 크랭크인 첫 날 있었던 일이다. 이 장면이 영화 막바지에 나오도록 했다. 키키 씨는 그런 식으로 영화의 핵심을 예리하게 포착해 연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슬쩍 꺼내놓는다.” 그는 그렇게 배우가 연기한 것을 간과한다면, 아마도 키키 씨는 ‘이 연출자 별로네’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고 한다. “배우가 그렇게 꺼내놓은 것을 놓치지 않고 나도 다시 한번 받아쳐서 던져주는 연출을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키키 씨와는 그렇게 늘 진검 승부를 하고 있다. 그런 주고받는 과정이 가능한 배우가 현장에 있다는 것은 연출자로서 정말 감사하고 큰 혜택을 받은 것이다.”●일본 영화 시야 좁아질까 우려 이날 간담회에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칸 수상 축전을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고레에다 감독은 “정부의 축하는 영화의 본질과 상관없는 문제”라며 “국회 등에서 해결할 사안이 산적한 때에 영화가 정쟁의 소재가 되는 것이 편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일본 영화 산업이 점점 국내 지향적이 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일본 영화 산업이 국제 사회나 해외에 작품을 소개해야겠다는 발상보다는 국내로 향해, 그 시야가 더 좁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나루세 미키오 등 정말 멋진 선배들이 있었다. 그들의 영화가 국제적 호평을 받자 그 후광에 힘입어 다른 일본의 작품까지 좋아 보이는 혜택을 입었다.” 그러나 일본 영화의 지금 같은 경향이 지속된다면 10년, 15년 뒤에는 재능 있는 인재가 넓게 소개될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만드는 사람이 자신의 시야를 좁혀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외연을 확장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국제 무대에 도전을 하고 있다는 것. 고레에다 감독은 차기작으로 에단 호크, 카트린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가 출연하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다음주 프랑스 파리로 돌아가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내 작품이 언어와 문화를 뛰어 넘어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는데 이제는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는 연출을 할 수 있을지가 숙제”라고 했다. 또 “이 도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프랑스 뿐 아니라 다른 문화, 언어권에서의 작업도 가능할 것이다. 한국에도 매력적인 배우가 많기에 지금의 작업을 발판 삼아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 그 결과물을 갖고 다시 한국을 찾게 된다면 굉장한 행운일 것이다”고 말했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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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설과 악다구니… 10대의 언어와 행동, 있는 그대로 담으려 애써”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 ‘우울하고 무력한 세대’…. 최근 국내 영화에서 청년은 연민과 불안, 나아가 현실 도피를 꿈꾸는 이미지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19일 개봉한 영화 ‘박화영’의 10대들은 온갖 욕설로 악다구니를 쓰며 “나 아직 여기 있거든!”이라고 소리 지른다. 멋지게 포장해도 모자랄 판에 불편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이환 감독(39)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근 이 감독은 충무로 한 극장에서 열리는 ‘관객과의 대화’에 거의 매일 참석하고 있다. 그는 “이틀 전엔 좌석이 꽉 찼는데 출연 배우의 팬이 많았다”며 “영화를 여섯 번까지 본 사람도 있는데 세 번째쯤부터 좋아하는 배우가 아닌 영화를 봐주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런 주제를 택한 계기는 뭘까. 감독은 “미성숙한 사람들이 맺는 기형적 관계에서 인간의 실제 모습이 드러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인공인 고교생 ‘박화영’은 “엄마에게 버림 받은 소녀가 자신이 받지 못한 감정을 베풀며 존재를 증명하려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10대의 언어와 행동을 사실적으로 구현하려고 오랫동안 취재했다고 한다. 그는 “영화를 보고 ‘박화영’이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던데, 경찰서 등에서 마주한 현실은 훨씬 더 충격적”이라며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믿지 않고 적당히 허구를 섞어야 진짜라 믿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영화 제작사 명필름의 아카데미 ‘명필름랩’에서 영화를 완성했다. ‘박화영’의 시나리오 초고를 본 심재명, 이은 대표는 “이 영화를 왜 만들려고 하냐”고 물었단다. 이 감독은 “그때 ‘관객을 내보내려고 만들었다’고 대답했더니 심 대표는 어이없다는 듯 웃고 이 대표는 ‘아유, 그러면 안 되고, 관객이 봐야지’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작품이 채택되자 주변에선 “이렇게 저돌적인 영화를 명필름에서?”라는 의아한 반응도 나왔다. 이 감독은 “독립영화의 제작 시스템이 열악한데 노하우와 인프라를 갖춘 명필름 덕분에 작업에 훨씬 집중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박화영’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최근 독일 뮌헨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이 감독은 “작품을 본 한 독일 배우가 피상적인 폭력에 신경 쓰지 않고 ‘가족과 부모 자식에 관한 영화’라고 있는 그대로 봐줘 인상 깊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현재 촬영하는 박정범 감독의 신작 ‘이 세상에 없는’에 연기자로 참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속칭 ‘가출 팸(가출 청소년들이 가족처럼 떼거리를 이룬 것)’을 다룬 작품이라 캐릭터에 맞춰 머리를 초록색으로 염색했다. 그는 “5년째 가출 청소년 이야기를 계속하니 정말 힘들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박화영’은 개봉관도 잡기 힘든 실정이지만 누군가에겐 초석이 될 영화를 발견한다는 마음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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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가 겸 평론가 故 박이소 회고전… 노트-드로잉-교육자료 수백점 전시

    화가 겸 평론가 박이소(1957∼2004)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다. 26일 개막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박이소: 기록과 기억’전은 2014년 유족이 기증한 자료와 대표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증 자료는 박이소가 미국 뉴욕의 프랫인스티튜트를 졸업하고 활동을 시작한 1984년경부터 작고할 때까지 노트와 드로잉, 교육자료 등 수백 점에 이른다. 작가가 직접 녹음하고 편집한 재즈 라이브러리도 있다. 전시는 작가 노트를 중심으로 연대기적으로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했다.이번 전시는 박이소가 뉴욕 브루클린에 설립한 대안 공간 ‘마이너 인저리’나 직접 만든 재즈 테이프 200여 개, 1995년부터 교수로 재직했던 삼성디자인교육원(SADI)에서 남긴 교육자료 등을 보여주는 아카이브적 성격이 강하다. 12월 16일까지. 2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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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근대 역사를 품은 동네 골목길 산책

    도시의 화려한 외양 뒤 숨겨진 민낯을 골목은 알고 있다. 부산 초량초등학교 담장에 가면 이 학교 출신 나훈아, 이경규, 박칼린이 태어난 집을 표시한 지도가 있다. 그것을 보면 이들이 골목길에서 살았을 평범한 일상이 떠오르며 왠지 더 가깝게 느껴진다. 골목길은 이처럼 솔직한 사람들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작은 볼거리부터 골목길에 얽힌 역사적 사실과 오래된 건물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거제도에서 최초로 멸치어장을 개척한 집안에서 태어나 웅변대회에서 외무부 장관상을 받은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가난한 사람들을 ‘바보처럼’ 돌본 장기려 선생, 구설수에 오른 의료인이 버리고 간 병원을 탈바꿈시켜 만든 디자인 카페와 동네 터줏대감 맛집까지. 골목길은 거대한 역사와 소소한 역사를 아우른다. 1권 ‘서울편’이 조선 건국부터 대한민국정부 수립까지 골목에 담긴 우리 역사를 정리했다면, 이번 편은 근대의 중심지이자 한국 기독교의 시작이 된 5개 개항 도시를 찾았다. 부산 개항장 소통길, 인천 개항장 평화길, 광주 양림동 근대길, 전남 순천시 꽃길과 목포시 생명길이 그 주인공이다. 각 장 말미에는 간추린 골목길 이야기와 지도를 수록해 소개한 내용을 따라 골목길을 걸어볼 수 있다. 셀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순간에만 소비되고 마는 산책이 아니라 역사의 흔적을 깊이 맛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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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만에 돌아온 신나는 ‘로맨틱 코미디’… 아바의 명곡은 언제 들어도 어깨가 들썩

    러닝타임 내내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다. 손가락을 까딱거리고 소리 나지 않게 노래를 벙긋거리다 결국 ‘댄싱 퀸’에서 어깨를 들썩인다. 2008년 개봉해 전 세계 흥행 수익 6억 달러(약 6720억 원)를 넘기고 국내 관객 457만 명이 본 영화 ‘맘마미아!’의 속편이 10년 만에 돌아왔다. 영화는 도나(메릴 스트립)가 대학을 졸업한 1979년부터 시작된다. 젊은 도나(릴리 제임스)가 번쩍이는 부츠와 화려한 의상을 입고 춤추는 장면부터 흥이 넘친다. 그 후 도나가 그리스의 섬으로 떠나 세 명의 남자를 만나는 사연이 전개된다. 딸 소피(어맨다 사이프리드)는 엄마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호텔 벨라 도나’를 리모델링해 문을 열기 직전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도나의 꿈에 집중하는 듯하지만 결국 한 지점으로 나아가 두 모녀를 연결한다. 바로 아이를 낳는 신비로운 과정이다. 도나는 친구도 연인도 모두 떠난 뒤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섬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출산해야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노래한다. 소피 역시 자신이 임신한 걸 확인하고 “그 어느 때보다 엄마와 가까워진 걸 느낀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감동은 정점에 달한다. 아바의 전설적인 명곡은 여전히 빛난다. 전작에 나온 곡들을 다시 활용하지만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도나의 친구 로지(줄리 월터스)와 타냐(크리스틴 버랜스키)의 코믹한 대화도 즐거움을 더한다. 두 사람은 소피에게 “너를 빛나게 하는 일을 하라”고 한다. 영화에서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모두가 반짝인다. 소피의 할머니로 셰어가 출연해 페르난도(앤디 가르시아)와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깜짝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바웃 타임’과 ‘러브 액츄얼리’를 연출하고 ‘노팅힐’ 각본을 쓴 리처드 커티스가 각본에 참여했다. 콜린 퍼스, 피어스 브로스넌, 스텔란 스카르스고르드 등 전작 출연진도 그대로 함께해, 전작의 로맨틱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공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그 덕분일까. 개봉 첫날부터 전 세계 25개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3일 만에 제작비 7500만 달러(약 840억 원)를 벌어들여 손익 분기점을 넘겼다. 세대를 뛰어넘는 음악과 엄마와 딸을 이어주는 이야기, 뜨거운 햇살 아래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이 국내 관객도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8월 8일 개봉. ★★★★(★ 5개 만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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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캉스(영화 바캉스)’ 2000만 관객 잡아라… 한국 영화 여름대전

    2000만 관객이 몰리는 초성수기 8월.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의 ‘텐트폴 영화’(높은 수익을 책임질 만한 영화)가 앞다퉈 개봉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시기에 1000만 관객을 넘은 영화는 2015년 ‘암살’ ‘베테랑’, 2016년 ‘부산행’, 지난해 ‘택시운전사’였다. 올해 승자는 어떤 작품일까. 가장 많은 주목은 단연 ‘신과 함께―인과 연’(롯데엔터테인먼트)에 쏠린다. 전편 ‘죄와 벌’의 관객(1440만 명)만으로 이미 손익분기점은 넘겼지만, 후속편이 흥행할 경우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4일 언론 시사를 통해 공개된 ‘인과 연’에서는 강림(하정우), 혜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의 1000년 전 과거가 드러났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승과 저승,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가운데 이번에는 세 인물의 이야기까지 복잡하게 얽혀 초반부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후반부에 가족과 용서, 구원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건드리는 김용화 감독 특유의 연출이 폭발력을 지닌다. 1, 2편을 함께 제작했지만 편집 과정에서 수많은 블라인드 시사를 거쳐 더 많은 공감대 형성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전편을 즐겁게 본 관객이라면 다음 편도 무난히 즐길 것으로 보여 흥행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25일 개봉한 ‘인랑’(워너브러더스코리아)도 2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한 액션 대작이다. 2029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한반도를 배경으로 늑대로 불린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다. ‘공각기동대’를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오시이 마모루의 원작을 각색해,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통해 제작한 강화복이나 무기가 눈길을 끈다. 공간 디자인과 영상 스타일이 뛰어난 데 반해 스토리는 상투성을 벗어나지 못해 아쉽다. 앞선 두 영화가 화려한 그래픽을 활용한 판타지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면, 다음 달 8일 개봉하는 ‘공작’(CJ엔터테인먼트)은 국내 관객에게 익숙한 장르로 승부를 건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주도한 북풍 공작 실화인 ‘흑금성 사건’을 토대로 만든 첩보물이다. 북으로 잠입한 스파이 ‘흑금성’ 역은 황정민이 맡았다. 남북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시사적인 주제를 선호하는 관객들이 호응할지가 관건이다. 외화 시리즈도 쟁쟁하다. 25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스토리가 반전을 거듭함에도 결말이 뻔히 보이지만, 톰 크루즈가 대역 없이 펼치는 액션 연기만큼은 56세라는 나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긴장감이 넘친다. 누적 관객 2000만 명을 넘은 이 시리즈의 고정 팬이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북미 애니메이션 흥행 신기록을 세운 ‘인크레더블2’는 박진감 넘치는 영상과 가족애가 돋보인다. ‘맘마미아2’(8월 8일 개봉)는 ‘맘마미아1’에 나왔던 익숙한 아바의 음악과 시원한 그리스의 풍경 속에 엄마와 딸의 사랑을 찡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렸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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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빙판길 화합의 손, 철조망 움켜쥔 손… 김녕만 사진집 ‘분단의 현장’ 출간

    1983년부터 35년 동안 남북 접경지역을 기록한 사진집 ‘분단의 현장 판문점과 DMZ’(도서출판 윤진)가 휴전협정 65주년인 27일 출간된다. 오랫동안 분단에 관심을 갖고 현장을 촬영한 다큐멘터리사진작가 김녕만 씨(69)의 사진은 남북 관계가 변곡점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더욱 상징성을 갖는다. 사진집은 1부 판문점, 2부 비무장지대(DMZ)와 서해안 북방한계선(NLL), 3부 접경지역의 삶으로 구성했다. 1부에서 1992년 남북 고위급회담 수행원으로 평양에 간 남측 장교가 빙판길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 북측 안내장교와 손을 잡는 사진은 매우 인상적이다. 판문점을 취재하는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바라보는 북한경비병의 호기심 어린 손길도 재밌다. 최근 자주 언론에 모습을 미치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20년 전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도 당시 김 작가를 만나 1990년대 판문점 사진들을 참고했다고 한다. 2부에서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DMZ에서 사람의 발길이 사라진 뒤 피어난 자연의 민낯을 볼 수 있다. 강을 건너는 고라니와 푸른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3부에선 철조망을 눈앞에 두고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과 실향민의 애틋한 모습이 분단의 현실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288쪽 분량인 책에는 사진 187점이 담겼다. 김 작가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기록한 ‘광주 그날’, 1980, 90년대 사회상과 민주화운동을 기록한 ‘격동 20년’, 1970년대부터 40년간 촬영한 사진을 모은 ‘시대의 기억’ 등을 출간했다. 김 작가는 “이번 정전협정일을 터닝 포인트로 분단 현실이 바뀌고, 지금까지 기록한 사진들이 과거의 이야기가 되길 바란다”는 소회를 밝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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