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김정훈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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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입사해 사회부 사건팀과 법조팀을 거쳤습니다. 분야에 상관없이 누군가가 감추려 하는 사실을 밝히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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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윤석헌, 교수때 8곳 사외이사… 5곳은 겸직 신고 안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이 대학교수 시절 공기업과 민간기업 등 8곳에서 사외이사 또는 비상임이사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사외이사 5곳, 비상임이사 1곳 등 6곳에 이름을 올린 적도 있다. 게다가 전체 8곳 중 5곳의 경우 당시 재직 중이던 대학에 겸직 신고를 하지 않았다. 겸직 횟수가 통상적인 사외이사 활동의 관례를 넘어섰다는 지적과 함께 일부 활동에 대해선 사립학교법 위반 논란까지 일고 있다.○ 동시에 6개 기관에서 ‘겸직’ 윤 원장은 1998년 3월부터 2010년 2월까지 강원 춘천시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교수로 근무했다. 2010년 3월부터는 서울 동작구 숭실대로 자리를 옮겨 2016년 2월까지 금융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23일 본보 취재팀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윤 원장은 2001년 1월 한미은행(현 한국씨티은행)에서 사외이사 활동을 처음 시작했다. 대학 재직 중 공기업과 민간기업 또는 재단법인 등 8곳에서 사외이사와 비상임이사로 활동했다. 윤 원장의 ‘기업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때는 2008년이다. 그해 3월 20일 윤 원장은 한국거래소의 선임사외이사로 등기됐다. 이미 한국씨티은행과 HK저축은행 강원도개발공사 엠비케이(MBK)장학재단 등 4곳의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었다. 재단법인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의 비상임이사로도 재직 중이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저명한 인사의 경우 사외이사를 중복해서 맡는 사례가 종종 있다. 하지만 동시에 5, 6개 기관에서 비슷한 자리를 맡는 건 드문 편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달 28일 윤 원장은 한국씨티은행의 사외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듬해 4월 1일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의 비상임이사 활동도 종료됐다. 2008년 당시 윤 원장은 한국거래소와 HK저축은행에서 각각 한 달에 350만 원과 3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한국거래소에선 같은 해 총 18건의 이사회 등에 참석하며 별도로 수당 1000만 원을 받았다.○ “신고 없어” 사립학교법 위반 가능성 윤 원장은 총 8곳에서 사외이사나 비상임이사로 일했지만 소속 대학에 겸직 신고를 한 건 한국씨티은행 MBK장학재단 KB국민카드 3곳에 불과하다. 2003년 3월 6일 시행된 교육공무원법 19조의 2에 따르면 대학의 교원은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영리 목적 사기업의 직무를 겸할 수 없다. 윤 원장이 재직한 한림대와 숭실대 등 대학이 적용받는 사립학교법은 교육공무원법을 준용한다. 윤 원장도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윤 원장은 민간기업인 HK저축은행(2006∼2011년)과 ING생명(2013∼2018년)에서 각각 연간 3600만 원과 4700만 원의 보수를 받으며 사외이사로 활동했지만 소속 대학에 신고하지 않았다. 한림대 관계자는 “윤 원장이 교수 시절 사외이사 활동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사립학교 교원이 겸직을 신고하지 않아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당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2012년 한국여론방송의 사외이사로 등재되면서 재직 중이던 고려대에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당시 조 후보자는 “사외이사 등재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해 논란이 일었다. 윤 원장은 23일 금감원을 통해 밝힌 해명에서 “2008년 당시 5개 기관 중 3개는 비영리법인으로 통상적인 사외이사 업무를 수행한 건 아니다. 겸직 신고는 했을 것으로 기억하는데 안 됐다면 불찰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황성호 hsh0330@donga.com·김정훈 기자}

    • 201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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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이 세번까지 동의… ‘靑청원’ 부풀리기 정황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 규모가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 명이 최대 3회까지 ‘동의’할 수 있는 규정 탓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답변 기준인 ‘20만 이상 동의’를 달성하기 위해 중복 참여를 독려하는 움직임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14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한 온라인 카페에는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과 관련해 남녀 간 수사 형평성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에 참여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네이버를 비롯해 여러 계정을 통해 동의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포함돼 있다. 또 인터넷 접속기록이 남지 않는 웹 브라우저인 크롬의 ‘시크릿 모드’를 사용하라거나 인터넷 설정에서 쿠키 정보를 삭제하라는 등의 내용까지 자세히 담겨 있다. 해당 게시물은 하루 만에 1000건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다른 카페에도 같은 내용의 글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게시물이 동의를 유도한 건 바로 나흘 만에 34만 건이 넘는 동의를 얻어 낸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 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다. 글쓴이는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피해자를 공연음란죄로 처벌해 달라는 청원에도 동의를 요청하고 있다. 문제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중복 동의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민청원 동의는 네이버와 트위터, 페이스북 계정으로 참여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한 사람이 3번까지 동의할 수 있는 것이다. 일종의 ‘1인 3표제’인 셈이다. 이론대로면 동의가 20만 건, 30만 건이 넘는 국민청원의 실제 참여자가 3분의 1에 불과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시크릿 모드를 사용하면 인터넷 접속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동일한 사람이 중복으로 동의를 했다는 흔적도 지울 수 있다. 앞서 청와대는 올 2월 “일부 이용자가 국민청원게시판에 부적절한 접근을 한 것을 발견했다”며 카카오톡 계정을 통한 동의 참여를 제한했다. 당시 문제가 된 청원은 “초중고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청원 마감일에 6만 명의 동의가 한꺼번에 몰리며 20만 명을 넘어섰다. 한 사람이 여러 차례 동의를 선택하는 건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2017년 9월 ‘낙태죄 폐지’ 청원 당시 일부 온라인 게시판에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탭으로 동의를 여러 개 했다” “계정을 바꿔서 중복 참여가 가능하다”는 안내 글이 여럿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중복 동의가 허용된다면 ‘여론 부풀리기’에 해당될 수 있다며 조작 논란을 차단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김정훈·김은지 기자}

    • 201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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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포폴, 주사기에 담아 두기 예사”

    패혈증 의심 환자 20명이 발생한 서울 강남구 A피부과의원 측이 5개월 전 고장 난 냉장고에 프로포폴 주사기를 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A피부과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이미 냉장고가 고장 났다고 진술했다. 냉장 기능이 없는 무용지물이었지만 피부과 직원은 어린이날 연휴 전날인 4일 프로포폴을 나눠 담은 주사기 20여 개를 이곳에 보관했다. 그리고 사흘이 지난 7일 시술에 사용했다. 피부과 관계자는 “평소에는 토요일 진료를 앞두고 금요일에 미리 준비를 해놓는다. 이번에는 토요일(5일)이 휴일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평소처럼 4일 준비했다”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A피부과 원장 박모 씨(43)를 출국금지하고 이 같은 프로포폴 관리가 상습적으로 이뤄졌는지 조사 중이다. 프로포폴 부실 관리로 인한 사건·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미리 주사기에 나눠 담은 뒤 일정 시간 보관하는 건 관행이라는 게 의료계 종사자의 증언이다. 최근 1년간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일한 김모 씨(40·여·간호조무사)는 “프로포폴을 개봉해 쓰고 남으면 주사기에 담아 보관했다”고 털어놨다. 프로포폴을 앰풀에서 주사기에 옮기려면 5분가량 걸린다. 미리 담아 놓으면 환자가 몰릴 때 시술시간을 줄일 수 있다. 프로포폴에는 지방질 성분이 있고 항균제가 포함돼 있지 않아 공기와 접촉하면 세균이 빠르게 증식할 수 있다. 도난과 남용 사고도 자주 일어난다. 2011년 인천의 한 내과에서는 간호사가 없는 틈을 타 환자가 프로포폴 앰풀 15개를 훔쳐 달아났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에 따라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은 반드시 잠금장치가 있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불편하다는 이유로 잠금장치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곳이 많다. 10일 찾은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도 냉장고 잠금장치를 열어놓은 채 프로포폴을 사용 중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이중 잠금장치를 설치했지만 매번 열고 닫기가 번거로워 처음 한 번 열어놓고 다시 잠그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보다 비용을 신경 쓰는 의료계 인식을 문제로 꼽았다. 서구일 서울대 의대 연구교수(피부과)는 “프로포폴 50mL 한 병에 8000원이다. 큰돈이 아닌데도 이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김정훈 hun@donga.com·황성호 기자}

    • 2018-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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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프로포폴 오염?… 강남 피부과 환자 20명 집단패혈증

    유명 연예인들도 다닌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7일 미용 시술을 받은 환자 20명이 집단으로 패혈증 의심 증상을 보여 인근 대형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 관계자들은 경찰에서 시술에 쓰인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주사제가 약 60시간 동안 상온에 방치됐다고 진술했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방치된 프로포폴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피해 환자는 대부분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으로 피부 리프팅 레이저, 흉터 제거, 제모, 홍조 치료 등을 받았다. 이들은 순천향대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서울 시내 병원 6곳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21명 중 20명 급성 패혈증 증세 8일 서울 강남경찰서와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강남구 A피부과 원장 박모 씨(43)는 7일 오후 6시 45분 119 신고를 했다. “회복실에 있는 환자 3명이 복통과 구토, 저혈압 등을 호소해 대형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신고를 받은 소방재난본부가 환자 여러 명이 같은 증세를 보이는 점을 수상히 여겨 경찰과 보건 당국에 신고했다. A피부과는 경찰 요구에 따라 이날 시술을 받은 나머지 환자 전원에게 대형병원 진료를 받으라고 연락했다. 회복실에 머물다 이송된 3명을 제외한 환자 18명은 이날 오후 8~11시 직접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 결과 전체 21명 가운데 20명에게서 동일한 증상이 확인됐다. 각 병원은 패혈증이 의심된다며 모두 입원시켰다. 이들은 이날 정오~오후 3시 반 A피부과를 찾아 프로포폴 주사를 맞았다. 프로포폴 투여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패혈증 증세를 보인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 병원 관계자 여러 명은 시술에 쓰인 프로포폴이 상온에서 60시간가량 방치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환자 20명이 거의 동시에 패혈증 증세를 보인 만큼 장시간 상온에 방치되면서 오염된 프로포폴을 병원 측이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질병관리본부는 8일 A피부과를 현장 감식해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A피부과에는 피부과 전문의 박 원장과 간호조무사 4명, 피부관리사 5명 등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사건 당일에는 박 원장 등 8명이 일했다. 병원 홈페이지에는 시술을 받은 유명 연예인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와 있다.● 또 병원 내 감염 전문가들은 프로포폴을 맞은 지 8시간도 지나지 않아 패혈증 증상이 나타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보통 성인 몸에 소량의 세균이 침투하면 첫 증상은 24시간 후에 나타난다. 이 때문에 대량의 세균에 한꺼번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프로포폴 주사제는 지난해 12월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 당시 감염원이었던 ‘스모프리피드’처럼 지방 성분의 함량이 높아 세균이 성장하고 증식하기 쉽다. 2015년에는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오염된 프로포폴 주사를 맞은 환자가 숨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의료진이 주사제를 무균 환경에서 준비해야 한다는 수칙을 지켰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패혈증 ::상처로 세균 등이 들어간 뒤 전신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 여러 장기가 빠르게 나빠지는 질환.김정훈 hun@donga.com·조건희 기자}

    • 201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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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휴지통]은행금고서 사라진 다이아 귀고리

    지난해 11월 A 씨(74·여)는 서울 강남구의 B저축은행을 찾았다. 개인금고에 넣어둔 귀금속을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금고는 통째로 사라진 상태였다. 금고 안에 있던 귀금속은 다른 고객 상자에 있었다. 게다가 0.8캐럿짜리 다이아몬드 귀고리와 30돈짜리 금거북이 등 50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은 행방이 묘연했다. 전체의 절반이 넘었다. A 씨는 귀금속이 사라졌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2010년 11월 B저축은행은 C신용금고와 합병하면서 개인금고 운영을 중단키로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당장 귀금속을 보관할 방법이 마땅치 않자 저축은행 지점장에게 개인금고 이용 연장을 부탁했다. 저축은행 측은 고객 관리 차원에서 당분간 귀금속을 보관하기로 했다. 2015년 3월 B저축은행은 개인금고 운영을 완전히 중단하고 철거하기로 했다. 철거 계획을 금고 소유주에게 내용증명으로 알렸다. 문제는 A 씨 대신 엉뚱한 사람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다. A 씨는 2년 넘게 자신의 개인금고가 철거된 사실도 몰랐다. 저축은행 측은 통보 과정에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귀금속이 사라진 건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다. 철거 과정을 촬영한 영상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이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금고 특성상 실제로 귀금속이 금고 안에 있었는지조차 확인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 2018-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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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화로 가족 걱정만 하던 딸, 집 떠날때 말릴걸…”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8시경 정모(가명·55) 씨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정민지(가명·24·여) 씨 부모님이시죠? 민지 씨가 사고가 났습니다.” 서울의 경찰관이었다. 더 이상 설명은 없었다. 그저 “서울에 오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씨는 딸에게 “무슨 일 있느냐”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답이 없었다. 회사와 지인에게 “서울에 있는 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갔다 오겠다”며 길을 떠났다. 같은 날 오후 3시경 “나 배터리가 없어. 충전하고 전화할게”라는 카톡 메시지가 왔다. 딸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메시지를 보낸 시간에 민지 씨는 살아 있지 않았다. 이틀 전 최모 씨(31)에게 살해당했다. 최 씨가 민지 씨를 살해한 뒤 휴대전화를 훔쳐 달아났다가 정 씨에게 대신 답장을 보낸 것이다.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만난 정 씨의 눈은 초점 없이 허공을 향했다. 말끝마다 한숨이 따라붙었다. 그는 민지 씨 살해 사건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3, 4시간 걸려 서울로 올라왔다.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진 정 씨는 이날 공판에 나왔지만 정작 최 씨는 ‘몸이 아프다’며 출석하지 않았다. 최 씨는 민지 씨가 지난해 6월 뇌출혈로 사망한 여자친구의 욕을 해서 죽였다고 주장했다. 공판을 마친 뒤 정 씨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 “내 탓인 것 같다…”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딸은 성인이 된 뒤 “대학을 휴학하고 공장에 다니겠다”며 독립했다. 정 씨는 딸의 결정을 말리지 않았다. 그는 항상 딸에게 “너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정 씨는 그날의 결정이 뼈에 사무친다. 민지 씨는 서울에 간 뒤 매달 100만 원씩 적금을 넣었다. 부모님 생일이면 용돈을 거르지 않았고 통화 때마다 자신보다 늘 가족 걱정만 했다고 한다. 타지에서 혼자 사는 딸을 걱정했지만 믿음이 있었다. 민지 씨가 죽은 뒤 정 씨의 삶은 지옥이 됐다. 빈소를 차렸지만 차마 딸이 살해당한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장례를 치른 뒤 남은 가족은 거실에 모여 잔다. 정 씨는 “혼자 있으면 민지가 죽을 때의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아 잠들지 못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숨지기 일주일 전 민지 씨가 가족에게 연락했다. 민지 씨는 “부모님이 죽는 꿈을 꿨는데, 찾아보니 길몽이어서 너무 안심이 됐다. 우리 집에 좋은 일이 생기려나 보다”라고 말했다. 정 씨는 “로또라도 사라”고 답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대화였다.김정훈 hun@donga.com·황성호 기자}

    •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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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여친 연쇄살인 의혹 30대 “두 번째도 내가 살해” 자백

    ‘세 여친(여자친구) 연쇄 사망 사건’ 피의자 최모 씨(31·구속 기소)가 두 번째 여자친구 A 씨(21)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그동안 최 씨는 세 번째 여자친구 B 씨(23)만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최 씨가 “A 씨가 뇌출혈로 숨진 첫 번째 여자친구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지속해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해 12월 B 씨도 같은 이유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평소 차량을 타고 함께 돌아다니기를 좋아한 최 씨와 A 씨는 지난해 7월 인천에서 최 씨가 빌린 렌터카를 타고 경기 포천의 야산으로 갔다. 여기서 최 씨는 차량 트렁크에 준비해둔 둔기로 A 씨를 때려 숨지게 했다. 최 씨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에게 보낸 자필 편지에서까지도 ‘(당시) 렌터카를 나 혼자만 운전했던 것은 아니다. (이 사건으로) 나를 구설에 오르게 한 것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는 꼭 지게 할 것이다’라며 자신이 A 씨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이 물증을 제시하며 추궁하자 혐의를 시인한 것이다. 경찰은 “뇌출혈로 숨진 첫 번째 여자친구에 대해서는 범죄로 의심될 만한 정황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구특교 kootg@donga.com·김정훈 기자}

    • 201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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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포크로 돈 찍어 원하는 만큼 가져라” 룸살롱서 금수저 행세

    20대 여성 세 명이 차례로 숨졌다. 불과 6개월 사이 벌어진 일이다. 이들은 모두 한 남성의 연인이었다. 이른바 ‘세 여친 연쇄 사망 사건’이다. ‘남친’ 최모 씨(31)는 세 번째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나머지 한 여성은 병으로 숨졌고 다른 여성은 시신만 발견됐다. 경찰은 최 씨의 연쇄살인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본보는 경찰 수사기록과 검찰 공소장, 최 씨 주변 인물 18명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다 줄 테니 포크로 찍어서 원하는 만큼 가져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을 찾은 최 씨가 현금 다발을 테이블에 던졌다. 여종업원들이 깜짝 놀라며 포크로 찍어 돈을 챙겼다. 평소 주변에 “나는 금수저”라고 말하던 최 씨는 이런 식으로 수백만 원을 하룻밤 술값으로 썼다. 도박으로 돈을 날려도 금세 어디선가 판돈을 구했다. BMW와 아우디 등의 고급 세단이나 슈퍼카를 번갈아 탔다. 최 씨의 ‘금수저’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22일 경기 부천시의 한 모텔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병원에서 눈을 뜬 최 씨 앞에 형사들이 있었다.○ “옛 여친 욕하자 욱해서 살해” 자살 기도 사흘 전 서울 강남구의 한 원룸에서 정민지(가명·23·여)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근처 폐쇄회로(CC)TV에는 최 씨가 정 씨 집에 들어가는 장면이 찍혔다. 그해 성탄절에 퇴원한 최 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최 씨는 당시 정 씨로부터 “술값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았다고 한다. 사건 전 최 씨는 정 씨가 일하던 한 룸살롱에서 163만 원어치의 술을 마셨다. 당시 가까운 사이였던 정 씨가 결제했다. 정 씨는 평소 최 씨에게 자신의 계좌를 빌려주기도 했다.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최 씨가) 중국으로 밀항하려 한다”는 말을 들은 정 씨는 최 씨에게 술값을 요구했다. 최 씨는 “돈을 주겠다”며 정 씨의 집을 찾았다. 바로 그날 최 씨는 정 씨의 목을 졸랐다. 최 씨는 정 씨의 신용카드와 휴대전화를 훔쳐 달아났다. 훔친 카드로는 장난감을 샀다. 최 씨에겐 다섯 살 아들이 있다. 최 씨의 어머니는 “택시 운전사가 오더니 ‘아드님이 전해달라고 했다’며 손자에게 줄 장난감을 건넸다”고 말했다. 최 씨는 범행을 시인했다. 그는 경찰에서 “정 씨가 전 여자친구를 비하하는 욕설을 했다.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최 씨가 말한 ‘전 여친’은 박수정(가명·23·여) 씨다. 박 씨는 정 씨가 살해되기 6개월 전인 지난해 6월 병원에서 숨졌다. 두 여성은 경북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 최 씨가 정 씨를 처음 만난 곳도 ‘전 여친’ 박 씨의 빈소였다.○ 동거녀 쓰러진 날, 단둘이 있었다 최 씨 이력만 놓고 보면 ‘금수저’라는 걸 믿기 어렵다. 그는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했다. 2011년부터 경기 의정부시에서 이른바 보도방을 운영했다. 노래방에 여종업원을 보내는 일이다. 박 씨는 최 씨의 보도방에 있던 종업원이었다. 지인들에 따르면 2015년부터 두 사람은 연인이 됐고 사실상 동거 생활을 했다고 한다. 박 씨는 지난해 6월 1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숨졌다. 사망진단서에 적힌 사인은 뇌출혈. 처음 병원에 실려 왔을 때 박 씨는 살아 있었다. 당시 병문안을 했던 박 씨 친구는 “(박 씨의) 눈이 감겨 있었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고 말했다. 입원 나흘 뒤 박 씨는 숨을 거뒀다. 당시 박 씨의 사망 경위에 의심을 품은 사람은 없었다. 부검도 하지 않았다. 시신은 화장됐다. 6개월 후 최 씨가 살인 혐의로 구속되자 경찰은 박 씨의 타살 가능성을 재조사하고 있다. 박 씨가 쓰러지던 날 의정부의 한 모텔에 두 사람만 있던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최 씨는 “(박 씨가) 머리가 아프다고 해 등을 두드려 줬는데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데리고 갔다”고 주변에 말했다. 또 다른 지인에게는 “(박 씨가) 화장대에서 머리를 말리다가 갑자기 뒤로 넘어갔다”고 했다. 박 씨의 의료기록에는 외상 흔적이 나오지 않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도 “타살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박 씨 외삼촌은 “당시 의사로부터 ‘(박 씨와 같은) 뇌출혈 사망이 일어날 확률은 1만분의 1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누나(박 씨 어머니)가 충격이 커 부검을 못 한 게 너무 후회된다”고 말했다. ○ 실종 수사 시작되자 “밀항하겠다” 지난해 6월 박 씨 장례 후 최 씨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약 한 달 뒤 최 씨는 5000만 원가량이 든 가방을 들고 의정부 유흥가에 나타났다. 최 씨는 “람보르기니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샀는데 거기 투자했던 돈을 돌려받았다”고 주변에 말했다. 최 씨가 모습을 드러내기 며칠 전 의정부에서 유흥업소 여종업원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최 씨의 보도방 종업원이던 장지혜(가명·21·여) 씨다. 지인들은 “장 씨는 2016년 최 씨와 짧게 교제했던 사이”라고 전했다. 이때만 해도 장 씨 실종을 최 씨와 연결짓는 사람은 없었다. 최 씨 지인들은 “대부분 장 씨가 보도방 일이 싫어 잠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 씨의 어머니는 가만있을 수 없었다. 지난해 11월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보도방 업주이자 옛 남자친구인 최 씨가 용의선상에 올랐다. 이 무렵 최 씨는 휴대전화를 끈 채 자주 잠적했다. 어쩌다 지인을 만나면 “중국으로 밀항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원 없이 돈이라도 다 써보고 싶다”는 말도 남겼다. 경찰은 장 씨가 실종 직전 지인에게 2000만 원을 빌린 사실을 확인했다. 돈의 행방은 묘연했다. 결정적 단서는 인천의 한 렌터카업체에서 발견됐다. 장 씨는 지난해 7월 중순 이곳에서 K5 승용차를 빌렸다. 그런데 반납자는 장 씨가 아닌 최 씨였다. K5는 스팀세차까지 말끔히 마친 상태에서 반납됐다. 경찰은 이 차량이 경기 포천시의 한 야산을 오간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달 중순 이 야산에서 얇은 옷차림의 장 씨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실종 8개월 만이다. 국과수 부검 결과 장 씨의 사인은 외부 충격에 의한 머리 손상이었다. 최 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경찰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최 씨가 지난해 12월 정 씨를 살해한 혐의로 이미 구속된 것이다. 최 씨는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난해 11월부터 수사망을 피해 다니다 한 달 만에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 “나 혼자가 아니다”라며 공범 암시 최 씨는 12일 본보 기자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는 “당시 K5 차량을 나 혼자만 운전했던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포천까지 간 것은 맞지만 공범이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최 씨가 직접 공범 가능성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그는 장 씨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도 공범의 존재 가능성을 수사했다. 이달 초 경찰은 체포영장을 집행해 최 씨를 조사했다. 그러나 최 씨는 공범의 존재 가능성을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최 씨 측에 따르면 그는 경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한다. 실제 경찰의 질문에 최 씨는 제대로 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찰이 추가로 확보한 증거를 제시하면 최 씨는 “이것까지 확인하느라 수고하셨네”라고 대꾸한다. 경찰 관계자는 “공범 가능성도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의정부=황성호 hsh0330@donga.com·김정훈·김자현 기자}

    • 2018-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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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 장애 있어 결혼했나” 이주민 가슴에 대못 박는 사람들

    “남편이 장애가 있나 보네. 멀쩡했으면 동남아 여자랑 결혼했겠어?” 얼마 전 동네 놀이터에서 만난 한 할머니가 A 씨(38·여)에게 던진 말이다. 베트남 출신의 A 씨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13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 A 씨는 “남편은 멀쩡하다.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결국 나는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초등학생인 두 딸이 비슷한 일을 당할 때면 A 씨의 가슴이 미어진다. 어른 중에는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니 너도 한국말 못하겠네”, “베트남은 못사는 나라라 여기서 사느냐”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경우가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다문화가정의 자녀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과목을 잘한다”고 적힌 걸 보고도 서러움을 느꼈다. 담임선생님마저 이주민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생각 때문이다. A 씨는 “이주민이 많이 늘어나면서 시선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일상 생활 속의 차별과 멸시는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 ‘이주민 환대지수’ OECD 바닥권 A 씨가 일상에서 경험한 것처럼 한국 사회가 여전히 이주민을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일 한양대 평화연구소(소장 최진우)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회원국 중에서 ‘이주민 환대지수(Hospitality Index)’가 21위(2017년 기준)였다. 꼴찌에서 세 번째였다. 한양대 평화연구소가 개발한 이주민 환대지수는 각 공동체가 이주민을 일상에서 맞아들이는 열린 태도를 지표화한 것이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멕시코와 터키뿐이었다. 5년 전 한국의 이주민 환대지수도 똑같은 21위였다. 하지만 평균 수치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민을 대하는 한국인의 태도가 더 차가워졌다는 뜻이다. 본보 취재팀이 만난 이주민 10명도 “한국이 빠르게 선진화했다지만 이주민을 대하는 차별적 시선은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3년 전 한국인과 결혼해 부산에 살고 있는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B 씨(23)는 얼마 전 한 중년 여성에게 혼쭐이 났다. 지하철 빈자리에 앉아있는데 중년 여성이 다가와 발을 툭툭 치며 “자리에서 비켜”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온 은모 씨(42·여)도 ‘지하철 악몽’을 겪었다. 지하철에서 은 씨의 중국말 대화를 들은 한 60대 남성이 “커피 사 마실 형편도 안 될 텐데 이거라도 마시라”며 자신이 먹던 커피를 은 씨에게 건넨 것이다. ○ 더 은밀해진 ‘일상 속 차별’ 이주민 환대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권리 △소통과 문화 △사회경제 3개 분야 중 유독 ‘소통과 문화’ 영역의 지수가 아주 낮았다. 혈통 중심의 문화 인식이 강하고 저개발국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매우 심한 것이다. 모든 이주민이 대표적으로 꼽는 편견과 차별은 가까이 오지 않는 한국인의 모습이다. 이들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신의 양쪽 자리만 비어 있을 때 수치심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네팔 출신 유학생 프라밧 씨(27)는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서툰 한국말에 종업원이 ‘주문할 줄 모르면 나가라’고 말해 쫓겨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준성 한양대 평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우리나라는 이주민들과 공생할 수 밖에 없는 이민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일반인들이 이주민과 직접 대면하는 일이 드물고 간접적으로만 접하다보니 오해와 오인의 소지가 많은데 이를 최소화하는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정훈·김은지 기자}

    • 201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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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지역 초교 “예산 부족”… 학교지킴이 하루 3시간만 고용

    4일 오전 11시 40분경 경기지역 A초등학교. 정문과 후문 등 출입문 3개가 활짝 열려 있었다. 교육부의 ‘학생보호 및 학교안전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등하교 시간 외에는 출입문을 폐쇄해야 한다. 하지만 이 학교는 수업시간에도 모든 출입문이 열려 있었다. 이날 학교 정문으로 들어온 30대 남성 2명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후문으로 나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아무도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운동장에선 학생들이 체육수업 중이었다. 학교 본관 1층에 탁자 하나가 있었다. 지키는 사람은 없었다. 탁자에는 ‘학교방문수칙’과 ‘외부인 출입 시 출입증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팻말이 놓여 있었다. 2일 서울 방배초등학교 인질극 발생 후 지방 학교의 출입관리 실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예산 부족으로 인력을 축소 운영하거나 아예 배치하지 않는 등 서울보다 더 열악한 탓이다. 경기지역만 해도 출입관리에 구멍이 뚫린 학교가 곳곳에 있다. 4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경기지역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배움터지킴이’는 하루 3시간만 일한다. 교육청이 학교에 지원하는 예산이 연간 400만 원에 불과한 탓이다. 배움터지킴이는 서울지역의 학교보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A초교 관계자는 “예산 탓에 배움터지킴이를 추가로 고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배움터지킴이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순찰이나 안전사고 예방 같은 업무를 하면서 출입 관리까지 완벽하게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4일 오전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배움터지킴이 A 씨(70대)는 쉬는 시간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아이들을 말리느라 바빴다. 그 사이 학교 정문은 무방비였다. 수업 종이 울린 뒤 기자를 발견한 A 씨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보살피는 것도 중요한 업무라 쉬는 시간에는 많이 긴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인 출입 문제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A 씨는 “문을 잠가 놓으면 제일 편하다. 하지만 아이 준비물 때문에 급히 달려오는 학부모도 있고 급식이나 공사업체 등 차량도 수시로 드나든다. 도저히 문을 잠가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300m 정도 떨어진 다른 초등학교의 배움터지킴이실은 비어 있었다. 뒤늦게 돌아온 B 씨는 “수업시간이라 아이들이 교실로 간 틈을 타 급히 화장실에 다녀왔다. 사실 2명은 있어야 큰 문제없이 관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김정훈 / 부산=강성명 기자}

    •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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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흉기 숨긴 인질범, “졸업생” 한마디에… 초등교 뻥 뚫렸다

    20대 남성이 대낮에 자신이 졸업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여학생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이 남성은 수업 중이던 학교에 “졸업생”이라는 한마디로 들어가 어린 여학생에게 흉기를 들이댔다. 약 1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고 학생은 무사했지만 학교 안전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술했던 초등학교 안전 시스템 2일 서울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경 양모 씨(25)가 서초구 방배초등학교를 찾았다. 양 씨는 정문 옆 초소의 학교보안관에게 “졸업생인데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고 말했다. 양 씨는 신분증을 제시하지도 않고 학교로 들어갔다. 양 씨는 증명서를 발급하는 행정실 대신 교무실로 들어갔다. 이어 쉬는 시간을 이용해 교무실에 온 A 양(10)을 갑자기 붙잡고 흉기를 들이댔다.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하던 교사들에게는 “기자를 불러 달라”고 말했다. 교감이 “아이를 풀어 달라”고 했지만 허사였다. 오전 11시 50분경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게 양 씨는 “군대에서 당한 억울한 일을 보상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양 씨는 인질극을 벌이다 몇 차례 순간적으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발작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또 A 양에게는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낮 12시 반경 경찰은 “점심시간이 지났으니 A 양과 함께 끼니를 해결하라”며 빵과 우유를 책상에 올려놨다. 이것을 먹으려고 잠시 흉기를 책상에 내려놓았을 때 경찰들이 달려들어 붙잡았다. 인질극을 벌인 지 1시간 10분이 지난 때였다. A 양은 근처 병원으로 가서 치료와 심리상담을 받았다. 인질극이 벌어지자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교실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방송했다. 학부모들에겐 “학교 사정상 방과 후 수업을 취소한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뒤늦게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질극 소식을 접하고 놀란 학부모 수백 명이 학교로 몰려들었다. 전교생은 995명이다. 교육부는 2014년 학교 범죄 예방을 위해 외부인의 학교 출입 때 반드시 학교보안관에게 신분증을 맡기고 일일방문증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이날 이런 절차는 없었고, 졸업생 확인도 없이 양 씨는 학교로 들어갔다. 나중에 경찰은 그가 이 학교를 졸업했다고 확인했다. 학교 관계자는 “졸업생이라는 말을 듣고는 학교보안관이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본인은 실수였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국가유공자 지정해 달라” 요구 검거된 양 씨는 인근 종합병원에서 4시간가량 뇌전증 치료를 받은 뒤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경찰에서 2013∼2014년 상근예비역으로 군 복무를 할 때 겪은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정부가 보상해주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양 씨는 “군 복무 때 가혹행위와 폭언, 질타, 협박 등으로 뇌전증과 조현병이 발생했다. 2014년 7월 의병제대를 한 뒤 국가보훈처 등에 보상을 요구했는데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보훈처에 따르면 양 씨는 2014년과 지난해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서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의 주장처럼 뇌전증과 조현병이 군 생활 때문에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면 1차 관문인 서류 심사를 통과하는데 그는 서류 심사에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양 씨는 어린 시절 겪은 교통사고와 낙상으로 뇌수막염 등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대한 2013년 중반부터는 뇌전증이 심해져 몇 차례 발작으로 쓰러지기도 해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의병제대 직전인 2014년 중반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황성호 hsh0330@donga.com·김정훈·김자현 기자}

    • 201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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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난 우려해 소화기를 소화전에…김부겸 장관, 요양병원 불시 안전점검

    “아이고 옷이 다 젖었네” 26일 오후 2시 30분경 경기 의정부시 A 요양병원 화장실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물벼락을 맞았다. 노란색 민방위복과 머리카락, 안경이 흠뻑 젖었다. 피할 새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범인’은 벽에 있던 스프링클러 시험용 밸브였다.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던 중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지난달 시작한 국가안전대진단이 반환점을 돌았다. 159명의 인명피해를 낸 세종병원 화재를 계기로 지방 중소형 병원의 안전실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날 김 장관 등 점검단은 예고 없이 이 병원을 찾았다. A 요양병원은 2003년 지어진 지하 3층, 지상 11층 규모 건물의 4층에 있다. 건물에는 학원과 음식점 등 여러 상업시설이 있다. 이날 오후 1시 50분경 김 장관과 서은석 의정부소방서장, 행안부 관계자 등 점검단 14명이 건물 앞에 모였다. 2층 관리실로 올라가는 동안 ‘유도등’이 켜지지 않은 것이 발견됐다. 관리실 문을 연 김 장관을 본 임경순 관리소장과 직원들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점심식사 후 업무에 한창일 때 점검단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있는 그대로 보여달라”는 김 장관에게 임 소장은 “알았다”며 일행을 안내했다. 먼저 11층을 찾았다. 김 장관이 화재신호를 내는 150㎝ 길이의 막대를 천장의 화재감지기에 댔다. 방화셔터 작동을 보기 위해서다. ‘드르륵’ 소리를 내며 철제 방화셔터가 천장에서 내려오던 중 김 장관의 손가락이 셔터를 가리켰다. 셔터 중간의 여닫이문 윗부분이 휘어져 틈이 생겨있었다. 김 장관은 “화재 시 틈으로 연기가 새나갈 수 있다”며 임 소장에게 개선을 당부했다. 4층 요양병원에서는 점검단 일행을 본 환자와 보호자들이 “무슨 일이냐”며 웅성거렸다. 김 장관이 “놀라지 마세요. 소방점검 나왔어요”라며 다독였다. 병원 관계자들은 일행에게 화재 대비 체계를 설명했다. 매뉴얼에 있는 화재 시 역할분담부터 상황전파, 스프링클러 가동 상황을 소개했다. 하지만 소화기가 보이지 않았다. 도난을 우려해 병원 측에서 옥내 소화전에 넣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이러면 위급상황에 소화기가 있는지 모른다. 도난 위험이 있어도 놔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 50분의 점검 후 임 소장이 점검확인서에 서명을 했다. 김 장관은 “요양병원이 4층. 요양원이 8층에 있는 건물구조에서 화재 시 어떻게 다 피난시킬지 걱정이다”라며 면밀한 대책을 당부했다. 21일까지 이번 대진단에서 전국 요양병원의 29.5%%인 671개가 시정명령,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행안부는 대진단이 마무리된 후 결과를 일반에 공개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의정부=김정훈기자 hun@donga.com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 20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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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땅콩회항’ 연루 간부 업무복귀… 조현아도 컴백?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에 연루됐던 여운진 대한항공 상무(61)가 최근 자회사인 에어코리아 상근고문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직 없이 대기발령 상태였던 여 상무가 업무에 복귀함에 따라 땅콩회항 사건으로 물러났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2일 대한항공과 에어코리아 등에 따르면 여 상무는 18일 대한항공 퇴직 후 19일 에어코리아 상무로 부임했다. 에어코리아는 대한항공과 진에어 그리고 외국 항공사 등 35개 항공사의 발권과 탑승 서비스를 위탁 수행하는 대한항공 자회사다. 여 상무는 2014년 12월 발생한 땅콩회항 사건으로 현직에서 물러나 3년간 대기발령 상태였다. 땅콩회항은 당시 뉴욕발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조 전 부사장이 땅콩 제공 등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여객기를 계류장에서 되돌린 사건이다. 여 상무는 회항의 원인이 조 전 부사장의 욕설과 폭언이었다는 걸 은폐하기 위해 박창진 전 사무장 등 승무원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한 혐의(강요, 위계 공무집행방해)로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으로 풀려났다. 이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여 상무의 업무 복귀를 놓고 대한항공과 에어코리아 내부에서 불만 섞인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코리아 직원 A 씨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임원을 복귀시킨 건 오너 일가의 최측근이란 이유로 자리 챙겨준 걸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승무원 B 씨는 “땅콩회항과 유사한 사건이 벌어지면 또다시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며 불안해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 상무는 항공서비스 분야에 오랜 경력이 있고 계열사 순환인사 차원에서 이번에 에어코리아 고문을 맡은 것”이라며 조 전 부사장 복귀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땅콩회항 사건 후) 3년 이상 지난 만큼 내부에서는 조 전 부사장 복귀 가능성이 무르익었다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밝혔다.조동주 djc@donga.com·김정훈 기자}

    •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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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리 꼬고 앉았다고… 의경에 폭언한 경감 대기발령

    12일 오후 10시경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파티가 열렸다. 장소는 의경들이 생활하는 본부소대 내무반. 파티의 주인공은 이날 생일을 맞은 A 경감(43)이었다. 경찰서 안에 있는 공간이지만 현장에는 20캔 정도의 맥주가 준비돼 있었다. A 경감과 의경 10명이 참석했다. 일부는 이미 취한 상태였다. 내무반에 오기 전 A 경감은 의경 3명과 함께 광진구의 한 양꼬치 집에서 1차 생일파티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소주 3병을 나눠 마셨다. 그러고 경찰서에서 2차 생일파티가 이어진 것이다. 술자리가 한창 벌어지다 A 경감이 갑자기 의경 B 씨를 향해 “야, 이 ××, 버르장머리 없는 ××”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전역을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던졌다. B 씨가 술자리에서 다리를 꼬고 앉고 발바닥을 손으로 만졌다는 이유였다. A 경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B 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간 뒤 “네가 뭔데 내 생일파티를 망치느냐”며 욕설과 폭언을 이어갔다. 당시 상황은 내부 신고를 통해 경찰서에 접수됐다. 경찰은 A 경감을 다른 경찰서로 전보 조치하고 징계 결정을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의경을 데리고 나가 술을 마시고 부대 안에서 술을 마신 것 모두 규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A 경감은 의경들과 술을 마시고 폭언한 건 인정하면서도 “B 씨가 나를 노려보는 등 하극상 같은 행동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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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부발 여객기 이륙 지연… 승객들 17시간 발동동

    필리핀 유명 관광지인 세부를 출발해 한국으로 오려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고장으로 17시간 넘게 지연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15일 아시아나항공과 승객들에 따르면 12일 오전 2시 30분(현지 시간) 필리핀 막탄세부 국제공항을 출발할 예정이던 아시아나항공 OZ-710편 여객기 사전점검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승객 216명은 아직 탑승하기 전이었다. 앞서 이 여객기는 오전 1시 50분 이륙할 예정이었으나 항공편 연결 문제 등으로 출발시간이 한 차례 변경된 상태였다. 바뀐 일정에서도 2시간이나 더 늦어진 오전 4시 30분경 참다못한 승객들 사이에서 항의가 시작됐다. 승객들은 항공사 직원들이 “활주로에 문제가 생겼다” “기상 악화로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식으로 계속 말을 바꿨다며 언성을 높였다. 항공사 측은 12일 오전 6시경에야 “항공기 내비게이션 등 부품 결함이 발견돼 이륙이 불가능하다”고 승객들에게 알렸다. 항공사 측은 승객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100달러 상당의 항공사 상품권을 지급했다. 그러나 일부 승객은 항공사 측이 기체 결함 사실을 뒤늦게 알린 것에 거세게 반발했다. 승객 A 씨(38)는 “4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부품이 고장 났다고 알리는 게 말이 되느냐. 아들이 장애가 있어 몸이 불편한데 항공사 직원 말만 믿고 계속 기다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여객기는 한국 시간 기준으로 12일 오전 7시 10분경 도착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발이 늦어지면서 승객 중 일부 직장인은 출근도 하지 못했다. 항공사 측은 결국 대체 항공편을 투입했다. 승객들을 태운 여객기는 12일 오후 7시 50분경 막탄세부 국제공항을 이륙했다. 당초 일정보다 약 17시간 20분 늦었다. 여객기는 13일 오전 2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세부 현지에서 초기 대응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 조치였다”고 밝혔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 201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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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나 여객기 18시간 출발지연…승객 216명 ‘발동동’

    12일 오전 2시 30분, 필리핀 막탄세부 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던 아시아나 여객기가 오후 8시가 다 돼서야 이륙하는 일이 벌어졌다. 승객 216명은 “월요일 하루를 다 날렸다”며 18시간 가까이 발을 동동 굴렀다. 막탄세부 국제공항에서 고성이 오간 건 12일 오전 4시 30분부터였다. 2시간 째 비행기가 출발하지 못하자 승객들이 “기다리라 해놓고 왜 자꾸 말이 바뀌느냐”며 언성을 높인 것이다. 승객들에 따르면 아시아나 직원은 “활주로에 문제가 생겼다” “기상 악화로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2시간 동안 설명을 번복했다. 당초 ‘세부-인천행’ 항공기는 12일 오전 1시 50분에 출발 예정이었다. 그런데 전날(11일) 오후 10시 5분경 아시아나 측이 ‘항공기 연결사정으로 출발 예정시간이 2시 30분으로 변경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승객들에게 보냈다. 이미 한 차례 변경된 시간이었다. 12일 오전 6시경, 승강장 곳곳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번엔 “항공기 네비게이션 등 부품 결함이 발견돼 이륙이 불가능하다”라는 내용이 공지됐다. 이후 아시아나 측은 숙소를 마련해주며 100달러 아시아나 상품권을 승객들에게 지급했다. 승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승객 편모 씨(38)는 “4시간이 지나서야 기계 결함을 공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아들이 뇌병변 장애 1급을 앓고 있어 누워있는 것마저 불편한데 ‘기다려달라’는 말만 믿고 기다렸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월요일 휴가 복귀 예정이던 한 부사관은 탈영 조치를 당할까 전전긍긍했다. 회사원들은 새벽 시간 직장 상사들에게 연차를 하루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승객 216명은 13일 새벽 2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18시간 출발 지연은 이례적인 일이긴 하다. 세부 현지에서 초기 대응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선을 다한 조치였다”라고 밝혔다. 김정훈기자 hun@donga.com}

    • 201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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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도 아빠같은 놈에게 당해봐야” 비뚤어진 분노

    “○○○, 강간마의 ○○아, 너도 고개 숙이고 모자 쓰고 다녀라.” 10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배우 조민기 씨(53)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 씨의 딸을 향해 한 누리꾼이 올린 협박성 글이다. 조 씨의 딸은 2015년 지상파 방송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조 씨와 함께 출연해 인기를 얻었다. 다른 누리꾼은 “○○○도 미국 교수에게 똑같이 당할 것이다”는 글을 남겼다. 조 씨의 딸이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인 사실을 알고 이런 글을 남긴 것이다. ○ 가해자 가족들에게 쏟아지는 공격들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가해자 가족을 향한 일부 누리꾼의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 특히 비난의 대상이 되는 가해자 가족 중 딸이나 부인 등 여성이 주로 표적이 된다. 현재 인터넷상에는 가해자와 관련된 기사에 가해자 가족을 향한 수십 개의 공격성 댓글이 올라오거나 가해자 가족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남기는 방식으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조재현 씨(53)와 함께 지상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조 씨 딸의 인스타그램에는 “○○○랑 자는 사이?”, “다른 배우한테 한 것처럼 예뻐해 주나요? 뒤에서 손 쓱 넣고 만지고?” 같은 글이 올라왔다. 조 씨의 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댓글 작성을 중단한 상태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와 관련된 기사에는 “네 가족들도 똑같이 당하리라”와 같이 저주하는 댓글이 달렸다. 가해자 가족을 향한 공격 때문에 엉뚱하게 제3자가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 딸의 실명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배우 이모 씨의 SNS를 찾아가 험담을 퍼부었다. 하지만 동명이인이었다. 배우 이 씨는 지난달 20일 “그의 딸은 연출가이고 저는 배우입니다”라고 글을 올려 해프닝이 일단락됐다. 가해자 가족에 대해 노골적으로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누리꾼은 “○○○ 딸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 보니 ○○이 장난 아니게 커서 놀랐다”는 댓글을 남겼다. ○ “부인·딸 공격…또 다른 피해자 양산” 미투 확산 과정에서 가해자 가족에게 공격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가해자의 딸과 부인을 공격하면 가해자가 가장 고통스러워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피해자들이 여성인 만큼 가해자의 부인이나 딸도 똑같이 피해를 입어야 한다는 반대급부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과 비슷한 연령대의 가해자 딸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미투 사례는 아니지만 지난해 1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누드 합성 그림 ‘더러운 잠’을 국회에서 전시한 것을 빗대 누리꾼들이 표 의원의 부인과 딸의 누드 합성 사진을 유포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해자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선을 넘는 행동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가해자 가족들을 향한 공격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정훈 기자}

    •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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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원합니다” “반성합니다” 여성의 날 ‘위드유’ 함성

    “곪았던 부위가 잘 터졌다고 생각합니다. 용기를 낸 피해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8일 낮 12시경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석고로 만든 일그러진 표정의 남성 탈 앞에서 여성 20여 명이 ‘미투(#MeToo·나도 당했다)’와 ‘위드유(#Withyou·함께하겠습니다)’가 적힌 보라색 피켓을 들고 섰다. 이들 한국여성연극협회 회원은 이윤택 씨(66·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를 비롯해 연극계 전반으로 확산된 성추문을 반성하기 위해 모였다. 참가자들은 “폭로자들을 응원하고, 방관자로서 반성한다”며 약 1km를 침묵 행진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전국에서 미투 운동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성의 날 국내 법정기념일 지정을 축하하며 성폭력에 대한 법 및 제도적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높았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뜻하는 ‘흰 장미’도 곳곳에서 등장했다. 1월 말 열린 미국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유명 여성가수들이 옷에 흰 장미를 달고 나오면서 미투 운동 지지의 상징이 됐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오전 11시부터 서울 곳곳에서 ‘흰 장미’ 5000송이를 나눠줬다. 불꽃페미액션,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같은 여성단체도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흰 장미를 들고 집회를 열었다. 한국YWCA연합회 회원 100여 명은 오후 1시 반부터 서울 중구 명동 일대를 약 30분간 행진하며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사법당국의 엄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를 비롯한 13개 단체가 만든 ‘3·8 3시 스톱(STOP) 공동기획단’은 오후 3시부터 약 1000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광화문광장에 모여 “직장 성희롱을 근절하라”고 주장했다.권기범 kaki@donga.com·김정훈 기자}

    •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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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안희정, 비서 성폭행때 이용한 오피스텔은 건설업 친구의 것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지난달 25일 전 비서 김지은 씨(33)를 성폭행한 장소인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은 안 전 지사의 오랜 친구 S 씨(53)가 운영하는 건설사 소유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안 전 지사는 30여 년 전 대학생 때 학생운동을 함께한 S 씨로부터 오피스텔을 무료로 쓰도록 편의를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안 전 지사가 이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사용한 정황을 파악하고 대가 관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8일 오피스텔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지난달 24일 심야에 안 전 지사가, 이튿날 새벽에 김 씨가 오피스텔에 들어간 뒤 따로 나오는 모습을 확보하고 안 전 지사를 출국 금지했다. 검찰은 충남도로부터 안 전 지사의 지난해 1월부터 1년간 동선이 담긴 일정표를 확보해 김 씨 주장과 비교 분석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을 소유한 건설사의 실소유주 S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전 지사에게 오피스텔을 쓰도록 한 사실을 인정했다. S 씨는 “안 전 지사에게 ‘서울에 출장 왔을 때 잠시 쉴 데가 필요하면 이용하라’며 오피스텔 비밀번호를 알려줬지만 그곳에서 성폭행이 있었다는 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S 씨의 건설사가 55.92m² 규모의 오피스텔을 4억1000만 원에 산 건 지난해 8월. 안 전 지사가 러시아에 출장을 가 김 씨를 성폭행한 지 한 달 뒤다. 거실에 방이 딸린 이 오피스텔에는 침대와 부엌, 컴퓨터와 책상 등이 갖춰져 있다. 오피스텔 건물은 안 전 지사가 설립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에서 약 4km 떨어져 있다. 이 연구소 연구원 A 씨도 안 전 지사에게 세 차례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했다. S 씨는 오피스텔 용도에 대해 “수도권 일대 건설 현장을 오가는 회사 임직원들을 위한 숙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당시 건설사 공동대표는 “마포에 임직원용 오피스텔이 있었다는 건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S 씨 한 측근은 “마포 오피스텔은 S 씨 개인 공간”이라고 털어놨다. 법조계에선 안 전 지사가 S 씨 회사 명의로 된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써온 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높다고 본다. 만약 안 전 지사가 오피스텔 사용 대가로 S 씨 사업에 도움을 줬다면 뇌물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 건설사 일부 임직원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 만큼 안 전 지사와 S 씨 친분은 두터웠다. 지난해 초 안 전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 S 씨는 직원들에게 “안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나는 친구를 잃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S 씨는 1990년대 대우건설에 다녔고, 그의 건설사는 대우건설에서 주로 하도급을 받고 있다. 안 전 지사는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대우건설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1년형을 받았다. 한편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피해자 A 씨는 변호사 2명을 선임해 고소장을 작성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측은 A 씨가 이르면 9일 안 전 지사를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성폭력상담소협의회 관계자는 “안 전 지사가 2017년 1월 서울 여의도 호텔에서 성폭행할 때 비서진을 따돌리고 의도적으로 A 씨를 만났기에 혐의 입증이 어렵지 않다”며 “A 씨는 2차 피해를 우려해 신원을 드러내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정현우·김정훈 기자}

    •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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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안함 유족들 “참담… 文대통령 직접 설명해달라”

    “어른(천안함 용사)들은 어른이라고 해. 이 어린 것들은 어떻게 할 건데!” 25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 30대 여성이 울분을 토로했다. 이 여성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으로 남편을 잃고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여성의 절규를 따라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오후 2시 40분경 천안함46용사유족회 소속 30여 명은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폭침 주범이 김영철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표는 정부가 김영철을 비호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며 “현 정부 들어 유족들이 소외당하고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참담하다. 아픔과 상처를 문 대통령께서 직접 위로·격려해줄 생각은 없느냐”고 밝혔다. 한 유족은 “내 자식은 나라 지키다가 죽었다. 우리가 세월호보다 못하나. 우리는 왜 참아야 하나”라고 소리쳤다. 고 강태민 상병의 어머니 봉순복 씨(53)는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시신을) 모두 찾을 때까지 몇 년이고 기다릴 걸 그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성우 유족회장은 “부모와 형제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줄 생각이 있다면 꼭 문 대통령이 답변해 주길 바란다”며 “유족들을 무시하고 답변이 없다면 분신을 할 각오로 이 자리에 다시 서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의 항의서한은 오후 3시 20분경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에게 전달됐다. 앞서 이날 오전 유족들은 김영철의 방남 저지를 위해 9시 30분경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첫 집회를 시작했다. 40여 명의 천안함 유가족이 함께했다. 김영철은 오전 10시경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한 방남이 예고돼 있었다. 현장에는 경찰 병력 2500명이 배치됐다. 유족들은 ‘김영철은 유족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 ‘북한은 천안함 폭침을 사죄하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일부 유족은 김영철의 사진에 빨간색으로 ‘×’자를 그려놓은 팻말을 꼭 붙잡고 있었다. 통일대교 집회 현장은 김영철의 ‘우회’로 마무리됐다. 김영철이 통일대교를 이용하지 않고 인근의 전진교를 통해 서울로 이동했다. 파주=황성호 hsh0330@donga.com / 김정훈 기자}

    • 20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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