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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노인의 날 기념식이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노인회(회장 이중근) 주관,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면 축사를 통해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품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책무를 다하겠다”며 “우리 사회의 기둥으로서 사회 발전에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륜을 보태어 달라”고 당부했다. 행사에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450여 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에서는 이장으로 활동하며 생활이 어려운 홀몸노인 등을 도운 도호근 씨(81) 등 3명이 국민훈장을 받았다. 또 국민포장 3명, 대통령표창 16명 등 총 112명이 포상을 받았다. 이중근 회장은 인사말에서 “한반도 평화와 국가 발전을 뒷받침하는 책임과 사명감으로 어른다운 노인이 되자”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지난달 30일 6시경 뚝섬유원지 인근. 한강의 석양을 볼 수 있는 ‘야간 카약’에 탑승하기 위해 시민 40여 명이 모여 들었다. 카약은 동력이 없는 배를 양쪽 노로 젓는 방식으로, 한강공원 인근의 카약 대여업체에서 1인당 2만∼3만 원을 내면 빌릴 수 있다. 오후 7시가 넘자 해가 완전히 저물어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데도 카약 탑승은 이어졌다. 어두운 강 위에서 카약을 타는데도 이들이 갖춘 안전장비는 구명조끼 하나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카약 두 척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카약끼리 부딪친 것이다. 김모 씨(30)는 “초보자인 데다 바람이 많이 불어 방향을 잡기 힘들어 지나가는 다른 카약과 부딪쳤다”고 했다. 실제로 한강에 어둠이 짙게 깔렸지만, 경광등이나 랜턴을 달고 있는 카약은 한 척도 없었다. 카약 탑승자가 물에 빠질 경우 자신의 위치를 알리거나 구조 요청을 할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휴대전화 불빛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같은 시간 반대편에서는 카약 한 척이 청담대교 북단을 향해 홀로 흘러가고 있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카약이 뒤집힐 듯 좌우로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배를 도와줄 가이드는 없었다. 야간 카약을 운영하는 A업체 대표는 “참가자 10∼15명당 한 명의 가이드가 배치되는데 잘 따라오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주 세한대 해양레저학과 교수는 “야간에는 카약을 비롯한 수상레저스포츠를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유람선의 물살이나 바람 등으로 카약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위치를 알릴 경광등이나 호각 등 최소한의 안전장비라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집값 안정을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자.’ vs ‘미래 후손용 자산이므로 안 된다.’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수도권의 집값 안정을 위해선 대규모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같이하면서도 실천방안을 놓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견해를 달리했다. 보전 가치가 높지 않은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해서 주택을 짓자는 국토부 요구에 서울시는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자산을 훼손할 수는 없다며 맞섰다. 21일 공개된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서울시 주장에 국토부가 한 걸음 물러선 모습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서울시와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힘에 따라 양측의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국토부… 해제 카드는 여전히 유효 국토부가 서울 지역 그린벨트에 주목한 것은 그동안 내놓은 수요 억제 방안만으로는 집값을 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세금 부과나 대출 제한으로는 이미 불붙은 주택시장을 진정시키기 힘든 만큼 ‘공급 대책’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가장 손쉽고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주택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 정권이 집권 초기부터 재개발, 재건축에 따른 개발이익이 일부 계층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탓이다. 대안으로 떠오른 게 그린벨트였다. 서울에서 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린벨트 외에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다 그린벨트는 땅값이 싸 토지 수용 등에 들어가는 택지 조성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만큼 분양가를 낮출 수 있어 인근 지역 집값 하락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국토부는 또 집값 안정과 함께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건설 경기는 침체 일로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사업 등 이전 정부가 벌인 대규모 개발 사업을 ‘적폐’로 몰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을 급격히 줄인 결과다. 국토부로서는 그린벨트 개발에 민간자본을 유치해서 아파트를 짓는다면 침체된 국내 건설 경기를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서울시 반대로 21일 내놓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그린벨트 해제 내용을 포함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해제 카드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김현미 장관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서울 지역 일부 그린벨트를 직권으로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향후 발표할 26만5000채 공급 계획 중 20만 채는 서울과 1기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사이에 조성된 택지에서 공급하기로 한 것도 그린벨트 해제 카드가 유효함을 시사한다.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에 대규모 택지를 조성할 땅은 사실상 그린벨트밖에 없다.○ ‘그렇고 그런 벨트’로 만들 수 없다는 서울시 서울시는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 자산인 그린벨트를 훼손할 수 없다는 게 내세운 명분이었다. 서울시는 대안으로 옛 성동구치소 등 시내 유휴지 개발을 통해 6만2000여 채를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정치권과 부동산 업계에서는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박원순 시장의 의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그린벨트를 풀었는데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해제 주체인 박 시장에게 ‘책임론’의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박 시장은 용산과 여의도 개발 방침을 내놓았다가 집값 폭등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경험도 있다. 따라서 섣부르게 그린벨트 해제에 동의하지 않고 충분한 명분을 쌓으려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반응은 엇갈려 양병이 서울대 명예교수(전 환경대학원 교수)는 “서울 시내에서 녹지를 확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지만 그나마 그린벨트가 있어 녹지를 볼 수 있는 것”이라며 “그걸 지금 다 써버리면 미래 세대는 정말 땅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홍철 환경정의 사무처장도 “정부가 전답이나 비닐하우스가 있는 그린벨트는 이미 훼손돼 녹지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도시 확산을 막는 완충지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사람이 사용하지 않고 버려진 그린벨트의 경우 오염원도 많아 해제하고 개발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전 환경대학원 원장)는 “그린벨트는 공기나 지하수 정화, 아름다운 풍경 제공 등과 같은 비금전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며 “개발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금전적인 가치와 보존했을 때의 비금전적인 가치를 진지하게 비교한 뒤 개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도예 yea@donga.com·김정훈·송진흡 기자}

‘집값 안정을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자’ VS ‘미래 후손용 자산이므로 안 된다’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수도권 지역 집값 안정을 위해선 대규모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같이 하면서도 실천방안을 놓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견해를 달리했다. 보존가치가 높지 않은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해서 주택을 짓자는 국토부 요구에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자산을 훼손할 수는 없다며 서울시는 맞섰다. 21일 공개된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서울시 주장에 국토부가 한 걸음 물러선 모습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서울시와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힘에 따라 양측의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양재대로 구룡마을 입구 교차로. 구룡산 쪽으로 눈을 돌리자 시내버스 회사 건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나무들로 뒤덮인 녹지공간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녹지 쪽으로 다가가자 산새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길(양재대로) 건너편에서 지어지고 있는 ‘래미안 블레스티지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둔탁한 건설기계 소리가 들려오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구룡산 방향으로 들어가자 전혀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설프게 지어진 판잣집들이 어지럽게 들어서 있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실개울에서는 악취가 났다. 구룡마을 초입에서 ‘항아리집’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토기를 팔고 있는 채희영 씨(68·여)는 “구룡마을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지만 마을 어귀를 제외하고는 훼손이 많이 돼 사실상 녹지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구룡마을은 국토교통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한 후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해 아파트를 공급하려는 대표적인 후보지였다. 집값 폭등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권에 위치해 집값 안정 대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전혀 다르게 봤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서울 강남구 내곡동 등 강남권 그린벨트를 풀고 아파트를 지었지만 집값이 안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국토의 허파’인 그린벨트가 훼손돼 ‘그렇고 그런 벨트’로 전락하면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했던 국토교통부…해제 카드는 여전히 유효 국토부가 서울 지역 그린벨트에 주목한 것은 그동안 내놓은 수요 억제 방안만으로는 집값을 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세금 부과나 대출 제한으로는 이미 불붙은 주택시장을 진정시키기 힘든 만큼 ‘공급 대책’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가장 손쉽고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주택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 정권이 집권 초기부터 재개발, 재건축에 따른 개발이익이 일부 계층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탓이다. 대안으로 떠오른 게 그린벨트였다. 서울에서 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린벨트 외에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다 그린벨트는 땅값이 싸 토지 수용 등에 들어가는 택지조성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만큼 분양가를 낮출 수 있어 인근 지역 집값 하락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국토부는 또 집값 안정과 함께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건설 경기는 침체 일로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사업 등 이전 정부가 벌인 대규모 개발 사업을 ‘적폐’로 몰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을 급격히 줄인 결과다. 국토부로서는 그린벨트 개발에 민간자본을 유치해서 아파트를 짓는다면 침체된 국내 건설 경기를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서울시 반대로 21일 내놓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그린벨트 해제 내용을 포함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해제 카드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김현미 장관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서울 지역 일부 그린벨트를 직권으로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향후 발표할 26만5000채 공급 계획 중 20만 채는 서울과 1기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사이에 조성된 택지에서 공급키로 한 것도 그린벨트 해제 카드가 유효함을 시사한다.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에 대규모 택지를 조성할 땅은 사실상 그린벨트밖에 없다.● ‘그렇고 그런 벨트’로 만들 수 없다는 서울시 서울시는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 자산인 그린벨트를 훼손할 수 없다는 게 내세운 명분이었다. 서울시는 대안으로 옛 성동구치소 등 시내 유휴지 개발을 통해 6만2000여 채를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정치권과 부동산 업계에서는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박원순 시장의 의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그린벨트를 풀었는데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해제 주체인 박 시장에게 ‘책임론’의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박 시장은 용산과 여의도 개발 방침을 내놓았다가 집값 폭등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경험도 있다. 따라서 섣부르게 그린벨트 해제에 동의하지 않고 충분한 명분을 쌓으려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반응은 엇갈려 양병이 서울대 명예교수(전 환경대학원 교수)는 “서울 시내에서 녹지를 확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지만 그나마 그린벨트가 있어 녹지를 볼 수 있는 것”이라며 “그걸 지금 다 써버리면 미래 세대는 정말 땅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홍철 환경정의 사무처장도 “정부가 전답이나 비닐하우스가 있는 그린벨트는 이미 훼손돼 녹지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도시 확산을 막는 완충지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사람이 사용하지 않고 버려진 그린벨트의 경우 오염원도 많아 해제하고 개발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전 환경대학원 원장)는 “그린벨트는 공기나 지하수 정화, 아름다운 풍경 제공 등과 같은 비금전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며 “개발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금전적인 가치와 보존했을 때의 비금전적인 가치를 진지하게 비교한 뒤 개발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정훈 기자 hun@donga.com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18일 대전오월드 사육장을 탈출한 퓨마 ‘뽀롱이’가 탈출 4시간 반 만에 사살되면서 동물원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동물원이 필요한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 폐지, 동물원 관계자 처벌 등 이 사건과 관련한 글 100여 건이 올라왔다. ‘동물원을 폐지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은 “퓨마는 자신의 본능대로 움직인 것이다. 이는 절대 총살당할 일이 아니다”라며 “인간의 실수를 동물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 달라. 야생동물이 스트레스만 받는 동물원을 폐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청원은 19일 오후 9시 기준으로 3만6000여 명이 동의했다. 2만여 명이 동의한 ‘동물을 해치는 동물원을 폐지합시다’라는 글을 올린 이는 “마취를 했지만 다시 도망갔다는 이유만으로 처참히 사살됐다. 동물을 해치는 곳을 감히 동물원이라고 할 수 있겠냐”라며 “동물을 단순한 구경거리로 소비하는 것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포털사이트 게시판들에도 “퓨마가 무슨 죄냐”, “사람이 관리를 못해 놓고 대체 왜 퓨마를 죽인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등 안타까운 마음을 밝히는 글을 올린 누리꾼들이 많았다. 퓨마는 국제멸종위기종 2등급 동물이기도 하다. 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반론도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마취총을 맞았는데도 마취가 안 됐고, 야간에는 수색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며 “급박한 현장 상황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아는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119특수구조단과 경찰타격대, 동물원 측은 18일 퓨마 수색에 나선 지 1시간 반 만에 퓨마를 발견하고 마취총을 쐈지만 퓨마는 계속 이동했다. 수색대가 다시 퓨마를 발견한 시간은 오후 9시 45분경이었고 결국 사살했다. 신남식 서울대 수의학과 명예교수는 통화에서 “동물이 흥분된 상태에서는 평소보다 2, 3배 많은 양을 사용해도 마취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며 “야행성 동물이 흥분해 있고 야간이다 보니 불가피하게 사살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맹수류 탈출을 막기 위해 체계적인 관리 체계와 세부적인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건이 발생한 대전 오월드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대전도시공사 유영균 사장은 “맹수류 관리를 위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칩을 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중앙과학관은 교육용 박제로 만들어 전시하겠다는 취지로 퓨마 사체 기증을 요청했다. 대전도시공사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치료비가 없어서 불쌍한 강아지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아이를 구해주세요.’ 2017년 10월경 아파서 신음하는 강아지의 사연과 사진이 한 동물보호단체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올라왔다. 글을 올린 사람은 이 단체 대표 A 씨(36). 회원 한 명이 ‘제가 20만 원 낼게요’라고 말을 꺼내자 다른 회원들도 잇달아 기부를 시작했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100만 원가량의 후원금이 모였다. A 씨는 몇 시간 뒤 ‘병원에 다녀왔다’는 메시지를 대화방에 남겼다. 회원들은 ‘우리를 대신해 강아지를 돌봐줘 너무 고맙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 미안하다’며 A 씨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A 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기견을 도와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모인 돈은 대부분 강아지 치료가 아니라 A 씨의 생활비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 강아지 치료한다고 해놓고는… 서울 중랑경찰서는 지난달 31일 개 농장에 갇히거나 버려진 강아지를 구하고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후원금을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사기)로 A 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2016년 11월 이 단체를 설립한 뒤 9800만 원의 후원금을 모아 이 가운데 800만 원가량만 실제 강아지를 구하거나 치료하는 데 쓰고, 나머지 9000만 원은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들이 후원금 사용명세 공개를 요구하자 A 씨는 사용명세의 금액 부분을 포토샵으로 조작한 사진을 보여주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 씨가 실제로는 유기견을 구할 의도가 없으면서 후원금을 모으려고 회원들을 속인 것으로 판단했다. A 씨는 개 농장에서 데려온 강아지를 검진조차 하지 않고, 반지하 월세방에 방치하기도 했다. 이를 알게 된 단체 회원들은 사비로 강아지의 검진과 치료를 해줬다. 회원 B 씨는 “A 씨에게 치료비를 달라고 하니 ‘회원이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 돈을 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회원들이 올해 1월 A 씨를 고소해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A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해명할 것도, 더 말할 것도 없다”고만 했다.○ 감시 허술한 ‘임의단체’ 만들어 법망 피해 A 씨의 수법은 ‘어금니 아빠’로 후원금을 모금해 사적으로 쓴 이영학(35)과 닮은 점이 많다. 이영학은 12년간 딸의 치료비 명목으로 12억8000만 원을 모금해 11억2000만 원을 차량 구입, 문신 시술 등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이영학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언론 인터뷰 등을 활용해 후원자를 모았다. 이영학 사건 이후 개인과 단체가 받는 기부금에 대한 감시망이 허술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고 여전히 법망은 이들을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A 씨는 가장 만들기 쉽고 규제가 허술한 ‘임의단체’로 설립했다. 임의단체는 설립자가 관할 세무서에 설립지원서만 제출하면 쉽게 만들 수 있다. 또 회비나 후원금 규모가 3억 원 이상이면 국세청에 결산서류 등을 신고해야 하지만 3억 원 미만이면 신고 의무가 없다. 전문가들은 기부금 사기를 막으려면 기부자 스스로가 ‘스마트 도너(donor·기부자)’가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감정에 치우쳐 기부하면 기부를 악용하는 이들을 걸러낼 수 없다”며 “해당 단체가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하고 사용명세를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해당 단체의 운영진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등을 다각도로 따져보고 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예비군들은 식판에 비닐백을 하나씩 싸서 식사하시면 됩니다.” 4일 강원 화천군 한 포병부대의 야외 훈련장. 부사관 한 명이 동원예비군훈련에 참석한 예비군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가보니 군부대에서 사용하는 식판과 일회용 비닐백이 준비돼 있었다. 비닐백을 식판에 감싸 그 위에 음식을 받아서 먹은 뒤 비닐백만 벗겨서 버리는 식이었다. 식판에 비닐백을 씌우면 팽팽해져서 국물을 받기 어렵다. 때문에 일부 장병은 식판은 아예 사용하지 않고, 비닐백에 밥과 반찬을 넣어 주먹밥 형태로 만들어 먹기도 했다. 식판 옆에는 일회용 숟가락과 나무젓가락들이 놓여있었다. 그 옆에는 플라스틱 병에 담긴 500mL 생수가 여러 묶음 쌓여있었다. 군 장병이 갖고 있는 수통은 사용되지 않았다. 군 장병이 한 끼 식사를 하면서 4가지 종류의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는 셈. 야외훈련을 받는 동안 식사 때마다 이런 식으로 식사가 이뤄졌다. 사회에서는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 종이 빨대 보급 논의 등 일회용품 감축 움직임이 한창이지만 군 부대에는 변화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한 부사관은 “야외훈련을 할 때에는 식기를 씻을 곳이 마땅치 않아 일회용품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부대들이 이렇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부대의 훈련 지역은 막사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였고, 식사 때마다 부대에서 차량으로 식기를 훈련 지역으로 가져온다. 식기 세척은 취사병이 전담한다. 야외 훈련에서 사용한 식기를 부대로 가져가서 세척할 수 있는 구조다. 한 병사는 “야외 훈련에서 사용한 식기를 부대로 싣고 가면 차량에서 내려서 설거지를 한 뒤 다시 차량에 실어야 한다”며 “이게 번거로워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대는 한 달에 2~3회 짧게는 4박 5일, 길게는 6박 7일 일정으로 야외 훈련을 하는데 식사 때에는 늘 일회용품을 사용한다고 한다. 육군 예비역 정모 씨(26)는 “내가 입대했던 2013년에도 이런 관행이 있었는데, 사회 분위기가 변했는데도 여전히 군부대에서 일회용품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 학원가와 가까운 숙명여고에서 시험지 유출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 학교는 불신과 불안의 늪에 갇혔다. 학생들은 자신의 등수를 믿지 못하고, 동고동락해 온 친구를 의심한다. 내신 성적을 사수하려 ‘공부 기계’로 살아온 학생들에게 100등을 건너뛰는 건 상상 불가다. 고3들은 이번 파문이 ‘숙명 디스카운트’로 이어질까 전전긍긍. 학부모들은 촛불을 들면서도 자녀가 불이익을 당할까 마스크를 쓴다. 지금 그 명문여고 교실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게 뭐야. 우∼.”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의 한 교실. TV를 통해 교내 방송을 지켜보던 학생들 사이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교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이 전 교무부장 A 씨의 쌍둥이 딸(2학년)이 나란히 문·이과 전교 1등을 한 것과 관련한 의혹을 해명하는 ‘긴급 방송’이었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가 발표되고 이틀이 지난 이날 숙명여고는 오전 수업 시간을 30분가량 줄이고 방송을 했다. 학생들은 뭔가 중요한 발표를 하거나 학교 측이 진심 어린 사과나 위로를 하지 않을까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방송의 주요 내용은 ‘각종 유언비어에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 행복을 지키는 숙명인이 되자’, ‘숙명을 침몰시키려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하나가 돼야 보란 듯이 의연히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훈화였다. 방송 중간중간에 학생들은 웅성거렸다. 방송이 끝나자 일부 학생은 책을 집어던지는가 하면 “학교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등 거친 말까지 했다고 한다. 숙명여고 2학년 B 양은 “학교가 사실상 학생들의 입을 막으며 잘못을 감추려고 하고, 여러 의혹에 대해선 유언비어라고 변명만 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의 학원 정보 사이트에서 처음으로 ‘숙명여고 사태’가 시작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여론이 들끓으면서 시교육청 감사가 실시됐고 숙명여고의 교장과 교감이 바뀌었다. 시교육청은 감사 결과 A 씨가 쌍둥이 딸이 속한 학년의 중간·기말고사 시험지와 정답지를 총 6차례 검토, 결재했고 혼자서 최대 50분 동안 시험지를 검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험지 유출 여부는 밝혀내지 못한 채 공을 경찰에 넘겼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마지막 모의 평가가 치러진 5일, 경찰이 학교를 압수수색하며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해졌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한편으로는 불만이 많지만 ‘입시’와 ‘성적’이라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속 시원하게 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가면을 쓴 채 밤마다 교문 앞에 모여 학교와 과도한 내신 경쟁이 벌어지는 교육 정책에 항의하는 촛불집회를 벌이는 것으로 분노를 표출할 뿐이다. 학생들은 불만을 억누르고 대학 수시전형 원서 접수, 2학기 중간고사, 수능 준비에 매진하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숙명여고 사태’ 한 달, 지금 숙명여고 안팎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아무도 못 믿겠다”…불신에 빠진 학생·학부모들 얼마 전 학부모 C 씨는 숙명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딸에게서 가슴 철렁한 이야기를 들었다. 딸이 “학교를 더 이상 믿을 수 없어 자퇴하고 싶다”고 토로한 것. 늘 학생들을 다정다감하게 대해줘 인기가 많았던 A 씨에 대한 배신감이 컸다고 한다. 당황한 C 씨는 “A 씨 딸들도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왜 네가 학교를 그만두려고 하느냐. 이번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다시 생각하자”고 딸을 달랬다. ‘불신의 늪’에 빠진 학생들은 학교도, 선생님도, 친구도 믿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한다. 수업 시간에 일부 선생님은 “쌍둥이 딸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하지 말라”고 입단속을 한다.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쌍둥이 딸을 공격하지 말라.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떠돈다. 학부모 D 씨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가게 되면 대입에 손해를 본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학교 방송이나 선생님의 발언을 녹음해 부모에게 알려주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학부모 E 씨는 “예전부터 학교 관계자의 딸들이 숙명여고에 입학해서 좋은 내신을 받고 명문대에 갔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며 “그래서 A 씨의 쌍둥이 딸이 숙명여고에 입학할 때부터 1년 넘게 많은 사람들이 주시해왔다”고 전했다. 학교 주변에서 ‘A 씨의 두 딸이 전학을 간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사실이 아니었고 두 학생은 현재 이 학교에 재학 중이다. 이를 불만스럽게 여기는 학생도 있다. 숙명여고 2학년 F 양은 “두 학생이 다른 친구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는데도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는 게 속이 상한다. 우리들끼리 뒷담화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불이익 당할까 봐…” 분노하지만 나서진 못해 이처럼 불신은 깊어졌지만 그렇다고 누구도 앞에 나서서 이야기를 하려 하지는 않는다. 10일부터 대학 수시전형 원서 접수가 시작됐고, 이달 28일부터는 2학기 중간고사가 시작된다. 학교에 밉보이면 원서를 쓸 때나 중간고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져 있다. 치열한 내신 경쟁을 벌이는 현실에서 조그마한 불이익이라도 받으면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2학년 G 양은 “우리가 목소리를 내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이 잠깐 있었지만 변화는 없고 피로감이 쌓인다”며 “우선은 중간고사가 코앞이라 내 공부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아이들의 ‘학습권 보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아이를 대학에 보내려면 분하더라도 조용히 지낼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학부모 H 씨(49·여)는 “부모의 마음으로는 학교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것보다 우리 아이가 피해를 입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학교만 그런 것도 아닐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푸념했다. 11일 오후 8시 숙명여고 교문 앞에는 30여 명의 학부모가 참석해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학부모들은 ‘양심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가 학교냐’는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마스크와 캡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혹시라도 아이가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다. 집회 참가자인 학부모 I 씨는 “잘못된 것을 보고 도저히 침묵할 수 없었지만 내 딸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얼굴을 가리고 매일 집회에 참가한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익명의 공간을 이용해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강남 학원 정보 사이트의 게시판에 의견을 내놓는다. 이들 가운데에는 판검사, 정치인, 의사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인 학부모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집회에 참석했다가 만에 하나 얼굴이 드러나면 아이가 선생님에게 눈총을 받을까 걱정된다고 한다. ○ 치열한 내신 경쟁에 3년 내내 살얼음판 오후 4시 반경 수업이 끝나면 대부분의 숙명여고 학생들은 대치동 학원으로 이동하거나 개인 과외를 받는다. 학원 수업을 4, 5개 받는 학생이 흔하다. 성적이 떨어지는 과목에 대해 3곳 이상의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도 있다. 수능도 중요하지만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가려면 치열한 내신 경쟁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급속히 확산된 것은 명문고인 숙명여고에서 전교 순위 100등 밖이던 학생이 1년 만에 1등이 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학교 시험에서 한 문제를 틀리면 전교 성적이 30등 이상 떨어질 때가 많다. 숙명여고 이과 2학년 학생 J 양은 “이과에서 일본어는 비중이 낮아서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한데도 95점을 받으면 3등급”이라고 말했다.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면 한순간에 등수가 떨어지고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공부 기계’가 돼야만 겨우 성적을 유지하는 경쟁 시스템 속에서 늘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고 했다. 3년 내내 이어지는 긴장감을 견디지 못하고 ‘내신파(수시에 초점을 맞추는 학생)’에서 ‘수능파(정시에 목표를 두는 학생)’로 바꾸는 학생들도 있다. 3학년 K 양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등수를 하나 올리는 것도 힘들어서 내신은 1학년 첫 성적과 비슷하게 유지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A 씨 쌍둥이 딸의 성적이 수직상승을 하니 자녀들에게 답을 알려줬다는 의혹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처음 치러진 9월 전국모의평가에서 쌍둥이 자매가 어떤 성적을 받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3학년 L 양은 “전국 단위 시험보다 내신 성적 올리는 게 더 어려운 만큼 숙명에서 내신 1등을 하면 당연히 전국 모의고사에선 최고 수준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다양한 후폭풍에 인근 지역도 들썩 숙명여고는 물론이고 인근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도 이번 사태의 후폭풍을 우려한다. 3학년 학생들은 스스로를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라고 불렀다.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자칫 ‘숙명 디스카운트’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숙명여고는 이른바 ‘강남 8학군’의 명문여고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숙명여고 학생들은 대학들이 숙명여고 내신에 신뢰가 높은 것으로 믿고 있다. 3학년 M 양은 “일부 내신이 낮은 선배들도 명문대에 진학한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이번 사태로 학교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면 입시에도 뭔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숙명여고와 재단이 같은 숙명여중 학생들도 관심이 많다. 숙명여고 진학을 앞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숙명여중 학생들은 관련 기사와 이야기들을 매일 단톡방에서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숙명여중 3학년 N 양은 “혹시 숙명여고의 명성이 낮아지는 상황이 지속되면 다른 학교에 지원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중·고등학교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 다른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고 말했다. 인근 고등학교들은 숙명여고 사태의 불똥이 지역 전체로 확산될까 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의혹 수준을 넘어 시교육청의 감사와 경찰의 수사로 이어진 것에 대해 충격이 크다. 서울 강남의 한 고교 교사는 “경찰 수사에서 뭔가 나오기라도 하면 여론이 악화되면서 수사가 확대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강남 8학군’ 학교 전체가 영향을 받을까 봐 숨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다른 방향으로 파장이 나타나고 있다. 쌍둥이 딸이 다닌 대치동의 수학학원을 경찰이 압수수색하자 실제로 학교 시험지가 학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생겼다. 대치동의 한 보습학원 원장은 “‘몰래 시험 문제를 받으려면 학원에 돈을 따로 줘야 하는 것이냐’고 묻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시험지나 답안지를 몰래 적어서 보여줬다면 당사자 자백 말고는 별다른 물증이 없을 텐데 경찰이 증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초 경찰은 추석 전까지 수사를 마치는 것을 목표로 잡았지만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시교육청 감사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 걱정이 크다. 주말도 없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정훈 기자}

아이돌 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 씨(27·여·사진)가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남자친구 A 씨(27)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구 씨와 A 씨는 13일 0시경 구 씨의 자택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빌라에서 싸움을 벌였다. A 씨는 헤어디자이너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구 씨에게 “헤어지자”고 통보하면서 다툼이 벌어졌다고 한다. 말싸움으로 시작된 다툼은 서로 간의 물리력 행사로 이어졌다. A 씨는 오전 3시경 구 씨의 집을 나서며 “여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구 씨는 인근 파출소에서 출동한 경찰관에게 “내가 일방적으로 때린 것이 아니라 다툼을 하다 서로 폭행이 있었다. 나도 맞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은 경미한 수준이고 얼굴을 할퀸 정도”라며 “현재는 사건 접수만 된 상태로 구 씨의 혐의에 관해 소명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만간 일정을 잡아 구 씨를 조사할 계획이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이강남 광동한방병원 이사장(59)이 검찰청사 인근 빌딩 옥상에서 투신해 크게 다쳤다. 서울중앙지검 등에 따르면 11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던 이 이사장이 오후 7시경 서울 서초역 인근 12층 빌딩 옥상에서 투신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이사장이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검찰청사 밖으로 나간 뒤 투신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투신 직전 자신의 변호사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오전 특정 기업에 광고 일감을 몰아주고 리베이트 명목으로 10억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과 현금 등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광동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광동제약 측은 “지금은 퇴직한 광고 담당자의 개인 일탈 행위로 당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김정훈 hun@donga.com·전주영 기자}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63·사진)과 부인 이화경 부회장(62)이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에 회삿돈 200여억 원을 빼돌려 별장을 지은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담 회장을 소환해 경기 양평군에 별장을 짓는 데 회삿돈을 쓴 배경 등을 추궁했다. 경찰은 올 3월 수사에 착수해 6월에 별장, 7월에 오리온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담 회장은 경찰에 출석하면서 “해당 건물은 회사 연수원이며 개인적으로 쓴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압수수색 및 관련자 조사 결과 이 부회장의 요청에 따라 그룹 총수인 담 회장이 회삿돈을 끌어다가 이 별장을 지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담 회장 부부가 양평의 팔당 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에 위치한 2개동짜리 별장을 짓기 위해 신용불량자인 양평 주민 A 씨 명의를 동원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지역에 건물을 지으려면 6개월 이상 거주한 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담 회장 부부는 서울에 살기 때문이다. 별장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건물은 2010년 9월 A 씨 명의로 등기됐다가 2년 뒤 오리온그룹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본보가 최근 방문한 이 별장은 오리온그룹의 연수원과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별장이 ‘연수원 2동’이라는 오리온그룹 측 주장과 달리 연수원임을 알리는 안내판조차 없었다. 별장 주변엔 폐쇄회로(CC)TV가 9대 설치돼 있었고 입구엔 테니스장과 잔디밭, 벤치 등이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건물 관계자는 “이곳은 5월부터 연수원으로 개조하려고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연수원 건설비는 50여억 원인 반면에 별장 건설에는 200여억 원이 들었다. 별장은 오리온그룹 자회사가 시공했다. 별장을 건설하면서 고급 외제 욕조 등 값비싼 자재를 대거 썼고 인테리어도 일부 바꾸면서 건설비가 늘어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담 회장이 법인 자금을 유용하는 데 최종 책임자 역할을 했고 횡령한 액수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조만간 비공개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조동주 djc@donga.com / 양평=김정훈 기자}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의 시험문제 유출 의혹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28일 시작되는 2학기 중간고사 이전에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 A 씨는 “학교 측이 가정통신문을 통해 전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에 대한 ‘무죄추정 원칙’만 강조했을 뿐 반성이나 대책은 없었다”며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선 중간고사 이전에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시험을 보이콧하거나 연기를 요구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학부모 B 씨는 “교내 방송을 통해 ‘쌍둥이 학생이 주요 과목뿐만 아니라 예체능 성적도 좋았다’는 등 지나치게 쌍둥이 자매를 감싸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학생들도 동요하고 있다. 쌍둥이 자매와 같은 학년인 C 양은 “평소 수업시간에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던 친구가 시험만 보면 1등을 했다”며 “이런 의혹이 해소돼야 학생들도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사를 맡고 있는 수서경찰서는 숙명여고 등에서 압수한 물품을 분석하는 한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1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또 전 교무부장 등 4명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이들의 통신기록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종료 시점은 알 수 없고 법 절차에 따라 신속히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내 남자의 은밀한 사생활을 모두 밝혀낸다.’ 연인이나 남편의 유흥업소 이용 기록을 확인해 준다며 돈을 받는 인터넷 사이트가 내건 문구다. 지난달 개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이트에는 연인 등의 유흥업소 이용 여부와 횟수를 조회해 달라는 의뢰가 현재까지 600여 건 올라올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특정인의 휴대전화번호만 있으면 해당 명의자의 유흥업소 이용 기록을 확인해 준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사이트 운영자가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돈을 받은 정황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이 사이트 운영자는 성매매 업주들끼리 은밀하게 공유하는 손님들의 휴대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DB)에 접속해 업소 이용 여부를 확인해 준다며 방문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는 “특정인의 연락처를 보내고 3만 원을 입금하면 유흥업소 이용 내역을 확인해 준다”는 설명이 올라와 있다. 입금이 확인되면 의뢰받은 전화번호의 명의자가 다녀갔다는 유흥업소 이름과 이용 날짜를 알려준다. 경찰은 지난달 이 사이트의 존재를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의뢰인들에게 돈만 받고 사실이 아닌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운영자의 행방을 쫓고 있지만 사이트의 서버가 해외에 있어 현재까진 운영자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이트의 존재가 알려지자 온라인 여초 커뮤니티 등에는 “해당 사이트를 이용할지 고민”이라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현재 이 사이트는 신규 가입을 받지 않고 있어 돈을 주고서라도 계정을 빌려 남편이나 남자친구의 유흥업소 출입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글도 올라온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임산부라고 밝힌 A 씨는 “아내가 임신한 동안 남자들이 유흥업소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 남편도 유흥업소에 다녔다는 결과가 나올까 봐 사이트에 의뢰할지 고민”이라는 글을 올렸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정훈 기자}
유명 인터넷 개인방송진행자(BJ) A 씨(29)는 지난달 ‘방송국 채널을 구독하고 댓글을 남기면 추첨으로 300만 원짜리 컴퓨터 10대를 주겠다’는 이벤트를 열었다. A 씨가 3000만 원을 들고 컴퓨터 업체를 직접 방문해 고사양의 컴퓨터를 보여주는 모습도 방송했다. 구독자 100만 명이 넘는 유명 유튜버인 A 씨가 올린 이 동영상은 조회수 80만 회를 넘겼고 14만 개가 넘는 응모 댓글이 달렸다.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많을수록 BJ의 광고 수익이 높아지는 구조다. 채널을 구독하는 사람에게는 새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알려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영상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여러 BJ들이 컴퓨터나 문화상품권, 현금 등 경품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A 씨의 ‘3000만 원 이벤트’는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디시인사이드 인터넷방송갤러리에서는 ‘A 씨 이벤트 당첨자로 선정된 이메일 10개의 가입정보를 추적해보니 5개가 동일한 사람의 소유로 의심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메일 5개의 소유주 가입정보를 보니 휴대전화번호가 모두 같았다는 것이다. A 씨 팬들은 “우리 덕에 4억 원짜리 슈퍼카를 타면서 3000만 원이 아까워 팬들을 속였다”며 분개했다. 논란이 커지자 A 씨는 다른 이벤트를 열고 당첨자를 직접 찾아가 경품을 전달하는 영상을 여럿 올렸지만 한 달 만에 구독자가 20만 명 넘게 줄었다. A 씨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직원이 순간적으로 금전적 욕심에 이벤트 당첨을 조작했다”면서도 “논란이 된 이벤트 조작은 3000만 원짜리 컴퓨터 이벤트가 아니라 과거에 진행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A 씨가 이전부터 구독자들에게 100만 원 상당의 컴퓨터를 주는 이벤트를 종종 열었는데 그 중 일부 이벤트에서 담당 직원이 결과를 조작해 경품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A 씨는 해당 직원을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A 씨의 이벤트 조작 사건 파장이 크다보니 이를 소재로 각종 영상을 만들어 수익을 올리는 BJ들도 나타났다. A 씨 변호인은 “이벤트 조작 사건과 별개로 A 씨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BJ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73주년 광복절인 15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보수단체와 진보단체의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대한민국 수호 비상국민회의’ 등 보수단체는 이날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 등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문재인 퇴진’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북한산 석탄 유입, 난민 정책 등을 규탄했다. 집회를 마친 뒤에는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했다. 집회에는 1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해 일부 차로가 통제되면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대한애국당’은 육영수 여사 서거 44주기를 맞아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을 참배한 뒤 서울역에서 제76차 태극기 집회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했다. 진보단체인 서울통일연대는 판문점 선언 이행 및 평화협정 실현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8·15기념대회를 연 뒤 미국대사관까지 행진했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서울본부는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서울시민평화통일선언대회를 개최했다. 일제강점기 피해자를 기리고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하는 집회도 열렸다. ‘일제강점기 피해자 전국유족연합회’는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에서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 광화문광장에서는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국민추모제 행사가 열렸다.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연대집회 겸 1348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촉구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나는 꼭 200년을 살아서 여러분과 함께 대한민국의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지난달 26일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에 있는 광개토대왕릉비 기념관. 40여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중국인 관광객과 섞여 투명한 유리통으로 된 기념관 내에서 광개토대왕릉비를 구경하고 있었다. 구경을 마친 일행은 기념관 내에 모여 광개토대왕릉비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때 유리통 밖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중국인 경비원이 소리를 질렀다. “사진을 찍지 말고, 한국어로 말하지 말라.” 경비원은 한국인 관광객 옆에서 광개토대왕릉비에 대해 중국어로 얘기하는 중국인 관광객에겐 어떤 제지도 하지 않았다. 한국인 관광객은 “우리끼리 이야기도 하지 못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지만, 경비원의 강경한 태도에 기념관 밖으로 나가 대화를 이어갔다. 이들이 기념관 밖에 모이자 경비원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관광지 내 어디서도 한국어로 말하지 말라”고 또 소리쳤다. 경비원은 심지어 기념관 밖에서 촬영을 하던 한국인 관광객들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사진을 삭제하기도 했다. 관광객 김모 씨(27)는 “사학과에 다니는 친구가 광개토대왕릉비가 궁금하다고 해 한 장 찍은 건데 삭제당했다”며 “우리나라 역사 유적을 사진도 찍지 못하니 억울하고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 이후 중국 내 고구려 유적지와 항일운동 지역 등에서 중국 정부의 ‘역사 갑질’이 도를 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측은 한국인 관광객이 고구려 유적지에서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인들끼리 한국어로 대화도 못하게 했다. 일부 중국인 경비원은 한국인 관광객의 휴대전화를 무작위로 검열해 사진을 삭제하기도 한다. 이 같은 일은 광개토대왕릉비에서 약 1km 떨어진 장수왕릉, 환도산성 등에서도 일어났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항의를 할 때마다 중국인 경비원은 “고구려 유적지에서 사진을 찍지 말고, 한국어로 말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다. 심지어 일부 경비원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감시하려고 환도산성 등반길을 함께 오르기도 했다. 경비원이 착용한 하늘색 셔츠가 땀에 젖어 파랗게 변했지만 경비원은 끝까지 한국인 관광객들을 따라다니며 감시했다. 중국동포인 지안지역 가이드 A 씨는 “사드 논란이 심해진 지난해 7월부터 한국어로 설명하지 못하게 됐다”며 “경비원이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해 한국어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예 출입을 금지한 곳도 있다. 지린시의 위원(毓文)중학교, 왕칭(汪淸)현의 봉오동(鳳梧洞)전투 터 등은 시설 보호와 내부공사를 이유로 한국인 관광객이 출입할 수 없다. 여행사 대표 정모 씨(50)는 “봉오동전투 터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공교롭게도 지난해 7월경부터 여러 유적지가 시설 보호나 공사 등의 이유로 출입이 금지됐다”고 말했다. 심지어 중국 정부는 한국인 관광객이 우리 역사지역에 접근하지 못하게 방해를 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2013년 6월 한중 정상회담 이후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역 승강장에 안중근 의사가 권총을 쏜 자리와 이토 히로부미가 총에 맞을 당시 서 있던 자리 등을 바닥에 표시해 놨다. 이를 잘 볼 수 있게 하얼빈 역사 내에 통유리로 된 기념관도 설치했다. 하지만 하얼빈역을 전면 개축하면서 안중근 기념관을 임시 철거했고, 그에 따라 표시석을 보기 위해선 다른 지역에서 열차를 타고 하얼빈역에 내리는 방법밖에 없어졌다. 현지 가이드와 여행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마저도 지난해 7월 이후부터 쉽지 않게 됐다고 애로를 토로했다. 한국인 관광객이 하얼빈역행 열차를 탑승했다는 것을 중국 측이 알면 하얼빈역 대신 바로 옆에 있는 하얼빈동역에 내려주기 때문이다. 이정빈 충북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지난해 사드 논란이 심화된 이후부터 한국인 관광에 대해 경계가 한층 심해졌다”며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중국 내 한국 유적지 관광을 제대로 못하게 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사용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지안·하얼빈=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지난달 26일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에 있는 광개토대왕릉비 기념관. 40여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중국인 관광객과 섞여 투명한 유리통으로 돼 있는 기념관 내에서 광개토대왕릉비를 구경하고 있었다. 구경을 마친 일행은 기념관 내에 모여 광개토대왕릉비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때, 유리통 밖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중국인 경비원이 소리를 질렀다. “사진을 찍지 말고, 한국어로 말하지 말라.” 경비원은 한국인 관광객 옆에서 광개토대왕릉비에 대해 중국어로 얘기하는 중국인 관광객에겐 어떤 제지도 하지 않았다. 한국인 관광객은 “우리끼리 이야기도 하지 못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지만, 경비원의 강경한 태도에 기념관 밖으로 나가 대화를 이어갔다. 이들이 기념관 밖에 모이자 경비원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관광지 내 어디서도 한국어로 말하지 말라”고 또 소리쳤다. 이때도 중국인 관광객에겐 어떤 제지도 하지 않았다. 경비원은 심지어 기념관 밖에서 촬영을 하던 한국인 관광객들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사진을 삭제하기도 했다. 관광객 김 모씨(27)는 “사학과에 다니는 친구가 광개토대왕릉비가 궁금하다고 해 한 장 찍은 건데 삭제당했다”며 “우리나라 역사 유적을 사진도 찍지 못하니 억울하고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 이후 중국 내 고구려 유적지와 항일운동 지역 등에서 중국 정부의 ‘역사 갑질’이 도를 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측은 한국인 관광객이 고구려 유적지에서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인들끼리 한국어로 대화도 못하게 했다. 일부 중국인 경비원은 한국인 관광객의 휴대전화를 무작위로 검열해 사진을 삭제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이 하얼빈역에 있는 안중근 의사 저격 표시석을 볼 수 없도록 방해도 하고 있다. ● 한국인 관광객 감시하려고 동반 등반 이 같은 일은 다른 유적지에서도 반복됐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항의를 할 때마다 중국인 경비원은 “고구려 유적지에서 사진을 찍지 말고, 한국어로 말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다. 심지어 일부 경비원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감시하려고 환도산성 등반길을 함께 오르기도 했다. 경비원이 착용한 하늘빛 셔츠가 땀에 젖어 진한 파란빛으로 변했지만 경비원은 끝까지 한국인 관광객들을 따라다니며 감시했다. 중국 동포인 지안지역 가이드 A 씨는 “사드 논란이 심해진 지난해 7월부터 한국어로 설명하지 못하게 됐다”며 “경비원이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해 한국어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예 출입을 금지한 곳도 있다. 지린시의 위원(毓文)중학교, 왕칭(汪淸)현의 봉오동(鳳梧洞)전투 터 등은 시설 보호와 내부공사를 이유로 한국인 관광객이 출입할 수 없다. 여행사 대표 정모 씨(50)는 “봉오동 전투 터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공교롭게도 지난해 7월경부터 여러 유적지가 시설 보호나 공사 등의 이유로 출입이 금지됐다”고 말했다.● 안중근 의사 저격 표시석 못 보게 방해 심지어 중국 정부는 한국인 관광객이 우리 역사지역에 접근하지 못하게 방해를 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2013년 6월 한중 정상회담 이후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역 승강장에 안중근 의사가 권총을 쏜 자리와 이토 히로부미가 총에 맞을 당시 서 있던 자리 등을 바닥에 표시해 놨다. 이를 잘 볼 수 있게 하얼빈 역사 내에 통유리로 된 기념관도 설치했다. 하지만 하얼빈역을 전면 개축하면서 안중근 기념관을 임시 철거했고, 그에 따라 표시석을 보기 위해선 다른 지역에서 열차를 타고 하얼빈역에 내리는 방법밖에 없어졌다. 현지 가이드와 여행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마저도 지난해 7월 이후부터 쉽지 않게 됐다고 애로를 토로했다. 한국인 관광객이 하얼빈역행 열차를 탑승했다는 것을 중국 측이 알면 하얼빈역 대신 바로 옆에 있는 하얼빈동역에 내려주기 때문이다. 이정빈 충북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지난해 사드 논란이 심화된 이후부터 한국인 관광에 대해 경계가 한층 심해졌다”며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중국 내 한국 유적지 관광을 제대로 못하게 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사용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안·하얼빈=김정훈 기자 hun@donga.com}

“2월 14일을 다들 밸런타인데이로 알고 있겠지만 이날은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께서 사형 선고를 받으신 날입니다.” 지난달 24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 있는 뤼순(旅順) 감옥에서 이 같은 한국말이 울려 퍼졌다. 안중근 의사를 구금했던 감방 앞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김현수 학생(19·여)을 40여 명의 한국인이 둘러싸고 경청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한국인 관광객들도 이야기를 듣다가 박수를 보냈다. ○ 사전학습·사후토론으로 깊이 있게 진행 이들은 ‘2018 동북아 평화통일 탐방대’였다.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상임대표 정용상)는 임시정부 수립 99주년을 맞이해 지난달 24일 양영두 공동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탐방대를 발족했다. 탐방대는 지난달 30일까지 일주일간 랴오닝성 다롄에서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까지 약 1000km의 대장정을 했다. 안중근 의사가 투옥됐던 뤼순 감옥과 하얼빈에 있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 룽징(龍井)에 있는 윤동주 시인 생가, 3·13반일의사릉 등을 찾았다. 정용상 대표는 “여러 세대가 한자리에 어울려 독립운동의 의미를 다시 새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탐방대는 방문하는 곳마다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다. 뤼순 감옥과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둘러볼 때에는 말 한마디 없이 그의 족적을 살펴봤다. 3·13반일의사릉에선 1분간 묵념을 하며 뜻을 기렸다. 3·13반일의사릉은 3·1운동 이후 중국 동포 3만 명이 룽징 시내에서 만세운동을 하다가 희생당한 이들을 기리는 묘지다. 탐방대는 독립운동 관련 지역 탐방에 앞서 자신들이 방문할 지역을 미리 공부하고 현장에서 각자 맡은 인물에 대해 발표했다. 탐방을 마친 뒤에는 4개조로 나눠 자신들이 방문한 지역과 독립운동가에 대해 토론을 했다. ○ 중국 동포 대학생부터 60대 주부까지 다양한 참가 이번 탐방에는 한국 대학생뿐만 아니라 중국 동포 대학생, 대기업 간부, 주부 등 다양한 이들이 참가했다. 베이징(北京)대를 다니는 중국 동포 한승헌 씨(19)는 “여러 세대가 모여 독립운동을 돌아보는 뜻깊은 자리라고 해 당초 가려고 했던 학교 행사 참가를 포기했다”고 했다. 대기업 간부 이모 씨(50)는 “젊은 세대는 역사 탐방과 같은 것을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경험이 축적돼야 사회에서 남보다 더 앞서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탐방에 만족하는 참석자들이 많았다. 단순히 유적지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사전 학습과 사후 토론을 하면서 암흑기에 결연히 독립운동에 나섰던 선조들에 대해 깊이 알게 되고 존경심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신숙자 씨(54·여)는 “통일교육지도사로서 여러 역사지역 탐방에 참가했지만 겉핥기식이라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많았다”며 “이번엔 사후 토론 시간이 있어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이경하 씨(20·여)는 “사전에 공부를 하고, 탐방 후에 토론을 하면서 독립운동가들을 제대로 알게 돼 존경심과 감사하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양영두 단장은 “독립운동 지역을 단순히 탐방하는 것으로는 독립지사들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없다”며 “사전 학습과 사후 토론을 통해 그들의 삶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다롄·하얼빈=김정훈 기자 hun@donga.com}

“2월 14일을 다들 밸런타인데이로 알고 있겠지만 이날은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께서 사형 선고를 받으신 날입니다.” 지난달 24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 있는 뤼순(旅順) 감옥에서 이 같은 한국말이 울려 퍼졌다. 안중근 의사를 구금했던 감방 앞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김현수 학생(19·여)을 40여 명의 한국인이 둘러싸고 경청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한국인 관광객들도 이야기를 듣다가 박수를 보냈다. ●사전학습·사후토론으로 깊이 있게 진행된 1000km 대장정 이들은 ‘2018 동북아 평화통일 탐방대’였다.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정용상 상임대표)는 임시정부 수립 99주년을 맞이해 지난달 24일 양영두 공동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탐방대를 발족했다. 탐방대는 지난달 30일까지 일주일간 랴오닝성 다롄에서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까지 약 1000km의 대장정을 했다. 안중근 의사가 투옥됐던 뤼순 감옥과 하얼빈에 있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 룽징(龍井)에 있는 윤동주 시인 생가, 3·13반일의사릉 등을 찾았다. 정용상 대표는 “여러 세대가 한자리에 어울려 독립운동의 의미를 다시 새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탐방대는 방문하는 곳마다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다. 뤼순 감옥과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둘러볼 때에는 말 한마디 없이 그의 족적을 살펴봤다. 3·13반일의사릉에선 1분간 묵념을 하며 뜻을 기렸다. 3·13반일의사릉은 3·1운동 이후 중국 동포 3만 명이 룽징 시내에서 만세운동을 하다가 희생당한 이들을 기리는 묘지다. 탐방대는 독립운동 관련 지역 탐방에 앞서 자신들이 방문할 지역을 미리 공부하고 현장에서 각자 맡은 인물에 대해 발표했다. 탐방을 마친 뒤에는 4개조로 나눠 자신들이 방문한 지역과 독립운동가에 대해 토론을 했다. ●중국 동포 대학생부터 60대 주부까지 다양한 참가 이번 탐방에는 한국 대학생뿐만 아니라 중국 동포 대학생, 대기업 간부, 주부 등 다양한 이들이 참가했다. 베이징(北京)대를 다니는 중국 동포 한승헌 씨(19)는 “여러 세대가 모여 독립운동을 돌아보는 뜻깊은 자리라고 해 당초 가려고 했던 학교 행사 참가를 포기했다”고 했다. 대기업 간부 이모 씨(50)는 “젊은 세대는 역사 탐방과 같은 것을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경험이 축적돼야 사회에서 남보다 더 앞서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탐방에 만족하는 참석자들이 많았다. 단순히 유적지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사전 학습과 사후 토론을 하면서 암흑기에 결연히 독립운동에 나섰던 선조들에 대해 깊이 알게 되고 존경심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신숙자 씨(54·여)는 “통일교육지도사로서 여러 역사지역 탐방에 참가했지만 겉핥기식이라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많았다”며 “이번엔 사후 토론 시간이 있어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이경하 씨(20·여)는 “사전에 공부를 하고, 탐방 후에 토론을 하면서 독립운동가들을 제대로 알게 돼 존경심과 감사하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양영두 단장은 “독립운동 지역을 단순히 탐방하는 것으로는 독립지사들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없다”며 “사전 학습과 사후 토론을 통해 그들의 삶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다롄·하얼빈=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하루속히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본질을 벗어난 조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9일 오전 9시 26분 서울 서초구 특별검사 사무실 앞에 선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다시 한 번 특검에 ‘정치 특검’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진실 특검’이 돼주길 마지막으로 당부드린다. 충실히 조사에 협조한 만큼 도정에 집중하도록 해 달라”고도 했다. ‘본질을 벗어난 조사’ ‘마지막’ 등은 김 지사의 형사처벌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특검과 각을 세우는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포토라인을 벗어나 사무실로 걸어가면서 그는 ‘드루킹’에게 자문을 요청한 이유에 대해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이 정치가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답변했다. 사흘 만에 특검에 다시 나온 김 지사는 100m 정도를 천천히 걸으며 첫 조사 때처럼 장미꽃과 노란 바람개비를 들고 자신을 응원한 지지자 100여 명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자신을 향해 독설을 쏟아내는 보수단체 회원들을 향해 미소를 짓기도 했다. 김 지사 지지자와 보수단체 회원 사이의 마찰은 이날도 이어졌다. 보수단체 소속 70대 남성이 김 지사 지지자의 복부를 휴대용 깃봉으로 찔러 경찰에 연행됐다. 김 지사의 아내 김정순 씨(51)도 상경해 지지자들에게 꽃을 나눠주며 인사를 했다. ‘드루킹’ 김동원 씨(49·수감 중)도 김 지사와의 대질 조사를 위해 이날 오후 1시 43분경 특검 사무실에 도착했다. 황색 수의와 마스크를 착용한 김 씨는 취재진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특검 사무실로 들어갔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