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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영연맹(FINA)과 국제조정연맹(FISA)은 26일 각각 7명과 3명의 러시아 선수들에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금지 조치를 내렸다. FINA는 도핑 전력이 있는 4명 외에도 러시아의 국가적 도핑 사실을 폭로한 ‘맥라렌 보고서’에 이름이 거명된 3명의 선수도 리우 올림픽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7명의 명단에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율리아 예피모바도 포함됐다. 양 단체는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러시아 선수들에게 대해서는 올림픽 출전을 막지 않았다. 세계양궁연맹도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러시아 선수 3명의 대회 출전을 승인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세계적인 골프 스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지카 바이러스를 이유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다. 매킬로이는 한 발 더 나아가 “나는 골프라는 종목을 발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메이저 대회 등에서 우승하기 위해 골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112년 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돌아온 골프지만 매킬로이를 비롯한 남자 최상위 랭커들이 대거 대회 불참을 선언해 맥이 빠졌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 출전’이 상충하는 것만은 아니다. 리우 올림픽 한국 남자 국가대표 안병훈(25·CJ)과 왕정훈(21·한국체대)에게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은 올림픽 전초전이다. 28일 미국 뉴저지 주 스프링필드의 발터스롤 골프클럽(파70야드)에서 시작되는 이번 대회는 리우 올림픽을 2주 앞둔 시점에서 열려 올림픽 판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무대가 됐다. 이번 대회에는 ‘코리안 브라더스’의 맏형 최경주(46·SK텔레콤)도 출전한다. 최경주는 리우 올림픽 남자 골프 국가대표 코치를 맡고 있다. 27일 ‘최 코치’와 두 명의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은 함께 연습 라운딩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경험이 풍부한 최경주는 큰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 등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중 핑퐁커플 안재형과 자오즈민의 아들인 안병훈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아버지(동메달), 어머니(은메달)가 모두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지만 두 분 다 아쉽게 금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다. 부모님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안재형 감독은 한국 남자탁구 국가 대표 감독으로 아들과 함께 리우 올림픽에 나간다. 올림픽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인 김세영(23·미래에셋)과 전인지(22·하이트진로)도 메이저대회에서 올림픽 리허설을 치른다. 둘은 28일 영국 런던 인근 워번 골프 앤드컨트리클럽(파72)에서 시작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출전한다. 둘은 이 대회에서 컨디션을 끌어 올린 뒤 브라질로 건너갈 계획이다. 반면 박인비와 양희영은 올림픽에 전념하기 위해 브리티시여자오픈을 건너뛰기로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최우선 과제는 도핑과의 싸움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깨끗한 대회로 치르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달 집행위원회를 연 뒤 도핑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하지만 이 원칙은 불과 한 달 만에 깨졌다. 원칙대로라면 IOC는 국가적인 도핑 개입 사실이 드러난 러시아에 대해 리우 올림픽 출전 금지 조치를 내려야만 했다. 하지만 IOC는 러시아 선수단의 리우 올림픽 참가 여부를 각 종목 경기 단체에 넘기는 교묘한 방법으로 러시아에 대회 출전 길을 열어줬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도핑에 연관되지 않은 선수들의 보호야말로 내가 그동안 추구해 온 일”이라며 “이번 결정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25일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바흐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밀월 관계’를 꼽았다. 두 사람이 밀접한 사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2013년 바흐가 IOC 위원장에 당선됐을 때 가장 먼저 축하 전화를 한 사람이 푸틴 대통령이다. 2014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겨울 올림픽을 계기로 두 사람은 여러 차례 만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두 사람이 다정하게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여러 차례 사진에 찍히기도 했다. 주요 사안이 생길 때마다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해 온 바흐 위원장에 대해 독일 일간지 빌트는 “푸틴의 푸들”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기도 했다. IOC의 결정에 따라 대부분의 러시아 선수가 구제받았지만 엉뚱한 불똥은 최초의 내부 제보자인 율리아 스테파노바에게 튀었다. 러시아의 중거리 육상 선수인 스테파노바는 2014년 처음으로 러시아의 국가적 도핑 실태를 폭로했다. 2013년 도핑 양성 반응을 보인 스테파노바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특별 허가 아래 오륜기를 달고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출전을 허가한 IOC가 “도핑에 적발된 적이 있는 모든 러시아 선수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금지한다”고 선언하면서 스테파노바의 올림픽 출전 꿈도 사라지게 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0년 봄은 광주일고 3학년 왼손 투수 유창식(24)에게 황금처럼 빛나던 시절이었다. 그해 3월에 열린 제6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유창식은 5경기 29이닝 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장충고와의 결승전까지 완봉승으로 장식한 그는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그를 데려가고 싶어 한 메이저리그 구단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 남겠다고 결심한 건 유창식이었다. “식당 일을 하며 키워주신 홀어머니를 위해서”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연고 지명이 아닌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되던 때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한화는 당연히 유창식을 선택했다. 계약금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7억 원을 안겼다. 장밋빛 인생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 이미 한화에서 ‘괴물 투수’로 활약하던 류현진(현 LA 다저스)과 원투펀치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의 황금기는 딱 거기까지였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고교 때 던지던 140km대 중반의 공은 프로에선 평범한 스피드였다. 고교 선수들은 손도 대지 못하던 슬라이더는 번번이 커트를 당했다. 주변의 기대까지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그는 완전히 자신의 투구 폼을 잃어버렸다. 데뷔 첫해인 2011년 성적은 1승 3패에 평균자책점 6.69였다. 이듬해 6승(8패)을 거두며 조금 나아지는 듯했으나 2014년까지 제자리를 맴돌며 결국 수준급 투수로 발돋움하지 못했다.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상하리만치 마운드 위에만 서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상대 팀의 코치가 “좋은 공을 갖고 왜 저렇게밖에 못 던지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난 시즌 중반 트레이드를 통해 고향 팀 KIA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부활을 꿈꿨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올 시즌에는 1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한 채 5월 29일 옆구리 통증을 이유로 1군에서 등록 말소된 뒤 2군에 머물러 왔다. 만약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려 데뷔 첫해부터 에이스로 활약했다면 그는 내년 시즌이 끝난 뒤엔 해외 진출 자격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잇단 부진 끝에 승부 조작에까지 발을 들인 대가로 다시 마운드를 밟기까지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범죄 사실을 먼저 자진 신고해 영구 추방은 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죗값은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유망주였던 유창식의 추락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나마 자진 신고한 게 다행이다. 이번을 계기로 썩은 부분을 싹 도려내고 깨끗한 프로야구로 거듭나도록 모든 관계자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검은 유혹의 온상인 스폰서 문화의 현실을 선수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1일 이태양(전 NC)과 문우람(상무)의 승부 조작 사건에 대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내놓은 사과 성명의 한 부분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단어는 ‘문화’다. 스폰서 문화는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에서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1군에서 뛸 정도의 실력을 갖춘 선수는 물론이고 감독과 코치들 주변에도 스폰서라 불리는 인물들이 있다. 범위가 넓을 뿐 아니라 역사도 오래됐다. 프로야구 초창기엔 주로 조직폭력배들이 자기 지역 출신 유명 선수들의 스폰서로 나서곤 했다. 선수들을 동생이라 부르며 술과 밥을 사주고 용돈을 쥐여 줬다. 당시로선 귀하던 외제 승용차를 선물 받은 선수도 있었다. 그 대신 중요한 자리에 선수들을 불러 얼굴 과시를 했다. 바람직하진 않았지만 최소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스폰서 문화에도 변화가 생겼다. 여전히 야구팬으로서 ‘순수하게’ 아는 동생들의 뒤를 봐주는 지역 유지나 사업가도 있지만 처음부터 불순한 목적으로 접근하는 스폰서가 생기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은 불법 스포츠토토 시장이 팽창하던 시기다. 이들의 타깃은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선수들이다. 수억 원의 연봉을 받는 스타급 선수들은 금전적으로 크게 아쉬울 게 없다. 수도권 구단의 A 선수는 “어릴 때 몇 번 ‘아는 형님’들이 주선한 자리에 나가 술도 마시고 용돈도 받았다. 하지만 원치 않는 자리에 자꾸 불려나가는 게 싫어 어느 순간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하지만 혈기 왕성하고 하고 싶은 것 많은 젊은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유혹에 쉽게 노출돼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선배 선수들은 비싼 차를 타고 고급 음식점을 드나든다. 누군가 이를 공짜로 제공해 준다면 귀가 솔깃해지기 쉽다. 이런 자리가 한두 번 반복되는 사이 자기도 모르게 범죄의 늪에 발을 담그게 된다. 한번 발을 들이면 약점을 잡혀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 지난해 연봉이 3300만 원이었던 이태양은 ‘아는 형님’의 가면을 쓴 승부 조작 브로커에게 더없이 좋은 먹잇감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스폰서 문화가 사생활 영역에 속해 있어 구단들이 막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승부 조작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교육을 통한 재발 방지책을 내놓지만 사건이 계속 재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선수 자신들이다. 스스로 유혹을 뿌리치지 않으면 스폰서 문화는 더욱 은밀하고 음성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검은 유혹의 온상인 스폰서 문화의 현실을 선수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1일 NC 이태양과 상무 문우람(전 넥센)의 승부 조작 사건에 대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내놓은 사과 성명의 한 부분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단어는 ‘문화’다. 스폰서 문화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에서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1군에 뛸 정도의 실력을 갖춘 선수는 물론이고 감독과 코치들 주변에도 스폰서라 불리는 인물들이 있다. 범위가 넓은 뿐 아니라 역사도 오래 됐다. 프로야구 초창기엔 주로 조폭들이 자기 지역 출신 유명 선수들의 스폰서로 나서곤 했다. 선수들을 동생이라 부르며 술과 밥을 사주고 용돈을 쥐어 줬다. 당시로선 귀하던 외제 승용차를 선물 받은 선수도 있었다. 대신 중요한 자리에 선수들을 불러 얼굴 과시를 했다. 바람직하진 않았지만 최소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스폰서 문화에도 변화가 생겼다. 여전히 야구팬으로서 ‘순수하게’ 아는 동생들의 뒤를 봐주는 지역 유지나 사업가도 있지만 처음부터 불순한 목적으로 접근하는 스폰서가 생기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은 불법 스포츠토토 시장이 팽창하던 시기다. 이들의 타깃은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선수들이다. 수억 원의 연봉을 받는 스타급 선수들은 금전적으로 크게 아쉬울 게 없다. 수도권 구단의 A선수는 “어릴 때 몇 번 ‘아는 형님’들이 주선한 자리에 나가 술도 마시고 용돈도 받았다. 하지만 원치 않는 자리에 자꾸 불려나가는 게 싫어 어느 순간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하지만 혈기 왕성하고 하고 싶은 것 많은 젊은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유혹에 쉽게 노출돼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선배 선수들은 비싼 차를 타고 고급 음식점을 드나든다. 누군가 이를 공짜로 제공해 준다면 귀가 솔깃해지기 쉽다. 이런 자리가 한두 번 반복되는 사이 자기도 모르게 범죄의 늪에 발을 담그게 된다. 한 번 발을 들이면 약점을 잡혀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 지난해 연봉이 3300만 원이었던 이태양은 ‘아는 형님’의 가면을 쓴 승부조작 브로커에게 더없이 좋은 먹잇감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스폰서 문화가 사생활 영역에 속해 있어 구단들이 막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승부조작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교육을 통한 재발 방지책을 내놓지만 사건이 재발하는 이유다. 결국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선수 자신들이다. 스스로 유혹을 뿌리치지 않으면 스폰서 문화는 더욱 은밀하고 음성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메이저리그 복귀요? 언제일진 저도 몰라요. 그런데 감독님이 며칠 전 휴대전화로 사진을 한 장 보내셨더라고요.” 강정호(29·피츠버그)의 얼굴이 순간 환해졌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에게 받은 사진 얘기를 꺼내면서다. 강정호는 지난해 9월 경기 중 크리스 코글런(당시 시카고 컵스)의 과격한 슬라이딩에 왼쪽 무릎 정강이뼈가 부러지고 반월상 연골이 손상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겨우내 지겨운 재활 과정을 소화한 그는 이달 중순부터 피츠버그 산하 트리플A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로 내려와 실전 감각을 쌓고 있다. 허들 감독이 강정호에게 보낸 사진에는 한 남자가 경복궁을 배경으로 강정호의 등번호 27번이 새겨진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있다. 허들 감독은 서울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받은 이 사진을 강정호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가 강정호의 복귀를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 복귀를 예상하고 있다. 25일 더럼 불스와의 트리플A 경기가 열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더럼 불스 애슬레틱 파크에서 만난 강정호는 “재활 기간을 하루라도 줄여 보려고 겨울에 한국에도 들어가지 않고 열심히 운동만 했다. 동료들보다 늦게 시즌을 시작하는 만큼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메이저리그 복귀 초읽기 강정호는 24일 루이빌 배츠와의 방문경기에서 트리플A 4경기 만에 첫 안타를 쳤다. 왼쪽 담장을 때리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첫 안타가 나온 것도 그렇지만 1루로 돌아오는 급격한 동작 때 무릎에 전혀 이상을 느끼지 않았던 게 고무적이었다. 강정호는 “오랜 만에 실전에 적응하느라 타율은 썩 좋지 않다(0.067·15타수 1안타). 그렇지만 타격감이 나쁘지는 않다. 무릎 상태도 100%는 아니지만 비슷하게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25일 경기에선 1-6으로 뒤진 9회초 대타로 출전해 볼넷을 골랐다. 후속 타자의 1루수 앞 땅볼 때는 전력질주한 뒤 슬라이딩으로 2루를 밟았다. 무릎 부상의 후유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선발 출전은 하지 않았지만 강정호는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일찌감치 구장에 도착해 실내에서 밴드를 이용해 무릎 주변 근력 보강 운동을 했다. 수비 훈련과 타격 훈련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프리 배팅 때는 담장을 때리는 직선 타구를 여러 차례 날렸다. 트레이닝 코치와 일대일 주루 훈련을 한 것도 남달랐다. 강정호는 코치의 지시에 따라 고깔 모양의 도구 사이를 지그재그로 여러 차례 내달렸다. 운영팀의 한 직원은 이 장면을 비디오에 담았다. 허들 감독은 이런 자료들을 검토한 뒤 메이저리그 복귀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 “3루수라면 홈런을 더 쳐야죠” 인디애나폴리스 감독은 강정호에 대해 “몸이 커졌다(He‘s got big)”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강정호의 몸은 한국 프로야구 넥센 시절은 물론이고 지난해와 비교해도 훨씬 커졌다. 넥센 입단 당시 80kg 내외였던 몸무게는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면서 90kg을 넘겼다. 메이저리그 첫해인 지난해에는 96kg이었다. 그런데 이날 인디애나폴리스가 배포한 자료에는 100kg으로 나왔다. 강정호는 “올해는 아무래도 유격수보다 3루수로 주로 뛸 것 같다. 힘을 늘리기 위해 몸을 좀 키웠다. 단백질 위주 식사를 하고 웨이트트레이닝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3루수라면 아무래도 (홈런을) 더 많이 쳐야 하니까…”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강정호는 이날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발표한 올해 올스타전(7월 13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 후보 명단에 내셔널리그 3루수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았지만 피츠버그 구단은 그를 올스타 3루수 후보로 추천했다. 허들 감독과 피츠버그 구단이 그에게 거는 기대를 알 수 있다.더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메이저리그 복귀요? 언제일진 저도 몰라요. 그런데 감독님이 며칠 전 휴대전화로 사진을 한 장 보내셨더라고요.” 강정호(29·피츠버그)의 얼굴이 순간 환해졌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에게 받은 사진 얘기를 꺼내면서다. 강정호는 지난해 9월 경기 중 크리스 코글란(당시 시카고 컵스)의 과격한 슬라이딩에 왼쪽 무릎 정강이뼈가 부러지고 반월상 연골이 손상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겨우내 지겨운 재활 과정을 소화한 그는 이달 중순부터 피츠버그 산하 트리플A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로 내려와 실전 감각을 쌓고 있다. 허들 감독이 강정호에게 보낸 사진에는 한 남자가 경복궁을 배경으로 강정호의 등번호 27번이 새겨진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있다. 허들 감독은 서울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받은 이 사진을 강정호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가 강정호의 복귀를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 복귀를 예상하고 있다. 25일 더럼 불스와의 트리플A 경기가 열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더럼 불스 어슬레틱 파크에서 만난 강정호는 “재활 기간을 하루라도 줄여보려고 겨울에 한국에도 들어가지 않고 열심히 운동만 했다. 동료들보다 늦게 시즌을 시작하는 만큼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복귀 초읽기 강정호는 24일 루이빌 배츠와의 방문 경기에서 트리플A 4경기 만에 첫 안타를 쳤다. 왼쪽 담장을 때리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첫 안타가 나온 것도 그렇지만 1루로 돌아오는 급격한 동작 때 무릎에 전혀 이상을 느끼지 않았던 게 고무적이었다. 강정호는 “오랜 만에 실전에 적응하느라 타율은 썩 좋지 않다(0.067·15타수 1안타). 그렇지만 타격 감이 나쁘지는 않다. 무릎 상태도 100%는 아니지만 비슷하게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25일 경기에선 1-6으로 뒤진 9회초 대타로 출전해 볼넷을 골랐다. 후속 타자의 1루수 앞 땅볼 때는 전력질주한 뒤 슬라이딩으로 2루를 밟았다. 무릎 부상의 후유증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날 선발 출전은 하지 않았지만 강정호는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일찌감치 구장에 도착해 실내에서 밴드를 이용해 무릎 주변 근력 보강 운동을 했다. 수비 훈련과 타격 훈련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프리 배팅 때는 담장을 때리는 직선 타구를 여러 차례 날렸다. 트레이닝 코치와 1대 1주루 훈련을 한 것도 남달랐다. 강정호는 코치의 지시에 따라 고깔 모양의 도구 사이를 지그재그로 여러 차례 내달렸다. 운영팀의 한 직원은 이 장면을 비디오에 담았다. 허들 감독은 이런 자료들을 검토한 뒤 메이저리그 복귀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3루수라면 홈런을 더 쳐야죠.” 재러드 샌드버그 인디애나폴리스 감독은 강정호에 대해 “몸이 커졌다(He‘s got big)”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강정호의 몸은 한국 프로야구 넥센 시절은 물론이고 지난해와 비교해도 훨씬 커졌다. 넥센 입단 당시 80kg 내외였던 몸무게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면서 90kg을 넘겼다. 메이저리그 첫 해인 지난해에는 96kg이었다. 그런데 이날 인디애나폴리스가 배포한 자료에는 100kg으로 나왔다. 강정호는 “올해는 아무래도 유격수보다 3루수로 주로 뛸 것 같다. 힘을 늘리기 위해 몸을 좀 키웠다. 단백질 위주 식사를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3루수라면 아무래도 (홈런을) 더 많이 쳐야 하니까…”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강정호는 이날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발표한 올해 올스타전(7월 13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 후보 명단에 내셔널리그 3루수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았지만 피츠버그 구단은 그를 올스타 3루수 후보로 추천했다. 허들 감독과 피츠버그 구단이 그에게 거는 기대를 알 수 있다.더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때로는 평범한 실책 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곤 한다.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KIA 유격수 김민우의 실책이 바로 그랬다. 0-0 동점이던 KIA의 2회말 수비. 2사 1루에서 김민우는 박동원의 평범한 땅볼을 떨어뜨렸다. 공수교대가 돼야 할 상황이 2사 1, 2루로 급변했다. 신인 투수나 다름없는 KIA 선발 홍건희는 급격히 흔들렸다. 다음 타자 고종욱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고 연이어 볼넷을 허용해 만루 위기에 몰렸다. 넥센 4번 타자 박병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초구 높은 직구가 들어오자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러 펜스 위를 까맣게 넘어가는 만루 홈런을 때렸다. 홍건희는 이후 김민성에게 2점 홈런을 얻어맞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1과 3분의 2이닝 동안 8실점. 그러나 자책점은 ‘0’이었다. 박병호는 3회 KIA 문경찬을 상대로 3점 홈런을 추가했다. 26, 27호 홈런을 기록한 그는 홈런 선두를 굳게 지켰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1년 가을. 이승엽은 8년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 복귀를 결심했다. 당시 그의 소속팀 오릭스를 이끌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이승엽과의 이별을 무척 아쉬워했다. 그해 이승엽의 성적은 타율 0.201에 15홈런, 51타점.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었지만 오카다 감독은 “승짱(이승엽의 애칭)은 성적을 떠나 팀에 모범이 되는 선수다. 후배들이 보고 배울 게 많아 더 데리고 있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유는 또 있었다. 이승엽이 그해로 8시즌을 채우면서 이듬해부터는 외국인 선수가 아닌 자국 선수 대우를 받게 됐기 때문이었다. 일본에서는 외국인 선수를 ‘스켓토(助っ人)’로 부른다. 용병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자유계약선수(FA) 기간인 8시즌을 채운 이승엽은 더이상 스켓토가 아니었다. 그는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각 팀당 4명)의 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 리그와 팀에 기여한 덕분에 같은 식구로 인정받은 것이다. 요즘 한국 프로야구에도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외국인 선수들이 많다. 두산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대표적이다. 현재 어깨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니퍼트는 넥센과의 안방경기가 열린 3일 유니폼이 아닌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잠실구장을 찾았다. 그는 이날 한 사회복지관 아동 50명을 초청했다. 좌석은 물론이고 친필 사인 유니폼, 모자, 사인볼, 간식까지 모두 자기 돈으로 마련했다. “한국에서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며 2013년부터 2년 넘게 매달 하고 있는 행사다. 벌써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NC의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는 한 보육원 아이들을 25일 열리는 두산전에 초청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16일 SK전을 마친 뒤엔 자선 바자회를 연다. 모든 행사는 혼자 계획하고 준비한 것으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부탁했다. 그는 “3시즌째 NC에서 뛰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제 내가 보답할 차례인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어떤 면에선 한국 선수들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선수들이다. 기부나 선행이 일반화돼 있지 않은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도 가볍지 않다. 이런 선수들과의 인연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언제든지 퇴출될 수 있는 신분이다. 특히 큰 부상을 입으면 팀에서 내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전력상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 쿼터를 비워 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에 한 가지 제안을 하려 한다. 일정 기간 한국 프로야구에 기여한 외국인 선수에게 국내 선수들과 똑같은 권리를 주는 것이다. 다년 계약도 가능하게 하고, 외국인 선수 쿼터에 적용되지 않게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다. 이런 제도가 만들어지면 각 구단은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선수를 오랫동안 데리고 있을 수 있다.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 제한을 받지 않아 전력이 강화되는 효과도 있다. 부상을 당해도 팀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수 있다. 구단들은 더욱 철저하게 외국인 선수들을 관리하게 되고, 선수들은 더 큰 충성심을 갖고 경기에 나설 수 있다. 1998년 한국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장수 외국인 선수는 한화에서 7시즌을 뛰었던 제이 데이비스(1999∼2002년, 2004∼2006년)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뛰며 사랑받았던 그가 기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1년 가을. 이승엽은 8년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 복귀를 결심했다. 당시 그의 소속팀 오릭스를 이끌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이승엽과의 이별을 무척 아쉬워했다. 그해 이승엽의 성적은 타율 0.201에 15홈런, 51타점.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었지만 오카다 감독은 “승짱(이승엽의 애칭)은 성적을 떠나 팀에 모범이 되는 선수다. 후배들이 보고 배울 게 많아 더 데리고 있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유는 또 있었다. 이승엽이 그해로 8시즌을 채우면서 이듬해부터는 외국인 선수가 아닌 자국 선수 대우를 받게 됐기 때문이었다. 일본에서는 외국인 선수를 ‘스켓토(助っ人)’로 부른다.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자유계약선수(FA) 기간인 8시즌을 채운 외국인 선수는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각 팀당 4명)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리그와 팀에 기여한 공을 높이 평가해 같은 식구로 인정하는 것이다. 요즘 한국 프로야구에도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외국인 선수들이 많다. 두산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대표적이다. 현재 어깨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있는 니퍼트는 넥센과의 안방경기가 열린 3일 유니폼이 아닌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잠실구장을 찾았다. 그는 이날 한 사회복지관 아동 50명을 초청했다. 좌석은 물론 친필 사인 유니폼, 모자, 사인볼, 간식까지 모두 자기 돈으로 마련했다. “한국에서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며 2013년부터 2년 넘게 매달 하고 있는 행사다. 벌써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NC의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는 한 고아원 아이들을 25일 열리는 두산전에 초청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16일 SK전을 마친 뒤엔 자선 바자회를 연다. 모든 행사는 혼자 계획하고 준비한 것으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부탁했다. 그는 “3시즌째 NC에서 뛰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제 내가 보답할 차례인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어떤 면에선 한국 선수들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선수들이다. 기부나 선행이 일반화돼 있지 않은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도 가볍지 않다. 이런 선수들과의 인연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언제든지 퇴출될 수 있는 신분이다. 특히 큰 부상을 입으면 팀에서 내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전력상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 쿼터를 비워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에 한 가지 제안을 하려 한다. 일정 기간 한국 프로야구에 기여한 외국인 선수에게 국내 선수들과 똑같은 권리를 주는 것이다. 다년 계약도 가능하게 하고, 외국인 선수 쿼터에 적용되지 않게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다. 이런 제도가 만들어지면 각 구단은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선수를 오래 동안 데리고 있을 수 있다.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 제한을 받지 않아 전력이 강화되는 효과도 있다. 부상을 당해도 팀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수 있다. 구단들은 더욱 철저하게 외국인 선수들을 관리하게 되고, 선수들은 더 큰 충성심을 갖고 경기에 나설 수 있다. 1998년 한국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장수 외국인 선수는 한화에서 7시즌을 뛰었던 제이 데이비스(1999~2002년, 2004~2006년)다. 오래 동안 한국에서 뛰며 사랑받았던 그가 기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넥센 4번 타자 박병호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그는 올해 홈런 타이틀 4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홈런뿐만 아니라 최다 안타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일까지 박병호는 98안타로 이 부문 선두였다. 지난해까지 그는 홈런을 비롯해 타점과 득점, 볼넷 등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최다 안타 타이틀을 차지한 적은 없었다.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를 통해 박병호는 홈런왕과 최다 안타왕 등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박병호는 5-3으로 앞선 7회 조승수를 상대로 시즌 25호 홈런을 쳐내며 강민호(롯데) 테임즈(NC·이상 24개)를 제치고 홈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또 이날 하루에만 3안타를 몰아치며 10개 구단 타자 가운데 처음으로 100안타 고지(101개)에 올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2012년 친정팀 삼성으로 복귀한 ‘국민타자’ 이승엽(39)은 지난해 타율 0.308에 32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령 3할-30홈런-100타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 한 행사장에서 만난 이승엽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뜻밖에도 ‘은퇴’였다. 이승엽은 “선수 생활을 끝내기 전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 홈런보다 2000안타다. 꾸준하게 선수 생활을 했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2000안타를 달성하는 세 시즌 정도 후를 은퇴 시점으로 잡고 있다”고 했다. 은퇴를 말하기엔 그의 실력은 여전히 뛰어나다. 1일 넥센과의 경기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5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하면서 이날까지 성적은 타율 0.314에 15홈런, 50타점이다. 통산 1789안타로 2000안타까지는 211개만 남겨 두고 있다. 지난달 3일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400홈런을 달성한 효과까지 더해져 그는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올스타 팬 투표 3차 집계에서 그는 131만4658표를 얻어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아직 최종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벌써 역대 최다 득표(종전 117만4593표·2013년 LG 봉중근)를 넘어섰다. 하지만 그는 요즘도 ‘은퇴’라는 두 글자를 마음에 새기고 경기장에 나서는 듯하다. 그는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을 먹는다고 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타석이기에 절실함을 갖는다고 했다. 얼마 남지 않았기에 야구가 더욱 재미있다고 했다. 많은 베테랑 스타 선수들이 이 지점에서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이제야 야구를 조금 알 거 같은데 그만둬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야구를 내려놓아야 할 타이밍을 찾지 못하기 일쑤다. 대다수의 경우는 끝이 좋지 않았다. 선수는 자발적인 은퇴를 바라는 구단의 처사를 아쉬워했고, 구단은 자기 욕심만 차리는 선수를 좋게 보지 않았다. 팬들의 눈을 의식해 성대한 은퇴식을 열어주고, 영구결번이라는 영예를 주기도 했지만 그 속에 진심은 들어있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정작 그 팀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승엽은 이 같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혹시 미련이 남을까 봐 틈날 때마다 자신의 목표와 은퇴 시기를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 이승엽은 ‘아름다운 은퇴’라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남길 수 있다. 삼성의 이승엽이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의 이승엽이기 때문에 더욱더 마무리가 좋아야 한다. 2014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데릭 지터(전 뉴욕 양키스)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이자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이었던 그는 2014시즌 전 “올해가 마지막이다”라고 은퇴 선언을 했다. 시즌 내내 지터의 ‘은퇴 투어’는 수많은 화제를 만들어냈다. 그가 방문하는 상대 팀들은 선물 공세를 펼쳤고, 상대 팀 팬들조차 떠나는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지터에 앞서 2013년 마리아노 리베라(전 뉴욕 양키스), 2012년 치퍼 존스(애틀랜타)도 아름다운 퇴장을 택했다. 한국에서는 SK 김재현(현 한화 코치)이 2010년 시즌 전 은퇴를 예고한 뒤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올 시즌 후 이승엽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그가 마음으로 정한 은퇴 시기는 그때가 돼야 정확히 나올 것이다. 좋은 야구 선수이기에 앞서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인 그는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다. 그가 은퇴 후에도 ‘전설’로 남기를 마음으로 응원할 뿐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 이닝에 타자 6명이 모두 배트 중심에 공을 맞혔다. 그중 5명은 깨끗한 안타를 쳤다. 그런데 고작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경기. 0-2로 뒤진 2회말 두산은 로메로-오재원-양의지의 연속 3안타로 한 점을 뽑아 동점을 만든 뒤 계속해서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이때부터 불운이 겹쳤다. 7번 타자 김재환이 친 타구는 빨랫줄처럼 날아갔으나 1루수 정성훈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곧이어 2루 주자 오재원이 견제구에 걸려 2아웃이 됐다. 2사 1루에서 허경민의 안타로 2사 1, 2루 찬스를 만든 뒤엔 김재호가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를 때렸다. 2루 주자 양의지가 충분히 홈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였지만 우익수 김용의의 기막힌 홈 송구에 걸려 객사하고 말았다. 하지만 잇단 불운에도 두산 타선은 3회부터 연신 안타를 때려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2012년 친정팀 삼성으로 복귀한 ‘국민타자’ 이승엽(39)은 지난해 타율 0.308에 32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령 3할-30홈런-100타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 한 행사장에서 만난 이승엽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뜻밖에도 ‘은퇴’였다. 이승엽은 “선수 생활을 끝내기 전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 홈런보다 2000안타다. 꾸준하게 선수 생활을 했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2000안타를 달성하는 세 시즌 정도 후를 은퇴 시점으로 잡고 있다”고 했다. 은퇴를 말하기엔 그의 실력은 여전히 뛰어나다. 6월 30일 현재 그의 성적은 타율 0.308에 14홈런, 48타점이다. 지난달 3일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400홈런을 달성한 효과까지 더해져 그는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올스타 팬 투표 3차 집계에서 그는 131만4658표를 얻어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아직 최종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벌써 역대 최다 득표(종전 117만4593표·2013년 LG 봉중근)를 넘어섰다. 하지만 그는 요즘도 ‘은퇴’라는 두 글자를 마음에 새기고 경기장에 나서는 듯하다. 그는 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을 먹는다고 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타석이기에 절실함을 갖는다고 했다. 얼마 남지 않았기에 야구가 더욱 재미있다고 했다. 많은 베테랑 스타 선수들이 이 지점에서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이제야 야구를 조금 알 거 같은데 그만둬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야구를 내려놓아야 할 타이밍을 찾지 못하기 일쑤다. 대다수의 경우는 끝이 좋지 않았다. 선수는 자발적인 은퇴를 바라는 구단의 처사를 아쉬워했고, 구단은 자기 욕심만 차리는 선수를 좋게 보지 않았다. 팬들의 눈을 의식해 성대한 은퇴식을 열어주고, 영구결번이라는 영예를 주기도 했지만 그 속에 진심은 들어있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정작 그 팀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승엽은 이 같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혹시 미련이 남을까봐 틈날 때마다 자신의 목표와 은퇴시기를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 이승엽은 ‘아름다운 은퇴’라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남길 수 있다. 삼성의 이승엽이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의 이승엽이기 때문에 더욱더 마무리가 좋아야 한다. 2014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데릭 지터(전 뉴욕 양키스)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이자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이었던 그는 2014시즌 전 “올 해가 마지막이다”고 은퇴 선언을 했다. 시즌 내내 지터의 ‘은퇴 투어’는 수많은 화제를 만들어냈다. 그가 방문하는 상대 팀들은 선물 공세를 펼쳤고, 상대 팀 팬들조차 떠나는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지터에 앞서 2013년 마리아노 리베라(전 뉴욕 양키스), 2012년 치퍼 존스(애틀랜타)도 아름다운 퇴장을 택했다. 한국에서는 SK 김재현(현 한화 코치)이 2010년 시즌 전 은퇴를 예고한 뒤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올 시즌 후 이승엽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그가 마음으로 정한 은퇴 시기는 그 때가 돼야 정확히 나올 것이다. 좋은 야구 선수이기에 앞서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인 그는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다. 그가 은퇴 후에도 ‘전설’로 남기를 마음으로 응원할 뿐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선린인터넷고와 대구 상원고의 제69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스포츠동아·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결승이 열린 29일. 경기 직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kt와 NC를 제외한 8개 구단의 2016년도 1차 지명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올해 전체 고교 투수 최대어로 꼽히는 선린인터넷고의 오른손 투수 이영하는 두산의 부름을 받았다. 이영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같은 학교의 오른손 투수 김대현은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연고 지역에서 1명씩을 우선 선발하는 1차 지명 제도가 부활한 2014년 이후 한 학교 투수 2명이 나란히 1차 지명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2014년도에 덕수정보고 투수 한주성과 내야수 임병욱이 각각 두산과 넥센으로부터 1차 지명을 받았지만 포지션이 달랐다. 35년 만에 황금사자기를 품에 안은 팀은 고교 최고의 오른손 ‘원투펀치’를 보유한 선린인터넷고였다. 이날 목동구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김대현과 이영하가 나란히 이어 던진 선린인터넷고는 막강 타선을 보유한 대구 상원고를 7-2로 이겼다. 선린인터넷고는 1963년, 1966년, 1969년, 1980년에 이어 다섯 번째 황금사자기를 차지했다. 박노준(야구해설위원)이 당대 최고 투수 선동열(전 KIA 감독)을 상대로 결승 2점 홈런을 뽑아내며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1980년 이후 35년 만이다. 3루 측 관중석을 빼곡히 메운 선린인터넷고 동문들은 교가와 응원가를 부르며 우승을 자축했다. 선린인터넷고는 경기 초반 실책을 연발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2회초 수비에서 무려 3개의 실책과 1번의 포수 패스트볼이 이어져 2점을 빼앗긴 것. 하지만 곧 이은 2회말 공격에서 선두 타자 안준모가 상대 선발 변준호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상대 투수들의 제구 난조로 만든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선린인터넷고는 이우상의 동점 적시타와 김규성의 기습 스퀴즈 번트로 역전에 성공했고, 계속된 2사 만루에서 홍성호가 좌중간을 가르는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쳐내 6-2로 점수 차를 벌렸다. 홍성호는 7회에도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추가했다. 선린인터넷고의 선발 투수 김대현은 5와 3분의 1이닝 동안 3피안타 3사사구 2실점(비자책)으로 승리 투수가 됐고 6회 1사 1, 3루에서 구원 등판한 이영하는 3과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 팀 승리를 지켰다. 이번 대회 팀이 거둔 5승 가운데 3승을 기록한 김대현은 최우수선수(MVP)를, 2승을 올린 이영하는 우수선수상을 받았다. 김대현의 직구 최고 스피드는 시속 147km, 이영하는 150km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마지막 날 최나연(28·SK텔레콤)의 퍼팅은 번번이 홀을 빗나갔다. 2∼3m의 짧은 퍼팅을 계속 놓치면서 선두 자리도 내줬다. 하지만 최나연에게는 퍼팅을 할 필요가 없는 마법의 무기가 있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8번 아이언이다. 최나연이 그림 같은 두 차례의 8번 아이언샷을 앞세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월마트 NW아칸소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29일 미국 아칸소 주 로저스의 피너클 골프장(파71·6374야드)에서 열린 최종 3라운드. 전날까지 2위에 2타 앞선 단독 선두였던 최나연은 이날 13번 홀까지 퍼팅 난조를 보이며 1타를 잃고 있었다. 순위도 2위로 내려앉았다. 분위기를 단숨에 바꾼 것은 16번 홀(파4)에서 나온 샷 이글이었다. 3번 우드로 티샷을 한 뒤 핀까지 남은 거리는 145야드. 최나연은 주저 없이 8번 아이언을 꺼내 들었다. 핀을 향해 날아간 공은 그린 위에서 한 번 튀더니 홀로 빨려 들어갔다. 단숨에 2타를 줄인 최나연은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최나연은 경기 후 “어떤 클럽이 가장 좋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8번 아이언이라고 답한다. 8번 아이언으로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일정하게 140∼145야드를 보낸다. 오늘도 임팩트 순간의 느낌이 좋았다. 갤러리들이 박수를 쳐 핀 주위에 잘 붙었나 보다 생각했는데 확인해 보니 홀에 들어가 있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뻤다”고 말했다. 승리의 여신이 최나연 편이었던 이유는 다음 17번 홀(파3)의 거리 역시 145야드였기 때문이다. 최나연은 다시 한번 8번 아이언으로 샷을 했고, 이번에는 홀컵 바로 옆에 공이 붙었다. 가볍게 탭인 버디를 성공시킨 최나연은 이날 경기 시작 때처럼 다시 2타 차 선두가 됐다. 그는 “공교롭게 17번 홀에서도 거리를 재 보니 똑같은 거리가 나와 같은 클럽으로 쳤다. 직전 홀 샷이 너무 좋아 그 느낌 그대로 쳤다”고 설명했다. 최나연은 18번 홀을 파로 막아 최종 합계 15언더파 198타를 기록하며 2위 미야자토 미카(일본·13언더파 200타)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2월 개막전인 코츠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시즌 2승이자 LPGA 통산 9번째 우승이다. 최나연은 “사실 퍼팅이 좋지 않았는데 8번 아이언 덕분에 퍼트 없이 우승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는 내가 생각해도 기적 같은 대회였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 30만 달러(약 3억4000만 원)를 추가한 최나연은 LPGA 투어 사상 10번째로 통산 상금 1000만 달러도 돌파했다. 이날까지 그가 번 상금은 1023만6907달러(약 115억 원)다. 한국 선수로는 박세리(1256만3660달러), 박인비(1137만3484달러)에 이어 세 번째다. 최나연은 “이번 시즌을 시작할 때 통산 상금 1000만 달러 돌파도 목표 중 하나였다. 상금 액수를 떠나 박세리, 박인비라는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이름이 올랐다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남은 목표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꼽은 그는 다음 달 9일 개막하는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 출전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선린인터넷고와 대구 상원고의 제69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스포츠동아·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결승이 열린 29일. 경기 직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kt와 NC를 제외한 8개 구단의 2016년도 1차 지명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올해 전체 고교 투수 최대어로 꼽히는 선린인터넷고의 오른손 투수 이영하는 두산의 부름을 받았다. 이영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같은 학교의 오른손 투수 김대현은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연고 지역에서 1명씩을 우선 선발하는 1차 지명 제도가 부활한 2014년 이후 한 학교 투수 2명이 나란히 1차 지명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2014년도에 덕수정보고 투수 한주성과 내야수 임병욱이 각각 두산과 넥센으로부터 1차 지명을 받았지만 포지션이 달랐다. 35년 만에 황금사자기를 품에 안은 팀은 고교 최고의 오른손 ‘원투펀치’를 보유한 선린인터넷고였다. 이날 목동구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김대현과 이영하가 나란히 이어 던진 선린인터넷고는 막강 타선을 보유한 대구 상원고를 7-2로 이겼다. 선린인터넷고는 1963년, 1966년, 1969년, 1980년에 이어 다섯 번째 황금사자기를 차지했다. 박노준(야구해설위원)이 당대 최고 투수 선동열(전 KIA 감독)을 상대로 결승 2점 홈런을 뽑아내며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1980년 이후 35년 만이다. 3루 측 관중석을 빼곡히 메운 선린인터넷고 동문들은 교가와 응원가를 부르며 우승을 자축했다. 선린인터넷고는 경기 초반 실책을 연발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2회초 수비에서 무려 3개의 실책과 1번의 포수 패스트볼이 이어지며 2점을 빼앗긴 것. 하지만 곧 이은 2회말 공격에서 선두 타자 안준모가 상대 선발 변준호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상대 투수들의 제구 난조로 만든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선린인터넷고는 이우상의 동점 적시타와 김규성의 기습 스퀴즈 번트로 역전에 성공했고, 계속된 2사 만루에서 홍성호가 좌중간을 가르는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쳐내며 6-2로 점수차를 벌렸다. 홍성호는 7회에도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추가했다. 선린인터넷고의 선발 투수 김대현은 5와3분의1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2실점(비자책)으로 승리 투수가 됐고, 6회 1사 1, 3루에서 구원 등판한 이영하는 3과3분의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 승리를 지켰다. 이번 대회 팀이 거둔 5승 가운데 3승을 기록한 김대현은 최우수선수(MVP)을, 2승을 올린 이영하는 우수선수상을 받았다. 김대현의 직구 최고 스피드는 147km, 이영하는 150km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마지막 날 최나연(28·SK텔레콤)의 퍼팅은 번번이 홀을 빗나갔다. 2~3m 안팎의 짧은 퍼팅을 계속 놓치면서 선두 자리도 내줬다. 하지만 최나연에게는 퍼팅을 할 필요가 없는 마법의 무기가 있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8번 아이언이었다. 최나연이 그림 같은 두 차례의 8번 아이언샷을 앞세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월마트 NW아칸소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29일 미국 아칸소 주 로저스의 피너클 골프장(파71·6374야드)에서 열린 최종 3라운드. 전날까지 2위에 2타 앞선 단독 선두였던 최나연은 이날 13번홀까지 퍼팅 난조를 보이며 1타를 잃고 있었다. 순위도 2위로 내려앉았다. 분위기를 단숨에 바꾼 것은 16번홀(파4)에서 나온 샷 이글이었다. 3번 우드로 티샷을 한 뒤 핀까지 남은 거리는 145야드. 최나연은 주저 없이 8번 아이언을 꺼내들었다. 핀을 향해 날아간 공은 그린 위에서 한 번 튕기더니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단숨에 2타를 줄인 최나연은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최나연은 경기 후 “어떤 클럽이 가장 좋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8번 아이언이라고 답한다. 8번 아이언으로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일정하게 140~145야드를 보낸다. 오늘도 임팩트 순간의 느낌이 좋았다. 갤러리들이 박수를 쳐 핀 주위에 잘 붙었나보다고 생각했는데 확인해 보니 홀에 들어가 있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뻤다”고 말했다. 승리의 여신이 최나연 편이었던 이유는 다음 17번홀(파3)의 거리 역시 145야드였기 때문이다. 최나연은 다시 한 번 8번 아이언으로 샷을 했고, 이번에는 홀컵 바로 옆에 공이 붙었다. 가볍게 탭인 버디를 성공시킨 최나연은 이날 경기 시작 때처럼 다시 2타 차 선두가 됐다. 그는 “공교롭게 17번홀에서도 거리를 재보니 똑같은 거리가 나와 같은 클럽으로 쳤다. 직전 홀 샷이 너무 좋아 그 느낌 그대로 쳤다”고 설명했다. 최나연은 18번홀을 파로 막아 최종합계 15언더파 198타를 기록하며 2위 미야자토 미카(일본·13언더파 200타)를 2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2월 개막전인 코츠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시즌 2승이자 LPGA 통산 9번째 우승이었다. 최나연은 “사실 퍼팅이 좋지 않았는데 8번 아이언 덕분에 퍼트 없이 우승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는 내가 생각해도 기적 같은 대회였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 30만 달러(약 3억 4000만 원)를 추가한 최나연은 LPGA 투어 사상 10번째로 통산 상금 1000만 달러도 돌파했다. 이날까지 그가 번 상금은 1023만 6907달러(약 115억 원)다. 한국 선수로는 박세리(1256만 3660달러), 박인비(1137만 3484달러)에 이어 세 번째다. 최나연은 “이번 시즌을 시작할 때 통산 상금 1000만 달러 돌파도 목표 중에 하나였다. 상금 액수를 떠나 박세리, 박인비라는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이름이 올랐다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남은 목표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꼽은 그는 다음달 9일 개막하는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 출전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최나연(28·SK텔레콤·사진)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아칸소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대회 36홀 최소타 기록을 경신하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최나연은 28일 미국 아칸소 주 로저스의 피너클 골프장(파71·6341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7개, 보기 1개로 8언더파 63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폭풍우로 경기 진행에 차질을 빚은 이번 대회에서 최나연은 중간합계 13언더파 129타를 적어내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2월 열린 시즌 개막전 코츠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나연은 29일 최종 3라운드에서 시즌 2번째이자 통산 9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전반에 2타를 줄인 최나연은 후반 9개 홀에서 6타를 줄이는 절정의 샷 감각을 뽐냈다. 특히 18번홀(파5)에서는 13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켰다. 최나연은 “후반에 29타를 친 것은 내 골프 인생에서 처음인 것 같다. 이번 주 샷 감각이 좋아 자신이 있었지만 스코어가 이 정도로 좋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3타를 줄인 허미정(26)은 중간합계 11언더파 131타로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와 공동 2위에 자리했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중간합계 1언더파 141타로 2014년 5월 에어버스 LPGA 클래식 이후 1년여 만에 컷 탈락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