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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이 10대 시절인 1966년 완성한 작품. 생애 첫 장편소설이다. 제목인 롱 워크(Long Walk)는 작품 속에서 10대 소년 100명 중 1명이 남을 때가지 걷는 국가적 경기다. 걸음이 늦어지면 경고를 받고, 3번 경고를 받으면 총살된다. 우승자는 국가영웅이 된다. 1960년대 베트남전 입대와 반전 시위를 경험한 10대 시절 작가의 비판적 시선과 특유의 박진감 등 스티븐 킹 작품의 원형질이 녹아있다. ‘배틀 로얄’ ‘헝거게임’ 등 디스토피아 사회에서 청소년이 서로 죽이는 게임을 하는 소설과 만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미도서관협회 청소년 권장도서인 이 책은 국내에서 해적판으로 판매되다 20년 만에 정식 번역 출간됐다. 1만3800원.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결국 승자는 ‘동녘’ 출판사? 가수 아이유(22)의 신곡 ‘제제(Zeze)’를 둘러싼 선정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제제가 주인공인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J M 바스콘셀루스)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판매량도 6배 이상 급증했다. 11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제제’ 논란이 본격화한 6일 이후 11일까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판매량이 5일 이전 동일 기간보다 6.3배나 증가했다. 예스24에서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가 어린이 도서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예스24 관계자는 “6일 이후 1000부 이상 판매되며 이전보다 6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신간이 출간돼도 1쇄(2000부)가 판매되기 어려운 출판시장 불황 속에서 약진한 셈이다. 하지만 이 책을 낸 출판사 동녘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출판사 페이스북에 “책 판매량이 급증했던데 돈 좀 벌었느냐”라고 비아냥거리는 글이 올라오는 등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동녘은 5일 자사 페이스북에 “아이유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아 유감”이라고 비판하면서 선정성 논란의 불을 지폈다. 아이유의 신곡 ‘제제’의 가사 중 ‘넌 아주 순진해. 그러나 분명 교활하지.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듯해도 어딘가는 더러워’라는 대목을 문제 삼은 것. 이후 SNS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셌다. 결국 동녘는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한 점에 사과를 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출판계는 동녘을 감싸는 분위기다. A출판사 관계자는 “동녘은 그런 식으로 장사하는 출판사가 아니다. 정말 아이유 가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비판했을 뿐인데 예상치 못하게 책이 많이 팔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녘 관계자는 “누가 그런 식으로 책을 팔 생각을 하겠는가? 책 판매로 이어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녘출판사는 1977년 사회과학서를 전문으로 내던 ‘광민사’가 모태다. 박정희 정권 시절 반독재 민주화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이태복 씨(전 보건복지부 장관)가 설립했으며 이후 동생 이건복 씨가 인수해 1980년 이름을 동녘을 바꿨다. 노동운동, 사회과학, 철학 분야 책을 내왔다. 아이유도 손해 본 건 없다. 논란의 주인공이 된 ‘제제’의 음원은 엠넷닷컴 음원 11월 두 번째 주(2∼8일) 주간 차트에서 전주보다 13계단 상승한 4위를 차지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10일 오후 멀리 15m 크기의 태권V가 보였다. 아들보다 내 가슴이 더 쿵쾅거렸다. 서울 강동구 아리수로에 위치한 ‘브이센터(V-Center)’. 지난달 15일 연 ‘로보트 태권V’ 체험형 박물관이다. 태권V 모형, 4차원(4D) 영상을 구경한 후 아이에게 말했다. “태권V는 아빠 어릴 적 영웅이었단다. 멋지지!” 아들도 흠뻑 빠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을 하던 아이가 외친다. “아빠, 태권V가 ‘짝퉁’이래요. 검색해 보니 일본 로봇 ‘마징가Z’와 너무 비슷해요.” 할 말이 없었다. 태권V에 대한 정나미가 떨어지는 순간….(40대 아빠의 일기 중) 》○ 응답하라! 1970, 80년대 한국 슈퍼로봇 시간을 40여 년 전으로 되돌리자. 1976년 7월 개봉한 극장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는 당시 서울에서만 18만 관객이 들며 대성공을 거뒀다. 한국 로봇물의 화려한 시작이었다. 이후 1980년대 내내 ‘로보트 킹’ ‘슈퍼 타이탄’ ‘스페이스 간담 V’ 등 한국로봇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이 쏟아졌다. 현재 30, 40대 아저씨가 된 당시 ‘열혈 소년’들은 이들에 열광했다. 기자 역시 어린 시절 서울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강철 로봇들을 보면서 오줌을 찔끔 쌀 만큼 강렬한 흥분을 느꼈다. 로봇 조종사가 아니라 아예 로봇 자체가 되고 싶어 바지 위에 팬티를 입었고 장화를 신었다. 권투 글러브를 끼고 팔을 휘둘러 글러브가 손에서 빠져나가는 식의 ‘로켓 주먹 퍼포먼스’를 재현하다 창문을 깨 회초리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소년들이 성인이 된 2000년대, 인터넷을 통해 영웅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국내 로봇 캐릭터의 대다수가 일본 로봇을 베꼈다는 사실이 차례로 확인됐다.(그림 참조)○ 얼룩진 한국 로봇 영웅, 어떻게 봐야 하나 한국인들이 거대 로봇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할리우드 로봇 영화 ‘퍼시픽 림’은 본토에서는 흥행에 참패했지만 국내에서는 500만 명이나 봤다.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도 국내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그럼에도 태권V 관련 프로젝트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2003년 태권V 필름이 디지털로 복원돼 상영되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2006년, 2009년 ‘리부트’ 계획이 발표됐지만 현재까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송락현 씨는 “미국 트랜스포머, 일본 건담 등은 재생산되며 젊은 세대에게 호응을 얻었지만 태권V는 ‘추억팔이’에 그쳤다”고 말했다. 태권V를 재창조할 시기가 있었지만 ‘표절 콘텐츠’라는 사람들이 많아 타이밍을 놓쳤다는 설명이다. 이후 한국 슈퍼 로봇의 맥은 끊어진 상태다. 박석환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는 “한국 로봇물이 표절한 부분이 있지만 한 시대, 한 세대와 함께한 동시대성과 공감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슈퍼 로봇 열전’의 저자인 승채린 씨도 “옛날에는 제작 비용이 부족해 헌 필름을 재활용하고 밤새우며 마감을 맞추기 일쑤였다”며 “표절의 면죄부가 될 순 없지만 당시 제작자들은 불모지에서 무언가 만들려 했던 모험가였다”고 했다. 그래, 맞다. 1970, 80년대 한국 로봇 영웅 대다수는 표절의 산물이다. 그래도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 같다. “태권V는 아빠 어린 시절 기쁨과 용기를 준 커다란 존재였단다. 인격적으로 완벽하지도,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부자도 아니지만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온 그 시절 누군가의 아버지처럼 말이야.”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아직 50여 일 남았지만 서점가는 이미 ‘2016년’이다. 벌써부터 내년 트렌드나 사회 현상을 예측하는 ‘전망서’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미래 지형을 예측하는 도서만 30여 종에 이른다. 동아일보가 8일 교보문고, 예스24 등 대형서점에서 판매 순위가 높은 전망서 10권을 토대로 ‘2016년 키워드’를 뽑아봤다.》○ 2016년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16년에는 ‘플랜 Z’ 세대가 대세가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트렌드 코리아 2016). 불경기 속에서 최선인 플랜 A, 차선인 플랜 B도 아닌, ‘플랜 Z’를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뜻. 소비적으로 B급 제품을 사고 각종 카드, 앱을 활용해 포인트를 모아 물건을 사는 등 적게 쓰면서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램프 증후군’도 주요 사회 현상으로 예측됐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유행 탓에 요술램프에서 마법 거인을 불러오듯 별것 아닌 일에도 걱정을 하는 불안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취향을 감추면서도 자신을 과시하는 능력이 중요한 사회 분위기가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라이프트렌드 2016). 나만 아는 문화를 선호한다는 ‘힙스터(Hipster)’, 별것 아닌 것으로 무언가 ‘있어 보이게’ 만드는 ‘있어빌리티(있어+ability)’가 대표적 예. 사람들이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집밥, 집에서 하는 취미 등 집과 관련된 문화콘텐츠도 늘어난다. 이 키워드들 대부분에는 ‘경제 불황’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두 요소가 투영됐다.○ 전망서의 전망, 트렌드서(書)의 트렌드는? 출판계에 따르면 전망서 시장은 2010년 이후 매년 10%가량 성장하고 있다. 2011년까지 삼성경제연구소가 낸 ‘SERI 전망’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다. 2012년 이후 이 시리즈가 나오지 않은 뒤부터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주도하는 ‘트렌드코리아’ 시리즈가 연말마다 10만 부 내외의 판매고를 올렸다. ‘트렌드서의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예측을 어떻게 했는지를 소상히 밝히는 경우가 많아졌다. ‘트렌드 코리아 2016’을 낸 ‘미래의 창’ 출판사는 책 제작 과정을 담은 신문 형태의 부록을 배포했다. ‘미래의 창’ 정혜재 편집장은 “전망서는 점쟁이가 아니라 현재를 관찰해 향후 심화될 현상을 보여주는 정도인데, 독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바란다. 내용과 현상이 조금만 달라도 ‘책이 틀렸다’고 지적한다”며 “이에 전망서의 이해를 높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씨도 “오히려 너무 신기하고 특이한 것이 많은 전망서는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신조어보다는 맥락으로 설명하는 책도 많아지는 추세다. ‘부키’ 김남희 편집자는 “무슨무슨 족(族) 등의 용어들을 남발하면 독자 피로도가 커진다”고 밝혔다. 또 전망하는 분야와 시간대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나온 ‘빅 픽처 2016’의 경우 내년에 발생할 사회 쟁점을 담았다. 이 책을 낸 ‘생각정원’ 박재호 대표는 “소비 트렌드를 넘어 정치,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경향성을 보려는 전망서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후 한국과 세계 등 장기 전망을 다룬 책도 호응을 얻고 있다. 예스24의 2010∼2015년 전망서 누적 판매량을 보면 ‘10년 후 미래’, ‘마켓 3.0’,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유엔미래보고서2040’ 순으로 장기 전망서의 판매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전망서 시장이 커지는 이유를 △한국 특유의 토정비결 문화 △불황으로 인한 불안이 겹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 들여다보며 위안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언론사 환경 담당 기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바로 호랑이. 타사 조간신문에 “특종, 백두산 호랑이 국내에서 발견”이라는 보도가 나와, 언론계 은어로 속칭 ‘물을 먹으면’ 도저히 만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국내에서 사실상 멸종에 가까운 상태다. 호랑이 외에도 50여 종이 멸종 ‘위기’를 넘어 국내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런 의미에서 200년에 걸쳐 미국 숲 속에서 사라진 흰부리딱따구리를 다룬 이 책은 묵직한 시사점을 준다. 국제자연보호협회 활동가인 저자는 1809년 이후 불과 100여 년 만에 멸종된 이 새를 추적한다. 단순히 새만 다룬 이야기는 아니다. 멸종위기종에 얽힌 미국 근대사와 여러 인물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다. 수탉 크기의 흰부리딱따구리는 검은 몸통, 붉은 볏으로 ‘숲 속의 왕’처럼 보이는 멋진 새다. 1800년대 초만 해도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나 아칸소 주의 저지대 숲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당시 흰부리딱따구리를 엽총으로 죽이는 경우도 많았다. 동물을 가까이 관찰하려면 죽여서 표본을 만드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 하지만 남북전쟁 이후 벌목이 본격화하면서 서식지가 크게 준다. 1880년대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새 부리와 발톱, 다리 등 몸통 절반의 가죽을 모자에 얹어 장식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개체수가 급감했다. 이에 분개한 학자들이 깃털 모자에 반대하고 조류보호법 로비를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 연합군에게 잡힌 독일군 포로들을 활용한 값싼 노동력이 공급되면서 벌목이 가속화했다. 흰부리딱따구리는 1944년 4월 마지막 목격 뒤 미국 대륙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수많은 멸종 동물 중 저자는 왜 이 새를 조명해야 했을까. 흰부리딱따구리는 서식지를 파괴하는 인간과 이를 보호하려는 인간들이 대결했던 첫 번째 동물인 까닭이다. 이로 인해 자연보호, 야생동물 보존구역 구축 등 생태학 방법론이 발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단순히 한 개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제6의 멸종’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6500만 년 전 일어난 다섯 번째 대멸종인 ‘공룡 종말’까지는 그 원인이 지구 환경의 변화였지만 여섯 번째부터는 같은 동물인 ‘호모사피엔스’, 즉 인간에게서 비롯됐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결국 실패담이다. 하지만 향후 다른 종의 멸종을 막는 성공담을 만들 중요한 화두를 머릿속에 남긴다. “우리에게 무슨 권리가 있어서 그들을 멸종시키는가.”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한국역사연구회(회장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6일 국정 교과서에 대응할 ‘대안 한국사 도서’의 집필 논의에 들어갔다. 연구회 측은 이날 “대안 한국사 교과서를 누가 맡아 집필할지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정해진 상태”라고 밝혔다. 집필진은 연구회 소속 교수와 역사 관련 연구자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사학과 하일식 교수가 총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회는 이 책이 교과서 형태가 될지 또는 대안 도서나 일반 시민들까지 대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일반 한국사 도서가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고, 향후 논의를 거쳐 이를 결정할 방침이다. 1988년 출범한 연구회는 민중사학의 영향을 받은 연구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진보적 성향이다. 회장인 정용욱 교수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정화는 역사학과 역사교육을 정치의 도구,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것”이라며 “끝내 국정 교과서가 만들어진다면 역사학계는 대안 교과서를 포함한 대안적 역사 교재를 개발해 교육 현장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안 교과서가 제작돼도 학교에서 사용될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진보 교육감의 대안 교과서 개발 움직임에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강경한 방침을 보인 바 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한 추리작가가 추락사한다. ‘7월 7일 오후 7시의 죽음’이라는 유서처럼 보이는 소설을 남겼고 자살사건으로 종결된다. 하지만 그의 유작에 엄청난 비밀이 숨겨진 사실이 드러난다. 독자가 소설을 읽으면서 얻는 정보들을 치밀하게 계획해 끝까지 범인이 누구인지를 혼란스럽게 하는 ‘서술 트릭’의 대표작. 사인(死因)을 찾는 두 주인공의 교차 서술이 긴장감을 높인다. 1973년 발간된 이 작품은 큰 호응 없이 폐간됐지만 작가가 폐렴으로 죽은 후 2012년 뒤늦게 복간됐다. ‘비운의 걸작’으로 알려지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작가와의 두뇌 싸움을 즐기는 독자에게 권한다. 1만3000원.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도서정가제 시행 1년 동안 출판 불황이 가속화하면서 출판계에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작지만 잘나가는 국내외 강소(强小)형 서점을 벤치마킹하려는 출판인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홋카이도 중서부 스나가와 시의 이와타 서점. 작은 시골 서점에 불과했던 이 서점은 ‘일만선서(一萬選書)’라는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유명 서점으로 떠올랐다. 이 서비스는 1만 엔(약 9만3500원)을 내면 금액 내에서 고객에게 가장 맞는 책을 골라 보내준다.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서 주문이 몰렸고 일본 책 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영국 런던 골즈버러 서점도 국내 출판계가 롤 모델로 생각하는 곳. 소규모 서점이지만 작가의 친필 사인이 담긴 초판본을 경매에 부쳐 판매하는 전략을 세우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국내에서도 강소 서점들이 주목받고 있다. 책과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서울 상암동 ‘북바이북’, 테마별로 책을 큐레이션(curation)해주는 홍익대 ‘땡스북스’ 등 독특한 개성을 앞세운 서점들이 인기 있다. 충북 괴산의 ‘숲속 작은 책방’은 ‘북스테이’란 독특한 전략을 내세운다. 동화같이 예쁜 집에서 하루 묵으면서 책을 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사게 하는 가정식 서점을 내세운 것. 부산 해운대구의 작은 서점 12곳은 서로 연계해 전시, 저자 강연, 지역주민 세미나 등을 여는 ‘동네 사랑방’식 운영으로 독자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 윤철호 회장은 “정가제 시행 후 어렵다고 말하는 출판인이 많은데, 큰 변화에도 기존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좋은 책을 통해 과도기를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문화체육관광부가 학교에서 책 읽는 수업의 의무화를 추진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5일 “교육부와 실무 협의를 거친 후 지방 교육청을 비롯해 학생과 학부모 등 여론을 수렴해 책읽기 수업 의무화 방안을 진행하겠다”며 “앞으로는 전체 출판시장과 독서 진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들이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방침은 21일로 도서정가제 시행 1년이 되는데도 출판시장과 독서문화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진단 때문이다. 실제 출판계 현장에서는 정가제 효과에 대해 ‘큰 취지는 맞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문체부와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정가제 1년을 맞아 준비해 온 ‘정가제 시행 1년 현황 및 대책’ 자료에 따르면, 신간 단행본 가격은 당초 예상과 달리 5.3% 하락하는 데 그쳤다. 생각만큼 책값 거품이 빠지지 않은 것 (표 참조). 반면 도서 발행 건수는 6.3%, 가구당 평균 서적 구입비가 10% 감소하는 등 정가제 이후 출판시장이 위축되고, 도서 구입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가제 시행 1년의 명과 암, 보완책을 살펴봤다.○ 중소 서점들, “생존의 기틀을 마련” 2일 오전 동아일보가 찾은 경기 광명시 범안로 영동문고. 빌딩 지하 1층에 자리한 430m²(약 130평) 크기의 전형적인 중급 규모 서점이다. 이 서점 권순호 대표에 따르면, 도서정가제 시행 뒤 올해 1∼10월 매출은 19억8800여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억9700여만 원)보다 약 11% 늘었다. 도서시장의 위축과 인터넷 서점의 득세로 지난 5년간 해마다 5% 이상씩 줄어들던 매출이 반등한 것이다. 같은 날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 햇빛문고(280m²·약 85평)도 마찬가지. 이 서점도 매출이 최근 몇 년 사이 매년 3% 이상 감소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대비 5%가량 상승했다. 중소 서점들의 연합체인 한국서점협회 최낙범 회장은 “도서정가제로 중소 서점이 생존의 발판을 마련한 것 같다. 가격보다 책의 질, 서점의 서비스를 통한 경쟁이 이뤄진다면 지역 책방문화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가제 시행 뒤 도서시장 위축 심해 정가제의 ‘그늘’도 있다. 신간 단행본 가격이 5.3% 하락하는 데 그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정가제의 혜택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주부 최재선 씨(32)는 “정가제가 시작되면 책값 거품이 빠진다고 했는데, 거의 느끼질 못하겠다”며 “오히려 각종 책 축제에 참석해도 할인이 전혀 안 되는 등 가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구당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올해 상반기(1∼6월) 1만772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9696원)보다 10.0%나 하락했다. 이 수치는 역대 최저치다. 올해 1∼9월 신간 발행 건수(3만1561종)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감소했다. 반면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의 경우 정가제 시행 전보다 할인을 덜 하는 반면 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넘기는 가격인 ‘공급률’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예스24의 경우 518%(93억 원) 상승했다. 교보문고 측은 “정확히 밝힌 순 없지만 할인 폭이 줄어 영업이익이 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출판사들, “완전한 정가제 필요” 전문가들은 정가제의 정착을 위해서는 책값 거품을 더 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가제로 할인을 받을 수 없는 독자를 위해 가격을 낮춰 구매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 출판사들 사이에서도 책의 질적 경쟁을 위해 가격 할인이 없는 ‘완벽한 도서정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행본 출판사의 모임인 출판인회의가 최근 114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완전한 도서정가제 도입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60.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20.2%였다. 공급률의 표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의 공급률은 책값의 50∼55% 수준인 반면, 중소 오프라인 서점의 공급률은 70∼75%에 이른다. 인터넷 서점이 힘이 세지면서 출판사들은 이곳에는 싼 가격에 납품해야 하는 실정이다. 반면 작은 서점들은 비싼 값에 책을 받아 수익이 적다. 독자들의 책값 부담을 줄여 구매를 유도하는 한편 출판사가 재고 처리할 방안을 마련해 주는 등 위축된 도서시장에 숨통을 틔워주는 단기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도서전에서는 예외적으로 추가 할인 판매를 허용하거나, 18개월이 지난 구간은 가격을 다시 정할 수 있는 ‘재정가제도’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도서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정가제 탓만은 아니라고 본다. 본질적으로 독서운동 진행 등 국내 독서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민병선 bluedot@donga.com·김윤종 기자}

“‘책’을 소개하는 ‘잡지’를 만들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미친 짓이라고 하더군요.” 월간지 ‘Chaeg’(책)의 지은경 편집장(41)의 말이다. 지난해 11월 처음 발행된 이 잡지는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 발행부수가 1만 부에 달한다. 중소형, 대형 서점은 물론이고 아시아나항공, 학교 도서관 등에 유료(8000원)로 팔리고 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도, 사지도 않는 무(無)독서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책을 소개하는 잡지가 발간되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라는 게 출판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지 편집장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들이 책을 잘 읽지 않긴 하죠. 그런데 의외로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책을 읽지 않았으면서 읽은 척하는 경우도 많고요. 다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굉장히 크다고 느꼈어요. 단지 그 마음을 잘 이끌 수 있는 길잡이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책 관련 잡지를 내게 된 거죠.” 책 정보와 잡지가 합쳐지면 의외로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희소성 때문이다. 실제 책을 소개하는 잡지는 극히 드물다. ‘기획회의’(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출판문화’, ‘출판저널’(이상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출판 관련 기관이 발간하는 잡지가 대부분이다. 이 책들은 일반인보다는 출판계 종사자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내용이 많다. 반면 Chaeg은 서평을 넣되 친구에게 ‘이 책 괜찮아’라며 소개하는 느낌으로 구성해 친밀도를 높였다. 신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실용과 오락, 지식, 감성 등과 관련한 지수도 그래픽으로 표기했다. 베를린, 도쿄, 파리, 뉴욕의 도서관이나 서점 등 세계 속 책 문화를 현장 취재해 기획 코너에 연재하는 등 책과 관련된 예술, 문화 이야기를 감각적인 잡지 디자인에 녹여냈다. “아직 한국은 문화적으로 탄탄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요. 즐길 만한 문화도 한정적이고요. 그러다 보니 무언가 유행하면 모두가 그쪽으로 쏠리게 됩니다. 그런 문화적 빈자리를 채울 것은 책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지 편집장)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책’을 소개하는 ‘잡지’를 만들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미친 짓이라고 하더군요.” 월간지 ‘Chaeg’(책)의 지은경 편집장(41)의 말이다. 지난해 11월 첫 발행된 이 잡지는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 발행부수가 1만부가 넘는다. 중소형, 대형서점은 물론 아시아나 항공, 학교 도서관 등에 유료(8000원)로 팔리고 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도, 사지도 않는 무(無) 독서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책을 소개하는 잡지가 발간되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라는 게 출판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지 편집장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들이 책을 잘 안 읽긴 하죠. 그런데 의외로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책을 안 읽었으면서 읽은 척하는 경우도 많고요. 다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굉장히 크다고 느꼈어요. 단지 그 마음을 잘 이끌 수 있는 길잡이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책 관련 잡지를 내게 된거죠.” 책 정보와 잡지가 합쳐지면 의외로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희소성 때문이다. 실제 책을 소개하는 잡지는 극히 드물다. ‘기획회의’(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출판문화, 출판저널(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출판 관련 기관이 발간하는 잡지가 대부분이다. 이들 책은 일반인보다는 출판계 종사자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내용이 많다. 반면 Chaeg은 서평을 넣되 친구에게 ‘이 책 괜찮아’라며 소개하는 느낌으로 구성해 친밀도를 높였다. 신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실용과 오락, 지식, 감성 등과 관련한 지수도 그래픽으로 표기했다. 베를린, 도쿄, 파리, 뉴욕 속 도서관이나 서점 등 세계 속 책 문화를 현장 취재해 기획코너에 연재하는 등 책과 관련된 예술, 문화 이야기를 감각적인 잡지 디자인에 녹여냈다. “아직 한국은 문화적으로 탄탄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요. 즐길만한 문화도 한정적이고요. 그러다보니 무언가 유행하면 모두가 그쪽으로 쏠리게 됩니다. 그런 문화적 빈자리를 채울 것은 책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지 편집장)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서점에 가면 서가에 수많은 ‘어린 왕자’가 꽂혀 있다. 생텍쥐페리(1900∼1944)의 이 작품은 세계 250개 언어로 번역됐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어린 왕자’는 100종이 넘는다. 새 번역본도 계속 출간되고 있다. 출판사 ‘열린책들’은 최근 문학평론가 황현산 씨 번역의 ‘어린 왕자’를 발간했다.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김미성 교수가 옮긴 ‘인디고’ 출판사의 개정 번역본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12월 영화 ‘어린 왕자’ 개봉을 앞두고 서점에 어린 왕자 붐이 불 것이라는 게 출판계 전망이다. 문학평론가들은 ‘어린 왕자’는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의 편차가 큰 작품이라고 평한다. 작품 자체의 속성 때문이다. 생텍쥐페리가 서문에서 “지금은 어른이 된 예전의 어린아이에게 바친다”고 밝혔듯, 이 책은 동화 형식이면서도 각종 은유와 상징을 통해 세상을 풍자하는 등 삶의 통찰을 담고 있다. 독자가 해석하는 바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전달되는 이유다. 판본도 여러 개다. 생텍쥐페리는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미국 뉴욕으로 거처를 옮겼고 1943년 뉴욕에서 먼저 영어판 ‘어린 왕자’가 발간됐다. 1946년이 돼서야 고국에서 프랑스어판이 나왔다. 이후 여러 판본이 난립하면서 어린 왕자의 망토 색깔이 달라지거나 별에서 해가 지는 횟수가 다르게 적히는 오류도 발생했다. 어떤 판본을 어떤 취지로 번역하느냐에 따라 작품이 미묘하게 다르게 읽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판 중 상당수는 영어판을 토대로 번역됐다. 하지만 학술논문에 가장 많이 인용된 ‘어린 왕자’는 1946년 프랑스어판이다. 동아일보가 누적 판매액이 높은 ‘어린 왕자’ 번역본 4종(문학동네, 인디고, 비룡소, 허밍버드)과 최근 발간된 ‘어린 왕자’(열린책들) 등 5종을 비교 분석한 결과, 미묘한 차이가 적지 않았다. 어린 왕자의 대사 중 ‘내가 길들인 꽃이니까…’ 식으로 여운을 주는 번역(허밍버드)이 있는 반면 동사 ‘들어주다(´ecouter)’에 목적어가 일정한 호흡으로 걸리도록 운율을 맞춰 원문 그대로 번역한 경우(열린책들)도 있었다.(그래픽 참조)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린왕자가 말했다. ‘어딘가 우물을 숨기고…’”라는 식으로 프랑스어 원문에 맞춰 대사 중간에 전달동사를 넣어 진지함을 더한 번역본도 있는 반면 대부분은 “사막이 아름다운 건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란 식으로 붙여 번역했다. 각 번역본에는 번역 당시 국내 언어문화가 반영돼 있기도 하다. 2012년 재출간된 ‘문학과 지성사’의 ‘어린 왕자’가 대표적 사례다. 작고한 문학평론가 김현 씨가 1973년 번역했다가 절판된 책이다. 김은주 외국문학팀장은 “지금 기준으로는 다소 촌스러운 표현도 있지만 화려하기보다는 잔잔한 문체 등 1970년대 우리 언어의 시대적 정서가 묻어 있어 이를 살려 출간했다”고 말했다. 번역자에 따라 작가의 문체를 최대한 살리는 직역을 선호한 것과 작품 속 본질을 정확히 소화해서 취지에 맞게 담아낸 것의 차이도 보인다. 황현산 씨는 “‘어린 왕자’를 동화로 보고 어린이를 독자로 상정해 지나치게 의역해 번역한 경우가 많았다”며 “비행사이면서 활력이 넘쳤던 생텍쥐페리의 성격이 반영된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리듬의 문체를 최대한 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문학동네에서 ‘어린 왕자’를 낸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김화영 교수는 “원문 텍스트에 어떤 상징성과 의미가 내면화됐는지를 충분히 연구한 후 번역 작업에 반영했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칸트 헤겔 니체 쇼펜하우어 프로이트 하이데거 마르크스 베토벤 괴테 헤세 아인슈타인 베냐민 하버마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독일인’이다. 이 책은 근대 독일에서 배출한 천재들의 발자취를 추적한다. 개개인의 이야기가 이 책의 핵심은 아니다. 저자는 1400여 쪽에 달하는 이 책을 쓴 이유를 ‘독일 문화사의 재조명’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어떻게 한 나라에서 이토록 많은 천재가 나올 수 있었는지부터 살펴보자. 근대 독일인들은 ‘문화(Kultur)’를 중시했다. 여기서 문화는 한 사회의 정치, 사회, 윤리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 아니다. 철학, 미술, 문학, 음악 등 통칭 ‘고급문화’라고 일컫는 것들을 뜻한다. 독일인 개개인은 권력, 부의 축적 같은 외적 가치보다는 내적인 정신적 자아실현을 지향했다. 이에 교육을 중시하는 풍토가 생겼고 대학 발전으로 이어졌다. 교양과 지식을 갖춘 중간계층이 사회의 주축이 됐고 이런 환경이 수많은 천재를 육성시켰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하지만 1933년 히틀러가 등장하면서 독일의 우수한 유산이 무너진다. 1933년부터 1941년까지 해외로 망명한 독일인이 10만 명이 넘으면서 사회 패러다임이 달라진 것. “독일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나치, 세계대전 등의 단어만 튀어나옵니다. 히틀러를 빼고 근대 독일의 찬란함을 한번쯤 탐구해야 해요.” 저자의 주장이다. 독일 천재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바그너와 니체는 절친한 친구였지만 원수가 된다. 실명 위기의 니체를 치료한 의사가 그의 상황을 편지에 담아 바그너에게 보냈고, 바그너는 답장을 통해 “실명이 자위행위에서 비롯됐다”고 평했다. 이후 니체가 자위행위 습관을 고치려 사창가에 간다는 소문이 돌았고 니체는 “바그너에게 배신감을 느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어느 날, 전기를 비롯한 모든 에너지원이 지구에서 사라진다. 인류는 대혼란을 겪고 문명은 원시시대로 회귀한다. 100년이 지난 후 한 젊은이가 기계를 발명하면서 혼란이 생긴다. 사람들이 원시사회로 회귀한 후 어렵게 구축한 인간성이 훼손될 것이라며 젊은이를 죽이려 한다. 프랑스 과학소설의 대가 르네 바르자벨(1911∼1985)이 1943년에 발표한 소설로, 종말 등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지독히 어두우면서도 철학적인 문체로 그려내 명작이란 칭송을 받았다. 작품 속에 묘사된 초고속 열차, 화상 전화, 인공 배양 등이 현실 속에서 이뤄져 저자는 ‘예언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1만3000원.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꼭 스승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1970년대 중반.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1930∼2004)는 감옥에서 온 한 장의 편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편지의 주인공은 은행 강도로 징역 5년형을 받은 20대 청년이었다. 청년은 어릴 적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중학교만 겨우 마친 후 학교에 가고 싶어 막노동으로 등록금을 모았다. 하지만 쉽게 돈을 벌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은행을 털다가 검거됐다. 》감옥생활은 그에게 전환기가 됐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청년 범죄자를 개도하자’는 사회운동이 펼쳐졌고 청년이 수감된 감옥에 툴루즈대 교수가 찾아와 고전과 철학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의 명석함이 드러났다. 곧 학사자격시험도 통과했다. 출소일이 다가오자 그는 세계적 석학으로 이름을 날리던 데리다에게 ‘당신 밑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편지를 보냈다. 데리다는 흔쾌히 허락했고, 청년은 데리다의 지도로 박사학위까지 받게 된다. 22일 한국을 방문한 기술철학의 대가 베르나르 스티글레르 프랑스 퐁피두센터 혁신연구소장(63)의 이야기다. 그는 이날 고려대 응용문화연구소(소장 김성도)가 주최한 학술행사에서 ‘자동화 사회’를 주제로 강연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그를 만났다. “눈, 귀, 손, 뇌…. 인체 속 감각기관은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기술 발전을 통해 무한대로 팽창했습니다. 이런 기술과 결합한 신체는 이전보다 400만 배나 빠르게 일을 처리하죠. 이로 인해 인간이 갈수록 필요 없게 되고 있죠.” 그는 기술을 ‘파르마콘(Pharmakon·독약이자 해독제)’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갈수록 독약 기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모든 부분에서 자동화가 폭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20년 안에 세계 일자리의 50%가 없어질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죠. 일자리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지구적 현상이에요.” 스티글레르 소장은 “이 정도 되면 경제위기가 아니라 사회의 지속이 어려운 불능 상태”라며 “기술과 자동화로 물질적 빈곤뿐 아니라 정신적 가치마저 빈곤해졌다”고 덧붙였다. 그의 우려는 계속됐다. “현대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지식을 스스로 터득하기보다 인터넷 등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주입당하고 있죠. 결국 사람의 능력이 줄고 기술에 흡수됩니다. 인간이 수동적 존재로 전락하면서 문화, 정신적 가치마저 빈약해지는 ‘모든 것의 비천함’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비판만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학자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그는 2005년부터 기술철학을 바탕으로 정치, 문화 활동을 연구하고 대안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운영해왔다. “자본주의 속 인간의 모든 행위는 에너지가 소모되는 방식, 즉 ‘엔트로피(entropy)’ 패러다임 속에서 이뤄집니다. 반대 개념인 ‘반(反)엔트로피’적 사고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켜야 합니다. 즉,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물질과 능력을 조금씩 기여하고 재분배해 공유와 연대가 높아지는 구조를 만드는 거죠.” 그는 인터뷰 말미에 청년 시절과 데리다를 추억하며 “어두운 삶의 밑바닥에서 나를 구원해준 빛은 지식, 즉 ‘앎’이었다”며 “나도 다른 사람과 빛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미움 받을 용기’의 정식 속편인 ‘미움 받을 용기2’(가제·인플루엔셜)가 12월경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출간된다. 인문서적이 한일 동시 출간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전작처럼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 형식으로 전개된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모든 출간 과정이 비밀리에 추진되고 있다. 저자 기시미 이치로(59)는 현재 이 책의 원고를 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미움 받을 용기2’ 한일 동시 출간, 또 다른 신간 판권 경쟁도 ‘미움 받을 용기2’가 이례적으로 양국에서 동시 출간되는 이유는 전작의 대성공 때문. 오스트리아 정신의학자 알프레트 아들러(1870∼1937)의 심리학을 현대인에게 적용한 ‘미움 받을 용기’는 교보문고 역대 최장기간(36주) 베스트셀러 1위를 갱신하는 등 국내에서만 70만 부 이상 팔렸다. 올해 국내에 출간된 기시미의 저서는 13종에 달한다. 기시미의 책은 국내에서만 100만 부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 저자의 인세가 보통 7∼9%인 점을 감안하면, 책 한 권 가격을 1만 원씩만 잡아도 저자가 10억 원가량의 인세를 한국에서 챙겨간 셈이다. ‘기시미 모시기’는 갈수록 과열화되고 있다. 일본에서 9월 발간된 또 다른 신작 ‘살기 힘듦에서의 탈출’의 국내 판권을 놓고 10곳이 넘는 출판사가 경쟁 중이다. 한 출판 에이전시 관계자는 “보통 일본 작가는 300만 원부터 선인세가 시작되는데 기시미는 1000만 원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기시미 이치로에 점령된 국내 출판시장 어떻게 봐야 하나 일본에서도 기시미가 한국에서 대성공한 것을 신기하게 보고 있다. 일본 내 그의 위상은 한국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다. ‘미움 받을 용기’가 일본에서도 종합베스트셀러가 됐지만 한국보다는 적게 팔렸다. 일본 취재진이 올해 초 그가 왜 한국에서 더 인기가 있는지 취재해 갔을 정도. 기시미가 언제까지 국내 출판시장을 독식할지에 대해서도 출판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제는 그를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형성된 상태. A출판사 대표는 “‘살기 힘듦에서의 탈출’을 검토해 보니 기존 저서를 섞어 놓은 수준”이라며 “판권 경쟁을 접었다”고 말했다. 기시미의 책을 낸 B출판사 관계자조차 “아들러를 현대인에게 맞게 소개한 점은 인정할 만하지만 자기복제가 너무 심하다. 새 책을 낼 때마다 예전 책의 내용을 끌어온다”고 말했다. C출판사 편집자 역시 “기시미 원고의 질이 아주 좋은 건 아니다. 한국 편집자들이 텍스트만 있는 일본책에 그림도 넣고 쉽게 읽히도록 편집을 하는 등 상품화를 잘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올해 국내에 출간된 기시미의 저서는 모두 ‘미움 받을 용기’ 이전에 쓴 구간이지만 일본 원서 제목에는 없는 ‘용기’라는 단어를 넣어 ‘최신작’인 것처럼 출간됐다. ‘행복해질 용기’의 원제는 ‘아들러 심리학 실전입문-생로병사를 바라보는 법’이고 ‘버텨내는 용기’ 역시 ‘아들러, 인생을 살아남는 심리학’이 원제다. 국내 출판사가 사회적 의제를 선도하는 책을 만들지 못한 탓에 기시미의 저서가 독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D출판사 주간은 “사회적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속칭 ‘빅 싱킹 북(Big thinking Book)’을 낼 만한 대형 출판사들이 기획력 부재와 출판 전략 실패, 대표 교체 등으로 사실상 와해된 상태”라며 “기시미 열풍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장애(disability)와 능력(ability)은 별 차이가 없어요. 앞 세 글자만 빼면 됩니다.” 1급 시각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공인재무분석사(CFA)를 따고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에서 근무해 온 신순규 씨(48·사진)의 말이다. 신 씨의 얘기를 담은 에세이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판미동)의 간담회가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렸다. “‘dis’라는 글자를 없애려면 ‘D.I.S’를 갖춰야 합니다. ‘결심(Determination)’ ‘정체성(Identity)’ ‘기술(Skill)’이죠. 장애인이란 정체성에 함몰되기보다 ‘사회에서 한몫을 하는 1인’이란 정체성을 앞세워야 해요.” 신 씨는 아홉 살 때 녹내장과 망막박리로 인해 시력을 잃었다. 22번의 수술을 거쳤지만 소용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안마사로 만들지 않겠다”며 열다섯 살인 그를 미국의 맹인학교에 보내 피아노를 전공하게 했다. 하지만 피아노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한 신 씨는 일반고로 옮겨 공부에 열중했고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펜실베이니아대에 동시 합격했다.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없다는 말을 듣고 도전했다는 그는 2003년 CFA를 취득한 후 투자은행인 JP모건을 거쳐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에서 일하고 있다. “볼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지만 시력이 항상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에요. 눈이 주는 정보가 너무 많다 보니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많아요. 장애인 성공 스토리를 자랑하려 책을 쓴 건 아닙니다. 눈으로 보이는 화려한 삶 속에 파묻혀 인생에서 진짜 소중한 것을 잊지 말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울 오빠들이 1등 했을 거예요!” “발표도 없었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가 1위라고 단정 짓는 건 예의가 아니에요!” 25일 오후 방송된 가요 ‘순위’ 프로그램인 SBS ‘인기가요’는 1위 곡과 가수를 발표하지 않았다. SBS는 이날 제주도에서 진행된 ‘2015 K-POP 제주페스티벌’ 특집방송 제작 때문에 ‘인기가요’를 생방송이 아니라 미리 녹화해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1위 선정을 위해 실시간 문자 투표를 해왔는데 녹화방송인 탓에 문자 투표가 불가능했다. 방송 도중 ‘인기가요’ MC 김유정 등이 “녹화방송이라 1위 발표는 없고 추후 홈페이지에서 알린다”고 밝혔다. 방송 후 인터넷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누가 1위냐’는 논쟁이 벌어졌다. 아이돌 그룹 ‘비투비’ 팬들이 “오빠들이 1등 했을 것”이란 글을 올리자 또 다른 1위 후보인 태연 팬들이 “왜 단정하냐”, “비투비 따위가 어떻게 1등 하냐”라고 반박했다. 팬들 간의 설전이 이어지자 “가수가 달라도 팬심은 같다”, “서로 깎아내리지 말자” 등 자제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다. 나만 ‘가을 타는’ 남자 또는 여자일까. 아니다. 인간은 향수병은 물론이고 반대로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타향병’도 앓는 존재다. 이 책은 특정 여행지 정보를 담거나, 여행지 속 역사 문화 감성을 담은 여행 에세이와는 다르다. ‘인간이 왜 여행을 하고, 어디로 향하는지’란 근원적 질문부터 여행의 기쁨과 고통을 통해 깨닫는 삶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여행 문학의 대가로 통하는 미국 소설가 폴 서루. 그는 50년간 코스타리카와 그린란드, 앙골라, 뉴브리튼 섬 등 세계를 누비며 여행에 관한 글을 써 왔다. 구절구절 여행 속에서 느낀 그의 묵직한 깨달음이 스며 있다. “여행에 대한 동경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움직이고 싶은 욕망, 호기심을 채우거나 두려움을 가라앉히고 싶은 욕망, 이방인이 되고 싶은 욕망, 친구를 사귀고 싶은 욕망, 미지의 것을 기꺼이 마주하고 싶은 욕망….” 이런 말도 있다. “여행은 자학이며 슬픈 기쁨이다.” “어떤 곳이 낙원이란 명성을 얻게 되면 이내 지옥으로 바뀐다는 사실은 공리에 가깝다.” 책을 읽다 보면 여행철학이란 단어가 떠오를 정도. 저자는 최고의 여행이 될 조건도 제시한다. 우선 여행은 ‘혼자’ 가야 한다는 것이다. “고독은 집에 머무는 자에겐 시련일지 모르지만 여행하는 자에게는 꼭 필요한 조건이다. 동반자, 부인, 여자친구와 함께 여행하는 것은 둥근 유리 천장 안에 있는 새들처럼 보인다.” 그는 또 비행기보다는 기차 여행을 권한다. 비행기 여행이 ‘갑옷을 입은 연인’이라면 기차는 “떠들썩한 술잔치, 카드놀이, 음모, 숙면, 러시아 단편소설처럼 구성된 이방인들의 독백. 심지어 뛰어내리려는 충동조차 가능하다”고 이 책은 예찬한다. 그렇다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여행 안내서를 활용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들을 확인하라. 그런 뒤 그 반대 방향으로 가라” “영국에서는 토요일 축구경기 후 불량배들을 조심하라” “낯선 곳에서 위협을 느낀다면 ‘쏘지 마세요. 나는 기자입니다’라고 말해라. 다만 안전은 보장 못한다” 등 위트 넘치는 조언이 적지 않다. 부화 직전의 오리알을 삶은 필리핀의 발룻, 수탉 볏으로 만든 이탈리아의 피난치에라, 아이슬란드의 부패시킨 상어 요리 하쿠리 등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먹을거리 이야기도 흥미롭다. “한국은 꿈틀거리는 다리를 생으로 먹는 산낙지가 인상적”이라는 게 그의 촌평이다. 책을 덮으면 책 속에서 수백, 아니 수천 번 나온 여행이란 단어보다는 ‘인생’이란 단어가 머리에 남는다. 여행을 사유 대상으로 격상시키면 결국 인생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리라. 이 작품을 일본어로 번역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날카로운 관찰력과 유쾌한 문장에서 폴 서루를 따를 이가 없다”고 극찬했다.:: 함께 읽을 책 ::가을에 어울리는 촉촉한 여행 에세이를 출판사 편집자들에게 추천받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문학사상)는 미국, 멕시코, 몽골 등을 다니며 쓴 여행기로 그만의 독특한 여행법과 인간에 대한 시각을 담았다. 영국 작가 제프 다이어의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웅진지식하우스)는 고대 로마부터 현대의 미국 디트로이트까지 세계 속 낡고 쇠락한 폐허를 여행하며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알랭 드 보통이 가장 좋아하는 에세이로 꼽는 책이다. 소설가 김연수가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의 국경을 넘나들며 쓴 ‘여행할 권리’(창비), 시인 허수경이 독일을 여행하며 쓴 ‘너 없이 걸었다’(난다), 혼자 떠나는 여행자를 위한 ‘여행생활자’(사흘)도 이 계절에 어울리는 여행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사를 자주 다니는 싱글맘 제인은 아들을 예비 초등학교에 등교시키던 날, 다른 학부모인 매들린, 셀레스트와 친구가 된다. 하지만 초등학교 설명회에서 예상치 못한 폭력 사건이 일어난다. 제인의 아들이 한 여자 아이의 목을 졸랐다는 의심을 받게 된 것. 매들린과 셀레스트는 제인을 옹호하면서 세 여인과 다른 학부모들 사이의 갈등이 깊어진다. 그리고 폭력사건에 대한 거짓 소문이 확대되면서 아이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으로 번져가는 순간 초등학교에서 살인 사건까지 일어난다. 베스트셀러 소설 ‘허즈번드 시크릿’의 저자 리안 모리아티의 후속작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미스터리와 풍자로 풀어냈다. 니콜 키드먼,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미국 TV 드라마로도 제작 중이다. 1만4800원.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