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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조윤선 장관(51) 등 수뇌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에 대비해 지난해 말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61)을 접촉해 회유를 시도한 정황이 특검에 포착됐다. 앞서 유동훈 문체부 2차관(58)은 조 장관의 지시로 지난해 12월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57)에게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직을 제안하며 회유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유진룡에게 “가까운 후배들 인사 배려하겠다” 8일 특검과 문체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조 장관은 지난해 말 유 차관과 문체부 출신인 신현택 전 여성가족부 차관에게 유 전 장관을 접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 차관과 신 전 차관은 유 전 장관을 만나 “(유 전 장관의 후임) 김종덕 전 장관 때 득세한 인사들을 정리하겠다” “유 전 장관을 따르다 피해를 본 인사들을 배려하는 인사 조치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특검은 신 전 차관이 유 전 장관을 접촉한 결과를 조 장관에게 보고한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다. 특검은 또 3일 유 차관을 소환해 유 전 장관 접촉을 시인하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유 전 장관이 국회 청문회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와 블랙리스트를 둘러싼 문체부 내부의 난맥상을 폭로하지 않도록 조 장관 측이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제안을 받은 뒤 언론 접촉을 안 하고 잠시 해외로 출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장관은 최근 특검 조사에서 조 장관 측의 회유 시도와 청와대의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를 모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대국민 사과 검토”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동아일보 보도로 유 전 장관 등에 대한 회유 시도 정황까지 알려지자 대국민 사과를 검토 중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최근 실국장들이 ‘블랙리스트 문제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 특검 수사도 받게 된 만큼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조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조 장관은 “사과 필요성은 동감하지만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시기와 방법을 고민해 보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와 은폐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7일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과 신동철 전 대통령정무비서관 등을 소환했다. 또 8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은 문화예술인들의 정치적 성향을 근거로 리스트를 만들어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보고 김 전 장관과 김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또 조 장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조만간 직권남용과 국회 청문회 위증 등의 혐의로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이 두 사람을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특검은 9일 오전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특검은 최 실장 등을 상대로 삼성 측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에게 승마훈련 경비 등을 지원하게 된 배경에 박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허동준 hungry@donga.com·김정은·장관석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조윤선 장관(51) 등 수뇌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리스트의 실체를 잘 아는 송수근 문체부 1차관(56)의 승진을 논의한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포착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특검은 유동훈 문체부 2차관(58)이 지난해 12월 조 장관에게 당시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송 차관을 거론하며 “아는 게 너무 많아 등을 돌릴 우려가 있다. 승진시켜야 한다”고 건의한 증거를 확보했다. 특검은 3일 유 차관을 소환 조사해 이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수사팀은 문체부 수뇌부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도록 송 차관을 승진시키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차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 30일 야권의 반발 속에 임명한 첫 차관급 인사다. 송 차관은 기획조정실장 당시 ‘건전콘텐츠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블랙리스트 업무를 총괄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유 차관은 기자에게 “정무직 인사는 내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송 차관 승진 인사 건의는 전혀 사실 무근이다”라고 말했다. 문체부 대변인실도 “큰 위기를 맞은 문체부를 안정시키기 위해 내부 승진 인사를 했던 것”이라며 “송 차관은 국회 및 문화예술계 등과 관련된 업무 경험이 풍부해 문체부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에 적임자였다”고 해명했다.○ 문체부 내부 반발 확산, 버티는 조윤선 특검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문체부 내부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 문체부의 한 국장급 간부는 “이 지경이 됐으니 국회에서 사실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자”고 조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모른다”고 주장해 온 조 장관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에는 차관들까지 가세해 조 장관에게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자”고 재차 건의했다. 하지만 조 장관은 “(이제 와서 인정하면) 파급이 커서 인정할 수 없다”고 또다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를 6일 소환해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모 대사는 2013년 6월∼2014년 6월 대통령교육문화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대통령정무수석실이 작성한 블랙리스트를 문체부에 내려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모 대사는 특검에서 의혹을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태강 전 국장도 회유 의혹 특검은 또 지난해 12월 중순 조 장관의 지시로 유 차관과 신현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57)을 접촉해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거절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노 전 국장은 문체부 재직 당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의 승마 비리를 조사했다 직위 해제됐다. 특검은 문체부 수뇌부가 노 전 국장을 회유하기 위해 자리를 제안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문체부에서 사실상 쫓겨났던 노 전 국장이 이를 특검에서 폭로하지 못하게 하려던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노 전 국장은 2013년 9월 정 씨가 참가한 승마대회의 판정 시비를 비롯해 승마협회 비리를 조사했다가 같은 해 11월 직위 해제됐다. 당시 노 전 국장은 “승마계에서 최 씨의 비호를 받는 측과 반대 측이 모두 문제가 있다”고 조사 결론을 내렸다. 당시 문체부 내에선 신망이 높았던 노 전 국장의 갑작스러운 인사 조치에 대해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노 전 국장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했기 때문에 쫓겨났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노 전 국장은 현재 한국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특검은 유 차관을 소환 조사하며 노 전 국장에게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자리를 제안한 배경을 집중 추궁했다.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체육계 인사들이 선망하는 자리 중 하나다. 하지만 노 전 국장은 유 차관에게 “아직 조직에서 받은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며 단칼에 제안을 물리쳤다고 한다. 유 차관은 이에 대해 “노 전 국장을 접촉한 지난해 12월 중순 당시 이미 노 전 국장 관련 이야기가 많이 알려진 상황이어서 뒤늦게 회유를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국장에게 명예회복 기회를 줘야 한다는 국회의 요구와 문체부 내부 여론을 반영해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자리를 권유했던 것”이라고 말했다.김준일 jikim@donga.com·신나리·장관석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전자 관계자로부터 2015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승마협회 임원 교체를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2015년 3월부터 현재까지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이 승마협회장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검에서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독대한 자리에서 ‘삼성 계열사 임직원 출신인 이영국 승마협회 부회장과 권오택 총무이사를 교체하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당시 승마협회 이 부회장과 권 이사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에 대한 지원을 주도하던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64)와 지원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은 정황을 확인했다. 정 씨에 대한 자금 지원이 뜻대로 안 되자 최 씨가 박 대통령 측에 이 부회장과 권 이사 교체를 요청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은 또 삼성전자 관계자에게서 “박 대통령이 승마협회 운영 문제를 거론하며 이 부회장을 노려보고 압박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후 승마협회 이사와 총무가 박 대통령의 뜻대로 다른 삼성전자 임직원으로 교체됐고, 독일의 최 씨 모녀에 대한 삼성의 70억 원대 지원이 이뤄졌다. 또 특검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게서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이던 고모 씨가 자리를 유지하도록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고 씨는 최 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동아일보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의 휴대전화에 녹음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등과의 통화 녹취 파일 28분 34초 분량 12건의 전문을 5일 확인했다. 정 전 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51)과 각각 나눈 통화 내용도 파일에 포함돼 있다. 파일에는 최 씨가 “이제 공직 기강을 잡아야 한다”며 정 전 비서관에게 사실상 지시하고, 독일로 추정되는 해외에서도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국정을 농단한 뚜렷한 정황이 나온다. 최 씨는 정 전 비서관과의 통화에서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라 앞으로 그런 것이 지켜질 수 있도록 국회가 좀 협조를 해야지”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연설문 내용을 거론하면서 “(박 대통령을) 자꾸 공격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에둘러서 이제 공직 기강을 잡아야 될 것 같아. 그런 문구를 하나 넣으세요”라고 지시했다. 파일 전문 분석 결과 최 씨는 마치 대통령처럼 행동했다. 박 대통령의 공식 일정과 국무총리 대국민 담화 발표 시간을 마음대로 정하고,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와 국무회의 개최 지시를 내렸다. 또 외국인투자촉진법이 통과될 경우 경제적 이득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예산 정국에서 야당에 대한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또 최 씨는 “여기는 2시니까 내일 언제까지 올릴 수 있냐?”, “그거 다 어떻게 되는 거야?”라며 외국에서도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국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파일에는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과 통화하며 연설문 문구를 결정하는 대화가 다수 포함돼 있다. 박 대통령은 “아주 국민들 속 터지는 것, 뭐, 그런 것, 부채 공기업 부채”, “그 무기 부실, 하긴 뭐, 하여튼 저기 큰, 특히 공공기관 방만한 운영” 식으로 말을 완결 짓지 못하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이재만 전 비서관은 정 전 비서관과 통화하며 “그 마사회 말이야. 공모 거치는 게 맞고”라며 한국마사회장 인사 절차를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검찰에서 넘겨받은 이 녹취 파일 12건을 분석하며 국정 농단의 실상을 확인하고 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장관석 기자}

최순실 씨(61)는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하거나 박 대통령과 공동으로 국정을 운영했다는 게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의 판단이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 작성이나 고위공직자 인사 등 핵심 국정뿐 아니라 청와대 관저의 사소한 일상까지 일일이 최 씨의 의견을 듣고 결정했다.○ “진돗개 작명도 최순실에게 물어” 특검은 최근 수사기록 검토 중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작성한 ‘진돗개.hwp’라는 제목의 문서를 확보했다. 박 대통령이 2013년 2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를 떠나 청와대에 들어갈 때 이웃들이 선물한 진돗개 두 마리의 이름을 짓기 위해 최 씨에게 의견을 구한 것이다. 문서에는 이름 후보로 ‘1. 누리&보듬(세상을 보듬는다) 2. 행복&희망(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 3. 새롬&이룸(새로운 미래를 이룬다) 4. 해치&현무(불을 다스리는 해치. 물을 다스리는 현무)’가 적혀 있었다. 이후 진돗개의 이름은 ‘희망이’와 ‘새롬이’로 선정됐다. 정 전 비서관은 특검에서 “대통령 당선 선물로 받은 진돗개의 이름을 최 씨에게 물어보기 위해 작성한 문서가 맞다”고 인정했다. 희망이와 새롬이는 박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에까지 들어갔다. 진돗개 두 마리는 2014년 말 최 씨의 전남편 정윤회 씨(62)가 ‘비선 실세’로 지목됐던 이른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당시 주목받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오찬에서 “청와대 실세가 누구냐고 하는데 없다. 진짜 실세는 (내가 키우는) 진돗개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비선 실세’가 없음을 강조한 농담이지만 주인공인 진돗개의 이름을 ‘진짜 실세’ 최 씨에게 물었던 것이다.○ “청와대 관저 벽지도 최 씨가 골라” 박 대통령 취임 초인 2013년 5월,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관저 내부 벽지를 구입하기에 앞서 샘플사진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최 씨에게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벽지 색깔을 골라달라고 요청한 것. 최 씨는 박 대통령이 머물 관저의 벽지 색깔까지 결정한 ‘안방 권력’이었다. 특검에 앞서 최 씨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최 씨와 청와대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분석 등을 통해 이런 정황을 다수 확인했다. 최 씨는 사소한 일부터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 인사, 정홍원 전 국무총리 명의의 담화문 내용,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대통령 입장 등 민감한 국정 현안까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지시했다. 검찰 수사팀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뭔가. 이런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최 씨에게 의견을 구했다고 생각하니 한심할 따름”이라는 탄식이 나왔다.○ ‘최순실 휴대전화 분실 소동’ 이 행정관의 휴대전화에서는 최 씨가 청와대 안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분실해 경내가 발칵 뒤집힌 정황도 드러났다. 2013년 5월 이 행정관은 최 씨에게 “한실방(청와대 관저 내 온돌방), 부속 사무실, 카니발(차량) 모두 찾아봤는데 전화기가 없습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 등이 드러날까 봐 차명 휴대전화(일명 ‘대포폰’)를 여러 대 썼던 최 씨가 이 행정관에게 청와대 곳곳을 샅샅이 찾도록 한 것이다. 이 행정관이 문자메시지를 보낸 시간이 오전 9시이고 관저 내 온돌방인 ‘한실방’이 언급된 점도 의미심장하다. 최 씨가 관저에 수시로 드나들며 잠을 자기도 했다는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특검, ‘수사 불응’ 최 씨 영장 새로 청구 검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 씨는 딸 정유라 씨(21)가 덴마크에서 체포돼 특검이 범죄인 인도청구 절차를 밟자 4일 “정신적 충격 때문에 특검 조사에 응할 수 없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특검은 최 씨를 강제구인하기 위해 새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장관석·허동준 기자}

조선의 22대 왕, 정조의 독살설을 소재로 한 역사추리소설 ‘영원한 제국’(1993년 발표)으로 스타덤에 오른 류철균(필명 이인화·51)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그의 발목을 잡은 건 조선 왕실의 권력암투보다 더 비밀스럽게 국정을 주무른 ‘비선 실세’ 최순실 씨 모녀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가 수업에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학점을 준 뒤 ‘가짜 답안지’를 끼워 넣고 이를 숨기기 위해 조교들을 협박한 혐의(업무방해)로 류 교수에 대해 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씨는 지난해 1학기 류 교수가 담당한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과목을 수강했다. 정 씨는 이 과목의 기말고사를 치를 때 독일에 체류하는 등 학점 부여 요건을 못 채웠는데도 학점을 받았다. 특검은 류 교수의 이 같은 범행이 최 씨와 이화여대 관계자들 사이에 은밀한 뒷거래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교육부의 대학 재정사업 9개 가운데 8개에 선정돼 178억 원대의 사업을 따냈다. 류 교수는 특검 조사에서 학교로 찾아온 최 씨를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이 때문에 특검은 류 교수가 ‘비선 실세’인 최 씨와 학교 사이의 부정한 거래를 알고 정 씨에게 학점 특혜를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교육부 감사가 벌어지자 류 교수는 정 씨 이름으로 가짜 답안지를 만들어 자신의 비리를 숨기려 했다. 또 이를 숨기려고 조교들에게 “특검 수사에 협조하면 논문심사 등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류 교수는 199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대하소설 ‘인간의 길’에서 박 전 대통령을 시대의 영웅으로 묘사하고 군사독재를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류 교수는 또 최 씨의 측근으로 문화계를 농단한 차은택 씨와 함께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류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설립한 ‘청년희망재단’의 초대 이사를 지내 최 씨의 오래된 숨은 측근이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장관석 jks@donga.com·권오혁 기자}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좌파 성향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는 수단인 동시에 최순실 씨(60·구속 기소)가 이권을 챙기는 데 방해되는 인사들을 솎아 내려는 리스트라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또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결정에 위법하게 개입해 찬성 의결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떻게든 합병 찬성 의결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린 단서도 특검에 포착됐다. 청와대와 문 전 장관의 물밑 교감과 직거래 과정이 객관적 물증으로 처음 드러난 것이다.○ 숨은 이권 챙기기에 이용된 ‘블랙리스트’ 특검은 리스트에 포함된 명단을 분석한 결과 전체가 ‘좌파’ 인사로 채워진 블랙리스트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리스트는 좌파 성향 예술인 지원을 배제한다는 정권의 후진적 통치 방식을 드러냈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최 씨의 이권을 챙기려는 비즈니스 과정에서 기준도 없는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은 최 씨와 딸 정유라 씨(20)의 체포영장에 국외재산도피 혐의까지 적용했다. 이어 정 씨의 대학 입학과 학사관리 특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출국금지)의 연구실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등의 자택, 대한승마협회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문형표 “내부 투자위에서 찬성 의결” 지시 특검은 문 전 장관이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외부 전문가 조직인 전문위원회로 넘어가지 않고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 단계에서 합병 찬성 의결이 나도록 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확인해 배경을 확인 중이다. 문 전 장관의 압박 배경에 대해 특검은 SK와 SK C&C의 합병 실패 전례를 피하려는 정부의 속내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SK-SK C&C 합병이 국민연금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합병에 반대했다.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외부 전문가그룹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했던 정부는 전문위로 인해 대기업 계열사 합병이 무산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막후 작업을 한 것으로 특검은 판단하고 있다. 특검은 29일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을 소환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지원 경위를 조사했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진료를 받은 단서를 구체적으로 확보하면서 ‘세월호 사고 7시간 의혹’ 규명을 위한 ‘의료 농단’ 사건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3년 4, 5월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정호성 당시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주사 아줌마 들어가십니다” “기(氣) 치료 아줌마 들어가십니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고, 이를 특검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장관석 jks@donga.com·신나리 기자}
대통령정무수석실의 지시를 받아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문체부에 들어온 A 씨(3급)가 명단 업데이트를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복수의 문체부, 문화예술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A 씨는 최순실 씨의 측근들과 어울리며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김 전 장관이 인사 문제 등에서 크게 의존한 문체부의 숨은 실세였다.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문체부가 블랙리스트를 관리할 때 A 씨는 “좌파를 넣으라고 해서 좌파를 넣었다” “여기에 이 사람을 끼워 넣으면 된다”는 등의 말을 주위에 하고 다녔다고 한다. A 씨가 관리한 블랙리스트에는 그가 좌파로 판단해 분류한 인사도 있지만 상당수는 최 씨의 이권에 방해되는 인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정치성향상 좌파로 분류하기 힘든 인물들도 블랙리스트에 상당수 포함됐다. 특검은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결정에 개입해 찬성 의결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29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에는 문 전 장관이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도 적시됐다. 특검팀이 출범한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한 첫 대상자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이 “외부 전문가 조직인 전문위원회로 넘어가지 않고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 단계에서 합병 찬성 의결이 나도록 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문 전 장관은 복지부 실무진과의 대질신문에서 개입 사실을 시인했다. 특검은 29일 이화여대와 최경희 전 총장(54)의 사무실,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에 대한 특혜 정황에도 집중적인 수사에 나섰다. 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지난해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60)이 어떻게 해서든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의견을 내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의 보고서 작성을 복지부 간부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개별 투자 결정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의 지시가 합병 찬성 의결을 압박한 단서이자 국민연금 기금 운영의 독립성을 무너뜨린 핵심 정황으로 보고 있다. ○ 합병 찬성 보고서, 문 전 장관이 작성 지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1일 복지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복지부 실·국장들이 작성한 합병 찬성 의결 보고서를 압수하고 보고서의 전달 경로를 추적 중이다. 이 보고서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의결에 대한 시나리오를 상정하면서 어떻게든 합병 찬성 의결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복지부 실무자들은 28일 특검에서 문 전 장관과의 대질신문을 통해 “문 전 장관의 지시로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도 “문 전 장관을 비롯해 복지부에서 합병 찬성을 내라는 압력이 심하게 들어 왔다”고 진술했다. 홍 전 본부장은 또 “문 전 장관의 지시에 따랐고, 복지부가 (국민연금의) 예산과 인사권한을 쥐고 있어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문 전 장관은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한 일이 없다”며 부인했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을 28일 오전 1시 45분경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특검은 28일에 이어 문 전 장관 조사를 계속하며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이 합병 찬성 의견을 이끌어내기 위해 직무 범위에 속하지 않는 일을 주도한 배경에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당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직후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사이에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0)에 대한 지원 방안이 적극 추진된 점도 특검의 의심을 사고 있다. ○ 재계 “당시 국익 고려한 결정” 의견도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있는 동시에 우리 경제에 끼치는 엄청난 영향 때문에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미국계 투기 자본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며 합병에 반대하면서 국민연금이 국익을 위해 찬성 의결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특검과 박근혜 대통령, 삼성 등 3자 간에 향후 법적 책임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이 민감한 문제를 외부 전문위원회로 넘기지 않고 내부 투자위원회만을 거쳐 의결권을 행사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 측은 “의결권 행사는 내부 투자위원회를 우선적으로 거쳐 판단하고 찬반을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을 외부 전문위원회에 넘기도록 규정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국가 경제의 방어막 역할을 하는 연기금으로서 국익을 고려해 합병에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을 헐값 매입한 론스타, SK그룹을 공격한 소버린자산운용과 칼 아이컨의 사례 등에서 국내 기업은 그간 헤지펀드의 공격에 취약했다. 삼성마저 헤지펀드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우리 기업을 공격하는 헤지펀드와 같은 입장에 설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 국민연금 재원 고갈을 우려하면서 “개인이 부담하는 보험료율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던 문 전 장관이 합병 비율이 국민연금에 불리한데도 찬성 의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합병에 찬성한 대가로 국민연금이 수천억 원의 투자 손실을 봤다는 의혹도 있다. 합병 찬성 이전 국민연금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지분 평가액은 2조3827억 원이었지만 올 9월 30일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 5.78%의 평가액은 1조6337억 원으로 합병 전보다 7400억여 원이 적다. 장관석 jks@donga.com·이건혁·김준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특별한 계통 없이 최순실 씨(60)와 정권의 입맛에 맞게 정리됐다는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특검이 확보한 블랙리스트에는 세간에 알려진 9473명 명단에 없는 문화예술인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입수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는 독일 등 주로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양혜규 씨(45·여)가 포함돼 있다. 서울대 조소과 출신인 양 씨는 2006년 ‘사동 30번지’, 2010년 ‘셋을 위한 목소리’ 등 국내에선 개최한 개인전이 손에 꼽힐 정도다. 특검은 양 씨가 국제적으로 촉망받는데도 명확한 사유 없이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전시 대관 지원을 가로막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블랙리스트에는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 씨도 이름이 올라 있다. 이 밖에 소설가 박범신 씨와 시인 안미현, 배우 송강호 김혜수, 영화감독 박찬욱, 시인 강은교 씨 등도 포함돼 있다.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 등 별다른 분류 체계 없이 블랙리스트가 꾸려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문체부는 청와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관리대장을 만들고 수시로 업데이트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5월 작성된 대장에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단체와 개인들에게 하는 예산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침이 적혀 있다. 문체부 주변에서는 “최 씨가 ‘좌파 잡아야 된다’고 떠들고 다녔다”는 식의 증언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 씨 심기에 거슬리거나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야당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면 밑도 끝도 없이 ‘좌파’로 몰렸다는 것이다. 특검은 문체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실과 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 관계자를 대상으로 수사 강도와 속도를 바짝 높이고 있다. 특검은 28일 오후 신동철 전 대통령정무비서관(55)을 불러 조사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장관석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씨(60·구속 기소)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작업을 사실상 주도했고, 실제 이 블랙리스트가 최 씨의 사업에 걸림돌이 될 만한 인사를 배제하는 데 이용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위한 정보 수집 과정에 국가정보원 인적 정보가 동원된 단서를 잡고 관계자 소환을 서두르고 있어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검은 이날 블랙리스트 작성에 깊숙이 관여한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이었으며, 당시 정무수석은 조윤선 현 문체부 장관이다. 특검은 또 리스트를 문체부 등에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는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비서관(현 주프랑스 대사)을 소환 통보하는 등 당시 청와대 및 문체부 관계자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최 씨가 블랙리스트 작성을 구상한 것은 자신의 차명회사를 내세워 문체부가 문화예술단체에 기금 형식으로 지원하는 각종 예산과 이권을 따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인사들을 제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특검은 보고 있다. 여기에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좌파로 규정지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속내가 덧붙여지면서 블랙리스트 작성은 일사천리로 이뤄졌고, 명단에 포함된 인사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특검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국민연금 퇴임 후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P투자회사에 삼성의 돈이 유입됐는지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소환된 홍 전 본부장은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을 의결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특검에 진술했다. 특검은 해외 도피 중인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Red Notice)를 요청했다. 특검은 또 2014년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수사와 관련해 정윤회 씨를 출국금지했으며, 유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의 회유와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한 한일 전 경위를 조사했다.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대통령정무수석실이 작성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그동안 의혹으로 떠돌았던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확인되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을 검열하고 지원을 배제하려던 행태가 특검 수사로 드러나게 됐다. 특검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 재직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을 출국금지하고 27일 오전 10시 소환해 조사한다. 특검은 이 블랙리스트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교감하에 대통령정무수석실 등을 거쳐 작성된 것으로 보고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집중 수사 중이다. 특검은 또 이날 서울 종로구 김 전 실장의 자택과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조윤선 문체부 장관 및 차관의 집무실, 리스트 관리 의혹이 제기된 예술정책국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조 장관은 10월 국정감사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 적이 있다. 특검은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조만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사이에 메신저 역할을 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박 대통령 지시로) 대부분의 문건을 최 씨에게 넘겼다. 최 씨를 거치면 박 대통령의 의사 결정이 빨라졌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대면보고보다 서면보고를 선호한 이유 중에도 국정 운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최 씨에게 정확한 정보를 손쉽게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씨는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올 상반기까지도 청와대 주요 내부 문건을 보고받은 사실이 특검 수사에서 추가로 확인됐다.장관석 jks@donga.com·허동준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청와대 뜻’을 거론하며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진수 현 대통령비서실 보건복지비서관 자택을 26일 압수수색하고 있다. 특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자택을 26일 오전 압수수색하고 있다. 특검은 청와대가 문화계 인사 블랙리스트를 관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윤선 문체부 장관 및 관련자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비선실세 최순실 씨(60·구속기소)의 국정농단 의혹을 전방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의결, 정부의 문체부 블랙리스트 관리 의혹 등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섰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청와대 뜻’을 거론하며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진수 현 대통령비서실 보건복지비서관 자택을 26일 압수수색하고 있다. 찬성 의결에 현 정부 보건복지비서관의 연루 정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자택을 26일 오전 압수수색하고 있다. 특검은 청와대가 문화계 인사 블랙리스트를 관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윤선 문체부 장관 및 관련자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특검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 종로구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자택을 압색수색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김희범 당시 문체부 1차관에게 문체부 1급 6명의 사표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을 받고 있지만 검찰 수사 단계에서 별다른 사법 처리를 받지 않았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에게 특정 인사를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에 앉히기 위해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도 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단행된 국가정보원 1, 2, 3차장 및 기획조정실장 인사 당시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에게 후보자를 최대 5배수까지 전달하면 최 씨가 대상자를 최종 낙점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그동안에는 최 씨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9) 등 정부의 요직 인사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식으로 국정을 농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정황은 그간의 구도와는 정반대로 대통령이 후보자를 추천하고 최 씨가 인선 대상자를 최종 결정하는 등 공무원 임명권자로서의 대통령 역할을 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은 후보자 명단을 A4용지 한 장으로 정리해 최 씨에게 보고한 자료와 정 전 비서관의 관련 진술을 확보해 박영수 특별검사에게 넘겼다. 본보 취재 결과 박 대통령은 당시 국정원 2차장(국내정보 총괄) 및 기조실장 인선과 관련해 복수의 후보자 명단을 정 전 비서관에게 전화로 전달하면서 최 씨에게 알려줄 것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이 불러준 2차장 후보에는 1번 유영하, 2번 서천호, 3번 박종준, 4번 한기범, 5번 김현호 씨가 올랐고, 기조실장 후보로는 1번 장훈, 2번 이상권, 3번 유영하 씨가 추천됐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박 대통령이 후보자 명단을 불러주면서 최 씨에게 전달하라고 했다. 나는 후보자들의 약력을 덧붙여 A4용지 한 장짜리 문서로 만들어 최 씨에게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결국 당시 국정원 2차장에는 서천호 전 경찰대학장, 기조실장에는 국정원 강원지부장을 지낸 이헌수 현 기조실장이 최종 임명됐다. 1차장에는 한기범 전 국정원 3차장이 임명됐다.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인 서 씨를 2차장에 발탁한 것을 두고 당시에 의외의 인사란 지적이 일었다. 특검은 국정원 고위 간부 외에 다른 정부 요직 인선에서도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추천을 받아 결정권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정 전 비서관 등을 상대로 수사할 방침이다.장관석 jks@donga.com·허동준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최순실 씨가 정부 고위 관계자와 공모해 뇌물을 수수했다’고 적시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점을 대전제로 수사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첫 영장부터 박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건 특검이 박 대통령의 수뢰 혐의 적용에 대해서만큼은 퇴로를 두지 않고 배수진을 쳤다는 의미다. 특검은 또 영장에서 ‘최 씨가 공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받았다’는 취지의 표현을 적시했다. 삼성이 최 씨 일가에 자금을 건네며 맺은 계약이 ‘뇌물성 계약’임을 명시하면서, 이 과정에 박 대통령이 공모했다고 특검 수사를 개시한 첫날 천명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첫 타깃이 된 건 특검이 최 씨 일가가 삼성으로부터 ‘맞춤형 지원’을 통한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의 돈이 최 씨의 독일 회사로 간 것에 대해, 무슨 일이 있어도 뇌물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점을 박 대통령과 삼성에 내비친 의미도 있다. 삼성은 지난해 3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은 뒤 같은 해 8월 최 씨 소유의 독일법인 코어스포츠인터내셔널(비덱스포츠 전신)과 승마선수 지원을 명목으로 한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이후 계약을 집행하기 위해 승마협회는 같은 해 9월 ‘한국 승마 중장기 로드맵 수립에 따른 후원사 지원 요청 기본계획서’를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마장마술 선수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 257억 원에 대해 ‘삼성 후원 사항’이라고 명시돼 있다. 2020년까지 지원할 총액이었다. 이 문건은 최 씨와 그의 승마계 측근이었던 박원오 씨가 주도해 작성했다고 한다. 특검은 이 시점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겠다고 공시했다. 양사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을 원활히 승계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로 여겨졌으며, 삼성의 숙원 사업이었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대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즉각 합병에 반대해 합병에 큰 장애물이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7월 10일 삼성물산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해 9월 1일 공식 합병할 수 있었다. 같은 해 7월 25일에는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독대했다. 국민연금은 외부 전문가 그룹인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듣지 않고 투자위원회의 결정만으로 찬성을 의결했다. 특검이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정한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등은 모두 청와대의 입김이 강하게 미치는 대상들이자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에 영향을 가할 수 있는 대상들이다. 특검은 또 이날 김응환 국민연금 강남역삼지사장 등 당시 투자위원회 위원들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투자위원들이 찬성을 의결할 때 ‘높은 곳’에서 압력을 가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이 삼성의 손을 들어준 뒤 삼성의 최 씨 후원은 로드맵 골격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해 9, 10월 삼성 측은 승마협회를 거치지 않고 코어스포츠와 삼성전자 독일법인에 각각 280만 유로(약 35억 원), 319만 유로(약 43억 원)를 지원했다. 특검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의결과 돈이 오간 시점이 미묘하게 맞물린 배경에는 대가관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검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공식·비공식적으로 가졌던 자리를 모두 확인하면서 양측 간에 통화가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는 외국계 자본의 공격으로부터 우리의 대표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의 지지가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특검은 그 이면에 불법적인 대가관계가 있었는지를 규명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합병 찬성 의결 이후 5900억 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이 영장에 적시한 내용 중 두 번째로 강조한 표현이 국민연금의 배임 혐의다. 특검에서는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공공기관이 큰 손해를 보면서 국민의 쌈짓돈을 운용한 것이 배임에 해당한다며 내부 비판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집행한 압수수색 영장에 박근혜 대통령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와 공모해 삼성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은 대가로 최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20)가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취지의 범죄 혐의가 기재된 것이다. 특검은 이날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박 대통령을 ‘정부 고위관계자’라고 적었다. 박 대통령은 특검의 내부 수사 기록에서도 이미 제3자 뇌물수수를 공모한 피의자로 표현됐다. 특검은 박 대통령을 수뢰 혐의 피의자로 대면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은 이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 의결을 주도한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자택을 비롯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실, 관련자 주거지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박 대통령과 최 씨가 공모해 뇌물을 받았다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와,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했다는 배임 혐의 등 두 갈래 혐의가 포함됐다. 특검은 삼성이 최 씨에게 특혜성 자금을 지원한 과정 전반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8·출국 금지)이 보고받은 정황을 확인하고 이 부회장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삼성은 정 씨 등 승마 선수 6명을 지원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지만, 특검은 이 계약이 실질적으로는 정 씨 1명을 위한 뇌물성 계약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검은 독일에 체류 중인 정 씨를 송환하기 위해 체포 영장을 발부받고 여권 무효화 조치를 포함한 사법 공조를 독일 검찰에 요청했다.장관석 jks@donga.com·김준일 기자}
세월호 참사의 구조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의 해양경찰청 수사 당시 ‘강북’으로 통칭되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영향력을 행사해 검사들이 속으로 끙끙 앓았던 사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특히 당시 대통령민정비서관이던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법무부와 검찰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나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 “업무상 과실치사, 강북이 불편해한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반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인명 구조에 실패한 김경일 123정장을 수사한 광주지검은 그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당시 세월호가 45∼50도 기울었던 만큼 김 정장이 조치만 잘했어도 상당수 인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판단에서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하겠다고 대검찰청에 보고했다. 123정 방송 설비는 100m 밖에서도 소리가 들릴 만큼 성능이 좋았지만, 김 정장은 탈출하라는 방송을 하지 않았다. 또 123정 승조원들에게 세월호 갑판에 승선해 승객 퇴선을 유도하라는 지시도 없었다. 그런데 이를 놓고 검찰(광주지검과 대검)과 법무부 형사기획과가 2개월이 넘도록 줄다리기를 했다. 법무부가 ‘반려’한 형식적 명분은 대형 인명 사고에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한 해외 사례를 확인해 관련 법리를 보완하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법무부와 강북을 거치면서 보고서가 자꾸 반려된다”는 말이 돌았다. 당시 청와대와 법무부 입장에서는 업무상 과실치사를 인정하면 결국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 비율을 높이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검찰에서 뒷말이 많이 나왔다.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이 수사를 지휘한 형사부가 아닌 기획조정부장 휘하 연구관까지 투입해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여부를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많은 형사 사건 가운데 이 사건을 놓고 기조부 의견까지 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기조부는 법무부의 의견에 맞는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불가’ 의견을 냈다. 당시 광주지검장으로서 수사를 이끌었던 변찬우 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는 대검에 “(업무상 과실치사가 적용되지 않으면) 옷을 벗겠다는 뜻을 법무부에 전달하라”고 강경하게 맞서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을 관철했다. 결국 김 정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과정을 두고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8조가 무력화된 것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0일 “이 배경에 우 전 수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그것이 팩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의 수사 관여 논란 우 전 수석은 2014년 6월 5일 오후 해경 본청을 압수수색하던 광주지검 수사팀 간부에게 전화해 “뭐 그런 것(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까지 압수를 하느냐”며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산 서버에는 세월호 침몰 당시 청와대와 해경 사이의 통화 내용 등 민감한 내용이 보관돼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직권남용 혐의는 위험범 법리가 적용되는 만큼 압력을 행사한 당시의 시점에 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반면 예정대로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김 정장에게도 업무상 과실치사가 적용된 만큼 단순 논란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일선 검사들은 “검찰의 수사와 작동 원리를 누구보다 꿰뚫고 있는 우 전 수석이 검찰과 법무부에 남긴 생채기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장관석 jks@donga.com·신나리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대기업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의 뇌물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 수사 단계로 삼성, 롯데, SK, 현대차 등 대기업 관계자들을 차례로 비공개 접촉 중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재계는 특검 수사에서 솔직한 진술을 하지 않으면 기업에 대한 압박 가능성을 시사한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검 수사팀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3차 소환 요청에 맹장 수술 등을 이유로 거절했던 삼성전자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 등을 18일 접촉하고 비공개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특검 관계자들이 접촉을 시도해 면담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특검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준비 상황인 점과 수사 기밀 (유지) 등을 고려해 특검 사무실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만났다”라며 “정식 수사 개시에 앞서 (참고인이나 피의자 등) 어떤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지 등을 결정하기 위해 접촉했다”라고 밝혔다. 특검은 출국 금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소환 시기와 방식도 검토할 방침이다. 재계는 이를 “기업 운영에 대가를 바라고 후원한 적이 없다”라는 주장을 유지한 대기업들을 향한 특검의 압박이 가시화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혐의 적용과 관련해 특검의 핵심 수사 타깃은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20)에게 거액을 후원한 삼성이지만 다른 대기업들도 특검의 칼날을 맞을 수 있다. 특히 박 특검과 윤석열 부장검사 등 수사라인 상당수가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를 담당해 그룹 내 의사결정 구조를 꿰뚫고 있는 만큼 현대자동차그룹도 집중 수사 대상 1순위로 거론된다. 롯데그룹과 SK그룹은 특수본 수사 말미 때부터 제3자 뇌물 수수 혐의 적용이 집중 검토됐다. 무엇보다 박 특검이나 윤 부장검사 모두 우회로를 찾기보다는 강력한 정공법을 구사한 경우가 많아 대기업 재원 모금에 직권 남용 혐의보다는 수뢰 혐의를 곧바로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이미 특수본 수사에 얼개가 잡혀 있고, 특검이 추가 증거와 진술을 이끌어 낼 경우 적용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심판 답변서는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피고인인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 기소)이 법정에서 내놓을 진술과 공소 사실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 전 수석 수사에 핵심 증거로 파악된 ‘수첩 속 메모’에 대한 수석 자신의 입장과 공소 사실에 대한 입장 등은 특검 수사에서도 중요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안 전 수석의 메모에 박 대통령의 발언이나 지시가 명확한 문장 형태로 돼 있지 않아 변호인과 검찰의 ‘시각 차’가 크다. 20일로 준비 기간이 종료되는 특검팀은 청와대에 대한 직접 압수수색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검은 앞서 특수본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할 때도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됐지만, 집행 과정에서 불승인된 만큼 이를 돌파할 법리를 마련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인 만큼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승인 여부를 결정할 주체에 대해선 “특수본 수사 당시 불승인의 주체였던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이 결정하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은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이 최순실 측근을 만나 청문회 증언을 사전 모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국회 고발장이 정식으로 접수되면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장관석 jks@donga.com·김준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씨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장모인 김장자 씨의 ‘삼각 연결고리’를 집중 수사할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최 씨가 국정 농단을 벌이는 과정에서 최 전 총장, 김 씨 등과 특혜를 주고받은 일이 있었는지 적극 수사해 대가 관계 여부를 규명하겠다는 취지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 씨가 이화여대 여성최고지도자과정 ‘알프스’ 총동창회장을 지낸 김 씨와 골프 회동을 한 정황을 포착한 바 있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특혜 입학 정황을 미리 알았다는 의혹을 받는 최 전 총장은 김 씨와도 몇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또 국세청으로부터 최순실 씨, 우 전 수석,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과세자료를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재산 형성 내용을 파악해 개인 비리를 발견한다면 검찰이 밝혀내지 못한 새로운 줄기의 의혹을 찾아낼 수도 있다. 한편 특검팀은 21일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 현판식을 갖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이규철 특검보는 “법률적으로 현판식 전에도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고 말해 19, 20일 중 관련자 소환 및 첫 압수수색 가능성도 열어 뒀다. 특검의 첫 압수수색은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에 청와대 대통령 관저, 경호실, 의무실 등을 직접 압수수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알려졌다. 특검은 군사상 기밀 등을 근거로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하거나 자료를 선별적으로 제출해 온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허동준 hungry@donga.com·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