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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을 철도망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과 러시아의 철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23일 ‘유라시아 친선특급’의 중간 기착지인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열린 ‘한러 철도 교통 세미나’에서다. 코레일에 따르면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연결되면 해상 운송보다 운송 기간과 운임을 각각 40%, 23%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TKR의 ‘끊어진 고리’인 북한 구간의 연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박은경 동양대 교수는 “남북한 철도와 유라시아 대륙 철도의 연결을 위해 ‘철도 에라스뮈스 플랜’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도 에라스뮈스 플랜은 한국 북한 러시아 중국 몽골 등 5개국 철도대학생들이 다른 국가의 철도 산업을 배우고, 유대감을 키우는 상호 교환 교육 프로그램. 유럽연합(EU)이 국가 간 이해를 높이기 위해 1987년 도입한 대학 교류 프로그램인 에라스뮈스 플랜을 벤치마킹했다. 박 교수는 “국경을 허무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남북한의 미래 세대가 협력한다면 북한을 유라시아 대륙 철도 운행의 파트너로 편입시킬 수 있다”며 “북한이 적극적으로 철도 에라스뮈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협의기구를 북한에 개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러시아 철도 전문가들도 남북한 철도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겐나디 베소노프 시베리아횡단철도 운송조정협의회(CCTT) 사무총장은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하산을 잇는 철도가 완공돼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연결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이 구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나진∼하산 철도(54km)는 2013년 개통됐다. 남북 합의가 이뤄지면 부산∼강원 고성군 동해선 철도를 거쳐 유럽 대륙으로 이어진다. 블라디미르 네호로시코프 노보시비르스크 시베리아 국립교통대 부총장은 “TKR와 TSR가 연결되면 한국은 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의 자원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노보시비르스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남과 북이 갈라진 뒤 70년이 흐르는 동안 남북한 대학생 간의 심리적 거리감도 커졌다. 통일을 위해선 남북 간 유대감 회복이 시급하다. 이병무 평양과학기술대 치과대학 설립학장(66)도 이런 뜻에 공감했다. 이 학장은 21일 ‘유라시아 친선특급’ 객실에서 외교관을 꿈꾸는 한국 대학생 전소현 씨(22·고려대·여)와 대화를 했다. “한국 학생들이 북한, 그리고 통일에 얼마나 관심이 있나요?”(이 학장) “궁금한 건 많지만 (북한에 관한) 막연한 정보만 접하기 때문에 해소가 되지 않았어요. 특히 통일은 정치적 개념이 강해 선뜻 대화하기 힘들죠.”(전 씨) “같은 동포지만 서로 어떻게 사는지를 잘 모르니까….”(이 학장) 한국 학생들은 영어 공부에 매달린다. 토익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야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평양과기대 학생들도 집중적으로 영어 공부를 한다. 이 학장은 “평양과기대 학생들은 1학년 때 원어민 선생님께 영어를 배운다”며 “영어에 능통해야 외국과 관계된 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양과기대 학생들은 중국어 수업까지 받아 ‘3개 국어’를 구사한다고 했다. 러시아어와 영어에 능통한 전 씨는 “여러 나라 언어를 할 줄 알면 장점이 많다. 세계 어디서 누구를 만나도 쉽게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씨는 “북한 학생들도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 학장은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가긴 하지만 모두 가지는 못한다. 학기 중에는 (학업 때문에) 바빠 여행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답했다. 이 학장은 “평양과기대의 방학은 (한국의 절반 수준인) 8월 한 달 정도여서 북한 학생들은 고향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전 씨는 “북한의 방학이 너무 짧은 것 아니냐”면서도 “북한 학생들도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 학장은 “북한 대학생들에게는 ‘끈끈함’이 있다”고 했다. 입원한 동료 학생에게 수시로 병문안을 가고 담당 의사에게 사과 등을 건네며 답례를 할 줄 안다는 것이다. 이 학장은 “북한 대학생들도 졸업식 때 눈물을 흘리고, 기쁠 때는 웃을 줄 안다”고 말했다. 그러자 전 씨는 “미디어를 통해 접한 북한 학생의 모습은 딱딱한 ‘로봇’ 같았는데 오해가 풀렸다”고 했다. 전 씨가 “북한에도 ‘캠퍼스 커플(연인)’이 있느냐”고 묻자 이 학장은 “평양과기대에는 올해 처음 여학생이 입학했다. 교내 영어웅변대회를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우리는 왜 여학생이 없는가’였다”며 웃었다. 북한 학생들 역시 남한처럼 ‘불타는 청춘’의 마음은 같다는 얘기다. 전 씨는 “북한 대학생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 학장은 전 씨에게 “외교관을 꿈꾸는 만큼 북한을 잊지 말고 (남북의 화합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학장은 9월부터 평양과기대 치과대학원에서 치의학 영어수업을 진행한다. 노보시비르스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쪽에 위치한 바이칼 호수는 ‘시베리아의 진주’로 불린다. 면적은 세계 8위(3만1500km²)지만 담수량은 전 세계 민물의 5분의 1에 이르는 2만3000km³로 세계 최대 규모다. 20일 ‘유라시아 친선특급’ 참가자들이 바이칼 호수를 찾았다. 분단 70주년을 맞아 ‘한민족의 시원(始原)’으로 여겨지는 땅을 밟은 것이다. 육당 최남선 선생은 1925년 ‘불함문화론’에서 바이칼 호수 일대를 한민족의 기원으로 제시했다. 고고학계에는 빙하기였던 1만7000∼1만9000년 전 바이칼 호수 인근의 시베리아가 사막화되자 더 좋은 기후를 찾아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한국과 일본에 인구가 밀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학설이 있다. 이날 바이칼 호수에 도착하자 2000km에 이르는 긴 호안이 눈에 들어왔다. 물비린내가 풍겼지만 공기는 상쾌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드디어 바이칼에 왔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친선특급에 동참한 해양교류학자인 윤명철 동국대 교수는 “바이칼 호수 주위에 살았던 민족과 한민족은 건축 양식, 문화, 언어가 유사하다”며 “젊은 친선특급 참가자들이 유라시아 대륙이 한민족과 무관하지 않은 땅임을 몸소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이칼 호수에서 ‘분단의 아픔’을 느낀 참가자도 있었다. 이준 열사의 외증손자인 조근송 씨(60)는 “같은 뿌리를 가진 남북이 담을 쌓고 지내는 현실이 슬프다”며 “언젠가는 서울을 출발한 열차가 북한을 거쳐 바이칼 호수까지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르쿠츠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북선)와 중국 베이징(北京·남선)에서 각각 ‘유라시아 친선특급’에 몸을 실은 참가자 250여 명은 19일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만났다.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이 담긴 이 열차에는 특별한 인사도 있었다. 남선 열차를 타고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야노프스키 얀롤프 평양 주재 독일대사관 2등 서기관(30)이 그 주인공. 2012년부터 3년 임기로 평양 주재 독일대사관에 근무 중이며 올해 9월경 독일 외교부에서 남북한 실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그는 이날 “북한이 직접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참가하지 못하는 만큼 남북의 연결고리가 되고자 참가했다”며 “남과 북의 통합을 위해 양측이 자주 접촉해 신뢰를 쌓으며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친선특급에 대해 알고 있다”며 “한반도 정세가 복잡해 이번 행사의 취지를 약간 의심했지만 (나의) 참석을 반대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병무 평양과학기술대 치대 설립학장(66)은 북선을 타고 친선특급에 참석했다. 이 학장은 평양과기대 의학부 건립 현황 등을 소개하며 “남한의 대학생들과 평양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북한 학생들의 생활을 소개해 남북이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친선특급의 이르쿠츠크 도착은 유럽과 아시아인 모두의 협력을 이끌어 낸다는 의미도 있다. 이날 이르쿠츠크에서는 러시아인과 고려인 등 500여 명이 참석한 ‘유라시아 대축제’가 열렸다. 한국-러시아 친선 축구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참가자들은 16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타고 62시간을 달리는 장거리 여행을 견뎌냈다. TSR의 좁은 통로(폭 1m가량)와 객실(약 1평), 세면의 불편함은 악명이 높다. 기자는 열차 생활 33시간이 흐른 18일 ‘TSR에서 머리 감기’에 도전했다. TSR에선 밸브를 돌려도 물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세면대 수도꼭지 밑에 달린 스틱을 아래에서 위로 힘껏 올리거나, 수도꼭지 위의 버튼을 누르고 있을 때만 물이 나온다. 승무원 스베틀라나 씨(29·여)는 “장시간 이동 구간에서 저장된 물이 바닥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와도 세면대 바닥에 물 빠짐을 막는 마개가 없다. 물이 하수구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참가자들은 골프공, 강력 테이프 등을 동원했다. 기자는 로션통(원형)을 구멍에 꽂아 물을 받은 뒤 머리를 감았다. 헹구기 위해 세면대의 물을 찾았으나 로션통으로 구멍을 다 막지 못해 물은 이미 하수구로 빠져나갔다. 결국 화장실 근처를 지나던 한 참가자의 도움으로 물을 받아 머리 감기를 끝냈다. 일부 참가자는 바가지나 윗부분을 잘라낸 물통에 물을 담아 샤워를 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 참가자들은 “TSR의 좁은 공간은 동료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마술사, 요리사와 함께 생활하는 이승현 씨(39·화가)는 “화가 친구는 많지만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과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친선특급에서 직업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객실 생활을 하면서 친분을 많이 쌓았다”라고 말했다.이르쿠츠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꿈을 이루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입니다.” ‘유라시아 친선특급’ 단장(블라디보스토크∼베를린 구간)인 김창범 외교부 본부대사는 16일 “친선특급은 대한민국이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분단 이후 70년간 한반도를 지나 대륙으로 향하는 통로는 잊혀졌고, 대한민국은 ‘섬 아닌 섬’처럼 남았다”고 강조했다. 한반도가 대륙과 철도로 연결되면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고 유럽과도 진정한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끊어진 고리’인 북한 구간. 14일 친선특급 참가자들과 함께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온 김 대사는 “‘남북한 종단철도로 이동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는 친선특급 참가자들 상당수가 공감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그는 “친선특급은 젊은 세대가 가진 유라시아 대륙, 북한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분단 전 대륙으로 향하던 선조들의 길을 되짚어보면서 언젠가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과 꿈을 갖자는 것이다. 김 대사는 또 “친선특급은 유라시아 공동체 속에서 한반도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친선특급은 러시아, 폴란드, 독일 등 5개국을 돌며 철도·해운·학술 교류와 관련된 세미나를 개최하는 만큼 새로운 방향을 생각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12년부터 3년간 주벨기에·유럽연합(EU) 대사를 지낸 김 대사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번 행사 참가를 말씀드리자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부터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을 동경해 왔다’고 하셨다”며 “대장정 과정에서 마주친 풍경과 만난 사람들의 얘기를 가장 먼저 아버지에게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민간 외교사절’인 국민 참가단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19박 20일의 고된 여정을 앞두고도 긍정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젊은 참가자들에게 놀랐다는 그는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15일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한 열차가 하바롭스크로 향하는 동안 일부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밤늦도록 자기소개를 하는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김 대사는 19일 이르쿠츠크에서 개최되는 ‘유라시아 대축제’의 한-러 친선 축구경기에 국민 참가단과 함께 직접 뛸 예정이다. 김 대사는 “언젠가 북한을 거쳐 베를린으로 가는 열차 티켓을 서울에서 구매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친선특급 원년 멤버로서 꼭 다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광복 70주년을 맞아 진행되는 ‘유라시아 친선특급’의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열차 제937호는 15일 도착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은 오후 8시 15분(현지 시간) 블라디보스토크 역으로 들어왔다. 광복절을 상징하는 듯한 시간이었다. 출정식이 열린 블라디보스토크 역에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출발점을 상징하는 표시탑이 서 있다. 탑 중앙부에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를 상징하는 ‘9288(km)’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이준 열사의 외증손자 조근송 씨(60)는 “선조들이 두만강을 건너오던 길을 우리는 돌고 돌아서 왔다. 친선특급이 통일과 민족의 미래를 향한 길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염원을 담은 열차는 오후 9시 38분 블라디보스토크 역을 떠나 13시간 거리에 있는 하바롭스크로 향했다. 앞서 친선특급 참가자 222명은 일제강점기 항일 투쟁의 전진기지였던 연해주 독립운동 유적지를 찾아 애국지사들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안중근 의사는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의병부대를 이끌고 무장투쟁을 벌였다. 1919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 사법·행정 기능을 갖춘 대한국민의회가 설립돼 항일 투쟁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우수리스크 라즈돌나야(쑤이펀) 강가에는 ‘헤이그 특사’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가 우뚝 서 있었다. 화강석으로 된 유허비는 폭 1m, 높이 2.5m의 기둥 모양이다. 광복회와 고려학술문화재단이 2001년 세웠다. 선생은 1907년 고종의 특명을 받고 이준 열사, 이위종 선생과 함께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려다 일본의 방해로 실패했다. 이후 유럽에서 외교활동을 계속하는 한편 연해주 북간도 일대의 의병을 규합해 군대를 편성하는 등 독립운동을 펼쳤다. 1917년 47세의 나이로 숨진 선생은 “광복을 이루지 못한 내가 어찌 조국에 돌아갈 수 있으랴. 몸과 유품을 모두 태워 강물에 흘려보내고 제사도 지내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유허비는 그의 뼈가 뿌려진 라즈돌나야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다. 당초 ‘한국의 흙’을 가져와 유허비 앞에 놓고 위령제를 지내려 했지만 세관 통과 문제로 흙을 가져오지 못했다. 그 대신 국내산 녹차를 유허비 앞에 올렸다. 판소리 명창 서명희 씨(52·국악단 소리개 이사장)는 ‘당신의 노력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내용의 전통음악을 불렀다. 서 씨는 “모두가 잊고 있던 영웅의 죽음이 떠올라 감정이 요동친다”며 눈물을 보였다. 유허비에 헌화를 마친 참가자들은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이 1920년 일본 헌병대에 붙잡혀 총살되기 전까지 2년여간 머문 고택으로 이동했다. 어린 시절 연해주로 이주해 기업가로 성공한 뒤 독립운동을 지원한 최 선생은 연해주 항일운동의 ‘대부’로 불린다. 특히 그는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암살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사의 재종손 안현민 씨는 “최 선생은 우리 가족에겐 정말 고마운 분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지낸 집을 보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블라디보스토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할 유라시아 친선특급이 14일 1만4400km의 대장정에 나섰다. 이번 행사는 통일의 초석을 쌓자는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 중 하나로 진행되는 것이다. 정·재계와 문화계 인사 등 친선특급 참가자 246명은 이날 서울역사 등에서 19박 20일간 대장정의 발대식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이번 대장정은 우리 국민의 통일에 대한 염원과 꿈을 함께 안고 달리는 여정”이라며 “그 꿈은 70년 동안 남북을 갈라놓은 분단의 역사를 마감하고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과 소통하고 연결하여 통일의 미래로, 원대한 미래로,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 황금색 열쇠를 무대 위 준비된 열쇠구멍에 집어넣자 대한민국에서 북한을 거쳐 베를린까지 이어지는 ‘꿈의 철도(Dream Rail)’ 노선에 환한 불이 들어왔다. 14일 서울역에서 열린 ‘유라시아 친선특급’ 발대식에 참가한 원정대는 환호성을 터뜨렸다. 이날 국악단 ‘소리개’의 축하 공연으로 막을 연 발대식에는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 정종욱 광복70년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 강창희 전 국회의장, 외교사절 등이 참석했다. 한국 정부 주관으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달리는 것은 2002년 이후 두 번째. 중국횡단철도(TCR) 구간도 포함된 이번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소통·협력의 열차 △미래·창조의 열차 △평화·화합의 열차라는 3가지 주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이준 열사의 외증손자 조근송 씨(60), 안중근 의사의 재종손 안현민 씨(22·여), 손기정 선생의 외손자 이준승 씨(48)가 동참했다. 과거와 현재의 맥을 잇는다는 의미다. 조 씨는 “‘헤이그 특사’로 독립운동가들이 걸어갔던 길을 자손들이 간다는 데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 참가자 송민선 씨(21·여)는 “넓은 대륙을 기차로 가로질러 간다는 것에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북한까지 열차로 지나갈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한-러 수교 25주년 의미 더한 이벤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3년 10월 한국을 방문한 이래 양국 간에는 정상회담이 이어지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 제재로 한국 대통령의 답방이 이뤄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5월 러시아 전승기념절 행사에 초청받았지만 불참하면서 소원해진 한-러 관계는 이번 친선특급 행사를 통해 새로운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15일 친선특급의 출발역인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해 기착지인 하바롭스크,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예카테린부르크 등에서 러시아 주 정부의 환영행사가 이어진다. 모스크바에서는 한-러 수교 25주년 기념음악회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독-폴란드 과거사 화해 경험’ 공유 세미나가 각각 열린다. 종착지인 베를린에서는 전승기념탑과 브란덴부르크문까지 통일기원 행진을 한 뒤 폐막 공연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해상 운송보다 경쟁력 높은 철도 한반도가 대륙과 철도로 연결되면 운송 기간, 운임 등에서 혜택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인수 코레일 연구원장은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 철도 운송 거리는 1만2230km, 시간은 21일이 걸려 해상 운송(2만3000km, 35일)보다 시간은 40%, 운임은 23%가 절감된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열차 궤도의 폭(궤간) 차이 극복과 대량 환적 시스템, 통관 간소화 등이 이뤄지면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 운송 시간을 8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내륙국가인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국가들로서는 철도는 경제·교역의 핵심이다. 독일철도(DB AG)는 2011년부터 독일 라이프치히∼중국 선양 컨테이너 열차 정기 운행을 시작했다.○ 북한 구간이 빠진 ‘연결고리’ 한반도가 철도로 대륙과 연결되면 자연스레 일본을 우리 경제권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예상된다. 러시아의 ‘2030 철도발전전략’, 중국의 ‘4종4횡(4縱4橫) 프로젝트’ 등 인접국들의 철도연결 의지도 높다. 문제는 북한 구간이 미연결로 ‘끊어진 고리’ 상태라는 점. 남북이 연결되지 못하면 한반도 철도의 대륙 연결 꿈을 실현하기 어렵다. 이번 유라시아 친선특급을 앞두고도 정부는 다각도로 북한 구간 통과를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남북한이 철도로 연결하는 방법은 4가지. 경의선(서울∼신의주), 금강산선(서울∼금강산), 경원선(서울∼원산), 동해북부선(강릉∼원산)이다. 이 가운데 경의선은 도라산∼개성 구간이 연결돼 언제라도 열차가 지나갈 준비가 끝났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는 화물열차 터미널과 화물 적치장, 세관도 완비돼 있고 2008년 11월까지 실제 열차가 오갔다. 하지만 그 이후 남북 간 긴장 때문에 열차는 멈췄고 시설은 녹슬어가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한국 단독으로 공사가 가능한 경원선 백마고지∼월정 8.5km 구간에 대한 보수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민 기자}

‘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유라시아 친선특급’에 몸을 실은 국민 참가단의 포부는 남달랐다. 이들은 14일 발대식에서 “재능을 살려 ‘민간 외교 사절’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공연 관계자, 언어 특기자 등으로 구성된 국민 참가단은 친선특급 기착지에서 열리는 한국 문화 알리기 행사에서 큰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의 염원을 담은 태극기 유명 한복 디자이너 권진순 씨(56·여)는 친선특급 열차 안에서 대형 태극기를 만든다. 그가 만든 태극기는 31일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열리는 ‘통일기원 행진’에 사용된다. 권 씨는 “국민 참가단, 고려인, 외국인 모두를 상대로 작은 천에 소망 편지를 써 달라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소망편지들을 이어 붙여 태극기를 제작한다. 권 씨는 “통일 기원 등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바라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훌륭한 태극기가 탄생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태극기는 친선특급이 종료된 뒤에는 독립기념관에서 열리는 광복 70주년 행사에 사용될 예정이다. 백제시대 의상 등을 준비한 권 씨는 재외동포들에게 이를 입혀 줄 계획이다. 프랑스 등에서 한복 패션쇼를 개최했던 권 씨는 “통일기원 행진 때는 내가 직접 한복을 입고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선특급의 희로애락을 담은 장편소설 친선특급을 통해 만나게 될 재외동포, 연해주에 위치한 독립운동의 흔적들, 장시간 정차하지 않고 달리는 열차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참가자들…. 20일간 친선특급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영화 ‘국제시장’과 ‘명량’을 소설로 옮긴 김호경 작가(53)가 구상 중인 장편소설의 소재다. 김 작가는 “일제강점기에 유라시아 지역을 누비며 독립에 힘썼던 선조의 흔적과 이를 바라보는 젊은 참가자들의 모습 등을 종합적으로 소설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소설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세대에 대한 찬사이자, 청년들을 위한 선물이다. 김 작가는 “국제시장은 우리를 위해 애썼던 아버지 세대에 대한 보답이었다. 이번에는 아버지들을 위해 애쓴 할아버지 세대에게 소설을 통해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에게는 유라시아를 무대로 살았던 인생 선배들의 삶을 알려주며 ‘열심히 살아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외교관 꿈꾸는 러시아어 전공 여대생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 안현수의 통역을 맡았던 전소현 씨(22·여·고려대 노어노문학과)는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의 희망을 확인하기 위해 친선특급에 참가했다. 전 씨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러시아어를 배우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대기업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러시아행을 택했다. 최근 1년간 모스크바의 한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왔다. 전 씨는 “친선특급의 러시아 구간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다. 내 러시아 생활의 처음과 끝을 이어주는 열차인 셈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20일 열차에서 생일을 맞는 그의 꿈은 외교관이다. 전 씨는 “러시아 사람이 차갑다는 편견도 있지만 함께 생활해 보면 정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외교관이 돼 한국과 러시아가 좀 더 가까워지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전 씨는 20일에는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열리는 한국·러시아 대학생 교류 행사에 참가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랭커스터CC(파70·6289야드)에서 열린 제70회 US여자오픈 4라운드. 전인지(21)는 10번홀에서 선두 양희영(26·사진)에게 3타나 뒤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던 양희영과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나란히 흔들리는 행운도 따랐다. 14번홀에서 세 명이 공동 선두가 된 뒤 전인지는 매서운 뒷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15번홀(파5) 3.6m 버디로 단독 선두가 된 전인지는 원온이 가능한 16번홀(파4·235야드)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뜨렸지만 두 번째 샷을 핀 왼쪽 4.2m 지점에 떨어뜨리며 버디를 추가했다. 기세가 오른 전인지는 17번홀(파3)에서 한 타를 더 줄여 2타 차 선두로 달아났다. 전인지는 18번홀(파4)에서 티샷을 러프에 빠뜨리면서 3온 2퍼트로 보기를 했지만 1타 차 2위이던 양희영도 마지막 홀을 보기로 끝내 승리를 지켰다. 전인지는 프로 첫 승을 거뒀던 2013년 한국여자오픈 때도 막판 4연속 버디로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전인지는 “우승이 실감 나지 않는다. 아직 머릿속이 하얗다. 모든 게 새로워 즐겁게 플레이하려고 한 게 우승으로 이어졌다”며 기뻐했다. 메이저 첫 승을 노렸던 양희영은 16번홀 이글과 17번홀 버디로 우승의 희망을 놓치지 않았지만 18번홀에서의 티샷 실수와 3m 파 퍼트 실패가 아쉬웠다. 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순하게만 보이는 전인지가 강한 정신력을 지닌 것은 고단했던 성장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전인지는 어려서부터 전국을 돌았다. 충남 서산과 제주의 초등학교를 거쳐 한라중에서 전남 보성의 중학교로 전학을 간 뒤 함평골프고를 나왔다. 아버지 전종진 씨(57)는 “좋은 골프장과 코치가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며 “원래 열 살 위 언니에게 골프를 시키려고 박세리의 모교인 공주 금성여고까지 찾아갔었다. 하지만 내가 하던 무역업이 부도가 나 집안이 어려워져 나와 애 엄마가 10년 가까이 식당일을 하게 됐다. 살림이 나아지면서 골프와 다시 인연을 맺었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여유는 없었어도 부모님은 최선을 다해 어려움 없이 지원해 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전인지가 수학 영재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전인지가 수학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자 학교에서는 공부를 계속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그러나 딸에게 골프를 시키고 싶었던 아버지는 교감선생님과 말다툼까지 하며 딸이 골프 선수의 길을 가도록 했다. 차분하고 냉철하게 코스를 공략하는 지능지수(IQ) 138의 전인지는 “수학과 골프 중 어느 것이 더 쉬우냐”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수학”이라고 답한다. 수학은 공식이 있어 계산만 잘하면 답이 나오지만 골프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그때그때 다르고, 감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이유다. 전인지는 올 시즌 출전한 5개 LPGA투어 대회 상금을 합해 84만 달러를 받았다. 정식 회원이었다면 상금 6위에 해당한다. 이번 우승으로 LPGA투어 1년 출전권을 확보한 전인지는 본인이 원하면 올 시즌 잔여 대회에도 나설 수 있다. 전인지와 동행한 박원 코치는 “바로 진출할지 내년에 갈지는 가족, 주위 분들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평소 전담 캐디 없이 대회 때마다 골프장 소속 캐디를 고용하는 전인지는 이번에 출전하지 않은 서희경의 캐디인 딘 허든(호주)과 호흡을 맞춰 도움을 받았다. 허든은 서희경에 앞서 신지애의 전성기를 거들었던 도우미였다. 전인지는 헌칠한 키(175cm)와 단아한 외모로 팬들에게 인기도 많다. 그의 팬 카페 ‘플라잉 덤보’는 3600명이 넘는 회원 수를 자랑한다. 열성 팬들은 전인지의 팬임을 상징하는 노란색 모자를 맞춰 쓰고 대회장을 찾아다니기로 유명하다.김종석 kjs0123@donga.com·정윤철 기자 }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CC(파70·6289야드)에서 열린 제70회 US여자오픈 4라운드. 전인지(21)는 10번 홀에서 선두 양희영(26)에 3타차까지 뒤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우승 경쟁을 펼치던 양희영과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나란히 흔들리는 행운도 따랐다. 14번 홀에서 세 명이 공동 선두가 된 뒤 전인지는 매서운 뒷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15번 홀(파5) 버디로 단독 선두가 된 전인지는 원 온이 가능한 16번 홀(파4·235야드)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뜨렸지만 두 번째 샷을 핀 왼쪽에 떨어뜨리며 버디를 추가했다. 기세가 오른 전인지는 17번 홀(파3·170야드)에서 한 타를 더 줄여 2타차 선두로 달아났다. 전인지는 18번 홀(파4)에서 티샷을 러프에 빠뜨리면서 3온 2퍼트로 보기를 했지만 1타차 2위였던 양희영도 마지막 홀을 보기로 끝내 승리를 지켰다. 전인지는 프로 첫 승을 거뒀던 2013년 한국여자오픈 때도 막판 4연속 버디로 역전 우승을 완성했었다. 전인지는 “우승이 실감 나지 않는다. 아직 머릿속이 하얗다. 즐겁게 플레이하려고 한 게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기뻐했다. 메이저 첫 승을 노렸던 양희영은 16번 홀 이글과 17번 홀 버디로 우승의 희망을 놓치지 않았지만 18번 홀에서의 티샷 실수와 4m 파 퍼트 실패가 아쉬웠다. 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순하게만 보이는 전인지가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을 지닌 것은 고단했던 성장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전인지는 학창 시절 전학을 많이 다녔다.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충남 서산의 초등학교를 거쳐 제주와 전남 보성에서 중학교를 다닌 뒤 함평 골프고를 졸업했다. 아버지 전종진 씨(57)는 “좋은 골프장과 코치가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며 “원래 열 살 위 언니에게 골프를 시키려고 박세리의 모교인 공주 금성여고까지 찾아갔었다. 하지만 내가 하던 무역업이 부도가 나고 집안이 어려워져 엄마 아빠가 10년 가까이 식당일을 하게 됐다. 살림이 나아지면서 골프와 다시 인연을 맺었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여유는 없었어도 부모님은 최선을 다해 어려움 없이 지원해 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전인지가 수학 영재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전인지가 수학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자 학교에서는 공부를 계속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그러나 딸에게 골프를 시키고 싶었던 아버지는 교감 선생님과 말다툼까지 하며 딸이 골프 선수의 길을 가도록 했다. 차분하고 냉철하게 코스를 공략하는 I.Q 138의 전인지는 “수학과 골프 중 어느 것이 더 쉽나”는 질문에 주저 없이 “수학”이라고 답한다. 수학은 공식이 있어 계산만 잘하면 답이 나오지만 골프는 언제 어디서 해야 할지 그때그때 다르고, 감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평소 전담 캐디 없이 대회 때 마다 골프장 소속 캐디를 고용하는 전인지의 이번 우승에는 캐디의 도움도 컸다. 전인지는 이번에 출전하지 않은 서희경의 캐디인 딘 허든(호주)과 잠시 호흡을 맞췄다. 허든은 서희경에 앞서 신지애의 전성기를 거든 도우미였다. 전인지는 훤칠한 키(175㎝)와 단아한 외모로 골프 팬들에게 인기도 많다. 그의 팬 카페 ‘플라잉 덤보’는 3600명이 넘는 회원 수를 자랑한다. 열성 팬들은 전인지의 팬임을 상징하는 노란색 모자를 맞춰 쓰고, 대회장을 찾아다니기로 유명하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낯선 땅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조상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려는 후손들이 1만4400km에 이르는 대장정에 나선다. 외교부와 코레일 공동 주최로 14일부터 운행하는 특별 열차인 ‘유라시아 친선특급’에 이준 열사의 외증손자와 안중근 의사의 6촌 손녀 등이 참가한다. 이날 부산과 전남 목포, 서울에서 발대식을 갖고 시작하는 친선특급은 러시아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에 이르는 19박 20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후손들은 15일 항일 독립운동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러시아 연해주 지역을 방문하는 등 광복 및 분단 70년을 맞아 선조들의 발자취를 되새긴다. 1907년 고종의 특명을 받은 이준 열사는 이상설 이위종 선생과 함께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려다 일본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순국했다. 당시 이 열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보름간 이동했다. 이 열사의 외증손자 조근송 씨(60)는 12일 “친선특급 출발일은 이 열사의 순국 108주년 추도식이 열리는 날”이라며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조국의 위기 상황에서 좁고, 어두운 열차를 타고 헤이그로 향한 외증조할아버지의 심경을 느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해주 지역에는 이 열사와 함께 헤이그 특사로 파견됐던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와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에 선임됐으나 사양한 최재형 선생의 고택이 있다. 안중근 의사의 6촌 손녀 안현민 씨(22)도 친선특급 열차에 오른다. 어린 시절부터 안 의사의 활약상을 수없이 많이 들어왔다는 그는 “안 의사가 활동한 땅을 직접 밟게 돼 설렌다”고 말했다. 한국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처단한 안 의사는 연해주 일대에서 무장투쟁을 벌였다. 안 씨는 “친선특급 참가자는 소통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사절단의 임무가 있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작은 역할을 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경북대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안 씨는 행사 중 진행되는 공연에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등을 부를 예정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가슴에 붙은 일장기 탓에 고개 숙여야 했던 고 손기정 선생. 친선특급에 참가하는 손 선생의 외손자 이준승 손기정기념재단 사무총장(48)은 “손 선생은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탔다. 이는 ‘세계를 향한 도전과 승리의 길’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손 선생은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객실에서 나와 철도 부근을 달리며 컨디션 조절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무총장은 “베를린 주경기장에 종목별 우승자의 이름과 국적이 적혀 있는데, 손기정의 국적은 일본으로 돼 있다. 광복 70주년인 만큼 국적으로 표기된 ‘JAPAN(일본)’ 옆에 괄호를 치고 ‘KOREAN(한국인)’이라는 단어를 넣어 달라고 독일올림픽위원회에 요청할 것이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호주에서 골프 유학을 하던 시절 ‘남반구의 박세리’로 불렸던 양희영(26·사진)은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한 후 지난해까지 단 1승에 그치며 부진했다. 2013년 KB금융그룹과의 계약이 끝난 뒤에는 메인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지금도 어떤 글자도 쓰여 있지 않은 모자를 쓰고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절치부심 끝에 올 시즌 LPGA투어 1승을 추가한 양희영이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에도 바짝 다가섰다. 양희영은 1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랭커스터 컨트리클럽(파70·6406야드)에서 열린 US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기록해 3일 연속 언더파를 적어내며 중간 합계 8언더파 202타로 단독 선두를 지켰다. 전날 2라운드에서 4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선두로 나선 양희영은 이날 3타 뒤진 공동 2위로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접전을 벌였다. 9번홀까지 루이스와 똑같이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기록한 양희영은 13번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타수를 벌리는 듯했다. 하지만 루이스가 버디를 잡은 14번홀에서 보기를 해 양희영은 2타 차로 다시 쫓기는 처지가 됐다. 다행히 루이스가 17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해 3타 차 선두를 유지하게 됐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도 루이스와 같은 조에서 우승을 다투게 될 양희영은 “최종일에도 연습한 대로 편하게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좋은 샷으로 양희영을 압박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반격해왔다”며 아쉬워했다. 양희영과 루이스는 3월 혼다 타일랜드 최종 라운드에서도 같은 조에 편성돼 우승컵을 놓고 겨뤘는데 양희영은 우승, 루이스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랭킹 3위인 루이스는 이어 열린 파운더스컵에서도 김효주(20·롯데)와 버디를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2위에 머물렀다. 한편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4언더파 206타로 3위에, 최운정(25·볼빅)과 박인비(27·KB금융그룹), 이미향(22·볼빅)은 2언더파 208타로 공동 5위에 올랐다. 최운정은 이날 전반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잡아내 US오픈 9홀 최소타 기록을 경신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핵심 공격수를 잃었지만 ‘닥공’ 전북의 공격력은 여전했다. 지난 주말에 열린 K리그 클래식은 주전 공격수의 이적으로 공격력 약화를 걱정하고 있는 선두 전북과 2위 수원의 경기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전북은 득점 선두(11골)를 달리던 에두(브라질)를 중국 프로축구 2부 리그로 떠나보낸 뒤 11일 제주와의 방문 경기에 나섰다. 득점 2위 이동국(8골)도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는 위기 상황. 전북은 올 시즌 교체 선수로 뛰던 유창현을 최전방에 세웠고, 유창현은 전반 20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리며 3-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최강희 감독은 전북에서만 153승을 거둬 리그 단일팀 감독 최다승 타이를 기록했다. 전북 관계자는 “이가 없어도 ‘강한 잇몸’이 있었기 때문에 승리한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북의 예상 밖 대승에 충격을 받은 탓일까. 선두 추격에 나섰던 수원은 12일 열린 부산과의 방문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점만 추가했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시미즈 S펄스로 이적이 확정된 수원 공격수 정대세는 이날 고별 경기에서 3개의 슈팅을 날리며 분전했지만 골을 터뜨리지는 못했다. 정대세를 풀타임 기용하며 승리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서정원 감독은 “정대세가 일본에 가서도 한국에서처럼 골을 계속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연승을 달리며 전북을 맹추격하던 수원은 이날 무승부로 전북과의 승점 차가 7점으로 벌어졌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핵심 공격수를 잃었지만 ‘닥공’ 전북의 공격력은 여전했다. 지난 주말에 열린 K리그 클래식은 주전 공격수의 이적으로 공격력 약화를 걱정하고 있는 선두 전북과 2위 수원의 경기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전북은 득점 선두(11골)를 달리던 에두(브라질)를 중국 프로축구 2부 리그로 떠나보낸 뒤 11일 제주와의 원정 경기에 나섰다. 득점 2위 이동국(8골)도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는 위기 상황. 전북은 올 시즌 교체 선수로 뛰던 유창현을 최전방에 세웠고, 유창현은 전반 20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리며 3-0 승리를 이끌었다. 전북 관계자는 “이가 없어도 ‘강한 잇몸’이 있었기 때문에 승리한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북의 예상 밖 대승에 충격을 받은 탓일까. 선두 추격에 나섰던 수원은 12일 열린 부산과의 방문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점만 추가했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시미즈 S펄스로 이적이 확정된 수원 공격수 정대세는 이날 고별 경기에서 3개의 슈팅을 날리며 분전했지만 골을 터뜨리지는 못했다. 정대세를 풀타임 기용하며 승리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서정원 감독은 “정대세가 일본에 가서도 한국에서처럼 골을 계속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연승을 달리며 전북을 맹추격하던 수원은 이날 무승부로 전북과의 승점 차가 7점으로 벌어졌다.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호주에서 골프 유학을 하던 시절 ‘남반구의 박세리’로 불렸던 양희영(26)은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한 후 지난해까지 단 1승에 그치며 부진했다. 2013년 KB금융그룹과의 계약이 끝난 뒤에는 메인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지금도 어떤 글자도 쓰여 있지 않은 모자를 쓰고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절치부심 끝에 올 시즌 LPGA 투어 1승을 추가한 양희영이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에도 바짝 다가섰다. 양희영은 1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랭커스터 컨트리클럽(파70·6406야드)에서 열린 US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기록해 3일 연속 언더파를 적어내며 중간 합계 8언더파 202타로 단독 선두를 지켰다. 전날 2라운드에서 4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선두로 나선 양희영은 이날 3타 뒤진 공동 2위로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접전을 벌였다. 9번홀까지 루이스와 똑같이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기록한 양희영은 13번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타수를 벌리는 듯했다. 하지만 루이스가 버디를 잡은 14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양희영은 2타차로 다시 쫓기는 처지가 됐다. 다행히 루이스가 17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해 3타차 선두를 유지하게 됐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도 루이스와 같은 조에서 우승을 다투게 될 양희영은 “최종일에도 연습한 대로 편하게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좋은 샷으로 양희영을 압박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반격해왔다”며 아쉬워했다. 양희영과 루이스는 3월 혼다 타일랜드 최종 라운드에서도 같은 조에 편성돼 우승컵을 놓고 겨뤘는데 양희영은 우승, 루이스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3위인 루이스는 이어 열린 파운더스컵에서도 김효주(20·롯데)와 버디를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2위에 머물렀다. 한편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4언더파 206타로 3위에, 최운정(25·볼빅)과 박인비(27·KB금융그룹), 이미향(22·볼빅)은 2언더파 208타로 공동 5위에 올랐다. 최운정은 이날 전반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잡아내 US오픈 9홀 최소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우승으로 상승세를 탔던 김효주는 프로 데뷔 후 첫 컷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녹색 독수리’ 에닝요(34·브라질)가 팀을 떠났다. 전북은 8일 “에닝요와의 계약을 상호 해지했다. 에닝요가 올 시즌 부진을 거듭하자 심적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전북과 계약돼 있는 에닝요는 지난달 최강희 전북 감독에게 계약해지 의사를 밝혔지만 최 감독이 만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전북에 입단한 미드필더 에닝요는 전북의 두 차례 정규리그 우승(2009년, 2011년)에 힘을 보탰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정규리그에서 매 시즌 10골 이상 기록했고, 2013시즌에는 역대 두 번째로 ‘통산 60골-60도움’ 고지에 올랐다. 2013시즌이 끝난 뒤 중국 창춘 야타이로 이적했던 에닝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우승의 영광을 맛보고 싶다”며 전북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에닝요는 올 시즌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전북 관계자는 “예민한 성격을 가진 에닝요가 팀에 대한 미안함과 포지션 경쟁에 대한 부담 등으로 결별을 선택한 것 같다”며 “에닝요는 곧 브라질로 돌아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K리그 클래식 1위로 순항 중인 전북은 이동국(36)의 재계약 문제로도 고민하고 있다. 올해 말 계약이 끝나는 이동국은 중국 슈퍼리그 등에서 러브 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은 올 시즌 8골을 터뜨리는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이동국을 반드시 붙잡겠다는 방침이다. 전북 관계자는 “이동국은 전북에 남아있고 싶어 한다”며 “이동국과 구단이 재계약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바르사)의 유소년 팀인 후베닐 A에서 활약하던 이승우(17·사진)가 성인팀에 합류했다. 이승우의 국내 매니지먼트사인 팀트웰브는 6일 “이승우가 지난 주말 성인 팀인 바르사 B팀 승격을 통보받았다”며 “8일 스페인으로 출국한 뒤 13일부터 바르사 B팀에 정식 합류해 프리시즌 훈련에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르사 B팀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네이마르(브라질) 등 세계 정상급 공격수들이 활약하고 있는 바르사 1군의 리저브 팀 성격이 강하다. 이승우의 우상인 메시도 17세였던 2004년 B팀으로 승격한 뒤, 같은 해 1군 무대에 데뷔했다. 지난 시즌 스페인 2부 리그에 소속돼 있던 바르사 B팀은 부진을 거듭한 끝에 강등돼 다음 시즌에는 3부 리그 겪인 세군다 디비시온 B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박정선 팀트웰브 대표는 “이승우는 바르사 B팀을 승격시키고 자신도 1군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승우는 18세 미만 선수 영입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징계를 받아 만 18세가 되는 내년 1월까지 바르사 소속으로 공식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박 대표는 “징계가 끝나는 시점인 리그 후반기부터 정식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골잡이가 없어 고민인 나라. 1994년 7월부터 2001년 4월까지 무려 82개월 동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지킨 ‘삼바 축구’ 브라질 축구대표팀에 “골잡이가 없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과 2015 코파아메리카에 나선 브라질 대표팀은 골잡이 부재로 울어야 했다. 브라질이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의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카나리아 군단’(브라질 대표팀 애칭)의 최전방 공격수들 덕분이었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조국에 첫 우승을 안긴 ‘축구황제’ 펠레(6골), 1994년 미국 월드컵 우승을 이끈 호마리우(5골), 2002년 한일 월드컵 우승 주역 호나우두(8골)로 이어진 골잡이 계보는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호나우두가 은퇴(2011년)한 뒤에는 골잡이라고 부를 만한 선수가 없다. 기대주로 여겨지던 아드리아누 등은 경기력이 떨어져 대표팀에서 제외된 지 오래다. 결국 브라질은 지난해 월드컵부터 측면 돌파와 중앙 침투 능력이 뛰어난 공격수 네이마르에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마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게 문제다.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빠진 지난해 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 1-7로 대패하는 순간 축구팬들은 브라질 축구의 암울한 현실을 봤다. 코파아메리카에서도 브라질은 네이마르가 비신사적 행위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뛰지 못한 8강전에서 파라과이에 패했다. 둥가 감독이 최전방에 내세운 지에구 타르델리(산둥 루넝) 등은 “파괴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만 받았다. 브라질로서는 삼각형의 독특한 머리 모양을 하고 그라운드를 누비며 한일 월드컵 득점왕에 오른 호나우두가 그리웠을 법하다. 당시 호나우두와 함께 우승을 이끈 브라질 미드필더 히바우두는 “요즘은 아무나 브라질 대표팀에 들어오는 것 같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브라질의 최전방 공격수가 사라진 것은 공격 전술이 변화한 영향도 있다. 2선 침투로 득점을 노리는 전술이 각광받으면서 공중 볼 경합과 몸싸움에 뛰어난 최전방 공격수는 줄어들고, 발 빠르고 조직적인 움직임이 가능한 측면 공격수가 늘어났다. 그러나 강팀은 경기 상황에 따라 빠른 전술 변화가 가능해야 한다. 둥가 감독이 명가 재건에 성공하기 위해선 개인 기량으로 상대 수비를 허물 수 있는 최전방 공격수를 발굴해 득점 루트를 다변화해야 한다. 축구 전술은 유행처럼 돌고 돈다. 최전방 공격수를 중심으로 한 전술은 내일이라도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다. 코파아메리카 우승국 칠레는 ‘4백 수비’에 밀려 자취를 감췄던 ‘3백 수비’를 통해 99년 만에 남미 축구 정상에 올랐다. 골잡이가 있어도 도와줄 선수가 없어 고민인 나라도 있다. 코파아메리카에서 준우승에 그친 아르헨티나는 ‘득점 기계’ 리오넬 메시를 앞세우고도 우승에 실패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부터 아르헨티나는 최전방에 침투하는 메시에게 볼을 찔러줄 미드필더를 찾지 못했다. 메시는 지난 시즌 소속팀인 바르셀로나에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세계 최정상급 미드필더의 도움을 받아 43골(프리메라리가 기준)을 몰아쳤다. 그러나 현재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미드필더 에베르 바네가 등은 이니에스타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 메시가 최전방을 포기하고 중원까지 내려와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한 이유다. 결국 메시는 누적된 피로로 칠레와의 결승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헤라르도 마르티노 아르헨티나 감독은 “메시는 골을 넣지 못해도 행복하다”고 말했지만 착각이다. 아르헨티나 골잡이는 준우승에 그친 후 단단히 화가 난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메시가 코파아메리카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지만 MVP 트로피 수상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코파아메리카 공식 홈페이지에는 베스트 골키퍼상 등 수상 내용이 올라와 있지만 MVP 수상자에 대한 내용은 없다. 대회 주최 측은 메시가 MVP에 선정됐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바르사)의 유소년 팀인 후베닐 A에서 활약하던 이승우(17·사진)가 성인팀에 합류했다. 이승우의 국내 매니지먼트사인 팀트웰브는 6일 “이승우가 지난 주말 성인 팀인 바르사 B팀 승격을 통보받았다”며 “8일 스페인으로 출국한 뒤 13일부터 바르사 B팀에 정식 합류해 프리시즌 훈련에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르사 B팀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네이마르(브라질) 등 세계 정상급 공격수들이 활약하고 있는 바르사 1군의 리저브 팀 성격이 강하다. 이승우의 우상인 메시도 17세였던 2004년 B팀으로 승격한 뒤, 같은 해 1군 무대에 데뷔했다. 지난 시즌 스페인 2부 리그에 소속돼 있던 바르사 B팀은 부진을 거듭한 끝에 강등돼 다음 시즌에는 3부 리그 겪인 세군다 디비시온 B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박정선 팀트웰브 대표는 “이승우는 바르사 B팀을 승격시키고 자신도 1군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승우는 18세 미만 선수 영입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징계를 받아 만 18세가 되는 내년 1월까지 바르사 소속으로 공식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박 대표는 “징계가 끝나는 시점인 리그 후반기부터 정식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총액 50억 원에 이르는 중국 프로축구 1부 리그 장쑤 순톈의 파격적인 영입 제안을 거절하고 FC서울에 남겠다고 선언한 최용수 감독(42). 5일 광주와의 안방경기를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그는 “서울 선수들이 그동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감독까지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선수들을 두고 시즌 중에 떠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팀의 수장이 바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선수들은 주전,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동요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평소대로 하자고 말했다”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광주를 꼭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액의 연봉’보다 ‘의리’를 택한 감독과 함께 안방경기 연속 무승(2무) 탈출에 나선 서울이지만 광주에 선제골을 내주며 고전했다. 광주는 전반 26분 역습 상황에서 상대 반칙으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이종민이 성공시키며 앞서 나갔다. 그러나 서울은 4분 뒤 공격수 윤일록이 광주 골키퍼가 쳐낸 공을 머리로 밀어 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서울은 후반 들어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광주 수비진의 육탄 방어에 막혀 추가골을 넣지 못했다. 서울은 결국 1-1로 비기며 안방경기 3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다. 최 감독은 “안방 팬들에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으나 결과가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은 대전과 골 공방전을 벌인 끝에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이동국의 결승골에 힘입어 4-3으로 이겼다. 전남은 울산을 2-1로 꺾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