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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대선 주자들과 정치권은 대선 판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 여부가 48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을 흔들 수 있어서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각 당 대선 주자들은 이날 한목소리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자가 ‘구속 수사가 적절하냐’를 두고는 말을 아꼈다.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파면당한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수사를 받으면 일부 보수층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는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은 “박 전 대통령은 모든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며 “검찰은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도 “시대 교체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측은 “박 전 대통령 본인이 야기한 국정 혼란과 국론 분열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대선 주자들의 이런 ‘신중 모드’는 박 전 대통령 구속이 미칠 파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당장 박 전 대통령 구속은 동정론을 일으킬 수 있다. 유력한 보수 진영 후보가 없어 뿔뿔이 흩어진 보수층을 단단히 묶어 낼 소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면 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보수층이 결집하면 역으로 야권 지지층도 결집해 야권 주자에게 마이너스만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검찰 수사로 박 전 대통령의 비위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다면 ‘적폐 청산’을 내세우며 선명성을 강조해 온 야권 주자들이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촛불 정국’에서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측은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등 13개 혐의를 받고 있는 범죄 피의자”라며 “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라”고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았다. 자신의 선명성을 앞세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 국면을 지지율 반등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 대선 주자들의 셈법도 복잡하다.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한국당의 친박(친박근혜)계 대선 주자들은 불구속 수사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김진태 의원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충분히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퇴거 당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으로 대거 몰려갔던 친박계 인사들은 이날 검찰 출두 과정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친박 세력이 강하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질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 친박계 의원 측은 “일부 의원이 삼성동 자택 방문 계획을 세웠지만 (역풍을 우려해) 가지 않기로 최종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출석 메시지에 대한 물음에 “박 전 대통령 얘기를 왜 우리에게 물어보느냐”며 “300만 당원의 일거수일투족을 (한국당이) 논평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한국당이 여당 지위를 내려놓은 만큼 박 전 대통령을 ‘일개 당원’으로 규정하고 적절한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은 대변인 차원의 공식 논평도 내지 않았다. 한국당 관계자는 “우리의 주적(主敵)은 문 전 대표다. 모든 화력을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는 것은 대선이 미래가 아닌 과거 이슈에 묻히는 것”이라며 “리더십과 공약을 판단할 시간이 부족한 조기 대선 상황에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장관석 기자}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대선 주자들의 경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월 중순부터 특전사 출신 지지자 5명으로 구성된 민간 경호팀을 꾸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면서 주목받고 있어 다양한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경호팀은 보수를 받지 않고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특전사 출신인 문 전 대표를 후배들이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조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1월 말부터 민간 경호업체와 자원봉사자들이 근접 경호를 맡고 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는 “민간 경호업체 대표가 지지자라 거의 자원봉사 개념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업체에는 숙박, 식비, 이동 비용 등 기본 비용만 지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민주당 경선 기간에는 경호 없이 일정을 수행하기로 했다. 근접 경호원 배치가 시민들과의 적극적 스킨십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안 지사는 수행비서가 코피를 흘리자 직접 운전대를 잡을 정도로 소탈한 사람”이라며 “캠프에선 경호 강화를 주장했지만 안 지사가 소통 행보를 위해 이를 만류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는 경호원 배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는 안티가 거의 없고, 위협적인 상황이 없어 경호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범보수 진영 후보들도 당의 공식 후보가 되기 전까지는 사설 경호업체의 경호를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주자들이 경선을 거쳐 당 공식 후보가 되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경찰의 직접 경호를 받게 된다. 당 공식 후보가 아닌 예비후보도 경찰의 판단에 따라 인력이 지원될 수 있다. 유근형 noel@donga.com·장관석 기자}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대선 전 연대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누구를 반대하기 위한 연대라든지, 정치인만을 위한 연대라든지, 또는 탄핵 반대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연대는 반대한다”고 연대론에 선을 긋고 있지만 손학규 전 대표와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국민은 39석 정당을 집권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20일 종합편성채널이 공동 주최한 TV 토론회에서 ‘대선 전 비문(비문재인)-비박(비박근혜) 연대에 합의한 뒤 대선 단일 후보를 내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손 전 대표와 박 부의장이 찬성했고 안 전 대표는 반대했다. 안 전 대표가 “우리 스스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하자, 박 부의장은 “안 전 대표가 자강(自强)을 주장하면서 어떤 자강을 했나. 호남 지지율이 추락했다”고 비판했다. 손 전 대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DJP(김대중-김종필) 연대가 아니었다면 집권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느냐”고 안 전 대표를 몰아세웠다. 그러자 안 전 대표는 즉답을 못하다 “힘들었을 것”이라면서도 “4·13총선이 그랬듯 시대가 바뀌었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끌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고 맞받았다. 바꿔 말하면 국민이 끌고 가는 연대와 후보 단일화라면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를 두고 안 전 대표가 대선 직전 바른정당 등 개혁적 보수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왔다. 2012년 대선 후보직 사퇴 등으로 안 전 대표는 지지층이 얇아졌지만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에 선을 그고 ‘강철수’ 면모를 보이면서 녹색바람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지금도 연대론자들의 주장에 이끌려 가면 10%대 초반의 지지층마저 떨어져 나갈 것이란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예상치 못한 연대’ ‘국민의 힘으로 이뤄지는 연대’는 가능하다”며 “힘의 우위가 확인된 상태에서의 연대나 후보 단일화라면 국민과 호남 민심이 용인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장관석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손학규 전 대표가 19일 나란히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세 대결을 펼쳤다. 대선 슬로건으로 안 전 대표는 ‘대신할 수 없는 미래, 안철수’를, 손 전 대표는 ‘믿을 수 있는 변화, 손학규’를 내세웠다. 이날 안 전 대표가 출마 선언식을 가진 마이크임팩트 스퀘어는 2012년 세계적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이 강연했던 장소다. 출마 선언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안철수의 편지’를 읽는 식으로 진행됐다. 단상에 오른 안 전 대표는 “강철 같은 의지를 담아 정치를 바꾸겠다”며 “부모의 아파트 평수가 아이의 미래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돈과 ‘빽’이 실력을 이기는 사회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손 전 대표도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지지자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손 전 대표는 “함께 하는 개혁으로 위대한 평민의 시대를 열겠다”며 “‘서민 대통령’, ‘평화 대통령’에 더해 일자리와 복지를 챙기는 ‘일복 많은 대통령’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라”고 호소했다. 손 전 대표는 “차기 정부는 개혁공동정부이자 개헌공동정부가 되어야 한다”며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선명한 개혁 비전과 확고한 의지를 갖추고, 개혁 세력을 폭넓게 결집시킬 수 있는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대선 주자인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9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은 대연합을 이루지 않고 단독으로 대선을 돌파하기 어렵다”면서 “현실적으로 집권하기 위해서는 대연정이 자강론보다 효율적이고 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전략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당 지도부는 이날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의 출정식에 잇따라 참석하며 양측을 배려했다. 박지원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출정식에서 “대선 후보 TV 토론 때 미국처럼 우리도 서서 원고 없이 하는 토론을 하도록 (언론에) 제안한다. 분명히 (안 전 대표가) 대통령 된다”고 안 전 대표를 치켜세웠다. 이어 박 대표는 손 전 대표의 출정식에 들러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손학규를 지지했다”며 분위기를 띄웠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장관석 기자}

17일 국민의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컷오프)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양필승 김원조 이상원 후보자는 경선 참여 기탁금으로 각각 5000만 원을 납부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예비경선의 정견발표는 1인당 5분씩 주어졌다. 양 씨 등 세 사람은 1분 정견발표에 1000만 원씩 쓴 셈이다. 행사 초반에 양 후보자는 “경선 컷오프는 불법입니다”라고 항의하다 경선장에서 쫓겨나 그나마 정견발표 시간 5분도 쓰지 못했다. 김원조 후보자는 “3위로 본선에 올라가면 대중에 알려져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며 “5000만 원이 아깝지는 않지만 (컷오프 제도가) 불합리한 면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예비경선 결과가 탈락으로 발표되자 멋쩍은 듯 자리에서 일어서 주승용 원내대표와 악수를 한 뒤 강당을 나섰다. 자유한국당 예비경선에 참여한 후보자 9명은 각각 기탁금 1억 원을 냈다. 후보자들은 17일 비전대회에서 1인당 15분씩 연설 기회를 가졌다. 18일 1차 컷오프에서 6명, 20일 2차 컷오프에서 4명으로 압축된다. 5명은 본경선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15분 연설만 한 채 퇴장하게 된다. 예비경선에 참여한 김진태 의원은 17일 후보자 비전대회 연설에서 “15분 발언하려고 1억 원 냈다. 1분에 700만 원”이라며 연설을 시작하기도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18대까지 치러진 역대 대선에서는 격동기를 보낸 우리 정치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기록들이 쏟아졌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 2위 간 득표 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것은 17대 대선이었다. 1149만2389표를 얻은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이명박 후보가 617만4681표를 얻은 대통합민주신당(현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531만7708표로 따돌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반대로 가장 아슬아슬하게 승부가 갈린 때는 15만6026표로 당락이 갈린 5대 대선이었다. 당선자인 민주공화당 박정희 후보는 470만2640표, 2위 민정당 윤보선 후보는 454만6614표를 얻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직선제 대선에 가장 많이 입후보한 인물로 기록됐다. 그는 7, 13, 14대 대선에 낙선한 뒤 1997년 15대 대선에서 39만557표 차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누르고 첫 정권 교체를 이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9대 대선에 내리 출마했지만 8대와 9대는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에 의한 간선제로 대통령이 됐다. 역대 최고령 출마자는 간접선거로 치러진 4대 대선에 84세로 출마한 이승만 전 대통령이었다. 이 기록은 18대 대선 때 무소속 박종선 씨(당시 84세)가 출마해 동률을 이뤘지만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역대 최연소 후보자는 18대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소연 씨(당시 42세)였다. 그 밖에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남장(男裝) 여성 정치인으로 유명한 김옥선 전 의원(83)은 1992년 14대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8만6292표(유효 투표 수의 0.4%)를 얻기도 했다. 그는 유신 체제이던 1975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딕테이터(dictator·독재자)”, 유신정권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권”이라고 비판했다가 의원직을 박탈당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6일 비리 기업인에 대한 사면과 재벌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경제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안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정경유착”이라며 “재벌 총수가 천문학적 횡령·배임을 저질러도 사면으로 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비리 기업인을 사면하지 못하도록 사면심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비리 기업인의 경영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을 강화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과 소비자 집단소송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안 전 대표는 “말해온 대로 이번 대선은 안철수와 문재인의 양강 구도 대결이 될 것”이라며 “승리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안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재도전 기업인들과의 정책간담회에서 “경제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자수성가한 분들이 모인 자리”라며 동석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에게 호감을 표했다. 이 시장도 “맞는 말씀”이라면서 “정치적으로 누구의 적자 이런 게 아니라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원내 교섭단체 3당이 단일 개헌안을 마련해 19대 대선을 치르는 5월 9일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개헌 저지 세력으로 규정해 대선 프레임을 ‘개헌 대 호헌’으로 만들려는 구상이 담겼다. 다만 ‘반문(반문재인) 개헌 연대’ 시나리오가 실제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15일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요 내용으로 한 단일 개헌안 초안에 사실상 합의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발의 이후 국민투표까지 최소 40일이 걸리기 때문에 늦어도 이달 말까지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150명)의 서명이 필요하다. 의결은 3분의 2(200명) 찬성이 있어야 한다. 한국당(93석), 국민의당(39석), 바른정당(33석)만으로도 발의에는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대선 전 국회 본회의 문턱까지 가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본회의에 개헌안을 상정할 길이 막혀 대선 전 국회 의결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3당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이 단일 개헌안 발의로 ‘빅텐트’의 동력을 찾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드러난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는다는 명분 아래 중도-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5월 대선이 현실화되면서 대선판을 흔들 ‘마지막 카드’는 개헌밖에 없다는 절박감도 반영됐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반문 단일대오’로 발전할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제3지대 대선 주자들이 개헌 연대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한국당 소속 일부 의원이 공공연히 헌법 불복을 외치고 있다”며 “이런 사람들이 개헌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고 주장해 왔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개헌은 졸속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대선-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방안에 사실상 반대했다. 친문 진영이 개헌 연대를 수세에 몰린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정치적 꼼수’라고 규정하면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헌법은 국민들의 것”이라며 “지금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민심과 따로 놀고 있고, 국민주권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격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한여름 밤의 꿈같은 얘기”라며 “조그마한 법 하나도 4당 합의가 안 되면 국회 통과를 못 한다”고 일축했다. 일단 대선까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의 연대 움직임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헌 반문연대’의 1차 성패는 이달 중 3당이 단일 개헌안 발의에 성공할지에 달려 있다. 이후 변곡점은 4월 3일로 예정된 민주당 경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변 없이 문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경우 민주당 내 개헌파의 행보가 관심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반문연대’에 합류할 경우 대선판이 또 한 번 출렁일 수도 있다. 홍수영 gaea@donga.com·장관석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5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도대체 어떤 혁신을 하려고 했는지 묻고 싶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문 전 대표가 전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합동토론회에서 2015년 안 전 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에 대해 “당 혁신에 반대하는 분들이 당을 떠난 것”이라고 말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는 (당시) ‘문재인식 혁신안은 이미 실패했다. 더 강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당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맞받아쳤다. 또 안 전 대표는 이날 개헌을 통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고 대통령 인사권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안 전 대표는 “촛불보다는 투표가 힘이 세고, 투표보다는 제도가 힘이 세다”며 “대통령 인사권을 축소해 장관급을 모두 국회에서 인준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집권하면) 행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폐지하고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을 포기하고 대법관들이 호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 과반이 찬성하면 법안이 처리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도 및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안 전 대표는 19일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 이곳은 2012년 세계적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이 방한해 ‘3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강연한 곳으로, 안 전 대표는 ‘미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이곳을 선택했다. 한편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달 4일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달 5일 세월호가 인양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이날 후보를 선출하는 것에 반대하는 안 전 대표에게 명분을 주기 위한 조치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장관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당했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 첫 부녀(父女) 대통령, 1987년 직선제 이후 첫 과반 득표 대통령 등 여러 기록을 세웠으나 결국 임기를 351일 남겨두고 불명예 퇴진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선고에서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사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고도 잘못을 숨기고 수사에 불응한 것은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며 “법 위배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 이에 재판관 전원(8명)의 일치된 의견으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최 씨의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사실을 은폐한 것은 대의민주제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파면 사유를 설명했다. 또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진상 규명에 협조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어기고 검찰 및 특별검사의 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과 관련한 언행에서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결정 직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겨야 했지만 사저 시설 정비를 이유로 이날 대통령 관저에 머물렀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돼 대선은 60일 이내에 치러진다. 차기 대선일은 이날부터 꼭 60일이 되는 5월 9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60일간 ‘대통령 부재’라는 초유의 국가 리더십 공백 상태를 맞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이제는 (헌재 결정을) 수용하고 지금까지의 갈등과 대립을 마무리해야 할 때”라며 “국회가 소통과 양보를 통해 국민의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는 데 큰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며 “(정치권이) 새로운 분열과 분란을 조장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탄핵반대 집회 도중 2명 사망이날 헌재 주변에선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폭력으로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차 위에 설치된 스피커에 머리를 맞은 김모 씨(72) 등 2명이 숨지기도 했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자연인 신분이 된 박 전 대통령을 다음 주중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재명 egija@donga.com·신광영·장관석 기자}
파면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맞닥뜨릴 일은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검찰 특수본의 중간 수사 결과는 상상과 추측으로 만든 환상의 집이며 법정에서 사상누각(沙上樓閣)처럼 허물어질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달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박 전 대통령 수사 바통을 넘겨받은 특수본은 강도 높은 수사로 박 전 대통령 수사가 모래 위가 아니라 콘크리트 위에 지은 집임을 보여주려고 벼르고 있다. ○ 다음 주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 10일 탄핵 인용 소식이 알려진 직후 특수본은 다음 주 중 박 전 대통령을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하기 위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한 차례 수사를 했고 특검 수사를 거치며 충분한 조사가 돼 있어서 당장이라도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조기 대선 정국이 시작된 점도 검찰이 수사를 서두르는 배경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수사가 대선에서 특정 정파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극히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대선이 본격화하기 전에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끝내고 싶어 한다. 이에 따라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는 박 전 대통령 조사와 기소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등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검찰이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서두르는 이유다.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들의 혐의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불발돼 여전히 빈칸이 남아 있다. 특히 검찰과 특검이 구속 기소한 피고인이 20명이나 된다는 점은 박 전 대통령을 하루빨리 조사해야 할 이유가 된다. 또 특수본은 빠른 시일 내에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측근으로부터 청와대 경내에 숨겨뒀던 안 전 수석의 수첩 39권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해 국정농단 사건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 증거로 활용했다. 특수본은 청와대 경내에 아직도 안 전 수석의 수첩 같은 ‘스모킹 건(결정적 물증)’이 남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면조사 불응하고 ‘버티기’ 가능성 변수 변수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상 불소추특권을 상실했음에도 소환에 불응하고 버티기로 나올 가능성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미 지난해 검찰 특수본 수사와 올해 초 특검 수사 때 “수사가 공정하지 않다” “수사 일정이 사전에 유출됐다”는 이유로 대면조사를 거부한 전력이 있다. 검찰 내부의 기류는 다음 주 중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첫 소환 통보를 한 뒤 불출석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자세다. 수사가 장기화하면 정치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을 반대해 온 지지자들을 방패로 삼을 경우 체포영장 집행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비협조로 대면조사가 늦어지면 최악의 경우 대선 직전 잠시 수사를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헌재의 탄핵 결정에 따라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5월 9일 이전에 치러져야 한다.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가 늦어져 대선 날짜가 임박하면 정치권에서 검찰 수사가 선거에 끼치는 영향이 논란이 될 수 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 10월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은 집권이 유력했던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비자금 의혹 사건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루기로 결정한 전례가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은 당시와 상황이 다소 다르지만 전직 대통령 수사의 정치적 민감성을 감안할 때 수사에 대한 최종 결정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직접 할 것으로 보고 있다.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이 2014년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된 직후 복수의 기업에서 우 전 수석 계좌에 입금한 수억 원의 성격을 조사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이날 국정 농단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한 특검은 우 전 수석 본인과 가족 명의 계좌에서 이들이 소유한 가족회사 정강으로 30억∼40억 원가량이 입금된 정황을 파악하고 관련 계좌의 금융거래 기록을 분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이 청와대에 들어간 직후 그의 계좌에 수억 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송금을 한 쪽은 대부분 우 전 수석이 변호사로 활동할 때 사건을 수임했던 기업이나 기업 관계자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들이 우 전 수석에게 돈을 보낸 경위에 대해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우 전 수석이 변호사 수임료를 뒤늦게 받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그가 민정비서관이 된 뒤 돈을 보낸 측이 받던 수사나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뇌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 내정 직후 자신이 맡았던 기업 사건의 재판 문제로 검찰청에 찾아가 검사를 만나 변론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특검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관련 기록을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넘겼다. 특수본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이근수)가 우 전 수석 사건을 전담하도록 했다. 특검은 이날 오후 2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433억 원의 뇌물을 받았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직권남용을 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덴마크 구치소에 구금돼 있는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를 6년 5개월 후인 2023년 8월 31일까지 체포할 수 있는 영장을 지난달 23일 다시 발부받았다. 그 전에 정 씨가 귀국할 경우 검찰이 정 씨를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 특혜를 받은 혐의(업무방해)로 체포할 수 있다.장관석 jks@donga.com·신나리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70일 동안 30명을 기소하며 역대 특검 중 최대의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파견 검사 20명의 활약 덕분이다. 파견 검사 중 최선임인 윤석열 수석파견검사(57·사진)는 이번 특검 수사를 통해 화려하게 수사 일선으로 복귀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윤 검사는 검찰 내 손꼽히는 특별수사통이다. 하지만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아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등 수사를 세게 몰아붙이다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고 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박영수 특검이 특검 후보로 지명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대전고검에서 근무하던 윤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를 맡아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윤 검사는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과 중수2과장으로 일할 때 직속 상사였던 범죄정보기획관, 수사기획관을 지낸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 수사도 담당했다. 윤 검사가 나이는 일곱 살 많지만 사법시험 합격이 늦어 우 전 수석의 후배가 됐다. 두 사람은 평소 안부 전화를 주고받을 정도로 친근한 사이지만 특검 사무실에 마주 앉아서는 냉랭했다고 한다. 윤 검사는 조사 시작 직전 우 전 수석에게 차를 대접했는데, 이 자리에서 우 전 수석은 “법정에 가면 무죄가 나올 텐데, 왜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려고 하느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특검에 파견된 한동훈 부장검사(44)는 이번 수사에서 삼성 사건을 맡아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 부장검사는 평검사 때인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했고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팀에서 일했다. 또 2007년에는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하며 사법연수원 동기들 사이에서 ‘에이스’라는 얘기를 들었다. 또 지난해 말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소속돼 과거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측근이었던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을 상대로 12시간이 넘는 ‘밀당(밀고 당기기)’ 끝에 자백을 받아 낸 최재순 검사(39)는 특검에서도 맹활약했다. 노 부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감사 청문회에서 “최 검사에게 ‘(자백을 하면) 감당할 수 있느냐’고 묻자, 최 검사가 ‘대한민국 검사가 이런 큰 사건 수사를 하고 옷을 벗으면 명예’라고 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검사는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이 청와대 경내 사무실에 둔 업무용 수첩 39권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 윤 수석파견검사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태은 부부장검사(45)와 이복현 검사(45)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맡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을 구속했다. 특검 안팎에서는 ‘댓글 수사팀의 복수’라는 말이 돌았다.장관석 jks@donga.com·김준일 기자}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이 지난해 자신의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김주현 대검찰청 차장검사(56)와 통화를 한 것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 드러났다. 2일 특검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8월 18일 김 차장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11분가량 통화했다. 이날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54)은 우 전 수석의 가족기업 정강의 자금 횡령 혐의 등을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 특검은 당시 우 전 수석과 김 차장검사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검사 측은 “통화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진경준 검사장 사건’ 등으로 검찰 개혁 이슈가 불거졌을 때라 관련된 얘기를 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특검 수사 결과 우 전 수석은 또 지난해 8월 16일 밤늦게 김수남 검찰총장(58)에게 전화를 걸어 17분가량 통화하기 직전 MBC의 한 기자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MBC는 이 전 특별감찰관의 우 전 수석 감찰 기밀 누설 의혹을 보도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이 보도 내용과 관련해 김 총장과 얘기를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총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 전 수석과 지난해 9월 중순 예정됐던 해외 출장 일정과 국회에서 논의 중이던 검찰 개혁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검찰총장으로서 부적절한 이야기를 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특검에 따르면 우 전 수석과 김 총장은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20여 차례 통화했으며, 김 총장이 우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건 횟수는 6차례인 것으로 파악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의 민정수석 업무용 휴대전화뿐 아니라 다른 휴대전화 기록도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에 앞서 지난해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우 전 수석과 이 전 특별감찰관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팀은 우 전 수석의 통화 기록을 특정 시점에 국한해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진 지난해 7∼10월의 통화 기록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지난달 22일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뒤 파견 검사 10명을 투입해 우 전 수석이 지난해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조사하려고 했지만 수사 기한 연장이 무산되면서 사건을 검찰로 넘기게 됐다.장관석 jks@donga.com·김준일 기자}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사진)이 지난해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벌어질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58),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59)과 직접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 총장과 이 지검장은 당시 민정수석에 재직 중이던 우 전 수석이 건 전화를 받은 것으로 특검은 확인했다. 1일 특검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지난해 8월 16일 밤늦게 김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17분가량 통화했다. 우 전 수석을 감찰하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54)이 한 일간지 기자에게 감찰 사실을 누설했다는 의혹이 모 지상파 방송에 보도된 직후였다. 우 전 수석은 또 같은 달 23일 김 총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20분가량 통화했다. 이날 우 전 수석과 이 전 감찰관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출범했다. 우 전 수석은 이후 같은 달 26일 김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10여 분간 통화했다.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을 검찰이 압수수색하기 사흘 전이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의 국정 농단 은폐 및 묵인 혐의를 수사하면서 우 전 수석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우 전 수석이 김 총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특검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25일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던 이영렬 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했다. 이날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태블릿PC 보도가 나온 바로 다음 날이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이 지검장에게 전화를 건 시점에 청와대에서 다른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회의를 열어 태블릿PC 보도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했다. 특검에 소환된 한 청와대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이 당시 회의 중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한 뒤 ‘태블릿PC가 검찰에 제출됐다. 태블릿PC에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말씀 자료가 들어 있고, 검찰이 이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이 진술 내용이 우 전 수석의 통화기록 분석 결과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우 전 수석은 재직 중 법무부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의 핵심 간부들과 수시로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첫 대국민 사과를 한 지난해 10월 25일 이후에는 통화 횟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특검은 파악했다. 장관석 jks@donga.com·신나리 기자}

28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70일 동안 이어진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뇌물수수 공모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박 대통령 뇌물 사건을 넘겨받는 검찰이 즉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을 ‘시한부 기소 중지’하지 않고 입건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 뇌물 사건을 지난해 말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맡길 가능성이 높지만, 새 수사팀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박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 본격 수사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 씨에게 433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을 구속 기소했지만,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은 입건했다. 현직 대통령이어서 불소추 특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특검 수사를 받는 동안 줄곧 “박 대통령의 노골적 지원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대가 관계가 있는 뇌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재판부에 낸 최종 의견서에서 ‘글로벌기업 부회장’이라고 이 부회장을 거론하며 “국민연금이든 뭐든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바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상대로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 원이 대가성이 있는 뇌물인지 조사한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해 말 삼성 등 대기업들이 두 재단에 낸 출연금에 대해, 박 대통령과 최 씨 등에게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만 적용했다. 하지만 특검이 삼성의 재단 출연금을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판단해 이 부회장을 기소했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뇌물을 받은 쪽인 박 대통령을 상대로 대가성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 ‘재단 추가 출연’ 롯데 등 수사 대상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다른 대기업들도 다시 검찰 수사를 받는다. SK와 롯데 등 최 씨 측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이후 추가 출연 요구를 받았던 대기업들이 우선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롯데는 K스포츠재단의 추가 출연 요구를 받고 70억 원을 건넸다가 검찰의 롯데그룹 본사와 주요 계열사 압수수색 바로 전날 돌려받았기 때문에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규철 특검보는 28일 브리핑에서 “삼성 수사 결과를 보면 나머지 대기업에 대한 수사 결과도 예측 가능하다. 검찰에서 적절하게 처리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검이 삼성의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판단해 새로운 수사 기준을 제시했으니, 검찰이 다른 대기업들을 상대로 보강 수사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검찰의 대기업 수사 양상이 특검의 삼성 수사와 다를 거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말 검찰 특수본은 대기업들의 재단 출연에 대해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수사팀 내에서 “대가 관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특검은 검찰 특수본이 확보하지 못했던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수첩 39권을 검찰에 넘길 것이기 때문에 검찰이 이 수첩에서 박 대통령과 대기업들 간의 대가 관계를 입증할 새로운 정황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수첩에는 박 대통령이 대기업 관련 현안과 민원들에 대해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내용이 상세하게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첩 39권은 안 전 수석이 지난해 검찰 특수본에 제출한 수첩 17권과는 별개다.○ ‘블랙리스트’, ‘비선 진료’도 수사 대상 검찰은 박 대통령과 최 씨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했는지도 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특검처럼 블랙리스트 사건을 적극 수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검의 블랙리스트 수사에 대해 정치권에서 “지나치다”는 비판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블랙리스트가 있었는데 유독 이번 블랙리스트만 수사를 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논리다. 박 대통령이 공식 의료진이 아닌 최 씨 소개로 알게 된 김영재 원장 등 ‘비선 의료진’의 진료와 미용시술을 받은 정황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이 밖에 박 대통령이 KT와 KEB하나은행 등 민간기업 인사에 직접 개입한 혐의(직권남용)도 조사한다. 장관석 jks@donga.com·김준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국내외 재산을 추징 보전키로 한 것은 최 씨가 삼성 등에서 받은 뇌물을 은닉하거나 처분하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다. 추징 보전은 피고인이 범죄 행위로 얻은 재산을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묶어두는 조치다. 수사 기관이 청구하면 법원이 추징 보전 명령을 내릴지 판단하게 된다. 특검은 최 씨에게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에서 433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이 이 가운데 삼성이 직접 최 씨에게 건넨 것으로 보는 돈은 최 씨의 독일 현지 법인 비덱스포츠(옛 코레스포츠)와 맺은 승마 지원 컨설팅 계약 금액 78억 원이다. 특검은 이 78억 원을 직접적인 범죄 수익으로 보고 최 씨의 예금과 채권, 부동산 등 국내외 재산을 추징하려는 것이다. 나머지 355억 원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등으로 최 씨에게 직접 전달된 것이 아니다. 보전 대상인 최 씨의 국내 재산 규모는 100억∼200억 원대로 알려졌다. 특검은 최 씨의 국내 재산을 추징 보전하고 독일 현지 재산도 동결할 계획이다. 독일 검찰과 경찰이 파악한 최 씨 모녀의 해외 자산이 최대 10조 원에 이른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수사팀은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해외 재산이 발견될 경우 추징 보전 여부는 유동적이다. 한국 법원이 추징 보전을 허가해도 국제사법 공조 협약을 맺은 범죄가 아닐 경우 외국 계좌나 부동산을 묶어두고 환수하려면 해당 국가와 사법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장관석 기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는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39)이 개통해준 차명 휴대전화를 해외에 나갈 때도 항상 챙겼던 것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결과 드러났다. 또 이 행정관이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최 씨와는 박 대통령 옷 문제로 의상실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 증언은 거짓으로 확인됐다. 27일 특검에 따르면 최 씨는 사적인 일로 해외에 나갈 때도 차명 휴대전화를 꼭 지니고 다니며 청와대와 연락선을 유지했다. 최 씨가 일본에 갔을 때 차명 휴대전화에는 일본 통신사 소프트뱅크의 통신망 접속 기록이, 독일에 머물 때는 독일에서 통신사업을 하는 영국 통신사 보다폰의 통신망 접속 기록이 남아 있었다. 최 씨와 박 대통령 등이 함께 개설해 사용하던 차명 휴대전화를 최종 해지한 날은 최 씨가 독일에서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귀국한 지난해 10월 30일이었다. 또 특검은 이 행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지난달 12일 헌재에서 “최 씨와 2012년 12월 말, 박 대통령 당선 직후 의상실에서 처음 만났다”고 증언한 데 대해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전에도 최 씨가 운영하는 의상실에서 옷을 맞춰 입었으며, 그 당시에도 이 행정관은 박 대통령의 옷 심부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 그러나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이미 확보된 증거와 피의자의 주거 및 직업, 연락처 등을 고려했을 때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행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최종 무산된 이유는 조사 과정을 녹음·녹화하는 데 대한 의견 차이 때문이었던 것으로 27일 드러났다. 특검 수사기한 연장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승인 거부와 정치권의 합의 불발로 무산된 이날 특검과 박 대통령 측은 대면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 특검-청와대, 필담만 주고받다 대면조사 무산 특검은 이달 9일로 예정됐던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조사 일정 사전 유출을 이유로 무산된 이후 “박 대통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되, 전 과정을 녹음·녹화하자”고 박 대통령 측에 제안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면조사 중) 돌발 상황을 예방하고 조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녹음·녹화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 측이 녹음·녹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조사가 끝난 뒤 녹음·녹화 파일을 봉인해 양측이 합의할 때만 개봉하자”는 제안까지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끝내 이를 거부했다. 이에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유영하 변호사는 “특검이 참고인 조사임에도 불구하고 녹음·녹화를 고집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계속했다”며 “(특검 주장은) 대면조사 무산의 책임을 대통령 측에 떠넘기려는 의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특검이 박 대통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겠다고 한 이상, 형사소송법에 따라 영상 녹화는 박 대통령 본인의 동의 없이는 할 수 없다는 논리다. 특검이 녹음·녹화를 조건으로 내건 것은 박 대통령 측이 조사가 끝난 뒤 강압수사 논란 등을 제기할까 우려한 탓이다. 이처럼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었던 까닭에 양측은 대면조사 날짜, 방식 협의조차 인적 채널을 통한 대화가 아닌 공문으로 진행했다. 서로 얼굴도 마주하지 않은 채 ‘필담’만 주고받다 끝난 셈이다.○ 탄핵 결과와 ‘대선’이 변수 검찰과 특검은 박 대통령의 헌법상 불소추 특권 때문에 대면조사를 강제하지 못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3월 초로 예상되는 박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즉시 불소추 특권도 사라지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더 이상 검찰 수사에 불응할 수 없게 된다. 현직 대통령 지위를 상실하면 조사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특검은 앞서 9일 박 대통령과 대면조사를 하기로 합의했을 때, 박 대통령 측 요구로 청와대 경내에서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조사 참여 인원을 한 명으로 제한하는 데도 동의할 정도로 박 대통령 측의 심기를 살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뀌면, 검찰은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사에 불러 포토라인에 세울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9년 4월 대검찰청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박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헌재가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자진 하야(下野)하더라도 이 같은 상황은 별로 달라질 게 없다. 다만 탄핵이 인용되면 차기 대선을 60일 이내에 치러야 한다는 점이 변수다. 검찰로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검찰 수뇌부에서는 벌써부터 탄핵이 인용될 경우 박 대통령 수사 시점을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관석 jks@donga.com·김민 기자}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사진)이 업무용 휴대전화로 검찰 간부 등 사정라인 관계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박영수 특별수사팀의 수사 결과 드러났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지난해 10월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도 검찰 간부들을 접촉해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수사 방향을 제시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해 7∼10월 우 전 수석의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보해 분석 중이다. 우 전 수석은 이 기간에 업무용 휴대전화로 2000여 차례에 걸쳐 통화 또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 중 상당수는 우 전 수석이 총괄하던 민정수석실 관계자들과의 연락이었지만 법무부, 검찰 간부와 연락한 횟수도 최소 수백 차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법무부 검찰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연락 가운데 수사에 개입한 정황 등 부적절한 것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당시는 우 전 수석 처가의 부동산 거래 관련 의혹 등이 불거져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졌던 때다. 검찰 안팎에서는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 자리에 앉아서 자신에 대한 수사 상황을 보고받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특히 지난해 10월엔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배경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의 초기 대응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1차장 산하 말석 부서인 형사8부에 배당했고 강제수사 착수도 주저했다. 이 때문에 “우 전 수석이 수사를 지휘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실제로 국정 농단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우 전 수석이 법무부 검찰 간부와 부적절한 접촉을 하고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나면 이는 검찰 수뇌부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 한때 우 전 수석의 통신 기록을 토대로 법무부 검찰 간부들을 조사하는 방안도 특검 내부에서 검토됐다. 하지만 현직 검찰 간부들이 수사에 자발적으로 협조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다 제한된 수사 기간 내에 사건을 끝내기 위해서는 쉬운 수사부터 먼저 하자는 의견이 우세해 뒤로 미뤄 놓았다고 한다. 특검은 1차 수사 기한(2월 28일) 연장이 끝내 불발되면, 우 전 수석을 기소하지 않고 사건 기록을 고스란히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으면, 그동안 특검법에 포함이 안 됐다는 이유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우 전 수석의 수임 비리 등 개인 비리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