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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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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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3~20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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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외로 꿀잼?” “전형적인 추석용 코미디 영화”

    24일 개봉하는 ‘탐정: 더 비기닝’(15세 이상)은 전형적인 ‘추석용’ 코미디 영화다. 한 때 경찰을 꿈꿨지만 만화방을 하며 추리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애 둘 딸린 ‘추리광’ 강대만(권상우), 한때는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후배보다 승진이 밀린 강력계 형사 노태수(성동일)가 주인공. 두 사람은 대만의 친구이자 태수의 부하 형사인 준수(박해준)가 살인 누명을 쓰자 진짜 용의자를 잡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한류 스타’ 권상우와 감초 조연으로 유명한 성동일의 조합은 과연 어떤 맛을 냈을까. ▽김배중=솔직히 권상우, 성동일이 주연이라고 해서 큰 기대는 없었어. 권상우는 영화 ‘통증’(2011년) 이후에 스크린에선 소식이 뜸했고 성동일은 조연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잖아.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있어. 둘이 ‘케미’가 좋던데. ▽이새샘=둘의 캐릭터가 확실한 코믹 탐정물이라 생각 없이 재미있게 보기 딱 좋지. 근데 난 둘이 궁합이 잘 맞았는지는 좀…. ▽김=왜? 난 권상우가 그런 생활밀착형 개그를 할 수 있을 줄 몰랐어. 아내(서영희)한테 구박받으면서도 ‘형사질’하고 싶어 안달 난 그 모습에 공감이 가던걸. 애 보는 모습도 썩 잘 어울리고. 성동일도 신들린 코믹 연기에 의외의 액션 연기까지 하잖아. ▽이=명절용 탐정물이라면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떠오르는데 거기선 주인공 김민(김명민)이 사건을 풀고 조연인 서필(오달수)은 웃음을 담당했잖아. 여긴 그런 역할분담이 없어서 좀 정신없었어. 서로 치고 빠지는 호흡이 맞아야 하는데 두 사람이 계속 잽만 날리는 느낌이랄까. ▽김=난 그보다 권상우의 혀 짧은 소리가 좀 거슬리더라. 한번 그렇다고 생각하니까 계속 그렇게 들리는 건가…. ▽이=그래? 난 그건 의식 못했는데. 영화 속 캐릭터가 어수룩하고 소심한 역할이다 보니 그런 발음이어도 어울렸던 거 같아. ▽김=두 사람이 평범한 가장이자 남편이라는 면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역시 추석용 영화다웠어. 대만이 쓰레기 버리러 가는데 아내가 새끼손가락에 음식물 쓰레기봉투까지 걸어주거나 태수가 설거지하기 싫어서 고무장갑 손에 안 맞는다고 징징대는 장면에서 ‘물개 박수’를 쳤다니까. ▽이=근데 극중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전부 아내잖아. 그걸 보면서 마냥 재미있어하긴 좀 힘들었어. 그런 사건에 아내한테 구박받는 대만과 태수의 모습이 겹치니까 기 센 여자는 다 죽어야 된다는 건지 뭔지…. ▽김=에이, 그건 좀 ‘오바’다. 시체나 살인 장면이 꽤 적나라하게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코믹한 요소가 강하니까 좀 희석되지 않아? 부부 사이에 솔직히 터놓고 얘기하자, 뭐 그런 메시지도 있고. ▽이=순 제작비가 38억 원 밖에 안 되니 손익분기점(약 180만 명)은 충분히 넘을 거 같아. 그래도 난 좀 더 빵빵 터져주길 기대했는데 좀 아쉬웠어. 추리 과정이 아주 치밀한 것도 아니고. ‘사도’에 대적하기는 좀 힘들 듯. ▽김=어깨 힘 다 뺀 권상우 모습이 보기 좋았어. 권상우-성동일 콤비가 보여주는 ‘깨알 재미’가 확실하니 입소문만 제대로 난다면 ‘조선명탐정’ 1편처럼 기대 이상의 흥행도 가능할 거 같은데. ▽이=아, 그런데 제목이 ‘탐정: 더 비기닝’ 이잖아. 혹시 시리즈가 될 수 있을까? 끝에 속편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오잖아. ▽김=그거야 뭐, 흥행 결과에 달렸겠지? 개인적으로 이 조합, 또 보고 싶긴 하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 2015-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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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쌈 MOVIE]“왕이기 때문에 아들도 죽여?” “일국의 원톱이니 그럴 수도”

    《 ‘사도’(16일), ‘서부전선’(24일), ‘탐정: 더 비기닝’(24일) 등 추석 대목을 겨냥한 영화 세 편이 잇달아 개봉된다. 각각 조선시대 궁중 사극, 6·25전쟁이 배경인 휴먼 코미디, ‘애 아빠’ 두 명의 코믹 탐정물이라는 점에서 관객 선택의 폭은 넓다. 영화 담당 기자 2명이 세 영화를 차례대로 뜯어본다. 시작은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고 송강호, 유아인이 주연을 맡은 ‘사도’(12세 이상). 사극 ‘왕의 남자’(2005년)로 1000만 관객을 넘겼던 이 감독이 ‘천만 배우’ 두 명을 주연으로 내세운 사극이라는 점에서 이번 추석 최대 흥행작으로 일찌감치 점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아들과 딸의 차이 때문일까? 두 기자의 입장은 조금 엇갈렸다. 》▽이새샘=와, 처음부터 강렬하던데. 사도세자(유아인)가 스스로 지은 무덤에서 뛰쳐나와 아버지 영조(송강호)를 죽이러 달려가는 장면부터 시작하잖아. ▽김배중=다음 날 사도가 영조 앞에 끌려나와 뒤주에 갇히고, 죽기까지 8일간을 다뤘지. 그 8일 안에 아버지와 아들이 왜 멀어졌는지를 사도의 어린 시절부터 회상하며 그려냈고. ▽이=현실과 플래시백이 각각 시간 순으로 진행돼 식상할 수 있는 짜임새지만 대사 하나하나까지 충실히 고증하면서 그 안에 인물의 감정을 잘 짜 넣은 것 같아. ▽김=그냥 고증만 잘했다면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게 되는 과정이 이해가 되지 않았을 텐데, 음악과 영상미 등 섬세한 연출 덕분에 ‘그럴 수 있었겠구나’ 하고 설득이 되더라고. ▽이=근데 난 마지막엔 몰입이 좀 흐트러지더라. 부자간의 애증으로 둘의 관계를 설명하지만 결정적으로 영조가 왜 사도를 죽였는지는 ‘왕이기 때문에’라고 ‘퉁치고’ 넘어가잖아. ▽김=아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던데. 아버지랑 가끔은 ‘남자 대 남자’로 자존심을 내세우며 서로 고집을 피울 때가 있거든. 하물며 한 나라의 ‘원 톱’인 왕인데. 남자라면 영조나 사도, 그러니까 아버지와 아들 둘 중 한 명에겐 반드시 몰입하게 될 것 같아. ▽이=소지섭이 어른 정조로 에필로그에 깜짝 출연한 건 어땠어? 영조와 사도의 이야기에만 그치지 않고, 왕가의 반복되는 비극과 그 비극을 거부할 수 없는 부자의 애틋함을 표현하고 싶었던 건 알겠지만, 솔직히 사족 같았어. ▽김=영화 속 어른 정조(25세)는 사도세자가 죽을 때(28세)보다 더 어린 나이인데도 소지섭이 유아인보다 너무 중후해 보였지. ▽이=이런저런 허점을 다 메워 주는 건 역시 배우들의 연기야. 특히 송강호가 사도나 어린 정조(이효제)를 볼 때, 아버지의 눈빛과 왕의 눈빛이 뒤섞이는 순간을 표현해 내는 걸 보고 소름! 영화가 시종 무거운데, ‘넌 존재 자체가 역모야’ 같은 대사 하나로 웃음을 주면서 숨통을 틔우는 역할까지 너무 매끄럽게 해내더라고. ▽김=난 유아인에게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어. ‘베테랑’으로 천만 배우에 등극하더니 상승세야. 송강호에게 압도되지 않고 오히려 물 만난 고기 같던 걸. 아, 영화 ‘역린’(2014년)에선 죽은 사도세자의 엉덩이에 배설물 흔적까지 적나라하게 그렸는데 ‘사도’에서는 죽은 뒤의 모습마저 꽤 깔끔하고 처연해 보이더라. 유아인의 여성 팬을 배려한 거겠지?(웃음) ▽이=훌륭하지만 김해숙(인원왕후), 문근영(혜경궁 홍씨), 전혜진(영빈) 등 조연들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야. 거기다 어린 정조의 눈물 연기가 일품이었어. 완전히 눈물샘을 푹푹 찌르던데. ▽김=이준익 감독은 역시 ‘왕의 남자’처럼 한국적 한의 정서를 사극 안에 녹여 내는 데 탁월한 것 같아. ‘왕의 남자’만큼 흥행할지는 모르겠지만, 퓨전 사극에 질린 관객들에겐 신선하게 다가갈 거 같아. ▽이=내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에 출품하기 위한 한국 영화 후보작으로 선정된 걸 엄청 홍보하던데. 처음엔 외국어 영화 후보가 된 줄 알았다니까. 그래도 ‘이것이 한국의 멋이다!’라고 화려하게 선전하는 대신 은근히 당시 궁중 문화를 담아 낸 게 좋았어. 근데 추석 연휴에 무겁고 고통스럽기까지 한 ‘궁중 가족극’을 관객이 선뜻 선택할까? ▽김=오랜만에 만난 아버지랑 아들이 손잡고 가서 보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정겨운 추석 연휴에 어울리는 결말 아닌가. 거기다 ‘베테랑’으로 한창 물오른 유아인의 티켓 파워가 이 영화에도 그대로 이어질 거라고 봐.김배중 wanted@donga.com·이새샘 기자}

    • 2015-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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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만 큰 어린아이 같은 가장의 성장담

    오래전 비듬샴푸 광고를 찍은 것 외에는 별다른 경력이 없는 배우 지망생 에이든(잭 브래프). 생활비와 용돈은 아내 세라(케이트 허드슨)가 직장을 다니며 받는 월급으로, 딸 그레이스(조이 킹)와 아들 터커(피어스 개그넌)의 학비는 아버지가 대주는 돈으로 해결하는 무능력한 가장이다. 어느 날 아이들의 학비가 밀렸다는 사실을 안 에이든은 아버지 게이브(맨디 패틴킨)를 찾아갔다가 암 치료 중이던 아버지가 결국 시한부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더이상 아버지에게 학비를 받을 수 없게 된 에이든과 세라는 아이들을 홈스쿨링 하기로 결정한다. 10일 개봉한 ‘위시 아이 워즈 히어’(15세 이상)는 몸만 큰 어린애 같은 가장 에이든의 성장담이다. SF 영화와 드라마광이었던 그는 여전히 영화 속 히어로를 꿈꾸는 철없는 ‘애어른’이다. 그나마 자식과 아내라도 있는 그와 달리, 동생 노어(조시 게드)는 한때 천재로 불리던 과거를 뒤로한 채 트레일러에 살며 악플을 다는 것을 낙으로 삼는 구제불능으로 그려진다. 대책 없는 형제의 성장에 촉진제 주사를 놓는 것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아버지의 죽음이다. 유대교 집안의 엄격한 가장이었던 아버지는 병원 침대에 누워서도 아들에게 쓴소리를 할 정도. 그런 아버지를 감당하며, 죽음이 목전인 아버지를 만나지 않겠다고 생떼를 쓰는 동생을 설득하고, 직장생활로 지친 아내를 달래고, 또 아이들까지 챙기는 일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영화는 특별한 해결책을 내놓기보단 에이든이 마치 즉흥 연기를 하듯 상황에 맞춰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들과 갑자기 캠핑을 떠나 시를 낭송하고, 학교를 관두게 되자 머리를 삭발해 버린 딸을 위해 ‘핫핑크’색 가발을 마련하는 식이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들은 이들이 진정한 가족이 되기 위한 징검다리가 된다. 다소 산만해 보이는 영화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가족 각자의 모습을 담는 순간에 힘을 갖는다. 할아버지에게 보안경을 선물하며 “천국에서 눈이 부실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손녀나, 평생 반목하던 아들을 죽기 직전 만나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아버지를 보며 눈물 흘리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힘든 일도 함께 겪어내고 서로를 위해 나서는 것이 가족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배우들 사이의 돋보이는 연기 호흡으로 담아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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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 어른·악플러’ 구제불능 형제,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에…

    오래 전 비듬샴푸 광고를 찍은 것 외에는 별다른 경력이 없는 배우 지망생 에이든. 생활비와 용돈은 아내 사라(케이트 허드슨)가 직장을 다니며 받는 월급으로, 딸 그레이스(조이 킹)과 아들 터커(피어스 가뇽)의 학비는 아버지가 대주는 돈으로 해결하는 무능력한 가장이다. 어느 날 아이들의 학비가 밀렸다는 사실을 안 에이든은 아버지 게이브(맨디 파틴킨)를 찾아갔다가 암 치료 중이던 아버지가 결국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더 이상 아버지에게 학비를 받을 수 없게 된 에이든과 사라는 아이들을 홈스쿨링 하기로 결정한다. 10일 개봉한 ‘위시 아이 워즈 히어’(15세 이상)는 몸만 큰 어린애 같은 가장 에이든의 성장담이다. SF 영화와 드라마 광이었던 그는 여전히 영화 속 히어로를 꿈꾸는 철없는 ‘애어른’이다. 그나마 자식과 아내라도 있는 그와 달리, 동생 노아(조시 게드)는 한때 천재로 불리던 과거를 뒤로 한 채 트레일러에 살며 악플을 다는 것을 낙으로 삼는 구제불능으로 그려진다. 대책 없는 형제의 성장에 촉진제 주사를 놓는 것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아버지의 죽음이다. 유대교 집안의 엄격한 가장이었던 아버지는 병원 침대에 누워서도 아들에게 쓴 소리를 할 정도. 그런 아버지를 감당하며, 죽음이 목전인 아버지를 만나지 않겠다고 생떼를 쓰는 동생을 설득하고, 직장생활로 지친 아내를 달래고, 또 아이들까지 챙기는 일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영화는 특별한 해결책을 내놓기 보단 에이든이 마치 즉흥연기를 하듯 상황에 맞춰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들과 갑자기 캠핑을 떠나 시를 낭송하고, 학교를 관두게 되자 머리를 삭발해버린 딸을 위해 ‘핫 핑크’색 가발을 마련하는 식이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들은 이들이 진정한 가족이 되기 위한 징검다리가 된다. 다소 산만해 보이는 영화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가족 각자의 모습을 담는 순간에 힘을 갖는다. 할아버지에게 보안경을 선물하며 “천국에서 눈이 부실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손녀나, 평생 반목하던 아들을 죽기 직전 만나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아버지를 보며 눈물 흘리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힘든 일도 함께 겪어내고, 서로를 위해 나서는 것이 가족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배우들 사이의 돋보이는 연기 호흡으로 담아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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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영화 ‘인큐베이터’ KAFA

    《 ‘파수꾼’(2010년) ‘잉투기’(2013년) ‘소셜포비아’(2015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2015년)…. 최근 몇 년간 화제를 모았던 저예산 독립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장편제작연구과정에서 배출됐다는 것. 이 과정은 KAFA 정규 과정(중·단편 중심의 1년 과정) 졸업생 중 선발된 소수의 학생이 장편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개봉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흔히 말하는 ‘졸업 작품’이지만 뛰어난 완성도로 주목받는 신인 감독과 배우를 배출하는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 스타 배출의 산실 장편제작연구과정에서 배출한 작품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2010년 ‘파수꾼’부터다. 관객이 2만 명을 넘었고 주연 배우 이제훈이 스타덤에 올랐다. 장편과정 작품으로 데뷔한 배우 중에는 주목받는 신인으로 발돋움한 경우가 적지 않다. 6기 작품 ‘들개’(2013년)는 ‘미생’으로 인기를 끈 배우 변요한의 장편 데뷔작이다. ‘차이나타운’ ‘소수의견’ ‘베테랑’ 등에 잇달아 출연한 엄태구, 방영 예정인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는 류혜영 류준열, 드라마 ‘프로듀사’ ‘식샤를 합시다2’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맡은 이주승 등도 ‘소셜포비아’ ‘잉투기’ 등에서 처음 주목받았다. 지난해 처음 실시한 배우 오디션에는 2000여 명이 몰렸다.○ 탄탄한 제작 및 상영 지원 2006년 처음 개설된 장편제작연구과정은 매 기수마다 극영화 2편, 애니메이션 1편을 제작한다. 지원액 7000만 원을 포함해 KAFA의 기자재나 소속 스태프를 활용할 수 있어 실질 제작비는 편당 2억 원 선. 박흥기 KAFA 배급팀장은 “중·단편까지 포함해 KAFA는 한 해 50여 편을 제작한다. 영화학교라는 특성상 최신 장비를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 완성도가 상업영화 이상”이라고 말했다. 2009년부터 CGV 아트하우스(당시는 무비꼴라주)와 KAFA가 산학협력을 맺어 극장 상영 및 홍보·마케팅 지원을 받게 됐고, 2012년부터는 CGV 아트하우스가 배급까지 맡고 있다. ‘잉투기’(약 1만7000명) ‘소셜포비아’(약 25만 명)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약 4만2000명) 등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일대일로 집중 관리 장편제작연구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현직 감독과 프로듀서가 교수진이나 외부강사로 나서 각 작품의 감독을 일대일로 집중 관리하는 멘토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또 전체 교수진이 시나리오, 캐스팅, 촬영, 편집 등 각 작품의 주요 단계마다 난상토론을 거쳐 심사한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영화 ‘해운대’ ‘통증’의 프로듀서이자 7년째 KAFA 제작총괄 책임교수로 재직 중인 이지승 프로듀서는 “KAFA는 상업적 기준 대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며, 관객과 제대로 소통하는가’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신인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며 데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장편과정 8기로 영화 ‘양치기들’을 연출하고 있는 김진황 감독은 “의외로 작품에 대한 객관적 의견이나 비평을 듣기 힘든데 장편과정에선 그런 평가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30일 열리는 기획전 ‘KAFA FILMS: 나쁜 영화들’에선 올해 KAFA 장편제작연구과정에서 내놓은 작품인 ‘소셜포비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선지자의 밤’, 애니메이션 ‘화산고래’와 ‘창백한 얼굴들’을 볼 수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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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수꾼’에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까지…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파수꾼’(2010년) ‘잉투기’(2013년) ‘소셜포비아’(2015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년)…. 최근 몇 년 간 화제를 모았던 저예산 독립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장편제작연구과정에서 배출됐다는 것. 이 과정은 KAFA 정규과정(중·단편 중심의 1년 과정) 졸업생 중 선발된 소수의 학생이 장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개봉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흔히 말하는 ‘졸업 작품’이지만 뛰어난 완성도로 주목받는 신인 감독과 배우를 배출하는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 배출의 산실 장편과정에서 배출한 작품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2010년 ‘파수꾼’부터다. 관객 2만 명이 넘었고 주연 배우 이제훈이 스타덤에 올랐다. 장편과정 작품으로 데뷔한 배우 중에는 주목 받는 신인으로 발돋움한 경우가 적지 않다. 6기 작품 ‘들개’(2013년)는 ‘미생’으로 인기를 끈 배우 변요한의 장편 데뷔작이다. ‘차이나타운’ ‘소수의견’ ‘베테랑’ 등에 잇달아 출연한 엄태구, 방영 예정인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는 류혜영, 류준열, 드라마 ‘프로듀사’ ‘식샤를 합시다2’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맡은 이주승 등도 ‘소셜포비아’ ‘잉투기’ 등에서 처음 주목받았다. 지난해 처음 실시한 배우 오디션에는 2000여 명이 몰렸다. ●탄탄한 제작 및 상영 지원 2006년 처음 개설된 장편제작연구과정은 매 기수마다 극영화 2편, 애니메이션 1편을 제작한다. 지원액 7000만 원을 포함해 KAFA의 기자재나 소속 스태프를 활용할 수 있어 실질 제작비는 편당 2억 원 선. 박흥기 KAFA 배급팀장은 “중·단편까지 포함해 KAFA는 한해 50여 편을 제작한다. 영화학교라는 특성상 최신 장비를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 완성도가 상업영화 이상”이라고 말했다. 2009년부터 CGV 아트하우스(당시는 무비꼴라주)와 KAFA가 산학협력을 맺어 극장 상영 및 홍보·마케팅 지원을 받게 됐고, 2012년부터는 CGV 아트하우스가 배급까지 맡고 있다. ‘잉투기’(약 1만 7000명) ‘소셜포비아’(약 25만 명),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4만 2000여 명) 등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다. ●1대1로 집중 관리 장편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현직 감독과 프로듀서가 교수진이나 외부강사로 나서 각 작품의 감독을 1대1로 집중 관리하는 멘토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또 전체 교수진이 시나리오, 캐스팅, 촬영, 편집 등 각 작품의 주요 단계마다 난상토론을 거쳐 심사한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영화 ‘해운대’ ‘통증’의 프로듀서이자 7년째 KAFA 제작총괄 책임교수로 재직 중인 이지승 프로듀서는 “KAFA는 상업적 기준 대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며, 관객과 제대로 소통 하는가’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신인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며 데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장편과정 8기로 영화 ‘양치기들’을 연출 중인 김진황 감독은 “의외로 작품에 대한 객관적 의견이나 비평을 듣기 힘든데 장편과정에선 그런 평가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30일 열리는 기획전 ‘KAFA FILMS: 나쁜 영화들’에선 올해 KAFA 장편제작연구과정의 작품과 ‘소셜포비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선지자의 밤’, 애니메이션 ‘화산고래’와 ‘창백한 얼굴들’이 볼 수 있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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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세상을 향한 루저들의 도박

    17일 개봉하는 미국 ‘미스터 하이네켄’을 4일 시사회에서 보며 일드 ‘레이디 조커’(2013년)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 ‘루저’들이 맥주회사 사장을 납치해 돈을 요구한다는 줄거리에, 돈을 받아내지만 그 끝은 긴 실패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쌍을 이룬다. 1980년대에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레이디 조커’는 1980년대 돈만 있으면 일확천금이 가능했던 일본의 버블경제 분위기를, ‘미스터 하이네켄’은 긴 경기침체에 시달리던 1980년대 초 유럽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레이디 조커’는 1984, 1985년 일본을 휩쓴 글리코·모리나가 사건을 모티브로 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당시 범인은 글리코, 모리나가, 후지야 등 식품회사 여러 곳의 제품에 독극물을 넣겠다며 무차별 협박했다.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지만 공식적으로는 돈이 건네진 적이 없고, 범인이 지금까지도 잡히지 않아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미제사건으로 꼽힌다. 드라마에서는 식품회사 대신 히노데 맥주라는 가상의 맥주회사가 등장한다. 작은 약국을 운영하는 모노이(이즈미야 시게루)의 사위와 외손자가 히노데 맥주와의 악연으로 잇달아 죽는다. 이를 계기로 모노이는 경마장에서 사귄 친구들과 히노데 맥주에서 돈을 뜯어낼 궁리를 한다. 친구들이란 승진 경쟁에서 밀려난 형사, 공장 기술자, 트럭 운전사 등으로, 평범하지만 ‘대박’도 없는 인생들이다. 이들은 히노데 맥주의 사장을 납치했다가 곧 풀어주며 경찰에 알리지 않도록 경고한 뒤 맥주에 이물질을 넣겠다는 협박으로 돈을 받아낸다. 여기에 히노데 맥주의 주식으로 이득을 보려는 투기꾼과 야쿠자, 야쿠자와 얽힌 정치권의 검은 속내까지 한데 뒤엉키며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진다. ‘미스터 하이네켄’은 1983년 하이네켄의 창립자인 프레디 하이네켄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납치돼 600억 원에 달하는 몸값을 요구받은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함께 건설업을 하는 죽마고우 코(짐 스터게스)와 윌렘(샘 워딩턴)은 사업 실패로 은행 대출도 받을 수 없는 궁지에 몰린 끝에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이네켄(앤서니 홉킨스)을 납치한다. 본업을 십분 살려 창고 안에 숨겨진 콘크리트 감옥을 지은 이들은 돈을 받아내는 데 성공하지만 경찰이 포위망을 좁혀 오자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레이디 조커’는 사건을 둘러싼 일본 사회의 명암에, ‘미스터 하이네켄’은 범인과 피해자가 겪는 심리적 변화에 집중했지만 결말이 남기는 뒷맛은 모두 맥주처럼 씁쓸하다. 막대한 돈을 건 도박은 인생을 바꿔놓기 마련.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의 마지막에 이르면 관객은 범인들이 자신들의 뒤집혀 버린 인생과 마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루저’들의, 세상을 상대로 한 도박은 결말이 정해져 있는 법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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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눈엔 이게 보인다]“신에 대해 내가 만들어낸 환상을 깨라는 메시지 큰 울림”

    3일 개봉한 인도영화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는 겉으로는 다소 허술해 보이는 SF 코미디 영화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다종교 사회인 인도 사회에 대한 성찰과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단단한 질문을 감추고 있다. 인도의 국민배우로 불리는 아미르 칸이 주인공을 맡아 지난해 인도에서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작품이기도 하다. 서울 비로선원장인 광명 스님의 도움으로 영화 속 종교적 메시지에 대해 짚어봤다. 영화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학 중인 자구(아누슈카 샤르마)가 바이런(산자이 두트)과 사랑에 빠지는 데서 출발한다. 힌두교 신자에 인도인인 자구와 이슬람교 신자에 파키스탄인인 바이런은 집안 반대에 부딪혀 결국 헤어지고, 자구는 인도로 돌아와 방송국 기자가 된다. 한편 지구로 온 외계인 피케이(아미르 칸)는 고향 행성으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우주선 리모컨을 도둑맞아 버려진 처지다. ‘신에게 빌면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는 말에 혹한 피케이는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불교 등 온갖 종교의 관습을 모두 따르며 자신을 고향으로 보내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한다. 광명 스님은 “인도 인구의 약 90%가 힌두교 신자인데, 힌두교는 다신교 사상을 바탕으로 정해진 교리나 특정 신에 대한 신앙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불교의 석가모니나 이슬람교의 마호메트도 자신들의 신 중 하나라고 얘기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신과 각각의 신을 모시는 신전, 사제가 난립하는 영화 속 인도 사회의 모습은 이런 힌두교의 특징 때문이라는 것이다. 몸과 마음을 다해 기도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고, 피케이는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인간이 신의 자식이라면 어째서 신은 인간의 소원을 바로 들어주지 않고 재산을 바치라거나 고행을 하라고 시키는 것일까?” “사제는 신을 중계한다고 하지만 실은 가짜 신을 연결해 주는 것은 아닐까?” 피케이를 우연히 만난 자구는 천진난만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그의 질문에 반해 피케이를 방송에 내보내기로 결심한다. 광명 스님은 “종교의 허례허식을 혁파해야 한다는 주제는 불교와 일맥상통하지만, 신은 존재한다는 대전제가 있다는 점에서 불교보다는 이슬람교나 기독교에 더 가까운 관점의 영화다. 불교에서는 세상을 창조한 조물주, 유일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또 “사제가 공포심을 이용해 사람들을 현혹하거나 재물을 대가로 복을 비는 모습은 모든 종교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라며 “‘나는 나를 만든 신을 믿고 의지하지 인간이 만든 신, 사제가 만든 신은 믿지 않는다’, 즉 신에 대해 내가 만들어낸 환상을 깨야 한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모든 종교인이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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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오자마자 김밥-떡볶이… “고향에 왔네요”

    “팬들에게 선물을 많이 받았는데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분이 많아 깜짝 놀랐어요.”(이기홍) “제 학교 과제로 내고 싶을 정도였다니까요.”(토머스 브로디생스터) 미국 할리우드 영화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17일 개봉·12세 이상)의 개봉을 앞두고 영화에서 민호 역을 맡은 이기홍(29)과 뉴트 역을 맡은 토머스 브로디생스터(25)가 내한해 3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메이즈 러너’는 종말 이후의 세계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진 소년 소녀 무리가 자신들을 이용하려는 조직 위키드에 대항해 분투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개봉한 ‘메이즈 러너’ 1편은 할리우드 영화로는 비교적 저예산(3400만 달러·약 404억 원)이었지만 전 세계에서 3억4000만 달러(약 4040억 원)가 넘는 흥행 수입을 거두며 크게 성공했다. 1편에서 갇혀 있던 미로 속에서 탈출한 주인공들은 2편에서 처음 세상으로 나가 위키드의 실체와 마주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이기홍은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질문에 답했다. 단역에 가까운 조연을 맡아 왔던 그에게 주조연급으로 출연한 ‘메이즈 러너’는 처음으로 이름을 알린 출세작이다. 그는 이 역할로 지난해 피플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새벽 4시에 한국에 도착했는데도 팬들이 반겨주셔서 정말 놀랐어요. 도착한 그 순간 정말 ‘고향에 왔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 겨울이면 집 앞에서 눈 놀이를 하던 것이 생각나네요.” 그는 한국에 도착한 직후인 지난달 3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김밥과 떡볶이를 먹는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브로디생스터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2003년)에서 드럼을 치는 소년 샘 역할로 알려진 아역배우 출신.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다. ‘메이즈 러너’는 그가 성인배우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1편과 달리 이번에는 덥고 건조한 곳에서 촬영을 해야 했어요.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출연 배우들이 대부분 같은 또래들이라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죠. 기홍과는 특히 유머 감각이 잘 통하는 것 같아요.” 이기홍과 브로디생스터는 기자회견 내내 서로에게 농담을 던지며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이기홍이 “토머스는 ‘정변(바르게 변한다는 뜻으로 아역배우가 어릴 때 모습을 간직한 채 잘 성장한 것을 가리키는 인터넷 신조어)’의 대표 사례다.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멋진 사람”이라며 브로디생스터를 칭찬하자 브로디생스터는 “영화 속 민호는 민첩하고 남자다운 역할이지만 실제 기홍은 사랑스럽고 귀엽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훌륭한 배우”라고 화답했다. “주로 젊은 관객에게 인기가 많지만, ‘메이즈 러너’는 모든 연령대의 전 세계 사람들에게 통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종말이 닥친 혹독한 환경에서도 사랑과 우정, 희망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브로디생스터)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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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용실서 내 영화 얘기가 들렸어요”

    “미용실에 갔는데 사람들이 ‘베테랑’ 얘기를 하더라고요. 제가 옆에 있다는 걸 모르는 채로요. 그때 ‘와, 정말 많이 봤구나’ 하고 실감했죠.” 지난달 5일 개봉한 영화 ‘베테랑’이 지난달 29일 1000만 관객을 넘었다. 이번 주 안으로는 1200만도 넘어설 기세다. 특유의 액션과 ‘B급’ 분위기로 이름을 알렸던 류승완 감독(42)은 전작 ‘베를린’(2013년·약 716만 명)에 이어 흥행 감독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1000만 관객 달성이 목전이던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류 감독을 만났다.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넘는데…. “숫자로는 감이 잘 안 온다. 너무 거대한 것을 맞닥뜨리면 실감이 안 나지 않나. 이 모든 게 결국은 지나가고, 언제 실패가 올 수 있다는 걸 아니까 담담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나리오 초고를 굉장히 빨리 썼다고 들었다. “‘베를린’ 때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초고를 쓰는 데 열흘 정도 걸렸다. 초고는 어차피 버리는 거여서 공들이지 않는다. 그 대신 수정 작업이 오래 걸렸다. 원래는 영화 초반의 중고차 절도단 이야기가 중심이었는데 우리를 더욱 열 받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재벌로 바꿨다.” ―온라인에서는 ‘조태오가 대체 누구냐’로 말들이 많다. “특정 인물을 연상시키면 오히려 몰입에 불리하다고 봤다. 나 스스로가 분노했던, 아주 오래전 사건부터 최근 것까지 충분히 조사해서 모은 거다. 조태오라는 인물을 만들어 낸 주변 환경, 시스템까지 얘기하고 싶었다.” ―유아인의 연기 변신에 대한 호평이 많다. 어떻게 캐스팅했나. “아인 씨가 조태오 역을 맡으면서 영화의 운명이 많이 바뀌었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조태오를 잘 만들어 줬다. 감독은 영화 제작 전 과정에 대해 사실 아마추어다. 그저 1차 관객으로서 여러 요소가 잘 조화하도록 선택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작품을 보면 주인공이 비극적으로 죽거나 수렁에 빠진 채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엔 승리한다. “내 영화 속 주인공들이 늘 패배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이 있었다. 어른들은 ‘베테랑’ 같은 사건이 벌어지면 어떻게 일이 굴러갈지 알고 지레 포기하곤 한다. 하지만 아직 그걸 모르는 어린 관객들에게 ‘영화 속 형사들처럼 행동하는 게 멋있고 폼 나는 삶의 방식이다’라고 알려주고 싶었다. 10대 관객들이 좋아하는 게 고무적이었다.” ―류승완표 액션이 빛났는데, 특히 서울 명동을 관통하는 차량 추격전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속 사건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관객이 보면 저건 어디라고 알 만한 장소, 현재 한국을 상징하는 장소로 명동을 택했다. 관계 기관 협조가 쉽지 않았는데 남대문경찰서에 갈 때 황정민 씨가 같이 가줬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년)로 데뷔했을 때는 ‘독특하다, 비주류다’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15년 만에 ‘천만감독’이 됐다.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영화는 ‘베테랑’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데뷔작인 ‘죽거나…’다.(웃음)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실은 틀을 깨려는 시도를 자꾸 가둔다고 생각한다. 좋든 나쁘든 사람은 변한다. 과거의 나보다 좋게 변하려고 노력하는 것뿐이다.” ―다음 작품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지금 ‘베를린’의 속편과 ‘군함도’의 각본 작업을 하고 있다.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말 일본 군함도(하시마)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이 탈출한다는 이야기다. 어느 영화가 먼저 나올지는 모르겠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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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전 학살에 침묵… 印尼 국민들 지금도 후유증”

    “가해자들 중 몇 명과 대면할 때는 카메라를 한 대만 가져가야 했습니다. 혹시라도 그들이 우리를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 장비를 줄인 거죠.” 다음 달 3일 다큐멘터리 ‘침묵의 시선’(15세 이상) 개봉을 앞두고 영화를 연출한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41)이 27일 한국을 찾았다. 이 작품은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학살 사건을 다룬 영화로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포함해 5관왕에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영화는 과거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어떻게 공동체를 파괴하는지 보여줍니다. 당시 학살 가담자들이 지금도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에 진상이 한 번도 제대로 규명된 적이 없죠.” 인도네시아 학살은 당시 수하르토가 이끌던 군부가 정변을 일으킨 공산주의자를 응징한다며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해 군부에 반대하는 이들까지 죽인 사건이다. 그 수가 약 100만 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는 학살로 형을 잃은 아디가 가해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과정을 담았다. “아디가 가해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을 때 위험하다며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아디는 ‘우리 아버지를 봐라. 나이가 들어 죽은 형조차 잊었지만 여전히 공포에 사로잡힌 채 살고 있다. 이 공포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하더군요.” 가해자 중에는 아디의 이웃 주민, 심지어 친척도 있다. 가해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의 ‘공적’을 자랑하며 학살 당시를 재연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사죄는커녕 “그러다 죽을 수도 있다”며 아디를 협박하고,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변명한다. 지난해 11월 영화가 인도네시아에서 상영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당시 사건이 범죄였다고 인정했다. 전국의 역사 교사들은 교과 과정이 학살을 정당화한다며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경찰과 군대의 압력으로 상영 취소나 중단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도 이런 폭력의 과거가 있죠. 그 과거를 미화하거나 덮으려는 시도도 존재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에서 도망칠 수 없습니다. 과거에 대한 침묵을 깨지 않는 한, 과거는 언제까지고 우리를 사로잡을 거라는 사실을 관객들이 느끼기 바랍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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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네시아 학살 사건’ 다큐로 연출한 감독, 조슈아 오펜하이머

    학살 사건으로 형을 잃은 희생자의 유족이 학살 가담자들을 찾아간다. 대면의 순간은 당혹감과 분노, 두려움, 고통을 낳는다. 대면해야 하는 대상은 지역 유지, 정부의 주요 인사, 이웃 주민, 심지어는 아끼고 존경하던 친척까지 포함한다. 다큐멘터리 ‘침묵의 시선’은 지난해 개봉했던 ‘액트 오브 킬링’과 쌍을 이루는 작품이다. 두 작품은 모두 1965년 약 1년 간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졌던 학살 사건을 다룬다. 학살의 발단은 1965년 ‘9·30사태’다. 당시 군부와 대척하던 공산세력이 군부 장성 6명을 살해하고 정변을 일으키자 훗날 대통령에 오르는 수하르토가 중심이 된 군부가 이를 응징하며 참극이 벌어진 것이다. 군부는 조직폭력배나 깡패들에게도 민방위군 권한을 부여해 전위대로 이용했고, 일반 시민을 포함해 전국에서 약 100만 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묵의 시선’은 당시 학살 사건으로 형 람리를 잃은 아디가 형을 죽인 가해자들을 찾아가 대면하는 순간을 담았다. ‘액트…’는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자랑하기 위해 당시 일을 영화로 제작하는 과정을 담아 가해자들이 얼마나 당시 사건을 자신의 입맛대로 해석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면, ‘침묵의 시선’은 그런 왜곡과 은폐로 피해자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액트…’는 2013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분 관객상을 비롯해 70여 개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고 아카데미영화상 최고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침묵의 시선’은 2014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포함해 5관왕에 오르는 등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41)을 27일 서울 사당동 엣나인필름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디를 어떻게 만났고, 어떤 계기로 ‘침묵의 시선’을 찍게 됐는지 궁금하다. “2003년 학살 사건을 다루겠다는 결심을 하고 아디를 포함해 당시 학살 사건의 생존자와 희생자들의 가족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3주 만에 군의 위협을 받고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했다. 하지만 아디와 아디의 가족들은 내가 포기하지 않길 바랐고, 특히 가해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길 원했다. 가해자들을 만났을 때 그들이 너무나 쉽게 자신들의 경험을 말하고, 자랑스럽게 재연해보이기까지 한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다. 그 뒤로 2년 동안 만날 수 있는 가해자들을 모두 만나 인터뷰했고, 그 과정에서 ‘액트 오브 킬링’에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안와르 콩고도 만났다.” -영화에는 아디의 형 람리를 실제로 살해한 직접적인 가해자들도 등장한다. 역시 2003~2005년에 찍은 영상인가.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는 그들이 람리를 죽인 이들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들을 인터뷰하는 도중에 그들이 죽인 사람이 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달라고 말했고, 그들은 즐겁게 당시 사건을 재연해보이고, 학살 장소에서 기념 촬영까지 한다.” -영화에는 아디가 어떤 과정을 거쳐 가해자들을 만날 결심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데. “안와르 콩고와 5년 동안 ‘액트…’를 찍는 동안 당시 부통령을 포함한 정부 고위층이 이 프로젝트를 불편해 했고 나는 결국 인도네시아를 떠나야 했다. 2012년에야 다시 입국할 수 있었는데, 그때 아디가 내게 가해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당신이 촬영했던 가해자들의 인터뷰 영상을 지난 7년 동안 반복해서 봤고, 그것이 나를 바꿔놓았다’고 했다.” -굉장히 위험한 시도였을 것 같다. “아디가 그 제안을 하자마자 나는 ‘안 된다’고 답했다. 가해자들이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에 너무나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 아디가 내게 자신이 찍은 아버지의 영상을 보여줬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장면인데, 아버지가 자신의 방 안에서 공포에 질린 채 도와달라며 울부짖는 모습이었다. 아디는 ‘형의 죽음은 우리 가족을 파괴했다. 아버지는 나이가 너무 많아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당시의 공포 속에 갇혀 있다. 나의 가족이나 아이들이 이 두려움 속에서 살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영화에서 가해자들은 아디에게 미안하다거나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협하고 협박하는데. “촬영을 시작하며 아디에게 그가 원하는 사과를 받지 못할 거라고 얘기했었다. ‘액트…’의 말미에 안와르 콩고가 죄책감에 구역질을 하며 죄를 인정하는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그는 그 뒤에도 여전히 ‘어쩔 수 없었다’며 잘못을 부인하곤 했다. ‘침묵의 시선’에 등장하는 가해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나는 아디가 가해자들을 만나 ‘당신이 내 형을 죽였다’고 말할 때 그들 얼굴 위로 떠오르는 복잡한 감정을 보여줌으로써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괴물이 사회를 분열시킨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를 통해 진실과 화해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학살을 자행한 부대를 이끌던 사령관(아마르 시아한)을 만나는 장면에서 아디의 말에 사령관이 순간적으로 표정을 바꾸며 ‘자네도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협박하는 장면이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보통 카메라 2대로 대면 장면을 촬영하는데 그 때는 카메라를 한 대만 가져가야 했다. 그와 그의 부하들이 우리에게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도망칠 가능성도 염두에 뒀던 것이다.” -영화에는 아디의 삼촌 역시 람리가 갇혔던 감옥의 간수로 학살에 관여했던 것으로 나오는데. “촬영 전까지 우리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아디가 정말 사랑하고 존경하는 삼촌이었고, 그날은 안경사인 아디가 그저 안경을 맞춰주러 방문한 거였다. 마주앉아 형 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삼촌이 당시 감옥의 간수였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아디가 형을 왜 돕지 않았는지 추궁하자 삼촌은 ‘나는 간수로 감옥을 지키기만 했지 사람들을 죽인 적은 없다. 과거를 자꾸 들추면 네가 위험해질 것’이라며 발뺌한다. 학살자들과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이다. 이 대면의 마지막에 아디와 삼촌이 침묵하는 가운데 카메라만이 둘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데, 오가는 대화는 없지만 그들의 관계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침묵의 시선’은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보통 인권 다큐멘터리는 여러 피해자 가족을 소개하며, 마치 창문을 통해 보듯 피해자의 경험과 관객이 일정한 거리를 두도록 한다. 이렇게 그들의 경험을 추상화하는 대신 관객들이 이 경험이 마치 자신의 것처럼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아디와 아디의 가족에게 최대한 집중한 이유다. 모든 나라에는 폭력의 역사가 있다. 나는 영화를 촬영하며 독일 나치가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뒤에도 여전히 정권을 잡고 있거나, 일본이 전쟁에서 승리해 식민 지배를 자행하고 있는 상황 같다고 느끼곤 했다. 가해자들은 늘 폭력의 역사를 미화하려 하고, 또 잊어버리라는 압력을 가한다. ‘침묵의 시선’은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것, 과거를 덮어버리는 침묵이 어떻게 공동체를 파괴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 역시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고, 그 뒤로도 여러 가지 사건들이 벌어졌던 경험이 있다. “‘액트…’ 홍보 행사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그들이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식민 지배 당시의 과오를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고 자신들의 원폭 피해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일본의 문제다. 일본인들이 스스로 돌아보고 이야기해야 한다. 역사에 대해 능통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한국은 한국의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 일제강점기 이후로도 제주 4·3사건 등 비극이 많지 않았나.” -‘액트 오브 킬링’과 ‘침묵의 시선’ 모두 인도네시아에서 상영됐다. 무엇이 바뀌었나. “‘액트 오브 킬링’은 비밀리에 상영을 시작했지만 결국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상영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나중에는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온라인에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덕분에 ‘침묵의 시선’은 지난해 11월 개봉 당시부터 큰 극장에 걸릴 수 있었다. 상영 3주 만에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봤고 여러 언론에서 ‘올해의 영화’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군과 경찰의 협박으로 상영이 취소되는 사태가 여러 번 벌어졌고, 검열을 당해 상영이 아예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인도네시아 정부는 당시 사건이 범죄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미국 상원에서 미국의 영향력 아래 이루어진 학살에 대한 문서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현재 국제사법재판소가 있는 헤이그에서 당시 학살의 증거를 모으고 어떤 범죄가 있었는지 규명하는 과정도 진행되고 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무엇을 남기길 바라는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자기 자신이 아디이거나 혹은 아디의 가족이라고 느끼길 바랐다. 이런 경험을 통해 두려움 속에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길 바랐다. 누구든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두려움 때문에 부당한 일에 대해 발언하길 주저할 수 있다. 그런 순간에 과거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말하고 표현할 때까지 과거는 우리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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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국진 감독 “생활의 달인마저 원하는 삶 못 살다니”

    《 “어제 잡지사 화보 촬영을 했는데 토끼 귀 머리띠에 나비넥타이를 했어요. 하마터면 웃옷도 벗을 뻔했다니까요.”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만난 안국진 감독(35)은 연이은 영화 홍보 일정에 조금 얼떨떨해 보였다. 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총 제작비 2억여 원의 저예산 독립영화. 하지만 13일 개봉 이후 관객 3만6000여 명을 기록하고 있다. 스크린 수가 가장 많을 때도 70개가 안되는 상황에서 일군 성과다. ‘성실한…’은 손재주 하나로 평생 ‘알바 인생’을 살던 수남(이정현)이 동네 사람들과 재개발로 갈등을 겪은 끝에 자신의 손재주로 그들을 ‘처리’한다는 줄거리다.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들었다. “출연자들은 졸면서도 손을 움직이고 식사할 때도 뛰어서 다녀올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 프로는 그런 출연자들처럼 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분들의 꿈을 물어보면 ‘집 한 채 사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거다. 뭔가 모순이라고 느꼈다.” ―영화에선 수남이 ‘알바’ 끝에 달동네지만 집 한 채를 산다. 보통 주인공이 재개발 때문에 셋방에서 쫓겨나는 줄거리를 상상할 텐데 반대다. “뻔한 전개를 피하고 싶었다. 주인공이 세입자였다면 집을 사고 갈등이 끝났을 거다. 수남은 집주인이 됐는데도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 오히려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 충돌하는 역설적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 수남이든 동네 주민이든 상대를 이해하려는 조금의 노력도 없이 자기 욕심으로만 상대를 대한다.” ―수남 역을 연기한 이정현이 굉장히 고생했을 것 같다. 납치·감금·고문에 대형 세탁기에 직접 들어가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소속사에 처음 출연 제의를 했을 때는 거절당했다. 내 시나리오를 좋게 본 박찬욱 감독님이 다시 정현 씨에게 직접 시나리오를 보내줘서 승낙 받았다. 나로서는 정말 행운이었다. 정현 씨는 시나리오상의 행동뿐만 아니라 이면의 감정이나 동기까지 이해하려 하더라. 3분의 1 정도 찍고 나서는 연기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배우가 이렇게 창조적인 직업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수남의 ‘원맨쇼’에 가깝다. 요즘 여자 배우가 영화 전체를 끌고 나가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수남은 굉장히 적극적이다. 장애가 있는 남편까지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약자 중의 약자인 여자가 악조건 속에서 애를 쓰면 그 심정이 더 크게 와 닿는 것 같다. 수남의 캐릭터를 만들며 어머니 생각을 많이 했다. 굉장히 활동적이고, 잠시도 일을 쉬지 못하신다. 과연 어머니의 의지와 생활력이라면 수남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상상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수남은 때로는 소녀 같지만 때로는 굉장히 나이 들어 보이기도 한다. “시사회에서 40대 이상 아주머니들이 재미있게 보시더라. 수남의 남편이 장애를 갖는 장면에서는 탄식하기도 하고, 수남이 세탁기에 들어가는 장면에서도 20, 30대는 무서워하는데 그분들은 눈물을 흘리더라. 평생 일하며 바쁘게 살아온 자신의 인생과 닮았다고 느끼는 거다. 공감이 된다, 위로가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해준다. 그 나이대의 분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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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쿨’한 프랑스 부모? ‘핫’한 가족도 있네

    프랑스 부모는 아이를 스스로 깨치게 그냥 둔다, 프랑스 아이들은 독립적이다…. 포털 사이트에 ‘프랑스 부모’를 검색하면 나오는 ‘프랑스식 양육법’들이다. 과연 프랑스 부모들은 ‘쿨’하기만 할까. 이 선입견 아닌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깰 수 있는, 누구보다 ‘핫’한 가족이 나오는 프랑스 영화 2편이 27일 나란히 개봉한다. ‘미라클 벨리에’(12세 이상)는 청각장애가 있는 가족들 중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소녀 폴라(루안 에므라)가 주인공이다. 폴라의 일상은 곧 가족 뒷바라지다. 젖소 농장을 하는 부모를 도와 거래처와 통화하고 산부인과 진료에 따라가 부모의 성생활까지 고스란히 통역해야 한다. 우연히 합창반에 들어간 폴라는 재능을 인정받아 파리 합창학교의 오디션을 보라는 선생님(에리크 엘모스니노)의 제안을 받는다. 영화는 청각장애 부모와 건청인(청력 손실이 없는 사람) 아이의 일상을 경쾌하게 그리면서도 그들의 아픔을 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폴라가 파리로 떠나려 한다는 사실을 안 엄마(카린 비아르)는 울며 “네가 듣지 못하길 바랐다.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을 미워했다”고 (수화로) 외친다. 품안의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의 불안과 두려움, 가족을 사랑하지만 꿈을 위해 떠나야만 하는 아이의 심정은 세상의 부모와 자식 누구에게나 울림을 가질 만하다. 여기에 프랑스 국민가수로 불리는 미셸 사르두의 명곡은 영화를 꽉 채운다. 특히 폴라가 부르는 마지막 노래 ‘비상’의 ‘사랑하는 부모님/저는 떠나요/사랑하지만 가야만 해요…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날개를 편 것뿐’이라는 가사는 긴 여운을 남긴다. 프랑스 거장 고(故) 클로드 베리 감독의 영화 ‘광기의 순간’(1977년)을 리메이크한 ‘원 와일드 모먼트’(18세 이상)에는 말 그대로 ‘핫’한 아버지가 등장한다. 둘도 없는 친구인 로랑(뱅상 카셀)과 앙투안(프랑수아 클뤼제)은 각각 딸 마리(알리스 이자즈)와 루나(롤라 르 란)를 데리고 코르시카 섬으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사건은 루나가 친구의 아버지인 로랑에게 홀딱 반하며 벌어진다.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철부지 루나는 감시 역으로 파티에 따라나선 로랑을 육탄전으로 함락시킨다. 앙투안은 딸에게 남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죽여 버리겠다며 날뛴다. 친구를 진정시키는 한편 루나의 애정공세를 막아내며 둘의 관계를 눈치챈 딸 마리의 질시까지 받아내야 하는 로랑은 죽을 맛이다. 영화는 실수를 책임져야 할 때 느끼는 인생의 쓴맛에는 어른과 아이가 따로 없음을 알려준다. 특히 딸 역할을 맡은 두 배우의 막강한 미모와 쉰을 앞둔 나이에도 섹시한 뱅상 카셀의 매력은 눈요기로 삼기에 충분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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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이 듣지 못하길 바란 엄마…딸 친구와 사랑에 빠진 아빠

    프랑스 부모는 아이를 스스로 깨치게 그냥 둔다, 프랑스 아이들은 독립적이다…. 포털 사이트에 ‘프랑스 부모’를 검색하면 나오는 ‘프랑스식 양육법’들이다. 과연 프랑스 부모들은 ‘쿨’하기만 할까. 이 선입견 아닌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깰 수 있는, 누구보다 ‘핫’한 가족이 나오는 프랑스 영화 2편이 27일 나란히 개봉한다. ‘미라클 벨리에’(12세 이상)는 청각장애가 있는 가족들 중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소녀 폴라(루안 에머라)가 주인공이다. 폴라의 일상은 곧 가족 뒷바라지다. 젖소 농장을 하는 부모를 도와 거래처와 통화하고 산부인과 진료에 따라가 부모의 성생활까지 고스란히 통역해야 한다. 우연히 합창반에 들어간 폴라는 재능을 인정받아 파리 합창학교의 오디션을 보라는 선생님(에릭 엘모스니노)의 제안을 받는다. 영화는 청각장애 부모와 건청인(청력 손실이 없는 사람) 아이의 일상을 경쾌하게 그리면서도 그들의 아픔을 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폴라가 파리로 떠나려 한다는 사실을 안 엄마(카린 비아르)는 울며 “네가 듣지 못하길 바랐다.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을 미워했다”고 (수화로) 외친다. 품안의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의 불안과 두려움, 가족을 사랑하지만 꿈을 위해 떠나야만 하는 아이의 심정은 세상의 부모와 자식 누구에게나 울림을 가질 만 하다. 여기에 프랑스 국민가수로 불리는 미셸 사르두의 명곡은 영화를 꽉 채운다. 특히 폴라가 부르는 마지막 노래 ‘비상’의 ‘사랑하는 부모님/저는 떠나요/사랑하지만 가야만 해요…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날개를 편 것 뿐’이라는 가사는 긴 여운을 남긴다. 프랑스 거장 고(故) 클로드 베리 감독의 영화 ‘광기의 순간’(1977년)을 리메이크한 ‘원 와일드 모먼트’(18세 이상)에는 말 그대로 ‘핫’한 아버지가 등장한다. 둘도 없는 친구인 로랑(뱅상 카셀)과 앙투안(프랑수아 클루제)은 각각 딸 마리(앨리스 이자스)와 루나(로라 르 란)을 데리고 코르시카 섬으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한창 피어나는 나이의 딸들은 밤마다 남자들과 파티를 즐기며 아빠들의 밤잠을 앗아간다. 사건은 루나가 친구의 아버지인 로랑에게 홀딱 반하며 벌어진다.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철부지 루나는 감시 역으로 파티에 따라나선 로랑을 육탄전으로 함락시킨다. 앙투안은 딸에게 남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죽여 버리겠다며 날뛴다. 친구를 진정시키는 한편 루나의 애정공세를 막아내며 둘의 관계를 눈치 챈 딸 마리의 질시까지 받아내야 하는 로랑은 죽을 맛이다. 영화는 실수를 책임져야할 때 느끼는 인생의 쓴맛에는 어른과 아이가 따로 없음을 알려준다. 특히 딸 역할을 맡은 두 배우의 막강한 미모와 쉰을 앞둔 나이에도 섹시한 뱅상 카셀의 매력은 눈요기로 삼기 충분하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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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실한…’ 안국진 감독 “수남 캐릭터 만들며 어머니 생각해”

    “어제 잡지사 화보촬영을 했는데 토끼 귀 머리띠에 나비넥타이를 했어요. 하마터면 웃옷도 벗을 뻔 했다니까요.”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만난 안국진 감독(35)은 연이은 영화 홍보 일정에 조금 얼떨떨해 보였다. 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총 제작비 2억 여 원의 저예산 독립영화. 하지만 13일 개봉 이후 관객 3만 6000여 명을 기록하고 있다. 스크린 수가 가장 많을 때도 70개가 안되는 상황에서 일군 성과다. ‘성실한…’은 손재주 하나로 평생 ‘알바 인생’을 살던 수남(이정현)이 동네 사람들과 재개발로 갈등을 겪은 끝에 자신의 손재주로 그들을 ‘처리’한다는 줄거리다.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들었다. “출연자들은 졸면서도 손을 움직이고 식사할 때도 뛰어서 다녀올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 프로는 그런 출연자들처럼 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분들의 꿈을 물어보면 ‘집 한 채 사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거다. 뭔가 모순이라고 느꼈다.” -영화에선 수남이 ‘알바’ 끝에 달동네지만 집 한 채를 산다. 보통 주인공이 재개발 때문에 셋방에서 쫓겨나는 줄거리를 상상할 텐데 반대다. “뻔한 전개를 피하고 싶었다. 주인공이 세입자였다면 집을 사고 갈등이 끝났을 거다. 수남은 집주인이 됐는데도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 오히려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 충돌하는 역설적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 수남이든 동네주민이든 상대를 이해하려는 조금의 노력도 없이 자기 욕심으로만 상대를 대한다.” -수남 역을 연기한 이정현이 굉장히 고생했을 것 같다. 납치·감금·고문에 대형 세탁기에 직접 들어가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소속사에 처음 출연 제의를 했을 때는 거절당했다. 내 시나리오를 좋게 본 박찬욱 감독님이 다시 정현 씨에게 직접 시나리오를 보내줘서 승낙 받았다. 나로서는 정말 행운이었다. 정현 씨는 시나리오 상의 행동뿐만 아니라 이면의 감정이나 동기까지 이해하려 하더라. 3분의 1정도 찍고 나서는 연기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배우가 이렇게 창조적인 직업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수남의 ‘원맨쇼’에 가깝다. 요즘 여자 배우가 영화 전체를 끌고나가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수남은 굉장히 적극적이다. 장애가 있는 남편까지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약자 중의 약자인 여자가 악조건 속에서 애를 쓰면 그 심정이 더 크게 와 닿는 것 같다. 수남의 캐릭터를 만들며 어머니 생각을 많이 했다. 굉장히 활동적이고, 잠시도 일을 쉬지 못하신다. 과연 어머니의 의지와 생활력이라면 수남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상상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수남은 때로는 소녀 같지만 때로는 굉장히 나이 들어 보이기도 한다. “시사회에서 40대 이상 아주머니들이 재미있게 보시더라. 수남의 남편이 장애를 갖는 장면에서는 탄식하기도 하고, 수남이 세탁기에 들어가는 장면에서도 20, 30대는 무서워하는데 그분들은 눈물을 흘리더라. 평생 일하며 바쁘게 살아온 자신의 인생과 닮았다고 느끼는 거다. 공감이 된다, 위로가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해준다. 그 나이대의 분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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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온고작신’하니, 능히 인기를 끌 만하더라

    요즘 미국은 온고지신(溫故知新), 아니 온고작신(溫故作新) 열풍이 한창이다. ‘쥬라기 월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 옛 명작 시리즈를 다시 스크린으로 소환하는 일이 이어지더니 TV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내년 1월 전설의 미드 ‘엑스파일’이 시즌10으로 돌아온다. 2002년 시즌9로 종영한지 14년 만이다. 최근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주인공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스컬리(질리언 앤더슨) 요원은 물론이고 특유의 배경음악과 불가사의한 분위기까지 여전하다. 1990년대 마니아를 양산했던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트윈픽스’(1991, 1992년)도 현재 시나리오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잘 알려진 영화를 드라마로 다시 만드는 것이다. 올해 시즌3까지 방영된 ‘베이츠 모텔’은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고전 ‘싸이코’(1960년)의 주인공 노먼 베이츠의 10대 시절이 소재다. 지난해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콘스탄틴’(2005년)의 드라마판이 시즌1을 내보냈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의 드라마화 소식도 들려온다. 지난해 방영된 미드 ‘파고’ 역시 코언 형제의 영화 ‘파고’(1996년)가 원작이다. 98분의 러닝타임으로 완벽히 결말지었던 영화를 10시간이 넘는 드라마로 늘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파고’는 이 일을 해낸다. 원작 특유의 분위기는 유지하되 등장인물과 배경에 대한 좀더 세심한 묘사로 영화 속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2006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파고’는 1987년이 배경이었던 영화와 평행세계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끝없는 설원 사이로 자동차가 질주하는 미네소타 주의 겨울 풍경, 한밤의 갑작스러운 사고, 꼬일 대로 꼬인 줄거리,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는 드라마 초입의 안내까지 꼭 빼닮았다. 되는 일이 없는 소심한 세일즈맨 레스터(마틴 프리먼), 의뭉스러운 말투와 달리 날카로운 추리력을 소유한 여자 경찰 몰리(앨리슨 톨먼) 등 주요 등장인물도 닮아 있다. 영화 속 소품이 그대로 재등장해 두 작품 속 사건이 같은 장소, 다른 시간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한편, 영화의 특정 장면을 똑같은 구도로 반복하기도 한다. 결국 미드 ‘파고’는 영화의 리메이크이자, 영화 속 세계를 되살려낸 리부트이면서, 원작에 대한 거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이렇게 원작을 꼭꼭 씹어 소화해낸 덕분인지 ‘파고’는 시즌1이 방영되자마자 에미상 3관왕, 골든글로브 2관왕에 오르고 일찌감치 시즌2 제작을 확정해 올 10월 방영을 앞두고 있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만드니, 능히 인기를 끌 만하더라.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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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로 돌아오는 고전 영화들…미드 ‘파고’로 본 ‘온고작신’

    요즘 미국은 온고지신(溫故知新), 아니 온고작신(溫故作新) 열풍이 한창이다. ‘쥬라기월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 옛 명작 시리즈를 다시 스크린으로 소환하는 일이 이어지더니 TV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내년 1월 전설의 미드 ‘엑스파일’이 시즌 10으로 돌아온다. 2002년 시즌9로 종영한지 14년 만이다. 최근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주인공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스컬리(질리언 앤더슨) 요원은 물론, 특유의 배경음악과 불가사의한 분위기까지 여전하다. 1990년대 마니아를 양산했던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트윈픽스’(1991, 1992년)도 현재 시나리오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잘 알려진 영화를 드라마로 다시 만드는 것이다. 올해 시즌3까지 방영된 ‘베이츠 모텔’은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고전 ‘싸이코’(1960년)의 주인공 노먼 베이츠의 10대 시절이 소재다. 지난해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콘스탄틴’(2005년)의 드라마 판이 시즌1을 내보냈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의 드라마 화 소식도 들려온다. 지난해 방영된 미드 ‘파고’ 역시 코엔 형제의 영화 ‘파고’(1996년)가 원작이다. 98분의 러닝타임으로 완벽히 결말지었던 영화를 10시간이 넘는 드라마로 늘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파고’는 이 일을 해낸다. 원작 특유의 분위기는 유지하되 등장인물과 배경에 대한 좀더 세심한 묘사로 영화 속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2006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파고’는 1987년이 배경이었던 영화와 평행세계를 이루고 있는 듯 하다. 끝없는 설원 사이로 자동차가 질주하는 미네소타 주의 겨울 풍경, 한밤의 갑작스러운 사고, 꼬일 대로 꼬인 줄거리,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는 드라마 초입의 안내까지 꼭 빼닮았다. 되는 일이 없는 소심한 세일즈맨 레스터(마틴 프리먼), 의뭉스러운 말투와 달리 날카로운 추리력을 소유한 여자 경찰 몰리(앨리슨 톨먼) 등 주요 등장인물도 닮아 있다. 영화 속 소품이 그대로 재등장해 두 작품 속 사건이 같은 장소, 다른 시간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한편, 영화의 특정 장면을 똑같은 구도로 반복하기도 한다. 결국 미드 ‘파고’는 영화의 리메이크이자, 영화 속 세계를 되살려낸 리부트이면서, 원작에 대한 거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이렇게 원작을 꼭꼭 씹어 소화해낸 덕분인지 ‘파고’는 시즌1이 방영되자마자 에미상 3관왕, 골든글러브 2관왕에 오르고 일찌감치 시즌2 제작을 확정해 올 10월 방영을 앞두고 있다.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만드니, 능히 인기를 끌만 하더라.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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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나는 싸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어머니는 전화 교환원, 아버지는 건물 정비원이었다. 키 크고 깡마르고, 딱히 학교 성적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대학에 갈 가정 형편이 되지 않자 스스로 ‘유일한 능력’이라고 말하는 토론 실력으로 장학금을 따내야 했다. 대학 2학년 때 결혼해 아이 둘을 키우며 로스쿨을 다니기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최초의 여성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의 젊은 시절은 이렇게 가난하고 부족했다. 이런 경험은 그가 파산법을 연구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경제적으로 무책임한 사람들만 파산 신청을 한다는 편견에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성공한 법학자이자 교수였던 그는 1995년 클린턴 정부의 파산법 검토위원회에 들어간다. 그는 파산 보호 범위를 줄이려는 은행과 맞섰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하지만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정부의 부실자산 구제 프로그램 감독 기구에 들어간 그는 이 프로그램이 일반 가정이 아니라 대형 은행을 살리는 데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해 마침내 승리한다. 이 폭로로 결국 정부는 대형 은행에 쏟아 부었던 공적 자금을 회수했고, 소비자 대출 기관을 감독, 규제하는 소비자보호금융국도 설립했다. 그는 단번에 워싱턴 정가가 주목하는 인물로 부상했고, 2012년 재선에 나선 공화당의 스콧 브라운 당시 의원을 상대로 상원의원 선거를 치러 승리한다. 책은 그가 대형 은행과 정부 관료를 상대로 싸우며 겪었던 실패와 그와 가족이 겪어야 했던 불행, 그리고 승리의 순간들을 속도감 있게 묘사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싸워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그의 말이 정치인의 수사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그가 이 가능성을 입증해왔기 때문일 것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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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의 세계’ 영화 연출하다니… 원룸서 100평으로 이사간 기분

    CF 감독, 뮤직비디오 감독, 안경·문구 브랜드 운영자, 그래픽·서체 디자이너, 그리고 영화감독까지. 남들은 하나만 해도 벅찬 일을 한꺼번에 하는 사람이 있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로 영화감독에 데뷔한 백종열 감독(45)이다. ‘뷰티 인사이드’는 매일 모습이 바뀌는 우진과 여자 이수(한효주)의 사랑 얘기를 다룬 멜로 영화(12세 이상)다. 그를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12년 인터넷으로 공개한 광고(도시바 노트북의 ‘뷰티 인사이드’ 광고)가 원작이다. 어떻게 연출을 맡았나. “제작사인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와 친구인데 어느 날 술 마시면서 ‘이 광고가 정말 기발하다. 영화로 만들 테니 감독을 맡아 달라’고 얘기했다. 장난으로 여겼는데 여러 번 반복하기에 진심인 걸 알았다.” ―CF 감독으로 쌓은 명성이 있는데 고민하지 않았나. “영화에 대한 동경은 있었지만 인간과 신의 세계가 나뉘듯 영화 연출은 아무리 휘저어도 닿지 않는 곳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을 조립해 그림으로 형상화한다는 점에서는 같은데, 호흡이 다르다. 처음에는 원룸에 살다가 100평으로 이사 간 기분이었다.” ―광고는 매일 모습이 바뀌던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는 데서 끝난다. 영화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더 비중이 높다. “광고에선 사랑하는 여자가 남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자 마법이 풀리듯 남자의 모습이 더 이상 바뀌지 않는다. 여느 동화에서 볼 수 있는 결말 아닌가. 우진의 모습이 바뀌더라도 둘이 행복해지는 것이 완벽한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소재는 독특하지만 줄거리는 평범한 연애의 기승전결을 따라간다. “관객들이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의 연애담을 많이 참고했다. 편집됐지만 우진이 이수에게 ‘너도 매일 변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누구든 기분 좋을 때, 피곤할 때, 얼굴이 매일 바뀌지 않나. 누굴 좋아한다는 건 결국 내면까지 사랑해야 가능하다.” ―우진 역에 출연한 배우가 123명, 이 중 비중 있는 배우가 21명이다. 심지어 여배우에 외국인까지 나온다. “한효주 씨가 힘들었을 거다. 매일 다른 배우와 연기를 해야 하니 감정이 누적되지 않고, 좀 외로워했다. 극중 이수의 감정과 촬영장에서 효주 씨가 느낀 감정이 거의 비슷했을 텐데 연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살짝 방치했다.” ―그런데 첫 데이트나 키스 등 중요한 순간에는 꼭 잘생긴 남자 배우가 우진으로 등장하더라. 그래서 실은 ‘뷰티 아웃사이드’라는 비판도 나온다. “인정한다. 아무래도 상업영화다 보니…. 다만 우진이 노력한다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 첫 데이트 때는 멋진 외모가 될 때까지 여러 날을 기다리고, 이수의 직장 동료를 만날 때는 (멋진 얼굴로 변하기 위해) 억지로 다시 잠들었다 깨어난다.” ―예쁜 멜로 영화다 보니 광고나 뮤직비디오 같다는 평도 나올 것 같다. “내가 광고 감독이라는 걸 아니까 생기는 착시현상 아닐까. 그런 평이 불쾌하다는 건 아니다. 호감인지 비호감인지가 중요하다. 광고든 영화든 결국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영화 홍보 중에도 계속 CF 촬영을 한다고 들었다. 앞으로 또 영화를 할 생각인가. “성격이 급해 빠르고 속도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남자들의 치고받는 격렬한 액션이 굉장히 아름답게 찍히는 것에도 흥미가 있다. 둘 다 매력이 너무나 크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그때그때 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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